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의 세계
듀나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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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 민트의 세계 / 듀나 장편소설


제목이 주는 호기심으로 들게 되었던 <민트의 세계>
하지만 제목이 주는 왠지 모를 말랑함과는 거리가 있는 소설이다. 예상과 달리 소설이 꽤 독특하고 강렬한데 <민트의 세계>는 현재와 같은 21세기지만 영화속에서나 보던 인간의 모습들의 등장에 현재를 살아가며 현재의 시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이야기 속으로 빠르게 스미지 못해 한동안 고군분투하게 되었던 소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SF 소설이나 영화를 딱히 즐겨보지 않는 편이라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며 따라가는데 다소 벅찬 부분이 있었다.

현 시대에서 많은 세월을 건너뛴 것이 아닌 21세기 중반의 어느 날 건물 21층 천장에서 시신이 불에 탄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로비의 보안 요원들을 건드리지 않고 건물 안으로 들어와 21층까지 올라간 사실과 그들의 등장에 아무런 감지를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의문점으로 남는 상황에서 이제 막 열일곱살이 된 시체의 주인은 류수현으로 밝혀지고 LK 특수학교를 다니고 있던 1급 정신감응자임이 추가로 드러난다. 그러나 기숙사 생활은 순조롭지 못했고 에너지원을 공급해주는 배터리 남학생과 함께 인천으로 도피하여 LK에 맞서 폭동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 남학생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 류수현은 새로운 배터리를 찾아 민트 갱이라는 새로운 팩을 만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경찰과 외부로부터 불가피한 공격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평범한 사람보다는 사람들에게 에너지원으로 공급되는 배터리와 정신감응자, 염동력자, 복합능력자들이 등장하고 자신의 능력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내며 그들을 조종하는 일들이 가능한 세상, 기업에서는 그런 기능들로 인한 생명체의 복제가 가능하며 그런 능력들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에 다가서기 위한 위험한 실험들이 실행되는 세상, 멀지 않은 미래지만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와 왠지 이야기에 더 몰입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빠른 전개와 읽고나서 우핫!하고 내뱉게 되는 반전이 있는 소설이다.

나의 비범한 능력이 사람들의 뇌 속에 침투해 그것을 믿게 만들고 하나의 전설을 만들며 그런 복합적인 이야기들로 인해 위험천만한 폭력이 발생하는 세상을 그려내고 있는 소설은 너무나 침울하고 암울하다. 이미 지구에서는 그 어떤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가져볼 수 없는 상황에 도래하였고 민트는 그런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것이 민트가 궐기를 시작한 이유였으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과연 민트는 그 곳에서 행복했을까?' 란 생각이 들어 그 또한 우울하게 다가오기는 마찬가지라 책을 덮고나서도 뭔가 끝나지 않은 듯한 느낌에 멍해졌던 것 같다. 

산뜻함과는 달리 암울한 미래 이야기였지만 꽤나 강렬한 독특함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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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세트 - 전2권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알베르 카뮈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 생각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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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뿔 / 페스트 1,2 / 알베르 카뮈



인간의 숨길 수 없는 본능에 대한 의문을 던졌던 <이방인>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페스트'보다 더 많이 알려진 '이방인'을 먼저 만나봤기에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뭔가 제대로 안끼워진 단추처럼 낯설게 다가왔다. 페스트라는 주제로 다가오는 1차적인 가벼움이 그 심오함을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생긴 의문점이란 생각이 들어 펼쳐보게 된 '페스트'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은 당시 이유를 알 수 없는 병명과 지독한 전염성으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전염병으로 '페스트'로 알려져 있다. 역사서와 소설 속에 등장하는 흑사병은 멀쩡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얼굴이 검게 변하며 시름시름 앓다 죽어버려 인간이 살아야 할 의욕도, 희망도 사그라들게하는 무서운 병으로 등장한다. 페스트로 죽어간 사람을 곁에서 바라만 보며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체 가족의 죽음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사람에게는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가 오랫동안 남았을 것이다. 당시 기록되었던 이야기만 보아도 처절할 정도로 깊은 슬픔이 전해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오랑시의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어느 날 피를 토하고 죽은 쥐를 발견한다. 그리고 무더위와 함께 쥐들이 빠른 속도로 죽어가기 시작하며 사람들에게로 전염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살기 위해 페스트에 대응하지만 속수무책일 뿐이다. 빠르게 죽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어떠한 대응방법으로 전염성을 이겨내야하는지, 언제 내가 전염돼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함등은 인간을 한껏 나약한 존재로 전락시킨다. 살기 위해, 죽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는 그 모든 순간들 속에서 신에 도전할정도로 자신만만함을 내비치던 인간의 본능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미약하게 다가온다. 내가 아니라면 그 누구든 상관없다는 식의 인간의 또 다른 본능 앞에서 몇년 전 극한의 공포심을 안겨주었던 '메르스' 사건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대낮 고요속에 잠긴 도심의 모습은 한편으로 죽음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지를 살펴볼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페스트'를 읽으면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빚어낸 비슷한 류의 소설들에서 느꼈던 극한의 공포감과 작은 실낱이라도 잡기 위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공포심을 이용한 공포와 부정 속에서도 살기 위한 인간의 긍정이 살아있는 듯하여 복잡한 생각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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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5
프란츠 카프카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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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뿔 / 변신 /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제대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물질만능주의가 비춰지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벌레로 변한 주인공과 가족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것을 여러번 보았기에 궁금했던 작품이었다. 기회가 되어 만나보게 된 '변신'은 시대상이 달라 그런지 문체에서 다소 신선함이 느껴졌는데 작은 포켓 사이즈의 책이어서 고전이 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장남으로 태어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는 '그레고리 잠자',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벌레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도 벌레로 변한 자신으로 인해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모습에서 서글픔이 밀려왔다. 생산 활동을 할 수 없는 미천한 벌레로 변한 자신으로 인해 가족의 대한 부양과 직장에 대한 걱정을 덜어놓지 못하는 모습에서 가정을 이끌어가는 가장의 무거운 어깨가 떠올랐는데 그 부담감과 압박이 얼마나 막중한지 '그레고리'를 보며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벌레로 변한 그레고리에게 그동안 경제적인 보살핌을 받았던 가족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도 잠시 점점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싸늘함이 느껴지고 생산활동을 할 수 없는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하며 가족들의 눈총을 받기 시작한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가족들이 알아주며 그레고리를 다독여주고 그레고리의 비워진 자리를 서로 협심하여 채워가는 모습이라면 좋았을텐데 '변신'은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벌레로 변하면서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해버린 상황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와 더 소름끼치고 기억에 남게 됐던 것 같다. 그저 존재만으로 감사한 것이 아닌 그 자리에서 당연하게 해야될 것들을 수행해왔기에 물질적 의미로만 인식되어지는 씁쓸한 상황은 그 시대보다 앞으로의 시대에 더 많이 다가와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암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레고리에게 가족들이 행했던 멸시어린 행동들과 비난들을 보며 상처를 받았던 그레고리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노력들을 가볍게 여기며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던 나의 모습들이 떠올라 '변신'을 통해 내 가족에게 그동안 행했던 행동들과 말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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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크러시 1 -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걸크러시 1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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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 걸크러시 1.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시대와 여성이란 신분을 넘어선 여성들의 걸크러시를 느낄 수 있는 <문학동네 : 걸크러시 1>을 만나게 됐다. 남성들이 중심이 되었고 여성들의 뛰어난 재능에 대해선 폄하되었으며 언제나 월등한 능력에도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남성의 조력자 내지는 2인자의 이미지로 비춰져왔던 위대한 여성들!

사회와 편견으로부터 억압당하고 남성 중심이었던 사회에서 철저하게 감춰졌었던 그녀들의 활약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 만나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지위와 삶, 밑바탕에는 걸크러시들이 무던히도 노력했었음을 간과해선 안되고 앞으로 내 아이가 살아가기 위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멈추지 말고 진보해야한다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책이라 사춘기를 맞은 아이이와 꼭 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유명한 위인전에나 나오는 여성들의 활약상이 아닌, 그동안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여성들의 삶이 이 책에 담겨 있어 보는 내내 그녀들의 진취적이고도 긍정적인 삶에 매료되었는데 타인의 시선과 시대적 편견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핸디캡도 긍정의 힘으로 승화시켰던 그녀들의 삶은 많은 본보기가 되었다.

걸크러시 1편에서는 15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남성처럼 수염이 났던 '클레망틴 들레'는 자신의 외모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중엔 그것을 자신만의 특권으로 승화시켜 호기심 어린 사람들이 시선을 잘 이용하였으며 마탐바 왕국의 '은징가'는 지리적 위치로 인한 침략에 대처하며 슬기로운 외교를 펼칠 줄 아는 여성이었으며 공포스럽게 생긴 자신의 외모를 이용하여 마녀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마거릿 해밀턴', 도미니카공화국의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에게 독재타도를 외치며 맞서던 '마리포사 자매', 종교적인 이유로 결혼해서는 안되는 신분을 넘어섰지만 죽음까지도 함께 묻힐 수 없음에 담 하나를 두고 무덤을 만들었던 사랑 앞에 완고했던 여인 '요세피나 판호르큄', 아파치의 훌륭한 전사자였던 '로젠', 척수성 소아마비를 앓아 무거운 보조기구를 착용해야했던 '애넷'에게 내려졌던 수영을 멋지게 소화해내 영국해협을 세번이나 횡단했고 수영으로 단련된 멋진 몸매와 거추장스러웠던 수영복을 개조해서 사람들의 비난어린 시선 뒤로 '켈러먼 스타일'의 수영복 붐을 일으켰던 '애넷 켈러먼', 학대가 심했던 아버지 때문에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칼 에이클리' 박제사의 조수가 되면서 그와 결혼하게 되고 여러곳을 탐험하며 영장류에 대한 책을 썼던 '딜리아 에이클리', 흑인으로 태어나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무대위를 종횡무진했으며 레지스탕스로의 활약을 선보였던 '조세핀 베이커', 무민 시리즈로 유명한 '토베 얀손', 출산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남장을 하고 의료행위를 했던 '아그노디스', 남편에게의 학대가 사회운동가로 거듭나며 자신처럼 학대받고 상처받은 여성들을 도와주기 시작한 '리마 보위', 노년을 바다가 보이는 멋진 풍경에서 살기를 희망했고 그 꿈을 이루었지만 해안이 침식되는 상황 앞에서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보다 침수를 막는 친환경적 침수방법으로 15년동안이나 몬토크 등대를 지키는 공사를 단행했던 '조르지나 리드',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적 기질로 고민하던 자신의 정체성을 성전환 수술로 바꾸고 멋지게 여성의 삶을 살아 샐러브리티로 성공했던 '크리스틴 조겐슨', 냉정하고 포악하다는 이야기로 사람들 뇌리에 자리잡은 '무측천' 황제의 이야기까지! 평소 알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과 알고 있었지만 남성들의 의해 날조되었던 이야기들이 여성들의 시선에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수 많은 여성들의 삶을 바라보며 대단함과 존경심, 그녀들의 심지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어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자매가 독재정치에 맞섰던 '마리포사 자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정권이 교체되기 전 블랙리스트니 하는 등의 감시로 인해 몇십년으로 회귀하는 정치 모습에 충격을 받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행해졌던 독재정치를 살펴보면 자신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고문당했으며 그 말로가 처참할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도미니카에서 행해졌던 독재 또한 그에 못지 않았을텐데 그런 것들을 겁내지 않고 자매와 남편들까지 합세해 독재를 몰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자매들의 이야기는 대단하게 다가와 옳지 않은 것에 굴하지 않는 그녀들의 정신력이 존경스러웠다.

 

두께감이 얇고 만화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는데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핵심적인 내용만을 훑어보면서 여러명의 걸크러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이었는데 사은품으로 예쁜 엽서와 브로마이드도 들어 있어 그녀들의 발자취를 잊지 않을 듯하다. 평소 좋아하는 가수인 오지은씨가 추천했던 책이라 더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짧은 내용에도 임팩트가 강해 오랫동안 기억에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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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카약으로 2만 km를 달려간 남자
이준규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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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신 / 자전거와 카약으로 2만Km를 달려간 남자 / 이준규



예전엔 젊으니까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최근 노부부의 세계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이가 먹는다고 해서 하고 싶었던 것을 미뤄야 할 이유는 없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됐다. 아마 예전에 내가 이 책을 만났다면 젊으니까 그런 시도쯤은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해보지 못했고 이제 시도해볼 나이는 안되지만 당신은 젊으니까 해볼 수 있는 거라고 당연하게 얘기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무언가 열정이 있고 그것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가 너무 멋있어서 인생에 나이로 치부하여 결정해버리기엔 세상은 너무 넓다는 생각이 저자의 여행기를 보며 들게 됐다.

군대에서 읽었던 자전거 여행기가 계기가 되어 평소 너무나 좋아하던 축구의 고장 영국까지 자전거와 카누 여행을 계획한 이준규 씨, 그렇게 시작된 그의 자전거 여행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기 위한 중국 대륙을 통과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오르막과 내리막길, 트럭들의 무자비한 매연과 위험한 도로 상황을 잘 피하며 몽골로 진입했고 고비사막과 들개들의 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첫 생존 위험에 처하며 여러 번의 국지성 소나기를 만났고 너무나도 추웠던 러시아를 통과해 도중에 친해진 호주인 친구와 발틱 3국을 지나치며 폴란드와 체코, 독일, 유라시아 대륙의 마지막 네덜란드를 거치며 목적지 영국까지 자전거와 카누를 타며 지나온 235일간의 여행기는 각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 그곳의 환경, 국경을 지날 때 중요한 것들, 자전거 여행 시 고려하거나 준비해야 할 물건들이 쓰여 있다. 그동안 도보 여행기, 바이크 여행기, 노부부 여행기 등 여러 여행기를 보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시작된 여행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에 2만 km라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치 속에서 그가 헤쳐나갔던 고난의 여행기가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해져 책을 펼쳐들었는데 저자의 비가 오고 눈이 오는 악천후 기상에 대한 이야기만큼 거쳐갔던 나라에서 그에게 도움을 주고 따뜻한 마음을 베풀어 주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훈훈해서 평소 알지 못하는 사람의 이유 없는 친절에 대해 아이에게 조심성을 가르치던 나 자신이 참... 무색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친절을 가장한 폭력과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요즘 세상에 자전거 여행을 하는 젊은이에게 숙식을 제공해주는 일이 그렇게 흔한 건가? 싶을 정도로 이 책에서는 천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속세에 너무 때가 묻어있어서 그런 것인지 나는 대단한 자전거 여행기보다 따뜻하게 저자를 맞아준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낯선 충격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그만큼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은 것을 우리는 너무도 충격적인 사건 속에 노출되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모습에만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 나 스스로 괜스레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위험한 일들도 있지만 부딪혀보지 않고 너무 부정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또 한 번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였는데 그가 여행하며 만났던 수많은 천사들처럼 저자도 책에서 나오는 인세를 푸른 아시아재단에 전액 기부한다고 하니 사람과 이어진 좋은 추억들은 형태를 달리해 좋은 일들로 이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고생문이라며 만류했던 지인들의 이야기를 뿌리치고 고되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저자는 인생을 이겨낼 큰 밑거름을 얻어낼 수 있었던 여행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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