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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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리뷰가 뭔지를 알게 하는 유시민의 고전 리뷰 모음집 

  책도 물건에 들어가는가 보다. 읽고 또 읽으면서도 내가 읽지 못한 남이 읽은 책은 내가 읽은 책보다 더 나아 보이는 듯 읽고 싶고 읽은 그가 부러워진다. 욕심.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사악한 감정은 책에도 반영되는가 보다. 유시민의 책 <청춘의 독서>은 그런 욕심에서 집어든 책이다. 오늘의 당신이 어제 읽은 것은 무엇이더냐?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겨 차례를 읽고 속이 상했다. 최인훈의 광장을 제외하곤 제목으로만 듣던 책이었다. 고전이라 불리는 명저들. 제 잘난 척이더냐? 반문하고 싶었다. 은근히 빈정이 상해 차마 책장을 시원히 넘기지 못했다. 

  독서기讀書記란 원래 조심스러운 글이다. 글 속에 들은 책의 내용과 생각은 독자가 그 책을 읽은 시절의 느낌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마치 여드름이 그득한 한 때 밤을 하얗게 새워 써둔 연서戀書를 한낮에 읽고 부치지 못하는 것처럼 언젠가 쓴 독서기를 읽을 때면 얕기만 한 글의 깊이에 늘 얼굴이 붉어진다. 책을 읽지 않아도 세월은 생각의 수심을 깊게 한다. 책을 읽으면 깊이는 더해질 터, 그래서 지난 날의 독서기는 늘 얕고 편협한 생각의 총제로만 보인다. 지금 쓰는 이 글도 그 길이만큼 얕아지겠다 싶어 조심스럽다.

  남이 쓴 독서기를 읽고 재차 독서기를 쓰기란 재탕한 한약 같다는 생각에 소용이 있을까 싶다만 읽고 난 감상이 많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국가대표급 운동권인 청년이 여권의 정치인이 되고 또 다시 野人이 된 지금 저자가 젊은 시절을 뒤돌아봄이 수상했다. 책을 든 다음날 ‘대선출마’에 대한 언급을 듣고야 책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시절의 열정을 재충전하게 했던 원고였던가 싶어서다. 그 생각은 틀림이 없었다. <청춘의 독서>에서 소개된 책 모두 그가 하고 싶었던 ‘오늘을 고告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유시민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통해 비범한 사람들이 인류를 구원하려는 신념은 위험한 전체주의적 발상이며, 인류를 구원하는 길은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구원한다는 것을 말하고, 역사의 종말을 예언한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을 개선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찾아올 종말이 올 때 까지는 유효한 종말론임을 밝히며 경계했다. 한편 금이 간 거울이 되어버린 맬서스의 <인구론> 오늘을 논論하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과연 옳은지,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지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는 도구로 삼았고, 보수주의의 대명사인 <맹자>의 생각엔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사상에 대한 변함없는 마음에 정적政敵인 그에게 진정한 보수주의를 찾았다.



 

    이 책은 명저名著의 줄거리 사이 마다 녹여낸 그의 글 전반은 지난 시절에 읽고 느낀 바에 대한 그릇됨의 기록이었다. 오해와 착각으로 첨철되었음을 고백하는 그의 반성은 솔직해서 멋지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의 더 깊고 너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득오감得悟感은 재차 읽은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리라 싶어 부럽기까지 했다. 글의 나머지의 절반은 오늘에 대한 성찰이었다. 그가 오래전에 책을 읽으며 느낀 세상의 모습은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그 시절보다 더 후퇴한 것에 대한 회한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그 중에서 하인리히 뵐의 <카나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 대한 글은 정부와 언론이 밀월관계를 갖게 되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되는지에 대한 우려의 반영이었다.

  리뷰란 이런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줄거리를 읊어대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내게 무어라 말했는지, 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노래하는 글이다. 나아가 책을 읽기 전후로 조금 더 큰 자신을 발견했음을 깨닫는 글이다. <청춘의 독서>는 진정한 리뷰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책꽂이에 꼽혀야 할 책은 두 번 이상을 읽은 책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또 다시 읽고 싶게 만든 책이야말로 나를 키워주는 책이라는 말뜻이겠다. 한 번 읽고 난 후 책 내용과 내 생각을 한데 섞어 곰삭힌 후에 어느 때 다시 읽는다면 두 번째 읽는 책 맛은 세월이 더해져 더 깊어지리라. <청춘의 독서>에 소개된 열 네 편의 고전이 유시민을 만나 그가 보는 세상으로 거듭 태어났다. 

  지식인이란 이래야 한다. 고백의 마음을 가질 줄 아는 자여야 하고, 배움을 그치지 않아야 한다. 돌아봄에 후회할 줄 알고, 잘못을 깨달을 줄 아는 자 여야 한다. 이런 자신의 모든 생각을 글로 옮겨 세상에 알릴 줄 아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후학들이 그들의 지식을 믿고 따르게 된다. 단순히 지식인이라 해서 이미 배운 자, 이미 갖춘 자가 아니라 오늘도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후학들은 가슴으로부터 우러난 존경을 표하게 된다. 유시민은 지식인이다. 참지식인이다. 시시비비를 논리적으로 가릴 줄 알고, 옳다 그르다는 것을 당당히 밝힐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차마 꺼내어 놓고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토론장에 들어서 열변을 토하며 대신 말해주는 그에게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런 그가 이 세상에 있음은 감사할 일이다. 

  유시민. 그는 책을 지도라고 평가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말처럼 무거운 짐을 어깨에 매고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필경 외롭고 두려운 여정이다. 책은 사람의 외롭고 두려운 인생의 길에 벗이 되고 희망을 준다. 그는 지도를 살펴 길을 찾았고, 찾아낸 바를 다시 모아 또 다른 지도를 만들었다. <청춘의 독서>에 소개된 사마천의 사기를 읽으면서 나는 유시민이 이 책을 쓰면서 든 마음은 사마천의 마음이었을꺼라 생각되었다. 사마천의 비분강개가 아니라, 옳음을 알려 후학들에게 깨달음의 기적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며칠 전의 대선출마 소식은 <청춘의 독서>를 통해 사그러들었던 호연지기가 일어난 걸까, 그의 말을 찾는 수많은 독자들의 손길이 그에게 열정이 다시 솟아나게 한건 아닐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가 후세가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도를 그리는 사람으로 계속 남기를 바란다. 세상의 옳고 그름을 감히 말할 수 있는 논객, 지금의 모습으로 오래도록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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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35
하버드경영대교수 지음, 데이지 웨이드먼 엮음, 안명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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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영대학 교수가 전하는 멋진 인생을 위한 위대한 강의 15 편



  문이 열리자 101 강의실에 모여 있던 백여 명의 학생들이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만추晩秋의 계절인데도 함박눈을 맞은 듯한 머리의 노老 교수는 늘 그렇듯 한 손에는 머그컵이 들려 있었다. 갓 볶은 커피의 구수한 향이 너른 강의실로 은은하게 퍼졌다. 강단에 선 교수는 노트를 내려놓고 머그컵을 든 채 창가로 갔다. 교수는 한참 동안 창밖을 보며 자신이 학생들이 내는 소음을 듣는 듯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강단으로 돌아온 교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고개를 들어 학생들을 둘러본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 오늘이 마지막 강의군요. 한 학기 동안 수고가 많았습니다. 다음 기말 고사의 형식에 대해서는 조교가 먼저 말씀을 드렸을 겁니다. 오늘은 수업을 하지 않고,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마지막 수업에는 교수님들이 수업의 마지막 몇 분을 남겨 두고, 스승으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자신의 이야기이자 자신이 최고의 조언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는 전통이 있다. 이 책은 하버드 경영대학의 어느 학생이 15명의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전해준 조언을 모은 책이다. 교수들이 학업을 떠나 곧 비즈니스의 리더가 될 예비 비즈니스맨들에게 리더로서 보다 나은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교훈적인 책이다. 우연히 서핑을 하다가 <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라는 멋진 제목에 이끌렸고, 종강에 즈음한 계절감에 다시 ‘그 시절의 학생’이 되어 교수들의 가르침이 듣고 싶어 펼친 책이다. 책을 읽은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면 열 다섯 번의 위대한 수업을 들은 느낌, 딱 그런 기분이었다. 원제목은 Remember Who You Are: Life Stories That Inspire the Heart and Mind이다.

 



 

    이 책은 크게 세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법과 목표를 위해 자기관리를 하는 법, 그리고 리더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법과 올바른 가치를 세우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교수들은 저마다 다른 개성과 스타일로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리더로서 보다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교수들의 조언 중에는 내가 지금까지도 답을 찾고 있었던 화두에 대해 조언한 것들이 있어 책을 가슴에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을 만큼 고마운 대목도 있었고, 벅찬 감동에 몇 번을 고쳐 읽도록 만든 명문名文들도 있었다.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비즈니스맨이 돼서 가장 큰 고민은 어쩌면 ‘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일차적인 고민은 시간적인 균형일테지만 더 큰 고민은 개인적 자아와 직업적인 자아의 ‘정체성’의 균형이다. 예를 들어 기업의 사장은 집에서도 사장으로 군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의 어느 경영자는 이를 경계해 ‘내 집 앞 청소’ 만큼은 꼭 자신의 몫으로 남겨두었다고 하는데,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가 부하직원들이 늘어날수록 집에서도 참여하기보다는 지시하는 경향이 많아졌던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예를 들어 모친 대신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가면서 ‘회사에서 기획부장을 하는 내가 말야....’라며 투덜대거나, 동생들과 부하직원을 혼동하는 등 부지불식중에 혼동하곤 했었다. 이 책에서 어느 교수는 자신은 아침에 강의실로 들어설 때는 ‘페르소나(외적인격)’가 된다고 말했다. 자신은 아니지만 매우 흡사하게 ‘닮은’ 또 다른 자신이 된다는 것이다. 직접 부연의 말을 들어보자.  


 “페르소나는 가짜가 아니다. 페르소나가 된다고 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지만 페르소나가 진짜 자신은 아니다. 그것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직업적 인격이다 ... 여러분은 자신의 직업적 삶과 개인적 삶 사이에 스크린을 설치할 수 있다. 스크린은 삶의 두 영역을 서로 배타적이거나 이중적이지 않게 구분해준다. 즉, 페르소나가 되었다가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일이 스위치를 켜고 끄는 일처럼 단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크린의 투과성은 자신이 원하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언제라도 자유롭게 ‘진짜’ 자신에서 직업적 자신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준다 ... 자신을 닮은 페르소나는 사회생활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불행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내면의 자아가 입게 될 상처를 줄여 줌으로써 우리가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교수는 가정과 직장을 동일시하는 것을 경계했다. 직장생활을 가정생활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한다면, 내적인 공간을 보호한다고 보았다. 즉, 직장에서 자신을 공격했던 외부적인 힘을 피해, 내적인 공간 속으로 숨어든 ‘자신’을 지탱한다며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일하는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소유하는 것이 결정된다. 또,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누구인지 결정된다.” 자신이 하는 일로부터 진짜 자신의 모습을 분리해 내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인생을 사는 데 있어 ‘가치 있는’ 틀림없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화려한 껍데기를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어느 교수의 강의 였다. 데이비드 E. 벨 이라는 이 교수는 우선 졸업을 하는 순간 ‘동창회’를 나간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말했다. 그 모임은 틀림없이 다른 졸업동기들에 대한 나를 보는 ‘비교의 장場’이 되기 때문이다. 동창회와 같이 남 보기 좋은 일을 하려고 하다가는 ‘온전한 내 인생’을 살지 못한다고 충고했다. 동창회를 나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좀 더 들어보자.  

  “결국 여러분은 의식적이든 아니든, 자신의 인생을 동창회에 맞춰 끌고 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예컨대, 직장을 서택할 때에도 짧은 시간에 자신의 이력을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고른다거나, 순식간에 떼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고르는 일처럼 자신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빠른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 일이라면 뒤로 미루고, 대신 ‘멋진 차를 살 수 있지만 사실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여러분은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직업적인 목표를 잃어버리고, 직업과 관련된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나 이와 관련된 어떠한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것에 있어 지나치게 몸을 사리게 될 것이다.”

  교수는 지식과 재능이 넘치는 우수한 학생들이, 남 보기에 그럴듯하면서 돈벌이는 되지만 그들에게 적합하지도 않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자리에 도달하는 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직장에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는 것을 경계했다. 최근에는 40이 넘어 요리사가 되기 위해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만나게 된다. 그 어떤 이유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반면 늦게라도 자신의 ‘일’을 찾은 그들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이 땅에 내가 태어난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저마다 쓸모가 있다는 말이다. 내 삶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쓸모에 쓰이고 있는지, 그런 나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이 강의에서 교수는 직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직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보상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성공의 의미를 폭넓게 정의하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만큼 ’직업선택‘의 기회는 더욱 많아지는 요즘 우리가 직업을 선택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내용이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깨달음과 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느 강의는 그동안 잊고 지내온 삶의 이정표들를 다시 찾게 해주고, 오늘까지 고민했던 인생의 화두에 대해서도 해답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 책이 제공하는 삶에 영감을 불어넣는 소중한 이야기들은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 뿐 아니라, 직장인이나, 사업자에게도 소중한 조언이었다. 세상이 얄팍한 처세와 기교를 가르친다면, 이 책은 ‘진정한 인격’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시간을 돌려 잠시 대학으로 돌아가 강의실에서 교수의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뜻 깊은 시간, 소중한 교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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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 입소문으로 팔아라 - 고객을 전염시키는 소리
엠마뉴엘 로젠 지음, 송택순 옮김, 이주형 감수 / 해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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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마케팅의 백미는 나쁜 입소문을 적극 경청하고 수정해서 옹호자로 만드는 것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다. 또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도 있다. 말만 잘 전하면 누구에게든 전할 수 있고, 그 파장은 비용 하나 없이 천리만큼 퍼뜨릴 수 있다. 사람들의 수다, 즉 ‘말言 의 힘’을 마케팅 방식으로 채용한 것이 ‘입소문 마케팅’이다. 동양은 물론 서양에까지 속담이 있을 만큼 대단한 입소문의 위력을 사람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 위력을 측정하기 어려운 탓인지 20세기까지만 해도 한낱 요행으로 얻어지거나 사실보다 과장되는 허구라고 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인터넷과 IT 붐을 경험한 21세기에 들어와서 오프라인이 뿐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대화공간이 생기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엠마뉴엘 로젠은 입소문을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보고 여러 가지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개념과 구체적 전략을 분석해서 <입소문으로 팔아라The Anatomy of Buzz: How to Create Word of Mouth Marketing>는 책을 내면서 ‘입소문 마케팅’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책 <버즈, 입소문으로 팔아라The Anatomy of Buzz Revisited: Real-life lessons in Word-of-Mouth Marketing>(해냄)은 2000 년에 출간된 <입소문으로 팔아라>의 개정판이다. 이 책은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와 사례들과 입소문 측정의 필요성, 스토리텔링, 참여의 힘, 윤리적 문제, 이야깃거리, 2차적 입소문, 시각적 입소문 등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어 거의 다시 쓰여진 책이다. 전작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전작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번 책은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개념과 입소문 마케팅이 ‘왜 중요한지’에 관한 내용은 생략했기 때문이다.(저자는 이제는 그런 개념을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확산되어서 뺐다고 한 만큼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비즈니스와 생활을 통해 익히 파악하고 있다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되겠다). 



 

    우리는 왜 입소문을 낼까? 그 이유를 찾기 전에 우선 책의 제목이기도 한 버즈buzz에 대해 알아보자. 버즈buzz는 입소문을 뜻하는 말로, 원래 벌들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이다. 벌들은 춤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꿀벌은 꽃을 찾으면 벌집으로 돌아가 춤을 추며 buzz buzz 소리를 냄으로써 다른 벌들에게 꽃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 정보 공유는 벌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생존을 위한 매우 효과적인 매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정보지식 시대에 정보공유을 뜻하는 입소문은 생존을 위한 의사교환 수단인 것이다.

  입소문에 대해 내린 저자의 정의는 이렇다. “이 책에서 입소문이라는 용어는 ‘현재나 과거의 고객 또는 잠재 고객들 사이에 언어적,시각적으로 전달되는 모든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을 일컫는다.”(본문 25쪽) 입소문의 시작은 바로 언급comment다. 이러한 언급은 직접 대면, 전화, 메신저, 이메일, 블로그 등을 통해 전달된다. 저자는 입소문 중에서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상호 작용의 일부로서 무작위로 튀어나오는 입소문은 제외하고 작위적인 입소문, 즉 기업 활동의 방아쇠trigger를 당기는 역할을 하는 입소문에 집중했다.

  우리는 이 말에 주목해야 한다. 입소문 마케팅은 작위적인 입소문이고, 의도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언급을 조장하는 마케팅이므로 입소문 마케팅을 벌이기 전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훌륭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에 비해 가치가 있는 제품과 서비스라면 언젠가 당연히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테지만, 굳이 일부러 입소문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공급자의 측면에서는 우리 제품보다 더 좋은 경쟁제품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공급 초과 시장이기 때문이고, 마케팅적 측면에서는 웹2.0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 주권의 시장에서 입소문 마케팅의 위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입소문 마케팅의 전제조건은 ‘가치 있고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 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입소문 마케팅은 ‘칭찬’이 아닌 ‘불만’을 베이스로 한 마케팅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입소문 마케팅의 전파자는 바로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 워크숍’에서 ‘당신의 제품은 올바른 것인가?’하는 질문으로 입소문 마케팅에 앞서 기업 스스로가 명심해야 할 일련의 질문들을 제시했다. 

 
-당신은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당신 제품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가?

-사람들이 ‘와!’하고 놀라는 효과를 창출할 또 다른 기회들이 있는가?

-당신 제품은 눈에 띄는가, 그리고 더 눈에 띄도록 만들 수 있는가?

-추상적인 개념들도 눈에 띄게 만들 수 있는가?

-당신은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가?

-당신 제품은 준비되어 있는가?

  저자는 순수한 형태의 입소문은 사람들이 좋은 제품을 찾기 위해 이용하는 여과 체계이기 때문에 대부분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조언을 부탁하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어떤 제품을 피해야 할지보다는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부정적인 경험보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전반적으로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프레드 레이켈트의 책 <1등 기업의 법칙>이 말한 입소문의 다양한 원천에는 촉진자(권유자, 긍정적)와 저해자(만류자, 부정적)이 있고, 이는 다시 경험의 여부를 따져 경험 기반 촉진자(써봤는데 정말 좋아), 경험 기반 저해자(써봤는데 형편없어), 2차 촉진자(정말 좋대), 2차 저해자(정말 형편없대)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저자는 기업은 이들을 잘 살펴 부당하고 부정적인 입소문은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입소문을 최대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입소문을 운에 맡기지 말고 노력에 의해 전환시키라는 말이다. 

  입소문을 촉발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데에는 경청이 큰 도움을 주고, 경청은 또한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입소문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저자는 말했다. 기업이 소비자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경청하며, 고객 경험을 향상시켜 결과적으로 입소문을 증가시킬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기업이 우선 불평하는 고객들을 도우면 그들이 옹호자로 바뀔 수 있고, 더 중요한 것은 경청이 기업의 시스템 문제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CRM메트릭스의 CEO인 로렌 플로레스의 말은 기업이 소비자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공명하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언급이 그 아이디어를 가장 잘 뒷받침하는지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허브를 공략하라고 말한다. 네트워크 허브는 특정 제품 분야에 대해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을 가리키킨다. 네트워크 허브는 말콤 글레드웰의 책<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t>에서 사용한 영향력자influential과 전문가maven, 그리고 연결자connector과 비슷한 개념이다. 네트워크 허브의 특성은 얼리 어답터 즉 앞선 수용자이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하는 연결자이며, 정보에 목말라있고, 블로그나 온라인 포럼등에 참여하며 큰 목소리를 내고, 때로는 언론에도 노출되는 부류다.

 주의할 점은 이들은 효율성을 높일 뿐 네트워크 허브만이 입소문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저자는 네트워크 허브가 입소문의 30% 정도를 좌우하고, 입소문의 70%는 네트워크 허브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생긴다고 말했다. 기업이 네트워크 허브들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며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네트워크 허브 뿐 아니라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이 더 열성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편 저자는 입소문의 전파를 가속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다발 속의 전략지점(네트워크 허브 등)에 씨앗 단위들(seed unit-신상품, 제품견본 등)을 할인 가격, 신용 판매, 혹은 공짜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뿌려야 한다며, 성공적인 씨뿌리기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규칙을 제시했다.

1.넓게 생각하라. 고객이 별로 없는 지역들을 찾아내는 것처럼,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소셜 네트워크들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들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씨뿌리기를 하라 


 2. 직접 제품을 주어라.대체로 사람들은 직접 경험해야만 제품에 관심을 보인다. 

3. 가격 장벽을 낮추어라.가능하면 씨앗 고객에게 공짜로 제품을 주어라. 그렇지 않으면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라.

4. 침묵에 귀 기울여라.성공적인 씨뿌리기는 죽은 네트워크(씨앗들이 발아하지 못하며, 활동성을 잃은 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고 추가로 씨뿌리기를 할 때 가능하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을 하면서 기업이 유념해야 할 점은 입소문의 경로를 끝까지 추적해서 어디까지 어떻게 전파되는지 소비자들에게 경청하며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대시절에 들은 ‘지시 1%, 확인 99%’라는 말이 떠올랐다. 특히 불만과 나쁜 소문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귀를 기울이며 그것을 덮으려 하지 말고, 소비자들이 불만을 해소하고 나아가 옹호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대로운 입소문 마케팅을 실행하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백미는 책의 맨 뒤에 있는 ‘입소문 마케팅 워크숍’이다. 이 책에서 한 부분만 읽어야 한다면 이 부분을 반드시 읽어야 할 실용적인 부분이었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을 실행하는 독자에게 입소문 마케팅을 펼칠 때 유념해야 할 내용들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제시했다. 만약 독자가 입소문 마케팅을 하고자 한다면 체크리스트로 사용해도 무방할 만큼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질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당신의 제품은 올바른 것인가?

-당신의 접근법은 올바른가?

-당신은 네트워크에 귀를 기울이는가?

-당신은 네트워크 허브들과 함께 일하는가?

-당신은 입소문 창출의 모든 기법들을 고려하는가?

-당신은 사람들을 참여하게 하는가?

-당신의 판매자들은 입소문을 만드는가?

-어떻게 입소문을 계속 살릴 것인가?

  내용이 주로 기업들이 추진했던 입소문 마케팅의 사례들을 들어 읽기는 편한 반면 개념의 이해와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찾는 데에 있어서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 학술적인 개념을 이해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직장이나 사업에서 입소문 마케팅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책이 제시한 다양한 사례들 속에서 독자가 마케팅을 추진하고자 하는 아이템을 접목해서 읽는다면 적잖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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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지음, 남문희 옮김, 무슨 그림 / 비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음습하고 기기묘묘한 소설!

  벼룩시장의 어느 헌책방에서 한 여성이 이유없이 사망 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애서가 비블리 씨는 그녀가 지목했던 책을 훔쳐 나온다. ‘겉표지는 사라지고 없고 갈색 속표만 있는 클로스 제본술로 제작된 무두질한 가죽 같은 질감으로 된 손에 쥐기 딱 알맞아 보이는 책의 이름은 ’그 책Das Buch'다. 비블리 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을 꺼내어 훑어보기 시작한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그는 시선을 고정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눈으로 활자들을 빨아들이던 그는 책에 홀리고 만다. 이제 그는 책이 되고, 책은 그가 되기 시작한다.  

  알폰스 슈바이거르트의 소설 <책이 되어버린 남자Das Buch>(비채)는 기괴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책을 사랑하는 애서가인 한 남자가 한 권의 낡은 책에 매료되어 푹 빠지더니 결국은 자신이 책이 되어버린다는 이야기는 어느 날 아침잠에서 깨어난 그레고르가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질에, 불룩하게 솟은 갈색의 배, 그리고 몸뚱이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의 갑충으로 변해버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생각나게 한다. <변신>이 인간 실존의 허무와 절대 고독을 주제로 하고 있다면, <책이 되어버린 남자>는 책과 책에 관련된 사람들의 애정과 애증을 잘 표현한 소설이다. 



 

  사람이 책이 된다는 설정은 흡사 판타지같지만, 책을 읽어보면 몇 번의 ‘작은 소름‘을 경험할 것이다. 그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판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구입하면서 ’책을 만난다‘고 말하고, 책을 읽으면서 책과 대화한다고, 이야기를 듣는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미리 사 놓고 미처 읽지 않은 책을 놓고 자신을 읽어달라고 눈치를 준다고 느끼고 있다. 한낱 책이거늘 구겨질까, 찢어질까, 젖을까, 얼룩질까 고이 모셔 놓는다. 나는 지금도 책을 사람 보듯 의인화하고 있다. 내가 비블리 씨가 된 듯 해서 오싹해진다. 그가 읽고 있던 책도 바로 ’그 책Das Buch'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소름은 예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여행의 책>을 읽을 때 였다. 일반적으로 책이 저자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받아서 보여주는 가교 역할을 했었다면, <여행의 책>은 책 속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들어 있었다. 저자는 스스로를 책이라고 말하며 독자인 내게 주문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과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말을 걸었다. 독자는 눈동자로 활자를 쫓으며 읽기만 하면 되는 여행인 셈이다. 글을 읽다 보면 그가 이끄는 대로 스스로 움직이는 경험이 시작된다. 유체이탈과 비슷한 상황으로 만들어져 내가 있는 장소에서 부웅 떠서는 천정과 지붕을 뚫고 책과 함께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한다. 책과 함께 불과 물 그리고 흙의 나라를 여행하고 무사히 제자리도 돌아와 안녕을 고하는 <여행의 책>을 읽으면서 책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독자가 책에 푸욱 빠져버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했다. <책이 되어버린 남자>는 독자인 내가 주인공인 ‘그 책’이 되어 나를 선택하는 사람들, 즉 애서가, 장서가, 책벌레, 책 수집광, 고서 수집가, 독서광, 작가, 편집자, 출판인, 제본업자, 비평가, 독자, 책에 미친 사람들을 경험하게 된다. 한 권의 손을 거쳐간 사람들의 행동과 책에 쓰인 내용을 접하면서 내뱉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이들에게 갖는 책의 애정과 애증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 비블리 씨가 책으로 변하는 순간은 영화 <플라이>를 보는 듯 하고, 전체적으로 음습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장면마다 책과 사람 이렇게 단 둘이 조우하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연상케 했다. 고서적을 느끼게 하는 책 편집효과와 분위기를 잘 묘사한 ‘무슨‘의 그림들은 ’그 책‘을 더욱 실감나게 만들어준다. “서점에서 두 악마가 밀회를 갖는다. 하나는 쓰기의 악마요, 하나는 읽기의 악마다.” (요제프 니들러), “책, 곧 죽은 사람이 산사람이 가진 특권보다 우월한 권리를 행사한다.”(루돌프 폰 예링), "운명이란 바로 그대들이 지닌 책, 책은 저마다 운명을 품고 있으니"(오토 슈토에즐) 등 책의 중간마다 등장하는 독서에 대한 아포리즘을 만나는 것도 특별한 재미가 될 것이다. 

  “만일 그 책을 손에 넣고 거의 끝까지 읽던 중인데, 즉 그 안에 담긴 내용을 건성을 대충 알아 가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예고도 없이 집중이 되지를 않는다. 그래도 남은 문장들이 무슨 중요한 의미를 품은 것만 같아서 억지로 읽어 보지만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고, 활자들이 흐릿해지며 크기가 작아지다가 결국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도 왠지 책에서는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때가 바로 비블리 씨가 책이 되는 순간이다. 독서를 하면서 책에 자주 몰입되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키가 줄어든 느낌이 있다면 비블리 씨를 떠올릴지 모른다. 그리고 책에 빠진 사람의 별명을 ‘책벌레’ 대신 ‘비블리 씨’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특별한 느낌의 기기묘묘한 소설, 책을 읽는 사람만을 위한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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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140자의 매직
이성규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세상은 지금 마이크로 블로그 <트위터>의 매력에 빠져 있다! 

 

  마이크로 블로그 사이트인 ‘트위터twitter’가 올들어 국내에서 인기가 급상승중이다. 김연아를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 주된 요인이 되겠지만, 해외로 눈을 돌려 보면 트위터 역시 대세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트위터는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 큰 역할을 한 바 있고,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그리고 핫이슈들이 CNN보다 빠르게 수신되기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접속과 송신이 간편해 가입자라면 누구나 쉽게 ‘뉴스’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보다 더 빠른 소식을 전파하는 트위터는 진정한 마이크로 소셜 미디어 시대를 열고 있다. 

  책<트위터, 140자의 매직>은 국내 저자로는 처음으로 ‘트위터twitter’를 소개한 책이다. 블로그 네트워크 미디어 벤처기업인 태터앤미디어에서 미디어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성규가 쓴 이 책은 국내독자를 위한 트위터 입문서라고 볼 수 있다. 트위터에 대한 책은 이 책 이외에도 조엘 컴과 켄 버지가 쓴 <트위터-140자로 소통하는 新인터넷 혁명, 예문>도 있지만, 국내 실정과 환경을 잘 설명한 이 책이 이해하기는 더 수월하다. 또한 입문서라 해서 단순히 트위터에 대한 사용 설명서 수준에 그치지 않고, 트위터가 현재 국내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해 언급하고 있다.  



 

   트위터는 140 글자로 보내는 일종의 미니 블로그다.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 시스템에서 비롯된 트위터는 접속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하루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서로 수다를 떨 수 있도록(twitter의 사전적 의미는 ‘새들의 지저귐’이다) 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목적에서 본 바와 같이 트위터에서는 누구나 발언할 수 있고, 트위터에 가입한 회원이라면 누구에게나 말을 걸 수 있고 대답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 트위터가 인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트위터의 한국열풍의 이유에 대해 우선 ‘평등한 소통’의 공간이라는 특성과 공적 인맥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 책에서는 트위터의 실체에 대해 밝히고 트위터가 저널리즘으로 발전할 여지가 충분한 이유, 그리고 이 작은 공간의 등장으로 인한 소셜 미디어의 미래를 진단했다. 또한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트위터의 입문을 돕는 사용법도 실려 있다. 

  하지만 책은 다소 어렵다. 왜냐하면 트위터의 등장이 얼마 되지 않은 바 이에 관심을 둔다면 ‘얼리어댑터’인 셈이기 때문에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으로 기술되어 있는 듯 했다. 쉽게 말해 ‘트위터, 세 시간 만에 따라잡기’ 비슷한 이름의 초보용 입문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겁을 먹을 것은 없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한글트위터가 지원되지 않아 이용하기가 어렵고 불편했는데, 드림위즈에서 한글트위터를 개시해 한결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성상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이란 읽어서 될 것이 아니지 않은가? 우선 가입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온전히 사용이 가능할 것 같다.이 주일 전에 가입한 나 역시 그곳에 가면 모뎀으로 처음 채팅하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이 갖는 의의는 우선 국내에 출간된 두 권의 책 중에서 국내 환경을 설명한 책이라는 점에 있다. 그래서 이해하고 활용하기가 나머지 책보다 더 쉽다. 둘째는 독자로 하여금 트위터가 과연 국내에서 블로그 만큼의 인기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짐작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는 점이다. 트위터 서비스가 본격화 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이 책을 읽고 도전한다면 ‘선점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주목되는 것은 책에 소개된 ‘트위터 시국선언’의 예와 같이 저자가 트위터에 대해 갖는 기대를 언급한 부분이다. 저자는 트위터가 ‘사회적 소통의 동맥경화’를 치유해 여론과 현실이 괴리되는 현상을 방지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정상적인 대의체제를 작동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트위터는 한국의 관련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그리고 해외 네트워크와의 접촉이 용이해 이슈와 정보의 확산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과연 국내 유저들에 의해 어떻게 발전될 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흥밋거리다. 또한 기업의 마케팅과 홍보면에 있어 글로벌 기업을 비롯한 해외 중소기업들은 벌써 트위터에 몰두하며 고객과 만나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발빠른 진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트위터가 단순히 ‘수다공간’이 아닌 블루오션으로서의 새로운 시장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먼저 먹는다.’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독자가 일찍 일어나는 새라면, 이 책은 먼저 벌레를 잡는데 망원경 역할을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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