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2 세트 - 전2권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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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앞서 영화 예고편을 먼저 접했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사실 예고편을 보면서 낯설지 않은 이야기 거리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오직 1%만이 지구상의 부를 움직인다는 경제학자의 이야기를 보고 그들이 가진 재력이 얼마만큼인지 가늠할 수 없었던 나로서는 딱히 피부로 와닿지 않으니 구미가 당겨지지 않았던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소설의 주 무대가 되는 싱가포르의 부호들은 어떤 모습과 에피소드로 독자에게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린시절 싱글맘인 엄마와 미국으로 이민와 성장한 레이철은 29세로 대학교 교수다. 딱히 인종에 대한 선입견은 없지만 그녀가 만났던 동양권 남자들의 보수적인 면에 질려 어느 순간부터 동양인 남자들과의 교제를 꺼렸던 레이철에게 같은 대학 교수 친구가 새로 부임한 '닉'을 그녀에게 소개시켜주고 만난 날 닉은 레이철의 선입견을 깬 동양인 남성이 된다. 그렇게 2년여의 연애 기간동안 반동거 생활을 하다시피하지만 닉은 레이철에게 자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린다. 그러던 어느 날 닉은 친구의 결혼식 들러리에 가야한다며 여름방학을 자신과 함께 싱가포르로 가자고 한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가족에게 레이철을 소개하고 싶다는 닉, 둘이 한번도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29살이란 레이철의 나이와 2년여의 연애를 통해 어쩌면 자신에게 청혼을 하는것은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되고 그녀의 엄마도 닉이 청혼을 하려고 가족에게 소개시켜주는거라며 부추긴다. 어쨌든 레이철은 청혼이건 아니건 닉의 부탁으로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게 되고 비행기를 타자마자 한번도 타보지 못한 최고급 좌석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오랜 여정 끝에 도착한 싱가포르, 결혼을 앞둔 닉의 친구 콜린과 그의 약혼녀가 공항으로 마중나와 즐거운 시간을 즐긴 후 호텔 스위트룸에 묵게 된 레이철은 친구의 들러리로 바쁜 닉을 뒤로하고 그녀의 대학 동기였던 페이린을 만나 그녀의 집에 초대를 받는다. 평범한 자신의 가정과 달리 싱가포르 부모님이 부자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레이철은 사심없는 페이린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페이린네 집에 초대받았다가 닉이 들러리를 서기로했던 친구 콜린이 어마어마하게 부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까지도 레이철은 닉의 존재를 전혀 모르며 그가 부자라는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닉의 할머니댁에 초대를 받고서야 닉의 집안이 미치게 돈이 많은 부자 집안이란 사실을 알게 되는 레이철.

한편 영 집안의 외동아들 닉이 여자친구를 데려온다는 소식을 미리 접한 닉의 어머니는 레이철 집안에 대해 조사하고 그녀가 너무나 평범해서 거들떠 볼 필요도 없는 집안의 딸이란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주변에서는 닉이 레이철에게 청혼하려고 한다고 입방아를 찧고 닉의 어머니 엘리너는 이 사실이 제발 꿈이기만을 바라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들의 국적이나 외모만 바뀌었지 사는 이야기나 그들이 추구하는 물욕의 세계는 인종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부자라는 개념이 얼만큼 있으면 부자인지 그닥 알고 싶지도 않지만 소설속에서 그려지는 모습들은 혀를 내두르게 된다. 세계 곳곳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자신들의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일일이 헤아릴수조차 없는 그들의 삶이 솔직히 부럽게 비춰지진 않았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뒤에서는 어느 디자이너가 만든 얼마짜리 물건인지, 어느곳에서 채취되고 가공된 몇캐럿의 보석인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고 자신보다 부의 상위층에 있다면 바로 꼬리를 내리고 아첨하는 인간사의 모습이 그저 보고 있는것만으로도 나는 체력소모가 되는지라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는데 그 속에서 가장 빛을 발했던 것은 돈이 많음에도 겸손하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던 닉이 있어 그나마 위로를 받게 됐던 것 같다. 궁전같은 집과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값비싼 부동산들, 기분 내키는대로 물건을 사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재산, 자신이 가진것들을 과소평가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아스트리드의 남편 마이클이 그녀 집안 식사에 갈때마다 느끼는 긴장감, 불편함, 답답함, 지루함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의 뼛속깊은 곳까지 꽉 차 있는 자만감과 가져도 가져도 줄어들지 않는 욕심은 어마어마하게 재산이 많다고해도 결코 부러워할 수 없는 부분으로 비췄으니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고 모든 것에서 완벽할 수 없는 인간사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함이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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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 - 아베의 아름다운 일본은 있는가
이헌모 지음 / 효형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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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형출판 /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 / 이현모 지음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일본, 책 제목처럼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나라가 일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여곡절이 많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어 일본 정치인들의 행보는 우리나라 정치적 관심과는 다르지만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강건너 불구경할 수만은 없기에 매체를 통해 보게 되는 일본 정치 소식에는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것 같다. 그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바로 '아베 신조'일 것이다.

아베 신조의 정치 내력은 삼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정치인에게 쉽게 볼 수 있듯 아베 신조 또한 정치세습을 받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친할아버지와 친아버지와 같은 길이 아닌 아베 신조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의 집안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인데 그저 세습정치인으로만 알고 있다가 아베 삼대에 관한 책을 보며 흥미로운 사실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베 신조가 처음 정계에 발을 들여놨을 때는 애송이로 보는 견해가 많았고 실패도 있었지만 한번의 시련을 겪고 동일본대지진이란 뜻밖의 재난 앞에 무너진 민주당을 발판 삼아 재기해 운이 좋은 사나이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 전까지 파벌정치로 일관되어 오던 것을 고이치로가 변혁을 꾀하여 도입한 소선거구제도의 특혜를 톡톡히 보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파벌정치로 일관되었던 일본 정치계는 파벌이 아님에서 서러움이 많았던 고이즈미가 우리나라와 같은 소선거구제도를 도입하며 파벌정치가 쇠퇴한데 밑거름이 되었고 민주당 정권이 실패하며 여론이 아베로 향했고 지금까지 이어오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익의 아이콘으로 비춰져 늘 논란의 중심이 되는 아베인지라 그 기저에 깔린 심중이 무엇인지에 대해 출간되는 책들 또한 많이 볼 수 있고 더군다나 우리나라와 어쩔 수 없이 연관되는 것이 많기에 더욱 예민한 자세로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듯하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정치적 쇼로 더욱 우익의 아이콘임을 자처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긴하지만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그의 집안 내력과 우리나라의 대통령제와 달리 의원내각제의 비교, 의원내각제를 통해 총리가 갖는 절대적 권한등을 살펴볼 수 있고 북한의 도발을 자신의 정치적 발판으로 이용한다는 점 등은 얕은 꼼수로 비춰지기도했다. 사실 이러한 변수들에 힘입어 개헌을 더욱 가속화하는 그의 행보가 더욱 불안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나 매체에서만 보게되는 불안한 요소보다 이 책은 그의 정치 인생 속에 숨어있는 꼼수를 까발리는듯한 느낌이 강해 다른 책들보다 덜 어렵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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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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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식스 / 네메시스의 사자 / 나카야마 시치리


와타세 경부 시리즈 첫번째 이야기 '테미스의 검'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 '네메시스의 사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네메시스는 '복수의 여신'으로 와타세 경부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는 갱생의 여지가 없는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사형은 커녕 무기징역이나 형량에 비해 낮은 판결을 받은 가해자들의 가족들이 어느날부터 가해자가 피해자를 죽인것과 같은 방식으로 살해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저명한 교육평론가와 평범한 어머니를 두었던 '가루베 요이치'는 퇴근시간으로 붐비기 시작한 전철역에서 여대생과 12살인 소녀를 칼로 무차별 공격하는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다. 살인의 동기는 그저 타인보다 월등함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으로 현장에서 바로 검거된 가루베는 무고한 죽음을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이란 자각이 없는 인격체로 사형을 받아 마땅하지만 사형제도에 대해서 부정적인 판사의 견해로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그렇게 십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가루베의 어머니가 가루베가 피해자들에게 했던 방법과 비슷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터진다. 얼마 후 스토커처럼 여자친구를 쫓아다니던 '니노미야 게이고'는 파이프로 여자친구와 그녀의 할머니까지 잔인하게 살해하였지만 역시 사형 대신 18년이란 형량을 받게 되고 가루베의 아버지가 살해된 얼마 후 니노미야가 여자친구를 살해했던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니노미야의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을 죽인것과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당하는 피해자의 가족들, 그들 곁엔 네메시스라는 글자가 남겨지게 되고 사건을 맡은 와타세 경부는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의 유족들의 짓인지, 아니면 누군지 알 수 없는 제3의 인물이 피고인들이 저질렀던 죄의 복수를 대행하고 있는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들의 가족들이 동일한 수법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는 후안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반성의 기미는 커녕 자신의 변명만 늘어놓는 범죄자들을 사형시키지 않고 감옥이란 공간에 국민들의 세금으로 건강식과 복지를 누리는 것에 대해 반발을 보이는 여론과 그럼에도 범죄자들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점을 들어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날선 대립에서 범죄를 저지를 죄인보다 그 가족과 피해자의 가족들의 파탄난 인생, 사형을 내려야 마땅한 범죄에도 '원죄'가 존재여부 때문에 사형을 내릴 수 없는 판사의 고민등 여러 관점에서 적절하게 살펴볼 수 있는 소설이다.

그동안 피해자의 관점에서 감정적인 접근으로 이루어졌던 소설방식에 비해 피해자의 가족, 범죄자의 가족, 원죄와 사형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사법체계와 깊이있는 고찰없이 다가가는 언론, 그에 응하는 대중들의 모습을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고 생각을 이끌어내고 있어 단순히 범죄소설이라는 느낌보다는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평소 잔혹한 연쇄살인범이나 강간범들의 인권을 주장하며 사진공개나 사형제도 폐지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곤했지만 살인을 저질렀더라도 그 가족이 받아야할 수위높은 사람들의 질타로 인한 가족의 붕괴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드는 생각은 과연 사람을 몇명씩 죽이고 연약한 여자들을 잔인하게 강간하고 살해한 살인마들이 사회에 나오면 갱생하여 살 수 있는가이다. 어쩌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그들에게 사형이 가장 합당한 처벌이 아닐까하는 생각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줄 만큼 경악할 범죄를 저지르고서 그렇게 쉽게 죽이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에는 몰랐지만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때마다 점점 더 모호해지는 것 중에 하나가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일텐데 나는 한결같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람이었고 소설을 다 읽은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럼에도 심란하고 혼란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은 딱히 어느쪽이라고 속시원히 정의내릴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근대에 접어들어 사적복수가 금지되고 대신 재핀과 사형제도가 자리 잡게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재판 제도는 유족의 한을 조금도 풀어 주지 못합니다. 그러기는커녕 괴물 같은 살인자를 극진히 감싸고 죽을 때까지 돌봐 주는 복지 제도였던 겁니다.

가족이 살해돼도 나라는 피고인의 인권과 삶만 지켜 주고 살해된 이와 유족에게는 한 줌의 자비도 내려 주지 않았다. 법정은 복수의 장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유족에게만 일방적으로 인내심을 강요했다.

"개인이 대상이 아닙니다. '네메시스'는 지금 사법제도 자체에 복수하려는 겁니다."

법의 여신 테미스에게 도전하는 네메시의 사자. 저는 이번 사건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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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유쾌한 노부부의 여행 이야기
홍일곤.강영수 지음 / 라온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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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북 / 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 홍일곤. 강영수 지음



예전 케이블 TV '꽃보다 할배'란 방송을 보면서 황혼의 여행기가 부럽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짠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자식들 키우느라 젊음을 불사르고 여기저기 삐그덕거리는 몸을 이끌고 떠나는 황혼의 배낭여행! 멋있고 여유있어 보이면서도 왠지 만감이 교차하여 그 자체로도 참 생각이 많아졌던 프로였는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저자는 꽃할배의 연배는 아니지만 생산활동의 일선에서 물러나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늘 즐겁지 않지만 받아들이며 떠나는 여행일기인데 무엇보다 흥미를 잡아끈 것이 중년부부의 여행기였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여행다니는 것을 좋아라하는 나와 마냥 집이 좋은 남편은 지금처럼 무뎌지기 전까지만해도 이런일로 감정소모를 참 많이 겪었었다. 그래서 이 부부의 여행기가, 더군다나 중년의 여행기라 더욱 흥미롭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애초에 여행블로거도 아니고 여행이 좋아 떠났던 여행지의 감격과 환희에 젖어 중독처럼 찾아들었던 세계 여러나라의 이야기는 많은 곳들을 여행하며 찍었던 사진이 시골집이 불타면서 소실되어 지인들한테 보냈던 사진들을 소환하여 책에 실었기 때문에 다양한 사진을 구경할 수는 없다. 지도가 그려져 어느 곳을 어떻게 여행했는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지리적 위치감이 제로인 나에게는 혼돈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이어지는 여행 얘기가 즐거워서 책을 덮을 수 없었다.

가족과 함께 떠난 스페인 여행 뒤로 가족들과 헤어지고 부부는 몰타로 향할 것을 계획하여 준비하였지만 마지막 항공권을 한번더 확인하지 않아 벌어진 헤프닝으로 항공권은 취소된 상태이며 오도가도 못하는 공항에서 그나마도 차선으로 떠오른 나라들의 항공권도 매진, 이보다 더 암담할 수 있을까? 싶은 상황에서 중년 부부가 고른 곳은 '요르단'이었는데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왠지 꺼려지는 느낌이 있었던지라 속으로 '괜찮을까?' 싶었는데 세계7대불가사의에 꼽힌 '페트라'를 보면서 어쩌면 이보다 더 탁월한 선택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중국 '최씨'의 본고장을 찾아 나선 답방도 꽤나 신선했고 알마니아 여행에서는 100미터 목적지를 가기 위해 한참 뺑뺑 돌았던 택시의 나쁜 기억을 깨고 낙후되고 자본이 없어 시설도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어디서나 이방인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사심없이 반겨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바가지와 도난, 속임수가 난무하는 여행지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인간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 같아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꼽게 되었다.

세상에 완벽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은 많겠지만 배낭매고 떠난 여행에서 완벽한 여행은 기대할 수 없다. 돌발 변수가 너무 많고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여행을 많이 떠나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여행을 많이 떠났던 사람들은 완벽한 여행이라기보다 자신이 즐기고 담아두길 원하는 여행을 더 원한다는 것을 나의 경험과 여행기를 보면 많이 느낄 수 있는데 어느때부턴가 낯선 곳으로의 불편함, 무질서함, 속임수, 그보다 더한 위험 요소들 때문에 온몸으로,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지에 대한 근심걱정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위험요소에서도 두 발을 낯선 곳에 내딛게 되는 것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과 불쾌한 상황에서도 사람이 살아가는 그 곳들에 진정한 인간다움은 존재하며 그렇기에 심장이 터질것처럼 힘든 와중에도 여행의 묘미를 놓을 수 없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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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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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 우리가 추락한 이유 / 데니스 루헤인


"서른다섯 살이 되던 해 5월의 어느 화요일, 레이철은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 <우리가 추락한 이유>의 소설 첫 문장은 이토록 강렬하게 시작한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레이철이 왜 남편을 죽였는가?란 궁금증을 던져주고 1979년 레이철이 태어나고 자란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1979년 매사추세츠 서부 파이오니어 밸리에서 태어난 레이철, 대학교 교수인 그녀의 어머니 엘리자베스와 둘이 살아가고 있지만 어릴적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커피향이 나던 아버지의 기억은 항상 어머니와의 마찰로 인해 힘들 때마다 그녀에게 더없는 서글픔으로 다가온다. 그러던 중 차사고로 어머니를 잃게 되었지만 레이철은 어머니의 죽음이 슬프지 않다. 그 후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의 이름 '제임스'를 찾기 위해 흥신소를 찾게 되고 그 곳에서 '브라이언 델라크루아'를 알게 된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레이철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단서가 너무 적으며 아마도 찾기 힘들거라고 이야기하며 다른 곳에 의뢰해도 자신처럼 제대로 찾아낼 수 없겠지만 자신과 달리 시간을 질질 끌며 어머니가 남겨준 조금의 재산을 다 털어먹고 나서야 미안하다고 이야기할거라는 조언을 남겨주고 결국 레이철은 흥신소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버지를 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겨우 찾아낸 아버지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이었지만 새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까지 있는 화목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있었으나 그것보다도 레이철 본인이 자신이 딸이 아니라는 것에 큰 충격을 받는다.

모든 잣대에 엄격하고 히스테릭하며 집요했던 어머니, 다정했던 기억 한자락만을 남기고 떠난 아버지의 기억을 평생 끌어안고 살았던 레이철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늘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내면에 사랑과 행복,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는 레이철을 통해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상처받기 쉽고 연약한지, 겉으로 보이는 그녀의 명성 뒤로 그녀 자신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가슴이 아릿하게 다가온다.

기자로서의 명성을 떨치며 하루하루 승승장구하던 레이철은 매력적인 세바스찬과 결혼하게 되지만 주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잘 어울리는 한쌍이란 수식어 뒤에 그저 자신의 커리어에 레이철이 흠집을 내지 않고 빛나게 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아이티 지진 특파원으로 현지에 취재하러갔던 레이철은 자신이 숨겨주었던 소녀를 살려주지 못한 것을 계기로 겨우 잡고 있던 내면의 끈을 놓게 되고 방송 사고를 일으키며 공황장애도 심해지고 세바스찬과도 이혼하게 된다.

공황장애로 집밖엔 나가지 못하는 레이철은 식료품도 배달을 받아 먹는 것을 해결하며 지인을 만나거나 쇼핑을 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을만큼 상태가 좋지 않다. 힘든 날 속에 세바스찬과 이혼한 날 바에 들렀던 레이철은 그 곳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달라며 찾아갔던 흥신소 직원 브라이언을 만나게 되고 그 또한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된다. 자신의 공황장애를 알고 레이철을 지극정성으로 도와주는 브라이언, 평생 자신이 의지할 수 없었던 반쪽을 찾았다는 행복감에 레이철은 안도를 느끼며 둘은 결혼하게 된다. 모든 것이 다 순조롭게 흘러가는 나날 속에 레이철의 공황장애도 브라이언의 도움으로 호전이 되었고 이제는 집밖에 나가 쇼핑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도 갈 수 있다. 그렇게 공황장애가 진전이 되었는데 레이철은 출장을 간다고 떠난 브라이언을 집 근처에서 보게 된다. 그리고 점점 브라이언을 믿을 수 없게 된 그녀...

도입부분에 강렬한 이야기를 던지고 이어지는 그녀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처음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과 인생에 대한 의미없음 등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천사와도 같은 브라이언을 만나 레이철이 진정한 사랑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아가길 바라는 찰나 이어지는 남편의 이중생활, 그토록 믿었던 브라이언이었고 그녀의 아픈것을 알면서도 결혼하여 보듬어주었기에 레이철보다 내가 더 분노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후에 브라이언의 이중생활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장르로 발전하며 뜨뜻미적지근해서 진도가 안나가던 중반부까지의 지루함과 달리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끝까지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이며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란 생각을 품게 되는 소설 <우리가 추락한 이유>, 처음 접했던 작가였는데 내용이 흡입력 있다기보다는 상황마다 그것을 사실적으로 끌고가는 묘사가 탁월하여 기억에 남는다.

"믿는다면, 진심으로 믿는다면,
그리고 전략이 건실하고, 승리의 그날을 위해 가진 것을 전부 전장에 쏟아붓는다면."
그는 양팔을 넓게 벌렸다.
"무엇이든 이룰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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