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대한 꿈을 꿨다 - 소프트뱅크 공인 손정의 평전
이나리 지음 / 중앙M&B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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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봄, 저자는 미국 IT 산업의 본거지 실리콘벨리에 체류하고 있었다. 1년간 스탠퍼드대 동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 생활 중이었는데, 월셋집 거실 안락의자에서 밤을 셀 정도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무기력한 그녀를 확 깨운 이가 나타났다. 바로 손정의. 인터넷 동영상으로 소프트뱅크에 입사예정인 대학생를 위한 강연이었다.

 

모두 열심히 걷지요. 열심히들 살아요. 하지만 오르고 싶은 산을 정하지 않은 사람,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뜻을 세우지 못한 사람이 99퍼센트예요. 인생은 한 번뿐이잖아요. 소중히 여겨야죠. 뜻을 세우세요. 뜻을 높이!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녀의 일상도 변했다. 그해 여름 신문사로 복귀하여 벤처, 창업, 기업가 정신 탐구에 몰두했다. 2011년 6월 손정의의 서울 방한이 있었다. 데스크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손회장의 성공 스토리에 대한 독점 연재권을 따라는 것이었다.

 

2011년 9월 15일 중앙일보 1면, 3면, 4면에 걸쳐 첫 회가 나갔다. 독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24세, 창업 첫날 과일 상자에 올라 그는 달랑 2명의 직원 앞에서 거대한 꿈을 펼쳤다. 그러나, 이 꿈을 들은 직원은 모두 사표를 던졌다. 이후 2년간 시한부 선고 간 질환으로 투병하면서도 절망 대신 4천 권의 책을 읽었던 그는 결국 인터넷 열풍과 함께 세계 1위 부자까지 올랐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에 대지진이 발생하며 원자력 발전소가 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되자 그는 그 현장에 마스크조차 없이 뛰어들었다. 그는 일본 국민들을 위무하면서 '원전 없는 일본 건설'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그해에만 그는 복구비용으로 120억 엔(약 1700억원)을 쾌척했다. 그의 트위터 팔로어는 160만 명으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이 책은 저자가 신문지면에 담지 못했던 내용과 그래픽 등을 포함시켜 출간했다. 이제 인간 손정의의 꿈을 만나러 가자.

 

먼저 그의 가족사를 살펴보자. 그의 할머니는 14살에 일본으로 건너와 그 즈음에 당시 37살이던 그의 할아버지와 결혼했다. 그의 할아버지도 고향 대구를 18살에 떠나 일본으로 왔다. 매우 가난한 집이었다. 칠형제였던 그의 아버지도 중학생 때부터 생업에 나설 정도였다.

 

1957년 8월, 그는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 잡에서 탄생했다. 그곳은 규슈 사가현 한인 집성촌이었다. 그의 부모는 새벽부터 밤 늦도록 쉬지 않고 일했다. 4형제 중 둘째인 그는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할머니는 역 앞 식당에서 버린 음식을 얻어와 돼지를 길렀다. 그래도, 서너살이었던 그는 할머니의 리어카를 타는게 즐겁기만 했다.

 

그러나, 커서 학생이 되면서 그는 할머니를 멀리 했다. 재일동포라는 콤플렉스를 감추고 싶었던 것이다. 이 콤플렉스에서 벗어 나고자 그는 한 때 초등학교 교사가 꿈이었지만 재일동포는 교육 공무원이 될 수 없기에 이를 포기했다. 그는 성장하면서 꿈도 많이 꾸었다. 화가, 시인, 정치가, 사업가 등등. 가장 현실적인 사업가를 그는 최종 택했다.

 

집안은 제법 자리가 잡혀갔다. 갑자기 그으 아버지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면서 병원비 때문에 급격히 쇠락해갔다. 이 와중에도 그의 부모의 교육열은 대단했다. 더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규슈의 최대도시인 후쿠오카로 이사했다. 그는 중학생이 되었다.

 

16살 때 그는 역사소설의 주인공 사카모토 료마에 크게 매료되었다. 료마는 최하급 무사로 태어나 자신의 굳은 의지와 비전으로 일본 근대화를 이끈 개척자였다. 손정의는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료마의 탈번 같은 행동이었다. '탈번'이란 에도 시대 무사가 소속된 지역인 번을 떠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배신으로 간주되어 중벌은 물론 가족까지 그 해가 미쳤다.

 

"뜻을 높게!"

 - 16살 손정의의 좌우명 

 

그는 아버지가 쓰러지기 직전 여름, 미국으로 한 달간 영어연수를 다녀왔다. 그는 주위의 반대를 뿌리치고 입원중인 아버지를 두고 미국으로 유학가려고 학교까지 자퇴했다. 그가 입학한 고등학교는 명문이어서 학교에서도 휴학을 권했지만, 그는 스스로 배수의 진을 쳤다. 

 

유학길에 오르기 전 그는 할머니와 함께 대구를 찾아 자신의 뿌리를 확인했다. 1974년 초, 그는 미국으로 출발햇다. 홈스테이에 6개월 어학 연수후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세라몬테 고등학교에 10학년으로 편입했다. 그의 마음은 급했다. 매일 밤을 새며 공부하여 10학년 교과서를 모두 읽었다. 2주 만에 고교 3학년 과정을 모두 마치고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2년제 대학에 입학하여 전과목 A학점으로 마치고 1977년 여름 UC버클리대학교 경제학과 2학년으로 편입했다. 대학에서 그는 죽기살기로 공부했다. 19살에 50년 인생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영어가 안된다, 돈이 없다는 등의 자기위안은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신중히 계획하되 반드시 실행한다"

 

그는 과학잡지에 실린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보는 순간 큰 감동이 밀려와 이 길로 가겠다고 결심했다. 소프트뱅크의 창업이란 씨앗이 뿌려진 셈이었다. 그는 돈을 벌려고 노력하던 중, '다국어 번역기'를 개발하여 공대 교수를 채용했다. 1977년 특허를 받고 이듬 해 시제품을 완성했다. 벤처 회사도 설립했다.

 

1978년 여름, 방학을 이용해 특허를 팔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 마쓰시타 전기, 산요 전기 등에서 퇴짜를 받고 샤프 전자 연구소장이 2천만 엔을 선뜻 내놓고 특허를 사갔다. 당초 1천만 엔을 벌자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공대 교수와 함께 1억 엔을 벌었다.

 

20대  이름을 알린다

30대  사업자금을 모은다

40대  큰 승부를 건다

50대  사업을 완성한다

60대  다음 세대에 경영권을 넘긴다

 

- 손정의의 <인생 50년 계획>

 

1980년 3월, 그는 결혼해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다. 1년 6개월 동안 아무 일도 않했다. 사실 우왕좌왕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의 꿈은 사업가였다. 일생을 걸 만한 사업,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어야 했다. 결론은 '디지털 정보 혁명'이었다. 23살 청년은 마침내 큰 뜻을 찾았다.

 

"오르고 싶은 산을 정하라. 그러면 인생의 반은 결정된다" 

 

1981년 9월, 고향에서 가까운 곳에서 소프트뱅크를 창업했다. 허름한 건물 2층에 사무실을 채리고 직원 2명을 채용했다. 그는 귤 상자에 올라 한 시간 가량 열변을 토했다. 그러나, 두 달도 못되어 직원 모두 "미친 놈!"이란 말과 함께 회사를 그만 두었다.

 

"우리 회사는 세계 디지털 혁명을 이끌 거다. 30년 후엔 두부가게에서 두부를 세듯 매출을 1조 엔, 2조 엔 단위로 셀 것이다"

 

이후 샤프전자의 사사키 다다시 전무의 조언에 따라 정보 밀도가 높은 도쿄로 회사를 이전했다. 그는 전자 전시회인 '일렉트로닉 쇼'에 참가하면서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를 던졌다. 창업자금 1천만 엔중 8백만 엔을 투자하여 가장 큰 부스를 빌렸다. 그리고는 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뒤 소프트웨어 업체에 무료로 대여했다.

 

전시회에서 눈길을 끌면 광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 그의 예지력이 적중했다. 전시회가 끝나고 일주일쯤에 조신전기라는 회사에서 주문이 날라들었다. 자금이 부족한 그는 그 회사의 사장을 직접 찾아가 선수금을 달라고 요청하고 흔쾌히 약속을 받았다. 이후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허드슨과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첫 거래를 개시한지 1년만에 소프트뱅크는 매출 35억 엔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컴퓨터로 거부를 쌓은 신데렐라 보이'

 - <주간 아사히,198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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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2 - 복잡한 생각을 잠재우는 행복한 마음 다스리기 생각 버리기 연습 2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양영철 옮김, 스즈키 도모코 그림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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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괴로움을 느낀 후에도 괴롭고 힘든 감정을 계속 만들어 낸다. 이는 마음이 괴로움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인간이란 동물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생길 것 같으면 여기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연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불쾌한 상황이 생기면 인간의 뇌는 불쾌 물질을 분비하여 '위험하니까, 달아나!'란 신호를 보낸다. 이런 신호가 인간의 생존에 도움된다고 여기기 때문에 이 신호를 좋은 것으로 느낀다.

 

괴로움의 신호가 위험을 피하도록 해주기에 일정 부분은 삶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번 경험한 부정적인 정보는 그 기억의 강도가 매우 강하다. 이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면서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실패한 일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중요한 일마저 회피하려고 모든 걸 내던지는 위험한 결과를 낳는다. 

 

"부정적인 정보는 기억하려 하고, 반복적으로 괴로움의 신경회로를 자극한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들었다고 치자. '싫다. 위험하니까 달아나자!'란 생각으로 괴로워한다면 과연 다른 이들과 새로운 교제를 시작할 수 있겠나? '괴로움의 신경회로'가 위험을 피하는데 도움이되지만, 적정수준을 넘어서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라는 의식을 자극함으로써 더 큰 위험을 초래하고 만다.

 

이런 상태에 이르게 하는 '뇌내 마약'은 중독성이 강하다. 싫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버릇이 되고 이것이 습관처럼 굳어진다. 이렇게 '괴로움의 신경회로'가 습관화 되는 현상을 불가佛家에서는 '업을 쌓는다'라고 말한다.

 

괴로움의 신경회로가 반복적으로 자극받아 이게 습관화 되면

쉽게 흥분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초조해진다.

마침내 화를 터트리는 등 마음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왜 이것이 나쁜 것인지 살펴보자. 괴로워하는 행동이 버릇되면 쉽게 흥분한다. 또는 타인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매가리가 없고 여유가 없다. 따라서, 인간관계에 매우 악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해 조물주가 장착시켜준 '괴로움'이 마치 마약처럼 신경을 갉아먹고, 이를 방치하면 폭주기관차로 돌변하고 만다.

 

 

 

 

이 책의 주제가 바로 '괴로움 버리기 연습'이다.

 

부처는 2천 5백여 년 전, 깨달음을 얻었을 때부터 '눈을 뜬 자(부처)'라는 칭송을 받았다. 인도에서 마음수련법을 가르치는 스승이었다. 그의 가르침은 제자에게 전한 '사제팔정도'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괴로움의 병균을 찾아내서 치료하라'는 것이다.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은 방치하면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습성이 있다. 괴로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편해질거야'라고 스스로 착각하게 만든다. 뇌에서 느기는 '편하다'는 감정은 몸과 마음의 현실을 무시한 결과라서 괴로움만 가중시킨다. 따라서, 뇌에 각인된 착각을 떼내고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고통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괴로움 버리기 연습'은 불쾌감을 만드는 신경회로를 자신의 의지로 통제해가는 여정이다. 이 책을 통해 '나도 모르게 이런 일 따위로 괴로워했단 말인가?'라고 깨닫고, 괴로움에 대한 발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면 이 책의 절반 정도는 달성된 것이다.

 

부처가 설파한 내용은 '괴로움'이라는 험난한 강을 건너기 위한 뗏목,

즉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타인과의 교제에는 적당한 거리를 두자. 만약에 누군가 당신을 험담하는 말을 듣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깟 쯤이야. 옛날에도 있었는데, 지금이라고 없겠어'라고 넘겨라. 사람에 대한 호불호는 천차만별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좋은 것이 아닐 수 있다.

 

이처럼 세상은 누군가에게 비난받도록 되어 있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즈음엔 무심코 던진 말이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내가 올린 글에 찬성하는 댓글이 달린다고 나의 생각이 전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다. 그건 착각이다. 반대로 비난의 댓글이 달리는 것도 필연적인 것이다. 100% 동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부처도 심한 공격과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어떤 여인이 가짜로 임신 행세를 하며 부처가 자신을 임신시키고 버렸다고 대중들 앞에서 비난을 했다. 결국 거짓이라는 게 들통나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비난받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법구경> 중에서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살펴보자. 어른도 못하는 일을 어린이에게 강요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자신도 못하면서 누구한테 강요하느냐는 식의 반감을 사게된다. 귀가해서 자기는 편하게 누워 TV를 시청하면서 자식들에겐 공부하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한다면 마음에 평화가 온다.

 

좋은 일을 하면 자신은 손해고, 남이 해주면 이득이 된다는 착각이 만들어진다. 만약 타인에게 친절을 베푼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쾌감과 함께 뇌에서 도파민이 생겨 기분이 좋아진다. 이는 곧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 실제로 타인에게 친절한 사람을 본받으려는 주변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른과 아이의 사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연인과 친구 사이, 상사와 부하 사이의 인간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자신이 실천 못하는 일을 남에게 강요한다.

 

자신을 통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보람된 일이며 멋진 일이다 - <법구경> 중에서   

 

 

현재의 자신을 철저히 인식하는 것이 괴로움을 버리는 첫걸음이다. 인간의 몸은 내장과 지방 그리고 근육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부처도 신체의 각 부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아름다운 외관에 사로잡히지 말 것을 경계했다. 

 

"신체는 뼈와 근육으로 연결되며, 피부와 살로 덮여 있고, 그 뒤에 표피가 존재한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중략) 그런데 아둔한 자는 이런 사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신체를 아름답다고 착각한다" - <경집> 중에서

 

의식을 신체감각에 집중시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객관적으로 신체를 관찰하면 결국 신체에 집착않게 된다. 그러나, 의식을 신체감각에 집중않고 대강 살피면 이런저런 평가를 내리기 시작한다. '피부가 쳐진 것 같아', '머리를 길러야겠어' 등의 생각을 한다. 이는 집착일 뿐이다.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이는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그대로 받아들이자. 빠진다고 스트레스를 느끼지 마라. 인간은 누구나 노화의 길로 접어든다. 노화란 죽음을 서서히 체험하는 것이다.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면 자신의 마음도 평온해질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살고 싶다'는 충동이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작용한다. 신체의 기능이 조금씩 약화될 때마다 괴로워한다. '살고 싶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모습이다. 이 또한 집착 때문이다. '어차피 인간의 몸은 살과 내장, 액체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부처의 말씀은 이런 집착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해독제이다.

 

상대가 아름다워서 좋다란 생각을 그래도 가질 것인가? 인간은 모두 고깃덩어리이다. 그렇다. 이젠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자. 100년 후에는 모두 없어진다. 일본 에도시대의 료칸 스님의 말이 정말 멋지다.

 

"죽을 때가 죽기 좋을 때이다"

 - 료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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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신공 - 손자병법에도 없는 대한민국 직장인 생존비책
김용전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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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 라디오에서 방송하는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란 프로그램이 있다. 오전 출근시간대에 방송하는 이 프로그램엔 '직장인 성공학'이란 코너가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를 즐겨 듣는데, 2009년 9월 28일 첫 전파를 타기 시작해 이젠 100회를 훌쩍 넘긴 인기 코너이다.

 

 

 

이 코너를 진행한 재야고수 김용전은 이미 전파를 탔던 내용 중 주요한 사례들과 미처 방송에 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편집하여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에게 생존비책 5초식을 전하고 있다. 돈을 못벌던 사람이 '재테크로 돈 버는 법'이란 책을 저술하여 크게 돈 버는 시대라지만 저자 김용전은 그런 아류가 결코 아니다. 직장인으로서 몸소 체험했던 실전을 기반으로 한 비책을 고수답게 우리에게 펼치고 있다.

 

 

진심직설眞心直說

 

성공이란 것이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얻게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열심히 하는 것이다. 영화 <박하사탕>을 감상했다면 라스트 신에서 주인공(설경구 분)이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장면을 인상깊게 보았을 것이다.

 

 

직장인들 중 새벽 늦게까지 야근을 했거나 음주만취로 귀가한 다음 날 아침에도 이와 비슷한 소리를 질러대서 아내의 간이 뚝 떨어지게 만든다. '나 회사 안 갈래!' 그 이유를 물어보면 뚜렷한 대답도 못한다. 그냥 회사에 가면 가슴이 답답해서 출근이 이젠 두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건 병이다. 바로 '직장인 우울증'이다. 왜 생길까?

 

첫째, 개인적인 측면인데 직장 생활을 너무나도 모범적으로 수행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둘째, 회사 일보다 특정 상사에 대한 지나친 충성심 탓에 자신을 죽이기 때문이다.

셋째, 변해야 산다는 변화 강박증 때문이다.

넷째,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을 목도하면서 중도 퇴직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일이 적성이 맞지 않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이유는 이게 아니다. 해야 할 일이 많고 또한 쉽지 않아서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장만의 <구절양장가>란 시 한 수를 음미해보자.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양장이 물 도곤 어려웨라

이후란 배도 말고 말도 말고 밭 갈기만 하리라 

 

- 장만의 <구절양장가九折羊腸歌>

 

 

바다에만 풍파가 있으란 법이 없다. 인생살이란 살다보면 잔잔한 날도 있고, 태풍이 몰아치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날씨 좋은 날 고기잡이 하는 즐거움만을 원했다면 이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 배 팔아 말을 샀더니 깨달음이 생긴거다. 육지가 바다보다 결코 편하지 않음을. 구절양장이 더 하면 더 했을 것이다.

 

'이 부서는 저에게 맞지 않습니다. 다른 곳으로 보내주세요'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당신은 이미 패배자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도 먼저 이 자리에서 승리자가 되고 난 다음이어야 함을 명심하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중국 명나라 초에 주원장이 재상 호유용胡惟庸에게 '모든 정치를 너에게 맡긴다'란 말을 남기고 지방의 별궁으로 가버렸다. 이는 주원장이 처단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계책이었다. 그러나, 그는 주원장의 의도를 눈치 못채고 마치 황제 같은 이인자의 권세를 마음껏 휘둘렀다. 결국 그는 황제의 동의 없이 장수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월권을 범하고 말았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처형당하고 만다. 이 참에 그에게 동조했던 수많은 개국공신들도 토사구팽 당하고 말았다.

 

직장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상사에게 인정받고자 한다. 한나라 건국을 위해 유방을 도운 장자방 같은 이인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상사가 이를 인정하는 경우가 실제론 드물다. 그래서 이런 불만사항을 토로한다. 왜 인정받지 못할까?

 

그것은 열심히 일만 했기 때문이다. 상사와의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라서이다. 영화 <아바타>를 보면 촉수로 서로 교감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상사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마음을 붙잡아야만 한다. 상사에게 주파수를 맞추고 오른 팔이 되도록 하라. 그러나, 비공개된 오른 팔도 있음을 명심해라. 상사는 믿는 만큼 의심도 많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상사와의 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져도 않된다. 불가근불가원이 가장 현명한 처신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

 

부하는 그대 성공의 텃밭이다. 직장 생활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상사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반대로 자신을 제대로 보좌해 줄 부하를 만나는 것도 이에 못잖은 행운이다. 이처럼 리더십과 팔로어십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또한, 운동회 때의 이인삼각二人三脚이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줏대 없는 부하를 원하는가? 아니다. 칼퇴근을 일삼고 상사에게 할 말 안 할 말 다하는 대찬 부하가 부담스럽긴 할지라도 나중을 생각한다면 이런 친구가 오히려 훨씬 좋다. 개성이 강한 적토마 같은 부하가 미완의 대기요, 청출어람의 재목인 것이다.

 

자, 청출어람의 가능성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작고한 코메디언 이주일 씨의 대표 멘트인 '일단 한 번 맡겨보시라니까요' 를 활용하라. 만약 상대가 못한다고 반발하면 '내가 보기엔 당신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라'란 말 정도면 충분하다.

 

믿고 맡기면 무슨 수를 동원해서라도 결국 해낸다. '역시 해낼 줄 알았다'라고 인정해주면, 이후 부터는 고고씽이다. 명령만 내리면 신명을 다해 척척 해낸다. 개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한다. 따라서, 상사는 그릇을 키워야 한다.

 

그릇의 크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통찰력과 포용력이다. 유비가 장비나 관우보다 칼을 잘 쓰는가? 유비가 제갈공명보다 머리가 똑똑해서 황제가 되었는가?  유방이 한신보다 더 출중해서 한나라를 건국했는가?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부하로 삼고 그와 더불어 일하는 길을 알고 있는 사람,

이곳에 잠자고 있다

- 강철왕 카네기의 묘비명 

 

 

오월동주吳越同舟

 

경쟁하면서도 때로는 함께 가야 한다. 인사 정책의 기본은 어차피 차별이다. 기회는 공평하게 부여하지만 그 결과는 차별되기 때문이다. 잘 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직장인 이라면 가장 기쁠 때가 승진일 것이다. 특히, 동기보다 앞서 승진한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된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더라도 불가피하게 경쟁을 해야하는 곳이 직장이다. 연공서열의 원칙이 무너지고 능력 위주의 인사 정책을 펼침에 따라 부하직원에게 밀려 승진 자리를 빼앗겨 사표를 내거나 연하의 상사 밑에서 근무하는 연상 부하라는 진풍경도 이젠 낯설지도 않다.

 

만약에 승진에 누락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불평을 숨기고 내년을 기약하는 포석을 까는 것이 현명한 처세이다. 화김에 사표를 내는 것은 자신의 옹졸함만 드러낼 뿐이다. 어차피 인생은 마라톤이다. 잠시 앞설 수도 뒤쳐질 수도 있는 장거리 경기이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이다. 지난 번 승진 누락으로 맘 고생이 심해서 진짜로 회사에 물먹이고 싶다면 승진하고서 사표를 제출해라. 붙잡는 손을 뿌리치고 통쾌하게 정문을 박차고 나가라. 

 

 

도광양회韜光養晦

 

은밀히 힘을 기르고 힘이 커졌을 때 움직여라. 즉 이직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다. 이직은 양면성을 가졌다. 직급 또는 연봉의 상승을 노리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이미 쌓아온 공든 탑을 스스로 허물어 버리는 손실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비가 세력이 미약해 힘을 기르고 있을 때 조조의 객으로 잠시 머문 적이 있었다. 이 때 유비는 자신을 철저히 숨기며 매사의 언행에 조심했다. 한번은 조조가 유비의 됨됨이를 알아볼 요량으로 술자리를 같이 한다. 이 때 천둥과 벼락이 내려치자 유비는 급히 상 밑으로 머리를 쳐박고 무서운 겁쟁이 흉내를 내며 자신을 위장했다.

 

이직시기는 '333 검법'을 쓰라. 한 직장에서 적어도 3년 정도는 근무해야 한다. 두번 째 3은 이직에 대한 생각이 3개월 지속되는 가를 뜻한다. 지속된다면 이직을 실행할 때란 것이다. 마지막의 3은 이직 횟수를 말한다. 잦은 이직은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3번만 할 것을 권한다.

 

 

"직장도처유문제職場到處有問題"

어느 직장에도 반드시 문제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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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줄에서 통찰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시詩적 생각법'
황인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양자물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과학원이 1998년에 이중슬릿 실험을 했다. 미립자는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었다. 야구공을 생각하면 야구공 모양으로, 물결을 생각하면 물결 모양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립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의 의식 또는 생각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다. 생각은 사람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때문에 이 생각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는 법이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나오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섭씨 19도나 되는 컨테이너 안에서 한 선원이 얼어 죽었다. 선원이 갇힌 냉동 컨테이너 안에는 먹을 식량도 충분했다. 왜 죽었을까? 작동도 않는 냉동 컨테이너였지만 냉동이라는 선입견을 가졌기에 그는 곧 얼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대로 그는 추위를 느끼며 서서히 죽어 갔던 것이다.  이와같이 나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생각'이라는 무시무시한 힘인 것이다.

 

듣다(문聞)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 ~ 1967)의 작품 중 '이미지의 배반'이란 그림이 있다. 캔버스에 파이프를 그려 놓고, 그 아래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림 속의 파이프는 진짜가 아니라 그림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파이프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며 헷갈려한다. 이 화가가 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실존하는 진실 알기'였다.

 

이미지의 배반 (1929년作) 

                                                                         

 

초현실주의의 미술 기법은 시詩에서의 '아이러니'와 유사하다. 대표적인 아이러니 기법이 '척'이다. 실상과 진실을 숨기고 가짜 모습을 진짜인 척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즉, 아이러니는 실체를 뒤로 하고 가짜를 앞세운다는 것이다. 이를 영업전략에 활용한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감동 사례들을 살펴보자. 그들의 고객만족 서비스는 입이 좍 벌어진다.
 
노드스트롬은 알래스카에 있는 백화점을 인수한 후, 타이어 매장을 정리했더니 예전 매장에서 타이어를 구매한 고객이 환불을 요구해와 두 말 않고 환불해 주었다. 한 번은 젊은 여성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구두를 사러 왔다. 이 구두가 동이나 인근 백화점을 훑으며 2시간이나 걸려 구해와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이를 선물로 주었다. 또 한 번은 백화점에서 옷을 쇼핑한 고객이 항공권을 매장에 두고 가버렸다. 이에 백화점 직원이 공항까지 직접 가서 전달했다.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 영업의 진실은 서비스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 장석주의 <대추 한 알>
 
대추가 붉어지고 둥글어지는 이유는 속으로 숱한 고통을 견딘 까닭이다. 주변 사람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자. 어느 시골 길가 벤치에 한 노인이 앉아 있다. 차 한 대가 다가와 이사할 곳을 찾는데 이 마을 사람들은 어떠냐고 물어왔다. 그러자 노인은 당신이 살던 동네는 어땠나고 물었다. '하나같이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고 답하자 여기도 그렇다고 하니 그 남자는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서 떠나갔다. 잠시 후, 다른 사람이 찾아와 똑같은 질문을 하니 노인은 또 물었다. 이번엔 '친절하고 착했던 분들'이라고 답하자 노인은 여기도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거울효과'란 말이 있다. 상대방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심리 상태가 타인에게 투사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가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좋게 보이고, 내가 부정적이고 나쁜 성격을 하고 있으면 타인도 이를 나쁘게 본다는 겻이다. 사기꾼은 자신의 사기 경험 때문에 다른 사람의 진실한 말을 믿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적으로 듣는다고 한다. 이처럼 자신이 어떤 마음을 가졌냐에 따라 세상을 향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못 듣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조직의 리더는 이 울림소리를 들으려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야후는 경영이 어려워지자 실리콘벨리의 신화적인 여성 CEO 캐롤 바츠를 구원투수로 스카우트했다. 그녀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오토데스크'의 CEO로 부임하여 회사를 부활시킨 경력의 소유자였다. 야후에 부임하자 그녀는 예상대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부에서 올라오는 건의를 묵살하면서 경영을 더 악화시키고 몸값을 못하는 연봉 1위 CEO란 불명예를 안고 전격 해고됐다. 페이스북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부의 직언을 무시하면서 사이트 방문객이 33%나 감소했던 것이다. 노키아 또한 그랬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3년 전인 2004년 노키아 개발팀은 터치스크린 방식의 휴대폰을 만들자고 건의했다. 경영진은 이를 거부했다.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에서 퇴출될 정도로 현재 최대 위기에 빠져있다.
 
또 시 한 편을 읽어보자. 시는 하찮은 존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이처럼 시인의 눈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음도 불사한다는 말이 있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조선의 주먹 김두한이 일본 경찰에 쫓기면 화류계의 여성들이 그를 숨겼다고 한다. 위험을 감수하며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가치와 존재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바퀴는 정직하다
어느 바퀴살 하나 꾀부리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제 길을 간다
진창은 있어도
두려워 않고 간다
 
굴러가는 바퀴를 보고 있으면
주춤거린 나의 세월도
용서된다
바퀴처럼 향할 용기가 아직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 맹문재의 <바퀴> 
 
이 시에 등장하는 바퀴는 용기를 상징한다. 용기 있는 그리고 가치 있는 존재로 시인은 바라보았던 것이다. 시에서 상대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심리학에서의 '피그말리온 효과'와 유사하다. 여자 조각상을 지극 정성으로 사랑하는 피그말리온을 위해 여신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에 생명을 준다는 내용이다. 강한 염원이나 기대가 실제로 그 결과를 만들어 낸 사례는 많다. 지금도 학업성취, 무병장수, 사업성공을 기원하는 기도가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다.
 
"가늘고 긴 손을 보니 놀랍게도 넌 뉴욕주지사가 되겠구나"
 
1961년 뉴욕 브루클린 빈민가에 위치한 노비타초등학교에 피어 폴 선생이 부임했다. 문제 학생이 많은 학교였다. 그는 수업을 하다 말고 학생들의 손금을 일일히 보며 너는 사업가, 너는 백만장자, 너는 뛰어난 스포츠 선수 등등이 되겠다며 미리 축하인사까지 해줬다. 무단결석에 폭력학생으로 유명한 한 학생이 뒤에 남아 쭈뼜거리며 서 있었다. 폴 선생은 이 학생에게도 충격적인 칭찬을 했다. 이 학생은 이 말을 굳게 믿었고, 자신의 행동에 큰 변화를 가하며 노력했다. 40년이 지나 정말로 뉴욕의 초대 흑인 주지사가 되었다. 로저 롤스의 이야기다.
 
시인이 하찮은 바퀴에 용기와 가치를 부여했던 것 처럼, 사소한 사물일지라도 자세히 관찰하고,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뉴욕주지사라는 필요한 존재로 만드는 과정을 우리는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이다. 이와같이 시 한 편에서의 통찰은 시작되는 것이다.
 
 
보다(견見)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신경림의 <갈대>
 
갈대처럼 불안한 존재도 드물다. 아주 작은 바람에도 갈대는 흔들린다. 뭐가 그리 불안할까? 혹 바람 때문일까? 시인은 갈대의 흔들림이 바람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시의 배경인 밤에 드는 달빛 때문도 아니란다. 그렇다면 왜 흔들릴까? 자신의 울음 때문이란다. 겉으론 바람 때문에 흔들리는 척해도 사실은 제 울음 때문에 흔들렸던 것이다. 갈대의 삶은 우리들의 삶이고 갈대의 흔들리는 불안도 우리들의 불안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어느 학생의 '심리상태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하나의 실험을 했다. 학생들은 뱀으로 가득 찬 연못을 보는 순간 불안감에 사로 잡혀 연못 위의 다리를 건너지 못했다. '3불 전략'으로 유명한 베트남의 지압 장군이 이끈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은 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서 늘 불안에 떨었다. 이처럼 눈에 보여서 불안하고, 보이지 않아도 불안하다.
 
왜 일까? 그건 지식 때문이다. 뱀은 맹독을 지녔기에 물리면 죽을 수 있다는 지식 때문에 불안에 떨게 된다. 전쟁을 수행하는 과거의 모든 전략은 적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압 장군의 군대는 갑지기 출몰했다가 사라지는 전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미군의 두려움은 더욱 컸다.
 
사야여이여위다학이지지자여賜也女以予爲多學而識之者與
사(자공의 이름)야,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그것들을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대왈, 연, 비여 對曰, 然, 非與
그렇습니다. 아닙니까?
 
비야,여일이관지 非也, 予一以貫之
아니다. 나는 하나로써 꿰고 있다.
 
 - 논어 <위령공편> 중에서
 
지식은  곧 기억이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기억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기억이 지식을 낳는 것이다. 그런데, 함정이 숨어 있다. 지식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속성을 지녔다. 한자어 식識자를 파자破字하면 '言 + 音 + 戈'이다. 즉 누군가 말 소리를 밖으로 뱉으면 이 말은 창이 되어 남에게 꽂힐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융통성이 없는 얼치기 지식인은 외골수가 되어 흑백 논리의 포로가 되고 만다. 다른 사람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만 크게 낸다. 따라서, 앞서 공자 말씀처럼 '모든 것을 하나로 꿰고 있는 사람'이 정답이 되는 것이다. 지식에서 지성을 이루려면 아는 것을 깨드려야 한다. 이것이 지각知覺이다. 覺은 깨는 것이다. 기존의 앎을 조각조각 깬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지식을 조각내어 선악을 분별하다 보면 지혜가 생긴다. 지식을 통해 지혜를 익혀야 지성인이 되는 것이다.
 

 지식 ⇒ 지각 ⇒ 지혜 ⇒ 지성

 

 

깨다 (각覺)

 

유기농을 시작한 전씨 농장에 갔다

배추는 포기마다 배추벌레를

들깨나무는 잎사귀마다 무당벌레를

콩나무는 사마귀나 노린재를

고추나무는 고추벌레를 키우고 있었다

 

그 푸성귀들

그 너른 품들

나도

 

食口나 客食口에게

복장이든 꿈이든

기꺼이 파먹혀야 하는데

 

 - 양선희의 <전씨 농장에서>

 

시인은 식물이 일부러 벌레를 키우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새로운 관점이다. 푸성귀들이 벌레들을 품어 키운다. 시선은 말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아무런 의도 없이 바라보는 것이다. '본다'는 것은 의도를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다. 시선에 의도를 더하면 관점이 된다. 절寺에서 사업을 한다면 어떻게 될 까? 실제로 쿵푸의 본 고장 소림사에서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스융스님이 이 절에 주지로 부임하면서 비즈니스가 시작되었다. 1980년 소림사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중국 쿵푸 대회를 개최했다. 우승자는 TV 드라마와 쿵푸 영화에 캐스팅된다. 또한, 소림사 대대로 전해 내려온 의학 비법을 활용하여 병원 사업을 시작했다. 쿵푸 교본, 쿵푸 신발, 쿵푸 티셔츠 등 쿵푸 관련 상품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코카 콜라와 제휴하여 기능성 건강 음료를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젠 스융스님은 '소림사 CEO'란 별칭이 생겼다. 소림사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스융스님에게 있다. 그는 해외 유학파로 MBA 출신이다. 기존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결코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시선에 의도라는 옷을 입히면 얼마든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가 성공을 거둔 사례를 살펴보자. 1952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10여 년을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타개책으로 회사는 광고를 시작했다. 그런데, 광고가 매우 흥미롭다. 그들은 바로 '2등 전략'을 사용했다.

 

"에이비스는 2등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에이비스를 이용할까요?"

"우리는 더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이왕 차를 빌리실 거면 당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한테서 빌리세요"

 

실제로 에이비스는 업계 2위보다 훨신 더 쳐진 회사였다. 그러나, 2등이라고 광고하니 소비자들이 이를 믿게 되었다. 정말로 에이비스는 2위로 올라섰다. 에이비스는 1등 회사를 제외한 모든 회사를 2등이라는 한 묶음으로 생각했지만 소비자들은 이 단어의 이중성을 생각 못하고 보이는 대로 판단했기에 에이비스를 진짜 2등으로 여겼던 것이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다. 

 

 

엮다(편編)

 

"엄마는 신발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잇대요. 어디를 가는지, 어디에 갔는지"

- 영화 <포레스트 검프> 중에서

 

사람의 태도나 습관만 슬쩍 보고 검프의 엄마처럼 혜안적인 통찰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경청이나 관찰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의미있게 끼워 맞춰야만 한다. 검프의 엄마는 구두의 뒷 굽이 닳은 모습에서 성격을 잡아내고, 청나라 때의 증국번은 몸짓이나 눈의 움직임을 보고 사람의 가치를 발견했다. 이처럼 행동이나 모습 등을 통해 '의미를 잡아내는'행위를 편집이라고 한다.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 황지우의 <겨울산>

 

사람치고 고통 없는 사람은 없다. 시인은  이 고통을 월세라고 표현한다. 삶은 이 세상에 세들어 사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고통이라는 월세를 지불하는 것은 인간 모두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시인은 자신이 시를 쓰는 목적이 시로 세상을 아파하고, 그 아픔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관찰의 달인,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에 갔을때 유독 수레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다. 그는 조선에도 이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수레는 지방간 교류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도가 있었기에 그는 농사용, 소방용, 전쟁용 등 다양한 형태의 수레를 세밀하게 살펴보았다. 그는 조선에서의 사용을 건의했지만 당시의 권력층은 조선의 지형에 알맞지 않다며 불가하다는 반응이었다. 실제 이유는 이게 아니라 청나라를 오랑캐로 얕보아서였다. 즉 하찮은 오랑캐에게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연암은 청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선비를 세 등급으로 분류했다. 상등 선비는 '되놈은 개돼지 같은 짐승이니 그들에게 무슨 볼만한 것이 있겠는가'라고 외쳤고, 중등 선비는 '십만 대군을 얻을 수 있다면 산해관으로 쳐들어가 중국 천하를 말끔히 씻어내고 싶다'고 호기를 부렸다. 그러자 하등 선비를 자처한 그는 '오랑캐를 물리치려면 중국의 법제를 모조리 배워 우리의 고루하고 거친 풍습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행하다(동動)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 기분 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보자. 맞아보자. 터뜨려보자!

 

- 황인숙의 <말의 힘>

 

이 시는 '생각 - 연습 - 실행'의 과정이 잘 담겨져 있다. 시인이 먼저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고서 형용사를 물 흐르듯 늘어놓는다.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연습했던 것을 직접 실행하며 기분 좋음을 체득케 한다.

 

2011년 11월 11일 오후 11시,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슈퍼스타K3'에서 울랄라세션이 우승을 차지했다. 출전한 4명의 리더는 위암 4기를 판정받은 사람이다. 1년 전만 해도 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는 '슈퍼스타K3'에 도전한 이후 건강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수상 당일엔 암세포가 현저히 죽어서 담당의사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이는 바로 '긍정의 힘' 때문이었다. 그는 긍정을 실천으로 행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CEO다. 시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자신의 삶에 이를 활용하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생각이 자신을 지배한다. 잘못된 생각 때문에 영상 19도의 컨테이너에서 얼어 죽는 비극을 당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시인의 시선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그리고 상상하자. 시 한 줄에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시인의 모습에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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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인간관계를 돌아봐야 할 시간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송소영 옮김 / 걷는나무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젊을 때엔 많은 사람을 만나 인맥을 넓히라는 충고를 듣는다. 그러나, 마흔에 접어들면 인맥을 넓히는 것보다 오히려 만들어 둔 인맥의 질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이 나이의 직장인이라면 상사, 동료, 부하 직원들과의 인간관계가 더욱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왜냐하면, 십인십색十人十色으로 대변되는 직장 내의 모든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퇴사 결심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인도 인간관계라고 한다.

 

 

 

 

이 책은 회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이 어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지를 보여준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생물학적 나이는 옛날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공자 시대에나 적합했던 불혹의 나이 기준 마흔도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평균 수명을 여든으로 볼 때 마흔은 인생의 중간점이다. 이때부터는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않아야 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기본원칙일 것이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상사와의 인간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된다. 그렇다면, 상사와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면 좋을까? 첫째,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둘째, 거리를 두기가 어렵다면 상사를 잘 다루어라.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상사의 기분을 살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 호리바 마사오의 <일 잘하는 사람 일 못하는 사람> 중에서

 

만약에 나쁜 상사라해도 실망하지 말자. 오히려 이 사람을 통해 현명한 인간관계를 배워라. 문제가 많은 상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올바른 상사의 자세를 미리 익히는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자. 상사가 부정행위를 부당하게 요구하더라도 승진의 불이익을 두려워말고 절대로 관여하지 말라. 마흔 이후엔 원하지 않는 것을 적당히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어떤 상사는 부하의 공功을 가로채기도 한다. 이미 주변 사람들도 이를 다 알고 있다. 이에 대해 화내는 것은 금물이다. 따라서, 성과를 독차지하려 하지 말고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자세를 갖는게 좋다. 결단력이 부족한 상사라면 질질 끌려다니지 말고 결재 시한을 정하거나 미리 선택안을 만들어 제시해라. 자신의 일을 부하에게 떠 넘기는 상사라면 오히려 일을 배우는 기회라 생각하고 절대 불평하지 마라. 

 

업무 외적으로 상사의 술자리에 불려다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억지로 상사의 기분을 맞추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한번 끌려다니면 상사의 하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미 결정한 사안에 대해 요리조리 말을 자주 바꾸는 상사라면 별로 권할 방법은 못되지만 녹음기를 안주머니에 넣고 결재를 받아라.

 

 

혈구지도絜矩之道

 

자신이 싫다고 느끼는 것을 부하직원에게 권하지 말라. 부하와의 인간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가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도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란 말이 있다. 부하직원을 실망시키지 않는 상사가 되려면 이렇게 하라.

 

목표를 명확히 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한다

신속하게 결단을 내린다

자신의 의견을 상급자의 의견에 맞춰 바꾸지 말아야 한다

혼낼 때는 혼내고 칭찬할 때는 칭찬하라

부하였을 때의 마음을 잊지 마라

 

능력있는 상사의 눈에는 부하직원의 일처리가 답답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일일히 간섭하지 마라. 매 순간 옆에서 가르치기보다는 묵묵히 지켜보며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하다. 혼낼 때도 요령이 있어야 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인간성을 비판하지 말며,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주지 말 것이며, 질책은 길어도 5분 이내에 끝내고, 혼을 준 뒤엔 다독여 줘야 한다.

 

"열 사람 중 세 명의 불량한 신하가 섞여 있다면

일곱 명의 충성스런 신하는 있어도 없는 것과 같다"

- 호소이 헤이슈/ 일본 유학자

 

상사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하직원은 뒤에서 험담을 즐기는 사람, 잘못은 인정 않고 변명만 하는 사람, 덜렁대며 무책임한 사람, 회사 외부 관계자가 싫어하는 사람, 의욕이 없는 사람, 실력이 있더라도 조직에 융화하지 못하는 이단아 같은 사람 등이다.

 

문제가 생기면 이를 감추고 혼자서 해결하려다 일만 더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일이 악화되어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는 지경이 되었을 때 보고하는 부하직원은 정말 짜증 지대로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부하직원이 나쁜 보고를 하더라도 상사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칭찬도 요령있게 해야 한다. 일본의 어느 회사가 소비자 조사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고객을 찾아 불만사항을 해결한 다음에 만족도를 재조사했더니 오히려 만족도가 더 떨어졌다. 그래서 이번엔 역발상으로 만족한 것을 조사하여 칭찬목록을 만들고 재조사했더니 95%까지 만족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가진 장점과 단점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보는 방향에 따라 앞이 되기도, 뒤가 되기도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칭찬에 인색해선 안된다. 칭찬을 하려거든 그 때 바로 그 자리에서 해야 효과적이다.

 

상사가 특정한 부하를 편애한다면 이 부하직원은 주위 사람에게 왕따를 당하기 쉽다. 아끼는 한 사람을 절대로 만들지 마라. 아부는 힘없고 약한 사람이 하는 행동이다. 비위를 맞추며 아부를 일삼는 부하를 철저하게 경계하라.      

 

 

지가이여전 불가이여전자승知可以與戰 不可以與戰者勝

 

손자병법 <모공편>에는 승리를 예견 할 수 있는 다섯 가지의 지침이 나오는데, 이 중 첫 번째가 '知可以與戰不可以與戰者勝'이다. 싸워야 할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 싸워도 되는 상대와 싸우면 안되는 상대를 아는 것이 바로 동료와의 인간관계의 핵심이다.

 

사냥에 늘 실패만 하던 여우가 사자를 찾아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사냥감을 찾는일은 자신이 할테니 사자는 먹잇감을 잡으라는 것이었다. 밑질 것 없는 사자는 포획물의 3/4를 자신이 갖는다는 조건으로 수락했다. 시간이 갈수록 여우는 사자가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 배가 아팠다. 그래서, 하루만 역할을 바꿔보기로 합의했다. 사자는 양떼를 찾아 여우에게 신호를 보냈다. 침을 흘리고 양떼에 다가가던 여우는 양떼를 지키는 사냥꾼의 활에 맞아 즉사했다.

 

우화의 여우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일, 중요한 일, 핵심부서의 일만 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지 않고 업무 비중만 따지는 어리석은 여우가 되어선 안된다.

 

남보다 앞서는 것에 목숨 걸지 말자. 동계올림픽 종목 중 '컬링'이란 경기가 있다. 이 종목에는 '포기'라는 룰이 있다. 이길 확률이 없다고 판단되면 패배를 인정하고 상대에게 승리를 양보하는 규칙이다. 상사나 회사로부터 자신이 일한 만큼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자. 원망하기 전에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연공서열이 아니라 능력위주로 인재를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변하면서 연하상사 또는 연상부하라는 연상 연하 커플이 생겼다. 이럴 경우 자존심 때문에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피하려면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면 되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 중 '근친증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멀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인간은 자신과 같은 결점을 가진 사람이나 자신에게는 없는 장점을 가진 사람을 싫어하는 경향도 있다. 만약에 함께 일하는 누군가가 싫다면 문제는 그 친구가 아니라 나에게 있다고 인정부터 하라. 

 

회사에서 맺어진 인연이란 생판 모르던 사람들이 모여서 '업무'라는 울타리 안에 잠시 묻혀 지내는 관계일 뿐이다. 인사이동으로 부서가 바뀌거나,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 순식간에 사이가 소원해진다. 퇴직하고 나면 아예 연락이 끊기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회사의 인간관계이다.

 

이솝우화에 밭을 망치는 여우 이야기가 있다. 밭주인은 여우가 괘씸해서 여우를 붙잡아 꼬리에 불을 붙였다. 놀란 여우는 농부의 밭으로 다시 도망쳤다. 이후 농부와 여우 간의 숨바꼭질이 진행되며 밭에서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모두 불타 버리고 말았다.

 

소탐대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복수심에 눈이 먼 농부는 피해를 더 키우고 만 것이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회사 내에서 뜬금없는 소문이나 중상모략이 자신을 향하더라도 어설픈 복수를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결국에는 거짓이란 게 밝혀질테니까.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

 

회사 밖에서의 인간관계를 살펴보자. 인맥을 넓히려고 낯선 사람을 찾아다니지 마라. 진심으로 가까에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제 발로 찾아온다. 어떻게 하면 함께 있고 싶은 이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사람이면 된다.

 

잘 듣는 사람

맞장구를 잘 치는 사람

질문을 잘하는 사람

항상 웃으면서 밝게 이야기하는 사람

남을 흉보거나 불평하지 않는 사람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 사람

자신이 못하는 부분을 감추지 않는 사람

 

"모든 인간관계에서 도움이 되는 제안을 하나만 알려달라고 한다면

나는 제일 먼저 '잘 들어라!'라고 대답한다"

 - 리처드 칼슨의 <사소한 것에 관한 큰 책>중에서

 

40대는 될 수 있으면 회사 밖의 인간관계를 긴밀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 같은 업종의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업종의 사람과도 친해지면 일에서나 개인적으로나 다양한 자극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회사 밖에서 인맥을 만들 때는 사업상의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긍정심리학의 대가 마틴 셀리그먼과 행복 전문가 에드 디너가 함께 발표한 논문 '매우 행복한 사람'에 의하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인간관계였다.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적고,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40대가 되면 거래처와의 접대 기회가 많다. 접대 자리에선 일 이야기는 가능한 한 피하고 또한 보답을 바라는 발언을 절대 삼가야 한다. 업무 관계로 얽힌 사람으로부터 고액의 금품을 받으면 이는 반드시 빚이 된다. 선물의 액수가 클수록 정중히 되돌려줘야 한다. 아무리 자신이 대접받는 위치라 할지라도 위세를 부리거나, 비싼 가게로 안내하여 비싼 요리를 주문한다면 상대방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생삼락人生三樂

 

맹자는 무모형제가 아무 사고 없이 평안한 가정,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남에게 창피하지 않은 당당한 삶, 천하의 영재를 가르치는 것. 이 세 가지를 인생의 행복으로 꼽았다. 인생에서 적어도 세 가지의 행복을 찾으란 가르침이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고,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항상 누군가를 끌어들여 함께 지내려 한다면 이는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이다. 홀로 지내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면 고통스런 노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홀로서기도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예행연습이 필요하다. 휴일에 홀로 생필품을 사러 가보거나, 혼자 밥 먹고 영화도 한 편 보고서 귀가하기 등을 미리 미리 연습해보자. 궁극적으로 취사, 빨래, 청소 같은 가사 노동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부부는 항상 함께 있지 않는 것이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는 비결이다"

 

40대는 왕성하게 활동한 시기라서 집안 일에 소홀하기 쉽다. 특히, 남성 직장인은 바쁘다는 핑게로 가족에게 무관심하고 매사를 아내에게 떠 맡기는 경향이 있다. 마음으론 가족이 우선이라고 외치지만 몸은 이미 직장에 가있는 꼴이다. 부부라고 해도 결국은 타인이다.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고, 대화마저 부족하다면 가사와 육아를 강요당하는 아내는 갈수록 남편에 대한 원망이 누적될 것이다.

 

흥미로운 설문 조사 결과가 있다. 은퇴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남성은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가겠다'는 답이 제일 많았다. 반면, 여성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라고 주로 응답했다. 부부 사이의 원만한 관계를 위한 노력은 지금부터라도 쭈욱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퇴직후에 하겠다면 이미 늦다. 생일, 결혼기념일 등을 챙기는 것보다 가족이 진정 원하는 것을 바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저녁식사후 설거지 하기, 분리수거 하기 등, 이런 사소한 일이 의외로 아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캥거루족은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자식을 말한다. 부모의 과잉보호가 자식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셈이다. 스스로 자립할 줄 모르는 자녀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부모가 먼저 나서서 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도록 충고해라.

 

"부모 돈으로 살 생각은 꿈도 꾸지마!" 

 

마흔 즈음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부가 강조되는 이유는 남은 40년을 좌우할 선택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같은 직장에서 뼈를 묻을 것인지, 다른 일을 찾을지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시기이다. 기업체의 임원 승진 평균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본인이 원치 않아도 떠밀려 나가는 추세 때문이기도 하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비하려면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 바로 공부이다. 남은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자면 공부라는 지적 운동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젊게 유지해야 한다. 국내 재벌 기업의 경영이념에도 "Keep Young"을 내세우는 곳이 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하버드대에서 컴퓨터 공학과 심리학을 복수로 전공했다. 그는 어린 시절 그리스 로마신화를 탐독했으며, 고대역사와 문학 등 인문학 분야에 조예가 깊은 인물이다. 그는 직원 채용시 독특한 질문을 한다. 이 질문을 통해 그는 면접자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테스트한다.

 

"당신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공부가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거나 손에 돈을 쥐어주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공부는 인간에게 새로운 발상을 추진하는 촉매제다. 노숙자에게 인문학을 가르친 결과, 그들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세계 각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지식인 왕멍도 46살에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 공항에서 영어로 적힌 안내판을 못읽어 탑승 통로를 찾지 못했던 아픈 경험 때문이었다. 그는 매일 30개의 단어를 암기했다고 한다.

 

 

 

"배움은 내가 아직 젊다는 것, 나도 여전히 진보할 수 있다는 것,

부단히 나를 채워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 왕멍의 <나는 학생이다> 중에서 

 

 

나이를 먹으면 사람은 멋에도 둔감해진다. 멋이란 이성을 유인하는 연출 정도로 생각하기에 보통의 중년 남성은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정년퇴직 후엔, 차림새가 더욱 심각해져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인다. 평생 20대 청춘의 마음으로 거울을 들여다 보자. 패션 잡지도 보고, 맘에 드는 옷을 사입으며 유행을 따라 꾸미는 일에 게으름 피우지 말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만족할 정도라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40대부터는 일과 상관없는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직장에 충실하다보면 사적인 친구가 적어지게 된다. 이럴 경우 퇴직 후에도 새로운 친구가 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취미 모임에 참여해 보라. 싸이클링, 암벽등반, 우표수집, 수석, 야생화, 아저씨 밴드 등 여러 형태의 커뮤니티가 있다. 자신이 열중할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어 보라. 친구를 만들때는 다음 세 가지를 명심하라.

 

학력과 지위로 상대를 보지 말 것

겸허한 자세로 만날 것

될 수 있으면 자신보다 젊은 친구를 만들 것

 

좋은 친구가 있으면 슬픔은 반으로 줄고 기쁨은 늘어나는 법이다. 우리는 인생삼락을 위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가만히 있으면 썩고 퇴화하는 것이 만물의 진리이다. 하루도 게을리 말고 내 마음을 갈고 닦자. 영롱한 빛이 나도록 말이다.

 

유수불부流水不腐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

 - <呂氏春秋>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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