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는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이야기는 우리 인생, 우리 삶, 우리 사회가 고스란히 녹아 응축된 거울이다. 그 투박한 거울을 바라보면 우리의 얼글도 보이고 날카로운 눈빛도 비피도 세월의 주름살도 헤아릴 수 있다. 물론 옛이야기에들 속에는 음탕하고 못된 계모도 있고 사악한 첩들도 있다. 손대는 것마다 사고를 치는 한심한 아버지도 있고, 무능하다 못해 차리리 그냥 없어졌으면 하고 바랄 만큼 한슴 나오는 남편들도 잇다. 당연히 효성스러운 아들, 절개를 지키는 열녀들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효녀가 되려고 기를 쓰고 열녀가 되려고 목숨을 끊는 이유가 무엇일까? - '들어가며' 중에서

 

 

고전 속에는 마주치는 인간 본성을 통찰하다 

 

책의 저자 유광수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동교에서 〈옥루몽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교수이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교양교육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TBS FM 〈송정애의 좋은 사람들〉의 요일코너 '유광수의 은밀한 고전'에 고정 출연 중이며, 주말과 학기 외 시간에는 '우리가 알아야 할 고전, 감동의 울림을 찾아서' 등의 주제로 기업체, 학교에서 인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2007년에 <진시황 프로젝트>로 상금 1억 원의 제1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을 받았으며, 2010년과 2012년, 2014년, 2018년 연세대학교 우수 강의 교수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진시황 프로젝트>를 비롯해 <윤동주 프로젝트>, <홍계월전>, <싱글몰트 사나이 1, 2>, <고전, 사랑을 그리다> 등이 있다.

 

책은 총 9개 관으로 구성되었는데, 주제별 고전 큐레이팅을 통해 가부장의 이중생활부터, 열녀 만들기 프로젝트, 자식 사랑 패러독스까지, 가족에 얽힌 인간의 민낯을 파헤치는 9가지 고전 독해를 선보인다. 치밀하고 발칙한 고전 비평은 물론이고, 하나의 이야기를 근현대 서구 사상가들의 이론, 지식과도 입체적으로 견주었다.

 

<손순매아〉, 〈장화홍련전〉,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구운몽〉, 〈옥루몽〉, 〈홍계월전〉, 〈변강쇠가〉, 〈열녀함양박씨전〉등 우리들이 몰랐던 은밀한 고전, 즉 지배층의 시선으로 쓰인 옛이야기 속에 숨겨진 가족의 신음과 한숨, 통곡 소리를 파헤치고 거기서 새로운 지혜를 발견해내는 지적 모험으로 우리들을 인도한다. 옛날 이야기가 마치 지금의 이야기로 들리는 듯하다. 그 속에 인간 본성의 통찰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옹고집전

 

이름부터 한 고집 하게 생긴 '옹고집'은 대단한 부자다. 고을의 유지이며 향촌 양반들의 우두머리인 좌수座首 양반이다. 뭐 하나 부족함이 없었을텐데도 이 양반의 욕심이 어마어마했다. 이 소문은 다른 마을까지 퍼졌다. 소문을 들은 학대사가 일부러 옹고집 집을 찾아 시주를 부탁한다. 당연히 옹고집은 시주는커녕 대사를 욕보인다. 이에 학대사가 도술로 허수아비를 똑같은 옹고집으로 변신시켜 그의 집으로 보내 가짜가 진짜 옹고집을 집에서 쫓아내고 안방을 차지하도록 만든다.

 

<옹고집전〉의 목표가 옹고집을 오쟁이 지게 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오쟁이 진다'는 말은 자신의 아내가 딴 남자와 간통을 저지르는 것을 모른다는 우리말이다. 그래서 옹고집의 처는 양반가 부인의 품위 있는 모습에서 차츰 격하되어 어리석고 우둔한 풍자의 대상이 되기에 꼭 맞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다. 가짜 옹고집의 시각을 통해 옹고집의 처는 상당히 아름다운 것으로 드러나는데 이는 이야기를 성적인 분위기로 끌고가는 기능을 하는 동시에 가짜의 목적이 처에 대한 성적性的 공략임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첫날밤 이야기의 폭로, 내외가 필요없다며 굳이 부인을 불러내는 일, 고을 사또의 재판에서 이기고 "고운 마누라 뺏길 뻔 했다"는 발언 등이 그러하다. 이처럼 가짜의 목적은 진짜 옹고집을 오쟁이 지게 하기 위해 그의 처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쥐 변신 설화〉에서 쥐에게 폭력적으로 당하는 여성의 경우는 비참한 면이 없지 않았다. 왜냐하면 진짜냐 가짜냐 논쟁하기 전에 이미 동침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난데없이 쥐에게 당한 셈이다. 즉 그녀는 '자신이 동침하는 존재가 남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침을 한다. 그 이후에야 똑같이 생긴 선비가 나타나면서 진짜 가짜 다툼이 벌어졌다. 그러므로 그녀에게 "쥐뿔도 몰랐냐"는 질책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비록 잠자리의 느낌이 달랐어도 그 느낌은 공개적으로 드러내서 말할 수 없는 은밀한 것이고, 모두들 진짜라고 여기고 있는 존재를 '느낌이 다르니 남편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행실이 나쁜 여성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옹고집전>에선 동침 이전에 한 명이 가짜임이 분명한 '두 명의 남편'이 있었다. 누구를 선택하든 잘못될 확률은 반이다. 자신이 비록 옳은 선택을 했다 해도 찜찜한 구석이 없어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진짜 여부의 판결을 외부의 결정에 맡겼고 그에 따랐다. 비록 사또가 결정했더라도 동침의 결정은 자신에게 달렸음에도 처는 가짜의 손을 잡고 호들갑을 떤다. 그녀는 진위 여부는 뒷전이고 함께 뒹굴 남편만이 필요했던 셈이다.

 

홍길동전

<홍길동전〉에서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오해가 빚어지기도 한다. 바로 소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길동이 조선을 떠나 바다 건너 율도국을 정벌하고 왕이 된다. 그리고 당연히 처와 첩을 거느리고 행복하게 산다. 그렇게 끝난다. 바로 이 부분이다. 서자로서 그렇게 괴롭힘과 설움을 당한 길동이 제 스스로 첩을 두다니 이게 될 말인가 하는 비판이 인다.

 

이것은 두 가지를 떼어서 보는 대신 합해놓고 보는 바람에 생긴 문제다. 무슨 말이냐 하면 길동이 벗어나고자 한 것은 '적서차별의 문제'이지 '처첩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시 말해 길동은 적자와 서자의 차별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했을 뿐, 근본적으로 첩을 반대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길동은 처의 자식이든 첩의 자식이든 공평하고 균등하게 대우하고 관직에 진출하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옥루몽

 

기녀妓女들에게 처녀성을 요구한다면 이는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인가? 기녀와 처녀성, 이는 양립할 수 없는 근본이다. 그런데, 19세기에 창작된 어떤 소설은 기녀들에게 절개가 아닌 순결을 요구한다. 바로 <옥루몽>이 그러하다. 가히 '노망' 수준이다. '지조 높은 기녀'라는 허상을 만든 것도 남자들이다. 여자의 정절을 지키는 기녀들은 오직 남자들만의 희망사항인 것이다.

 

이 소설에는 기녀들이 무척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 양창곡의 첩이 되는 강남홍, 벽성선 그리고 양창곡의 아들과 풍류로 맺어지는 설중매와 빙빙 등이 중요 인물이다. 동일한 기녀임에도 강남홍과 벽성선은 첩이 되고 설중매와 빙빙은 첩이 되지 못한다. 몸까지 섞었음에도 신분의 결말은 이렇게 달랐다. 그 결정권은 오직 남자의 마음에 달렸기 때문이다. 

 

강남홍은 과거를 보러 황성으로 올라가는 가난한 선비 양창곡을 만나 서로 정을 통하며 몸을 허락한 후 평생을 바치기로 약조한다. 하지만 그녀의 미모를 탐낸 황 자사가 끈질지게 들어붙자 결국 그녀는 강물에 투신하며 수절한다. 구사일생으로 구출된 그녀는 무술과 도술을 수련, 양창곡을 도와 전장을 누비며 눈부신 활약을 한다. 

 

군중에서 여성 신분임을 드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개인적인 쾌락은 곤란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기에 양창곡의 거친 요구를 거부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남홍의 몸을 계속적으로 요구한다. 결국 장군의 막사 안에서 옷을 벗은 강남홍은 장군의 질퍽한 욕망을 채워준다. 강남홍은 현재 장수 홍혼탈의 신분으로 행동해야 함에도 강요에 의해 자기 정체성을 장군에서 일개 천첩으로 바꾸어 자신의 몸을 바친 것이다.   

결국 이렇게 이루어진 군중 정사는 강남홍의 자발적 동의가 아닌 폭력적 강요에 의한 것이지만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녀를 그저 유순하게 복종하는 첩으로 볼 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려내는 장면이 에로틱하기에 더욱 문제적이다. 성교의 피곤함으로 몽롱한 새벽, 이불이 반쯤 흘러내려 아무렇게나 드러난 옥같이 하얀 몸에 달빛이 조요하게 비추어 영롱하게 빛나고 구름처럼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치렁치렁하게 늘어져 있다. 여자임이 드러나서는 안 되는 삼엄한 군중에서, 그것도 급한 전령이 느닷없이 뛰어 들어올지 모르는 장군 막사에서 말이다. 이런 미묘한 긴장감이 더욱 질탕한 감정을 자극한다. 그와 함께 강남홍에게 가해진 폭력성은 은폐되고 만다.

 

정말 군중정사(軍中情事)가 문제적인 것은 강남홍에게 폭력이 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없어서다. 그녀는 계속해서 이 정사를 거부했고 또 부정했다. 그럼에도 "웃기네, 너도 좋아서 그런 거잖아!"라면서 음흉한 눈길로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혹시 강남홍이 듣는다면 정말 억울해서 복장이 터져버릴 일이다. 비록 그녀가 제발로 양창곡의 막사를 찾았다해도 이는 자발적인 동의가 아니라 강요된 동의였기 때문이다. 

 

심청전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난 심 봉사는 무기력하지 않아도 무기력하게 살라고 사회가 강요한다. 장애는 죄로 인한 형벌이고 악이니 그렇게라도 목숨을 부지하는 데 고마워하라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으로 대접하는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 아니라고 보니까 말이다.

정말 억울한 점은 이것이다. 무엇을 해도 장애인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 아무리 좋게 봐도 흥부는 가부장답지 못한 가부장이었고 변강쇠 역시 남편이라기보다는 기둥서방이었다. 하지만 흥부나 변강쇠를 두고 남편답지 않다고 보는 시선은 정말 드물다. 흥부는 악독한 형 놀부에게 희생당한 불쌍한 동생이란 측면이 앞서고 변강쇠는 기존 사회 질서에 편입하지 못한 유랑민의 애환이 묻어난 인물이라는 동정표가 던져진다.

하지만 심 봉사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딸의 지극한 효성으로 기적적으로 눈을 뜨게 되는 것은 물론 행복한 결말이지만 그 덕분에 심 봉사를 무능하게 보는 시선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딸의 노력과 고생에 무임승차한 무능한 인간일 뿐이란 시선이 따갑게 내리쪼인다. 무기력과 무능이 체화되어 자존감까지 완전히 상실한 흥부나 변강쇠보다 끊이지 않는 봉변에도 불구하고 황성까지 이를 악물고 올라간 심 봉사가 훨씬 더 인간답지만 그런 것을 제대로 보아주지 않는다. 슬프게도 정당한 대접과 평가는 다음 세상에서야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장화홍련전

배 좌수는 장화를 죽이지 않으면 가문家門에 화가 있을 거라고 부추기는 허 씨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외삼촌 집에 보내는 척하다가 연못에 빠뜨려 죽이는 것이 좋겠다는 구체적인 살해 계획까지 듣는다. 그리고 그러라고 허락한다. 자신의 딸을 죽이라고 한 것이다. 게다가 배 좌수가 직접 아들 장쇠를 불러 '이리이리하라는 계교를 가르쳐' 보내기까지 한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상황이다. 그는 허 씨의 끔찍한 계략에 한마디 대꾸도 없이, 의문도 없이 그렇게 하라며 전격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인 것이다.

 

그날 밤 자다 말고 깨어난 장화는 아버지 배 좌수를 뵙지도 못하고 그대로 끌려가다시피 외삼촌댁을 향해 가다가 연못에 빠져 죽고 만다.

배 좌수는 평소에 계모 허 씨가 장화를 음해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허 씨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따져보지 않았다. 그는 당사자인 장화에게 무슨 일인지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일사천리로 그녀의 운명을 결정짓고 만다. 그렇게 애지중지 끼고돌던 딸에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라고 물어볼 생각도, 아니 하다못해 "변명이라도 해봐라!" 하고 윽박지를 시간도 여유도 없었단 말인가? 그녀가 자는 동안 전격적으로 그녀의 운명을 결정하고 밀어붙일 정도로 화급한 일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245

 

왜 이렇게 배 좌수는 일 처리를 서둘렀을까? 무엇이 그의 마음을 그리 화급하게 만들었을까? 혹시 임신과 낙태의 문제를 그토록 중히 여긴 탓일까? 쥐를 가지고 교묘한 계략을 꾸민 것도 계모 허 씨이고, 딸 장화를 연못에 빠뜨려 죽이자고 꼬드긴 것도 허 씨다. 장화는 허 씨하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이지만, 배 좌수는 자신의 친 딸이 아닌가 말이다. 어떻게 아버지란 작자가 이렇게 막 돼 먹을 수가 있는가? 잠자리를 같이 하는 허 씨의 품이 혈육인 딸보다 그리도 소중했더란 말인가? 

 

 

아홉 가지 고전 독해

 

준엄한 남편과 현숙한 부인, 효성스러운 아들, 절개를 지키는 열녀가 아닌, 자식을 생매장하는 부모와 부모의 간을 빼먹는 딸, 처에게 정숙함과 음탕함을 동시에 요구하는 이중적 가부장 등 불온하고 끔찍한 모습들이 우글우글한 우리 옛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춰본다. 참혹하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고전 속 가족 이야기를 통해, 위선과 증오라는 인간 본성과 마주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동산투자가 처음입니다 - 부동산 초보 투자자가 가장 알고 싶은 것들
성주원.김기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에서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갈등이 단순한 빈부격차를 넘어 계급론으로까지 불거질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집을 투자 개념으로 삼든 평생 거주할 안락한 공간으로 여기든, 지금의 관심은 분명히 훗날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부동산투자를 위한 기초 공사

 

이 책의 저자 성주원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RTN부동산TV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부동산에 대해 내 일처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데일리 건설부동산부에서 관련 이슈를 취재하고 공부하면서 부동산의 매력에 빠진 후 주경야독 끝에 세종대학교에서 부동산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MBC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TBS라디오 〈열린 아침〉, TVN 〈곽승준의 쿨까당〉 등에 출연했다. 영화 〈악인전〉에도 5초간 등장했다. 현재는 이데일리TV '굿머니'에서 돈이 되는 정보를 누설하고 있다.

공저자 김기덕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언론사에 입사했으며 현재는 이데일리 편집국 소속 취재기자다. 증권, 부동산, 정치, 사회부 등 다양한 부서를 거쳤으며 경제 분야에서는 글로벌 유동성과 금리, 거시정책 요인에 따른 경제 흐름과 개별기업들의 실적과 재무회계에 관해 주로 담당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역대 가장 많은 정책이 쏟아진 부동산부에서 취재기자로 활약했다. 

 

우리들에게 부동산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들어 줄 이 책은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결국 부동산이 답이다)에서는 대한민국에서는 부동산이 답임을 이야기하며, 2장(부동산 기본지식은 돈이다)에서는 꼭 알아야 할 부동산 용어와 기본지식에 대해 소개하고, 3장(부동산 거래, 이렇게 하는 것이 답이)에서는 부동산거래시 꼭 알아야 할 핵심 노하우들을, 4장(아파트 분양권 투자, 이렇게 해야 돈 된다)에서는 아파트 분양권 투자 노하우에 대해 들려준다. 

 

이어서 5장(부동산 세금, 공부한 만큼 아낀다)에서는 부동산 세금에 대해, 6장(트렌드와 정책을 알아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에서는 트렌드와 정책을 어떻게 투자기회에 활용하는지를 알려주며, 7장(재개발, 재건축, 부동산의 황금알이다)에서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다루고, 8장(경매, 잘 알고 투자하면 반드시 돈이 된다)에서는 반드시 돈이 되는 경매에 대해 알려주며, 마지막으로 9장(임대사업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에서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핵심사항을 들려준다. 추가로 '부록'에서는 청약에 대한 궁금증 16문 16답이 담겨 있다. 

 

 

 

 

부동산은 불패인가?

 

물론 부동산이 항상 호황인 것만은 아니다. 아파트 매수와 매도 시기와 주택시장 상황이 잘 맞아 떨어질 경우에 가능한 얘기이지만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 '서울 집값 불패'라는 공식은 괜한 말이 아니다. 서울의 경우 집값 장기 그래프는 꾸준히 우상향이다. KB 국민은행 시세를 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아파트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값)은 2008년 12월 4억 8,084만 원에서 2020년 3월 9억 1,812만 원으로 10여 년 사이에 2배를 초과했다. 

 

부동산공화국에서 서민들의 삶은 공평하기가 쉽지 않다. 일개미처럼 꾸준히 저축하며 내집 마련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헌신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부터 부동산투자를 꾸준히 실행하면서 경제적 자유와 함께 남부럽지 않게 삶을 영위하는 사람도 있다. 부동산투자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집의 매수, 매도 타이밍'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용적률과 건폐율, 그리고 연면적

'○○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연면적 1만 5천m2, 용적률 300%, 건폐율 50%를 적용해 최고 □층, △△△가구로 탈바꿈한다.'

 

이와 같은 재건축 관련 부동산 기사를 읽고서 어떻게 재건축 단지가 변모하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단순히 기존 아파트가 몇 개 동, 얼마의 가구수로 변하는 것은 숫자만 봐도 쉽게 이해되지만 전문용어인 용적률, 건폐율, 그리고 연면적 등의 용어가 나오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분명히 자주 들어본 적이 있는 부동산 용어인데,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만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를 실행하거나 전문적인 부동산 공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개념이다. 가장 쉽게 용적률과 건폐율을 이해하려면 건물의 '높이''넓이'를 떠올리면 된다. 용적률은 건축물을 올릴 수 있는 높이에 영향을 준다. 대지면적에 대한 총 건축면적의 비율이다. 전체 대지면적에서 건축물 각 층의 면적을 합한 값(연면적)을 나누면 된다. 

 

도시재생이란 무엇인가?

전국 도시재생 1호 사업지로는 종로구 창신숭인 지역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시절 채석장으로 쓰였다가 이후 1980년대에는 봉제산업으로 번성했지만 현재는 소규모 봉제공장만이 산재하는 낙후된 지역이다.
서울시는 뉴타운식 재개발 사업에서 도시재생으로 사업방향을 수정해 옛 봉제거리를 유지하면서 채석장 전망대, 봉제 역사관, 유명작가 기념관, 낡은 상가 등이 공존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또한, 세운상가 일대도 도시재생을 완료하고 첨단 산업공간으로 일신했다. 서울 종로4가 종묘광장 공원과 청계천 세운교 사이에 7개 상가동이 자리한 이곳은 1970~1980년대 '대한민국 전자와 전기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번성했다. 그러나 첨단산업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기계, 금속 등 2차 제조업 중심의 낡은 소규모 상가가 즐비했다. 이 일대를 '제4차 산업혁명의 중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목표하에 터줏대감인 기술장인들과 대학생 청년스타트업 간의 협업을 통한 산업재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DTI, LTV, 그리고 DSR이란? 

 

DTI(총부채상환비율) = 주택담보대출 연간 원리금상환액 +기타 부채(기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연간 상환이자/ 연소득 ~ 이는 대출 상환 능력의 심사 목적이었는데, 부동산 규제책으로 쓰인다. 

"이미 서울은 DTI, LTV 40%로 제한받고 있습니다. DSR 도입으로 은행대출은 훨씬 더 깐깐해졌습니다." 

 

LTV(주택담보인정 비율)는 개인소득이 아닌 자산(주택)담보 가치를 기준으로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대출금액을 정한다. 즉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할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말한다. 그런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인해 담보(부동산) 가치가 높다해도 소득이 충분치 않으면 대출금액은 줄어들 수 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연간 총소득에서 '전체 대출금 원금 + 이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뿐만 아니라 자동차 할부금, 학자금대출, 카드론, 마이너스통장 등이 모두 포함된다. 2018년에 도입된 것으로 DTI보다 훨씬 더 강화된 규제책인 셈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제도

 

신혼부부 특별공급제도는 무주택자인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단 한 번만 당첨을 허용하는 우대정책이다. 다만 혼인기간과 소득기준, 대상 주택의 면적과 금액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므로 매우 까다롭다. 결혼한 지 7년 이내이며, 소득은 민영주택 기준으로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120%(맞벌이 130%)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공공주택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100% 이하(맞벌이 부부 120%)이다.

 

참고로 2019년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기준으로는 3인 이하 가족의 경우 월평균소득은 555만 원(맞벌이 120~130%의 경우 666만~722만 원) 이하다. 이를 적용하면 자녀를 한 명 둔 외벌이 가정의 합산 월 소득이 600만 원이면 민영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입주자모집 공고일 현재 무직이지만 전년도 소득이 있는 경우 소득산정에 포함해야 한다. 즉 부부 중 한 명이 전년도에 퇴직한 경우에도 맞벌이로 신청해야 한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양도소득세(양도세)는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며 기본세율이 6~42%다. 부동산 관련 어떤 세금보다 세율이 높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양도세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부동산을 사고파는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어떤 부동산 매도시에 양도세를 낼까? 토지, 건물은 물론이고 아파트 당첨권, 재건축/재개발 입주권 같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나 지상권, 전세권, 등기된 부동산임차권 등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차익이 발생한다면 양도세가 부과된다. 또 세법상 양도로 간주되는 경우도 있다. 즉 각자의 자산을 서로 교환하는 경우, 증여를 받는 사람이 재산을 무상으로 받으면서 증여하는 사람의 채무(대출 등)를 부담하거나 인수하는 경우, 채무보증을 위해 담보로 제공한 자산이 경락되어 타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 등도 양도차익을 계산해 이익이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양도세를 내야 한다.

동일한 부동산을 같은 날짜에 사고팔아도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바로 부부 공동명의를 통해서다. 반드시 부부끼리여야 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공동명의다. 공동명의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세금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양도세의 경우 세금을 계산할 때 양도차익을 얻은 사람별로 과세를 하기 때문에 현행 누진세율 체계에서는 당연히 공동명의인 경우 세 부담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양도차익 2억 원(각종 공제 생략)이 발생한 아파트가 부부 공동명의였다면 남편과 아내 각각 양도차익 1억 원에 대해 세금을 내면 된다. 양도소득세 과세표준 1억 원이라면 세율 35%를 적용받지만 과세표준이 2억 원이면 38%로 높아진다.

 

종부세 역시 인별 과세이기 때문에 많은 자산을 혼자 갖고 있다면 종부세 부담이 커진다. 이를 부부가 나눠가지면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고, 심지어 종부세를 피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10억원 짜리 아파트를 남편 단독명의로 보유할 경우 비록 1주택자라도 9억 원을 초과했기에 종부세 납부 대상이다. 반면에 부부 공동명의라면 각각 공시가 5억 원짜리 아파트 보유로 해석하므로 종부세는 없다.

 

부동산 경매

과거에는 일반인들이 부동산 경매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많지도 않고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참여자가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고 물건을 검색할 정도로 많이 알려진 부동산투자의 한 방법이다. 서점 내 부동산 재테크 코너에 가보면 부동산 경매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성공기를 담은 책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경매는 부동산의 복잡한 권리관계를 한번에 정리해주는 절차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빌려준 돈을 평생 돌려받지 못한다면 채권자 또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국 국가경제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속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채권자 입장에서는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수단이다. 경매는 돈의 흐름이 질서를 유지하게 해주는 장치이자 더 큰 불상사를 막기 위한 중재안이다. 

 

 

부동산 입문자들을 위한 교과서

 

이 책은 부동산투자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기존에 주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훌륭한 참고서이자 교과서인 셈이다. 가장 기본적인 부동산 기초 개념과 사례 정리 등을 통해 나만의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투자 원칙을 확고하게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즈니만이 하는 것 The Ride of a Lifetime - CEO 밥 아이거가 직접 쓴 디즈니 제국의 비밀
로버트 아이거 지음, 안진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BC 방송국에 입사한 이래 나는 20가지 직무를 거치며 총 14명의 직속상사를 모셨다. 덕분에 미디어를 제작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재정의하는 기술혁신을 늘 예의주시해왔으며, 그래서 현대의 청중을 사로잡는 동시에 100년 역사를 가진 브랜드를 지켜나가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일상적으로 고심해왔다. - '시작하며' 중에서

 

 

콘텐츠 제국 디즈니를 이끌며 배운 것들

 

책의 저자 로버트 아이거월트디즈니컴퍼니 회장으로, 1951년 뉴욕에서 태어나 1974년 ABC TV 스튜디오에 말단의 제작보조로 입사했다. ABC스포츠 등에서 활약하며 승진을 거듭해 41세에 ABC 사장으로 취임했다. 1996년 ABC가 디즈니에 인수합병된 후, 디즈니 소유 ABC 그룹 회장으로 디즈니 고위경영진에 합류했다.

 

1999년부터는 월트디즈니인터내셔널 회장직까지 수행하며 오늘날의 글로벌 디즈니를 위한 청사진을 마련했다. 2005년부터 2020년 연초까지 15년간 CEO로 역임했고, 2012년부터 지금까지 회장으로 재임 중이다. 2019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올해의 경영자'로 선정되었다.

 

이 책에서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2020년까지 45년간 20가지 직무, 14명의 직속상사를 만나 경험한 이야기들을 통해 콘텐츠, 미디어 업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 생생한 사례로 디즈니가 왜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 사상 유래가 없는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했는지, 그 배경과 거래의 자세한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지난 15년간 올드 미디어가 쇠락하고 모바일이 부상하는 업계의 지각변동 속에서 밥 아이거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설계하며 디즈니를 이끌어온 3가지 원칙도 밝혔다. 그가 진두지휘한 역대급 인수합병들이 모두 그 원칙에서 태동했다는 것이다.

 

진정한 리더십의 10가지 대원칙

 

낙관주의~ 달성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실용적인 열정

용기~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굳건한 토대

명확한 초점~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알리는 것

결단력~ 어려운 결정일지라고 시의 적절하게 내려야 한다

호기심~ 깊고 지속적인 호기심에서 혁신의길은 시작

공정성~ 사람들을 공정하고 품위 있게 대하는 태도

사려 깊음~ 사려 깊은 태도

진정성~ 항상 정작하고 진정성 있게 상황에 임해야 한다

완벽주의~ 평범함을 거부하라

고결함~ 모든 사인에 대해 높은 수준의 윤리적 표준을 적용

 

 

 

 

좋은 일은 잘 키우고, 나쁜 일은 잘 관리한다

 

저자는 같은 회사에서 45년 동안 일했다. 처음 22년은 ABC에서, 1995년 디즈니가 ABC를 인수한 이후로는 디즈니에서 23년을 근무했다. 특히 지난 14년 동안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자리에서 직무를 수행했다. 1923년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를 창립한 이래로 6번째 CEO가 되어 회사를 경영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자리에 있다.

힘겨운 날도 있었고 비극적인 날도 있었다. 그러나 또한 디즈니 CEO의 일은 지구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직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영화와 TV쇼, 브로드웨이 뮤지컬, 게임과 코스튬, 장난감과 책을 만든다. 테마파크와 놀이기구, 호텔, 유람선도 만들고, 전 세계 14개 공원에서 매일 퍼레이드와 거리공연, 콘서트를 개최한다. 우리는 재미를 제조한다.

디즈니는 분기별 수익 보고서와 주주의 기대, 그리고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데 따르는 무수히 많은 책무도 떠안고 있다. 아무런 사건이 없는 가장 평온한 날에도 디즈니 CEO는 지속적으로 적응하고 또 적응해야 한다. 투자자들과 함께 성장전략을 구상하고, 이매지니어들과 새로운 놀이기구 설계안을 검토하고, 새 영화의 1차 편집본을 보며 토론하고, 보안 조치와 이사회 지배구조, 티켓 가격, 급여 체계를 논의하는 등, 실로 다양한 업무에 시시각각 관여해야 한다. 

 

완벽에 대한 집요한 추구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라"

- 룬 얼리지

 

1974년 가을, 저자는 '메인이벤트' 현장에 투입되었다. '메인이벤트'는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리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콘서트를 ABC에서 생중계하는 특집방송이었다. 저자가 맡은 현장 스튜디오 스태프의 임무는, 그 엄청난 규모의 매디슨스퀘어가든 무대 담당자들의 심부름을 하는 것이었다.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흥분에 들떠있었다. '메인이벤트'제리 와인트로브룬 얼리지가 기획하고 연출한 특집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룬은 43세로 ABC스포츠를 이끌며 이미 TV 방송계에서 전설로 통하던 임원이었다.  

 

룬이 직접 나서는 것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리허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다음 거의 모든 것을 폐기하고 다시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세트도 재설계하고 하워드 코셀의 소개방식과 멘트도 재구성하고 조명 콘셉트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얘기였다. 룬은 프랭크가 청중과 소통하는 방식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저자는 자신이 맡은 소소한 일을 수행하며 모든 것을 내리고 다시 올리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누구 하나 욕설 한 마디, 신음 한 번 토해내지 않았다. 앞으로 24시간 이내에 전파를 타야 하는 생중계 콘서트가 리허설과 전혀 딴판이 되리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룬이 왜 그렇게 했는지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웬만큼 괜찮은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자기가 맡은 일을 최고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옴짝달싹할 수 없는 데드라인 앞에서도 대담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전형적인 룬의 방식임을 알게 되었다.

룬에게는 너무 사소해서 무시해도 좋은 세부사항이라는 게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완벽은 모든 사소한 것들을 바로 잡아서 얻어내는 결과였다. 시나트라 콘서트에서 저자가 목격한 그대로 그는 방송 직전에 프로그램 전체를 뒤집어엎고 재작업을 지시하는 경우가 무수히 많았다. 그것은 곧 편집실에서 모든 스태프가 밤을 새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고함을 질러대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냉정하고 까다로웠으며,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점을 매우 분명한 표현과 어조로 전달했다. 중요한 것은 '쇼'였다. 쇼를 만든 사람들보다 쇼 자체가 더 중요했다.

 

트윈 픽스,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

 

LA 생활을 시작한 첫 주에 저자는 프로듀서 겸 작가인 스티븐 보쉬코와 점심 회동을 가졌다. 스티븐은 NBC에서 '거리의 경찰관'을 포함한 2편의 대형 히트작을 만들었고, 얼마 전 ABC와 10편의 시리즈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이때 저자는 스티븐에게 대본 검토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놓았다. 당시 황금시간대에 라인업한 ABC의 작품이 경쟁사 NBC에 한참 뒤지고 있었다. 


그 첫 시즌에 우리는 훨씬 더 큰 리스크를 하나 더 감수했다. 말 그대로 할리우드의 한 식당에서 냅킨 뒷면에 끼적이며 설명한 아이디어를 듣고 우리의 드라마 국장이 데이비드 린치와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인 마크 프로스트에게 파일럿 프로그램을 추진하라고 허락한 것이다. 데이비드는 당시 컬트영화 '이레이저 헤드'와 '블루 벨벳'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이었다. '트윈 픽스'라는 허구의 미 북서부 태평양 연안 도시에서 발생한 프롬퀸(prom queen, 고교 졸업 축제의 여왕) 로라 팔머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두서없이 전개되는 초현실적인 드라마였다. 데이비드는 2시간짜리 파일럿을 제작해 제출했다. 저자는 보자마자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본 그 어떤 것과도 다르다.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

 

저자는 오너인 톰 머피를 존경했지만, 또한 이 계획은 싸워서라도 관철시킬 가치가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당시 우리는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었다. 이제 비디오 게임의 성장과 VCR의 부상은 물론이고 신생 폭스 네트워크를 비롯한 케이블 TV들의 자극적인 프로그램들과도 경쟁을 벌여야 했다. 나는 공중파 TV가 지루하고 진부하다고 느꼈고, '트윈 픽스'로 거기에 완전히 독창적인 무언가를 추가할 기회를 얻었다고 판단했다. 다시 한번 룬의 교훈 "혁신 아니면 죽음이다"가 절절하게 울렸다.

 

우리는 3월 말 아카데미 시상식 방송에 '트윈 픽스' 홍보영상을 내보냈으며, 4월 8일 일요일에 2시간 분량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당시 TV 시청자의 약 1/3에 해당하는 3,500만 명이 그 프로에 채널을 맞추었다. 그런 다음 목요일 저녁 9시로 방영일정을 조정했다. 몇 주 지나지 않아 '트윈 픽스'는 이전 4년간 그 시간대에 방영한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 되었다. [타임] 지 표지에도 게재되었다.

 

"이전에 황금시간대 혹은 전 세계 TV에서 본 그 어떤 것과도 다르다"

- [뉴스위크]

 

믿을 수 없는 찬사가 쏟아진 최악의 실패작

 

그러나 6개월 만에 '트윈픽스'는 하나의 문화현상에서 좌절감을 안겨주는 실망으로 변모했다. 우리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에게 창작의 자유를 부여했지만, 첫 시즌이 끝날 무렵 감독과 저자는 시청자의 기대치를 놓고 지속적으로 논쟁을 벌이게 되었다. 극 전체는 로마 팔머를 누가 죽였는지에 대한 의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감독은 이 사실을 망각하고 마치 무작위로 빵 조각을 뿌려놓은 것 같았다. 탁월한 영화제작자였지만 TV 시리즈 PD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데이비드 감독이 시대를 앞서 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당시 저자는 데이비드가 시청자를 좌절시키고 있다고 느꼈지만, 살인범에 대한 의문에 답을 내놓으라는 저자의 요구가 극의 내러티브를 혼란으로 몰아간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데이비드가 내내 옳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창작에 관한 프로세스 관리는, 먼저 그것이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것이 주관적이고, 종종 옳고 그른 것도 없기 때문에 그렇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데는 강력한 열정이 필요하다. 그런 열정을 가진 창작자들은 대부분 당연히 자신의 비전이나 실행에 누군가 의문을 제기하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비즈니스에서 창작 부문에 속하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마다 이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인사이트를 달라거나 비평을 해달라고 요청받을 때면, 그는 창작자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등에 대해 최대한 주의를 기울인다.

 

저자는 무엇이든 부정적인 시각으로 시작하지 않고, 작품의 완성이 시급한 상황이 아닌 한 작게 시작하지도 않는다. 종종 사람들은 명확하고 일관된 큰 생각의 결핍을 숨기는 방편으로 소소한 세부사항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작게 시작하면 작은 것만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다. 큰 그림이 엉망이라면, 작은 것들은 어차피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소소한 것들에 초점을 맞추느라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디즈니를 이끌며 배운 것들

 

41세에 ABC 사장으로 취임한 저자는 모두가 반대하던 '트윈 픽스'를 밀어붙여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기도 했고, '천재소년 두기', '뉴욕경찰 24시' 등 공중파 방송사들이 감히 도전하지 않은 화제작을 만들어 ABC를 시청률 1위에 올려놓았다. 이후 ABC가 디즈니에 인수된 후에도 그는 계속 도전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갔고 결국 디즈니의 CEO가 된다. 책은 고결함과 진정성을 중시하는 디즈니만의 조직문화, 혁신전략, 미래 청사진을 어떻게 그려왔는지 밝히고 있다. 경영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1 - 중국사의 시작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기>는 낱낱의 사건과 개개인의 드라마를 마치 유능한 극작가가 짜고 얽어서 흥미롭게 구성한 서사극 같았다. 인간사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미시사이면서 고대 중국 3,000년의 거대 역사였다. (중략) 나는 저마다 인물들의 매력에 취해 한참을 몰입하는가 하면, 해를 거듭하는 동안 건강의 한계와도 싸웠다. 때로 궁형을 당한 채 죽간을 채워 나갔던 사마천을 떠올렸다. 사마천의 고역에 천분의 일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가 그린 인물들을 끌어내 오늘의 세상과 대면하게 하는 현재형 <사기>를 그리는 일에 내 60대를 쏟아부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만화로 만나는 중국 역사서 

 

책의 저자 이희재는 완도의 신지섬에서 나고 자랐다. 스무 살 무렵에 만화판에 들어와 십여 년의 습작기를 보내다가 1981년에 <명인>과 <억새>를 발표하며 만화가의 문을 열었다. 어린이 만화 <악동이>를 그리고, 산업화 과정의 도시 주변부 사람들의 삶을 <간판스타>에 담아냈다. <한국의 역사>,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저 하늘에도 슬픔이>, <이희재 삼국지> 등을 그렸으며, <나 어릴 적에>로 2000년 대한민국출판만화대상을, <아이코 악동이>로 2008년 부천만화대상을 받았다. 사십 년 넘게 만화 그리는 것을 직으로 삼고 있으며, 현재는 천태만상 인간사가 생동감 있게 드러나는 거대한 서사극 <사기>를 그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는 가장 위대한 역사책, 역사서의 전범, 인간학 교과서, 인물형의 보물창고, 동양의 탈무드, 인류 최고의 인간 드라마 등 수많은 수식어가 뒤따를 정도로 2,000년을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읽고 또 읽는 '불후의 명저'이지만 본기, 세가, 열전, , 130책, 5만 6,500여 자의 방대한 기록이기에 누구나 쉽게 읽기는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사기>의 백미인 '열전'을 뼈대로 하되, '본기'와 '세가'로 열전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중국사의 맥락을 잡아주면서 만화만의 장점을 살려 인물의 심리와 사건의 전개가 생생하게 펼쳐지도록 그려냄으로써 읽는이의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재미'를 강조하는 만화가답게 역사서에 재미를 더하니 어려운 <사기>를 편하게 접할 수 있다. 이제, 책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소개하면서 서평에 갈음하려고 한다.

 

 

 

 

 

때를 낚는 강태공

 

중국 역사의 최악의 폭군 은나라 주왕주지육림酒池肉林에 묻혀 오직 애첩 달기의 말에 따르면서 국정의 운영은 뒷전이고 온갖 포악한 일을 자행하던 그 시절, 한 선비는 시절을 뒤로 한 채 좋은 때를 낚으려고 낚시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바로 '강태공' 여상이다. 그는 젊은 시절 웅지를 품고 세상을 떠돌았으니 이젠 나이가 들어 위수 근처에 눌러앉아 낚시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일상을 보내는 남자를 좋아할 아내는 이 세상에 아마도 없을 것이다. 여상의 아내 또한 마찬가지였다. 집안의 가장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남자로 인해 품팔이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으니 남편이 아니라 아예 원수였던 셈이다. 나이 칠십에 기력이 부족해 이젠 도끼질도 힘에 겨워 낚시에 매달리지만 붕어는 커녕 잡어 송사리 새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왜 그럴까? 그의 낚시 바늘엔 미끼가 없기 때문이다. 그의 목적은 고기가 아니라 세월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아내 마씨는 팔자를 고칠 심산으로 여상을 버리고 가출하고 만다.

 

한편, 서백西伯 창은 폭군 주왕에게 감금당해 죽을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에 그의 아들과 신하들이 구출 작전에 나섰다. 이때 신하 굉요와 산의생이 강태공을 찾아 그의 지혜를 구했다. 이에 여상은 폭군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인계를 사용하라는 계책을 내놓았다. 미녀들과 준마, 금은보화 등으로 주왕의 총기를 홀리고 옥사에서 풀려난 창은 아예 다스리던 서쪽의 기름진 땅마저 바치면서 당시 원성이 자자했던 '포락형'이라는 형벌을 없애달라고 간청했다. 나아가 주왕에게서 벗어난 창은 한층 더 덕정을 펼쳤다. 당시 은나라는 서백 창, 악후, 구후 등 세 명의 제후가 주왕을 떠받들고 있었는데, 악후와 구후는 이미 폭군의 손에 처형당한 상태였다.

 

이후 창은 사냥길에 나섰다가 위수 강가에서 강태공을 만난다. 이에 귀인임을 직감한 창은 강태공에게 지혜를 구한다. 그러자 강태공은 "녹을 주어 인재를 고르고 벼슬을 내려 나랏일을 맡기는 것은 모두 사람을 낚는 것과 같다" 면서 "좋은 미끼에 큰 고기가 물리는 것은 후한 녹을 주는 것과 같고, 낚은 고기를 요리하는 것은 인재를 쓰는 일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한다. 마침내 창은 여상을 자신의 스승으로 삼고 수레로 모셨다.

 

 

 

 

태공망太公望, 서백의 창을 돕다

 

창은 여상을 태공망이라 불렀다. 창의 조상 태공이 주周를 도와 일으킬 사람으로 기다렸다는 의미이다. 후대인들은 태공망을 낚시꾼 '강태공'이라 불렀다. 서백의 창은 태공망을 군사軍師로 삼아 나라의 세력을 넓혀 나갔다. 서백 창의 인덕에다 태공망의 병법(육도)에 힘입어 주나라는 주변의 병합하면서 점점 더 강국이 되어 갔다. 반면, 주왕의 포악한 통치는 악명을 더욱 떨치고 잇었다.

 

서백 창이 죽자 그 뒤를 아들 무왕(발)이 이어받아 때를 엿보고 있었다. 갈수록 폭정을 일삼는 주왕을 보다 참지 못한 은나라의 현인 비간比干이 나서서 "백성이 굶주리는데 주지육림에서 남녀가 벌거벗고 뒹굴고 있습니다. 이것이 나라입니까?"라며 나무라자 애첩 달기는 성인聖人의 심장엔 구멍이 일곱 개라는데 확인해 달라고 주왕을 유혹한다. 이에 주왕은 숙부인 비간을 참하는 불륜을 저지른다. 이 일로 인해 마침내 무왕은 군사를 일으켜 혁명을 도모하고 새로운 왕조를 연다. 논공행상이 이루어지고 태공망은 산동의 제나라를 다스리게 된다.

 

태공망이 제후가 되어 봉지로 가던 중 위수 강가에서 한 노파를 맞닥뜨리게 된다. 막무가내로 금의환향하는 태공망을 만나야 한다는 노파는 바로 강태공 시절 그를 버리고 가출해버린 그의 아내 마씨였다. 옛정을 생각해서 다시 자신을 거두어 달라는 청에 태공망은 물 한 바가지를 주면서 마씨에게 바닥에 쏟아 보라고 한다. 그러고는 그 물을 다시 주워서 바가지에 담는다면 함께 동행하겠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문제를 낸다. 사람 팔자, 정말 오리무중인 셈이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

한 번 끊어진 인연이 다시 이어질 수 있겠소?"

 

 

 

 

만화로 <사기>를 만난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중국역사의 시작을 보여준다. 태평성대의 요순시대, 물을 다스린治水 하나라 우왕, 희대의 폭군 은나라 주왕, 좋은 때를 기다린 강태공, 새로운 왕조를 연 주나라 무왕, 충신 스토리 백이와 숙제,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과 포숙,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안자) 등의 순으로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펼친다. 방대한 사마천의 <사기>를 전체 7권의 만화로 압축하여 소개한다니 벌써부터 제2권이 기다려진다. 쉽게 <사기>를 읽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만화의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의 열차에 올라타는 법 - 월급의 굴레에서 벗어나 초고속으로 부자가 되는 길
스에오카 요시노리 지음, 유나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자가 된 사람과 늘 돈이 부족한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인생의 목적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정한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부의 열차'다. 많은 직장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매일 만원 버스나 전철을 타고 출퇴근한다. 특히 출근 시간의 혼잡함은 말 그대로 살인적이다.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불쾌지수가 치솟는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숨 막히는 일상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겨우 버티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당신이 만원 전철에서 내려 진정한 목적지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차원이 다른 진짜 부자


책의 저자 스에오카 요시노리는 1976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욕실도 없는 임대 주택에서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지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남들보다 일찍 관심을 가졌고 29세에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가계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남다른 투자 마인드로 10년도 채 되지 않아 평범한 직장인에서 경제적 자유를 얻은 그는 성공적인 투자로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일본의 로버트 기요사키'라 불리며 현재 ㈜퍼펙트파트너 대표이사이자 부동산 투자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자수성가형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그는 돈에 대한 마인드셋을 꼽는다.

 

저자는 각종 경제 이론과 뜨는 투자 정보를 아는 것보다 작은 생활 습관 하나부터 돈을 다루는 방식까지, 부자가 실천하는 삶의 원칙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 먼저라고 말한다. 이러한 돈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이야기하는 그의 강연은 시간당 수백만 원이 넘는데도 '부의 그릇을 넓히고 생각의 전환을 일으키는 최고의 부자 수업'이라는 평을 들으며 일본 전역에서 화제를 모았다.

 

일반 열차는 각 노선에 따라 종착역이 정해져 있지만 부의 열차는 본인 스스로 목적지를 정할 수 있다. 여기서 열차는 '여행'을 상징한다. 우리들은 모두 각자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목적지에 도달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열차가 상징하는 것은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노동'이다. 

 

꿈을 이루고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려면 우선 만원 전철에서 하차해야 한다. 저자는 일하지 않아도 저절로 돈이 벌리는 부의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서 반드시 가져야 할 10가지 부자의 태도를 알기 쉽게 설명하며, 월급 노예에서 벗어나 돈의 주인이 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을 가르쳐준다.

 

 

 

어떻게 해야 '부의 열차'에 탈 수 있나요?

 

얼마 전, 저자는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42세의 남성을 만났다. 그의 원고료는 기사 한 편에 20만 원 정도였다. 이 원고 한 편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취재에만 1일, 집필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과연 이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이런 상태로는 평생 돈 문제로 고생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그러자 자유기고가는 어떻게 해야 '부의 열차'에 승차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세요"라고 답한다. 다시 말해, '가격 결정권'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기 위해선 원천 정보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보를 가공하여 발신하기만 해서는 언제까지나 발신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출판의 경우, 인세라는 로열티는 정보를 만드는 사람에게만 발생하기 때문에 저자는 꾸준히 인세를 받고 기고가는 일회성 원고료를 받는다.

 

부자는 사람을 통해 돈을 번다

 

부자들은 무엇보다도 일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에 못지않게 신경 쓰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과의 만남이다.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할지 늘 고민한다.

먼저 어떤 사람과 만날 약속을 했다면 미리 그 사람이 기뻐할 만한 '선물'을 준비한다. 여기서의 선물이란 돈이나 물건이 아니라 인맥정보다. 가령 홋카이도에 처음 왔는데 혼자 온 경우, 혼자 둘러보기 좋은 관광지나 술집을 가르쳐준다. 연인이면 야경을 볼 수 있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숨은 명소를, 가족 단위라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적합한 유원지나 디저트가 맛있는 가게를 알려준다. 

 

상대의 꿈을 응원하면 상대방도 반드시 나를 응원한다.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기뻐할 일을 하면 상대방도 나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안겨주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이타심을 가지고 기꺼이 남을 돕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부의 열차에 탈 수 있다.

 

돈이 흘러들어 오는 수로를 만들어라

 

잠자는 동안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할 것이다.

- 워런 버핏

 

세상에는 '돈이 불어나는 구조를 가진 사람''자기도 모르게 돈을 빼앗기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 가장 극단적인 예가 이자다. 이자를 받는 사람은 부의 열차 승객이고 이자를 내는 사람은 서민 열차에 탄 승객이다. 신용카드 리볼빙 결제는 잘못하면 평생 이자를 갚을 수도 있다. 매달 카드 값 내기가 수월해져 돈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만 자산이 줄어드는 구조가 강화될 뿐이다.

 

죽은 돈, 살기 위한 돈, 살아 있는 돈

돈을 쓰는 방법은 낭비, 소비, 투자 세 가지다. 더 알기 쉽게 낭비를 '죽은 돈', 소비를 '살기 위한 돈', 투자를 '살아 있는 돈'이라고 부른다. 낭비한 돈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므로 '죽은 돈'이다. 의식주 등 살아가기 위해 소비하는 돈은 '살기 위한 돈'이다. 투자행위를 통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크게 성장하는 돈은 '살아 있는 돈'이다.

 

"돈을 쓸 때는 황금 비율을 기억하라"

 

낭비, 소비, 투자에는 적절한 비율이 있다. 가령 지갑에 100만 원이 들어 있다면 지금까지 이 100만 원을 죽은 돈, 살기 위한 돈, 살아 있는 돈에 어떤 비율로 사용해왔는지 계산해보자. 보통은 3대 7대 0일 것이지만 권장하는 것은 1대 6대 3의 비율로 맞추는 것이다. 바로 '부의 열차'에 타기 위한 황금 비율이다.

 

"부자가 되려면 금융 리터러시를 높여야 한다"

- 로버트 기요사키 

 

시간을 유익한 일에 쓰라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바로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 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은 돈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시간을 전부 일에 쏟아 시간을 돈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런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미루고 일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이런 발상으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고독하고 불행한 인생이라는 종착역으로 직행하게 될 뿐이다. 부의 열차 승객들은 취미에 몰두하는 시간이나 가족, 동료,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말한 '시간은 금이다'의 숨은 의미는 시간을 유익한 일에 쓰라는 뜻이다. 결코 악착같이 일하라는 뜻이 아니다.

 

 

구두쇠와 절약하는 사람은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약 128조 원에 상당하는 자산 보유자임에도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구입할 때 반드시 할인 쿠폰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 워런 버핏의 자산은 100조 원에 달하지만, 그의 집은 60년 전에 3,600만 원에 구입한 것이며, 자가용도 3,300만 원 일반 자동차를 몬다. 이들은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일까? '부의 열차'에 승차하려면 돈이 절로 불어나는 생활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