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기주의자
웨인 W. 다이어 지음, 오현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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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기주의자는 모두 행복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행복하고 싶어 한다. 행복을 위해 일하고,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행복은 돈으로 살 수도 없고,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의 대상이란 걸 잘 알기에,  사람이 십인십색이듯 저마다 느끼는 행복은 서로 달라서 ‘행복이란 이것이다’라고 명쾌하게 답을 내지 못한다. 정작 내 속에 있는 그것을 찾지 못하고, 누리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어떤 것이 행복일까? 어려운 문제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행복의 반대말인 불행을 내 마음 속에서 모두 털어낼 수 있다면 남는 것은 행복이 아닐까? 무엇인가 불행요소가 있어서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것을 없애면 될 것 아닌가? 

  심리학자인 웨인 다이어Wayne Dyer가 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불행요소’를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후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말하는 책이다. 20여 년 전에 출간된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1,500만 권이 팔렸고, 지금도 스테디셀러로 독자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한 번 뿐인 ‘내 삶’을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을 통제하고, 나를 위해 오늘을 즐겁게 사는 길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내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삶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나름 훌륭한 삶이 될 것이다. 그러나 쉽지도 않고, 가능성도 낮다. 알게 모르게 스스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실제로 감당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불안, 미심쩍음,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열등감’ 등이 수시로 내 삶에 개입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짜피 내가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은 소중한 내 삶이 아니던가? 내 삶이 행복하려면 하루하루 즐거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을 살 수 있다면, 즐거워지고 그럼 행복한 것이 아닐까? 저자 웨인 다이어는 그렇게 삶을 사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똑똑한 사람들은 신경질을 내지 않는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기에 똑똑한 사람들은 의기소침해지기보다 행복을 선택하는 법을 알고 있다. 삶의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당신이 진정 똑똑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힘겨운 상황에 부닥쳤을 대 기분을 어떻게 다스리기로 작정했느냐에 따라 가늠할 수 있다.” (18 쪽)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생로병사’의 고통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안고 태어난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는 살아있는 동안 금전에 의해, 노화에 의해, 병에 의해, 사고와 재해에 의한 어려움을 결코 피할 수 없다. 사람들은 이렇듯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을 그저 순순히 받아들여 화를 내거나, 두려워하거나, 증오하면서 불행해 한다. 저자는 똑똑한 사람, 즉 행복을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겪는 감정은 ‘선택 의지가 들어가 있는 반응’임을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그릇된 통념은 논리를 통해 깨뜨릴 수 있다고 보았다.  



 

“나는 내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

내 감정은 내 생각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나는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

    ‘나는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은 이 책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사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진리이기도 하다. 이 진리를 설명하기 위한 예를 들어 보자. “에이, 쓸데없이 비는 왜 이리 아침부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차는 막혀서...”, “지하철에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우리는 거의 매일 아침 출근길이면 화를 내거나, 투정을 부린다. 하지만 아무리 불평을 해 봐야 변할 것은 없다. 날씨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고, 혼잡한 교통은 내가 그 시간대에 서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을 헤쳐 나가는데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상황 마다 화를 내고 불평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 있다. 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기에 그것을 인식하고 바꾸겠다고 결심만 한다면, 다른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관념을 바꾼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데 바꾸는 것이 힘들다고 굳이 화를 내고, 두려워하고, 괴로워할 건 없잖은가? 지금까지 내가 갖는 생각 역시 습관이라면 ’몸에 익숙해 질 때까지‘ 바꾸는 수고는 필요한 것이다. 이에 더해 또 하나 익혀야 할 것은 현재, 즉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법이다. 

특히 저자는 우리는 ‘현재’를 깎아내리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비하라, 뒷일을 먼저 생각하라, 쾌락주의자가 되지 말라, 내일을 생각하라, 은퇴를 준비하라 등 우리는 끝도 없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막연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고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막연한 미래가 어느덧 현재가 되면, 우리는 또 다시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고 고생시키기에 결국 우리가 꿈꾸는 행복은 붙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끝난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현재를 기피하기 위한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생각이기에 잊고, 자신이 가진 현재의 순간에 행복을 느끼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 감정은 내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고, 온전히 내게 주어진 현재에 행복하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자, 다시 한 번 체크해 보자.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행복한 사람은 ‘내 감정은 내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고, 온전히 내게 주어진 현재(오늘)에 행복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다. 그렇게 결심했는가? 그럼 다음 아래에 있는 열 가지를 지키기로 결심하자. 이 책에서는 이것을 ‘열 가지 자기사랑(법)’이라 불렀다.  

<열 가지 자기 사랑법> 

-먼저 자신을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자신에게 붙어 있는 꼬리표를 뗀다

-자책도 걱정도 없다

-미지의 세계를 즐긴다

-의무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정의의 덫을 피한다

-결코 뒤로 미루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열 가지 자기사랑(법)‘의 내용은 우리가 흔히 갖는 감정의 오류들(저자는 ’오류 지대Erroneous Zones’라 불렀는데, 이 책의 원제목이기도 하다)이 무엇이고, 이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결심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만 가지 걱정과 근심, 그리고 괴로움’이 모두 설명된 것 같다. 이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심들은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주요 핵심들을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자신을 사랑한다 -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에 우리는 칭찬을 거부하고, 다른 사람에게 공을 돌린다. 타인 중심적으로 말을 하고, 자신의 의견에 대해 ‘그렇지?’ 검증 받으려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인색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은 다음과 같다. 타인의 사랑과 호의에 대해 의심 대신 기쁘고 고맙게 받아들인다. 진심으로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 가슴 떨림을 감당한 데 대해 스스로를 격려해준다. 나 자신에게 한턱낼 줄 알고, 즐길 만한 활동이나 단체에 가입한다. 질투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사람은 타인 때문에 자신의 입장이나 신념을 바꾸고, 호감을 사기 위해 비위를 맞춘다. 반대의견에 우울해하고, 수긍하지 않는 말에도 찬성이나 동조를 한다.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에게 허락을 받고, 어떤 일마다 사과를 한다. 걸핏하면 고의로 늦거나 남의 주의를 끌기 위해 삐딱하게 행동한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 내게 반대의견을 내면 “너 화났구나. 너는 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라고 반문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조언이라도 고마워한다.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다르거든 반대 의견을 내도록 노력한다. 내 의견에 ‘반대의견’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렇지, 안 그래?“ 등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검증하는 일을 그만둔다. 내가 한 말에 대해 변명하지 않는다. 말을 되도록 아낀다. 

  자신에게 붙어 있는 꼬리표를 뗀다 - 스스로를 규정하는 ‘꼬리표’를 붙이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수학, 언어에 약해. 나는 요리, 스포츠에 서툴러. 나는 내성적이고 신경질적이고, 겁이 많아. 나는 운동신경이 없고 몸이 둔해. 나는 매력이 없고, 못생겼고, 평범해. 나는 정리를 잘 안 해서 칠칠치 못해. 나는 건망증이 있고, 무책임해. 나는 제 멋대로야. 나는 원래 그래.

나를 규정하는 꼬리표를 내던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난 예전에 000(꼬리표)라고 생각했어.”등 과거시제를 사용한다. 그런 말투를 사용하지 않겠노라고 주위에 선언한다. 미리 겁을 먹고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나 서투른 일을 찾아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자책도 걱정도 없다 - 자책하거나 걱정하는 사람은 이렇다. 자신이 한 일 또는 하지 않은 일 때문에 생긴 결과를 과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 위해 사용한다. 그리고 부모님이나 사회, 그리고 직장은 우리에게 자책감과 걱정을 하도록 키우는 경향이 있다.

자책감을 없애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이미 끝난 일은 아무리 자책감을 가져봐야 과거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한다. 만약 자책감이 든다면 현재 내가 회피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자문해 본다. 누군가 자책감을 자극해 조종하려 들면 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그리고 자책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는 어떤 일을 스스로 해 본다.

걱정을 털어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현재는 미래에 대해 집착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충실하게 살아야 할 때라는 점을 명심한다. 걱정은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자신의 걱정시간을 점점 줄여 나간다. 걱정이 있거든 서슴없이 말한다. 걱정이 생기거든 그 걱정이 생길 최악의 상황이 무엇이고,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인지 생각해 본다.  



 

    미지의 세계를 즐긴다 - 새로운 것을 꺼리는 사람은 이렇다. 언제나 똑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한결같은 논조의 신문을 읽으며 상반되는 견해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제목만 다를 뿐, ‘그 나물의 그 밥’인 영화들만 보고, 싫어도 늘 하던 일만 계속한다. 자동차나 명품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애쓰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길 주저한다.  

미지의 것에 맞붙기 위한 방법은 이렇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하는 일 모두에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접는다. 약간 모험을 위해 일상의 틀에서 탈출해 본다. ‘나는 못해’라며 회피해온 일들을 시도해 본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 대신 ’나에게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열심히 해 본다‘고 마음먹는다. 어떤 일에 고의적으로 실패해 보고 별 다를 바 없음을 깨닫는다. 

  의무에 끌려 다니지 않는다 - 의무에 끌려 다니는 사람은 이렇다. 모든 것이 정해진 자리에 있어야 하고, 특정 음식에는 특정 음료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신앙심이 깊지 않고 내심 싫어하면서도 종교 의식에 참석하고, 잠잘 시간이 되면 졸리지 않아도 잠자리에 든다. 모든 지시사항을 따르려 하고, 책을 읽을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 한다. 어디든 배우자와 함께 가려고 하고, 모든 일에 ~하는 법 같은 책을 참고한다.

의무에 끌려 다니지 않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규칙을 강요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자신은 어떤 규칙은 따르지 않기로 했노라고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떠맡긴 역할을 버린다. 다른 사람을 화제로 대화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변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불행은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행위의 결과라는 사실을 명심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 대해 비난하면 ‘비난받이’가 되지 않는다. 

  정의의 덫을 피한다 - 정의를 부르짖고 공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렇다. 톱스타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불평하고, 규칙을 위반하다 걸리면 재수 없이 걸렸다고 말한다. 누군가 호의를 베풀면 반드시 갚아야 하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받으면 즉시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무감으로 성관계를 하고, 모든 일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쟁이 생기면 옳은 사람이 이기고, 틀린 사람이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멋대로 행동하기 위해 ‘불공평’ 타령을 한다. 받은 선물과 같은 가격대의 선물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더 이상 정의만을 고집하지 않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나는 너와 달라서 못하겠다”고 단언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나의 감정을 즉시 개입시키지 않는다. 화가 나도 ‘내가 화내면 저 부당함이 사라질까’ 생각해 본다. “불공평해”라는 말을 “운이 나빴어” 혹은 “그랬으면 더 좋았을 걸”하고 말한다. 대놓고 비교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선물을 받았거든 빚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내가 받은 선물의 값어치에 휘둘리지 말고, 지출 규모를 잡는다. 

  결코 뒤로 미루지 않는다 - 뒤로 미루는 사람들은 이렇다. 더 이상 벌전이 없다고 생각되는 직장을 계속 다니고, 데면데면해진 관계에 매달린다. 술, 약물, 흡연 등 중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생색 안 나는 일은 차일피일 미룬다. 변화를 싫어하고, 피곤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걱정스럽고 성가신 일에 부딪힐 때 몸이 아프고, 호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접근하기를 두려워한다.

무엇이든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지금 당장 미뤄왔던 일을 해 본다. 그래서 ‘괜히 미뤄왔다’고 깨닫는다. 시간을 정해 미뤄오고 있는 일에만 전념해 본다. 잠자리에 들 때까지 피곤에 자신을 내주지 않는다. “아마, 좋겠어, 바랐는데”같은 말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 의존형 인간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모든 일을 배우자의 허락을 받고, 남의 개인생활을 침해한다. 다른 사람들의 말, 느낌, 생각, 행동에 상처를 입거나, 배우자의 성공과 기쁨은 곧 내 것이라고 느낀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항상 조언을 구하고, 인정을 받지 못할까봐 어른 앞에서 행동을 자제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꾸며댄다.

자립을 선언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부모, 배우자, 상사, 자녀 등 나를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을 고의적으로 피하지 않는다. 의무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꼭 찾아가야 하는가 생각한다. 의존적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결정을 내린다. 경제적 독립을 한다. 나를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 곁을 떠난다. 버릇이 어떤 일에 대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한다.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다. 배우자나 아이들, 사랑하는 사람, 친구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거나 빈정대고,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다. “~ 때문에 화가 나서 미치겠다”고 습관적으로 말하고, 악담을 자주 한다. 화를 내면서 떼를 쓰거나, 냉소를 보내거나 빈정대며 싸늘하게 대한다.

화를 이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화를 내는 것을 뒤로 미루려고 노력한다. 화를 내려고 할 때 신호로 알려달라고 허물없이 지내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다. 화를 냈을 때의 일을 기록해 본다. 화를 내버렸다면 시인하고 화를 내지 않겠다고 말한다. 



 

    요약된 내용 속에는 ‘내 자신’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는 곧 내 감정을 내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었다는 이야기고, 그만큼 오늘의 행복으로부터 멀어져 있었다는 것을 뜻했다. 감정도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어느 것이 ‘내 감정’이었는지, 그리고 어느 감정이 가장 익숙한 지도 알 수 있었다. 사실 ‘행복’이란 게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었다. 그저 막연히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것’이라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이 책을 통해 행복이란 ‘마음이 괴롭지 않은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현재를 사는 내가 괴롭지 않다면 행복한 것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던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저자는 무리의 바깥에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괴로워하는 사람의 무리 바깥에서 이렇게 말했다. “왜 자신을 괴롭히면서 살지? 나처럼 이렇게 살아봐. 그럼 행복해 질꺼야.”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기주의자가 되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왜 행복한 이기주의자일까? 저자가 제시하는 바대로 살게 된다면 남의 눈에는 ‘이기주의자’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밝히고, 제 내키는 대로 산다면 남들은 그를 일러 틀림없이 ‘이기주의자’라 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개의치 말아라. 당신을 비난하는 그들은 행복할 줄 모르는 바보들이니까. 당신이 이기주의자로 보일지 모르지만 당신이 행복해 한다면 곧 그들도 당신을 닮으려고 할 것이다. 그들 역시 행복해지고 싶어 하니까.” 오늘을 행복하게 살고, 온전히 나답게 살고 싶다면 놓쳐서는 안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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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지니어스 Group Genius - 1등 조직을 만드는 11가지 협력 기술
키스 소여 지음, 이호준 옮김 / 북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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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이 넘치는 글로벌 기업의 성공비결에는 '그룹 지니어스'가 있었다!

 

  전구는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하지 않았다. 전신電信은 새뮤얼 모스가 발명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뒤집는 위의 엉뚱한 세 문장을 완벽한 문장으로 만들려면 한 단어를 끼워 넣어야 한다. 바로 ‘혼자’이다. 그렇다. 전구는 토머스 에디슨 혼자서 발명하지 않았고, 전신 역시 새뮤얼 모스가 혼자 발명하지 않았다. 혼자가 아니라고? 그림이나 사진, 혹은 지금까지 세상에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이들이 발명한 것으로 나와 있지만 사실은 그를 도왔던 수많은 사람(조수, 스텝)들의 아이디어와 협력이 있었다. 이를 설명할 적절한 예로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를 들 수 있다. 비록 라이트 형제가 역사적 위대한 인물로 인정받고 있지만 실제로 비행기록을 갖고 있을 뿐, 당시의 비행기는 많은 결함과 부족함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타고 나는 비행기는 보이지 않는 협력과 개선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럼 형제 중에서 비행기를 만든 사람은 누굴까? 윌버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우리 형제는 함께 생활하고, 함께 놀고, 함께 일했으며, 무엇보다도 함께 생각했다. 장난감도 항상 우리 두 사람의 공동 소유였다. 우리는 서로의 생각과 열정까지도 공유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이루어낸 모든 것은 대화와 제안, 그리고 토론의 결과물이었다.” (그룹 지니어스, 23 쪽)

  오늘날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팟’을 살펴보자. 아이팟을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스티브 잡스는 모호한 개념의 아이디어 즉, ‘지금 시장을 점령한 MP3를 대체할 만한 최고의 인터페이스를 갖춘 차세대 뮤직플레이어를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만은 제공했을 것이다아이팟을 만든 것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그가 고용한 애플의 직원들과 아웃소싱한 실력자들이었다. 다시 말해 ‘스티브 잡스의 아이팟’이 아니라 ‘애플 사람들의 아이팟’이라 불러야 제대로운 답이라 할 수 있다. 말장난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입씨름으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바로 ‘창의력이란 혼자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을 놀라게 하고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한 명의 세계적인 천재가 통찰력을 발휘하여 생각해 낸 것이 아니다. 혁신Innovation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 즉 다수의 협력이 낳은 통찰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혁신은 언제나 생각과 의 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번득이는 통찰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협력은 곧 창의력이다. 다시 말해 혁신은 한 명의 지니어스Genius가 아닌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소개하는 책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의 핵심이다. 



 

 저자인 워싱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키스 소여Keith Sawyer창의성에 관한 기존의 믿음, 즉 한 명에 의해 창의성이 비롯된다는 믿음은 신화에 불과할 뿐, 창의력은 협력을 통해 이뤄지고, 이전에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들에 많은 영향을 받은 일종의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보았다. 집단 천재성性 이라 해석할 수 있는 그룹 지니어스는 협력이 창조적 힘을 자극하여 혁신을 이끌어낸다고 말했. 재즈 밴드의 젬 세션은 종종 연극에 비유된다.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보여주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회를 거듭하지만 사실 매 회마다 다르다. 연극배우의 표정이 다르고, 분장이 다르고, 기분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연극’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재즈 밴드의 젬 세션도 마찬가지다. 젬 세션은 악보가 없이 즉흥적으로 멜로디와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기본적인 멜로디의 포맷만 있을 뿐 연주자들은 그날의 멜로디와 표정 등에 맞춰 호응해가며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낸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이 상황은 실제상황이고, 그들로 하여금 ‘협력’이 만들어내는 ‘창의성’의 본보기를 볼 수 있다. 뉴욕의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의 경우는 마에스트로가 없이 리허설과 연주를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좋은 예다. 



 

  저자는 창조적으로 혁신하는 팀이 가지고 있는 7가지 핵심적인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혁신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2.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3. 서로 조언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4. 아이디어의 의미를 서둘러 규정하지 않는다

5.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데 탁월하다

6.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7.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 IDEO나 구글Google, 특수섬유 고어텍스Gore-tex로 유명한 고어 앤드 어소시에이츠 등은 그룹 지니어스의 대표적인 사례 기업들이다. IDEO는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다른 직원들이 여기에 즉시 피드백을 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필요한 인원이 모여 신속한 정보공유와 피드백을 해주고,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다시 해체된다. 이들은 직원들은 하나의 팀 혹은 다수의 팀에 소속되어 프로젝트를 완성시킨다. 구글이나 3M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의 구성원들은 업무시간의 10%를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투자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기업은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아이디어를 내고 서로 피드백을 하며 프로젝트를 실현시키는 환경을 제공해줌으로써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자연스럽게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게 한다. 이들에게도 팀장이 있고, 부서장이 있다. 하지만 팀장은 아이디어를 제공한 신입사원이 맡을 때도 있다. 그들에게 직위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프로젝트를 위한 선험적 경험을 가진 선배들이 ‘코칭’을 함으로써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21세기의 직원관리 시스템의 화두가 ‘코칭’이라면 직원 모두를 ‘창의적 인재’로 거듭나게 하는 시스템은 ‘그룹 지니어스’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사례를 동원해 기업에서 일어난 혁신의 케이스들이 천재적 인재 한 명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다수의 협력망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줘 ‘유토피아적 발상’이 아님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의 혁신 경제에서는 임시로 꾸려진 소규모 팀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이렇게 경쟁 지향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기술로 무장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미래의 조직은 ‘그룹 지니어스’를 통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100% 그룹 지니어스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업무시간의 80%는 여전히 공식적으로 계획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나머지 부분을 서로 모여 ‘그룹 지니어스’를 형성한다.  

  이렇게 팀원들이 하나 되게 하는 비결에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플로flow'즉, 몰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로(몰입)를 잠시 설명하면 플로에 진입할 수 있는 네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자신의 능력에 걸맞은 일에 도전할 때다. 너무 벅찬 일을 맡으면 좌절하게 되고, 너무 쉬운 일을 맡으면 지루해져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된다. 두 번째 조건은 목표가 명확할 때다. 세 번째 조건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피드백이 이루어질 때다. 마지막 네 번째 조건은 목표에 완전하게 집중할 때다. 



 

    몰입의 조건을 살펴보면 그룹 지니어스의 특징과 결합됨을 알 수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면(도전할 목표), 팀원들이 뭉쳐 신속한 정보제공과 피드백(의견교환)을 해주고, 적절한 시간을 그곳에 몰입할 수 있도록(집중)해주고 원래대로 돌아간다. 플로는 혼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플로를 경험하고 결국 창의력을 이끌어낸다. 그렇다면 그룹 지니어스는 그룹 플로를 가능하게 하는 셈이다. 그룹 지니어스를 통한 그룹 플로의 대표적인 수단은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다.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기본 원칙은 첫째, 비판은 금물이다. 비판적인 목소리는 창의성을 가로막은 핵심요인이기 때문이다. 둘째,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셋째, 질보다는 양이 우선이다. 넷째 결합과 개선을 통해 양을 질로 진화시킨다. 



이미지: 디자인 그룹 IDEO의 브레인스토밍 회의 모습 

 

  오늘날 기업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나아가 장수기업을 가능하게 는 유일한 방법은 ‘혁신’을 통해서다. 혁신이 있기 위해서는 기업 내에 창의적 인재를 필요로 하는데, ‘일당 백’의 창의적 인재는 신화에서나 찾을 수 있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또 하나의 권력조직이 되어 상명하달의 구조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다수의 창의적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룹 지니어스’를 이뤄야 함을 위에서 살펴보았다. 또한 그룹 지니어스는 그룹 플로를 가능하게 해 서로의 피드백을 통해 아이디어가 창의력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저자는 기업의 목표가 창의성과 혁심을 얻는 것이라면, 그룹 플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구성해야 한다고 보았다.   

- 그룹에 중요서이 떨어지는 업무를 맡기지 마라. 먼저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맡긴 후에 할 수 있는 일을 맡겨라. 복합적이고 즉흥적인 업무를 할 때 그룹을 활용하라.

- 꼭 필요한 인원으로 그룹을 구성하면 게으름을 피우거나 생산 차질이 일어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 브레인스토밍 체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법과 생산 차질이나 사회적 억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아는 진행자를 활용하라.

- 복합적이고 예기치 않은 혁신은 대개 혁신적인 그룹에서 일어나므로 그룹차원의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 그룹이 휴식시간을 자주 가질 수 있도록 조정하고 그룹 활동과 개인적인 업무 활동을 교대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

- 다양한 성향을 지닌 그룹을 통해 혁신을 이끌어내려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구성하라.

- 대인관계가 원활하고 그룹에 소속된 사람들과의 교제와 협력을 즐기는 구성원들이 더 높은 성과를 올린다. (105 - 106 쪽)

  신입사원들이 입사 전에 OJT를 하면 사원들을 몇 개의 팀으로 나누고 해결할 과제나 프리젠테이션을 하곤 한다. 미흡하나마 정해진 시간 안에 작은 ‘성과’를 내는데, 이 모습은 ‘그룹 지니어스’의 형태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조직에 속하게 되면 바닥에 있는 물이 스폰지에 흡수되듯 조직 내로 스며들고 만다. 더 이상의 창의력은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직위에 관련된 상명하달식의 조직체계 때문이다. 조직에서도 ‘브레인스토밍’을 실시하지만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가 배출될 수 없는 이유는 ‘사회자’는 주로 상사이거나, 혹은 이들이 부하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지적하고, 무시하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자유로이 의견을 교환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 멘토의 역할을 하면서 ‘멘토링’을 한다면, ‘코칭’은 이뤄질 수 없다는 말이다. 그룹 플로라는 방법론에 앞서 직장상사들은 ‘코칭’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부하직원들로부터 해답이 도출될 수 있을 때 까지 그들을 독려하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룹 지니어스는 조직을 넘어선다. 그룹 지니어스는 협력망을 넓혀 고객에까지 미치기도 한다. 구글의 탄생이 좋은 예이다. 구글은 내부에 정보를 쌓아두는 대신 수천 명의 자원자들이 만들어낸 협력망에서 그룹 지니어스가 나온다고 믿고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구글의 유명한 검색 알고리즘은 바로 웹 이용자들과 함께 그룹 지니어스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위키토피아는 어떤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해 개발 소스를 오픈한 리눅스는 어떤가? 아이팟 역시 개발 소스를 오픈해 다양한 유저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하고 인기 있는 소프트웨어를 다음 버전의 아이팟에 등록한 사례 등은 조직을 넘는 그룹 지니어스가 이뤄짐을 확인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인터넷과 이메일 때문이었다. 저자는 앞으로 이들의 기술적 발전이 이뤄지면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마다 혁신을 강조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본질을 잘못 이해해 창의적 역량을 ‘직원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직 시스템의 변화 없이 ‘창의적인 인재’를 만들어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기업을 포함해 나아가 창의력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그룹 지니어스’라는 통찰력이 활용되어야 한다. 혁신을 이루기 위한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개인 혹은 기업이 있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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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의 능력을 열두 배 키워주는 마법의 코칭 Leaders Guide 1
에노모토 히데타케 지음, 황소연 옮김 / 새로운제안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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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코칭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책! 

 

  “직장생활, 정말 드러워서 못해먹겠어요. 신참내기일 때는 선배들 비위맞추고 시중드느라 힘이 들더니, 바라고 바라던 후배가 와서는 얘가 또 ‘상전’이에요. 좀 가르쳐준답시고 조언 몇 마디 했더니 말끝 마다 말대꾸하죠, 그래도 알아들었으니 대꾸했겠다 싶어 지켜보니 예전과 다를 바 하나도 없어요. 선배들은 ‘쟤 교육 좀 제대로 시켜라’ 눈치 주죠, 후배는 ‘선배님, 그게 아니라요...’ 들이받죠, 진짜 힘들어요. 나 때에는 그러지 안았거든요?

후배가 확실히 나보다 똑똑하고 영리한 건 인정해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아님 잠도 안자고 하루 종일 인터넷만 하는지 세상의 ‘트렌드’는 모두 알고 있고요, 컴퓨터 다루는 실력은 내가 고수라면 녀석은 초고수에요. 영어나 일어는 ‘드라마’를 보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라니 아예 사는 세계가 나와는 달라요. 있잖아요, 녀석이 뭘 물으면 대답하기가 겁나요. 매 번 내가 대답하기 어려운 것만 물어보거든요. 잘못 아는 체 했다가 망신살 뻗칠까봐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넌, 맨날 이상한 것만 묻냐?‘고 윽박지르면서 대충 넘어가요. 후배 녀석, 일 시켜 먹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일을 안 시킬수도 없고... 선배님, 이럴 때 정말 어떻게 해야 해요?“

  예전에 내가 선배들에게 했던 말이고, 매년 후배들에게 듣는 말이다. 그럼 난 어김없이 이 말을 한다. “너도 그 때가 됐구나. 이젠 네가 당할 차례다, 인마.” 예전만 하더라도 ‘이럴 땐, 이래라. 저럴 땐, 저래라.’ 일종의 ‘매뉴얼’이 있었다. 그래서 ‘상사’는 나보다는 ‘해답을 더 많이 아는 사람’으로 통했다. 대리의 답보다 과장의 답이 멋지고, 차장의 답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그래서 선배들은 ‘하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전의 자신의 과거의 지식으로는 아는 체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내 코가 석 자’라고 나 역시 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후배를 가르친단 말인가? 그냥 ‘네가 잘 알아서 해라’고 믿는 척 해주고, 나중에 일이 그르치기 말기를 바랄 뿐이다. 그야말로 직장선배에게 고난의 시대가 요즘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대한 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코칭Coaching'이다. 코칭이란 코치가 코칭을 받는 사람에게 직업적 또는 개인적인 성과를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일종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말한다. 코칭의 기본철학은 간단하다. 사람은 누구나 가능성과 잠재능력을 갖고 있기에, 코칭을 통해 스스로 찾고자 했던 해답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책 『부하의 능력을 열두 배 키워주는 마법의 코칭』은 코칭훈련기관인 미국 CTI에서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CPPC(Certified Personal & Professional Coach)를 취득한 코칭 전문가 에노모토 히데타케가 쓴 책으로 직장상사로서 ‘코칭’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상대방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기술’인 코칭은 비즈니스 세계를 넘어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원제목은 部下を伸ばすコーチング 이다.



 

    요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코칭이 화두다. 코칭이라는 주제를 놓고 회의를 하고, 강연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해 보면 코칭의 탄생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면 이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기술이다. 코칭이 태어난 이유는 크게 빠른 변화속도와 까다롭고 능력 있는 후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코칭이란 기술이 태어난 이유는 ‘세상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더 이상 오랫동안 지속될 해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직장 상사는 후배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의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상사된 입장에서 “나도 모르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고 말할 수는 없잖은가? 

  두 번째 이유는 오늘날은 후배의 잠재적 능력이 오히려 선배를 앞선다는 것이다. 선배는 단지 선험적인 지식이나 인맥이 후배보다 많을 뿐 오히려 급변하는 세상을 읽어내는 능력이나 대처하는 능력은 후배가 더 낫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생산자 위주의 산업사회는 소비자 주권의 산업사회로 바뀌었다. 옛날엔 생산자가 만들기만 하면 소비자가 줄을 서서 사줬지만, 엇비슷한 제품들로 창고를 가득 채우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공급과잉의 시대에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취향’에 적합한 제품만이 팔리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조직에서 가장 최근까지 ‘소비자의 역할’만 하던 이들이 ‘후배사원들’이 아니던가? 그들은 조직에서 가장 소비자다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까다롭다(소비자가 까다로운 것처럼). 

  요약하자면 ‘코칭’이라는 대화의 기술이 태어난 이유는 선배인 내가 답을 낼 수 없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후배일 수 있다는 전제 때문이었다. 그래서 후배를 부하가 아닌 동료로서, 파트너로서 함께 머리를 싸맬 때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코칭이란 ‘후배를 구슬리는 기술’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배를 잘 구슬리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 답을 이 책에서 찾아보자. 

  저자는 거창하게도 코칭에는 3가지 철학이 있다고 말했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너와 내가 머리를 맞댄다면 너(후배)에게 답이 나올 것이다’로 요약될 수 있겠다.

 

제 1철학 - 모든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제 2철학 - 그 사람에게 필요한 해답은 모두 그 사람 내부에 있다

제 3철학 -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저자는 코칭에서 말하는 인간관계란 협동적인 인간관계, 즉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보완, 협력해 나가는 관계이고 하나의 목적이란 ‘부하의 자아실현’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선배는 후배가 스스로 답을 낼 수 있도록 파트너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말은 “보스Boss는 가라고 말하지만, 리더Leader는 가자고 말한다”는 더글라스 맥아더의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예전의 상사가 보스였다면, 요즘의 상사는 리더여야 한다. 상사와 부하가 파트너가 되어 서로 협력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코칭’이다. 저자는 좀 더 실무적인 면에서 코칭 시스템의 핵심으로 5가지의 스킬, 즉 질문, 경청, 직관, 자기관리, 확인의 스킬(기술)을 제시했다.

  첫째, 질문 스킬은 지시명령형 커뮤니케이션에서 질문형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화시켜 가는 것이다. 질문형 커뮤니케이션에는 확대질문, 미래질문, 긍정질문이 있다. 확대질문은 “자네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자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이 상대방이 지닌 능력이나 가능성을 확대한다는 의미이다. 미래질문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고 싶은가?”, “그것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와 같이 부하로 하여금 자신의 의식이 과거가 아닌 미래로 향하게 하는 질문이다. 긍정질문이란 “어떻게 하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겠나?”, “뭐가 확실한 것이 될 수 있겠나?”처럼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질문 속에 없는 질문이다. 이러한 긍정질문은 왠지 폭이 넓은 혹은 밝은 어감이 느껴진다. 

  두 번째, 경청 스킬이란 ‘부하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는 기술’을 말한다. 즉, ‘어떻게 하면 부하가 본래 지니고 있는 능력이나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해서 자아실현을 하게 할 수 있을까? 염두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상사가 내 관점에서 듣는 것이 아니라 ’부하를 위해, 부하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듣는‘ 것이다. 경청스킬을 익히면 부하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경청할 수 있는 멋진 상사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직관 스킬이란 상사가 부하를 코칭 할 때, 상사 자신의 직관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특히 부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때는 이 직관력을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쉽게 말하면 ‘부하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들어주는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부하가 물으면 ‘대답’하려 하지 말고 “자네는 거기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은가?”라는 식으로 되물어 스스로가 답을 내려고 애쓰도록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상사와 부하는 대등한 파트너이며 두 사람의 협동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부하에게 필요한 해답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네 번째, 자기관리 스킬이란 상사가 부하를 코칭할 때 어떤 태도로 대할 것인가에 대한 기술이다. 여기서 자기관리란 상사의 머리, 마음, 몸을 관리하는 것이다. 우선 머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부하와 대화하는 동안 자신의 머릿속에 스치는 조언과 부연 같은 생각을 초조해 하지 말고 ‘자각한 다음 포기하는 것’이다. 마음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부하와 대화하기 전에 상사가 벌인 일이나 생각을 일단 정리한 후에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몸을 관리한다는 말은 경청의 자세, 즉 자신의 몸과 얼굴의 높이를 부하와 같은 눈높이에 맞추고, 상체를 부하 쪽으로 약간 기울여 ‘적극적으로 들으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봄으로 부하가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확인 스킬이란 상사가 부하를 코칭할 때 부하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기술로 부하의 미래, 현재, 그리고 과거를 확실하게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부하가 날마다 잡무에 쫓겨 목표가 부하의 머릿속에서 점점 퇴색되거나, 자신감을 잃을 경우 ‘힘내라’는 격려의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 달성은 자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혹은 “그 목표를 달성하면 자네는 어떤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하고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코칭이란 기업 경영 혹은 매니지먼트에서 부하에게 무리하게 성과를 강요하거나, 지시명령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화와 격려 등을 통해 부하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성과를 올리고자 노력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코칭이 적극 활용된다면 선후배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고, 일방적인 상명하달이 아닌 쌍방향적인 질문형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화되어 직장내 분위기가 좋아지고, 상사에 대한 존경심과 나아가 애사심이 고취될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코칭 시스템에 의한 성과는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 IDEO나 고어텍스Gore-Tex로 잘 알려진 미국의 고어 & 어소시에이트 사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기업은 개인의 특별한 재능이나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그룹 씽킹에 의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책 ‘그룹 지니어스‘를 읽어보면 잘 나타나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코칭‘에 의한 파트너십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고, 회사 분위기가 좋아진다면 ’좋은 성과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닐까? ’코칭‘은 가장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인지상정人之常情‘의 대화법인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코칭은 부하는 ‘아이’가 아니라 오히려 직장이나 업무시스템에 미숙한 유능한 인재라는 점, 그리고 가장 소비자를 닮은 직원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선배는 후배들을 가르치고,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가 되어 후배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묻고 대화함으로써 선배나 후배가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결과를 내도록 하는 대화의 기술이다. 결국 코칭은 ‘배우는 기술’이 아니라 ‘인식하고 느끼는 기술’이다. 후배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셈이다. 코칭에서 요구하는 리더십이란 이끄는 리더를 넘어 동참하고 격려하는 리더이다. 

  이 책은 비즈니스의 화두인 코칭을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쉬운 대화법’으로 잘 설명했다. 많은 사례와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가상의 대화를 제시하는가 하면,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예로 들며 코칭을 동양의학처럼 전체를 (+)로 만드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해 냈다. 경영학이라는 학문적 연구를 위한 코칭보다는 ‘현실적이고 즉시 실행 가능한 코칭’을 알고 싶은 직장인 독자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경영자에게는 『트라이앵글법칙』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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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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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보이 김 열규 선생의 푸르른 노년예찬!

  “할머닌 언제 죽어?“ 초등학교 2 학년이었던 내가 무슨 생각 끝에서인지 이런 망발을 했더랬다. 그날 내내 할머니는 당신 방에서 나오지 않으셨고, 사연을 들은 갓 서른 넘은 아버지한테 야무지게 맞았다. 지금까지 그 질문을 기억한 것 아버지의 매 탓이리라. 맞벌이 부모 밑에 태어난 나는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의 젖무덤에 코를 박아야 잠이 들었고, 할머니가 숟가락에 반찬을 올려줘야 밥을 입에 넣었다. 어디라도 움직이면 꼬리가 되어 항상 졸졸 쫓아다니는 통에 할머니 고쟁이 왼쪽 쪽 끝은 늘 튿어져 있었고, 툭하면 비녀를 뽑아 장난을 쳐서 할머니 머리는 항상 엉망이었다. 

  혼자서 정육점에 가서 ‘돼지비계 백 원 어치요’하며 김치찌개에 넣을 고기를 주문할 정도가 되었을 때, 난 할머니의 보살핌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한동안은 토요일마다 학교가 파하자마자 할머니 품이 있는 집으로 뛰어가더니, 이 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나중엔 방학 때 일주일 정도 할머니를 찾았다. 나이를 먹어가며 조그마한 ‘내 세계’가 생긴 때문이었다. 내가 점점 클수록 그만큼 할머니와는 물리적 거리가 멀어져갔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할머니가 계신 큰 집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할머니가 가서 이젠 안계신다는 말씀을 전화로 들었다. 이젠 정말 없을 할머니를 뵈러 내려가던 날 밤 눈이 많이 내렸다. 아주 많이. 손에는 최인호의 ‘천국의 계단’이 쥐어져 있었고, 귀에는 유재하와 박학기의 노래가 카세트로부터 흘러나왔다.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해, 귓등 너머 흰머리가 하나 삐죽 나왔다. 누가 볼까 두려워 얼른 하날 뽑아냈더니 그 다음 주에는 둘이 보였고, 점차 개체수를 늘려나갔다. 외탁을 한 터라 새치가 많다는 소리를 익히 들었던 터라, 군인이셨던 작은 외할아버지 별명이 ‘백대가리 장군’이었단 소리도 들었지만 어느 새 더 이상 뽑다가는 ‘골이 훤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염색을 했다. 그 일을 하면서부터 난 ‘늙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듦, 늙음을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살아온 과거를 돌아보기 때문이다. 뭘 하고 살았나 싶고, 뭘 이뤘나 싶다. 잘 살았나 싶고, 행복했었나 싶다. 추억이란 필름은 세피아 색이다.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봐도 컬러는 보이질 않는다. 고개를 바로 하니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다. ‘괜한 생각했다’ 싶어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러던 차에 오늘 읽은 김 열규 선생의 [노년의 즐거움] 덕에 나이듦도, 늙음도 괜찮겠다 싶어졌다. 아니 오히려 기대된다 싶어졌다.



 

  지난 해 였던가? 김 열규 선생의 책[독서]는 내게 큰 파란을 일으켰다. 그의 남다른 책 사랑, 독서 사랑에 놀랐고, 우러러 볼 대상이 한 명 늚에 반가웠다. 이 책을 듦에 내 나이에 무슨 ‘노년타령’이냐 싶어 읽기를 관둘까도 생각했지만, 굳이 읽은 이유는 온전히 김 열규 선생의 생각을 엿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역시 기대 이상 이었다. 글을 읽어보라. 이 글이 어찌 78세 노인의 글이더냐. 보이는 색은 푸른 색 이요, 맛은 떫은 풋내가 난다. 노숙, 노련, 노장의 삼로三老는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덕목이고, 初老의 50, 耳順의 60에게 기운을 북돋는다. 푸른 노년 공화국! 인생은 백세! 라 하시더라. 읽고 나서 느낀 바는 ‘배워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삶을 배움으로 채웠던 터라 노년에 보이는 세상은 멋들어져 있었다. 탑골공원, 종묘공원에서 삼삼오오 앉은 젊거나 또래인 그들과는 천지 딴판이다. 배움이 있으니 느낌이 있고, 깨달음이 있으니 노년이 즐겁다. 도나텔로의 흉측한 막달라 마리아에서 노성老聖과 성로聖老를 발견하고, 아이들도 내뱉는 웰빙well-being이란 트렌드는 ‘인품을 가꾸고 교양을 닦고 정신적으로도 완숙하기를 기도하면서 건전하게 삶을 가꾸어가는 것’이라며 이 말은 노년의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읽자니 자꾸만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Walden’이 생각났다. 나는 소로우의 문명의 주류를 떠나 홀로 먹고, 자고, 입을 것을 해결해 가며 살았던 은둔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세상에서 벗어나 혼자되니 자신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가 보다 싶은 생각이다. 하늘의 푸름과 신록의 녹음을 감사할 줄 알더라. 빗소리의 운율도 느끼고, 자연의 숨 쉼을 만끽하더란 거다. 알고 보니 미국 유학시절, 월든 호숫가를 거닐며, 소로처럼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했다 하더라. 내가 이 삶을 쫓는다면 소로우를 쫓는 게냐, 김 열규 선생을 쫓는 게냐 궁금해진다. 

  본격적인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 이 땅에 이들을 이야기하는 책은 진즉 나왔어야 했다. 바다 넘어 일본엔 ‘황혼유성군’이라는 실버세대를 위한 만화가 절찬리에 읽혀지며 34편 째 시리즈로 나오고 있지 않더냐. 늙음은 추함이 아니다. 함구할 것도 아니고, 숨길 것도 아니다. 사회가 두려워해야 할 ‘어두움’도 아닌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고려장’을 하고 있는 셈이고, 청장년은 제가 들려져야 할 지게를 준비해야 한다. 남 탓할 바도 아니다. 노인 스스로 활개를 쳐야할 것이다. 김 열규 선생처럼 ‘늙으니 좋기만 하구만’ 허허 해야 할테다. 하지만, 평생 일하고, 밥 굶지 않음을 미덕으로 살은 터라 ‘즐길 줄 아는 이’ 또한 몇 있을까 싶다. 이 책을 읽어 배우고 격려 삼아 제대로 즐기시라 권하고 싶다. 

  이 책에 크게 건진 것 하나 있다면 선생의 ‘퇴직관退職觀’이다. 그는 퇴직이 아니라 전직轉職이라 고쳐 불렀다. 그리고 퇴직후에야말로 오롯이 ‘나만의 나만을 위한 나의 일’을 하게 되었다 말했다. 태어난 후 처음으로 자신의 주체성을 누리게 된 것을 크나큰 천행이요 천운이라 여기기까지 했다. 아래는 선생의 말씀을 다소 길지만 그대로 적어야겠다. 하나도 뺄 말이 없고, 고칠 말도 없어서다. 머릿속, 가슴속에 새기고 박아야 할 금언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그렇게 풍요롭고 넉넉하다는 것을 퇴직 후에야 겨우 깨달았다. 그년 노년이 베풀어준 엄청난 특전이었다. 비로소 내가 된 것 같다. ‘자수성가自手成家’란 말이 비로소 실감났다. 내 손으로 내 영역을 일구어낸 것이라 생각하니 노년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자기의 업을 성취해내는 것이라는 실감이 났다.  

일흔이 넘고서야 찾은 나만의 나라니! 그 전의 시간과 세월은 오직 이를 위한 준비이고 예비의 시기에 불과했던 것만 같다. 이전의 내 생애는 과도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만의 나만을 위한 나의 일! 이건 노녀의 내가 비로소 향유하게 된 새 삶의 징표였다. 보통일이라고 하면 작업이나 노동 같은 걸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물론 작업이니 노동도 내게 일은 일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책 읽기, 걷기, 군것질하기, 차 끓이기, 차 마시기, 멍하니 바다 보기, 눈 감고 명상하기, 고개 숙이고 상상하기 등등이 모두 나의 일이다. 뿐만 아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다가 원두를 갈아서 내 손으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맛을 보는 것도 일이다. 그러다가 그 모든 것에 진력나면 낮잠을 늘어지게 자는 것도 요긴한 일이다. 덕분에 노년에 접어든 나의 일상은 ‘만다라’고 만물전이다.“ (213 쪽)

  인생은 사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살아서 보는 것이 아니라, 느껴서 보이는 것이다. 느끼니 일상이 만다라고 만물전임을 배운다. 느끼니 세상이 다시 보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느끼자. 많이 느끼자. 그러자니 더 많이 지금의 삶 속에서 배우고, 익히자. 한 권의 책을 통해 시간을 얻었다. 아니, 노년이라는 삶도 훌륭함을 새로 배웠다. 늙음이 두렵지 않으니, 오늘이 덤 같고 내일이 보너스 같다. 선생께 오래 사시라, 삶을 만끽하시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느끼시거든 또 글로 남겨 흘려 달라 부탁하고 싶다. 주워서 붙여 읽어도 글맛은 여전할 테니까. 세대를 넘어 읽어보시라. 그럼 당신은 시간을 공짜로 얻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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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이현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판매의 귀신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 6가지 - 설득의 심리학 

  비즈니스을 일컬어 ‘설득의 총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무언가를 ‘교환’하는 것이 비즈니스라면, 그 전제에 해당하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는 경제의 과정에서 ‘설득’은 꼭 필요한 의사소통 도구이기 때문이다. 설득 했는가, 아니면 설득 당했는가의 결과에 따라 이겼다 혹은 졌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비즈니스의 핵심은 ‘설득’에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기면 다른 누군가는 져야하는 ‘제로섬 게임’ 때문에 비즈니스가 힘든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윈-윈Win Win전략’ 즉, 너와 내가 서로 이기는 답을 내는 상생相生의 비즈니스가 모범답안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비즈니스라고 하는 것이 윈-윈Win Win전략으로만 통용될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양쪽이 동등한 위치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양측 중에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쪽, 즉 ‘현금을 쥔 사람’이 두 계단 정도는 높은 자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상대방을 바라보기 때문에 가장 현명한 답안인 ‘윈-윈Win Win전략’이 이뤄지기가 힘들다. 다시 말해 현실의 비즈니스는 사람과 사람이 아니라 항상 갑甲과 을乙이 만나기 때문에 ‘윈-윈Win Win전략’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다. 

  갑甲은 확실히 을乙보다 우위를 점한다. 흥정을 해서 맞지 않으면 다른 흥정이 가능한 다른 을乙을 찾아가 거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해야 하지만 자신의 이익도 관철해야 하는 을乙은 항상 조심스럽고 때로는 괴롭다. 그래서 을乙은 손해 보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묘수’를 찾을 밖에 없다. 자신의 이익을 충분히 취하면서 갑甲과 거래할 수 있다면 을乙은 이기는 것이다. 게다가 갑甲이 을乙에게 지는 비즈니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 사실을 모르고 만족해 한다면 100전 100승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100번 거래해도 갑甲을 이기는 특별한 설득비법’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책 『설득의 심리학』은 매번 비즈니스에서 지는 갑甲을 위한 책이다. ‘100번 거래해도 갑甲을 이기는 을乙의 특별한 설득비법’을 소개하고,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은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Cialdini 라는 심리학 박사에 의해 Influence: How and why people agree to things 라는 제목으로 1985년에 만들어진 책이다. 그로부터 지난 2008년 5판을 찍어낼 만큼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국내에 소개된 이 책은 2001년에 찍은 4판을 번역한 책인데, 원 제목은 Influence: How and why people agree to things 으로 가장 최근(2001년)의 사회과학적 지식 등을 추가하여 개정되었다(2008년의 5판본은 국내에 설득의 심리학 2로 소개되고 있다). 



번역자 -이현우 교수 인터뷰 바로 가기



   다시 이야기하면 이 책은 갑甲, 즉 소비자를 위한 책이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성격 때문인데, 저자는 ‘남에게 잘 속는 어리숙한 사람’이었다(그런 경험 때문에 설득 심리학에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른다고 이 책에 고백하고 있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의문들은 이렇다.

“다른 사람의 승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연 어떤 기술들이 가장 효과적일까? 왜 어떤 요구사항은 거절을 당하고, 똑같은 요구사항인데도 다른 식으로 부탁했을 때는 성공하는 것일까?”

  그는 사회심리학자로서 연구소 안의 대학생들과 함께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실험을 했고, 그것도 모자라 설득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때로는 그들의 천적(사기 전담반 형사, 소비자 단체등)들과도 인터뷰했다. 게다가 그는 설득자들의 세계로 뛰어들어 ‘참여적 관찰’을 하였다. 즉 저자가 본래의 정체와 의도를 숨긴 채 단체에 잠입하여 일종의 ‘스파이’가 되어 내부에서 설득자들을 무려 3년 동안 지켜본 것이다. 그리고 설득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전략들을 파악해 크게 6개의 범주로 나누었다. 이 범주들은 인간의 행동을 조절할(‘조종’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수 있는 심리학적 법칙을 근거로 하고 있다. 

  저자는 동물생태학자들이 말하는 특정적인 유발기제the trigger feature에 주목했다. 즉 ‘칩칩’이라는 새끼 칠면조의 소리에만 맹목적으로 반응하는(심지어 천적인 박제 족제비의 가슴에 새끼 칠면조의 ‘칩칩’ 소리를 녹음해 내장해서 들려주면 우호적일 뿐 아니라 품에 안기까지 한다) 어미칠면조의 고정행동유형처럼 사람들의 자동화된 행동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요청’만 했을 때는 60%만 승낙하던 것이 ‘왜냐하면’이라는 이유를 제시하면 94%가 쾌히 승낙한다. 재미있는 것은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왜냐하면’이라는 말만 붙여도 93%가 승낙을 하더라는 것이다. 



 

    난 ‘왜냐하면’이 ‘특정적인 유발기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요청을 받으면, ‘적당한 이유’을 알아야 스스로에게 '승낙할 명분’을 부여하여 승낙할 수 있게 한다고 본다. 즉 사람들이 ‘왜냐하면’이라는 이유에 대해 쾌히 승낙하는 것은 맹목적인 반응이 아닌, 스스로의 합리화한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비싼 것은 품질이 좋은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나, 평소에는 비싸서 살 수 없었던 스웨터가 값비싼 고급 양복을 구입한 후 스웨터를 봤을 때는 싸게 느껴지는 것처럼 대조효과에 의해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판매자들은 소비자의 심리를 알고 그런 순서대로 권했을 뿐이었다. 선택에 재량권을 쥐고 있는 소비자, 즉 갑甲에게는 치명적인 법칙들이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6 가지 불변의 법칙을 천천히 살펴보자.  



 

 1. 상호성의 법칙 -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베푼 호의를 그대로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설득전문가들은 이를 알고 먼저 꽃을 주며 호의를 베푼 뒤에 기부금을 모금하고, 음식점 종업원을 팁을 더 받기 위해 계산서 위에 사탕이나 껌을 위에 올려 놓는다. 정치인들의 후원자에 대한 논공행상도,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제품의 샘플도, 남자들이 데이트를 하면서 값비싼 선물이나 비싼 저녁을 대접하는 이유도 상호성의 법칙을 고려한 행동이다. 상호성의 법칙은 누구든 우리에게 호의를 먼저 베풀기만 하면 얻어지는 것으로, 원치 않은 호의에도 빚진 감정은 생겨난다

 이러한 상호성의 법칙은 좀 더 발전해 약간은 우회적이지만 오히려 더욱 훨씬 가공할 만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있다. 상호성을 이용한 일보 후퇴, 이보 전진 전략이 그것이다. 누군가 내게 엄청나게 무리한 부탁을 먼저 했을 때 들어줄 수 없어 거절하게 되면, 그보다는 작은(사실은 누군가가 원래 원했던) 부탁을 하면 나는 상호성의 법칙의 함정에 빠져서 두 번째 요청을 들어 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일보 후퇴, 이보 전전 전략은 상호성의 법칙과 더불어 인식의 대조효과가 맞물려져 있다. 누군가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아 거절했는데, 그 보다는 작은 요구를 다시 받으면 처음의 요구보다는 작기 때문에 이 부탁은 최소한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왜냐하면 요구하는 측이 일부 ‘양보’(터무니없지만 이것이 요구한 측의 ‘호의’효과로 작용한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호성의 법칙에 대한 요구를 받았을 때 이에 대한 자기 방어 전략, 즉 되받아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순수한 호의와 술책을 구분해야 한다. 상대방의 호의를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냉정한 사람, 무정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순수한 호의와 상호성에 근거한 호의(술책)을 구분해야 한다. 일단 남의 호의를 일단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후에 남의 호의가 나의 더 큰 보답을 의도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술책을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판단(책에서는 재조명redefinition이라고 말했다)하게 되면, 요구에 의한 자동적 승낙이 아니라 요구에 응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누군가의 호의는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자. 하지만 그것이 호의인지 술책인지를 판단하고, 요구에 순순히 응할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대응하면 ‘상호성의 법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2. 일관성의 법칙 - 우리는 선택의 상황에서는 갈등하다가도 일단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되면서, 그 결정에 대한 일관성이라는 심리적 압력에 따라,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들을 결정한 방향으로 맞춰나가게 된다. 경마꾼이 어느 말을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결정하게 되면 그 말이 우승마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것도, 선거일에 투표할 것인가 시민들에게 물었을 때, 질문을 받았던 사람들 중에서 투표 참여자수가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도 바로 일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이 회원가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붓고, 가입을 했을 때 거액의 상품권을 제공해 ‘첫구매’를 유도하는 이유도 앞으로 계속 쇼핑을 유도하기 위해 ‘일관성의 법칙’을 활용한 마케팅 방법이다. 일관성의 법칙 중에는 작은 요구로부터 시작해서 결국 커다란 승낙을 얻어내고자 하는 ‘문전걸치기 기법’이 있다. 이 방법은 중공군(당시에는 이렇게 불렀다)들이 6.26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미군들을 세뇌시켜 결국 미군포로들이 미국을 비방하는 결과를 낳게 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된 기술이기도 하다. 또한 원시 부족의 성인의식과 기숙사의 신입생 환영의식은 무척이나 가혹한데, 그 이유는 는 참여자의 공식적인 개입과 관련된 노력이 클수록 그 사람의 일관된 태도(일관성의 법칙)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둘 다 강한 생명력(역사성)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 역시 일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일관성의 법칙에 근거한 미끼 기법의 예는 자동차(휴대폰) 판매업자에서 찾을 수 있다. 싼 가격을 불러 고객을 유인한 후 추가 옵션이나 부가 서비스 등을 덧붙였을 때 찾아온 수고와 선택하느라 고민했던 소비자는 처음과 말이 달라도 ‘구입’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그에 대한 자기 방어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본능적인 거부감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그들의 수작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순간, 처음에 자신이 의도했던 바를 되돌아 생각해 본 후, 달라진 점 즉 일관성의 무모함을 지적함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3. 사회적 증거의 법칙 - 사람들은 무엇이 옳은가를 결정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특별히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 행동의 옳고 그름은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행동을 같이 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쇼프로나 코미디 프로에서 가짜웃음을 만드는 이유, 스텐드 바의 바텐더나 동냥꾼이 유리컵이나 바구니에 자신의 돈을 미리 넣어두는 이유, ‘가장 많이 팔린’,‘무섭게 성장하는’ 등의 광고 카피들이 난무하는 이유, 불우이웃돕기 성금의 기부자 명단을 긴시간동안 공개하는 이유등은 바로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근거한 설득전문가들의 수법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의해서 더 쉽게 설득된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집단자살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도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의해 설득되었기 때문이다. 구경꾼은 결코 도와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감정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갑자기 아프거나, 위기상황을 당했을 때에는 명확하게 구경꾼들 즉 행인들에게 알려야 한다. 특히 구체적으로 지목해서 부탁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선생님, 파란 잠바를 입고 있는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 병원에 연락해서 응급차좀 불러주세요.”라고 말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증거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 전략은 부당하게 조작된 사회적 증거를 알게 되면 그로 인해 불로소득을 얻는 자들에게 ‘분노’함을 표방해야 한다. 과장광고라면 제품을 불매운동을 하거나 항의해야 한다. 대중 즉 다수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휩쓸리지 말고 재빨리 주위를 둘러봄으로써 동조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4. 호감의 법칙 - 자동차 판매왕의 비결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영업사원과 정당한 가격 때문’이라고 한다. 고객들이 좋아하는 영업사원이란 소비자가 끌리는 신체적 매력을 갖추고, 공통점이 많으며, 칭찬(아부에 가까운 의도적인 칭찬일지라도)이 많은 사람이다. 소비자들은 그런 사람에 호감을 갖는다. 우리가 익숙한 이름의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투표를 하고, 외모가 수려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으려 하는 이유는 호감의 법칙 때문이다. 

 호감의 법칙 중에는 연상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자동차 광고에 아름다운 모델이 등장한 포스터나, 음식점의 입구에 갖은 신용카드의 로고가 새겨진 ‘취급가맹점’ 포스터가 붙어 있거나, 유명 연예인이 정치 입후보자들을 지지하는 것은 호감 가는 인물이나 모양을 연상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스포츠팬으로서 자신이 지지하는 팀을 ‘우리 팀’이라며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익히 아는 유명인사를 거들먹거리며 ‘ 그 친구는 나하고 이런저런 사이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연상의 법칙’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호감의 법칙에 대한 방어 전략은 무엇일까? 최선의 방법은 호감가는 대상과 목표를 분리시켜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사려고 한다면, 영업사원과 내가 사려는 자동차를 분리시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은 앞으로 자동차를 운전할 사람은 영업사원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내가 상대에 갖고 있는 호감은 ‘매력적이다’라는 감정이지만, 상대가 나에게 표하는 호감은 ‘내 물건을 팔아줄 사람’으로 서로 엇갈리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의지했던 바대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사진출처: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홈페이지 

  
  5. 권위의 법칙 - 사람들은 권위자들의 명령에 복종하여 그들이 시키는 어떠한 명령도 충실히 수행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의사 가운, 경찰복 등 유니폼을 입은 합법적인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편이다. 또한 직함은 권위를 대변해서 일제 시대를 겪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칼 찬 순사’를 무서워하고 그들의 말을 따르는 것처럼, 박사, 판사, 교수, 사장 등등의 명함으로 무장된 권위에 눌려 그들을 두려워 한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직함들을 그것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키가 더 크게 보이도록 만드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옷차림에 따라 대우를 달리하거나, 고급 자동차에 관대한 것도 바로 권위의 법칙 때문이다. 이러한 권위의 법칙의 영향력은 그 힘 자체로서도 막강하지만, 그 힘을 우리가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우리에게 미친다.

 이러한 권위의 법칙에 대항하는 자기 방어전략은 권위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권위의 상징물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 가에 대한 인식도 함께 필요하다. 우선 ‘이 사람이 정말로 전문가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이어 ‘이 전문가의 말을 우리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의심해 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를 설득함으로써 전문가들이 어떠한 혜택을 받게 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전문가 들이 권위를 사용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안전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1994년 박찬호의 미프로야구 선수 카드Baseball Card 



   6. 희귀성의 법칙 - 야구선수 사진에서부터 골동품까지 온갖 종류를 수집하는 수집가들은 그 품목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 휘귀성의 법칙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희귀성의 법칙에 따라 우리가 부여하는 가치가 다르게 평가하므로 설득전문가들은 이 점을 이용하고 있다. 그중 희귀성 법칙을 가장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얼마 없습니다’ 전략이다. 이것은 일종의 ‘마감 전략deadline tactics’인데 시간이 얼마 없다는 이유로 기존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그 일을 사람들에게 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한편 어떤 대상에 대한 이용 가능성이 줄어들수록 그 대상에 대한 선택의 자유도 줄어들게 되어 상실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 그 특권을 되찾기 위해 행동하게 되는데 이런 심리적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론이 ‘심리적 저항 이론’중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일명 긁어 부스럼 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든 사랑의 결말은 로맨틱한 천생연분이 아니라 그들의 사랑에 대한 부모의 간섭과 그에 대한 심리적 저항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희귀성의 법칙에 대항하는 자기 방어 전략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희귀성에 대한 일차적이 반응이 이성적 사고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만일 희귀성의 영향력에 따라 어떤 대상에 대한 강렬한 감정적 반응이 느껴지면, 그것을 신호삼아 스스로의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감정이 지나가고 나면 이성적 관점을 회복할 수 있다.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되면 그 대상을 원했던 최초의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은 설득 상황에서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그리고 희귀성의 요소들을 발견하게 되면 아무런 생각 없이 자동적으로 상대방의 요청을 수락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정보가 넘치는 사회에서 사는 우리는 오히려 시간, 에너지, 그리고 자원이 충분하지 못해 오히려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해 대응하면서도 효과적인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정보화 사회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름길식 의사결정방법의 신뢰성을 볼모로 이윤을 추구하려는 설득전문가들의 행동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이콧, 위협, 대결, 검열, 일장 훈시 등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불로소득자들 즉, 설득전문가들에게 보복해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설득전문가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 스스로도 ‘어떻게 해야 설득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책을 들었는데, 어떻게 그들에게 보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독자는 소비자이면서 판매자이기도 하다. 즉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주장에 ‘옳소’하며 보복에 동참할 사람이 과연 나타날 수 있을까?

  제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 하지만 ‘인간이란 역시 불완전한 동물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 책이었다. 치알디니 교수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중에서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법칙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탄성이 곳곳에서 터졌다.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내가 결국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한 편으로는 ‘어디 사람만나서 이야기 한마디 하겠어?’하는 불안감도 생겼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저런 방법을 이런 때에 써 먹어볼까나?’ 하는 생각에 야릇한 미소도 번졌다. 어쩔 수 없는 양면성의 인간 모습 그대로였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례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 덕에 책을 빨리 읽어나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거든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설득당하고 싶지 않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결국 누군가를 만난다면 읽어야 할 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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