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 이외수의 한 문장으로 버티는 하루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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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심성을 간직한 사람들은 종종 잘못을 저지른 자를 질책하거나 벌하지 않고 두둔하거나 덮어 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칭송할 만한 처사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잘못을 반복해도 무방하다는 면죄부로 작용하거나, 잘못을 방조하거나 조장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놈의 착한 심성이, 때로는 마음 어딘가에 악습의 곰팡이를 은밀하게 배양하는 부작용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 선한 사람은 악역을 자처하기도 한다' 중에서

 

 

현대인들을 위한 삶의 통찰

 

책의 저자 이외수는 타고난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연금술을 펼치는 기행과 파격의 작가 이외수. 독특한 상상력, 탁월한 언어의 직조로 사라져 가는 감성을 되찾아 주는 작가. 특유의 괴벽으로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명명되며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문학의 세계를 구축해 온 예술가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아름다움의 추구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바로 예술의 힘임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는 작가이다.

 

 

출간한 20년이 넘은 첫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에서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소설은 4~50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문단에서 드문 작가다. 독자와의 활발한 소통으로 42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하며 '트위터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그는 2010년 YES24에서 네티즌을 상대로 조사한 '대한민국의 대표작가'에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이 책은 '존버' 정신의 저자가 깨달은 삶의 통찰을 전한다. 즉 실패와 절망, 고독과 무기력에 괴로워하는 현대인들이 삶의 버팀목으로 삼을 만한 글과 정태련 화백이 그린 세밀화 50점이 어우러져 재미와 울림을 준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에세이는 자유롭게 사는 자세, 고통에 대처하는 법, 하루하루를 보내는 마음가짐, 문학과 예술에 대한 생각, 사람과 관계에 대한 조언 등을 다루고 있다.

 

 

 

 

우리들에게 '존버(존나게 버텨라)'라는 희망 고문 섞인 신조어를 선물한 이외수 작가는 삶의 질곡에서 가정사와 암 투병이라는 최근의 아픔을 겪으면서 이 과정에서 인생의 깨달음을 새롭게 느낀다. 그는 이런 통찰을 근거로 이 에세이를 집필했다. 무릇 에세이란 작가 본인의 생각 편린들을 한데 모아 놓은 글이다. 통상 누구에게나의 생각은 자유를 부여한다. 그래서 이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면에 이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책 속의 글에서 공감을 느끼는 부분을 소개해보려 한다.

 

 

적은 어디에나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주변에 항상 뜻을 같이 하는 동지로만 채울 수 없는 법이다. 만약에 굳이 그렇게 산다면 이 사람은 반쪽 인생을 살아가야 할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즉 자신의 뜻과 달리한다고 해서 이를 모두 적으로 돌리고 이들과 교류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그렇게 된다.

 

최근의 조국 사태를 보더라도 지지파와 반대파의 격한 대립 상태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는 셈이다. 마치 사이비 종교의 교주에게 미망당해 광신도로 돌변한 그런 행동을 보여준다. 이미 이성적인 판단은 해외로 출장 보내고 오직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만 매달린다. 이를테면 콩깍지에 씌어져서 오로지 그 사람만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외수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든, 어떤 교양과 인격을 갖추었든, 당신에게는 반드시 적이 생길 것이다. 당신이 착해도 적이 생기고 당신이 악해도 적이 생길 것이다. 아무리 변명을 하고 아무리 진실을 보여 주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인간들 중에는 인간의 형상을 한 미친개도 섞여 있고 인간의 형상을 한 벼멸구도 섞여 잇다. 하지만 그것들을 퇴치하거나 멸종시킬 방법은 없다. 어쩔 수가 없이 공존해야 한다. 복장이 터질 지경이 오더라도 그러려니 하라. 그러려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여여如如한 경지를 깨닫게 된다"(22쪽) 

 

  

 

 

 

 

그 어떤 아픔도 차츰 무디어지기 마련

 

"기다리는 일은 사랑하는 일보다 힘들다는 말이 있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이 날 때마다 모진 마음으로 떨쳐 버리면 처절한 아픔도 차츰 무디어지기 마련이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잠깐 머물다 가는 인생인데, 봄이 오건 안 오건 나대로 즐겁게 살기로 했다. 정신 나간 인간들이 개지랄을 떨건 말건, 하늘에도 들판에도, 바다에도 사막에도, 내가 간직하고 있던 낱말들을 열심히 파종하면서 살기로 했다. 언젠가는 내가 파종한 낱말들이 싹을 틔워서, 눈부신 꽃이 되거나, 푸르른 숲이 되거나, 하늘거리는 해초가 되거나, 우람한 선인장으로 자라기를 기다리겠다"(29쪽)

 

살면서 우리 모두는 자신의 신체에 마음에 생채기를 내게 된다.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넘어져 무릎이나 팔꿈치에 나는 그런 상처는 차라리 별 게 아니다. 이는 시간이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처음엔 쓰라리고 피도 나겠지만 결국엔 그 자리에 딱지가 생김으로써 보호막이 생기고 새 살이 돋아난다. 다음엔 길을 걸을 때 바닥을 잘 보고 다녀야겠다고 스스로 마음을 잡는다.

 

 

그런데, 마음에 난 상처는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사랑으로 인한 상처는 더욱 오래 간다. 한 번 떠난 님이 다시 돌아올 것이란 보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좋았던 그 때를 회상하며 마치 곧 자신을 찾아올 것 같은 예감에 휩싸인다. TV 속의 한 장면에서, 영화관의 한 보퉁이에서, 퇴근길 버스에서도, 불현듯 그런 감정이 일어난다. 나는 비가 내리면 그런 추억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비 오는 날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란 상념에 빠진다. 심한 날은 먹는 일조차 모르고 지나간다. 작가도 이렇게 말한다. "그래, 다시는 염병할 놈의 사랑 따위는 하지 않겠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아픔은 모두 내 마음의 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군자君子 소리 들을 필요 없다

 

<채근담>쥐가 배고플 것을 염려하여 언제나 밥 덩어리를 남겨 두고, 나방이 타 죽을 것을 불쌍히 여겨 어둠 속에서도 등불을 켜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한다. 그렇다. 하찮은 목숨들까지 배려하고 보살피는 이런 마음이 군자의 자세라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제 이런 군자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다.

 

오늘날의 쥐들은 곡식 창고에서 배터지게 먹음으로써 식구들이 먹을 쌀조차 남기지 않고, 또 나방은 형광등에 결코 타 죽지 않고 밤새도록 미친 듯 날개짓을 하기에 식구들의 단잠을 방해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격하게 표현하자면 쥐를 때려잡지 않으면 식구들이 배를 곯게 되고, 또 나방을 죽이지 않으면 온 가족이 불면에 시달릴 수 있다는 해석이 된다. 작가는 이상론보다는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론 제기인 셈이다. 내 식구가 고통을 받는데 무슨 군자 소리가 어울리느냐는 것이다. 풍요롭다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엔 배를 곯고 심지어 아사餓死하는 가족이 있다는 보도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고통을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결코 고마움을 표하지 않는 김정은에게 막 퍼줘도 되는 걸까? 그게 군자일까?

 

 

가시밭길도 있다

 

한평생 꽃길만 걸으면서 꽃향기에 파묻혀 살 수야 있겠는가. 인간이라면 마땅히 자갈밭길도, 가시밭길도 걸어야 하는 법이다. 작가는 지금껏 혼자 맨발로 피 흘리면서 절름절름 일흔 고개를 넘는 동안 원인 불명, 출처 불명의 돌들이 무수히 날아오기도 했고, 때로는 머리통이 깨지고, 때로는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지만, 천하 만물을 사랑하겠다는 의지를 버리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비록 느리더라도 성실하게 목적지를 향해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시간의 옆구리에 붙어 우주의 중심을 향해 꾸준히 전진했다"(92쪽)

 

 

억지가 통하는 세상은 오래가지 않는다


"세상에는 바닷물을 다 퍼마셔 봐야만 바닷물이 짜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손가락으로 찍어서 맛을 보기 전에는 절대로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다.
하지만 물결만 보고도 바람이 부는지 안 부는지 알 수 있는데 꼭 풍속계를 들여다보고 난 다음에야 바람이 분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담 너머로 지나가는 뿔만 보아도 소인지 양인지 구분할 수 있는 거 아닐까"(114쪽)

 

그렇다. 보기만 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임에도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다.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이 없다느니, 사전에 기획된 파쇼적 조사라느니 하면서 말이다. 몇 달 전에 발생해서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조국 사태가 바로 이런 모습니다. 딱 보면 아는 일들에까지 눈금 조작한 잣대나 저울 들이대면서 생떼와 억지를 일삼는 궤변론자들이 있다. 이름하여 혹세무민이다. 앞으로 당신들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가짜 지성인

 

지식知識과 지성知性과 지혜知慧는 동일한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숙성도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작가는 "머릿속에 머물러 있으면 지식이고, 가슴속에 내려오면 지성이고, 사랑이 더해져 영혼 속에서 발효되면 지혜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조금 안다고 그 수준에 머물어 있으면 어리석음을 범하기 쉽다. 요즘 자칭 언론인이라면서 방송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는 한 인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가짜들이 진짜 행세를 하고 국민들을 속이려 들지만 이를 모르고 넘어갈 만큼 우리 국민들이 결코 어리석지 않다. 나는 이 사람의 책을 모두 쓰레기통 속으로 버렸다.

 

"지식과 지성과 지혜는 숙성 정도에 다라 상당한 수준 차이를 나타내 보인다"(140쪽) 

 

 

 

피해자인데 수혜자로 둔갑해 있는 것은 아닐까

 

혜택을 받은 사람은 수혜자, 피해를 당한 사람은 피해자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 둘이 뒤바뀔 때가 너무 많다. 악인이 자신들을 선인으로 착각하도록 만드는 그런 행위를 서슴치 않고 행하고 있다. 진실을 왜곡, 조작해서 마치 진실이 아니라 적폐인 것으로 둔갑시킨다. 한심스럽게도 여기에 빌붙어 뜯어먹을 게 있다고 똥파리처럼 몰려드는 이들이 있다.

 

원전은 적폐이고, 탈원전은 정의인가? 만화 같은 영화 한편 보고 이에 호도되어 즉흥적으로 탈원전을 외치면서 그동안 쌓은 기술 축적을 헌신짝 내버리 듯하면 이게 애국이요, 정의인가? 외국의 선진국들조차 안전도를 부러워하는 한국의 원전 기술이 갑자기 매장당하고 말았다. 왜 원전 종사자들이 피해자임에도 수혜자로 돌변해 적폐 청산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말이다. 조만간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다가올 탈원전은 모든 국민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말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피해자인데 수혜자로 둔갑해 있는 것은 아닐까"(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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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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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권이 약화된 틈을 타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영웅들의 각축전 속에서, 금지옥엽으로 보살핌만 받던 한 여인이 점차 권력의 비정함을 깨닫고 사랑하는 한 남자와 패권을 위해 나서는 호쾌한 무협 멜로극이다. 이 작품은 중국 여성작가 메이위저(寐語者)의 데뷔작으로, 권력의 비정한 속성, 욕망을 위한 배신, 사랑의 절절함 등을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독자와 문단의 호평을 받았다.

 

 

치열한 궁중 내 권력암투, 그리고 두 남녀 간의 사랑

 

책의 저자 메이위저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중국의 바링허우八零后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1980년 충칭重慶에서 태어난 그녀는 역사와 소설에 관심이 많아 웹 게시판에 올렸던 글들이 큰 인기를 모으기 시작하며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녀의 대표작 <제왕업帝王業>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 작품은 방대하고 호쾌한 스타일과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탄탄한 스토리로 인기를 모으며, 온라인 조회수 10억 뷰를 넘어선 것은 물론, 2007년 출간된 후 500만 부가 팔리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중국 최고의 드라마 제작진과 장쯔이 등이 주연으로 참여한 블록버스터 드라마 <강산고인江山故人> 제작이 완료된 상태로, 2020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당대 최고 문벌세가 낭야왕씨의 고귀한 딸이자, 모든 영웅들이 흠모하는 여인, 왕현. 그녀는 어릴 적부터 궁궐을 마치 내 집처럼 드나들며 황제와 황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아름다움과 존귀함, 재주와 청매죽마靑梅竹馬(연인이나 부부가 어릴적부터 사이 좋게 지낸 관계)의 연인까지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영원히 평탄한 삶이란 없다. 황실 내 권력 다툼과 변방의 반란이 발생하면서, 연모하던 3황자와의 인연을 끊고 가문의 보존을 위해 아버지가 강권하는 정략결혼을 고민하게 된다.

왕현은 이미 지난날의 연약한 여인이 아니었다. 세상의 권력자들이 감히 그녀를 얕보지 못하게, 그 누구도 그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게 천하를 손에 쥐고자 결국 정략결혼에 동의하게 된다. 마침내 혼례가 있던 그날, 변방의 반란 소식에 생면부지 남편은 혼례에 얼굴도 비추지 않고 급히 변방의 전장戰場으로 출정해버린다. 이후 그녀에게는 감당하기조차 어려운 죽음의 칼바람이 불어닥친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바로 왕현(아무)인데, 그녀의 고모는 왕후, 그녀의 어머니는 공주인 전형적인 권력가문 출신이다. 큰 애로없이 순탄하게 성장한 그녀는 황제의 총애를 받던 사귀비의 아들인 3황자(자담)를 연모했지만 정작 그녀의 배필은 다른 남자였다. 15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례식에 나서는 그녀의 남편은 미천한 가문 출신의 변방 장수 소기(예장왕)다. 이 남자는 당대 최고의 문벌세가 낭야왕 집안과 전략적 제휴를 한 셈이다.

 

그런데, 신혼 초야도 보내지 못한 채 소기는 폭동을 진압하고자 급히 변방으로 떠난다. 이후 소기로 인해 부족을 잃었다는 돌궐족에 왕현은 납치당하고 3년 동안 생이별의 아픔을 겪는다. 이렇게 전개된 상권의 스토리는 결국 소기가 왕현을 구출, 부부로서의 인연을 이어가는데, 황궁의 지배 기회는 점점 소기에게로 다가온다. 두 명의 황제가 죽고 궁중의 실력자인 사귀비 마저 죽었기 때문에. 마침내 소기의 황궁 입성으로 상권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제 본격적인 궁중 암투가 전개될 하권을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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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경제 대전망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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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경제 대전망>의 키워드는 외화내빈이었고, <2019년 한국경제 대전망>의 키워드는 내우외환이었다. 그러면 2020년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을 '오리무중 속의 고군분투'라고 잡았다. 주위의 원군없이 한국경제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2020년은 선거가 있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본격적 호전 기미가 약하고, 초반기 섣부른 정책 실수를 뒷수습하기에 바쁜 상황이다. 오히려 일본 덕에 혁신성장에 그나마 발동이 걸린 것이 전화위복인 셈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안개 속의 한국경제, 불확실성이 문제

 

책의 저자 이근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겸 비교경제연구센터장이다. 그밖에 경제추격연구소장, 국민경제자문회의의 혁신분과의장 및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회장을 맡고 있다. 공저자 류덕현은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이자 같은 대학의 경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거시경제정책 및 시계열 응용 계량경제학 방법론 연구를 주로 하고 잇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엇는데, 1~2장에서는 대외적 경제 환경을 다루고, 3~4장에선 정부의 정책과 자본 금융 시장의 이슈와 동향을 살펴봄으로써 한국경제가 고군분투를 통해 얼마나 잃고 얼마를 건질 것인가를 가늠해본다. 5장에서는 차세대 산업과 한국 기업의 기회를 다루며,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한국 산업이 디지털 사회 2.0 시대에 맞는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함을 설파한다. 

 

 

 

 

먼저 2020년 세계경제를 먼저 전망하면서 시작한다. 책은 주요국 경기가 동반 둔화되는 '하방 동조화'의 한 해가 될 전망이라고 단언한다. 사실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만드는 의견임에 틀림없다. 2019년을 돌이켜보면, 미국경제가 전후 최장기간의 호황을 누리는 동안 중국, 한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경제는 오히려 경기 하강의 골이 깊어지는 한 해였다. 그런데, 2020년은 견고할 것 같던 미국경제의 확장세가 하강 국면으로 돌입하면서 주요국의 경기가 동반 하강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전망이다.     

 

 

베트남의 중국 대체 효과

 

글로벌 수출 확대로 경제의 성장을 이끌던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기가 전체적으로 하강 내지는 침체 국면에 놓임에 따라 그간 중국 편중의 수출 확대책을 벗어나 새로운 전략으로 임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안이 삼성, LG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베트남의 진출을 더욱 더 확대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의 견제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베트남은 오히려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관리 면에서 중국을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미 수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추세는 2020년 이후 미중 무역 분쟁이 해결되는 방향에서도 관성 효과로 쉽게 되돌려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보지 않은 길로 접어든 세계경제

 

미중 무역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동안 유지되어왔던 자유무역 질서를 와해시키고 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이 자유무역 질서의 혜택만 향유하면서 책임 있는 경제 대국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그 체제의 설계자이자 최대주주였던 미국이 트럼프 정부 이전의 모습과는 달리 스스로 파괴자가 되고 있음은 충격적인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이 그간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역 확대를 통한 중국의 성장이 결국에는 중국의 정치적 자유를 가져올 것'이라는 미국의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허용했고, 중국을 최종 조립지로 하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형성되었다. 미국은 그 가치사슬에서 핵심 기술 공급과 최종 소비 시장의 역할을 담당했다. 신냉전의 시작은 그러한 신념 자체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글로벌 가치사슬은 와해될 운명에 처해 있다. 이는 중국이 세계경제를 제패하겠다는 야욕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면서 미국의 강력한 태클에 걸린 셈이다.

 

 

미래 산업의 플랫폼 전쟁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ICT 신기술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양국 모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고성능 컴퓨팅(하드웨어) 분야와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기술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고 있다. 화웨이 등 중국 ICT 기업들을 겨냥한 미국의 공세와 이로 인한 기술 분야의 냉전은 단순히 5G,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메모리 또는 인공지능으로 통용되는 특정 기술 요소의 따라잡기와 견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들은 플랫폼 위에서 한 몸처럼 움직인다. 통신기술과 사물인터넷 센서는 기존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수집된 데이터들은 빅데이터화를 통해 분석된 후 유용한 정보 서비스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기존 선진국의 우위가 뚜렷한 제조업 분야가 아니라 첨단 ICT 산업에서의 글로벌 패권을 잡으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더 이상 방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흔들리는 한국경제의 펀드멘털

 

한국과 주요국의 경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화되고 있다. 2019년 세계경제의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요국의 1분기 경제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2018년 4분기 GDP 성장률과 비교하면 미국 0.8%, 중국 1.4%, 일본 0.6%, 유럽연합 0.4%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한 반면 한국은 -0.4%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넓게 봐서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고 좁게는 문재인 정권의 반기업, 반시장 정책이 기업하기 나쁜 환경을 조성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문제점

 

1. 큰 그림, 장기 비전 없이 임기응변식,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많다

2. 정책 내용이 본질적, 근원적 접근을 하지 못하고 변칙적, 우회적 접근이 많다는 지적이다

3. 정책 타이밍이 더 중요한데, 정부는 타이밍이 늦다는 지적이다

4.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집행 또한 장담하지 못한다

 

 

군불 지피는 지방 시장

 

국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잇는 문제가 아니다. 새 아파트 미분양은 주택 시장의 후행 지표다. 주택 시장이 고꾸라지면 미분양이 크게 늘고 그 반대의 경우엔 청약 때 조기 완판되거나 미분양이 미미해진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2019년 들어 충남 천안, 아산 등지에서의 미분양 감소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완만한 회복' 신호음으로 해석할 만하다.

 

천안은 3,000가구의 미분양 물량이 1,100가구로 감소 2019년 말을 지나면 시장이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강원도의 경우 원주 더샾(고분양가 논란)으로 인해 일시적 미분양이 급증했지만 이 또한 서서히 감소되는 추세다. 강원도(인구 150만 명)의 미분양 7,700가구 중 원주시에 3,400가구가 몰려 있었다.

 

장기적으로 주택 시장은 가구수의 변화와 같은 궤를 그린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국내 총인구는 2020년에서 2040년 사이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를 대략 2028년 쯤으로 보면 이후 주택 수요의 기반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1~2인 가구의 점진적 증가가 미치는 효과가 2043년까지는 완만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여진다. 아무튼 2020년에는 주택 수요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규제 완화


공유경제 서비스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다양한 거래 정보들이 모두 빅데이터 형태로 저장되는 것이다. 현재 빅데이터 분석 방법이 발전되고 있으므로 평판 분석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새로운 자율규제 제도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네거티브 규제나 규제샌드박스에도 적합하다. 이와 함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자율규제에 걸맞은 새로운 소비자 보호 방식을 개발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의 보안 시스템, 보험 시스템 등이 갖추어져야 한다. 공유경제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은 안정적인 서비스와 소비자 보호에 있는데, 이 방식을 공유에 기반한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공유경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초연결사회로의 변화 속에 등장하고 확장되는 혁신성정의 하나다. 공유경제는 창조적인 파괴의 전형적인 사례로 사회에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무엇보다도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잇다.특히 공유경제가 4차 산업혁명으로의 변화와 같은 맥락에서 발전하고 있다. 선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이런 길을 포기하거나 늦추어선 안 될 일이다.

 

 

보다 공정한 경쟁 환경

 

인간 중심의 디지털 기업 경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도전과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첫째, 과감한 창업이 필요하다. 이제 창업은 어느 혁신적 개인만이 가능한 일이 아니다. 디지털 인프라와 연결해서 더 없이 좋은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둘째, 복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새벽배송을 시행하는 마켓컬리는 자사 플랫폼에 동일한 상품의 소호를 입점시키지 않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최소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플랫폼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책임과 협업 사례다.

 

공정경쟁을 위해 기존에는 회계감사를 중시했다면,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검색, 계약, 가격 등 관련 알고리즘의 공정성도 이슈가 된다. 그러나 알고리즘의 작동 메커니즘을 외부에서 접근하기에는 영업 기밀이나 지식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고, 알고리즘의 해석에 대해 상당 수준의 기술적 난이도가 있으며, 또한 알고리즘의 공정성 이슈가 국내 기업에만 요구되어 자칫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가능성도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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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왜란과 호란 사이 - 한국사에서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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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시인인 홍세태가 쓴 <김영철전>이라는 전기소설이 있다. 난과 난 사이에 태어나 거친 세월을 살아내야 했던 김영철의 고난과 회한은 연이어 난리를 맞아야 했던 17세기 조선 민중들의 고초와 겹친다. … 김영철이라는 평범한 사람이 한 인간의 삶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의 파란만장한 역정을 겪은 탓은 결코 스스로에게 있지 않다. 그저 그가 살던 나라가 그릇된 선택을 내려 전란에 휩싸였고, 그럼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조선사의 반복된 비극

 

이 책의 저자 정명섭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을 거쳐 바리스타로 일했다. 파주출판도시의 카페에서 일하던 중 우연찮게 글을 접하면서 작가가 되었다. 역사와 추리를 좋아하며, 좀비와 종말을 사랑한다.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다. 

역사 추리소설 <적패>를 써내면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다양한 장르의 글을 두루 집필하고 있다. <직지를 찍는 아이 아로>,  <남산골 두 기자>, <미스 손탁>, <로봇 중독>(공저), <대한 독립 만세>(공저), <이웃집 구미호>(공저) 등 청소년 소설과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사라진 조우관>, <어린 만세꾼>,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등 동화를 쓰며 어릴 적 꿈을 이뤄가고 있다. 그 외 저서로 <폐쇄구역 서울>, <별세계 사건부>, <명탐정의 탄생>, <유품정리사>, <한성 프리메이슨> 등이 있다.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과 무단(무경계 작가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들은 과거지사를 역사관련 기록물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사이의 38년 간의 과거 일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 기간 중에 발생된 일을 참조하기 위해서 조선 후기 시인 홍세태가 쓴 <김영철전>을 참고로 하고 있다. 김영철전은 전란으로 인해 고난과 애환을 겪은 김영철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는데, <유하집柳下集>에 실려 있다고 한다. 당연히 이 기록물의 진실성을 전제로 저자 정명섭도 이 책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침략을 하기 전에는 불길한 조짐을 무시했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했고, 결국 무기력하게 항복하거나 겨우 패배를 모면하는 데 급급했다"(7쪽)

 

 

아동대兒童隊를 모집하다

 

임진왜란은 조선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햇던 길고 참혹한 전쟁이었다. 한족에는 잔인한 왜군이 잇었다면, 다른 한쪽에는 굶주림과 질병이 있었다. 1594년 <선조실록>에 처음 등장한 아동대兒童隊는 훈련도감에서 모집했는데, 주로 조총을 다루는 포수로 편성되었다. 나이가 어려도 조총은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급료로 주는 쌀이 적어 유지가 쉽다는 점도 아동대를 모집하는 데 한몫했다.

 

"조선시대에서 징집 연령은 16세였고, 성인식 관례도 대략 15세에 치렀다. 다라서 '아동대'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그보다도 어린 아이들이 분명하가. 아마 10대 초반이었을 것이고, 더 어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에게 조총을 가르친 교관은 조선에 귀순한 일본인, 즉 항왜降倭들인 여여문呂汝文산소우山所于였다. 약 200명으로 편성된 아동대는 편을 갈라 시험을 쳐서 고과를 매겼다. 그렇다면 아동대엔 어떤 아이들이 들어왔을까?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다고 해도 자식을 전쟁터로 내몰 부모는 없다. 그러므로 여기에 들어온 아이들은 전쟁 중에 부모를 잃은 고아 또는 전쟁통에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다른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설 <왜란과 호란 사이 38년>의 주인공은 홍한수로 1595년 5월, 훈련도감에 그 얼굴을 드러낸다. 그는 오랫동안 굶어서 어깨뼈가 앙상하게 드러났고, 몸으로 제대로 씻지 못해서 몸엔 부스럼이 덕지덕지 나있다. 계미년생(1583년)인 그는 동갑인 전영갑을 이곳에서 만난다. 전란통에 부모와 헤어져 한양으로 흘러들어왔지만 먹고살 길이 막막하던 차에 훈련도감에서 아동들을 모아 군대를 편성한다는 얘기를 듣고 최소한 굶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동대문에 위치한 훈련도감으로 몰려든 것이다.

 

선조 28년(1595년) 12월, 압록강. 주인공 홍한수는 훈련을 받은 조총을 바짝 끌어안은 채 남부주부이자 사절단을 이끄는 신충일을 따라나섰다. 훈련도감의 아동대는 대부분 해체되었지만 홍한수처럼 솜씨 좋은 포수는 훈련도감 소속으로 남았다. 눈바람이 부는 압록강을 건너자 바람은 다소 가라앉았다. 지금은 여진족 길잡이를 따라나선 길이었다. 엿새 동안의 여행 끝에 신충일과 홍한수는 누르하치의 본거지인 불아납성에 도착했다.

 

누르하치의 먼 친척이자 장수인 동양재의 안내로 별채에 자리잡고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동양재는 조총이 궁금해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작은 것도 맞출 수 있느나?", "투구도 꿰뚫을 수 있는가?" 등등. 한편, 조선군에 대한 논평을 구하자 동양재는 예전에 연회 자리에서 나열한 군사들을 목격햇는데, 화살 깃은 다 떨어지고, 촉도 없는 모습이 허약해 보였다고 평했다.     

동양재의 얘기를 듣던 홍한수는 문득 훈련도감의 늙은 포수에게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어느 해인가 왜국 사절단이 길가에 도열한 병사들의 창을 보고 너무 짧아서 쓸모가 없어 보인다고 비아냥거렸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긴 창과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이 쳐들어왔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누르하치의 여진족들은 조선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

 

 

재조지은再造之恩의 실체  

재조지은이란 원래 죄를 지어서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의 죄를 용서해주는 은혜를 가리킨다. 하지만 조선의 사대부들에게 재조지은이란 명이 군대를 보내 조선을 구해준 일을 일컫는다.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선조는 대신들과 함께 의주까지 피난을 갈 정도로 전전긍긍했다. 반면에 선비들과 백성들이 똘똘 뭉친 의병은 왜군과 죽음을 불사하는 혈전을 벌이면서 이 땅을 지켰다.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활동했던 정경운이 쓴 <고대일록>을 보면 명군明軍이 조선에서 얼마나 지독하게 약탈을 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하지만 선조는 자신의 훼손된 권력을 지키기 위해 명을 추켜세우고 의병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러면서 관념적이었던 사대관계는 현실적이고 동시에 맹목적으로 변해갔다.

 

명의 지원병 요청을 둘러싼 광해군과 대신들 간의 갈등은 정국을 주도하던 대북大北 내부의 분열을 불러왔다. 여기서 대북이란 세자책봉 문제로 소북小北과 대립하던 정치 집단으로 광해군을 지지했다. 하지만 당시 선조는 소북이 지지하는 영창대군을 세자로 책봉하려 했다. 가뜩이나 소수이며 과격파였던 대북의 분열은 정권을 지탱할 마지막 기둥을 무너뜨렸다. 명 황제가 직접 지원병을 보내라는 칙서를 보냈기 때문이다. 마침내 1618년, 강홍립을 도원수로 임명하면서 지원군이 조직되었다.

 

도원수 강홍립이 지휘하는 조선군은 2월 19일을 시작으로 2월 22일 전군이 압록강을 건너갔다. 하지만 억지 전쟁터로 가는 조선군의 진군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엇다. 더구나 군랼의 보급이 계속 지체되는 바람에 병사들은 압록강 도강 이후 지독하게 굶주렸다. 행군은 후금군이 쌓아놓은 나무에 막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앗다. 2월 25일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 추위로 동사하는 병사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명나라의 지휘관 유정은 군량 보급시까지 대기하겠다는 강홍립의 제인을 거절했고, 자신의 군량을 나눠주지도 않았다.

 

 

비운의 개혁군주 광해군

 

광해군에 대한 평가는 시대마다 달랐다. 조선시대 내내 폐위된 자젹 없는 군주이며 무능하고 포악하다는 평이 따랐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평가가 바뀌었다. 즉 선견지명이 있고, 백성을 사랑하는 군주로 바뀐 것이다. 광해군은 대동법의 확대 시행을 반대하고 궁궐의 증축에 지나치게 힘을 기울였다. 재위기간 내내 옥사를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렸다. 그럼에도 광해군이 후금과 명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시도한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중립외교는 큰 난관에 봉착, 명은 조선에 지원군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의 사대부들은 명나라를 추종했기에 광해군의 선견지명은 여기까지였다.

 

광해군은 국익에 따라 냉철하게 선택해야 할 국정 방향을 설득하는 대신 조롱과 비아냥으로만 일관했다. 명분을 앞세우며 자신에게 반대하는 대신들을 백면서생이라고 조롱했고, 사르후 전투의 패전에 대해선 그럴 줄 알았다면서 비아냥거렸다. 대신들을 국정의 파트너로 보지 않고 무지몽매한 존재들로 매도하며 냉소로 일관한 것이다. 후금의 세력이 강성해지고 명의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게 되면 천하의 주인이 바뀔지 모른다고 내다본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그러한 선견지명에 동조하는 세력을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광해군이 가진 이러한 한계는 집권세력인 대북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면서 인조반정으로 이어진다.

 

"반란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 광해군이 실패한 것이다"

 

 

인조반정 이후

 

광해군이 축출되고 새로운 세상이 왔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공신들 간의 권력 다툼과 역모나 누명이 판을 쳤다. 이런 와중에 홍한수를 포함한 훈련도감 포수 일부는 북방으로 차출되었다. 후금과 가깝게 지내지 않았기에 그들의 동태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북방에 대규모 군대를 주둔시켜 후금의 침입을 막자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인조의 명에 의거 북방 수비 병력들이 차출되었다. 

 

홍한수는 여여문을 도와 포수 훈련에 힘을 썼다. 부원수 이괄이 있는 영변엔 팔도에서 올라온 병사들이 지독하게 훈련을 받앗다. 추운 겨울이 찾아오자 훈련이 줄어들엇다. 시간이 남아돌자 병사들은 고향 생각에 젖어들엇다. 홍한수는 어렵게 구한 삼해주 한 병을 들고 여여문을 찾앗다. 술잔을 주고받건 홍한수가 조선이 압록강을 넘어 후금을 친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이를 여여문에게 되물었다. 이에 술잔을 내려놓은 여여문이 고개를 저었다.

 

"조선은 늘 자신들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임진년에 여기로 건너왔을 때 함경도 쪽에서 여진족과 싸운 적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도 감당하기 힘든 자들이다. … 조선은 임진년 때만 생각해서 전쟁이 나면 높은 산속의 성에 틀어박혀서 싸울 생각만 하더구나. 왜군이었다면 그 방법이 먹히겠지만 후금군에게는 소용이 없다"

 

"왜 그렇습니까?"

 

"왜군의 목표는 땅을 빼앗고 군량을 얻는 것이었다. 그래서 요충지를 점령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했다. 하지만 후금은 그러지 않아. 아마 조선이 산성에 틀어박히면 그냥 가던 길을 갈 거다"

 

 

인조 5년(1627년) 1월 22일 평안도 안주성

 

후금군은 얼어붙은 청천강을 건너서 안주성을 포위했다. 성벽에 올라간 홍한수는 끝이 보이지 않는 후금군의 대열을 보고선 입이 쩍 벌어졌다. 안주성을 빈틈없이 포위한 후금군은 조선군의 항복을 종용했다. 안주목사 남이흥은 역관을 통해 결코 항복하지 않겠다는 소리를 외치게 했다. 이에 대한 후금군의 반응은 역관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다.

 

"내일 공격해서 우리를 모두 죽이겠답니다"

 

다음날 아침, 후금군은 새벽안개를 뚫고 공격해왔다. 안주성의 조선군은 후금군을 향해 조총을 쏘고 화살을 날렸다. 화포에서 날아간 포탄이 후금군 대열 한복판에 떨어지면서 수십 명을 한꺼번에 쓰러뜨렸다. 이길 수 있겠다는 희망은 잠시, 새벽안개가 걷히자 눈 앞에 전개된 수많은 후금군을 목격한 뒤 안주성민들은 절망에 빠졌다. 공격이 재개되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홍한수도 정신없이 조총을 쏘아댔다.

 

한낮이 지나자 후금군의 사다리가 성벽에 걸렸다. 후금군의 침입 기세에 조선군은 압도당하고 말앗다. 성 안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지만 쏟아져 들어오는 후금군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안주목사 남이흥은 문루에서 후금군에 대한 공격을 지휘하다가 안주관아로 퇴각했다. 홍한수도 그를 뒤따라 관아로 들어갔다. 

 

적진에는 조선사람들도 보였다. 나라가 백성을 버린다면 백성도 나라를 버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들과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누고 안주성으로 왔던 홍한수는 그래도 안주목사가 남이흥이라는 사실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지만 그는 제대로 습진習陳을 하지도 않고, 사소한 일에 부하들을 가혹하게 대했다. 홍한수는 남이흥이 길길이 날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남이흥이 탁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라고, 나라고 왜 그러고 싶지 않았겠나.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네"
"습진을 하려고 하면 조정과 권신들이 보낸 기찰꾼들이 달라붙었네. 그러면 얼마 후에 조정에서 함부로 군대를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왔고 말이야"

 

남이흥의 말에 어이가 없어진 홍한수는 그 이유를 물었다. 이괄의 난 때문에 조정에선 변방의 장수가 진법 훈련을 하기만 하면 이를 의심하고 훈련을 하지 말도록 했다는 것이다. 장수가 조금만 움직여도 의심을 하니 어떻게 군사훈련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에 홍한수는 분통이 치밀어올랐다. 남이흥 목사는 공신임에도 말이다.

 

 


 

일어나지 않는 의병, 등을 돌린 백성

 

후금군이 침략했다는 소식을 듣자 인조는 의병을 일으켜 이에 대비하라고 김장생을 양호호소사로 임명했다. 김장생은 예학의 대가이자 서인의 혈통을 잇는 율곡 이이의 제자이다. 김장생이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하고자 호소하자 곳곳에서 의병들이 일어났다. 김장생은 의병을 이끌고 전주로 향햇다. 여기엔 소현세자가 이끄는 분조가 머물고 있었다. 이후엔 눈에 띄는 의병 활동이 전무했다. 특히, 북인의 근거지였던 경상도에서 심했다.

 

심지어 의병에 가담하지 말라는 익명서가 곳곳에 나붙었다. 임진왜란 때엔 의병들이 들불처럼 일어났는데 30여 년이 지난 정묘호란 때에는 조정에서 관리를 파견해 모집해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식어버린 것이다. 물론 정묘호란이 벌어진 기간이 대단히 짧은 탓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임진왜란 때 활약했던 의병장 조경남趙慶男은 이때의 분위기를 자신의 저서인 <속잡록고서續雜錄>에 이렇게 남겨놓았다.

 

"의병을 일으키려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비난을 하거나 욕설을 퍼붓고 화를 내기까지 한다. 그리고 의병에 가담하지 않으려고 온갖 핑계를 대고 한 사람도 나서지 않으니, 인심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나라의 국운이 다한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전술

 

임진왜란을 경험하며 조선은 활을 버리고 조총을 쓰기 시작했고, 30여 년이 지난 병자호란 무렵에는 조총의 품질이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조총은 기병이나 궁수에 비해서 양성하는 비용이 적게 들었기 때문에 임진왜란 이후 재정난에 시달리던 조선에 여러 모로 적합했다. 특히 별다른 훈련을 하지 못하는 속오군에게 적합한 무기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시간 동안 상대해야 할 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여진족은 왜와 여러 모로 달랐다. 여진족이 운용하는 군의 상징은 기병이다. 이들은 돌파력이 뛰어났다. 여진족은 특정 지역을 점령하는 대신에 약탈을 한 후 바람처럼 돌파해나갔던 것이다. 조선군과 마주치면 곧장 말을 몰아서 돌격해오기에 그 기세에 엄청난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기마병인 팔기군은 활로 명중시키기도 어려웠다. 화포도 마찬가지였다. 부정확하고, 재장전 시간이 오래 걸려서 돌파당하기 일쑤였다.

 

 

삼전도에서 항복한 인조

 

삼전도에서 홍타이지에게 항복한 인조는 완벽한 친청파로 변신한다. 그리고 어리석은 선비들이 나라를 망쳤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나라를 고통으로 빠트린 이들은 다름 아닌 임금과 정책을 결정한 대신들이었다. 그럼에도 나라가 비극을 맞은 데 대해 책임지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상의 주인공 홍한수나 김영철 같은 민초들이 겪은 고통과 고난은 형용하기 힘들 정도였다. 병자호란이 터지자 포로로 잡혀서 심양에서 노예가 되었다가 주인집을 탈출, 북경과 만주를 거쳐 조선으로 귀국한 안추원을 조정에서 고향인 개경으로 보내지만 이미 오래 전에 부모가 죽고 일가친척들이 뿔뿔이 흩어져 먹고살기가 힘들자 다시 그는 북경으로 돌아가려고 압록강을 건너다가 적발되는 일도 발생햇다.     

 

 의주부윤은 37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안단을 묶어서 청으로 돌려보낸다. 외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결박된 채 청으로 끌려가던 안단은 조국이 자신을 죽을 곳으로 몰아넣는다고 울부짖었다. 환향녀라고 불리면서 평생을 손가락질 받은 여인들의 사연은 아예 기록조차 남지 않았다. 다만 절개를 잃었으면서도 죽지 않고 부끄럽게도 살아 돌아왔다는 사관의 거친 붓놀림 속에 가느다랗게 흔적만 남길 뿐이다.

 

 

 

후손인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

 

 

김영철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김영철의 사연은 당시 조선인들에게 여상如常했다. 수많은 김영철들과 홍한수들은 잠시간의 안식도 없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휘말려 평생을 휘둘렸다. 그렇게 행복해지는 것이 법도에 어긋나는 시절을 견디면서 아픔을 습관처럼 겪었다. 그리고 김영철의 비극적인 삶은 병자호란 때 민초들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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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실전 재무제표 - 재무제표 서적으로 아마존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된 책, 개정판
토마스 R. 아이텔슨 지음, 박수현 옮김 / 이레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필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사람들이 회계 및 재무관련 보고와 관련된 기본 내용들을 완전히 익히도록 돕는 데 있다. 특히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그리고 현금흐름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영자들, 과학자들, 세일즈맨 등을 대상으로 했다. - '이 책의 특징' 중에서

 

 

투자를 위해선 재무제표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 책의 저자 토마스 R. 아이텔슨과학자, 사업가, 작가, 교사로 기술 기업의 사업 개발 및 마케팅 부문에서 30년 간 경험을 쌓았다. 아이텔슨은 창업기업의 컨설턴트로서 5억 달러의 창업 자본을 유치하도록 도와준 비즈니스 플랜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눈에 재무제표 읽는 법은 그가 창업기업가들을 대상으로 재무제표를 활용하는 방식을 알려주고자 한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의 저서 한눈에 재무제표 읽는 법은 그 구조나 중점 영역에서 상당히 독창적인데, 이는 아이텔슨이 회계사나 재무관련 전문가가 아닌 생화학자로서의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국적 대기업의 전략 기획 담당으로, 그리고 첨단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벤처 캐피탈 기업의 CEO로 일하면서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회계 및 재무보고를 처음 배우게 됐다. 아이텔슨은 현재 매사추세츠 주, 캠브리지에 소재한 머큐리 그룹(MERCURY GROUP)이라는 기업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창업기업 및 기존의 첨단 기술 기반 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 및 파이낸셜 모델링, 사업전략 개발, 투자유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경영 컨설팅 회사다.

 

책은 총5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반드시 알아야 할 재무제표의 기본)에서는 기업의 세 가지 주요 재무제표를 소개하고, 회계장부를 이해하고 회계 담당자들이 이에 친숙해지기 위해 필요한 전문용어를 정의한다. 2부(거래를 통한 재무제표의 응용)에서는 애플시드주식회사의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반영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3부(성과 창출을 위한 재무제표의 기법)에선 통상의 비율분석 기법을 이용해 애플시드주식회사의 재무 상태를 철저하게 분석해본다. 그리고 왜 재무제표를 조작하고 기만하는지에 관해서도 살펴본다. 4부(사업 확장을 위한 경영 전략)에서는 성장세에 있는 기업이 시업 확장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5부(성공적인 자본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에서는 사업 확장 전략의 대안을 분석하고, NPV 기법을 활용해 최선의 선택을 도출해본다.

 

 

 

 

열두 가지 기본원칙

 

회계실체~ 재무제표를 준비하는 기업단위

계속기업~ 기업실체의 수명은 영원하다고 가정한다

측정~ 회계는 수량화할 수 잇는 것들을 다룬다

측정단위~ 미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단위는 미국 달러다

역사적 원가~ 기업의 자산과 부채는 취득원가로 기록한다

중요성~ 상호 다른 재무관련 정보들의 상대적 중요성을 일컫는다

추정과 판단~ 추정에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선택가능한 최선의 추정이어야 한다. 

일관성~ 기업은 하나의 회계보고 방법을 선택한 후, 이를 일관되게 사용한다

보수주의~ 회계 담당자들은 현상을 측정할 때, 축소하는 경향을 유지

기간성~ 통상의 경우 월, 분기, 또는 년으로 한다

실질의 우선~ 거래의 형태가 아닌 경제적 '실체'를 보고한다

발생기준~ 특정 회계기간 동안 발생한 이익이나 손실을 통화로 환산한다

 

 

발생주의 vs 현금주의

 

회계장부를 기록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현금주의와 발생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비용과 이익을 기록하는 시점에 차이가 잇다. 현금주의란 현금을 수령할 때 이익을 측정하고 현금을 사용할 때 비용을 측정한다. 반면에 발생주의란 실제 현금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거래의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이익과 비용을 측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가계부를 작성할 때 현금주의를 기반으로 일상을 다룬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발생주의 회계를 채택한다. 또 미국은 irs의 지침에 다라 제품 재고를 유지하고, 이를 판매하는 모든 기업은 반드시 발생주의 회계를 이용해 이익을 보고해야만 한다. 즉 손익계산서에는 현금흐름을 반영하지 않고 이보다는 향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가 발생했음을 기록한다. 

 

 

애플시드 주식회사 창업과 운영

 

예로 든 애플시드 회사의 창업과 운영을 6단계로 살펴보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거래들을 회계 처리하는 것을 예시한다. 1단계(창업 자금의 유치, 직원채용)에선 건물 구매를 위한 은행차입, 종업원 급여지급 등의 거래 발생을 보여준다. 2단계(생산시설 확보 및 인력 충원)에선 제저 설비 부문과 선금 지급, 설치와 잔금 지급, 생상직 고용과 임급 지급, 공장(기계) 감가상각 일정 수립, 표준원가 산출, 원재료 주문과 포장라벨 수령 등의 거래를 보여준다.

 

3단계(제조공정의 개시)에선 2개월분 원재료 공급, 생산 개시와 급여 지급, 감가상각과 기타간접비 계상, 라벨 대금의 지급, 애플소스 생산과 창고 입고, 일부 재공품 재고 폐기, 2개월분 원재료 대금 지급 등의 거래를 보여준다. 4단계(상품 홍보와 판매)에선 제품홍보물과 티셔츠 제작, 주문 받은 애플소스 출하, 외상주문 발생, 제품 대금 수령, 파산고객의 대손처리 등의 거래를 보여준다.

 

5단계(관리 업무의 실행) 에선 책임보험료의 지급, 부동산 관련 부채의 원리금 지급, 직원보험료와 급연관련 세금 지급, 공급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 등의 거래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6단계(기업의 성장 평가)에선 미지급 소득세의 회계처리, 배당금 공표와 지급, 현금흐름표/재무상태의 변화, 기업회계 연차보고서, 애플시드의 가치측정 등의 거래를 보여준다.

 

 

애플시드의 사업성과 평가

 

회사의 유동성, 자산관리, 수익성, 레버리지 등에 관한 비율분석을 통해 애플시드의 성장을 평가해본다. 유동성은 유동비율, 당좌비율을, 자산관리는 재고자산 회전, 자산회전율, 매출채권 회전일수 등을, 수익성은 총자산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 매출액이익률, 매출총이익 등을, 레버리지는 부채 대 자본 비율, 부채비율 등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전체 산업과 경쟁업체의 비율과 비교해본다.

 

 

 

 

사업의 확장

 

애플시스는 신생 벤처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주주들은 이런 경영성과에 만족해하고, 회사의 제품에 대한 수요 또한 탄탄한 편이다. 이젠 "사업확장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예스'라면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애플시드의 성장전략을 살펴보자. 회사의 성장에는 필연적으로 자본의 확충이 요구된다. 이는 더 많은 부채를 충당하거나 자기자본을 늘리는(증자)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때 회사는 자본충당비용을 고려해야 하는데, 은행차입 금리와 배당수익률을 비교, 선택하면 된다. 이에 책은 후반부에 현재가치와 미래가치의 관계를 고려한 할인율(최저목표수익률)에 의거한 NPV(순현재가치) 산출을 다루고 있다. 이는 경영학의 의사결정이론에서 크게 다루는 분야이기도 한데, 투자 행위에 고려되어야 할 의미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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