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또 못 버린 물건들

또 못 버린 물건들 - 은희경 산문집
은희경 지음 / 난다 / 2023년 8월

난다의 책답게 장정이 단단하고 멋지다. 그 안에 작가가 함께한 시간과 삶의 궤적이 담겨 있어 쉽게 버릴 수 없는 물건들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의 말대로 쓰는 사람이 쉽고 또 재미를 느끼면서 쓰면, 읽는 사람도 그렇게 읽은 冊. 내 경우 또 못 버릴 물건은 거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물건은 여전히 못 버리고 있다. 친구들에게 못 버린 물건들에 대한 설문지를 문득 돌려보고 싶은 책.

[100자평]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
강혜정 저자 / 달 / 2023년 8월

사람의 감정이란 백인백색 달라서 그녀의 마음을 다 읽을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 무언가 느껴지는 것 같은 책. 왼편엔 푸른색지에 하얀 제목, 오른편엔 챕터별 솔직한 문장들과 좋은 사진들이 책과 공들여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편집이다. 좀 울어서 눈 안이 빡빡할 때, 한숨 돌리려고 내린 뜨겁고 좋은 커피 한잔 같았던 책.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난 자주 보고 싶어.˝

[100자평] 문밖의 사람

문밖의 사람 - 어느 소설가의 택배일지
정혁용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7월

<침입자들> <파괴자들>을 쓴 정혁용 소설가가 마흔다섯에 택배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삶으로서 체득한 개별자로서의 기록이다. 마음 묵직해지는 책. 리얼리티에 가식 없는, 실재계와 분리되지 않는 정체성이라 더욱 좋았다. ˝다만,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자신을 좀 더 믿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100자평]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라는 경위서의 맺음말 문장에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절절한 마음이 들어 있다. 이번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 제8탄에는 역시 평범하고 작은 사람들의 의협심과 신과의 약속과 양심과 온기가 스며있어 여전히 좋았다. ˝괴물과 나쁜 정치, 사람의 목숨을 뿌리째 베어 내는 것으로는 똑같은 해악이다.˝

[100자평] 호랭면

호랭면
김지안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7월

다섯 살 나윤이에게 이번에는 시원한 냉면을 더 맛있게 먹게 하고 싶어 <호랭면>을 준비했다. 정감 어린 전통 그림 속, 귀여운 낭자와 두 도령이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시원한 얼음‘을 찾아가고 그 서사가 무척 재밌고 흐뭇하다. 아, 나도 환상의 구범폭포 냉면! 후루룩후루룩 먹고 싶다! 오늘 점심은 냉면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