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용설명서 - 단 한 번뿐인 삶을 위한 일곱 가지 물음 인생사용설명서 1
김홍신 지음 / 해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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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에게 장총찬의 부활을 요구한다

 

  1989년 대동제를 앞둔 어느 봄날, 모 대학의 교양 국어 수업시간이었다. 강의 도중에 한 남학생이 일어나 국어교수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강의실에 제가 사랑하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제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좌중은 어수선해졌지만, 교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남학생은 준비한 꽃다발 한아름을 들고 여학생에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만 담았을 뿐 차마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친구들의 도움으로 오늘 이렇게 당신에게 꽃을 바칩니다. 제 마음을 담을 이 꽃다발을 받아 주십시오.” 처음에 놀란 여학생은 창피해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못하고 있다가 꽃다발을 받으면서 “고맙습니다.” 말했다. 순간 여학생 옆에 있던 학생들이 일어나 파티용 폭죽을 터뜨리고 꽃가루를 날리며 환호했다. 남학생의 친구들이었다.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환호를 하며 축하를 해주었다. 남학생도 창피해져서 제 자리에 앉아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내 길지 않은 삶을 살진 않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었고, 또 다른 학생들에게도 사랑을 할 때 필요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알려준 것 같습니다. 난 젊은 여러분이 부러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게 큰 배움을 얻었는데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어떻게 수업을 할 수 있으며, 여러분은 어떻게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까? 오늘은 휴강합시다. 그리고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두 학생에게 A학점을 줄까 합니다.” 

  한동안 그 교실에 학교가 떠나갈 듯 큰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 이야기는 오래 전 어느 캠퍼스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안타깝게도 난 그 자리에 없었다. 홀아비 쉰 내 푹푹 풍겨나는 3학년 교실에서 ‘대입 모의고사’로 국어 문제나 풀고 있었을 것이다. 다음 해 그 대학의 새내기가 되어 학교 앞 2층에 있는 ‘학사주점’에서 1년 전 그 날 수업을 들었던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래서 그들이 누구였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다만 한 명 교수가 누구였는지는 또렷이 기억한다. 그 교수의 이름은 김홍신이었다. 그의 말이 장미꽃 한다발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열 다섯 살이었던가? 내가 김홍신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건 ‘인간시장’이라는 소설을 통해서였다. 부조리로 얼룩진 80년대의 대한민국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악으로 깡으로 밀어부친 젊은이 장총찬의 활약을 다룬 소설이 ‘인간시장’이다.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치인, 사이비 교주, 인신매매단, 심지어는 일본으로 건너가 야쿠자를 혼내주는 장총찬의 활약상을 책으로 읽으면서 난 ‘소설’이라는 장르, 특히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 ‘물건’인가를 그 때 알았던 것 같다. 나중에 진유영이라는 장총찬에 딱 어울리는 배우가 주연을 맡아 영화를 찍었고, 그 후에도 몇 번 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는 멋진 소설이다. 선배들이 기억하는 ‘국어시간의 그 사건’이 어느 교수님 시간이었다면 난 아마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인간시장>의 소설가 김홍신이 내가 다니는 대학의 교수였다는 사실을 ‘묘한 인연’으로 느끼며 놀랐기에 아직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책 <인생사용설명서>를 만난을 때 그 날을 또 기억한 것처럼.



 

당신은 누구십니까 

왜 사십니까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누구와 함께 하겠습니까

지금 괴로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겠습니까

    이 책은 소설가 김홍신이 강연, 강의, 대담, 글 등을 통해 나누었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크게 일곱 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제시함으로써 나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를 스스로 생각하도록 꾸미고 있다. 

“하물며 가전제품 하나에도 사용설명서가 있는데, 우리 삶에 그 같은 지침을 왜 찾지 않는 걸까요? 단 한 번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인생사용설명서를 갖춰야 합니다.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손꼽아봅시다.”

  건강, 웃음, 사랑, 행복 등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들은 당연하다 여기고 늘 존재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당장은 하나뿐인 내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오늘 이 순간을 사는 것도 복됨을 알게 했다. 인생을 다시 관조하게 되는 질문과 답은 마음의 평화를 주기에, 보다 나은 인생을 위해 기운을 차리기에 큰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말이라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은 이렇게 아름다운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싶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홍신을 인생을 논하는 노교수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모자람이 있기 때문이다. 독자로서 그를 더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글은 한참 뒤에나 봤음직한 글이 아닌게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올해로 예순 셋을 맞이한 그가 인생을 논하기가 새삼스럽진 않다. 하지만 항상 젊을 것만 같은 ‘장총찬’같은 그가 인생운운 하는 글을 읽자니 자못 서글퍼졌다. 그의 나이듦이 곧 그렇게 되어버린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던가. 기세등등한 문체를 자랑하던 그가 겸양어를 쓰는 모습도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반가운 부분은 3장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였다. 우리 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알리고, 초강국이 되어버린 중국을 상대로 발해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민족적 자존심을 드높여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는 대하역사소설 ‘대발해’의 그때를 보는 듯 했다. 무척이나 반가웠다. 소설가 김홍신은 아직 젊다. 그는 이런 수필보다는 소설로 만나고 싶다. 사상 유래없이 8년 연속 의정평가 1등을 한 국회의원으로서 보고 듣고 배운 세상이 얼마나 많겠는가? 모두 고스란히 토해놓길 바랄 뿐이다. 원래 ‘장총찬’의 이름은 ‘권총찬’이었던 것으로 안다. 군부독재시절에 태어난 소설의 운명은 제 이름도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이제 권총찬이 부활해서 오늘날의 부조리를 파헤쳐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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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 괴짜 CEO 리처드 브랜슨의 도전과 창조
리처드 브랜슨 지음, 이장우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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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전의 대명사, 버진 그룹 리차드 브랜슨의 열정과 비전을 배워라!

 

  리처드 브랜슨Rechard Branson.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도전(모험), 재미 그리고 그가 일하는 회사 버진 그룹Virgin Group이 떠오른다. 영국의 대표적인 모험가이자 사업가인 그는 음반, 항공, 콜라, 콘돔, 금융, 화장품, 미디어, 철도, 의류 등 무려 350여 개의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버진 그룹Virgin Group은 주식회사가 아닌 개인회사라는 점이다. 그는 이 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버진은 개인회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나는 규칙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만약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취할 것이며, 또한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뭔가 특별하고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오면 ‘오호~ 그거 재미있는데?’ 하면서 관심을 두고 관찰한다. 그러면 그 ‘재미있는 것’은 몇 달 후 어김없이 버진 그룹 산하의 회사가 만들어진다. 그는 회사의 크기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좀 더 편안하고 만족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사업체의 존재이유는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손을 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다. 리처드 브랜슨이란 사람은 누구일까? 그토록 사업이 놀라운 성공을 만드는 비결은 뭘까?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를 펴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원제목은 Screw It, Let's Do It (Expanded Edition): 14 Lessons on Making It to the Top While Having Fun & Staying 이다. 

  화려한 사업이력 만큼 그에 대한 세상의 평판도 놀랍다. 

2000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음

2002년 세계적인 경영컨설팅그룹 ‘엑센추어’가 선정한 50대 경영구루 중 한 명으로 선정

2005년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지구촌을 이끌 베스트 11’에서 넬슨 만델라, 빌 클린턴에 이어 9위로 선정

2006년 영국 피메일퍼스트가 선정한 영국 최고 영웅 5위로 선정

버진그룹이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기업 TOP 3 중 하나로 선정됨

  리처드 브랜슨은 ‘창조경영’이란 말이 있기 전부터 창조경영을 했던 사람이다. 대신 창조경영이란 말 대신 ‘괴짜 창업자’, ‘모험을 즐기는 괴짜’, ‘경영계의 이단아’, ‘히피적 자본가’, ‘ 엔터테이너 CEO' 등으로 불렸다. 이 표현들은 묘하게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표현하는 말들이기도 한데, 스티브 잡스가 예술적인 심미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면, 그는 재미있고 즐거움을 선사하며 세상을 놀라게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리처드 브랜슨은 확실히 괴짜다. 그는 멋들어진 양복을 입고, 마호가니 책상에서 아랫것들이 올려주는 결재서류에 싸인이나 하는 그런 CEO를 혐오한다(주식회사로 전화했다가 자비로 주식을 다시 모두 사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판에 박힌 경영전략이나 마케팅 법칙들을 철저하게 무시한다. 대신 ’세상이 원하는 바‘를 찾아내 세상에 선보임으로 그냥 두어도 팔리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이제 리처드 브랜슨을 대표하는 키워드인 도전, 재미, 버진 그룹으로 낱낱이 살펴보자.

 도전  1984년 리처드 브랜슨은 미국에서 아일랜드까지 가장 빨리 횡단한 선박에 수여하는 ‘블루 리밴드Blue Riband상을 찾아오기 위해 겨우 2,000마력의 엔진이 부착된 65피트짜리 경량급 쌍동선을 타고 출발했다. 하지만 매서운 폭풍우를 만나 목적지를 60마일 앞둔 지점에서 배가 가라앉게 되어 죽을 목숨이 되었다가 지나가던 배에 구조되어 살아난다. 1년 후 그는 다시 도전해서 엔진이 고장 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착해 블루 리밴드상을 거머쥔다. 그리고 상을 받은 다음날 열기구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자는 제의를 받는데, 그는 지금껏 열기구로 대서양을 횡단한 사람도 없고, 기구를 타본 적도 없었다. 고민 끝에 도전을 제안한 사람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녀분이 있습니까?” 그러자 “예, 둘이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그가 도전한다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성적으로 ’도전‘을 즐긴 그는 이 결정에 대해 “내가 하면 안 되는 올바르고 타당한 이유들은 많았다. 반면에 도전해보겠다고 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도전의 유혹이 너무나 달콤해 뿌리칠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도전을 사랑하는 그였지만 그에게는 변하지 않을 하나의 원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무슨 일이든 잘하고 싶으면 빈틈없이 계획을 짜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내린 도전의 정의는 이렇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조건 하라. 두려움을 떨치고 날아가지 못한다면 목표가 무엇이든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재미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즐겁게 일하면 돈은 자연스레 굴러들어온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에게 사업이 성공하고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이유를 묻는다면 그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비결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을 할 때 꼭 지키는 규칙도 없다. 단지 열심히 일하고 뭔가를 할 때에는 항상 할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즐기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는 일과 재미는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휴식도 좋고 휴일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든 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즐겨야 한다. 일을 통해 영감과 만족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의 대부분을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 그런데 지겨운 일을 한다면 그것처럼 무의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일과 즐거움 사이에 균형을 이뤄야 한다.” (72 쪽)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기 위해 자메이카에 갔다가 훌륭한 뮤지션들을 만나 계약을 하고, 무일푼인 상태에서 자신의 회사의 이름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버진 아일랜드’에 갔다가 환상의 무인도인 ‘넥커 섬’을 발견했다. 돌아갈 비행기 삯이 없어 경비행기를 빌려 ‘버진 항공사’라 속이고 돈을 받고 사람들을 태우고 무임승차해서 돌아오면서 항공사를 만들 꿈을 키웠다. 모든 것이 “즐겨라. 그러면 돈은 저절로 들어온다”는 신조가 현실화된 사례들이다. 리처드 브랜슨의 사업 방식의 핵심은 ‘재미’다. 그에게 있어 재미란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열쇠다. 그는 어떤 일이 더 이상 재미가 없어질 때가 ‘일을 바꿔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불행하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고 친구도 사귀어라. 일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도 즐겁게 지내라. 그런데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면, 직장과 개인생활을 분리시키고 당신만의 시간을 즐겨야 한다. 그리고 당신의 사장이나 회사가 당신이 즐길 수 있는 돈을 대는 것이라고 생각하라. 그러면 좀 더 행복해질 것이고, 삶과 일을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90 쪽)

 버진 그룹Virgin Group  리처드 브랜슨은 자신이 주최한 진취적인 남녀 청년들 중에서 가장 강인하고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 미국 TV 프로그램 ‘빌리어네어, 최고의 인재를 찾아라’에서 우승한 숀 넬슨에게 100만 달러를 건네주는 순간, 한 가지 제의를 했다. 동전 던지기를 해서 원하는 면이 나오면 그보다 훨씬 큰 상을 받을 수 있고, 지면 지금까지의 도전과 100만 달러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제안을 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은화입니까, 아니면 수표입니까?” 우승자인 숀 넬슨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수표를 쥐면서 이렇게 말했다.“동전 던지기로, 내게 주어질 많은 돈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은 감수하지 않겠습니다.” 그 역시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불가능해 보이는 이들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건 정확히 계산된 위험들일 때다.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항상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본다’고 생각했었다. 흡족하게 생각한 리처드 브랜슨은 100만 달러 짜리 수표와 함께 전 세계에 200개나 되는 회사들을 소유하고 있고, 직원만 해도 5만여 명에 이르는 버진 그룹을 석 달 동안 대표가 되어 기업경영을 직접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가 CEO로서 버진 그룹에 전력을 다하는 일 중 하나는 직원들이 자신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 속에 선천적으로 내제된 장점을 스스로 발견해서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을 믿어라. 당신은 할 수 있다. 대담해져라. 그러나 무모한 도박을 하지는 마라.” 이것이 바로 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일의 재미와 기쁨을 찾게 하는 그의 방법이었다. 그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전형인 것이다. 리처드 브랜슨은 동전던지기 대신 100만 달러 짜리 수표를 선택한 숀을 채용하였다. 그리고 채용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나는 항상 숀과 같은 사람들에게 있는 것, 즉 그들을 남들과 구별되게 만드는 것을 찾고 있다. 버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특별하다. 그들은 말 잘 듣는 양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귀담아들을 만한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들의 재능을 썩힐 거라면 똑똑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97 쪽)

  리처드 브랜슨은 또한 버진 그룹의 ‘얼굴마담’이다. “내가 직접 몸으로 광고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그는 60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버진이라는 이름으로 도배한 열기구를 타고 성층권까지 올라가고, 프릴이 달린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는가 하면, 두 기구 사이에 놓인 널빤지 위를 걸어 90미터 상공에서 번지점프를 했다. 말 그대로 ‘버진을 신문 1면에 올리기 위해 별의별 미친 짓을 다 했다. 그가 펼치는 육탄 광고는 지극히 선정적이다. 하지만 그의 광고와 브랜딩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항상 자신의 제품에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그는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 낡은 방법이나 재미없고, 정직하지 않은 광고가 싫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남들보다 조금 더 열정적일 뿐이었다. 

  리처드 브랜슨에게 주목해야 할 것은 200 개의 회사를 개인적으로 소유한 갑부인 점도 아니고, 하늘로 바다로 이제는 우주로 도전을 감행하는 모험가인 점도 아니다. 재미있는 일을 찾아내고, 일 속에서 또 재미를 찾아냄으로써 일과 놀이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그의 능력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과 같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무한경쟁사회'를 사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인 것이다. 그는 아울러 이렇게 강조했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러다 보면 승리자도 있고, 패배자도 있으며, 때로는 불공편한 일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모든 조언은 ‘불행하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바로 ‘나’를 위해 나답게 살라는 것이었다. 그의 말처럼 내가 내 배의 선장이고, 운명의 주인이라는 철저한 주인정신이 없이는 인생은 타인의 것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삶에는 어떤 성취도, 보람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남에게 휘둘리기 싫어서 주식회사를 접고 개인회사로 돌렸다. 그는 스스로가 좋아서 죽음을 무릅쓰고 모험을 하며, 60의 나이에 스스로 광대처럼 광고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을 즐기며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일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 그리고 도전정신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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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 - 윤석철 교수의 경영학 특강
윤석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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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계의 거목, 한국적 경영의 진리를 고민하다

 

  “인간은 일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 그래서 일을 잘 하기 위한 학문이 필요하고 그것이 경영학이다.” 로 책의 시작을 여는 윤석철 교수의 책 <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은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이 우리의 삶과 일 그리고 기업 경영의 근본에 대해 고민한 내용들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탄생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일간지와 경제지에 실었던 컬럼들을 일본에 사는 교포 교수가 일어로 번역해 책을 만들어 일본에서 먼저 출간되고, 나중에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만난 감사는 오히려 저자인 윤석철 교수보다 재일교포 교수에게 해야 할 판이다. 저자는 경쟁은 선택이 아닌 필요악이 된 요즘, 경쟁을 일work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일을 잘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일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이 책의 화두로 삼았다.

  저자는 일을 잘 하기 위한 학문이 경영학이라면, 경영학의 화두는 일이라고 하는 것은 종업원들이 기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일의 조직 차원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그로 인해 생산된 제품 또는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로 인정받아 일의 소비적 차원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일에 소요되는 코스트는 절감되고, 이윤은 늘어나 일의 경제성 차원의 조건도 충족시킬 수 있을 때 완성된다고 보았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 그래서 저자는 21세기의 경영자는 인간의 필요, 아픔, 정서를 파악할 수 있는 감수성으로 고객의 수요를 예측해야 하고, 과학과 기술도 예측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경영자는 자기를 따르는 수동적 다수의 수용受容과 존경을 받아야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 하나 하나에서 연상되는 인물은 ‘스티브 잡스’였다. 그를 염두하고 한 말은 아니었을까? 감수성으로 빛나는 디자인과 첨단의 과학 기술을 접목한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그는 지금도 더 나은 기술과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열광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오늘날의 ‘무한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법에 대해 말했다. 자유주의 상회에서 생존경쟁은 선택이 아니라 삶을 위한 숙명의 길이라고는 하지만, 자유경쟁사회는 승자나 패자 모두에게 스트레스 혹은 좌절감을 안겨준다. 특히 그 사회는 부조리 즉, 인간의 이지를 좌절시키는 비합리성을 낳아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실직 혹은 가정파탄의 고통 속으로 던져지고 있다. 부조리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연에서 찾아야 한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존 전략을 세우며 그에 맞게 신체구조를 진화시킨 자연 생태계를 닮아 환경에 적응하고, 적절하게 전략을 수립하여, 자신 스스로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위기 때 마다 업종을 바꾸고, 조직구조를 개편해서 살아남은 듀퐁사의 사례는 수억 년 역사를 가지는 자연의 생존지혜를 닮은 것이다. 자유경쟁사회에서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은 피할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오늘날 번성을 누리는 종들은 과당경쟁이 없는 황무지를 찾아 그것을 개척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나도 남들 따라하기’로 약육강식의 제로섬 게임에 끼지 말고 프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하여 황무지를 찾아 나서라. 힘들지만 경쟁 없는 영역을 찾아내면 살 수 있다. 프런티어 개척이 어렵다면 3D 산업 즉,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을 택하라. 의식주 등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3D산업에서 나온다. 그래서 3D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수 밖에 없다. 무한경쟁과 부조리 속을 살아갈 또 다른 방법은 ‘너 살고, 나 살고’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인仁 모형)을 개발하는 것이다. 저자가 던지는 해결책은 블루오션과 3D업종이었다. 블루오션에 대한 논의는 많이 되었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3D업종은 그동안 잊혀졌던 해결책이다.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에코경제학이 급부상하는 지금 3D업종이라는 해결책은 인식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리고 올바른 경영의 길은 ‘서로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이라면서 ‘너 살고, 나 살고’는 곧 주고받음 즉, Win-Win전략임을 이야기했다. 공룡은 멸종했지만, 곤충과 현화식물, 포유류와 열매식물은 서로를 도와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 되었다. 주고받음(give&take)이 삶의 기반이다. 사람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가 국민을 잘 살게 해 주면, 국민은 국가에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다할 것이고, 기업은 고객의 필요와 기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된다. 결국 ‘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주고받음’의 시작은 감수성에서 비롯된다. 경영자가 주고받음의 삶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감수성 즉, 상대방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감지하는 정서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그들과 접촉하는 가운데 발휘될 수 있다. 그리고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높게 평가하는 문화를 배양해야 한다. 이러한 상상력의 기술적 타당성을 실험하기 위해서는 탐색시행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창조경영의 개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창조경영의 대상이 상대를 살리기 위함이고, 그 방법은 감수성과 상상력을 통해 발휘된다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한 창조경영을 찾느라 아직도 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살리기 위한 창조경영이라면 그 해답은 더욱 가까운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업의 생존방법 역시 소비자를 위하고, 종업원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였다. 기업의 생존부등식은 제품의 가치(V) > 제품의 가치(P) > 제품의 코스트(C) 순서이다. 기업은 원가절감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보다 우선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는 또한 직원들의 인생 생존부등식에도 부합된다. 인생의 생존부등식은 가치 > 봉급 > 생활비(생계비) 순이 되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있어 봉급은 생활비보다 많아야 하고, 충분한 봉급보다 자신이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면 회사에 대한 만족감은 극대화된다. 이러한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는 일이 결국 경영과 인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시장에서 나온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우선 제품 본연의 기능에 의해 평가되는 가치인 이성적 차원의 가치(성능)과 자기 개성의 표현이나 심미적 취향같은 감성적 차원의 가치(디자인)가 있다. 마지막으로 불가피한 불량이나 하자에 대한 품질관리는 제 3차원의 가치(품질관리)가 된다. 이러한 소비자의 가치를 높이려면 기업은 2가지 유형의 지식 즉,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데 필요한 지식인 제품기술과 기획 설계된 사양에 따라 제품을 불량 없이 생산하는데 필요한 지식인 생산기술이 필요하다. 

  기업의 흥망은 슈펭글러의 생명주기이론과 토인비의 도전 응전 이론을 결합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 기업조직의 노후화 시장구조와 소비자 취향의 변화, 주력제품의 생명주기 도래 등 암암리에 나타나는 ‘도전’을 제때에 인식한 후 이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할 수 있는 창조적 소수의 지속적 등장이 기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제1의 필요조건이 된다. 따라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창출하려면 먼저 창조적 소수를 발굴 육성해야 한다. 이것은 창조적 소수를 전제로 하지 않았던 과거 인사관리 시스템의 수정을 의미한다. 또한 공동체가 발전하려면 공동체를 위해 자기희생적으로 일하는 사람, 즉 지성적 소수가 필요하다. 창조적 소수와 지성적 소수가 계속해 많이 배출되는 가정이나 기업, 국가는 발전을 거듭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집단은 쇠퇴해 갈 것이다.

  저자는 경영학의 학문적 목표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종업원에게는 기쁨을, 소비자에게는 만족을, 기업에게는 이윤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일을 기획하고 설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경영이 어렵고 따라서 일에 대한 탐구는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 이상 3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일의 탐구, 그것이 경영학의 학문적 목표다.” 우리는 기업을 만들 때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든다. 돈이 되는 물건, 돈이 되는 서비스를 발견할 때 이를 널리 알리고 빨리 팔기 위해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업의 나아갈 바는 제일 먼저 종업원과 소비자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의 수명이 짧은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다. 기업가는 회사를 차린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원에게 일하는 기쁨을 주도록 업무환경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우선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기업가라고 할 수 있다. 경영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가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는 ‘트렌드’와 ‘아이템’에 급급하지 않는가? 직원은 비정규직으로 모두 돌리면 그만인 소모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고객을 보면 두툼한 지갑을 먼저 떠올리지 않는가? 이 책을 읽고 답을 스스로 찾아봐야 할 것이다. 

  45개의 컬럼으로 엮였기에 주제도 다양해 통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연과학과 우주과학, 인문학적 사례들로 더해진 컬럼마다 경영과 인생의 소중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 30여 년의 경영학적 통찰력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글이었다. 저자의 강의가 듣고 싶어지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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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돈 - 정부와 은행이 쉬쉬하는 진짜 경제학 경제에 통하는 책 2
나선.이명로 지음 / 한빛비즈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은 투자가 아니라 돈을 모아야 할 때 !  


  최근 경제 고수 사이에서 조용히 읽히는 경제학 관련서가 있다. 지난 2월 초판 1쇄를 찍었는데, 4월 현재 9쇄를 찍었으니 거의 20,000 정도 팔린 ‘경제학 분야의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왜 그렇게 조용히 잘 팔리고 있을까? 겉에서 얼핏 보기에는 ‘주식투자 길라잡이’처럼 다 소 큰 크기의 책이라 ‘그렇고 그런 초보책’ 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자들이 다름 아닌 Daum의 경방고수 나선 선생과 상승미소로 알려진 이명로씨가 함께 저술했다.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경제학의 궤를 달리하는 특별한 책이다. 한 편의 ‘음모론’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책 <똑똑한 돈>을 소개한다. 부제목 ‘정부와 은행이 쉬쉬하는 진짜 경제학’이다. 저자는 시작부터 달러의 붕괴는 곧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가는 사기꾼이고, 민족은 빚쟁이들이라며 현재의 통화공급, 신용확대 정책은 결국은 언젠가는 터질 거품을 부풀릴 뿐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커져만 가는 거품이 터지는 때의 고통은 더 참담할 것이고 그 회복 기간은 적어도 한 세대가 지나야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 현재 우리나라에 ‘바닥론’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 할 수 있다. 지난 2월에 발간된 책이니 그 때는 이런 말을 할 만도 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모두 읽고난 후에도 그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작금의 경기상황을 두고 한 말이 아니라, 화폐 제도의 역사를 볼 때 자체가 모순덩어리이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 역시 터질 수 밖에 없는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화폐의 역사란 무엇인가? 

  돈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돈이 진정 무엇이고, 현재의 세계 경기불황이 왜 일어났는지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자급자족의 경제생활에서 잉여 생산물을 물물교환해서 부족한 자원을 충족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노동의 분업과 특성화가 생겼다. 그리고 곧 이동성과 내구성, 물건을 쉽게 나눌 수 있는 분리성을 겸비한 물물교환의 중간 매개체가 등장했는데, 이것이 곧 돈(물품화폐, 금속화폐)다. 금과 은, 귀금속의 돈은 잉여 생산의 상징이 된 것이다. 시장의 필요에 따라 주조업자에 의해 생산되던 금속화폐는 그 생산량에 따라 물가를 올리고 내릴 수 있음을 알게 된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국가의 통화정책’ 수단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네로 황제는 늘어나는 조세 저항 때문에 세금을 인상할 수 없게 되자, 은화에 들어가는 은의 양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다가 은화의 가치가 떨어져버려 시장에서 아무도 물건을 팔려고 내놓지 않는 상황을 맞게 된다. 결국 로마 제국은 위조 은화를 발행하여 권력 유지를 위한 세수를 조달하고자 했지만, 경제파탄으로 세수는 더 줄어 제국의 멸망을 촉발하게 되었다. 

  현대의 화폐 제도는 명목화폐(신용화폐)다. 즉, 화폐 자체에 들어간 종이 값과 금속값 과는 상관없이 화폐에 표시된 숫자상의 가격을 화폐가치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그 화폐를 사용하는 국가 내의 구성원들이 중앙은행이 발행한 그 화폐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신뢰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신뢰의 기초는 바로 ‘국가가 그 화폐를 세금으로 받겠다’는 약속이다. 신용화폐는 케인즈 학파의 시조라 불리는 존 로John Law에 의해 국가 세금으로 인정한 로열뱅크에서 만든 은행권으로 탄생하게 되었는데, 국채를 지렛대(레버리지)삼아 10배의 은행권을 발행하는 부채 시스템으로 활용된 은행권은 결국 미시시피 버블이 되어 터지고 만다. 인류의 돈의 역사를 살펴보면 부富는 돈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돈을 발행하는 사람들에게 전이되는 재분배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달러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건국 주역들은 국가가 돈을 관리하는 중앙은행 제도를 거부하고 금본위 제도를 기본으로 하는 금융제도를 세웠다. 하지만 유럽의 부분 지급 준비금 보유 은행 제도였다. 이것은 만약 은행이 100달러 만금의 금을 예금으로 가지고 있다면, 그 열 배인 10,000 달러만큼 은행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절름발이제도다. 1907년 뱅크런bank run(대규모 인출사태)이 발생하며, 금융공황이 생기자 은행 카르텔들이 중안은행을 설립하게 되는데 이것이 연방준비은행(FRB)다. 연방준비은행은 미국 정부의 재무 대리기관으로, 미국 내 상업은행의 지금 준비금을 관리하고 그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며, 미국내 통용되는 지폐를 발행한다. 다시 말해 미국 달러화의 발행 주체는 미국 정부가 아니라, 한국은행처럼 국가 기관인 중앙은행도 아니며, 태생적으로 민간은행인 것이다. 연방준비은행의 역할은 무한한 신용창조와 통화공급이고 국가에 보장한 것은 국가 채권의 매입과 연장debt service이다.

  연방준비은행의 부분 지급 준비금 제도의 무한한 신용창조 역시 뱅크런을 일으켜 세계적인 대공황이 일어나자 1944년 44 개국이 브레튼우즈 체제에 가입하며 금 1 온스 당 35 달러의 금태환을 보장하며 각국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키지만, 1960년대 말 베트남 전쟁 등으로 군사비 지출이 늘어나 달러가치가 폭락해 외국의 금태환 요구가 급증하자 1971년 닉슨 대통령은 외국에 달러를 금과 태환해 주는 것을 중지시켰는데, 이 때부터 달러는 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진정한 명목화폐가 되었다. 다시 말해 언제든 달러를 마음대로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러한 새로운 금융 연금술은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2007년의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택가격은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하고, 원자재를 대표하는 원유 가격은 3배로 올랐다. 결국 신용으로 만든 거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터지고 말았다. 지난 2008년에 미국과 한국 등 세계는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고 시장에서 자산을 매입했지만, 경제의 추는 이미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경제주기가 바뀐 것이다. 

  저자는 화폐의 역사를 통해 보았을 때 주식, 부동산 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경제가 좋아지고, 나빠지는 때문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반대로 내리거나 오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즉 정부와 중앙은행에 의한 신용 사이클이 우리들에게 거대한 경기주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금이라는 실물에서 벗어난 오늘날의 화폐 개념은 돈이라는 자체는 모두 국가의 빚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달러는 미국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갚겠다는 국가의 빚에 대한 증서이고, 원화는 한국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갚겠다는 국가의 빚에 대한 증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경제에 통화팽창과 통화수축이 주기적으로 일어나 경제주기가 일어나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공급과 국가· 기업· 개인들이 빚을 지려는 의지가 바뀌는 때문이라고 보았다.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정책에 사람들이 놀아나고 있다고? 사람과 물건(기업) 그리고 시장이 경제주체인 까닭에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 역시 같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그의 주장에 ‘이게 무슨 말이냐’ 싶어 처음엔 혼란스럽고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하지만 곰곰이 읽어보면 저자 역시 일반인의 생각에 일치한다. 다만 ‘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화폐’가 생겨난 이후부터 돈은 ‘빚을 갚겠다는 증서’로 변해 버려 정부와 중앙은행은 되도록 돈을 많이 찍어내는 ‘인플레이션’ 상황을 만들어야 국가가 움직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말이다. 정부와 미디어는 매년 3-4%의 늘어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원자재 가격의 상승, 경제성장과 투기꾼의 잘못으로 해석하거나 미래의 수익에 맞춰 가격을 만들려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라고 정당화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진정한 의미는 중앙은행의 통화공급과 신용팽창으로 늘어난 돈만큼 가능해진 것이다. 물가지수만 본다면 설명할 수 없는 가격상승의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저자는 정부의 통화공급 정책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자원resource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는 결과, 즉 돈을 늦게(비싸게) 빌리는 개인이나 자영업자에서 일찍(싸게)빌리는 은행, 정부, 독점기업으로 자원을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으로 통화가 늘어난 만큼 돈의 가치는 하락되어 빚을 많이 진 정부와 은행, 독점기업은 빚이 줄어들고 우리의 임금과 저축은 인플레이션의 통화가치 하락만큼 돈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현재 중앙은행들이 지금 무서워하고 있다. 이자율을 한없이 낮추며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돈을 빌리려 하지 않고 시중 통화량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용팽창으로 돈을 100배까지 튀겨야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데, 돈을 갚아 버리거나, 파산으로 인해 시중에서 돈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현재 디플레이션 상황이 온 것이다. 저자는 디플레이션은 자산가치의 하락이 아닌 참의미의 신용수축으로 보았다. 즉 디플레이셔은 인플레이션 시기의 잘못된 투자와 경제구조가 바로잡는 기간인 셈이다. 비정상적인 신용팽창으로 가능했던 지나친 소비와 생산구조가 자연적인 치유인 이 디플레이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뉴스를 비롯한 대중매체는 디플레이션을 중병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잘못으로 디플레이션이 일어났다며, 시장의 규율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경제기사를 반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기사가 말하는 팩트fact에 대해 왜 그 일이 벌어졌는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근본 원인을 한 번 더 생각해해 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왜 그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그들이 얻는 이익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기사가 전하는 막연한 ’희망‘을 믿기 보다는 팩트fact를 분석하면서 그들이 말하는 희망이 맞는지, 그 뉴스를 반대로 이해하면서 근본 원인과 그들이 그 경제기사로 무얼 얻으려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분석과 예측을 하는 훈련과 습관이 언론이 강요(?)하는 메트릭스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미디어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말라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의 신용팽창과 신용수축에 대한 경제지표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돈의 흐름과 위험도를 보여주는 이자율, 그리고 양적 팽창과 그 결과를 보여주는 통화량과 통화속도 등을 인식할 수 있으면 경제주기의 큰 그림 안에서 자산을 지키는 방법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구체적인 자산을 지키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금을 투자하라. 금은 어느 누구의 빚이 아닌 돈이다. 단 금을 보유할 때는 가진 현금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소량을 보유하라. 시상시에 사용할 만큼만, 자산의 10% 정도 선에서 금 매입을 고려하는 게 금 가격 변동에도 별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방법니다. 우리나라에서 금에 투자한다는 것은 국제 금 가격과 원/달러 환울이라는 두 가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므로 실물(골드 바)에 투자하는 것보다 은행의 금 투자 상품을 권한다. 

다음은 주식이다. 정부는 주가 하락기에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를 동원하곤 한다. 주식투자자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시기와 더불어 정부가 기관투자자를 움직여 주가 받치기를 감행할 때는 서둘러 주식시장을 떠나야 할 때다. 디플레이션 시대에 주목해야 할 경제지표는 세계 경제의 활황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발틱 운임지수(BDI)와 중국의 여러 가지 경제 상황 지표들,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의 차이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이다. 부동산 하락의 끝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그동안 늘어난 아파트 재고가 정리되어야 하고, 투자로 구입한 아파트의 수가 줄어야 한다. 이것을 제일 먼저 알려줄 지표는 신규 아파트 및 주택 건설동향이다. 그리고 법원의 부동산 경매 낙찰률, 법원 재매각 건수, 부동산 실거래량을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주요 지표들을 확인하면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면, 단순히 언론이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보다는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본문 요약>

  결론적으로 현재는 인플레이션 주입으로 넘쳐 났던 부채가 사라져야 시장이 정상화되는 시대이므로 모든 자산의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시대에 가장 좋은 방법은 수익을 내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정부가 금리를 낮추며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 돈이 그만큼 귀하다는 것이며,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서 인력을 줄이려 하는 것도 결국 귀해진 돈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 가계 역시 어렵게 모은 돈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자산관리 방법이다. 바로 버는 돈의 10-15% 정도를 금, 달러, 유로, 엔으로 교환하여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의 또 다른 가치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자산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은 자산관리법이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문이나 뉴스의 행간의 숨은 뜻을 알면 투자길이 보인다고 말한다. 개미군단이 주식투자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와 은행, 그리고 미디어의 뉴스를 정보라 믿고 덤비는 때문은 아닐까? 정작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이 화폐의 생산와 소비를 통해 돈을 주무르고, 그 앞에서 바람잡는 거간꾼이라고 본다면 그 정보는 ‘돈 버는 정보’가 아니라 ‘돈 잃는 정보’인 셈이다. 이 책은 시장경제체제를 정면에서 보지 않고, 옆 혹은 그 뒷면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그래서 화폐를 만들고, 이를 관리하는 이들이 왜 그토록 디플레이션에 전전긍긍해 하는가를 알 수 있도록 설명한 책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일반적인 경제론은 ‘개미들이 보는 경제학’이었다면 이 책은 ‘권력자 혹은 부자들이 보는 경제학’을 고발한 책이다. 이 책이 미디어의 광고없이 소리없이 읽히는 이유도 그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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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이노베이션
톰 켈리,조너던 리트맨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그룹 IDEO가 밝히는 이노베이션의 모든 것!

 

  지난 2005년 보스턴컨설팅그룹이 50여 개 국가와 각종 기업들을 조사연구에 의하면 기업 성공의 필수적인 요소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통한 성장’이라고 열 명의 선입 중역 중 아홉 명이 대답했다. 기업의 장기 성장과 브랜드 개발에는 이노베이션 문화가 궁극적인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특히 요즘처럼 저가 공세가 판치는 세계시장에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이노베이션을 통한 성장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발전능력을 판단하는데 있어서도 얼마나 신속하게 혁신하고 재충전하는가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기업 속에 이노베이션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계 최고의 디자인 기업 IDEO를 이야기한 책 <유쾌한 이노베이션The Art of Innovation>을 펼쳤다. 이 책은 얼마전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책을 추천하면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를 위해서는 고객의 숨은 니즈까지 찾아 충족시켜주는 진정한 의미의 이노베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이 책을 통해 일등LG를 향한 도전과 혁신에 많은 시사점을 얻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전 IDEO의 CEO 였던 톰 켈리Tom Kelly와 조너던 리트먼Jonathan Littman이 함께 썼다. 

  IDEO는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와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사무소 등에서 직원 500명을 거느리고 있으며, 그들에게 컨설팅을 의뢰한 기업들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세계적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휴렛팩커드, AT&T, 네슬레, 보다폰, 삼성전자, 항공우주국(NASA), BBC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기업들이 IDEO의 디자인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 LG,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한샘 등이 IDEO에 디자인을 의뢰한 바 있고, 특히 1995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1000만 달러를 투자해 디자인 혁신 작업을 시작할 때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한국 내에서도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IDEO가 산업 현장에서 체험한 혁신 사례를 통해 이노베이션 문화를 회사에 구축하는 아이디어를 경영자의 입을 통해 생생하고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는 IDEO의 풀스토리를 담았다. 이 책은 이미 오래 전인 2002년에 국내에 출간되었지만 아직도 이노베이션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IDEO가 이노베이션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이고, 내용 또한 학술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지금껏 경험한 리마커블한 사례들을 가지고 이노베이션을 이해하기 쉽게 담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회사 직원들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IDEO의 사장 톰 켈리는 회사의 분위기 조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낡은 규칙은 임의로 깨뜨릴 수 있으며,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자기 집처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IDEO가 ‘대학 캠퍼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직원은 대학의 새내기 같은’ 그런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 경영 방침이라고 말한다.” (13-14 쪽)

  저자가 전하는 이노베이션의 핵심 과정은 사무실의 환경과 자유로운 브레인스토밍, 프로토타이핑, 체험이었다. 우선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무실 환경을 들 수 있다. 사업을 ‘놀이’처럼 신나는 프로젝트로 생각했던 창업자의 뜻처럼 일반 회사와는 달리 사무실 환경을 구성원 모두 제 마음대로 내부 공간을 꾸몄다. 뚫린 천정 개인 공간 표시를 위한 간이 칸막이, 벽 사이 뚫린 구멍, 천정에 매달려 있는 비행기 날개와 출퇴근용 자전거까지 회사라기보다는 아이디어 공장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무런 제약없고, 구속되지 않은 공간, 그 속에서 무한한 창의력은 생산되고 혁신innovation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이노베이션의 핵심 과정 두 번째는 자유로운 브레인스토밍이다. 저자는 브레인스토밍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브레인스토밍은 우리 IDEO에서는 종교나 다름없다. 거의 날마다 실천하다시피 한다. 브레인스토밍자체가 흔히 장난스럽기는 하지만 도구로서 그리고 기술로서도 브레인스토밍은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규칙이 많지 않은 회사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브레인스토밍을 이루는 내용과 그것을 조직하는 방법에 대해 아주 확고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브레인스토밍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매월 한 번 이상씩 브레인스토밍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짧아서도 너무 길어서도 안된다. 60-90분이면 적당하다. 그 이상이 되면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의 수준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IDEO가 제시하는 유쾌한 브레인스토밍의 7가지 비밀은 다음과 같다

1. 초점을 명확히 한다  - 훌륭한 브레인스토밍을 위해서는 훌륭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A 제품에 대해 고객이 지적하는 Bfksms 불만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이다.

2. 규칙을 만든다 -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비판하거나 반박하면서 시작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찾아 나서라. 엉뚱한 아이디어를 격려하라. 시각화하라

3. 아이디어에 번호를 매긴다 - 넘치는 아이디어에 번호를 매기는 일은 커지는 숫자를 통해 브레인스토밍이 얼마나 거침없이 진행되는지 알 수 있고, 현재 위치에 대한 감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사이로 도약하는놀라운 방법이 된다. 

4. 때로는 단숨에 뛰어넘는다 - 최고의 사회자는 처음 단계에 가볍게 건드리며 대화가 나오도록 분위기를 띄워야 하고, 관념적인 얘기들로 아이디어가 정체될 때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5. 아이디어를 사방에 기록한다 - 팀원 모두가 볼 수 있는 매체에 기록하라. 모든 벽과 평평한 표면을 종이로 덮어라. 아이디어를 여백에다 써놓고 스케치하면서 이리저리 방안을 걸어다니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생겨난다. 

6. 워밍업 시간을 갖는다 - 빨리 말하는 낱말 놀이 등은 정신을 맑게 하고 팀원들이 더욱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한다. 

7. 바디스토밍bodystorming을 실시한다 - 훌륭한 브레인스토밍은 흔히 입체적이다. 우리는 2차원을 넘어 3차원을 요구한다. 나무 토막, 스티로폼, 파이프, 접착 테이프 등 쓸모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고 살펴보는 바디스토밍을 통해 여러 가지 개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불쾌한 브레인스토밍의 경우도 있다. 반드시 보스가 먼저 말할 때, 모두에게 순서대로 차례가 돌아갈 때, 전문가만 발언할 때, 특별한 장소를 잡아서 할 때, 진지한 말만 할 때, 메모를 위한 메모에 집착할 때가 그때이다. 

  이노베이션의 핵심 과정 중 마지막 세 번째는 프로토타입이다. 이것은 일종의 시안, 시제품, 모형을 뜻하는 말로 프로젝트가 만난 난관 앞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창조적 도구일 뿐 아니라, 개인이 힘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게 하는 문화적 영향력이다. 애플 디자인의 성공 비밀도 역시 프로토타입에 있다. 신속하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한 마디로 말해서 해답을 얻기 전에 미리 행동하는 것이다. 또한 모험을 거는 것이며, 장애물을 극복하고 바른 길을 가는 것이다. 

  그들에게는IDEO Way즉, IDEO 방식이란게 있다. 그들만의 업무수행과정을 말하는데 디자인 의뢰 주문이 들어오면 다방면의 전문가들을 구성해 현장에 나가 ‘관찰’하고, 관찰된 내용을 토대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한다. 세 번째 단계는 프로토타입 다시 말해 ‘가상모델 만들기’의 과정을 거친다. 네 번째는 ‘세련화 과정’(Refining), 최적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적용 가능한 디자인을 몇 가지로 압축, 이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는 작업이다. 마지막은 ‘실행’, 최종적으로 디자인을 만들고 완성품을 내놓는 것이다. 그들은 디자이너이기를 거부한다. 디자인은 예쁘고 눈에 띄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택하게 만들고 실제 사용에서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며 실용주의적인 시선으로 디자인을 바라본다. 이 점이 세계가 그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비결일 것이다. 

  지금껏 이노베이션을 머리 좋은 책상물림들의 아이디어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노베이션은 뭔가 더 나은 것을 찾기 위해 관찰하고, 생각을 모으고, 실행으로 옮기는 즐거운 작업이고 놀이인 것이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알려준 요점 중에 가장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명사(생각)가 아니라, 동사(행동,체험)를 생각하라. 이것이 당신의 회사 혹은 브랜드와 접촉하는 보든 사람에게 놀라운 체험을 제공한다.” 이노베이션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행동하고 체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노베이션은 고단한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일 때 최고의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배웠다. 이노베이션의 모든 것을 알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4 년 후인 2005년, 두 저자가 다시 쓴 책 <이노베이터의 10가지 얼굴The Ten Faces of Innovation>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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