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며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경우나 보편적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였기 때문에, 충격적이고 생소했다. 그러나, 삶이란 백인백색의 이야기가 아닌가. 감정장애를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란 작가의 정서적 장애의 극복을, 자전적 그래픽노블의 정점으로 심도있게 잘 표현해준 작품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15-08-20 07:25   좋아요 0 | URL
읽어보고 싶군요^^
백인백색의 삶!!
오늘하루도 그중 한 사람의 삶을 살아내야할 것이구요!
좋은하루 되세요^^

appletreeje 2015-08-20 19:02   좋아요 0 | URL
예~ 한 번 읽어보실 만한 책이예요~
이 책을 읽으며 정말 백인백색의 삶을 생각해보게 됐어요.^^
책 읽는 나무님께서는~ 오늘도 책 읽는 나무님 다운 삶을
열심히 잘 사셨겟지요~?^^
편안하고 시원한, 좋은 저녁 되세요~*^^*

2015-08-20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0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5-08-20 19:22   좋아요 0 | URL
부모가 내게 상처를 준 과거의 말들을 돌이켜 사과하지 않는다면 내가 대신 나에게 사과의 말을 해주고 과거를 떠나야 합니다....
어제 트윗으로 전해 받은 글인데 appletreeje 님 글 읽으니.. 다시 생각났어요..

appletreeje 2015-08-20 20:59   좋아요 0 | URL
그런데 항상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향한 위로가 필요한 엄마와, 조금이라도
상황이 난처해지면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아빠, 이 부모들도 감정장애를 앓고 사는 부모들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스스로가 깊은 성찰을 통해 치유를 합니다.
이 책은 그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옳다고 믿을 수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투쟁은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고, 그 투쟁은
또한 삶을 아름답게 만듬을 잘 보여준 그런 사랑의 공표.^^

2015-08-20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0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5-08-20 23:53   좋아요 0 | URL
투~쟁! 투쟁!!! 그 구호가 소리로 들리네요ㅋ 님의 댓글에서

appletreeje 2015-08-21 08:06   좋아요 0 | URL
투쟁~이 세 번이나 들어가 있네요~ㅋㅋㅋ
좋은 하루 되세요~^^
 

 

 

 

 

 

 

 

 

 

 

 

 

 

 

 

        

 

 

 

 

 

         당신도 알 것이다

         춤은 어디에서 오는가

         몸 안에서 오는가 밖에서 오는가

         대자연의 수많은 생명들이 내 안에 들어와

         몸을 이루며 영혼의 빛나는 줄기들을 키우듯이

         춤은 그렇게 온다

         저 우주 자연으로부터

         찰나의 불화살이 꽂히듯, 적시며 스며들고

         다가와 온몸을 뒤흔드는 것이네

 

 

         손을 들어 가리키면 꽃이 피어나고

         눈을 내리 굽어보면 슬픔과 기쁨과

         사랑으로 젖어가는 춤

         내 안에, 내 밖에

         파릇파릇 다가오며 반짝이고 있어요

         새벽 강의 푸른 별빛 기억하고 있나요

         내밀어봐요 소중하고 싱싱하잖아요

         손잡아봐요

         당신의 눈빛 속에 출렁이고 있어요

         손짓하고 있어요  (P.82 )

 

 

 

 

 

 

 

              쳇 베이커를 듣는 밤 문을 두드렸던 베짱이

 

 

 

 

 

            문풍지 빠빠라빰 붕붕 옹알거린다

            쳇 베이커를 듣고 있는데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울고 있는가

            밤이 깊었는데 문을 열다 우러른 하늘

            별밭에 누가 돌을 던지나

            자꾸 별똥별이 떨어졌는데

            아침 방문을 여니 문밖에 쓰러져 누운 베짱이 한 마리

            미안하다 듣지 못했다

            용서해라 추웠다 살피기 싫었다

            밤새 한여름을 노래하던 세기의 음악가가 생애를 마쳤다

            삶의 현장에서 내몰린 얼마나 많은 사람들

            이 밤 노숙으로 뒤척이고 있을까

            쳇 베이커 누구의 방문을 두드리다 세상을 뛰어내렸는가

            베짱이의 죽음 앞에 쳇 베이커를 올린다

            마이 퍼니 발렌타인을 듣는다  (P.55 )

 

 

 

 

 

                        -박남준 詩集, ,<중독자>-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내 한 시절 뜨겁고 뜨거웠으니

               청춘의 송곳니는 어두운 지붕의

               언저리에 얹혀 있다, 창을 통해 보면

               비가 오려는가, 전깃줄이 흔들리고

               남은 생의 전언이 더 빨리 수신된다

               책상은 빈 맥주 깡통을 닮아서

               오늘 저녁의 일기는 어두워

               넘어질 확률 50%, 쥐 떼만 쿵쾅거리는

               책장을 열면 거기 생의 답이 있다고

               뾰족한 연필심 끝에서 강을 건널 수 있다고 새벽은

               거듭 말하지만, 송곳니처럼 뾰족한 생의 연필심은

               뭉툭해지고, 부러지고, 드러눕고

               이 어지러운 방에서 연필을 깎고 또 깎았으니

               수북하게 쌓인 목질은 나의 허구, 나의 신파

               그러나

               그 누구도 내 생을 열지 않으니  ( P.42 )

 

 

 

 

 

                         -박헌호 詩集, <내 가방 속 동물원>-에서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8-19 0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9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9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9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5-08-19 10:06   좋아요 0 | URL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꽃이
그대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하루를
오늘도 즐겁게 여시기를 빌어요.
아름답게 잘 여셨을 테지요~

appletreeje 2015-08-19 14:00   좋아요 1 | URL
예~즐겁게 잘 열었습니다~
숲노래님께서도 좋은 하루 되세요~*^^*

2015-08-19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9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9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9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0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0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팔뜨기 개 루브르 만화 컬렉션 9
에티엔 다보도 지음, 정연복 옮김 / 열화당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브르 만화 컬렉션`의 아홉번째 이야기. 좋은 책은 삶의 생기를 준다. 이 책은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오는 작품들의 선택과정과 , 소문난 걸작만을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관람객 개개인과 특별하고 소중한 관계를 맺게 해주는 루브르를 자유롭게 즐기기를...불경하게 그러나, 유쾌하게 보여준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8-15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5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6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6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8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8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8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8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동네서점의 유쾌한 반란
백창화.김병록 지음 / 남해의봄날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의 저자들이 연, 국내 최초 가정식 서점 `숲속작은책방`의 `하느님 물건을 파는 참새`가 되어 숲에서 책과 잠을 파는 이야기. 책표지와는 다르게, 이 책은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흠뻑 빠질...책과 삶과 사람들의 꿈이 가득찬,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책.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8-15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5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5-08-15 22:05   좋아요 1 | URL
숲에서 책과 잠을 판다구요? 완전 땡깁니다. 표지는 진짜 별로인데요 ㅎㅎ 내용은 반전이군요

appletreeje 2015-08-15 22:24   좋아요 1 | URL
ㅎㅎ 저자부부들께서도 첨에는 책방까지 차릴 계획은 없었지만, 이러저러한
예기된(?) 과정을 통해 `숲속작은책방`을 열고, 책과 북스테이를 겸하며 1년간
전국의 동네책방을 순례하며 느끼고 더욱 `책이 있는 삶`을 희망하며 걸어가는
이야기가 담긴 책인데요~ 이 책은 책방을 차리든 안 차리든을 떠나, 모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과 꿈과 행복이 가득 들어 있어 정말 연휴를 맞아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프레이야님께도 추천드리고 싶은 그런 책입니다~ㅎㅎ

근데 진짜, 책표지는 왜 저렇게 만들었는지...ㅠㅠ
정말 `옥의 티` 같아요.ㅋㅋ

프레이야 2015-08-15 22:4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애플트리제님이 추천하는 책은 믿고 사게 되어요. 아시죠^^

appletreeje 2015-08-15 22:59   좋아요 2 | URL
아이구, 고맙습니당~~꾸벅,
좋은 밤 되세요~~*^^*

제시스패로우 2015-08-15 22:32   좋아요 0 | URL
저도 10년 후 책방과 북카페를 목표로 하는데 읽어봐야 겠네요...

appletreeje 2015-08-15 22:41   좋아요 1 | URL
예~ 무엇보다, 책을 좋아하고 사는 사람들과 우리의 꿈과 희망이
개성 넘치는 책방지기들의 북리스트와 가슴 뛰는 책공간으로 함께
잘 녹아 있어, 한 번 읽어 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것 같아요~*^^*

2015-08-15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5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5-08-16 05:30   좋아요 1 | URL
지도를 보니 `전라남도 책방`은 없네요 ㅋㅋ
`많이 알려지`고 `문화예술 사업을 많이 하`는 곳이 아닌
그야말로 `작은 마을 책방`까지
다녀 본 발자국은 아닌 듯하구나 싶지만,
이만 한 이야기도 소중하구나 싶어요

appletreeje 2015-08-16 08:19   좋아요 1 | URL
어멋 그렇네요? 저만 해도 제가 사는 구에 동네책방을 찾아봤더니
이번 여름에 새로 생긴, 독립출판물이나 노트 엽서를 파는 곳이 있어
반가웠는데요.
그러지않아도, 저자의 마지막 한 마디에
˝책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오는 작은 책방들이 전국의 책방을
대표하는 건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 전국 곳곳에는 오랜 시간 동안 공든 탑을 쌓아온 많은 서점과 서점인들이 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서점이 죽어간다고 생각했던 이 시점, 내가 사랑하는 책공간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독립서점들과 만남으로써 작은 공간과 연대를 표하고 싶었다.
나머지는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싶다.˝는 말씀이 있더군요~

참 그리고, 이 책에 자연과 책 속에서 하룻밤 머물다 가는 `마음의 집` 롤모델로
일본에 있는 `키조 그림책마을`이 나오는데... 참 아름다워서 숲노래님 생각이 났어요~*^^*

숲노래 2015-08-16 14:31   좋아요 0 | URL
키조 그림책마을이라는 곳이 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시골마을을 살리는 길을
이렇게 슬기롭게 생각할 줄 아는 공무원이
머잖아 생길 수 있기를 빌어요.

키조마을은 책뿐 아니라 `숲`도 곱게 잘 살려 놓은 듯하네요.
아무렴, 그렇게 해야지요~

appletreeje 2015-08-16 23:53   좋아요 1 | URL
예~ 이 그림책마을에서는, 책 보다 자연이 더 우선인 곳이라
더욱 좋았습니다~~*^^*

2015-08-16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6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

 

 

 

 

 

 

         뭉게구름이 세상의 기억들을 그렸다 뭉갠다

         아직껏 짝을 찾지 못한 것이냐

         애매미의 구애는 한낮을 넘기고도 그칠 줄 모르네

         긴꼬리제비나비 노랑 상사화 꽃술을 더듬는다

         휘청~ 나비도 저렇게 무게가 있구나

         잠자리들 전깃줄에 나란하다

         이제 저 일사불란도 불편하지 않다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떼가 꽃 덤불 속에 몰려오고

         봉숭아 꽃잎 후루루 울긋불긋 져 내린다

         하루해가 뉘엿거린다

         깜박깜박 별빛만이 아니다

         어딘가 아주 멀리 두고 온 정신머리가 있을 것인데

         그래 바람이 왔구나 처마 끝 풍경소리

         이쯤 되면 나는 관음으로 고요해져야 하는데

         귀 뚫어라 귀뚜라미 뜰 앞에 개울물 소리

         가만있자 마음은 어디까지 흘러갔나  (P.11 )

 

 

 

 

 

 

                노래

 

 

 

 

 

 

            상처받은 영혼을 통해 노래가 나온다고

            마음의 깊은 동굴로부터

            울려와 들리는

 

 

            초원의 평화로운 풍경이

            양떼구름의 하늘로 퍼져가는 이거나

            슬픔으로 가득찬 유리창에

            눈물처럼 적시며 피어나는 이거나

 

 

            그리하여 고백이다 기다림이다

            비탄으로 애끓는 탄식이나 춤이다

            영혼을 관통하는 시다

            해와 달인들 사랑 없이 어찌 뜰 수 있으리

            생명 있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바람처럼 떠돌던 세상의 불립문자들이

            다가와 어루만지며 무늬를 이룬다

            노래가 절절하고 아리게 된 가지가지 이유이다  (P.45 )

 

 

 

 

 

 

 

 

               중독자

 

 

 

 

 

              익어가고 있다

 

 

              햇빛과 달빛, 별들의 반짝이는 노래를 기다렸다

              너무 격정적이지 않게 그러나 넉넉한 긴장과 두근거림이

              휘감았다 마디마디 관통했다

              사랑이었던, 슬픔이었던

              너를, 당신을, 나를

              거친 바닥에 깔아 무참히도 구긴다

 

 

               비빈다 휘감아 뭉갠다

               산다는 것 이렇게 서로의 몸을 통해

               흔적을 남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 퍽큐- 나를 더 뜨겁게 짓이겨줘

               악을 써봐 제발 비명을 질러봐

               어찌하여 상처가 향기로운지

 

 

               이따금 틈틈히

               모던한 멜랑콜리와 주렴 너머의 유혹이 슬그머니 뿌려

               진다

               찻잎의 그늘이 깊어진다

 

 

               어쩌면 고통,

               어쩌면 욕망의 가장 먼 길 저 산 너머 끝자리

               한 점 티끌이기도 거대한 중심이기도

               지독하다 끔찍하다 너에게로 물든 중독

               발효차가 익었다

               우주의 고요 한 점 아침 찻잔에 띄운다  (P.48 )

 

 

 

 

 

                                                 -박남준 詩集, <중독자>-에서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이기철

 

 

 

 

 

 

 

                창문은 누가 두드리는가, 과일 익는 저녁이여

                향기는 둥치 안에 숨었다가 조금씩 우리의 코에 스민다

                맨발로 밟으면 풀잎은 음악 소리를 낸다

                사람 아니면 누구에게 그립다는 말을 전할까

                불빛으로 남은 이름이 내 생의 핏줄이다

                하루를 태우고 남은 빛이 별이 될 때

                어둡지 않으려고 마음과 집들은 함께 모여 있다

                어느 별에 살다가 내게로 온 생이여

                내 생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나무가 팔을 벋어 다른 나무를 껴안듯

                사람은 마음을 벋어 타인을 껴안는다

                어느 가슴이 그립다는 말을 발명했을까

                공중에도 푸른 하루가 살듯이

                내 시에는 사람의 이름이 살고 있다

                붉은 옷 한 벌 해지면 떠나갈 꽃들처럼

                그렇게는 내게 온 생을 떠나보낼 수 없다

                귀빈이여 생이라는 새 이파리

                네가 있어 삶은 과일처럼 익는다  (P.20 )

 

 

 

 

 

 

 

                      여자비

 

                                                                 안현미

 

 

 

 

 

 

                  아마존 사람들은 하루종일 내리는 비를 여자비라고 한다

                  여자들만이 그렇게 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우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울던 소리

                  오래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에게서 나던 소리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젖 먹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우는 소리

                  오래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의 목 메이는 소리  (P.36 )

 

 

 

 

 

 

                      짐

                                  어머니학교6

 

                                                                       이정록

 

 

 

 

 

 

                    기사 양반,

                    이걸 어쩐댜?

                    정거장에 짐 보따릴 놓고 탔네.

 

 

                    걱정 마유. 보기엔 노각 같아도

                    이 버스가 후진 전문이유.

                    담부터 지발, 지발 짐부터 실으셔유.

 

 

                    그러니까 나부터 타는 겨.

                    나만 한 짐짝이

                    어디 또 있간디?

 

 

                    그나저나

                    의자를 몽땅

                    경로석으로 바꿔야겠슈.

 

 

                    영구차 몰듯이

                    고분고분하게 몰아.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고분이니께.  (P.54 )

 

 

 

 

 

 

 

 

                       꽃은 자전거를 타고

 

                                                                               최문자

 

 

 

 

 

 

                     그녀가 죽던 날

                     꽃은 자전거를 타고 왔다

                     그녀의 남자가 입원실 현관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막 아네모네 꽃을 내리려고 할 때

                     그녀의 심장은 뚝 멎었다

                     꽃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영안실 근처로 갔다

                     죽을 자리에서도 타오른다는 아네모네가

                     놀란 자전거를 타고 앉아

                     헛바퀴만 돌리고 또 돌렸다

 

 

                     그날,

                     꽃은 온종일 자전거에게 끌려 다녔다

                     꽃을 태운 자전거는 참았던 속력을 냈다

                     꽃도 그녀처럼 자전거를 타고 앉아

                     남자의 등을 탁탁 때리며 달렸다

                     꽃의 내부가 무너지도록 달렸다

                     마지막 꽃 한 송이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뭐라고 말했지만

                     바람이 그 말을 쓸어갔다

 

 

                     그날,

                     빈 자전거 한 대

                     고수부지 잡석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P.130 )

 

 

 

 

 

                                 -안상학 엮음 <시의 꽃말을 읽다>-에서

 

 

 

 

 

 

 

 

 

 

 

 

 

 

 

 

 

 

 

 

 

 

 

 

 

 

 

 

 

 

 

 

 

 

 

        '지축을 울리는 누떼의 발자국처럼' 멀리서 우레가 치고 비가 내린다.

        말복 지나고 아침 저녁 선선해져 한시름 놓으며.. 연휴 전, 을미년 대서 무렵에

        안상학 시인이 엮은 50편의 시와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시의/ 꽃말/를 읽다'와

        박남준 시인이 지역출판사인 진주의 펄북스.에서 펴낸 오랫만의 시집 '중독자',

        영원히 살 것처럼 사는 우리들에게 묻고 들려주는, 우리 삶의 종착지에서 만

        나는 우리 삶이 압축된 시간들의 이야기, '내 눈길 머무는 곳마다 내 숨결 가 닿는

        곳마다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

        임을 담담히 일깨워주는 '후회없이 살고 있나요?'를 다시 한 번 펼쳐 보는 날.

        퇴고는 화장하는 과정이 아니라 화장을 하나하나 지워가는 과정인 것처럼, 그렇게

        삶의 꽃말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저녁에는 삼우제를 지내고 온 사람과 여럿이 모여, 맑은 술 한 잔 해야겠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5-08-13 14:41   좋아요 1 | URL
하늘이 참 높고 예쁘네요.
많이 덥습니다.
건강조심하시는 나날되셔요

appletreeje 2015-08-13 14:46   좋아요 2 | URL
가끔 하늘을 보면 벌써 하늘이 높고 예쁘더군요~
좀 전엔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더니, 지금은 또 햇빛이 쨍하네요.^^
낮은 여전히 덥지만 아침 저녁은 선선해서 가을이 오는 느낌이..
하늘바람님께서도 어여쁜 아기들과 건강하시고~행복한 나날 되세요~~*^^*
고맙습니다!

하늘바람 2015-08-13 14:47   좋아요 1 | URL
네 바람결이 달라졌어요.
지금부터 10까지는 환상적인 날씨를 보여주겠지요

2015-08-13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3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8-13 15:16   좋아요 1 | URL
하늘이 정말 예뻐요~

appletreeje 2015-08-13 15:23   좋아요 1 | URL
예~ 정말 예쁩니다~~
그런데 지금은 또 하늘이 흐려졌네요.^^

지금 행복하자님!!!
즐겁고 행복한 연휴~보내세요~*^^

2015-08-13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3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8-13 18:18   좋아요 1 | URL
음, 좋은시를 잘 알아 갑니다. 여러 시를 두루 알게 하는 것도 색다른 맛이 납니다.
저는 하루 한 시도 버거운데..소화시키는 능력이겠죠..많이 보시고 경험하시는?!
고맙습니다. 마음은 해실해실 풀어지는 그런 오후가 되시길 바래 봅니다.^^
천둥소리에, 이웃 소식에 마음이 단단하게 뭉쳤을지 모르니 말예요.

appletreeje 2015-08-13 22:30   좋아요 1 | URL
예~ 한 시인의 시집을 읽는 일도, 여러 시인의 시를 엮은 시집도
색다르고 즐거웠어요~
소화시키는 능력은 없어도...소가 여물을 먹듯 되새김질 하며
즐기는 것 같아요~^^
사는 게 다 그렇겠지요~?^^ 맑은 날도 있고 천둥치는 날도 있고
기쁜 날도 있고, 함께 사람 사는 일의 희노애락을 나누는 날도 있고요.
반가운 방문~ 고맙습니다!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2015-08-13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3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5-08-13 18:30   좋아요 1 | URL
appletreeje 님 댁에도 마루가 있겠지요?
여름이 천천히 저무는구나 싶어요.
이런 날
하늘 올려다보면
그야말로 높고 새파라면서
요 며칠은 구름이 아주 멋져요.
아름다운 하루입니다~

appletreeje 2015-08-13 22:54   좋아요 1 | URL
마루,라기 보다 거실이 있어요.^^
숲노래님 댁 같이, 진짜 나무로 된 그런 마루가 아니라
새삼...아쉽고 부럽습니다~~
여튼, 마루에 누워 창밖을 보면 나무도, 새파란 하늘도, 멋진 구름도
뭉개뭉개 보여~ 참으로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정말 아름다운 하루,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2015-08-14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4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4 0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4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4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