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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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꿀잠 선물 가게에서 오슬로는 잠을 자고 있다. 안락의자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문에 달린 방울소리를 듣고 화들짝 깨어나 인사를 한다. 드디어 꿀잠가게에 첫 손님이 찾아욌다. 불면에 시달리던 중 친구의 소개로 가게를 찾은 것이다.


(사진, 가제본 표지)


부엉이 자자의 영혼이 꿀차를 마신 후 잠이 든 손님의 마음 속으로 쑥 들어갔다. 이는 자자의 특별한 능력이다. 손님은 취업준비생이었다. 매일 시험공부로 새벽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손님의 사정을 모두 읽은 자자의 영혼이 탈출하자 이후 손님도 푹 자고 잠에서 깨어났다.


효과를 경험한 손님은 오슬로가 안내하는 꿀잠 아이템 진열장에서 보름달 오르골, 탁상시계 등을 살펴보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손님에게 오슬로는 비싼 오르골 대신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을 ‘탁상시계(백년시계)’를 적극 추천했다.


“아주 천천히 가는 시계죠. 백년이 지나야 한바퀴가 도는 시계입니다.”


갈수록 꿀잠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짝사랑에 빠진 한 여성도 이곳을 방문했다. 부엉이 자자가 꿀차를 마시고 잠이 든 여성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두루두룩 살펴봐도 짝사랑과 관련된 특별한 계기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오슬로 여성 손님에게 ‘첫눈 커튼’을 추천했다. 첫 눈이 오는 날엔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으니까.


비가 오는 날 아담한 체형의 중년 여성이 꿀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딸이 추천해서 방문했다는 여성에게 자자는 웰컴 꿀차를 건넸다. 불면 해결에 도움을 받고자 들린 것이다. 차를 마신 후 코까지 골며 잠이 든 여성의 꿈 속으로 자자는 힘껏 날았다.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대학을 못가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몇 년 후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했다. 두 딸을 낳아 키우며 잔잔한 결혼생활을 30년이나 보냈다. 잠에서 갠 여성에게 오슬로는 ‘구름나라 패스포트’를 추천했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아이템이란 설명과 함께.


영업이 끝났다. 오슬로는 졸린 눈으로 소파로 넘어갔다. 하루종일 졸았음에도 여전히 잠이 온다. 수면제가 따로 없다. 오슬로 자체가 수면제와 같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오슬로와 자자는 산책을 나갔다. 저녁 노을을 바라보았다.


오슬로는 사람도 날씨와 비슷하다고 자자에게 말했다. 겉으로 볼 때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매일매일 조금씩 다른 마음과 고민을 품고 있어서 가게를 찾은 손님들의 사연이 다양하다는 설명이었다.


꿀잠 아이템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잠을 잘 자고 나면, 그들의 색이 또 한번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꿀같이 달콤한 잠을 선물할 수 있게 되어, 그들의 색이 그전보다는 더 다채로워지기를 바란다고 오슬로는 덧붙였다.


먹구름이 잔뜩 낀 날이었다. 바람도 거세고 기온이 뚝 떨어져 추워졌다. 벽난로에 장작을 더 넣었다. 평소와 달리 자자는 일찍 가게를 닫자고 했다. 번쩍하면서 하늘이 밝아지더니 먼 곳에서 번개가 쳤다. 자자는 가게 밖으로 나가 팻말을 돌렸다(CLOSE).


오슬로가 새로 만들 꿀잠 아이템은 ‘달빛 모래시계’였다.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자자가 모래시계의 기능이 뭔지 궁금해 했다. 이 모래시계는 단순히 시계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고민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이다.


“자기 전에 모래시계를 머리맡에 올려두고, 마음속에 담아둔 고민을 생각하면서 시계를 돌려놓는 거야. 딱 그만큼만 오늘의 고민을 하자, 마음먹는 거지. 원래 고민이 깊어질수록 잠이 안 오는 법이거든. 그러니 마지막 모래 한알이 떨어질 때까지, 딱 그 시간만큼만 그날의 고민을 하는 거야.”



모래시계 작업이 완료될 즈음 우체국 집배원이 방문했다. 특급우편이었다. 오렌지 주스를 받아든 집배원이 떠나자 얼른 편지를 뜯어보았다. 사연은 직접 찾아갈 수 없는 상황인 반면, 최근 몇 주째 불면에 시달려 제정신이 아니라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는 것이었다. 오슬로와 자자의 첫 출장을 시사하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장편소설 #꿀잠선물가게 #박초은 #토닥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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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 처음공부 - 시작부터 술술 풀리고 바로 써먹는, 개정판 처음공부 시리즈 1
수미숨(상의민).애나정 지음 / 이레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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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왜 미국주식투자를 시작해야 하고, 미국의 주식시장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고, 어떤 식으로 투자의 방향성을 정할지를 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게 하자!’라는 것이 저희의 작은 목표입니다.- ‘저자의 말’ 중에서



이 책의 저자 수미숨(상의민)과 애나정은 평범한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으로서, 미국주식에 처음 뛰어들며 겪었던 시행착오와 경험, 노하우 등 소중한 정보를 꼼꼼하게 정리했다. 특히,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춘 친절하고 풍부한 설명, 다양한 그래픽 자료를 통해 금방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책은 여덟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주식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투자를 척척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가이드이자, 이미 미국주식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일지라도 놓치기 쉬운 디테일과 노하우를 한 번에 섭렵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책에 드러나 있는 저희의 다양한 경험을 반면교사 삼는다면, 독자 여러분은 보다 좋은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화려한 전략이나 기법보다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조금 먼저 시작했던 경험과 고민, 공부한 내용을 솔직하고 쉽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어렴풋이 알아보는 미국주식


주식투자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주식은 외풍에 크게 악영향을 받고 외국인 수급에 따라 주가의 흐름이 왜곡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미국주식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다. 그래서 미국주식시장의 점유율이 가장 크다.


(사진, 전세계 주식시장 점유율)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 속담처럼 한국주식도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루하던 10년 간의 장기 박스권을 돌파하며 전세계 주식상승률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 하반기부터 힘이 달리더니 2022년까지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인 2023년은 3분기까지 상승을 보이다가 4분기에 들어서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2024년은 거의 지리멸렬 상태라 한숨이 나온다.


미국주식을 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할까?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말처럼 영어를 잘하면 영어로 표기된 참고 자료나 기사를 읽을 때 분명히 도움된다. 하지만 영어를 못해도 투자하는 일에 엄청난 장벽이 가로 놓이는 것은 아니다.


거래시간은 한국시간(서머타임 기준)으로 밤 10시 반부터 익일 아침 5시까지 형성된다.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눈을 뜨고 있어야 하는 이런 불편을 겪는 투자자(특히, 직장인)를 위해서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예약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주주 이익 환원에 적극적이다

빨리, 그리고 자주 지급하는 배당금

기축통화국만이 갖는 이점

비기축통화국만이 누릴 수 있는 ‘환 쿠션’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단점도 있다. 국내주식 거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 수수료, 환율 변수, 높은 양도소득 세율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장기투자 방식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미국주식은 오히려 맞지 않다.


저자 애나정의 오답노트


●좋다고 하는 기업을 일단 샀다~ 공부하고 투자해야 함

●사거나 팔 때 한 번에 거래했다~ 분할해서 진행해야 함

●현금 비중을 몰랐다~ 일정 현금 보유는 꼭 필요함


수익보다 중요한 것(수미숨)


저자 수미숨이 투자를 시작하며 지금까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바로 투자 초기에 ‘수익’을 투자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뤘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의 수익보단 장기간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초를 잘 다져놓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잃지 않으려 노력하기’와 ‘투자의 영역에서 최대한 다양한 경험하기’라는 두 가지 요소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투자에 임했다. 투자엔 왕도가 없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고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당에 관한 세금


미국기업으로부터 수령하는 배당금엔 15%의 배당소득세율이 적용된다. 증권사는 배당금을 지급할 때 원천징수한 후 입금한다. 여기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발생한다. 해외기업으로부터 수령한 외화 배당금도 매년 금융소득으로 합산한다.


국내에서 발생한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그리고 해외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을 모두 합쳐서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이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요건에도 영향을 미쳐 지역의료보험으로 자동 가입된다.


언제 팔까?


완벽하게 매매 타이밍을 맞추는 건 어렵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많이 오르면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려 하고, 또 너무 많이 떨어질 경우에도 즉각 매도를 고민한다. 하지만 이럴 때 기업의 상황을 반드시 점검한 후 매도를 결정해야 한다.


(사진, 상승장 vs 하락장)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주식시장은 하락장보다 상승장이 더 길었고 상승폭 또한 매우 컸다. 이를 ‘짧은 하락장, 긴 상승장’으로 특징 지운다. 즉 1929년~2020년 6월 30일까지 살펴보면 불 마켓(상승)은 평균 2.7년(11.7%의 상승)이고, 베어 마켓(하락)은 평균 9.5개월(35.5%의 하락)이었다. 따라서, 위대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장기적 성장성을 믿고 기다리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초보 투자자를 위한 미국주식투자의 가이드


이제 막 미국주식투자를 시작하려는 초보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인 셈이다. 물론 이미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된다. 환율의 변동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들이 집중 매도(또는 매수)한다는 증권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이제 국장國場을 포기해야 할까 고민했던 나에게 매우 유용한 독서였다.


#재테크 #주식투자 #미국주식처음공부 #수미숨 #애나정 #이레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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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어휘 사용법 - 세련되게 말하고 쓰게 되는 어휘력 비밀 수업
김선영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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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어휘력 부족을 느끼며 시무룩할까요? 기본 이상을 알고 싶은 마음이에요. 어휘력 갈증을 느낀다면 독서와 글쓰기의 가치를 이미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욕심이 날 수밖에요. 물욕, 식탐도 아닌데 뭐 어때요. 어휘력 고수가 되고 싶은 욕심은 얼마든지 부려도 좋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선영은 18년 차 글쟁이로 13년은 방송 글을, 그 후에는 책을 썼다. 그동안 자신이 축적해 온 노하우를 토대로 삼아 글쓰기 코치로 활약 중이다.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 쓰는 모임에서 글쓰기 훈련을 이끌고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어휘력 고수’로 거듭나기 위한 9주 완성 일정의 체계적인 훈련 코스다. 1장에선 나의 현 어휘력 상태를 진단하고 2장에선 올바르게 읽는 방법을 연마한다. 3장에선 품격 있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4장에선 쓰면서 익히는 어휘력 훈련법을 다룬다. 끝으로 5장에선 지금까지 훈련한 읽기, 말하기, 쓰기를 복습한다.


어휘력이란 무었인가?


어휘란 단어의 집합을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많은 단어를 안다고 어휘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이 단어집으로 수많은 영어 단어를 익히지만 어휘력이 부족해 영어회화 또한 부족한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어휘력이란 무엇일까? 이는 단어의 형태와 의미, 활용에 관한 지식의 총체를 말한다.


구사력驅使力은 말을 타는 기수가 말을 잘 모는(다루는) 힘을 가리킨다. 언어 구사력이란 상황에 적절한 단어, 즉 어휘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어휘력이 떨어진 사람은 뜻도 잘 모르고 단어를 사용하는 셈이다.


다채로운 감정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퇴보하는 것은 어휘력뿐만이 아니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 자체가 둔해진다. 언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홀하다’와 ‘설렌다’를 대박으로 퉁치는 순간, 2개의 감정은 하나로 쪼그라든다. 다양한 감정을 누리는 기쁨을 잃게 된다. 더구나 모든 유행어는 유통기한이 있어 ‘대박’, ‘헐’ 같은 말도 ‘방가방가’, ‘허걱처럼’ 사라질 것이다. 이리되면 어떤 단어로 내 기분을 표현해야 할까.


“꼭 맞는 어휘로 내 감정과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소통의 희열을 누려보세요.”


잘못된 표현


‘선인장은 물 없이도 잘 사는 특성이 있다’라는 표현을 살펴보자. 왜 특징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특성과 특징이라는 단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특성~ 일정한 사물에만 있는 특수한 성질

특징~ 다른 것에 비해 특별히 눈에 뜨이는 점


따라서, 비교 대상보다 두드러진 점에 주목한다면 특징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고, 다른 대상과의 비교보다는 본래의 성질을 강조할 때는 특성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래의 키워드 비교 대상을 참고하자.


(사진, 특성 vs 특징)


‘사막의 무더위’라는 표현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흔히 한여름 때에도 ‘무더위가 시작됐다’라고 표현한다. 이는 무더위가 보통의 더위보다 더 강한 느낌이 들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무더위는 ‘매우 더움’을 뜻하지 않는다.


‘물’과 ‘더위’의 합성어로, ‘습도가 높아서 찌는 듯한 더위’를 뜻한다. 사막처럼 바싹 말라 타들어가는 듯한 더위를 표현할 때는 적절치 않다. ‘불볕더위’가 어울리는 단어인 셈이다. 이처럼 고급 어휘력이란 계속 공부해야 할 대상이다.


또 문학 작품을 읽다보면 개성 넘치는 지방 사투리들이 많이 나온다. 사투리가 표준어는 아닐지라도 지역 고유의 정서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오히려 향토적인 매력과 개성이 느껴진다. 더구나 요즈음은 지방에서 고유의 사투리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많이 이주함에 따라 이를 배워야 할 표현이란 생각마저 든다.


재미있는 사투리

깨보생이(강원도)~ 깨소금

껄떼기(충청도)~ 딸꾹질

놈삐(제주도)~ 무

이바구(경상도)~ 이야기

미얄스럽다(전라도)~ 얄밉다


(사진, 사투리가 실린 작품)


정확하게 알고 말하기


‘등극’이란 단어는 ‘챔피언 등극했다’, ‘국제대회 정상에 등극했다’처럼 어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쓰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무심코 대화중에 국제 축구대회에서 ‘16강에 등극했다’라고 말한다.


“월드컵에서 기적적으로 16강에 등극했다.”

“승리를 이끈 장본인은 손흥민 선수이다.”


또 승리의 ‘장본인’은 손흥민이라고 말하는데, 이 단어도 다시 살펴야 한다. ‘일을 망친 장본인이 바로 그 사람이다’처럼 부정적인 일을 저지른 사람을 가리킬 때 어울리는 단어이다. 따라서 16강에 오른 긍정적인 승리를 이끌었으므로 ‘승리로 이끈 주인공은~’으로 말하면 더 자연스럽다.


부정적인 표현에 길들면 긍정적인 상황에서조차 부정적인 말이 나온다. 모처럼 맛있는 움식을 먹고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한다. “뭐, 먹을 만하네.”, “저번에 갔던 집보다는 낫네.” 등등. 듣는 사람까지 김이 팍 빠지는 말투다. 말투는 무의식적인 습관이다. 고치는 게 쉽지 않다. 스스로 주의를 계속 기울여야 한다.


(사진, 부정적 vs 긍정적 말투)


내가 결국 뭔가를 선택했다면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인데, 무언가에 끌려다니는 느낌은 썩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능동적인 표현은 긍정적이고 주체적인 기분을 선사한다. 언행 하나하나가 모여 삶의 향방을 바꾼다.


미묘함을 만드는 조사


흔히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사용하는 조사로 인해 뉘앙스가 달라진다. 한정의 의미로 쓰이는 조사 은이 붙으면 부정적인 어감이 형성된다. 이처럼 조사란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따위에 붙어서 그 말과 다른 말과의 관계를 나타내거나 특별한 뜻을 더해주는 품사이다.


(사진, 미묘함을 만드는 조사)


‘수박(은) 달다’라는 문장은 일반적으로 수박이라는 과일은 단맛이 있다는 뜻이고, ‘수박(이) 달다’라는 문장은 특정 수박(지금 먹고 있는)을 강조하는 의미가 덧붙는다. ‘은/는’은 주로 일반적인 설명을 할 때 쓰이고, ‘이/가’는 현재의 상태나 동작을 보여줄 때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커피(는) 맛있다’라는 말은 평소 기호를 보여주지만 ‘커피(가) 맛있다’라는 말은 특정 커피(내 앞에 놓인)를 지칭하는 것처럼 현장감이 생긴다. 대체로 ‘은/는’은 논리적이고 ‘이/가’는 감각적이다. 그러므로 설명하거나 의견을 전할 때는 전자를, 경험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싶을 때는 후자를 쓰면 원하는 뉘앙스를 살리기 좋다.


계속 훈련을 하고 싶다


책만 읽었을 뿐인데도 어휘력에 대해 약간의 자신감이 생긴 듯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기에 9주간의 훈련 일정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을 반복해서 공부해야 할 것 같다. 나 자신의 수준을 이미 점검했으니 남은 일은 ‘갈고 닦는 것’이 아닐까.


#글쓰기 #어휘력 #고수의어휘사용법 #김선영 #글밥 #블랙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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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0년 전쟁 - 변방에서 지배자로, 끝나지 않은 도전
이지훈 지음 / 리더스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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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수주 잔고가 1,000조 원을 넘는 산업은 배터리가 유일합니다.” 1,000조 원은 흔히 ‘배터리 3사’로 불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세 회사의 고객이 길게는 10년에 걸쳐 구매겠다고 약속한 배터리 물량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세 회사 연간 매출의 20배에 가까운 일감을 미리 확보한 셈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이차전지’다. 이차전지는 충전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일차전지인 건전지는 다 사용하면 버리지만 이차전지는 충전해서 재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은 이 분야의 글로벌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다.


총 일곱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의 저자 이지훈은 우리들에게 <혼창통>이란 저서로 널리 알려진 바 있는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다. 그는 관련자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풍부한 자료 조사, 치밀한 취재 등을 통해 K-배터리가 걸어온 결정적 순간을 조명하면서 아울러 K-배터리의 위기와 기회를 분석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차전지 산업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연간 0.3%씩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반도체 산업에 크게 의존했던 한국 경제에 한줄기 희망의 빛을 던져주는 논평이다.


2023년 이후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시장에 쓰나미가 몰아닥쳤다. 전기자동차의 성장세 둔화, 핵심 광물 가격의 하락,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라는 삼중고三重苦를 겪으며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커다란 내·외상을 입었다.


이후 관련 기사에 단골로 등장했던 단어가 바로 ‘캐즘’(협곡)이다. 아마도 이차전지 주식에 투자한 주식투자자들에겐 머리가 깨지는 용어였을 것이다. 이미 전기차를 살 만큼 샀고, 일반자동차 대비 높은 가격임에 비해 전기 충전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해 당분간 정체기를 겪게 될 것이란 예측 탓이었다.


흐름을 바꾼 접착제 하나


2000년, LG화학 기술연구원의 이상영(현재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1년 6개월 동안 독일 연수를 마치고 귀국했다. 신설된 안전성 강화팀으로 발령받아 소위 ‘화재가 나지 않는 배터리’를 만드는 일에 배치되었다. 그가 귀국할 당시 LG는 배터리가 장착된 노트북과 휴대폰에서 발생한 여러 차례의 화재 사고로 매우 어수선했다.


충전용 이차전지 중 가장 많이 시용되는 리튬 이온 전지의 구조는 샌드위치와 비슷하다. 양극과 음극이라는 두 빵과 이를 기로막는 패티(고기)가 분리막인 셈이다. 사실 이 분리막은 매우 얇은 필름인데, 두 극이 맞닿을 경우 불이 날 수 있다. 그래서 이상영은 세라믹 분말 가루를 전극 표면에 발라보기로 했다.


100개에 가까운 접착제를 시험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우연찮게 한 가지 물질을 떠올렸다. 독일에서 지내던 시절 옆자리의 동료가 유기 전자 소자에 쓰는 접착 물질의 접착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이를 조금 얻어 통에 보관해두었던 것이다. 귀국시 가져와 집에 보관하고 있던 그 물질을 회사에서 시험해보았다.


“세라믹이 붙더라고요. 신기하게도 그동안 제가 겪었던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죠.”


비로소 역사적인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기술이 탄생했다. 이로써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포기는 쑥 들어갔고, GM과 닛산을 비롯한 여러 자동차 회사의 수주를 따냈으며, 이후 SK이노베이션과 조 단위의 특허 소송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2019년 8월 말, 수십만 건의 문서와 씨름하던 LG화학 측 변호사들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어느 직원 노트북 PC의 휴지통 폴더에 있던 엑셀 파일이었다. 2년여 뒤 ITC는 최종 판결 이유서에서 이 엑셀 파일이 없었다면 ‘SK의 증거 훼손은 LG나 ITC에 의해 적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도대체 이 파일에 무엇이 담겨 있었던 걸까. - ‘증거 번호 6125 엑셀 파일’ 중에서


LG화학은 1996년 LG금속에서 이차전지 사업을 넘겨받은 후 공장을 지어(1999년) 한국에서 최초로 생산을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 회사 내에 리튬 이온 전지 전공자는 전무한 상태로 일본에서 겨우 제품을 얻어 분석하는 수준이었다.


구본무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시작한 LG그룹의 이차전지 사업은 기술인력부터 최대한 증원했다. 당시 이차전지 분야의 독보적인 1위는 일본의 산요로 연구진은 4백명이었는데, LG는 그 절반인 200명 정도였다. 구 회장은 말했다. “산요만큼은 뽑으세요. 1등 하는 경쟁사보다 R&D 인력이 더 많아야 합니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은 K-배터리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일본과는 다른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은 리튬 이온 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지만, 그 전지를 노트북이나 휴대전화가 아닌 자동차에 사용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불이 나는 배터리를 자동차에 어떻게 쓰나?’라는 게 일본 배터리 업체들의 고착화된 생각이었다. 이들은 비록 무겁지만 안전한 기존 제품, 즉 니켈 수소 전지(일명 니켈하이드라이드 전지)로 수익을 충분히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리튬 이온 전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주저했다.


반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일본 업체들이 보기에 ‘미친’ 짓을 벌였다. 세계 최초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자동차를 현대에서 만들었다. 2009년에 출시된 현대차 아반테 LPI 하이브리드가 그것이다. 여기에 들어간 배터리는 바로 LG화학에서 만든 제품이었다.


고졸 행원·공인회계사 경력의 벤처사업가 이동채


한국 주식시장에 이차전지 주식 열풍을 몰고온 주인공이 바로 에코프로그룹 이동채 회장이다. 그는 ‘58년 개띠’ 포항 출신 기업인이다. 대구상고를 졸업, 주택은행에 입사한 뒤 고졸 출신으로는 승진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퇴사 후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해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12년 동안의 회계사 생활은 그에게 기업·산업에 대한 안목과 미래의 통찰력을 키워주었다. 이에 거래 업체 뒤치다꺼리하는 일을 그만 두고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유해한 화학 성분을 흡착해 제거하는 케미컬 필터(당시 국내에선 일본과 미국 수입 제품에 의존)의 국산화에 나서 에코프로, 한국화학연구원, 한 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공동으로 기술 개발하고 특허까지 취득했다. 이후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에 소용되는 투자비가 필요했다. 이동채는 산업은행 강남지점을 찾아 대출을 협의했다.


“이번 사업이 성공할 확률이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지점장)

“솔직히 말하면 50%입니다.”(이동채)


대출을 요구하는 기업인은 보통 이런 경우 90%가 넘는다고 확언하지만 이동채의 진솔한 답변에 신뢰감을 느낀 지점장이 조건을 내세웠다. 개인적으로 자본금 10억 원(당시 에코프로의 자본금은 1억원)을 마련하면 지점장 전결로 같은 액수의 돈을 대출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에코프로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동채는 지인들에게 저녁을 대접하겠다는 초대 편지를 보냈다.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 55명이 모였다. 그는 환경 사업의 청사진을 이야기한 뒤 본론인 투자를 요청했다. 비록 대박 보장은 없지만 7년 내에 반드시 갚겠다고 약속했다. 최저 5백만 원부터 최고 5천만 원까지 투자를 약속한 총액은 11억 5천만 원이었다. 이 돈이 입금된 통장을 갖고 산업은행에서 10억 대출을 받아 오창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었다. 훗날 이 돈을 투자한 지인들은 원금을 훨씬 상회하는 돈을 상환받게 되었다. 이동채 신화의 출발이다.


2003년 제일모직의 제안이 이동채의 운명을 크게 바꾸었다. 제일모직은 그에게 리튬 이온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전해액 사업을 동업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제일모직은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제일모직에서 설비를 이전받은 에코프로는 전해질을 생산, 제일모직에 납품했다. 에코프로가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 32억 원의 매출다운 매출을 올렸던 것이다. 이후 제일모직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져 이차전지의 다른 소재사업을 함께 수행할 수 있었으며, 나중엔 제일모직의 양극재 사업을 인수하게 되었다.


이밖에도 책은 포스코의 자원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인 아르헨티나 염호鹽湖 구입 계약을 중국의 ‘간펑 리튬’(리튬 세계 1위)에게 빼앗긴 사례들과 포스코의 전략 수정, 삼성의 배터리 사업 참여는 왜 신중한지 등 흥미로운 얘기들이 이어진다.


“배터리 사업은 마라톤 42.195km 코스에서 이제 4km 정도 뛴 셈입니다.” - 권영수, 전前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마지막으로 마치 치킨 게임과 비슷한 배터리 사업에서 중국의 CATL, BYD 등은 중국 공산당의 비호를 받으며 과감한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 않기 위해선 향후 많이 자금이 소요되는 ‘쩐의 전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경제경영 #K배터리 #2차전지 #배터리전쟁 #이지훈 #리더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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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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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적인 이야기를 드러내기가 민망하고 어색한, 소심한 성격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지나가는 순간들을 붙잡아 두고 싶어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봄, 우리는 그렇게 만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는 그림 그리는 여자 감명진과 노래하는 남자 이만수로, 두 사람은 2012년 봄부터 지금까지 한 집에서 12년 째 동거살이 중이다. 그나저나 명진 씨로 인해 한국 땅의 드문 성을 가진 사람을 한 분 더 알게 되었네요. 감우성 배우 때문에 검색해 본 적이 있거든요.ㅎㅎ


총 3부로 구성되어 각 파트마다 20 꼭지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 장은 술술 넘어간다. 마치 초등학생 딸의 일기장을 들춰보던 과거 속으로 소환된 느낌마저 든다. 그저 꾸밈 없이 둘 사이에 일어난 일상들을 적어 내려갔다. 그래서 사랑스럽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의 삶은 내 청춘 시절과 비교해보면 한마디로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결혼 전에 감히 동거라니? 그럼에도 난 젊은 세대들의 이런 효율성 높은 삶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아니, 추천을 하고 싶다. 우리들 주변의 삼라만상도 그렇다. 때가 되면 모두 암수가 함께 된다. 조물주가 이러려고 만들어 놓은 창작물 아니겠는가.


둘의 이야기엔 유독 첫 경험에 대한 것들이 많다. 명진의 남자 팬티 주문하기, 명진의 기타 배우기, 만수의 선글라스 착용, 만수의 봄동비빔밥 만들기, 명진의 10년 묵힌 등산화 신고 인왕산 등산하기, 커플 벼개 마련하기 등등 이처럼 ‘처음’이 소복소복 쌓여서 끈끈한 정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잘 마른 옷가지들을 걷어 개키다보니 오빠 팬티에 난 손톱만한 구멍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버리지 않으면 구멍이 손바닥만한 해질 때까지 입겠다 싶어서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구겨 넣었다. 컴퓨터를 켜고 검색창에 남자 팬티를 검색해본다. (중략) 골똘히 고민한 끝에 고른 팬티들을 결제했는데 내가 오빠의 엄마가 된것처럼 묘한 이 기분은 뭐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 팬티를 주문해 봤다. - ‘눈썹과 팬티’ 중에서


아무튼 이십대 시절 두 선남선녀는 시골에서 상경한 풋풋한 청년이자, 서울살이가 서툴기만 했던 이방인 같은 존재였다. 그럼에도 워낙 성실한 이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다가 2012년 우연히 상수동 카페에서 서로를 알게 되었다. 이후 연인이 되어 작은 방을 하나 얻어 동거살이에 들어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거의 없던 둘은 합침으로써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 없던 여유가 생긴 셈이었다.


비록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을지라도 한 지붕 아래 같은 이불을 덮고 산다는 것은 서로의 삶에 이미 동반자가 된 것이다. 설거지는 항상 본인 몫이라는 민수, 빨래하기와 장보고 식사 준비는 명진의 몫이다. 만수는 카페에서 일하는 2인조 밴드 음악인이며, 명진은 프리랜서 화가이다.


(사진,베개)


몇 년째 잘 되지도 않는 가난한 밴드를 하느라 벌이도 변변찮은 나는 진이에게 많이 모자란 사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부족한 대로 진이 곁에 있어 주는 일만큼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 - ‘프리마켓’ 중에서


음악 한답시고 경제 활동을 전혀 못해서 돈이 똑 떨어진 상태에서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변변한 선물 하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외식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태였다. 만수는 곧 다가올 공연을 핑계삼아 하지 않아도 될 연습까지 잡아가며 요리조리 피했다. 자존심은 스스로를 속일만큼 이처럼 무섭다.


사람의 관계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 많다. 연애 초기엔 무슨 말이든 간에 끝까지 경청하며 맞장구를 치던 관계가 동거 후엔 서로 모든 것에 익숙해진 탓에 상대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초능력이 발동, 서로의 말을 쌈 싸 먹는다.



#에세이 #내가널살아볼게 #이만수 #감명진 #고유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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