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사회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지음, 권영경 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은 '세금감면'이 아니라 '누진소득세'를 만들어야 할 때다! 

  포르투갈이 낳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최근 역대 최고 이적료(9300만유로·약 1632억원)을 받고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을 결정했다. 캐나다 인구(약 3360만명)에게 맥도널드 빅맥 햄버거 한개씩 돌릴 수 있는 엄청난 거액을 내놓을 만큼 의 몸값으로 성장한 호나우두가 놀랍다. 한편 레알 마드리드는 “만약 호나우두를 데려가려면 몸값의 최소 두 배는 준비해야 한다”고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하니 한마디로 레알 마드리드는 계약 기간 동안 호나우두를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하겠다. 



   이렇게 파격적인 거액으로 호나우두를 영입한 것은 레알 마드리드 회장의 그 유명한 ‘갈라티코(Galactico) 정책’ 때문이다. 세계적인 스타Star,星들을 한데 모아 아예 은하銀河(갈라티코)를 만든다는 계획인데 이러한 마케팅 정책은 방송 중계권료나 입장권 판매 같은 단기적 수입에 의존하기 보다는 유명 스타 선수 영입을 통해 구단의 마케팅 가치를 상승시키고자 하는 정책이다. 다시 말해 최고의 선수들을 불러 한데 모아 두면 그들이 뛰는 게임은 연일 매진이 될 것이고, 팀의 이미지를 높여 입장료외 부가판매 수익도 최고로 높아질 거라는 속셈인 것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야 그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눈요기가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알맹이만 쏙쏙 뽑아가는 자본의 힘이 얄밉기도 하고, 선택받지 못하고 팀에 남겨진 플레이어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싶어 뒷맛은 영 씁쓸하다. 이런 모습은 비단 스포츠 스타들에서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스타급 가수들 또한 컴백과 함께 모든 오락프로그램을 독식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인기가수들이 음악프로그램에서만 활약했던 모습과는 달리 각종 버라이어티를 비롯해 코미디물, 토크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출연해 하루에도 몇 번씩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스타급 가수들은 거의 ‘그룹’이 아니던가? 한꺼번에 출연하기 어려운 방송은 ‘각개전투’로 뛰고 있으니 ‘종횡무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뿐아니다. CF, 공익광고 게다가 알짜배기 방송만은 틀어주는 케이블방송이 가담하니 ‘아이돌’이라 불리는 스타급 가수들은 거의 매 시간 모습을 비추고 있다. 

  정상급 스포츠 플레이어와 연예계의 스타들이 이런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일면 이해는 간다. 권불십년權不十年 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一紅이라 하지 않았던가? 권력이 십년을 넘지 못하고, 꽃이 열흘이 넘게 붉지 않은 것처럼 이들의 전성기는 유한하기에 한창 때 더욱 많이 뛰어야 하고, 그만큼 대우를 받는 것이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호나우두가 최고로서 더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빅뱅의 ‘현란함’을 오래도록 지켜보며 반박지 늦지만 흥얼거리고 싶으니까.

  문제는 이처럼 ‘최고에 가까운 사람들이 불균등하게 보상을 누리는 시장’이 연예계, 스포츠계, 예술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전반에 만연해 점점 더 현대적인 경제생활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불균등한 시장은 법률, 언론, 컨설팅, 의료, 투자금융, 경영, 출판, 디자인, 패션, 그리고 심지어 신성한 학문의 전당인 학교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렇듯 지금 우리는 최고, 즉 일등만이 거의 모든 것을 가지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사회를 살고 있다. 이등 이하는 ‘인기가 덜한 실패자들’이라 보고 알아주지 않는 사회, 1명이 99개를 차지하고, 99명이 1개를 놓고 또 다시 싸워야 하는 지금의 사회를 우리는 ‘승자독식사회’라고 부른다. 책 <승자독식사회 The Winner-Take-All Society>는 1995년 로버트 프랭크Robert H. frank 와 필립 쿡Philip J. Cook에 의해 씌여진 책이다. 저자 로버트 프랭크는 경제학적 사고로 일상 속 수수께끼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베스트셀러 <이코노믹 씽킹(The)economic naturalist>로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경제학자다. 

  승자독식사회가 언제부터였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선 영화와 음악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해 뮤지컬만큼이나 인기가 있었던 영화 <맘마미아Mamma Mia!, 2008>의 마지막 부분에서 엄마인 도나(메릴 스트립)가 결혼식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딸을 먼저 보내고 눈물을 흘리며 샘(피어스 브로스넌)과 식장에 들어서면서 누구 손을 잡고 입장할 것인지 이야기를 하던 중 다투면서 부르는 노래가 있다. 공교롭게도 소개하는 책의 제목과 일치한다. <The Winner Takes It All>이다. 이 노래는 스웨덴 그룹 ABBA가 1980년도에 발표한 앨범<Super Trouper> 중에 삽입된 곡이다. 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지만 ‘승자독식’이라는 게임의 규칙에 따라 떠나보내야 한다는 슬픈 내용의 노래를 살펴보면서 1980년이 아닌 그 이전부터 이 세상엔 ‘승자독식’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노래의 가사 뒷 부분을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심판들은 결정을 내리겠지/ 나 같은 패자는 승복하라고/ 쇼의 관중들은 항상 조용히 지켜볼 뿐/ 게임은 다시 시작되고/ 연인이든 친구든/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승자가 모든 걸 갖게 마련이지 네가 슬픔을 느낀다면/ 말하지 않을게/ 그리고 네가 악수를 청해 온데도/ 난 이해해/ 만약 네가 긴장되어 자신감 없이 서 있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언짢다면/ 사과할게/ 너도 알다시피/ 이긴 자가 모든 걸 갖게 마련이니까 

  시간이 흘러 1995년 미국 코넬대학교와 듀크대학교의 경제학자인 두 저자는 미국의 모든 시장에 불고 있는 ‘승자독식현상’에 주목했다. 시장의 이익이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사회적인 재앙이고, 이것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낭비를 초래한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승자독식사회’는 시장의 이익이 모두에게 적절하게 배분되어야 하는 자본주의사회 속에 살면서 ‘극소수의 승자’에게 밀려난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잘 것 없는 패자’로 남아 평생을 실패의 그늘에서 괴로워하며 살게 되어 결국 사회문화도 폭력적이고 선정적으로 만듦으로써 삶을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 책은 ‘승자독식사회’의 부정적인 결과들을 다룬 책이다. 우선 승자독식의 매커니즘을 밝히고, 왜 승자독식사회는 멈추지 않는지, 그리고 이러한 낭비적 경쟁을 그만두는 해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일반적인 시장과 다른 승자독식시장의 특징은 상대적인 능력차에 의해 보상을 받는다는 점(상대평가에 의한 보상)과 승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몇몇 최고 실력자들에게 집중되고, 재능이나 노력의 작은 차이가 엄청난 소득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소수에게 보상이 집중)이다. 그렇다면 승자독식시장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승자독식시장을 탄생시키는 원리에는 공급측면에 있어서는 생산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서 찾을 수 있고, 수요측면에 있어서는 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돈의 액수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복제기술의 발달 - 최고 실력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제한 재생산, 복제가 가능

예)최고 가수의 CD 대량복제, 영화 필름의 복제, TV 생중계 등

연결망경제 - 다수의 소비자가 한 상품만 사용한다면 그 가치는 상승

예) 비디오시장에서 베타방식을 이긴 VHS방식, 표준이 된 IBM의 MS-DOS 등

경험과 투자를 통한 ‘가두기’ - 초기단계에서 사용된 기술은 연구개발에 투자우위를 점유 예) 1890년대의 증기자동차와 가솔린 자동차의 기술경쟁, 일류대학 졸업생이 이류 대학 졸업생보다 일류 대학원에 진학할 높은 확률 등 

의사결정의 지레작용 - 의사결정의 내용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 

예) 보다 능력있는 CEO를 영입하기 위해 연봉을 높임

인지력의 한계 - 재화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경쟁제품을 기억할 수 없는 인간

예) 스포츠에서 승자만을 기억,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 만을 기억

습관과 취향의 힘 - 처음엔 별로 였지만 어느새 익숙해지는 인간의 습성

예) 브랜드 충성도, 제품 충성도

지위에 대한 관심 - 사회적 신분에 대한 욕구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서라도 제품 소비

예) 지위재positional goods 소비 - 명품 구입, 가장 빠른 자동차

선물과 특별한 경우들 - 소수의 일류 상품에 수요가 집중

예) 최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400달러 짜리 1982년산 샤토 페트루스, 다이아몬드 반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 두려움이라는 인간의 본성

예) 교통사고가 두려워 미쉐린 타이어를 구입, 경영자의 뛰어난 컨설턴트 고용 등

구매력 집중 - 주머니가 두둑한 소수구매자(부자)들이 상황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선택

예) 이기기 위해 승률이 높지만 수임료가 비싼 최고의 변호사 선임 등

  위와 같은 이유로 탄생한 승자독식사회에 대해 저자들은 운송비와 관세의 하락, 정보혁명의 힘, 국제어가 된 영어, 생산방식의 혁신, 싸움 부추기는 사회, 독립계약의 증가, 보여주기 위한 소비등의 이유로 이러한 ‘위험한 패러다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995년에 출간된 이 책의 이야기가 2009년에도 유효하고, 그 정도는 더욱 심화되었으니 그들의 진단은 맞는 셈이다. 저자들은 거의 2/3를 할애해 가며 승자독식사회의 심각성을 열거했는데, 오늘날의 우리 사회와 정확히 겹쳐진다는 점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승자독식사회’로 빠져든 것일까?

가장 쉬운 예로 IMF 외환위기와 맞물리는 최초로 본격적인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와 LPGA에서 첫승을 거둔 박세리가 활약한 2000년도 즈음으로 보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IMF가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내건 금융시장을 포함한 모든 시장의 대외개방,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철폐, 공기업의 민영화, 기업 및 은행의 구조조정, 고금리정책, 자율변동환율제도, 외환규제조치 철폐, 긴축재정정책 시행 등 ‘경제의 신탁통치’로 인해 세계화가 촉진되면서부터였다. 이 책의 번역자 역시 ‘IMF 경제위기는 미국식 고도자본주의turbocapitalism'을 강요받는 계기가 되었다’고 서두에서 말했다. 



    그 당시 박찬호와 박세리가 받은 엄청난 연봉과 상금은 IMF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프로선수들의 연봉과 상금은 엄격하게 상한선을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외화벌이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대목에서 승자독식사회를 제어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보자. 승자독식시장을 ‘낭비적인 지위군비경쟁’이라고 한다면, 그에 맞서는 정부규제들은 ‘지위군축협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득세, 소비세, 부가가치세, 정치자금법, 산업안전법, 소비자보호법, 노동시간이나 영업시간 등을 제한하는 법규 등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들은 승자만을 겨냥한 법도 아닐 뿐더러, 갖가지 편법들이 동원되어 이런 규제들은 오히려 약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까지 생겨 승자독식시장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저자들은 끝으로 ‘승자독식사회’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선 소송남발을 규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높은 액수의 진료비를 전문의들에게 상환해주는 책임보험 제도를 없애고 자격증보다는 의료행위에 부합하게 진료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등록금 정책을 수정하여 더 많은 학생들에게 교육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하고, 조세부담은 누진소비세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고 말했다. 1995년 미국의 현실에서 바라본 해결책이지만, 이 또한 우리의 현실에 정확하게 부합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누진소비세 형태의 조세부담이다. 누진소비세는 ‘소득’이 아닌 ‘소비’에 세금을 매기라는 것이다. 누진소득세의 경우 높은 한계세율이 저축과 투자의 동기를 약화시키지만, 많이 지출할수록 세액이 늘어나는 누진소비세는 저축 동기를 강화시킨다. 저자들은 누진소비세는 저축과 투자를 자극하고, 최고 실력자들에게 보다 무거운 조세부담을 주면 경제질서가 잡힐 뿐 아니라, 가장 재능 있는 시민들이 법조계나 의료계로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생산적인 일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결국은 형평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효율성도 촉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해서 서로 합의를 통해 최고상의 크기를 줄이고 경쟁을 완화해야만 비참한 사회로 추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현 정부의 보수적인 경제학자들, 그리고 조세감면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최근 형평성에 근거한 진보적인 조세제도를 도입한다면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승자독식사회’에서는 오히려 불가능한 말이다. 두 저자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승자독식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것은,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 승자독식시장에 뛰어들어 엄청난 소득을 올릴 경우 그 소득에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면 과잉유입 문제는 줄어들 것이다. 더욱이 이 시장에서 빠질 사람은 애초부터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적었던 사람들이다. 고율의 세금을 승자들에게 부과해도, 승자독식시장에서 생산된 가치는 크게 감소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렇게 감소된 가치는 전통시장의 생산증가로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다. 승자독식시자엥 참여한 사람들이 고소득층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 누진세를 강화하는 것이 좋다. 누진세는 경제의 효율성을 감소시키는 대신 오히려 증가시킬 것이다!“ (40-41 쪽)

  또한 현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쏟아내는 경제정책의 근거에는 한결같이 낙수효과이론trickle-down effect theory이 들어 있다. 낙수효과이론이란 마치 넘친 물이 흘러내리듯이 한 부분의 성장을 자극하는 정책은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준다는 이론인데, 결국 조세감면은 경기를 부양하면 소득이 증대하고 분배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말인데, 이 또한 IMF 이전의 국내에서나 적용될 수 있었던 이론일 뿐 현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상황에서 조세감면이란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어주는 세제일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승자독식사회’를 정부나 국민 모두가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숙명으로 전제를 놓고, 현실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현실의 문제점은 모두 ‘위험한 패러다임’ 안에 들어 있는데도 먼저 빠져나올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니, 답없는 공방전만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무한경쟁사회’라는 이름좋은 허물을 쓰고 있는 ‘승자독식사회’는 우리가 짊어져야 할 운명이 아니라, 사회적인 재앙이다. 지금은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 정부와 경제정책 관계자들이 이 책으로 인식 전환의 기회로 삼으라고 전해주고 싶다. 또한 현대사회에 대해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으로 우리사회 전체를 조망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단한 책, 고전으로 남을 만한 책이었다. 

끝으로 이 책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주목해 보자.

1995년 <비즈니스 위크> 10대 비즈니스 북

1995년 <뉴욕 타임즈> 올해의 주목도서

1995년 <샌프란시스코 리뷰 오브 북스> 평론가가 뽑은 책

1996년 <차이나 타임즈> 올해의 10대 도서

1996년 <런던 옵저버>올해 최고의 책

책 <승자독식사회>는 1995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미국 출판계와 경제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이듬해에는 중국(대만)과 영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8년 3월, 웅진지식하우스를 통해 초판으로 출간되었다. 20세기 말부터 불이 붙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세상을 뒤흔드는 패러다임을 논한 책을 우리나라는 2008년에 만나게 되었다니, 세계 출판시장 10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출판계는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다(어느 포털 사이트의 뉴스 카테고리에서 ‘승자독식사회’를 검색해 보면 2001년부터 국내의 어느 신문사가 미국사회를 설명하는 기사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음에도 이 책은 7년이 지나서야 출간되었다는 것은 오히려 놀랍다). 아직 숨겨진 보석같은 책은 없는지 한국의 출판계는 눈을 뒤집고 찾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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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부자 -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말하는 부의 공식
로버트 기요사키 외 지음, 김재영 외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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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산층이라고 여유부리면 얼마 안 가 깡통찰 것!

 

  중산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이를 두고 우리는 ‘양극화 사회’라고 부르는데, 특히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부의 양극화는 과거 그 어디 때 보다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교육, 즉 ‘금융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나 재정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직면한 재정 위기를 타개하려면 ‘질 높은 금융교육’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금융지능을 높여야 ‘가난을 끝내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고, 스스로 재정적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대답 한 번 편하다. 금융교육을 받아서 금융지능을 높인다면 누구든 스스로 ‘재정적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좋다. 그럼 금융교육은 뭐고, 도대체 금융지능은 무엇이냐? 도대체 나랏님도 풀 수 없다는 ‘가난문제’를 한마디 말로 답을 내는 당신들은 누구냐?

 

  이들은 다름 아닌 백만장자 로버트 기요사키와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책<부자아빠 가난한 아빠Rich dad Poor dad>시리즈로 전세계적으로 2600 만부의 판매기록(2006년 현재)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사업가이고, 도널드 트럼프는 초고층 빌딩 <트럼프타워>를 전세계에 세우고 있는 부동산 사업가로 미국에서는 ‘부동산 왕’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대답이라면 믿을만하다는 생각에 귀가 솔깃해진다. 책 <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부자>는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인 두 사람이 보다 나은 삶을 찾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책이다. 두 저자는 이 책에서 소위 금융전문가들이 말하는 조언, 즉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라. 채무에서 벗어나고, 주로 뮤추얼펀드로 장기적으로 투자하라. 그리고 절대로 분산투자하라”는 말은 “절대로 부자가 되지 못하게 하는 헛소리”라고 못을 박았다. 원제목은 Why We Want You To Be Rich이다.

 

 



 

 

  이 책은 어느 광고처럼 돼지저금통을 끌어안고 “여러분, 부자되세요.”하며 빌어주는 책이 이다. 그렇다고 영화 <작전>에서처럼 작전세력들이 짜 놓은 판에 끼어들어 더불어 작전을 펼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제목처럼 ‘당신이 부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자 쓴 책이다. 당신이 지금 당장은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중산층이라고 하더라도 곧 밥그릇이 깨지고, 숟가락이 없어질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경고한 책이다. 두 명의 부자는 세상이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고, 더 이상 안심하고 믿을 만한 곳은 없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국가가 당신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주리란 기대도 하지 마라. 대신 당신 스스로 부자가 되어라. 그래서 우리 모두가 직면한 재정적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라.”

 

  2006년에 나온 이 책은 두 명의 부자가 부의 양극화가 극심해서 중산층이 사라져가는 미국 경제를 지켜보면서 ‘태풍의 눈 속’에 살고 있어 미쳐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 세계가 직면해 있는 재정적 위기에 대해 알리고, 그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리고자 쓴 책이다. 이 책을 쓰게 된 원인으로 거론된 ‘위기의 미국’이 직면해 있는 실질적인 문제들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지금 읽기에 매우 흥미롭다. 그들은 ‘위기의 미국’을 이렇게 지적했다.

 


●무역적자의 증가

●국가 부채의 증가

●달러 가치의 하락

●돈 없는 베이비붐 세대

● 정부 보조에 대한 수급권 의식

● 유가 상승

● 부자들을 위한 세제 혜택

 



  앞에서 ‘2006년 미국의 위기’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혹시 ‘2009년 대한민국의 경제문제’를 지적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들어맞는다. 각 문제점들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 내용을 살펴보면 나라 이름만 다를 뿐 우리의 오늘과 정확히 일치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 처한 독자들이 ‘내 가족, 가족의 행복한 삶, 나와 가족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금융지능(금융IQ)’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우리가 찾고 있는 대답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금융지능이란 무엇일까? 

 


“내게 있어서 금융IQ란 국내 및 국제 경제 해역의 해도를 만들고, 현재를 넘어 미래를 바라보며, 그에 대한 평가와 통찰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러한 능력을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현실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훈련이다.” -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는 주당 28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을 통해 독서를 한다. 집중해서 읽을 경우 한 권을 읽는다면 3-4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일주일에 7권을 읽는 셈이다. 다시 말해 하루에 한 권 정도를 읽는 셈이다. 두 저자는 역사광이다. 특히 도덜드 트럼프는 ‘오스만투르쿠 제국의 이야기는 세상사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갖게 한다며 ‘역사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역사를 통해 미리 배우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격언에도 있듯이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같은 실수를 번복하게 되어 있다.” 한편 대학에서 금융교육을 받지 않은 로버트 기요사키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세미나에 참석하고, 강의테이프와 CD를 듣고, 금융 및 비즈니스 서적들을 읽었다. 부자가 된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그는 돈과 경영, 금융, 부 등에 대해 배우는 것이 좋다며 죽을 때까지 그것들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남아있고 싶다고 말했다.

 



  세상에는 세 부류의 투자자들,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 비투자자와 잃지 않기 위해 저축마인드를 갖고 투자하는 소극적 투자자, 그리고 이기기 위해 투자하는 적극적 투자자들이 있다. 금융IQ는 이기기 위해 투자하는 적극적 투자자들을 위해 필요하다. 소극적인 투자자들은 ‘돈’만을 투자하지만, 적극적인 투자자는 ‘시간’도 투자한다. 이기기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은 필히 ‘레버리지’라는 투자도구를 사용하는데, 레버리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투자마인드와 금융지식’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시간’이란 ‘투자마인드와 금융지식을 배우는 시간’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자를 위험하게 여기는 것은 금융 지식이 별로 없고, 저축, 주식, 채권, 뮤추얼펀드등 통제할 수 없는 투자 대상에 투자를 하고 있으며, 통제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금융상품 영업사원들을 통해 투자 조언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서 통제력의 관건은 교육이다. 금융 지식이 많아질수록 유리한 상황과 불리한 상황을 더 빨리 분간해낼 수 있다. 또한 좋은 상품과 나쁜 상품을 구별할 수 있다. 저자들은 투자에 앞서서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늘릴 것인가?

●어떻게 훌륭한 투자 대상을 찾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좋은 거래와 나쁜 거래를 식별할 수 있나?

●어떻게 하면 투자를 할 때 자신의 돈을 더 적게 들이고 차입금(대출금)을 더 많이 끌여들일 수 있는가(레버리지)?

●어떻게 하면 금전적 위험을 겪지 않고 경험을 얻을 수 있는가?

●어떻게 손실에 대해 대처할 것인가?

●어떻게 훌륭한 자문가를 찾을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다면 투자에 대해서는 ‘통제력’을 잃어버려 투자가 위험해진다. 위의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저자들은 이 해답을 찾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탐구하고, 답을 찾았더라도 끊임없이 질문들을 되풀이 해 더 나은 답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면, 이러한 탐구과정을 통해 금융IQ는 늘어나고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공부이고, 부자가 되는 금융IQ를 늘리는 방법이다. 저자들은 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더 많이 배우게 되고, 더 많이 일하게 되어 결국 더 많은 것을 이루게 되었다. 그들에게 돈은 해답을 찾은 성공에 대한 칭찬이자, 게임을 이긴 점수일 뿐이었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투자란 게임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공부하고 연습하는 것은 게임을 사랑하기 때문이며, 이기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게임의 역사를 읽고 끊임없이 공부해왔다. 내가 알아야 할 만큼 결코 알지 못할 것이라는 사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게임의 규칙을 공부하며 선수들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경쟁상대를 파악하고 그들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그들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중략).. 도널드 트럼프와 나는 패하기보다는 이길 때가 훨씬 많다. 그 이유는 게임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만약 게임을 사랑하지 않고, 배우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권하고 싶다. 먼저 승리에 전념하는(또는 공부에 전념하는) 사람을 찾아내고, 그러한 사람을 찾으면 가지고 있는 돈을 그 사람에게 넘겨주라고 말이다.” (170-171 쪽)

 

  이 대목에서 이미 평생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뒷짐지고 살아도 될 만큼 부자인 그들이 나이 60-70이 넘어서까지 투자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일하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마인드를 근거로 한 ‘게임’을 즐기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렇게 투자를 게임으로 여기며 즐길 수 있는 이유는 ‘큰 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확고한 자신만의 투자 마인드’가 있기 때문이었다. 금융IQ를 높여야 하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었다.

 

  저자들은 아직 투자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생들, 부자가 아닌 어른들, 곧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들, 이미 부자인 사람들을 그룹으로 나누어 이들이 갖춰야 할 금융IQ와 그것을 익히는 방법에 대해 따로 정리해 두었다. 그리고 ‘부자가 되는 실제적인 방법들’이라는 장을 따로 마련해 그들의 주특기인 ‘부동산 투자’의 매력과 ‘자기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우리는 언론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수많은 부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벌었는가에 관심을 둘 뿐 그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마인드를 확립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다시 말해 요리법을 배워야 할텐데, 요리를 먹기만을 바라고 있는 셈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그의 책 <주식투자란 무엇인가?>에서 "절대로 눈먼 돈은 없다. 투자라는 이름으로 탐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의 집합'인 주식시장에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없이 남의 말만 듣고 뛰어들면 백전백패요, 게다가 남의 돈으로 뛰어든다면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고 말한 바 있다. 시골의사가 말하는 ‘준비’란 바로 금융IQ 가 아닐까? 우리가 신문, 뉴스를 통해 경제에 관심을 두고, 경제 금융관련서를 읽어 경제지식을 높여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상건의 책 <부자들의 개인도서관>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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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책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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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만나기 힘든 토종 책벌레의 보기 드문 책읽는 방법론

 

  처음 책읽기를 시작해서 일 년 즈음 지나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적잖은 나이를 먹고 하루가 짧다고, 세상이 좁다고 휘돌아다녀도 모자를 때인데 홀로 떨어져 앉아 ‘책이나 붙잡고 앉아 있는 모습’을 스스로 발견할 때 ‘내, 이 뭐하는 짓인가..?’ 싶어 마지 못해 책을 덮던 때가 있었다. 누가 알아달라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온전히 그것을 소화하고는 있는지 알 수 없었고, 과연 읽고 난 다음 어딘가에 써 먹을 소용이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간이 아깝더라’는 판단에서 였다. 그리고 잠시 책을 부러 멀리 했었다. 냉담기. 종교와 잠깐 이별하듯 난 책과 냉담기를 가졌었다.

 

  그리고는 남들과 같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한창의 나이인지라 매일 밤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며 인연꾸리기를 즐겼다. 그 정도가 심해 낮보다는 밤이 편하다는 기분을 느낄 정도였다. 친구녀석이 “넌 오후 다섯 시만 되면 어깨죽지에서 날개가 펴지는 것처럼 활기있어 보인다”고 말할 정도 였으니...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아버지와 충돌을 일으켜 급기야 집을 쫓겨나 의도하지 않은 독립을 맞았다. 옷가지 몇 개 달랑 들고 집을 나와 살고 있었는데, 졸업한 대학의 학과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네 아버지가 네 짐을 학교로 보냈더라.” 화가 나시면 배고픈 가을 호랭이 같아 어머니와 함께 추호秋虎라 부르긴 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하셨다. 부끄러운 낯으로 짐을 찾으러 작은 트럭을 몰고 가니 내 방에 있던 책과 책장을 모조리 부치셨다. “그 놈한테 짐은 그것 뿐이다”는 한 말씀과 함께...당신이 보기에 내게 필요한 것 책 밖에 없었나보다. 짐을 챙겨 돌아와 책을 챙기고 생각해 보니 “그 놈한테 짐은 그것 뿐이다”란 말씀은 한편 “다른 건 몰라도 책은 있어야 안되겠냐?”는 말씀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런가? 그런가보다 싶어 다시 책을 들었다. 그리고 읽었다, 아주 열심히. 아버지가 돌아신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태어나서 지금껏 수많은 결정을 내렸지만, 책을 새로 잡기로 내린 결정은 아마 세 번째로 잘 내린 결정 같다.

 

 



 

 

  내가 온라인에서 리뷰를 쓰면서 얻은 기쁨 중 하나는 많은 다독가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 서평(감히 책을 평할 주제가 되지 않는다 싶어 난 리뷰라는 말을 즐겨 쓴다)지난 해 가수 호란이 책을 읽은 리뷰를 모아 책을 내는 소감에 “세상에 존재하는 강호의 고수들에게 부끄러워 뒤통수가 뜨겁다”고 말한 것처럼 강호의 고수들이 얼마나 많고, 그들의 내공이 대단한 줄을 알게 되었다. 이른바 온라인 서평쟁이들의 리뷰를 읽노라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 도대체 얼마나 읽었더나? 도대체 어떤 책을 읽은게냐? 묻고 싶고 그들의 서재를 훔쳐보고 싶을 정도다. 한편 그들의 리뷰를 읽으면 힘이 솟는다. 책읽기라는 것이 몸은 가만있어도 눈과 머리는 바쁜 정중동靜中動의 일이거늘, 그래서 그저 멍청하게 눈으로 쫓기만 하는 ‘신선놀음’이 아니거늘, 외로이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더라 싶고,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들을 만나니, 내 그들을 따라잡으리라 싶어 치기어린 힘이 불끈 솟는다. 오랜 만에 이런 분기탱천憤氣撐天의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 다독가 박민영의 <책읽는 책>을 읽고 나서다. 저자는 <행복한 중용>, <즐거움의 가치사전>, <논어는 진보다>, <공자 속의 붓다, 붓다 속의 공자>, <이즘>을 쓴 바 있고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월간 '인물과 사상'에 문화 비평을 쓰고 있다. 책을 읽고 느낀 소감이라면 그는 고수가 아니었다. 고고수高高手였다. 

 


“책은 독자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여백을 제공한다. 책을 읽다가 의문 나는 것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 나오면, 독자는 잠시 책을 덮어 둔 채 생각에 빠질 수 있다. 책은 인간의 생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촉진한다는 점에서 어떠한 매체보다 우월하다.” (23 쪽)

 

  이 책은 크게 책 읽는 즐거움과 책 읽는 생활, 그리고 책 고르는 지혜와 책 읽는 지혜로 나누어 책읽기에 대한 총 51개의 단편의 글로 묶여졌다. 책읽기를 20여 년 동안 저자는 한 달에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2천여 권에 달하는 책을 가진 책벌레다. 게다가 시중에 존재하는 <도덕경>을 여러 권 읽었지만, 번역이 잘못되어 서로 다른 내용으로 서술되자 직접 한문으로 된 원문을 해석해 읽어내기까지 한 열혈 책벌레다. 어디 그 뿐인가? 그가 쓴 책들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하고, 세간에는 한 해동안 주목할 책으로 인정받는 TV 책을 말하다에도 선정도서가 되기도 하였으니 훌륭한 저술가기도 하다. 이 정도의 책읽기 고수가 ‘책 읽는 책’을 썼으니 반가운 일이다. 또한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도 여간 반가운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책을 이제야 읽었단 말인가 싶어 애석할 따름이다. 머릿속에 담고, 가슴속에 새겨야 할 좋은 글들이 그득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를 따로 염두해 두었다. 

 


● 책을 읽어도 좀처럼 자신의 지적 능력이 발전하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사람

●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

● 독서를 통해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폭넓은 교양과 깊이 있는 지적 역량을 갖추고 싶은 사람

● 지성인으로서 사회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싶은 사람

 

  약장수가 약을 팔면서 그 효능에 앞서 환자들을 콕콕 짚어내듯 일반적인 ‘책환자’들이 겪고 있는 증상들을 짚어냈고, 그 용도에 맞게 처방 또한 잘 했다. 저자가 말한 이 책을 쓴 의도 세가지중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두 번째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독서 방법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책읽기 책들이 주로 번역서들이 많고, 실용서에 편중되어 있다면 이 책은 문학과 함께 주로 인문서를 위주로 한 효과적인 책읽기를 말하고 있다. 특히 번역서를 잘 고르는 방법과 인문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양서를 고르는 법을 알려주는 제 3장 책 고르는 지혜 편은 내게 참으로 유용했다. 다독多讀과 다상량多商量을 거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대목들이었다.  

 


“책을 쓴 저자나 책을 읽는 독자나 영원한 진리 앞에서는 본질적으로 같은 출발선상에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앞서 탐구했고 우리는 이후에 탐구하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 275 쪽)

 

  간혹 블로그(http://blog.daum.net/tobfreeman)에 들러 ‘책을 많이 읽는다’며 부러워하는 방문객들의 댓글을 발견하곤 한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 무척이나 부끄럽다. 늙어감을 감지하면 남겨진 시간이 소중함을 더욱 깨닫는다.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좀 더 일찍 글을 썼더라면...’하는 아쉬움에 그를 보상이라도 하는 듯 씨름하는 내 모습이 보이는 듯 해 부끄럽다. 또한 리뷰를 쓰는 것은 읽었노라 자랑하려는 듯 쓰는 것이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내가 무엇을 읽었더라’ 정리하여 되새김질 하고픈 욕심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내가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이 책은 읽어보니 이렇더라, 저렇더라’하고 나중에 읽을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다. 저자는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책을 어떻게 읽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십분 공감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은 책은 초라해 보이고, 읽어야 할 책이 커보이니 이는 ‘책 보는 눈이 트이는’ 때문인가 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고개를 드니 좋은 책이 열 권이 보여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부럽다 말하는 방문객에게 ‘부러워말고 좋은 책 찾아 지금 당장 읽어라’ 권하고 싶다.

 

  버트런트 러셀은 양서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내가 좀 더 빨리 양서를 고르는 법을 알았더라면, 지금까지 숱한 세월을 시행착오하며 책읽지 않았을 것이다.” 시행착오와 경험이 자신에게는 뼈와 살이 되는 소중한 자산이 되는 법이지만, 책읽기만은 그런 수고를 덜 했으면 한다. 죽음을 앞둔 괴테가 말한 것처럼 세월은 짧은 반면 읽어야 할 책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설프니나 책상물림들(책읽는 이들도 모습은 그럴테지만)이 세상에 없는 방법을 새로 만든 듯 자랑하는 ‘독서법’을 적은 책이 아니라, 제대롭고 멋진 다독가들이 전하는 ‘나는 책을 이렇게 읽는다’, 혹은 ‘이런 저런 책이 좋더라’ 말하는 책을 좀 더 만나고 싶다. 다독가들에게는 이런 책을 쓰는 것은 배움과 익힘을 행동으로 전할 수 있는 의로운 행동이요, 후학에게는 시간을 줄이면서 좋은 책을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후배는 항상 선배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A 오말리는 “서평을 쓰는 사람들, 그들은 출판사가 개최한 서커스 공연에서 일하는 호객꾼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호적인 리뷰를 써서 출판사 관계자라고, 책장수라고 욕을 먹든, 호객꾼이라 불리든 상관없다. 좋은 책은 좋아서 널리 알려야겠고, 나쁜 책은 나빠서 널리 알려야겠다. 그것이 책읽으며 리뷰쓰는 내 숙제라 생각한다. 또한 기왕 판을 벌린 참이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읽게끔 그림넣고, 설레발쳐서 큰 판을 벌이고 싶다. 세계 10대 출판 대국이지만 국민 평균 한 권의 책 밖에 읽지 않는 이땅의 서평쟁이니 더욱 더 그럴 수 밖에. 이런 책을 만나면 반가운 임을 만난 듯 흥이 나고,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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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
제프 콕스·하워드 스티븐스 지음, 김영한·김형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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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천재 맥스 VS 스티브 잡스, 누가 이길까?

 

  하루에도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지지만 정작 히트를 치는 상품은 백 가지 중에서 한두 가지 정도다. 수많은 세일즈맨이 상품을 팔지만 일당백으로 팔아치우는 톱세일즈맨 또한 한두 사람 정도다. 여기서 성공한 제품과 성공한 세일즈맨을 제외한 나머지를 생각해 보. 과연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제품은 한 두 가지뿐이고, 제품을 잘 파는 톱세일즈맨은 한두 사람 뿐 일까? 나머지 98 개의 신제품과 98 명의 세일즈맨은 왜 안 팔리고, 왜 못팔까? 3등에 든 제품, 세일즈맨은 억울하다고 말 할지도 모른다. 10등도 억울하다고 말할 수 있다. 좋다. 100가지 상품과 100명의 세일즈맨 중에서 상위 30%는 그럭저럭 제 몫을 한다고 셈하더라도 나머지는 과연 형편없는 제품이고, 형편없는 세일즈맨일까? 그들도 억울하다 말 할 것이다. 저마다 훌륭한 제품이고, 나름 열심히 뛰면서 노력하는 세일즈맨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그들에게 문제는 무엇일까? 답을 꼽으라면 이들은 시장을 잘 읽지 못했고, 소비자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테지만 그 중에서 ‘생산자의 오류’가 큰 몫을 담당한다.

 

  밥과 잠을 잊고 신제품을 만들어낸 생산자(발명가, 프로그래머)는 저마다 자신의 아이템이 ‘최고’라고 말한다. 그래서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생산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팔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회사를 만들고, 제품을 대량생산해서 시장에 내놓는다. 하지만 시장은 그 제품을 외면한다. 그런 제품이 있는 줄 몰라서 사지 않고, 혹 제품을 안다 할지라도 그 제품이 과연 내게 가치가 있는 제품일까 의심이 들기에 사질 않는다. 벤처기업에게 컨설팅과 엔젤투자를 담당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선배는 ‘생산자의 오류’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컨설팅을 의뢰하는 제품들이 내 책상 위에 하루에도 삼십 건 이상이 올라와 있어. 이들의 공통점은 제품을 만드는 생산자들이 회사를 창업했다는 점이고 한결같이 시장을 석권할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장담한다는 점이지. 정작 쓸만한 아이템은 한두 가지 뿐인데, 그마저도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팔아줄 거라고 확신하고 있지. 문제는 생산자가 ‘이 제품이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들어간 제품인데’하면서 소비자가 알아주기를 바란다는거야. 시장과 소비자를 알지 못하면 제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 할지라도 팔리질 않아.”

 

앞에서 말한 벤처기업 뿐 아니라 매출부진에 빠져 있는 제조업체들, 심지어 음식점들까지 이들은 ‘생산자의 오류’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충분히 팔릴 만한 제품(서비스)을 만들었는데도 ‘소비자들이 제품을 제대로 볼 줄 몰라 팔아주질 않는다’고 소비자를 원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잘 팔릴 제품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고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 다음 해야 할 일은 소비자들이 신제품이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제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다시 말해 마케팅과 세일즈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다. 책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중 하나인 ‘바퀴’를 소재로 효과적이고 탁월한 마케팅과 세일즈 방법을 이야기한 책이다. 미국에서 3백만 부 이상 팔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호응이 많았던 책  <더 골The Goal>의 공저자인 제프 콕스와 세일즈 컨설팅 회사의 CEO 하워드 스티븐스가 함께 펴냈다. 원제목은 Selling The Wheel 이다. 

 

 

 

 

   이 책은 지금껏 나온 경영우화와는 다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필두로 한 경영우화는 주로 자기계발적 성격이 강한 소설들로 성격과 습관등 단편적인 면을 다루었다면 이 소설은 기업의 마케팅과 세일즈를 소개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이미 국내 저자에 의해 쓰여진 책 <기획천재가 된 홍대리>, <마케팅 카사노바>, <아이 마케팅>등도 다수 있었지만,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는 그보다 훨씬 더 이전에 쓰여졌으면서도 영업력을 중심으로 일개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탄탄한 스토리와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소설에서 설명하는 마케팅과 세일즈 기법들이다. 비록 소설 형식이지만 250,000명의 세일즈맨과 8,500명의 기업 마케팅 관계자 그리고 이들의 세일즈 능력을 평가한 100,000 명의 고객과 직접 인터뷰한 250,000개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얻은 신뢰할 수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꾸몄다.

 

  이집트의 한 청년 맥스는 우연히 들린 피라미드 공사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바퀴를 발명해 낸다. 엄청난 발명품인 만큼 물건만 보이면 ‘스스로 팔리는 물건’이라고 생각한 맥스는 바퀴의 생산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바퀴는 ‘스스로 팔리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시큰둥해 했다. 팔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던 중 세상 일을 모두 알고 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만물박사 오라클 오지를 찾게 된다. 이집트를 배경으로 바퀴를 파는 이야기라는 소설의 소재도 재미있지만, 한 발명가가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장하는 경제소설이란 면에서 재미있고 유익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도 그것을 만드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태어나서 성장하고 성숙하고 쇠퇴하는 시기를 겪는다는 경영학의 고전이론인 레이몬드 버논Raymond Vernon의 제품 수명주기 이론(Product Life Cycle : PLC)을 접목하여 실재 시장에서 신제품이 부딪히는 판매 상황들을 잘 설명하고 있다. 바퀴 발명가 맥스가 기업을 만들고 성장시키면서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오라클 오지(멘토)를 찾아가 그 해법을 얻는다. 다시말해 새로운 기술의 탄생(창업), 고속성장기, 점진적인 성장기, 성숙기를 만난 맥스의 바퀴회사에 오라클은 그때마다 서로 다른 유형의 세일즈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 전문가 클로저 카시우스, 마법사 토비, 빌더 벤, 세일즈 캡틴 등을 만나게 하여 문제점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고비를 넘기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는 맥스를 보면서 경영계의 이단아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다. 신제품이 거듭될 때마다 효과적인 가격정책과 마케팅 정책으로 이미 나온 제품들 역시 꾸준히 소비자들로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둘이 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새로운 기술의 탄생기에는 거래을 끝마친다는 의미의 '클로저' 카시우스는 최고의 프리젠테이션기술을 이용하여 구매자의 욕구를 완전히 장악하고 최고의 영업실적을 올리며 맥스부부가 부족한 영업능력을 배가한다. 고속성장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마법사 로비'다. 영업능력보다는 지속적인 신제품의 개발을 통하여 향후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수 있는 연구기술개발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점진적인 성장기에는 B2B 전문가로는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한다는 의미의 인물은 '빌더 밴'이다. 밴은 거래업체들과 지속적인 관리를 해내어 경쟁사와의 거래가 중단되거나 경쟁사의 서비스에 직접적인 피해와 불만을 나타내는 고객들을 맥스바퀴주식회사의 고객으로 신규유치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한다. 성숙기에 들어서는 '세일즈 캡틴'이 활약한다. 캡틴은 일반화된 신제품이 가격경쟁과 서비스로 고객을 사로잡게 된 시점에서 특유의 서비스마인드와 고객만족정신을 바탕으로 바퀴전문점인 '맥스마트'를 최고의 상점으로 운영한다.

 

  한편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그에 걸맞는 세일즈맨의 성향도 달라진다. 클로저와 같은 세일즈맨은 새로운 기술을 체험하는 것을 통해 꿈을 키워가는 혁신적 소비자에게 어울리고, 기술적으로 무장되어 다양한 고객들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마법사 토비와 같은 전문가에게는 솔루션이나 성능을 중시하는 발전 지향적인 고객에게 어울린다. 검증된 제품의 신뢰성을 중시하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고객에게는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며 지속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이 뛰어난 빌더 벤과 같은 사원이 어울리고, 저렴한 가격의 표준제품을 선호하는 가격 중시 고객에게는 고객 서비스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세일즈 캡틴과 같은 사원이 적합하다.

 

  이 책의 핵심은 마지막장에 있다.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로드맵>이라 해서 기업의 경영자나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제품이 지금 처해 있는 시장의 상황과 자신이 펼치고 있는 세일즈 유형을 점검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그래서 기업경영자는 자신의 제품이 어느 단계의 시장에 있는지, 어떤 유형의 세일즈맨이 필요하고 어떤 마케팅을 해야 하는 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세일즈맨이나 마케터라면 자신의 성향과 이 책에서 어울리는 세일즈 네 가지 유형이 무엇인지를 조망하고, 자신의 성향은 어느 시장에서 활약해야 하는지 점검해 볼 수 있다.

 

  기업의 신제품은 시장의 크기에 따라 소비자 계층은 달라지고, 그에 적합한 마케팅과 세일즈 기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리고 소설의 처음에서는 ‘바퀴’를 신제품으로 내놓았지만, 마지막에는 ‘기어’와 ‘도르래’ 그리고 ‘펌프’를 출시하는 것처럼 기업에서 꾸준히 신제품이 생산된다면 이 네 명의 세일즈맨은 ‘바퀴’를 판매할 때처럼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시장 규모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판매시스템이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기업가는 현재 시장에 어느 사원을 배치하고 어떤 마케팅을 펼쳐야 것인지가 사업을 위한 관건이고, 세일즈맨의 입장에서는 어느 시장에 뛰어들어야 내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관건이 될 것이다. 제품 시장과 소비자의 성향, 그리고 기업이 시장에 적합한 마케팅과 세일즈를 펼처야 함을 잘 보여준 책이다. 재미와 배움을 고루 갖춘 멋들어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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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버스
존 고든 지음, 유영만.이수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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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 인생이라는 이름의 버스, 누가 운전하고 있나요? 

 

  자동차 바퀴가 펑크가 나버렸다.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하려고 보니 이 모양이다, 젠장.현관을 나서면서 아내로부터 ‘이렇게는 더 이상은 살 수 없다’며 최후의 통첩을 들은 터라 ‘조지’는 하늘을 향해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나한테 생기냐고요?’ 분통을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다. 걸어갈 수는 없는 일, 궁여지책으로 버스를 탔더니, 조이Joy라는 여자 버스기사가 싱글벙글대면서 “안녕하세요? 행복한 아침입니다!” 말한다. ‘당신이 내 마음이 어떤 줄 알기나 알고 그런 소릴 하는거야?’ 웃는 낯에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하지만 조지는 이 버스로 인해 자신의 운명이 바뀌게 되는 줄을 알지 못했다. 이렇게 소설 형식으로 된 자기계발서 <에너지 버스>의 시작은 주인공 조지의 억세게 재수 없는 어느 월요일 아침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조지를 좀 더 살펴보자. 한 회사의 팀장으로 근무하는 이 친구는 지금 ‘지쳐’있다. 가정에 지치고, 회사에 지치고, 자신에게 지쳐 있다. 너무나 지치고 지친 나머지 ‘세상은 내게 의무와 책임만을 강요한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는 친구다. 어느 때의 나를 닮았고, 어제 만난 내 친구를 닮은 것 같다. 삶이라는 실타래가 얽히고설켜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몰라 자포자기하고 싶은 때가 있다. 무슨 큰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술을 즐겨 집에 소홀한 것도 아니고,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 것도 아닌데,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종잡을 수도 없을 때, 그런 때가 있다. 회사의 향방을 좌우할 프리젠테이션을 열흘 남긴 조지의 오늘은 딱 그랬다. 그랬던 그가 버스를 타게 된 후,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그 버스의 이름은 ‘에너지 버스the Energy Bus’였다.

 



 

  최근 어떤 이유로든 불행을 느끼고 있을 때 거리를 걸어본 적이 있나? 속은 상하고, 머리는 아픈데 목구멍이 보일 정도로 큰 웃음으로 이야기하며 내 어깨를 스쳐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부러운 나머지 빈정마저 상한다. ‘당신한테 나 같은 근심걱정이 있겠어?’ 세상의 모든 고민은 다 지고 가는 듯 터벅터벅 걷는 발걸음은 무겁고, 마음마저 무겁다. 목표도 없고, 삶의 의욕도 없고, 기운(에너지)는 더더욱 없다. 나만 무미건조하고 힘든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에게는 저마다 문제는 있다. 하지만 그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가에 따라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은 불행해지거나 행복해지거나 하는 것이다. 

  저자 존 고든이 우리의 인생을 ‘버스’와 비유한 점이 매우 놀랍다. 버스를 탈 때, 버스 기사에게 운전대를 맡기면 버스기사가 정한 길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운전대을 잡으면 나는 버스 운전기사가 되고, 내 의지대로 속도를 내거나 줄이면서 길을 달린다. 내 인생이라는 버스를 남에게 맡겨야 하는가, 내가 직접 몰아야 하는가? 그리고 버스에 연료를 가득 채워야 할까? 절반만 채울까? 내 버스에 타고 있는 승객들을 위해 난폭운전을 해야 할까, 안전운전을 할까? 버스의 모든 비유가 인생에 절묘하게 맞아 신기하기까지 했다. 운전 기사 조이Joy는 [10가지 인생의 룰]를 전파하는 에너지 홍보대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10가지 인생의 룰]은 다음과 같다.  

1. 당신 버스의 운전사는 당신 자신이다. 

2. 당신의 버스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열망’, ‘비전’, ‘집중’이다.

3. 당신의 버스를 ‘긍정 에너지’라는 연료로 가득 채워라. 

4. 당신의 버스에 사람들을 초대하라. 그리고 당신의 비전에 동참시켜라.

5. 버스에 타지 않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6. 당신의 버스에 ‘에너지 뱀파이어 탑승 금지’ 표지판을 붙여라.

7. 승객들이 당신의 버스에 타고 있는 동안, 그들을 매료시킬 열정과 에너지를 뿜어라.

8. 당신의 승객들을 사랑하라.

9. 목표를 갖고 운전하라.

10. 버스에 타고 있는 동안 즐겨라.

  그렇다. 내 인생이 버스라면 내가 운전기사가 되어야 하고, 내가 정한 목표로 내가 운전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연료는 무시무시한 매연을 품는 가짜 휘발유가 아니라 매연 없고 ‘에너지’가 충만한 천연가스가 좋겠다. 책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의 저자 이민규 박사는 삶에 목표가 없다는 것은 축구장에 골대가 없는 것과 같고, 활터에 과녁이 없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리고 목표는 선택에 대한 확실한 지침을 제공해 주고, 역경 속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게 해준다. 목표는 지겨움을 줄여주고 성취감을 갖게 하고, 효과적인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게 해준다고 말했다. 내 인생의 버스의 목표 또한 내가 설정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실현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면 스스로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 내 목표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승객으로 태우고 반대한다면 태우지 않는다. 그들을 태우지 못해 아쉬워할 필요도 없고, 그들을 태우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도 없다. 지금의 내 승객에게 집중하고 그들을 사랑한다면 에너지 버스로 가는 여행길은 즐겁고, 에너지로 충만한 여행이 되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다.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때로는 내 버스에 다른 사람들을 태우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버스에 승객이 되기도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동승자’라는 한 마음이 뿜어내는 에너지이다. 서로 다른 남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은 긍정의 에너지 다시 말해 가벼운 인사와 따뜻한 위로와 격려이다.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기에 세상 모든 사람에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탄 버스, 즉 내 인생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그 ‘에너지’를 발산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주인공 조지는 에너지 버스를 탄 후에 힘을 얻었다. 버스 기사 조이Joy와 함께 탄 동승자들의 경험과 조언을 들으면서 자신도 할 수 있다고 믿게 되어 가닥조차 잡지 못한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끝마친다. 알고 보니 배배 꼬인 듯한 인생의 실타래도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팀장이면서도 팀원들을 살피지 않고, 자신의 뜻만 관철시키고자 했으니 팀원들은 그를 믿지 못해 기꺼이 참여하지 않았고, 일만 힘들었다. 가족 또한 마찬가지다. 일에 지쳐 가족들을 살피지 않으니 가족들 역시 그에게 사랑을 주지 못한 것이었다.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은 어쩌면 가장 단순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 버스에 탄 승객들에게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고, 관심과 배려 그리고 그들의 안전을 위해 운전을 잘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에너지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활력活力이고, 기운이고, 신바람이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바람을 줘야겠다. 그들은 내 인생의 버스에 탄 동승자이고, 난 운전기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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