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짜리 기획력 - The Planning Power
하우석 지음 / 새로운제안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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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전히 빛을 발하는 기획 관련 도서의 고전!

 

  똑같은 수의 인력이 동원되고, 같은 비용을 썼지만 뜨는 제품, 대박이 난 사업프로젝트는 따로 있다. 그리고 그들의 성공스토리에는 항상 ‘기획할 때부터 특별했다’는 수식어가 붙는다. 기획이란 게 대체 무엇일까? 우선 계획과 기획의 차이부터 알아보자. 멀지 않은 앞날을 위해 할 일을 미리 헤아려 생각한 것이 계획이라면, 일(사업)을 앞두고 구체적인 목표와 방안을 짜는 일은 기획이다. 그래서 하루 동안의 계획은 있지만, 하루 동안의 기획은 없다. 대충만 살펴봐도 기획은 계획보다는 크고 조금은 특별한 뉘앙스를 갖는다. 계획은 절차 혹은 과정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는데, 기획은 계획과 더불어 무언가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일을 꾀함’이라는 일종의 수작酬酌의 개념이 포함된다. 

  현재는 기획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기획하는 사람도 많고, 기획물도 가득하다. 옛날에는 기획부가 따로 있었는데, 요즘엔 모든 부서의 이름에 기획이란 말이 붙어 있다. 그리고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대행사의 규모 역시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기획이 쓰임도 많고, 필요도 많지만 정작 기획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기획이 정확히 어떤 말이고, 기획자는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훌륭한 기획이란 무엇인지 명확한 ‘컨셉’을 모르고 있다. 

  책 『100억짜리 기획력』은 이런 기획을 모르고 기획하는 직장인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기획과 기획가를 정의하고, 기획자가 갖춰야 할 기획 마인드와 자세 그리고 태도 등을 이야기 한 책이다. 2003년 출간되어 지금껏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을 한 이 책은 국내에서는 기획자라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기본서면서 필독서로 사랑받고 있는 기획서의 고전이다. 저자는 업계에서 베테랑 기획가로 인정받고 있는 하우석 씨인데 그는 2006년 <기획 천재가 된 홍대리>로 또 한 번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 책은 제목처럼 ‘100억 짜리 기획처럼 큰 일을 해내는 기획력’을 말해주는 책이다. 기획자인 저자의 기획 경험과 기획자들의 사례들을 통해 ‘큰일을 내는 기획자’들을 이런 생각(마인드)을 갖고 있고, 이런 방식으로 기획을 한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이야기 한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생각할 수 없는 해 내는 사람들이 훌륭한 기획자라면 그들의 생각을 엿보고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기획자’다운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도이다. 이 책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기획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기획마인드와 기획 노하우 획득’이다. 

  저자는 기획이란 어떤 특정 과제 및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과제의 완수 또는 그 문제해결을 달성하기 위하여 일정한 대상물들에 대하여 일정기간 벌어질 수 있는 중요사항을 파악하고 미리 예측하여 일정 의도에 따라 목표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사고과정 및 행동양식을 개념화하고 그에 따른 실행과 실행 후 평가하는 총체적 과정을 ’기획‘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과제(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획자란 과제(문제)를 파악해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사람‘인 셈이다. 기획의 프로세스문제 및 문제 파악 - 과제 및 문제 분석 - 목표설정 - 해결방안 - 실행계획수립 - 실행 - 평가 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좋은 기획이란 우선 ’핵심과제(문제)‘를 잘 잡아냈는가, 가장 적합한 해결방안을 찾아냈는가? 에 달려 있다. 저자는 모든 직장인은 영업기획, 생산기획, 구매기획, 자금조달기획, 유통기획, 사업기획 등 알게 모르게 한두 가지의 기획을 하고 있으므로 모두가 기획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기획자가 갖춰야 할 기획 마인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획마인드란 ‘기획자다운 생각을 갖는 것’이다. 즉 ‘기획자라면 이런 저런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개념을 알면 된다. 우선 기획자는 기획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기획’ 그 자체다. 기획서를 잘 쓰고, 많이 쓰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기획서는 그저 기획한 것을 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죽하면 『One Page Proposal한 장짜리 기획서』, 『기획서는 한 줄』이라는 책 제목도 있지 않은가? 

  기획자는 즐거워야 한다. 즐겁지 않은 기획은 결과도 좋지 않기 때문에 당장 그만두는 것이 낫다. 기획이 즐거워야 그 일에 미칠 수 있고, 그래야 결과는 좋아진다. 또한 즐거워야 하루 종일 24 시간 기획할 수 있는 것이다. 기획을 잘 하기 위해서는 사물과 개념을 잘 쪼개야 한다. 그래야만 그 개념을 잘 알게 되고, 원하는 방향으로 개념을 전개하고 전환할 수 있다. 쪼갠다는 것은 분석이다. 분석에 강한 사람이 기획에 능한 사람인 셈이다.  

잘 쪼갤 수 있는(분석력) 있는 사람이 훌륭한 기획자다 

사람-좋은 사람 VS 나쁜 사람

좋은 사람 - 키 크고 좋은 사람 VS 키 작고 좋은 사람

키 크고 좋은 사람 - 키 크고 돈 많은 좋은 사람 VS 키 크고 돈 적은 좋은 사람...

  잘 쪼갰다면 쪼갠 것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재미없는 영화가 아니라 소재와 카메라 워크는 훌륭했지만, 배우의 연기는 아쉬운 영화라고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잘 쪼갠 것을 ‘이합집산’ 할 줄 알아야 한다.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이 모여 디카폰이 된 것처럼 서로 링크시킬 수 있어야 한다. 쪼개고, 의미를 부여하고, 링크하라. 그러면 새로운 모습이 탄생된다. 그리고 주위에 널려 있는 모든 것을 기획재료로 삼고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기획마인드를 갖추는데 ‘독서’가 빠질 수 없다. 저자는 교회에 십일조(수입의 10%를 내는 것) 헌금을 하듯 기획을 하는 사람들은 책에 십일조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기획 일을 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생산물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새롭고 발전된 무언가를 만들지 못하면, 기획자로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따로 프로젝트로 만들어 제시했다. 저자만의 ‘기획자가 되기 위한 책사기 기획’인 셈이다.

<월급의 10%는 책 사기>프로젝트

 

월급의 % 정하기: 10%를 살 것인가, 5%를 살 것인가 정한다.

권수 목표 정하기: ‘10권’ ‘5권’등 권수를 목표로 정한다 보통 책 가격은 만 원 정도한다.

서점 방문계획: 대형 서점 월 1회, 온라인 서점 주 1회 검색한다.

관심영역 기웃대기: 관심 분야 코너를 집중적으로 기웃댄다.

과감히 구입하기: 조금이라도 땡기면 과감히 산다.

진열하기: 사무실이나 집에 본인만의 서적진열을 시작한다.

목차읽기: 구입한 책은 당장 목차와 머리말을 읽어둔다.

책과 친해지기: 책을 차분히 읽지 않더라도 자주 들춰본다.

주변서적 찾기: 이미 구매한 책과 연관된, 혹은 좀 더 심화된 책을 찾는다.

책장 정리하기: 3,4개월이 지나면 분야별로 구분이 가능해진다. 경영, 역사, 소설, 수필 등 나만의 구분법으로 책을 정리한다.

욕심내기: 6개월 이상 지속하면, 책을 사는 데 있어서 욕심이 슬슬 생긴다. 이때 권수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  (92-93 쪽)

  막연히 ‘책을 읽자’고 다짐하는 것은 금방 시들해져서 잊혀 질수 있지만, 따로 방법론적 순서를 정해 기록해 놓으면 맥락이 잡혀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 것 같다. 이런 게 바로 ‘기획’인가 보다. 그렇다고 보면 <월급의 10%는 책 사기>는 기획서의 초안인 것이다. 저자는 ‘책을 샀는데 읽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에 대해 당장 그 책을 전부 읽어야 할 필요도 없거니와, 책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정보 수집을 통해 사고가 확장되었고, 호기심이 증폭되었기에 구입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책 후반부에 있는 ‘100억 짜리 기획력 만들기’는 잘 나가는 기획가들의 ‘기획 노하우’를 기록해 놓았다. 총 30여 편에 달하는 기획 노하우들은 관점에 따라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보편타당하면서도 강력한 진리는 항상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는 것 속에 존재한다면서 이 모든 노하우들은 각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고, 각각 효과가 있는 방법들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 인상적인 대목은 기획자는 ‘영어보다는 국어실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저자는 기획력을 향상시켜 주는 마법과 같은 아이템은 바로 ‘국어실력’이라면서 이 마법의 아이템을 알고 활용하는 기획자는 전체 기획자의 1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럼 국어 실력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저자가 제시하는 ‘국어공부 파워 업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소프트 리딩: 시집, 소설책, 수필집 - 이렇게 3가지 종류의 책을 번갈아가면서 읽는다.

하드 리딩: 철학, 역사, 전문분야 - 마찬가지로 3가지 종류의 책을 번갈아 읽는다.

소프트 라이팅: 일기, 수필, 시 - 작품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쓴다는 강박을 버리고 내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겨본다는 심정으로 쓴다.

하드 라이팅: 컨택 리포트, 스테이터스 리포트, 기획서

* 이 하드 라이팅의 3가지 문서는 기획자들에게 필수 문서이며 그의 작성능력은 바로 기획능력과 직결된다. 

컨택 리포트 - 클라이언트와의 회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내부 보고 및 보관용으로 사용하는 문서

스테이터스 리포트 -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업무상황을 클라이언트 혹은 내부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한 문서

(133 - 135 쪽 요약)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만 해도 책 제목은 충격적이었다. 100 억이라니...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시리즈로 이제 막 ‘10억 부자論’이 설왕설래할 그 때 이 책을 든 이유는 100 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 때문이었다. 국내에는 본격적인 ‘기획 관련서’로는 처음 나온 책이었기에 ‘기획범죄’, ‘기획부동산’이라는 단어까지 난무하는 오늘 같은 ‘기획 판치는 세상’을 만든 데에 어쩌면 이 책이 일조를 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기획이라는 단어의 심리적인 높은 벽을 허물어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서점가에는 수많은 기획 관련서가 나와 있지만, 아직 이 책의 범주를 크게 벗어난 책은 아직 없는 듯하다. 앞서 말한 대로 저자는 이 책을 낸 3년 후 『기획 천재가 된 홍대리』를 내어 본격적인 홍대리 시리즈를 열기도 했다. 『기획 천재가 된 홍대리』는 이 책의 실천편이라고 보면 된다. 함께 읽으면 막연해서 어렵게만 느껴진 ‘기획‘이 노력하면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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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독서의 기술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공병호 박사가 제안하는 직장인의 책읽기 기술!

 

  직장생활을 하면서 당장 해결해야 할 업무에 필요한 책을 구하려 처음 광화문 교보문고를 들어갔을 때는 예전 약속장소로, 또는 남는 시간을 소일하기 위해 들렀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과연 내가 찾는 내용의 책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난감함과 정말 책이 많구나 하는 중압감으로 혼란스러워져 잠시 동안 현관입구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묻고 물어 경제경영 코너를 찾았지만, 그곳엔 엇비슷한 이름의 이란성쌍둥이 책들이 서재 가득 매워져 있었다. 책을 꺼내기도 전에 머리가 아팠다. “도대체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거야?“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스스로가 창피해져서 연신 중얼거린 말이었다. 

  난감한 상황은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어렵게 책을 사왔지만 막상 읽어보니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너무 수준 높은 책을 선택한 걸까?’, ‘내 이해력이 부족한 걸까?’ 하는 의문에 빠져 자꾸만 읽던 곳을 되짚어 읽느라 책의 진도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너무 어려운데 그만 읽을까? 그래도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심란해져 나중엔 ‘서점가서 책을 산 행동 자체를 후회’할 정도였다. 처음 실용서를 접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생생하다. 책『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독서의 기술은 그때의 나처럼 실용서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다독가이자 다작가로 알려진 공병호 박사가 자신의 ‘실용서 읽는 기술’을 밝힌 책이다. 나는 지금도 실용서에 대한 독서법에 관한 좋은 책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이 책을 가장 먼저 추천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읽기는 낭만적인 생각에서 우연히 시작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경영 차원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읽기를 지식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아예 책읽기를 ‘독서경영’이라 불렀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은 아니었다. 2003년경 신문에서 공박사에 관한 기사를 읽고 공병호경영연구소의 홈페이지(http://www.gong.co.kr)를 직접 찾아간 후 아예 시작 페이지로 설정해 놓고 매일 아침이면 들려서 업데이트된 포스트를 확인했었다. 들릴 때마다 항상 궁금했던 것은 1년에 10여 권의 책을 집필하고, 300여 회의 강연을 하는 그가 어떻게 매일 새로운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리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 때는 요즘처럼 잠깐의 책 설명과 인상적인 구절을 담은 것이 아니라 리뷰를 읽다보면 책 한 권을 거의 읽은 듯 자세하게 썼었기에 그만의 ‘속독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 했었다. 내 의문에 대한 답이라도 주는 듯 이듬해에 이 책이 발간되었고 책을 산 날 단숨에 읽었다. 그는 속독법으로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그만의 독특한 ‘독서법’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이 책의 내용을 크게 살펴보면 실용서를 왜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실용서를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마지막으로 공병호 박사만의 실용독서하는 법등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실용서를 왜 읽어야 하는가?

  우선 바로 ‘경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업무가 요하는 다양한 요구들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업무를 통한 정보와 경험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들을 조직화하고 체계화해서 지식이라는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책을 읽는 것(실용독서)이 큰 도움을 준다. 독서는 각양각색의 정보와 경험을 정리, 정돈해서 짧은 시간 안에 체계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용독서(실용서를 읽는 것)는 관찰력을 키워주기도 한다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두뇌에 축적된 지식이나 정보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관심이 없어 사물의 현상을 대충 바라볼 가능성이 높지만, 실용독서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있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경제신문의 중간에 있는 4-6 페이지의 주식란을 뛰어넘지만,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그곳을 제일 먼저 보려고 하는 이치와 같다.

  또한 실용독서는 관련 분야의 위대한 인물들의 책을 통해 현재 자신이 처한 고난과 곤경 등에 대한 대답을 얻거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내가 만날 수 없는 위인과 인물들을 나의 멘토로 만들고 그들을 역할 모델삼아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가 폭주하는 오늘날 양질의 정보를, 보다 빨리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한다. 정보를 신속하게 선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은 개인의 생산성이나 역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실용독서를 하는 이유는 훌륭한 직업인(직장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이고, 경제적이며, 효율 높은 학습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용서를 읽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책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문학과 소설은 기호에 따라 읽는다면, 실용서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읽어야 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 시간을 따로 낼 것이 아니라, 틈만 나면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책읽기 습관을 키우고 싶다면 우선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는 분량이 적고 부담이 없는 읽을거리부터 시작하면 좋다. 실용독서는 저자의 주장이나 의견을 미리 판단하려 하지 말고 스폰지처럼 모두 받아들일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책읽기를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TV를 보거나 생각을 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읽어야 한다. 

  이제 실용독서의 방법론으로 들어가 보자. 실용독서를 위한 첫걸음은 우선 식견과 안목을 넓힌다는 생각으로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베스트셀러를 찾는 것 보다 마치 식욕이 당기는 음식을 찾아 먹듯이 처음에는 지적 욕구가 당기는 장르의 책들부터 읽자. 다수 의견에 따라 수동적인 책읽기(베스트셀러 읽기)를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읽기를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효과적인 독서법을 원한다면 한 권을 고집하기보다 항상 몇 권의 책을 놓고 마치 메뚜기가 나무를 뛰어다니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은 질리지 않고, 흥미를 잃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초중고에서 한 시간마다 과목이 바뀌는 이유와 같다.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범위의 책을 읽는 방법(수평독서)은 직업과 삶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바람이나 필요성을 느낄 때는 한 주제에 대해서 여러 권의 책을 읽는다면(수직독서) 자신의 능력이 확장되고, 점점 심화되어간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책을 너무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작가의 노고老苦와 내용은 존중해야 하지만, 결코 그의 권위에 주눅 들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독서하라. 

  지금까지 실용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와 실용독서 방법에 대한 일반론을 살펴보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병호 박사만의 실용독서 방법론’에 대해 알아보자. 주의할 것은 이 방법이 최선의 방법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자는 이미 다독가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므로 그의 독서법은 실용독서를 시작하는 독자들에게 어려울 수 있고, 추구하고자 하는 방법론과 다를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공박사의 독서법은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저자의 독서법으로부터 내가 취할 수 있는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서였다. 독자들 역시 그런 마음으로 저자의 독서법을 대한다면 큰 소득이 있을 것 같다.  



 동영상 보기: 지식인의 서재-공병호편



공병호 박사의 실용독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착실히 읽어야 한다는 믿음을 버려라. 실용서를 읽는 목적은 책 속에서 얻은 지식을 신속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먼저 책 겉표지와 날개에 실린 내용을 읽는다. 과장된 표현들이 있긴 하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문장들이 여기에 있다. 2-3 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서문을 읽어야 한다. 서문에는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책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주장을 펼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책의 본문은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다. 그러므로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책의 1장, 혹은 프롤로그부분을 먼저 읽어나간다. 그런 다음 결론이나 에필로그부분을 반드시 읽는다. 마지막 부분에는 아주 실용적인 지식들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본문은 객관적 사실이나 자신의 의견이 많지만, 결론 부분에서는 자신이 내린 결론이 어떻게 실용 가능한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 다음에는 본문을 공략할 차례다. 다시 한 번 목차를 보라. 목차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에 색 사인펜으로 동그라미를 치거나 밑줄을 선명하게 그어라. 그리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책읽기를 시작하면 된다. 읽다가 ‘배울 점’이 많다면 그 부분을 읽고, 배울 점이 없다면 읽기를 그만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를 읽어보는 것도 좋다. 책을 만든 편집자가 책의 핵심 메시지를 담은 정보를 담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책의 핵심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실용독서는 필요한 부분마을 선택해 읽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 색의 플러스 펜이나 사인펜을 사용하라. 책을 읽다가 중요한 정보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만나면 중요한 키워드에 동그라미로 표시해 둔다. 대단히 중요한 키워드는 두 겹 혹은 세 겹의 동그라미를 만들어 둔다. 중요한 문장은 가로줄을 치지만, 특정 문단이나 중요한 경우 세로줄을 하나 혹은 두 줄을 또렷하게 표시해 둔다. 이 문단 전체는 대단히 의미 있는 정보라는 뜻이다. 게다가 중요한 문단의 정도에 따라 별을 1-5 개 정도로 표시한다. 주목해야 할 부분에는 화살표를 표시하기도 한다. 

  지금 당장 하는 일과 관련된 정보들을 만나면 포스트잇을 붙여두어 나중에 ‘어느 책에서 보았더라’ 생각날 때 몇몇 부분에 붙인 포스트잇을 살펴보기만 해도 금세 원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도저히 놓칠 수 없는 정보들을 만나면 책의 모서리를 접는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책의 상단 모서리를 접고, 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상단 모서리와 하단 모서리를 동시에 접는다. ‘이것은 너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각각 두 번씩 접는다. 아주 가끔은 세 번 접을 때도 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현안 과제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관련된 중요 내용들이 등장하게 되면 그런 정보들을 한군데에 정리해 둔다. 간단히 메모를 하는데 주로 책의 앞면이나 뒷면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창의성의 즐거움』이란 책을 읽었을 때의 기록을 살펴보자.

●창의성? - P 15, 17, 33

●어떻게? - P 28, 31, 47,59, 145, 168, 179

●벤치마킹? - P 198, 226, 319

 

내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책을 들게 된 이유는 인간의 창의성은 무엇인가? 그것을 어떻게 닦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앞선 사람들로부터 배울 만한 표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등과 같은 질문 때문이었다. (P 196)

  이렇게 해서 책을 모두 읽었다면 다시 한 번 첫 페이지부터 설렁설렁 넘기기 시작하라. 이때는 대충 읽어도 괜찮다. 넘기면서 모서리를 접어둔 부분을 중심으로, 줄을 친 부분을 대충 읽는다. 그리고 동그라미나 별표 등으로 강조해 둔 부분은 집중해서 책의 마지막까지 보도록 하자. 모두 읽었다면 이 책의 주요 내용들은 무엇인가?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 저자의 핵심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 내가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생각하며 마무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컬러 펜으로 중요 키워드에는 다시 한 번 동그라미를 치거나 체크를 함으로써 특정 부분의 중요도를 강조하여 ‘다시 기억 한다'라는 의미로 표시하라.

  책의 앞면에 요약본을 기록해 두면 책을 읽던 당시의 생생한 감동과 느낌, 그리고 분위기를 훗날에 되살릴 수 있기에 효과가 크다. 몇 년 몇 월 며칠에 읽었거나, 요약본을 썼다고 표기를 해두는 것이 좋다.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쓰는 일은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정리하는 능력, 핵심을 재점검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세우는 능력을 동시에 강화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약간의 시간을 확보하라. 그리고 단골로 방문하는 커뮤니티나 온라인 서점을 몇 군데 정해두라(저자의 홈페이지를 보면 서평을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정기적으로 그곳에 글을 남기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독서법은 개선의 대상이다. 그냥 그 수준에 머물지 말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계속 전진해야 한다. 

  공병호 박사가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책에서 일부의 내용을 뽑아서 읽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실용서’이기 때문이다. 공 박사 역시 인물들의 자서전이나 문학, 소설의 경우는 느리게 음미해가면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실용서’는 말 그대로 관심있는 주제나 업무에 필요한 주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책을 신문이나 잡지를 보는 것처럼 ‘가볍게’ 대하라고 조언했다. 때로는 색 볼펜으로 표시를 하고, 책장의 모서리를 두 세 번씩 접어서라도 기억해야 할 것을 잡아내어 내 것으로 만들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공박사가 말하는 ‘실용독서의 기술’은 알고 싶은 내용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잘 찾아내 기억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 하는 데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배운 내용’을 적절히 활용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실용독서의 완성은 ‘실천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기존의 독서법(기술)에 관한 책은 주로 일반서와 실용서를 구분하지 않고 서술했기에 그 실행에 있어 다소 어려움이 있거나, 미흡했다면 이 책은 ‘실용서’만을 위한 독서기술을 서술하고 있어 유익했다. 게다가 많은 저술과 강연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공박사가 권하는 독서기술이어서 신뢰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독서가들의 인용문과 사례, 그리고 독서법이 소개되어 있어 그들을 살피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실용서는 재미없고,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실용서를 읽는 새로운 재미를 알려줄 수 있는 책이다. 실용서를 온전하게 읽고 소화하는 법을 알고 싶다면 권하고 싶은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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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력 - 고수가 알려주는 협상의 기술 46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고은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핵심문제 46 개로 풀어보는 협상의 법칙!

  서점에는 '협상'에 관한 좋은 책들이 많이 있다. 우선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은 참 훌륭한 책이다. 협상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바이블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데, 한 가지 단점은 ‘협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읽어봤거나, 많이 소개가 되어 마치 입문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책 속의 비법은 이미 일반화된 상식이 되었다. 또 다른 책으로는 로버트 치알디니라는 심리학 교수의 『설득의 심리학』을 들 수 있다. 이 책 역시 많이 읽히긴 했지만 협상의 법칙보다는 경쟁력이 있는 책이다. 직접적으로 협상의 기술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협상에서 이뤄지는 설득과정에서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빠져들고 마는 설득 불변의 법칙을 이야기하고 있어 협상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더욱이 ‘설득 불변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자기 방어 전략’을 알려준다는 점이 유익하다. 상대가 제 아무리 묘수를 쓴다 하더라도 나에게 읽히면 더 이상 ‘묘수’가 아니라, 역공할 수 있는 찬스를 줄 수 있다는 방법론을 제시 했다.

  그 밖에도 트럼프의 협상력에 대해 이야기 한 『협상: 트럼프처럼 협상하라(조지 로스, 에버리치홀딩스)』도 유익하고 올해 출간된 『유쾌한 승부(박승주, 교보문고)』역시 우화적 성격을 띤 한국형 협상책이라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협상이란 원래 맞고와 같이 상대를 두고 하는 게임이다. 제아무리 책을 읽고 달달 외운다 하더라도 어디 ‘실전’만 하겠는가? 협상책 한 권 읽지 않았어도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은 ‘필드형 협상가’를 능가하기는 어렵다. 

휴대폰을 살 때, 쇼핑상가에서 옷을 살 때, 차를 구입할 때, 전월세 집을 구할 때 등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필드형 협상가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이 단순히 ‘장사치’를 넘어 협상가라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제품을 살 때 우리로 하여금 ‘가치 있는 제품을 무척이나 싼 값에 샀다’고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며칠 후 싸게 산 것이 아니라 제 값에 샀더라는 것, 혹은 더 비싼 값에 샀더라는 것을 알게 될 때(세상에는 이것마저도 깨닫지 못하는 소비자는 넘치도록 많지만) 마치 속은 것 같아 분하지만, 종종 그들의 협상력에 탄복하기도 한다. ‘실전 노하우’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도 있지만, 실전이 갖는 ‘디테일의 힘’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 『교섭력, 고수가 알려주는 협상의 기술 46』은 협상관련서 중에서 ‘디테일의 힘’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은 재미있고 특별하다. 자기계발서이면서 문제집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심리학자인 나이토 요시히토가 썼는데, 그의 책은 주로 심리학의 여러 법칙을 비즈니스에 응용하여 실천적이고도 즉효성(효력이 곧 나타나는 성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책이 갖는 차별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학을 공부할 때 교과서에 나온 공식을 외운다고 해서 응용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문제집을 가지고 지겨울 정도로 많은 문제를 풀어야 비로소 실력이 는다. 협상도 마찬가지다. 교과서를 읽는 것으로는 기초 능력은 갖출 수 있겠지만 응용력은 붙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책 소개글 중에서)

  이 책은 전체적으로 일문일답 형식으로 꾸며졌는데, 총 46 가지 질문이 수록되었다. 뛰어난 협상가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에서부터 협상 자리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행동에 이르기까지 실전 협상에서 필요한 잊지 말아야 할 요점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내용에 해당하는 질문을 살펴본다면 이렇다.   

다음과 같은 경우 어떤 마음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까?

현재 당신의 A사의 담당자와 가격을 놓고 협상 중인데 쉽게 타결되지 않고 있다.
해진 협상기한이 다가오고 있어 이대로 가면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다.

이렇다 할 대안이 없으므로 상대방의 조건을 받아들인다.

협상 기한을 염두에 두며 협상을 빨리 진행시킨다.

협상 기한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여유 있게 진행한다.

정답은 몇 번 일까?

  인간은 다급하면 허둥대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기한에 다가가면 초조해져서 판단이 흐려질 수 있는데, 이렇듯 협상에서는 서두르는 쪽이 불이익을 당한다. 이 문제는 일반인의 협상보다는 국제 외교에서 많이 등장하는 문제이다. 라이퍼 교수의 저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인과 미국인의 모의협상에서 거의 이스라엘인이 이겼는데, 그 이유는 이스라엘인이 여유 있게 협상에 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미국인이나 일본인은 협상기한이 다가오면 초조해져 허둥대거나 감정적이 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곧 기한이 다가오니까’라는 말을 해 상대방아게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것은 괜찮지만, 자기도 덩달아 부담을 느끼면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자는 식으로 배짱 좋게 느긋한 태도를 보인다면 상대방이 오히려 급해진다는 것이다. 정답은 ③번이다. (72-73 쪽 요약)

그렇다면 이 밖에도 실전에서 만날 수 있는 이런 협상상황은 어떨까?  

협상 테이블에 나온 상대편 두 사람 중 한 명은 당신에게 적대적이고, 한 명은 당신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당신은 둘 중 누구를 중점적으로 설득해야 할까?

경쟁업체를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업체의 베팅보다 어느 정도 상향 베팅하는 것이 좋을까?

  십인십색의 사람들이 만나 문제를 풀어나가는 협상을 주제로 한 질문들이라 답이 수학문제와 같이 한 개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선 질문을 잘 읽어야 하고, 애매모호한 보기 역시 잘 읽어보아야 한다. 질문에 답을 풀어 봤을 때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정답을 만나기도 한다. 저자가 한 두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을 했어도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맞춘 답은 거의 절반 밖에 미치지 않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협상에 관한 많은 책을 읽고, 실생활이나 업무에서 꽤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답 수가 너무 적어 적잖이 실망이 컸다. 하지만 ‘교섭력(협상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책에 등장하는 질문들은 일상에서 많이 만나게 되는 ‘난처한 실제 상황’들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론적으로 협상에 대해서 배워야 할 것이 아직도 많다는 것, 또한 실전에서 교섭력(협상력)은 이렇게 활용되는구나 하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협상은 상대적이라 정답도 상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교과서적인 대답을 했다 하더라도 상대가 나의 의도를 안다면 더 이상 ‘테크닉‘이 될 수 없고, 또한 상대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협상에 대해서는 100여 권의 책을 쓴 저자가 말하는 정답 역시 온전한 정답은 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와는 다른 답이 나올 경우 저자의 정답에 대한 해설이 과연 합당한지 우선 나름대로 비판을 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책에는 동시폭로법, 퇴장법, 샷건법, 루어법, 과일 바구니법, 스탈린 법, 3초 침묵,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방법 등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협상 전략과 룰이 소개되고 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설명하자면, 동시폭로법은 서로 의견이 상충할 경우 서로가 원하는 해답을 동시에 대답을 하게 하는 것이고, 샷건법은 내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돌아가라고 협박하는 국제외교에서 ‘북한’이 잘 쓰는 방법이다. 이것저것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서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방법은 과일바구니 법이고, 어떻게든 No를 연발하는 협상방법은 스탈린 법이다. 

  앞서 말한 바 대로 이 책은 질문과 정답으로 꾸며진 협상기술 문제집이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독자를 위해서도 옳지 못하다. 다만 조언할 수 있는 것은 업무가 협상에 관련된 일을 하거나, 협상에 대해 많은 이론을 살펴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협상이라는 흐름에 맥을 짚어주는 반가운 책일 것이라는 점이다. 문제를 풀고 정답과 해설을 비교해 보면서 협상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핵심’들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될 것이다. 

  수사학修辭學이 상대를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학문의 분야라면 협상協商은 서로가 이기는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한 ‘공생을 위한 테크닉’이다. 다시 말해 협상에서 승리는 테이블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비즈니스가 가능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협상이란 것이 상대적이고, 상황에 따라 답이 다른지라 문답식으로 구성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집 형식의 협상책을 만난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160여 페이지의 얇고 작은 책이지만 어설픈 협상책보다 무게감이 더하다. 나의 협상력은 얼마나 될지 직접 풀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협상 공부의 마지막은 이 책을 만나기를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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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하게 하라 : 세일즈 세계 제1의 법칙
문상진.서범석 지음 / 해빗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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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의 왕, 라이프플래너의 모든 것!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 내가 소개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설명해서 그것을 판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더군다나 점포도 없이 홀로 ‘대화’로 물건을 팔아내는 세일즈맨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의 무엇을 보고 팔고자 하는 것을 믿고 지갑에서 돈을 꺼낼 수 있다는 말인가? 그 중 제일은 아마도 ‘라이프플래너’라고 불리는 이른바 보험영업사원이 아닐까? 알 수 없는 미래를 담보하는 상품을 파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의 알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해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소중한 돈을 내맡기는 행위. 이 말도 안 될 것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라이프플래너’다. 그래서 난 세일즈맨 중에서 ‘라이프플래너’가 제일 대단한 세일즈맨이라고 생각한다. 

  라이프플래너의 업계에는 MDRT라는 단체가 있다. ‘Million Dollar Round Table‘의 약자인데 1927년 미국에서 그해 보험금 기준으로 100만 달러 이상을 계약한 사람들이 만든 조직으로,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본부를 두고 있는 우수 생명보험 에이전트들의 국제적 모임이다. 가히 생명보험에이전트의 명예의 전당이라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MDRT 회원이 되는 것을 생명보험 에이전트들에게 최고의 영예로 여긴다. MDRT 회원은 전 세계 보험업계 종사자 중 상위 2%를 지칭하기도 하고, 소득으로 환산하면 통상 1억 원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세계적인 톱클래스 라이프플래너‘의 모임이라고 보면 된다. 이 단체는 현재 60개국 이상의 국가, 450개 정도의 회사에 걸쳐 약 21,000명 정도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단지 소수만이 MDRT 회원 자격을 갖고 있어서 만약 보험 혹은 재정 관리에 대하여 자문서비스를 하고 있는 사람이 MDRT 회원이라고 한다면 세계최고의 전문가로부터 서비스를 받고 있는 셈이니 안심해도 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MDRT의 자격 조건에는 영업실적 뿐 아니라 상품가입자에 대한 봉사정신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신이 관리하는 계약 중에 가입자와 분쟁이 한 건이라도 있으면 회원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회원의 자격은 조건에 충족한 딱 1년만 인정되어, 다음 해에는 다시 모든 ‘라이프플래너’에게 기회가 열리게 된다. 살펴보건대 MDRT가 명예의 전당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지 계약이 많고, 소득이 높아서 뿐 아니라 항상 고객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행동하는 라이프플래너의 자세를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일 것이다. 

  책 『반하게 하라』MDTR 회원이자 베테랑 라이프플래너 두 사람이 공저한 책이다. MDRT라는 개념을 설명해 준 지인이 추천해서 읽은 책인데, 대한민국에서 라이프플래너로서 살아가기를 잘 이야기한 책이다. 아마도 장래의 꿈으로 ’보험영업사원‘을 선택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1980년대부터 붐을 일으켰던 ’보험아줌마‘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세일즈’라는 직업을 경시하는 우리나라에서 ’보험 세일즈맨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펴든 이유는 우선 MDRT의 회원인 저자들이 말하는 보험 세일즈의 세계가 궁금했기 때문이고, 나아가 소비자에게 마음’을 팔아야야 하는 세일즈맨으로서 뭔가 건질 것이 없을까 해서였다. 저자들은 길들여진 습관을 바꾸는 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세일즈를 시작하는 것은 인생을 새로 사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프로 세일즈맨’이 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일즈를 시작했다가 ‘비전’이 없다며 쉬이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이르는 말처럼 들렸다. 



 

   처음부터 ‘세일즈맨은 광대여야 한다’는 저자들의 말에 놀랐다. 세일즈맨은 사람 중개인, 때로는 모르는 게 없는 사람, 뭐든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힘들고, 지치고, 슬픔을 가득 안고 있어도 무대 위에서 웃고 춤추는 피에로처럼 고객 앞에서 늘 평온한 듯 보여야 하는 게 세일즈맨 인생이라는 것이다. 읽는 내가 왠지 서글퍼졌다. 똑같은 대사를 외우고, 춤을 추고 연기하는 피에로처럼 세일즈맨은, 아니 프로 세일즈맨은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한단다. 자존심은 집에 두고 와야 함은 물론이다. 저자들은 차라리 탈을 쓰고 상담을 하고 싶은 때도 있다고 말했다. 왜 그래야 할까? 

  돈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 대답은 세일즈를 시작했다가 일찌감치 포기한 사람들의 몫이다. 고객을 위해서 한다고 해야 프로의 대답이리라. 가식이고 위선이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면 감히 ‘고객’을 만날 수도 결과를 얻을 수도 없는 것이 세일즈 세상이다. 세일즈맨이 이미 내가 사용하고 있고, 내 가족에게 권하고 싶은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면 고객을 만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내가 팔고자 하는 상품에 미치지 않고서는 ‘당당하게’ 눈을 맞추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쓰고 싶지 않은 제품을 팔려고 한다면 그 순간부터 ‘사기’이고 ‘범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옷의 색상은 호감이 가는지, 헤어 스타일은 마음에 드는지, 얼굴은 깨끗해 보이는지, 액세서리는 잘 갖추어져 있는지 등등 마치 프로포즈를 하듯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프로 세일즈맨이고, 만날 땐 미래 배우자가 될 사람의 부모에게 처음 인사드리러 가는 기분으로 고객을 맞이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신선하다. 문제는 거절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절을 당했을 때, 이 거절을 어떻게 뚫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사람처럼 고객의 거절을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대답에는 ‘플레이보이’를 연상케 했다. 호감 가는 이성에게 눈길이 가듯 호감 가는 세일즈맨에게 눈과 귀를 맞출 것 아닌가? 그들은 플레이보이기도 해야 하는 셈이다. 

  세일즈맨에게 있어 이름을 기억함은 필수이자 때로는 대단한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데 대단한 효과를 준다. 이름은 종업원에서 최고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그 삶을 움직이는 손잡이 역할을 한다. 저자들은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세일즈의 시작이자 마지막까지 유지되어야 할 첫 번째 과제라며 멋진 해결책을 나폴레옹 3세의 습관에서 빌렸다.  

“나폴레옹 3세는 바쁜 국사 중에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했다. 그의 기억술은 대단했다.  

첫째, 상대방의 이름을 분명히 알아듣지 못했으면 다시 물었다.

“미안하지만, 이름을 한 번 더 말해주겠소?”

어려운 외국인의 이름이면, “철자가 어떻게 되오?”라고 물어보았다. 

둘째, 대화 중에 여러 번에 걸쳐서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또한 상대방의 이름을 그 사람의 외모나 직업 등에 연관시켜서 기억했다.

셋째, 상대방이 중요한 사람인 경우, 나폴레옹은 좀 더 노력했다.

방문자가 떠나자마자 종이에 이름을 써서 들여다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나서 종이를 찢어버렸다.

이렇게 시각과 청각을 동원하여 기억을 했다. (71-72 쪽)

  세일즈란 거절을 먹고 사는 직업이다. 방문 목적을 이야기만 꺼내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사람들, 채 몇 마디 꺼내지 않아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는 예비고객을 만나야 한다. 예전에 “이야기라도 들어봐 주시겠습니까?”라고 청하는 영업사원의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거절이 당연히 되도록 내성을 키워야 하는 그들에게 저자들은 어느 야구감독의 ‘천 번 스윙연습’에 따르는 어느 선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쉼 없이 방방이를 휘두르다 보면 화도 나고 짜증도 납니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조금씩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자꾸 생각을 하다 보니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느낍니다. 죽어라 하고 방망이를 휘두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거죠. '어제 첫 타석 카운트 1-1에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쳤어야 했는데, 그럼 좋은 타구를 만들고 게임 상황이 이렇게 변했을 텐데'... 하는 답에도 이르게 됩니다. 한 타석 한 타석이 소중한 만큼 절대 후회를 남겨선 안 된다는 독기를 품게 되죠. 이것은 그냥 무의미하게 훈련만 하면 얻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런 마음들이 다음 경기에서 분명 좋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172 - 173 쪽) 

  거절은 실패가 아니라 이루지 못한 성공이다. 거절을 거듭할수록 성공에 한발 다가서는 것이다. 마침내 고객이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그 순간의 성공을 이룩했을 때, 지금까지의 거절은 의미 있는 걸음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대목에서 나는 자영업자들을 떠올렸다. 거절만 당하던 세일즈맨이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수천, 수만의 가게 중에서 내 가게를 찾아준 손님과 같다. 내 상품을 세일즈 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쁜 것처럼, 내 가게를 찾아준 손님은 백년손님만큼 기쁜 것이다. 세일즈맨이 온전히 세일즈를 해서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 세일즈맨의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는 단순히 ‘제 물건을 팔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가 아니라 ‘당신을 도울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줄인 말이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 가게에서 온전히 서비스를 받고 돈을 내고 가는 손님의 등에 대고 말하는 ‘감사합니다’ 역시 ‘당신을 모실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어야 한다. 거절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세일즈맨이 준비가 덜 되었다는 뜻이다. 거절과 인사의 의미를 알 때 프로가 될 준비는 마친 셈이다.

책의 내용 중에서 ‘프로 세일즈맨’이라면 가져야 할 자세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내가 파는 상품을 완전히 이해하라’였다.

“(중략) 마찬가지로 아르마니 양복을 파는 백화점의 세일즈맨이라면 아르마니가 언제 태어났으며, 어떤 과정을 가져 디자이너가 되었고, 이브 생 로랑이나 구치 제품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세일즈맨으로서 자격이 있지 않을까. (중략) 동시에 상품에 대한 지식이 있는 세일즈맨은 그 상품을 자신이 먼저 구입할 정도로 애정을 갖게 된다. 그 상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면 남에게도 그 상품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어, 종국에는 상품 판매량이 증가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178 쪽)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세일즈맨은 내가 팔고자 하는 상품에 ‘미쳐야’ 한다. 내가 사용하고, 그 가치를 만끽하고 있다면 당당하고 확신에 차서 설명할 수 있다. 이럴 때 고객은 세일즈 맨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거의 그렇지 못하다.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식당에서 요리를 거의 먹어보지 못했고, 화장품 판매점 점원 역시 다른 회사의 제품을 쓴다. 과장해서 술집 사모님께서 장사하면서 반주를 하는 남편인 사장님에게 “미쳤다고 술을 먹냐?”고 소리를 낸다면 과연 손님의 마음은 어떨까? 

  명심해야 할 것은 우선 회사의 임직원이 기꺼이 쓸 만큼 ‘정말 고객에게 가치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둘째는 직원들 역시 ‘과연 우리 제품이 손님에게 내놓아도 손색이 없겠다’ 느껴야 한다. 그래야 손님에게 세일즈 할 수 있고, 손님 역시 좋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진정 탁월한 세일즈맨은 평범한 상품을 팔면서 가장 좋은 상품을 파는 평범한 세일즈맨보다 더 많은 물건을 팔 수 있는 세일즈맨’이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일 것은 ‘세일즈맨이 상품에 미쳐서’일 것이다. 

  저자들은 현장에서 때로는 직업이 기자인 잠재 고객을 만나기 위해 새벽 2시에 국회의사당을 찾아가는가 하면, 잠재 고객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네기 위해 퀵 서비스를 이용해 사무실로부터 명함을 공수받기도 했다. 고객을 만나기 위해 제주도에서 또 떨어진 외진 섬까지 갔다가 풍랑을 만나 이틀간 발이 묶이기도 하고, 추운 겨울 아파트 복도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세일즈맨으로 겪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쉽지 않은 ‘라이프플래너의 길’, ‘세일즈맨의 길’을 고스란히 말해주는 듯 했다. 

  하지만 자신이 일한 만큼의 대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일,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 누구에겐가 자신의 삶이 예속되지 않고 능동적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세일즈’이기에 그들은 이 일을 선택함에 후회가 없다고 저자들은 세일즈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돈을 벌 수 있는 자유, 공부할 수 있는 자유, 생각할 수 있는 자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자유, 무엇이든 사업을 할 때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는 직업은 그리 많지 않으며 세일즈맨은 이를 모두 이룰 수 있는 기본 바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직업 자체에 의미를 가졌으면 좋겠다.” (261 쪽)

  ‘라이프플래너’라는 직업의 세계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직업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미래의 사회를 주도하고, 세계를 주도하는 경제적인 세력은 지식으로 무장된 지식 세일즈, 지식 컨설팅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마도 라이프플래너, 이들이야말로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주도세력이 아닐까? 프로 세일즈맨의 길을 알고 싶다면 일독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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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부자들이 투자에서 이기는 이유는 '금리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재테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다 아는 책을 소개할까 한다. 바로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다. 이 책은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각종 언론과 매체에 글과 인터뷰를 게재하며 개미투자자들에게 건강한 투자를 위한 안내자로 자청하고 있는 '박경철'의 투자 관련 첫 번째 책이다. 우선 이 책은 경제학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이 ‘좌충우돌’하면서 경험한 경제행위(투자)를 통해 주식투자를 하든 부동산 투자를 하든 투자에 앞서 먼저 알아야 하고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그는 자신의 책에 대해 ‘투자를 위한 사이비 경제학’이라고 명명했다). 그래서 일까? 읽기가 쉽지 않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한 책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개념들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그래서 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구나. 그리고 아는 것도 많은가 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숨은 뜻이 있었다. 

 



 

   저자는 시중에 나온 돈을 벌게 해주는 원리가 부자가 되는 방법론을 제시한 책은 너무 읽기 쉽게 풀어놓아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봉쇄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래서 자신은 ‘조금은 어렵게 읽히고 여러 번 생각할 여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확실히 읽는 진도는 더딘 책이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개념과 일반적인 경제 용어들에 대한 ‘태클’은 읽는 중간 마다 멈춰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생각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러면서도 딱히 ‘자신만의 투자법’을 알려주지도 않고, 부자들의 구체적인 성공담도 밝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특별한 비법도 없으면서 어렵기만 한 책이라는 소린데, 책은 2006년 출간된 이래 350,000부 이상(출판사 집계)이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라니 이상할 노릇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여느 재테크 책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투자론’적 성격이 짙다. 저자는 부자들이 투자에 앞서 고민하고자 하는 투자요소들을 ‘부자들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독자들에게 ‘투자하려거든 그들과 같은 안목을 갖추라’고 강조하고 있다. 가장 인상깊은 대목은 그가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며 일반적인 투자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일침을 가한 부분이었다. 

  첫째는 조금만 노력하면 재테크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재테크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수단 중에서 가장 어렵고 가장 까다롭고 예민한 제도라는 점을 기억하라. 재테크란 좀 과장하여 생각하면 인간이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벌어들인 자산을 두고 서로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마지막 전쟁터다. 고작 책 몇 권을 읽고 강의를 듣고, 신문을 읽는다고 해서 재테크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당신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과 좌절, 그리고 실패를 수업료로 지불할 것이다.

 

  둘째, 누구나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진입장벽이 없는 시장이다.

도박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잃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재테크 역시 그렇다. 당신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잃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본분을 도외시하고 재테크에만 매달리는 것은 시시포스처럼 높은 산에 바윗돌을 밀어 올렸다가 굴러 떨어지면 다시 밀어 올리는 일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다. 세상의 어떤 투자수단도 전체의 일부는 비용으로 지불된다. 물론 그 비용은 당신이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셋째는 자신도 대박을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대박을 내는 사람은 분명 있다. 하지만 거의 모두 운이었을 뿐 정상적인 사고 구조를 가진 사람이 이성적 판단으로 떼돈을 번 경우는 없다. 만약 그만큼의 안목이 있어 행운이 지속된다면 복리 효과에 의해 이 나라의 땅을 모두 사들이는 데는 50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주식에서 대박난 사람들이 주식으로 성공하는 법을 가르치며 돈을 벌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성공이 행운의 결과임을 잘 알고 있는 현명한 사람들이다. 도박판에서 처음에 돈을 땄을 때 과감히 일어선 것이다.

 

  넷째는 투자수익률은 기하급수적이지만, 일해서 번 돈은 산술급수적이라는 것이다.

재테크란 노동의 가치와 달라서 중간에서 새어나가는 비용들이 자산가치 증가분을 잠식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는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다. 기억하라. 투자는 자산을 고정시켜두고 그것에서 발생하는 이율로 투자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자산을 확보한 다음 나머지로 더 큰 부자의 꿈을 꾸어보는 것이지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올인하는 것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책 내용을 살펴보자.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부자란 누구일까? 그가 말하는 부자란 바로 부를 늘리는 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부자란 기본적으로 자신의 부를 지키고 이전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 더 이상 부를 늘려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럼 나와 부자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내가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 월 350만원을 번다면, 부자는 한 달 동안 뒷짐 지고 놀고먹어도 350만원을 번다. 다시 말해 일하느냐 노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굉장한 차이겠지만) 똑같이 한 달 동안 350만원의 수입(그만큼 벌 수 있다면)을 얻는 면에서는 똑같다는 말이다. 이렇게 본다면 월수입 1,000만 원을 올리는 의사, 변호사 자격증은 약 30억 원 수준의 가치를, 월수입 3,000만 원인 변리사의 자격증은 약 60억 원의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도 있다. 나의 자산가치를 얼마나 높일 것인가? 이 점이 부자가 아닌 사람이 재테크를 할 때 제일 우선순위로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높이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단순하고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그러므로 부자가 아닌 사람은 현재의 직업이 안정적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월수입의 급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RATIO(비율)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자산을 늘리고 관리하는데 양의 개념이 아닌 비율의 개념으로 접근해, 현재 월 100만 원씩 세후 연 6%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 세후 연 10%, 20%의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높은 수익률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30년 후에는 월 100만 원을 투자한 사람이 월 200만 원을 저축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재테크’라는 개념의 기본적인 논거가 된다. 쉽게 말해서 10억 원을 모으는 방법에 있어서 저축만 한다면 100만 원씩 70-80년 걸리지만, 연 15%의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재테크 수단에 투자할 경우 이론상으로는 불과 30년 만에 모을 수 있게 된다. 재테크를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테크를 한다면 우선 다음 세 가지를 숙지해야 한다.

첫째, 자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재테크란 상대적 개념이 아니라 나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하는 절대적 개념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자. 그렇지 않으면 평생 돈의 노예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니까.

둘째,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켜 자산가치를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의 자산은 통장의 예금이나 부동산 같은 고정자산이 아니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와 나의 생산성이야말로 중요한 자산가치를 형성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안정적이고, 오래 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과 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은퇴후 노후자금은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비율의 개념으로 접급해야 한다. 부자가 아닌 사람이 부자가 되기 위해 재테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금융지식과 투자경험을 쌓아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앞으로 부는 어떻게 형성해야 할까? 오늘날은 4차 산업, 즉 투자금융산업이 주를 이루는 때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의 가치보다는 금융자산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돈을 굴려서 돈을 버는 상황에서는 노동력이나 생산물이 아닌 금융에 대한 이해와 금융을 다루는 능력에 따라 부가가치가 분배된다. 금리는 매 순간 인류의 자산가치의 가능성으로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잣대이며 시간을 사고파는 결과다. 우선 금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부자들일수록 1퍼센트의 금리에 민감하다. 그 이유는 이들이 복리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복리의 힘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부자란 이자율을 기준으로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사람이고, 부자가 아닌 사람은 경제적 결정에서 이자율보다 더 중요한 고려 사항이 있는 사람이다. 금리 등의 금융지식을 익혀야 한다. 돈을 굴려서 돈을 버는 상황에서는 노동력이나 생산물이 아닌 금융에 대한 이해와 금융을 다루는 능력에 따라 부가가치가 분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에게도 부자가 되는 길이 있을까? 자신의 논리가 아니라 부자의 논리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가능하다. 즉, 부자의 행동양식을 이해하되 부자처럼 행동하지 않고, 부자처럼 사고하되 부자와는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들의 행동양식은 빈자들과 어떻게 다를까?부자는 인내심이 강하며 곁눈질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광풍이 몰아쳐도, 부동산시장의 투기열풍이 불어도 그들은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적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확보했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시장에서 발을 뺀다. 그리고 불필요한 비용으로 인한 손실을 싫어한다. 설령 투자에서 큰 손해를 보는 것은 감수하지만, 불필요하게 작은 손실을 입는 것은 끔찍이 싫어한다. 즉 거래비용를 싫어한다. 부자가 장기투자를 하는 이유는 여유가 많아서가 아니라, 거래에 따르는 불필요한 비용은 피하려 들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다. 부자의 투자에 대한 행동양식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우선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 수익률 이외에는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하며, 가능한 한 거래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자신의 투자관을 수립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금융지식의 습득이 중요하다.

금리와 인플레는 재테크 또는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절대적 지식이다. 부자들은 금리에 따라 투자처를 결정한다. 금리가 부자들의 투자처를 결정하는데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살펴보려면 전설적인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주식투자 모델인 ‘코스톨라니의 달걀’를 이해하면 된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금리에 따른 부자들의 투자처 변동 모델)



 

 A를 정점으로 지수는 하락국면에 접어들게 되는데, 여기서 거래량이 감소하고 주식소유자의 수가 줄어드는 B(수정국면)이 시작된다. 이 때는 그동안 보장받았던 안전수익(금리 수익)이 쪼그라들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한다. 그래서 예금보다는 약간 불안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안전하고 금리인하를 받지 않는 확정금리(채권)에 투자하여 표면금리뿐 아니라 시세차익이라는 플러스 알파의 이익까지 올린다. C 국면에 들어 부자들의 선택은 부동산이다. 굳이 부동산투자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임대수익률이 이자율보다 현저하게 높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경기침체로 인해 가격이 떨어져 있던 부동산시장에 부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그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상승한다. 

  D를 지나 E국면이 되면 임대수익률은 금리보다 3배나 높지만 건물이 구입할 때에 비해 3 배나 올랐으므로 그동안 매수한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는다. 이렇게 해서 그동안의 임대소득 외에도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그리고 다시 주식시장으로 이동한다. 대신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초우량기업이나 배당수익률이 충분한 주식으로 제한해 투자한다. 부자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본격적인 상승이 시작된다. 주가가 오르고 보의 효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 경기는 과열되고, 이때쯤이면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은 막바지에 이르고, 주식투자 열기에 휩싸인다. 이 국면이 F 국면이다. 이 때에 부자들은 다시 주식을 팔고 안전한 예금으로 갈아탄다. 은행에 예치하면 자산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금리가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자금은 서서히 예금으로 이동하고, 개인들의 자금은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해서 부는 부를 부르고, 가난은 가난을 부르게 된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투자하려고 한다면 부자들처럼 금리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인플레란 화폐가치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재테크는 생산수단이 없는 노동자들이 화폐로 지급받은 임금을 어떻게 하면 인플레로부터 지킬 수 있는 것인가에서 출발한다. 인플레는 필요악이며, 사회의 유지를 위해 일정부분 필요한 것이다. 생산과 투자가 늘어 물가가 상승하면 인플레가 유발된다. 그 결과 금리가 상승하면 투자가 움츠러들어야 정상인데, 오늘날은 농산물이나 필수 소비재와 같은 제품들이 저임금 국가에서 싸게 들여오고, 공산품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격인상 요인을 흡수하게 되어 그 결과 자산가치가 증가함에도 인플레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자산가격이 상당히 올랐음에도 여전히 예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계속 투자에 열중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 없는 성장, 즉 골디락스Goldilocks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재산이 점점 늘어나고 사회적 양극화는 극심해져, 자산시장에는 거품이 발생하고 잔뜩 부풀려진 거품은 언젠가는 꺼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투자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최대한 기대이익만 생각하고, 기대손실은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인플레와 세금 등의 제비용의 합이 0보다 크기만 하면 되는 은행예금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인플레는 복리로 움직이고, 금리는 단리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세금에 인플레의 복리 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금리가 인플레보다 높다 하더라도 금리투자가 항상 수익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리투자가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또한 은행 예금금리 뿐만 아니라 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채권이 있다. 

  채권은 금리와 경기를 예측해서 사고파는 것이다. 금리가 오를 것 같으면 채권을 매도하고, 금리가 올라 고점에 이를 때 다시 사둔다. 한편 금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되파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채권투자는 경기 전망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채권 시장의 동향을 주의깊게 살핀 후, 나름대로 경기전망을 판단하고, 국내의 금융 메이저들(혹은 부자들)이 향후 경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돈의 흐름, 즉 금리를 꿰뚫지 못한다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투자 행위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금리와 인플레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리와 함께 저축과 주식투자, 채권, 그리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장단점을 지적하고 투자자가 유념해야 할 것들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또한 금리를 중심으로 옮겨가는 부자들의 투자 형태와 그에 따라 변화되는 경제현상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한 점은 개미들이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었다. 그는 구체적인 투자 철학도 없고 금융지식도 없이 얼마 되지도 않는 재산으로 올인하는 것은 화려한 불꽃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다며 그러한 투자행위 역시 투자자가 아닌 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투자자는 절대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인가? 방법은 있다. 우선 고용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자산가치를 얼마나 높일 것인가 염두해 두어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는 종자돈을 마련해야 한다. 종자돈이란 수익률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필수적인 준비단계다. 그러므로 내가 가진 돈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수단에 적립해야 한다. 따라서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은행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스스로의 투자 철학을 가질 때까지 금리를 포함한 각종 금융지식을 익히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혹은 ‘나처럼 하면 대박날 수 있다’는 여느 투자관련서 와는 달리 이 책은 ‘종자돈도 없고, 금융지식도 없고, 투자 철학도 없는 당신이 투자하면 백전백패’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부자들의 투자 철학과 투자 행위를 통해 그들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재테크‘란 게 결코 만만치 않음을 이야기했다. 그가 지난 해 펴낸 책 『주식 투자란 무엇인가?』역시 주제가 ’충분한 공부 없이 함부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말라‘고 경고했던 것을 비춰보면 어설프게 덤비는 재테크는 ’돈을 까먹기 위해 덤비는 머니게임‘임을 역설하는 듯 했다. 이쯤에서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주위를 살펴보자. 재테크를 한 사람 거의 대부분은 잃고 있다. 웃는 모습이 보인다면 ’잃은 것은 조금 복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재테크를 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이 책은 책장에 꽂혀 있을 것이다. 돈을 버는 것을 떠나 더 이상 잃고 싶지 않다면, 그리고 잃은 돈을 복구하고 싶다면 책장에 꽂힌 이 책을 다시 한 번 꺼내어 읽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어렵게 읽히고 여러 번 생각할 여지를 만들었다고 주지했다. 읽다보면 나의 투자 실패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을지도 모른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볼수록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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