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파코 로카 지음, 김현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인자의 기억법>은 작가가 `알츠하이머`를 설정으로 한 그야말로 소설이지만, 파코 로카의 이 책은 리얼한 현실이다. 그 누구라도 장담할 수 없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르는. 둥글고 편안함을 주는 그림체를 따라가다 96쪽에 이르러,쿵...하고 하얘졌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8-06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7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8-06 23:00   좋아요 0 | URL
어떤 책인지 궁금해지네요. 그렇지 않아도 '살인자의 기억법'도 눈길이 갔는데, 이 책이 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appletreeje 2013-08-07 17:54   좋아요 0 | URL
은행원이었던 주인공이 어느날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더 이상 돌보기를 힘겨워한 아들 내외의 권유(?)에 의해서 요양 병원으로 들어가고, 그 요양 병원에서 만나는 같은 종류의 환자들과의 이야기와 그 진행의 서서한 마무리까지의 이야기를 쓴 만화인데, 친구의 아버지께 그런 병이 생겼다는 이야기와 자존심이 무척 강한 저자의 어머니가 보행용 지팡이를 처음 구입하고 당황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됐다 합니다.

인생의 의미를 다시금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그런 좋은 작품이었어요.^^
보슬비님께서도 읽어 보시면, 저와 같은 느낌을 가지실 것 같아요.

2013-08-09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0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국열차 - 양장 합본 개정판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자크 로브.뱅자맹 르그랑 글, 장 마르크 로셰트 그림, 이세진 옮김 / 세미콜론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는 처음부터, 더위를 식혀줄만큼 집중할 수 있었던 책이다. 많은 사람들의 영화 리뷰를 읽고서, 영화는 안 보기로 했다, 적어도 지금은. 원작의 엔딩이 주는 그 강하고도 선명한 이미지를 온전하게 지니고 싶기 때문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8-06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7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8-06 17:17   좋아요 0 | URL
영화로도 만들었는가 보군요.
만화를 영화로 만들면
새로운 맛도 있지만
만화에서처럼 작은 곳 찬찬히 그리는
느긋한 재미까지는
담을 겨를을 거의 못 내지 싶어요.

appletreeje 2013-08-07 17:57   좋아요 0 | URL
예, 요즘 가장 핫한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저도 이 영화를 이번 주에 볼 예정이었는데
다른 식구들만 보내고 저는 조금 늦게 보려구요.
원작의 생생한 저만의 그 느낌을 아직은 깨뜨리고 싶지 않아서요.^^

보슬비 2013-08-06 23:01   좋아요 0 | URL
책이 마음에 드셨다니 더 궁금해지네요. 워낙 인기가 있으니, 도서관에서 이 책 신청해줄거라 믿어요. ㅎㅎ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이 있으니 천천히 기다려보아야겠어요.

appletreeje 2013-08-07 18:01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께서도 왠지 마음에 드실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도 신청해주리라 저도 굳게 믿고요~ㅎㅎ

늘 읽고 계시는 책들이 있으시니, 천천히 기다리시다 읽으셔도
더 즐겁지 않을까,하는 그런 마음이 저의 경우를 포함해 두루두루 듭니당~^^

드림모노로그 2013-08-07 10:33   좋아요 0 | URL
설국열차 저도 보고 싶은 영화 1순위인데 ㅎㅎ
전 영화보기전에 평은 잘 안봐서요 ㅋㅋ
나무늘보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
책으로 읽어볼까 싶기도 합니다 ㅋㅋ ~^^

appletreeje 2013-08-07 18:07   좋아요 0 | URL
저도 아무런 사정 정보 없는, 그런 저만의 즐거움으로 영화를 즐기고자 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워낙 원작과 영화의 주제가 방대해서 자꾸 리뷰를 읽게 되었어요.
ㅎㅎ 드림님께서는 영화도 즐겁게 보시고, 이왕이면 이 책도 보셨으면 더욱 좋으실 듯 합니다~ㅎㅎㅎ

후애(厚愛) 2013-08-07 14:03   좋아요 0 | URL
잔인하긴 하지만 진짜 재밌고, 감동적이였어요.^^
좋은 책 선물로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고맙습니다.*^^*
재밌게 즐겁게 행복하게 잘 읽었습니다~

appletreeje 2013-08-07 18:10   좋아요 0 | URL
예~참 끔찍한 스토리긴 하지만 진짜 몰입하며 읽었던 책이었어요.^^
좋은 책을, 후애님과 함께 즐겁게 공유할 수 있어서 제가 더 감사드려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악이 끝났어도, 여운은 마음속에 계속 머물듯 그런 소설. 개개인의 내면의 육손이처럼, 우성 유전이라 할지라도 현실에선 도태 법칙이 적용되듯..색채가 없어도 뭐 어떠한가. 결국은..순례를 마치고 도착하는 곳은 자신만의 `지금 여기`인 것을. 리스트의 `순례의 해`같은 소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8-06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7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8-06 23:03   좋아요 0 | URL
하루키의 새 책이 나왔다는것이 이 책이었군요. 개인적으로 전 판타지적인 면을 좋아해서 '해변의 카프카'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나무늘보님의 평과 평점을 보니 호기심이 생기네요. ^^

appletreeje 2013-08-07 18:15   좋아요 0 | URL
예~ 그 어마어마한 선인세를 냈다는 그 책이에요.
저도 '해변의 카프카'를 가장 마음에 들게 읽었는데, 이 책은 조금 다른 책이지요.
글쎄...잔잔하고 조용하면서도 어렴풋한, 그런 작은 小曲,같다고나 할까요~?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깃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가시덤풀 속을 누벼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 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서 후닥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툭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P.16 )

 

 

 

 

 

 

                        꽃사과 꽃이 피었다

 

 

 

 

 

                           꽃사과 꽃 피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눈을 치켜들자

                           떨어지던 꽃사과 꽃

                           도로 튀어오른다.

                           바람도 미미한데

                           불같이 일어난다.

                           희디흰 불꽃이다.

                           꽃사과 꽃, 꽃사과 꽃.

                           눈으로 코로 달려든다.

                           나는 팔을 뻗었다.

                           나는 불이 붙었다.

                           공기가 갈라졌다.

                           하! 하! 하!

                           식물원 지붕위에서

                           비둘기가 내려다본다. 가느스름 눈을 뜨고.

                           여덟시 십분 전의 공중목욕탕 욕조물처럼

                           그대로 식기 전에 누군가의 몸에 침투하길 열망하는

                           누우런 손가락엔

                           열개의 창백한 손톱 외에

                           아무것도 피어 있지않다.

                           내 청춘, 늘 움츠려

                           아무것도 피우지 못했다, 아무것도.

 

                           꽃사과 꽃이 피었다. (P.50 )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P.98 )

 

 

 

 

                                                      -황인숙 시선집, <꽃사과 꽃이 피었다>-에서

 

 

 

 

 

 

 

 

 

 

 

 

 

 

한국시단의 독특하고 경쾌한 상상력, 황인숙 시인의 자선 대표시집!

『꽃사과 꽃이 피었다』는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가 당선되면서 시단에 데뷔했고, 동서문학상(1999)과 김수영문학상(2004) 등을 수상한 황인숙의 첫 시선집이다. 1988년부터 2007년까지 30년간 황인숙 시인이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낸 시집들에 수록된 시들 중 시인이 가려 뽑은 시선집 『꽃사과 꽃이 피었다』에는 발랄하고 경쾌한 상상력을 통해 사물에 아름다움을 불어넣어주는 황인숙 시인 특유의 깔깔거림과 쓸쓸함의 시어들로 가득 넘친다. 시인은 일상과 사물에 부여된 낡은 옷과 생각을 벗기고 새로운 옷을 입히며 답답한 현실을 새로움의 충동으로 만들어놓는다. 그리하여 시인의 통통 튀는 개성적인 문체와 시크한 사유를 통해 부조리한 생의 허무를 부드럽게 매만진다. 마치 콧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한 그의 시편들은 ‘생’이라는 부조리극에 대한 조롱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휘파람이기도 하다.
세상살이의 복잡함과 무모함에 초연하면서 그래도 살아가야만 하는 삶은 어떤 것일까? 황인숙 시인은 고양이의 발걸음처럼 때론 조심스럽게 때론 오만하게 행간과 행간을 내딛으며 생의 ‘자명한’ 이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13-08-02 09:45   좋아요 0 | URL
고양이로도 다시 태어나고
괭이밥으로도 다시 태어나면
되겠네요.

집고양이로도
들고양이로도
또 멧골에서 삵으로도
태어나면.

appletreeje 2013-08-02 20:34   좋아요 0 | URL
'괭이밥'. 아파서 시름하던 고양이가 이 풀을 뜯어먹고 나아서
이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클로버와 비슷하게 생긴 괭이밥.
그렇네요. 고양이로도 다시 태어나고, 괭이밥으로도 다시 태어나면~^^

2013-08-02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2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08-02 22:09   좋아요 0 | URL
언제나 좋은 시들만 올려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제목도 좋고 시들도 좋고 보관함으로~ ㅎㅎ

appletreeje 2013-08-02 23:02   좋아요 0 | URL
ㅎㅎ 즐겁게 읽어 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지요~
황인숙 시인의 시집을, 거의 다 소장하고 있지만 이번에
시인께서 직접 고르신 시선집을 읽으니, 더욱 새롭고 좋았습니다.^^

후애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보슬비 2013-08-04 20:31   좋아요 0 | URL
하지만 저는 한국에 사는 고양이로 태어나지는 않을래요..
한국에서 고양이로써의 삶은 힘들것 같아요. .. ㅠ.ㅠ

appletreeje 2013-08-06 15:44   좋아요 0 | URL
히히...저도 그런 것 같아요.
일본이나 그리스의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어요..^^

후애(厚愛) 2013-08-05 17:31   좋아요 0 | URL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
대구는 엄청 덥습니다.ㅠㅠ
더위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appletreeje 2013-08-06 16:06   좋아요 0 | URL
휴가가 시작되어 주말부터 어제까지 시골에 가서
시원하고 즐겁게 잘 지내다 왔습니다.^^ 대구는 정말 엄청 덥다 하네요..
무엇보다 후애님께서 각별히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하게 지내시길 빌어요~^^

이은명 2013-09-19 01:0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내방에 인숙만필이 왜 있는지 모르지만 난 후암동에 살았고 용산고등학교 졸업하여서 계속 글을 읽고 내동네 누나같아서 ㅎㅎ 그런데 고양이는 남자인 내가 너무좋아해서 어떤 아가씨랑 헤어져서 난 지금도 노총각 같네요 ㅎㅎ 새로나온 고양이 책은 원래 내가 쓰고 싶은 주제였는데 인숙님이 써주셨네 ㅎㅎ 당장사러가자 언제 나온책인지는 중요치 않아 난 인숙누나가 좋아 ㅎ

appletreeje 2013-09-20 19:34   좋아요 0 | URL
오오...<인숙만필>.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책이랍니다.^^
몇 권이나 지인들에게 선물했던 책이에요~
그래서인지요...왠지 이은명님이 뵙지는 못했지만 무척 반갑습니다.^^

이은명님! 좋은 추석 연휴 되세요~*^^*
저도 황인숙 작가님이 언제나 참 좋습니다~~
 

 

 

 

 

 

                    날아가는 꿈

 

 

 

 

 

                          날아오면서 잠이 들었죠 공중에 뜬 채 꿈을 꾼거죠 휘몰아

                       치는 바람 속에서 책을 펼쳤는데 글자들이 다 흩어졌어요 벌

                       레처럼 꿈틀거리던 내 시집의 활자들이 활짝 활짝 날개를 펼

                       치고 날아올라 완벽하게 증발하는가 싶더니 검은 눈송이로

                       흩뿌려졌어요 속이 시원했어요 찬 바람 부는 테겔공항에 내렸

                       어요 봄 대낮에 출발했는데 겨울 어스름에 닿아 있네요 불안

                       한 내 그림자가 어른거리다 저만치 휘발해 가는 밤이에요  (P.17 )

 

 

 

 

 

 

                     추궁

 

 

 

 

                          자전거를 못 타다니

 

                          그 실력은 어디 갔나 중학교에 자전거로 통학하기도 했는

                        데 수십 년 안 탔더니 다 잊어버렸나 몸으로 익힌 건 안 잊는

                        다는 말은 뭐였나 저 아줌마는 앞뒤로 두 아이를 태우고 차

                        도를 건너는데 나는 왜 자꾸 넘어지나 왜 자꾸 휘청거리는가

                        뒤에서 외친다 내가 내다버린 그 망가진 자전거로 어딜 가는

                        거요 하마터면 트랩에 칠 뻔 했다 붕떴어 개한테 준다 거짓

                        말하고 회식 후 남은 돼지정강이고기 챙겼지 자전거 뒤에 싣

                        고 왔는데 어디 흘려 버렸나 어디서 당신을 떨어뜨렸나 서둘

                        러 달려갈 때

 

                          이제 더는 여기에 없는  (P.25 )

 

 

 

 

 

 

                       이상한 나라에서 온 앨리스

 

 

 

 

                         이곳 사람들은 어지간히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고

                         집 뒤의 정원을

                         행인이 볼 수 없는 거기를 더

                         애지중지 가꾼다 이곳 사람들은

                         대체로 검소하다

                         가난한 예술가를 존중한다

                         다소 우대하는 것 같다

                         아시아 여자 단기 체류자 경제적 보증이 낮아도 시인이라서

                         시인이라서 셋방을 준다고 했다, 딸이 쓰던 아끼던 방을

                         겔링 부인은 말했다

                         집안에서 흡연은 절대 금지지만

                         시인이라서 시인이니까

                         부엌 쪽문을 열고 조금 피우는 건 이해할께요

                         한 번도 경험 못한 시인이라서 가능한 거

                         나는 여태껏 이상한 나라에서 살다 온 것일까  (P.31 )

 

 

 

 

 

                         밥심

 

 

 

 

 

                           나한테 피자는 간식인데, 베를리너들은 주식으로 먹는다.

                         식당에 가서 피자 한 판을 주문한 후 그 한 판을 혼자 다 먹

                         는다. 나는 참 신기한 눈으로 그들을 본다. 값이 싼 피자 가

                         게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피자를 산다.

                         사자마자 길거리에서 피자 뚜껑을 열고 그대로 서서 방

                         금 산 한판을 혼자서 다 먹는다. 누구도 왜 길에서 식사하느

                         냐며 나무라지 않는다. 서로의 허기를 이해하는 분위기.

                          오늘 점심시간에 나는 연구소 지하 주방에서 쌀을 안치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그 시간까지 점심 먹으러 나가지 않은

                         사람들을 불러 밥을 주었다. 연구소 비서인 안드레아는 김치

                         찌개가 든 그릇을 다 비운 후에 김하고 계란찜하고 밥을 먹

                         었다. 그 맵고 짜고 신 김치스프를 한 그릇 뚝딱 다 비운 후

                         에야 밥을 먹는 명쾌한 싱글맘 안드레야. 한식 먹는 순서를

                         가르쳐 줄까 말까.  (P.72 )

 

 

 

 

 

                                         -김이듬 詩集, <베를린, 달렘의 노래>-에서

 

 

 

 

 

 

 

 

 

 

 

 

: 이 시집 속에는 이듬이가 떠나온 것에 두고 온 것들과 독일이라는 이방에서 만나는 사물과 사람들과 풍경이 얽히고 설켜서 일렁이는 파랑으로 가득차 있다. 시 한 편은 이렇게 시작되어 저렇게 끝나지만 사실 이 시집에 들어 있는 모든 시들은 불쑥 첫행이 나왔다가 장면과 이미지들이 그려지면서 문득 끝난다. 시의 완성도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잘 쓰겠다라는 욕심을 그녀의 시들은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자유의지로 선택한 유배지에서 겪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지상중계로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3-08-01 09:18   좋아요 0 | URL
덕분에 시를 읽네요

좋은 하루 되셔요


appletreeje 2013-08-01 19:3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하늘바람님께서도 좋은 저녁 되셔요~

파란놀 2013-08-01 09:35   좋아요 0 | URL
넘어지고 다치면서 다시 타니까
자전거를 잘 탈 수 있어요.

넘어지고 나서 안 타면...
언제까지나 자전거를 못 탈 테지요.

시가 잘 안 쓰인다고 시를 안 쓰면
더는 시인이 아니겠지요~

(자전거 얘기하고 시 얘기를 살짝 겹쳐 보았어요)

appletreeje 2013-08-01 19:31   좋아요 0 | URL
자전거 시를 읽으면서 마치 저의 이야기같았어요.^^
뭐든지...그런 듯 싶어요~

2013-08-01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1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녕미미앤 2013-08-02 21:01   좋아요 0 | URL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한달전에 한 약속인데 굳이 하루전에 다시 확인을 꼭 해야 하는지.. 그것도 제가 잡은 약속이 아니고 친구가 잡은 약속이었는데 말이죠. (씩씩 -ㅁ-;; ㅋㅋ) 하루전에 연락이 없어서 제가 잊은 줄 알았다니 이거 무슨 시츄에이션 -_-;; ^^;; 그런 의미에서 나무늘보님, 저의 거사는 8월 24일로 잡혔어요. 히히 잊으셨을까봐 제가 미리..헤헤 24일 이후에 약속했던 후기.. 댓글로 달께요! *^^* 근데 날씨가 좋아야 되는데 말이죠..^^;

appletreeje 2013-08-02 21:11   좋아요 0 | URL
아웅....오늘도 친구와의 약속,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하셨군요..ㅠㅠ
안녕미미앤님...토닥토닥..토닥토닥~

미미앤님의 '거사' 안 잊어버렸답니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잘 하시고 후기도 꼭! 올려주셔요.^^
그런데요..미미앤님, 댓글도 좋지만 이왕이면 미미앤님 서재에 올려주시면
더욱 기쁠 것 같아요~히힝~

안녕미미앤님! 요즘 너무 더운데, 몸도 마음도 상쾌하고 씨원한 날들 되세요~*^^*

보슬비 2013-08-04 20:35   좋아요 0 | URL
ㅎㅎ 김치찌개를 밥없이 먹다니.. 아니되올말씀..
김치찌개를 먹으면 평소보다 밥을 더 많이 먹게 되어요. 요즘 배추가 비싸져서 덩달아 김치찌개도 못 해먹겠어요. ㅋㅋ

appletreeje 2013-08-06 16:08   좋아요 0 | URL
그렇죠! 김치찌개엔 밥이지요..ㅎㅎ
정말 밥도둑이 뭐 따로 없는 듯 해요.
저도 요즘, 김치찌개 '금단현상'이 일어나는 듯 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