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 버즈, 입소문 마케팅 혁명 - 커넥티드 마케팅
저스틴 키비 외 지음, 구자룡 옮김 / 지아이지오(gigo)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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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럴 마케팅, 버즈 마케팅의 차이점이 뭔지 알아?

  “얘야, 안성기 커피 한 잔 타 봐라!” 든든한 저녁을 드신 아부지께서 거실 쇼파에 앉아 늘 하시던 말씀이다. TV 광고는 길 건너 장의사를 지날 때 만큼 싫어하는 아부지였지만 ‘동서커피’는 ‘안성기 커피’로 통했다. 그 광고의 모델을 맡은 이후 ‘동서커피’만 마시고, 집을 찾은 손님에게도 그 커피를 권하더라는 지인의 말씀(나 역시 지금까지 그런 줄 알고 있다)을 들으신 후 아부지는 커피 이름을 그렇게 부르셨다. 아부지께 안성기 씨는 ‘자기 얼굴을 판 광고에 대해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친구‘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날 그런 의리 있는 모델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궁금해진다.

  요즘 TV 광고의 진실이 어떻다 하는 정도는 ‘초등학생들’도 다 안다. 먹는 광고를 찍는 동안 너무 많이 먹어서 광고모델은 평생 동안 그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고, 옷이나 화장품 광고를 한 모델들이 그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쯤은 안다. 그 뿐인가? 수억 원의 모델료를 지급한 광고의 제품가격에는 모델료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어 우리가 제품의 모델료를 내준다는 것도 안다. 앙드레 김 패션쇼에 오르기만 하면 배우나 모델의 가치는 2-3 배나 뛰어서 그의 눈에 들기 위해 모델들이 안달을 낸다는 것도, 버라이어티에 나와 맛있게 먹고, 멋있게 입어야 그 배우가 광고제의를 받는다는 것도 안다. 한마디로 오늘날의 소비자는 마케팅 지식이 너무나 무장되어 있어 TV나 신문의 마케팅 캠페인에 대해 옛날만큼 열광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차별되지 않으면 ‘옛날 방식의 선전’을 한다고 바로 핀잔을 줄 정도이고, 매일 노출되는 광고의 수가 무려 3,000 개에 이르다 보니 소비자들은 이젠 그것들을 소음으로 여기기까지 하니 두 말하면 입 아프다. 까다롭고 약아진 소비자들 때문에 그 만큼 기업들이 제품 팔아먹기 힘들어진 세상, 오늘날을 두고 하는 말이다.

  “TV에 광고하고 일간지에만 광고노출 시키는 게 최고야.”라고 말하던 전통적인 광고 방식으로는 ‘돈낭비’일 뿐, 더 이상 예전의 효과를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요즘이다. 전통적인 광고 방식은 ‘이런 제품이 나왔습니다’하고 기업이 알리는 정도로 소비자가 인식하기에 제대로 어필하기 위해서 다른 방식, 소비자 한 명마다 파고들어갈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주목받는 것이 입소문 마케팅, 블로그 마케팅이다. 온라인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배너나 비디오클립 등을 이용하여 광고를 했었지만, 2-3년 전부터 오프라인 기업들도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책 <바이럴, 버즈, 입소문 마케팅 혁명 Connectd Marketing>은 국내 오프라인 기업의 온라인 광고시장 진출을 막 시작하던 2006년에 나온 책이다. 기업들이 보다 효율적인 온라인 광고를 하기 위해 필요한 마케팅 툴tool들을 정리했다. 아이디어를 찾는 마케팅 매니저에게 온라인에서의 광고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주고자 만든 책이다. 이 책은 17명의 선도학자, 컨설턴드, 실무자등 세계적인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한 책인데, 그중에 국내에서 통합 입소문 마케팅의 창시자로 알려진 구자룡씨도 함께 참여했다. 



 

  책 이야기에 앞서 우선 바이럴 마케팅과 버즈 마케팅, 그리고 입소문 마케팅의 차이점이 뭘까? 생각해 보자. 언론과 미디어들이 비슷한 개념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엄연히 차이점이 있다. 책 내용에 앞서 마케팅에서 커넥티드 마케팅까지 개념은 다음과 같다.  

마케팅Marketing: 내부 기업 요구와 기업 투자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상품화를 통해 시장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 : 전형적으로 표준화된 대중매체 광고를 사용하지만, 광범위하게 퍼진 시장 수요를 표준화되고 대량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로 만족시키는 것

매스 미디어 애드버타이징Mass Media Advertising: 대규모 시청자를 가진 매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기업 혹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프로모션 하는 것으로, 신문, 잡지, 영화, 필름, 라디어, 텔레비전, 인터넷 매체 등을 활용하는 것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 온라인 홍보를 위한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통해 기업 혹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프로모션 하는 것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 : 미디어가 기업,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도록 계획된 활동을 통하여 기업 혹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프로모션 하는 것

커넥티드 마케팅Connected maketing : 바이럴, 버즈, 입소문 마케팅의 우산 효과를 가진 용어. 수요를 일으키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디지털 매체나 전통 매체에 상관없이 사람들 사이의 입소문 연결도를 활용하는 모든 프로모션 활동 (19 쪽)

  최근 마케팅 분야의 떠오르는 3가지 기법인 ‘바이럴 마케팅, 버즈 마케팅, 입소문 마케팅은 서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타깃 시장에서도 모든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과 연결하는 입소문‘이라는 데는 동일한 공통점 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의 입소문을 통한 프로모션 활동을 포괄하는 용어로 이 책은 ’커넥티드 마케팅‘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커넥티드 마케팅의 등장에 대해 마케팅 컨설팅 그룹 사치앤 사치 대표인 케빈 로버츠Kevin Roverts는 이렇게 말했다. “난생 처음 소비자가 최고가 된다(최고가 된 세상이 되었다). 이는 (우리 마케터들에게는) 꼼짝 못할 정도로 소름 끼치고 무섭고 위협적인 상황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해왔고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입할 때 더 이상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다. 광고는 그저 ‘제품의 등장’을 인식할 뿐, 제품을 이미 구입한 주위 사람들에게 평판을 듣거나, 온라인에서 제품 리뷰를 찾아 읽은 후 마지막으로 어떤 제품을 살이지 결정한다. 이러한 입소문을 청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범위는 일반 제품 뿐만 아니라 음식점, 리조트, 심지어 러브모텔까지 광범위하다. 

왜 입소문에 의존해야 하는가? 의 대답은 크게 다섯 가지로 설명된다.  

1. 블로그, 메신저, 휴대전화, 이메일, 소비자 리뷰, 개인 웹사이트등 새로운 개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이 입소문의 속도, 도달범위, 효용성을 증가시켰다.   

2. 소비자(구매자)의 마케팅 지식이 늘어나 전통 마케팅 캠페인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3. 소비자들은 틈만 나면 쏟아지는 광고홍수를 ‘소음 혹은 공해’로 여기며 더 이상 귀기울이려 하지 않고 마음을 열지 않는다.

4. 다양한 매체와 채널이 생겨나 전통 마케팅 광고가 타깃 소비자 시장에 도달하기가 어려워졌다.

5. 새로운 광고차단 기술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광고 메시지와 방해가 되는 마케팅 캠페인을 뛰어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언제 바이럴, 버즈, 입소문 기법들을 사용해야 할까? 물론 ‘좋은 제품을 만들었을 때’다. 상품이 기대치를 능가하는 경험을 제공해 줄 때 소비자는 그 가치에 놀라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의 대화 주제로 오를 수 있다. 광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상품을 가졌을 때 광고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일 때 바이럴, 버즈, 입소문 캠페인은 효과를 발휘한다. 바이럴, 버즈, 입소문 마케팅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알아야 할 개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호손 효과 Hawthorne Effect’ 이다. 이 효과는 심리학적 개념인데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알려주는 개념이다. 

  1930년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조사연구팀에서 시카고 근처의 호손Hawthoene에 있는 웨스턴 일렉트릭 회사에서 실시한 소규모 종업원 조사 연구에서 참가 종업원들이 어떤 작업환경일 때 생산성이 높아지는지를 연구했다. 우선 조명을 밝게 했을 때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조명을 어둡게 만들었는데도 생산성은 계속 증가되었다. 게다가 많은 휴식시간을 주느냐, 적은 휴식시간을 주느냐에 상관없이 생산성은 계속 향상되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원인을 파악한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실험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고 특별하며 중요한 존재라고 인식하게 되어 어떠한 환경에서도 생산성은 높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 실험참가자들이 받았던 특별한 관심이 그들로 하여금 우월감을 발동시켜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어 어떤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체계적이고 반복적이어서 연구실험이 연구 참가자들 사이에 만든 호의와 지지도를 설명하는 용어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호손효과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우월감을 심어주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호손 효과는 씨딩 트라이얼Seeding Trial 오피니언 리더들을 목표로 한 샘플링 마케팅에 이용된다. 씨딩 트라이얼 마케팅이란 기업이 소수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무료 샘플, 시연, 시승 뿐 아니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주어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호의와 지지를 얻어 결국 오피니언 리더들이 입소문 마케팅을 하게 되는 마케팅을 말한다. 요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제품 사용 리뷰’를 생각하면 된다. 만약 블로거가 기업을 찾아가 제품의 생산 공정과 제품에 대한 스토리를 듣고 간접 체험한 후 제품을 증정 받았다면, 블로거는 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돌아가 블로그나 입소문으로 좋은 평판을 퍼뜨리게 되는데 이와 같은 형식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호손 효과를 기반으로 한 씨딩 트라이얼의 예로는 포스트 잇Post-It을 들 수 있다. 3M은 포스트 잇이 처음 나왔을 때 미국의 대기업 CEO 담당 비서들을 오피니언 리더로 규정하고 포스트 잇 박스를 보내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비서들은 메모지, 책상, 일기장, 설계도, 보고서, 통신문을 위해 사용되었고, 기업들 간에 그리고 기업들을 통해 전염성 있는 발진처럼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 밖에도 초대장이 있어야 개설할 수 있었던 구글Google의 지메일Gmail도 천 명의 오피니언 리더로 시작해 단 3개월 만에 3백만 명의 지메일 사용자와 지지자를 만들어냈다. 

  이 책 속에 있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마케팅은 ‘블로그 마케팅’이다. 우리나라에도 2-3년 전부터 오프라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온라인에 뛰어 들어 블로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개설된 블로그 수가 1천만 개가 넘고, 매달 1백만 개씩 증가하고 있다(2006년 미국의 현재). 블로그 마케팅은 다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보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브랜드나 회사의 프로모션에서 보다 빠르고 저렴한 하다는 점, 그리고 업데이트가 간단하고 복잡한 기술이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 같은 불황에는 더할 나위 없는 마케팅 수단이 아닐 수 없다. 그 밖에도 블로그 마케팅은 비즈니스에서 인간적인 면을 제공하고, 마케팅 독백을 상호 작용성과 대화로 대체하고, 블로그의 정보는 인터넷상에서 확산될 수 있는 입소문 잠재력이 있다. 또한 블로그 열독률은 측정이 가능하고, 독립적이기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신뢰할 만한 정보원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블로그 마케팅의 미래는 향후 몇 년간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마케터로 하여금 독백을 대화로, 단절을 참여로 그리고 통제를 협력으로 대체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블로그는 더욱 성숙한 ‘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발전해 전통적인 미디어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권력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소유권에 있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에 의하면 전통적인 미디어에게는 재앙의 징조가 되는 셈이다. 

  한편 커넥티드(바이럴, 버즈, 입소문) 마케팅이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캠페인 자체에 대한 버즈가 아니라 상품에 대한 지지라는 점이다. 오늘날의 시장에서 제품이 주목받을 수 없다면, 그 제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 기업은 광고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제품이 소비자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놀라운 경험을 제공한다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소비자 역시 제품의 절대적 지지자가 되어 커넥티드 마케팅을 통해 입소문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커넥티드 마케팅의 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커넥티드 마케팅의 미래에 대한 10가지 예측 

1. 커넥티드 마케팅은 프로모션에서 개혁으로의 중심 이동과 더불어 더욱 전략적이 될 것이다.

2. ROI 매트릭스는 바이럴, 버즈, 입소문 캠페인의 의무사항이 될 것이다. ROI 매트릭스에 있어 ‘지지율’과 ‘판매상승’이, 캠페인 도달률과 같은 전통 측정방법을 대체할 것이다.

3. 입소문 추적은 브랜드 추적 시장 조사에서 주요 측정법이 될 것이다.

4. 바이럴, 버즈, 입소문은 광고에 적용되거나 통합되는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 프로모션 안에서의 입소문, PR안에서의 버즈 등 더 넓은 마케팅 믹스로 흡수될 것이다.

5. 온, 오프라인에서 부정적 입소문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은 커넥티드 마케팅에서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다.

6. 온라인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애드버테인먼트, 광고 게임, 대체 현실 게임)는 브랜드를 위한 주요 접촉점으로써 더 많이 사용될 것이다.

7. 커넥티드 마케팅 활동에서 개발된 기법들은 변화 경영과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채택될 것이다.

8. 바이럴, 버즈, 입소문에서 개발된 기법들은 보존과 획득(구매자를 지지자로 변환)도구로써 점차적으로 CRM 프로그램에서 채택될 것이다.

9. 휴대전화는 모바일 초대 SMS, 바코드 쿠폰 등과 같이 커넥티드 마케팅 프로모션을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매체로써 빠르게 개발될 것이다.

10. 마케터들은 몇몇의 선택된 사람들을 추적하는 것만으로 영향력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마케팅에서의 또 다른 패러다임 이동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352-353 쪽)

  이 책은 블로그 마케팅을 포함해서 입소문을 매개로 한 마케팅(커넥티드 마케팅)의 전부를 주목할 만한 사례들과 함께 알차게 설명한 책이었다. 특히 다양한 이름의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개념 정립과 함께 입소문 마케팅의 역사를 추적해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했고, 장단점과 한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까지 담고 있어 한 권으로도 개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21세기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입소문 마케팅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나 기업의 온라인 마케터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제품의 리뷰를 올리는 블로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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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좀 굴려보시죠!
조엘 살츠먼 지음, 김홍탁 옮김 / 김영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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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잔머리 쓰기 14가지 방법! 

  오늘날은 남과 다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기업마다 혁신을 외치고 있다. 부서의 장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창의성에서 비롯된다며 당면한 과제들에 대해 창의력을 키우고, 아이디어를 쏟아내라고 닦달한다. 하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라고 하는 것이 밀가루 반죽에서 면을 뽑아내듯 뜻하는 대로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기업의 환경이라고 하는 것이 구성원 각자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측면이 강한 시스템이어서 의견을 제시하기에 앞서 눈치를 구해야 하는 형편이니 비즈니스맨에게서 창의력이 개발되고 아이디어가 쏟아지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내기가 어렵다고 해서 며칠 후에 있을 아이디어 회의에 불참할 수도, 한 달에 한 번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를 내지 않을 수도 없지 않는가? 이럴 땐 정말 ‘족집게 과외’라도 있으면 받고 싶은 심정이다. 무슨 뾰족한 수가 없을까?

  그런데 혹시 아는가? 여러분과 내가 감지하지 못할 뿐 어쩌면 매일 ‘번뜩이는 아이디어’들과 만나고 있다. TV에서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광고를 보고 있지 않은가? ‘아하~’하는 감탄사로 먹고 사는 아이디어맨들이 만들어내는 광고를 보면서도 우리는 광고모델과 제품에 관심을 둘 뿐 ‘그거 참 재밌네?’ 생각한 광고 아이디어는 간과하고 있다. 세계적인 광고 전문가 레오 버넷Leo Burnett은 광고에 대해 “간단하게 만들어라. 기억하게 만들어라. 시선을 끌게 만들어라. 재미있게 만들어라”고 말한 바 있다. 광고는 ‘제품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심을 수 있을까?’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그렇게 본다면 매일 우리가 만나는 광고들은 ‘아이디어의 보물섬’이고,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창의적이고 영감 넘치는 아이디어맨’ 즉, 우리가 찾던 ‘아이디어 족집게 과외선생님‘인 셈이다. 

  책 <머리좀 굴려보시죠>는 미국의 광고쟁이 출신 창의력 컨설턴트 조엘 슬츠먼이 쓰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광고쟁이 김홍탁씨가 번역을 한 책이다. 이 책을 서슴없이 고른 이유는 김홍탁씨가 번역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내가 그를 알게 된 4-5년 전 그가 쓴 책 <광고, 리비도를 만나다>를 읽으면서부터였다. 

 “‘리비도’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성적 충동’을 가리킨다. 신분, 나이, 학식의 높낮이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은 리비도에 휘둘린다. 청와대 대통령도, 이웃집 아저씨도 리비도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다. 만물의 영장이 아메바로 전락한다. 리비도라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존재하는 한 섹스는 인간을 잠식할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겨냥한 섹스어필 광고는 끊임없이 생산될 것이다. 한 시대의 인간이 어떻게 성을 인식하고 어떻게 그것과 더불어 살고 있는지 광고가 말해 줄 것이다.”

  이 책은 광고는 잠재 소비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 주목적인데, 다른 무엇보다 성性이 포함된 광고는 상상하는 이상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즉 굳이 보이지 않더라도 성(sex)에 관련된 단어나 형상을 집어넣기만 해도 인간의 인지능력이 용케도 그것을 찾아내거나 감지해서 광고에 몰두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단순히 ‘선전’이라고만 생각했던 광고에 대한 생각을 180도 뒤집을 만큼 큰 충격으로 다가온 책이었다(광고에 관심이 많은 블로거라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김홍탁씨는 자신이 번역을 맡았던  이 책<머리좀 굴려 보시죠!>을 옮기고 난 변辯에서 “언젠가 나만의 경험을 살려 이런 류의 책을 써보고 싶던 차에 살츠먼에게 그만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고까지 말했다. 그가 내고 싶었던 책이라면 꼭 읽어야 할 이유는 생긴 것이다. 원제는 Shake That Brain; How to Create Winning Solutions 이다.

  이 책은 우리 일상적인 일이나 업무 중에 만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창의적이고 순발력있는 아이디어들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한마디로 ‘머리회전이 빠른 사람 되는 법’ 정도로 보면 된다. 이미 <생각의 탄생> 등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생각들을 창조해 내는 방법에 관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다소 관념적이어서 어려웠다면 이 책은 비즈니스에서 히트를 친 아이디어 탄생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아하, 저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힌트를 제시하고 있다는 면에서 가독성可讀性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의 형식면에서 보면 경영학의 구루로 알려진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와 <WOW 프로젝트>같이 활자 크기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아 마치 ‘프리젠테이션’을 보고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내용의 서술 또한 스탠딩 코미디도 했던 저자의 위트와 유머가 섞인 대화체로 이야기하고 있어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책은 크게 아이디어를 위한 준비 단계를 설명한 ‘아이디어도 스트레칭이 필요하다’와 본격적인 아이디어 발굴법을 제시한 ‘위대한 생각을 부르는 역발상 노하우’ 그리고, 판매 가능한 아이디어란 어떤 것인가를 설명한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 아이디어는 따로 있다’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디어도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당신 의견이 별나다 해서 위축되지 말라. 지금 세상이 용인한 의견들 또한 한 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었으니까.”라고 버트란트 러셀Bertrand Russel이 말한 바 있다. 세상에 엉뚱하고 바보 같은 아이디어란 없다. 스스로 그렇다고 단정 짓지 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아이디어가 성공하기 전까지는 괴짜 취급 받는다”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말했다. 남의 판단에 귀 기울일 필요 또한 없다. 나를 비판하는 그들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 아이디어를 내는 데 있어 ‘실패’를 두려워 마라. 실패는 더 나은 해법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때로는 포스트 잇Post-it처럼 실패 그 자체가 성공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아이디어 내는 것을 ‘고민하는 것’으로 여기지 말고 유쾌한 상상이라고 생각하라. 그리고 일을 즐겨라. 상상하는 것을 즐길 때 몰입할 수 있고, 그 때 좋은 아이디어는 탄생한다. 어떻게 구글을 회사이름으로 하게 되었을까? 하는 질문에 공동창립자 래리 페이지는 ‘짧고, 철자가 쉬워서’ 그리고 ‘재미있어서’라고 말했다. 구글Google은 googol에서 나왔는데, 10의 100제곱을 뜻하는 말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위대한 아이디어를 부르는 역발상 노하우 

  법칙을 의심하라.

모두가 옳다고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포볼은 안타만큼 중요하지만 타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포볼을 잘 고르는 선구안을 가진 타자는 타율로는 대접받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 이 문제에 대해 의문을 품음으로써 ‘진루율’이 탄생되었다. 처음에 스테이플러(일명 호치키스)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가 하는 의심은 휴대용 스테이플러를 탄생시켰고, 급기야 알 없는 스테이플러도 탄생시켰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결론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지도 모르잖아?’라고 의문을 던져라. 중요한 건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내 머릿속에 들어오게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낡은 생각을 밀어 내느냐 인 것이다. 

  질문으로 문제를 뒤집어보라.엘리베이터의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기다림을 충족시키진 못한다. 속도의 문제를 뒤집어 엘리베이터 옆에 거울을 설치하면 기다림의 고통은 사라진다. 거울 보며 옷매무새를 고칠 테니까.  

 정반대로 생각하라. 역발상의 원조는 톰 소여다.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는 일은 그에겐 일이 아니라 놀이였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 즐거운 놀이를 어떻게 혼자 다 해?”라고 정반대로 생각하자, 친구들이 도왔다. 회의시간을 줄이기 위해 의자를 없앴고, ‘고객이 매장에 올 수 없다면 고객에게 매장을 가지고 가자‘는 생각으로 카탈로그를 만들어 우편주문 사업을 했다. 문제가 생기거든 정반대로 생각하며 머리를 굴려라.

  부정적인 의견에 맞서라. 아무리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해도 말하는 사람만 말하고, 상사들만 말한다. 눈치 보는 브레인스토밍이란 의미가 없다. 워너브러더스사가 만화를 제작하면서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회의의 이름을 빅 예스Big Yes라 지었다. 그 회의에는 농담이라도 무조건 Yes해야 한다. 오히려 No라는 말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 회의에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했다. 부정적 의견에 맞선 결과로 콘크리트로 만든 배가 탄생했고, 라디오에서 플레이보이Playboy 잡지 방송도 성공했다. 안된다고? 그럼 진짜 될지도 모른다. 

 남의 입장이 되어보라. 감정이입 즉, 남의 신발을 신고 걸어봐라. 개를 위한 제품을 만들면 개가 되어 생각하고 행동해 보라. 자동차는 잘 달려야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서 있기에 멋져야 한다. 출퇴근길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이 지옥철이라 불리지만, 실업자에게는 ‘희망열차’일 수 있다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최악의 해법을 최상으로 바꿔라. 가장 형편없는 해결책을 찾아 그것을 역전시켜라. 빌 게이츠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생각주간’을 만들어 1년에 두 번씩 2 주일 동안 숲속의 별장에서 지낸다. 

 부정을 긍정으로 전환하라. 부정을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긍정이라고 생각하라. 미국의 황무지 네바다는 최소 3개월 거주하면 자유롭게 이혼할 수 있도록 ‘이혼법’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즉석 결혼, 24시간 언제나 가능한 결혼절차를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유도했다. 에이비스Avis 렌터카는 ‘우리는 2등입니다’라고 말해 정직하다고 사랑받는다. 부정적인 것이 나오거든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조작하라. 

  ‘네’란 대답은 독이 된다. CD를 사지 않고 온라인에서 냅스터를 위해 불법복제 하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곡을 훔쳐가지 못할까?”라고 생각한 대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음반을 사도록 만들 수 있을까?”고민했다. 그 결과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iTunes Music Store가 탄생했고, 소비자들은 2년 미만의 기간 동안 3억 개의 곡을 사서 들었다. 해커를 잡아 ‘해커 잡는 해커’로 만들기 보다는 ‘해커를 계몽하는 선도자’로 만드는 것이 낫다. 문제가 손해가 아니라 도움이 되게 만들어라.

 때로는 모방이 성공을 부른다. 집락Ziploc는 지커에서 빌렸고, 스타벅스는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바에서 카페 풍경을 빌렸다. 유명 미술관이 맥도널드에서 ‘빌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체인점 영업 방식이다.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라스베가스와 스페인 빌바오에 지점이 있다. 창조할 수 없다면 유심히 관찰하고, 귀 기울이여서 자연이나 이미 있는 것들에게서 빌려라.

  그 사람이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당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훌륭한 조언자나 업적을 세운 사람을 택한 다음 자신에게 물어라. 잠깐의 생각만으로 당신의 고리타분한 생각을 뛰어난 예술가, 정치인, 기업가들의 지혜와 비전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때론 낯선 사람이 열쇠를 쥐고 있다. “손님의 말을 들으면 부자가 된다.” 최종 수요자가 누구건, 직접 다가가라. 그리고 물어보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아한 해법을 찾아라. 솔로몬 왕은 아이를 반쪽으로 가르라는 판결로 진짜 엄마를 찾아냈고, 케익은 누가 자르던 나중에 먹게 하면 공평하게 먹을 수 있다. 전혀 의외인데도, 매우 경제적이고, 필연적인 해법이 우아한 해법이다. 영국의 정유사 BP(British Petroleum)은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Beyond Petroleum(석유 그 이상의 것)이라 지었다. BMW(Bayerishe Motoren Werke)는 단순한 설비회사 이름이다. 우아한 이름의 해법이 있을까? 남자들은 자신의 자동차를 애마愛馬, 혹은 애인愛人으로 부르는데 착안했다. Be My Lady!(내 여인이 되어주오) 어떤가? 이 멋진 글은 영화번역가 이미도 씨가 만든 말이다.

  메모하라.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항상 주머니에 메모장을 가지고 다니며 사람들의 말을 정말 유심히 듣는다. 심지어는 새벽 3시에 클럽에 취한 사람이 흘리는 아이디어도 받아 적는다. 좋은 아이디어는 누구에게서라도 얻을 수 있다. 회의실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적어라. 그 다음엔 적어둔 대로 행동으로 옮겨라. 

일을 위해 일에서 떠나라. 사무실 환경은 창의력을 억누른다. 잠시 벗어나라. 걷던지, 운동을 하던지, 샤워를 해라. 아니면 생각주간을 떠나라. 빌 게이츠처럼. 아니면 걸어라. 걷다보면 해결된다. 그때 메모하라.

  이 책이 제시하는 멋진 해결책을 찾기 위한 전제에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세 가지가 있었다. 바로 ‘모두가 옳다고 하는 가정을 의심하라’, ‘부정을 부정하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정작 ‘똘똘하고 대단한 해결책’은 대단한 머릿속 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잔머리’ 혹은 ‘의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한편 결과를 알고 나니 왜 그토록 ‘멋진 해결책과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었는지도 알 것 같다. 해답을 풀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종용해 놓고, 정작 솔루션Solution을 제시해서 풀고 나면 ‘잔머리의 대가’라는 둥, ‘머리 굴릴 줄 안다’는 둥, ‘꾀만 있다’는 등 멋진 생각이 ‘꼼수나 잔꾀’로 폄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아이디어를 적극 환영하는 직종이나 부서에만 좋은 해답이 쏟아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애석함을 갖게 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할 수 있는 자세, 그리고 ‘실패에 대해 책임을 돌리지 않는 자세’가 먼저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에 대한 솔루션이 하나 있긴 하다. 바로 기업마다 ‘Big Yes라는 이름의 회의’를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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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프레임을 알아내어 자기중심적 관점으로부터 벗어나라! 

  <티핑 포인트>와 <블링크>라는 책을 발표하면서 일약 경제관련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말콤 글래드웰을 기억하는가? 2008년 <월스트리스저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경영사상가 10인’에 들 만큼 독보적인 경영저술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지난 해 <아웃라이어Outlier> 라는 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는 올 해 소개가 되면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 책의 핵심은 ‘1만 시간의 법칙‘이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자기 분야에서 최소한 1만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누구든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세계적인 스포츠 플레이어나 뮤지션,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CEO 등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기질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의 노력과 환경의 뒷받침이 오늘의 그들을 있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 책이었다. 이 책이 나온 후 수많은 독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훌륭한 책이었다. 이 책에는 놀라운 사실이 하나 숨어 있는데, <아웃라이어>의 모티브에는 <생각의 지도>라는 보물 같은 책이 숨어 있었다. 

  <생각의 지도The Geography of Thought>의 내용을 대략 살펴보면 동서양인들 사이에는 사회구조, 자기개념의 차이가 있는데, 이는 사고 과정과 사고 내용에서 보이는 차이와 일치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사고의 체계에서 정말로 다르다면, 태도, 신념, 가치, 선호와 같은 심리적 특성들에서 나타나는 문화간 차이는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데 사용하는 생각의 도구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고 그것을 풀어나간 책이다. 생각의 도구의 핵심은 문화였다. 책의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Rechard E. Nisbett 교수동서양인의 생각의 도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개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문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많은 실험들을 통해 증명해 내었다. 그리고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의 영향을 받아 <아웃라이어>를 쓸 수 있었고, 후반부에 있는 ‘비행기 추락에 담긴 문화적 비밀’과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등 문화적 차이로 인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21세기의 지식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다른 문화적 유산 역시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생각의 지도>를 펴낸 니스벳 교수의 많은 실험과 연구에 결정적인 역할을 사람들 중에는 한국인 최인철 교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교수가 쓴 책 <생각의 도구>의 한국어판 번역을 맡기도했다.  장황하게 소개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놀라운 작품의 지적 연결고리가 또 다시 줄을 이은 듯한 책을 만났기 때문이다.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를 읽었다. 저자는 니스벳 교수의 동서양인의 문화적 차이를 넘어 인간 본연의 심리를 건드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심리학의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마음의 창이라고 부르는 ‘프레임’에 접근하고자 했다. 그는 어떤 ‘프레임’을 통해 세상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삶으로부터 얻어내는 결과물들이 결정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최상의 프레임으로 자신의 삶을 재무장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도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풍경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창문이나 액자의 틀이고, 안경테인 셈이다. 프레임은 어떤 대상을 보는 것과 관련이 있고, 뚜렷한 경계 없이 펼쳐진 대상들 중에서 특정 장면이나 특정 대상을 하나의 독립된 실체로 골라내는 기능을 한다. 쉽게 말해 단순히 보여지는 것 뿐 아니라, 개개인의 관점(view point)들 역시 프레임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대화중에 말하는 ‘요즘 세상에 대한 논평, 주위 사람에 대한 설명 등은 모두 화자의 프레임에서 비롯된 정보라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마음의 안경인 셈이다. 저자는 프레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새로이 수정하는 리프레임re-frame 작업을 통해 지혜로워진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내가 가진 프레임은 무엇이고 그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아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이겠다.상위 수준 프레임과 하위 수준 프레임이 있다. 상위 수준 프레임은 Why, 즉 왜 이 일이 필요한지 그 이유와 의미, 목표를 묻고 비전을 물어 이상을 세운데 반해 하위 수준 프레임은 How, 즉 그 일을 하기가 쉬운지 어려운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성공 가능성을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절차를 묻는다. 예를 들어 벽돌을 쌓는 미장이 둘이 있는데, 한 명은 단순히 ‘벽돌작업을 한다’고 말하면 하위 수준 프레임으로 일을 하는 것이고,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상위 수준 프레임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상위 수준의 프레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에 Yes라는 대답을 자주 하고, 하위 수준의 프레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 반대의 대답을 자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두 프레임의 차이는 행복과 의미추구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저자는 자녀들이 의미 중심의 프레임(상위 수준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도록 할 수만 있다면, 거액의 자산을 남겨주지 않아도 험한 세상을 거뜬히 이기고도 남을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프레임을 인식하는 이유는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합리적이지 못할 뿐 더러 감각적 경험은 애매해서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게 된다. 인식을 주관하는 우리의 뇌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도 하기 때문에 은메달을 딴 선수가 동메달을 딴 선수보다 덜 행복해하고, 내성적인가 외향적인가 질문의 방향을 바꿔도 대답을 달리한다. 특히 자기 프레임, 현재 프레임, 이름 프레임, 변화 프레임  이 네 가지 프레임은 우리 삶을 지배하는 핵심 프레임으로 작용한다. 자기 프레임은 그런 착각으로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오해와 갈등도 일어난다. 하지만 이 갈등에도 자기 프레임 때문에 서로 상대방의 무감각과 무능력, 배려 없음을 탓하게 된다. 지혜는 우리에게 이런 자기중심성이 만들어내는 한계 앞에서 철저하게 겸허해질 것을 요구한다. 현재 프레임은 벌어진 사건의 결과를 놓고 현재시점에서 ‘나는 그럴 줄 알았다’고 판단하거나, 자신의 과거를 현재에 투영하고 미화시켜 ‘우리 때는 안 그랬다’고 충고하려하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현재의 감정에 충실해 계획하려 든다. 이름 프레임은 돈에 공돈, 푼돈, 원래 가격, 할인 가격 등의 이름을 붙임으로서 방만한 소비를 부추기고, 같은 가치의 원화와 달러화인데도 숫자의 크기 때문에 달러로 표기했을 때 더욱 소비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돈으로 대표되는 신용카드와 포인트를 부문별하게 낭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경제적 합리성의 기본은 돈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이다. 이것만 지켜도 경제적으로 지혜로울 수 있다. 변화 프레임은 선택의 순간, 특히 경제적인 선택의 순간에 찾아온다. 전통경제학이 말하는 합리적인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결과를 낳지만 조건만 바꿔도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손해보다는 이익을 보려하고, 여간해선 변화하지 않으려 하며, 내 것은 중요해 보이고, 남의 것은 평범해 보인다. 선택과 결정의 순간 우리는 ‘나의 선택이 과연 최선인가, 아니면 조건이 다른 프레임에 의해 속고 있는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어떤 프레임으로 제시되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바로 그 능력이 경제적 지혜의 핵심인 것이다.이름 프레임 중에서 ‘원화와 달러화’였다. 저자는 돈의 단위가 돈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면세점에서 200달러의 고급 넥타이는 구입하면서 200,000원 가격표의 넥타이는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는 달러화인가, 원화인가 하는 화폐 이름 프레임으로도 달러를 선택할 것 같았다. 이렇게 본다면 외국인이 한국여행을 온다면 돈 단위가 높은 한화로 표시된 ‘관광 상품’은 달러에 비해 불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해외 관광수입을 위해서라면 원화의 화폐를 천분의 일로 줄여 달러화와 같게 하는 ‘디노미네이션’이 유리하겠다. 또한 실제로 화폐를 내지 않기에 신용 카드 사용이 낭비가 되는 것처럼, 카지노에서 칩을 이용하는 이유도 ‘보이지 않는 돈’를 노리는 프레임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프레임을 통해 살지만, 사실은 프레임에 갇혀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삶의 태도를 바꾸어 최선의 프레임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며 ‘지혜로운 사람의 10가지 프레임’을 제시하였다.   

프레임을 이해하는 것은 일종의 ‘마음 설명서’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을 발견하고 한계를 인식함으로써 ‘나는 잘 알지 못하고,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함을 가져야 함을 알게 되었다. 단지 보고, 느끼고, 생각했다고 판단한 것들이 실은 내 스스로 프레임을 만들어 보고 있었고, 남이 만든 프레임에 속아 판단이 흐렸음을 배웠다. 저자가 서두에 “프레임으로 인한 이러한 마음의 한계를 직면할 때 경험하게 되는 절대 겸손, 나는 이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존의 프레임을 리프레임하는 길은 우선 ‘겸손’해야 함을 강조했던 말임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무엇보다 현명한 지혜는 자기중심적인 나의 한계를 확인하면서부터 라는 것을 깨달았. 하루에도 최소 150 가지의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 불완전하고, 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우리가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 대답을 확실하게 하지 못하겠다면 이 책을 펼쳐 볼 일이다. ‘나의 한계’를 아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아웃라이어>와 <생각의 지도>에 대해

  저자는 프레임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프레임은 한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향한 마인드 셋, 세상에 대한 은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프레임의 범주에 포함되는 말이다. 마음을 비춰보는 창으로써의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안하는 검열관의 역할을 한다.” (11 쪽)

  프레임은

  프레임에는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네 가지의 핵심 프레임 중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지혜로운 사람의 10가지 프레임

  의미중심의 프레임을 가져라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미래나 현재의 일도 늘 상위수준으로 프레임해야한다. 일상적인 행위 하나하나를 마치 그것을 먼 미래에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의미 중심으로 프레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접근프레임을 견지하라

행복과 성공은 접근의 프레임을 가진 사람의 몫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했다는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은 접근 프레임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하고 싶었지만 주저했던 일이 있다면 이제라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자기 방어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밖의 세상을 향해 접근하라.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갈때, 새로운 일을 접했을때 늘 접근의 프레임을 견지하라. 

  ‘지금 여기’ 프레임을 가져라

현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행복으로 가는 길은 지금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감사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프레임은 준비기로써 희생하는 현재가 아니라, 현재 순간을 마음껏 즐기는 대상으로써의 현재다.

  비교프레임을 버려라

진정한 마음의 자유는 자신을 다른 사라모가 비교하지 않는 데 있다. 과거의 자신보다 현재의 자신이 얼마나 향상되어 가고 있는지, 자신이 꿈꾸고 있는 미래의 모습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상의 비교가 남들과 비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라는 결론이다.

  긍정의 언어로 말하라

한 사람의 언어는 그 사람의 프레임을 결정한다. 따라서 프레임을 바꾸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은 언어를 바꿔나가는 것이다. 특히 긍정적인 언어로 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사, 감동, 기쁨, 설렘, 만족...이런 단어들이 우리 삶 속에, 나아가 우리 아이들의 말 속에서 넘쳐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라

누군가 본받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그 사람의 전기나 자서전을 읽고 그 사람처럼 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고 반복적으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그런 대상이 없다면 뮐러처럼 자신이 가장 되고 싶은 이상적인 자기를 만들어보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자신에게 들려줘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상상속의 이야기가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물건들을 바꿔라

본받고 싶은 인물의 사진을 걸어놓거나 가지고 다녀라. 자신이 닮고 싶은 롤 모델의 사진을 걸어놓는 행위가 그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프레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를 떠올리기만 해도 상식문제를 더 잘 푼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체험 프레임으로 소비하라

행복은 소유 자체를 위한 소비보다는 경험을 위한 소비를 했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 음식을 먹을 때, 단순히 습관적으로 식사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음식에 들어간 재료들을 음미하는 미식가로서의 경험을 추구해보라. 특히 나를 위한 것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행복을 배가시킨다는 점을 기억하라. 누군가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행복 비타민이라고 프레임하는 것과 같다.

  ‘누구와’의 프레임을 가져라

탁월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 커다란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 자기 삶에 만족을 누리는 사람들, 이들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누군가’가 있었다.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건 ‘어디서’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의 문제인 것이다. 

  위대한 반복 프레임을 연마하라

성인기의 성취라는 것은 그것이 어떤 영역이든 ‘중단 없는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복의 위력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10년 법칙’이라는 규칙이 존재하듯 우리가 천재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 상당수는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집중과 반복의 산물임을 기억하라. 프레임을 바꾸기 위한 리프레임 작업을 해야 한다. 단순히 마음먹기가 아니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육을 늘리듯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새로운 프레임을 습득해야 한다.

  저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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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0분 - 인생 승리의 공부법 55
후루이치 유키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이레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보다 더 친절하고 쉬운 공부법 책은 없다!

  책이 좋다는 것은 익히 알면서도 좀처럼 책을 붙잡지 못하는 것처럼, 평생을 두고 학습해야 한다는 소리는 귀가 닳도록 들었어도 좀처럼 하지 못하는 것이 공부다. 학창시절엔 선생님이 시험범위라도 가르쳐주셨으니 그 범위만 달달 외우고 시험을 보면 되었다. 하지만 평생학습이라니...무엇을 공부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학창시절에만 우등생이 있는 줄 알았더니, 사회에 나와서도 평생학습을 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가 싶어 자괴감이 들 지경이다. 시중에는 공부와 학습법에 관한 책이 많지만, 구체적인 학습법을 설명한 책은 많지 않다. 영어공부를 위해 성문기초영문법을 들까? 떠오르는 신흥강국인 중국에 대비해 중국어를 공부할까? 학원을 다닐까? 유명한 학원이 어디지? 책을 사 볼까?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는 뭐지? 그런데...퇴근하면 쉴 시간도 부족한데 언제 공부하지?

  책 <1日30分>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구체적인 공부법을 제시한 책이다. 사람마다 달라 해야 할 공부도 학습법도 다를 테지만, 공부를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직장인들에게 자신은 구체적으로 어떤 도구를 사용하고 어떤 환경에서 공부를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시간을 확보하면 되는지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직장인의 공부’란 독서를 포함해 나를 한 단계 높은 단계로 성장시킬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말하며, 진짜 공부는 졸업 후 하는 공부라고 말했다. 그리고 진짜로 중요한 것은 졸업 후 공부를 얼마나 꾸준히 지속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원제목은 1日30分」を続けなさい!-人生勝利の勉強法55다.

  저자인 후루이치 유키오古市 幸雄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한 일본의 대표적인 직장인 성공모델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의 공부법의 핵심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공부가 미래를 만든다’는 것으로 매일 적은 시간이라도 꾸준이 공부에 투자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 최고의 투자라는 신념에 기초한 <1日30分>공부법은 일본 직장인들의 열렬한 지지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얻은 책이다. 이 정도에서 저자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그가 자신의 공부법으로 얻은 주요기술이나 자격은 MBA, TOEIC 980점, 영어 회화는 비즈니스 영어 수준, 영어과 중등 교원 자격증, MCSE(마이크로소프트 인증 시스템 엔지니어), MCDBA(마이크로소프트 인증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MCSD for Microsoft NET(마이크로소프트 인증 솔루션 개발자), 선 마이크로시스템 인증 Java 프로그래머 등이다. 그가 무엇을 이루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일반 회사원이었던 그가 시간을 적절하고 사용하고, 스스로 학습법을 개발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과 자격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적인 학습법보다는 마음가짐이 100배는 더 중요하다며, 당장의 결과에 연연해 하지 않고 꾸준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공부하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었다. 바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라는 것이다. 습관은 무의식(잠재의식)에 행동 패턴을 새겨넣은 행위이다. 다시 말해 출퇴근 시간에 전철을 타거나, 혼자 있는 시간에 ‘자연적으로’ 책을 펼친다면 그것은 ‘독서 습관‘이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뇌과학의 관점에서 공부와 성적의 관계를 설명한 이카가야 유지의 책<기억력 학습법>의 예를 들며 성적인 1인 사람이 목표성적 1000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공부란 계속하면 누적성과를 나타내서 처음에는 진전이 거의 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나중에는 폭발적인 성장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처음 성적은 1, 2, 4, 8, 16, 32, 64로 올라 목표성적인 1000에 오르려면 아직 한참 걸릴 것 같아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데, 이 고비를 넘겨 꾸준히 하게 되면 128, 256, 512,로 점차 가속도가 붙어 상승하면서 공부 성과를 피부로 실감하게 되어 곧 1024가 되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공부의 누적효과>에서 파생된 것이다. 

  이런 예는 독서습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에는 무슨 책을 읽었는지 내용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고, 저자가 누구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해 ‘시간낭비’한 기분이 들곤 한다. 하지만 꾸준히 읽어서 열 권, 스무 권 이상 넘어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람들과의 대화 중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말하거나, “000라는 책에서 그러는데 말이야...”하며 책을 인용하며 소개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작은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항아리에 계속 해서 물을 채우지만 언제 가득찰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찰랑찰랑 물소리가 나더니, 이내 넘쳐서는 물을 붓는 양만큼 흘러내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처럼 독서습관이 어느 정도 쌓이면 의도하지 않아도 책의 내용과 뜻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의 공부법에는 ‘공부성과 방정식‘이란 게 있다. 공부성과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시간이라는 것을 설명한 수식인데, y(공부성과)=a(교재와 교육서비스의 질)*b(집중력)*x(공부시간)²+c(과거의 공부량)이다. 다시 말해 교재와 교육 서비스 질, 그리고 과거의 공부량은 공부시간에 비하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하루 5시간씩 1주일간 공부하는 것보다 날마다 30분씩 5년간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몇 십 배는 더 효과적이라고까지 말했다. 시간관리가 공부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부할 시간은 어디에서 빼내야 가장 좋을까? 바로 TV다. 평일에 최소 2시간 정도 TV를 본다는 가정한다면 우리는 1년에 얼만큼 TV를 보는 것일까? 무려 1,040시간이다. 이를 17시간(하루 24시간 - 잠자는 시간 7시간)으로 나눈다면 61일. 정확히 두 달 동안 TV에 쏟아 붓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하루에 단 두 시간 정도만 TV를 볼까?

‘거실을 서재로’라는 이름의 독서캠페인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침실를 제외하고 집안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를 휴식을 취해야 할 곳에 TV가 있으니 자연스레 TV를 켠다. ‘TV시청습관‘이 든 것이다. 저자는 공부할 시간 확보를 지금까지 TV에 할애했던 시간을 잘 조절하는 것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꼭 봐야할 프로그램이 있다면, 녹화해 두었다가 나중에 보는 방법을 추천했다. 광고를 빨리 돌리거나 건너뛰면 60분 분량의 프로를 40분 이내에 볼 수 있어 시간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영어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는 ‘영어 학습법’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했다. 매주 영어 학원을 다니는데 왜 영어 실력이 늘지 않을까? 하는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은 “공부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영어 학원에 다니면 학원에서 어떻게든 해주겠지 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거리에 수많은 영어 학원 그 어디를 다녀도 영어 회화가 전혀 늘지 않는 사람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요즌 학원 밖에서 얼마나 많이 공부할 수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좌우한다.” 저자는 영어를 일정 레벨 이상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연간 1,000시간, 최소 750시간은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1주일에 20시간 정도는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학원만을 의지하거나, 적당한 수준에서 공부하려고 한다면 결국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과 성의를 다해 공부하는 것도 아니게 되어 따로 공부하지 않고 학원을 다니는 것은 금전이나 시간, 노력 면에서 가장 손해 보는 학습법인 셈이다.  

  효율적인 공부성과를 위해서는 식사도 중요하다. 우선 과식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목욕등 다른 활동을 해서 식후 바로 공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식사 - 목욕 - 공부순으로 하면 좋다. 야채와 밥을 중심으로 식사하는 것이 좋다. 고기와 생선 단백질은 위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소화도 오래 걸릴 때는 8시간 이상이나 될 만큼 더디다. 특히 식후에 과일을 먹거나 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을 먹으면 음식의 조화가 깨진다. 매번 식사 후에 1시간 정도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배가 든든한 식품을 먹어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3시간을 상당부분을 공부하는데 쏟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마지막 장인 ‘학습 효율을 높여주는 도구’는 좀 더 특별하다. 학습에 도움을 주는 도구를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00사의 00제품을 이용했더니 좋더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강연회나 강좌에서 강연자가 제시한 방법론에 대한 마지막 질문엔 “선생님은 어떤 책, 어떤 제품을 쓰셨습니까?”라는 구체적인 질문이 따른다. 저자는 마치 독자들에게 강연을 할 때 질문을 받은 것처럼 자신이 체험해서 유익했던 도구와 제품을 이토록 상세히 말한 책은 처음 봤다. 

  공부시간과 휴식시간을 적절하게 교대하여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타이머를 이용하고, 밖에서 공부할 때는 A4형 클립보드와 귀마개를, 비용대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자 - 조명 - 책상 순으로 투자하기를 권했다. 특히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므로 의자에 투자하는데 아낌이 없어야 한다며 ’허먼 밀러 사의 에어론 체어‘를 적극 추천했다. 두한족열頭寒足熱, 즉 공부를 위해서는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해야 한다. 따라서 겨울에 서재에서 공부할 때는 주로 전기히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상쾌한 기상을 돕는 도구로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알람보다는 진동 손목시계 등이 좋다. ‘방법론’을 이야기한 실용서의 마지막 결론은 항상 ‘실천’을 강조하는 것처럼 이 책의 효용을 확인하는 방법은 자신에게 필요한 방법을 찾아 직접 체험하는 수 밖에 없다. 바통은 독자의 실천으로 넘겨진 셈이다.

  평소 꾸준하게 자기관리삼아 공부를 했던 사람에게 이 책은 ‘내용이 별로인 책’일 수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자신이 평소에 하던 방식 그대로여서 딱히 특별할 것이 없어서다. 게다가 식사는 어떤 식단이 공부하는 데 좋고, 제품은 어느 회사의 무슨 제품이 좋다고 소풍가는 아이의 배낭을 챙겨주는 엄마처럼 구술하는 내용은 ‘웃길 만큼 유치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처음부터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절박한 사람들이 정작 필요한 내용들은 어쩌면 이런 ‘세세하고 꼼꼼한 추천’일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사용했던 ‘수단과 방법’을 모조리 알고 싶기 때문이다. 2007년 일본에서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는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이 점인지도 모른다. 생활에 큰 변화 없이 무리하지 않고, 쉽게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직장인들에게는 좋은 계기가 될 친절한 개인교사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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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드럽게 힘든 자리, 대한민국 사장의 현실을 이야기한 책!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 고등학교를 팽팽 놀다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대학'을 들어간 동생. 두 달을 채 못넘기고 ‘너무 멀어서’ 다니기 싫다며 자퇴서를 제출한 녀석과 그날 밤 술 한 잔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물은 질문이었다. 못마땅한 심정을 싸잡아 던진 질문에 녀석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사장이요.” “사장? 뭐 하는 사장?” “그냥 사장이요. 여행사에서 여권 수속을 대행하는 알바를 하고 있는데, 우리 여행사 사장은 외제차타고 출퇴근 하고 일도 별로 안하는 것 같고 매일 밤마다 술 마시고, 골프치고 ... 폼나더라구요.” 기가 막혀서 술이 다 깰 뻔 했다. 난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선후배들과 동업으로 사업이란 걸 시작해 바로 조금 전까지 허리를 90도 아래로 절하며 거래처 관계자에게 접대하고 돌아오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월급쟁이로 살 껄’하며 거듭 후회를 했던 터 였기 때문이다. 애당초 생각부터 틀려 먹은 동생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헛꿈일랑 일찍 깨어라, 임마. 네가 사장이면, 파리가 새다.” 

  모든 직장인이 한 번 쯤 갖는 꿈은 ‘사장이 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 백, 수 천 명의 직원을 호령하면서 가장 높은 층, 가장 넓은 사무실에 앉아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이들이 사장이 아니던가? 일반 직장인 수십 명의 월급과 그 많은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장이란 말이다. 일간지와 경제지에 매일 보는 수많은 CEO들의 성공스토리를 보고 있노라면 사장이라는 자리는 세상을 다 가진 사람들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보인다. 대기업의 회장은 언감생심 꿈이라 쳐도 멋진 창업 아이템으로 자수성가한 성공기업가는 누구에게나 열린 문이 아닐까? 뭐, 정 안되면 월급쟁이 사장 CEO는 어떠랴? 이런 생각 안 가져본 직장인 거의 없을게다.  

  나 역시도 며칠 전 읽은 리처드 브랜슨의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책을 읽고, 잠깐 동안 그가 되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으니까. 정작 그 자리에 오르신 사장들 말씀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란다. 한마디로 ‘죽을 맛’이란다. 책 <사장으로 산다는 것>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장들은 마치 결혼한 녀석들이 총각들에게 ‘넌, 절대로 결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처럼 사장으로 산다는 게 그리 녹녹치 않다고 말한다. 첫 장을 펴면서 빈정이 상해 ‘엄살 좀 떨지 마시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섯 장 정도를 넘기면서는 조금 전의 생각을 얼른 주워 담았다. 저자가 말하는 그들의 하소연은 결코 엄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시 책의 앞표지를 살폈다. 제목을 미처 다 읽지 못했었다.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사장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숨겨진 그들의 진짜 속내를 밝혀낸 책이다. 일간지의 기자로 근무하다가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운영해서 실패를 보고 곧이어 벤처기업을 차려 모두 6년 동안의 사업경험을 하다가 다시 주간경제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광원 기자가 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필력이 있는 기자가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의 입장에서 펜을 들은 셈이다. 저자는 자기만의 사업을 꿈꾸고 있는 이들이나 꼭 사장이 아니더라도 조직의 리더가 될 사람들을 위해 CEO들의 마음을 대변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만난 CEO들 중에서 지금의 자리가 즐겁다고 한 사람은 있었어도, 쉽다고 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원고가 만들어지기까지 만 6년이 걸렸다는 저자의 고백이 무색하지 않았다. 경제지의 기자답게 수많은 기업가들의 인터뷰(기업과 실명도 거론된다)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풍부한 자료들로 가득 했다.   

내용의 특성상 인터뷰 역시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진실에 다가설 수 있었고, 사장이 되려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자료로 남을 것 같았다(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CEO가 읽어야 할 책으로 뽑힌 바 있다). 사장은 후회해서도 안 된다. 항상 앞을 보고 가야 한다. 사장이 제자리에 머물면 사원들이 앞으로 나아갈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끊임없이 나아가야 할 앞 길 역시 사장이 내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선장은 피가 나도록 혀를 깨문다”는 말이 있다. 생도에게 조종을 맡기면 더 이상의 지시를 하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어야 한다. 사장 역시 참아야 한다. 지시를 내리면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참아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장은 무엇이든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 말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을 자기가 하는 것이다. 무리를 이끌기 위해서는 드럽게 힘이 들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직원들에게 화는커녕 웃으면서 다독어야 하는 리더들. 겉으론 웃지만 속은 썩어만 간다. 그들은 오늘도 인내한다. 인내는 일을 느리게 하는 것도,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내가 나의 일 안에서 좌절을 견딜 수 있는이다. 내가 계속 고통을 받아도 손을 놓지 않는 것, 이것이 인내다. 사장의 길은 인내의 길이다.  

성공하기 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고, 성공하고 나니 이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것이 리더의 삶이다. 공장 바닥에 떨어진 나사 1개에 대해서도 리더와 직원의 생각은 다르다. 직원은 달랑 20원 짜리 나사라고 보지만, 리더는 나사 1개가 빠진 채로 제품으로 팔렸으니 불량품 하나가 만들어진 셈이다. 한없는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밀려오는 중압갑에서 해방되고 싶은 사람들이 리더들이다. 그들은 때로는 한 달마다 척척 나오는 월급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경리 여사원이 부럽기까지 하다. 입사해서는 사장을 부러워하며 뛰었지만, 이젠 말단사원이 부러워지는 아이러니를 겪는 사람들, 이들이 리더다. 직장인의 꿈이 결국 모순덩어리의 리더란 말인가 싶어 서글퍼졌다. 그런데  이 책을 집어든 데 에는 저자의 화려한 이력이 한몫을 했다.

 사장은 외롭다 - 사장의 자리가 외로운 것은 ‘고독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직원이 조언을 하고, 참모가 아무리 자료를 풍부하게 마련을 한다고 해도 결국 결정은 사장이 해야 한다. 그 결정의 순간엔 아무도 없다. 결정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회사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사인을 하는 순간은 직원과 그들 가족의 생존권이 위협받을까 두렵고, 사인을 안 하자니 회사 전체가 몰락할까 두려워 항상 힘들다. 특히 직원을 해고를 결정할 때가 가장 외롭다. 하지만 해고도 비즈니스다. 모택동이 대장정에 올랐을 때 나머지가 전멸할 것을 알면서도 군대를 3분의 1로 나눈 것은 중국공산당을 살리기 위해서였고, 제갈공명이 그가 아끼던 부하 마속의 목을 울면서 친 것도 군대의 기강을 위해서였다. 건물을 멀쩡하게 놔두면서 사람만 조용히 죽이는 중성자탄을 닮았다 해서 ‘중성자탄 잭’이라 불린 잭 웰치 역시 해고 역시 자신의 업무 중 일부지만 가장 싫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장은 냉혹해야 한다. 외로움은 리더가 앓아야 할 병이다. 리더가 감내해야 할 형벌인지도 모른다. 외롭지 않으면 리더가 아니다. CEO가 된다는 것은 혼자가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경영자 10명 가운데 7명이 각종 질환으로 고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68.4%가 고혈압과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더 큰 질병은 외로움일 것이다. 

  사장은 괴롭다 - 등대에 불을 켜고 밤새 등대를 지키는 일이 고독하고도 힘이 들 듯 사장은 회사를 지키기 위해 하루 24시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한다.

 사장도 때로는 월급쟁이이고 싶다 “ㄱ사장은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새웠다. 한동안 입에 대지도 않던 술을 마셔보기도 하고 다리가 굳도록 달리기를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자리에 눕기만 하면 피곤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오른 쪽으로 눕고 왼쪽으로 눕기를 몇 십 번, 그러다가 결국 끙 하면서 일어나고야 만다. 담배를 피우면 좀 괜찮을까, 아내 몰래 저녁 무렵 사온 담배를 피워봤다. 벌써 25년이나 끊은 담배였다. 목이 컥했다. 호흡을 가다듬어 몇 모금을 빨아봤다. 휴··· 멍한 눈길에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담배연기가 들어왔다. 나도 저렇게 사라질까.“ (190 쪽) 

 새벽에 나가 자정에 들어오는 생활로 청춘을 바쳤던 회사의 수장을 맡아 여기저기 도장을 찍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사를 받게 된 어느 사장의 밤 이야기는 수사를 목전에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리더들의 그날 밤이 아닐까. 진실은 차지로 두고 우선 책임을 져야 하기에 그들이 갖는 비애는 무엇으로도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결론에 이르러 저자는 ‘사장도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리더는 너무 외롭고, 무척이나 괴롭다. 그리고 무리로 몰려다니는 직원들이 부럽다. 리더도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다. 리더들에게도 칭찬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하다. 아랫사람들의 칭찬은 리더도 춤추게 하고, 그들의 위로는 침몰하는 리더를 부레처럼 건져 올린다. 회사에 들어가면 ‘줄을 잘 서라’고 말한다. 그 줄에 사실 ‘리더’는 없다. 직원들은 당신이 사장감이라고 부추겨 나무에 오르게 해놓고, 땅에 서서 힘껏 나무를 흔들어 떨어뜨리려 한다는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저자는 다시 한 번 리더(사장)을 보라며 이렇게 말했다.한 명의 리더가 제 눈으로 일사불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직원 수는 고작 스무 명이라는데, 그 이상의 수 백, 수 천의 직원을 책임진 사장들의 불안감과 고통은 어떻겠는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하는 일이 잘못되면 상처는 리더에게만 남는 게 아니다. 모두에게 남는다. 서로에 대해 고개를 돌리지 말아야 한다. 한 번 돌린 시선과 고개는 여간해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영어의 Think(생각하다)와 Thank(감사하다)는 같은 어간이라고 한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서로에게 감사할 일이 많다. 그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는 눈길이 필요하다. 그들도 인간이니까.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니까.” (에필로그 중에서)

 호출기가 있던 시절 다방에서 ‘김 사장님’을 찾으면 열에 아홉이 일어났다고 했던가? 자영업자든 영세상인이든 무엇인가를 꾸려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사장이다. 대로변에 위치한 담배가게의 주인도 사장이고, 골목 한 켠에서 호떡을 구워파는 노점상 주인도 사장이다. 차라리 제 한 몸 움직이는 작은 사장이라면 사업을 접든 펴든 제 마음대로 결정해도 상관없으니 마음이라도 편하겠다.

  엄연한 현실은 리더가 직원의 입장일 수 없고, 직원이 리더의 입장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더라는 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불평의 잣대 위에 올려놓고 그를 평가하기엔 그의 밑에서 리더를 손가락질하며 일하는 우리들이 초라해진다. 계급장을 떼고 본다면 리더는 우리의 동료다. 누군가 회사를 떠난다면 옆집 아저씨와 다름없는 사람인 것이다. 저자는 언젠가 그 자리에 올라서고 싶은 사람이라면 리더의 쳐진 어깨를 한 번 쯤은 인간적인 관심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가벼운 위로와 칭찬이라도 건네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가장 외롭고 불쌍한 사람은 그들일지도 모르니까. 이 땅을 살아가는 리더들에게는 위로를, 리더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책이었다. 직장인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봄 직한 책이다.

  지금껏 리더를 말한 책들이 그들의 업적과 겉모습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그 내면에 숨겨진 진솔한 리더의 모습을 말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함부로 접근할 수 없어 뜬소문만 가득한 그들의 세계를 심도있게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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