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로 말해요 - 농인 아내, 청인 남편이 살아가는 이야기
가메이 노부타카.아키야마 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삼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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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에 개봉한 영화 [블랙]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고집불통 소녀와 어느 선생님간의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가 전개된다. 영화속의 소녀는 헬렌 켈러, 선생은 설리번 선생의 역할을 연기한 것인데, 영화에선 남자 선생님으로 그려져 있다.

헬렌 켈러(1880 - 1968년)는 시각, 청각 장애자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 났지만, 생후 19 개월 쯤 고열의 중병을 앓고서 시각과 청각을 잃었지만 앤 설리번이라는 훌륭한 여선생님을 만난 뒤 학업에 정진하여 16 살에 대학교에 입학했고, 대학 졸업후 독일어 등 5 개의 언어를 구사하며 사회 진보 운동에 참여한 인물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장애인으로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전세계의 많은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 책은 30대 후반의 농인 아내와 청인 남편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37 살의 아키야마 나미씨는 농인인데, 컴퓨터를 끼고 살며 아트 플라워가 특기이다. 남편 가메이 노부다카씨는 38 살의 정상인이며 요리하는 것이 취미이다. 둘 사이에 아내는 고양이, 남편은 거북이라는 호칭이 재미난다. 이 부부의 일상적인 이야기 속엔 장애인이기에 겪게 되는 불편과 사회적인 냉대 그리고 법제도의 미비 등이 소개된다. 일본인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현실을 한번 생각하도록 해주었다.

 

 

귀가 들리는 사람, 청인은 목소리에 의한 청각언어를 사용하는데, 이를 "음성언어"라고 한다. 반면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은 손과 얼굴 표정에 의한 시각적 언어인 "수화"를 사용한다. 귀가 들리지 않아 수화로 얘기하는 사람을 농인이라고 한다. 한편, 농인이 입술의 움직임과 얼굴 표정으로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발성연습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는 교육법을 구화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농인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에는 절대로 구화를 요구하지 마십시요"라고 법제화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의 문헌에도 농인들이 수화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수화는 시대와 나라의 경계를 떠나 농인과 함께 있었던 듯하다. 수화는 역사를 지닌 소수 언어이다. 수화는 세계 각지의 농인 집단 속에서 자연스레 성립되어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져 온 언어이다. 따라서, 수많은 언어가 탄생되었고 세계엔 적어도 112 종류의 수화언어가 있다고 한다.

 

구화법 교육은 농인을 음성언어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전 세계 농인 단체의 맹렬한 반대로 인해 현재 여러 나라에서 수화를 교육 언어로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따라서, 대학과 관공서 등 공공기관이 수화 통역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법제화하고, 농인의 수화를 권리로 인정하고 보호해야할 필요가 있다.

 

말은 소통의 수단이자, 감정의 표현 방법이다. 통계에 따르면, 청인과의 대화가 불편하기 때문에 농인의 90%는 농인끼리 결혼한다고 한다. 또한, 농인은 장애로 겪는 고통때문에 청인의 악의나 편견에 무서울 정도로 민감한 행동을 보인다. 여행사에 투어 신청을 해도 거절당하기 쉽고 "여행사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제출해야 가능할 정도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농인들의 현실이다.

 

정상인인 청인들은 농인에게 목소리로 말을 걸어서도 안될 것이며, 농인들간의 수화를 빤히 구경해서도 안될 것이다. 농인들의 오랜 권리 투쟁 끝에 몇몇 나라는 헌법에 수화를 국가의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다. 청인들의 농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이젠 버려야 할 때다. 출생, 습관, 세계관이 다른 두 사람이 집에서 말할 때 "두 사람 사이의 공통어는 수화" 라는 사실이 가슴에 오래 동안 남을 듯하다. 한국의 사회도 농인의 입장을 고려한 제반 제도가 하루 빨리 정착되기 바라면서 헬렌 켈러의 명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고개 숙이지 마십시요.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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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력 Survival Power - 성공으로 가는 베이스캠프
조용상 지음 / 나무한그루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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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쟁취하려면 우선 살아 남아야 함이 기본이다. 기업들은 살아 남기 위해 별별 전략을 다 구사한다. IMF 외환 위기전엔 유명한 "大馬不死" 전략이 있었다. 대마불사란 바둑용어로 길게 늘어선 바둑돌은 살 길이 생기므로 잘 죽지 않는다는 데에서 연유한 것이다. 그러나, 재벌을 형성하고 소위 "문어발식 경영" 에 몰두했지만, 단 한 번 찾아온 위기에 우르르 무너졌음을 우린 목격했다. 진화론의 다윈은 모든 種은 適者만이 살아 남는다며 적자생존이란 학설을 발표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성공하려면 일차로 살아 남기에 몰두해야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저자 조용상은 종합무역상사, 금융회사 등 삼성그룹에서 약 삼십 년간 근무한 CEO출신이다. 그는 국내외의 다양한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기업과 사람들의 흥망성쇄를 지켜 보았고, 특히 IMF를 겪으면서 생존이라는 화두에 주목했다고 한다. 그는 "생존력이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는 기초적인 힘" 이라고 정의 내리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네 가지의 생존력, 즉 마음력, 관계력, 습관력, 그리고 성공력을 제시하면서 각 주제별로 이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불가에선 "일체유심조"를 강조한다. 이는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란 뜻이다.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겁고, 외롭고, 또는 두렵고 하는 것들은 모두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감정이다. 특히, 화, 욕심, 그리고 어리석음을 뜻하는 "탐진치,貪嗔痴"가 인간이 가진 3대 문제라고 한다. 성공하려면 성격부터 훈련하고 개선해라. 얼굴을 고치는 성형수술도 필요하듯이 성격의 정형수술은 맘짱이 되기 위한 기초공사임을 명심하라.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면서,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는 자신감이 성공의 열쇠이다.

 

관계 섬씽

 

"황금은 값을 따질 수 있지만 사람은 값을 매길 수 없고, 천금으로 집을 사지만 이웃은 만금을 줘야 살 수 있고, 천금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마음을 알아 주는 친구는 얻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거래가 아닌 투자이다. 항상 관계를 점검하면서 보강해야 한다. 남이 하는 것을 아부라고 폄하하지만 정작 자신은 용기가 없어 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 적절한 아부는 인간관계의 윤활유임을 인정하라. 믿을 수 있는 사람, 뜻이 통하는 사람, 배울 게 많은 사람,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 등은 나이의 고하를 떠나 주위에 사람들이 꼬이게 마련이다. 윗 사람에겐 항상 공손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고, 남의 약점은 못본체 입방정을 떨지 말라. 좋은 친구를 사귀기 어렵지만 내가 좋은 친구되는 것은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 관계를 잘 유지한다는 것은 항상 따뜻한 눈빛을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봐 주는 것이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

 

좋은 습관을 성공을 보장한다. 성공학 컨설턴트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 가지 습관]에서 "참된 변화는 내면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뭇잎을 쳐내는 것과 같은 응급처치식 방법으로는 태도와 행동을 바꿀 수 없다. 이것은 뿌리, 즉 사고의 바탕이자 기본인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만 가능하다. 이 패러다임은 우리의 성품을 결정하고,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의 렌즈를 창조해 준다"고 말했다.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아무런 수확물도 없다. 여기 저기 뿌린 좋은 씨앗은 먼 훗날 크게 열매를 맺어서 보람을 안겨다 줄 것이다. 따라서, 좋은 씨를 뿌리는 것은 매일 매일 습관적으로 해야 한다.

 

즐거움이 성공을 가져다 준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가 사라 장에게 이런 인터뷰를 했다. "이제 명인 수준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연습을 많이 하느냐,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  사라 장, 장영주는 이렇게 답했다.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에 이르는 것이 성공 아닌가요?"  일등이 아니어도 성공이다. 거듭되는 실패뒤에 따라 오는 것이 성공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의 일에 푹 빠질 정도로 이를 즐기고 있느냐는 것이다.

 

 

인생은 결코 로또가 아니다. 복권의 당첨률이 극히 낮듯이, 인생에 있어서 성공 확률도 그리 높지 않다. 성공을 위한 가장 좋은 전략은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을 선택하는 것에 달려 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즐겁게 이를 수행하는 것이 확률 높은 성공 전략일 것이다. 꿈을 꾸되, 성공 확률이 높은 꿈을 꾸는 자가 현명한 사람이며 결국 살아 남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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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
세키 간테이 지음, 오근영 옮김 / 나무생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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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 대한 느낌과 생각은 어떠합니까? 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답변을 할까요?  대부분 주름살, 백발, 불결함, 여유로움, 무기력함, 무료함 등의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반면 존경을 표하거나 또는 대접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팔십대 노인이 젊은 여자와 교제를 한다거나, 연애편지를 주고 받거나, 또는 술집에서 여종업원과 진한 농담을 즐긴다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은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없는 노친네, 나이값도 못하는 늙은이, 나잇살이나 먹어 가지고, 기운이 남아 도냐, 혹은 아직 정신 못차린 색골 등 비난조의 발언을 서슴치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세키 간테이씨는 젊은 시절 불가에서 수행 생활도 경험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조각가로서 일본 유명 사찰에 조각상을 봉납했으며, 조각외에도 그림과 글씨가 뛰어나고, 또한 골동품에도 조예가 깊은 괴짜 노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자신의 여자 친구가 버스 한 대를 채울 정도로 많다고 자랑하며, 여자를 좋아하며 벗기기를 좋아한다고 거리낌없이 이를 폭로하는 불량기 넘치는 노인이다. 야생의 하마나 코끼리가 온몸에 진흙을 발라 기생충을 제거하듯, 자신은 술집에서 생활의 때를 떨쳐 낸다고 한다.

 

얼마전에 읽은 바있는, 여성학자 박혜란의 에세이 [나이듦에 대하여]에 의하면, 여자로서 자신에게 다가온 "나이듦"을 긍정하는 자세를 통해 주위 사람들과 자신에게 여자가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일상의 프리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여자가 나이들어 경험하는 몸의 변화, 생각의 변화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담고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늙음"에 대한 고정 관념, 즉 늙음은 추하고, 약하다는 것을 깨뜨리는 방법은 나이듦에 대하여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냥살기"를 인정하고, 또한 나이 들어가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옛날 교토와 나라의 승려들은 나뭇가지를 꺾어 줄기에 달린 거친 보푸라기를 잘 다듬어 뒤를 닦았단다. 종이가 없던 시대였기에 나무를 깎아 젓가락처럼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매일 하는 일이기에 갈수록 편리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용후 그 막대기는 강물에 버려졌다. 그런데, 하루는 하류에서 이를 주운 남자가 "쓸만한 젓가락이 떠내려왔군"하면서 이것이 무슨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고민도 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시각과 생각만으로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는 유머러스한 일화를 소개한다. 이렇듯 모든 일에 상류와 하류가 있듯이, 상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을 알고, 자신안의 불성을 깨닫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이를 모르고 욕망만으로 여성을 대한다면 실패한다고 충고한다.

 

"답게" 처신한다는 것은 자기다음을 표출하는 일이고, "답게" 산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사는 것일 것이다. 여든 한 살의 간테이 노인은 인생에서 "메마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메마르게 살아가는 것은 바로 위축되게 사는 것과 같은 것이기에 오히려 불량스럽게 살라고 주문한다. 그가 말하는 불량은 불륜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시들지 않는" 삶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학자 박혜란의 "그냥살기"와 나이듦을 부정하지 않는 자세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나이듦에 대하여 남들이 다 삐져도 나만은 결코 삐지지 않으리라는 자만심도 사실 어이없는 것이며, 남에게 일어 나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 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진리를 빨리 깨달아야 할 것같다. 활기차고 줄겁게 인생을 즐기자는 것엔 동의를 하지만 그렇다고 꼭 색기를 갈고 닦아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따라서, 나는 천상 간테이 노인의 제자가 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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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의 진로를 바꾼 40가지 위대한 실험 - 그들의 실험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김기태 지음 / 하늘아래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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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가 제기되자, 핵에 대하여 세인의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를 두고서 네티즌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논쟁의 쟁점은 "이휘소 박사는 과연 핵폭탄을 제조할 만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었고, 제조할 의도가 있었는가?"하는 것이다. 이는 의문의 교통사를 제기한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영향이 많이 작용한 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과는 달리 이박사의 전공은 핵폭탄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들의 시각이다. 또한, 같은 연구소에서 활동한 어느 학자에 의하면 그는 평화주의자였으며 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고 과거를 술회했다. 따라서, 그는 핵무기에 대해서는 반감을 갖고 있었음이 분명했고 알려진대로 그의 좌익성향은 한국 정부와 마찰이 있었을 정도였다.

 

인문계 출신인 나는 과학 지식엔 매우 취약하다. 이런 나의 지식을 업그레이드해 보자는 의욕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미국 네브라스카 대학에서 고체물리학을 전공한 저자 김기태는 이미 지난 4월 [청소년을 위한 유쾌한 물리상식]이란 도서도 출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렵게만 느끼는 과학을 좀 더 가깝게 느끼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저자의 출간 의도일 것이다. 이 책의 주제어인 위대한 실험은 우리의 일상과는 어떤 관계일까? 하고 궁금해 졌다.

 

뢰머의 광속 측정 실험부터 냉핵융합 실험에 이르기까지의 열역학, 현대물리학, 고체물리학, 양자역학, 그리고 핵물리학 등의 분야에 걸쳐 모두 40 가지의 위대한 실험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실험의 취지와 동기 등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부족했지만, 나름 의미있을 정도로 중요한 실험이었음은 알게 되었다. 아인슈타인하면 상대성이론만을 떠올리던 나로선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1992년 아인슈타인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은 1905년에 발표한 광전효과에 관한 것이었다.

 

한편, 2002년 노벨 화학상의 수상자는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씨다. 그는 화학과는 거리가 먼 전자공학을 전공한 학사학위 소유자로서 일본의 계측기 제작 전문기업인 시마주 제작소의 연구주임이었다. 그런데, 그가 쟁쟁한 세계의 석학들을 물리치고 노벨상을 수상한 이유는 정말 엉뚱하게도 실수한 그의 실험때문이었다. 과거 백여 년간의 수상자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실험을 통해 물리학의 원리를 증명해 보인 것이거나, 또는 이의 응용을 보여준 것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한국의 물리학 교육이 지나칠 정도로 이론에 치중하고 있으며, 아울러 외국의 이론을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음을 개탄하면서 후학들이 이를 개선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다. 비록 내가 과학도는 아니지만 이휘소 박사, 일본인 다나카 고이치의 경우를 보더라도 저자의 의견에 공감할 수 있다.

 

몇 차례의 연기 끝에 우주를 열기 위해 오늘 나로호를 발사하였으나 궤도 진입에 실패함으로써 많은 국민들이 아쉬움을 느낀 하루였다. 기초 과학의 발전이  물리학, 우주 과학 등으로 이어 지는 것이다. 과학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부는 과학 발전을 위해 국가차원의 폭 넓은 지원을 하리라 기대해 본다. 위대한 발명과 실험이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진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과학에 대해 더욱 친밀감을 느끼면서 평소에 사물에 대한 주의력과 관찰력을 키우면서 왜란 의문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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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를 일등으로 - 野神 김성근
김성근 지음, 박태옥 말꾸밈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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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 라이온즈 대 엘지 트윈스 간의 혈투는 한국 야구사의 명승부로 기록된다. 시리즈 전적 3 대 2로 삼성이 앞서고 있지만 9회말 현재 엘지가 9 대 6으로 3점을 앞서고 있어, 엘지는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릴 좋은 기회를 잡았다. 엘지 김성근 감독은 현재까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경험이 없다. 마무리 투수 좌완 이상훈이 등판했다. 삼성은 선두타자 김재걸이 중견수를 넘겨 펜스를 바로 강타하는 홈런성 2루타를 치고 진루했다. 다음 타자 강동우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이상훈은 다음 타자 브리또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원아웃, 주자 1, 2루. 다음 타자 이승엽이 힘껏 방망이를 돌렸다. 극적인 동점 3점 홈런, 한순간에 승부는 9 대 9 동점이다. 구원 투수가 등판했다. 최원호와 승부하던 4번 타자 마해영의 스윙이 무겁게 느껴졌다.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이다. 홈관중의 환호와는 달리 김성근 감독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2008년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 대 두산 베어스 간의 5차전이다. 8회말 무사 1, 2루의 위기를 간신히 넘긴 SK에게 또다시 위기가 찾아 왔다. 스코아 2 대 0으로 SK가 앞서고 있지만, 무사 만루의 역전 위기이다. 국민 2루수란 애칭을 가진 고영민이 투수 옆 땅볼로 원 아웃, 숨돌릴새 없이 다음 타자는 정규 시즌 타격왕 김현수이다. 딱 소리와 함께 타구가 투수 앞 땅볼이다. 병살로 처리하면서 경기 종료. 졌다고 생각한 게임에 마침표를 찍고서 작년에 이어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2연패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사람들은 야구 경기를 흔히 인생의 축소판에 비유한다. 우리들의 인생에 성공의 기회가 세번 찾아 오듯이, 야구 경기도 경기중 세번의 득점 기회가 찾아 온다고 한다. 목전에 둔 승리가 한순간에 패배로, 또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잘 넘기고 승리를 맛보는 이와같은 명암이 늘 드리워지는 것이 야구라는 경기이다. 전문가들에게 약팀으로 평가되던 SK 와이번스의 사령탑을 2006년 10월에 맡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김성근 감독의 성공스토리를 만나 보자.

 

야구에 대한 열정

 

경남 진양군 깡촌 출신인 그의 부모들은 생계를 찾아 일본 땅 교토의 한인 밀집촌인 나가야에 정착한다. 그는 이곳에서 1942년 태어나 어릴적부터 가난에 매우 익숙했다. 다다미 열 두 장이 깔린 방 두 개의 작은 집이 육남매의 보금자리였다. 당시 재일 동포의 삶이 대개 이러했다. 부모는 물론이고 형, 누나들 모두 돈벌러 나가야만 했다. 홀로 남겨진 그의 놀이터는 가쓰라江이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물놀이, 고기잡기, 멱감기 등으로 소일하며 성장했다. 일본 학교에 다녔고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야구를 즐겼다. 실력이 부족해서 자신이 가고픈 야구 명문고엔 진학을 못하고, 대신 설립된 지 3년 밖에 안된 가쓰라고교에 입학했다. 이유는 단 하나 야구부가 있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듯, 그도 심부름, 주전자 당번, 훈련, 또는 기합 등의 신입생을 거쳐 2학년 부터는 본격적인 투수연습을 했다. 그 때부터 그는 연습 벌레였다. 학교가 파하면 가쓰라江에 매일 돌멩이 2백 개를 던졌다. 워낙 가난한 탓에 방망이와 글러브는 그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그래서, 그는 야구 용품을 사기위해 우유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것은 그에게 튼튼한 하체와 영양 공급이라는 덤을 주었던 셈이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쓰러질 때까지 "펑고"라는 수비훈련을 시키면서 그는 2학년때 후배들에게 "악마"란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보통 이런 훈련은 감독이나 코치 또는 3학년 고참이 맡아서 하는 것이었는데, 그에게 맡길만큼 그는 카리스마가 있었던 듯하다. 학교 인근에 높이 924 미터의 아타고 山은 정상까지 약 5 킬로미터 거리이다. 그는 고시엔 대회를 앞두고 여기를 뛰어서 올랐다. 낙오자가 생기면 업고서 올라 가기로 작정하며 훈련했다. 이는 협동심 배양과 팀워크를 강화하는데 매우 유익했다. 이후 그는 지도자 시절에 이런 훈련을 많이 도입했다. 

 

실패로 부터의 교훈

 

일본의 고교 야구 선수들의 꿈은 고시엔 대회의 본설 진출이다. 김성근도 자신과 학교의 명예를 위해 지역 예선에 출전했다. 1회전 부전승으로 통과하고, 2회전에서 만나 팀과 9회말 투아웃까지 7 대 6으로 이기다가 외야수의 실책으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이는 그에게 평생 교훈을 남겨 주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 그의 끈끈한 야구는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한국으로의 진출

 

1959년 8월, 4회재를 맞은 재일동포 학생 야구단으로 그는 한국땅을 밟았다. 전쟁으로 침체된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기획된 친선 경기였다. 8월 한 달 동안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을 순회하며 지역의 야구 명문고들과 시합을 했다. 그는 8월 9일 중앙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5회까지 무려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8 대 0으로 승리했다. 언론은 좌완 투수인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편, 부산 경남고와의 경기 도중 투수가 던진 공이 4번 타자 박영길의 머리를 맞췄다. 관중들은 "쪽발이"란 소리와 함께 야유가 심했다. 이로 인해 그는 삐딱선을 탄 조국의 감추어진 발톱에 의해 평생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처럼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부산 동아대 야구선수로 스카우트되었다. 1960년엔 교통부에 스카우트되어 실업 야구선수로 등록하고, 제 4회 아시아 야구 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영광을 누렸다. 교통부의 김일배 감독은 초고교급 타자 백인천을 길러낸 명장이며 스타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했다. 한달 훈련이 마치 10년 치 훈련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한편,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선 자유중국(대만)과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했지만, 알본과의 격차가 많이 줄었음을 자축하면서, 만 스무 살의 좌완투수 김성근의 화려한 전성기가 도래했다고 야구인들은 축하해 주었다. 1962년 그는 실업팀 기업은행으로 이적한후 실업야구에 시즌제를 도입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자, 그는 영구귀국을 결심했다. 어머니를 비롯, 가족의 반대가 심했지만 그는 평생 야구를 하고 싶어서 한국을 선택한 것이었기에 야구만 할 수 있다면 그 무엇도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야구는 그의 삶의 목적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1964년 그의 기록은 20승 5패이다. 당시 투수들은 많은 투구로 게임당 150개 투구는 기본이었다. 참고로 WBC 대회의 투구제한은 80개이다. 그의 어깨는 아프다는 신호를 계속 보냈다. 타자로 전향하여 한 경기에서 홈런도 두 개치는 등 활약도 해보았지만, 1965년엔 통증이 더 심했다. 결국 이듬해 그는 나이 스무 다섯 살에 투수 생활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선배의 소개로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배필을 만나 1967년 3월 결혼하여 평범한 은행원 신분으로 돌아 갔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며

 

1969년 여름, 기업은행 간부의 요청으로 경남 마산상고의 감독직을 수락했다. 승수보다 패수가 많았던 팀으로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훈련에 또 훈련, 견디지 못한 일부 선수들은 도망을 쳤다. 이때 그는 배우는 것보다 가르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비로소 독서를 시작했다. 현재 그의 서재엔 야구서적만 5 백권이 넘는다. 이후, 만 29세에 기업은행 감독으로 취임, 1973년 구가대표팀 코치, 1976년 충암고 감독, 1979년 신일고 감독 등을 거치면서 OB 베어스 코치와 감독, 태평양 돌핀스 감독, 삼성 라이온스 감독,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 엘지 트윈스 감독, 일본 롯데 마린스 코치, 그리고 SK 와이번스 감독 등 프로 야구의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야구계에선 김성근 감독을 야인으로 분류한다. 직설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함으로써 구단주와의 불화로 임기를 못채우고 사령탑에서 두 차례나 쫓겨난 그였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후회없는 행동에 떳떳하기만 하다. 약팀으로 분류된다던 SK 와이번스의 감독을 맡아 자신의 전매특허인 스파르타식 훈련을 실시하여 강팀으로 팀칼러를 바꾸고 지난 2년간 무적으로 군림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는 자신의 야구에 대한 세인들의 평가에 다소 섭섭함을 표현하면서 자신은 "지지않는 야구"를 추구한다고 역설한다. 수많은 좌절과 실패속에서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난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그의 野生野死는 언제 끝이 날지 주목된다. 그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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