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
박정훈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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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이라는 말을 자주 썼지만, 그것은 인생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다. 인생을 겸손하게 바라보기 위해 빌려 쓴 것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자신이 결코 의도하지 않았던 삶이 전개된다 할지라도 실패했다고 여기거나 낙담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 이후에 다시 수많은 가능성의 길, 또 다른 확률의 세계가 동시에 열려 있기 때문이다. - '글을 마치며' 중에서



저자 박정훈은 MBC PD로 시작(1986년) 만 39년 넘게 다큐멘터리, 시사, 교양, 라디오, 편성, 예능, 드라마 등의 책임자를 거친 방송계의 기록 제조기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한국방송대상의 대상 수상, 삼성언론상,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 대상, 방송프로듀서상 등 30여 차례의 수상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책은 열일곱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는 이를 통해 그간의 삶에서 우연과 선택, 터닝포인트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빚어내는지를 탐구하며, 현실은 예측 가능한 공식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이 중첩된 '확률의 이야기'임을 발견해간다.

"관찰의 영역에서, 우연은 오직 준비된 정신만을 선택한다"
- 루이 파스퇴르/세균학의 아버지

문과 출신인 내가 수학 공부는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첫 경험이 바로 '확률'이었다. 우리들 앞에 펼쳐지는 모든 일들이 확률로만 따질 수 있겠는가? 이는 과학자나 공학자 또는 건축가들이 미래에 발생할 어떤 위험을 따져볼 때 활용하는 수학적 사고법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이 미리 짜인 각본처럼 흘러가지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한 무질서 속의 우연만으로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수많은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는 상태에서 어떤 선택과 어떤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며 현실로 펼쳐지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고 밝힌다.

성공할 확률이 높아 보이지 않았던 선택들이 결과적으로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음을 경험함으로써 인생은 예측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1986년 9월, 대학 도서관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저자에게 친구가 MBC 입사시험 공고가 났다며 함께 시험보자고 제안, 요즘 TV 프로듀서가 인기 직종이라고 부추겼다. TV도 거의 안 보던 저자는 한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지만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격으로 응시했는데, 덜컥 1차 시험에 합격했다. 언론고시반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친구는 낙방하고 말았다. 이후 2차 논술도, 3차 집단 토론도, 4차 최종 면접에도 합격하는 우연이 연속되었던 거다.

낙방한 친구에겐 사랑하는 여친이 있었는데, 가끔 직접 만든 김밥을 준비해 도서관에 찾아오곤 했다. 차가운 잔디밭에서 컵라면에 김밥을 함께 먹으며 웃고 지냈던 사이였다. 이런 즐거운 시간들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그것도 결혼을 몇 달 앞두고 말이다. 대입 재수를 안 했으면 이 친구를 만나지 못했을 거고 직업도 다른 걸로 바뀌었을 것이다. 인생이란 이렇게 내 의지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2005년,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장의 연사로 초정되어 "인생은 점에서 점으로 이어진다"는 역사적인 명연설 장면이 있었다. 순간순간의 결정과 경험들이 미래로 연결된다는 의미이다. 저자도 첫 직장인 MBC를 떠나 SBS로 옮긴 후 첫 작품으로 '사랑의 징검다리'를 기획했다. 프라임타임인 저녁 7시에 정규 편성된 장애인 프로그램이었다.

점을 연결하면 직선이 되지만, 인생은 직선아 아닌 비선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열심히 도 소용없다는 말이 나오게 되고, 엉뚱한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게 된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니 방향이 옳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 그리고 그 패턴이 그리는 굵은 곡선 중 하나가 나에게는 ‘자업자득’이라는 사자성어로 다가왔다.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확률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오히려 우리가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기에,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195쪽)

'세상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고, 그 이후에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문장은 저자가 환갑날에 깨달은 '에피파니'라고 한다. 그렇다. 우리 모두의 인생사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의 연속이다. 다시 떠올려 보면, 결국 그 일이 있고 난 뒤 어떻게 행동했는가에 따라 좋은 일이 다시 나쁜 일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일이었던 것이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되어 결국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생은 확률 게임이 아니다

책의 저자가 확률이란 말을 도서 제목에 달았지만 인생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던 삶이 전개될지라도 이를 실패로 결론내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이 잘 안풀려 운명 탓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에세이 #태평양을건너는거북이등에낙엽이떨어질확률 #박정훈 #생각의힘 #@tp.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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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제국 쇠망사 - 우리는 왜 멸종할 수밖에 없는가
헨리 지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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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농경 시대의 서막이 오른 이후 1만 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전 세계 인구는 이번 세기의 후반부터 감소 국면에 접어들 것이며, 앞으로 1만 년 안에 우리 종은 멸종할지도 모른다. 눈부신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헨리 지는 비범한 인류의 이야기를 특유의 따뜻하고 재치 있는 문체로 풀어낸다.



'우리는 왜 멸종할 수밖에 없는가'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 <인간 제국 쇠망사>는 다수의 인간 종 중의 하나였던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역사상 가장 지배적인 동물에 등극하게 된 극적인 과정을 기록한다. 하지만 이제 급속한 기후변화, 세계 경제의 침체, 출생률 저하, 남성의 정자 수 감소 등의 현상과 맞물리며 현생 인류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음을 경고한다.


책의 저자 헨리 지는 인간은 호미닌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호미닌이란 600만~700만 년 전 유인원에서 갈라진 초기 인류 조상과 현생 인류를 모두 포함하는 집단으로 이족보행二足步行이 정착된 생물이다. 즉 뒷다리로 일어서서 걸었던 것이다.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출현한 시기와 비슷한 31만5,000년 전 즈음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호모 사피엔스가 탄생했다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의 탈출을 시도했지만 약 10만 년 전까지는 모두 실패했다. 그무렵 호모 사피엔스는 장기간 소규모 개체군으로 흩어져 버티다가 다시 합쳐지고, 아프리카 대륙 안에서 이종교배하며 마침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종을 낳았다.


그러나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하던 호모 사피엔스는 유럽과 서아시아를 지배하던 사촌 네안데르탈인에 의해서 봉쇄되어 고향인 아프리카에 발이 묶여 있었다. 지구의 기후가 계속 춥고 건조해지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멸종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끈질지게 버티던 최후의 호모 사피엔스들은 가까스로 아프리카에서 탈출했다. 대략 10만 년 전 즈음이다.


인간은 6만 전 오스트레일리아에 도달했고, 유럽엔 4만5,000년 전에 다다랐다. 그라고 어디를 가든 파괴를 남겼다. 이들은 필요할 때마다 주변 환경을 변형變形했다. 그 결과 대형 개보다 몸집이 큰 동물의 전멸을 가져왔다. 유럽과 아시아를 25만 년 이상 지배했던 네안데르탈인은 유럽 땅에 새로 진입한 현생 인류에게 무릎을 꿇었다.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의 예티(설인雪)로 불리던 데니소바인, 동남아시아 제도의 호빗 같은 원주민(킬라오 원인과 플로레스인), 아마도 미발견된 다른 호미닌들도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다.


2만5,000년 전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의 모든 주요 대륙을 장악했다. 오늘날의 호모 사피엔스는 그 행보가 매우 빨랐고 이미 달은 물론이고 태양계 전체에 손을 뻗었다. 이때부터 현생 인류에게 주어진 길은 내리막뿐이었다. 모든 경쟁자가 제거되면 그때부터 침체가 시작되고 종은 외부 환경뿐 아니라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약 4만 년 전 처음 개를 길들였던 인간은 그후로 고기, 우유, 섬유 등을 얻고자 다른 짐승들을 길들여 가축으로 삼았다. 야생 황소와 멧돼지는 온순한 젖소와 토실토실한 돼지로, 겁쟁이 양은 온순한 털복숭이로 변했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야생 식물을 길들임에 따라 역대급 혁신인 농경은 약 2만6,000년 전에 시작되었다. 비로소 기아의 위험이 사라지면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농경의 결과는 결핵, 기생충 감염, 당뇨 등 인간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무수한 질병과 건강 문제를 초래했다.


19세기 아일랜드에서 발생했던 대기근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는 단일 작물인 감자 농사에 의존하던 아일랜드 경제에 충격적인 곰팡이병의 확산이 감자 흉작을 초래했고, 이어서 기아飢餓를 피해 아일랜드 국외로 탈출하는 이주가 이어지면서 인구의 급감이 뚜렷했다. 이는 인간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유전적 다양성이 현저하게 낮아짐으로써 인간은 유독 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란 점이다. 침팬지의 경우 개인 위생이란 아예 없으며, 심지어 자신의 똥을 간식으로 즐겨 먹지만 인간보다 병치레가 훨씬 덜하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인 중국도 대약진 운동(1958~1962년)의 실패로 인해 기근이 발생해 1960년대에 많은 이들이 죽었다. 당시 마오쩌둥 공산 정권은 워낙 인구가 많아서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았다. 출생아가 많아서 인구는 계속 늘어만 갔다. 2022년, 이런 중국이 처음으로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졌다. 이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자식을 낳아 키울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인구 감소는 이미 숙명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수천 년에 걸쳐서 인구는 줄어들어 몰락의 손짓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카레니나 원리'를 적용하자면 행복하고 번영하는 종은 모두 비슷한 모습이지만 멸종될 위기에 처한 종의 상태는 모두 제각각이다. 그러므로 인류의 궁극적인 종말의 시기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런 예상은 해볼 수도 있다.


한꺼번에 수백만 명 또는 수십억 명이 몰살되는 세계적인 재난(핵폭발, 소행성 충돌, 로봇의 광란, 훙포한 팬데믹 등)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멸종은 취약해진 동식물 집단에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작은 개체군은 이상기후 또는 필수 자원의 갑작스러운 고갈로 전멸全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숲에서만 서식하는 희귀 난초가 새로 착공된 건설 사업으로 인해 사라자는 상황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렇게 난초 군락이 하나둘씩 사라지다가 마침내 하나도 남지 않게 되면, 이게 바로 종의 멸종이다. 


감소된 인구가 만성적인 자원 부족과 기후변화로 인한 황폐화를 버텨내다가 결국 분할되고 흩어져서 점차 격리된 파편으로 존재하게 되고, 그나마도 개체군이 하나둘씩 사라지며 마침내 최후의 호모 사피엔스 잔여 집단마저도 모습을 감추는 시나리오가 앞으로 1만 년 안에 일어날 일이다.


지금은 아주 특별한 시간이다


우리는 인구의 수가 정점에 오르고 곧이어 감소하게 될 유일무이한 시기를 살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길은 두 갈래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개체 수가 급감하여 1만 년 이내에 멸종하거나, 우주행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우주로 확장해 수백만 년을 살거나. 이는 늦어도 200년 안에 내려야 하는 결정이다.


#교양과학 #인류의미래 #인간제국쇠망사 #헨리지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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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에디션 AI 네이티브 코리아 MK에디션
매일경제 국민보고대회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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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0주년을 맞은 매일경제신문은 창간 기념일에 맞춰 'AI 네이티브 코리아'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 이 국민보고대회를 준비하며 매일경제신문 지식부장과 기자 4명은 5개월 동안 AI라는 거대한 주제를 붙들고 씨름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AI 네이티브 코리아 보고서'였고, 이 책은 그 보고서를 한 권의 저서로 엮은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총 5부로 구성된 책은 삶을 바꾸는 알고리즘(제1부), AI를 보는 두 가지 시선(제2부), 국가 AI 전략의 분화와 경쟁(제3부), AI 코리아의 과거와 현재(제4부), 액션플랜: AI 네이티브 코리아의 길(제5부) 등을 통해 한국 사회가 실제로 선택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국가 차원의 액션플랜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이에 우리들은 AI는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 AI는 어떤 위험을 동반하는지,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AI를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 즉 AI 네이티브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긴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삶을 바꾸는 알고리즘


이 파트에선 AI가 인간의 삶 전반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를 '탄생과 보육'에서부터 교육, 청년, 직장, 중년, 그리고 '노년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라이프 사이클(생애주기) 전체를 따라가며 조망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탄생과 보육', '청년과 진로'에 대해 살펴본다.   


불임(난임) 부부에게 시험관 수정(IVF)은 여전히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다. 비록 숙련된 배아학자일지라도 항상 건강한 임신으로 이어지기란 역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호주의 헬스케어 AI 기업 프레사젠이 개발해 이후 일본 의료기기 업체 아스텍에 인수된 배아 평가 솔루션 '라이프 위스퍼러'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이는 마치 생명의 속삭임을 듣는 것처럼 배아의 이미지를 딥러닝 기반 AI로 분석하여 그 배아가 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측해준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진로 선택은 정말 중요한 삶의 갈림길이다. 예전엔 종이 설문지로 된 적성검사나 선생님의 조언에 의존하곤 했지만 이젠 AI가 이 역할을 대신하며, 청년들의 숨겨진 재능과 가능성을 찾아주는 AI 진로 추천 도구들이 등장했다. 미국의 한 플랫폼인 '유사이언스'는 간단한 두뇌 게임을 통해 개인의 인지적 성향과 강점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어울리는 학과와 직업을 추천해준다. AI가 알려준 “당신에겐 이런 재능이 있다”라는 메시지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자기 발견과 진로 탐색의 방향을 제시한다.


AI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AI(인공지능)이 산업 현장의 생산성 혁명을 이끌며, 쓰임이 많아지는 추세다. 제조, 물류, 헬스케어, 금융, 고객 서비스, 콘텐츠 제작, 공공행정 등 분야도 다양하다. 
심지어 우리가 먹는 먹거리에도 AI는 깊숙이 들어와 있다. 참치 가시를 발라내는 일에도, 돼지를 키워내는 일에도 모두 AI가 사용되고 있어서다.

 

특히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던 과거의 자동화를 넘어 이제는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복잡한 워크플로(작업흐름)를 설계하는 ‘AI 에이전트’가 현장에 투입되며 인간의 ‘가상 동료’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AI 관련 일자리 공고가 전년 대비 985%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이 ‘기술 도입’ 단계를 지나 ‘실질적 성과 창출’ 단계로 급격히 전환되는 중이다. 그야말로 놀라운 생산성의 재편이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현상만 있는 게 아니다. 기존엔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위협을 창조했다. AI로 얼굴의 움직임, 목소리의 합성과 변조 등 소위 '딥페이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자본인 '신뢰'를 근본적으로 갉아먹고 있다. 즉 단순한 유희를 넘어 범죄와 기만의 치명적인 도구로 악용된다는 또 다른 시선이 우리들을 불편하게 만든다.(사진, 딥페이크 시각화 이미지, 90쪽)



국가 AI 전략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국가의 생존과 번영, 나아가 새로운 세계 질서를 규정하는 핵심 변수가 되었다. 현재 글로벌 무대는 과거 산업혁명이 나라의 위상을 갈랐던 것 이상으로 AI를 중심으로 전략적 분화와 치열한 패권 경쟁의 장場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늘날 글로벌 AI 지형도는 '압도적 초격차'와 '지능적 주권'이라는 두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디지털 '팍스 아메리카나'를 공고히 하려는 전방위 동원 전략에 돌입했다. 이에 맞서려는 중국은 국가 주도형으로 'AI 플러스'행동을 전개하며 자급자족형 지능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영국, 한국, 프랑스 등은 'AI 3강'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건 경주를 벌이고 있다. 영국은 앨런 튜링의 과학적 유산을 바탕으로 'AI 생산국'으로의 전환을 도모하며 유럽 내 최대 규모의 자본과 인프라를 결집하고 있다. 한국 역시 반도체 제조 역량과 통신 인프라를 무기로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제 AI 경쟁의 본질은 알고리즘 우위를 넘어 인프라, 에너지, 외교를 아우르는 '총력전' 양상을 띤다. 과거 탈원전했던 미국은 원전까지 재가동시키며 에너지 확보전에 사활을 걸고 있고, 중국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동수서산東數西算'을 통해 자원 최적화의 극단을 추구한다.


(사진,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인프라)


액션플랜(AI 네이티브 코리아)


정책 설계에서 내러티브가 중요한 이유는 정책이 법과 제도의 나열을 넘어 국민의 일상을 관통하는 유기적 이야기로 연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한 정책은 추진 동력을 잃기 쉽다. 책에서 언급한 기자들이 제시한 10대 액션플랜은 가술을 사회적 서사로 치환해 설명하는 시도다.(사진, AI 네이티브 국가를 향한 청사진)



AI Nation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AGI가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특이점'이 예견된 지금, AI를 국정 운영과 경영의 파트너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AI를 바라보는 낡은 시각을 버려야 한다. AI는 국가와 기업의 지적 기초 체력을 지탱하는 '영원한 상임이사'이며 리더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전략적 기둥'인 것이다.


AI 네이티브 국가는 기술 강국이 아니라 사용자 강국에서 시작된다는 결론이다. 새로운 시대의 전문가는 특정 자격증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자신의 삶을 다시 설계하는 사람이다. 대힌민국의 다음 도약은 국민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경제경영 #AI보육 #AI노동 #AI네이티브코리아 #매일경제 #국민보고대회 #매경출판 #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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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뇌과학 수업 -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사건들! 처음 시작하는 쉽고 재밌는 뇌과학 이야기
모나이 히로무 지음, 김정환 옮김, 이슬기 감수 / 더숲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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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있기에 우리는 학습하고, 기억하며, 예측하고, 정신없이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복잡한 사회를 형성하고, 예술을 이해하며, 희로애락 같은 감정을 만들어 내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심오한 의문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것도 뇌 덕분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끊임없이 과학을 발전시켜 우주로 날아가고,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며, 뇌를 인공적으로 조작하거나 아예 뇌 자체를 만들려고 한다. - '들어가며' 중에



저자 모나이 히로무는 일본학술진흥회 특별 연구원, 이화학연구소 뇌과학 종합연구센터 연구원을 거쳐 2018년부터 오차노미즈여자대학교 자연과학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뇌에 관한 책을 읽는 모임 '인스피! 세미나'의 대표로, '뇌가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생쥐의 뇌활동에서 실마리를 얻어 기초 연구와 의학 연구의 가교를 담당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책은 3교시 강의로 구성되어 뇌에 관해 좀 더 알고 싶다!(1교시), 뇌는 수수께끼로 가득하다!(2교시), 뇌의 가능성은 무한하다!(3교시) 등을 통해 현재까지 밝혀진 최신 뇌과학 지식 중에서 특히 재미있다고 느낀 내용을 엄선해서 소개하고 있다.


죽은 줄 알았던 뇌가 되살아났다?


2019년 미국 예일대 연구자들이 죽은 지 4시간 정도 경과한 돼지의 뇌를 실험실의 특수 용액에 담궜더니 되살아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엔 심장이나 호흡의 정지를 해당 생물의 죽음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에 따른 심폐 소생술의 등장으로 이런 정지가 죽음이 아니라 '뇌사'가 인간의 진정한 죽음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예일대 연구에선 뇌가 살아나긴 했지만 단순히 화학 반응에 뇌세포가 움직임을 보였다는 수준 정도였다. 뇌세포가 활동한 것으로 의식을 되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이라면 뭔가 물어보면 반응을 보이겠지만 돼지의 경우엔 빛과 소리 등에 반응하는 움직임으로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판별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의학은 전기적 활동인 뇌파의 유무를 기준으로 생사 여부를 판단한다. 여기서 애매함이 발생한다. 즉 뇌파가 측정되었다고 해당 뇌는 '반드시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이다. 소형 인공 뇌가 세계 각지에서 탄생했다. 실제로 태아와 같은 뇌파가 측정된 이후 유아, 아동과 같은 뇌파 상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뇌는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뇌는 소중하게 보호받고 있다 


뇌는 물리적으로만 보호받는 게 아니라 화학적으로도 엄중히 보호받는다. 이런 화학적 보호 구조를 '혈액 뇌 관문'이라 부른다. 혈액엔 여러 가지가 녹아들어 있다. 포도당, 아미노산, 지질 등이 대표적이다. 알코올이나 카페인도 혈액을 통해 뇌에 도달한다. 


대표적인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은 뇌속에서 흥분을 전달하는 일을 한다. 만약 음식물에 들어 있는 글루탐산이 직접 뇌로 간다면 뇌는 계속 흥분 상태가 되어 경련을 멈추지 않는 심각한 일이 생긴다. 그래서 혈액 뇌 관문(뇌 혈관 장벽)은 글루탐산 같은 물질을 차단해 혈액을 통해 뇌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반면에 뇌의 유일무이한 에너지 성분인 포도당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마찬가지로 약도 선택받은 것만 지나갈 수 있다. 중요한 약일수록 뇌에 보내기 어렵다. 알츠하이머병에 효과 있을지 모르는 약을 발명하더라도 이를 뇌에 전달하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약학 연구 분야 중 약을 뇌에 전달하는 메커니즘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약물 전달’ 분야가 따로 있다. 현재 매우 작은 나노 캡슐에 담아서 뇌에 전달하는 방법이라든가, 코를 통해 전달하는 방법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이로니하게도 유해 성분인 알코올, 마약 같은 물질은 뇌에 잘 전달된다.(사진, 25쪽)



별 세포(성상 세포)는 뇌의 보호자다


별 세포는 뉴런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숨은 일꾼이다. 따라서 별 세포가 기분 상해 “나 이제 일 그만할래”라고 하면 뉴런은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실제로 신경 질환과 정신 질환은 대부분 이 별 세포의 기능 부전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뉴런이 방출한 신경 전달 물질에 활성화된 별 세포는 글리아 전달 물질이라는 독자적인 전달 물질을 통해 시냅스 전달의 효율을 변화시킨다는 사실도 밝혀지기 시작했다. 요컨대 뉴런과 별 세포는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별 세포가 신경 활동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는 별 세포를 단순한 보조 역할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뇌의 정보 처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사진, 61쪽)



꿈은 왜 꾸는 걸까?


수면은 3대 욕구 중 하나다. 생물은 왜 잠을 잘까? 수면 중에는 뇌의 활동은 중지할까?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는 열심히 활동한다고 알려진다. 깊은 잠에 빠지면 1초에 1~4회로 진폭이 느리고 큰 델타파가 관측된다. 사람이 잠에 빠지면 먼저 15~20분에 걸쳐 비렘수면 상태인 1단계에서 2단계로 이행하고 이후 서파 수면이 30분 정도 계속된다. 그런 후 렘수면으로 이행하며, 램수면이 15~20분 정도 계속된 후 비렘수면으로 돌아간다. 일반적으로 이 사이클을 서너 번 반복한다.  


뇌 속에는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구축한 내부 모델이라는 세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이 예측이나 정보의 보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이 내부 모델을 구축하려 열심히 힘쓴다. 


예를 들어 근육을 이렇게 움직이면 손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든가, 공을 이 정도 힘으로 던지면 어떤 궤도를 그리며 떨어지리라는 것 등이다. 특히 시각 회로에는 뇌로 들어간 정보의 10배가 넘는 신호가 뇌에서 돌아와 정보를 보완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캄캄한 공간에 있으면 생생한 환각을 보거나 유체 이탈을 하거나 임사(臨死) 체험을 하는 것은 이 내부 모델의 이미지를 보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우리가 매일 꾸는 꿈도 이 뇌의 내부 모델 세계일지 모른다. (사진, 수면 중의 뇌파)



개성과 장애의 모호한 경계선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규칙을 잘 깨거나,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등 약간은 특이한 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다. 이런 행동 유형을 '발달 장애'라고 한다. 이는 신경 회로 형성에 문제가 발생한 탓이다. 즉 신경 회로가 오히려 너무 많은 상태인 것이다.


뉴런의 집합부를 '시냅스'라고 하는데, 생후 1년 사이에 최대로 증가한 후 사춘기에 불필요한 시냅스가 제거되며 적절한 회로가 취사 선택된다. 이것이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다. ‘시냅스 가지치기'는 불필요한 시냅스가 제거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이 가지치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 발달 장애로 생각된다. 그래서 신경 회로의 수가 많고 복잡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뇌는 불필요한 신경 회로를 제거함으로써 에너지 절약을 실현한다. 건강한 뇌 기능을 위해서는 높은 에너지 효율이 필요하다. 그런데 발달 장애인의 뇌는 에너지 효율이 낮은 편이다.


한편 발달 장애 혹은 지적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 중에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놀라운 기억력을 지녀 딱 한 번 본 거리의 모습을 건물 하나하나까지 그림으로 완벽하게 그려낼 정도로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이에 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지만, 정상ㆍ장애ㆍ천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언뜻 생각하면 머리가 좋은 사람은 머릿속에 신경 회로가 가득 차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연구 결과, IQ가 높을수록 신경 회로가 단순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반면에 IQ가 낮은 사람은 신경 회로가 더 복잡했다.(사진,149쪽)



정반대 결과여서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이 결과를 해석하면, 뇌과학적으로 볼 때 머리가 좋다는 것은 에너지 효율이 좋은 상태, 다시 말해 효율적으로 뇌를 작동시킬 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인간은 태어난 뒤 필요한 시냅스를 선택적으로 취하고 학습을 통해 신경 회로를 최적화한다.



뇌의 숨겨진 비밀을 소개한다


책은 뇌의 구조와 기능은 물론이고 이를 밝혀낸 연구의 역사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난 뇌과학을 쉽지 않은 딱딱한 학문으로만 여겼는데, 이 책을 통해 오히려 지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뇌과학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교양과학 #뇌과학 #세상에서가장쉬운뇌과학수업 #모나이히로무 #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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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다시 찾는 병원은 말 한마디가 다르다 - 병원 고객 만족 17년의 핵심 총정리
최문경 지음 / 북아지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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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개의 자아을 지니고 있다. 40대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주부라는 자아와 원키우미라는 병원 컨설팅 회사의 대표라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 병원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는 누구보다 자세히 분석한다. 내가 병원 컨설팅 회사 대표여서가 아니라 내가 고객이기 때문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저자 최문경은 드림성모안과에서 검안사로 근무하며 처음으로 '고객 만족'이라는 개념을 현장에서 경험했다. 짧은 응대 한마디가 고객의 표정과 병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순간을 경험하며, 사람과 서비스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의료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학하며 병원 경영과 고객경험을 이론적으로 확장했다.


책은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되어 병원 매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1장), 병원은 결국 '말'로 운영된다(2장), 들리는 것이 다른 병원은 고객을 끌어당긴다(3장), 친절한 한마디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진다(4장), 말이 바뀌면 병원이 살아난다(5장) 등을 통해 고객 경험 개선에 관한 해답을 제시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순이익'이다


고객 만족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중, 병원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변화가 더 오래 지속된다는 확신으로 아이디병원에서 고객 만족 팀장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조직 안에서의 고객 경험 개선을 주도했던 저자는 결혼과 육아라는 삶의 전환기를 거친 후 병원 고객 경험 전문 컨설팅 회사 원키우미를 창업했다. 병원이 오래 신뢰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고객 경험을 만드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 운영은 일종의 장치 산업과 유사하다. 환자들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건물이 필요하고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각종 의료 장비들도 들여놓아야 한다. 여기에다 유능한 전문 의료진들을 스카웃해야 한다. 이처럼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반면, 수입은 환자들에게 의존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유동적이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입이 담보되지 않는다. 그래서 개업 초창기부터 누적 결손금이 쌓이기 시작하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병원측은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고심하게 되고 이를 마케팅 전문 회사에 의뢰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동안 DB 마케팅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는 수집한 DB(데이터베이스, 즉 개인정보)를 활용해 매출을 끌어올리던 형태였다. 하지만 정상가격定常價格으로 해당 의료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소위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형태였던 것이다. 병원의 자체적인 성장 없이 이에 의존하다가 주저앉고 말았음을 지적한다. 마케팅 전문 회사는 매출에만 집중했기에 순이익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순이익이 높을수록 병원 경영 상태가 건강하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이다. 아무리 매출이 올라도 지출되는 마케팅 비용이 크다면 병원의 순이익은 적어지게 마련이다. 이리되면 병원 경영은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며 기본적인 경영 원칙에도 위배된다.(사진, 58쪽)



고객은 병원의 '말'을 기억한다


건강검진을 싨시하는 병원은 지역별로 많다. 이는 모두 의료보험공단에서 지정한다. 특히, 회사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은 1년에 1회씩 시행한다. 그런데,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회사원들은 이를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율보다는 오히려 강제에 가깝다고 느낀다.


종합검진을 시행하는 병원들은 많은 검사자들을 빠른 시간에 이를 처리해야 하므로 매뉴얼로 정해진 멘트만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체혈하겠습니다. 팔 여기 내려놓으시고요. 따끔합니다. 네, 다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비스가 뛰어난 병원에선 모든 검사자들에게 어떤 검사를 하는지,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검사자들은 어떤 병원을 선택하겠는가?


병원 경험에 대한 고객들의 주된 감정은 특정 접점에서 들은 '썩 기분 좋지 않은 말'로 결정되기도 한다. 프로세스가 완벽하고, 대기가 없고, 하드웨어가 편리할지라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병원의 좋은 이미지는 희석되기 마련이다. 반면 다소 부족한 병원 시설과 프로세스임에도 위로해 주던 말, 치료 결과에 희망을 주었던 말은 오히려 긍정적인 느낌을 갖도록 만들기도 한다.(사진, 80쪽)   



공감하면 연결된다


공감은 힘이 커서 병원의 매출이나 입소문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공감은 어렵다. 안 좋은 일, 예를 들어 이성 친구와의 이별이라고 해보자. 이별을 당한 친구에게 공감한다고 말을 꺼냈다가 “너는 몰라.” 또는 분위기가 급격히 안 좋아진 경험 있을 것이다. 


이는 공감이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병원에서는 ‘공감’이 더욱더 어려운데, 가장 큰 이유는 병원이라는 태생적인 요인 때문이다. 병원의 고객은 환자이므로 질환이나 통증과 같은 증상으로 불편함이 크고, 그로 인해 육체적, 정서적으로 매우 지쳐 있는 상태이다. 


두 번째는 병원의 진료 환경적인 요인이다. 우리는 고객에게 짧은 시간 안에 검사와 진단, 처방을 해야 한다. 시간이 지체될 때 기다리는 다른 고객들의 불만이 쌓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우리는 유사한 증상의 고객을 하루에도 수십 명씩 만난다. 이외에도 병원에서 공감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는 많다.


그런데, 이 말은 거꾸로 생각하면 다른 결과가 생긴다. 즉 공감을 잘해주는 병원이 있다면 이는 희소가치를 장착하는 셈이 된다. 병원을 찾는 고객들은 공감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공감 하나만 잘해도 고객은 열성 팬이 되어 병원 홍보에 열을 올릴 수 있다.(사진, 110쪽)



목소리가 다른 병원


이랏사이마세!!

이는 초밥집이나 횟집에 입장할 때 흔히 듣는 말이다. 마치 일본에 여행을 온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이런 분위기와 신선한 경험은 발길을 이곳으로 이끌게 마련이다. 생동감이 넘치고 격의 없는 응대가 마음에 들어 자연스럽게 발길을 향하게 만든다. 톤(Tone) 앤 매너(Manner)는 디자인과 광고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인데, 이는 고객 응대에선 굉장히 중요하다. 


저자는 개원 병원 교육을 할 때, 병원측의 '맞이 인사'에 대해 자세히 가이드를 준다. 크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규모, 입구와의 거리, 주요 질환, 분위기를 고려하여 톤을 잡아준다. 통증이나 질환 등으로 오는 고객이 많은 병원에서는 같은 맞이 인사라도 아주 밝은 톤의 목소리와 어조보다는 차분하고 안정감을 주는 톤이 더 좋다. 그와 반대로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중저가 피부 시술을 하는 병원에서는 좀 더 밝고 생기 있게 맞이 인사를 해야 고객들이 친근하게 느낀다. 


초진 고객인지 아니면 재진 고객인지에 따라서 톤 조절도 필요하다. 초진 고객의 경우, 목소리 사용부터 우리 병원의 톤에 맞춰 더 과장되게 어필할 필요가 있고, 재진 고객의 경우 좀 더 편안한 톤과 자연스러운 아이 컨택과 같은 비언어적 행동으로 친밀감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또한 병원에서 사용하는 부정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부정어否定語란 예를 들어 "안됩니다"처럼 금지하거나 "아닙니다"처럼 부정하는 말을 가리킨다.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할지, "되도록 안 하는 게 좋습니다"라고 말할지에 따라 병원의 전체적 톤 앤 매너가 영향을 받는다. 아래의 5단계를 참조하자.(사진135쪽)



응대의 '킥'을 만들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네플릭스 드라마 '흑백요리사'에서 크게 활약했던 안성재 셰프는 요리 경연자들이 내놓은 요리의 맛을 보고 "청경채가 킥이네요"와 같은 말을 내뱉었다. 요즈음 이 '킥'이란 말은 유행어가 되었다. 음식에서 킥kick은 강렬한 인상을 주는 핵심 요소나 자극적인 맛을 의미하며, 요리사가 의도한 결정적인 한 방이란 뜻이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응대의 '킥'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경쟁 병원은 약하지만 우리 병원은 잘하는 것이다.

응대의 킥이 어디에서 올까? 이는 ‘다른 병원과의 다름’, 즉 차별화에서 온다. 우리 병원의 장점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병원 또는 경쟁 병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차별화는 우리 병원보다 남의 병원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많은 병원에서 실수하는 것이 “우리 병원도 그렇습니다.”라는 식으로 상담이나 진료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진행하면 고객은 더 이상 우리 병원을 기억할 이유가 없게 된다. 


이처럼 타 병원과 구분되는 장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개원한 병원이라면 우리 병원을 찾는 고객들이 ‘우리 병원의 장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활용해 보자. 예를 들면 ‘다른 곳보다 이 병원은 참 원장님이 친절해.’ ‘여긴 대기가 없어.’ 등은 고객들이 느끼는 우리 병원의 장점이다. 고객들이 한 말을 응대할 때 그대로 활용해도 좋다.(사진, 229쪽)



고객은 예민하고 섬세하다


이밖에도 책은 말이 바뀌면 병원이 살아난다고 강조한다. 병원 오픈 기간에 방문한 고객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작은 병원일수록 시스템을 만들며, 친절한 직원과 오래 함께하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부富의 시작은 '고객'으로부터 창출되므로 예민하고 섬세한 고객들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매우 중요하다. 새로 병원을 개업하는 의사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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