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인문학 - 그 골목이 품고 있는 삶의 온도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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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사상사 / 골목 인문학 / 임형남, 노은주 지음



어릴 적 골목을 누비며 놀았던 기억 한자락쯤은 모두 추억 언저리에 넣어두고 살지 않을까 싶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맞는건가 싶으면서도 뚜렷하게 남아있는 골목에 대한 기억 하나는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 꼬꼬맹이 시절 외할머니집 골목길에 환하게 비추던 햇살 한컷이다.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하는 왁지지껄하게 아이들과 어울려 놀던 기억은 아니었지만 그 골목길에 앉아 우두커니 앉아있었던 기억은 꽤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렇게 초등학생이 되어 다시 찾은 외할머니집 골목은 어릴적 기억하고 있는 영상 그대로였지만 너무나 작고 협소하여 새삼스럽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는 골목길에 대한 왠지 모를 쓸쓸한 기억이 있는데 최근 역사탐방을 다니게 되면서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살아낸 사람들이 이야기가 또 다른 시각으로 다가와 골목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그래서 <골목 인문학>이란 책을 보자마자 너무 궁금해졌던 것 같다.

제 1부 '골목에 삶을 두고 왔다'에서는 서울에서 자란 유년시절 골목길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아마 저자가 하는 골목에 대한 회상이나 느낌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직접 걸으며 보고 느낀 것들, 추억이 있었던 골목길에 대한 변천사와 그 곳을 살아갔던 인물들의 이야기 또한 인간이 살아가는 진한 역사를 느낄 수 있었고 내가 가보았던 공간에 대한 색다른 기억과 생각을 볼 수 있다는 즐거움 또한 느낄 수 있었다.

2부와 3부의 이야기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서울 중심의 1부를 지나 2부부터는 중국과 일본 골목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3부로 넘어가면 우리나라 지역 곳곳의 골목길에 대한 설명이 있어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골목길을 상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그 골목길에 대한 사진이 아니라 스케치가 있어 상상력을 더욱 자극해줘서 아련한 골목길에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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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두려운 사랑 - 연애 불능 시대, 더 나은 사랑을 위한 젠더와 섹슈얼리티 공부
김신현경 지음, 줌마네 기획 / 반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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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언제부터 이토록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는가? 아니다 이 물음은 잘못되었다. 전부터 사랑에 대한 두려운 모습은 존재하고 있었다. 묻히고 소리낼 수 없었던 여성의 침묵이 최근에서야 목소리가 되어 나왔을 뿐이다. 전에도 존재했지만 밖으로 나오지 못한 목소리들이 최근에 많이 들리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런 목소리들이 하나 둘 들리다보니 가슴설레며 잠못 이루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두려움의 감정으로, 밑바닥에 깔린 남성들의 시선과 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길들여진 여성들의 시선이 못내 죄의식으로 돌아오는 슬픈 딜레마 속에서 무엇을 판단해야하고 어떤 신념을 가져야할지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너무도 이른 시기 시대에 짜맞춰진 여성의 옷을 벗어던지고 과감한 행보를 보였던 나혜석의 '이혼 고백장'부터 민주화 이후 1990년대 영화 접속과 정사,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IMF 이후 나쁜 남자와 버스 정류장, 2000년대의 '달콤한 나의 도시' 소설과 '미녀는 괴로워', '연애의 목적'과 '치즈 인 더 트랩', 아이유의 '좋은 날'과 '밀회'까지, 최근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았거나 인기 대열에 올랐던 영화나 드라마, 소설, 노래 가사에 이르기까지 그 속에 담긴 페미니즘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흥미 위주로만 보았던 영화가 남성들의 잣대에 맞춰진 영화였다는 사실에 뒷맛이 씁쓸해지기도 했고 자신의 생각이 뚜렷하고 당찬 여주인공에게 괜한 시샘으로 손가락질했던 모습이 떠올라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융화되어 그저 말 잘듣는 인형처럼 아무런 의심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서글픔까지 느꼈던 것 같다.

무수히 많은 매체들을 통해, 즐겨 보았던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그것이 전달하는 깊은 의미까지 되새겨보지 못함을 소개된 영화나 드라마의 예를 통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어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젠더 공부를 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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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공화국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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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 반짝반짝 공화국 / 오가와 이토 장편소설


평범한 제목의 '츠바키 문구점'이란 책에 처음부터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연이어 읽었던 평범한 일본 소설이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도 무난했기에 별다를 것 없이 느껴지는 평범한 제목에 기대치가 낮았던 것 같다. 그런데 츠바키 문구점을 읽은 독자들 사이에 좋은 평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호기심이 들게 됐지만 기회를 놓쳤다고해야할까, 좀처럼 읽을 수 없었던 전작을 만나지 못한 채 속편 <반짝반짝 공화국>을 만났다.

처음엔 '반짝반짝 공화국'이 '츠바키 문구점'의 속편인 줄 모르고 '츠바키 문구점'의 작가 '오가와 이토' 작가란 것에 동해 읽게 되었는데 읽다보면 전편의 '츠바키 문구점'을 모르고 읽어도 큰 무리는 없지만 전편을 알고 읽으면 더 즐거웠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츠바키 문구점'을 하는 할머니에게 맡겨졌지만 살갑지 않았던 할머니와의 상처로 인해 방황을 했던 포포는 헐머니가 돌아가시고 가마쿠라로 돌아와 '츠바키 문구점'을 이어받고 있다. 그런데 이 문구점은 단순 문구점이 아닌, 에도시대부터 대필을 가업으로 이어져 내려와 포포는 11대 대필가로 활약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편에서 만나게 된 미츠로와 그의 딸 큐피와 한 가족이 되는 이번 편은 제목을 보면서도 '반짝반짝 공화국'이 뭐지?란 궁금증이 있었는데 오랜 세월 혼자 외롭게 지냈던 포포에게 가족이란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포포의 삶에 들어온 미츠로와 큐피가 지내게 되는 보금자리를 일컫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편을 읽기 전이라 요즘 세상에 대필가가 있다는 설정이 꽤나 재미있게 다가왔는데 대필을 맡기기 위해 포포를 찾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는데 대필가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놀랐지만 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사람들마다 처한 상황이나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는 문장, 대필 의뢰를 하는 사람들의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까지 모두 알아차려 스스로 판단하여 대필을 한다는 것 또한 굉장하게 다가와 생각보다 어려운 직업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수첩에 몇자 끄적이는 것도 귀찮아 핸드폰 메모장에 메모를 하는 요즘 세상으로서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배어있는 편지라니, 시대에 역행하는 구닥다리의 전유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연배가 있는 사람이라면 편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향수가 가슴 저 끝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단조롭고 평범하게 보일 이 소설은 빠르고 스마트한 세상에서 독자로 하여금 잊고 지냈던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이런 감정들이 전편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으로 다가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범죄 스릴러 작품이 시리즈로 이어지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가슴 풋풋하게 만드는 이런 류의 소설이 시리즈로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거나 오랜만인 것 같은데 작품을 읽었던 독자라면 이 소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같은 마음으로 바라지 않을까 싶다.

 눈을 부릅뜨고 있지 않으면,
인생의 셔터 찬수를 놓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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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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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몸이 너무 아파 손만대도 짜증이 나는 상황에서 찾게 된 병원의 진료실, 책상 하나를 놓고 마주하게 되는 의사의 기본적인 태도 때문에 화가 났던 경험이 나에게는 여러번 있다. 몸은 여기저기 아픈데 딱히 병명도 안나오는 와중에 계속되는 검사에 지쳐 질문에 대꾸할 기운도 없을 때 느껴지는 사무적인 말투에서 환자인 내가 느꼈던 감정은 불신이었다. '이렇게 아픈 사람을 두고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줄 여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슨 진료를 받는다고 이 고생일까?' 아마 환자인 입장이나 환자의 보호자가 되어 병원을 찾았다 겪게 되는 의사에 대한 불신은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내 몸이 아프니 할 수 없이 진료를 받고 있으면서도 딱히 신뢰나 교감을 할 수 없는 사무적이고도 가식적인 말투에 증상을 이야기하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는 일들이 많아졌던 것 같다. 더욱이 병명으로 잡을 수 있는 질병에도 이런 마음이 드는데 마음이 아파 찾게되는 병원에서 진심이 담기지 않은 형식적인 질문과 환자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는 의사에게 과연 누가 진료를 받고 싶어할까? <당신의 옳다>의 정혜신 정신과 의사는 의사의 관점이 아닌 환자 그 사람 자체에 중점을 두고 가장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아도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데 그 상처를 치유해보기 위해 프로이트나 융, 아들러 등의 이론에만 충실한 심리서를 끌어안고 힘겨워하지는 않았는가? 유명하지만 읽다보면 도대체가 나와 동떨어져 있는 듯한 그들의 진단에 고개가 주억거려지면서도 며칠 지나지 않아 싸그리 잊혀져버렸던 기억은 없었는가? 사람 관계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나도 프로이트나 융, 아들러와 관련된 심리서가 집에 꽤 있는 편이다. 읽을 땐 당장 구원을 받는듯한 기분이 들기도하지만 그 한편으론 진정한 위로보다는 증상에 대한 그들의 깨알같은 이론에 대한 자화자찬의 느낌이 들어 실망감 또한 느끼곤하였는데 이 책은 전문의의 손에 쓰여진 글인데도 그들이 그렇게 존경해마지 않는 이론은 등장하지 않는다. 나는 이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벅찬 감동을 느꼈는데 그동안 이론에만 충실했던 지침서에 너무나 지쳐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인간의 심리를 충실하게 풀어놓아 적당히 마음이 풀어질 찰나에 등장하는 이론들에 그동안 너무나 지쳐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내 마음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들췄던 심리서 때문에 더 혼동스러웠다는 것을....

정혜신 정신과 의사는 대기업과 사회적 재난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수 많은 사람들을 진료하면서 가장 중요한 본질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집밥과도 같은 치유의 지침이 되는 것은 자격증이 아닌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드는 공감과 위로라는 것을, 그것을 정혜신 정신과 의사는 '적정심리학'이란 단어로 표현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의사가 되었다는 자기 자만으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써 가장 기본적이고도 본질을 잊지 않는 자세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한글자 한글자 진심이 담긴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엄청나게 힘든 일이 있어 힘들었다거나 하진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무한 위로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이 들었다. 책만 읽었을 뿐인데도 이렇게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한결 마음이 가뿐해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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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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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 유한계급론 / 소스타인 베블런



생산 활동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소유한 재산으로 소비만 하는 계층을 일컬어 '유한계급'이라 한다. 유한계급에 대한 단어는 얼핏 들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함에서 오는 호기심에 동해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펼쳐들게 되었다.

유한계급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느 시대나 존재하는 지배계층일 것이다. 시대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었던 신분제도를 통해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수록 세금은 적게 내며 움켜쥔 부의 축적은 점점 늘어나는 모습은 비단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현재의 대기업을 통해 충분히 볼 수 있다.

'소스타인 베블런'은 야만적인 활성인 약탈을 우월한 것으로, 비활성인 노동은 천대하며 여기서 남자와 여자를 구분짓는 척도가 갈리는데 야만적이며 폭력적인 것은 그것이 살인이라 할지라도 가치있고 명예로우며 고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와 반대되는 행동들을 비천하며 무가치하고 비굴한 것으로 정의하여 평화로운 원시 단계를 거쳐 약탈적인 야만 단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약탈이 없는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는 부족을 야만 단계에서 퇴화한 원시 단계에 머무른 부족이라는 설명은 꽤 흥미롭게 다가왔던 대목이었다. 이런 야만적인 단계에서 무차별적인 자본주의 단계로 넘어오면 모양만 바뀐 약탈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데 금전적 경쟁, 과시적 여가, 과시적 소비, 금전적 생활수준, 금전이 좌우한느 취향의 기준, 금전 문화를 표현하는 의복, 노동 면제와 보수주의, 태곳적 특징의 보존, 현대 사회에서 발견되는 용맹성의 흔적, 행운에 대한 믿음, 독실한 종교 예실, 비차별적 이해관계의 잔존물, 금전 문화를 표현하는 고등교육이라는 14장의 주제를 통해 인간과 금전, 즉 인간의 자본주의 행위를 통해 시대를 달리해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으로 인한 무자비함을 엿볼 수 있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생각보다 좀 어렵고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하는 견해에 이따금씩 고개가 갸웃거리게되기도했지만 생각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어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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