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대로 새벽부터 비가 좍좍 시원하게 내리는 아침.

 어젯밤의 숙취를 설렁탕 국물에, 후르륵칼국수를 넣고 끓여 부추김치와 먹고 나니 이제야

정신이 맑아졌다. 아까부터 빗속에서 어떤 새가 장난감새,의 소리같이 삐이삐이, 울고 .

 문제는, 어젯밤 우리가 다정하고 좋은 시간을 지낸 술집옆에 책방이 있다는 것.

 그리고 꼭 후렴처럼 그 책방에 들어가 책들의 아릿따운 몸들을 쓰다듬고 정다운 눈빛으로 넘겨

보고 흥겨운 마음으로 여기저기를 읽어보고...음..음...집에 읽을 책들이 나란히나란히 줄을 서고

있는데..도 또 사고 싶은 탐욕의 마음~, 그리고 결론은 어제도 또 선한 웃음으로 선선히 지갑을 열어 주신 선배 덕분에 신나게 고이고이 모셔온 몇 권의 책들. 나를 비 오는 날 더욱 즐겁게 바라보고

있는 이 책들..^^

 

 

 

 

 

 

 

 

  <잘 표현된 불행>을 쓰신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 님의 산문집. 지난번 윤성학의 詩集 <쌍칼이라 불러다오>의 해설 '도시의 토템'도 아껴 읽은지라 더욱 반갑고 좋은 책이다.

  문학에 관한 논문이나 문학비평이 아닌 글로서는 처음 엮는 선생의  첫 산문집이다. 1980년대부터 2013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삼십 여 년의 세월 속에 발표했던 여러 매체 속 글 가운데 추려 1부와 3부에 나눠 담았고, 그 가운데 2부로는 강운구 구본창 선생의 사진 가운데 이 책의 기저에 전체적인 비유가 될 수 있는 몇 컷을 골라 글과 함께 실었다.

 

 

 

 

 

 

   <밤의 인문학>.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다가 어느 날 그림에 빠졌다. 이제는 자판을

  두드리던 손으로 펜을 잡고,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먹고살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며,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나는 보이는 걸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 걸 그린다."라는 피카소의

  말을 가슴에 담고 작업하며, 마티스의 색감과 인생을 좋아한다.

 

 

 

 

<밤의 인문학>은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맥주에 취해 읽은 책과, 나눈 삶의 기록이다. 언뜻 독서일기처럼 보이지만 책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밥장이 책을 통해 찾은 삶의 태도다. 범박하게 말해 인문학이 통념에 대한 의문을 통해 우리가 삶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학문이라면, 책을 매개로 삶을 고민한 <밤의 인문학> 또한 '밥장 식 인문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

 

    

 

 

2012년 지리산닷컴(www.jirisan.com)에서 진행한 ‘맨땅에 펀드’ 프로젝트의 기록이자 결산이다. 지리산닷컴은 도시 사람들(지리산닷컴 회원들)에게 매일 아침 물음표 없는 ‘행복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지리산 자락의 사진과 이야기를 보내 염장을 지르는 것으로 유명한 사이트다. 이곳에서 2012년 3월 ‘땅, 농부, 이야기에 투자한다.’는 뜬구름 잡는 명목으로 1계좌당 30만원씩 100명의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놀랍게도 이 고가의, 고위험 펀드는 출시 즉시 완판되었다.

이후 지리산닷컴에서는 1년간 그 돈으로 임대한 땅에 “약을 치지 않고 농사짓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않은” 마을 엄니들을 설득해 가능한 한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지으려 애썼고, 또 주변의 어려운 농부들, 위대한 농부들이 가꾼 작물들을 ‘제값’에 구매해 배당했다. 투자자들은 총 5번의 배당을 받았고 배당품으로는 직접 농사를 지은 밀과 감자, 감, 땅콩, 고구마, 배추, 무, 직접 농사를 지어 가공한 김치, 청국장, 그리고 인근의 ‘착한’ 농부들에게서 구입한 산마늘(명이나물), 두릅, 오이, 건표고, 꿀, 매실효소, 허브차, 조청 등이 포함되었다.

이 보고서를 일반 독자들 용으로 보완해 만든 책에서는 ‘맨땅에 펀드’라는 기이하고 위험한 펀드가 1년간 겪은 희노애락, 가령 인선 파동과 마을 엄니들 간의 계파 경쟁, 그리고 아찔한 교통사고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책에는 그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행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책도 담겨 있다.

 

                           

 

 

 

 

 

 

 

    '고양이와 냉장고의 연애'를 통해

    알게 된 홍일표 시인의 詩集,

    <매혹의 지도>. 오필민님의 표지 디

    자인처럼, 시인의 말처럼

    '명왕성에 라일락이 피는, 혹은 457년  

    만의 두 행성의 충돌이라고 명명하고

    싶은 그런 순간들과 그 흔적의 기록'.

    홍일표 시인의 얼굴,같은 그런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시집이다.

 

 

 

  

 

 

 

 

    쏟아지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이다.

    나도 잠시 이렇게 즐겁게 페이퍼를 쓰며 논.다.

    고맙습니다~! 다음달에는 어지간하면 책 안 사달랄께요..라고 말씀은

    드리고 싶지만,

    그 술집 옆에 그 서점이 있는 한, 장담은 못 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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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7-02 11:50   좋아요 0 | URL
술집옆 책방... 낭만적이예요.
인터넷서점이 아닌 책방에서 책을 직접 산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네요... -.-;;

은근 나무늘보님 술자리 좋아하시는 듯해요.
식사말고 술한잔 하자고 하시면 나오실듯.. ㅎㅎ

appletreeje 2013-07-02 11:53   좋아요 0 | URL
앗, 우리 실시간!!
보슬비님! 비 그친 사이에 우리 데이트~^^ ㅋㅋ

근데,,나무늘보는 부끄러움도 잘 탄다능,,,뭐..ㅎㅎ

보슬비 2013-07-04 19:45   좋아요 0 | URL
^^ 저도 부끄럼 많이 타요.
저와 나무늘보 사이에 술을 놓으면 될것 같아요. ㅎㅎ

파란놀 2013-07-02 12:18   좋아요 0 | URL
맨땅펀드 책표지를 보면서...
'일본 제국주의 깃발' 떠올리게 한다고 할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네요...
요새 하도 이런 말만 떠도니까요...

즐겁게 밤마실 하면서 '밤' 책을 얻으셨군요!

appletreeje 2013-07-02 12:59   좋아요 0 | URL
ㅎㅎ ^;;;;
저 책표지 중앙의 할머니가 수석펀드매니저,라고 작은 글씨로 써있네요.
펀드운영위원, 개, 감, 감자..또 펀드매니저 할머니들 !
김낙훈님이 책 디자인을 하셨는데 뭐, 저는 사방으로 퍼지는 길처럼 재밌어용~

드림모노로그 2013-07-02 16:1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나무늘보님의 유쾌한 책 산 이야기네요 ㅎㅎㅎ
제가 방금 책을 또... 샀는데 ㅎㅎㅎ 그 전에 나무늘보님의 페이퍼를 먼저 보았어야 했어요.
<밤이 선생이다> 를 같이 주문하였을 것을 하는 생각이 마구 마구 ...하네요 ㅎㅎ
며칠 전 숙취로 워낙 고생을 해서... 저도 칼국수가 땡기네요 ㅎ!!!
매혹의 지도도 담아갈게요 ^^
술집 옆 그 서점, 왜 이렇게 운치있게 들리는 거죠 !!
저도 나무늘보님과 술 잔을 밤새 기울고 싶습니다 ! ~~

appletreeje 2013-07-02 16:3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책을 삥뜯고 넘 부끄런 줄도 모르고
뻬이뻐를 쓴 ㅃㅃ한 나무늘보,,^^;;;

<밤이 선생이다>. 정말 좋아요~
매혹의 지도도 좋은데, 시집이란 또 개개인의 취향일런지 몰라서요..^^

ㅎㅎㅎ 저도 드림님과 밤새 술 잔을 기울이고 싶어용~~ㅎㅎ

안녕미미앤 2013-07-03 16:53   좋아요 0 | URL
하하하 어딘가 귀여운 나무늘보님, 술 몸에 안 좋아요~~^^*
많이 드시진 마세요^^

appletreeje 2013-07-03 23:39   좋아요 0 | URL
ㅋㅋㅋ~
네~많이는 안 마실께요. ^^;;;
병아리 눈꼽만큼만 마실께요. ^^
안녕미미앤님! 좋은 밤 되세요~! :)

안녕미미앤 2013-07-04 00:38   좋아요 0 | URL
약속했습니다! *^^*
 

 

 

 

 

 

 

 

 

 올 여름도 꽤 덥겠다. 벌써 30도를 오르내리는 곳도 있다니 슬슬 여름 나기 준비를 해야겠다. 뒷방에 넣어둔 것들, 대나무 베개와 대나무 돗자리를 꺼내서 개울가에 나가서 잘 씻은 다음 햇볕에 바짝 말려놓고 죽부인도 꺼내서 깨끗이 손질해놓는다.

 해마다는 아니지만 단오 즈음에 부채를 구해다가 먹을 갈고 쓱쓱 붓질을 해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시원한 여름 나시라고 나눠드리고는 했는데 작년에도 올해도 부채를 구하지 못해서 그냥 넘기고 말았다.

 뒷방 책장 위에 얹어 있는 부채를 꺼내들고 살펴본다. 가만 있자, 이건 단기 4340년(2007년)에 그린 부채구나. 더운 여름날, 앞마당에는 우리 집 지붕보다 키가 큰 파초가 그 큰 잎을 스르랑거리며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어제는 텃밭에서 막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붉은 갓을 뽑아 물김치를 담가서 물에 띄워두었다. 물김치가 익어가겠지. 국수를 삶아 시원한 갓물김치국수를 해 먹어야지.

 햇볕 쨍쨍거리는 날 파초의 푸른 그늘이나 뒤뜰 원두막에 앉아 무성하게 자라는 상추와 쑥갓을 뽑고 매운 고추 몇 개 따서 가끔은 식은 밥에 땀을 뻘벌 흘리며 쌈을 해 먹는 맛. 참 싱싱할 거야.

 낮잠이 오면 돗자리 위에 목침을 베고 누워서 뒤적뒤적 책갈피를 넘기며 부채를 살랑거리다가 깜빡 단잠에 빠지겠지. 밤이면 앞마당 평상에 모기장을 치고 밤하늘을 올려다 볼거야. 은하수의 밤하늘,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  (P.52~53 )

 

 

  책 읽다 낮잠 한 줌

 

 

 생감자를 갈아 넣어 만든 열무김치와 마당 한쪽에 쑥쑥 자란 머윗대를 끊어 껍질을 벗기고 뚝뚝 토막을 내어 된장국을 끓여 점심을 먹는다. 새콤하게 익은 열무김치와 머윗대의 쌉싸름한 맛이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게 한다.

 엊그제 습기때문에 아궁이에 불을 조금땠다. 방바닥이 아직 열기를 품고 있기는 하지만 고실고실해진 방바닥에 목침을 베고 누워 여름 피서용으로 머리맡에 두고 읽는 책들 중에서 <채근담>을 꺼내 펼친다.

 

 

     비 갠 뒤 산빛을 보면 경치가 문득 새로움을 깨닫게 되고, 밤

    고요할 때에 종소리 들으면 그 울림이 한결 맑고 높아라.

 

 

 문밖을 내다본다. 모처럼 비가 그친 하늘이 환하다. 뭉게구름 몇자락 목화솜 꽃처럼 피어오르며 한가롭게 흘러간다. 눅눅한 옷가지들과 밀린 빨래들이 빨랫줄을 타고 바람에 날리며 춤을 춘다.

 활개를 치며 몰려다니던 잠자리 떼들이 멋진 비행술을 뽐내다 힘이 드는지 그중 두어 마리 나무 울타리 끝에 앉는다. 키 큰 파초잎이 넓은 옷소매를 펼치며 너울거린다.

 

 

      산창서 하루 내내 책을 안고 잠을 자니

      돌솥엔 상기도 차 달인 내 남았구나

      주렴 밖 보슬보슬 빗소리 들리더니

      못 가득 연잎은 둥글둥글 푸르도다.

 

 

 조선 후기 문인이었던 서한순의 <우영>이라는 한시를 정민 선생이 번역한 것이다. <채근담>을 읽다 낮잠 한 숨을 자고 일어난다. 빨랫줄에 빨래가 다 말랐겠지. 뒤뜰 작은 연못엔 꽃 몇송이가 피어 있을까. 하얀 애기수련 세 송이 그리고 무리무리 노랑어리연꽃들에게 못마땅한 세상 일에 대해 어쩌고저쩌고 한동안 수작을 건넨다.

 햇빛 냄새가 뽀송뽀송한 빨래를 개서 옷장에 넣고 점심을 먹고 달여 놓은 찻물을 홀짝거린다. 차는 집에 불쑥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도 내놓지만 평소에도 혼자서 자주 마신다.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을 수도로 연결해 쓰기 때문에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수시로 차를 달여서 식혀두고 마신다.

 

 

       마음이 쉬면 문득 달이 뜨고 바람이 부나니 사람 사는 데가 반드

      시 고해만은 아니다. 마음이 멀면 수레 먼지와 말발굽 소리가 절로

      없나니 어찌 산속을 그리워함이 병 될 것까지 있으리오.

 

 

 다시 <채근담>을 펼친다. 화들짝 놀란 듯 맴맴 참매미 소리가 개울물 소리에 실려 방안으로 뛰어든다. 서쪽으로 해가 많이 밀려갔다. 개울 쪽에 이사를 와서 심은 살구나무가 그늘로 제법 긴그림자를 만들었다. 나는 의자를 하나 들고 살구나무 그늘로 가서 앉는다.

 "며칠 있으면 입춥니다. 말복도 남았고 더위도 아직 더 남아 있지만 으쌰으쌰 견디며 건넙시다. 가을이 머지않았습니다. 연락사항 남겨주시구요. 그럼 안녕. "

 나는 한동안 바꾸지 않았던 자동응답기에 새로운 녹음을 남겨놓는다.  (P.71~73 )

 

 

 

 

                                                   -박남준 산문집, <스님, 메리 크리스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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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6-30 17:36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읽다가 낮잠 잤는데... ㅎㅎ 재미있는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잠이 솔솔 오더라고요.^^

appletreeje 2013-06-30 23:08   좋아요 0 | URL
ㅎㅎ 오늘 정말 더웠어요. ^^
저도 보슬비님처럼 책 읽다 잠든 적이 종종 있어 이 글이 더욱 와 닿았다능...^^;;;

2013-06-30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30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6-30 20:49   좋아요 0 | URL
글 쓰는 사람뿐 아니라
여느 사람들 누구나
시원하고 맑은 여름을
나무그늘에서 누리기를 빌어요.

그럼 모두 시인이 되겠지요.

appletreeje 2013-07-01 09:14   좋아요 0 | URL
예~정말 모든 분들이
나무그늘에서 시원하고 맑은 여름 되시기를 빌어요~^^

수이 2013-07-01 12:19   좋아요 0 | URL
낮잠 자고싶은 마음을 마구 들게 하는 글인데요 후훗.
시원하고 따뜻한 여름 보내세요 나무늘보님~ :)

appletreeje 2013-07-01 13:20   좋아요 0 | URL
ㅎㅎ 앤님께서도,
즐겁고 신나는 휴가 잘 다녀오세요~^^ :)

안녕미미앤 2013-07-01 17:03   좋아요 0 | URL
정말 낮잠 자고 싶어지네요^^;;
나무늘보님도 더운 날이지만, 시원한 하루 되세요~^^*

appletreeje 2013-07-02 09:35   좋아요 0 | URL
오늘은 비가 시원하게 오시네요~
안녕미미앤님께서도 행복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후애(厚愛) 2013-07-02 15:26   좋아요 0 | URL
아... 이 책 무척 읽어보고 싶네요.^^
담아가야겠어요~

appletreeje 2013-07-02 16:46   좋아요 0 | URL
예~잔잔하고 재밌어요. ^^
조금 있다가 이 책 보내드릴께요~

후애(厚愛) 2013-07-04 21:3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자본의 폭력적인 구조에 세계가 수감된 상황속에서, 개인적인 삶이 말소되었던 이 시대의 달고 시고 쓰고 짠, 소금같은 아버지들의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무르고 흐르는 강이 된 선명우의 `생명을 살리는 소금`, 같은 삶의 내재율이 아름다웠다. 사랑이 자유가 왜 강물이 되지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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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9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9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6-29 22:28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아빠가 많이 생각났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잊어질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잊어진 기억들이 더 또렷해지는 경우가 있는것 같아요.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좋은 책을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고산자'때 참 좋아하다가 '은교' 때는 좀... 그랬는데, 다시 좋아졌어요.^^

appletreeje 2013-06-29 22:5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이 '소금'을 읽고나니 박범신 작가가 다시 좋아진 듯 합니다. ~^^

후애(厚愛) 2013-07-02 15:29   좋아요 0 | URL
이 책도 읽어봐야하는데... 나중에 꼭 봐야겠어요,^^

appletreeje 2013-07-02 16:48   좋아요 0 | URL
슬픈 이야기임에도
아름다운 노래,같은 소설이었어요.
나중에 꼭 읽어 보세요~^^
 

 

 

 

 

 

                        너와 나의 국토대장정

 

 

 

 

                            모든 길은 확정적으로 주어졌다

                            깃발은 19세기식 수염을 휘날리면서

                            쁩쁘쁘 트럼펫을 부는 구름의 입술들

                            귓전에서 따갑게 손뼉 치는 가로수 가지들

                            사흘째부터 우리는 서로 말을 잃었다

                            사흘째부터 취침 시간에는 어머니 사랑해

                            소감문에 적어야 할 명단만 늘어났다

                            잘했어 이제부터 너희는 빛나는 청춘이야

                            이마에 도장을 꽝꽝 찍으며

                            아침부터 태양은 머리 위에서 홍알거렸고

 

                            이력서 한 줄처럼

                            각자의 땅만 내려다보고 묵묵히 걸어간 동안   (P.25 )

 

 

 

 

 

 

                            국지성

 

 

 

 

                              우리에게도 집중력은 있지만

                              우리에게 집중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만 집중되길 바란 건 아니었으나

                              우리의 공부와 무관한 곳에서 대학 건물은 올라가고

 

                              초고층 주상복합을 보고 온

                              할아버지는 역시 고성장 시대야, 너만은 키가 커라

                              소년의 다리를 자꾸 잡아 늘였습니다

                              관절의 부드러움을 위해

 

                              아파? 괜찮아 얘야, 노동은 유연성이라더구나

                              발라봐, 발라봐, 오일이란다, 쇼크는 없단다, 할배는 머니

                              라 부른단다, 할머니를 줄여 그리 불렀단다, 투자하면 돌아

                              오잖아, 너도 장차 여자를 만날 때는

 

                              할아버지, 제가 돋보기로 놀길 바랐셨나요

                              검은 종이를 태우는 건 재미있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벌레를 태워 죽이긴 싫어요

                              죄송합니다, 지금도 저는 매미를 못 잡습니다, 무능합니다

                              저를 벌레 보듯 하는

                              공터에는 돋보기를 쓴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하느님, 당신조차 이제는 시력이 나빠지셨습니까

                              골고루 비를 나누소서

                              당신이 든 태양은 돋보기처럼 말이 없다가

                              한쪽에선 폭염이,

                              한쪽에선 폭우가.  (P.26 )

 

 

 

 

 

 

                              부지깽이 소셜 클럽

 

 

 

 

 

                                누군가 엉덩이를 툭 치고

                                누군가 귀에 바람을 불어 넣고

                                벽에 붙어 당신은 후끈댔어

                                벽을 킁킁 쳐대며

                                불꽃처럼 당신은 아무 곳으로나 흩어졌다

 

                                영혼을 들쑤신 자 누구나

                                구식 사이키 조명에 따라

                                비보이의 엉키는 스텝에 따라

                                드라이아이스 연기에 갇혀버린지 오래

                                누가 단속이라고 외치면

                                모두 덜덜 얼어붙는 순간

                                당신은 혼자 잘 타는 숯덩이

                                당신 손목을 잡고 이리저리 테이블로 운반해줄께

 

                                - 다 같은 놈들인가요

                                신선한 이분을 찍어주세요, 부킹!

 

                                자정이 되면 당신의 주사는 시작된다

                                기호 1번 2번 또 몇 번을 달고

                                무대에 올라 당신은 고래고래 소리치지

                                사람들은 얼씨구나 춤추고

                                나는 먹다 버린 과일의

                                표면만 살짝 깎아 공약처럼 새 안주로 내놓고

 

                                자, 거짓말 같은 밤의 쇼가 끝나갑니다

                                집으로 돌아들 가세요

                                우리도 내일 장사를 준비해야지요

                                새벽에 야시장에서 사과 박스가 온답니다

                                안에 든 게 뭐냐구요? 제대로 안주를 달라구요?

                                어이 고릴라, 부지깽이 들고

                                이 손님 좀 저 끝방으로 모시고 가!  (P.50 )

 

 

 

 

 

                                                                -박강 詩集, <박카스 만세>-에서

 

 

 

 

 

 

 

 

 

 

 

 

2007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박강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박카스 만세』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등단 후 6년 만에 내놓는 첫 시집으로 표제작 「박카스 만세」를 비롯해 총 60편의 시를 담았다. ‘갑을사회'에서 '88만원 세대'로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비애를 현실적인 시어와 현장감 넘치는 이미지로 표현한 『박카스 만세』는 “모든 희망을 담지한 주체인 갑으로부터 국지성 혜택의 한계 조건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을로 바뀐 삶의 내력이 심리적으로 구조화되는 과정을 리얼한 관찰과 적실한 이미지”(조강석 문학평론가)로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박카스”, “우루사” 등 ‘피로 완화’를 연상시키는 언어들을 동원해 역으로 회복 불가능한 현대인들의 피곤함을 포착한 것이 눈여겨볼 만하다. 박강의 시 세계에서 이러한 피로를 유발하는 것은 계급적 좌절감이다. 시민에서 민중으로 올라갔다 서민으로 내려와 살아가는 서글픔을 드러낸 「위생의 제국」은 정치.사회적 주체인 시민이 역사.철학적 주체인 민중으로 고양되었다가 경제적 객체인 서민으로 전락한 것이 청년 세대가 느끼는 불안의 실체임을 보여 준다. 이러한 서민들의 마음에 내재화된 심리적 강등의 구조물이 바로 박강의 시이지만, 한편 추락을 조롱하고 낭만을 응용함으로써 한 줌 희망을 삶에 적용하는 것 역시 박강의 시다. 절망을 소망으로 이겨내는‘을’들의 노래가 우리 시대의 피로를 어루만져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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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6-28 11:39   좋아요 0 | URL
서로서로 손잡고 이 나라 이 땅 두 발로 디디면 세상이 달라지겠지요...

appletreeje 2013-06-29 09:38   좋아요 0 | URL
예, '서로서로 손잡고' 이 땅을 함께 두 발로 걸어가다보면
세상이 달라지리라 희망합니다...

2013-06-28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9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삶이란 놀라우리만치 짧다. 이제 기억 속에서 삶은 내게 다름과 같은 정도로 응축된다. 예를 들어 평범한 삶이 예기치 않은 불행한 사건 하나 없이 행복하게 흘러간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나는 어떻게 한 젊은이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거라는 염려 없이 말을 타고 이웃마을로 가겠노라 결심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카프카가 우리와 동시대에 살았다면 <이웃마을>이라는 제목으로다른 글을 썼을까? 물론 문제는 이웃마을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달려있다. 혁명의 달리기를 혼자 하는 것으로 생각하다니, 쯧쯧.....혁명의 달리기는 이어달리기인 것을, <이웃마을>에 대한 브레히트의 해석이었다. 앞만 보고 나아갈 때 삶은 결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삶은 뒤에서부터 앞으로 흝어 내리는 책이 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죽음의 침상에 누운 당신 눈앞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기억의 이미지들, 그게 바로 완결된 삶이다. <이웃마을>에 대한 벤야민의 해석이었다. 나에게 '이웃마을'은 '이웃'인 당신의 '귀'로 보인다. 불행한 우연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전언이 도달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의 귀. 목소리는 이웃인 당신의 귀에 도달하지 못하고 허공에 떠돈다. 당신의 귀에 가 닿고 싶고, 당신의 따스한 심장에 깃들고 싶다. 그러나 이웃인 당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누군가 나에게 전언을 보낼 때 나는 대답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윤리적 주체로서 내가 할 일이다.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언이 나를 향한 것이었음을 인정해야 하고, 가능한 제대로 이해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은 내세울만한 나의 공로로서가 아니라, 나의 존재됨 역시 내가 보낸 전언을 수신해준 누군가에 기대고 있음을 통렬히 깨달은 결과여야 한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 가져다준 편리함과 후기자본주의 소비문화가 선전하는 핑크빛 행복 속에서 그러나 역설적으로 전언은 점점 더 자주 실종되고 답변을 기다리는 송신자의 가슴은 점점 더 타는 목마름으로 바스러진다. 전언이 품고 있는 삶의 시간과 장소를, 그 구체성과 개별성을 오롯이 살펴 듣는 '나의 이웃'을 희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욕망인가?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사려 깊게 새겨듣는 이웃이 여기 있다고 말한다. 새겨들은 그 이야기를 또 다른 이웃에게 전송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언들이 발화한 사람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 하는 건 아니다. 이 전언들에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듣는 사람의 귀/목소리가 서로 섞여 있다. 이 글들에는 조금씩 미끄러지고 지연되는 타자 인정과 서툰 관계 맺기의 흔적들이 지워지지 않은 채, 그러나 심장의 온기를 담아 남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서로에게 완전히 투영할 수 없는 자아와 타자가 만나 말을 하고 듣는 행위에 동참하게 된다. 송신과 수신 사이의 불완전한 연결은 물질적인 환경 이상의 것이다. 의미한 것과 이해한 것 사이의 간극은 모든 소통행위의 존재론적 한계고 이 한계야말로 자아의 윤리적 주체성이 구성되는 출발지점이다.   (P.5~7 )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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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6-27 21:42   좋아요 0 | URL
작은 사람은 작은 사람끼리
어깨동무를 하면서
서로 돕고 서로 아껴서 서로 사랑하지요.

차별을 없애는 길은
작은 사람끼리 손을 잡는 데에 있다고 느껴요.

appletreeje 2013-06-28 09:32   좋아요 0 | URL
차별을 없애는 길은
작은 사람끼리 손을 잡는 데에 있다.-

그런데 때때로 작은 사람들끼리도
손을 잡지 않을 때도 많아 슬픈 세상입니다..

2013-06-27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8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림모노로그 2013-06-28 09:46   좋아요 0 | URL
요즘은 소통이 화두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심한 불통의 시대이기 때문이라 생각되더라구요.
이 책 차별이라는 송신이 수신자에게는 얼마나 가슴 아픈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요 .
조금은 마음을 열고 차별이 아닌 이해의 시선을 타인에게 보여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편집과 구성이 매우 탁월했던 것 같아요 ㅎㅎ

appletreeje 2013-06-29 09:04   좋아요 0 | URL
결국,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을 없애려는 노력은
저 사람은 나랑 다르지만, 저 사람도 나랑 같은 사람이고 주체라는
마음과 시선으로 바라보고, 인정하고 함께 걸어가는 일이라 생각 들어요.

'너무 붙이지도 않고 너무 떨어뜨리지도 않게'-
그리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삭제된 채 허공에 붕 뜬 '착한' 소수자들을 사회적 변화의 주체로 맞이하고 그 노력을 함께해나갈 수 있는 장소를 열어나가는 것이 반차별운동의 중요한 역할이겠지요.

히히..드림님의 이 책의 리뷰가 늘 그랬듯이
특히 마음에 많이 와닿았던 좋은 책이었습니다. ^^

파란놀 2013-06-30 15:41   좋아요 0 | URL
작은 사람 스스로 작은 사람인 줄 생각하지 못하면
큰 사람이 되고픈 생각에 스스로 괴롭히고
이웃과 동무도 힘들게 하지요.

그래도, 작은 사람은 작은 사람으로 돌아와서
큰 사람(이를테면 공룡)들로 이루어진 세상은
머잖아 무너지고 마는 줄 깨달으리라 생각해요..

appletreeje 2013-06-30 16:51   좋아요 0 | URL
히히..저는 작은 사람끼리
서로 아끼며 다정하게 사랑하며 살아 갈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