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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는 경제학의 12 질문
이대규 지음 / 지식노마드 / 2025년 4월
평점 :
이 책은 경제학의 역설과 딜레마를 통해 지적 즐거움을 느끼며 경제학에 한 발 더 다가서게 하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어쩌면 이론과 현실 사이에 나타나는 괴리를 그렇게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겟습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이대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 대학 MBA 과정을 유학했다. 1990년부터 20여 년간 증권거래소에서 근무했으며, 퇴직후엔 소규모 독립리서치회사를 공동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증권, 경제, 법, 철학, 역사 등 여러 분야의 책들을 독서하며 생각의 지평을 넓혀 가는 삶을 즐기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휴먼의 경제학, 선악의 경제학, 분배의 경제학, 행복의 경제학 순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휴먼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과 심리에 대한 역설적 상황을, 선악의 경제학은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분배의 경제학은 경제주채들 사이에 몫의 분배를, 행복의 경제학은 행복의 역설을 다룬다.
책 속의 12가지 질문들 중에서 평소 내가 관심을 가졌던 역설이나 딜레마들, 즉 '우리는 정말 합리적일까?', '가격이 오르는데 왜 소비가 늘어날까?', '의도가 좋으면 결과도 좋을까?', '경제는 성장하는데 왜 빈곤은 사라지지 않을까?', '소득이 증가하면 더 행복할까?' 등을 살펴봄으로써 서평에 갈음하려고 한다.

(사진, 12가지 질문들)
우리는 정말 합리적일까?
수학과 통계학적 사고로 무장하고 합리적 이기심에 기반한 경제행위를 하는 경제적 인간,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이콘'이라 하는데,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이해득실을 철저하게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행위를 하는 이기적인 사람을 뜻한다. 이들의 특성은 '합리적 이기심'이다.
반면 상황에 따라 인간심리의 영향을 받으며 경제행위를 하는 사람을 '휴먼'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이성과 감정, 이기심과 이타심, 정밀분석과 어림짐작 등 양면적 속성을 가진 사람이다. 이들의 특성은 '제한된 합리성'이다.
'이콘'과 '휴먼'의 논쟁이 중요한 이유는 경제행위 주체가 어느 쪽인가에 따라 경제이론과 이에 따른 정책적 처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체적인 판세를 보면 '이콘의 경제학'이 경제분석의 틀로서 굳건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휴먼의 경제학'이 점차 경제학의 저변으로 그 세력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이 오르는데 왜 소비가 늘어날까?
아일랜드 대기근(1845~1849) 시기에 아일랜드 인구 900만 명 중 사망자가 110만 명, 해외이주자가 100만 명에 달했다. 1845년 감자마름병이 유럽을 덮쳤을 때 아일랜드에 입힌 타격은 엄청났다. 작물의 절반이 파괴되었고, 이듬해 여름엔 폭우로 수확량이 10분의1로 급감함에 따라 식량을 감자에 의존하던 하층민들은 아사자가 속출했던 것이다.
영국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1842~1924)은 <경제학 원리>, 제3판(1895년)에서 '수요의 법칙'을 말했다. 이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일반적인 사실로 여겼다. 즉, 가격과 수요는 역逆의 관계이다.
하지만 이 법칙에 몇몇 예외가 있다. '기펜의 역설'이다. 빵 가격의 상승은 가난한 노동자 가족의 재원을 크게 고갈시키고 화폐의 한계효용을 크게 증대시킴에 따라 육류와 고가의 전분질 음식의 소비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빵의 소비를 늘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요의 법칙과 달리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을 '기팬의 역설'이라고 한다.

(사진, 기펜의 역설)
의도가 좋으면 결과도 좋을까?
규제의 역설은 한마디로 '정부실패'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많은 경제학자, 정책학자, 행정학자가 정부의 규제가 실패할 가능성이 크므로 규제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단순한 규제의 부작용은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분적인 문제로 향후 개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규제의 역설은 규제를 시행하기 전에 그 피해를 예상할 수 있고 사후적인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규제의 역설을 일으키는 규제는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을 중시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원 배분을 경제학의 핵심 주제로 여기지만, 규제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소득 분배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원 배분의 문제가 시장에 의해 해결된다고 해도 정치가 개입해야 할 소득 분배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렇자면 다원 배분을 한 후 소득 분배를 하는 것이 옳은 걸까? 아니면 자원 배분과 소득 분배를 함께 고려하면서 경제 문제를 개선하는 게 옳은 걸까?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있다면 화살을 뽑고 응급처치를 하는 게 우선이지, 죽어가는 사람을 그대로 두고 누가 무슨 이유로 화살을 쏘았는지 알아보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잘못'을 범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긴급한 처치가 필요한 데 이를 무시하고 원인에만 치중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왜 빈곤은 사라지지 않을까?
주류경제학은 빈곤을 정면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빈곤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일 개인의 게으름, 신체적 장애, 교육의 미흡 등이 빈곤의 원인이라면 일할 동기를 부여하고 선별적 자원이나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을 통해 빈곤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불평등이 빈곤의 원인이라면 처방은 달라진다. 사회의 분배 구조를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곤의 경제학이 필요하다.
빈곤은 절대 빈곤과 상대 빈곤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절대 빈곤은 최저 생계와 같은 기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돈조차 없는 상태를 말한다. 상대적 빈곤은 사회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낮은 수준의 경제적 삶을 영위하는 것을 말한다. 타인과의 비교시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태인 것이다.
빈곤의 경제학은 대개 불평등 문제를 다룬다. 즉 빈곤이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정의正義를 어떻게 정의定義하든 사회적 불평등의 존재는 있다. 다만 불평등의 정도가 문제가 될 것이다. 극단적으론 불평등을 사회의 악으로 여기고 완전한 평등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시각이 있는 반면, 불평등을 사회의 악이 아니라 성장 동력의 하나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빈곤이 사람들의 근로 의욕을 북돋아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을꺼? 그렇다면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문제는 빈곤은 빈곤으로, 부유는 부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빈곤의 덫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 계속 뽑아도 새롭게 자라는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처럼 완전히 뿌리를 뽑을 수 없다.
소득이 증가하면 더 행복할까?
국가의 성공 여부는 최종적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로 집약된다. 그렇다. 1인당 GDP를 통해 그 나라의 경제적 성취와 더불어 정치적 성숙, 문화적 충만함, 사회적 안정감을 가늠하곤 한다. GDP는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산출하므로 시장에서 가격이 책정되지 않는 생산물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성장할수록 사람들은 더 행복해질까? 만약에 그렇다면 1인당 GDP가 높은 나라일수록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더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1인당 GDP가 상승하여 평균 소득이 높아지면 물질적으로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고, 이는 행복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럴까?
'행복 방정식'이란 '행복=소비/욕망'이다.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면서 행복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분모에 있는 욕망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보통은 소득이 증가하면 욕망수준도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소득이 증가한다고 비례해서 행복이 증가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1926~2024)은 자신의 논문(1974)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간의 경제성장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참고로 경제학에선 행복이란 용어보다 후생이란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이스털린은 세 가지 경우로 이를 분석했다. 먼저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소득이 낮은 사람들과 높은 사람들의 행복도를 비교했다. 행복도는 매우 행복함, 상당히 행복함, 그다지 행복하지 않음 등과 같이 조사 대상자가 선택하도록 하거나 일정 평가 구간(예, 0~10)에서 자신의 점수를 평가하도록 했다. 분석 결과는분명했다. 소득이 높으면 행복도도 높다는 것이다.
두 번째 분석은 소득이 낮은 나라와 높은 나라의 행복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는 다소 모호하다. 소득 수준과 행복도의 관계가 매우 약했으며, 대체로 중간 정도의 행복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세 번째 분석은 소득이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할 때 그 나라 국민의 행복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행복도는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소득과 행복도의 관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소득과 행복의 단기 변동 및 장기 추세)
대학에서 경제와 경영을 전공했기에 책은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 있었기에 매우 유익하고 유용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비록 경제경영 비전공자라해도 책을 읽는데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저자의 친절한 설명이 있기에 말이다. 경제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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