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알면 부의 미래가 보인다
장태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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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초보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는 친절한 금리책이다. 금리가 주식·채권·환율·부동산의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금리와 경제상황에 대한 역학관계의 설명을 넘어 코로나 이후의 초저금리 상황과 '마이너스 금리' 등 미래의 금리시장과 경제 상황을 전망하면서 이에 따른 투자를 제안한다. 



금리는 내일의 부를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의 저자 장태민은 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 공인재무분석사)이자 <한국금융신문〉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조흥은행(신한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서 주식·채권 펀드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또 <한국일보〉에서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기자를 거쳐 언론계에서 주로 경제와 금융 분야를 담당했다. 저서로는 <금리지식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살아남아야 돈을 번다>, <수철이가 몰랐던 영어>, <한국인이 잘 모르는 영어>, <언제까지 중1 영어나 할 거니?> 등을 집필했다.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장은 돈이 무엇인지, 통화의 종류 등 아주 기본적인 것에 대해 설명하고 2장은 금리의 개념 정리와 함께 금리의 단위 등을 알아본다. 3장은 금리의 구성 원리를, 4장은 금리를 통해 경제의 전망을 그려보며, 5장에서는 금리와 물가의 상관관계를 따져본다. 


이어서 6장에서는 금리와 투자의 관계를, 초저금리 시대에서 어떤 투자를 해야 할지를 설명하고, 7장에서는 금리와 부동산 가격을 다루면서 역대 정부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금리와 아울러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8장에서는 금리가 기업이나 은행 등 경제 주체들의 경제 활동 결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 개인의 투자활동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을 짚어준다. 

9장부터 11장까지는 '저금리 시대', '마이너스 금리의 시대'라고 불리는 초저금리 시대의 미래를 전망해보고 그에 따른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추가로 부록에는 코로나 이후의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을 덧붙였다. 저자는 금리가 경제의 모든 것과 맞닿아 있는 매듭임을 강조한다. 즉 금리를 안다는 것은 경제 전반을 이해하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의 폭등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자 단 3년 만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50% 넘게 폭등했다. 역대 정권 중 최대 상승치다. 다주택자들은 뜻하지 않은 횡재를 누렸지만 무주택자들은 '이번 생애' 서울 중산층의 꿈을 접어야 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현 시점에서 무주택자는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부자가 되긴 어렵다.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무주택자들은 점차 강화된 규제책으로 인해 갈수록 유주택자가 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에 다주택자들은 강력한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에 힘입어 선제적 투자로 한몫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금리의 움직임에 둔감했던 무주택자들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우리들 주변엔 늘 금리가 경제를 미리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신용카드는 돈이다(?)


소문난 맛집에서 근사한 외식을 하고 신용카드를 긁었다. 이제 식사대의 처리과정을 추적해보자. 우선 신용카드 회사가 식사대금을 대신 식당에 지급한다. 이후 카드 결제일에 외식비를 청구받고 우리들은 신용카드 회사에 입금한다. 이 시점에 비로소 내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즉 신용카드 그 자체는 돈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신용카드는 무엇일까? 나와 식당 간의 거래를 편리하게 이어주는 수단일 뿐이다. 또 요즘엔 전자화폐가 자주 거론된다. 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결론을 먼저 밝히면 이것도 돈이 아니다. 그저 명칭만 화폐일 뿐이다. 돈으로 불러도 좋을 듯하지만 이는 IC카드 등 전자적인 매체에 돈을 저장하는 수단인 것이다. 돈의 본질을 우리들은 이해해야 한다.

경제기사나 주식관련 정보에 자주 거론되는 '유동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자. 이는 '필요한 시기에 빠르게 현금으로 바뀔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따라서 유동성이 가장 높은 자산은 현금이다. 수시입출식 예금도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다. 한 기업이 '흑자도산'을 했다면 이는 장부상에는 이익이지만 현금이 없어서 망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유동성은 현금과 가까운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돈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돈의 의미와는 차별적이다. 예를들어, 친구들 간에 대화시 "나 요즘 유동성 사정이 안 좋아"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할 때 유동성은 돈을 의미하기도 하면서, '현금과 가까워질 수 있는 정도'까지 감안한 말로 이해하는 게 좋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돈이 없어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고 가정해보자. 왜 은행은 나에게 돈을 빌려줄까? 은행은 예금형태로 예금자로부터 돈을 빌려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형태로 돈을 빌려줌으로써 돈을 버는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출을 하지 않으면 예금자에게서 받은 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은 다른 누군가가 맡긴 예금에 대해 2 %로 돈을 빌렸으니 나에게 대출을 해줄 때는 더 높은 금리를 받아야 돈을 벌 수 있다. 이처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바로 은행의 주수입원인 것이다. 예금자에게 2%로 빌려서 나에게 3%로 빌려주니 은행은 1%를 챙겨간다. 이 차이가 바로 예대마진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 따위는 없다. 내가 은행에서 100만원을 빌려서 1년 뒤 103만원을 갚으면 3만원의 이자를 낸 셈이다. 즉 3만원이 금리이며, 이자율은 3%가 된다.

그렇다면 대출은 누구에게나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에겐 신용등급이란 게 있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체도 마찬가지다. 신용상태가 매우 나쁘다면 아예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돈을 빌려줬다가 떼일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하 신용등급자라면 최고의 대출금리를 받고 빌려준다. 사채업자들의 고금리대출과 유사한 케이스다. 사채시장을 노크하는 사람은 신용상태가 불량이라는 사실을 사채업자는 미리 간파하고 있다. 


금리정책과 이에따른 영향들


실물경기가 뜨겁거나 차가울 때는 이를 조절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GDP 갭 플러스가 과도할 경우 기준금리를 올려 경기를 식히고, GDP갭 마이너스가 과도할 경우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에 활력을 주입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성장해야 나라 전체의 파이가 커진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금리정책) 그 자체는 한 나라의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겠지만, 나라의 경제가 유연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금리 조정 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프리드먼은 중앙은행이 '샤워실의 바보'처럼 즉흥적으로 움직이면서 경제와 금융시장 내 변동성만 키운다고 비난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변경하면 상당한 시간을 두고 경제와 물가에 영향을 준다. 미국 연준이 조절하는 초단기 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는 서서히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초단기 금리가 각종 시장금리,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 환율 등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경제를 움직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실경제에선 "경제학자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경제현상에 대한 판단은 경제학자들마다 제각각이며, 심지어 언제나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은 금리를 동결했는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 달러를 갖고 있으면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상승(원화 약세)한다. 결론적으로 환율은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며, 그 상대국보다 경제 상황이 좋거나 수출이 잘 되거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질 때 그 나라 통화는 강해질 수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나 안전자산선호 현상 강화, 남북 갈등 고조와 같은 지정학적 위기 때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돈을 빼서 달러를 마련한 뒤 떠나기 때문에 원화 약세(환율상승)가 연출된다. 또한 한국경제와 중국경제의 연관성이 높아져 있기 때문에 중국 위안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나타내면 원화도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강남의 아파트가 50억을 하든 100억을 하든 이젠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미 다른 세상이니까요. 그런데 서울의 모든 지역 아파트 가격이 폭등을 했어요." 


이는 경기도 구리시가 고향으로 서울에서 반전세로 살고있는 유미씨의 발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맞은 초저금리 시대의 갈 곳 없는 자금들이 다시금 아파트 투자로 몰렸던 것이다.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은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수도 있지만, 이렇게 집값 급등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금리 차이가 알려주는 신호

채권들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를 보면서 '경기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채권시장에선 흔히 '장단기 스프레드'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차이로 이해한다. 상황에 따라서 콜 금리(CD91일물 금리)와 3년 만기 국채의 금리 차이를 장단기 스프레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무튼 금리차가 확대되면(장단기 스프레드 확대라고 한다) 경기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미래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이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이러면 장기 금리가 더 오르게 되는 것이다. 


금리 추가인하가 곤란할 때

양적완화는 기준금리 수준이 너무 낮아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어렵고, 인하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때 중앙은행이 나서서 직접 채권을 사는 것을 말한다. 중앙은행은 시중의 채권을 사면서 유동성을 공급한다. 즉 연준이 미국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과 같은 채권들을 사면서 시중에 돈을 공급하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 소위 경제 선진국들은 모두 양적완화를 단행한 바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돈을 공급하면서 자국의 화폐가치를 낮춰 수출 경기 부양까지 노렸다. 이를 두고 시중에선 '통화전쟁' 혹은 '환율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네 이웃을 거지로 만들어야 내가 살 수 있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경제는 어려운데, 주가는 급등했다. 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금년 3월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실물경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찾아온 펜데믹이 더욱 경제 상황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후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른 주가 회복이 이루어졌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햇고 이 돈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유동성 장세'라고 한다. 이렇게 초저금리는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부자들이 금리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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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주식투자할 때 이것만은 꼭 기억하렴 - 우리 시대 투자에 처음 나서는 청춘들을 위한 엄마의 응원 메시지
권성희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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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운동 이후 20대의 청년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됐다. 왜 하필이면 주식일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주식은 적은 돈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경제적으로 불운한 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경제 수업인 셈이다. 돈을 모으고 불리는 데 필요한 조언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엄마의 주식투자 경험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책은 돈 모으는 재미를 터득할 수 있는 방법과 그 노하우, 단기적ㆍ장기적 시각에서 돈을 운용하는 법, 기초적인 투자 지식 그리고 세계적인 투자자들의 투자원칙과 투자관을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울 수 있도록 독려하며 그 방법을 제시한다.

책의 저자 권성희는 〈머니투데이〉 콘텐츠총괄부국장으로 '줄리아 투자노트'라는 칼럼을 통해 투자와 부자들의 습관 등에 대해 쓰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줄곧 기자로 일했는데 국제부와 증권부, 금융부에서 주로 기사를 쓰며 투자에 대해 많은 것을 듣고 배웠다. 특히, 뉴욕 특파원으로 활동한 것이 투자 지식을 쌓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어릴 때 돈이나 투자에 대해 배운 경험이 없었기에 투자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돌아보니 '아, 이렇게 했으면 투자에 성공했을 텐데'라는 깨달음이 생긴다. 이 책이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엄마, 돈 관리는 어떻게 해?)에서는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 돈 관리하는 법, 즉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한 적금 가입과 똑똑한 소비 방법 등을 설명한다. 2장(엄마, 주식 투자하게 돈 좀 줘)에서는 본격적인 투자 이야기로 들어간다. 주식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물론, 주식투자의 아주 기초적이지만 중요한 지식을 전하고 있다. 재무제표 보는 법, 차트 분석방법, 증권사 고르는 법 등이다.


3장(엄마, 무슨 주식을 살까?)에서는 좋은 주식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는 법을 가르친다. 가치주와 성장주를 판단하는 법, 좋은 기업을 알아보는 법,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산 후의 투자법을 다룬다. 4장(엄마, 이럴 땐 팔아, 더 사?)에서는 주식투자를 하며 여러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담고 있다. 언제 더 주식을 사야 할지, 언제 꼭 팔아야 할지 등의 시점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5장(엄마, 주식 팔아 돈 쓰고 싶어)에서는 돈을 대하는 태도를 다루고 있다. 젊은 투자자들에게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끌고 오는 법을 깨닫게 해주며, 부자의 진짜 의미와 그들의 정체에 대해 저자가 기자 생활을 하며 관찰하고 느낀 점도 알려준다. 또 일상을 파괴하지 않는 건강한 주식투자를 당부한다.


 


소득의 최소 30%는 저축하라


돈이란 건 쓰려고 들자면 아무리 많이 벌어도 부족하다. 이 세상에 돈으로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평생 벌기에도 힘든 수십억원 로또를 맞았다가 얼마 못가 빈털터리가 되는 사람들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돈을 남겨서 모아야 미래를 위해 뭐라도 할 수 있다. 집을 살 수 있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고, 모은 돈으로 투자해 더 큰 돈을 모을 수도 있다. 돈이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 바로 종잣돈이다. 


그럼 얼마를 저축해야 할까? 소득의 최소 30%는 저축을 해야 한다. 사회에 나가 최저임금을 받는다 해도 월 200만원은 번다. 그 중에 60만~70만원은 저축해야 한다는 말이다. 홀로 독립해서 사회생활을 한다면 최소한 부담해야 할 식비나 집세 등의 명목으로 지출이 불가피한 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반드시 저축해야만 최소한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법이다. 반면, 부모님 집에 얹혀 산다면 집세나 식비 등의 부담 없이 용돈만 쓰게되므로 매월 150만 원 정도는 저축할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영원히 '캥거루족'은 될 수 없지 않겠는가.


"현금은 쓰레기다Cash is trash"

- 레이 달리오/유명 헤지펀드


이는 현금의 실질가치는 물가상승률 때문에 계속 떨어진다는 점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물가가 오르면 돈의 가치가 어떻게 될까? 그렇다. 당연히 떨어진다. 예를 들어, 지금은 자동차를 2천만원이면 샀는데 내년엔 2,100만원을 줘야 한다면 돈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현금이 안전할까? 아니다. 착각일 뿐이다.


그렇다면 저축이 필요없다는 얘기일까? 비록 초저금리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저축을 해야 지출을 억제할 수 있기에 돈이 모인다. 초기 종잣돈의 마련을 위해선 매월 약간의 돈을 불입하는 적금을 추천하고 싶다. 이때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금리이다. 좋은 은행, 나쁜 은행을 굳이 따지지 말라. 보통은 저축은행이 일반 시중은행보다 높으므로 저축은행에 불입하는 게 유리하다. 인터넷에 검색해서 제일 높은 금리를 주는 것에 가입하라. 그런데, 아파트 관리비 결제용 이체계좌, 평균잔고 유지 등 조건 등을 내세워 금리를 조금 더 얹어주는 상품은 피하는 게 좋다. 몇 푼 되지 않는 이자 때문에 복잡하게 살 필요는 없다. 


살다보면 갑자기 큰돈을 지출해야 될 일이 생긴다. 부모님의 병원의료비나 자동차 접촉사고 합의금 등처럼 말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우리들은 적금 통장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이때 적금을 해약하면 당초 약정했던 이자를 다 못 받는 일이 생긴다. 이런 일이 여러 번 일어나면 나쁜 습관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중도 해약 버릇이 부자되는 길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므로 초기에 가입하는 적금의 만기는 되도록 짧은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3개월 짜리 만기가 바람직하다.


이젠 효율적으로 저축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월급이 급여통장에 입금되면 즉시 청약저축, 정기적금, 증권 계좌, 연금 계좌 등에 자동적으로 이체되도록 만들어 놓자. 자동이체는 금융기관 모바일 앱에서 쉽게 설정할 수 있다. 이런 저축이 10년, 20년 장기간 지속된다면 점점 더 큰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주식투자가 워런 버핏도 "최상의 재테크는 바로 절약과 저축이다"라고 말했다. 


도박심리로 주식 투자에 나서지 마라 


특정 종목의 주식매수 후, 이익 발생시에 차익을 챙겨 빠져나가면 된다는 식으로 주식투자에 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투자행위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갬블링에 참여하는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즉 이런 생각이라면 차라리 정선 카지노에 가서 잠간 즐기는 게 오히려 나을 것이다. 


도박이라서 돈을 잃을 확률이 벌 확률보다 훨씬 높다는 일반적인 선입견이 있다. 이처럼 도박은 돈을 잃을 확률이 크지만 반면에 주식은 잘 알고 하면 100%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옳은 생각일까? 아니다. 이는 단순한 꿈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꿈에 빠져서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물린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게 팩트다. 즉 원금 손실이 나서 주식을 팔지도 못하고 본전이 되기만 기다리는 상태가 바로 '물렸다'는 것이다. 


물론 운이 좋은 사람은 단기간에 차익을 거두고 주식시장에서 휘파람 불며 빠져나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이 사람은 투자에 성공한 것일까? 절대 아니다. 오히려 불행이다. 우리들이 지인들과 심심풀이로 고스톱을 쳤을 때를 연상해보라. 고스톱에서 용돈 벌이를 해본 사람은 다른 고스톱 판에도 쉽게 참여한다. 왜 그럴까? 자신은 돈을 딸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에서의 도박이 성공하면 반드시 다시 주식에 같은 도박심리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심지어 판돈을 더 키워서 말이다. 이것이 '패가망신'의 길인 것이다. 


주식시장은 장기 투자를 위한 장소야. 빨리 차익을 챙기려는 도박꾼 심리를 갖고 있으면 아예 주식 투자를 시작하지도 마.


나무냐, 숲이냐?

다같이 주식투자를 했는데, 누구는 돈을 벌고 또 다른 이는 손해를 본다. 여기서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 중 하나로, 당시의 나라 경제 환경이 어떠했는지를 들 수 있다. 즉 시장 여건이 좋을 때는 대세 상승기에 놓여 있어서 대부분 주가가 상승하므로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에 저성장에 처하거나 기업의 경영 환경이 매우 열악할 경우엔 좀처럼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에 나설 때 고려해야 하는 환경을 '숲'으로 투자종목을 '나무'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다. 바로 투명성과 성장성이다. '투명성'은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게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느냐는 것이다. '성장성'은 그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느냐는 거다. 경제성장률은 국내총생산GDP으로 판단하는데 GDP 성장률은 좋았다 나빴다 변동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추세다. 즉 성장하는 추세인가, 위축되는 추세인가를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성장률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성장률을 보고 투자한다면 GDP 규모가 작아서 GDP가 조금만 늘어도 성장률이 높게 나타나는 개발도상국만 투자해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 GDP 규모를 갖춘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성장 추세를 보이는 국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투명성과 성장성을 보고 투자할 국가를 선택했다면 이후 단기적인 경기 변동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건 금해야 한다.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를 산책 나간 주인과 개에 비유하면서 주인이 '경기'라면 개는 '주가'라고 설명했다. 개는 주인보다 앞서 달리기도 하다가 다시 되돌아 주인에게로 달려오고, 어떨 때는 주인보다 한참 뒤쳐저 다른 일에 팔려 있다가 멀어진 주인에게로 급히 달려오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코스톨라니가 말하는 '장기적으로 경기와 주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단기적으론 둘이 전혀 상관없이 움직일 때도 많다'는 교훈이다. 


가치주냐, 성장주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문제는 지금 주식투자 공부를 시작하는 아내의 질문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으로 인해 크게 주목을 받은 가치주는 '기업가치가 현재 주가보다 낮은 주식'을 가르키는 말이다. 즉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인 PER이 낮거나 보유자산 대비 주가 수준의 척도를 보여주는 PBR이 낮은 기업을 말한다. 


여기엔 함정이 있다. 저PER주, 저PBR주라고 다 가치주가 아니란 사실이다. 가치주 투자란 기본적으로 향후 주가가 기업가치 수준으로 상승한다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좋은 회사의 주식'이어야 한다. 사실 회사의 사업성이 좋지 않아 하향길에 접어든 경우에도 PER이나 PBR이 낮다. 그렇다면 이런 부류의 회사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주식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주식 투자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욱하는 감정이다. 감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애초부터 주식에 관심을 끊는 것이 현명하다. 사실 주식 투자는 감정 게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투자 전문가들을 만나보고 투자 서적과 각종 보고서를 읽으며 살펴보면 주식 투자의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있다. 그중 두 가지가 감정에 관한 것일 정도다. 


주식 투자에 성공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좋은 기업을 고르는 머리, 

그 기업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배짱, 

좋은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 최대의 수익률을 올릴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


멘탈이 강하다고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대개는 위험한 착각이다. 투자한 주식이 손해가 났을 때 아무리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도 불안해진다. 다 딸아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엄습해온다. 정말 좋은 기업인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한 달, 두 달 계속 하락하면 이걸 참아내기는 정말 힘들다. 그나마 적은 돈이라면 본전 생각이 간절해서 없는 셈 치고 인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식 투자의 어려움이 바로 이런 것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의 방향성을 결정해 투자할 수밖에 없는 거다. 결국 기업의 내재가치는 그럴 듯한 허울이고, 투자란 자기 확신을 믿고 하는 행위이다. 예를 들어 2015년 7월 2일에 아모레퍼시픽을 매수하기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액도, 이익도 두 자리수씩 늘어나는 화장품 1등기업이었는데, 주가는 2015년 7월 2일에 45만 5,500원으로 최고가를 찍고 횡보하다가 하락하기 시작한다. 2015년은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많이 사면서 화장품업체들의 실적이 급증하던 때로, 화장품주식은 폭등했는데 아모레퍼시픽이 단연 대장주였다. 실적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 PER은 52배까지 치솟았다. 이후 추락하는 추세를 보고 과감하게 '손절매'를 한 사람은 결과적으로 투자에 성공한 케이스다. 참고로 최근의 주가는 16만원 중반 정도이다. 이제 심리게임임을 인정하겠는가?



주식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앞서 내비친 것처럼 주식투자에 전혀 무관심했던 아내가 얼마전부터 주식공부를 시작했다. 이에 도움이 될 기본서적을 준비해 주었다. '제로 금리'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으니 비록 전업주부일지라도 당연히 투자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인들과 카페에서 만나 수다 떨다가도 주식 얘기가 불현듯 나온다는 얘기였다. 이 책은 주식투자 전문가인 엄마가 아들에게 주식투자할 때 명심해야 할 것들을 싣고 있다. 유익한 내용들이 많아서 아내에게도 권하기로 했다. 주식투자 초보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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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4 - 난세의 인걸들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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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희재의 손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어 탄생하는 사마천의 사기 시리즈가 벌써 4권 째이다. 고대 중국 3000년의 역사를 다룬 사마천의 [사기]는 기원전 108년에서부터 기원전 91년까지에 씌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 130편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데, 이는 기전체로 작성됨으로써 중국 정사의 효시이기도 한다. 양뿐만이 아니라 질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심리묘사는 가히 심리학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라서 후대에까지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다.


《사기》는 낱낱의 사건과 개개인의 드라마를 마치 유능한 극작가가 짜고 얽어서 흥미롭게 구성한 서사극 같았다. 인간사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미시사이면서 고대 중국 3,000년의 거대 역사였다. (…) 나는 저마다 인물들의 매력에 취해 한참을 몰입하는가 하면, 해를 거듭하는 동안 건강의 한계와도 싸웠다. 때로 궁형을 당한 채 죽간을 채워 나갔던 사마천을 떠올렸다. 사마천의 고역에 천분의 일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가 그린 인물들을 끌어내 오늘의 세상과 대면하게 하는 현재형 《사기》를 그리는 일에 내 60대를 쏟아부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전국시대 후기를 그리고 있다. '원교근공'이라는 계책을 마련한 범저와 백전백승의 장군 백기를 앞세운 진나라는 장평에서만 40만 포로를 학살, 중원 전체를 공포에 휩싸이게 한다. 백천간두의 6개국(초·연·제·조·위·한)은 나라의 걸출한 인재들을 모아 제 살길을 도모한다. 계명구도 맹상군부터 거세개탁 굴원, 완벽귀조 인상여, 모수자천 평원군까지 소위 난세의 인걸로 불리는 이들의 혈투가 전개된다.




화씨벽
계명구도(맹상군)
굴원
문경지교(염파, 인상여)
범저(뒷간의 굴욕)
평원군(모수)

책은 '화씨벽'으로 문을 연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초나라의 화씨는 산에서 커다란 옥돌을 습득해 당시 국왕인 여왕에게 이를 바쳤다. 하지만, 이 옥돌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국왕은 화씨를 거짓말쟁이로 잘못 판단해 그의 한쪽 발을 자르는 형벌을 내렸다. 화씨로선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이후 새로운 왕 무왕이 등극하자 또다시 화씨는 옥돌을 무왕에게 바쳤다.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무왕 또한 이 돌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화씨에게 죄를 물어 다른 한쪽 발을 잘라버렸다. 이처럼 불행한 인물이 세상에 있을까? 동정심이 일기도 하지만 왜 자꾸 옥돌을 바치려고 시도했는지 한편으론 오히려 그의 어리석음으로 보는 듯하다.

50년의 세월이 흘러 문왕이 즉위했다. 화씨는 옥돌을 갖고서 불편한 몸을 이끌로 초산에 올라 사흘 밤낮을 대성통곡했다. 이 사실이 입에서 입으로 세인들에게 전해졌다. 그러자 소문을 들은 왕은 신하에게 그 연유를 알아보라 지시했다. 대성통곡의 주인공인 화씨는 '옥이 옥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한낱 돌덩어리로 취급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그랬다'고 이유를 밝혔다.

사연을 접한 왕은 나라의 최고 옥장인에게 화씨의 옥돌을 검증할 것을 명령했다. 마침내 화씨의 옥은 불세출의 명품으로 태어난다. 옥돌 원석은 장인의 연마 끝에 세상의 귀한 보물로서의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은 셈이다. 왕은 화씨의 진정성을 알아본 후 그에게 후한 상을 내리고 그 공을 치하해서 '화씨벽'이라 명명했다. 여기서 우리들은 사물이든 사람이든 그 가치를 알아본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교훈으로 얻게 된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에게 목숨까지 바친다고 하지 않는가.




이어서 제나라의 맹상군 스토리가 펼쳐진다. 제나라는 당시 진나라와 양강 구도를 만들었으나 서서히 힘의 추가 진나라로 기울 때 제나라 설땅의 맹상군은 식객을 극진히 대접함으로써 전국의 많은 인재들을 불러모을 수 있었다. '계명구도'란 닭울음 소리를 잘내는 흉내내기의 달인과 도적질의 달인을 지칭하는 말인데, 남들 보기엔 하찮은 이런 사람을 맹상군은 식객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결정적인 위기 순간에 이 식객 때문에 진나라를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

자세히 살펴보자. 사람 욕심이 많은 진나라의 소왕은 맹상군의 소문을 멀리서 듣고 그를 진나라로 초대했다. 제나라의 민왕은 흉폭한 소왕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서 맹상군을 진나라로 보낸다. 이에 현명한 맹상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러 식객들을 대동하고 제나라의 사신으로 진나라를 방문한다. 이때 소왕은 맹상군에게 진나라 재상직을 제안하자 진의 신하들은 이를 극구 만류하면서 왕의 체면도 있으니 이번 기회에 맹상군을 억류하자는 계책을 건의했다. 

한편, 억류된 맹상군은 은밀히 소왕의 애첩에게 접근해 구명운동을 펼친다. 애첩은 맹상군에게 구출조건으로 여우 가죽 외투인 호백구를 요청한다. 그런데, 이미 한벌 뿐인 호백구는 소왕에게 진상했기에 수중에 없어서 난감하던 차에 한 식객이 등장해서 자신이 그 일을 수행하겠다고 자임을 청했다. 그는 도적질의 달인이었다. 창고털이 전문답게 이 식객은 궁궐을 침입해 완벽하게 소임을 완수한다. 이를 받은 애첩은 약속대로 온갖 아양을 떨며 소왕에게 맹상군의 억류를 해제해달라고 건의, 이를 받아들인 소왕은 결국 명령을 내린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급히 맹상군 일행들은 발길을 제나라로 재촉했다. 마지막 관문 함곡관에 이르렀을 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소왕이 국경을 넘기 전에 체포하라는 명령을 급히 하달했다. 국경에 바로 인접한 함곡관은 첫닭이 울어야 비로소 성문을 열도록 되어 있다. 재차 위기에 빠진 맹상군 일행 앞에 또 다른 식객이 등장, 그는 멋지게 닭의 울음소리를 흉내냈다. 결국 성문이 열리고 무사히 제나라로 귀국할 수 있었다. 이후 귀국한 맹상군은 제나라의 재상직을 수행하면서 국력을 강하게 키웠다. 나중에 이를 우려한 진나라의 술책 때문에 맹상군의 모반을 염려한 제나라 왕이 맹상군을 재상직에서 파면시킨다. 이후 모반설은 헛소문이었음이 밝혀졌지만 맹상군은 병을 핑계로 재상직에서 자진사퇴한다.




강대국의 재상직에 위치한 맹상군의 식객은 3천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자의 식객 노릇을 해야 자신의 앞날에 도움된다고 생각하던 뭇식객들은 모두 마치 '닭 쫓던 개'같은 신세가 되자 모두 맹상군의 곁을 떠나버린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이 맹상군을 끝까지 따라나섰다. '풍환' 선생이다. 과거 그는 식객으로 있으면서 잦은 불평을 하던 자로 빈둥거리면서 놀기나 했던 인물이다. 이런 일화가 있다.

당시 거대한 식객단을 거느린 맹상군은 그 유지관리비용의 충당을 위해 자신의 돈을 풀어 이자 놀이를 했다. 그러나, 돈을 빌려가는 사람은 늘어도 갚는 사람은 커녕 이자조차 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금운용에 커다란 애로를 겪고 있었다. 특명을 받은 풍환은 설 땅에 도착해 차용자들로부터 이자 10만 전을 수금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는 지시받지도 않은 일을 벌이고 말았다. 수금한 돈을 풀어 술과 고기로 마을잔치를 벌였다. 심지어 이자를 못 낸 사람들까지도. 이 자리에서 그는 상환할 능력이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한 후, 입에 풀칠도 어려운 사람들에게서 차용증을 회수해서 모두 불에 태웠다. 그리고는 이 모든 일을 맹상군의 은덕으로 돌려 백성들로부터 칭송을 받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후 맹상군의 이름은 제나라 왕보다 더 높아졌다.

그런데, 풍환은 '끈 떨어진 연'의 신세가 된 맹상군을 위해 또 다시 멋진 활약을 펼친다. 수레를 건너받은 풍환은 진나라로 급히 달려가 맹상군의 현재 처지를 알려주며, 진나라의 재상직을 권한다. 흔쾌히 승낙을 한 진나라 왕은 수레 10대와 2천 냥의 황금을 준비해 사자를 설땅으로 보낸다. 그런데, 풍환은 사자보다 한발 먼저 제나라로 귀국해 진나라에서 보낸 사신이 맹상군을 영입하려고 조만간 설 땅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다시 맹상군을 먼저 재상직에 앉히라고 간언한다. 의심많은 제나라 왕은 진나라 사신의 행방을 확인해 본 후 실제 상황임을 알게되고 서둘러 맹상군을 재상직으로 불러들인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진나라 사신은 말을 돌려 진으로 귀국하고 만다.     


가치를 알아보자

이밖에도 초나라의 충신 굴원의 '거세개탁'과 멱라수 자살을 기념한 단오절 제정에 얽힌 일화, 조나라의 명장 염파 장군과 문신 인상여 재상 간의 갈등과 화해에 얽힌 '문경지교'의 고사, 조나라의 국보 화씨벽을 진나라로부터 완벽하게 구출하는데 성공한 인상여의 '완벽귀조'에 얽힌 일화 등이 연이어 소개된다. 이처럼 난세에는 인걸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인걸은 그 사람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했음을 보여준다. 현재 자유대한민국도 난세에 처해 있다. 이 위기를 구할 인걸이 조만간 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https://cafe.naver.com/booheong/197892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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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주식책
최정희.이슬기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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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은행 적금만 들어도 내 노후가 든든히 보장되었다면, 현 시대는  금리가 워낙 낮아 이젠 열심히 주식이라도 굴리지 않으면 암울한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식으로 돈 벌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이 책은 주식을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든든한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즉,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필수 지식을 엄선해 술술 풀어냈다.


주식투자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

책의 저자 최정희는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조세일보〉에서 세금, 회계 등의 분야를 취재하며 언론계에 입문, <이데일리〉에서 기획 재정부, 한국은행 등 거시경제를 비롯해 은행, 증권 등 금융 분야를 10년 넘게 취재하고 있다. 공저자 이슬기는 일본 와세다대학교 문화구상학부를 졸업, 2017년 〈이데일리〉에 기자로 입사했다. 현재 'E슬기로운 투자생활'이라는 기사를 연재 중이다. 이제는 뉴욕 증시의 동태를 확인하며 아침잠에서 깬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주린이라면 꼭 알아야 할 주식투자의 기초)에서는 꼭 알아야 할 주식투자의 기초를 들려준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는 다른 종목인지 등을 꼼꼼히 알려준다. 2장(저는 주식거래가 처음입니다)에서는 주식거래에 관한 기초지식을 알려준다. 주식을 거래하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3장(돈 되는 좋은 종목을 고르고 싶어요)에서는 돈 되는 좋은 종목을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1등 기업이라던 삼성전자는 왜 주가가 5만원밖에 안 하는지, 펀더멘털이 좋다는데 도대체 무슨 소린지, 외국인이 사는 종목을 사면 주가가 오른다고 하는데 왜 그런 건지 등 좋은 종목을 고르는 기준들을 알려준다. 4장(주식하기 좋은 날은 언제인가요?)에서는 주식투자의 타이밍에 대해 들려준다. 같은 시장에 똑같은 종목에 투자를 한다고 해도 투자하기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우리 주변엔 경제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이 있다. 기업의 실적, 선물옵션 만기 등도 시장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 


5장(차트가 언제 사고팔지를 알려준다고요?)에서는 주식차트를 보고 활용하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주식차트는 과거 주가가 어땠는지, 투자자들은 어떤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예측해주는 수단이 될 수 있으니 잘 활용하는 게 좋다. 6장(주식인 듯 주식이 아닌 주식 같은 상품들)에서는 주식시장에서 상장사의 종목만을 사고팔 수 있는 건 아니다. 한 종목에 투자하기 두렵다면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사는 방법도 있다. 주식시장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요즘 제일 핫한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준다.







주주가 된다는 의미


주식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증서다. 주식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면 상장주식이라고 한다. 상장주식은 증권사 계좌를 통해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다. 친구가 운영하는 치킨집 '더 치킨'이 상장된 회사라고 가정해보자. 친구는 창업자금 2억원 중 1억원만 투자해달라고 했다. 그 대가로 매달 치킨 한 마리를 주고 매년 이익의 10%를 돈으로 주겠다고 한다. 

이에 응하면 '더치킨'의 50% 지분을 가진 주주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매달 제공되는 치킨과 연 이익의 10%는 배당금이 된다. 물론 장사가 잘 안 되면 치킨이나 배당금은 못 받을 수도 있다. '더치킨'이 잘 돼야 주주인 내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치킨이 좀 더 바삭해야 한다, 아르바이트생이 왜 이렇게 많냐" 등 주주총회를 통해 '더치킨' 경영에 관여할 권리가 생긴다. 

시가총액의 의미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어떤 업종이 한 나라의 산업, 경제를 좌우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즉, 우리가 현재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알 수 있다. 2020년 8월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는 애플,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 3위는 아마존, 4위는 알파벳, 5위는 페이스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온라인 플랫폼 및 관련 기기 업체라는 점이다. 

'데이터'가 황금알인 4차 산업혁명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만큼 관련 업체의 시가총액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주가가 매일 변동하므로 시가총액 규모도 매번 바뀐다. 하지만 단기간에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10년, 20년 장기간에 걸쳐 살펴보면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회사들이 그 시대 그 나라의 경제를 좌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기 보유할 주식에 투자하라

가치주 투자자의 대표는 워런 버핏이다.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10분도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명언처럼, 우량한 기업을 싼 가격에 산 뒤 장기투자하는 게 그의 투자 방식이다. 하나의 예로 코카콜라가 있다. 코카콜라가 펩시콜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주가가 하락해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로 하락한 1988년, 버핏은 코카콜라 주식을 12억달러어치 사들인다. 사람들이 꾸준히 코카콜라를 마실 것이란 확신이 있었고, 지금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이후 버핏의 생각처럼 코카콜라는 점점 세계로 뻗어나갔고, 1990년대가 되자 코카콜라의 PER은 30배 이상으로 올랐다. 버핏은 현재도 코카콜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주식을 사려면 밤에 잠을 잘 수 없다(?)

밤잠이 많아 미국 장이 열리는 시간엔 도저히 깨어 있기가 힘든 투자자도 많을 것이다. 이런 투자자가 미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예약주문을 활용하는 것이다. 미리 환전만 해뒀다면, 예약주문을 걸어두고 자면 된다. 예약주문을 걸 때는 언제부터 매수할 것인지, 어떤 종목을 얼마에 몇 주 살 것인지를 지정해두면 된다. 

투자자가 예약주문을 걸 때는 증권사가 고객의 잔고 등을 체크하지 않고 일단 주문을 받아준다. 이렇게 건 예약주문은 현지 거래소가 개장한 뒤 5분 후부터 접수 순서에 따라 미국으로 전송되는데, 이때 고객의 돈이부족하면 거래가 거부된다. 예약주문이 걸렸다고 해서 거래가 무조건 된다는 것은 아니니 계좌에 돈이 충분한지 투자자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센티멘탈과 펀드멘탈

미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잘 나왔을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도 잘 나올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그래서 전날 밤 미국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올랐을 경우, 다음날 오전 한국 반도체 종목의 주가도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엔 '업종 내 센티멘털이 개선되었다'고 표현한다. 한편 주가를 짓눌렀던 악재가 해소되었을 경우에도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1단계 합의를 본 후 주가가 반등했을 때가 대표적 예다. 이는 시장 전체의 분위기가 좋아진 것이기에 '코스피 시장의 센티멘털이 개선되었다'고 바꿔 말할 수 있다. 다만 센티멘털은 어디까지나 '기분'의 문제이므로 기초체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다시 주가가 반락할 가능성도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초체력을 흔히 '펀드멘탈'이라고 표현한다.

안전자산에 투자하라

지금 당장 한국에 전쟁이 발발해 경제가 붕괴해버렸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는 더이상 가치가 없을 것이다. 만원짜리 지폐는 쌀 한 톨 못 사는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반면 이때 금 한 돈을 갖고 있다면? 이 금을 달러로 바꿔서 뭐라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금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또 화폐가치가 폭락해도 현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자산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오히려 강하고, 환금성도 좋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또 다른 안전자산으론 달러, 채권 등이 있다. 모두 거시경제가 어려울 때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자산들이다. 실제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재점화되었던 2019년 당시, 금값은 계속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금융시장이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금값은 사상 최고가를 계속해서 경신했다. 


대세 상승기와 대세 하락기


증시도 플렉스 시즌이 있다. 증시로 돈이 계속 들어오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소위 '대세 상승기'다. 대세 상승기는 어떻게 포착할까? 경기 지표가 안 좋다고 언론에서 계속 떠들어대는데도 금리는 낮고, 갈 곳 없는 돈은 언제든 쉽게 현금화가 가능한 증시로 들어온다. 대세 상승기의 초입이다. 반대로 대세 하락기를 예측하는 방법은 없을까? 언론에선 수출, 고용 등의 지표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며 경기 회복에 샴페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가는 하락한다면 약세장 진입 초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증시가 대세 상승기 또는 대세 하락기에 진입할 때 주변에 어떤 신호음들이 울리는지를 잘 파악만 해도 주식을 언제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기투자, 즉 단타가 답일까? 하지만 단타는 더 어렵다. 짧은 기간 내의 저점과 고점을 기가 막히게 맞춰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인데, 애널리스트뿐만 아니라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천재들도 하기 어려운 일인 탓이다. 당장 하루 뒤 주가를 맞출 수 있는 투자의 신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하루하루의 변동성을 맞추는 단타보다 길게 가져가는 장기투자가 승률이 높다고 추천하는 것이다. 또 단기투자의 경우 매매를 할 때마다 각종 수수료가 수익률을 깎아먹는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하루에 수십 번씩 매매를 하다보면 주식으로 얻은 수익률과 떼이는 수수료가 비슷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탓이다. 수익을 봤으면 다행이지 만약 손해라도 입었을 경우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코로나가 만든 세상, 언택트에 주목하라

'집콕' 생활의 가장 큰 활력소는 넷플릭스와 엔씨소프트, 닌텐도(일본) 등의 언택트 취미생활이었다. 여행을 다니거나 바깥 나들이를 가는 대신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이들 콘텐츠주가 수혜를 입었다. 게임주 중에서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더블유게임즈, 네오위즈, 컴투스 등이 수혜를 입었고, 외국에서도 블리자드(미국), EA(미국), 넥슨(일본) 등이 주목을 받았다. 


웹툰을 보는 사람도 증가하면서 웹툰 제작사 키다리스튜디오도 주가가 올랐다. 카카오 역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힘입어 핀테크 사업 등에서도 두각을 보이며 주가가 급상승했다. 이렇듯 온라인 생활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던 건 튼튼한 인터넷 환경 덕이었다. 인터넷 인프라 역시 언택트 시대의 수혜주로 꼽힌 이유다. 또한 5G장비.부품 업체 케이엠더블유는 향후 5G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를 받았다. 


주식투자에 왕도란 없다


이밖에도 책은 주식투자에 도움되는 유익한 조언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주식이 쉬워지고 재미있어지는 57가지의 방법을 담고 있어서다. 여기서 우리들은 한가지 분명한 깨달음을 얻는다. 공부가 부족하면 그만큼 투자 실패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최근의 투자 성적도 코로나 위기와 언택트라는 대세를 미리 간파하고 게임주, 인터넷주, 바이오주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사람들은 매우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초보자들이여,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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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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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술가도 매일 24시간을 쉼 없이 예술가로 있을 수는 없다.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시대를 가장 잘 드러내 보여주는 역사도 그와 같아서 결코 쉬지 않고 창조자 노릇을 하지는 못한다. 저 고귀한 순간들이 완성되어 모습을 나타내는 자리에서 역사는 다른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 자신이 시인으로, 극작가로 등장해 지배하는 순간에 감히 어떤 작가가 역사를 능가해 스스로 각색하려 들 수 있겠는가. - '머리말' 중에서


12명의 인물을 통한 유럽 역사 읽기


이 책의 저자 슈테판 츠바이크는 '최고의 전기작가', '심리소설의 대가' 등으로 불리며, 다채롭고 풍부하며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인간 심리에 대한 섬세하고 탁월한 분석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아왔다. 1998년 처음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첫해에만 20만 부 판매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두 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독자들을 만나왔다. 책의 진가는 수많은 독자들의 평가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전기와 역사를 이렇게 생동감이 넘치게 쓸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역사의 인물과 사건들이 지금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들은 역사를 통해 광기와 우연이 만들어낸 사건과 사고를 접한다. 먼저 광기가 만들어낸 역사적 사건을 살펴보자면 해수면보다도 낮은 지대에 위치한 네델란드에서는 마치 양파같은 일개 알뿌리에 지나지 않는 튤립 구근 1개의 가격이 인간의 끝없는 탐욕의 결과로 당시 집 한 채의 가격에 맞먹는 투기 광풍이 있었는데, 이 광기가 바로 '튤립 패닉'이다. 


그런가하면, 우연이 만들어낸 역사적인 사건도 있다.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던 3M의 기술자가 창고에 보관했던 실패한 개발품이 나중에 다른 개발자에 의해 붙였다 떼어냈다를 쉽게 할 수 있는 신비의 접착제임을 발견함으로써 지금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포스트잇'이라는 제품으로 탄생했다는 비화를 알고 있다.




로마제국 서기 395년에 두 나라로 갈린다. 당시의 황제 테오도시우스(347~395년)가 제국을 두 아들에게 나누어 물려주면서 동로마와 서로마로 역사를 달리하게 되었다. 서로마는 이탈리아반도와 지중해 남쪽의 북아프리카 일대를, 동로마는 터키를 중심으로 한 소아시아 지역을 지배하게 되는 변화가 발생했다.

원래의 로마제국이던 서로마는 이후 80여 년 뒤 게르만족(독일 민족)의 침입을 받아 멸망하고, 동로마는 콘스탄티노플(현재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을 수도로 하여 그 역사를 1,000년을 더 이어 갔다. 콘스탄티노플의 옛 이름을  비잔티움제국으로 불리기도 하는 동로마는 이집트에서부터 그리스, 소아시아를 아우르는 큰 나라를 형성하다가 1453년 터키족이 세운 오스만투르크제국에 의해 멸망한다.

한편, 서로마 이후의 이탈리아에는 로마인들과 외부인들이 혼재된 여러 왕국이 난립하다가 반도의 중, 북부 지역은 10세기 게르만족이 독일 땅에 세운 신성로마제국의 일부가 된다. 이어 13세기 이후부터는 베네치아, 밀라노, 제노아, 피렌체 등의 자치도시들이 성장하면서 신성로마제국은 1650년경 독일 지역으로 완전히 밀려난다.


마호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총 12편으로 구성된 이 책의 맨 처음은 '동로마 제국의 최후' 편이다. 이는 1453년 5월 29일, 마호메트 2세(1432~1481년)가 비잔티움을 정복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새로운 술탄 마호메트는 야심가였다. 1451년 2월 5일, 자신의 부친 사망 소식을 알리기 위해 소아시아에서 말을 타고 120마일을 쉬지 않고 달려서 보스포루스해협에 도착, 배를 갈아타고 유럽 쪽 해안의 갈리폴리에 이르러선 정예 부대를 이끌고 터키 북서쪽 그리스 국경 근처에 위치한 도시 아드리아노플로 향했다. 그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오스만 제국의 지배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공포 통치를 행한 인물이었다. 즉 왕위를 넘볼지도 모를 혈통 라이벌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자신의 어린 동생을 목욕탕에 익사시키도록 사주했을 정도였다. 이런 그가 새로운 술탄으로 승계되었다는 소식은 비잔티움 제국에 공포심을 초래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이 젊은 야심가가 비잔티움을 수중에 넣고자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소문이었기 때문이다. 


1453년 드디어 운명의 날이 왔다. 군사전략에 뛰어난 오스만투르크의 술탄 마호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이슬람제국의 새로운 중심지로 삼고자 7만 대군을 이끌고 콘스탄티노플로 쳐들어왔다. 헝가리 출신의 기술자 우르반이 만든 초대형 청동 대포는 총 길이 6.5km에 이르는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결국 콘스탄티노플은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도시 이름도 이스탄불로 바뀌었다.  


3층의 굳건한 테오도시우스 성벽


마호메트 2세는 동서 무역의 거점을 장악하자 향신료 가격을 대폭 올렸다. 유럽의 상인들은 이윤이 크게 줄어 동양으로 가는 새로운 무역로의 개척을 갈망했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고 30년 뒤, 포르투갈 탐험가 바르톨로뮤 디아스는 미지의 바다로 나아갔고, 드디어 직항로가 열려 지중해 무역시대는 종말을 맞았다. 콘스탄티노플이 멸망하자 수많은 학자와 예술가는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그들은 천년 동안 고이 간직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지식을 전해줬다. 이로부터 새로운 문화운동인 르네상스가 일어날 토대가 마련됐다. 


마호메트는 가히 천재였다. 아무 쓸모도 없는 바깥 바다에 있는 자신의 함대를 육상으로 운반해서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항만인 골든 혼 안에 옮긴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는 마치 어리석은 노친네가 산을 움직인다는 '우공이산'과 같은 개념이다. 산 너머로 수백 척의 배를 운반한다는, 숨이 멎을 정도로 대담한 이 생각은 너무나도 얼토당토않고 실현 불가능한 미션임파서블이었기에 비잔티움 사람들과 갈라타의 제노바 사람들로서는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누군가 '창조는 모방이다'라고 말했다. 이와같은 창조적인 전략은 마치 저 로마 사람들과 뒷날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한니발과 나폴레옹이 발빠르게 알프스산을 넘을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과 같았다. 온갖 지상의 체험으로 보자면 배는 오직 물에서만 돌아다니는 것일 뿐, 산을 넘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악마적 의지는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만든다는 점에그 진정한 특징이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전쟁의 법칙을 비웃고, 주어진 순간에 이미 알려진 방법이 아니라 독창적인 임기응변을 채택한다는 사실에서 군사적 천재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책은 기적적으로 부활해 불멸의 음악을 탄생시킨 헨델, 열아홉 소녀를 사랑하게 된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늙은 괴테, 비극적이고도 장엄하게 생을 마감한 남극 탐험가 로버트 스콧, 세계 역사를 향해 탄환처럼 날아가 큰 충격을 일으킨 레닌 등 장엄하고도 위대한 역사적 순간들이 눈앞에 생생히 되살아난다.

세계 역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이 모두 위대했던 것만은 아니다.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의 패배를 불러온 그루시의 잘못된 판단과 하룻밤만에 프랑스의 국가가 될 노래를 만들었지만 정작 노래의 주인이 되지 못한 루제처럼, 작가는 위대한 운명의 끈을 스스로 놓아버린 그 안타까운 순간들에도 주목하며 역사의 이면을 들추어냄으로써 12편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 탓이리라. 역사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6918)에 응하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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