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축을 기준으로 쉽게 그리는 미술 해부학
카토 코타 지음, 김선숙.김락희 옮김 / 성안당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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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미술 해부학 전문가가 '막대 인간'을 바탕으로 인체 표현의 기본이 되는 '축'의 개념을 깊이 있게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인체를 그리는 데 필요한 시각적 감각과 해부학적 지식, 즉 미적 감성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 '시작하며' 중에서


글과 일러스트를 그린 카토 코타는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2014년)를 받았다. '이즈의 미술 해부학자'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와 강습회에서 미술 해부학을 널리 소개하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가 41만 명이 넘고, <포즈의 미술 해부학> 을 포함한 다수의 저서가 있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인체의 뼈 구조 이해하기(제1장), 뼈를 단순화해서 그려 보기(제2장), 뼈를 그리는 다양한 방법 익히기(제3장), 축으로 인체 그려보기(제4장) 등을 통해 인체의 기본 틀을 보다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인체의 뼈 구조 이해하기


뼈의 형태를 이해하지 못하면 '축軸'이란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뼈의 기본 구조부터 살펴봐야 한다. 뼈는 해부학에서 가장 먼저 공부하는 내용이다. 특히 뼈의 명칭은 근육 명칭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함께 익혀두는 게 좋다.


뼈는 유백색의 단단한 조직이다. 인체를 그림 또는 조각으로 표현할 때 몸의 길이와 너비, 전체적인 비율(프로포션)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뼈다. 우리 몸의 표면에서 직접 확인 가능한 뼈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 드러난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면 피부 너머로 뼈의 전체적 구조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사진, 척추)


이밖에도 책은 목뼈, 엉치뼈, 꼬리뼈, 머리뼈, 흉곽(가슴우리), 빗장뼈, 어깨뼈, 위팔뼈, 척골, 요골, 손의 골격, 여성 골반, 남성 골반, 넙다리뼈, 정강뼈, 종아리뼈, 발의 골격, 몸통의 골격, 팔의 골격, 다리의 골격 등의 구조를 그림으로 보여준다. 


뼈를 단순화해서 그려보기


이번에는 뼈의 형태를 프레임과 축으로 바꾸어 그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주로 둥글고 볼륨감 있는 형태는 프레임으로, 가늘고 길쭉한 형태는 축軸으로 파악해 나간다. 가슴우리(흉곽)나 손처럼 프레임과 축을 함께 활용해 표현하는 부위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아래 과정을 거친다.


1단계: 프레임 또는 축을 그린다.

2단계: 두께나 길이 등 살을 붙여 형태를 만든다.

3단계: 뼈 끝부분의 세세한 볼륨감을 그려준다.

4단계: 형태를 다듬어 완성한다.


(사진, 척추 그리는 법)


척추 그리는 법외에도 머리뼈(두개골), 가슴우리(흉곽), 빗장뼈(소쇄골), 어깨벼(견갑골), 위팔뼈, 아래팔뼈, 손 골격, 골반, 넙다리뼈(대퇴골), 정강뼈, 종아리뼈, 발 골격, 몸통 골격, 팔 골격, 다리 골격 등을 그리는 법도 소개하고 있다.


뼈를 그리는 다양한 방법 익히기


그런데, 뼈를 그리는 방식은 다양하므로 다른 접근법을 소개한다.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활동한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미술 해부학>의 저자인 아르노 모로가 고안한 방법이다. 이 그림은 예술가를 위한 뼈와 근육 묘사법 중 가장 초기의 예시다.


아르노 모로의 드로잉 방식은 전체적인 윤곽부터 시작해서 점차 세부로 들어간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접근 방식과 비슷하지만 형태를 인식하는 감각은 다소 다르다. 특히 곡선을 많이 사용하여 앞서 살펴본 그림보다 더 감각적이고 유려하게 보인다.


(사진, 척추 그리는 법)


축으로 인체 그려 보기


직접 그려보면 미술 해부학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상상에 의존해서 그리게 되므로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잘못 표현된 경우가 많다. 체표(몸의 표면) 선화線畵를 왼쪽 페이지에, 오른쪽 페이지엔 동일한 자세의 골격 그림을 싣고 있다. 그림 위에 직접 그려보며 연습할 수 있다. 166가지의 인체를 그려봄으로써 미술 해부학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사진, 체표 & 골격)


인체 내부의 구조를 관찰하다


골격을 반복적으로 그리다 보면 인체 내부 구조에 대한 관찰력이 증강된다. 또 어떻게 골격을 그릴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습득하게 된다. 이처럼 미술 해부학의 기초는 골격이다. 미술대학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골격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그림을 따라 그려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반복해서 학습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특히, 미술학도와 크리에이터들에게 책의 일독을 추천한다.


(사진, 에곤 실레의 '팔을 비튼 자화상')


#미술 #미술실기 #미술해부학 #인체의축을기준으로쉽게그리는 #카토코타 #도서출판성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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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시린
김보겸 지음 / 사람과가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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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시로 함축하여 쓸까 하다가, 글로 길게 푸는 까닭은 여기저기 부딪히며 방황하며 버텨 낸 시간들이 어쩐지 그리울 것만 같아서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고 싶었다. 또 훗날 마흔이 되더라도 서른의 이야기를 박제하면 서른의 이야기로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욕심이 들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보겸은 시인으로 마흔의 문턱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 들었다. 주말이면 남보다 더 일찍 일어나 열심히 살아 온 삶이었다. 사람을 담는 일을 시詩로 쓰다가 점점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에세이로 수다를 떨고 있다.


책 속에 총 20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상을'이란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도서의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스무번째 '서른에 시린'까지를 통해 열심히 살았던 서른 시절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나의 삼십대 시절은 어땠는지 타입캡슐을 타고 잠시 지난 과거로 떠나보았다. 남보다 늦은 나이로 캠퍼스 생활을 마치고 삼십대 초에 오직 오기로 시작한 중견행원의 삶은 내 그릇을 만족시켜 주지 않았다. 선배의 권유로 굴지의 대기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나이 마흔에 기업체 임원으로 승진했으니 나의 삼십대는 '도전과 창조'의 연속이었다.


이제, 저자의 삼십대 시절 에피소드 속으로 들어가 본다. 짧은 서평에 스무 가지 에피소드 이야기를 모두 다룰 수는 없기에 오직 나만의 관점으로 무척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들을 나의 감상평과 함께 요약함으로써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상을


이 에피소피를 읽으면서 작가가 따뜻한 마음과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고정된 수입이 보장되지 않은 '프리랜서'로 일한지 9년이 넘는 그는 때로 불안한 마음이 들지라도 어떤 날은 글쓰기에 집중하고, 또 어떤 날은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삶에 온 정성을 다한다. 그의 글을 재차 음미해 본다.


"삶을 살다 보면, 오르고 싶은 문턱에서 미끄러질 때도 있고 때로는 운이 좋게도 문턱을 오를 때도 있다. 늘 운이 좋은 법은 없기에 한 해마다 참 많은 감정을 갖게 된다. 힘이 빠질 때도, 힘이 생길 때도 있다. 살아가는 게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아 정이 든 교육생들과 헤어질 때는 편지라는 시를 읽어 드린다"(20쪽)




이는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인 것이다. 우리 모두 살면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이를 마치 당연한 듯 여기고 타인들의 도움과 격려 같은 감사함을 쉽게 잊고 만다. 나의 이런 망각은 나의 태도와 행동으로 연결된다. 이런 반복은 결국 타인을 향한 따뜻함이 결여되고 만다. 그렇기에 작가는 마음으로나마 응원해 주는 이가 있음을 기억하려 애쓰고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상理想을 품는다.


가끔 꺼지던 밤에 선명한 빛이 될 수 있을지도


"우리가 이승을 열심히 살았더니, 한순간 천국행 열차를 탔나 봐"


작가 부부는 결혼식을 마치고 푸꾸옥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새벽 4시 인천공항, 전날 행사로 인한 피곤함이 얼굴에 붙었음에도 정신은 맑았다. 주위가 고요한 가운데 새벽 도로를 밝히는 차들의 불빛이 아름답기만 했다. "예쁘다", 아내가 내 속을 들여다 본 듯 입 밖으로 내뱉었다. 짐을 부치는 긴 대기줄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결혼을 해 본 사람은 이런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매순간이 기쁨과 환희로 충만할 때이니까. 물론 결혼식 당일이나 신혼여행 당일에 헤어지는 일로 종종 신문 까십란을 장식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결혼준비와 살 집의 인테리어 등 할 일들의 연속에다가 큰돈이 많이 든다. 결혼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작가는 아내의 손을 잡으며 이런 다짐을 한다. 


"한 사람을 내 안에 담는 일이, 한 세상을 담는 일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안 후로 한걸음씩 하루를 놓는 일에 늘 다정하려 애쓴다"(46쪽)




누가 대신 맨땅에 헤딩을 해주지 않는다


"왜 스스로 지옥 길을 뛰어드니?"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 사람을 궁금해하고, 오늘이 가는지도 모른 채 즐거움을 느끼던 시절도 있었다. 작가는 예전에 다년간 독서모임을 운영했는데, 그 때가 그랬다. 지금은 그런 즐거움보다 혼자 자문자답하는 이런 과정을 더 즐긴다. 자신을 잘 아는 건 결국 '나'이기에.


다니던 회사를 나오려고 부모님과 직장 선배에게 조언을 구할 때 작가는 응원보다는 염려와 질책이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지금 시절은 많이 변했다. 크리에이터나 블로그 운영자 또는 유튜브 진행자들이 훨씬 더 많은 고소득을 올리니까. 하지만 과거엔 회사 다니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다른 일로의 도전은 늘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맨땅에 헤딩을 한다는 각오가 없이는 누가 대산 맨땅에 헤딩을 해주지는 않는다"(82쪽) 




나도 그랬다. 회사를 이직할 때는 그렇지 않았지만 IMF 시절에 난 잘나가는 상장회사 임원직을 던지고 평생 한번 올 것 같은 투자의 기회라는 판단이 섰기에 전업투자에 올인하기로 결심했을 땐 달랐다. 당시 주위에서 만류들이 많았고 심지어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하겠다는 진풍경마저 벌어졌다. 이때 오직 나를 응원했던 사람은 나의 아내였다. 수많은 새벽 밤을 밝히고 온갖 국내외 재테크 도서들을 잔뜩 쌓아 놓고 득도得道하려는 간절함으로 공부했던 나를 곁에서 오래 지켜봐 왔기에.


다시 오지 않을 삼사십대를 생각하며


손에 잡히는 작은 책은 나에게 다시 오지 않을 삼사십대 시절의 추억에 잠기도록 만들었다. 미처 생각한 적도 없었던 일들에 대한 기쁨, 감사함, 반성 등 여러 감정을 일으키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작가의 따스한 마음씨를 통해 충분한 위로의 시간이 될 것이란 점이다. 특히, 삼십대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에세이 #에세이추천 #삼삽대에세이추천 #책추천 #서른에시린 #김보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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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육아는 게을러야 한다
박미경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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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다시 세우는 기록이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먼저 나의 삶을 선택하기로 한 엄마의 이야기다. 그리고 예전의 나처럼 자책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당신에게 건네는 응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박미경은 의료기사로 일하며 글을 쓰는 워킹맘으로 육아와 일, 사랑과 책임, 돈과 불안 사이에서 균형을 잡느라 자주 흔들렸고, 그 흔들림 속에서 글을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며 마주한 비교와 죄책감의 무게를 기록하면서 부모가 먼저 회복될 필요를 발견했다. 이에 작가는 '미안한 육아' 대신 '가능한 육아'를 제안한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워킹맘의 임신은 전투에 가깝다(1장), 당신의 육아는 게을러야 한다(2장), 부모님 찬스를 써야 하는 당신(3장), 아이도 엄마도 자라고 있어요(4장),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나를 찾는 법(5장) 등을 통해 중요한 건 완벽한 육아법이 아니라 시작임을 이야기한다.


먼저 이 도서를 읽게 된 사연을 소개하려 한다. 현재 18개월 정도의 아기(딸)을 육아 중인 나의 딸에게 이 도서가 다소 도움될 듯해서 서평단에 응모하여 선정되어 편의점 택배를 통해 지난 1월 말경에 수령했었다. 설연휴 때 만난 딸에게 이 책을 전달했는데 다시 나에게 되돌아왔다.


사정을 말하자면, 사위가 수원에 위치한 삼성 그룹사에 경력직으로 이직함에 따라 현재 거주 중인 고양시 덕양구에서 수원까지 출퇴근하기엔 너무 벅차서 이사하기로 결정, 관련 일들을 준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늙은 아버지인 나에게 글쓰기 숙제가 생기고 말았다. 사실 글솜씨는 고등학교 선생님인 딸이 나보다 좋다. 결혼 후 늦게사 7년 만에 딸을 얻어 현재 육아 휴직 중이다.


워킹맘의 임신은 전투에 가깝다


마흔이 다 되어 난 늦장가를 갔다. 혼자 사는 라이프 스타일이 좋아서 결혼은 아예 포기하고 10년 가까이 그렇게 지냈다. 네 살 아래인 여동생은 진작 먼저 결혼했지만 열 살 아래의 막내 남동생은 짝이 있음에도 굳이 형이 먼저 결혼해야 자기도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나를 압박했다.


아동용 도서 출판사에서 일하다 결혼한 여동생은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임산부로 직장에서 근무했다. 제약회사 영업직이던 남편의 월수입만으론 집을 장만해서 분가하는 게 힘들다고 판단헤서 맞벌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짧은 출산 휴가 뒤 회사에 복직, 워킹맘의 육아가 이어졌다. 가히 전투에 가까웠다. 


한편, 나는 당시 대학에서 전임 강사로 일하던 노처녀와 맞선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 함께했던 양가 부모님들은 서로 만족스러웠는지 사주를 교환하고 결혼을 서둘렀다. 이때 내가 내건 조건은 결혼 초기엔 대학 강의를 포기하고 가사와 육아에만 전념해 달라는 것이었다. 워킹맘의 육아가 어렵다는 걸 여동생의 사례를 통해 이미 알았기에.


선남선녀善男善女가 만나 사랑해서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면 자연히 아이가 태어난다. 물론 삼신할미의 개으름과 시기猜忌로 인해 난임難姙을 겪는 경우도 제법 많다. 앞서 밝혔던 것처럼 현재 육아 휴직 중인 내 딸도 난임을 겪다가 7년 만에 임신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속이 탔을까?     


“엄마도 좀 누워있고 싶어.”란 말을 저자는 차마 내뱉지 못한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므로. 그렇다. 워킹맘 대부분은 일도 육아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오히려 자괴감自愧感마저 들며 스스로를 원망까지 한다. 여러 차례 고민 끝에 내 여동생은 직장을 포기했다. 따가운 주변의 눈총이 더욱 원망스러웠던 것이다. 


"당신의 육아는 게을러야 한다. 엄마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아이도 엄마도 자라고 있어요

저자의 동생 부부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상황이라 저자의 과거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새벽엔 출근 준비를, 퇴근해선 두 아이를 돌보느라 녹초 신세를 면할 수가 없다. 그나마 첫 아이는 교대로 돌보며 숨을 고를 수 있었지만, 둘째 출산 후엔 육아의 난이도가 무려 네 배로 증가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내 딸이 사위의 직장 근처인 수원으로 집을 이사하는 것은 잘한 결정이란 생각이 든다. 딸은 현재 경기 북부 지역 공립 고등학교의 교사이지만 육아 휴직이 종료되는 올해 연말 쯤 경기 남부 지역으로 전근 신청를 할 계획인 모양이다. 

아이를 외동으로 키우는 저자임에도 놀이 육아를 졸업하는 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준다. 그러면서 아이는 성장한다. 좀 더 쉽게 이 시기를 넘기는 방법도 터득했다. 즉 둘 다 좋아하는 놀이를 찾는 것과 아이의 놀이터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아이가 노는 동안 옆에서 줄넘기라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사진, 슬기로운 놀아주기)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나를 찾는 법

외손녀를 만나려고 가끔 딸의 아파트에 들린다. 엄마와 함께 놀이를 즐기던 외손녀는 오랫만에 보는 외할아버지가 여전히 낯설다. 한 동안 말도 없고 백발 머리가 이상한지 계속 머리카락만 쳐다 본다. 옆에서 엄마가 외할아버지라고 계속 얘기해줘도 아이의 관심은 온통 백발 머리에만 가 있다.

현재 1년 6개월 쯤 된 외손녀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일전에 갔을 때만 해도 혼자서 잘 걷질 못했는데 이젠 혼자서 여기저기 걸어 다닌다. 딸은 이런 모습을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의 사업 실패로 인해 채권자들 등살에 힘겨워하는 아내와 황혼 이혼을 하고 보니 딸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많다. 부산 친정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는 아내는 딸의 육아 휴직이 끝나기 전에 수원 딸의 집에 머물면서 한동안 육아 뒷바라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니 고마울 뿐이다.



(사진, 하루를 행복으로 채우는 법)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사나와 딸은 대학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정도로 우울감에 빠졌지만 이런 감정이 서서히 회복될 수 있었는데, 이는 독서를 하면서 '소확행'의 의미를 깨닫게 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행복은 삶의 고단함을 이겨내는 커다란 힘이 된다. 소소하고 작은 행복을 삶의 도구로 사용해 보는 것도 정신 건강에 매우 좋을 것이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모닝커피라는 작은 행복을 누려 왔고, 요샌 숙면을 위해 허브티를 마신다고 한다. 최근에는 '다이어리 꾸미기'라는 새로운 행복도 발견했으며, 주말에는 '드라마 몰아보기'라는 행복으로 에너지를 충전할 생각이란다. 이렇게 소확행들을 배치하면 힘들게만 느껴졌던 일상도 활기찬 하루로 변할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강인하다고 했던가. 내 주변만 봐도 그렇다. 사소한 일에 행복을 느끼고, 취미를 즐기며 긍정적인 사람들은 강인하고 또 멋져 보인다. 회복탄력성이 좋으며 힘든 일이 있어도 잠시 넘어졌다 툴툴 털고 일어난다.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236쪽) 

육아는 게을러도 괜찮다 

책을 읽고 책장을 덮고 나니 앞으로 고생할 딸의 육아 모습이 마치 영화 한편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혼한 아내가 친정집을 떠나 수원으로 올라와 딸의 육아 뒷바라지를 하겠다니 다소 위안감이 든다. 이러고 보니 남자는 세상에 쓸모 없는 존재처럼 느껴져 내 어깨가 더욱 축처진다. 아무튼 딸에게 말하고 싶다. 일상이 행복해야 육아애도 도움이 되므로 "좀 게을러도 괜찮다"고 말이다. 


#육아에세이 #육아책추천 #당신의육아는게을러야한다 #박미경 #포레스트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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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상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편석환 지음 / 가디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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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역으로 일상과 더 가까워지고 싶고 일상을 더 잘살고 싶은 절실함이었다. 일상의 성실함이 더 이상 무기가 되지 않는 세상에서 작지만 숨통이 되고 싶었다. 힘든 일상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오늘의 세대에게 자그마한 위안이라도 되고 싶었다. 힘든 세상에, 모든 일상에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다. ‘괜찮다.’ - '책을 펴내면서'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편석환은 43일 동안의 묵언 수행과 함께 일상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기를 택했다. 그 이유는 너무 익숙함에 취해 있다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다시 보일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말보다 고요함을, 속도보다는 느림을, 관계보다는 나 자신을 택했다.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광고쟁이와 대학에서의 강의로 30년을 보낸 일상이었다.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일상에서의 단상斷想(1장), 일상에서 멀어지기(2장), 멀어진 일상에서의 하루(3장) 등을 통해 크고 작은 삶의 굴곡 속에서 흘러간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228가지 짧은 글귀로써 저자 본인의 느낀 바를 전하며 '괜찮다'는 위로의 말로 우리들을 보듬는다. 

이에 난 많은 짧은 글귀들 중에서 내 마음을 움직이거나 '옳다구나' 하고 내 무릎을 치게 만든 순간들을 요약해서 마치 필사하는 기분으로 옮겨 적고 내 나름의 감상평과 함께 적음으로써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고 다른 글귀를 더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의 단상 

삶의 끝은 결국 일상과의 이별이다.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일상과의 이별, 곧 죽음이라는 근원적 공포가 우리 삶에 내재內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일상과 멀어지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결국 그것이 일상과 가까워지는 삶이기 때문이다. 

일상을 살다 보면, 빨리 가야 할 때가 있고 멀리 가야 할 때가 있다. 상황에 맞게 어떻게 갈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빨리 가려거든 최대한 가볍게, 멀리 가려거든 최대한 무겁게 가야 한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거든 여럿이 함께 가는 것이 좋다. 



(감상평) 현재 독거노인의 삶을 지내는 나는 과거의 익숙한 일상들과 어쩌면 담을 쌓고 지내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사람들을 좋아했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어서 그렇다. 그저 빠른 삶을 추구했기에 나홀로 즐기는 마라톤에 빠지고 한꺼번에 두 개의 산을 넘는 그런 산행을 즐겼다. 가벼운 일상을 즐기며 사람만 좋아하는 호인이 되어 내 뒤통수가 깨지는 줄 모르고 살다보니 가진 재산 모두 내놓고 이젠 담을 쌓고 지낸다. 

일상에서 멀어지기

우리는 거의 매일 같은 공간 속에서 생활하며 살아간다.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은 그저 공간의 단순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고 자기 자신을 찾는 문제다. 정형화된 공간에서 벗어나 본인 스스로의 공간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일상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일이 많다. 내가 무언가를 했을 때,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럴 일이 아니다.(중략) 내 스스로 어떤지를 생각해야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내 안에 침잠해야 한다. 그것이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감상평) 그렇다. 지난 내 삶을 되돌아보면 거의 기계 속의 톱니바퀴 같았다. 다람쥐 챗바퀴 돌듯 '집 - 일터 - 집'의 연속이었다. 자유 시간은 오직 주말 휴일 때 즐기는 마라톤 또는 산행이었다. 또 무리의 수장首長 생활을 자주 맡다보니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었다. 

멀어진 일상에서의 하루 

일상에서 늘 이용하던 식당을 가다가 새로운 식당에서 새로운 맛을 찾았다. 새로운 맛, 그 자체로 하루가 맛있다. 맛았는 하루, 멀어진 일상에서의 하루다. 

눈이 왔다. 어느새 오대산 월정사에 있었다. 전나무 숲을 걷고 있었다. 그저 눈이 왔을 뿐인데, 새로 온 눈, 그 자체로 하루기 상쾌하다. 상쾌한 하루, 멀어진 일상에서의 하루다. 



(감상평) 책읽기를 좋아하기에 책 속에서 이와 비슷한 귀절을 자주접했다. 늘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말고 다른 걸 선택하라고 말이다. 그러려니 했다. 난 식당도 한 곳이 정해지면 그 집의 단골이 되었다. 이런 나에게 큰 스승이 한 분 계셨다. 늦게 만났다. 믿었던 후배에게 투자자문사를 맡겼다가 쫄딱 망한 후에 만났다. 화병으로 잠도 이루지 못하는 사람 살리겠다는 심정으로 아내가 큰 스님에게 나를 인도했다. 참 많이 울었다. 참회의 눈물이었다. 


#에세이 #나는일상에서멀어지기로했다 #편석환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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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상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편석환 지음 / 가디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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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멀어진다는 의미가 산 속으로 들어가는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사색의 삶임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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