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바디스 한국 경제>를 리뷰해주세요.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이준구) - 이준구 교수의,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이준구 지음 / 푸른숲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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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 ‘0’순위 후보작?

  가만히 있어도 속이 불편한 요즘이다. 매일 밤 아홉 시에 시작하는 뉴스는 헐리우드판 액션스릴러 영화보다 더한 긴장감을 준다. 지난 해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쓰나미에 국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려 가슴팍까지 물에 잠긴 듯한데, 전임대통령은 포괄적 뇌물죄로 검찰에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어 돌아가시고, 북한은 핵실험을 했다. TV속 웃음들은 하나같이 시니컬한 조소嘲笑처럼 들리고, 도로에 나온 행인의 웃음을 들으면 ‘도대체 당신은 속은 있는 사람이냐?’ 묻고 싶을 정도다. 내가 대학을 다녔던 80-90년대에도 마음은 이와 비슷했다. 교내에 붉은색 플랜카드가 난무하고, 대학별 게시판엔 빈틈이 없을 정도로 대자보가 넘쳐났다. 곳곳에서 시위소리와 최루탄이 터지고 한 쪽에서는 수업거부 운동를 해야 한다고 선배들은 강의실 문 앞을 지키며 눈을 부라리며 지켰다. 그래도 꿋꿋이 강의실로 들어서는 한 사람은 꼭 있었다. ‘너희들 세상에 이런 일이 없으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사람’, 선생님이다. 천재지변이 생기기 전에 수업은 해야 한다고 하셨다. 마땅히 그래야 할 대학교 선생님, 교수님이 ‘지식인의 임무’를 통감하고 입을 열었다.

“제 지인들로부터 ”당신은 이 정부를 왜 그렇게 싫어하느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가 싫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정부가 잘못하는 점이 있으면 가차없이 비판을 하는 것이 지식인의 임무입니다. 저는 그 지식인의 소임을 충실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151 쪽)

  그 시절에 이 말을 들었다면 ‘학계의 시국선언’이라 말할 것이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들이 움직이면 문제는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의 이준구 교수님이 노기찬 목소리로 시국선언을 했다. <쿠어바디스, 한국경제>가 그것이다. 이 교수님은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념의 포로가 된 경제 정책은 두고두고 한국 사회를 발목 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지출처: 강의장면이미지출처: 홈페이지 화면이미지출처:이준구교수 모습

  이 책의 진행방식이 꽤 마음에 든다. 저자는 마치 학생들에게 강의를 시작하듯, 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을 하듯 본격적인 글에 앞서 그 글을 쓰게 된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서 맥이 끊길 수 있는 칼럼들을 하나로 묶고 독자로 하여금 쉬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 문제점에 대한 속풀이 강의가 아닐 수 없다. 이 교수가 글을 쓴 한가지 이유는 ‘합리적인 보수도 아닌, 도그마에 가까운 보수의 회오리가 우리 사회를 휩쓸어 버리며 무작정 한쪽으로 쏠리는 걱정스러운 현상 때문’이었다. 누군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사회적 균형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기감이 들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게 되었고, 그 글들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많은 반향을 일으키게 되어 책으로 까지 나왔다.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로 규정하는 ‘교과서 경제학자’ 이준구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경제학의 정설과 원칙’ 그리고 ‘정책 판단의 잣대는 이념이 아니라 합리성’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지난 정부의 정론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실현하는 듯한 정책은 자제하고, 국민에게 등 돌리고 귀를 막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고쳐 국민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대운하사업, 종합부동산세 개편, 한미 FTA, 주택정책, 경기부양책, 교육개혁 등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자신의 소신을 유감없이 밝혔다. 

  한 국가의 경제 정책이 ‘정치’를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것이 요즘의 상황이라 국민들이 경제정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혼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일부 언론의 시각은 심하게 편향적으로 보도하고 있어 국민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작금의 경제 정책에 대해 이 교수는 타당성과 정당성을 가늠할 보편적 기준으로서 경제학의 정설들―조세정책의 원칙, 시장과 정부의 힘의 균형, 경제적 타당성 검토의 원칙―을 논거로 튼실하게 제시하고 있어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저지른 가장 심각한 과오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상황이 전개되는 데 따라 임기응변적 대응으로 일관한 나머지 정책의 일관성을 거의 완벽하게 상실하고 말았다. 그 결과 시장이 엄청난 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정부가 어떤 정책을 써도 그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바로 이것이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해 있는 위기의 본질이며, 이것은 세계경제의 상황과 아무런 관련을 갖지 않는다. 다시 말해 지금의 위기상황은 거의 전적으로 ‘오락가락’ 정책이 빚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75 쪽) 

  이 교수가 현 정부에 대해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은 ‘일관적이지 못한 정부정책’ 이었다. 정부 당국자 간에 서로 의견이 맞서는가 하면, 정식 발표에 의한 정부정책 마저 ‘백지화’되기 일쑤다. 준비되지 않은 정책수립이 부딪히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기 급급하는 현정부는 앞으로 그 어떤 훌륭한 정책을 발표한다고 해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아마추어 정부’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그리고 주류보수도 아닌, 전 국민의 2%를 차지하는 부자들을 위한 경제정책을 펼치는 데에 답답해 하며 누가 뽑아주었던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라면 ‘모든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할텐데, 여전히 ‘당선사례’를 하는 듯한 현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양극화 문제는 날로 심각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자 편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어 주어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은 구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입니다. 이 패러다임에 기초를 둔 레이거노믹스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레이거노믹스의 잔광을 되살리려 안간힘을 쓴 부시 행정부는 미국 국민을 불행의 구덩이로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8년으로 충분하다”(Eight is enough.)라는 구호가 왜 한 순간에 미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 324 쪽)

  이 책이 갖는 의미는 크다. 경제학자이면서 교수이기도 한 저자가 학생이 아닌 일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해 현 정부의 답답한 경제정책에 대해 토로했다는 점은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잘못 굴러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시그널이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는 이념과 계층에 치우친 경제정책을 펼치는 정부에 대해서 비판을 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정부와 대응할 것이 아니라 자신처럼 타당성과 정당성을 가늠할 보편적 기준으로 경제정책을 바라보고 대응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정책에 대해서는 서로 명백히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의견을 거스른다고 강압적으로 따를 것을 강요당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 책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심각성을 감지하면서도 맹점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어느 정권 때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현 정권에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지식인의 목소리는 파워풀하다. 또 다른 지식인들의 생각이 책으로 엮여 계속해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 정부가 이 교수의 말에 겸허하게 귀기울일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이어 올해에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에는 ‘0’ 순위로 올라갈 것은 거의 확실하다. 못믿겠으면 확인해 보길...  

 

 

-인상깊은 (추천할 만한) 점   

작금의 경제 정책에 대해 이 교수는 타당성과 정당성을 가늠할 보편적 기준으로서 경제학의 정설들―조세정책의 원칙, 시장과 정부의 힘의 균형, 경제적 타당성 검토의 원칙―을 논거로 튼실하게 제시하고 있어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점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불멸의 신성가족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한국경제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우려하고 있는 국민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제 지인들로부터 ”당신은 이 정부를 왜 그렇게 싫어하느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가 싫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정부가 잘못하는 점이 있으면 가차없이 비판을 하는 것이 지식인의 임무입니다. 저는 그 지식인의 소임을 충실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15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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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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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미있는 하루’가 어제 꿈꾸던 ‘내일의 행복’이다

  “육군 훈련병의 하루 중에서 무엇이 가장 힘드냐?” 훈련병 시절, 퇴소식을 앞두고 ‘회식’이라며 십시일반 돈을 모아 빵과 음료, 과자들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먹는 자리에서 내무반장이 던진 질문이었다. 퇴소를 앞둔 마당이라 무서울 것이 없다는 심정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온갖 푸념을 늘어놓았는데, 키는 관우에 생김새는 장비만한 고릴라(이름을 잊었지만, 성씨가 고씨였다. 그의 별명이다)가 떠들어대는 좌중을 물리치고 이렇게 말했다. “새벽 6시에 기상하는 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내무반장은 ‘네 말이 맞다’는 듯 박수를 치며 웃었다. “나 역시 신병 때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내 사수인 김병장이 알려준 방법을 너희들에게도 전해 주겠다. 아침에 눈을 뜨거든 기지개를 활짝 펴고 달력에 그려진 오늘에 X 표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라. ‘아, 오늘 하루도 지났구나.’ 명심해야 할 것은 너희들이 제대를 기다리는 군인일 때만 그래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났거든, 괴로워하지 말고 차라리 즐기라 했던가? 영화감독을 꿈꾸는 동기녀석 레디고는 군생활을 ‘병영체험중’이라 했고, 자동차를 팔던 동기 중고차는 ‘인맥을 쌓는 중’이라 했다. 난...내무반장의 말대로 매일 아침 달력에 X표 그리는 맛에 하루를 보냈다.   재미? 글을 쓰기도 어색할 만큼 재미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는 듯 하다. 재미있는 소설이라기에 읽었고, 재미있는 영화라기에 영화를 봤다. 그 재미를 즐겼던가? 너무 순식간이라 기억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재미, 재미? 궁금하다. 

재미; [명사]

1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

2 안부를 묻는 인사말에서, 어떤 일이나 생활의 형편을 이르는 말.

3 좋은 성과나 보람. <출처: 네이버 사전>

  재미는 기분이고 느낌이다. 그리고 보람이란다. 그리고 재미는 물건이 아니라서 누가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한단다. 우연하게 만나 재미를 느끼기만 한 것 같은데, 재미를 찾고 만나라니 구체적으로 재미란 게 무엇이고, 어떻게 찾아야 할지 난감하다. 그 방법을 한상복의 <재미>에서 찾아 봤다. “재미가 있다면, 우리의 내일은 더욱 설렐 것이다” 재미있는 삶에 대해 그가 한 말이다.   베스트셀러 <배려>로 잘 알려진 저자 한상복은 자기계발 우화를 잘 쓰는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스스로를 ‘잡다한 것들에 두루 관심이 많은 B급 문화애호가’라고 설명했지만, 그의 책은 다소 딱딱한 주제인 자기계발 분야에 대해 쉽게 읽히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에서 스토리텔링에 능한 작가라고 봐야겠다. 재미있게 책을 쓰는 작가이기에 ‘재미’를 제대로 아는 셈이고, 그래서 <재미>라는 제목의 책을 쓸 자격은 이미 충분했다.  



 

    이야기는 단란하지 못한 한 가정에서 시작된다. 디자인 회사의 팀장으로 있지만, 실력에 비해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동료들과의 관계 또한 원만하지 못해 회사를 옮길까 고민하는 아빠와 처녀 시절엔 잘 나가는 학원강사였지만, 남편(아빠)와 결혼한 후 자신의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채 딸아이의 교육에 연연해 하며 열등감 속에 사는 엄마, 그리고 뛰어난 습작력을 지녔지만, 무관심한 아빠와 공부만을 강요하는 엄마 그리고 왕따를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아이. 이 세명의 가족은 특별한 것 같지만 내 가족, 이웃의 가족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세 명의 가족은 모두 ‘힘들다’고 말한다. 아빠는 회사에서 일 때문에 스트레스로 힘들고, 엄마는 가정을 돌보랴, 아이 키우랴 일에 치이다 보면 ‘내가 없다’고 힘들어 한다. 아이는 싫은 공부는 해야만 하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해 또 힘들다. 내가 힘드니 가족들을 관심을 둘 여력이 없고, 대답을 한다 해도 좋은 대답이 나올 턱이 없다. 가족 모두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가족’을 미워한다.

  나 역시 사랑하는(사랑한다고 믿는) 가족이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말 못할(굳이 못할 것도 없지만) 많은 고민과 근심을 안고 살아간다. 때로는 이 개인적인 고민과 근심 때문에 하늘을 원망하고, 생활을 비관하며 하루를 망치기도 한다. 그러면서 늘 후회하고 ‘인생사는 재미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사는 방법은 뭘까? 저자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의 불만족스러웠던 일상이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아빠는 자전거를 타면서 작은 재미을 알게 되고 동료들의 취미를 이해하게 된다. 엄마는 갖고 싶었던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 세상을 새롭게 보는 재미를 느끼고, 아이는 완소 영우와 친해지면서 학교다닐 용기를 얻는다. 

  “구입해서 소유하는 재미와 행복은 순간이고 그렇지 못할 때 불행을 느끼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에 빠져 얻는 그것은 오래도록 지속되고, 추구하고자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어서 인생을 사는 동안 행복해 질 수 있다”<몰입>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는 말했다. 살아가는 재미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잘할 수 있고, 내가 잘하는 모습을 스스로 느낄 때 비로소 재미를 느낀다. 일상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때 하루가 즐겁고, 그 하루 하루가 모여 결국 인생이 즐겁고 행복해 지는 것임을 세명의 가족은 말해준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추구하는 ‘재미’ 즉 삶을 즐기는 방법도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끼리 대화가 어려운 이유는 인정보다는 이해를 앞세우기 때문이다. 먼저 상대를 인정해야 대화할 수 있고, 타인과의 소통도 원만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재미’를 희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이 되면 또 다시 ‘내일’이 반복되서 결국은 내가 손으로 만질 수 없는 행복인데도 말이다. 내가 만질 수 있는 행복은 ‘오늘’에 있다. 오늘의 ‘재미있는 하루’가 어제 꿈꾸던 ‘내일의 행복’은 아니었을까? “탄생과 죽음은 돌이킬 방법이 없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막간을 즐기는 일이다.”고 미국의 철학자 산타야나는 말했다. 우리가 가능한 유일한 일은 매일같이 오늘을 열심히 재미있고, 즐겁게 사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을 두고 삶이 준 선물present 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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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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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정부는 지금 당장 금융기관과 국제 자본흐름을 규제하라!"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그의 이름에 따르는 평가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중에서 지난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라는 점이 가장 큰 평가일테고, 존 메이너드 케인스 이래 글을 가장 잘 쓰는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고(그는 현재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특히 공화당 정부 시절 ‘부시의 저격수’로 불린 바 있다. 그는 최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실랄하게 비판을 쏟아부어 <뉴스위크>는 그를 두고 “오바마의 노벨상급 골칫거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7일, 오바마 대통령은 크루그먼을 백악관에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기도 했는데(만찬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비보도를 전제로), 대통령마저 무시할 수 없는 그의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그가 명저 <대폭로><미래를 말하다>에 이어 <불황의 경제학>를 냈다. 사실 이 책은 1990년대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분석했던 초판(1999년)의 개정판인데,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금융위기의 내용을 덧붙였다. 저자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현재 위기의 ‘리허설’로 판단하고 있어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원제는 (The)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and the crisis of 2008. 그는 책에서 ‘세계경제가 공황으로는 빠지지 않겠지만, 불황은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Flickr 

이미지 출처: www.zocalopublicsquare.org/.../10/paul-krugman/

  이 책은 여러 면에서 흥미롭다. 우선 1990년대의 아시아와 남미의 경제위기를 분석하며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미국)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던 책이 정확히 10년 후에는 ‘그것 봐라. 내가 뭐라했냐’고 내다본 듯 큰 소리치는 책으로 변했다는 점이 우선 놀랍다. 마치 앨빈 토플러가 신자유주의경제의 문제점을 밝히며 1975년 이후 다가올 경제위기를 우려하며 쓴 책 <불황을 넘어서 The Eco-Spasm Report, 청림출판,2009>이 오늘날의 세계경제위기와 절묘하게 맞물려있어 자신의 책을 읽고 스스로 놀랐다며 개정판을 낸 점이 통찰력적 면에서 닮아서였다. 

  두 번째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경제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수식이나 이론을 배제하고 쉽고 평이한 문체로 일반인도 읽기 쉽도록 의도적으로 풀어서 쓴 책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의도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더 많은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는데, 그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지금까지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라고 한다면 자신의 높아진 권위에 맞게 ‘그들만(경제학도)의 리그’에 어울리는 어려운 경제용어와 해석을 늘어놨을 법 한데, 독자의 눈높이를 일반인으로 낮추었다는 점이 ‘달라진 세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뻤다. 그도 그럴 것이 폴 크루그먼은 경제학자이면서 유명한 칼럼니스트이지 않은가? 다중多衆을 인식한 경제학자라... 시골의사 박경철의 말을 빌리자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고고한 ‘강단’에서 번잡한 ‘저잣거리’로 제대로 내려온 셈”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황전도사’답게 시공을 넘어 ‘불황의 역사’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반부는 1990년대 일본을 대표로 하는 아시아와 남미의 금융위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그후 10년 동안 벌어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들, 즉 부적절한 경제정책들, 헤지펀드의 득세, 그린스펀의 판단착오, 그림자 금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공포의 총합인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지게 된 상황과 불황의 경제인 오늘과 미래의 대처법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크루그먼은 불황의 원인은 금융기관의 모럴헤저드와 그림자 금융,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에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란 돈을 맡긴 예금자들에게 언제든 맡긴 돈을 적절한 이자와 함께 돌려주겠다고 약속을 한 단체다. 다시 말해 금융인이란 최소한 투자자의 원금을 온전히 관리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가진 사람들인 셈이다. 하지만 규모가 커진 은행은 대마불사의 모럴 헤저드에 빠져 거침없이 ‘신용창조’를 통해 부채를 늘렸고, ‘은행인 척 하는’ 투자은행, 신탁회사등의 그림자 금융은 금융관리감독기관의 감독을 벗어난 채 고리스크, 고수익의 투자에만 열중하게 되었다. 그래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상품을 만들어 모기지를 얻어 주택을 구입한 대출자나 모기지 상품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금융기관의 윤리성과 투명성을 믿은 죄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한마디로 금융회사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금융기관을 믿은 투자자에게 누가 또 다시 투자를 권유할 수 있을까? 이런 이유를 들어 그는 이같은 금융위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규제해야 하고, 국제 자본흐름에 대해서도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리고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까지 ‘공급중시 경제학’의 경제시스템에서 경제의 능력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요를 창출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급이 넘쳐나는 지금 경기후퇴를 계속하고 있다면 수요중심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저자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용경색 완화와 소비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일시적으로 사실상 금융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완전한 국유화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 신용경색이 풀어질 때까지 통제하고, 위기로부터 벗어나면 금융은 다시 민영화되어야 하고, 현재의 구제대상 기업은 위기가 사라지면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의 핵심적 진리에 대해 불황경제학은 공짜 점심이 있는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며,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자원을 찾아내다면 “공짜 점심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불황경제학의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경제학자인 케인즈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대세는 ‘케인즈의 시대’라며 ‘큰 정부’를 지향하고자 해야 지금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를 깨달아야(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폴 크루그먼은 지난 5월 19일 서울 하이야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TV 창사 10주년 세계경제금융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즉 ‘공짜점심’에 대해 답은 찾지 못했지만, 환경정책에 희망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환경정책이 그린 기술을 가지고, 미국이 기후변화 체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 때 기업에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한다. 거시경제적인 상황에서 긍정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게 경제회복을 추동할지는 알 수 없다.” (참고:세계경제금융 컨퍼런스의 기조연설 전문)

그리고 지금의 금융위기 상황은 빨리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이제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나오긴 했지만 회복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조금도 케어를 하고 리스크를 회피하고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세대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한다.이러한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장담할 순 있지만 당분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대신 ‘정부의 보이는 손’이 대신할 때일 것이다. 불황의 경제를 꾸려나가야 할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에게 읽혀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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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 스펜서 존슨
스펜서 존슨 지음, 이혜승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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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저자 스펜서 존슨, 올바른 자녀교육을 말하다

  임신 7개월의 젊고 똑똑한 여성 헬렌은 현명한 엄마를 찾고 있다. 남편과 자신 모두 자녀교육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명한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여러 부모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끝에 현명한 엄마는 크게 엄격한 엄마와 관대한 엄마로 구분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두 엄마 사이에는 작지만 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엄격한 엄마는 스스로를 보수적인 부모, 조금은 구식이거나 전통적인 스타일의 부모라고 말했다. 관대한 엄마는 현대적인 부모, 이해심이 많은 혹은 헌신적인 부모라고 말했다. 현명한 엄마의 두드러진 차이점에 헬렌은 혼란스러웠다. 고민 끝에 자신이 생각하기에 진정으로 현명한 엄마란 ‘엄격한 엄마’와 ‘관대한 엄마’ 양쪽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엄마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두 장점을 활용한 ‘진정으로 현명한 엄마’를 찾아 나섰다. 

  소개하는 책 <부모>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선물>, <행복>등으로 잘 알려진 ‘1분 경영The One Minute management'의 대가 ’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이 쓴 책이다. 주로 경영우화를 쓰던 그가 시선을 ‘가정’으로 옮겼다는 점과 SBS 아나운서 출신의 이혜승씨가 이 책을 번역했다는 점이 주목되었다. 이혜승씨는 얼마전 딸을 출산한 후 올바른 부모상을 고민하던 중 이 책을 만났고, 번역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진정으로 현명한 엄마를 찾던 헬렌은 세 아이를 큰 어려움없이 키워냈고 아이들 역시 사회적으로도 잘 적응하며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한 어느 ‘특별한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찾아가 ‘특별한 교육방식’을 배우게 된다. ‘특별한 엄마’의 ‘특별한 교육방식은’ ‘1분 엄마’가 되는 것이다. 용어가 생소하다. ‘1분 동안만 엄마노릇을 한단 말인가?’ 1분 엄마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합한 말이었다. 이 세 가지 방법은 ‘1분 목표’와 ‘1분 칭찬’, 그리고 ‘1분 훈육’이다. 1분 엄마가 전하는 세 가지 비법의 목적은 “아이가 자신에 대해 기쁘고 좋은 마음을 느끼게 도와주는 것이 아이가 바른 행동을 하게 만드는 열쇠”였다.

  ‘1분 목표’‘아이와 엄마(부모)가 가정에서 이루어지길 바라는 사항들을 200자에서 250자 이내로 ’아이가 직접‘ 종이 한 장에 다 쓰는 것을 말한다. 아이가 쓴 목표를 검토하는데 1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1분 목표‘라고 불렀다. 이것은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법칙에서 사용하는 ’목표를 정하라‘와 일맥상통한다. 다시말해 ’내가 일어나길 바라는 것들 즉, 보고 싶은 결과‘를 스스로 정하고 이것을 자주 반복해서 검토함으로써 실제로 일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이가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결정해 그 목표를 이루도록 해서 아이 스스로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음을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가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내용 중에 “목표는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는 꿈이에요.”라는 어린 에이미의 목표에 대한 정의가 인상적이었다.  


   특별한 엄마의 ‘1분 엄마’ 두 번째 비법은 ‘1분 칭찬’. 이것은 엄마가 해야 할 부분이다. 엄마가 아주 기분 좋게 느끼는 일을 아이가 했을 때, 아이를 안아주고 눈을 쳐다보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잘 했는지를 알려주고, 그로 인해 엄마가 어떻게 느꼈는지, 얼마나 기분좋고 행복한 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엄마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해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A와 B 그리고 D의 성적표를 가져온 아이’의 엄마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D를 받은 과목에 대한 안타까움이 먼저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1분 엄마는 A와 B를 받은 사실에 주목하고 아이를 기꺼이 칭찬할 것을 권한다. 그래서 아이로 하여금 A, B의 성적을 받으면 얼마나 스스로가 즐거운지 그 행복감을 느끼게 하라는 것이다. 아이가 그 즐거움을 또 다시 느끼기 위해서 D를 받은 과목에 열중할 것은 당연한 일, 아이는 스스로 새로이 ‘1분 목표’를 설정할 것이다. 엄마의 칭찬이 아이에게는 ‘성공을 즐기는 시간’이라는 1분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세 번째 비법인 ‘1분 훈계’는 어쩌면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방법론적으로 가장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훈육訓育, 그렇다. 슬기롭게 ‘혼을 내는 방법’이다. 1분 훈계의 내용은 이렇다. 엄마가 용납하지 못하는 행동에 대해서 즉시 아이에게 알려준다.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지적해주고, 그로 인해 엄마가 얼마나 화가 나고, 안타까운지 과감없이 솔직하게 타이른다. 단, 이때는 ‘넌 어떻게 된 애가 ~’라는 식의 아이를 인격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만 나무라야 한다. 그 다음 안아주며 아이에게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또 아이를 얼마나 존중하고 높이 평가하는지, 그리고 아이가 자신이 가치있고 의미이쓴 사람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사랑한다고 전하는 방법다. 1분 훈계 이후에 아이가 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똑같이 ‘1분 훈계’를 한다. 하지만 비록 1분 이지만 아이를 사랑으로 훈계할 때 이 효과는 평생갈 수 있다. “아이는 부모에게서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 마음을 연다”는 1분 엄마의 말이 1분 훈육의 주제였다. 

   1분 엄마의 가르침을 받는 헬렌은 독자의 마음이었다. 1분 엄마의 대답을 들을 때 마다 머리 속에 생기는 질문을 헬렌은 내 마음처럼 되물었고, 소설같은 이야기를 메모로 적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온전히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스펜서 존슨만의 쉬운 설명과 소설같은 대화형 진행 방식, 이 책을 읽는 묘미였다. 저자가 부모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열 달 배아파 낳은 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의무와 책임’라는 사명을 잘못 이해하고 ‘완전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지는 않을까? 또 아이의 장점은 내 성공이고, 아이의 실수는 내 실패라고 과도하게 확대해석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아이가 잘 자라도록 하는 엄마(부모)의 돌봄이 아이를 부모의 생각대로 ‘통제’하는 격이 되서 아이가 ‘수동적인 사람’으로 자라게 하진 않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스스로 불완전한 엄마(부모)가 아이를 완전하게 키우려고 한다면, 그 생각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엄격한 엄마의 품에서는 ‘엄마가 바라는 아이’가 자라고, 관대한 엄마의 품에서는 ‘엄마가 그리운 아이’가 자란다. 아이는 단지 행동과 표현이 서투른 예비어른이다. ‘내 새끼’, ‘우리 아이’라는 호칭에 앞서 아이는 ‘제 이름’을 가진 인격체다. 그러므로 부모의 돌봄은 아이 스스로가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어야 한다.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되었을 때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야 온전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나이 서른이 넘도록 부모의 판단에 의지해야 하는 자식이 있다면, 부모는 돌봄을 멈추고 자식에게서 자유로울까? 자식 또한 모든 결정에 있어 부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과연 지금 행복할까? 

  미국의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되면 기꺼이 독립을 허락한다. 심지어는 독립을 강요하기도 한다. 자녀들이 철저히 홀로 서서 어른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들로부터 부모로서의 도리를 마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독립을 할 때, 집을 나서며 부모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이에 부모는 “네가 우리 품에서 자라는 동안 보여준 모습으로 충분히 행복했단다. 우리 역시 고맙다”라고 대답한다. 모든 가정이 그렇겠냐마는 자녀의 독립 즉, 스스로 어른이 되는 첫 발의 디딤에는 이렇듯 자녀가 스스로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1분 엄마의 가르침이 숨어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서 1분 엄마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아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이루었을 때 기꺼이 칭찬하고, 어긋났을 때 무엇이 왜 잘못된 것인지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변화된 시대(부모들의 시대가 아닌)가 요구하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해줘야 하는 훈육아닌 훈육訓育인 것이다. 자녀교육과 가족의 의미가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 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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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를 리뷰해주세요.
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 - 매일매일 꺼내 읽는 쉽고 맛있는 경제 이야기
김원장 지음, 최성민 그림 / 해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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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는 유재석의 보완재일까, 대체재일까?  

  80년이 지난 '1929년의 경제 대공황'을 들먹이는 작금의 ‘세계금융위기’ 상황해외토픽에서나 볼 만한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오늘 가족을 먹일 장바구니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 ‘내 발등의 불’이었다. 그 심각성과 파장은 날로 더해져 이제는 중고등학생도 경제신문을 보며 경제를 시대가 되었다. 시대에 뒤질세라 큰 맘 먹고 경제신문을 펼쳐보자니 들어는 봤지만, 알 수 없는 경제용어 투성이라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알 만한 사람에게 묻자니 한 두 가지가 아니고, 딱히 그 답을 찾아보자니 귀찮기도 하다. 하는 수 없이 헤드라인 몇 개 읽고 ‘으흠, 여전히 심각하구만. 우리나라 경제는 이래서 문제야...’ 아는 체 할 밖에 도리가 없다. 이게 우리가 오늘을 대하는 답답한 현실이다(경제신문을 읽는 중고등학생은 안그렇겠지만...). 

  21세기는 지식경제시대라 했다. 게다가 지금은 내일을 예상할 수 없는 세계금융위기 상황이 아닌가? 경제학자나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과 이론은 더 이상 선택된 그들만 알아야 할 ‘강의실 수업용 과제’가 아니다. 보다 슬기롭고 현명하게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내가 알아야 할 사항들이다. 민중을 위한 경제평론가로 알려진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금융 위기 이후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고고한 ‘강단’에서 번잡한 ‘저잣거리’로 내려온 느낌이다”고 말한 것처럼 출판사 마다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도서’를 거의 매일 토해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공급의 이면에는 ‘경제학을 알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는 방증이고, ‘경제학’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임을 말해준다. 소개하는 책 <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은 그런 책 중 유독 눈에 띄는 책이다. 

  수많은 경제학 관련서 중에서 이 책을 먼저 뽑아든 이유중 하나는 저자에 있다. 즐겨 듣는 <황정민의 FM대행진>과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에서 그날의 경제 이슈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위트있는 진행을 하고 있는 김원장 기자(현 KBS 보도국 차장)가 썼기 때문이다. 책을 소유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평소에 관심을 둔 인물의 목소리나 글 그림은 직접 소유할 수 없지만, 그의 책을 소유하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 라디오에서 들었던 재미있는 글을 소유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책을 읽다 보니 언제쯤인가 들었던 소리도 보여 복습하는 기분이 들었다. 책의 내용 또한 라디오의 입담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이 책은 크게 경제학 이론과 실물경제, 그리고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인 주식, 환율, 부동산등으로 나누어서 설명했다. 꼭지마다 서술하는 기획도 특별하다. 신문 기사의 일부를 머리에 두어 독자로 하여금 기사를 읽고 상황을 유추하도록 유도한 후 그 기사를 이해할 수 있는 경제학 이론과 법칙 그리고 용어를 설명했다. 독자가 만약 두 세시간 동안 ‘경제기자’와 함께 커피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경제기자에게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가? “뉴스에서 듣기에...OOO라고 하던데, 진짜에요?” “OOO는 무슨 뜻이에요?” 정부의 경제정책과 기업의 경제활동으로 엮어진 ‘경제계’역시, 연예계 못지 않게 뒷이야기가 많다. 베테랑 경제기자가 TV나 라디오에서 할 수 없는 생생한 현장의 비방송용OFF-the record 이야기를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책내용의 경향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면 “박명수는 유재석의 보완재일까, 대체재일까?” 라는 제목의 글이다. 방송 3사가 연예인들의 출연료에 대한 상한선을 두기 위해 모임을 가졌는데, 출연료 제한이 담합행위로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로 결국 논의는 중단되었다. 방송 3사가 서로 논의를 할 만큼 연예인들의 출연료가 비쌀까? 상당했다. 편당 800만원에서 1,100만원에 이른단다. 이 기사를 놓고 보완재와 대체재라는 경제학 용어를 설명했다. 인기 개그맨 유재석이 훌쩍 여행을 떠났을 때, 대신 프로그램을 맡을 MC로 콤비인 박명수가 떠올랐다면 이때 박명수는 유재석의 대체재(substitude)다. 반면 유재석이 진행할 때 박명수가 옆에 있어야 시청률이 올라간다면 박명수는 유재석의 보완재(complement)인 셈이다. 

이 책은 이렇게 대체재와 보완재를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유재석이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는 이유는 그에 어울리는 적당한 대체재가 없기 때문인데, 이러한 상태는 유재석은 송해와 허참과 같은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은 상태’의 연예인이 된다며 자연스럽게 ‘가격탄력성’도 더해서 설명했다. 그렇다면 향정신성 의약품인 대마초는 담배는 대체재일까? 보완재일까? 그 답은 이 책 속에서 찾아봐야 할 것이다. 

  경제학 관련서를 선택하고자 할 때에 주목해야 할 점‘현재 내가 어떤 관점의 책을 필요로 하는가?’하는 것이다. 딱딱한 경제학 이론을 쉽게 배우고 싶다면 Daum 아고라 경방의 ‘미네르바’가 추천한 바 있는 ‘맨큐의 경제학’(이 책의 저자도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와 함께 추천했던 책이다)이 좋을 것이고, 우리나라가 지금 처한 경제현실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고라 경방의 ‘세일러’가 쓴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위즈덤하우스)’를 살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경제기사를 화두로 이와 관련된 경제학 이론과 전망들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와 뉴스들을 접목한 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저자인 김원장 기자의 입담과 위트가 더해져 훨씬 더 재미있게 읽힌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더욱 재미있는 특징 하나는 날카로운 기자의 입에서나 나올 수 있는 ‘객관적인 문제제기’에 있다. 쉽게 설명하면 얼마 전에 교체된 MBC 9시 뉴스의 신경민 앵커가 뉴스 말미에 던지는 ‘촌철살인의 생각꺼리’와 비슷한 건데, 현황에 대한 전망을 독자로 하여금 곰곰이 생각할 여지를 남겨둔 점이다. 예를 들면, [제 3부, 국가와 시장의 한판 승부]의 글 중에서 미국 3곳의 대형 투자은행을 국유화하기로 결정한 2008년 11월말, 한나라당은 금산 분리 규제를 추가로 완화해 일부 대기업이 지주사를 허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라 밝혔는데, 경제학자들의 100년 고민거리인 ‘정부의 시장 개입 문제’를 우리 정부는 너무 한쪽의 도그마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저자가 직접 우려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3자적 입장에 충실했다)가 이어진다고 말했고, 현정부의 건설 경기 부양이 결국 국민을 향한 정책일진데,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 Friendly’정책이 ‘웰페어 배들리Belfare Badly'정책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고 말했다. 답은 독자들이 내야 할 숙제, 독자로 하여금 생각의 여지를 충분히 제공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경제기자의 생명은 ‘그날 있었던 경제뉴스에 대한 정확한 보도’가 우선이겠지만, 시청자나 독자로 하여금 오늘의 경제현안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독자나 시청자의 흐린 눈에 ‘안경’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배움의 기회를 줘 통찰력을 제공하는 ‘야전 선생님’의 역할도 해야 한다. 방대한 뉴스와 사례의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경제기자가 경제학 교수 못잖게 해박한 경제지식을 갖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제신문 길라잡이’가 되겠다. 게다가 라디오 진행으로 인정받은 위트있는 스토리텔링의 입담까지 더해졌으니 두 말하면 입 아프다. 경제학 관련서는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이 읽을수록 좋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맨 위에 올려놓고 싶은 책이다. 알차고 재미있는 국내 저자의 경제서를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경제이론과 법칙에 어울리는 사례들이 실제로 신문에서 만날 수 있는 생생하고 시의성있는 사례들이라 흥미로웠다. 경제학과 경제신문 이해하는 법을 합한 듯한 책이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맨큐의 경제학,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비즈니스맨, 대학생, 경제신문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개인 투자자가 백전백패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다음 3가지를 꼽습니다.

1. 부지런히 사고판다! 개인 투자자는 한두 종목을 몰아서 산 뒤 곧바로 팝니다. 종목 선정 기준은 과학적인 투자와는 거리가 먼 아는 친구의 귀띔. 영업 이익이나 주가수익률(PER, Price Earnings Ratio)조차 확인하지 않고 투자합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얼마나 자주 사고팔까요?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거래 비용(거래 수수료+증권 거래세)으로만 6조 2,800억 원을 썼습니다. 같은 기간에 전체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주식의 보유 금액이 128조 원이니까, 전체 주식 투자 비용의 4.9%를 사고파는 비용에 날린 셈입니다.

2. 헐값 주식만 산다. 개인 투자자들은 늘 주가가 낮은 종목만 골라서 삽니다. 지난 2006년 5,000원 미만 주식의 거래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4%입니다.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저가주를 개인 투자자들은 부지런히 사고팝니다. 2006년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수익률은 마이너스 11.47%. 특히 개인은 특정 종목 한두 곳에만 투자합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늘 전문가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다. - 본문 중에서

3. 기관과 외국인이 다 빠져나간 뒤 들어간다. 개별 주식이 오르고 종합주가지수가 오르고 언론에 온통 화제가 된 뒤에 마침내 개인은 증시에 뛰어듭니다. 그래서 현대증권 신반포 지점에 아줌마들이 가득 차면 투자를 멈추라는 증시 격언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미 큰손들이 손을 털기 시작한 증시에서 개인들을 기다리는 것은 급락 장세뿐입니다. 반대로 현명한 투자자는 좋은 투자 기업을 오랫동안 지켜본 뒤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고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매입합니다. - 4장 <20 개미들만의 엘리베이터 투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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