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혜화동에서 약속이 있어 그간 읽었던 책들을 쇼핑백에 담아 룰루랄라~

알라딘 대학로중고서점에서 책을 114,000원에 팔고 가뿐히 나서려다 또 건진 책 몇 권.

 

 

 

 

 

 

<싹공일기> 정가 20000원, 중고가 7.200원.

 

 

 

 

<장날> 정가 10,000원. 중고가 4,000원.

 

 

 

<바다릉 건너는 달팽이>

정가 10,000원. 중고가 3,600원.

 

 

 

 

 

 

 

 

 

 

 

 

 

<염생이 한 마리 놓고 술판이로군>.  정가 9,000원. 중고가 3,300원.

 

 

 

 

<딱 좋아 딱 좋아 >. 정가 9,500원. 중고가 3,500원.

 

 

 

약속된 장소로 출발하랴 알라딘중고서점을 나서려는 순간, 들리는 방송..방금 책을 판매하신 000님은 카운터로 오시길 바랍니다. 오잉. 내 이름 아니양? 뭥미?

사연인즉, 판매하신 책들이 너무 좋은 책들이라 대학로점 이웃서재란에 책을 등재하고자 하오니  양해를..3초 후..그러세요.

 

 

 

 

 

누군가 영풍문고에 볼 일이 있다 하여 따라갔다가 또 건진 책.

<랍비의 고양이>, <주름>, <남편의 서가>. 이 책들은 상품권으로..^^

(그리고 영풍문고 종로점 개점 21주년 기념 타올도 받았다. 아웅..영풍문고가 21주년이나 되었궁..)

 

 

 

 

 

 

 

 

 

 

 

 

 

 

 

 

 

그리하여...다시, 대학로에 모인 삼인방은 단골 일식집으로...물론 계산은 ..

내가..

책 판 돈은

 언제나 술값으로 흔쾌히 날린다능..ㅋㅋㅋ 

 

 

 

지금도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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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17 00:08   좋아요 0 | URL
책을 팔아서 몸밥을 세 사람이 나누어 먹었군요~
내놓으신 책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마음밥 되겠지요~

appletreeje 2013-07-17 00:20   좋아요 0 | URL
예~~그랬습니당.^^
그리고 제가 내 놓은 책들이 다른 분들께도 함께살기님 말씀대로
마음밥이 되기를 바랍니다..^^
책 팔아 술 먹고 와 거시기했는데...좋은 말씀 주셔서 히히..감사합니다..

함께살기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셔요~^^

보슬비 2013-07-17 10:46   좋아요 0 | URL
오... 전 귀찮아서 들고나가기 싫던데..ㅎㅎ
역시 나무늘보님은 애주가셨어요.. 대학로 단골 일식집 어딘지 궁금...합니다.ㅋㅋ

appletreeje 2013-07-18 07:31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원클릭방문을 애용하는데, 그날은 걍 들고 나갔어요. ^^
현금박치기로 술마시기!...왠지 공돈 같은..ㅋㅋ
단골 일식집은 엄밀히 말하면 제 멘토의 단골집인데 솟대 박물관에서 조금 올라가다 보면 있는, 정통일식집이라기보다 퓨젼 일식집인데..상호는 까먹었어요. 검색에 나오지 않는 집인데 조명이 딱 술마시기 좋은, 모듬회와 초밥이 맛있는 곳? ..ㅎㅎ

보슬비 2013-07-20 13:45   좋아요 0 | URL
대학로에 솟대 박물관 근처를 배회해봐야겠어요. ^^
감사합니다.~~

blanca 2013-07-17 13:11   좋아요 0 | URL
영풍문고 안 가고 교보문고만 가고 있는데 조만간 가봐야겠어요^^;; 중고서점 일은 뿌듯하셨겠어요!

appletreeje 2013-07-18 07:29   좋아요 0 | URL
저는 평소엔 인터넷 책방을 주로 이용하는데 그날은 친구따라 가다보니
21주년이라고 3만원 이상 구매자들에게 타올도 주고 쿠폰북이랑 2000원짜리 도서증정권도 주고 문구도 할인이 많이 되고 그렇더군요.^^
이래저래 즐거웠던 하루였습니당~ㅎㅎ

안녕미미앤 2013-07-19 14:47   좋아요 0 | URL
우아 그렇게 잘 파셨다니.. 비결이 뭐에요? 저는 원클릭 애용하는데요, 혹시 원클릭은 더 싸게 팔리는 것 아닌지^^; 한번 직접 찾아가서 팔고 볼 일이네요^^ 저 역시 교보를 이용하는데요(고속터미널에 영풍 사라지고나서는 ㅠ.ㅠ) 영풍이 그리울 때가.... 정말 있어요. 책장 분위기가 아주 다르죠 영풍이랑 교보.. 부근에 영풍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정말..^^*

appletreeje 2013-07-20 00:08   좋아요 0 | URL
원클릭이나 오프나 매입가는 똑같습니다. ^^
굳이 비결이라 물으시니, 제가 판 슈퍼바이백 책들의 정가가 높아서 일까용~ㅋㅋ
 

 

 

 

 

 

 

 

 

자전거로부터 온다. 내가 어렸을 때 고향에서 본 자전거는 세 가지 종류였다. 하나는 옆 마을에서 출퇴근하는 국민학교 황선생님이 타고 다니던 자전거였는데, 안장 뒤에는 손수건으로 싼 도시락과 몇 권의 책이 항상 묶여 있는 신사 자전거였다. 퇴근하여 울퉁불퉁한 신작로를 달릴 때면 빈 도시락의 딸그락거리는 소리조차 멋있는 날씬한 자전거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주장집 술 배달꾼 춘풍이네 아버지가 타고다니는 짐바리였다. 춘풍이네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이 동네개라고 불렀는데 얼굴에 땀구멍이 승승 나고 붉으스름한 코에 아침인데도 늘 술 냄새를 풍겼다. 하지만 짐바리 자전거에 한 말자리 술통을 예닐곱 개씩이나 매달고 종일토록 인근 동네까지 돌아다녀 모두들 근동에서는 가장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하나는 조합장 아들이 타고 다니던 세발자전거인데 그 빨간 자전거는 동네의 크고 작은 모든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 가장 깊게 각인되어 있는 자전거는 아버지의 삐거덕거리는 낡은 자전거다. 아버지는 만주와 베이징 그리고 함흥 근처 어디를 떠돌다 삼팔선이 굳어질 즈음에 어머니의 동네에 정착했다는데, 어찌어찌하여 낡을 대로 낡은 자전거 한 대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전거는 아버지를 만나면서 더 삐거덕거렸다. 어머니의 말을 옮기면 아버지는 새벽밥을 먹자마자 바로 짐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고 한다. 임실을 거쳐 남원을 지나 아버지의 외가가 있는 운봉까지 가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 늦은 점심때가 되었고, 돼지 새끼 대여섯 마리를 사서 짐바리 자전거에 실으면 해가 기울기 전에 출발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새끼 돼지들과 함께  밤새도록 아무도 없는 산길의 신작로를 달리다 보면 남원 어디쯤이 나오고 선잠을 깬 노인네가 길가에 나와 오줌을 싸며 지금이 몇  시인지나 알고 이 밤중에 다니느냐며 말을 걸었단다. 머리에 하얗게 서리를 이고 집에 오면 아직 여명의 새벽이었는데, 도착한 즉시 잠잘 틈도 없이 고봉밥 한 그릇 먹고 다시 정읍 태인 장까지 이내 달렸단다. 태인장에 가서 그 돼지를 다 팔면 새끼 돼지 한 마리 정도의 이문을 남길 수 있었는데, 어머니는 저 양반이 되야지 한 마리 생기는 맛에 잠 한 소금도 안 자고 이틀 동안 자전거만 타고 댕긴다고 하면서도 한 번도 말린적이 없었단다. 7남매를 낳을 때까지 그렇게 번 돈으로 아버지는 신작로 가에 조그만 가게를 내고 아들이 셋이니 별이 셋이라며 삼성상회라는 그럴듯한 간판을 달았는데, 동네에서 함석으로 만든 간판을 단 점방은 우리집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잠도 없이 이틀을 꼬박 달려야 했던 자전거와 아버지의 세월, 나는 지금도 가끔 그 세월을 생각한다. 삐거덕 거리는 자전거와 길가에 버려진 단잠이 우리 일곱 형제를 키웠고 아버지의 병을 키웠다. 아버지는 돈이 아까워 술 한 잔, 담배 한 모금도 하지 않았건만 간경화로 세상을 버렸다.  (P.36~39 )   /  절망에서 건져낸 시

 

 

                                                        -작은숲 에세이, <상처 위에 피는 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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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15 05:56   좋아요 0 | URL
달리는 사이사이 쉬셨겠지요. 또 천천히 느긋느긋 달리셨을 테고요.
먼길 달리는 사람은 '빨리' 달리지 않는답니다.
오래오래 다리도 몸도 즐겁게 달릴 만큼 알맞게 달려요.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운동 삼아 자전거 타려는 분들은 서울 한강 같은 데에서도
너무 끔찍하게 속도경쟁이 붙어 아슬아슬 앞지르기를 해요.

삶을 누리는 사람은 이틀에 걸쳐 자전거를
기쁘게 탈 수 있네요.

appletreeje 2013-07-15 21:50   좋아요 0 | URL
그렇겠네요~^^
돼지 새끼 대 여섯마리를 싣고 달리려면..먼 길 달리시려면
비록 깜깜한 밤이라도 느긋하고 한결같이 자전거를 달리셨을 듯 해요..
왠지 그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 합니다. ^^

보슬비 2013-07-15 10:24   좋아요 0 | URL
저희 아버지도 자전거 참 잘 타셨는데...
정작 여의도광장에서 자전거를 타러 갈때면, 아버지는 일하셔서 함께 하지 못했던것 같아요. ㅠ.ㅠ

'소금'읽으며서 '아버지'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이 글을 읽으니 또 생각이 나네요...

appletreeje 2013-07-15 22:37   좋아요 0 | URL
아버지들은 다 자전거를 잘 타셨던 것 같아요.^^
여의도광장, 저도 친구들이랑 신나게 자전거를 탔던 추억이(아..청춘이여,)
이 밤 새록새록 나네요~.
저도 '소금' 읽으며 아버지 생각이..이 글 읽으며 아버지 생각이..

드림모노로그 2013-07-15 15:10   좋아요 0 | URL
아버지가 절로 떠오르네요.. 그동안 소원하였는데...
자전거가 향수처럼 아련하게 느껴지는 글입니다.
나무늘보님은 정말 좋은 책을 많이 알고 계시는 군요 ^^
덕분에 좋은 글을 많이 접하게 되어서 늘 감사해요 ^^
그곳은 오늘도 비가 많이 오나요? ㅎㅎㅎ
여기는 덥기만 하고 비가 올듯 말듯 하고 말아요 ㅋㅋ
날씨가 장난을 치네요 ㅋㅋ
오늘도 행복한 하루 !!!

appletreeje 2013-07-15 22:37   좋아요 0 | URL
참...우리들의 아버지들..
예~ 이곳은 오늘도 비가 많이 내렸지요.
그래도 시원해서 좋았어요. ^^
그런데 이 비가 그치면 또 뜨거운 불볕더위가 찾아오겠죠~?^^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르면 가을이 오겠구요`^^
드림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후애(厚愛) 2013-07-16 17:04   좋아요 0 | URL
제목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appletreeje 2013-07-17 10:1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후애님께서는 한층 더 그러실 듯 하네요..
 

 

 

 

 

                      가벼운 여우

 

 

 

 

                        아무도 모른다

                        나의 꼬리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비정규적으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일년에 한번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마다

                        내 꼬리는 자라나려고 용을 쓴다는 것을

                        이런, 더러운 퉤, 하고 나오고 싶어도

                        내 꼬리가 자라는 만큼 딱 그만큼 참는다는 것을

 

                        내년에 혹시

                        계약서를 입으로 꿀떡 삼키고 나올 수 있다거나

                        들키지 않기 위해 꼬리를 물고 있을 수도 있다거나

                        꼬리의 털들이 무럭무럭 피어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그러면

                        나의 찬란한 묘기를 보여주며

                        우왕좌왕 신호등에서 흔들리고 있는 저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훔칠 수 있을까

                        내 꼬리가 자라면 나는 무거워질 수 있을까

 

                        하지만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데 꼬리는 거추장스러운 일상일

                     뿐이고

                        나는 아무도 모르는 가벼운 여우인걸

                        그러니까 제발 누구든 내 꼬리를 훔쳐갔으면 좋겠어  (P.14 )

 

 

 

 

 

 

                            남극에서 살아남기

 

 

 

 

                          견고하고 빈틈없는 빙상氷床으로 뒤덮인 백색 대륙이다

 

                          서초동 법원은 너무 가깝고 얼음계단은 너무 멀다

                          뉴욕제과는 너무 가깝고 뉴욕의 빵은 너무 많다

                          파고다는 잉글리쉬를 팔고 있고 파고다는 탑골공원으

                        로 바뀐 지 오래다

                          저기 서류가방을 걸친 황제펭귄들이 무리를 지어 간다

                          화장실 벽에 010-222-2222 장기 삽니다,

                          스티커를 붙이던

                          가방 속에는 아직도 팔아야 할 장기들이 남아 있을까

                          강남역 계단에서 일렬로 줄을 지어

                          미끼처럼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는 바다표범들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보이지 않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8차선 차도는 얼음 자동차들로 덮여 있어 빈틈이 보이

                       지 않는다

                          조심해서 건너지 않으면 크레바스에 빠져

                          태양이 가득한 아프리카로 떨어질 수 있다

                          언제 충돌할 지 모르는 빙산들에 둘러싸여

                          황제펭귄들처럼 나도 무엇인가를 팔지 않으면 안 된다

                          남극의 제국은 화이트아웃이 되고 방향감각을 잃은 나는

                          같은 자리를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드라이 밸리로 가는 버스 안에서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

                        를 하는

                          긴수염고래들은 신기루일까

                          현기증이 난다

                          내 피는 얼지 않아 적십자혈액원에 제공되지 않을 것

                        이다    (P.38 )

 

 

 

 

 

                            어머니의 청계천

 

 

 

 

                           거북이처럼 등을 구부리며 열심히 미싱을 밟으셨다

                           일어서면 형광등에 머리 닿을까 145센티미터 어머니는

                           평화시장 어두운 다락방에서

                           청계천의 물이 점점 멀어지는 것도 모르고

                           미싱소리가 물소리인양

                           깜박거리는 구름에 가린 햇빛인 양

                           열아홉 청춘을

                           남들도 다 그렇게 살겠거니 청계천과 함께 그렇게

                           미싱을 밟으셨다

                           그 이듬해 전태일과 함께 청계천이 살짝 살아났을 때

                           스무살 어머니는 여전히 미싱을 밟으셨다

                           사람 죽는 거 늘 보았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으셨다 한다

 

                           여름이면 목덜미와 등짝 땀띠, 긁어 피고름이 살을 파

                        고들고

                           겨울이면 얼어 곱은 손가락 발가락이 미싱 바늘에 옷감

                        따라 박혀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즐겁게 흥얼거리셨다던

 

                           서울 사람들 다 모인 청계천 평화시장 물줄기 중간

                           자꾸 번듯하게 변해버린 청계천 평화시장 이층 자리만

                           내내 올려다보고 계신다

 

                           길을 잃어버린 듯 청계천에서

                           물소리가 미싱 소리인 양

                           구름에 가린 햇빛이 깜박거리는 형광등인 양

                           내내

                           조각보처럼 일정한 청계천 평화시장 이층을 올려다보

                        고 계신다   (P.62 )

 

 

 

 

                                              -유현아 詩集, <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여러분>-에서

 

 

 

 

 

 

 

 

 

 

 

 

 

그밖의 여러분을 위한 왈츠의 시편들

2006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유현아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여러분>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속에 놓여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구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유장한 호흡과 이야기적 요소는 기존 여성 시인에게서 맛보지 못한 신선함도 안겨준다.

신자유주의시대에 상위 1%를 제외한 99%의 기타 등등으로 살아가는 ‘그밖에 여러분’들에 대한 묵시록이다. 그러나 밝음을 내장한 그늘이다. 슬로우슬로우퀵퀵, 스텝을 기억하며 시를 읽다보면 어느결 따뜻한 위무를 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은 시인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독자들이 첫 시집을 어떻게 읽어줬으면 좋겠는지요?


“오래된 것들이 낡았다고 과거의 것들이 추하다고 모두 헐어버리는 시대잖아요.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오래되고 낡고 가난하고 소외되고 희미한 것들이 기억 속에 남아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되는 듯해요.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우리들에게 시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위로가 눈물이 아닌 모든 감정들, 웃음, 분노, 찌질함, 부끄러움, 무식함, 어이없음 등이 들어있는 시로 읽혀졌으면 해요.

슬픔을 슬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슬프듯, 객관적 거리에서 쓰려고 노력했는데…. 소외된 삶들이 제 시로 인해 건강한 삶이라는 것을, 정당한 삶이라는 것을,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요. 그럴 수 있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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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11 10:26   좋아요 0 | URL
사람들도 하나하나 따지면 모두 '오래된 숨'이지 싶어요.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마흔 해를 묵는...
이리하여 쉰 해, 예순 해, 일흔 해, 여든 해를 더 묵는...
오래된 사람들이지요..

appletreeje 2013-07-11 20:18   좋아요 0 | URL
예~그렇네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람들 하나하나 다 '오래된 숨'이군요..
해가 지날 때마다 다 오래된 사람들..^^

2013-07-11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1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녕미미앤 2013-07-11 21:06   좋아요 0 | URL
늘보님, 늘보님, ㅠ.ㅠ
무서워서 늘보님 시 보러 왔어요 .ㅠ.ㅠ
역시, 우리 하나님이 주신 지혜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늘보님 올려주신 시 읽고 있으니까 청계천만 떠오르구요
물소리 같은 미싱소리, 햇빛 같은 형광등 불빛, 그림이 그려져요^^
휴우~ 감사합니다. 나무늘보님~

appletreeje 2013-07-11 21:13   좋아요 0 | URL
안녕미미앤님! 무슨 일이 있으세요?
미미앤님집으로 건너가봐야겠네요..

2013-07-12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3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다페스트에서

                                         - 사랑과 자유의 노래 3

 

 

 

 

                         게르하르트 성인의 언덕 위에 월계수잎을 높이 든

                         '자유의 소녀상'이 서 있었다.

                         다뉴브강 물결은 맑지도 푸르지도 않게

                         마냥 잔잔하게만 흐르고 있었다.

                         강둑 한 구역엔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죽어간

                         유대인들의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게 신발뿐일까.)

                         늦여름 부다의 거리는 단풍나무 잎새들을 물들이고

                         때이른 가을비도 내리고 있었다.

                         마차시 성당과 다리(橋) 건너편

                         페스트의 저녁 불빛이 피아노시모로 젖어 있었다.

                         그 모든 걸 언덕 위의 소녀상少女像

                         옛모습 그대로 늙지도 않은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운 시절의, 순결한 사랑과 자유의 도시

                         부다페스트가 거기 있었다.  (P.17 )

 

 

 

 

 

                       나탈리 콜

 

 

 

 

                           나는 밤늦게 홀로 널 그리며

                           녹차綠茶를 마시고 있어.

                           그러다가 좀 심심하길래

                           네가 좋아하는 '언포겟터블'을

                           방금 찾아 플레이어 했어.

                           바로 그 노랠 나탈리 콜이

                           아버지와 같이 부르고 있어.

                           죽은 낫킹 콜이 CD 속에서

                           이 세상에서 사랑하던 딸

                           나탈리와 함께 부르는 노래,

                           나는 지금 그걸 마음으로

                           너와 함께 또 듣고 있어.  (P.82 )

 

 

                           * unforgatable

 

 

 

 

 

                           풀 이야기

 

 

 

 

                            토끼풀은 토끼귀를 많이 닮았고,

                            강아지풀은 강아지 손발을 닮았고,

                            애기똥풀은 그렇게 봐서 그런지

                            그 노란 물똥과 참 같기도 하구나.

 

                            작은 풀잎들은 가만히 움직인다.

                            하고픈 말도 입속으로만 한다.

                            사람들은 그걸 알아맞춰야 하지.

                            "난 누구와 무엇이 닮았을까요?"

 

                            풀들은 밤에 꼭 한데서 잠을 잔다.

                            자다가 깨어 엄마를 찾기도 하다가

                            조금 울고 나선 또 잠들기도 하지.

                            엄마는 홀씨되어 어디로 날아갔을까.

 

                            풀들 옆에 들꽃들이 가까이 서 있다.

                            어린 풀들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바람을 막아주며 쯧쯧 혀를 차다가

                            "애들아, 우리 뭐하고 놀래?" 물어본다.  (P.83 )

 

 

 

 

 

 

                        달마 30

                                      - 달마의 기도

 

 

 

 

                            하늘님,

                            나무도 저렇게 바로 설 줄 아는데,

                            (나무들도 제대로 바로 서서 사는데,)

                            사람들은 왜 바로 서서

                            좀 제대로 살 줄 모르지요.

 

                            아이고! 하늘님,

                            그런 사람을 왜 아직 사랑합니까?   (P.88 )

 

 

 

 

                                                  -이정우李庭雨 시집, <울지 않는 마돈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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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10 13:57   좋아요 0 | URL
풀은 크든 작든 서로 얼크러져서
푸른 빛 곱게 뽐내니 참 예쁩니다

appletreeje 2013-07-10 16:28   좋아요 0 | URL
예~푸른 풀들이
참 예쁘지요~!

2013-07-10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0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7-11 21:11   좋아요 0 | URL
저의 서재 배경 이미지가 바로 마차시 성당이 있는 어부의 요새에서 찍은 사진이예요.
겨울에 갔을때도 좋아서, 여름에 다시 놀러갔었는데 겨울과 여름 참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어서 좋은 여행이었던것 같아요. 시를 보니 그 때가 떠오르네요.

appletreeje 2013-07-11 21:35   좋아요 0 | URL
오오...그렇군요~!!
보슬비님 서재 배경이 언제 봐도 너무 좋은데 바로 그곳이었네요~?^^
대구 고산동 성당 신부님이신 시인께서 2011년에 성지순례를 가셨다 쓰신
詩라 하더군요. 이상하게 부다페스트,하면 꼭 울 보슬비님이 생각나요~
 

 

 

 

 

                 17번 국도를 가다보면

 

 

 

 

              고향에 가면 아는 사람들이 있다.

              평촌에서 17번 국도를 따라

              내 고향 용인으로 한 시간쯤 가다보면

              신작로 길가에서 맞이하는 쑥부쟁이가 보인다

 

              가겟집 낮은 지붕 아래

              먼지 묻은 막과자 몇 봉지가 흐릿한 등불 아래 졸고

              쪽마루에 걸터앉아 손님을 기다리던

              순분이 할아버지의 밭은 기침이 있다

 

              해 질 녘이면

              상여의 요령을 흔들던 사서방 아저씨의

              육자배기 구성진 소리가락과 비틀거리는 귀가가 있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 걸려 있는 삼거리이발소를 지나

              엄마 아빠가 젊었던 고향집에 들어서면,

              씨를 뿌리지 않아도 피어나던 채송화 꽃밭에서

              쏟아진 햇살에 눈부셨을까,

              상을 찡그리며 찍은 흑백사진 속에

              단발머리 예닐곱 수줍은 내가 있다.

 

              고향에 가면

              어린날의 단편을 기억해주는 옆집 살던 붙들이 엄마와

              추억 묻은 풍경들이 살픗살픗 모여 있다.  (P.132 )

 

 

 

 

 

                  포도 브로치

 

 

 

 

               셋째 작은 어머니가 꽂고 있는 포도송이 브로치를 보고

               예쁘다고 하니 선뜻 주셨다.

               치자빛 스웨터에 여밈 핀으로 꽂으니

               작은 어머니의 단아한 모습이 다가왔다.

 

               어느 날, 브로치를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슈퍼에서 물건 값을 계산하는데

               직원 앞치마에 브로치가 있었다.

              "이 브로치 어디서 사셨어요?"

              "주운 지 오래되었어요.

               잃어버린 분이 보고 찾아가라고 앞치마에

               매일 꽂고 있었어요. "

 

               그날, 잃어버린 브로치는 사연을 가지고

               다시 내게로 왔다.  (P.164 )

 

 

 

 

 

                  1호선 지하철안에서

 

 

 

 

                꽃들이 화사한 봄날에

                중년의 남자가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을 밀며 들어왔다.

                남자는 2천 원짜리 각질 제거기를 설명하다가

                지하철이 정차하면 내리는 손님을 아쉬워했다.

                그는 어떤 남자 앞에서

                멈칫, 당혹스런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얼굴을 풀며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인사를 했다.

                아, 자네 영업부에 근무했던 김 과장 아닌가, 애들은?

                큰놈이 이번에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붉어진 얼굴로 다른 칸으로 옮기려는 그에게

                어떤 사람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여기저기서 각질 제거기를 달라고 했다  (P.165 )

 

 

 

 

                                                       -신채원 詩集, <분꽃이 피는 시간>-에서

 

 

 

 

 

 

 

 

 

 

 

엄마와 딸이 만들어낸 한 권의 하모니

엄마가 글을 쓰고 딸이 그림을 그려 완성한 책 『분꽃이 피는 시간』.

저자 신채원은 엄마로서 아내로서 여자로서의 다양한 역할 안에서 겪은 소소한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매일매일을 특별하게 느끼는 섬세한 감성으로 자칫 지나치기 쉬운 나날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저자는 늘 감사하며 의미를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남편이 군인이었을 때 군부대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온 시간들을 쓴 글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군부대’라는 특수한 장소와 평온한 한 가족의 일상이 색다르게 조화를 이루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안에서 많은 사병들과 함께 생활하며 엄마 같은 마음으로 따뜻하게 그들을 챙겨주고 그들 또한 감사하며 인연을 맺어온, 저자에게는 삶에서 아주 특별한 곳임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군부대 안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끊임없이 소개하며 일상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소녀 같은 감수성을 관찰하는 것 또한 이 책의 볼거리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고 기쁨을 누릴 줄 아는 그녀의 소박함이 우리의 일상의 피로를 잠시나마 풀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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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7-08 11:17   좋아요 0 | URL
어릴 때 마당 한구석에 분꽃이 있었어요. 여름날 저녁만 되면 피기 시작하는 완전 분홍색꽃..

엄마와 딸이 만들어낸 시집이라니, 더 따뜻하고 아련하게 느껴지네요.

appletreeje 2013-07-08 13:54   좋아요 0 | URL
저희집에는 분꽃은 없었지만 어릴때 퇴계로 동물병원 많은 곳에 가서 유리너머로
얼굴을 맞대고 강아지들 구경하다 오는 길에 꼭 들렸던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또
땡볕아래서도 신나게 놀다 저녁이 되면 운동장 한켠에 붉은 맨드라미와 채송화, 분꽃이 있었지요..^^

이 시집에는 딸 최신혜님이 꼬마때 엄마의 시가 적힌 공책옆에 그린 크레파스 그림과 더불어 지금의 아름다운 일러스트 그림들이 정답게 엄마의 시 옆에 함께 있어 더욱 좋아요~ 그러고보니 제가 지난번 서점에서 사온 일러스트 엽서를 그린 분이라 더 반가웠어요. ^^

숲노래 2013-07-08 12:02   좋아요 0 | URL
날마다 작은 삶
알뜰히 여겨
그러모으다 보니
어느새 예쁜 시집이 되었군요

appletreeje 2013-07-08 13:58   좋아요 0 | URL
예~날마다의 예쁘고 소중한 마음들이 차곡차곡 모아져
이렇게 고운 시집이 나왔네요. ^^
엄마의 시와 따님의 알콩달콩한 그림이
함께하여 더욱 예쁜 시집이에요~.

보슬비 2013-07-08 19:46   좋아요 0 | URL
오늘의 시는 마음을 참 설레게하네요.

모든 사람들이 나무늘보님께서 올려주신 시를 마음에 품고 다닌다면, 얼굴 찡그릴일 없을것 같아요.

appletreeje 2013-07-08 22:59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오늘의 시들은 참으로 일상을 알뜰하고 귀하게 여긴 시라서
저도 정말 좋았습니다.~

안녕미미앤 2013-07-08 23:18   좋아요 0 | URL
저도 포도송이 브로치.. 갖고 싶어요! 하하하

appletreeje 2013-07-08 23:00   좋아요 0 | URL
히히히...저도요, 아참, 저는 사과 브로치요..ㅎㅎㅎ

안녕미미앤 2013-07-08 23:18   좋아요 0 | URL
사과 브로치도 예쁘겠다요^^ 치자빛 스웨터에 둘다 꼽아입고 싶네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