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입니다. 너무너무 덥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손님들은 한 분도 덥다고 투정하질 않습니다.
점심 무렵이었습니다. 손님 한 분이 오셨습니다. 옷이 흠뻑 젖었습니다. 물에서 금방 건진 옷처럼 젖었습니다. 왜 이렇게 땀을
흘리셨는지 물어봤습니다. 자유공원에서부터 걸어왔더니 그렇다고 합니다. 선풍기 바람이 참 시원하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한 번도 켜지 못했습니다. 전기료가 아까워서가 아닙니다. 에어컨을 틀어도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스밥솥에 밥을 하면 금새 찜통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풍기 몇 대로 여름을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삼복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덥다고 투정하지 않는 우리 손님들입니다. 어느 곳을 가도 시원한 곳이 없기에 어서 빨리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제일 더운 곳은 주방입니다. 국을 끓이고 채소를 데치면 사우나보다도 더 덥습니다. 그런데서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자원 봉사자 자매님들이 음식을 만드십니다. 천사같은 분들이십니다. 겨우 수박 한 쪽에 행복해 하십니다.
72세 할아버지가 오늘 오셔서 담으신 밥입니다. 할아버지는 혼자 사십니다. 물론 노숙을 하고
계십니다. 하루 두 번은 오시라고 협박을 해도 웃기만 하고 꼭 한 번만 오십니다. 몇 달 전에 처음 오셔서 밥을 접시에 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다 드실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깨끗하게 다 드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말끔하게 산더미 같은 밥을 다
드셨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처음처럼 드시질 않습니다. 거의 삼분의 일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 드셔도 이제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 민들레소식 7/24 여름-에서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