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재능은 타고난 것 같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다. 어머니는 정규교육을 받을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글솜씨만큼은 기가 막히다. 화려한 비유나 미문은 없지만 가끔 사람의 마음을 '탁' 내려치는 문장을 쓰신다. 어머니의 편지나 일기를 보고 울컥했던 적이 많다. 힘든 인생을 살아오면서 터득한 문장들이다. 나도 그렇게 무심하고 서툴게 사람 마음을 후려치고 싶다. 나는 멀었다.

 최근에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걸 또 하나 발견했다. 어머니는 요즘 취미 삼아 노래 교실에 다니는데, 무척 즐거우신 모양이다. 전화를 드리면 이번 주에는 어떤 노래를 배웠는지 알려주신다.

 

 지난 명절 때 어머니의 휴대전화에 노래를 넣어드리다가 어떤 가수들을 좋아하는지 여쭈어봤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류계영(몰라요), 박진석(박진영과 양현석을 합한 이름인가요), 강진(지역이 아니라 가수 이름인 거죠?). 그 후에도 모르는 가수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내가 물었다. "어머니는 현철이나 송대관이나 태진아는 안 좋아해요?" "난 별로야.' 어머니가 쿨하게 대답하셨다. 아, 이런 트로트 인디 정신을 보았나. 나의 인디 음악 사랑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로군. 물론 류계영이나 박진석, 강진 같은 트로트 가수들은 어머니 친구들 사이에선 아이돌과 맞먹는 인기겠지만. 우리가 보기엔 인디 뮤지션 같은 느낌이다.

 어머니의 '페이보릿 가수 리스트'에 딱 한 명 내가 아는 이름이 있었다. 김연자.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바로 그 김연자였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김연자의 노래 제목은 <10분 내로>. 제목만 듣고 이것은 마치 이효리의 <10 Minutes)에 대한 트로트계의 대답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가사를 보니 전혀 다른 세계였다. '10분 안에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게 효리의 능동적 세계라면, 김연자의 세계는 수동적이다. "내가 전화할 때 / 늦어도 10분 내로 내게로 달려와요 / 꾸물대지 말고 핑계 대지 말고 / 옆길로 새지도 말고 / 여자는 꽃이랍니다

 

 / 혼자 두지 말아요 / 당신 가슴에 영원히 지지 않는 / 꽃이 될래요 10분 내로."

 어머니는 노래 교실에서 배운 실력을 발휘하여 노래를 직접 들려주셨다. 듣고 있는데 어머니의 글과 비슷했다. 10분 내로 꽃이 되겠다는(응? 이게 무슨 말이야!) 말도 안되는 가사지만, 그 서툰 표현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어머니가 여자고, 어머니가 꽃이란 거다. 혼자 두지 말라는 거다. 노래 교실에 모여 앉아 <10분 내로>를 합창했을 수많은 어머니들을 생각해도 마음이 울컥한다. 밤에 가끔 아이폰으로 녹음해 저장해둔 어머니의 <10분 내로>를 듣는다. 눈물이 핑 돈다. (P.23~25 )

 

 

 

 

노래 교실 선생님에게 최근에 출간된 내 소설책 한 권을 선물했다. 어머니가 선물하고 싶어하셨다. 재미없어하실지도 모르지만 뭐, 선물은 마음이 중요한 거니까. 선생님에게 책을 선물한 뒤로 어머니에게 별명이 생겼다. "소설가! 나와서 노래 한 번 불러봐요." 어머니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뒤늦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아들이 소설가라서 어머니가 소설가가 되셨다. '소설가의 어머니'의 줄임말이긴 하지만, 어머니는 그 말을 좋아하셨다. 아들이 소설가라서 당신도 소설가라고 불리는 게 기분 좋으신 모양이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소설가가 되어서 어머니를 소설가로 만든 것 같아서 좋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머니를 소설가라고 불렀던 노래 선생님 대신에 새 선생님이 왔는데, 어머니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어머니의 표현에 의하면, 전에 계셨던 여자 선생님은 '조곤조곤'노래 잘 부르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가끔(냄새나는 화장실 변기에다 콜라를 부으면 좋다는 등의) 생활의 지혜를 알려주곤 했는데, 새로 온 남자 선생님은 썰렁한 농담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며 '자고로 노래는 무조건 힘차게 찌르고 들어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노래를 가르친다고 한다. '눈치 보지 말고 힘차게 노래를 부르라'며 어찌나 호통을 쳐대는 지 열심히 소리를 지르긴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몸살이 났다고 했다. (어머니를 닮은) 나 역시 선생님을 몹시 가리는 편이라서, 한 번 선생님이 눈 밖에 나면 배움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스타일이므로 어머니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지나치게 자신을 믿고 지나치게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는 선생님을, 상대방을 위한다는 구실로 상대방의 의견을 전혀 들어 보지 않는 선생님을 나는 신뢰할 수 없다. 매주 노래를 배우면서 재미있게 노셨는데 앞으로 그 재미가 반감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P.25~26 )

 

 

 

 

                                                                  -김중혁 산문, <모든 게 노래>-에서

 

 

 

 

 

    김중혁 작가의 산문 <모든 게 노래>중,  '어머니를 닮았네'를 읽다가 문득

    우리 엄마는 어떤 노래를 좋아했었나, 생각하다 문득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엄마가 무슨 노래를 좋아했는지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내가 생전의 엄마의 노래를 들었던 것은, 성당에 가서 성가를 부르신 그 기억밖에

    안 나서이다.

    뭐, 이런 자식이 있는가 말이다. 엄마는 수줍음이 많고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이었고

    어느 행사에 가서도 그저 수줍게 웃을 뿐, 그 웃음마저도 한 번도 큰 소리를 내며 웃었던

    적이 없는 분이다. 아...그러고 보니 아주 어렸을 때, 부처님 오신날인가 불자이신

    고모할머니를 따라 도봉산 어느 절에 간 적이 있었는데 해가 저무는 때인가 '아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란 노래를 부르신적이 있었나 아닌가.. 확실치 않은 그 기억만이

    지금도 꿈을 꾼듯 아렴풋할 뿐이다. 그리고 나도 역시 엄마를 닮아서인지 어디 가서 노래나

    춤등은 젬병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노래부르는 것을 듣는 건 좋아해서 노래방 같은 곳

    도 모임이 있을 때 가끔 가서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노래를 즐겁게 듣는다.

    아이들이 꼬마였을 때, 한번은 우리 식구가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노래방에서 녹음된 테이프를 주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사랑으로'를 부른 내 노래를

    들려 주니 "아이고, 너도 노래를 잘 하는구나!" 웃으시던 기억도 난다.

    생각해보니 참 내가 무심한 딸이었다는 만시지탄이 나온다.

    엄마를 억지로라도 노래방이라도 모시고 가서 처음에는 웃으며 손사레를 치며 거부를 하시더

    라도 거듭된 권유에 어쩔 수 없이 어느 노래라도 한자락 부르셨을 것을...그러면 지금 내가

    그 노래를 들을 때면 아...이 노래, 우리 엄마가 불렀던 노래였지. 기쁘게 웃음 지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엄마가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그 모든 사랑의 말과 몸짓이 다 '노래'였음

    을 잘 알고 있기에 아주 많이는 서운하지 않다. 다만 내가 좀더 살갑고 다정한 딸이 못되었음

    이 가슴이 많이 아프다.

    그리고 퍼뜩... 지금,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알아?" 물었더니

    "모르겠는데!" ...ㅠㅠ  지금이라도 자주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나중에라도 그 노래를 들을때면

    엄마가 좋아했던 노래,라는 추억을 안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의 일요일 오후,

    보내도 가지 않던 여름이 가고, 보내고 싶지 않은 가을이 왔다.

    바람이 완전,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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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9-08 17:21   좋아요 0 | URL
어머니는 소설가, 아들은 가수로군요.

서로서로 아름다운 사랑으로 마주하면
늘 아름다운 빛이 감돌면서
즐거운 이야기가 샘솟는구나 싶어요.

이 힘이 밑바탕 되어 한 사람은 소설가 되고
한 사람은 가수로 늘그막을 누리겠지요.

appletreeje 2013-09-10 01:58   좋아요 0 | URL
예~정말 서로서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사랑의 마음 나누며 살면 참 사는 일이 모두 즐겁겠지요~

2013-09-08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0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9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0 0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9-10 17:47   좋아요 0 | URL
가족중에 유일하게 노래방가기 싫어하는 사람이 저예요. ㅎㅎ 친정이고 시댁이고 모두 노래부르기 좋아하는데, 전 노래를 잘 못 부르겠더라고요.^^

나무늘보님 글을 읽으니 예전 오스트리아 놀러갈때 거리의 성악가 노래를 부르는것을 엄마도 따라 부르면서 너무 즐거워하시며 수줍게 동전을 담아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인기가요 들으시는 엄마는 저보다 아이돌을 더 많이 아세요. ㅎㅎ

appletreeje 2013-09-11 10:31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께서는 즐겁고 멋지게 사시는 어머니가 옆에 계셔서
저까지 참 좋고 행복합니다~~
저는 아이돌도 몇몇뿐이 잘 몰라요...^^;;
 

 

 

 

 

 

 

 

 

 

 나는 사십 세에 처음으로 문단이란 데 얼굴을 내밀었는데, 그때만 해도 그 나이에 등단을 한다는 게 희귀한 예에 속했던 것 같다. 어떻게 그 나이에 소설을 쓸 엄두를 냈느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어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심심해서 글을 썼노라고 대답했다. 그게 그냥 기사화되자 뜻하지 않은 야단을 맞게 되었다. 문학이라는,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엄숙한 작업을 어떻게 심심풀이로 할 수 있느냐는 준엄한 전화 설교에 뭐라고 대답했는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아직 신인인 나는 말 한마디의 잘못으로 세상에 밉보이는 게 두려워 덮어놓고 사과부터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마음으로부터 잘못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전쟁 중에 결혼해서 두 살 터울로 아이를 다섯씩이나 난 여편네가 언제 심심할 시간이 있었겠는가. 막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가족을 위해 24시간 봉사해야 하는 생활로부터 어느 정도 놓여나 비로소 자기만족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생긴 걸 그렇게 말한 거였다. 그때까지 나는 심심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나 갈망했던가. 심심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때도 많았다.

 돌이켜보면 유년의 시간이 칠십 평생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건 심심할 수 있는 시간의 넉넉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심심해서 베개를 업고 자장가를 불렀고, 게딱지로 솥을 걸고, 모래로 밥을 짓고, 솔잎으로 국수를 말았다. 할아버지가 송도 나들이를 가신 날의 해질 무렵처럼 심심한 시간이 또 있을까. 그때 나는 저녁 먹으라는 엄마의 재촉을 들은 척도 안 하고 사랑 툇마루 가운데 기둥을 한 팔로 감고 동구 밖 산모롱이에 할아버지의 두루마기 자락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할아버지가 밤이면 승냥이가 떼를 지어 나온다는 긴등고개를 넘을 때면 무서움과 할아버지의 무사를 비는 마음으로 가슴이 오그라져 붙는 것 같다. 할아버지를 따라 동구 밖까지 다 왔는데도 산모롱이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으면 다시 소리개

 

고개 쯤으로 할아버지를 후퇴시킨다. 이렇듯 내 어린 날의 심심한 시간은 내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

 초중고등학교 때도 심심할 수 있는 시간은 넘치게 많았다. 심심한 시간이 넉넉해서 소설이나 시집을 읽을 수가 있었다. 읽을거리까지 넉넉한 건 아니어서 정 심심할 때는 읽은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요즘 애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더러 들리는데, 심심할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학교 성적과 무관한 책을 읽을 수가 있겠는가. 그건 괜히 한번 해보는 걱정일 뿐 어른의 진심도 아니다. 아이들은 심심할 시간은 커녕 한숨 돌릴 새도 없이 돌아가는 팽이와 다름없다. 자의로 도는 팽이는 없다. 자식이 행여 한눈이라도 팔세라 온종일 미친 듯이 채찍질 해대면서 책 안 읽는다고 걱정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P.214~217 )

 

 

 

                                                                   -박완서, <노란집>-에서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솔솔 부는 이 가을, '엄마의 휘모리장단'이라  제목을

    붙인 따님 호원숙님의 서문처럼, 박완서 선생님께서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치울 노란집에서

    쓰신 글들을 모은 책, <노란집>을 읽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지나친 미사어구도, 유난한 기교도 없지만 그럼으로써 더욱 박완서 선생님

    다운 "내가 겪고 깊이 느낀 것 밖에는 잘 쓰지 못한다. 내가 죽도록 현역작가이고 싶은 것은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신 말씀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 책을 읽으며 참으로 즐거웠다.

    박완서 선생님의 육신은 비록 이곳을 떠나셨지만, 그분의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는 지금도

    여전히...우리가 어떻게 잘 살아야 할 것 인가,를 마치 곁에 앉아 조근조근 말씀해주시는 듯

    하다. 그리고 더불어 이철원 화백의, 글과 꼭 어울리는 아름다운 삽화도 참 좋다.

    유난히 지독한  여름을 견디고 지낸...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추석선물로 주고 싶은

    차분하게 마음을 놓게 하는 그런 책이다. 초가을의 어느 좋은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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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9-07 14:25   좋아요 0 | URL
느긋하게 지낼 적에는 짜지도 달지도 맵지도 않은
보드라운 맛을 즐겨요.
곧, '심심한' 맛이 되겠지요.

일본영화 <녹차의 맛>처럼 '심심하'면서
차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바란
박완서 님 늘그막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appletreeje 2013-09-08 06:45   좋아요 1 | URL
예~그러셨으리라 생각되요.
<녹차의 맛> 참 좋은 영화지요. ^^

비로그인 2013-09-07 15:50   좋아요 0 | URL
<노란집>에서 박완서 님은 '심심함'에 대한 말씀을 하셨고..
트리제님은 노란 종잇장(옐로우 페이퍼?ㅋㅋ)에 그 말씀을 아주 삼삼하게 적어놓으셨고...

심심하면 좋겠습니다,정말로요. 어디 무인도에서 굶어죽게 되더라도..
아니 아니 다시 말 바꿀게요. 그런 데 혼자 떨궈놓으면 무서워서 단 1초도 심심하지 않겠단 생각이..ㅎㅎ

appletreeje 2013-09-08 06:51   좋아요 1 | URL
옐로우 페이퍼...ㅋㅋ
정말 요즘 세상은 좀처럼 '심심하기'가 어려운 듯 해요.
심심할 수 있다는 것은 느긋할 수 있다는 의미일텐데...
저도 무인도에 혼자 가는 것은 무서워요~~ㅎㅎ

안녕미미앤 2013-09-07 22:51   좋아요 0 | URL
에이요! ^^ 잘 있었어요? 헤헤~~ 박완서님의 이 이야기는 다 아는 글이었는데 또 읽으니 또 좋네요 헤헤 나 약속했던 거 얼마나 기다렸어요? 많이 기다려줬음 좋겠다 생각도 했었는데 나 넘 이기적이라고 싫어할거에요? 실은 기다려줬음해서 늦은 건 아니구(나 그렇게까진 안 나빠요^^;) 좀 바빴어요 아프기도 했고.. 그런데 그날 날씨가 뭐 날릴만한 날씨가 아니었던것 알아요? 헤헤 그냥 패키지만 했어요^^ 그래도 뿌듯했답니다^^ 어느 탈북하신 분 간증도 듣고.. 완전 기적적이더라구요, 정말.. 놀라움^^ 음음~~ 다음에 또 소식 전할께요^^ 뿅~^^*

appletreeje 2013-09-08 06:57   좋아요 0 | URL
왕~~안녕미미앤님! 잘 지내셨지요~?^^
그럼요, 8월 24일 거사. 많이 기다렸지요~날씨도 그랬던 것도 알구요.^^
패키지만 하셨어도 참 잘 하셨어요!! 어떤 마음인지 다 잘 아니까요.
이궁..아프셨구나...바쁜 건 좋은 일이지만, 아프지는 마시길 바래요...
언제나 착하고 예쁜 안녕미미앤님!
늘 즐겁고 행복한 날들 되시길 바라며, 빨리 또 만나요~*^^*

안녕미미앤 2013-09-12 00:32   좋아요 0 | URL
왕~~ 감사해요!ㅠㅠ
 

 

 

 

 

   오늘 함께살기님 서재에서, 서울시에서 '헌책방 지도'를 만들었다고 서울 도서관 누리집에

  '서울 시내 헌책방 지도'가 나와 있다는 글을 읽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헌책방 '책 백화점'엘

   다녀왔다. 상계역 1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눈앞의 약국 지하라 찾기가 너무 쉬웠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 빽빽하게 책이 쌓인 좁은 통로를 지나 비닐막이 쳐진 입구로 들어서자

   어디선가 "어서 오세요~" 소리는 들리는데 사람 한 사람이 겨우 지날만큼의 통로 사이에서

   주인장의 얼굴은 여전히 안보이다, 또 서가를 하나 돌아가니 50대 후반의 주인 아주머니와

   인사를 하니 "어떤 책 찾으세요?" 하신다.

  " 예~구경좀 해보고요~" 여쭙고 또 좁은 서가를 돌아가 보았다.

 

 

 

 

    

 

 

 

    가장 먼저 관심있게 눈에 띄인 미술서가에서 '이것은 의자가 아니다'와 화집들을 열심히 펼쳐보

   고, 그 다음으론 바로 앞 서가에 있는 그림책들을 반갑게 이 책 저 책 펼쳐보다 몇 권을 고르고

   시집들이 꽂힌 서가도 보고, 입구쪽으로 나오니 그래도 요 몇년 전의 눈에 띠는 소설이나 산문집

   도 보였다.

 

 

 

 

 

 

 

   헌책방은 어렸을 때, 을지로 평화시장에 있는 청계천 헌책방들을 다니고는 그후론 아주 드물게

   가보곤 정말 실로 오랫만이라...느낌도 새롭고 헌책들이 솔솔 풍기는 헌책냄새도 기분좋게 맡으

   며 책들을 고르는데 오늘은 첫날이라 그런지 너무 많은 책들 가운데 무엇을 먼저 골라야할지

   도 막연했고, 아주 좁은 통로에 의자 하나 없어 한 시간 쯤 고르려니 다리도 좀 아파오고, 그리고

   책정가를 알 수 없었는지라. 오늘은 그냥 그림책만 다섯 권 고르고, <느림보 2011>이라는 느림보

   에서 나온 4호 크기의 180쪽 짜리 책도록을 한 권 사 가지고 나왔다.

 

 

 

 

 

 

 

 

 

 

 

 

 

 

   참, 도날드 달의 '맛'이 입구에 있길래 값을 물어보니 6000원이라 해서 왠지 좀 센듯하여 그냥

   두고.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이 이 헌책방은 19년이 되었는데 교통이 편하고 찾기 좋은 곳은

   책방 임대료가 높아 점점 헌책방들이 줄어가고 있다 하시며, 자주 놀러오라 하셨다.

   함께살기님 덕분에 이젠 '헌책방'의 '아름다운 진정한 의미'를 하나 둘 알아가고, 즐거운 나들이를

   하고 싶었는데 오늘도 덕분에 '서울 시내 헌책방 지도'에 대한 글을 올려주셔서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잘 다녀왔다.  

 

   역시 '헌책방'에 가서 오래된 책들을 펼쳐보고 고르는 일은

   '새책방'에서 새로 나온 빠릿한 책들을 고르는 맛과는 또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나는 '헌책방'도 '새책방'도 '알라딘 중고서점'도 다 좋다.

   그곳이 어디든 책이 있는 곳이라면~ㅎㅎ

 

 

 

   오늘 우선 맛보기로 사온 그림책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쓰셨다는 오래된 안경 속에 숨어 있는 핏줄간의 따뜻함과 손때가 묻은 물건이 풍기는 정겨운 향기를 맡게끔 하는 그림동화이다. 어떤 강요나 직접적인 설교보다는 조그만 사건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쓰여졌고,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사실적인 삽화들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개구쟁이 해리-바다 괴물이 되었어요》는 해리가 가족과 놀러 간 바닷가에서 한바탕 벌이는 소동을 재미있게 그려 내고 있다. 해리는 햇살이 너무 뜨거워 가족의 파라솔과 아이들이 만든 모래성에 들어가지만 금방 쫓겨난다. 그래서 뚱보 아줌마의 널찍한 그림자에 몸을 숨기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냈지만, 결국엔 그마저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된다. 더위에 지친 해리는 몰아친 파도에 휩쓸려 온 바닷말을 뒤집어쓰고 바다 괴물로 변신하게 된다!
바닷말을 뒤집어쓴 해리가 귀여운 강아지가 아닌 바다 괴물로 오해를 받는 것을 보며 아이들은 단지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사물이나 상대방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뜨거운 햇살을 싫어하는 해리를 위해, 그리고 또다시 길을 잃을 경우 가족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리를 닮은 파라솔을 준비한 해리의 가족. 다음 해에 바닷가로 놀러간 온가족이 해리와 함께 커다란 파라솔 아래에서 쉬고 있는 모습에 아이들은 함께 기뻐할 것이다. 가족 간에도 배려가 필요하다는 걸 일깨워 주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시인 백석이 시와 동화를 하나의 틀 속에 조화시켜 낸 동화시.'귀머거리 너구리', '개구리네 한솥밥', '집게네 네 형제'등 4편이 실렸다. 평등하고 올바른 세상을 바라는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시인이 쓴 글답게 우리말의 리듬과 운율이 아름답다.

한국 어린이 문학의 대표 작가들의 동화를 모아 놓은 '빛나는 어린이 문학' 시리즈로, 지난 2000년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다.

 

 

 

 

 

 

 

 

100년 전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놀았을까? 그 때도 학원이나 학교가 있었을까? 요즘처럼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오락기는 없었을텐데, 지겹지 않았을까? 그 때 아이들은 간식으로 무엇을 먹었을까? 어린이날에는 어떤 선물을 받았을까? 아니 어린이날이 있긴 했었나?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길어진다.

서양인과 일본인이 왕래하기 시작하면서 과자, 빵, 케이크 같은 새로운 음식이 유행하게 되고, 양말, 석유 램프, 양잿물 같은 새로운 생활품도 등장하게 되었다. 전화와 전기, 전차도 이때 들어왔다. 이런 눈부신 변화 속에서 조선은 암흑의 시기로 넘어가고 있었다.

변화와 쇠퇴하는 국운이라는 서로 상반된 요소가 급격히 뒤섞이던 100년 전, 변화와 전쟁 속에서도 아이들은 밝게 자라났다. 사극 속에서도 잘 다루어지지 않은 어린이의 생활이나, 교육, 놀이 문화에 대해 다룬 책. 10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 책표지에는 4-4 오수민, 이라고 연필로 이름이 적혀 있다~)

 

 

 

 

 

 

 

 

쌍둥이 남매는 도시 생활을 하며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쌍둥이 남매를 따라 농장을 지나 늪으로 가면서, 마치 생태 현장학습을 하듯 자연스럽게 동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쌍둥이가 메뚜기를 잡으려다 흠칫 놀라는 장면이나, 조랑말이 물까 봐 먹이를 주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 등에서는, 실생활 속에서 자연을 많이 접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의 낯설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비가 왜 오는지, 비가 오면 동물은 어떻게 피하는지, 무지개는 어떻게 생기는지 등 어린이들이 자연에 대해 갖고 있는 호기심을 그림과 이야기, 정보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서 풀어 주는 그림책이다.

 

 

 

 

 총 5권을 15,500원에 샀다.

 손글씨 영수증도 받았고, 다음에는 상봉역의 '좋은책 많은데'를 다녀와야겠다.~

 새로운 이번 가을은 내게 아마 서울의' 헌책방 나들이'로

 더욱 한층 풍성하고 즐거운 가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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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5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7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9-05 20:09   좋아요 0 | URL
품절되거나 절판된 책을 헌책방에서 찾는 즐거움에다가,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잊고 지나간 책을 만나는 재미가 있어,
또 여러 가지 아름다운 웃음을 베풀어 주는 헌책방 나들이
틈틈이 즐겨 보셔요.

저는 서울 시내 헌책방을 머릿속에 다 담아 놓았기에
어디를 가든 꼭 들르는데,
약속이 있어 이곳저곳 다니시면서
'그곳 둘레에도 헌책방 있나?' 하고 살피면서
삼십 분이나 한 시간쯤 돌아보면,
동무한테 선물할 재미난 책도 만나곤 한답니다~

appletreeje 2013-09-07 08:15   좋아요 0 | URL
예~그래야겠습니다~
벌써부터 함께살기님께서 일러주신
헌책방 나들이에 무척 설레고 즐겁습니다~
감사드려요. ^^

블루데이지 2013-09-06 09:23   좋아요 0 | URL
아~너무 멋스러운 나들이를 하셨네요^^

appletreeje 2013-09-07 08:14   좋아요 0 | URL
즐거운 나들이였어요~
책들의 또 다른 세계!
블루데이지님께서도 기회되시면
인근의 헌책방 함 나들이 해보셔요~*^^*

보슬비 2013-09-06 17:04   좋아요 0 | URL
가까운곳에 헌책방이 있었네요. 서울에서 헌책방하면 청계천 헌책방만 떠올랐는데, 헌책방이 근처에 있다는것이 무척 신기해요.

'개구쟁이 해리'는 나무늘보님이 올려주신거 말고 다른 책으로 제가 영어 그림책을 읽기 시작할때 읽었던 책이라 반가웠어요. 귀여운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시리즈였었나보네요.^^

appletreeje 2013-09-07 08:03   좋아요 0 | URL
저도 막연하게 언제 헌책방 가봐야지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헌책방이 있어서 신기하고 좋았답니다~
이제 첫나들이를 했으니까 차례차례..즐거운 나들이 하려구요~^^

저도 '개구장이 해리'는 한참 전에 '목욕은 정말 싫어요'를 즐겁게 읽었는데
이번에 또 이 '바다괴물이 되었어요'를 보고 반가워서 얼른 집어왔어요.
언제 기회되면 '해리: 꽃무늬 옷은 싫어요'도 꼭 읽고싶어요.^^
 

 

 

 

 

 

                          수종사 뒤꼍에서

 

 

 

 

 

                        신갈나무 그늘 아래서 생강나무와 단풍나무 사이로

                        멀리서 오는 작은 강물과

                        작은 강물이 만나 흘러가는 큰 강물을 바라보았어요

                        서로 알 수 없는 곳에서 와서

                        몸을 합쳐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는 강물에

                        지나온 삶을 풀어놓다가

                        그만 똑! 똑! 나뭇잎에 눈물을 떨어뜨리고 말았지요

                        눈물에 반짝이며 가슴을 적시는 나뭇잎

                        눈물을 사랑해야지 눈물을 사랑해야지 다짐하며

                        수종사 뒤꼍을 내려오는데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아서 뒤돌아보니

                        나무 밑동에 단정히 기대고 있는 시든 꽃다발

                        우리는 수목장한 나무 그늘에 앉아 있었던 거였지요

                        먼 훗날 우리도 이곳으로 와서 나무가 되어요

                        나무그늘 아래서 누구라도 강물을 바라보게 해요

                        매일매일 강에 내리는 노을을 바라보고

                        해마다 푸른 잎에서 붉은 잎으로 지는 그늘이 되어

                        한번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 삶을 바라보게 해요  (P.11 )

 

 

 

 

 

 

                       염소 브라자

 

 

 

 

 

                         북쪽에서는 염소가

                         브라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웃으려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사람이 먹어야 하니까

                         젖을 염소 새끼가 모두 먹을까봐

                         헝겊으로 싸맨다는 것이다

 

                         나는 한참이나 심각해졌다가

                         그만 서글퍼졌다

                         내가 남긴 밥과 반찬이 부끄러웠다  (P.22 )

 

 

 

 

 

 

                        속빈 것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들은 다 속이 비어 있다

 

                          줄기에서 슬픈 숨소리가 흘러나와

                          피리를 만들어 불게 되었다는 갈대도 그렇고

                          시골집 뒤란에 총총히 서 있는 대나무도 그렇고

                          가수 김태곤이 힐링프로그램에 들고 나와 켜는 해금과

                       대금도 그렇고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회의 마치고 나오다가 정동 길거리

                       에서 산 오카리나도 그렇고

 

                          나도 속 빈 놈이 되어야겠다

                          속빈 것들과 놀아야겠다  (P.63 )

 

 

 

 

 

                                                        -공광규 詩集, <담장을 허물다>-에서

 

 

 

 

 

 

 

 

 

 

 

 

경계와 구분을 지우는 무소유의 충만함

1986년 등단 이후 줄기차게 자본주의 현실의 모순을 강렬한 언어로 비판해온 공광규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담장을 허물다]가 출간되었다. 전작 [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2008)를 통해 치열한 현실 비판의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양생(養生)의 시학'을 모색한 시인은 5년 만에 새롭게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불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순정하고 투명한 서정"(유성호, 해설)이 깃든 웅숭깊은 내면적 성찰의 세계를 보여준다. "통찰과 예지로, 진부한 일상에서 깨달음을 구"하며 "광학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자연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이재무, 추천사)가 어우러진 견결하고 단아한 시편들이 삶의 그늘 속에 희망의 언어를 지피며 따뜻한 감동과 깊은 공감을 선사한다. '2013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이자 표제작 [담장을 허물다]를 비롯하여 진솔한 삶의 체험 속에서 일구어낸 45편의 시를 수록했다
.

 

 

 

 

어젯밤, 잠자리에 들다 문득 생각했다.

이번 가을엔 아주..조용히...천천히 살아야겠다고.

우리집 민달이처럼, 그렇게 예쁘고 즐거운 산책을 해야겠다고.

그리고 나도 좋아하는 프란치스코 회관에 가면, 정동 길거리에서

맑은 소리 나는 오카리나 두 개 사서, 그대와 나 둘이 오카리나 불며

정답고 환하게 웃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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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9-04 10:36   좋아요 0 | URL
마음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는
목청을 거쳐
언제나 아름다운 노래로 태어나요.

우리는 누구나
'몸 악기'가 있답니다.

가을볕 즐거이 누리는 하루 되소서~

appletreeje 2013-09-05 05:45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께서는 언제나 즐거이 노래 부르시지요!!
저도 그렇게 즐겁게 아름다운 노래 부르고 싶습니다~

알케 2013-09-04 19:57   좋아요 0 | URL
아...시 좋네요. 공광규 시인...시집 한권 사야겠습니다. <염소 브라자>..아픈 시.

appletreeje 2013-09-05 05:46   좋아요 0 | URL
예, 알케님. <염소 브라자>를 읽다가 마음이 얼얼했습니다..
염소도 사람들도...다...

블루데이지 2013-09-04 20:13   좋아요 0 | URL
저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 배달된 공광규시인 시집 받았어요!
읽기전에 appletreeje님 서재에서 맛보기 시 세편!
더 이 시들이 좋아져요!

appletreeje 2013-09-05 05:47   좋아요 0 | URL
저도 떨리는 마음으로 블루데이지님과 함께 이 시집을 읽을 수
있어서 얼마나 더욱 기쁘고 좋은지요~!!

블루데이지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보슬비 2013-09-06 17:09   좋아요 0 | URL
'염소 브라자' 읽는 순간,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작가인 셸 실버스타인의 시가 하나 생각나서 웃었어요. (그 시에는 낙타 혹에 브라자를 채웠는데... ^^;; 삽화와 시가 재미있는 시랍니다.)

그런데 저도 읽다가 아기 염소들에게 미안해졌어요... ㅠ.ㅠ

appletreeje 2013-09-07 08:06   좋아요 0 | URL
아 셸 실버스타인의 시에 그런 시가 있었군요~^^
궁금하고 읽고 싶은 책이네요~
염소 브라자, 참 슬픈 시예요...
 

 

 

 

오늘 어느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가, 나의 9월을 열고 가을을 준비한다.

그 이야기는 이미 누구라도 다 알고 있는 고려말 조선초의, 맹사성의 이야기다.

19세때 장원급제를 하고 20세에 파주의 군수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맹사성이 파주군수로 나가 그 고을의 유명하다는 고승을 찾아가 어떡하면 좋은 지도자가 되겠냐고

물었더니 그 고승의 말인즉,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나쁜 일을 하지 마십시오."라는 말에 그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거만하게 일어서자 그 고승이 이왕 오셨으니 차라도 한 잔 하시고 가시라는 말에 못이기는 척 앉았는데, 이 스님이 따르는 차가 잔을 철철 넘쳐 방을 적시자, 맹사성이 "이렇게 차를 따르니 방바닥이 다 더럽혀지지 않습니까? 이게 무슨 짓입니까?" 소리를 치자 그 스님의 말씀,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이렇게 넘쳐 흐르면 인품을 망칩니다."  그 말을 들은 맹사성이 부끄러워 벌떡 일어나 방문을 나서다 방문에 걸려 머리를 부딪쳤다. 그 모습을 본 스님이 껄껄 웃으며 하는 말씀, "고개를 숙이면 어디서고 머리를 부딪히지 않습니다."

 

이제 가을이다. 유독 이번 여름은 무지하게 더웠지만 또 절기(자연의 순환)에 따라 밤에는 조금 두터운 이불이 좋은 그런 가을이 거짓말처럼 왔다.

그리고 또 조금 있으면 황금벌판이 넘실거릴 것이다.

문득, 무거운 벼는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9월의 첫 번째 밤.

부디 이렇게 가을을 만나고 싶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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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9-01 23:50   좋아요 0 | URL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당연하게 실천이 안되는것이 현실같아요...
항상 마음에 두고 살아야하는데.... 종종 잊어버리니... -.-;;
나무늘보님 글을 읽으면서 반성하며 다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늘보님은 저의 고승이세요. ㅎㅎ

appletreeje 2013-09-03 23:20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이야말로 제게 언제나 고승이신데요. ㅎㅎ
겸손한 삶으로 행복한 사람살이로 살고싶은 가을이에요~

숲노래 2013-09-02 05:57   좋아요 0 | URL
착하게 살면 되지요~
착함, 참다움, 아름다움
이렇게 세 가지인걸요.

appletreeje 2013-09-03 23:20   좋아요 0 | URL
예~정말 착하게 살고싶은 그런 가을입니다.
함께살기님 말씀대로 착함, 참다움, 아름다움으로요~

2013-09-02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3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