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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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는 매끈하게 다듬어진 이상향이라는 부자연스러운 세계에 자연인을 투입시켜 인간의 미래를 이해하려는 하나의 예언적인 시도로서, 조지 오웰의 <1984>나 마찬가지로 미래의 공포라는 충격을 제시하고, 그러한 예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도덕성을 주창하는 선언서 노릇을 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현재를 예언하다

 

저자 올더스 헉슬리는 광범위한 지식뿐 아니라 뛰어나고도 예리한 지성과 우아한 문체에 때로는 오만하고 냉소적인 유머 감각으로 유명하다. 그는 1894년 7월 26일 서리 지방 고달밍에서 토머스 헉슬리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이튼과 옥스퍼드의 밸리올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다. 소설가로서 더 널리 알려지기는 했으나 수필, 전기, 희곡, 시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1921년에는 <크롬 옐로(CROME YELLOW)>를 발표해서 당대의 가장 재치 있고 이지적인 작가라는 평을 들으며 위치를 굳혔다. <멋진 신세계>는 1932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미래 과학 문명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열여덟 살 때 완전히 실명했다가 차차 시력을 회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1936년 <가자에서 눈이 멀어>를 발표했다. 이는 헉슬리의 '후기파' 성향을 지닌 첫 소설로서, 그의 작품 세계에서 분기점 노릇을 한다.

 

1958년에는 <멋진 신세계>의 예언적 주제들을 심도 있게 검토한 미래 문명사회 비판론인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를 발표했다. 활동 후반기에는 힌두 철학과 신비주의에 깊이 끌렸으며 이 경향이 작품들에 반영되었다. 그는 미국에 정착해서 살다가 1963년 11월 22일 캘리포니아에서 사망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어릿광대의 춤>, <연애대위법>, <불멸의 철학>, <루덩의 악마>, <인식의 문>, <섬> 등이 있다.

 

책은 과학이 최고도로 발달해 사회의 모든 면을 관리 및 지배하고, 인간의 출생과 자유까지 통제하는 미래 문명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인간성을 상실한 미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한편,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 비판한다. 충격적인 미래 예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도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곳은 수정이 이루어지는 방

 

이곳은 '부화- 습성 훈련 런던 총본부', 부화- 습성 훈련국장이 방으로 들어섰을 때 300명의 수정원受精員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적의 상태에서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국장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무리는 풋내가 나는 학생들이다. 그렇다. 견학을 온 것이다. 저마다 한 손엔 공책을 손에 들고 국장이 하는 말을 열심히 적고 있었다.

 

인공 부화기엔 번호를 붙인 시험관이 줄줄이 꽂여 있었다. 적정한 온도를 유지한 채 난자가 보관되어 있다. 정충을 만나 수정된 난자는 인공 부화기로 옮겨 진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그리고 엡실론이라는 등급을 부여 지정된 병에 담아둔다. 난자 하나에, 태아 하나, 성인 하나가 정상이다. 하지만 보카노프스키 처리를 한 난자는 8개에서 96개까지 싹이 생겨 성숙한 어른이 된다. 이렇게 사람이 인공 재배되고 있다.   

 

 

"전에는 겨우 한 명이 자라났지만 이제는 96명의 인간이 생겨나게 만든다.

그것이 발전이다"(34쪽)

 

인간이 마치 생산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그런 시스템이다. 자연계에선 200개의 난자가 성숙한 단계에 이르기까지 약 30년이 걸린다. 하지만 이곳의 콩깍지 기법은 성숙 과정을 가속화시켜 2주일 내에 적어도 150개의 성숙한 난자를 어김없이 생산해냈다. 수정 후 보카노프스키 과정을 거치면 2년 치러 나이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150명 무더기로 태어난다. 그런데, 이곳에선 처음부터 인간의 등급을 정해 만들어진다. 낮은 등급일수록 산소를 적게 공급하는 형식을 취한다.

 

tvN에서 캡처

 

 

사람은 선천적으로 등급을 부여받는다

 

책은 인공 수정실에 특정한 방법을 통해 태어난 복제인들은 태아기부터 그 삶의 방향이 결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고대 인도 사회의 카스트제도나 신라시대의 육품제처럼, 멋진 신세계도 사람들은 차별적인 다섯 등급으로 나뉜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이 바로 그것이다. 상위 등급인 알파는 똑똑하고 뛰어난 외모를 지녔으며, 반면에 하위 등급인 엡실론은 못생겼고 지능이 한참 떨어진 노예적인 삶을 산다.

 

 

사람은 세뇌된 사회 생활을 한다

 

멋진 신세계에 사는 사람은 마치 자동차 한 대가 대량생산이라는 시스템에서 생산되듯이 그렇게 인공 수정 방식으로 복제되고, 그리고 태아기시절부터 세뇌 수준의 교육을 받음으로써 인간은 사회의 부품으로 인식된다. 마치 북한의 김씨 왕조가 아예 어린 시절부터 조작된 역사와 지도자 탄생 설화를 만들어놓고 집중적으로 세뇌 교육을 하듯이 말이다. 이곳은 아예 문명 세계야만인 세계로 구분된 곳에서 살면서 처음부터 정해진 것에 대해 전부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무비판적인 삶을 산다.

 

 

자유로운 성생활과 마약 지급

 

멋진 신세계에 사는 사람은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긴다. 장기 연애라는 말은 아예 없다. 누구하고도 아무런 제약없이 육체적인 향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매일 파트너가 바뀐다. 단지 이런 행위는 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진다. 오히려 한 사람과 장기적으로 연애를 가질 경우 이상한 눈총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육체적인 성욕은 추잡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선 소마라는 일종의 마약이 지급된다. 이들은 이를 섭취함으로써 행복감을 느낀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알파플러스 계급의 버나드 마르크스는 특이하게도 이 계급에 어울리지 않는 매우 부족한 외모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이에 대해 커다란 스트레스를 안고 살면서 이 사회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 이런 그에게 뛰어난 외모를 지닌 레니나 크라운이 의외로 호감을 갖자 둘은 야만인 보호구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사실 야만인 보호구역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지만, 버나드는 심리학자로 이곳을 입장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다.

 

야만인 구역에서 이 둘은 훤칠하게 잘 생긴 존이라는 의외의 인물을 만난다. 사실 존은 문명인 린다의 아들인데, 신세계 사람과는 달리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야만인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신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추악하고 냄새나고 불결하게 보이겠지만 이곳 야만인 보호구역의 삶은 인간적인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 셈이다.

 

한편, 존의 어머니 린다는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여행 중에 낙오가 되어 살면서 야만인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고 말았으며, 야만인의 학대로 인해 문명세계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철저하게 문명과 단절된 야만적 삶을 살던 존과 린다는 우연히 버나드와 레니나를 만나 문명세계로 나갈 수 있었다.

 

멋진 신세계를 경험한 존은 충격에 빠져 문명 세계에서의 외출을 자제하고 방안에만 생활을 한다. 그는 여기서 셰익스피어 전집을 독서하면서 신세계를 배척하고 인문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그의 어머니 린다는 소마의 과잉 섭취로 사망하고 이에 이 사회의 부당함을 비난하며 소동을 벌인다. 이 난동에 존은 통제관 무스타파 몬드 앞으로 호출된다. 통제관은 이 사회 사람들은 잘 살고 있다면서 회유하지만 사람들에게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존은 오히려 위험과 자유와 죄악을 원한다고 맞받아친다.

               
"세계는 이제 안정이 되었어요. 사람들은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얻으며, 얻지 못할 대상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잘살고, 안전하고, 전혀 병을 앓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늙는다는 것과 욕정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 때문에 시달리지도 않고, 아내나 아이들이나 연인 따위의 강한 감정을 느낄 대상도 없고, 마땅히 따르도록 길이 든 방법 이외에는 사실상 다른 행동은 하나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리고 혹시 무엇이 잘못되는 경우에는 소마가 기다립니다. 그것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당신이 창밖에 던져버렸어요, 야만인 씨. 자유 말입니다!" 그가 웃었다. "델타들이 자유를 이해하리라고 기대하다니! 그리고 이제는 그들이 <오셀로>를 이해하리라고 기대하고요! 참 순진한 청년이군요!"(333쪽)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멋진 신세계를 닮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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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 고민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고바야시 쇼헤이 지음, 김복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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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고민을 25가지로 정리하고 철학자들의 대답을 제시합니다. 이 고민들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요? 행여 지금은 아무런 고민이 없다 해도 인생을 살다 보면 반드시 고민과 맞닥뜨리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어리면 어린대로, 나이가 들면 드는 대로 고민과 맞닥뜨리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의 일상적인 고민들을 짚어보고 인간의 일생을 든든히 떠받쳐 온 '철학'의 세계로 한 발짝 내딛기를 바랍니다. - '머리말' 중에서

 

 

25가지 고민에 대한 철학자의 처방

 

책의 저자 고바야시 쇼헤이는 게이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광고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일본에서 누적 판매 20만 부를 돌파한 <웃게 하는 기술>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하면서 각종 방송 및 강연의 연사로 초청받고 있다. 최근에는 게이오 대학 경제학부 강사로 출강하면서 철학, 인지 과학, 전략사고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등과 같은 일상적인 문제에 철학과 역사의 지혜를 결합해 인문적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 일간관계, 자존감, 사랑, 돈, 죽음 등 우리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문제들에 대한 철학자 25명의 현실적인 조언을 담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고민에 "하나의 목표도 결국은 아주 작은 단위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어려운 일은 분할하라"고 답하는 데카르트,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차마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고민에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를 이탈하는 법'을 알려주는 들뢰즈 등 누굴 붙잡고 털어놓아도 좀처럼 후련해지지 않던 고민들을 하나하나씩 해결해준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늘 불안해요

 

많은 직장인들은 마음 속에 불안감을 품은 채 매일같이 회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지금 당장 계획을 수립해서 대비해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한다. 그래서 노후 대비용 저축 목표액을 정한다. 마흔 살까지는 얼마가 모여야 하고, 쉰 살까지는 얼마 등 꼼꼼히게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우리들의 걱정을 깨끗하게 사라지게 할까?

 

이 질문에 대해 책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등장시켜서 이렇게 우리들에게 조언한다. "미래의 목적과 계획은 잊고,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에 열중하라"고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미래의 목적을 최우선으로 삼는 행위를 '키네시스적 행위', 반대로 미래의 목적을 안중에 두지 않고 이 순간에 집중하는 행위를 '에네르게이아적 행위'라고 일컫는다.

 

100퍼센트 장담할 순 없지만 현재의 나를 목적으로 삼는 에네르게이아적인 삶이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이 현재의 삶에 가장 충실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날마다 '지금 이 순간'에 열중하고 몰두하는 사람에게는 정해진 궤도가 없다. 이런 남다른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가치를 알아볼 사람 역시 반드시 존재한다. 에네르게이아적인 생활을 이어나간다면 어느샌가 먹고사는 고민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지금'에 충실해야 '다음'이 있다.

 

쾌락은 본래 활동(에네르게이아)이자 그 자체로 목적(텔로스)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왜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 사는지 모르겠어요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말 발리 지나간 세월. 그런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면서 삶의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책은 이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을 소환한다. 이 철학자는 시간론을 아주 간명하게 설명해놓았기 때문이다. 즉 현대인의 시간 감각이 안고 있는 맹점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현대인은 종이 위에 선을 그어 시간에 구획을 짓고 '공간적'으로 관리한다. 또한 '누구에게나 천편일률적으로 흐르는 객관적인 시간'을 아무런 의심 없이 상식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베르그송은 "시간에 대한 상식에 얽매여 우리는 본래의 참된 시간, 진정한 자유를 너무나 간단히 내팽개치고 있다"면서 현대인의 시간 활용 방식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세분화된 자아는 일반적인 사회생활의(중략) 제반 요구에 매우 잘 부합하므로 의식은 기꺼이 그 방식을 따르려고 하며, 그럴수록 차츰차츰 근본적인 자아를 상실해간다. -<시간과 자유 의지> 중에서

 

'시간에 쫓겨 자아를 상실할 것' 같다면 잠시 하던 일을 내려놓는 시간이 필요하다. 즉 스케줄표에 하루쯤은 여백으로 남겨두거나 스케줄을 빽빽이 채우는 습관을 바꿔보는 것이다. 그런 날만큼은 아무 목적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이나 보고 싶은 영화들을 감상하고 미지의 흥밋거리를 찾아 자유로이 배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시간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보낼 때 우리는 타인이 통보한 일정으로 스케줄을 무작정 채울 때보다 농밀하고 내면이 무르익는 시간을 맛보게 될 것이다.

 

우리의 행위가 외부의 기준이 아닌

우리의 인격에서 온전히 우러나올 때

우리는 자유로을 수 있다.

- 앙리 베르그송

 

 

하고 싶은 일을 실행할 용기가 나지 않아요

답답하고 조바심이 날 때, 책은 철학자 데카르트의 행보를 살펴보길 권한다. 우리들은 이미 이 철학자를 익히 잘 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 말의 탄생 비화를 잘 모른다. 데카르트는 이 세상의 온갖 것을 모조리 의심하고 더 이상 의심하려야 의심할 수 없는 극단까지 다다른 끝에 내놓은 결론이 바로 이 말인 것이다.

 

<방법서설>의 골자 

 

첫째, 명징의 규칙

둘째, 총합의 규칙

셋째, 열거의 규칙

넷째, 분할의 규칙

 

원대한 꿈을 그리는 일은 굉장한 의욕을 필요로 하는 근사한 도전이지만 자칫 말뿐인 계획에 그칠 공산도 크다. 하지만 열의를 가지고 목표를 잘게 쪼개 몰두했을 때 어렴풋하던 꿈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하나가 커다랗지는 않지만 확실한 결과와 성과가 드러나는 보람찬 작업이 된다. 인생이 지금보다 즐거워지리란 예감이 피부로 와닿게 된다.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해도 이를 능력껏 소화할 수 있는 크기까지 작게 쪼개는 방법이 바로 데카르트식 접근법이다.

 

어려운 문제는 분할하라

- 데카르트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인생에는 언제나 실패기 뒤따른다. 호언장담했던 일이 실패로 끝나 좌절하거나,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겠다고 나섰다가 냉담한 반응만 돌아오는 등의 일이 발생한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고 그래서 후회감이 계속 밀려온다. 이처럼 도전이 오히려 아픔만 남긴다. 책은 이럴 때 니체를 만나라고 말한다.

 

"삶은 원환圓環이 되어 빙글빙글 돌아간다. 이는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도, 떠올리기 싫은 실패의 경험도 인연으로 한데 엮여 끝없이 돌고 돌기 때문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디오니소스적인 인생에서는 이런저런 경험을 겪으면서 불행이 싹트기도 하지만 그만큼 행복한 일도 생겨난다. 필연성은 없고 우연성이 지배하는 세상. 차이와 반복의 끝없는 연속. 니체의 말을 듣고 '인생은 결국 희비가 마구잡이로 엇갈리는 삶이구나' 하며 절망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불행만큼은 두 번 다시 내 앞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도 있을 거다.

 

그러나 행과 불행이 인과관계로 얽혀 돌아간다는 니체의 말을 떠올려보라. 지금 그 외침은 거듭될 불행에 대해서도 '별수 없군. 또다시 내게 오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이 바로 니체가 주장한 '영원 회귀' 사상이다. 불행한 경험이 없으면 행복한 추억도 생겨나지 않는 법이라는 거다. 그렇다. 양쪽이 공존하는 덕분에 인생은 괴로우면서도 즐겁다.

 

고통을 향해 외쳐라. 지나가라, 그러나 또다시 내게 오라!

- 프리드리히 니체 

 

 

우리들의 고민, 이미 철학자들이 처방해놓았다

 

인간들의 온갖 고민에 맞서서 끊임없이 사유해온 철학자들의 인생 여정을 되짚어보고 이에 따른 현실적인 조언을 만날 수 있다. 자기만의 사유 체계를 켜켜이 쌓아올려 삶을 견뎌낸 25인의 위대한 철학자들은 우리들에게 '쓸모 있는' 인생 상담을 해준다.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 자, 모두 이 책을 펼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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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 15초 안에 ‘Yes’를 이끌어내는 보고 테크닉 50
김범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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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왜 나의 보고는 늘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라며 고통받았던 당신을 위해 썼다. 그렇다고 고故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처럼 화려한 말솜씨를 알려드리려는 게 아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늘 눈을 마주치고 한 공간에서 숨을 쉬어야 하는 직속 상사에게 '까이는' 대신 '보고 한번 시원하게 하네!'라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당신을 위한 책이다. - '머리말' 중에서

 

 

보고 한번 시원하게 하는 사람이 되려면

 

이 책의 저자 김범준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SK브로드밴드, 삼성SDS를 거쳐 현재는 LG유플러스에 재직 중이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경영능력시험(MAT)의 서비스경영 분야(고객 심리, 서비스 세일즈 및 고객 상담) 출제위원이자 LG그룹 전사 커뮤니티 'LGIN(LG커뮤니케이션센터)'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LG그룹, 삼성그룹, 현대기아차, KB금융, MG새마을금고 등의 기업 강연과 서울시, 경기도, 한국과학기술원, 근로복지공단, 국방부 등의 공공기관 및 고려대, 이화여대 등에서의 강연으로 1만 시간 이상을 보냈다. 특히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말과 행동 관리의 사례를 리얼하게 전파하며 상위 2퍼센트의 평점을 독식할 정도로 특강 현장에서 인기가 높다.

 

 

그는 보고를 잘하고 싶어서 '보고의 달인'으로 만들어준다는 강의를 찾아 듣기도 했지만, 보고를 가르친다는 강의들은 하나같이 보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보고서, 그림, 수식, 도식화,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보고 관련 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저자가 자신이 직장 생활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와 그동안 보고를 지겹도록 받았다는 다양한 기업 리더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낸 결과물이다. 조금 더 편안한 하루를 보장받고 싶은 직장인, 매일 눈을 마주치고 한 공간에서 숨을 쉬어야 하는 직속 상사에게 ‘까이는’ 대신 ‘보고 한번 시원하게 하네!’라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당신을 위한 책이다. 

 

 

 

 

 

 

책은 5장으로 이루어졌다. 결론부터 말하는 습관 기르기,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하기, 기본을 지키는 말하기 방법, 상대의 협조를 얻는 기술 등의 큰 주제 아래서 당장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략과 기술을 상세히 안내한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은가? 여기저기에서 모셔 가려 하는 'S급 인재'가 되고 싶은가? 지금 당장, 보고부터 바꿔보라. 상사 그리고 회사가 당신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보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이사님께 보고하러 들어가야 해"
이렇게 말하는 직장인의 표정은 비슷하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황소의 눈망울과 같은 모습이다. 왜 그럴까?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다. 며칠간 밤새워 준비를 했다. 서점에서 파워포인트 매뉴얼 책을 구입해 참고하면서 보고서의 여기저기에 색깔을 입히고, 도형을 삽입하고,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나름 보고서의 수준을 한층 높였다.

 

마침내 보고회 시간, 보고서 자료를 한 부씩 참석자의 자리에 올려놓고 생수와 음료수도 준비해두었다. 뭔가 이상하다. 보고를 하는 나에게도, 빔 프로젝트로부터 발사된 화면에도, 보고회에 참석한 '그들'은 관심이 없다. 그저 회의실 탁자에 미리 세팅해둔 보고서를 손으로 휘리릭 넘길 뿐이다. 바로 그때 이사님이 탁 하고 보고서를 탁자에 놓으면서 "자료 만드느라 고생한 흔적이 보이네요. 음, 그런데 뭘 말하고 싶은 겁니까?"라고 한마디 한다.

 

회의실 내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보고자인 나에게로 향한다. 그때부터는 당황해서 생각이 엉키고 이 말 저 말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게 보고는 끝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사님은 "보완해서 다시 보고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회의실을 떠난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탁자 위에 배포되었던 자료들을 챙긴다. 보고는 늘 그렇게, 슬프게 막을 내린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보고'와 '보고서'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 보고서가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보고가 문제였다. 보고를 받는 상대방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보고서가 아무리 화려할지라도, 알멩이가 가득 찬 내용일지라도 보고자의 말이 서툴다면 일단 그 내용을 의심받기 쉽다. 보고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 즉 소통이다. 그렇기에 보고를 받는 사람들의 장소와 시간을 확실한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보고를 받는 사람은 우리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고 있으며, 또한 의사결정을 하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이 하는 보고는 보고를 받는 이를 설득하는 자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저자는 보고를 받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보고의 기본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보고자는 이들은 먼저 알아야 한다.

 

첫째, 그들은 아주 바쁘다. 대개 회사의 임원이나 리더이기 때문이다.

둘째, 그들은 보고받기를 아주 싫어한다. 보고를 받으면 의사결정과 결정에 대한 책임이 뒤다르므로 보고받는 일 자체가 큰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고를 받는 사람에게서 '예스'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들, 즉 보고자는 핵심만을 간결하게, 그리고 결론부터 먼저 말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수십 장의 화려한 첨부 자료로 구성된 보고서가 아니라 두세 가지의 확실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간결한 보고서가 되어야 한다.

 

보고에서의 금칙어

 

"사실은", "솔직히 말해서"~ 세상의 모든 리더들은 짜증반응을 보인다

"그 사람은 그렇게 쉽게 얘기하죠. 너무 가벼워요"~ 누군가를 비난하지 말라

"제가 숫자에 약해서요"~ 겸손과 자기 비하를 착각하지 말라

"어차피"~ 보고자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는 건방짐을 내포한다.

 

기본을 지키는 말하기 방법

 

보고의 기본은 무엇일까? 보고를 받는 사람들은 머이속에 5W1H가 습관처럼 각인되어 있다. 이미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보고는 상대방에 의해 결정이 나는 과정이다. 그래서 보고자는 보고를 받는 이들의 경험적인 습관을 포착해서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굳이 5W가 필요하지 않을 경우엔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When~ 언제 일어난 일인가, 즉 를 말한다.

Where~ 어디서 일어난 일인가, 즉 장소를 뜻한다.

Who~ 누가 주인공인가, 즉 주체를 의미한다.

What~ 주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즉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뜻한다

Why~ 왜 그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가, 즉 이유를 의미한다.

How~ 어떻게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가, 즉 방법을 말한다.

 

 

 

 

보고를 바꿔라

 

보고는 보고서가 아니다. 대면하는 자리에서 상대를 설득하는 소통의 장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보고가 되려면 보고를 받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로 보고의 기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보고를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이런 기본을 잘 활용해서 인정받는 인재로 변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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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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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을 구원해줄 수도 있고, 눅눅한 팝콘을 맛있다고 착각하고 우걱우걱 입속으로 쑤셔 넣게 만들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나는 우리 뇌가 보상에 어떻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는지, 주변 환경으로부터 어떻게 신호를 받아들이는지, 인간 행동을 촉발하는 결정적 동인이 무엇인지 등을 추적함으로써 습관의 형성 과정을 낱낱이 해부했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습관의 형성을 밝히다

 

책의 저자 웬디 우드인간 행동 연구 전문가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습관의 형성 원리와 작동 방식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자이며, <오리지널스> 저자 애덤 그랜트,  <그릿>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 등 세계적인 심리학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습관 연구에 관한 세계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심리학, 뇌과학, 경영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을 넘나드는 방대한 연구를 통해 '습관 설계'라는 자신만의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방법론을 도출했다. 무엇이 인간 행동의 지속성을 창조하는지 밝히고자 신경과학, 인지심리학, 행동동기론 등을 30여 년간 연구했으며 그와 관련한 수천 건의 실험을 기획.주도했다. "우리 삶의 43%가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웬디 우드의 탐구 여정은 그동안 시중에 출간된 수많은 동기 부여 자기계발서의 이론적 배경이 됐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30여 년간 연구한 결과물을 집약한 첫 책이며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소르본대학교 행동과학연구소, 유럽경영대학원 등 미국과 유럽의 여러 학술 단체에서 후원을 받아 집필됐다. 습관 과학 연구 최전선에서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모든 지식을 담은 이 책은, 인간 행동 뒤에 감춰진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활용해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무엇이 우리를 지속하게 하는가)에서는 온갖 미신적 자기계발 담론과 동기 부여 전문가들의 비상식적인 조언으로 인해 왜곡된 습관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진정으로 우리의 행동을 영원히 지속시키는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최신 뇌과학과 방대한 심리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하고, 2부(습관은 어떻게 일상에 뿌리내리는가)에서는 무의식에 잠재된 43%의 힘을 온전히 끌어내는 '습관 설계 법칙'을 단계별로 자세히 설명한다.

습관 형성에 사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변화', '중독', '스트레스' 등의 키워드로 분석한 3부(습관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에서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현대인의 식사량이 2배 넘게 폭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현대 사회가 우리의 자제력과 의지력을 서서히 좀먹도록 얼마나 교묘하고 은밀하게 짜여 졌는지 폭로하며, 버티고 견디고 투쟁하는 삶에서 벗어나 손쉽고 우아하게 목표에 도달하는 과학적인 습관 설계 법칙을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습관이 언제, 어떻게, 왜 작동하는지에 대한 단순하고 강력한 법칙을 알면 삶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목표에 상응하는 더 좋은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이때는 더 이상 의지력에 기댈 필요가 없다. 일상의 함정 속에서도 좋은 습관을 기르는 방법을 이해시키는 것. 바로 이것이 저자가 이루고 싶은 단 하나의 목표다.

 

이미 우리들의 습관으로 굳은 것이 많다. 예를 들면, 집을 나설 때 현관문을 잠그는 일, 차선을 변경허거나 방향을 바꿀 때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는 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뽈에다가 뽀뽀를 하는 일 등이 그렇다. 이처럼 좋은 습관은 우리들의 행동을 지배한다. 그래서 사실상 우리들은 이런 지배를 알지 못하고 지나친다. 이처럼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은 누구든 쉽게 지속할 수 있다.

 

자제력 점수가 높은 사람이 더 많이 운동했고, 더 건강한 간식을 먹었고, 기상하는 시간도 더 일정했다고 한다. 이는 어떤 사람이 좋은 습관을 들이고, 어떤 사람이 나쁜 습관을 들이는지 평생 연구해 온 저자의 결과물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금욕에 매달리지 않고 어떻게 건강한 행동을 반복할 수 있었을까? 이들은 언제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운동을 했으며, 별다른 생각없이 자동적으로 운동하러 나갔다고 한다.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언제나 '자동화'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던 것이다. 특징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굳이 입술을 꽉 깨물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
그들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한번 시작하면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날마다 작은 성공을 쟁취한다.
그들은 투쟁하지 않는다.

 

그렇다. 시간만 되면 기상해서 자동적으로 신발 끈을 매고 아침운동에 나가는 것에 대한 해답은 '자동화'에 있었다. 다시 말해서 자제력이 높은 사람이 자제력이 낮은 사람보다 의지력이 강하고 금욕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자동화에 더 능숙한 것뿐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습관 설계 법칙

 

나를 중심으로 상황을 재배열하라

적절한 곳에 마찰력을 배치하라

나만의 신호를 발견하라

행동과 보상을 긴밀히 연결하라

마법이 시작될 때까지 반복하라

 

2017년 2~3월 한 데이터 분석 업체가 750만 대의 스마트폰 기록을 수집했다. 이 업체는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 헬스장을 얼마나 멀리까지 다니는지 분석했다. 약 6킬로미터 떨어진 헬스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한 달에 5회 이상 방문했다. 이와는 반대로 약 8.2킬로미터 떨어진 헬스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방문 횟수는 월 1회에 그쳤다. 겨우 2킬로미터 남짓의 차이가 다섯 배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의식적 자아는 그런 짧은 거리를 장애물, 즉 마찰로 인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습관은 사소한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네 번째 법칙이다. 상황과 마찰은 습관이 형성되는 길을 닦고, 신호는 엔진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보상은 습관이라는 전차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연료를 공급한다. 최초의 노력에 대한 사소한 보상조차 없다면 우리의 습관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보상의 법칙은 그리 복잡한 게 아니다. 우리는 아주 예전부터 거래에 익숙했다. 만약 뭔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일을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무언가 충분히 좋다고 여겨질 때 비로소 최초의 노력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반복을 통해 좋은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우리는 새로운 행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고 오로지 반복만이 정답이라는 태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여선 안 된다. 의식에 매여 있는 당신의 인생 일부를 반복으로 만들어진 습관에 맡긴 뒤, 그렇게 얻은 여유를 정말 중요한 일(기계처럼 반복해선 안 되는 일)에 투입해야 한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잊지 마라. 우리는 언제나 반복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 내면에는 좋은 습관이라는 늑대와 나쁜 습관이라는 늑대가 살고 있는데, 어떤 습관에 더 자주 먹이를 주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정해진다. 한번 먹이를 맛보기 시작한 내면의 나쁜 습관은 인생의 다양한 충동에 반응해 점점 몸집을 키워나갈 것이다. 그러다 어떤 상황에 이르면, 가령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신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산만해지면 이 나쁜 습관이라는 늑대가 마음을 비집고 불쑥 튀어나온다. 그땐 아무도 이 늑대를 막을 수 없다.

 

"인간의 충동적 본성은 인내심이나 자제력만으론 다스릴 수 없다.

정교하게 설계된 습관의 힘으로만 통제할 수 있다"

 

 

 

 

새롭고 건강한 습관을 설계하라 

 

찬란한 풍경과 평화로운 적막이 가득한 이 세상을 오직 버티면서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괴롭고 무익한 삶이겠는가. '존버 정신'은 단지 희망 고문일 뿐이다. 꿈꾸던 삶과 실제 삶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 나는 좀 더 많은 사람이 고통스럽고 힘든 가시밭길을 걷는 대신 과학의 힘을 빌려 새롭고 건강한 습관을 설계함으로써, 삶을 견고하게 다지는 자신만의 습관 시스템을 창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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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론 2020-01-05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롭고 건강하나 습관을 설계하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습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최명길 평전 보리 인문학 1
한명기 지음 / 보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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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이 남한산성에서 곧바로 귀향한 것은 지조 높은 행동이었지만, 그 또한 최명길이 열었던 문을 통해 나갔다. 그랬다. 최명길은 종사의 문이 닫히고 백성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온몸을 던져 문을 열어젖힌 사람이었다. 훗날 박세당은 "조선 사람들이 편히 잠자리에 들고 자손을 보전한 것이 모두 최명길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최명길은 과연 누구였으며,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닫혀 버리기 직전에 역사의 문을 열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변변찮은 능력을 지닌 필자가 용감하게도 최명길 평전을 쓰겠다고 덤비게 된 동기다. - '책을 내면서' 중에서

 

 

인간 최명길을 새롭게 조명하다

 

 

책의 저자 한명기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국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외국어대, 가톨릭대, 한신대, 국민대에서 강의했으며 규장각 특별연구원을 지냈다. 계간 <역사비평> 편집위원, 제2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위원, 동북아역사재단 자문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다.

 

 

그동안 <임진왜란과 한중관계>(1999), <광해군>(2000), <정묘·병자호란과 동아시아>(2009), <역사평설 병자호란 1, 2>(2013)를 썼고, 그 밖에 여러 저술이 있다.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한국사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관심이 많다. 첫 책인 <임진왜란과 한중관계>로 2000년 제25회 월봉저작상을, <역사평설 병자호란 1, 2>로 2014년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다.

 

 

17세기 초중반을 살았던 최명길이, 지금도 역사로부터 수시로 호출되곤 한다. 그 이유는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조건 때문이다. 열강의 입김과 외압 속에서 살아야 했던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 이른바 복배수적腹背受敵의 조건 때문이다. '복배수적'이란 배(腹, 정명)와 등(背, 배후) 양쪽에서 적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돌이켜보면 조선시대엔 정면의 중국과 배후의 일본이 조선을 위협하는 강국이자 강적이었다.

 

동북아에서 강대국끼리 '힘의 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한반도가 싸움의 희생물이 되어 왔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청나라가 일으킨 병자호란은 "그 가운데서도 기존 패권국(명)신흥 강국(청) 사이의 갈등과 대결이 조선에 미치는 비극적 파장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였다.

 

 

 

당시 사건의 현장으로 들어가보자. 1636년 2월 16일, 중국 심양에서 홍타이지皇太極가 청靑의 황제위에 오르자, 청은 조선으로 사신을 보내 '아우의 나라' 조선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묻고자 했다. 용골대를 중심으로 한 사신단은 조선 땅 의주에 도착했다. 그동안 명을 숭상했던 조선의 성균관 유생들은 당연히 반대의 기치를 들었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청을 오랑캐, 홍타이지를 '오랑캐 추장'이라 불렀고, 심지어 '붉고 큰 돼지'란 뜻을 지닌 '홍타시洪(紅)打豕'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사신단 일행의 목을 치라는 살벌한 분위기를 느낀 용골대龍骨大는 '추대'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한 채 심양으로 도주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일은 결국 후환을 불러왔다. 1636년 12월 9일, 청나라의 기마군 선봉이 압록강을 건너 한양을 향해 진격해왔다. 이들은 약 50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을 단 5일 만에 주파, 곧 한양성으로 들어올 조짐을 보인다.

 

이에 화들짝 놀란 인조는 12월 14일 강화도로 피신길에 나서지만 이미 강화도로 가는 길은 차단되었다는 급보가 날아들고, 청군의 선봉이 현재의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일대를 지나 무악재 방면으로 접근 중이라는 보고였다. 제대로 된 접전 한 번 펼쳐보지도 못한 채 조만간 한양 도성 한복판에 청군의 선봉이 들이닥칠 상황이 되자 인조와 신료들은 멘붕에 빠졌다.

 

그간 청과 일전을 벌이자던 척화파斥和派들도 아연실색이었다. 이때 "청과 화친하지 않으면 조사와 백성을 보전할 수 없다"는 말을 평소 입에 달고 살았던 이조판서 최명길이 무악재로 나아가 청과 화친을 제안해보겠다고 나섰다. 물론 이는 꼼수였다. 인조가 피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참이었다. 당시는 전시 상황인지라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곧 죽음이었다. 때문에 인조가 특별히 붙여준 경호원 스무 명도 모두 숭례문 밖을 나서자 도주해버리고 말았다. 최명길은 단독으로 무악재를 향했다. 결과적으로 최명길의 책임감과 용기있는 행동으로 인해 인조와 주요 신하들이 남하산성으로 도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셈이었다.

 

 

최명길(1586~1647년)의 바람과는 달리,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정사를 보면서 척화파들과 함께 청의 군대와 맞서 싸웠다. 김상헌(1570~1652년)을 중심으로 한 척화파들은 명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나라가 패망할지라도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햇다. 당시 남한산성의 상황은 처참햇다. 청나라의 군대에 포위되어 1개월 여 지난 1637년 1월 중순 매서운 추위로 병사들은 얼어 죽거나 동상에 걸려 쓰러졌고, 군량미는 하루하루 줄어들고 잇엇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외부 구원병이 완전 끊겨 버렸다는 점이다. 홍타이지는 남한산성의 함락은 시간 문제라고 확신했다. 그 결과를 우리는 이미 안다. 그렇다. 삼전도에서 인조가 항복함으로써 조선의 국은은 이어갈 수 있엇다.

 

김상헌의 주장과는 반대로 최명길은 인조가 명과의 의리 대문에 종사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며, 도한 무고한 백성들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청의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인조를 계속 설득했다. 성리학을 중시했던 당시 조선의 관료 사회에서 "청은 오랑캐"라는 인식이 확고했던 때라 최명길의 행보는 외로운 분투였다. 이때 인조가 최명길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최명길의 공적을 조선 중기 문신 이시백(1581~1660년)은 8가지를 꼽았다. 인조반정의 참여, 인조의 부친 정원군을 국왕으로 추숭, 단신으로 무악재에서 협상, 병자호란 때 화의 주도로 나라 보전, 청의 조선군 징발을 막음, 당파에 물들지 않음, 타인의 혈육을 따뜻하게 대함, 명과 밀통한 뒤 책임을 지기 위해 다시 목숨을 걸었던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모두는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거나, 엄청난 비난과 매도를 각오하지 않으면 불가한 일들이었다.

 

그러나, 병자호란이 끝난 후 조선의 지식인들은 대부분 최명길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삼전도의 굴욕'을 안긴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의리와 명분을 내팽개친 소인小人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심지어, '진회秦檜보다 더한 간신'이라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참고로, 진회는 남송 시절 여진족인 금나라와 화친을 주도, 명장 악비까지 살해했던 악명 높은 간신이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은 이정도로 최명길을 폄하했던 것이다. 반면에 항복한 인조를 버리고 낙향했던 김상헌은 '조선의 정사正士이자 영원한 사표'되었다. 이 얼마나 웃기는 대비인가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인 듯 싶다. 2017년 사드 문제를 비롯 일방적으로 북핵을 옹호하는 듯한 중국은 한반도를 놓고 미국과 무역 및 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과거 일제 식민지 치하의 피해보상 문제를 놓고 대치하던 일본은 수출 규제라는 경제 보복에 뛰어들었고, 러시아는 안보 공백을 테스트하듯 독도에 전폭기를 보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북핵이라는 리스크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과 중러, 강대국들의 힘겨루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 병자호란 때나 지금은 비슷한 위기 상황이다. 과거 조선이 직면했던 혼돈의 시기에 최명길은 패망의 위기로 내몰렸던 나라를 극적으로 살려낸 지도자였다. 그가 당시에 보여 주었던 용기와 책임감, 희생정신과 실천력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값진 가치가 아닐까 싶다. 나아가 이를 토대로 더 진일보한 해법을 우리들에게 던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최명길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김상헌이 화친을 청하는 국서를 찢고 통곡했다. 최명길은 그것을 주워 다시 맞추며 말했다.
"국서를 찢는 사람이 없어서도 안 되지만, 국서를 주워 맞추는 사람도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최명길은 인조대 조정에서 시종일관 '찢어진 국서를 주워 맞추는 사람'이었다. 종이에 쓴 국서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하지만 흩어져 버린 종이 쪼가리를 다시 맞추기란 여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삼전도의 굴욕 https://youtu.be/eWupsi0tFlM

 

남한산성에 갇혀 청과의 화친을 주도하는 최명길을 믿고 의지하던 인조는 당시 성밖으로 나가 청에게 예를 갖추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 청의 인질로 잡혀가거나 죽임을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했을 것이다. 인조의 출성出城은 사실 민감한 부분으로, 오직 인조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마침내 인조가 출성을 결심, 이후 최명길에게 부여된 임무는 홍타이지로부터 인조의 안전을 확약받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명길은 혹 심양으로 연행당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인조가 자결할 수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마침내 홍타이지는 답서로서 최명길의 요청을 수락했다.

 

삼전도비

 

사실 청의 전신인 후금後金누르하치가 이끌면서 명과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국력을 키워나갔다.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 광해군이 국정을 다스리면서 강성해진 후금과 화친이라는 실리 외교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후 반정으로 광해군이 축출되고 인조가 왕위에 오르면서 후금과의 외교책에 다소 변화가 생길 조짐이 보이자 후금은 인조5년(1627년) 광해군의 폐위 문제를 구실 삼아 정묘호란을 일으켰다. 이때 호란은 '형제지국'을 맺으면서 수습될 수 있었다.

 

한편, 인조반정에 참여했던 최명길은 반정이후 호패법과 군적법을 시행하는 업무를 주도하면서, 조선의 열악한 사회, 경제적 상황과 취약한 국방력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었기에 후금, 즉 청에 맞서기보다는 화친을 해야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광해군도 당시 조선의 현실과 후금의 군사력을 견주어볼 때 화친만이 해결책임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정묘호란에 참전했던 도원수 장만과 장수 정충신의 증언을 들어봐도 당시 후금의 조선 침략 목적은 명확했다. 즉 그들은 조선의 정복이 아닌 화친 강화에 있었던 것이다. 사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그릇된 판단은 나라와 국민 모두를 위기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미리 잘 대응했다면 병자호란을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금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현실은?

 

여전히 '끼여 있는 나라'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현실은 갈수록 엄혹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볼 때 만약 최명길이 지금 시대에 재림한다면 과연 그는 어떤 처방을 내릴까? 이 책의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그토록 척화론 앞장 섰던 김상헌도 나중에 최명길의 충정을 높이 평가했음을 전하며 이런 말로 책을 마친다.

 

"과거의 역사를 오늘의 현실과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섣부르고 위험하다. 하지만 17세기 초반, 패권국 명과 신흥 강국 청 사이의 대결에 휘말려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하기 위해 고투했던 최명길의 생각과 행적들은 여전히 격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가 돌아보고 반추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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