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말이 후대의 내 말인 줄 누가 알았으랴. 나에게 시의 '때'가 곧 시의 '곳'인 것.

 

 '죽을 때도, 죽어갈 때도 시를 쓸 수 있어?라고 내가 나에게 묻는다면 즉각의 자문자답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쓸 수 있다. 쓸 수 없다면 죽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정녕 이렇다면 시는 죽음 앞에서, 죽음 속에서 시이다. 궁극도 근원도 굳이 필요 없다.

 

 [서동시집]에서 괴테는 자기 자신을 '시들의 저자'라고 말한다. 그대로 본뜬다면 나 또한 이 시편들의 저자이다.

 

 이것은 베네체아에서 보낸 내 80세 절반에 걸쳐 나와버린 것이다. 시의 유성우(流星雨)가 밤낮을 모르고 퍼부어내렸다. 귀국 다음날부터 그런 노릇이 시차 따위도 없어진 채 조금 이어졌다. 이런 내 시의 행위가 어쩌면 한반도 일대의 빈약한 고대 시가에 대한 후대의 벌충일지 모른다는 것, 듬성듬성한 근대시에의 혈연적인 보강인지 모른다는 것에 어느만큼 연유할 것이다. 나 자신이 나 이전이기 때문이고 나 이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의 부록은 출국 전까지 몇군데에 발표했던 것들인데, 시집 [내 변방은 어디갔나](창비 2011) 이후에 해당한다. 따로 묶어둘까 했는데 그것들이 여기에 따라붙었다. 내 안성 시대를 마감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P.5~6 )

 

 

 생득관념은 아주 오래되었다. 동방에서는 '생이지지(生而知之)'이고 저쪽에서는 플라톤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말라르메도 어디선가 '노래는 타고난 샘으로 솟아난다'고 그답지 않게 말한 적 있다.

 그런데 이런 관념은 내 앞에서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에게는 그것이 바로 유아성(幼兒性)으로 바뀌어버리기 때문이다. '철학적 아기'라는 것이 '예술적 아기'를 가능케 한다면 나야말로 시의 아기인 것.

 

 시와 관련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나는 거의 동시적으로 아직도 덜 자란 삶이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비역설적으로 유년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로써도 내가 누구의 예(例)로 말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껏 지니고 있던 한마디를 아껴둘 까닭도 없이 내뱉는다면 나는 시를 처음 쓰는 것처럼 쓴다. 그래서 뜨겁고 울고 싶고 밤을 몽당 토해버리고 싶은 것이다.

 만약 내가 시의 진실의 기념이라면 그 기념은 아기의 진실이기도 하고 멍텅구리의 진실이기도 해야겠다.

 

 밤도 여러개로 쪼개어졌다. 새벽도 맨숭맨숭했다. 이런 시의 철야에는 내 진부한 괴력난신(怪力亂神)이 제멋대로 출몰하기 마련이다. 시에 대한 아기의 회의도 이따금 생겨난다. 세살 적 '왜?' '왜?' '왜?'처럼 말이다.

 과연 시는 시인가, 아니 시는 시가 아니어야 하지 않는가. 시가 시에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가 그것들이다. 이럴 때 내 시의 55년은 영락없이 시의 영년(零年)에의 깨달음이 있어야 하는 유아기의 세월을 회고할 지 모른다.  (P.6~7 )     /  [서문]에서

 

 

 

 

 

 

           무제 시편 231

 

 

 

 

        김수영이 죽은 다음 날

        마포구 구수동

        그 파밭이 있는 집

        빈 양계장이

        아직도 철거되지 않은 집

        그 집 대문에 들어섰다가

        물씬 죽음의 냄새가

        나에게 몰려와

        나는 흠칠 물러서고 말았다

        악취 이전

        비린 수박 냄새인지 오이 냄새인지 그런 냄새였다

 

        나는 문상객 찬 그 초상집을 떠나 버렸다

        청진동으로 나와

        해장국집에서 낮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마음 다잡고

        다시 시내버스 타고

        그 집에 갔다

        정한모한테 하드롱 봉투 얻어

        거기에

        조위금 한푼 넣어 던지고

        영정 사진 앞에 앉으니

        김수영의 누이 수명이 달려나와

        멈추었던 통곡 터뜨리며 달려나와

        니가 죽였어

        니가 죽였어

        고은 씨가 죽였어 하고

        내 등짝 치며

        더 큰 통곡이다가

        그 무작정의 통곡 어느만큼 기울어지고

        나를 시신 안치된 방으로 데려가

        흰옥양목 이불 호청을 걷어내고

        눈감은 김수영을 보여주었다

        그 커다란 격정의 눈이

        그 서양눈이

        어디 가고

        석가여래 실눈같이 감겨 있었다

 

        그제야

        내 몸속에 들어와 있는 죽음의 냄새가

        그 초록빛 비린 냄새가

        아니 그 미역 냄새가

        일시에 흩어져버린 뒤

        기침 소리가 났다

        탁!

        침 뱉는 소리가 났다

        기계적인 환청

        아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닌 진실의 수순(手順)

 

        시여 침을 뱉어라

 

        김수영의 벗 유정과 더불어

        녹번동 암자 사십구재 뒤

        밤 이슥도록

        술맛 지독하게 달았다 다디달았다

 

        죽음의 냄새란

        이승이 저승으로 바뀌는

        술 냄새이기도 했을 법  (P.383~385 )

 

 

 

 

 

          무제 시편 310

 

 

 

 

        한 번쯤 섬이 되게나

 

        한밤중 동백꽃 목 떨어지는 밤

        그 섬이 되게나

 

        한 번쯤 그 섬에서 건너와보게나  (P.507 )

 

 

 

 

 

 

          무제 시편 335

 

 

 

 

         뜨거운 것이 식은

         따스함

         차가운 것이 녹은

         따스함

 

         따스한 내 마른 몸으로

         따스함의 청사(靑史)를 읽는다

 

         사마천에게는

         한족(漢族) 밖의 따스함이 전혀 없더라

         [사기열전] 읽고 나니

         세상이 다 식었더라

 

         도대체 역사란 끝내 냉혈일 터

 

         역사 없이 사는 오랜 백성

         역사 모르고 사는 오랜 백성 만세 (P.545 )

 

 

 

 

 

           무제 시편 345

 

 

 

 

          나무 있으면 된다

          내 슬픔을

          나무가 나누어 간다

 

          나무 있으면 된다

          내 괴로움을

          나무가 갈라준다

 

          누가 그랬던가

          나무가 가장 가까운 신이라고

 

          나무 밑에서 죽고 싶다  (P.560 )

 

 

 

 

 

            무제 시편 510

 

 

 

 

           사전을 펴네

 

           얼라!

           얼라!

 

           오래간만에 뵙는 낱말 있네

 

           얼라!

 

           처음으로 뵙는 낱말 있네

 

           그리움과 새로움 함께 살고 있었네

           돌이켜

           내 삶의 헌책에도

           아는 것과 많이 많이 모르는 것 저울 없이 함께 있었네  (P.831 )

 

 

 

 

 

              오늘 참 좋다

 

 

 

 

            이상한 노릇 아니라면 아니지

 

            오늘

            아내의 귀로

            새소리 몇개를 들어 마지 않는다

 

            마당 가운데

            멍멍이 에미나이와

            새끼 셋이 조붓조붓 장난치는데

            에미나이야 벙어리로

            새끼들 소리만 있다

            그 소리도 아내의 귀로 들어 마지 않는다

            또한 아내의 눈으로 본다

            여태껏 잘 못 본 것들을 새로 본다

            좋다  (P.960 )

 

 

 

 

 

                 꿈

 

 

 

 

           신새벽 신앙 따위

           잘난 고답시편 따위

           못난 형이상학 따위 사절

 

           어디에도

           배고픈 이 없는

           밥 먹고 지고

 

           어디에도

           전셋돈 없는 이 없는

           내 집 거실에 앉아

           TV 명화극장 영화

           총 없는 영화

           새벽 두시까지 졸지 않고 쫄지 않고

           보고 지고

 

           그 새벽 세시 지난 꿈  (P.961 )

 

 

 

 

                                              -고은 詩集, <무제 시편>-에서

 

 

 

 

 

         20일에 선물 받은 책을,

         일을 하는 동안에 짬짬이 읽었다.

         책상에서도 읽고, 바닥에서도 읽고 그러다

         추우면 이불속에서 배 깔고 누워도 읽는다.

         중학교 때, 금호동 산꼭대기 친구네 집 책장에서 처음 만났던

         그 황홀했던 시인의 詩들을 따라 내내 지금까지 그렇게, 읽는다.

         창백하고 파리했던 시인은 이제 할아버지가 되고 나도 중년의 사람이 되었지만

         뭐, 어떠랴. 헛헛한 삶길에서 뜨신 곰국 안주 삼아, 오래 묵은 좋은 술 한잔 취하듯

         그렇게 그윽했으면 됐지 뭐.  오늘 참 좋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착한시경 2013-11-29 13:09   좋아요 0 | URL
평화로운 금요일 오전,, 서점에서 책 몇권을 사고~혼자 커피 마시러 왔어요^^ 멋진 시와 글을 읽으며 따뜻한 시간 보낼께요~행복한 시간 되세요~

appletreeje 2013-11-30 09:58   좋아요 0 | URL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행복하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13-11-29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30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11-29 14:15   좋아요 0 | URL
사랑하며 살아온 이야기가
시노래 하나로 안겨
차곡차곡 모이니
시집이 되네요

appletreeje 2013-11-30 09:59   좋아요 0 | URL
그야말로 유성우(流星雨)가
내리는 듯한, 詩集이였어요. ^^

프레이야 2013-11-29 15:05   좋아요 0 | URL
아내의 눈으로 본 세상이 그렇게 또 아름답군요. 사랑은 그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페이퍼 참 좋아요. 지금처럼 따스함 스미는 하루 보내자구요^^

appletreeje 2013-11-30 10:00   좋아요 0 | URL
예~시인께 아내는 그런 분이더군요.^^ <무제 시편>, 전에 나온 詩集
<상화 시편 : 행성의 사랑>을 읽으며 마음이 참 절절했어요..
프레이야님께서도 상화 시편, 읽으시면 그러실 듯 해요.
늘 따스하고 감사한 프레이야님!~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후애(厚愛) 2013-11-30 15:37   좋아요 0 | URL
시들이 참 좋습니다!!!!*^^*
<무제 시편>은 소장용으로 참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시들을 올려 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 드리고 고맙습니다~!!!*^^*

즐겁고. 알차고 행복한 주말되시고 또 감기조심하세요.~*^^*

2013-11-30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2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학교 앞에 가끔 들르는 붕어빵 수레가 있습니다. 천 원에 세 개를 주는 이 붕어빵은 단팥이 가득 든 데다 맛이 고소해 날이 추운 날엔 학생 손님들로 수레가 붐빕니다. 수레의 주인은 사십대 초반의 아낙입니다. 아낙은 좀체 말이 없습니다. 빵이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한 내가 장사는 좀 되나요? 물으면 그냥 픽 웃고 맙니다. 그 나이 또래의 아낙들이 흔히 지니고 있는 억척스러움이나 수다가 없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신뢰감을 주어 몇 년째 나는 그의 단골이 되었지요.

 

 지난 겨울의 일입니다. 학교로 들어가던 나는 수레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눈송이가 날리고 있었고 수레 앞엔 손님도 없었습니다. 수레로 들어서니 아낙은 열심히 붕어빵을 구워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얼핏 사 오십 개쯤의 붕어빵이 아낙 앞에 수북이 쌓여 있었지요. 나는 아낙에게 3천 원어치만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아낙의 말이 이랬습니다.

 좀 기다리셔야 해요. 요 앞 양로원에서 할머니들이 3만 원어치를 주문했거든요.

 아이구 좋은 일이로군요, 내가 좀 바쁘니 3천 원어치만 먼저 주세요. 나는 별 생각 없이 말했지요. 꽤 오랜 단골이었고 그날 내 마음속에는 눈발도 날리고 날도 추우니 부러 붕어빵을 사야겠다는 마음도 좀 있었던지라 나는 아낙이 내 붕어빵을 먼저 싸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낙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할머니들과 2시에 약속이 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시까진 10여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고 오랜 단골에 대한 예의로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 먼저 좀 주세요, 제가 기다릴 시간이 없네요, 하고 얘기해보았으나 아낙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밖에 없었습니다. 그냥 돌아가는 것과 기다렸다가 붕어빵을 들고 가는 것.

 

 

그날 나는 기다리는 걸 선택했습니다. 3만 원어치의 붕어빵이 구워지는 동안 솔직히 처음엔 좀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아낙이 세상을 살아온 원칙 같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고지식한 아낙의 처세가 몹시 대견스레 생각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낙이 내게 먼저 3천 원어치를 팔고 뒤에 찾아온 할머니를 조금 기다리게 했다 해도 크게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3천 원의 손님이 기다리기를 거부하면 그는 자신의 고객을 영영 잃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날 아낙도 미안했던지 내게 붕어빵을 건네줄 적 우수리로 하나를 더 봉지에 넣어주었지요. 그날 이후 나는 더 꼼짝없이 아낙의 단골이 되었지요.

 

 

 올겨울의 일입니다. 붕어빵을 사기 위해 차를 멈춰 세웠는데 문예창작과의 여학생 몇이 나를 보았습니다. 어디 가세요? 묻기에 붕어빵을 사려는 중이라 했더니 대뜸 국화빵이 더 맛있다고 내게 강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붕어빵 수레로부터 댓 걸음 떨어진 곳에 국화빵 수레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또 하루의 인연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붕어빵 아낙이 조금 걸렸지만 국화빵 한 봉지를 샀습니다. 아무래도 마음이 어두워 국화빵 아낙에게 말했습니다. 난 원래 붕어빵 단골인데 이 친구들 만나서 국화빵을 사게 되었노라고 얘기했더니 국화빵 아낙이 "붕어빵 사는 걸 자주 보았어요"라고 말하였지요. 그 순간 나는 가슴이 뜨끔하였습니다. 내가 붕어빵을 사는 것을 눈여겨보는 이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한 나는 너무 놀라고 미안해 그만 말을 삐끗하고 말았습니다.

 아줌마, 다음번엔 꼭 국화빵을 살게요.

 미안한 마음에 이렇게 말을 건넸던 것인데 아낙의 말이 또 마음을 찔렀습니다.

 국화빵도 한 번 사주시고 붕어빵도 한 번 사주세요.

 난 이번에도 몹시 놀라고 부끄러워 그만. 예 예, 알았습니다. 하고 빵 봉지를 급히 들고 나왔습니다.

 

 다섯 걸음 간격으로 서 있는 두 대의 포장 수레에 굽고 있는 붕어빵과 국화빵. 자신의 빵만 아니라 상대방의 빵을 함께 사달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 따뜻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이 아니겠는지요?

 

 

 

 남은 겨울 동안 부지런히 두 수레를 왕복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동안 두 아낙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 투기와 탐욕과는 거리가 먼 참 인간의 마음. 이런 마음의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이 꼭 왔으면 싶습니다.   (P.61~65 )

 

 

 

 

                                                       -곽재구 산문집, <길귀신의 노래>-에서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13-11-26 19:43   좋아요 0 | URL
그저 즐겁게 살아가면서 이 사람하고 저 사람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돼요.
오늘은 민들레 뜯어먹고 모레는 씀바귀 뜯어먹고 글피는 유채 뜯어먹고,
골고루 먹으면서 삶을 누리면 돼요.

날마다 고등어를 구워먹을 수도 없고,
날마다 꽁치를 구워먹을 수도 없고,
그러나, 찬찬히 돌아가면서 먹으면 즐거워요.

appletreeje 2013-11-29 06:46   좋아요 0 | URL
예~찬찬히 돌아가면서 먹으면 즐겁지요~^^

하늘바람 2013-11-26 22:31   좋아요 0 | URL
겨울에 어울리는 책이네요

appletreeje 2013-11-29 06:52   좋아요 0 | URL
따뜻한 책이에요~^^

2013-11-26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9 0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착한시경 2013-11-27 01:34   좋아요 0 | URL
늦은 밤... 너무 소박하고 예쁜 사연이네요^^ 저도 요즘 붕어빵 사먹는 재미에 빠졌는데...
가난하지만 큰 욕심없이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에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울컥했어요...
그리고 뭔지 모르게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건 왜 일까요 ?

appletreeje 2013-11-29 06:52   좋아요 0 | URL
저도 이 글 읽으며, 착한시경님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후애(厚愛) 2013-11-27 20:33   좋아요 0 | URL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참 좋습니다~*^^*

저희 동네에 붕어빵 하는 곳이 참 많습니다.
갑자기 배가 고플 때 나가서 사 먹지요~
슈크림빵도 무척 맛 있었습니다.*^^*
제 언니는 붕어빵이 제일 맛 있다고 하네요.ㅎㅎ

2013-11-29 0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30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림모노로그 2013-11-28 09:50   좋아요 0 | URL
곽재구님의 신간이군요...
참 따뜻해지는 글입니다...
정신없이 지내는 나날이지만, 책이 삶의 쉼이자 위로네요 ^^
늘 나무늘보님께 위로를 받기에 ^^
다치신 곳은 다 나으셨는지요.
눈길에 다치지 마시고, 오늘도 행복으로 꽉 채운 날 보내시길 , 기도할게요 ^^ㅎㅎ

appletreeje 2013-11-29 07:01   좋아요 0 | URL
예~드림님 염려 덕분에 이제 다 나았습니다~~
저야말로 늘 드림님 글 읽으며 위로 받는 것 잘 아시죠~?^^ㅎㅎ
서울은 눈이 잠깐 스치다 말았어요~
드림님! 오늘도 행복하고 충만한 날 되세요~*^^*
 
세 개의 그림자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시릴 페드로사 지음, 배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때가 되면 그것이 아무리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존재라도 사라질 것이다. 그렇치 않으려 하는 자는 불멸의 고통을 당하리니. 일어서서 버텨라. 그리고 삶이 있는 곳에 머물러라. 매순간의 삶을 행복하고 소중하게 함께 누려라, 매우 아름답고 혼곤한 책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11-26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9 0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11-26 16:22   좋아요 0 | URL
날마다 즐겁게 받아들이며 누릴 때에 아름다운 삶 되겠지요

appletreeje 2013-11-29 07:03   좋아요 0 | URL
그러리라 생각 들어요~^^
 
- 그리고 거기에 곰이 있었다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뱅상 소렐 글 그림, 김희진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심한 곰의 표정처럼, 무심함을 가장하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박한 소시민들의 삶과 보편적인 갈등의 모습들이 그림자,처럼 넘실거린다. 곰은 결국 죽고, 모험을 떠난 자들만이 저 건너 숲에서 그 곳을 바라 보겠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11-26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9 0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11-26 16:04   좋아요 0 | URL
<곰>이라는 이름만 붙은 책이 더 있네요.
저는 다른 그림책을 떠올렸어요~

appletreeje 2013-11-29 07:08   좋아요 0 | URL
레이먼드 브릭스의 <곰>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이젠 <눈사람 아저씨>를...ㅎㅎ
 

 

 

 

 

 

 

 

 신기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외모가 풍기는 분위기와 식성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이 집으로 이사오기 전, 개량한옥에 살 때였다. 잠깐 우리 집에 들어와 있던 또또가 내 다리에 매달리며 강한 의사 표시를 했다. 나는 그때 원두커피를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또또가 커피를 원한다곤 상상도 못했다. 그날 또또는 커피를 얻어 먹지 못했다. 그뒤에도 가끔 그런 일이 있었고, 드디어 나는 알아차렸고, 또또는 커피를 마셨다. 그뒤부터 또또는 내가 커피를 마시면 '조금은 남겨주겠지'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반드시 남겨 주려고 했음에도 개가 워낙 조용히 있는 바람에 깜박 잊고 다 마셔 버렸다간 실망해서 폭폭 내쉬는 녀석의 한숨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녀석이 밤새도록 그렇게 한숨을 쉬며 안 잘 것 같아 다시 커피를 끓인 적도 있었다.

 또또가 아파 잘 걸을 수 없을 때면 우리는 산책하다 쉴 겸 가끔 밖에서 커피를 마셨다. 날씨가 좋으면 카페 밖에 내놓은 자리에 앉아 한잔의 커피를 나눠 마시기도 했다. 녀석이 카페라떼를 좋아했기 때문에 또또와 같이 커피를 마실 때면 나는 늘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우리

 

 

를 기억하는 종업원도 가끔 있어서 손님이 없으면 안으로 들어와 편히 앉아 마시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또는 그들에게 답례하듯 늘 얌전했다.

그처럼 다른 개에 비해 월등히 얌전했지만, 또또도 남의 공간에서 활개를 칠 때가 있었다. 가난한 나를 만나 평생 좁은 공간에서 답답하게 살았기 때문인지 또또는 늘 넓은 곳에 가면 편안해 보였다. 특히 그 집에 사는 사람이 개를 좋아할 때 또또는 한층 생기를 띠었다. 현관 앞에서 내 배낭을 보고 "어머, 개도 왔네!"라고 반기는 사람이 있으면 녀석은 재깍 고개를 쑥 내밀며 눈을 반짝거렸다. 집에 들어가선 방과 화장실까지 둘러보며 자박자박 걸어 다녔다. 반대로 주인이 반기지 않는 눈치면 그 집에서 나올 때까지 배낭 밖으로 고개 한 번 내밀지 않았다. 녀석은 몸을 잔뜩 웅크린 그 상태로 버둥거리지도 않고 몇 시간이든 있었다. 놀랍게도 또또는 내게 약간 저자세인 사람도 금세 알아봤다. 정말로 신통한 동물적 본능이었다.

 

 

 그런 또또를 데리고 마지막으로 여행을 간 곳은 선암사였다. 늙은 또또를 데리고 먼 그곳으로 여행할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여행을 한 적이 있고, 일찍 그보다 더 먼 곳도 가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네 명이 함께하는 여행이라 차를 가지고 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또또가 편히 앉을 자리쯤은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나는 그것이 또또와의 마지막 여행이 될 것임을 알았다. 그 무렵 늙은 또또는 혼이 빠진 듯 잠을 잘 때가 많았고, 비명을 지르거나 가위에 눌려 허덕거리다가도 체력이 바닥난 것처럼 곧 다시 곯아떨어지곤 했다. 여전히 밖에 데리고 나가면 제 힘으로 걸었지만, 이미 또또에게 예전의 생기란 없었다. 그래서 선암사에서 비로암으로 가는 길을 걸을 때는 그 여행이 우리에게 마지막 여행일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때 또또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나와 보조를 맞춰 나란히 걸었다. 가끔은 나보다 앞에서 생기있게 걷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길은 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개를 데리고 갈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자주 또또를 안거나 배낭 속에 집어넣었다. 돌이켜 보면 그때만큼 내려다보이는 또또의 등이 슬프고 애틋해 보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 길을 걸어 비로암에 도착했을 때 마애불 앞에는 엄청나게 큰 개가 턱하니 앉아 있었다. 썰매를 끄는 시베리안허스키보다 큰 책에서도 본 적 없는 그 개의 품종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개 주인의 권력이 개를 통해 그대로 느껴졌다. 그곳까지 개를 데리고 온 사람도 개도 너무나 당당했고, 나처럼 법을 따져 가며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도 않았다. 영향력깨나 행사하고 있을 그 절의 신도가 데리고 왔을지도 모를 개는 심지어 오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늘 좁은 집에서 내 발에 밟히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며 산 또또에게선 한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개의 유골을 지고 다니던 이웃은 가여운 개를 끝까지 돌보느라 힘들었겠지만,그들이 그 개를 통해 얻었을 위안은 그 녀석을 잃은 슬픔을 상쇄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개들은 정말이지 인간의 속된 감정을 정화시키는 데 더없이 좋은 존재다. 인간에게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그들의 순정과 순수함이 주는 위로에 매혹되면, 개와 살면 일생이 평화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혼자 사는 젊은이가 개와 너무 밀착되어 생활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세상을 알 만큼 아는 나이 든 독신들이 그렇게 지내는 것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같이 살고 있는 개에게서 얻는 정서적 위안과 평화를 변덕스런 인간관계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어 그들에게 다시는 이성을 만날 기회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P.161~164 )

 

 

 

 

                                                                  -조은 산문집, <또또>-에서

 

 

 

 

 

 

 

    2001년 조은 시인의 <벼랑에서 살다>,를 읽다가 처음 만났던 '또또'가 죽은 후 1년이 지나고

    17년을 함께 살았던 '또또'에 대해 시인이 담담하게 애정으로 써 내려간 <또또>를 읽었다.

    광화문 근처에 있는 주택가 사직동에서 시인은 22년을 살았다. 한 곳에 눌러앉아 살기엔 만만

    찮은 세월이다. 사직동에서 살았던 세 집 중, 또또는 두 번째 셋집 개량한옥에서 만나게 되었던

    개다. 개를 키우는 모습을 빼면 인정 많고 다정다감한 그 집주인에게서 끔찍한 폭행을 당하며

    인간에 대한 공포와 상처로 평생을 아팠고 예민했던 또또를, 처음에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꽤 오랫동안 안간힘을 썼으나..결국은 집주인의 학대와 폭행에서 더는 그 개를 놔둘 수

    없어 세 번째로 이사한 한옥으로 데리고 나온 후, 또또가 죽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상처투성이로 왔지만, 또또는 시인에게 어떤 마음의 상처도 주지 않았다 한다. 사람으로 받은

    공포감을 다스리지 못해 저도 모르게 시인을 물기도 했지만, 물고 나선 곧바로 신음하고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면 그 녀석을 미워할 수 없었다고 했다.  상처 받은 채 왔지만, 사람들과 나누는

    마음은 여러 이유로 변덕이 잦았지만, 한결같이 고른 마음으로 곁에 있었던 작은 잡종견 또또.

    또또,는 시인에게 인간인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오만방자한 관념의 틀을 깰수 있게 하였고, 또한

    군더더기 없고 가식없는 삶과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 준 고귀한 존재였다고 시인은 말한다.

    또또가 떠난 지 1년이 넘었고, 재개발로 인해 이제 조은 시인도 사직동을 떠날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 팔고 가야 할 한 평 땅도, 캡슐만 한 집도 없는 곳에서 깊이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사직동

    에서 또또를 먼저 떠나 보내고 시인은 말한다.

    '내 뿌리의 본질이 무엇이든 이젠 어디로 옮겨 가도 삶을 향유할 수 있다. 그걸 인식하자 미래가

    너무도 명쾌하다. 살다보니 이런 날이 있다!'라고.

    참 다행이고 좋다,

    어느 사람의 글이나 생각을 오랫동안 읽거나 지켜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소중한 무엇이 내게

    도 익숙하고 친밀하게 된다.  내게 또또,도 그랬다.

    "또또야, 우리 오늘 씩씩하게 잘하자."

    " 언니와 나는 처음 가는 길을 달려갔다. 한 줌도 안되는 또또의 뼛가루를 가지고 돌아왔다.

    또또와 나, 우리는 정말로 잘했다."

    언제나 또또언니에게 조용한 열정이었고,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의 제목이기도 했던

    예쁘고 포근하고 상냥하고 사랑스럽던, 또또!

    그 곳에서도 언제나 편안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안녕!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13-11-24 13:51   좋아요 0 | URL
꽃도 나무도
또 아이들도
모두 우리 모습을 닮겠지요.
우리 곁에 있는 책들까지도요..

appletreeje 2013-11-25 10:24   좋아요 0 | URL
예~함께 곁에서 가까이 지내다 보니
서로서로 같은 마음이 되어, 닮는 듯 싶어요~^^

2013-11-24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5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11-24 15:09   좋아요 0 | URL
썰매 끄는 견종 중에서 허스키는 그리 큰 개가 아닌데, 아마 알래스카 말라뮤트와 혼동한 것 같아요.허스키보다 두 배는 크죠.

appletreeje 2013-11-25 10:30   좋아요 0 | URL
저도 말라뮤트,를 떠올렸어요.^^
노이에자이트님께선 동물을 참 좋아하시는
따뜻한 분이시지요~!*^^*

2013-11-24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5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11-24 17:31   좋아요 0 | URL
선암사에 다녀왔었는데 다시 가고싶은 곳이랍니다~
다음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또또가 갔던 비로암을 다시 찾아가봐야겠어요..
참 슬픈 글이지만 참 좋은 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읽게 해 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appletreeje 2013-11-25 10:42   좋아요 0 | URL
선암사는 엄마가 전에, 승선교에서 찍으신 사진이 있는데..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곳이에요.^^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서 '내세에는 선암사 화장실에서 만나자.'
했지요..ㅎㅎㅎ
후애님! 비가 오는 날, 따뜻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2013-11-25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5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1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3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