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내딛는 용기
구리키 노부카즈 지음, 한혜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신장 162cm, 체중 60kg의 왜소한 체격에다 성인 남성의 평균 폐활량과 근력에도 못미치는 일본의 한 젊은이가 열악한 신체적 조건을 딛고서 등산을 시작한지 3년 만에 6대륙 최고봉 단독 등정에 성공했다. 그의 이름은 구리키 노부카즈, 1982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출생했다. 이후 히말라야 산맥의 8천미터 3개 봉을 무산소 등정하고, 일본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단독 등정에 올랐다가 7,950미터 지점에서 단념했다. 그러나, 현재 학교와 기업체에서 강연 활동을 펼치며 재도전을 준비 중이다.




구리키 노부카즈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두 살 연상의 이성 친구와 교제를 했다. 여자 친구의 취미는 등산과 스키였다. 이 여자 친구에게 어떤 남자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첫째로 차를 소유해야 하고, 둘째로 대학을 졸업해야 하며, 셋째로 공무원이면 좋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입시준비하여 1년 뒤 삿포로에 있는 공무원 양성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새 차를 막 뽑은 어느 날 그는 절교를 당했다.



"2년 동안 사귀긴 했어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어" (89 쪽)



그날 이후 그는 요괴인간처럼 방에 틀어박혔다. 아침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쉬지 않고 잠만 잤다. 이렇게 일주일 내리 잠만 잤다. 뭔가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그는 망가지고 말 것이다. 다른 대학의 친구를 찾아 갔다가 우연히 그의 눈에 '산악부'라고 적힌 허름한 나무 간판이 들어왔다. 얼마전 이별한 그녀는 왜 그리도 산을 좋아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입부 신청서에 이름과 연락처를 남겼다.



대학 3학년 봄, 그는 매킨리 등반을 준비중이었다. 북아메리카의 최고봉인 매킨리를 혼자 등정하겠다고 하니 주위에서 만류가 극심했다. 심지어 산악부 선배들에게 불려 나가 온갖 협박을 다 들었다. 하지만, 이를 포기한다면 어딘가에 취직하여 평생을 그리 살거란 생각이 들었고 결코 그리 되고 싶지 않았다.



"경험이 없어도 너무 없어. 절대 안돼. 죽을 거라고!" (22 쪽)



2004년 5월 21일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신문에는 에베레스트 등반 사고 기사가 크게 실려 완전히 장례식 분위기였다. 가게 앞에 늘어선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만세삼창을 외쳤고, 후배가 건네주는 정종을 단숨에 들이켰다. 마치 훈련소로 떠나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만류하고 아무도 찬성하지 않은 일을 그는 하려고 한다.



2004년 5월 28일



매킨리를 오를려면 제일 먼저 경비행기를 타고 광대한 카힐트나 빙하로 이동하여 베이스캠프를 차려야 한다. 날씨가 나빠 닷새째 전초기지인 타키트나 마을에 갇혀 있었다. 자금이 부족해 가장 싼 세스나를 빌렸다. 한 시간 정도 비행하여 베이스캠프에 착륙했다. 지체없이 바로 제1캠프(2,400미터)까지 올라갔다. 21시 무렵에 도착했다.



"매킨리의 신이여, 나는 당신을 만나러 여기에 왔습니다" (40 쪽)



2004년 5월 29일



낯선 백야 현상과 긴장감 때문에 잠을 못잤다. 매킨리는 환경에 대하여 매우 까다로워 개인 쓰레기는 물론 배설물까지 반드시 하산때 갖고 오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쓰레기 처리용 양동이를 배낭에 매달아 혼자서 짐을 옮겼다. 짐은 배낭에 25kg, 썰매에 45kg 총 65kg에 달했다. 고도 3,145미터에서 짐을 데포하고 다시 2,900미터까지 내려가 제2캠프를 차렸다. 텐트에서 잠을 청하는데 가슴이 저려온다. 고산병 증상이다.



2004년 5월 31일



고도 4,000미터에서부터 본격적인 고산병이 시작된다. 호흡이 가빠지고 속도가 떨어졌다. 두 걸음 걷고 쉬고 하기를 반복했다. 4,150미터 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고산병 증세가 심해 겨우 숨만 쉴 정도였다. 이럴 때는 고도를 낮추는 것이 최선이라, 서둘러 내려갔다. 17:30 경, 간신히 캠프에 도착하여 침낭 속으로 파고 들었다.



"대체 넌 아들이 죽으러 간다는데, 그렇게 순순히 보내겠다는 거냐!" (47~48 쪽)



해외 초행길에 혼자서 무산소통 등반을 계획하자 나뿐 아니라 아버지도 여기저기서 훈계를 들었다. 또한, 산악부 선배들이 단독 등반을 반대했던 이유는 매킨리가 세계 최대의 크레바스 지대이기 때문이다. 매킨리는 미국 알래스카 주 알래스카 산맥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6,194미터로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제일 높다. 세계의 유명 등산가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악명높은 산이다. 1979년 한국의 고상돈도 하산길에서 추락사했다. 매킨리는 거대한 빙하로 뒤덮혀 산 곳곳에 크레바스가 입을 벌리고 있으며 깊은 곳은 100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떨어지면 즉사이다. 홀로 등반하면 구조될 길이 없다.



2004년 6월 12일



고도에 적응했는지 머리가 아프지 않다. 식사를 마치고 공격 준비에 착수한다. 설탕을 듬뿍 넣은 따뜻한 홍차를 물통에 담았다. 데날리패스의 능선을 살펴보았다. 풍속이 20미터, 이 날씨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없다. 11시 무렵, 해발 6,194미터 정상을 향했다. 한 시간 반쯤 걸려 데날리패스 능선에 올라섰다. 한 걸음 한 걸음 마음의 공백을 메우듯 능선을 밟아갔다. 들리는 소리는 오로지 자신의 심장 소리 뿐. 17시 10분, 등반 16일째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나의 한계'라는 벽을 허물었다.



파일



"대부분의 성공은 장벽이나 실패를 뛰어넘을 때 나온다"

- 스콧 애덤스



2009년 4월, 그는 히말라야에 있는 세계 제7위 고봉 다울라기리(8,167미터)로 향했다. 해발 7,500미터 이상은 데스 존(죽음의 지대)이라 불린다. 산소량이 평지의 1/3 수준까지 떨어지므로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곳이 못된다. 당초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려 했지만 입산 허가를 받지 못해 다울라기리로 변경한 것이었다. 자신의 등반 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2009년 5월 15일부터 5월 18일까지의 산행일기는 무척 감동적이다. 5월 18일 새벽 1시 그는 어둠 속에서 설벽을 향해 나아가 14시 정각에 다울라기리 정상에 도착했다.







"여기는 구리키. 베이스캠프 들립니까, 베이스캠프 들립니까?

14시 정각에 다울라기리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128 쪽)



그는 2007년부터 매주 삿포로에서 도쿄를 왕복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광고기획사나 방송국 등으로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인터넷 생중계를 하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기획안을 만들어 후원 기업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자신이 기획하는 '모험의 공유'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스태프 인건비, 중계기기 사용료, 위성단말 통신비, 홍보비 등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기 이렇게 인터넷 중계를 하려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을 가로막는 '불가능'이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싶어서다.



초심자에게 적합한 초오유(8,201미터)를 등반하려는 기획안으로 도쿄에서 활동하다가 니혼TV의 유명 PD를 만났는데, 며칠 후 그에게 쌍방향 리얼 다큐멘터리를 만들자고 연락을 해왔다. 초오유 등반 영상을 '제2 니혼TV'에서 매일 업데이트하자는 제안이었다. <니트족 알피니스트, 그 첫 도전 히말라야>가 기획 타이틀이었다. 그런데, 그의 등반 영상을 본 니트족과 히키코모리들이 심지어 '죽어버려'처럼 비아냥거리는 댓글을 무수히 달았다. 그러나, 그가 악천후를 뚫고 정상에 도달하자 그동안 비난했던 많은 이들이 축하한다는 메세지를 보내왔다. 그는 이러한 모험을 공유함으로써 누군가에게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초모랑마, 에베레스트 정상>



2009년 9월 그는 에베레스트를 등정을 시도했다. 마지막 남은 50미터, 최종 목적지가 눈 앞에 들어왔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머리 위에 있어야 할 태양이 어느 새 어깨 밑으로 내려왔다. 이제 슬금슬금 아래로 저물어갔다. 베이스캠프에서 하산하라고 무선 연락이 왔다. 무리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거기서 되돌아 올 체력은 되지 않을 것이다. 16시 40분, 그는 하산을 결심했다. 에베레스트 등반 사고의 70퍼센트는 하산 중에 일어난다고 한다. 하물며 심야의 하산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는 서둘러 제2캠프로 돌아가야만 했다. 22시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는 실패한 것이다.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에베레스트 등정을 준비 중이다. '모험의 공유'라는 그의 도전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팀덥 -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데이비드 톰슨 지음, 이지선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잭은 37살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소어항공사에서 사업팀장을 맡고 있는 그의 하루는 다채롭다. 저가 항공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즈음 그는 소어사에 창립 멤버로 입사했다. 소어사는 여느 저가 항공사와는 달랐다. 이 회사는 '까다로운 사람들이 선택한 항공사'라는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내의 인테리어 디자인도 요일별로 바꾸거나 항공편마다 칵테일 바텐더가 동승하는 등 독특한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했다.

 



 

잭의 임무는 저비용으로 회사의 대외 이미지를 제고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경비절감 문제 때문에 그는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며 좌절감을 맛보곤 했다. 이뿐 아니라 탑승수속, 직원관리, 수하물 관리, 고객 서비스 등도 모두 그의 책임하에 있었다. 어느 날, 회사의 창립자인 스티브 킹 CEO는 전 직원들에게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지급했다. 스티브는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것이란 계산하에 직원들의 소통을 위한 조치였기에 정작 직원들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뭐야. 하루 24시간 내내 게다가 주말에도 회사 일에 신경을 쓰라는 건가?"(15 쪽)

 

문제가 생겼다. 잭은 퇴근후 동료들과 술자리에 어울리다가 블랙베리를 분실하고 만 것이다. 그는 인사팀 과장에게 이를 상의했지만 워낙 고가인 기기라 다시 사줄 수 는없고 퇴사자가 반납한 구형을 당분간 사용하라고 제안했다. 블랙베리가 없으면 업무수행에 차질이 생기므로 그는 이 제안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이 방금 전에 보낸 그 이메일 말이에요.

바로 그 이메일이 나를 깨운 거예요" (35 쪽)

 

어저께 상사인 워커가 향후 3년간 예산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이메일을 보내서 그는 흥분한 나머지 불편한 심정을 답신으로 발송했는데, 그 메일이 전송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블랙베리 화면의 오른쪽 맨 위에 있는 이모티콘이 그에게 말을 건 것이다. 자신은 알라딘의 '21세기 버전'이라며 그 메일은 굉장히 부정적이고, 감정적이고, 적절치 못한 내용이며 아울러 메일의 발송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훈계까지 했다.  

 

"왜 이사회에서 원래의 전략을 바꿨다고 생각하죠?" (44 쪽)

 

상사인 워커는 추가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서 이 계획을 실행하려고 동료들도 새 계획을 지지해주고 협조해 주기를 바라면서 이메일을 보냈을 거라면서 이모티콘은 잭에게 또 훈수를 두었다. 이런 훈계와 훈수들을 듣고 보니 그는 자신의 행동이 적절하지 못했음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 만약에 워커에게 이메일이 전송되었다면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그는 반성했다.

 

"앗, 미안! 네가 그 이메일을 보내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51 쪽)

 

얼마전 회사를 떠난 빌 맥도널드는 이 마법의 블랙베리 때문인지 평범하기 그지없던 그가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고 고속 승진을 하더니 몸값을 두 배 이상 올려 새로 생긴 항공사에 스카우트되어 업계의 유명인사가 되었던 것이다. 이제사 그 이유를 알만했다. 업무코치인 블랙베리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 탓이었다. 이젠 이 물건이 잭의 수중에 들어왔으니 그야말로 '광땡'을 잡은 격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소중한 것을 식당에 두고 오는 실수는 하지 말아지' (53 쪽)

 

사실 그는 감정 섞인 이메일을 발송할 때마다 자신의 경력에 해가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그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는 이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경력에 비해 승진이 늦은 것도 다 이런 이유가 작용했던 것이다. 그는 불만이 있을 때 그 상대방과 직접 대면하여 해결하는 유형이 결코 아니었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을 때 주로 메일을 이용했던 것이다.

 

이모티콘은 어저께 워커가 보낸 이메일 화면을 띄워 보였다. 형광색으로 밑줄이 그어진 부분이 시선에 들어왔다. 블랙베리는 잭이 읽어볼 시간을 배려했다. 워커는 이미 잭이 좋아하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새로운 예산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별로 달갑게 들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회사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해야겠죠'

(61 쪽)

 

그 동안 잭은 '일단 처리해버리기'식 사고방식 때문에 감정적이고 적절치 못한 이메일들을 발송하곤 했다. 한 발짝 물러서서 행동해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잭과 블랙베리는 학습을 지속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고 핵심 처방인 '잠깐 멈추기 - 한 걸음 물러나기 - 생각하기 - 행동하기'를 연습하여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상대와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자, 그러면 어디 한번 고쳐보자고!" (70 쪽)

 

마침내 상사인 워커와의 관계탄력성도 긍정적으로 회복되어 잭과 블랙베리는 환호성을 날렸다. 지급받은 신형 블랙베리를 분실할 때만해도 잭에겐 불행이었지만, 오히려 분실이 그에게 몰고온 행운은 그야말로 전화위복인 셈이었다.

 

"야호! 우리가 해냈어요" (130 쪽)

 

현대 사회는 이제 모바일의 시대로 급변하고 있다. 이는 소통의 혁명을 몰고 와 소통의 영역을 더욱 확대하는 현상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려면 소통에 대응하는 '자세 교정'이 분명 필요하다. 이 책이 바로 현대판 '지니'를 통하여 우리에게 이를 가르치고 있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내용만큼은 크기 때문에 세계적인 석학 다니엘 핑크도 찬사를 보냈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클 샌델의 정의사회의 조건 - 정의·도덕·생명윤리·자유주의·민주주의, 그의 모든 철학을 한 권으로 만나다
고바야시 마사야 지음, 홍성민.양혜윤 옮김, 김봉진 감수 / 황금물고기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으며 국내에 '정의 신드롬'을 몰고 왔다. 또한, 2010년 8월 국내에서 그의 강연회 행사도 있었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 "마이클 잭슨도 아닌데..."란 농담도 현장에서 흘러 나왔다고 한다. 비단 한국에만 이런 열풍이 상륙했던 것이 아니었나 보다. 일본에서도 그 열풍이 불었던 것이다.



‘샌델 신드롬’은 거셌다(동아일보에서 발췌)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57)가 20일 오후 7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정의’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은 4500여 석을 채울 만큼 성황을 이뤘다. 강연장 주변에는 인기가수의 공연장처럼 강연 2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주최 측은 당초 강연장을 1800석 규모의 다른 장소로 예정했지만 인터넷 신청을 받은 3일 하루에만 1000여 명이 몰리자 장소를 바꿨다.








그는 특유의 습관대로 양복 바지주머니에 한쪽 손을 집어넣은 채 계속 걸어 다니며 1시간 30분가량 강연을 이어갔다. 강연은 그가 질문을 던지고 청중이 답을 하면 다시 그 의미를 묻는 식으로 진행됐다. 청중은 대부분 대학생이었고 중간 중간 학부모와 함께 온 중고교생도 눈에 띄었다. 경기 파주시의 한 어학원에서는 중고교생 40여 명이 책을 읽고 단체로 참석했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등장하는 17세기 영국의 식인 사건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이 행위가 과연 옳은지를 물었다.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자기방어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하자 교수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도 좋은가”라고 되물었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열띤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그는 ‘정의를 왜 굳이 실천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강자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정의일 수는 없다”며 “우리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가장 힘이 센 사람의 의견대로 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렇지 않으면 힘이 옳다는 점만 남게 된다”고 답했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들을 정의, 도덕, 생명윤리, 자유주의, 민주주의, 그의 정치 철학 등으로 알기 쉽게 풀이하여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저자인 일본 지바대학 법경학부 고바야시 마사야 교수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에 학문적 해설을 더해 주고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왜 도덕인가> 등 국내의 출간 도서 외에도 미출간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 발표 논문의 주요내용까지 한 권에 담아낸 샌델 철학의 종합 안내서다.



저자는 전 세계를 정의의 열풍에 휩싸이게 한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를 각 장의 도입부에는 개론적인 설명을 한 후 저서의 내용을 개관하고, 마지막으로 저자의 보충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정치철학이나 공공철학의 범위 안에서 샌델의 저서에 흐르는 논리나 배경을 소개한다. 이 설명을 안내자 삼아 우리는 정치철학이나 공공철학의 세계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980년 27세에 마이클 샌델은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돼 20여 년간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강의로 손꼽힌다. 29살에 존 롤스의 '정의론'(1972년)을 비판했다. 하버드 강의 Justice를 바탕으로 쓴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이 책에선 '폭주하는 기관차와 철도위의 인부'를 예로 들어 우리가 과연 어떤 것을 선택하며, 이 선택은 정의인가? 라는 화두를 우리에게 던진다.



저자 고바야시 마사야 교수는 이 책에서 모두 다섯 강의를 통해 마이클 샌델의 저서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1강







<하버드 강의>와 <정의란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그 핵심을 정리했다.

폭주하는 열차 앞에 다섯 명의 사람이 있다. 옆 선로로 변경하면 한 명의 인부밖에 없다. 이대로 그냥 갈 것인가 아니면 방향을 바꿀 것이란 질문을 던진다. 보통은 다수가 죽는 것보다 소수가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는 공리주의와 비슷한 발상이다. 과연 공리주의가 옳은 것인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대변되는 공리주의란 '기쁨-고통=행복'을 최대화하는 것이 도덕의 최고 원리라고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1748~1832)이 주장했었다.



제2강



국내 미출간 도서인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년)에서 언급하고 있는 샌델 교수의 철학적인 내용을 쉽게 해설하고 있다. 이 책의 주제는 존 롤스의 <정의론>에 대한 비판이다. 존 롤스 같은 자유주의 정의론은 정의의 우위성 또는 선에 대한 우위성이라고 비판했다. 즉, 샌델은 좋은 삶을 영위하는 방법은 각자의 생각 차이로 그 형태가 다양하므로 선보다는 모든 사람이 합의할 수 있는 정의가 우위에 있다고 자신의 견해를 펼쳤다.



제3강



미국의 공공철학을 설명하고 있는 <민주정에 대한 불만 - 공공철학을 찾는 미국>(1996년)에 대한 해설이다. 샌델의 정치철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저서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와 쌍벽을 이룬다. 혹자는 분위기가 달라 샌델이 공동체주의를 버리고 공화주의 입장을 취했다고 평하지만, 이는 당치 않는 말이다. 공동체주의적 공화주의 입장에서 의견을 전개했기 때문에 어조가 바뀐 것일 뿐이다. 이 책은 미국의 정치경제나 헌법에 대하여 구체적인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제4강



유전공학에 의해 인간의 능력이 강화되는 것을 반대하는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2010년)를 다루고 있다. 유전공학의 오용에 반대한다는 점과 이에 대한 자신의 생명관 즉 신이 인간에게 준 천부생명관天賦生命觀을 명확히 밝혔다. 생명은 선물로서 주어진 천부적인 것이므로 유전공학을 이용해 이를 무리하게 개조하거나 강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제5강



공공철학은 다룬 <왜 도덕인가?>(2010년)에 대한 해설이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1부에서는 공화주의적 정치평론을 펴고 있고, 2부에선 자유지상주의와 자유주의에 비판적인 문화적.사회적 평론을 싣고 있으며, 3부에서는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논쟁의 전개를 정리했다. 전체적으로 공동체주의적 공화주의의 논리와 그 시각에서의 평론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대학에서의 교과과정에서 교양과정들이 축소내지는 폐지되고 있다고 한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깊이 있는 일반교양도 매우 중요하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대화형 강의는 수강생들이 주제에 대하여 편하게 고민하면서 쉽게 해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정의 신드롬'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인문학의 부흥으로 이어가기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 - 모방에서 창조를 이뤄낸 세상의 모든 사례들
김종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모방을 거치지 않은 새 것은 없다. 기존의 제품을 분해해서 파악한다면, 더 좋은 하이브리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모방은 창조로 가는 필수과정이다. 제품뿐만 아니라 시인 푸쉬킨도, 화가 피카소도 모두 모방의 천재였다. 고수는 남의 것을 베끼고, 하수는 자기의 것을 쥐어짠다. 그 결과, 고수는 창조하고 하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 책에 나오는 창조의 사례들은 정말 다양하다. 우리가 어떤 영역에서 일을 하든, 주부이든,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기업가이든, 예술가이든, 운동선수이든, 공무원이든, 정치인이든 간에 이와 같은 사례 하나 하나를 모방해서 우리의 현안에 연결시킨다면 또 다른 창조의 사례를 추가하는 창조자가 될 것이다.

 

모방이 창조다

 

3D 돌풍을 몰고온 영화 <아바타>는 모방과 창조의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기존의 영화 <늑대와 춤을>과 유사하다. 이울러, 주인공이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에 접속하는 장면은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킨다. 도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섬 라퓨타>와 <미래소년 코난>의 흔적도 곳곳에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는 <아바타>를 모방의 아류로 폄하하지 않는다. 3D 영화의 신기원을 창조했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러시아인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쉬킨은 러시아 곳곳에 그의 숨결을 남겼다. 그의 동상과 그의 이름을 딴 거리, 박물관, 학교들이 즐비하다. 심지어 러시아 술의 대명사 보드카에도 그의 이름이 붙어 있다. 그는 러시아 문학의 대표적인 브랜드이며 또한 러시아 국가 자체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창작의 천재라기보다 모방의 천재이다. 그의 서정시는 서유럽 낭만주의 시들을 토대로 했고, 서사시도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작품을 베낀 것처럼 보인다. 그는 남의 것을 조금씩 변형하고 보완해서 자기 것으로 창작했다. 가히 모방의 천재이다.

 

일본인 오모 씨는 우체국에서 우표 연결 종잇장에 구멍이 똟린 것을 보고 칼날에 자름선을 넣어 특허등록을 했다. 이후 이것이 카터칼로 만들어졌다. 그는 얇은 가공지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종이를 알맞는 크기로 잘라내는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칼날이 금새 무뎌지고 칼날에 자주 손을 다치는 경험을 했다. '칼날을 쉽게 자를 수는 없을까?'란 생각이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창조로 이어졌던 것이다. 문제를 만나면 기뻐하라. 문제는 창조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110년간 타자기 시장 1위를 지켰던 '스미스 코로나'는 1995년 파산신청을 했다. 이 회사는 타자기가 영원할 것으로 오판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물결을 만들든지, 아니면 새로움에 올라타야 한다. 제록스도 대형 복사기 시장을 지키려다 데스크톱 복사기 시장을 놓쳤고, IBM도 메인프레임 컴퓨터에 치중하다가 미니컴퓨터 시장에 후발로 진입했다. 변신은 무죄다. 아니다, 오히려 창조다.

 

창조는 쉽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엄청 어렵고, 쉽다고 생각하면 한 없이 쉬운 것이 창조다. 머리가 뛰어나야만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창조는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이다. 또한 이것은 쉽다. 더하든지, 빼든지, 섞든지 어떤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가 발생하면 창조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치약처럼 짜는 튜브형 고추장은 남제천농협의 유병기 고추장 공장장이 만들어냈다. 해외여행시 비행기를 타면 기내식 때 미니 튜브형 고추장을 만난다. 고추장 없이 해외로 여행가면 식사할 때 불편하다. 그러나, 이를 챙겨가기에도 여간 성가시지 않다. 그는 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셈이다. 이제 튜브형 고추장은 해외여행의 휴대품이 되었고, 덩달아 고추농가도 소득이 늘었다.

 

이미지 src


 

전라남도 함평군은 무관광, 무산업, 무소득의 고장이었다. 1998년 방송국 PD출신의 이석형 군수가 취임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이곳이 공장도 없는 청정지역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희귀나비로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함평 나비축제'를 기획했다. 나비공원과 생태학습장을 만들어 첫 축제를 개최하여 무려 19만 명이나 오더니 이후 꾸준히 늘어 2004년에는 300만 명으로 늘었다. 

 

1980년 한국에 괴외금지 조치가 내렸다. 일본 구몬수학 교재를 한국식으로 가공해 학생들에게 그룹과외를 하던 강영중(현, 대교회장)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과외방을 닫고 3개월을 고민하며 주변을 살펴보니 답이 나왔다.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자'였다. 무리한 로열티를 요구하는 구몬측과 이별하고 '눈높이'브랜드로 승부를 걸었다. 관찰은 경영이고 리더십이며, 창조이다.

 

변화 맞춤형 창조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러나, 그는 소원 3가지를 늘 머리맡에 적어두었다. '영화배우가 되겠다', 케네디 가문의 여성과 결혼하겠다', '2005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겠다'

그는 할리우드 액션배우가 되었고,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인 마리아 슈라이버와 결혼했고, 2003년 보궐선거를 통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었다. 

 

물이 나오는 우물이 있고, 안 나오는 우물이 있다. 돈이 만들어 지는 비즈니스가 있고 돈이 안 만들어지는 비즈니스도 있다. 너무 복잡하면 기회가 안 보인다. 머리가 단순하고 눈이 맑으면 상황이 파악되고 상대방이 제대로 보인다. 완전한 창조는 없다. 이는 창조주만의 영역이다. 작은 생각의 차이가 손에 잡히는 창조를 가능케 한다. 그저 일하지만 말고 생각하라.





기존의 것을 뒤집으면 승산이 있다. 비타민은 과립이나 알약의 형태였다. 이것을 액체로 만들어 마시는 비타민 C '비타 500'을 출시하면서 광동제약은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뒤집기 전략은 종종 꼴지를 선두로 만든다. 거북이는 토끼와 대결하되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서 대결해야 한다. 똑같이 맞불로 대결하지 말고 물로 뒤집어 승기를 잡았다.

 

기득권층은 시대를 고정시키려 하지만 시대는 늘 변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요즘 시대는 3가지 흐름에 의해 주도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타면 생존을 넘어 창조하는 삶을 살 수 있겠다. 개인화, 사회화, 녹색화의 추세를 어떻게 따라잡고 적용하며 장악할 것인가? 새로운 변화, 사회의 새로운 변화에 맞추고 적응하는 개체는 생존하고 번성할 것이다. 새로운 변화는 새로운 과제를 낳고 새로운 승자를 낳는다.

 

더 아름다운 창조

 

존 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시아 지역 마케팅 책임자였다. 1998년 여름 네팔을 여행하다가 네팔의 교육부 관리를 만났다. 이 중년 관리의 제안에 따라 그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이웃마을의 학교를 찾았다. 20명이 정원인 공간에 80명의 아이들이 우글거렸다. 그는 고액 연봉과 스톡옵션을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사직했다. 1999년, 가난한 나라의 빈곤 지역에 도서관을 짓는 비영리단체 '룸 투 리드(Room to Read)'를 창립했다. 이후 2008년까지 네팔,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라오스, 스리랑카, 남아공 등에 무려 7천 개의 도서관을 열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면 책을 읽히는 교육부터 시켜야한다.

수백만 명의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을 지어주자" (206 쪽)

 

1965년, 일본의 미라이공업이 4명의 직원으로 출범했을 때, 이미 마쓰시타전기 같은 대기업이 시장을 이미 장악하고 있었다. 미라이의 전략은 치밀하게 모방하고 조금만 다르게 바꾸자는 것이었다. 미라이공업은 색갈만 바꾸어 흰색 전깃줄을 시장에 내놓았고 곧 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다. 2010년 현재 79세인 야마다 아키오 창업주는 바보같은 사람이라도 채용한다. 늘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행복하고, 감동적인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한다. 야마다 회장의 경영 노하우는 간단하다.

 

"끝없이 생각하도록 감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리더십이다.

그러면 창조적인 제품이 나오게 되고 당연히 돈도 잘 벌게 된다" (249~250 쪽)

 



 

 

나폴레옹이 연전연승한 것은 그가 <전쟁사>를 열심히 탐독한 결과라고 한다. 그는 과거의 전쟁들을 연구해서 그 결과를 현재의 전쟁에 연결시킴으로써 승리를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창조성이란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시키는 것이라했다. 베끼다 보면 어떤 맥이 잡히고 거기에다 자신만의 색갈을 입히면 바로 이것이 창조가 되는 것이다. 모방은 창조의 필수과정이다.

 

모방하라. 모방하되 합법적으로, 윤리적으로 모방하라. (254 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극화 고령화 속의 한국, 제2의 일본 되나 NEAR 동아시아 시대 준비 보고서 2
NEAR재단 엮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은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에서 개발경제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외환위기에 빠졌듯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쟁체제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양극화.고령화라는 21세기적 현상에 직면해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총량극대화가 민생 각 부문에서 나타나는 구성의 모순을 시정해주지 못하고 있으며, 수출과 무역 확대가 수출 채산성의 악화로 국내 총소득의 감소를 가져옴으로써 생산구조와 고용구조가 불일치하는 구조적 문제를 키워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다시 총량극대화.수출드라이브.국력신장에 주력하는 정책 노선으로 복귀했다. 이에 따라 양극화.고령화의 시정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양극화.고령화의 문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현상이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내 일조일석에 그 답을 찾아 해소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정치권, 기업, 근로자 등 모든 국민이 이를 공유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양보와 배려를 통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사회정책의 틀을 바꿔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문제와 사회문제의 교호성交互性을 인정하고 각종 사회 현상을 바탕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양극화.고령화라는 21세기 현상을 20세기적 정책가가 19세기적 자유시장시장경제원리로 대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생각의 일단을 함께 한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1년여 동안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뇌한 결과를 압축하고 정리한 것이다. 재정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사회복지에 두고, 복지재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복지와 고용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사회안전망이 중요하다. 또한, 공적연금체제에 대한 손질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범구 NEAR재단 이사장 '동아시아 시대 준비 보고서' 출간]

 

양극화, 고령화 현상

 

양극화는 양극화 자체 문제보다 중산층 또는 중간소득계층의 붕괴현상 때문에 건전한 사회 발전의 버팀목이 흔들리게 되어 사회안정을 해치게 된다. 튼튼한 중산층의 육성이 양극화 해소의 지름길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산업구조. 기업구조. 고용구조. 소득구조의 변화를 통해 이룩할 수 있는 것이므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9년까지 기간 중 종합소득 상위 20%의 평균소득은 55.2% 증가한 반면, 최하위 20%의 평균소득은 5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종합소득의 비중이나 근로소득의 비중에 있어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원인이 자영업자의 급속한 도산이 이루어지고 두 차례의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부와 소득의 원천이 집중되는 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고령화문제가 제기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많은 다른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기에 고령화문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논의가 시작된지 10년 이상 경과했지만 이 문제에 접근하는 현재의 태도는 장기적 안목에서 본 지속 가능 경제발전과제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단기적으로 4대강 사업이나 동서고속전철사업보다도 그 중요성이 낮게 취급받고 있는 듯하다. 양극화와 고령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사회보장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첫째, 최우선 과제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둘째, 복지제도의 효율적인 운영과 복지전달체계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사회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넷째, 시장과 민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복지개혁

 

사회안전망 구축은 국가 간 경쟁에 나서는 국민에게 어떠한 위험이 닥치더라도 본인과 가족에 대해서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 동아시아 시대의 사회안전망 정책은  단순히 경쟁에서 살아야한다는 것보다는 동아시아 시대에서 참여하고 있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더불어 발전하도록 하는 공영의 기본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령화, 양극화 시대의 고용

 

고용을 함께 고려하는 성장.고용 복합전략이 구사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에 연계되지 않은 대학교육은 경쟁력이 없으며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므로 '교육-고용-복지'의 융합전략이 필요하다. 향후 5년간 녹색기술과 창의산업 분야에서 대대적인 창업붐과 함께 공공 부문의 적극적인 청년고용 촉진이 필요하다. 자영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이공계 청년들에게 '교육기부'를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 고학력 여성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양질의 보육서비스와 기혼여성 친화적 근무제도를 확산시키고, 근무제도를 유연화 시키자. 공무원과 공공 부문의 임금결정체계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임금을 줄이더라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직무형 임금체계로 개편하자. 노사관계도 고용친화적인 방향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재정개혁

 

저출산과 고령화가 다른 어떤 OECD 국가보다 늦게 시작되었으면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다. 먼저 재정에 관하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재정을 건전하고 생산성 있게 유지하려면 정부.국회.시민단체는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서로 보완해야 한다. 한편, 국회는 이유 없는 추경 편성을 억제하고, 재정 관련 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또한, 정부는 효율적인 재정 운영을 위해 공공기관과 조세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조세정책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참 운이 좋았다.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가 한참 늦게 시작됐고,

그동안 잘 관리한 국가재정 덕분에 외환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운도 여기까지다." (294 쪽)


 




 

 

재단법인 NEAR(North East Asia Research)는 동아시아 문제에 특화된 연구재단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과의 균형있고 조화로운 관계를 도모하여 한국의 지속 성장과 선진국화를 이룩하는 데 필요한 연구역량을 결집하기 위하여 2007년 1월에 설립되었다. 비록 짧지만 4년여에 걸쳐 격동하는 동아시아 시대를 겪으며 한국의 독자적인 생존 방안에 대하여 깊이 있게 연구해 왔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동아시아 시대의 준비'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에 입각한 미래전략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양극화와 고령화 현상은 한국 경제의 성장통이다.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이를 극복하는 합리적 대안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 책도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