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벽 24
-오래전 작가회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정 시인의 부음을 듣고
미황사 아래 어디
해남 송호리 어디
무릎께만 한 땅거미도 슬금슬금 기어들던
푸성귀 널어논 마당을 지나
어느 독거노인 집 건넌방에 겨우 세 들어 살던
깍지 낀 손을 풀었다 쥐던
흙바람 벽면에 툭 던져놓은
창 넓은 흰색 민모자 하나
넓고 허름한 추리닝 한 벌
텅 빈 액자 자국 하나
벽면에 홀로 남겨놓고
꼭 그렇게 떠나려고 했으리라
친구도 혈육도 세간살이도 통장 잔고도 집 한 칸도
어떤 소식도 없이
(.....)
그녀는 그렇듯 떠났으리라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그녀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을 돌아보고
느릿하게 또 돌아보며 (P.112 )
-강세환 시집, <앞마당에 그가 머물다 갔다>-에서
한 해의 끝에서, 이 시집을 읽으며 김태정 시인을
그리워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