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행 내일의 나무 그림책 5
최은영 지음, 도아마 그림 / 나무의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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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하루를 살아간다. 사람들은 그날의 기억들로 잠자리를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고, ‘기억은행‘ 직원들은 이때부터 오늘의 기억들을 금고에 차곡차곡 보관하고, 사람들이 꿈을 꾸기 시작하면 꿈속으로 찾아가 슬픈 사람들에게 행복했던 기억들을 함께 하며 회복시켜준다. 추억의 힘은 강인하다. 내게 오늘은 파파 프란치스코를 떠올렸고, 별다방 바리스타 달순 씨를 생각했고, 베라 쿼터를 2차 안주로 소주를 마신 양호한 날. 어린이들이나 어른들 모두 좋은 기억들을 많이 기억금고에 쌓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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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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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장사법에서 차별적 요소를 살펴보고, 분투의 장이었던 장례 경험을 육성으로 듣는 시간을 지나, 추모의 공간이 펼쳐진다‘(295). 우리는 모두 예비 고인이고 예비 사별자들이다. ˝죽음에 슬퍼하는 자를 넘어, 그 이후를 살아갈 윤리적 주체˝로 산 사람은 자신을 세운다.(293). 참으로 뜻깊고 유의미한 冊이다. ‘죽은 다음‘ 이후의 전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오히려 삶이 더욱 진지해지고 산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과제를 주는 책.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읽고 싶은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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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오월의 너는 마음과 씨름을 하는 사람이다



오월의 너는 목이 간지러운 사람이다



오월의 너는 옷의 주머니를 꺼내보는 사람이다



오월의 너는 한낮에도 꿈을 헤매는 사람이다



오월의 너는 다시 눈부터 움직이는 사람이다



오월의 너는 넘어졌다가 꽃잎을 털며 일어나는 사람이다



오월의 너는 아침 공부를 마치고 새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P.78)







바람의 언덕





그런 언덕이라면

좋겠습니다



구부러진 길

끝에서도 내다보이는



발보다 

눈이 먼저 닿는



중간중간 능소화 얽힌 담벼락 이어져

지나는 사람마다 여름을 약속하는



젖어도 울지 않는



바람도 길을 내어

사람의 뒷말 같은 것이 남지 않는



막 걸음을 배운 어린아이도

허공만을 쥐고 혼자 오를 수 있는



누군가는 밤으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아침으로 기억해서



새벽부터 소란해지는   (P.40)







아껴 보는 풍경





어머니는 꽃을 좋아하지만 좀처럼 구경을 가는 법이 없다

지난 봄에는 구례 지나 하동 가자는 말을 흘려보냈고 또 얼

마 전에는 코스모스 피어 있는 들판을 둘러보자는 나의 제

안을 세상 쓸데없는 일이라 깎아내렸다 어머니의 꽃구경 무

용 논리는 이렇다 앞산에 산벚나무와 이팝나무 보이고 집

앞에 살구나무 있고 텃밭 가장자리마다 수선화 작약 해당

화 백일홍 그리고 가을이면 길가의 국화도 순리대로 피는데

왜 굳이 꽃을 보러 가느냐는 것이다 만원 한장을 몇 곱절로

여기며 살아온 어머니는 이제 시선까지 절약하는 법을 알게

된 듯하다 세상 아까운 것들마다 아낀다는 것이다   (P.44)






소일





해가 지면

책도 그늘이 됩니다



두어장씩

넘겨가며 읽었지만



이야기 속 인물들은

아직 친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호숫가 마을에

막 도착한 대목에서

책을 덮습니다



귀퉁이를 잇새처럼

좁게 접어둡니다



바람이 크게 일고

별이 오르는 밤이면



우리가 거닐던 숲길도

깊은 속을 내보일 것입니다  (P.24)






/ 박준 詩集, <마중도 배웅도 없이>에








어쨌든 오월, 바람이 부는.

해마다 다시 오는, 그리운 사람 같은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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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당 산냥이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저학년) 첫 읽기책 18
박보영 지음, 김민우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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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상에나 성선설을 믿지 않게 되었으나, 호약산 호랑이 산군이자 호호당의 주인인 호호 할멈과 호호 할멈이 거두어 키운 좌충우돌 산냥이의 에피소드가 정겹고 힘찬 믿음을 주는 그림책. 조용한 호약산에 사람들이 몰려들며 스파이 하늘다람쥐와, 약초꾼으로 둔갑해 동영상으로 돈을 버는 너구리가 할멈의 보물 1호를 훔쳐 가는데, 그 보물 1호의 실체와 진실이 밝혀지며 산냥이와 호호 할멈은 서로를 마주보며 환하게 웃는 해피엔딩에서 진정 우리를 지켜주는 가장 큰 보물은 무엇인가 인상 깊고 든든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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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도 배웅도 없이 창비시선 516
박준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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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月 3日에 마련한 詩集을 아직도 읽는 中이다. 내내 오래오래 그렇게 진행中일 것이다. 요즘은 그런 冊들이 수북하다. 천천히 같이 아직은 살아있는 내가 우리가 계속 ‘사랑‘의 발신을 하는 수밖에 없다. 다시 만날 때까지.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존재의 부재 확정과 그래도 또 주고 싶은 마음의 영원한 현재. 흰 작약의 그림자 향기 같은 詩集. ‘미안한 사람의 손에는 세상의 끝을 향한 약도가 쥐여 있네‘. (88). ‘눈도 한번 감지 못하고/ 담아두어야 하는 것들이/ 나를 너에게 데려다줄까 ‘(110,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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