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세트 - 전10권
장정일 지음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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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시작해서 근 2개월에 걸쳐 장정일 삼국지를 완독하고 나니 실로 감개가 무량~할 것 까지야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 해내었다는 그런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해서 조금 뿌듯하고 또 뻐근하다. 그러나 저러나 옛날에는 책을 한 권 띠게 되면 책걸이라는 것을 하기도 했던 것인데, 본인으로 말하자면 한 권이 아니라 열권을 읽었으니 떡을 만들어 동네방네 돌리지는 못하더라도 마누라와 소주라도 한잔 던져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감상문이라도 하나 써야할 것만 같은 그런 의무감이 또 든다. 물론 당근스럽게도 고인들의 책걸이란 아마도 기본적으로는 그 책 한 권을 두눈 감고 니라~니라~ 달달달 암송해낼 수도 있다는 것이겠고 모름지기 더 나아가서는 그 책에 담긴 사상과 정신을 실천궁행하겠따는 굳은 다짐을 더욱 굳히는 의식일 것인데..거기에 비하야, 본인이 삼국지 10권을 읽은 과정을 돌이켜 보자면 실로 통탄스럽다. 침대에 드러누워서 책의 대부분을 읽었고(따라서 자연 자는 듯 조는 듯 읽은 부분이 많음), 텔레비전을 보면서 또 책의 많은 부분을 읽었으니 문장이 눈에 잘 들어올질 않고 책장만 넘어가기 일쑤고, 똥을 누면서 또 일부를 읽기도 하고, 책 읽은 페이지를 표시해놓지 않아서 몇장 건너뛰어 읽기도 하고 했던 것이니 고인들의 독서에 견주어 볼 때 참으로 송구스럽고 부끄럽다. 암기위주의 교육이 학생들의 창의성을 말살한다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고 또 지당하신 말씀이기도 하다. 연이나 암송하고 있는 시가 한 두편 정도 있다면 그것도 멋있는 일일테고 구십구단은 아니더라도 구구단은 외워야 수학문제를 풀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소시적부터 흠모해 마지 않았던 장정일 선생께옵서 삼국지를 새롭게 쓰셨다고 하니 읽어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년전에 - 아마도 장정일 사부께옵서 불란서로 망명하시기 전이지 싶으다 - 본인의 친구 한 명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장정일이 너무 성문제에 집착 하다가 이제 바닥을 쳤으니 그에게서 더 이상 나올 게 뭐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넘의 전망에 본인도 어느정도 공감을 했던 것이고, 어쨌든 그 후 장선생께옵서는 불란서로 훌쩍 떠나셨고, 절치부심 장고 끝에 중국으로 눈길을 돌리신 것 같다. <중국에서 온 편지>가 장정일의 포르노소설들과 금번 삼국지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실망스러울 것도 없이 그동안에 숱한 삼국지가 나왔으니 장정일이 ›㎢鳴灼漫 살 찌르는 송곳같은 그런 뾰족한 수가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다. 서문에서 장정일이 매우 호기롭게도 자신이 무슨 대단히 새로운 삼국지를 쓰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 다른 것은 별로 없다. 기존의 촉한정통론에 대한 반론과 이론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들이고, 중화사상에 대한 비판, 동탁이나 여포, 맹획 등 권력투쟁에서 실패한 인사들이나 소위 변방의 오랑캐들에 대한 동정의 눈길도 그다지 새롭지는 않은 것이다. 삼국지 중간 중간에 나오던 한 사건에 대한 평을 곁들인 시문들이 많이 없어져서 오히려 재미와 삼국지 자체가 갖는 어떤 품격이 감해 졌다는 생각이고, 그 시문이 고루한 유교사상과 후안무치의 중화주의를 대변한다고 하더라도 그 행간을 읽어내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국 독자의 몫이라야 할 것이다. 작가가 나서서 이거는 이렇다 저거는 저렇다 할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닐까? 중간중간 등장하는 삽화도 본인의 기호와는 부합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그림에 붙은 설명에는 나름대로 새로운 것들이 있기도 했더라. 장사부께옵서는 뭘하자고 어쩌자고 시류에 편승해 삼국지에 손을 대었단 말인가.  포르노 소설이나 쓸것이지..오호 통재 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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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2-24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참 잘 쓰셨네요. 한참 웃다 갑니다.^^

붉은돼지 2005-02-2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rky님. 글 잘 쓴다는 소리를 들으니 깊이 민망스럽습니다. 멀리 계시는군요. 항상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어린 왕자 비룡소 걸작선
생 텍쥐페리 지음, 박성창 옮김 / 비룡소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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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버는 일? 밥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중에서

**********************

지난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보다가 옮겨본다.
어린왕자에 저런 말이 과연 나왔던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책을 뒤져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또 어떤가.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리, 만수산 드렁칡이~ 흥흥~
어쨌든 그 바람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맞다...맞다....

고고하신 옛선비들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명줄을 놓았고 또 거문고의 현을 끊었던 것이다
아하!!! 마음을 얻고 목숨을 버리니
믿음과 사랑이 과연 생명보다 위에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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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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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어렸을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정려각(旌閭閣) 할매라는 분에 대한 이야기를 무수하게 들으면서 커왔던 것인데, 심윤경의 달의제단을 읽고 나니 이건 결정적으로 우리 집안의 정려각 할매 이야기와 한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몇자 적어보고 싶은 생각이 동했던 것이다. 어린 아들을 앉혀 놓고 정려각 할매 이야기를 하실 때 아버지에게서는 가문에 대한 긍지와 조상에 대한 애정, 일족의 영광된 내력을 자손들에 자자손손 간단없이 전수해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들이 무럭무럭 피어올라 좁은 방안을 가득 채우곤 했었는데, 그때는 정말 무슨 소릴하시는지도 모르겠고 듣기 싫어 죽을 지경이었던 기억이 난다.

정려라는 것은 이른바 충신, 효자, 효녀, 열녀 등을 기려 나라에서 표창을 내리는 것으로, 문을 세우면 정려문이 되고, 비석을 세워 조그마한 전각으로 덮으면 정려각이 된다. 익히 알고 있는 열녀문도 정려의 일종이 되겠고, 이런 정려각들이 전국적으로 수천개가 된다고 하니 안타깝고 서러운 사연도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집안의 정려각 할매 이야기는 이렇다. 의성 김씨 집안에서 우리 집안으로 시집온 정려각 할매는 봉제사 접빈객에 한치의 빈틈이 없을뿐더러 부덕이 높고 높아 집안 어른들의 칭찬은 물론이요, 동네방네의 칭송도 자자하게 회자했던 것인데, 몹쓸 병에 걸려 지아비가 먼저 세상을 버리자 할매도 남편을 따라 자결하려고 했으나 태중에 유복자 있으니 차마 목숨 끊지 못하였고 열달지나 해산하자 여식이라, 그로부터 돌아누워 곡기를 끊고 단식하여 자결하게 되니 할매의 그때 나이 이십대 초반이었고, 나라에서 그 부덕의 높음을 표창하여 정려각을 내렸던 것이다.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빌리자면 이 정려각 할매가 친정 조부의 병환에 문안차 친정에 가게 되었는데,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친정아버지와 지관이 묏자리를 두고 상의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지관 왈 " ....이 묏자리는 자손이 번창하고 입신양명할 자손들도 수두룩하니 나올 자리이기는 하나, 혹시 물이 나올지도 모르며, 물이 나오면 천하명당이라도 아무 소용없는 것이니 오늘 땅을 파놓고 내일 아침에 가보면 물이 나오는지 안나오는 지 알수 있을 테니 그때 가보고 정하도록 합시다. "

이 말을 엿들은 정려각 할매, 묏자리가 탐나서 그날밤에 몰래 물동이를 이고지고 날라 밤새도록 묏자리에 물을 퍼부었던 것이니, 아침에 지관과 함께 묘자리에 가본 친정아버지, 아깝지만 어쩔수 없이 다른 곳에 할아버지의 묘를 쓰고 말았으니..시집을 위해 친정을 배신한 사례가 수다하거니와 낙랑공주가 호동왕자를 위해 자명고를 잡아 째버렸듯이 아녀자는 출가하면 외인인 것이다. 장례가 끝난 다음에 정려각 할매가 그 아버지를 졸라 못쓰게된 묏자리를 얻게 되었고, 그 후 지아비가 세상을 뜨자 그 자리에 모셧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어, 정려각 할매가 시집을 위해서 얼마나 충성을 바쳤는지 증명하고 있다 .  할매에게는 황송스럽지만 본인의 현재 몰골로 보건데 그 묏자리가 과연 천하명당인지 심하게 의심스럽다. 연이나, 할매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분투해야 겠다는 생각이 때때로 불끈 솟기도 한다. 

언문 편지에 등장하는 며느리와 어린 손녀를 죽이는 조씨 집안의 그 비정한 할배같은 사람이 옛날에는 실제로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지금도 그 비슷한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조선시대에는 조선시대에 맞는 삶의 방식이 있을 것이고 지금은 지금에 맞는 생활방식이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사람이 현재에 와서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이고, 지금 사람이 조선시대에 가서 살아가기도 역시 어려울 것이다. 과거의 기준을 현재에 들이 밀수 없듯이,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어느 시대에나 부조리와 불합리는 항상 존재해 왔으며, 역사의 발전을 믿는 사람들은 그 부조리와 불합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역사의 순환성에 의미를 두고 있거나 황금사관에 젖은 사람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고 어쩌면 과거가 지금보다 훨씬 나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가슴아픈 일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니, 인간의 한계이자 가능성이기도 하다.

책표지를 보니 작가 심윤경이 72년생이고, 서울태생으로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나왔다고 되어있는데, 그 연세와 전공과 출신성분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에 약간 놀랍다. 약관의 김지하가 오적을 쓰자, 어느 저명하신 한학자가 보고 놀라자빠지며 언제 그렇게 한문공부를 많이했냐고 했다는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다. 옛날에는 공부 잘하는 넘은 인간성이 더럽거나,  운동을 못하거나, 아니면 인물이 못생기거나 어쨌든 못한 구석이 한둘은 있어서 공부 못하는 넘들에게 일말이나마 위안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공부 잘 하는 학생이 놀기도 잘 놀고, 인물도 좋고, 인간성도 좋고, 운동도 잘해서 인간의 자질과 품성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살아 가기가 점점 어려워 진다.

아무리 속궁합이 잘 맞다고는 하지만 꽃미남 조상룡이 뚱녀에다 불구이고 추녀인 정실이를 정말로 사랑할 수 있을지 대단히 의문스럽다. 물론 본인의 이런 의문은 진실한 사랑을 모르는 한심스러운 한 남성의 삐뚤어진 애정관때문이겠지만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보고 겪어본 본인의 가감없는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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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지음 / 창비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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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이 1995년도이니 산천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그럭저럭 흘러갔다. 물론 본인에게는 그럭저럭 흘러갔겠지만, 생각건대 이 책의 저자인 홍세화나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세월이 치열하게 흘렀을 것이며 파란곡절로 굽이쳤을 것임에 분명하다. 별 볼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는 것들이 가당찮은 존심을 부리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본인이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에 대하여 품고 있는 생각들이 바로 그런 경우 되겠다. 왠지 베스트셀러는 작품성도 없을 것 같고 수준도 낮을 것 같고, 또 남들이 많이 읽는 책은 괜히 읽기 싫고 나는 뭐 특별한 책만을 읽는다는 그런 가소로운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인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 가소로운 생각이라는 생각이다.
 
근 10여년 만에 이 책을 펼쳐드는 것이 그런 가소로운 생각으로부터 내가 조금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읽기를 잘했고 앞으로도 베스트셀러라고 무턱대고 소외시킬 것은 아니라는 그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아마도 똘레랑스 되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똘레랑스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간단하게 줄이자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존중해야한다는 말 되겠다. 똘레랑스에 대한 말과 글은 무성하지만 행동으로의 표출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요 적막강산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운전하다 보면 욕이 절로 나온다. 어떨 때는 기관총으로 막 갈기고 싶은 생각도 꾸역꾸역 올라온다. 누구나 그럴진데 이런 국민성으로 과연 똘레랑스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프랑스는 망명자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 압제자에게는 그러하지 않는다.." 운운하는 프랑스공화국의 헌법조항은 울림이 있어 감동적이라 할만하다. 망명도생이라 했던가? 열국지같은 책을 보면 전쟁으로 해가 지고 전쟁으로 해가 뜨는 이른바 춘추전국시대에 수많은 영웅들이 외롭고 고달픈 망명도생의 길을 떠나 혹은 권토중래 금의환향하기도 하고 혹은 혈혈단신으로 고군분투타가 만리이국땅에 한많은 뼈를 묻기도 하고 했던 것인데 그런데, 진나라 공자 중이(重耳)로 말하자면 고난과 오욕과 질곡의 20년 망명도생 거지생활을 질기게 견디어 낸 끝에 결국 대권을 쥐게 되었으니(춘추오패의 두 번째 진문공 되겠다), 빠리에서 택시운전을 하며 근근히 버틴 홍세화를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없지않다. 십분당근으로 홍세화야 글하는 선비로 벼슬이나 득세에는 관심이 없겠지만 내 홀로 생각하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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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의 네딸들 14 - 완결
신일숙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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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때였지 싶으다. 야자시간이고 대입 원서를 쓸때여서 교실이 조금 두런두런 삼삼오오 어수선하기도 하고 했는데, 그 와글중에도 선견지명을 보지한, 향후 우리사회를 지탱할 탱탱한 동량임을 자부하는 모모한 넘들은 눈알이 빠져라 공부에 여념이 없었고, 천길 낭떠러지를 떨어져도 한참 덜 떨어진 한심한 넘들은 교과서에 침을 질질흘리며 엎드려 자느라고 잠꼬대에 두 손을 허우적 거리는 넘까지 있었던 거이다. 당연지사 본인은 정신없이 책을 보고 있었던 것인데, 굳이 시비곡직을 가리자면 그 책이 다름아닌 만화책이었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되겠다. 본인을 포함하여 교실 뒷자리 - 일명하여 대포석(대학포기석) - 에 앉은 4-5명은 그렇게 독서삼매경을 아득하게 헤매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 대포석 동학들도 처음에는 이현세, 허영만, 박봉성, 고행석, 이재학 등등의 남성 작가들을 좋아하고 또 즐겨봤던 것인데, 그러던 그 어느날(항상 그 어느날이 문제다) 한 넘이 문제의 순정만화 "아르미안의 네딸들"을 가져오던 바로 그날, 드디어 우리들은 눈이 확 트이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으니.....우리들은 모두 눈물을 철철 흘리며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우리들의 책가방에는......성문종합이니 수학정석이니 무슨 사전이니 하는 것들은 제 자리를 잃어버리고, 대신에 황미나의 "일곱번째 봉인"(베르히만의 영화가 생각나누만).., "우리는 길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 김혜린의 "북해의 별" 등등 편편이 주옥같고 보석같은 불후의 명편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던 것인데........아~ 세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아도 가슴이 벌러덩 벌러덩...뛴다..(하기사 가슴은 항상 뛰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그 당시 우리들은 '황미나' '신일숙' '김혜린'을 일러 한국만화계의 '성스러운 여류 3인방'이라 부르며 흠모해 마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렇고 그러한데 순정만화는 다음편이 무지하게 늦게 나오는 것이 또 문제라면 문제였던 거이다. 길때는 서너달은 기둘려야 되고, 그러다 보면 전편 내용은 다 까먹어버리고......허참.... "아르미안의 네딸들"은 본인이 고3때부터 보기 시작하여 대학들어가서도 보고 군대갔다가 휴가나와서도 보고, 제대해서 또 보고........참 오랜 세월을 두고 봤던 것이었으니...(참고로, 그때 대포석 아새이들은 그래도 모두 대학에 들어가 지금은 장가들도 가고, 잘먹고 잘자고 그래저래 잘 살고들 있다....참고다..) 단맛을 조금 볼라치면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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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심이 2004-05-2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저도 소장판으로 나와 있는걸 가지고 있지요.. 완결편이 있다는게 제일 뿌듯하더군요.
친구들이 한번씩 와서는 얼마나 좋아들 하는지.. 그시절이 기억나네요..

붉은돼지 2004-05-2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4권짜리 소장판 가지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