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낱말들 -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
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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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라디오의 버튼을 ‘꾹‘ 누르지 않고 주파수를 따라 다이얼을 ‘살며시‘ 돌리는 그런 책. 4인 4색의 작가들이 주제에 따라 ‘몸짓, 어린이, 관점의 소리, 동물에 대한 사랑‘을 ‘마음속 말‘로 ‘소곤소곤‘ 다정하게 들려준다. 김소영 작가의 글이 특히 더욱 좋았다. "우리 모두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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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예쁜 종아리 문학과지성 시인선 575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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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시를 읽으면, 그래도 아직 삶은 견딜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밥상머리에서 이론 펴지 않고 삶과 고양이들의 내력과 기척을 ‘저릿저릿 선연하게‘ 살피며 비탈길들을 공처럼 명랑하고 탄력 있게 달려간다. 그래서 아주 다행이다. ˝살아내느라 애썼다 / 미안하고 고맙고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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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들
방종우 지음, HYUN HO 그림 / 레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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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산타들은 대개 절박했다. 이 책에 나오는 산타들처럼. 1700년의 시간들 동안 활동해 온 그들은 이제 자본주의에 밀려 설자리가 없다. 20년 만에 온 아이의 편지에 그들은 루돌프의 빨간 코를 선물해 준다. ˝어린이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모두가 어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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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은 위험인물은 아니다

더 좋은 노동조건을 위해 쟁의를 파는 사람도 결국은

노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들은 적어도 자신이 속한 세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

는다

 

하루종일 구름이나 보고 할일 없이 떠도는 그를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소유의 욕망 없이도 저리 똑똑하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람, 혼자서 중얼거리는

행인들로 가득찬 지하철역에서도

그의 중얼거림만은 단박에 눈에 띄었다

허공을 향해 중얼중얼 말풍선을 불듯

심리상담과 힐링과 명상이

네온 간판으로 휘황하게 점멸하는 거리

 

어떤 슬픔은 도무지 함께할 수 없는 것이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람이 사라지자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했다   (P.60 )

 

 

 

 

권정생의 집

 

 

 

손님이 오면 마주볼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외면하고 나란히

창쪽을 향한 채

도란거렸다

 

이 집에서의 대화법은 그러니까 외면.

창문 너머 산과 들판을 서로의 눈동자처럼 바라보는 것

 

기척이 드문 마을 끝 곳집 옆

마주앉으면 이마가 딱 닿을 듯한 방

 

우리는 해지는 너른 벌판을 함께 보았다 (P.43 )

 

 

- 손택수 詩集,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中

 

 

 

 

의자

 

 

 

의자를 처음 만들었던 사람은

사람들이 이렇게 오래 앉아

일할 줄 몰랐을 것이다  (P.11 )

 

 

 

 

빗소리 듣기 모임

 

 

 

 

박세현 시인이 좌장으로 있는

빗소리 듣기 모임 청주지부

점심분과

회원은 아직 한 명

(회원 가입 원서를 준비하던 한 분이

밤새 빗소리 듣다가 못 나오는 관계로)

산에 나무를 많이 심은 뜻이

내리는 족족 냇물로 흘러가 시내나 강이 되지 말고

빗소리를 듣기 위한 지구 프로젝트인 것이니

빗소리 들으며 도시락 먹으면

소나기밥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점심 먹는 속도가

느려지는 걸 알 수 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만한

비 오는 날의 소풍에 나오는 것처럼

비 오는 날 길에 텐트 치고 점심 먹을 때

꼭 지나가는 사람은 한마디 한다

날궂이가 따로 없다고

그러면 비 안 오는 셈 치고 먹지요

하는 대답은 빗소리 듣기 모임의 창시자다운 말씀이다

간이책상 펴고

젓가락질할 때 빗소리는

언치지 말라고

꼭꼭 씹으라고  (P.17 )

 

- 이종수 詩集, <빗소리 듣기 모임> 中-

 

 

 

 

 

 

 

 

 

 

 

 

 

 

 

 

 

 

 

 

 

 

 

 

 

 

 

 

 

 

 

주말이 다가오는데 어쩐지 자꾸 마음이 답답하다. 그래서 詩들을 읽는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람을 생각하며, 권정생 선생님의 집을 생각하며, 의자를 생각하며, 빗소리 듣기 모임을 생각하며.

손택수 시인의 '머뭇거릴 섭'처럼 창문에 빗방울이 지문을 찍기를 바라며, 이종수 시인의 '빗소리 듣기 모임'에 나도 가입해 볼까나 씨나락 까먹는 생각도 해보며,

권수진 시인의 '페르소나'를 생각하며,

"맑은 날에는 항상 우산을 준비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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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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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야베 미유키만의 ‘도리모노초‘는 한층 각별하게 닿아왔다. 자신의 욕심에 미신을 이용한 ‘덮어씌우기‘나 남의 행복을 못 견디는 악녀나 부조리한 체제들을 읽으며 마치 현시점 같은 기시감에 묵직하면서도 ‘입장 약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토대부터 바꿔 나가려는˝ 의미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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