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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라이프 오브 파이(LIife of Pi)>를 보았다.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를 오래전에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이 영화의 개봉을 기다렸고, 드디어 오늘 리얼 3D로 보게 되었다. <색, 계>, <브로큰백 마운틴>의 이안 監督의 첫 3D 어드벤처 작품이다.

 영화의 첫 시작은, 재밌게도 나무늘보의 모습이 나오고 새로운 소설을 쓰기 위해 인도로 간 저자 얀 마텔은 "신을 믿게 할 이야기가 있다"는 한 노인을 만나고, 그에게서 이제는 어른이 되어 살고 있는 파이를 소개받게 된다. 그리고 파이의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된다.

 

 인도의 프랑스라 불리는 폰디체리. 열 여섯 살 인도 소년 '피신 파이 파텔'은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 1970년대 후반, 인도의 상황이 불안해지고 정부의 지원마저 끊기자 아버지는 캐나다로 이민을 결정하고 동물들을 북미의 동물원에 팔아버린다.

 

 동물들을 태우고 태평양을 건너가던 화물선이 난파되고, 정신을 차린 파이는 하이에나와 '오렌지 주스'라는 이름의 오랑우탄, 얼룩말,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구명보트를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죽인 하이에나를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잡아먹자, 파이는 호랑이와 자신이 모두 살아남기 위해선 호랑이를 길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그의 문제나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와 나의 문제였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또 비유적으로도 같은 배에 타고 있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터였다. 그가 죽으면 절망을 껴안은 채 나 혼자 남겨질 테니까. 절망은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니까. 내가 살 의지가 있다면 그것은 리처드 파커 덕분이었다. 그는 나를 계속 살아있게 해주었다."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중,)

 

 파이는 리처드 파커를 허기지지 않게 하기 위해, 거북이나 황새치등을 쉴새없이 잡아 채식주의자인 자신과 함께 먹었다. 폭풍이 치는 무서운 바다에서의 표류를 하는 동안 꿈과 몽상과 현실의 구분이 안되는 자신의 상황에서 '신이시여 저를 창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젠 돌아갈 준비가 되었습니다.'라 외친다. 그리고 리처드 파커와 죽음을 기다리다, 멕시코만의 해변의 끝에 도착한다. 그곳은 미오켓들의 섬으로 이젠 살았다고 안심하나, 밤이 되면 화학작용이 일어나 땅이 모든 생물체를 잡아먹는 식인섬이었다. 열매 속에 들어있던 죽은 사람의 이를 발견한 파이는 다시 바다로 떠나고 , 어느 날 한 섬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 섬에서 리처드 파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밀림속으로 가버린다. 그런 리처드 파커를 보며 파이는 가슴 아파하고(마치, 캐스트 어웨이에서 배구공 '윌슨'을 떠나 보낸 톰 행크스처럼) 이윽고 사람들이 나타나 파이는 구조된다. 그 후 파이는 캐나다의 토론토로 가 살고 있다.

 

 

 이 영화는 어린 10대 소년이 사나운 호랑이와 277일동안 태평양에 표류하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 잃고, 언제 자기를 해칠지 모르는 호랑이와 공존 아닌 공존을 하면서도 끝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한 소년의 이야기가 울림을 전한다.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의 부커상 심사위원이 말했듯이 "믿음이라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탐구하는 작품으로, 독자로 하여금 신(神)을 믿게 한다."처럼.

 

 

 대부분의 원작이 있는 영화들은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두 시간여의 짧은 시간으로 전달함의 한계에 원작에 못미친다는 실망감을 안기기도 하지만, 이 '라이프 오브 파이'는 3D의 환상적이고 놀라운 비주얼과 스토리의 탄탄함으로 원작의 메시지를 더욱 생생하게 전했던 것 같아 좋았고, 생각할 것들을 더욱 세부적으로 많이 주었던 듯 하다.

 영화와 훌륭한 소설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멋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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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1-02 22:15   좋아요 0 | URL
저도 내일 보러가요. 책 정말 재미있었는데, 영화 예고편을 보니 무척 반하겠더라구요.
원래 신랑이 아이맥스로 보자고 했는데, 우선 조카와 3D로 본후 아쉬우면 아이맥스로 보려고요. 영화가 원작의 충격스러운 결말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긴합니다.

appletreeje 2013-01-02 22:21   좋아요 0 | URL
아~~보슬비님! 너무 반갑습니다~~^^
저는 참 좋았어요~~ 보슬비님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내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라며, 행복한 밤 되세요*^^*

차좋아 2013-01-03 09:23   좋아요 0 | URL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 관심마저 없어진 파이이야기. 영화가 개봉 됐다는 소식에도 보고싶다, 생각이 없었는데 이 글 보고 봐야겠구나, 생각이 바뀌었어요. 리뷰 만큼만 재밌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appletreeje 2013-01-03 21:26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저의 조용한 집에 놀러 오셔서 반갑고 감사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좋았었는데, 차좋아님께서도 재밌게 보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영화란 지극히 주관적인 기호일지도 몰라서요.
편안하고 행복한 밤 되십시요~*^^*

드림모노로그 2013-01-03 15:31   좋아요 0 | URL
최신영화 소개에서 이 영화를 찍는데 엄청 오랜 세월이 걸렸다고 하더라구요 ^^
저도 이 영화 꼭 보고 싶어요 ^^ 호랑이와 파이와의 생존기 무척 기대됩니다 ^^
예전에 얀 마텔이 방한 할 때 시리즈로 사두고는 ㅋㅋ 먼지만 먹이고 있었어요 ㅎ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나무늘보님 ~

appletreeje 2013-01-03 21:25   좋아요 0 | URL
ㅎㅎ 이 영화 즐겁게 봤어요^^
드림님 지혜로운 따님이랑 함께 보셔도 재밌을 거예요~^^
아 얀 마텔이 방한한 적이 있었군요. 전 몰랐어요.
역시 드림님은 ~!!
좋은 밤 되시구요*^^* 드림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달팽이처럼, 살았던 한 해였다.

 달팽이는 다만 순간에 바라본 자의 시선에 그렇게 '생각되어지는 것'이지  느리지 않다.

 달팽이는 매 순간을 끊임 없이 움직이며 자신의 의지나 마음의 방향대로 이동중인 것이다.

 

 

  이 해의 마지막 끄트머리에 내게 고요히, 빠르게 '퀵 서비스'로 선물이 도착했다. 김동유의 <그림꽃, 눈물밥>을 받고, 차분하고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책표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림으로 아프고 그림으로 피어난 화가 김동유의 지독한 그리기'라는 상투적인 부제가 써있는. 그럼에도 왠지 이 책이 좋았다. 빨리 읽고 이 사람의 그림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욕망처럼 꿈틀거리고.

 해야할 일들이 잔뜩 기다리는데, 굼벵이처럼 느리게 혹은 나비처럼 날아가듯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엔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담담하게 치열한 내면의 소리를 써 내려간 그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출렁이기 시작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그의 글들과 그림들을 읽으며 충만한 행복함으로 젖어들며 아, 내게 이 책을 선물로 보내준 나의 그 사람에게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그의 그림들은 화려하고 예쁜 그림이 아니다.

 프롤로그의 제목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세상의 모든 유령들에게'라는, 사랑에 빠진 유령이 세상 밖으로 나오듯, 당신들이 당신들의 하고자 하는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 일에 완벽하게 자신을 던졌을 때, 존재는 드러남을, 이야기하고있다.

 

 

 '이제는 좀 안다. 내가 그토록 숨을 불어넣고 싶었던 그 천박한 이미지들이 사실은 내게 세상의 무언가를 만들고자 했던 열망이었음을, 미친놈처럼 그리고 또 그렸던 보잘것없는 것들이 나를 살아가게 하였고, 다시 일어서게 만들었고, 끝내 나를 환쟁이로 살게 하였음을 말이다.' (30쪽)

 

 

 

 그는 새롭고 세련된 이미지에 의해 밀려난, 그러나 여전히 어디선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이미지들에 주목하고 이를 채집해 여기에 기생한다. 그러고는 그것을 '낯설게' 보여준다. 그 목록들은 이발소 그림이나 성냥갑, LP음반 재킷 디자인, 광고탑, 위장무늬, 부적이자 죽은 이의 초상사진들이다. 인쇄된 서양미술사의 명화들 역시 차용해 낯선 방식으로 재배열한다. 이르테면 <모나리자>나 다비드의 <튈리 서재의 나폴레옹>처럼.

 

 

  '오래된 것들, 촌스럽고 사장된 것들의 생명력은 갈수록 짧아진다. 그러나 기억의 갈피 어디쯤에 있는 잊혀진 물건들에 생명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다면 그 작업도 쓸모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기존의 프레임을 비틀고, 변화를 주는 것도 단순한 변형이 아닌 또 다른 새로움이 아닐까.(144쪽)

 

 

 그는 이발소 그림에 때깔을 입히며 '유토피아 페인팅'이 될 수 있지 않을까를 꿈꾸며 시도하며 , 1990년대에 점과 도형을 반복하여 어느 형상을 캔버스에 그려내는 작업으로 변화를 한다. <꽃과 여인>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레디메이드'와 ''클리셰'의 이중그림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 이중그림으로 이화익 갤러리의 주선으로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나갔고, 픽셀 모자이크 회화기법으로 팝아트 미학을 자신의 예술철학으로 흡수하는 것은 물론, 대중예술로서의 팝아트에 깊이와 상상력을 더한 스타 화가이자 '도전자'에서 '거장'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김동유 화가의 그림은 아름답게 치장된 그림이 아니다. 삶의 흐름 속에 발생하고 포착된 '생의 순간'들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하얀 휴지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이 번지듯 마음 속에 스며들어 내게 고요한 기쁨과 생명을 느끼게 해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좋고 행복했다. 나의 '살아있음'의 순간을 누군가의 '살아있음'의 빛으로  반복하여 재조명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그림이 다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이상하게도 2002년의 자화상 'Self-Portrait'(52쪽)와 2000년의 'Flower and Woman'(82쪽), 계란 껍질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The Method of Colletion/1994'(282쪽), 그리고 체 게바라를 그린 'Che Guevara & fidel Castro/2009'(292쪽)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올해의 마지막 날에  뜻하지 않은 선물로 '그림꽃, 눈물밥'을 읽게 된 일은, 내게 큰 기쁨이었고,'굿 럭!'이다.  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붙어 있음으로.

 혼란스럽기도 하였고, 때론 정지되기도 했으며 그러면서도 다시 걸어 나갔던 내게 보상이기도 하고 '역동의 순간'이기도 해서 너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김동유 화가의 글을 빌어 올해를 마무리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그럼에도 갈 것인가, 아니면 그만둘 것인가. 그러한 절박한 순간이 다가오면 그것이 내길인지 아닌지를 알게 된다. 그 순간 정녕 포기할 수 없다면 그때부터는 그 과정을 즐기기 위해 미쳐야 한다. 미쳐서 그것이 과정인지 성공인지 조차 가늠할 수 없을 때 그 열정의 순간만이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자 성공 아닐까.(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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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01 01:26   좋아요 0 | URL
오, 이 책은 다른 서재에서 보고 혹한 책인데 말이죠. 표지가 예뻐요, 표지가.
트리제님,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내년에는 좀 더 친하게... 아니 가깝게(?) 지내보도록 해요. ㅎㅎ

appletreeje 2013-01-01 10:17   좋아요 0 | URL
ㅎㅎ 소이진님! 감사해요~~
소이진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훌륭한 글 많이 쓰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13-01-01 0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1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길의 세탁소

 

            이찬

 

 

 

          길을 만나고 돌아온 날은 세탁소에 들려야 한다 지나온 길들

          을 빨아야만 길 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길들을 만나는 일은

          죄를 짓는 밤 길들에게 죄를 짓는 밤은 세탁소의 신부에게 고

          해성사를 하는 아예 육체를 다시 헹구어야 하는 불안의 밤이

          다 불안의 밤을 세탁소에 맡겨 씻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의 몸

          에 악착같이 달라붙은 길들의 먼지 먼지들의 영혼을 다림질해

          야 하는 것이다 길의 세탁소는 늘 불안히 깜박거리고 네온의

          침들을 질질 흘리고 있다 길 안의 영혼 길 밖의 세탁소에서 너

          무 오래이 맡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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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30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30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이진명

 

 

 

 

 

        처음 왔는데, 이 모임에서는 인디언식 이름을 갖는대요

        돌아가며 자기를 인디언식 이름으로 소개해야 했어요

        나는 인디언이다! 새 이름 짓기! 재미있고 진진했어요

 

 

 

        황금노을 초록별하늘 새벽빛 하늘누리 백합미소 한빛자리

        (어째 이름들이 한쪽으로 쏠렸지요?

        하늘을 되게도 끌어들인 게 뭔지 신비한 냄새를 피우고 싶어하

      지요?)

 

 

 

        순서가 돌아오자 할 수 없다 처음에 떠오른 그 이름으로 그냥

        '앉아서마늘까'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완전 부엌 냄새 집구석 냄새에 김빠지지 않을까 미안스러웠어요

        하긴 속계산이 없었던 건 아니었죠

        암만 하늘할애비라도

        마늘짓쪄 넣은 밥반찬에 밥 뜨는 일 그쳤다면

        이 세상 사람 아니지 뭐 이 지구별에 권리 없지 뭐

 

 

 

        근데 그들이 엄지를 세우고 와 박수를 치는 거예요

        완전 한국식이 세계적인 건 아니고 인디언적인 건 되나 봐요

        이즈음의 나는 부엌을 맴돌며 몹시 슬프게 지내는 참이었지요

        뭐 이즈음뿐이던가요 오래된 일이죠

        새 여자 인디언 '앉아서마늘까'였을까요

        마룻바닥에 무거운 엉덩이 눌러 붙인 어떤 실루엣이 허공에 둥

      떠오릅니다

        실루엣의 꼬부린 두 손쯤에서 배어나오는 마늘 냄새가 허공을

      채웁니다

        냄새 매워 오니 눈물이 돌고 줄 흐르고

 

 

 

        인디언 멸망사를 기록한 책에 보면

        예절 바르고 훌륭했다는 전사들

        검은고라니 갈까마귀 붉은구름 붉은늑대 선곰 차는곰 앉은소

      짤막소......

        그리고 그들 중 누구의 아내였더라 그 아내의 이름 까치.....

        하늘을 뛰어다니다 숲속을 날아다니다

        대지의 슬픈 운명 속으로 사라진 불타던 별들

 

 

 

        총알이 날아오고 대포가 터져도

      '  앉아서마늘까'는 불타는 대지에 앉아 고요히 마늘을 깝니다

        눈을 맑히는 물 눈물이 두 줄

        신성한 머리 조상의 먼 검은 산으로부터 흘러옵니다.

 

 

 

                                                 -이진명 詩集, <세워진 사람>에서

 

 

 

 

 

  詩를, 부침개 한 장 받아서 먹듯( 재료들의 뒤섞임과 휘저음, 간과 기름과 후라이팬과 불의 공존으로 완성되는 그 부침개 한 장의 공덕으로,)

 읽는다.

 고양이가 열심히 구르밍을 하듯,

 아이가 흙에다 그림을 그리고 하늘을 한 번 보다 손을 털고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 또 내일을 꿈꾸는 일처럼,  개별적인 삶의 포옹.

 세상이 새해를 앞둔 갖가지 포즈로 분주하다.

 얼결에 어수선해진 나도 ,

 이럴때,  '앉아서마늘을까'면 참 좋겠다.

' 불타는 대지에 앉아 고요히 마늘을 까면', '눈을 맑히는 물 눈물이 두 줄 신성한 머리 조상의 먼 검은 산으로부터' 흘러오겠구나

 나의 인디언식 이름은,  '곰에게생선을' ? 아니면 좀더 희망적으로, '당신이걷고또걸으면'이나 '날아가는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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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30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30 2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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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에 남았고 끝까지 찾아주는 누군가도 생겼다.

 무엇인가를 만들어 냈다.

 지난 1년 지나보니 잔치의 연속이었다.

 마음으로 춤을 추면서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바라봐주고 손을 잡아 줄거라는 희망도 생겼다.

 이제 세상 속으로 한 발 더 다가가려 한다.'

 

 

 좀 전에 어느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보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 노숙인과 함께 춤을 추는 까닭은?' 이라는 제목의.

 

 이 이야기는 서울발레시어터 상임 안무가인 제임스전이, 자립의 기틀을 잡고 당당하고 자유로운 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려 '빅이슈'라는 노숙인 자립잡지를 파는, 다섯 명의 노숙인들에게 자신의 재능기부로 직접 발레를 가르치고 ' 서울발레시어터 성탄특별 프로그램 호두까기 인형'의 공연을 한 이야기다.

 

 '자기 몸은 다이아몬드보다 제일 중요합니다'

 

 종일 서서 잡지를 팔며 재활의 꿈을 일구는 그들에게 몸을 위한 자유와, 마음의 치유와 향상을 이끌어내는 이 프로그램을 보며 정말 충만했다.

 무엇보다, 무엇인가를 상대의 처지나 사회적 위치를 떠나서 함께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향하는  '공감하는 자'의 '동행'을 만나서이다.

 

 피에르 신부의 '단순한 기쁨'에는

'홀로 족한 자'와 '공감하는 자'가 나온다.

'홀로 족한 자'는 타인의 고통에 무관하게 자신만 만족하면 되는 사람이고, '공감하는 자'는 타인의 고통을 함께 하려는 사람이다.

 오늘은 성탄절이다.

 그런데 오늘 태어난 아기는  '홀로 족한 자'일까, 아니면 '공감하는 자'로 이 세상에 왔을까 다시금 되새기는 밤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희망'이라는 얼굴을 마주 바라보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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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5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5 23: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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