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hug! 아프리카
김영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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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쌀집 아저씨, 아프리카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다!

 

  대한민국에서 몸과 맘이 가장 바빴던 사내가 짐을 싸서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가 몸과 맘을 바쁘게 했던 이유는 한가로운 주말 저녁 국민의 웃음과 감동을 책임졌었기 때문이다. 김영희라는 이름보다는 ‘쌀집아저씨’로 더 잘 알려진 이 사내의 사연 깊은 아프리카 여행이야기는 <헉! 아프리카Hug Africa>에 고스란히 담겼다.

  내가 이 책을 든 단 한 가지 이유는 ‘예능에 능한 사내가 예능이 없는 아프리카로 떠났다’는 점이었다. 왜냐고 묻고 싶었다. 그 답을 알 방법은 책을 드는 수 밖에 없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양심냉장고’를 비롯 ‘칭찬합시다’, ‘21세기 위원회’,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느낌표!’ 등 국내에 많은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생각을 넓혔던 그에게 어느 날 ‘아이디어’가 고갈됨을 느끼게 된다.

 그에게 봉착한 문제는 다름 아닌 그가 성공으로 이끌었던 프로그램들에 있었다. 단순히 흥미를 던져주는 오락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사회성’이 권력화勸力化 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혀 몸과 마음이 바닥을 치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얘야, 너는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니?”



 

   이 질문을 화두 삼아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는 왜 아프리카로 떠났을까? 저자는 ‘알 수 없는 이끌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이 싫어진 때문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목젖이 드러난 웃음 뒤에 페이소스같은 여운을 남겨 사람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는 계기를 삼고자 했다. 하지만 그 반향과 더불어 사람들의 뜻이 변하고, 움직임이 변하는 큰 흐름 뒤에 이것을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만나게 되었다. 자유로운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생각을 저지당하고, 조정당한다면 더 이상 ‘온전히’ 저 답게 살지 못하는 것이 된다. 그는 사람이 싫어졌을 것이다. 아니 사람이 뭉쳐사는 ‘시스템’이라는 문명에 학을 뗐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반대되는 자연의 대륙 아프리카로 떠났을 것이다. 갑자기 그가 떠난 이유를 짐작함은 참으로 실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것을 짐작하게 했다. 이 책에서 그는 ‘광활한 자연’과 ‘순수한 사람’에 주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질리도록 만끽하고 돌아왔음을 알게 된다.

  책 읽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우선 기존의 여행책에는 찾아볼 수 없는 아프리카 대륙을 말한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이고, 책의 주인공이 생각 많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맨이라는 점이 두 번째다. 세 번째는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사진이고 마지막 네 번째는 글만큼이나 재미있고 상상력 높은 그림들이다. 책 한 권 전부가 몇 시간짜리 오락 다큐멘터리였다. 

 이야기의 절반은 그가 본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문명인을 웃기는 조금 더 문명인 셈인 쌀집 아저씨가 자연의 품으로 뛰어들어 그 속에 사는 자연인을 만나니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다. 검은 대륙의 검은 사람들도 신기하다. 특유의 냄새와 낯선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들에게 가졌던 편견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에피소드들이 이 종종 눈에 띈다. 기다림에 익숙하고, 교통수단보다는 도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시간의 유한함’은 찾아볼 길이 없다. 그런 그들을 본 저자는 처음 ‘몇 푼 안되는 차비가 없는 그들’에게서 연민을 느꼈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그들이 생에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을 몸으로 느끼며(심지어 맨발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본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라면 동물animal은 움직이는animate 생물creature여야 정상인 것이다. 오히려 시계라는 인조물에 갇혀 24시간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조급해지는 문명인이 실은 사람이 아닌 ‘쳇바퀴 속 다람쥐’였음을 알게 된다. 그는 말한다.   

  “문명은 더 이상 인간을 움직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므로...인간은 걷지 않는 한 더 이상 동물이 아니다.“ 34 쪽 

  재미있는 것은 그는 ‘문명화 덜된 자연인’에게서 느꼈던 연민을 느끼는 반면, ‘너무나 문명인스러운 자연인’에게는 지나친 반감을 갖더라는 것이다. 대자연의 품속에 있는 사람들이 문명인이 됨을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가 아프리카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여행책자 <론리 플레닛>이다. 김영희는 처음 책이 말하는 바를 곧이곧대로 믿었다. 가지 말라는 곳은 가지 않았고, 하지 말라는 일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그럴까?’ 아니었다. 검은 피부에 검붉은 눈자위를 가진 무서운 그들이 사실은 웃을 때 드러나는 ‘흰 이’만큼 순수했다. 그는 동부 아프리카 최대의 슬럼, 키베라에 들어가 돈 한 푼 빼앗기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준 풀 카트를 함께 씹어 먹고 악수하고,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무사히 돌아왔다. 그의 말을 듣고 따라할 건 아닌 듯. 쌀집 아저씨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경계할 만큼의 외모와 풍채를 지녔기 때문이다. 한 날은 칼을 든 강도를 두 번이나 만나는 데 욕을 해대는 그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물리치는 대목을 보면 아무나 따라할 건 아니지 싶다.

  이야기의 나머지 절반은 자연이다. 십여 시간을 버스로 달려도 지평선인 대지, 검붉은 노을, 끝없이 쏟아지는 빅토리아 폭포, 위로 흐르는 나일강, 바다 같은 사막까지... 가는 곳곳 마다 자연은 다른 모습으로 그를 대했다. 김영희는 자연 속에 자신이 있음을 감탄한 것이 아니라 동시간대에 태고의 자연이 존재하고 있었음에 감탄했다. 또한 그 속에 순응하는 사람들에게 감탄했다. 사람도 자연에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글 꼭지의 마지막엔 그가 느끼는 감상이 요약되었다. 글을 읽다보면 그 대목에 주목하게 된다. 꿈보다 해몽이라 했던가?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그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대목은 다분히 시적詩的이었다. 그는 아이디어맨이 확실했다.

  그는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살아있는 대륙의 자연을 만끽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검은 피부의 사람들을 통해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느끼고 돌아왔다. 그 소감을 마지막 글 ‘나는 왜 아프리카에 왔을까? 에 대한 대답’편에 잘 드러냈다. 

  “아프리카 여행이 끝나가는 날, 쿠마시의 노천 시장에서 나는 그 답을 찾았다. 바글거리는 시커먼 그들에게서 나는 꿈틀거리는 생명을 보았다. 실아있다는 것! 마치 갓 건져 올린 생선이 펄떡이듯 아프리카의 사람들은 펄떡였다. 날것처럼 살아 있었다. 생명의 힘! 내가 살아온 곳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원초적 생명이 거기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꿈틀거림이었다.

 그렇다! 바로 이것을 보기 위해 나는 그토록 먼 길을 달려와 지금 여기에 있다. 나는 내 안의 꿈틀거림을 느끼고 있었다. 나로 하여금 아프리카에 오도록 한 그 무엇이 그토록 나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 그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이것이 바로 내가 아프리카에 온 이유였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희망인거야! 살아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353 쪽

  아마도 그는 잃었던 소신所信을 얻어왔을 것이다. 자연自然이 스스로自 그렇듯然 존재하는 것이 자연인 것처럼 사람은 자신이 믿는 바대로 살아가는 것이 ‘단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사는 것임을 배웠을 것이다. 자신을 믿는다면 자신이 믿는 바대로 행동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꿈틀거리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신이 인간에게 준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를 통해 ‘살아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껏 상상하지도 않았던 아프리카 대륙을 그를 쫓아 밟아보고 싶어졌다. 올해 다시 PD로서 브라운관으로 복귀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이제 그가 연출한 프로그램을 보면 화면 뒤에 숨은 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멋들어진 기행문이었다. 

P.S : 그가 ‘꿈틀거리며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는 이 책에서 시작했다. 쌀집 아저씨라는 인간, 멋진 동물anima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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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센스로 일하라 - 일 잘하는 직장인의 필수 스펙
모치즈키 미노루 지음, 이정은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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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성공은 수학성적과 상관없다 숫자센스에 좌우된다 ! 

  세계에서 제일가는 상인으로는 유태인 상인을 꼽는다. 유태인을 최고로 꼽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생활 속에는 항상 숫자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양인은 "오늘은 매우 덥군요" 또는 "날씨가 좀 추워진 것 같군요"라고 말한다면, 더위와 추위에 대해서도 숫자로 환산하는 유태인들은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더울만 하죠. 오늘은 화시 80도 거든요.”

 유태인의 상술을 배우려면 생활 속의 숫자에 익숙해야한다. 숫자에 익숙해지고 능통해 지는 것이 유태인 상술의 기초이며 돈벌이의 기본이 된다. 또한 그들은 다른 것은 놓고 다녀도 계산기를 늘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유태인의 숫자 사랑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 유태인과 거래를 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그들은 ‘협상의 천재’라고 말한다. 그들은 할인율 정도는 머릿속에서 암산으로 끝내기 때문에 가격 협상에 강하다. 상대가 계산기로 두들기기도 전에 그 답을 알고 있는 유태인들은 거래를 할지 안할지 이미 판단을 마친다. 그러므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유태인들이 탁월한 암산능력을 발휘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그들은 숫자로 생각하고 숫자로 판단하기를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은 것이다. 생활 속에 숫자가 녹아들어 있어서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이상스러울 정도이다. 그렇다면 유태인이 아닌 우리도 숫자에 강하도록 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책 <숫자센스로 일하라>는 업무성과를 높이는 방법으로 숫자를 활용하는 법을 알려준 책이다. 회계사인 저자 모치즈키 미노루는 ‘숫자센스‘를 일 잘하는 직장인의 필수스펙으로 보았다. 

  유태인 뿐 아니라 대부분의 부자들이 숫자에 강하다. 어쩌면 숫자를 잘 읽고, 계산을 잘하기 때문에 부자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숫자 읽는 힘’ 즉 ‘숫자센스’는 훈련으로 강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회계, 자금조달, 마케팅 등 ‘지식으로서의 숫자’는 숫자센스가 아니라고 말한다. 숫자에 대한 두령움을 없애려면 숫자를 사용할 때 기초가 되는 ‘도구로서의 숫자’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숫자센스‘란 무엇일까? 

  “영업과 프리젠테이션, 일정계획 등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문제에 부딪힐 때가 있다. 바로 이렇게 발견된 문제를 풀 때, 숫자를 바탕으로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바로 숫자센스다.” 6쪽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숫자로 해결하는 능력’을 전달하려고 했다.숫자를 읽는 능력을 통해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문제점 파악)과 숫자로 생각하는 능력을 통해 목표설정, 균형 잡힌 해결책 제안과 효율적인 시간관리능력(해결책 제안)을 키울 수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숫자로 전달하는 능력을 통해 영업, 프리젠테이션, 미팅 등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능력 등을 키울 수 있다고 보았다. 

  숫자센스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크게 숫자를 읽는 능력일 것이다. 숫자를 읽는 능력은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제대로 숫자를 읽을 수 있다면 ‘문제점으로서의 가치’도 평가할 수 있어 문제점이라고 하는 것들을 상당 부분 걸러낼 수 있다. 숫자를 읽는 능력은 일반적으로 TV나 신문 등 미디어에서 언급하는 기사나 보도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미디어는 시청자와 독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기사의 일부를 부각시켜 보도하는 경향이 많다. 특히 경제뉴스에서는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큰 숫자를 사용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매스컴에서 우량기업을 다룬다면 자산, 연매출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숫자를 이야기하는 반면, 실적이 나쁜 기업이나 문제점을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부채총액, 지불이자등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숫자들을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숫자센스가 있다면 보도내용의 숫자를 그대로 믿을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내용에 대한 확인을 걸쳐 판단해야 할 것이다. 환율 하락, 물가 인상, 수출 감소 등은 무조건 경제에 악재를 주는 것이 아니라, 국내경제의 경기시점이 어디인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고, 그 다음 이러한 경기지표에 대해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는 산업은 어디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숫자를 읽는 능력을 향상시키면 숨겨진 숫자를 찾게 되어 하나의 숫자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목적에 맞는 숫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큰 숫자에 현혹되지 않게 된다.

  이 밖에도 업무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숫자에 대해 이를 제대로 읽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에 대한 대안과 실행하는 활용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미디어의 기사나 업무상의 보고서에 나오는 숫자에 대해 단순하게 ‘많고 적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범위를 넓혀 그 숫자가 주는 의미를 이해시키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마디 숫자가 더 명확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하나의 숫자는 많은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숫자가 주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악영향으로 미칠 수 있음을 이 책은 경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숫자센스’를 키우기 위해 숫자와 친해질 수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얻는 소득으로 충분할 것이다. 

  우리는 이론적으로 해명할 수 없거나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에 부딪치면 '불가사의하다' 라고 말한다. 혹시 불가사의는 숫자의 단위라는 것을 아는가? 일, 십, 백, 천, 만 이렇게 시작해서 억, 조, 경까지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숫자다.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면 해, 정, 제, 극, 항하사, 아승지, 나유타, 불가사의不可思議 등으로 단위는 펼쳐진다. 가장 큰 숫자는 무량대수無量大數이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때 ‘불가사의’하다고 하지만, 이 또한 숫자이기에 결국 해명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수학성적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흔히 ‘숫자에 약하다’고 말한다. 숫자는 수학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숫자는 글자와 함께 수를 읽는 문자에 불과하다. ‘숫자에 약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어쩌면 수학에 대한 트라우마로 ‘숫자 읽기를 포기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예 숫자를 등하시 했던 사람들이라면 ‘숫자센스’는 숫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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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성인의 부자 지침서
존 보글 지음, 이건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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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덱스펀드>를 만든 월스트리트의 양심 '존 보글', 주식시장에 일갈하다!

 

  존 보글John C. Bogle은 말했다. “충분함을 알아라.” 우연한 성공에 도취되어 너무 규모를 키웠다가 말 그대로 ‘거지’가 된 사업가, 상자 하나에 가득 담긴 현금뭉치에 현혹되어 평생을 일궈놓은 명성을 날리고 쇠고랑을 찬 정치인, 선무당 즉, ‘초심자의 행운‘인 것을 모르고 마치 행운의 여신 운운하며 가산을 도박으로 탕진한 사람들. 이들에게 닥친 모든 화禍의 근원은 ’충분함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 보글을 이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금융인들이 엮어낸 금융 시스템과 기업세계에 대해 일갈을 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충분함을 모르는 민주자본주의를 살고 있기 때문에 작금과 같은 슬픈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훌륭한 화두를 던진 존 보글John C. Bogle이 누굴까?

  존 보글은 뱅가드그룹을 설립하여 1975년 세계 최초로 인덱스펀드를 개발한 세계 투자계의 거장이다. 그는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철학으로 투자를 해오면서 ‘월스트리트의 성인St. John’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0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를 지켜보면서 금융인과 투자자에게 돈과 비즈니스 그리고 인생에 있어 추구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올해 책을 폈다. 원제목은 Enough: True Measures of Money, Business, and Life. 한국판 제목은 <월스트리트 성인의 부자지침서>이다. 



 

 그의 목소리를 빌려 ‘충분함’에 대해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충분한 줄 모르면 직업적 가치가 타락한다. 투자를 위임받은 수탁자들이 세일즈맨으로 전락하고 만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시스템이 계산을 바탕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된다. 더욱 나쁜 일은, 충분한 줄 모르면 우리는 인생 전반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는 점이다.” 12쪽

  존 보글은 이 책에서 충분함enough을 모르면 부에 대한 숭배와 직업윤리의 타락, 나아가 인격과 가치의 파괴까지 경고했다. 의 이러한 경고는 금융 산업에 종사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이봐, 금융인으로서 이건 아니잖아?”라고 반문하고, 투자자에게는 “당신은 돈을 벌려고 투자하는지 모르지만 투자회사에 돈을 맡기는 순간부터 돈을 잃고 있는 겁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 전반에 걸친 내용들은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금융시스템의 문제점과 주식시장은 급속하게 팽창되었음에도 정작 큰 이익을 본 투자자가 없는 이유(없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월스트리트의 산증인이자 원로로서 금융계에 던지는 경고이자 은퇴자의 양심선언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펀드매니저들이 어떤 분야의 귀재라고 굳이 표현하자면, 이들은 투자자의 돈을 빼내는 데 귀재라고 할 수 있다. 2007년에 뮤추얼펀드 시스템에서 발생한 직접 비용(주로 운용보수와 마케팅 비용)이 모두 1천억 달러가 넘었다. 여기 더해서 펀드는 증권회사에 거래수수료 수백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으며, 변호사와 기타 관련 회사들에도 간접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펀드 투자자들은 투자상담사에게도 매년 약 100억 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략)

 이런 비용이 매년 거듭해서 발생한다는 점을 잊지 마라.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면(내 생각에는 증가할 것 같지만), 전체 중개비용이 10년 뒤에는 무려 6조 달러에 이를 것이다. 이 금액을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15조 달러이고, 채권시장의 시가총액이 30조 달러인 점과 비교해보라.” (53-54 쪽)

  현재 우리나라의 펀드상품 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수신고가 많은 펀드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에는 펀드매니저들이 수시로 바뀌고 있고, 자기자본으로 투자해 본 경험도 없을 것 같은 나이의 펀드매니저들도 참여해 투자자의 돈을 굴리고 있다. 투자자에게 좋은 펀드상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먼저 필요하다는 말은 차라리 그런 안목으로 ‘직접투자에 나서라’고 이야기하는 편이 더 빠르다. 평생 동안 모은 투자자의 종자돈은 투자수익은커녕 이해할 수 없는 갖가지 명목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펀드주식투자 시스템의 실상이다. 높은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이 투자자들이 보상을 받는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존 보글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금융 시스템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문제는 이런 가치를 얻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 가치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답은 명백하다. 금융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부문일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스스로 지불한 비용 수준과 비슷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유일한 산업이다. 실제로 간단한 산수의 잔인한 법칙에 따르면, 투자자들 전체로 보면 이들은 자신이 지불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역설적으로 말해서, 투자자들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보상을 모두 받을 것이다!).” 55쪽 

  그는 또한 금융산업 종사자들의 직업적 윤리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류 펀드매니저들은 수억 원의 연봉을 챙기고, 실패해서 쫓겨나는 CEO들을 포함한 상장회사의 CEO들은 외설적인(존 보글의 표현에 의하자면) 수준의 보상을 받고 있다. 상품취급에 앞서 자세하게 이해도 하지 못한 채 투자자를 유치해 키코와 파생상품의 투자에 따른 손해를 입히고, 대마불사 운운하며 아직도 ‘투자자의 자금을 소중하게 키우겠다’고 연일 선전하고 있다. 존 보글은 금융산업 종사자들의 모럴 헤저드 즉, 도덕적 해이를 꼬집었다. 쉬운 예로 매년 금융산업으로 몰려드는 구직자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의 동기가 업業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려는 쪽일까, 아니면 사회로부터 얻어가려는 쪽에 비중을 더 두고 있을까? 땅짚고 헤엄치듯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정리해보자. 존 보글의 충고를 따르자면 투자자는 우선 ‘충분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주위의 잭팟에 귀 기울이지 말라는 충고일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의 금융 투자시스템으로는 절대로 돈을 벌 수 없다는 조언이다. 번듯한 회사와 다양한 상품, 친절한 서비스와 혜택 운운하는 매체의 광고들은 투자자들을 수익원으로 보는 투자회사들의 상술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디에 투자해야 한단 말인가?

  존 보글은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인덱스 펀드가 무엇일까? 인덱스 펀드는 증권시장의 장기적 성장 추세를 전제로 하여 주가지표의 움직임에 연동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운용함으로써 시장의 평균 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포트폴리오 운용기법을 말한다. 인덱스 펀드는 최소의 인원과 비용으로 투자위험을 효율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하여 가능한 한 적은 종목으로도 주가지표의 움직임을 근접하게 추적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자산운용의 핵심이다.

 인덱스 펀드의 장점은 효율적인 분산화 실현, 증권매매에 따르는 비용 절감, 저렴한 운용비용, 투자자 스스로에 의한 운용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단점으로는 목표 인덱스보다 낮은 투자성과, 구성종목 교체의 곤란성, 비편입종목에의 악영향, 증권업계의 침체 등이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서 발표되고 있는 주요 인덱스에는 코스피지수(KOSPI: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와 코스피200지수, 한경지수, 매경지수 등이 있다.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익히 아는 운영기법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좀처럼 들은 바가 없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해서 은행의 예금 등으로 투자금이 빠져나가려고 하면 그때서야 매체에 등장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인덱스펀드는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과 증권매매에 따르는 비용이 절감되고, 운용비용이 절감되는 점, 마지막으로 투자자 스스로에 의한 운용한다는 점들은 투자회사의 입장에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 운영기법이기 때문에 되도록 언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있어서는 인플레이션을 보전하는 효과가 있는 이 상품이 제격이다. 개미투자자들의 친구인 ‘시골의사’ 박경철도 지난 해 낸 책 <주식투자란 무엇인가>에서“주식시장에 대해 충분한 공부를 하지 않고는 주식투자를 하지 마라. 그래도 해야겠다면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자기가 만든 인덱스펀드에 투자를 종용하기 위해 일부러 책까지 쓰며 금융시스템을 폄하하는 것 아닌가?’ 하고 반문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금융시스템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존 보글은 실제 시장과 기대 시장을 비교해 투자와 투기를 구분 지었다. 그리고 숫자에 근거한 투자(인덱스펀드)와 기대치가 부여된 투자(일반펀드)중 무엇이 투기인지를 독자 스스로 알 수 있도록 이렇게 물었다.  

  “어느 쪽이 이기는 게임이고 어느 족이 지는 게임인가? 실제 숫자와 실제 수익에 돈을 걸고, 주식을 매입하여 장기 보유하는 쪽인가?(이것이 투자다). 아니면 예상하는 숫자와 만들어낸 수익률에 돈을 걸고,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대신 잠시 빌리는 쪽인가?(이것이 투기다). 복권에서든, 라스베이거스에서든, 경마장에서든, 월스트리트에서든, 도박은 하면 할수록 승산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당신은 투기를 할지 투자를 할지 결정하는 일은 고민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 63-64 쪽

  결정적으로 존 보글은 시점선택의 동기가 탐욕이든 공포든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이든, 필연적인 사실은 투자자 전체를 놓고 보면 시점선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존경하는 워런 버핏의 내기를 예로 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2008년 중반, 워런 버핏은 헤지펀드를 선택해서 투자하는 히사인 프로테제 파트너스Protege Partners와의 내기에 21만 달러를 걸었다. 2017년까지 10년 동안 뱅가드의 대표상품인 S&P 500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이, 프로테제의 자칭 전문가들이 선정한 5대 헤지펀드(필연적으로 투기적이고, 자유분방하며, 마구 거래를 일으키고, 시점선택을 시도한다)의 수익률보다 높다는 쪽에 돈을 걸었다.”

  또한 그는 상장지수 펀드ETF 나 펀더멘털 인덱스투자, 상품펀드, 브릭스 펀드와 국제펀드 등을 대부분 쓸모없는 혁신상품이라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까지 강조한 상품은 가장 기본적인 투자수단인 인덱스펀드였다. 그 이유는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철학으로 월스트리트에서 평생을 몸바쳐온 그가 만든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시 이 상품에 투자해 차고도 넘치는 많은 부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 책을 일독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인덱스펀드를 만들어낸 장본인에게서 2009년 현재의 시점에 인덱스펀드를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와 함께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투자금융시스템이 누구를 위한 혁신을 이루고 있으며, 누구의 수익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지 현주소를 알게 될 것이다. 

  지난달에 읽은 워런 버핏의 <스노볼>이 “직접투자하려면 어느 정도는 공부하고 덤벼야 해. 그리고 복리효과를 잊지 말라고!”라고 조언했다면, 이 책에서 존 보글은 “넉넉한 생활과 행복한 투자를 원한다면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미 죽어서 삼 대에게 물려줘도 남을 만큼 부를 축적한 이들이 굳이 ‘책을 낸 이유’는 죽기 전에 투자자들에게 ‘현명하게 투자하는 법’을 알리기 위함일 것이다. 아니면 찌라시나 유언비어에 번번이 속고 있는 개미투자자들이 답답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존 보글이 투자자들에게 던진 화두는 ‘충분함을 알라’는 것이다. 그러면 투자는 물론 사업과 인생에서도 행복함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 그릇을 알고, 제 깜량을 안다면 대박이나 잭팟이 삶의 유일한 해답이 아님도 알게 될 것이다. 투자자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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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시대 -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초강대국 전략
매일경제 국제부 중국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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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현실에 대한 풀이는 좋지만 해답에 대한 고민은 없는 책!

 

  G2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과 중국 두 나라를 뜻하는 용어다. 용어의 근원을 찾자면 선진국 7개국 즉, Group of 7의 약자인 G7(지난 해부터 G20으로 선진국 모임이 확대되었다)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쉽게 말해 중국과 미국을 지칭하는 대명사인데, 이 용어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세계를 내려다보며 홀로 독야청청하던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중국의 세계적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굳이 G2를 언급하지 않아도 국제뉴스에 중국뉴스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환율을 비롯 증시, 자원부족, 경제성장, 소수민족의 인권탄압 문제 심지어 먹거리 사태까지 다사다난한 국제뉴스 전반에 중국이 언급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아시아의 신흥경제강국을 뛰어넘어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중추적인 위치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대전 이후가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는 ‘냉전시대’였다면,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G2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경제신문지인 ‘매일경제’의 국제부 중국팀이 책을 폈다. G2 시대를 여는 중국의 현황을 살펴보고, 미국과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점검했다. 나아가 G2 시대를 맞는 한국이 중국에 대응해 나아갈 바를 모색했다. 책 <G2 시대 - 미국과 맞서는 중국의 초강대국 전략>을 읽었다.



 

   이 책은 ‘오늘날의 중국을 주제로 한 종합뉴스‘다. 특히 지난 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변화된 세계경제 상황을 중국을 메인으로 놓고 살펴보았다. 한마디로 ’팍스 차이나’,승승장구하는 중국의 현황판이었다. 자동차, 조선, 철강, IT, 항공산업, 녹색산업까지 현재 중국기업은 세계의 모든 산업지도를 바꾸고 있다. 세계 제 1의 인구 수는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무기다. 16억의 중국인구는 오늘날의 중국을 이끌어왔던 생산자원임과 동시에 세계 제일의 소비자원이 되고 있다. 전반부에 설명되는 다양한 분야의 현황은 G2로서의 중국의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또한 이러한 성장의 그늘 속에서 중국이 해결해야 할 내부적인 문제 역시 심도있게 조명했다. 책의 전반부에서 책장을 더할수록 중국의 외견에 대해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책을 읽었다면, 중국의 내부적 문제점들을 해부한 후반부는 아직 해결해야 할 장애가 많은 대륙의 상처들을 돌아보는 부분이었다. 문화와 혁신산업 등의 낙후를 보여주는 대목은 오늘의 중국을 잘 설명한 대목이 있다.   

  “중국이 제조업이나 일부 첨단기술 산업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요 도시에선 하루가 다르게 마천루가 솟아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설들을 자유로우면서도 안정되게 운영할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이는 ‘밤길에 비단 옷을 걸친 꼴’이다.” 160 쪽

  경제신문의 기자답게 중국의 현황에 대해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잘 구성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의 핵심에 해당하는 ‘중국의 부상이 앞으로 한국에 미칠 영향’과 ‘G2 시대에 한국이 나아갈 바’를 언급한 <제 4장 G2 시대- 중국을 뚫어라>는 구성이 너무 허술했다. 현황과 문제점만 나열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자로서의 고민이 많이 뭍어있길 바랐다면 욕심이 큰 걸까? 새로운 통일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한국의 통일 외교가 미국뿐 아니라 중국의 태도까지 염두에 두면서 슬기롭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중국 내수시장의 판로를 개척하는 해결책으로 세계적인 기업들이 중국시장을 향해 몰려 있으므로 최신 제품으로, 최고의 역량을 집중하기 않으면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힘들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차라리 ‘중국으로 부자되기’는 실용적이다. 중국의 주식시장의 현황과 투자법을 설명하고, 중국의 부동산 투자와 월세 얻는 법, 그리고 중국에서 창업하는 요령과 뜨는 아이템 등을 설명했다. 하지만 ‘G2 시대 도래‘를 운운하며 위기감을 고취시킨 것에 비해 궁색하고 미약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부록으로 마련된 ’중국 10대 부자들이 돈 번 사연’은 왜 이 책 속에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독자로서 알고 싶은 내용의 절반만 얻은 기분이다. 이 책을 펼친 이유는 온라인 논객들의 근거 없는 전망 대신 폭넓은 정보력과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기자들의 신선하고 깊이 있는 통찰력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제집을 펼쳐서 열심히 문제를 풀었는데, 답안지가 없는 황당함. 이 책을 읽은 지금이 딱 그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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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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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史 哲, 광고 안에 너 있다! -  

광고짓는 사내 박웅현의 브레인 아나토미

  광고는 돈덩어리다. 광고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한여름 시청앞 분수대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양만큼 100원 짜리 동전이 토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광고를 TV 등 공중파에 태우려면 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야 할까? 9시 뉴스를 전후로 한 시청율이 가장 높은 골든 프라임 타임Golden Prime Time에는 일반적인 액면가를 넘어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줄을 서야 할 형편이라고 하니 감히 실제는 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한가지 소원은 30초 동안의 짧은 광고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제품을 알아볼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심정이겠지만 시청자이자 소비자인 우리의 입장은 기업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기업의 광고가 TV 등 매체에 실리는 것을 발견하면 우선 처음 듣는 기업인 경우에는 ‘이 기업이 광고를 할 만큼 재무상태가 괜찮은가 보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새로운 제품을 만난다면 ‘이 기업이 쉬지 않고 계속 제품을 쏟아내고 있구나.’ 하고 판단한다. 제품의 광고가 채널마다 시간을 불문하고 꾸준히 나온다면 ‘제품을 알리려고 꽤나 많은 돈을 쏟는 것을 보니 이번 시즌은 이 제품에 목숨을 걸었나보다’하고 판단한다. 이 정도면 기업이 원하는 광고의 목적을 달성한 것인가? 하지만 소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 광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는 광고에 대한 자신의 견해에 대해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바로 당시의 아내가 소비자이다. 아내를 모욕하지 마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당신(광고집행자)의 가족들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광고는 절대 집행하지 마라.”고도 말했다. 기업이나 광고회사는 소비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요즘 TV 광고의 진실이 어떻다 하는 정도는 ‘초등학생’ 소비자도 안다.

 먹는 광고를 찍는 동안 제품을 너무 많이 먹어서 광고를 찍은 모델은 평생 동안 자신이 광고에 출연한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이 즐겨 쓰는 외국산 화장품으로 화장을 한 채 국산 화장품 광고를 찍는다는 것 쯤도 다 안다. 어디 그 뿐인가? 수억 원의 모델료를 지급한 광고의 제품가격에는 모델료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어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는 행동이 십시일반 모델료를 나누어 내준다는 것도 안다. 앙드레 김 패션쇼에 오르기만 하면 배우나 모델의 가치는 2-3 배나 뛰어서 그의 눈에 들기 위해 모델들이 안달을 낸다는 것도, 버라이어티에 나와 맛있게 먹고, 멋있게 입어야 그 배우가 광고제의를 받는다는 것도 안다. 

  한마디로 말해 오늘날의 소비자는 기업의 마케팅 지식이 너무나 철저하게 무장되어 있어 기업이 바라는 TV나 매체의 마케팅 캠페인에 빠져들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차별되지 않으면 유치하게 ‘옛날 방식의 선전’을 한다고 바로 핀잔을 준다. 게다가 매일 노출되는 광고의 수가 무려 3,000여 개에 이르다 보니 소비자들은 ‘광고’를 소음 혹은 공해로 여기기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TV에 광고하고 일간지에만 광고노출 시키는 게 최고야.”라고 말하던 전통적인 광고 방식으로는 ‘돈 낭비’일 뿐, 더 이상 예전의 효과를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요즘이다. 소비자가 인식하기에 제대로 어필하기 위해서 다른 방식, 소비자 한 명마다 파고들어갈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까다롭고 약아진 소비자들 때문에 그 만큼 기업들이 제품 팔아먹기 힘들어진 세상, 바로 오늘날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광고가 변하기 시작했다. 3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마치 본전이라도 뽑을 요량으로 듣는 이를 무시하고 제품과 기업 선전에 열을 올리는 광고 대신 소비자에게 ‘느낌’을 주는 광고가 나타나고 있다(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광고는 전통적인 광고 방식 그대로다. 낮시간 동안 연이어 펼쳐지는 보험회사의 광고를 보고 있자면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다. 가입과 갱신에 대한 해설은 어찌나 말이 빠르던지 몇 년 째 반복해서 들어도 아직 다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 이들 광고가 주는 ‘느낌’이란 다양하다.  

 소비자에게 ‘나도 공감한다’고 말하는 광고가 있는가 하면, ‘이것이 당신의 모습이다‘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에 등장하는 ’감동을 주는 광고‘는 공익광고협의회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책 한 권, 영화 한 편에서도 얻지 못하는 ’그윽하고 여운이 오래가는 감동‘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광고를 만나면 우선 그런 ’광고를 낸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그리고 ’정말 당신(기업)이 우리(소비자)에게 이런 마음을 갖고 있어?’하고 되묻는다.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선전은 하나도 없이 그 많은 돈을 들여 이런 광고를 내 보낸다니... 신통한 기분이 든다. 이 또한 작은 감동이다. 그 다음은 이런 광고를 만든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떤 머리에서 비롯된 생각이길래 이런 광고를 낼 수 있단 말인가?‘ 궁금해진다. 어느 때는 광고를 내보내는 기업보다 광고회사가 궁금해질 때가 있을 정도다. 그들이 누굴까? 그 중 한 사람을 찾아냈다. 



 

    책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는 TBWA KOREA 라고 하는 광고회사의 ECD, 쉽게 말해 광고를 만드는 총책임자인 박웅현의 이야기다. 고백하자면 이 책을 알기 전에는 그가 누군지 몰랐다. 책을 펴고 저자 소개를 살피니 몇 해 전부터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TV광고는 거의 이 사람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이한 점은 저자가 '상당히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광고쟁이(그 바닥에서 그렇게 부른다)라고 하면 끼 많고 똑똑하고 감각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장市場으로 알고 있는데, 그 시장에서 거의 Top이라고 불리는 이가 ‘나는 책을 통해 광고한다’고 말하니 흥미로웠다. 특히 '인문학'에 깊은 조예가 있다는 그가 궁금해졌다.  

  책의 전개방식도 특별하다. 주인공은 박웅현인데 이 사람은 인터뷰이(인터뷰 당하는 사람)이고, 인터뷰어는 단행본 편집계의 고수 강창래씨가 맡았다. 최근 공지영과 지승호가 공저한 ‘괜찮다 다 괜찮다’를 필두로 ‘인터뷰 형식의 도서’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알마의 인터뷰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 중에 처음 읽는 셈인데, 이런 식의 구성이 신선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든 이유는 TBWA KOREA 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광고회사는 <가로수 길이 뭔데 난리야?>, <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등 몇 권의 책을 낸 바 있는데, 주제가 신선해 공교롭게 모두 읽었고, ‘좋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내가 읽은 두 권 모두 여느 책과는 다르게 파격적이고 멋들어진 책이었다. 잡지를 닮은 듯 EBS 방송국이 만들어낸 <지식 - e 시리즈>와도 닮았다. 편하게 생각하면 '블로그를 종이에 옮겼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이다. 

 <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는 최근 트렌드의 메카로 자리 잡은 가로수길이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인 2007년에 출간된 책이다. 조용하고 한적했던 대로변 갓길이 술렁이자 '여기가 뜨는 이유가 뭘까?'하고 광고인의 눈으로 뒤져본 책이다. 그래서 가로수길의 인기를 통해 21세기의 젊은이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트렌드 코드를 잡아냈다(그 책이 갖는 트렌드 코드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또 다른 책<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역시 특별한 책이다. 2008년 TBWA에 입사한 직원 7명을 데리고 오리엔테이션을 떠났다. 그리고 그들에게 "청바지를 읽어라. 청바지는 무엇이 크리에이티브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양하고 창조적인 답을 구했다. 광고에 전혀 물들지 않은 뛰어난 감각의 청년들이 생각하는 청바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되었다. 청바지를 통해 오늘날의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변화를 읽어냈는데, 하나같이 ‘물건이고, 인물이다’ 싶은 글들이 쏟아졌다. 난 이 책을 읽고 책 속의 내용과 더불어 ‘책을 만들게 된 기획’에 놀랐다. 신입사원들에게는 멋진 직무교육이자 추억이 되었고, 세상에는 훌륭한 트렌드 자료가 탄생되었기 때문이다. 이 두 권을 읽은 경험은 TBWA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 책 역시 박웅현은 모른 채 TBWA KOREA를 지휘하는 인물이라는 소개글 때문이었다. 

  이 책은 광고쟁이 박웅현 한 사람을 조명한 것 뿐만 아니라 광고인이 보는 창의성, 창의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박웅현의 다독을 통한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은 ‘사람을 향하는 마음’이 되어 광고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지금껏 그가 작업해서 호응을 얻었던 광고들의 제작의도와 뒷이야기들을 통해 ‘감동을 주는 광고’ 속에 녹아있는 ‘인문학’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광고의 기법에 대해 운운하는 이전의 광고쟁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인문학에 대한 지식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마저 알게 하는 멋들어진 책이다. 대담 형식의 대화체는 그가 이야기하는 세상을 설명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인터넷의 속도로 대표되는 오늘날 세상의 변화의 속도는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과 반비례한다. ‘바쁜 일상’이 덕담이 된 세상은 그만큼 인간이 고독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람을 향하는’ 박웅현의 광고는 ‘어루만짐’을 아는 광고다. 사람은 외로운 만큼 쉽게 감동하고, 그 여운은 오래간다. 그의 광고는 먼저 외로운 인간에게 공감하며 다가가 같은 줄에 서서 그들의 시선을 함께 했다. 그리고 그들의 어깨에 손을 얹어 마음을 덥혔다. 박웅현의 광고에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이유는 광고속에 文, 史, 哲의 인문人文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의 광고는 광고의 시선을 광고주인 기업에 두지 않고, 최종 소비자인 ‘사람’을 향한다. 최근 광고중인 한 아파트 회사의 ‘진심이 짓는다’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톱스타가 나옵니다. 

그녀는 거기에 살지 않습니다.멋진 드레스를 입고 다닙니다.우리는 집에서 편안한 옷을 입습니다.유럽의 성 그림이 나옵니다.우리의 주소는 대한민국입니다.이해는 합니다.그래야 시세가 오를 것 같으니까.하지만 생각해봅니다.있게만 보이면 되는 건지.가장 높은 시세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저희가 찾은 답은 진심입니다.진심이 짓는다.e- 편한세상

 

 

 

 

 

  이 광고에 주목해보자. 목소리는 대부분은 소비자의 마음이었다. 이 말은 한편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광고는 사실이 아니잖아?’ 라고 말하는 광고인의 ‘고해성사’이기도 하다. 충분히 공감하고 ‘옳다’고 박수칠 만하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자. 과연 그 광고 속의 아파트가 과연 실제로 다른 아파트와 ‘차별성을 갖는가?‘ 하는 점이다. 광고회사가 이렇게 말할 만큼 진심으로 짓고 있는가 먼저 자문해 보아야 한다(앞으로 기대해 봐야 할 문제지만).

  광고가 변하듯 광고인도 변하고, 광고회사도 변해야 한다. 광고수주가 많은 광고주가 최고가 아니라 정말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를 ’최고‘로 삼고 진심을 광고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TV 등 매체에 광고를 토해 놓고 소비자의 반응을 얻고, 잘 만든 광고상 받는 것으로 결론을 지을 것이 아니라, 정말 우리가 만든 광고주의 제품이 광고만큼 훌륭한 제품으로 기억되는가를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듯 소비자에게 다가선 광고 역시 한낱 ’수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광고주는 바뀔지 모르지만 소비자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Web 2.0으로 대표되는 21세기는 누구에게든 정보의 공유가 평등한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제품이 가장 잘 팔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치 있는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만 하다면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가 알아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신 홍보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오늘날 사람(소비자)를 향하는 광고는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자구책인지도 모른다. 시대를 반영하는 30초 예술의 반가운 변화 속에 박웅현이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그를 알게 된 독자로서 소비자로서 앞으로 ‘사람을 향하는 박웅현의 광고’에 주목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변함이 없기를, 그리고 진심을 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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