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보험상식
김용현 지음 / 원앤원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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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에 가입할 때는 최소한 어떤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언제 얼마나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인의 부탁으로 가입하거나 설계사를 믿고 '알아서 설계해줬겠지'라는 생각으로 보장내용은 확인하지 않고 서명만 하는 그런 보험을 체결하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또한 자신에게 맞지 않는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기회비용과 보장의 기능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나를 위한 보험설계인가, 설계사의 수당을 위한 설계인가?

 

책의 저자 김용현은 17년 차 보험설계사로 일찍부터 맨투맨 영업이 아닌 보험상품 비교사이트를 운영하며, 보험영업보다 보험마케팅을 전문적으로 시작했다. 지역별 육아박람회 및 베이비페어에도 참가했으며, 태아·육아 콘텐츠 보험몰을 중견기업과 론칭해 운영하기도 했다. 지역 카페 자문위원과 블로그를 운영하며 다양한 바이럴마케팅을 해왔으며, 유튜브 채널 ‘보험장인 김용현 TV’를 운영 중이다. 현재는 블로그, 카페, 유튜브는 물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보험영업 환경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는 자신이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보험은 어디에서 가입하면 좋을까?', '가입할 때 꼭 확인해야 할 특약은 뭘까?', '이미 가입한 태아보험을 갈아타는 게 좋을까?', '소득 대비 측정되는 보험료는 적정할까?', '급전이 필요할 때 보험을 활용할 수 있을까?' 등과 같이 보험가입과 보장, 관리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보험은 가입도 중요하지만 관리가 더 중요하다. 같은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보장이 다르다면? 당연히 보험을 점검해야 한다. 보통 가입한 보험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존재 자체를 잊고 있을 때가 많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이 어떤 종류인지, 보장내용에는 어떤 것이 포함되어 있는지, 가입기간과 보장기간은 언제까지인지 확실히 알아야 똑똑하게 보험금을 챙길 수 있다. 이젠, 똑똑하게 보험에 가입하자. 

 

 

 

 

보험이란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각종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경제적 손해를 보상받기 위한 제도이다. 보험은 이미 우리 사회에 널리 가입되어 있다. 화재보험, 생명보험, 도난보험, 여행자보험, 자동차보험 등등이 있다. 이는 어떤 형태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자신이 입게 될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쓸기로운 방편인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에 가입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조건이 보험계약에 담겨 있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홈쇼필 채널의 암보험 방송을 시청하던 중 필요성을 느끼고 상담전화를 거쳐 보험에 가입했는데, 나중에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않되어 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궤양 및 역류성 식도염이란 판정을 받고 용종도 2개나 떼어냈다.

 

덜컥 겁이 난 이 사람은 암보험증권을 뒤늦게나마 확인해 보았다. 그랬더니 보장내용은 '10년 갱신형'에 일반암 2천만 원, 고액암 진단금 3천만 원이 전부였다. 이 내용으론 부족해 보여서 추가로 보험설계사를 통해 암보험의 가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최근 병력으로 인해 보험회사는 청약을 거절했던 것이다. 물론 이 사람이 앞으로 암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정 기간을 두고 청약해야 하며, 부담보가 설정될 수 있다. 부담보란 특정 질환에 대해 각종 보장에서 제외해 조건부로 가입하는 것으로 계약일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발생하는 보험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 따라서, 쉽게 가입을 결정하고 나중에 후회하기 보다는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을 거친 후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다.

 

보험계약 절차

 

청약~ 가입자의 가입의사 표시, 보험회사의 심사, 30일 내 승낙 통지

청약철회~ 청약일로 부터 30일, 증권 수령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신청가능

보험계약의 효력~ 1회 보험료 납부일로부터 보장 시작(암 진단금은 가입후 90일부터)

효력상실과 부활~ 2회 보험료 미납입시에 효력상실(3년 이내에 미납보험료 납입하면 부활)

 

보험용어

 

보험료~ 계약자가 보험회사에 납입하는 요금

보험금~ 사고 발생시 보험회사가 집급하는 돈

가입금액~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위해 산정한 금액

설계서~ 보장항목, 보험료, 보장기간, 납입기간 등이 표시된 설명서

청약서~ 계약의 청약의사를 나타내는 일종의 계약서

보험증권~ 가입을 증명하는 증서(증권번호, 종목의 명칭, 보험기간, 계약일, 피보험자, 수익자 등) 

보험약관~ 계약자와 보험회사가 상호 이행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규정

 

 

 

종신보험은 저축보험과 다르다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보험상식이 있다. 가끔 일반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의 종신보험을 저축보험으로 알고 가입하는 사람들이 있다. 종신보험은 사망을 보장하는 보험이지 저축보험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 적금이나 저축보험처럼 금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리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납입하는 보험료 대비 환급금이 높은 것은 아니다.

 

종신은 말 그대로 사망을 보장하는 보험이기 때문에 사망을 보장하기 위한 사업비가 지출된다. 쉽게 말해 종신보험의 보험료로 월 20만 원씩 납부한다 하더라도 20만 원 전부에 대해 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망보장을 하기 위한 사업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금리를 적용한다. 실질적으로 이자가 적용되는 원금은 매우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보험

 

의료실비보험~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암보험~ 암 진단 시의 진단금을 지급, 수술/입원.항암치료 등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

운전자보험~ 자동차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처리비용을 지급

종신보험~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지급

연금보험~ 노후의 생활자금으로 준비한다

 

 

변액보험, 최소 10년 이상 유지하라

변액보험은 주식, 국채, 공채, 사채 등에 투자해 발생한 투자수익을 고객에게 수익을 환급해주는 보험이다. 이 보험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생명보험 급부의 실질가치 저하에 대처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네덜란드의 바르다유사가 자산운용실적과 보험금을 연계해 실질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변액보험을 최초로 판매했다. 우리나라에는 2001년 7월에 도입되어 변액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유입되는 자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초저금리로 들어서면서 물가상승률을 헤지(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마련된 이 변액보험은 일반 연금보험과 달리 다소 높은 사업비를 뗀다. 그렇기에 수익률은 높아 보일지라도 초기에 해지할 경우 원금 손실이 클 수 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목적이 분명하다면 변액보험만큼 완벽한 장기플랜 금융상품은 없다.

 

 

 

특정질병수술비

우리가 가입한 또는 가입하기 위해 받은 설계서에 질병수술이나 상해수술 같은 수술보장급부를 쉽게 볼 수 있다. 질병수술비를 보장하는 급부 중에 '특정질병수술비 특약'이라는 항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 특정질병에는 무엇이 해당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특정질병이란 국가나 보험회사가 공통으로 지정하는 질병은 아니다. 질병수술비 이외에 추가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각 보험사에서 수술분류를 별도로 구성하며, 보장금액도 10만~30만 원으로 적은 편이다.

 

질병수술의 범위가 광범위해 아주 간단한 수술 시에도 가입금액을 지급해야 하기에 질병수술비 보장이 크면 보험회사의 손해률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그래서 질병수술비에 대한 보장은 작게 하고 별도의 특정질병수술비 특약을 마련해 주요한 수술에 대해 보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특약이므로 가입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부분임을 명심해야 한다.

 

 

 

보험약관, 모르면 손해 본다

이는 저자의 실제 경험 사례다. 오래전 태아보험으로 가입한 고객으로부터 보험금 청구가 접수되었다. 청구사유는 레트증후군이었다. 레트증후군이란 3~4세 여아에게 나타나는 선천적 질병으로, 성장이 멈추고 신체기능이 마비되는 희귀 난치병이다.

 

 

보험금 수령을 위해 고객으로부터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건네받고 보험금 청구 접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료비와 입원비를 모두 보장받았다. 최초 청구 접수할 당시에는 의료비를 보장받을 목적으로 의료비 청구에 필요한 서류만을 발급받아 접수하고 보험금을 수령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보험사나 그 누구도 해당 의료사고에 대해 추가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트증후군이라는 질병 자체가 매우 중한 질병이었기에, 단순 의료비만이 아닌 또 다른 혜택의 보험금 지급 사유가 있는지 가입된 특약은 물론 약관을 찾아보았다. 결과적으로 뇌병변장애와 질병후유장해 80% 이상 보장 특약을 확인한 후, 추가 청구로 1억 1천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돈이 급하면 약관대출을 이용하라

 

약관대출가입한 보험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보험의 보장은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 중 상당금액(대체로 50~90%까지)을 차입할 수 있다. 다만 금리는 보험가입 시점, 보험상품과 보험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보험상품의 예정이율에 따라 대출금리도 달라지니 확인하고, 자신에게 적용되는 대출금리를 꼼꼼하게 비교한 뒤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약관대출을 받은 후 보험계약이 끝나기 전에 대출을 갚지 못하면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할 때 대출 원금과 이자를 공제할 수도 있다.

 

중도인출이란 해지환급금 중 일부를 이자 또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찾아 쓰는 기능이다. 인출한 금액만큼 적립금이나 보장금액이 줄어들며,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가 약관대출보다 적다. 인출금을 갚을 필요는 없지만, 찾은 금액만큼 추가로 내면 기존과 같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급히 돈이 필요할 경우 이용하면 도움이 되는 제도이다. 계약을 해지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연금보험

장기 목적으로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면 여타 다른 금융상품보다는 변액연금이, 다른 어떤 상품보다 수익에서나 기능 면에서나 부족함이 없다. 본인이 한 달에 10만~30만 원으로 더 높은 수익과 연금 없는 노후를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러나 누구나가 나이 들어서 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액은 관리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주식처럼 하루하루 지켜봐야 하는 것은 아니며, 펀드를 시시때때로 변경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전반적인 시장의 흐름과 적정한 시기에 추가납입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는 있지만 처음 가입시에 성장형이나 가치주 펀드에 설정했다면 이후 특별하게 관리할 것은 없다. 참고로, 아래는 적금과 펀드, 그리고 변액의 수익률 비교다.

 

 

 

소멸성 보험을 가입하라

 

마지막으로 저자는 보험의 의미를 되새긴다. 즉 보험은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의료사고를 대비해서 준비하는 것인 만큼 만기에 환급을 받는 저축이 목적이 되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보장성 보험의 경우 뭔가를 보장받고자 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소멸성으로 가입하라고 강조한다. 보험은 가입보다 유지가 더욱 중요하므로 자신의 처지에 알맞는 불입 규모의 보험에 가입하라면서 끝을 맺는다

 

 

'컬쳐300 으로 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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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 2.0 - 분권화 트렌드와 미래 한국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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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한국자본주의의 미래상은 '지속 가능한 성장, 안정적 고용과 공평한 분배'의 원천으로서 '분권화된 인간 중심의 디지털 사회'일 것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포용적 성장의 원천으로 지속가능한 '지식 창조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디지털 사회는 다양한 측면의 디지털 인프라를 기초로 스마트홈・스마트팩토리・스마트 일자리・스마트시티・스마트 헬스 및 교육, 그리고 스마트 경제로 연결되고, 최종적으로 기존의 기축통화의 지배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통화(디지털 화폐)로 구성된다. - '들어가며' 중에서

 

 

새로운 디지털 사회가 도래한다

 

이 책의 저자 이근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경제추격연구소장이고,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분과 위원장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버클리)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였고, 서울대학교 중국연구소장, 경제연구소장을 역임하였다. 기술혁신 분야 최고 학술지인 <Research Policy>의 공동편집장이며 세계경제포럼WEF의 Council 멤버이다. 2014년 비서구권 대학 소속 교수로는 최초로 슘페터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경제추격론의 재창조>(2014), <미래산업 전략보고서>(2018) 등이 있다.

 

공저자 김상배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이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연구 분야는 정보혁명과 네트워크의 세계정치이다. 주요 저서로는 <버추얼 창과 그물망 방패: 사이버 안보의 세계정치와 한국>(2018)가 있다. 공저자 김준연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산업제도연구실장으로, 한양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주요 연구 분야는 기술추격, 기술혁신과 산업의 디지털 혁신 등이다.

 

공저자 임지선은 육군사관학교 경제법학과 교수로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ICT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술 혁신, 고용, ICT, 양극화, 일자리 문제 등이다. 공저자 최준용은 뉴마진캐피탈코리아 대표로 중국 베이징 대학교에서 MBA 석사를 거쳐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중국계 벤처캐피탈의 한국대표로 1억 달러 규모의 한중시너지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플랫폼경제, 공유경제, 기술혁신, 한중금융협력 등이다.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세계화 4.0 시대의 디지털 기술에 의한 정치, 사회 구조와 산업 경제의 변화를 조망하고, 이에 대응하는 한국 사회의 정책 방향과 실천 과제를 제시한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세계화 4.0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한국사회의 모습을 '분권화된 인간 중심의 디지털 사회'로 설정하고, 미래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디지털 사회의 비전을 정치, 기업, 노동, 금융, 교육, 헬스, 도시의 7대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그리고 주요 영역별로 하위 비전을 상정해 이를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구현해나갈 것인가를 기술한다.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적ㆍ물적 능력을 보완시켜 고도화된 인간들이 좀 더 포용적인 시스템에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의 비전을 기술이 아닌 '인간 중심'의 사회라고 제시한 바 있다. 책은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새로운 기술들이 초래하는 미래사회의 기본 역할은 '보다 분권화된 인간 중심의 디지털 사회'라고 예단한다. 아날로그를 대체하는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이 사람들 간의 소통에 새로운 장을 열면서 이를 디지털 사회 1.0이라고 한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사회 모든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바로 디지털 사회 2.0 버전일 것이다.    

 

과거의 균형이 고인구성장, 고경제성장, 많은 일자리 창출이었다면, 이제는 낮은 인구성장률, 낮은 경제성장률, 고부가가치 일자리라는 새로운 균형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지고, 이러한 선순환형 균형만 달성된다면 굳이 성장률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즉 인구가 줄어도 노동의 고급화와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로 저성장형 균형 유지가 가능해진다. 게다가 도농都農 간의 공간적 균형까지 이룬다면 인구 균형, 공간 균형, 대중소기업 간 균형이라는 세 가지 새로운 균형상태로의 정착이 가능하다. 이런 선상에서 저자들은 바람직한 한국자본주의의 미래상을 '분권화된 인간 중심의 디지털 사회'로 제시하고 있다.

 

미래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디지털 사회의 비전을 정치, 기업, 노동, 금융, 교육, 헬스, 도시의 7대 영역으로 살펴보면서 주요 영역별로 하위 비전을 상정해 이를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구현해나갈 것인가를 기술한다.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적, 물적 능력을 보완시켜 고도화된 인간들이 좀 더 포용적인 시스템에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무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고도의 기술개발은 분권화 트렌드를 초래하고 이는 개개인의 삶을 더욱 높은 질로 보답할 것이 분명하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으로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 상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 있음과 함께 3D프린터를 이용해 '대량맞춤'까지도 가능해짐에 따라 더욱 싼값에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이런 혁신은 비단 경제나 정치 분야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 교육서비스 등 사회 전반에 고루 파급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권화 추세가 얼마나 지배적이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 우버, 구글, 페이스북 등 소수의 플랫폼 독점 기업이 참여,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초과 이윤을 확보하는 시스템을 보임에 따라 사실 많은 걱정과 비판이 존재한다.


 

디지털 정치

 

핵심 의제는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이 가진 양면성, 즉 '디지털 분권화의 가능성'과 그에 반대되는 '새로운 지배와 중앙집권의 가능성'이다. 이를 정치적 차원에서 보면,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된 자율조직을 도입해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거버넌스의 수립을 기대하게 하는 반면, 지배와 감시를 증가시켜 기성 권력의 지배 메커니즘을 강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인공지능이 확산하면서 알고리즘의 사회경제적 활용이 증대하는 가운데 인공지능의 명령어인 알고리즘차별적이고 편향된 데이터 입력에 의해 정치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알고리즘이 내리는 자동화된 의사결정에는 우선순위 결정, 분류, 관련짓기, 필터링 등의 과정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과정이 단순히 중립적인 기술과정이 아니라 인간이 개입하는 편향적인 과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공지능 기술의 영역도 본질적으로 차별적인 정치공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공지능을 어떻게 다스릴 것이냐의 문제, 즉 거버넌스의 문제가 제기된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거버넌스의 주체가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 말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통제를 확보함으로써, 더 나아가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종류의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가 관건이다.

 

 

새로운 경제 생태계


최근 등장하는 디지털 소호는 단순히 수급을 연결하는 차원을 넘어 다른 소호들을 연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온라인 전자상거래로는 최초로 저녁 11시까지 주문하면 익일 아침 7시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창업 3년 만에 월매출 10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자극받은 신세계, 쿠팡 등도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진출하고 있다.

 

 

이 사업의 생명은 콜드체인시스템이다.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수요에 있어서 최적의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 이윤 극대화 때문이다. 그런데, 마켓컬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수요 예측에 활용, 이 문제를 해결했다. 마켓컬리는 빅데이터를 통한 수요 예측으로 상품 폐기율이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콜드체인과 수요예측에 의한 당일 배송은 타업체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마켓컬리의 가장 차별화된 경쟁력은 '큐레이션 서비스'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성제품이 아닌 동네 소호의 제품을 소개한다. 상품기획자가 전국의 음식점과 농가들을 찾아다니면서 이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소개된 대표적인 소호는 미자언니네, 정미경키친, 리치몬드제과점 등 다양하다.

 

또 마켓컬리의 상품은 제품 1개당 최대 3개의 브랜드만 유지하고 있다. 70여 가지 항목을 엄격히 심사해서 이를 통과한 제품만 직접 구매해서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재고 부담을 크게 줄여 가격 인하를 다렁했다. 반면에 쿠팡이나 11번가 등의 오픈마켓에서는 판매자가 각각 다른 수십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도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에서 앞서 나갈지를 지켜볼 일이다. 신세계까지 이 사업에 뛰어들었으니 말이다. 과연 흑자 사업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지속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위한 과제

 

실업지원에서 창업장려로 전환

플렛폼 독점에 의한 불공정 계약을 알고리즘형 공정경쟁으로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는 사회적 부의 재분배와 교육 강화  

 

 

한편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직업은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미국에서만 약 47%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또한 인공지능과 로봇이 향후 10년간 인간의 일자리 7500만 개를 빼앗아 많은 사람들이 긱이코노미의 일원이 되어 프로젝트성 일에 종사하게 되지만, 소수의 슈퍼개인이나 디지털 소호들은 시장에서 절대적 위상을 확보하는 생태계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강화된 개인이 역량을 발휘하고 디지털 소호가 활성화되는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부의 재분배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고소득 디지털 소호에 대한 세금 부담을 상향 조정하고, 최저생계비를 대체할 최소생계 과업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반 대중이 언제든 소호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분권화는 이미 진행중이다

 

이밖에도 책은 미래 한국형 일자리, 미래 금융 시스템한국의 미래 교육, 한국의 미래 헬스케어, 한국의 미래형 도시 등에 관하여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자리에 있어선 포괄적 사회안전망 제도의 확충과 단기 특수계약 근로자로의 전환을, 금융에 있어선 암호화폐에 대한 정책조차 제정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샌드박스 제도와 네거티브 규제의 도입과 함께 전문가 양성에 나설 것을, 교육에 있어선 학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을 디자인할 수 있는 하이테크를, 헬스케어에 있어선 환자별 맞춤 의료 서비스를, 스마트리빙에 있어선 도시의 변화 사례들을 분석해 우리 현실에 도입함으로써 도시 인구과밀화와 집값상승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모든 이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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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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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나이절 워버턴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저술가로, 브리스틀 대학교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 다윈 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 시대 최고의 대중 철학자' 중 한 명인 그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철학 입문서를 여러 권 쓴 베스트셀러 작가로 널리 알려졌다. 또한 인기 팟캐스트 '철학 한입(PHILOSOPHY BITES)'의 공동 운영자로 참여해 여러 철학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서구 사상을 이끌어온 주요 사상가들의 견해를 40개 챕터로 나누어 살펴보면서, 지난 시간 동안 인류가 탐구한 방대한 영역의 정곡이 되는 주제를 다양한 사례 속에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예로 들어 독자와 편안하게 대화하듯이 서술하고 있다.

 

 

 

 

신의 존재를 믿는 종교에 대한 철학자들의 논증 또한 철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5세기부터 15세기에 해당하는 서양의 중세 시대에는 철학과 종교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중세 철학자들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웠다. 하지만 그들의 사상을 수정해서 자신들의 종교에 적용했다. 이런 철학자들 대다수는 기독교도였다.

 

신의 존재 증명은 철학자들이 끊임없는 과제였다. 선하고 전지전능한 신이 어떻게 고통을 허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변호하려 한 아우구스티누스, 신에 대한 믿음에 중점을 두고 종교적인 삶의 방식에 전념한 안셀무스아퀴나스, 신의 존재를 논리로 증명할 수 있다고 믿은 데카르트, 신에 대한 믿음을 마음과 신앙의 문제로 본 파스칼, 종교 신자들이 사용한 설계논증을 원인과 결과로 반박한 , 그리고 신의 죽음을 의도적으로 이용한 니체와 종교에 대해 거침없고 도발적이었던 러셀 등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시도는 철학의 역사에서 또 하나의 큰 줄기를 이루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질문하는 남자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선 한 남자가 너무나도 질문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해졌다. 그는 바로 철학자 소크라테스이다. 넓적코에 땅딸막한 체형의 이 남자는 옷차림조차 추레한 것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처럼 외모는 볼품 없었지만 엄청난 카리스마를 풍기는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였다.

 

이런 일화가 있다. 그는 소피스트 에우튀데모스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에우튀데모스에게 남을 속이는 것을 비도덕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에우튀데모스는 "당연히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다른 질문을 이어서 했다. "당신의 친구가 매우 우울해서 자살할 조짐이 보이다면, 당신은 친구의 칼을 훔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행위는 비도덕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도덕적이지 않은가? 비록 남을 속이는 행위이지만, 그것은 나쁜게 아니라 좋은 것이다" 이말을 수긍한 에우튀데모스는 혼돈에 빠지고 만다.

 

소크라테스가 지혜로운 인물이 된 이유는 이처럼 끊임없이 질문하고 항상 자신의 생각을 반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삶이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때에만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단언했다. 즉 반성하지 않는 삶은 가축에게나 어울리지 인간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는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가 무엇을 논쟁했는지를 그의 제자인 플라톤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바로 '플라톤의 대화편'이다.

 

아테네 사람들은 소크라테스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 조직을 위태롭게 하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기원전 399년, 멜레투스라는 사람이 70세의 소크라테스를 법정에 세웠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신들을 무시하고 대신에 새로운 신을 내세웠다는 죄목을 주장했했다. 마침내 아테네 시만들은 소크레테스의 유죄 여부를 투표했다. 배심원단의 과반을 조금 넘는 수가 유죄라고 생각하므로써 사형이 선고되었다. 소크라테스는 기꺼이 독약을 마셨다.

 

 

누가 우리를 조종하는가?

 

아우구스티누스는 현재의 알제리에 해당하는 당시의 로마제국의 땅이었던 북아프리카의 소도시 타가스테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정말 길다.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이다. 그의 어머니는 기독교도였지만, 그의 아버지는 일종의 지역 종교를 믿었다. 후대에 성인으로 추앙받았던 그였지만, 아이로니하게도 그의 젊은 시절은 방탕 그 자체다. 성년의 초기에 정부情婦와의 사이에 아이까지 낳았던 그는 30대에 기독교로 개종해 마침내 히포의 주교가 되었다. 그는 세속적 쾌락을 지나치게 즐기고 있다면서 성적 욕망을 제지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호소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만년에 그는 <고백론>을 집필했다.

 

대부분의 기독교도는 신에게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도덕적 해악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도덕적 해악이 일어날 것임을 알고도 그것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한 신이라는 관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라고 신은 인간이 이할 수 없는 신비로운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견해도 납득되지 않았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답을 원했다. 

 

 

우리는 꿈을 꾸고 있었을까?

 

알람소리가 들려 알람을 끄고 침대밖으로 나와 옷을 입고 아침을 먹고는 하루의 시작을 준비한다. 하지만 여기서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 모든 게 꿈이었음을 깨달았다. 현실에선 여전히 이불 속에서 코를 골고 있었다. 이는 '거짓 깨어남'이라는 현상이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이를 경험한 뒤 생각에 잠기었다. 어떻게 스스로 꿈을 꾸고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었을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질문하지 않는 남자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 한나 이렌트는 주간지 <뉴요커>의 특파원 자격으로 아이히만의 재판을 취재했다. 그녀는 전체주의 국가인 나치 독일이 스스로 생각할 자유가 거의 없던 사회를 만들었던 결과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 남자를 알고 싶엇다. 어떤 사람이기에 그렇게 끔찍힌 일들을 자행할 수 잇엇는지를 말이다. 물론 아이히만은 그녀가 처음 만난 나치가 아니었다. 그녀는 나치를 피해 독일을 떠나 프랑스로 갔고, 이후 미국 시민이 된 처지였다.

 

아렌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그녀가 한 남자를 관찰한 일과 아이히만의 자기 정당성과 사용한 언어 들을 바탕으로 쓴 내용이다. 여기에서 아렌트는 전체주의 국가의 악과 그 악이 전체주의식 사고방식에 저항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을 전개해나갓다. 그 시대의 많은 나치와 마찬가지로 아이히만은 타인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지 못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규칙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용감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치의 사악한 행위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었다.

 

 

현대의 등에

 

오스트레일리아의 철학자 피터 싱어는 당신 앞에서 물에 빠져 죽어가는 아이와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이는 그리 다르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구ㅜ할 수 잇/는 사람들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다른 상황이라면 살았을 수도 잇을 아이들이 우리가 뭔가를 하지 않는다면 분명 일찍 죽고 말 것이다.

 

매년 수천 명의 아이들이 빈곤 때문에 죽는다. 어던 사람들이 굶어 죽는 동안 선진국에서는 미처 먹지 못해서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음식을 내다버리고 잇다. 도 깨긋한 식수조차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잇다. 우리들이 이런 사람들을 도우려면 우리들이 실제로 필요치 않은 사치품 한두 개를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실행하기 어려운 인생철학이다. 

 

 

이 책을 통해 자유와 정신에 대해 논쟁을 벌였던 고대의 사상가들로부터 우리 시대의 문제를 냉철하게 짚어내는 현대의 철학자까지, 주요 철학자들을 만나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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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 깊은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강미은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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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을 만드는 것도 말, 적군을 만드는 것도 말입니다. 말 다음에 행동을 보게 되죠. 말만 번지르르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 말조차 예쁘게 안 하는 사람이 행동을 예쁘게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말 한 마디로 상대의 가슴에 꽃이 피게 할 수도 있고,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꽂을 수도 있습니다. - '지은의의 말' 중에서

 

 

진정성이 담긴 말이 필요하다

 

책의 저자 강미은은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나와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저널리즘 석사를 받았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박사를 받았고 ISR(INSTITUTE FOR SOCIAL RESEARCH)연구원을 지냈다. 미국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과에서 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로 있다. 저서로 <재치코드> <커뮤니케이션 불변의 법칙> 등 10여 권이 있다. SBS <열린 TV 시청자세상>, EBS TV <미디어 바로보기> 진행을 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들은 말이 범람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온갖 유행어를 만들어내는것도 부족해서 과거엔 없었던 말까지 만들어서 사용하니 말이다. 그래서 젊은이들 사이에 하는 말이 '요즈음 유행어나 신조어를 모르는 사람은 꼰대'라고 한다. 그렇다. 워낙 하루하루가 빠르게 바뀌고 변하니까 올드 세대들이 젊은 세대들의 말을 따라가기에 버겁다.

 

이런 말과 관련하여 가장 대표적인 속담이 아마도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가 아닐까 싶다. 정말 멋진 표현이다. 얼마나 그 말 속에 상대방을 감동시킬 정도로 진정성이 담겼으면 갚아야 할 큰 돈을 탕감까지 해줘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너무 쉽게 말을 뱉어낸다. 바쁜 세상살이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이렇게 쉽게 내뱉은 말은 대체로 상대에게 아픔을 안겨주고 심지어는 독화살이 되어 죽게도 만든다.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아군을 만들기도 때로는 적군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현란한 테크닉이 아닌 말에 담긴 사려 깊음이라고 말한다. 사려 깊은 말 습관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우리들이 사려 깊게 말하기 위해 명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면 앞으로 우리들 주위로 좋은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차라리 '하얀 거짓말'이 낫다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는 사람 중에 자신은 '솔직해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변호하는 사람이 많다. 솔직한 것과 남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하는 건 다른데, 자신은 솔직하기 때문에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들 말을 솔직하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하얀 거짓말'로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편이 훨씬 낫다. 물론 이것이 거짓말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런 말을 한 우리들을 거짓말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띄워주면서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하다는 핑계로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건 안 될 일이다. 내가 솔직하다는 핑계가 남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는 권리가 되지는 않는다"

 

 

 

 

상대의 무례한 말에 어떻게 대응할까?

 

상대가 무례하게 막말을 해댄다고 이에 같이 모욕적인 말로 맞받아 치면 결국 큰 싸움으로 번지고 만다. 이런 싸움만은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례한 말에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그들의 공격을 '겉돌게 만들어 버리라고 한다. 즉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공격을 겉돌게 만드는 것이다.

 

최고의 대처법은 '반사'다. 우리들은 이미 상대의 말을 수용하기 싫으면 손바닥을 상대로 향하면서 그 말을 반사시킨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친구들과 놀면서 자주 하는 행동이다. 이는 상대의 말을 그대로 질문으로 되돌려줌으로써 먼저 돌을 던진 사람이 부끄러워진다. 이젠 작정하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말을 그대로 반사해주자. 이렇게 말이다.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라고 물으면 "머리가 폼이라뇨? 그게 무슨 뜻이죠?"라고 그대로 반사해주자. "참 센스가 없구나"라고 말하면 "센스가 없는 게 어떤 거죠?"라고 그대로 반사해주자. 이럴 때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눈을 말똥말똥 뜨고 이야기하면 더 효과적이다. 상사에게 달려드는 못된 부하로 더 찍히느니, 차라리 조금 모자란 듯 다시 '반사'를 해버리는 게 낫다. 

마음을 얻는 관문은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관문은 바로 '말'이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굳이 대인관계 뿐만 아니라 사업이나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얻어야 비로소 일이 성사된다. 마음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는 서로 신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장사가 뭔지 아나?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거다.

나는 지금껏 돈을 번 게 아니라 사람을 번 것이다"

 

 

 

이는 MBC TV 드라마 <상도商道>에서의 명대사 중 하나다. 그렇다. 뛰어난 장사꾼은 장사에서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법이다. 즉 거래에서 이문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겨야 장사도 되고 사업도 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이성적인 '합리合理'뿐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정리情理'가 중요한 문화에서는 더 그렇다.

 

 

 

 

사과는 자신의 잘못에 집중해야 한다

사과를 할 때 고개 숙이는 방향이 틀려도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예컨대 청와대 참모가 뭔가 잘못해서 카메라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할 때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고개 숙이는 방향이 틀린 것이다.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지 대통령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은 자리에만 연연하는 비겁한 아전으로밖에 안 보인다.

 

 

사과를 하면서 상대에게 원인을 돌리는 것도 안 된다. "나는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그렇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어"라고 하는 건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형태이다. 그렇게 받아들일 줄 몰랐다면 몰랐던 잘못이 있는 것이며, 알면서도 상대에게 피해를 줬다면 그것도 나쁜 것이다. 사과를 할 때는 무조건 자신의 잘못에 집중해야 한다. 사과의 타이밍도 중요하다. 사과할 시점이 중요하다. 뒤늦은 사과는 뒷북치기로 의미가 퇴색된다.

 

 

 

 

얀테의 법칙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얀테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얀테는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작가인 악셀 산데모제가 1933년에 발표한 풍자소설 <도망자>에 등장하는 가상의 마을 이름이다. 이 마을에서는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것은 잘난 게 아니라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 살려면 지켜야 하는 다음과 같은 10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게 얀테의 법칙이라고 한다.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2. 당신이 우리(공동체)들만큼 좋다고 생각하지 말 것.
3. 당신이 우리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4. 당신이 우리보다 더 훌륭하다고 상상하지 말 것.
5. 당신이 우리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 것.
6. 당신이 우리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7. 당신이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8. 우리를 비웃지 말 것.
9. 당신을 누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지 말 것.
10. 당신이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 것.

 

 

"굳이 남들에게 겸손해야 할 이유도 없고, 자신이 잘난 체도 하지 말라"

 

 

 

 

정치 유머

우리나라 정치판에선 유머가 섞인 해학적인 말들이 정말 부족해 보인다. 그만큼 공부가 부족하고 인격 함양이 덜 돼서 일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너죽고 나살자'는 식으로 함부로 말을 뱉어낸다. 이뿐만 아니다. 아예 '아니면 말고'식으로 '가짜 뉴스' 내지는 '가짜 진실'까지 만들어낸다. 이처럼 무절제하게 내뱉는 정치판의 설화를 보노라면 이들은 정말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오죽하면 "개그를 다큐로 받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우리 정치인들도 미국 정치판에서 좀 배웠으면 한다. 레이건 대통령이 73세의 나이로 재선에 출마했다. 상대는 56세의 먼데일 후보로 TV 토론에서 레이건의 고령을 트집 잡았다. 그러자 레이건은 "나는 후보의 나이를 문제 삼고 싶지 않다. 이에 먼데일 후보의 '젊음'과 '무경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유머로 역공했다. 결과는 정책 대신에 나이를 문제 삼은 먼데일이 완패했다.

 

 

 

한 치 혀가 초래한 설화

글을 잘못 써서 화를 당하는 것은 '필화筆禍', 혀를 잘못 놀려서 화를 당하는 것은 '설화舌禍'다. 말을 잘 못해서 실수가 되기도 하고, 안해도 될 말을 해서 쓸데없이 여론의 분노를 사기도 한다. 특히, 정치판에선 이런 일이 자주 있는 편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해야 할 말은 안 하고, 안 해도 될 말은 해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사례는 많다.

 

 

본심과는 다른 말이 실수로 튀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마음속에 있던 본심이 튀어 나와서 설화로 번지기도 한다. 공직자의 말실수는 한번 엎질러진 물처럼 되담을 길이 없다. 그 말은 없었던 걸로 해달라고 할 수도 없다. 공인의 말실수는 대중 매체를 통해서 급속도로 전달되면서 파장이 커진다. 전후좌우 상황을 다 떼어내고,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돼버린다.

 

 

공인일수록 자신이 하는 모든 말은 조심해야 한다. 일만 잘하면 되지, 말 한마디 가지고 사람을 매도해서야 되겠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의 인식은 냉정하다.

 

 

말투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내 인생을 바꾸는 삶의 무기다. 말투 때문에 주변에서 도움이 답지하기도 하고, 말투 때문에 모임에서 '아웃'되기도 한다. 비호감 말투 때문에 정 떨어지는 비호감 인물이 되면 그냥 자기 손해다. 그 사람, 좀 이상한데?’라고 느끼면 대부분 그렇게 느끼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상함'의 출발은 말투와 태도임을 명심해야 한다.

 

 

 

 

갑질은 터널 비전에서 생긴다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말을 더 밉게 하게 되는 건 왜 그럴까? 권력을 가질수록 '터널 비전'이 생긴다고 한다. 터널속으로 들어갔을 때 터널 안만 보이고 터널 밖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주변을 보지 못한 채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그런데, 권력의 속성 때문에 '터널 비전'은 자주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현재 한창 진핸 중인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면 바로 느껴진다.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가 그렇다.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의 뇌, 신경 심리학자인 이안 로버트슨은 "성공하면 사람이 변한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다. 권력은 매우 파워풀한 약물이다. 인간의 뇌에는 '보상 네트워크'라는 것이 있다. 뇌에서 좋은 느낌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권력을 잡게 되면 이 부분이 작동한다"라고 설명한다.

 

 

권력은 사람을 더 과감하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게 한다. 권력은 항우울제다. 하지만 지나친 권력은 코카인과 같은 작용을 한다. 중독이 된다.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너무 많은 도파민이 분출된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터널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게 하며, 인간을 자기애에 빠지게 하고, 오만하게 만든다. 갑질은 이 '터널 비전'에서 생긴다. 밍생과 경제는 뒷전이고, 주구장창 북한과의 대화와 평화경제만 거론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바로 대표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다.

 

 

 

 

말에도 DWT가 있다

조선업에는 'DWT'를 중시여긴다. 이는 배가 가라앉는 정도의 무게를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어, 100톤 짜리 배에는 100톤까지만 적재해야 한다. 이 무게를 초과하여 실게 되면 결국엔 '세월호 참사'같은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 즉 자리까지만 올라가야 한다. 스스로 자질이 부족함을 느끼고 장관후보자에서 내려와야 하는데도 끝가지 버틴다. '존버' 정신이 투철하면 대통령이 직권으로 임명을 강행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일인 것이다.    

 

자신의 주제를 아는 것, 자신의 DWT를 아는 것,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감투가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것, 쉬울 것 같지만 닥치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똑똑하던 사람들이 장관이니 뭐니 하는 감투만 쓰면 정경두 국방장관처럼 국민들 앞에서 거의 정신 나간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 감투에 눈이 가려 그저 자리 보전만을 위해 발버둥치니까 제대로 판단이 안 되는 것이다. 말에도 'DWT(배가 가라앉는 무게)'가 있다. 말로써 배가 뜨기도 하지만, 말로써 배가 가라앉기도 한다.

 

 

촌철살인 표현, 기사 제목에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사의 제목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돈 안들이고 찰진 말의 표현력을 연마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제부터라도 기사 제목을 유심히 보자. 제목 중엔 '촌철살인'의 매력적인 표현들이 많다. "날 물로 보지 마"(매일경제), "멸종위기 1급 한국인"(디지털타임스), "직구 하다 호구 될라"(경남신문) 등등. 시간 안 들이고 돈도 안 드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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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공부는 난생 처음입니다만 - 회계가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것이었다니!
김범석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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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많은 회계입문서가 있지만 수험생이 아닌 사회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평소에 회계를 직간접적으로 접해보았지만 회계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독자들의 입장에서 집필하고자 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일반적인 '회계원리'에서 이야기하는 회계처리 방식, 계산공식 등은 가능한 배제하려고 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회계에 관해 1도 모르는 사람들를 위한 회계입문서

 

서이 책의 저자 김범석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MBA를 이수했다. 2002년도에 한국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삼일회계법인 및 PWC컨설팅에서 십수 년 동안 외부감사, 그룹재무전략, 연결경영관리 및 리스크매니지먼트 등 CFO AGENDA 위주의 다양한 프로젝트성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재무 선진화를 위해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재무 이슈를 연구하고 있으며, 회계용어를 알기 쉽게 전파하기 위해 회계 기초부터 연결결산까지 다양한 주제를 [DBR], [월간조세] 및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다.

 

[DBR]과 [월간 조세] 및 브런치에 회계 칼럼을 연재하며 큰 인기를 모았던 저자의 칼럼들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20여 년 동안 회계감사와 컨설팅 등 다양한 회계관련 업무를 해온 저자가 '회계의 대중화'를 위해 집필한 회계 입문서이다. 그래서 회계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초보자들의 입장에서 회계처리 방식, 계산공식 등은 가능한 배제하고, 또한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전문용어도 가능한 배제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는 손익계산서를 쉽게 설명한다. 이는 1년 동안의 회사 또는 개인사업의 성과를 나타내는데,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손익계산서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부에서는 재무상태표를 다룬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사업 성과를 한 눈에 볼 수는 없을까? 또 벌어들인 돈이나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재무상태표는 어떻게 재산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요한 재무정보이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현금흐름과 재무지표를 소개한다.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를 이해했다면 회계 전문가로서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 1부 능선은 현금흐름을 이해하는 것인데, 현금흐름이 중요한 이유는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이란 먼 미래뿐만이 아니라 바로 앞의 미래도 관리해야 하는데 이럴 때 중요한 개념이 바로 현금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이익'이다

 

노후 생활을 위해 카페를 준비하는 태윤이는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대박집'을 꿈꾼다. 건너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사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태윤이네 카페에 와서 오늘의 매출과 수익을 자랑한다. 지난 달에 한사장으로부터 매출이 5천만 원이 넘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태윤이도 '괜히 카페를 시작했나' 하는 후회도 생겼다. 그러던 차에 10여 년이 넘게 한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장사장이 와서 "중요한 건 수익이 아니다"라는 조언을 해주며 "수익보다는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 장사를 잘하는 비결이라고 알려줬다.

 

수익? 이익? 아직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라서 그런지 태윤이에게는 장사장이 이야기한 용어들이 조금 낯설기만 하다. "수익보다는 이익에 집중하라"는 장사장의 조언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수익'과 '이익'은 다 똑같은 말 아닌가? 그것이 아니라면 회계에서는 수익과 이익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수익 - 비용 > 이익

수익 - 비용<  손실

 

 

발생주의


기본적으로 재무회계는 '발생주의'라는 원칙하에 거래를 기록한다. '발생주의'란 현금의 입, 출고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거래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거래를 기록하는 것이다. '발생주의'가 중요한 이유는 일정 기간 동안 발생한 손익을 적절히 인식해 경영성과를 합리적으로 측정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3개월치 헬스클럽 비용 15만 원을 선불로 지급했다면, 헬스클럽 비용을 언제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 좋을까?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지급한 달에 15만 원 전부를 비용으로 기록하기보다는 3개월 동안 매달 5만 원을 비용으로 기록하는 게 논리적일 것 같다. 이렇게 '헬스클럽 이용'이라는 실질적인 발생 거래에 맞추어 비용을 인식한다면 이는 발생주의를 따라 회계를 기록한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발생주의'와는 달리 현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점을 기준으로 거래를 기록할 수도 있는데, 이를 '현금주의'라고 한다. '현금주의' 회계현금이 들어올 때 해당 거래를 '수입(=수익)'으로 인식하고, 현금이 나갈 때 해당 거래를 '지출(=비용)'으로 인식하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보수주의

손익계산서에서는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의 예외로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비용을 미리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예외가 발생하는 이유는 보수주의라는 원칙 때문이다.

 

 

재무회계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정보이용자들은 긍정적인 신호보다 부정적인 신호에 더 민감하다. 예를 들면 기업에서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가 엄격하게 재무회계기준을 적용해보니 손실로 돌아섰다고 한다면 어떨까? 정보이용자들이 반대의 경우, 즉 손실이 발생했다고 이해했다가 실제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까?

 

 

따라서 재무회계에서는 이러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 일부 비용항목에 대해서는 미리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보수주의라고 한다. 재무회계에서 말하는 보수주의란 기업의 재무정보가 보다 건전하고 충실하게 작성되기 위해 수익 및 비용의 인식을 신중히 하고자 하는 원칙을 의미한다.

 

 

실현주의

재무회계에서는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기업의 경영성과를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건설공사 등은 사업의 특성상 계약기간이 1년이 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순히 실현주의를 적용시키면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비용만 발생하고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 사업으로 오해하기 쉽다. 만약 실현주의 관점으로 2019년과 2020년도의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면, 이 건설업체는 2019년도에는 수익이 없는 비용만 발생하게 되고, 2020년도에는 공사 수익을 한꺼번에 인식하기 때문에 공사업체의 2019년과 2020년의 손익은 완전히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대금을 지급하는 계약조건이 따로 존재하므로 태윤이가 이해하는 것처럼 '계약 기간을 기준으로 50%가 지난 시점에 공사업체가 5천만 원의 수익을 인식하는 게 맞지 않냐'는 태윤이의 생각도 틀린 것만은 아니다. 다만 건설공사와 같이 장기간 동안의 계약에 의해 매출이 발생하는 수주산업의 경우, 재무회계에서는 '(공사)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원가, 매출원가, 제조원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회계 용어 중 하나가 '원가'다. 경기가 어려울 때면 "요즘 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원가를 빼면) 팔아도 아무것도 안 남는다", "눈물을 머금고 원가 이하로 판매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또한 기업 내에서도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 "재고자산도 원가다", "원가를 잘 관리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미로 원가를 사용하곤 한다. 이렇게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원가이지만, 막상 "원가가 뭐냐?"는 질문에는 많은 사람이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원가라는 개념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원가라는 용어는 단순한 것 같지만, 회계에서는 다양한 의미로 활용된다. 제품을 판매할 때 매출에 대응되는 원가는 '매출원가'로 불리며,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발생하는 원가는 '제조원가'로 불린다. 또한 판매가격을 정할 때는 제조원가뿐만 아니라 건물임대료, 광고비 및 물류비 등 판매와 관련된 비용을 포함해야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원가를 '총원가'라고 한다.

 

 

어떻게 배부할까? 

태윤이는 첫 회사 입사동기들과 오랫만에 회식 자리를 가졌다.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모두 반갑기만 했다. 태윤이처럼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 회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 대학교수가 된 사람 등으로 신분이 변해 있었다. 회사 근처 삼겹살집에서 회식을 마무리하고 태윤이가 계산할 즈음, 서로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아우성치자, 한 친구가 "경기도 어려운데 이럴게 아니라 공평하게 나눠 내자"라고 제안했다. 이에 모두 동의하고 1/n로 나누어 냈다.  

 

그런데, 단순히 머릿수로 나누어 처리하는 게 공평한가? 먹고 마시는 양이 각각 다르고, 심지어 게 중엔 소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과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도 끼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회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회식비를 배부하는 게 합리적일까? 다행히 회계에서는 돈을 내야 하는 태윤이와 친구들에게 배부하는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기준은, 많이 먹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람이 돈을 더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나하나 세지 않는 이상, 각자가 정확하게 몇 점의 삼겹살을 먹고 몇 잔의 소주를 마셨는지를 아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 또는 평소에 식성이 많은 사람이 돈을 더 부담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더 많이 먹기 때문에 이런 기준을 '인과관계 기준'이라고 한다.

 

 

두 번째론 당시에 삼겹살과 소주를 무척 먹고 싶었던 사람이 돈을 더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누구보다도 만족도와 경제적 효용이 높았을 것이기에. 이런 기준을 '수혜기준 또는 수혜자 부담원칙'이라고 한다. 세 번째론 각자의 월급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거나 각자의 순자산에 비례해서 부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돈이라는 건 상대적인 가치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부담능력 기준'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공정성 혹은 공평성 기준'인데, 이는 공정성과 공평성이라는 고상한 목적에 한계가 있다.

 

 

제조간접비 


제조간접비실제 단위당 원가를 계산하거나 분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문이다.
태윤이가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원재료인 커피 원두 등의 직접비는 자주 변한다고는 하지만 판매량이나 생산량과 연동되기 때문에 쉽게 예측이나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원가에는 전기료, 수도료 등 제품 판매량보다는 에어컨 사용 등의 계절적 요인 등에 따라 변동되는 간접비도 존재하고, 매장임대료, 커피머신 등의 비용 등도 커피를 만들거나 판매하는 양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발생하는 고정비도 존재한다.

 

 

문제는 현대 사회로 오면서 과거에 비해 제조간접비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그 대부분의 성격이 간접비 또는 고정비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커피의 원재료인 원두 등 직접비이자 변동비인 경우에는 판매량과 상관없이 단위당 원가가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고정비의 경우에는 판매량에 따라 단위당 원가가 변동한다.

 

고정비는 특성상 생산 또는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단위당 고정비는 감소하지만, 생산 또는 판매량이 감소할수록 단위당 고정비는 증가한다. 다라서 실 생산량을 기준으로 고정비를 산출한다면 첫째, 공정비가 확정된 후에야 원가계산이 가능하고 둘째, 고정비 투자에 대응하는 예정 생산량과 실제 생산량이 다르고 내외부 환경에 다라 생산량이 변동되므로 단위당 제품원가는 크게 출렁인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리 발생금액을 예상해 정상적인 상황에서 예상하는 생산량 또는 정상조업도로 나누어 고정비를 배분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정상원가계산'이라고 한다. 그리고 '표준원가계산'이 있는데, 이는 현재 원가가 최선의 원가인지, 비능률적 요소가 포함되었는지 판별할 수 있다. 즉 사전에 바람직하고 능률적인 원가를 원가요소별로 정의해 원가를 계산한다.

 

 

감가상각비의 계산  


태윤이는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유명 삼계탕 집에 외식 나갔다가 구입한지 한 달도 채 안된 신발을 분실했다. 식당 주인은 피해보상금으로 5만원을 주었다. 하지만, 신발 구입가는 20만 원이 넘는다. 태윤이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회계적인 관점에서는 적절한 보상금액인지, 이런 경우 얼마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신발에 대한 보상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신발이라는 자산의 가치가 얼마인지를 측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신발은 어디에서나 쉽게 구입이 가능하므로 신발의 최초 가치, 즉 취득 가액이 구입가격이라는 사실에는 태윤이나 가게주인도 쉽게 동의할 수 있을 테지만, 신발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감소하기 때문에 구입할 당시의 신발 가격 그대로를 가게 주인에게 보상해달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경우에 이를 반영해 자산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데, 회계에서는 이를 '감가상각'이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자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효익과 자산을 구입하는데 들어간 비용을 일치시키는 과정, 즉 '수익비용대응'이 감가상각의 본질이다. 따라서 평소 태윤이가 신발을 구입한 후에 3년 동안 신고 다닌다고 한다면 신발의 비용인식기간, 즉 회계학 용어로 '내용연수'를 3년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감가상각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대표적으로 내용연수 동안 일정하게 감소하는 방식인 '정액법'과 초기에 자산의 가치가 많이 감소할 것을 예상해 초기에 감가상각을 많이 인식하는 '정률법'이 있다. 아무튼 태윤이는 식당 주인에게 20만원에 산 신발의 사용기간은 과거 경험상 3년이고, 시간에 비례해서 가치가 일정하게 감소하므로 1개월 치를 뺀 약 19만 5천 원이라고 요구했다.

 

회계실무에서도 기업에서 주장하는 내용연수와 감가상각법이 합리적임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기업에선 이런 이슈를 해결코자 첫째, 동종업종에서 사용하는 '내용연수'와 '감가상각법'을 그대로 준용하거나 둘째, 과거의 실제 경험치(과거 자산을 취득해 폐기된 기간을 평균화해서 내용연수를 산출)를 산출해서 적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감가상각은 회사, 회계사, 세무당국 간의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회계, 누구에게나 필요한 지식이다

 

책은 이밖에도 영업외손익, 외화환차손익, 외환차손익, 매출채권과 대손충담금, 적정재고자산의 관리법, 자본적 지출과 수익적 지출, 연구개발비, 미지급법인세와 이연법인세, 선수금과 선수수익, 충당부채, 자본의 구조, 흑자도산의 의미, 현금흐름표의 구조, 재무비율의 활용, 다양한 재무비율 등을 순차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젠 회계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모든 이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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