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견만리 : 미래의 기회 편 - 윤리, 기술, 중국, 교육 편 명견만리 시리즈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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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우주로 뻗어 나갈 채비를 해나가고 있고, 수명은 30년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 분석기술이 진화하면서 인공지능은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이고, 이에 따라 인류의 노동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정치, 경제, 기술 등 모든 영역이 새로운 개념들로 재구성되어 우리는 이제껏 인류 역사에 전례 없는 변화를 겪는 중이다. 바야흐로 변화무쌍의 시대에,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넘친다. - '프롤로그' 중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는 개인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지혜가 절실한 시대, 불안과 두려움에 빠진 개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절박감과 위기감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의 변화 속에서 내일을 꿰뚫어보기 위한 질문과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 <명견만리明見萬里>가 KBS1 TV를 통해 방송되었다. 뛰어난 통찰력을 지난 당대의 지성인들이 매주 출연하여 이 사회가 당면한 미래의 이슈들을 강연을 통해 청중들과 소통하며 함께 공감하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맡은 제작진은 강연+다큐, 지식+공감, 전문가+대중이 융합된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의 진화'를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김난도, 김영란, 서태지, 성석제, 장진, 최재천 등 우리 사회 주요 인사들이 출연하여 진정성 있는 강론을 펼쳐왔으며, 여기에 일반인 청중으로 구성된 '미래참여단'의 역할이 더해져 집단지성의 힘으로 인류 공동의 미래를 모색해왔다.

 

책은 윤리, 기술, 중국, 교육 등 4개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윤리 파트에서는 자본주의 사회가 정글화 되면서 생겨난 의외의 결과물로서 '착한소비'에 주목하였고, 앞으로 '김영란법'이 만들어낼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짚어보고 세계적 트렌드로서의 '반부패'를 조명하였다. 기술 파트에서는 인공지능, 플랫폼 혁명 등 변혁의 물결이 거세질수록 우리에게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다. 중국 파트에서는 전 세계의 가장 큰 소비자였던 중국의 영향이 우리 일상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향후 중국 경제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우리 사회의 대응책을 고민해보았다. 교육 파트에서는 지식의 폭발 이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융합교육을 살펴보고 그에 반해 아직 과거의 교육 방식에 묶여 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짚어보았다.

 

 

국가 부도 위기를 경험한 그리스

 

그리스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이 종종 자신이 마신 커피값 외에 한 잔 값을 더 지불하곤 한다. 이른바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다. 커피를 사 마실 돈이 없는 노숙자나 실직자 등 가난한 이웃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맡겨두는 커피'다.

 

누군가를 위해 '힘내세요'라는 응원 쪽지와 함께 커피값을 지불한 것이다. 쪽지가 말하자면 구매 쿠폰인 셈이다. 처음에 4곳에서 시작한 이 카페가 현재는 그리스 전역에 1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카페 운동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알레판티스다. 그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카페가 자리잡을 것이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삶에는 생존을 위한 빵뿐 아니라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장미도 필요하다. 힘든 누군가가 생존을 위한 투쟁 속에서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여 서스펜디드 커피라는 착한소비를 가능하게 했다. 그리스에서뿐 아니라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서스펜디드 커피를 만날 수 있으며, 불가리아에서는 150개 이상의 카페가 동참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의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다소 생소한 나라 보츠와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를 줄 아는 노래가 하나 있다. 아래와 같다.

 

안녕, 안녕, 부패여! 너에게 작별인사를 전해.

우리는 보츠와나에서 태어났어요.

보츠와나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 있어요.

 

청렴함을 바탕으로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2016년 기준 보츠와나의 1인당 명목 GDP는 5897달러로 아프리카 최상위권이다. 더불어 주변국 가운데 국제신용등급 1위를 유지하는 것도 깨끗한 사회가 이룩한 큰 성과다. 부패 없는 사회를 바탕으로 이룬 경제발전은 국민의 신뢰와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국가 이익이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다 보니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종족 간의 갈등도 없고 정치도 안정되어 있다. 깨끗해야 강해질까, 강해져야 깨끗해질까?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 적용할 김영란법의 의미다.

 

 

 

전기차 기술을 무료로 공개한 이유

 

2014년 6월,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모터스는 배터리 과열 방지 기술과 급속충전 기술인 슈퍼차저 기술을 포함해 자사가 보유한 전기차 특허기술 1400여 개를 무료로 공개했다. 토요타 또한 2015년 1월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수소차 특허 5680개를 전면 공개했다. 이들이 엄청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 개발한 자사의 독점기술을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점적 기술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며, 인류의 미래를 위해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를 여는 촉매가 되기를 바란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의 CEO 

 

공유와 개방 그리고 이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조는 문화 산업에서도 나타난다. 2014년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가인 <렛잇고>의 엄청난 인기에는 '공유'의 힘이 작용했다. 월트디즈니는 기존의 저작권 개념에서 벗어나 <렛잇고>의 리메이크를 이례적으로 허용했던 것이다. 즉 팬들이 음악을 리메이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이후 유튜브 등 인터넷상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퍼지면서 <겨울왕국>의 인기로 선순환되었다.

 

 

 

주문량이 하나라도 만든다

 

독일의 주방가구 1위 업체인 노빌리아는 지금까지 규격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해왔지만, 이제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주방가구도 생산하고 있다. 과연 대량생산에 적합한 컨베이어벨트식 공장에서 어떻게 개인 하나하나에 맞는 맞춤형 가구를 만들 수 있을까?

 

노빌리아는 2년 전 공장시스템을 고객 맞춤형으로 바꿨다. 가구는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한다. 이 과정은 직원이 필요한 부품에 고객 정보가 적힌 바코드를 붙이는 데서 시작한다. 이미 제조라인의 기계에는 고객의 상품정보와 조립방법이 입력되어 있다. 기계는 바코드의 정보에 따라 부품을 선별하고 조립하므로 컨베이어벨트 위에 다양한 부품이 섞여 있어도 오류 없이 작업할 수 있다.

 

이렇게 시스템을 변경한 덕분에 노빌리아는 2700명의 직원이 하루에 2700개의 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간과 기계가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협ㅈ업하는 것이다. 2016년, 노빌리아는 총 74종의 부엌가구를 출시했으며, 나아가 각각의 부엌가구를 최종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조할 수 있다. 가구의 색을 바꾸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인터넷에서 보고 손잡이 위치를 바꾸거나, 아예 다른 제품의 부품을 결합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여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에 대해 노빌리아는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셈이다.

 

 
  

 

중국, 청년 창업이 가장 활발한 나라

 

중국은 지금 전 세계에서 청년 창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나라다.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의 보고서에 따르면 54개 회원국 중 창업자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이었다. 그리고 이 창업 열풍의 핵심에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 세대가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에서 이들의 창업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꿈이 시작되는 차고카페는 주머니 사정이 좋을 리 없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커피 한 잔 값으로 작은 사무실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전기, 인터넷 사용뿐 아니라 회의실 이용 등 다양한 장소가 제공된다. 이뿐 아니라 이곳을 찾은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창업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또한 이곳은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만남과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사랑방' 구실도 하고 있다. 예비 창업 청년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공동 창업을 이뤄가기도 한다. 또 이곳에서 투자자들과의 만남이 성사되기도 하는 등 2011년부터 현재까지 130여 개의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그 무엇도 두렵지 않는 2억 명의 중국 젊은이들을 보면서 한국의 미래는 무엇인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교육 강국 핀란드의 새로운 교육 혁신

 

프랑스가 지적 전통을 기반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 시스템을 가졌다면 핀란드에서는 다른 방향의 교육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핀란드는 이미 전세계가 인정하는 교육 강국이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세계 최초로 융합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과목의 교사들이 하나의 주제를 전해 과목을 통합해서 가르치고 있다. 이것이 현재 핀란드에서 진행되는 교육의 화두다.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를 어떻게 정화할 것인가?'와 같은 주제도 훌륭한 융합 수업의 콘텐츠가 된다. 교사들은 이 주제를 위해 생물, 역사, 수학 등을 융합한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융합 수업은 이론 공부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바다를 만들어 보고, 기름을 제거하는 방법도 실험한다.

 

수업의 내용을 예로 들면 이렇다. 물은 남겨놓고 어떻게 기름만 제거할 것인지, 기름 유출량에 따라 필요한 오일펜스의 길이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과거에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들은 어땠는지 등. 하나의 주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여러 과목이 녹아 있다. 심지어 실제로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 노를 저어보는 체육 활동도 하고, 물고기로 요리하는 가사 활동까지 겸한다.

 

이러한 융합 교육을 통해 실용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학생들은 예습이라는 걸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중요한 건 사전에 책에서 미리 얻은 지식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집중해서 생각하고 즐겁게 몰두하는 사고력이다. 이미 교육제도가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핀란드가 왜 이런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할까? 이는 바로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넘나들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 즉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어떠한가? 라는 의문이 당연히 생긴다.

 

 

밝은 지혜로 만 리를 내다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밝은 눈들은 한결같이 기본을 강조합니다. 사회 변화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지고 있는 지금, 변화의 장단에 맞춰 그때그때 헐레벌떡 새로운 스펙을 쌓는 것은 실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변화의 고비마다 버티고 서 있을 모든 문을 다 열려면 마스터키를 깎아야 합니다. 이 책이 마스터키를 깍을 모든 이들에게 밝은 눈을 선사할 것입니다. -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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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순, 고귀한 인생 한 그릇 - 평범한 인생을 귀하게 만든 한식 대가의 마음 수업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심영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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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아 요리를 하고, 열심히 먹이고, 사랑했습니다. 남들은 요리 선생이다, 한식의 대가다, 거창하게 불러주지만 나라는 존재는 그냥 누군가를 위해 밥하는 사람, 요리를 통해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 대상이 가족에서 이웃으로, 친구에서 제자들로,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더 많은 사람들로 점점 넓어진 것은 덤으로 얻은 축복입니다. -'차림에 앞서' 중에서

 

 

한식 대가의 마음수업

 

책의 저자 심영순은 대표적인 한식 연구가로 1970년대 초반부터 요리 강습을 시작했고 1988년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심영순 요리 연구원'을 세워 40년 넘게 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스물두 살에 남편에게 시집왔을 땐 그냥 손맛 좋은 주부였다. 결혼 후 집에 온 손님들에게 차려낸 밥상 덕에 요리 솜씨가 소문나기 시작했다. 이웃에 사는 주부들이 찾아와 반찬을 배워 갔고 학교 어머니 교실에서 요리를 가르쳐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입소문이 퍼져 나이 서른

 

 

 

 

 

 

 

 

 

칭찬에 대한 목마름이 요리 욕심으로

 

"그래, 잘했구나" 칭찬치고는 너무나 무심한 한마디. 그러나 그 한마디로 그녀의 세상은 천국이 되었다. 그런 천국을 또 맛보기 위해 그녀는 정말 열심히 배웠다. 나이가 들면서 그녀는 살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잘해내고 싶었다. 어릴 때에는 어머니에게 칭찬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했지만 십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그 이상의 호기심과 자부심이 자랐던 것 같다. 그저 어머니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주인의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갑자기 요리 선생이 되다

 

어느 날 셋째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원장이 전화로 연락와서는 어머니 모임에 나와서 반찬 만드는 법을 강의해달라는 것이었다. 간곡한 부탁에 이를 뿌리칠 수가 없어서 도시학 반찬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나물 세 가지, 두부와 달걀 요리 두세 가지, 장아찌 두 가지, 볶음류 ㄷ두세 가지, 조림류 두세 가지 등을 준비해 강의에 임했다. 어머니에게서 배웠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기초부터 쉽게 설명했다. 강의 내용에 대해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어머님들이 강의를 더 해달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이번에는 도시락이 아니라 남편을 위한 요리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그래서 남편이 입맛 없을 때 잘 먹는 순두부찌개와 대구탕, 육개장 등을 준비해서 가져갔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다음에는 손님 상차림을, 그다음에는 술상을, 그다음에는 제사 음식을 가르쳐달라며 계속 신청이 들어왔다. 어느덧 그녀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큰 책임감이 밀려왔다. 그녀의 요리를 배운 사람들은 그것으로 남편과 아이들을 먹일 것이다. 건강하게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음식으로 한 효도엔 후회가 없다

 

어머니가 쓰시던 방 옆방을 시어머니에게 내어드렸다. 그때부터 두 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쭉 그녀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 마음이 잘 맞는 두 분이었지만 식성만큼은 완전히 달랐다. 어머니는 싱싱한 나물과 바삭한 생선구이, 조림류를 좋아하신 반면, 시어머니는 푹 삶아 무친 나물 반찬에 김치를 좋아하셨다.

 

그래서 그녀는 처음부터 두 분의 밥상을 따로 차려드렸다. 사람들은 어떻게 한집에서 두 노인을 모시면서 세끼 밥상을 따로 차려드리는 생활을 그리 오랫동안 했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낳고 남편을 낳아준 두 어머니가 한집에서 오순도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도, 두 분에게 그녀의 손으로 밥을 지어드리는 것도 너무나 행복했다.

 

 

요리는 시간과의 싸움

 

요리는 시간을 잘 안배해야 한다.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서너 가지 만들 경우 뭐 하나 너무 빨리 되거나 너무 느리게 되는 것 없이 동시에 모든 요리가 끝나야 한다. 그래서 각각의 요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거꾸로 계산해서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나중에 할지를 잘 결정해야 한다.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서 7첩 반상을 차리는 데에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밥, 국, 나물무침, 고기나 생선 요리 등 하나씩 다 합치면 한 시간 반이 걸리겠지만 밥을 앉혀놓고 나물을 다듬고, 국을 끓이면서 나물을 데치고, 생선을 구우면서 국에 간을 하고 밥에 뜸을 들인다면 30분 만에 모든 준비가 끝나게 된다. 시간 없어 요리를 못 한다는 말은 핑계이다. 요리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스스로 좌충우돌하는 경험을 쌓아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딸들에게서 배운다

 

그녀는 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딸들이 걸어가는 삶의 행로를 보면 큰 성공과 부를 좇기보다는 항상 의미를 좇아간다. 욕심 앞에서 도리를 선택하는 모습을 늘 보았다. 결혼도 조건 좋은 부잣집 남자가 아니라 정말 사랑하는 남자를 선택했다. 금슬 좋게 사는 모습을 보며 저런 게 진짜 행복임을 깨닫는다.

 

딸들은 자식의 부모로서도 처신을 잘한다.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강요하는 법이 없다. 요즘 엄마들은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려고 혈안이라지만 그녀의 달들은 그런 욕심이 전혀 없다. 심지어 학교 교육이 아이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고 홈스쿨링을하고 대안학교에 입학시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손주들이 참 잘 자랐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아들이 없다는 아쉬움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살뜰한 사위가 네 명씩이나 있으니 아들들을 거저 얻었던 셈이다. 게다가 사위들은 하나같이 '아내 바보'들이다. 효도는 다른 게 없다. 자기 인생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게 바로 효도인 것이다.

 

 

음식도 마음이 중요하다

 

 

음식을 만들고 연구하고 나누었던 요리 인생 70년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습니다. 가족을 향한 마음이나 손님을 향한 마음, 또는 내 자신까지도 귀하게 대접할 수 있는 자기애를 포함한 마음이 없다면 음식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지혜로운 선조들이 말했던 '손맛'이라는 것이 결국은 이런 마음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차림 마무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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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린다 블룸.찰리 블룸 지음, 김옥련 옮김 / 아주좋은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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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충만해지기 위해서는 진실과 선입견을 구별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경험자들에게서 많은 조언을 얻는 일이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힘든 일을 겪어냈거나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 혹은 실수를 해서 구렁텅이에 빠졌다가 마침내 시련을 이겨내고 더 현명해진 사람들의 경험담을 많이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살고 싶은 우리 모두를 위하여!' 중에서

 

 

결혼과 사랑에 관한 오해 혹은 진실

 

20세기 이전의 결혼은 인종, 지역, 종교 등 서로 일체성을 갖는 집단들이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을 이어나가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새로운 목적이 더 추가되었다. 결혼생활을 통해 삶의 의미와 이유를 찾고, 정서적 연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자신과 꼭 맞는 천생연분, 열렬한 사랑, 폭넓은 교양과 지식, 안정적인 경제력 등을 갖춘 상태에서 노력만 제대로 한다면 서로에게 헌신하는 부부 관계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정말 녹록지 않는 일임에도 우리들은 이를 간과한다. 지금껏 맹신해온 사랑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사랑에 대한 33가지의 생각이 왜 잘못된 오해인지를 하나하나 짚어본다. 심리상담사인 린다 블룸과 사회복지사인 찰리 블룸은 1972년에 결혼한 부부이다. 그들은 대인관계 훈련과 부부 관계 회복을 위한 강의와 세미나 활동을 주로 하는 '블룸워크'의 설립자이자 공동대표이며,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브라질, 인도, 일본, 인도네시아, 덴마크, 스웨덴 등 세계 곳곳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심리대학교, 존에프케네디대학교 등에서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허핑턴 포스트>와 <사이콜로지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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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치과의사를 만나는 10가지 똑똑한 방법 - 치료비가 목적인 엉터리 의사들이 위험하다
사이토 마사토 지음, 조은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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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착한 사람인 척하려는 것이 아니다. 장사를 할지, 의술을 펼칠지는 각자의 자유다. 단지 "깎아도 소용없으니, 뽑읍시다"라고 말하는 의사를 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치과의사의 기본 이념은 치아를 뽑지 않는 것이다. 의사로서의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뛰어난 치과의사다. 실력 좋은 전문가다. 치아를 뽑지 않고 남겨서 내 실력을 보여주겠다'라고 아주 조금은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엉터리 치료가 횡행하는 치과 의료계

 

책의 저자 사이토 마사토1953년생으로 가나가와 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치과보전학 및 치내요법학 박사다. 현재 사이토 치과의원 원장이며 '함부로 치아를 뽑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환자를 정성껏 치료해 왔다. 그는 <이를 뽑지 않는 치과의사의 혼잣말>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이토 치과의원은 치아 문제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 일본 전국 각지에서 모여 드는 치과병원으로 유명하다.

 

한 마디로 그는 별난 치과의사다. 환갑을 넘어 육십대 중반에 육박하는 고령임에도 그는 지금도 입속을 들여다보고 치아를 만지면서 어떻게 하면 씹는 느낌이 좋을지, 어떻게 하면 보기에도 좋울까를 생각한다. 치과 의료계의 불합리한 현실을 그냥 외면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그는 치과업계에서 왕따 당할 수도 있음을 두려어하지 않고 이 책을 썼다.

 

* 환자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고 고민을 묻는다.
* 고민의 원인을 명확하게 판단한다.
* 알기 쉽게 설명하고 어떤 질문에도 답한다.
* 환자의 경제 상태에 맞는 치료를 제안한다.
* 반드시 환자의 동의를 확인한다.
* 전문 분야에 맞는 다른 치과의사를 소개한다.
* 무리하게 치료하지 않는다.
* 기술이 좋아서 아프지 않다.
* 다른 병원의 환자도 성의 있게 처치해준다.
* 치아 질환 예방과 이 닦기를 강조한다.

 

 

 

 

 


 

치과의사의 야반도주

 

1958년, 일본에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이가 조금만 아파도 국민들은 치과를 찾았고 최전성기에는 의사 한 명이 하루에 60~80명의 충치 환자를 치료했다. 이에 점심 먹을 시간도 부족한 형편의 치과의사가 적당히 환자를 치료하며 진료에 응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1945~1975년 동안 치과의사는 별 것 아닌 충치를 깎고 시멘트로 메우거나 발치하는 등 두 종류의 치료밖에 하지 않았다.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대기실에는 충치 환자가 넘쳐났기 때문에 치아를 살리기 위해 귀찮은 치료를 할 시간이 없었다. 더불어 당시에는 보존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치아를 깎거나 뽑는 치료밖에 하지 못하는 치과의사가 대부분이었다. '치조농루'라고 하는 치주 질환은 충치 환자만큼 많지 않았기에 충치 치료가 주를 이루었고, 치과의사는 치아를 깎고 뽑기만 해도 바라는 만큼 큰돈을 모았다. 자식에게 치과를 물려준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말은 이렇다.

 

"하루 진료가 끝나면 접수대 아래에 놓인 과일상자에 지폐가 산처럼 쌓엿지. 게다가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아도 됐으니 최고로 좋은 시절이었지"

 

'폭력단 대책법'으로 궁지에 몰린 야쿠자가 일본 치과업계에 침투했다. 겉으론 평범한 의료법인이지만 실제로는 야쿠자가 소유한 법인이다. 이들은 지하 금융계의 정보망을 이용해 주식, 외환 투자, 도박 등으로 큰 손해를 입고서 사채를 이용하는 치과의사 정보를 찾는다. 원하는 정보를 입수하면 치과의사를 야반도주시켜, 다른 먼 곳에서 치과를 개업하게 한다. 야반도주한 치과의사는 의사면허증을 앖수당한 채, 저임금으로 혹사당한다.

 

 

 

 

일본에 임플란트 전문의는 없다

 

일본 치과업계에는 몇 가지 전문의 자격이 있다. 치주 질환 전문의, 구강외과 전문의가 바로 그것이다. 후생노동성에서 인정하는 단체는 일본치주질환학회, 일본구강외과학회 등 5개가 있지만 이중 임플란트학회는 없다. 따라서 광고에 뻐젓이 임플란트 전문의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의사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인증서를 본 환자가 학회의 명성이나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인증서가 곧 실력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임플란트 치료를 합니다'라고 하는 표시일 뿐이다. 임플란트는 최근까지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 습득을 위해 임플란트학회나 단체에 의한 연수회가 빈번히 열렸지만, 놀라운 사실은 그중에 하루짜리 연수로 번지르르한 수료증이나 인증서를 발행하는 곳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쉽게 임플란트 인정의나 연수의의 직함을 신뢰하지 말고, 뒤에 기술한 방법으로 좋은 치과의사인지 어떤지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근관 치료, 치과의사의 실력을 보여준다

 

만약에 치아가 없다면 맛있는 음식을 ㅁ먹을 수 없다. 치아가 있기 때문에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이 있고, 씹을 때마다 활력이 생겨나며, 뇌에 자극을 줌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치아가 없어도 장수하며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치아가 없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도 높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운전기사들은 껌을 씹으며 졸음 운전을 예방한다고 한다. 이또한 껌을 씹을 때 신선한 산소가 뇌로 보내져 뇌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치과의사의 실력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근관 치료다. 앞서 말했듯이 근관 치료는 흔히 신경 치료라고 부른다. 치아의 안쪽에는 근관이라고 하는 얇은 관이 있어 신경과 혈관이 흐르는데, 이를 치수라고 부른다. 근관 치료란 충치균에 잠식되어 상한 치수를 뽑아내고 근관을 넓혀 깨끗하게 한 뒤 충전재를 넣고 덮는 치료법이다. 치아를 뽑지 않고 환부만 제거해서 치아 조직을 남기면, 환부도 없어지고 뼈가 재생해서 치아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위험한 치과의사 구별법

 

사전에 설명과 동의 없이 치료하는 치과의사

바로 치아를 뽑자고 권하는 치과의사

이미 늦었다고 하는 치과의사

사랑니는 뽑자고 하는 치과의사

치료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는 치과의사

엑스레이 사진을 보지도 않고 발치하자는 치과의사

밤 8시 넘어서까지 환자를 받는 치과

치과위생사에게 맡긴 채 치과의사가 치료하지 않는 치과

매번 담당 의사가 바뀌고 아르바이트 의사가 진료하는 치과

 

 

 

치료 중에는 실력과 태도에 주목하라

 

치료 후, 불쾌감과 위화감이 없게 처치하는 것이 치과의사의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치아를 씌우거나 금속으로 메우거나 브리지를 한 경우, 위화감이나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가?

 

무엇보다 많이 언급되는 것이 씹을 때의 위화감으로, 인공 치아나 브리지를 한 치아가 다른 치아보다 먼저 씹게 된다면 의사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다. 또한 치아에 붙이는 브리지의 금속 부분이 잇몸을 강하게 파고 들어가 아플 때도 있다. 말할 것도 없지만 지금 다니는 치과에서 이러한 문제가 일어난 사람은 주저하지 말고 다른 치과로 옮길 것을 권한다.

 

 

일본 치과업계의 현실을 폭로하다

 

이웃 나라 일본은 편의점만큼이나 치과가 많아 환자를 두고서 쟁탈전이 치열하며 환자에게 과도한 치료비를 요구하는 소위 악덕 의사가 넘친다. 운이 없게 이런 의사에게 걸려들면 목숨가지도 위험할 수 있다. 책에는 좋은 치과의사와 나쁜 치과의사를 구별하는 법, 나이가 들어도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법 등을 소개하며 업계의 금기를 깨뜨린 긴급 보고서인 셈이다.  한국의 치과업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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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가 말을 하다 1 : 신과 인간의 공존 그리스로마신화가 말을 하다 1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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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가 말을 하다'는 여러 고전을 토대로 그리스 신화를 균형 있게 구성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명화의 등장인물이 말을 하게 하여 본문의 내용을 뒷받침하였다. 명작과 말풍선을 활용하면 내용을 쉽고 재미이있게 이해할 수 있다. '이미지 독서'를 몇 번 반복하면 복잡해서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그리스로마신화의 흐름을 쉽게 꿸 수 있다. - '머리말' 중에서

 

 

불핀치, 호메로스, 오비디우스를 만나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불핀치의 신화를 완독하지 못했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 워낙 많고 그 내용 또한 참으로 다양해서 읽다 보면 먼저 읽은 내용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면서 지금 막 읽는 스토리와 뒤죽박죽되어 내가 들어간 신화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메기 일수였기 때문이다.

 

사실 서양의 인문학을 이해하려면 먼저 신화를 알아야 된다는 조언을 자주 접했던 터라 이를 결코 외면할 수 없기에 또 다시 신화를 읽기를 반복했지만 중도하차 하기를 거듭해 왔다. 그리스로마신화에 관한 책들은 정말 자주 그리고 많이 출간된다. 그때마다 그 책을 입수해 읽다보니 덕분에 어느 정도 머리 속에 자리를 잡는 신화의 스토리들도 생겼다.

 

서양의 미술작품이나 문학에는 그리스로마신화가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감상하고 음미하려면 신화 속에 담긴 스토리와 그 의미를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명화 속의 신화를 이해하려면 그 주인공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명화 스토리텔링'으로 신화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

 

책의 저자 박찬영은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기자,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한국판의 편집부장을 지냈다. 현재 ㈜리베르스쿨, 리베르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여행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 여행, 알고 떠나자>는 겉모습만 보는 여행에서 벗어나 속모습까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문 지리 여행서다.

 

청소년 부문 베스트셀러인 <세계지리를 보다>(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는 두 차례의 세계 답사 여행에서 확인한 역사와 지리의 현장을 글과 사진으로 생생하게 담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우

 

 

 

 

책은 모두 2권으로 구성되었는데, 지금 읽고 있는 것은 1권(신과 인간의 공존)이다. 책에는 총 18가지 코드와 관련 명화들이 등장한다. 복잡한 신화를 다양한 미술 작품과 말풍선으로 쉽고 생생하게 풀어냈다. 말풍선이라는 형식을 빌려 작품 속의 주인공이 직접 말을 하게 했다. 이제는 우리가 명화 속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말풍선을 채울 차례다.

 

 

프로메테우스, 인간을 위해 불을 훔치다

 

티탄족의 에피메테우스가 동물들에게 선물을 모두 나눠주는 바람에 프로메테우스는 인간 남자들을 만들었을 때 이들에게 줄 선물이 없었다. 화물차 이름에도 등장하는 '타이탄'이 바로 티탄족에서 인용한 것이다. 인간이 생기기 전에는 이들 거인 신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땅 위에 새로운 생명체들을 만들어 번성하게 하라"

 

어느 날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형제를 땅으로 내려보내며 새로운 생명체들에게 줄 선물까지 챙겨주었다. 형인 프로메테우스는 진흙으로 신들의 형상을 본뜬 인간 남자들을 만들어 똑바로 설 수 있게 했고,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진흙으로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만들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인간에게 불을 나눠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제우스는 단칼에 이를 거절했다. 왜냐하면불은 신들만의 것이기에 인간들에게 결코 줄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궁전에 있는 화로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로 주고 말았다. 인간은 불을 갖게 됨으로써 다른 동물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도구를 만들어 농사를 짓고, 다른 동물들을 굴복시킬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인간의 친구인 프로메테우스는 혹독한 대가를 피할 수 없었다. 제우스는 그를 카우카소스 산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놓고 독수리를 보내 그의 간을 쪼아 먹게 했다. 그런데, 그의 간은 먹히자마자 다시 생겨났다. 끔찍하고도 가혹한 형벌은 이렇게 계속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프로메테우스는 권위와 압제에 저항한 최초의 영웅적 인물인 셈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앞일을 내다보는 자'를 의미한다. 그는 무엇을 내다보았을까? 그는 제우스의 앞일을 알고 있었다. 바로 이런 비밀이었다.

 

"아름다운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결혼하면 테티스가 낳은 아들이 아버지보다 더 훌륭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신들의 놀이터

 

그리스로마신화는 알 듯 모를 듯하다. 신들의 수도 많고 관계도 복잡하다. 신과 인간이 엮어내는 숱한 사연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올림포스 12신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12신은 제우스 가족이다. 아프로디테는 우라노스의 생식기가 바다에 떨어져 생긴 거품 속에서 태어났다. 아프로디테를 제외하면 모두 제우스의 형제자매이거나 자녀들이다. 헤스티아가 디오니소스에게 12신의 황금 의자를 내주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12신에 포함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 바람둥이 제우스는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해 여신이나 인간 여성과 사랑을 나누었다. 제우스의 자식 중에서 올림포스의 신들과 인간 영웅들이 나오게 된다.

 

 

 

사랑의 본질은 뭘까?

 

사랑은 맹목적이다. 하지만 맹목적인 사랑은 대부분 일방적이기 때문에 안타깝게 끝난다. 한쪽은 애태우지만 다른 한쪽은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다프네를 쫓아가는 아폴론이 그러하다. 사랑은 깊다. 하지만 깊은 사랑은 대부분 의심 때문에 허무하게 끝난다.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가 그러하다.

 

사랑은 순수하다. 하지만 순수한 사랑은 대부분 오해 때문에 비극으로 끝난다. 피라모스와 티스베가 그러하다. 우리는 이 세 가지 사랑에서 사랑의 기술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먼저 아폴론다프네의 사랑이다. 다프네는 강江의 신 페네이소스의 딸인데, 그녀에게 구혼을 청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고 있었지만 모두 거절한다. 그녀는 아르테미스 여신처럼 평생 처녀로 살고 싶어했다.

 

그럼에도 제우스의 아들이자 음악의 신인 아폴론은 결코 그녀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요즘 말로 아폴론은 스토커였다. 이에 도망치다 힘이 빠진 다프네는 아버지에게 예쁜 모습이 문제라며 자신의 모습을 바꿔달라고 급히 요청한다. 그러자 그녀의 몸은 변하기 시작했다. 다리는 뻣뻣하게 굳고, 젖가슴은 연한 껍질로 뒤덮혔으며, 머리카락은 수북한 이파리로 변했다. 팔을 가지로, 발은 뿌리로 변해 땅에 박혔다. 월계수로 변한 것이다. 나중에 아폴론은 자신의 교만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을 깨달았다. 무작정 밀어붙이면 사랑을 쟁취한다고 믿는 어리석은 남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셈이다.

 

 

미다스의 황금손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다. 디오니소스란 '어머니가 두 명'이란 뜻이다. 그 사유는 이러하다. 디오니소스의 어머니 세멜레는 헤라의 질투로 인해 참혹하게 타 죽은 여신이다. 헤라가 유모로 변신해 세멜라에게 "제우스가 헤라를 찾을 때 천둥소리와 번갯불에 싸여 나타난다"고 얘기하자 질투심과 경쟁심이 동한 세멜라는 제우스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제우스가 신의 제왕으로 그 모습이 변하자 세멜레는 그 광채를 견디지 못하고 타 죽고 말았다. 당시 세멜레는 6개월째 임신 중이었고, 제우스는 태내의 디오니소스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키웠다고 신화는 말한다.  

 

미다스는 디오니소스의 스승 실레노스를 깍듯이 대접했다. 디오니소스는 미다스를 기특하게 여겨 미다스의 손이 닿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이 되게 해주었다. 하지만 판과 아폴론의 피리 시합에서 판의 손을 드는 바람에 아폴론의 노여움을 사서 귀가 당나귀 귀로 바뀌었다. 미다스는 소원을 이뤘지만 욕심을 부려 도리어 화를 불렀다. 인간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욕심이 채워진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배가 살짝 고플 때 먹는 음식이 더 맛있는 법이다.

 

노부부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나그네 행색의 제우스를 정성을 다해 대접했지만 노부부의 소원은 고작 제우스 신전을 지키는 것이었다.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신전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어느 날 실레노스가 갑자기 사라졌다. 술에 취해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자 농부들이 붙잡아 그를 미다스 왕에게 데려갔다. 미다스는 감짝 놀랐다. 이 노인이 바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스승이자 양아버지인 실레노스였기 때문이다. 미다스는 이 노인을 위해 열흘 밤낮으로 슥진히 잔치를 열어주었다. 이후 디오니소스는 스승을 돌봐 준 은혜를 갚는다고 미다스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미다스의 손이 닿기만 하면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는 능력을 갖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 소원을 취소해달라고 애원한다. 황금을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실레노스: 생긴 것은 이래도 나는 산야를 떠도는 지혜의 요정이다.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은 애당초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일단 태어났으면 되도록 빨리 죽는 것이 상책이야. 아니면 술이나 마시는 게지.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화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상아 여인상을 무척 사랑했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조각상에 진주 장신구를 치장하며 소파에 눕혀 아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이렇게 자신의 작품에 마음을 빼앗긴 그는 키프로스 섬의 축제일에 제물을 바치며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다. "제게 정숙하고 아름다운 아내를 보내주세요"

 

마침 이 축제에 와 있던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소원을 듣고 이를 들어주기로 맘 먹었다. 한편, 귀가한 피그말리온은 평소처럼 조각상을 어루만지는데, 말랑말랑한 느낌이 들고, 정말 살아 있는 것 같아 입맞춤을 하자 부끄러워하며 낯빛을 붉혔다. 조각상이 마침내 진짜 여인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는 여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이 여인에게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여기에서 심리학 용어 '피그말리온 효과'가 생겨났다.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가 그대로 실현되는 것을 보여준 경우다. 숲의 님프 포모나는 과수원 돌보기에만 열중하고 연애에는 관심이 없었다.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가 노파로 변장해 포모나에게 접근해서 충고한다. "포도나무가 느릅나무를 휘감아주지 않으면 느릅나무는 홀로 서 있겠죠. 포도나무도 느릅나무를 휘감고 있지 않으면 땅바닥을 기고 있을 테고요. 포모나 아가씨도 느릅나무와 포도나무에서 교훈을 얻어 배필을 만나는 게 어떨까요?"

 

포모나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님프다. 그녀는 농사짓는 땅과 과일나무를 애지중지했고, 자신이 아기는 나무에 물주기나 가지치기를 하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녀에게 연애는 그저 사치픔이었다. 과일을 훔쳐갈까 봐 그녀는 과수원의 문을 꼭꼭 닫았다. 그러자 숲과 들의 신 사티로스와 들판과 목동의 신 파우누스는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녀를 가장 사랑하는 이는 베르툼누스였다. 베르툼누스의 뜻은 '변화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모습을 변신해 포모나에 접근할 수 있었다.   

 

결국 포모나는 베르툼누스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다.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는 좋은 계절이 다 지나가기 전에 사랑이 다가오면 그 품에 안기라고 말한다. 결국 세상을 떠날 때는 후회보다 사랑한 기억만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열연한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샘의 영혼이 세상을 떠나면서 연인 몰리에게 말한다. "참 놀랍군. 마음속의 사랑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으니 말이야"

 

포모나여, 나를 그대의 유자나무 숲으로 데려가 주오.

상큼한 레몬과 시큼한 라임이 자라는 곳으로

푸른잎 그늘에서 진한 오렌지가 빛나는 곳으로

이 모든 경쾌한 빛갈이 뒤섞인 곳으로

가지를 펼친 타마린드 나무 그늘에 앉게 해주오.

산들바람이 불어올 때면

더위를 식하는 열매가 살랑대는 것으로 데려가 주오.

 

- <포모나의 과수원>/톰슨, 18세기 스코틀랜드 시인

 

 

 

죽음도 초월한 사랑

 

제우스는 세상이 생긴 후의 일을 후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당시에는 글이 없어서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에게 그 일을 맡기기로 했다. 그는 므네모시네와 9일 동안 사랑을 나누어 열 달 후에 아홉 명의 딸을 낳았다. 므네모시네는 딸들에게 세상이 생긴 후 있었던 모든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딸들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기억하려고 시와 노래로 옮겼다. 노래는 리듬을 활용한 일종의 기억법인 셈이다.

 
딸들은 처녀로 성장하여 신들의 잔치에서 아폴론의 리라 연주에 맞춰 노래하고 춤췄다. 아홉 명의 딸들은 무사라고 불렀는데 영어로는 뮤즈Muse라고 한다. 뮤즈에서 뮤지컬musical, 뮤지엄museum이란 말이 나왔다. 아홉 여신은 시, 연극, 음악, 미술 등 예술과 역사, 철학, 천문 등의 학문을 나누어서 맡았다.

 

아홉 뮤즈 중 서사시를 맡은 칼리오페는 트라키아의 왕 오이아크로스와 결혼해 오르페우스를 낳았다. 아폴론은 오르페우스에게 리라를 선물하고 연주법을 가르쳐주었다. 누구든 오르페우스의 연주를 들으면 황홀감에 빠져들어 헤어나질 못했다. 또한 그는 음악 여신의 아들답게 노래도 기가 막히게 잘 불렀다. 그런 그도 아름다운 처녀 앞에선 약할 뿐이다. 에우리디케를 보고 첫눈에 반해 나중에 백년가약을 맺는다.

 

 

결혼식 날, 에우리디케가 님프들과 어울려 다니다가 양치기 아리스타이오스의 눈에 포착되었다. 그런데, 양치기는 에우리디케의 미모에 반해 치근덕거렸고 에우리디케는 이를 피해 달아나다가 풀밭에서 독사에게 물려 급사하고 만다. 동서고금으로 미인박명이라 했다. 신랑 오르페우스는 신부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지하세계로 가서 다시 신부를 이승으로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지하세계에서도 그의 연주와 노래솜씨에 탄복하고 마침내 하데스가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도 좋다고 승락한다.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오르페우스가 앞장서고 에우리디케가 뒤따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컼컴하 통로를 벗어나 비로소 밝은 땅 위로 올라오자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잘 따라오는지 궁금했다. 조바심이 난 그는 고개를 돌려 에우리디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반 정도 땅 위로 빠져나왔을 뿐이었다. 갑자기 신부의 몸이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지하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오르페우스도 재차 지하세계로 내려갔지만 반응은 차거웠다. "두 번은 안 되네"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의 스토리가 연상된다. 이후 오르페우스는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은 채 저승의 신을 탓하며 구슬픈 노래를 불렀다. 불운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여자들을 멀리했다. 그러자 트라키아의 처녀들이 그에게 온갖 애교를 떨었다. 하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고 앙심을 품어 오르페우스를 죽여 머리와 리라를 강에 던졌다. 제우스는 오르페우스의 리라를 하늘로 올려 별자리를 마들어주었다. 바로 거문고자리다. 저승으로 간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만나 행복을 얻는다. 

 

      

 

 

에로스와 프시케

 

프시케는 어느 왕국의 세 공중 중 막내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프시케의 아름다움을 질투하여 아들 에로스에게 프시케를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사람의 품에 안기게 만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에로스는 프시케의 미모에 반해 결혼했다. 에로스는 프시케에게 어둠 속에서만 만날 수 있고,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 헤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동생을 시기한 두 언니가 남편의 정체를 확인하라고 프시케를 부추겼다. 프시케가 밤에 등불을 밝혀 에로스를 살펴보았다. 잠에서 깨어난 에로스는 떠나며 말했다.

 

 

 

 

 

"사랑은 의심과 함께할 수 없어요"

 

 

이렇게 새드 엔딩으로 끝나고 말까? 아니다. 프시케는 에로스 찾아나서 결국 아프로디테에게 애걸한다. 그러자 아프로디테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숙제를 내주고 이를 해결하면 허락하겠다고 한다. 이 숙제는 바로 <콩쥐 팥쥐>, <신데렐라>와 비슷하다. 아무튼 숙제는 에로스의 도움으로 해결되다가 지하세계에서 아름다움이 담긴 화장품을 구해오라는 아프로디테의 지시에 따라 가까스로 지하 궁전에 도착해 화장품 상자를 전달받은 뒤 이를 몰래 열어보는 통에 지옥의 영원한 잠에 빠져들고 만다.

 

한편, 에로스는 프시케를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어 만나러 나섰다가 그녀를 발견하고선 영원한 잠을 다시 끌어 모아 상자에 담고 잠에서 깨우는데 성공한다. 이후 에로스는 제우스 신에게 두 사람의 결혼을 부탁한다. 이에 제우스는 아프로디테의 동의를 얻어 올림포스에서 살도록 해준다. 불사의 존재가 된 프시케는 에로스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응답 없는 사랑의 메아리

 

단풍이 지는 가을은 바야흐로 등산의 계절이다. 우리들이 무슨 말을 외치던 산은 메아리를 돌려준다. 이를 에코라고 한다. 미소년 나르키소스는 동성과 이성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과 님프로부터 구애를 받았는데, 그는 이를 모두 거부했다. 자기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르키소스로부터 무시당한 숲의 님프 에코는 소위 상사병에 걸려 서서히 야위워가다 형체는 사라지고 메아리만 남았다. 그런데, 사랑을 거절당한 또 다른 님프는 나르키소스도 똑같은 고통을 받게해 달라고 신에게 빌었다. 이에 분노의 여신이 응답했다.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마침내 탈진하여 죽고 말았다. 그가 죽은 자리에 수선화가 피어났다.

 

            

 

그리스로마신화는 많은 화가에게 창작의 영감을 불어넣어 왔고 최고의 화가들이 경쟁적으로 신화를 그려왔다. 작가들은 저마다 자신의 방식대로 그리스로마신화를 화폭에 담아 냈다. 명화 속에는 신화가 상당히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우리는 작품을 통해 살아서 숨쉬는 신화를 만날 수 있다. 명작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방대한 그리스로마신화의 흐름을 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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