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이솝우화
이솝 원작, 로버트 짐러 지음, 이종길 옮김 / 토파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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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50년 전에 만들어진 이솝우화의 패러디! 



<<거북이와 산토끼>> 

  공격적이고 허풍이 심한 특이한 거북이 한 마리가 산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하자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토끼는 거북이의 터무니없는 자만에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하지만 거북이가 끈질기게 토끼를 조롱하고 자존심까지 건드리자 토끼도 끝내 달리기 시합에 동의하고 말았다.

  공정하기로 소문난 올빼미가 심판으로 선정되고 코스가 결정되자 이 시합을 구경하기 위해 인근의 동물들이 모두 몰려나왔다. 출발신호가 울리자 토끼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앞으로 튀어나갔지만 거북이는 힘겹게 한 걸을을 떼어놓는 게 고작이었다. 

  거북이가 까마득하게 뒤처지자 토끼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나무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마음먹었다.그러고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가. 토끼가 눈을 떴을 때에도 거북이는 보이지 않았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은 토끼는 입가심할 요량으로 산딸기를 따다 예쁜 암토끼를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에도 거북이는 쉬지 않고 터벅터벅 제 갈 길을 갔다. 늦은 밤, 토끼가 암컷을 향한 구애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에 거북이는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빼미는 동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북이가 이 경기의 공식적인 승자임을 선언했다. 

당신은 이 달리기의 승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믿음직학 성실하지만 융통성 없는 거북이보다

게으르지만 날쌔고 연애 잘하는 토끼 스타일이

요즘은 더 대접받아!

어디 그뿐이야?

여자들도 성실한 범생이보다

게으른 천재를 더 좋아한단 사실!

 

  이에 한껏 들뜬 거북이는 동물들에게 토끼 대신 자기를 전령으로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동물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정신이 어떻게 된 모양이군. 넌 잘 모르는 모양인데 토끼가 암만 먹으면 언제든 너보다 빨리 달릴 수 있거든?" 

훈 - 할 수 있는 자는 할 필요가 없다. 

   책 제목(엽기이솝우화 Aesop Up-to-Date)에 많이 접어주고 읽어야 할 책이라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상상한 이상으로 파격적이어서 엽기라고 아니할 수 없다. BC 6세기 그리스의 노예 이솝이 틈틈이 만들어 낸 동물의 우화를 로버트 짐러라는 듣.보.잡의 이야기꾼을 통해 환골탈태를 했다. 

  양치기 소년의 세 번째 구라에 마을 사람들은 거짓말 소년의 양들만 구하게 되고, 까마귀에게 노래를 권해 먹이를 얻어먹던 여우는 까마귀를 산속 최고의 가수로 만드는 후원자가 된다. 햇볕 정책의 주요 소스였던 해와 바람의 이야기는 나그네에게 옷을 입히는 게임을 추가해 결국 1:1의 게임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이 엉뚱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가 1964년에 써졌다하니 이 책을 쓴 양반의 두뇌를 들여다 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이렇듯 원작의 내용을 꽈배기처럼 비틀고, 앞뒤를 뒤집어 오리지널을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만드는 방법이 성공한 미국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스토리텔링 기법이 아니던가?



 


  이 책은 이른 바 발상의 전환을 배우기에는 딱인 책이다. 헛헛한 일상에서 벗어나 상상하게 만들고 알고 있던 사실에 태클을 거는 실력은 '막시무스 선생'의 책들을 생각나게 한다. 한 세기가 지나 다시 읽는 이솝우화는 역발상이 가미된 새로운 이야기였다. 굵은 붓체로 순식간에 그린 듯한 삽화 역시 글맛을 더하는 비주얼이었다. 유치하다 말할 수 있다. 원작을 훼손했다고 불편해 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웃기를 잘하고, 주위를 둘러봐 웃음을 찾아다니는 내게는 비록 헛웃음일지언정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주었다. 특히 '발상의 전환이란 이런 것'이라고 알려준 그런 책이었다. 
 

  하지만 원작을 읽고 싶게 만든다. 순수하게 번역은 되지 않은 듯, 글 사이에 넣은 군더더기들이 재미를 감하게 만들었다. 코멘트의 내용 역시 스토리의 내용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듯, 꿈보다 못한 해몽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한다. 영문의 영작과 함께 영한대역을 내었다면, 영어학습과 스토리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었지 않았을까? 아쉽다. 원서를 찾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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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의 세계사
김희보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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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메이슨의 전모는 끝내 밝혀질 수 없는 것인가?

 

"우리 주변엔 음모 과대편집증이 도사리고 있다. 이 편집증에 빠진 사람은 이들 음모가 자신의 숨통을 조여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황당한 음모는 신문 등의 인쇄매체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도 유포되며, 음모설(conspiracism)은 일종의 사종교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음모 편집증에 걸린 사람들 중엔 O.J 심슨이 일본의 마피아의 농간에 놀아났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찰스 황태자가 신세계 질서의 꼭두각시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1997년 6월 1일자 '뉴스위크'지 

  음모는 진실과 오해의 중간, ‘아직 알 수 없음’의 단계다. 음모론의 당사자가 터무니없는 오해라며 진실을 밝힌다면 확인될 내용들을 굳이 밝히지 않기에 ‘음모론’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물론 세간의 음모들이 ‘대꾸할 여지조차도 없기에’ 밝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음모가 진실의 전모에 일부 관여되어있거나, 그것이 진실로 밝혀질 경우 향후 치명적인 결과를 낳거나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어떨까?

  책 한 권이 2007년 7월 중국에서 출간된 이후 24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1년 만에 100만권 이상이 팔려나간 적이 있다. 제목은 <화폐전쟁>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화폐의 메커니즘을 통해 화폐를 지배하려는 상업은행의 권모와 술수가 곧 중세 이후의 역사라는 것을 밝히고 그 배후에는 로스차일드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세계 제일의 갑부는 빌 게이츠가 아닌 로스차일드 일가이고, 달러를 만들어내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사실 민간 중앙은행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대통령의 피살 비율은 미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일선부대의 사망률보다 높은데 대통령들이 피살된 이유는 달러의 발행권을 되찾으려는 이들의 시도가 세계 금융세력에게 들통나 축출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홍빙이 주장한 이러한 주장은 그것을 수용하는 대상마다 의견을 달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G2라 불릴 만큼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서 이 책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기능은 무력하고 ‘보이지 않는 그림자 정부’에 의해 조종당하는 셈이라며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보태주는 붐업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유로화에 대해 언급한 후속작이 나왔을 정도다(국내에는 내년 즈음에 출간된다고 하는데, 유로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야기했을지 궁금하다). 

  한편 국내에서도 순식간에 경제경영부문에서 베스트셀러 부문에 오르며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관심의 초점은 중국과는 약간 달랐다. 바로 지난 해 하반기에 전세계에 불어닥친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을 미리 경고했었다는 점이었다. 시의적절했던 이 내용은 금융위기의 원인과 파장에 대해 촉각을 기울였던 독자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책 속에서 ‘금융위기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끝날 것인가’하는 이야기를 책에서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보이지 않는 그림자 정부’는 중국인 저자로서 꺼낼 법한 이야기지만 음모론적 성격이 짙다고 판단했다. 

  내가 책 <비밀결사의 세계사>를 집어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 <화폐전쟁>에서 언급한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비롯된 금융세력들의 규모는 어떻게 되고, 이들 단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한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를 비롯해 최근에 <로스트 심벌>이라는 책을 펴낸 밀리언셀러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비밀 결사에 대한 존재여부에 대해서도 이와 맞물리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해서였다. 저자는 비밀 결사에 대한 객관적 연구가 필요한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이 책이 출간되어야 하는 변辯을 대신했다. 그 네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인류의 일반적 역사를 잘 이해하자면, 비밀 결사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프리메이슨에 관하 지식은 프랑스 혁명 이데올로기의 원인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준다.

  (2) 종교사 및 사상사는 비밀 결사를 연구하지 않고는 옳게 이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고대 말기의 그노시스파의 근, 현대의 프리메이슨은 그 시대 사장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

  (3) 사회학도 또한 비밀 결사의 형성과 구조 및 의식에 관한 자세한 연구가 요구된다. 사회학적 연구는 연구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가지게 하고,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하게 한다.

  (4) 심리학 분야에서도사람들로 하여금 비밀 결사를 형성하도록 작용하는 감정을 연구하여, 인간의 종교적 감정을 연구하는 데 흥미와 아울러 크나큰 암시와 귀뜸을 줄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들은 바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비밀 결사들Secret Societies의 기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발전과정을 수많은 기록적 증거를 바탕으로 제시한 책이다. 특히 프리메이슨, 유대게이트, 시온수도회 등 거대하고 다양한 비밀 결사들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 회원인 유명인사들의 명단과 활약 등을 밝히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주목할 점은 이 책에는 아시아와 동양권의 비밀 결사가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책의 제목이 우연히 세르쥐 위탱의 책<비밀 결사의 세계사>와 같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책의 내용 역시 아시아와 동양권의 비밀 결사가 제외된 점을 비추어보면 결코 우연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좀 더 들어가 보면 제 3장 유대게이트의 회원에는 작고한 명사를 비롯해 생존해 있는 인물들도 거명한 반면(우리가 잘 아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 우디 알렌, 엘리자베스 테일러, 더스틴 호프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들도 포함되었다), 프리 메이슨의 회원들의 명부는 작고한 인물들만 기록하고 있다. 짐작하건데, 저자는 더 많은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내용을 발췌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만약 저자가 아시아와 동양권의 프리 메이슨 회원들을 알 수 있다면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특히 우리나라에는 어떤 인물들이 프리메이슨 회원이고 과연 몇 명일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내가 갖는 이런 종류의 의문이 바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음모론을 일으키는지도 모르겠다.

  비밀 결사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을 살펴야 할 독자의 몫이다. 만약 쑹홍빙의 <화폐전쟁>나 이리유카바 최의<세계를 조종하는 그림자 정부 - 경제편>을 읽었던 독자라면 그 책들이 언급한 ‘어두운 금융세력’들에 대한 존재가 이 책이 말한 비밀결사들과 교묘하게 잘 맞아들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S. 이것 하나는 세인들이 궁금해 하는 한 가지를 언급을 해야겠다. 우선 소설 <다빈치 코드>와 관련된 사실은 ‘다빈치 코드’가 발견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내용은 허위였다고 저자는 밝혔다. 다시 말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19세기 말, 두메마을의 한 신부가 ‘렌느 르 샤토의 수수께끼’를 해독하여 땅에 묻혀 있던 보물을 발견하였는데, 그 속에 다 빈치가 어떤 신비한 활동에 관여하여 남긴 수수께끼의 그림이 있었고, 그 안에 수도회의 비밀의식을 나타내는 암호가 깔려 있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그러나 ‘다빈치 코드’에 묘사된 시온수도회가 실제로 설립된 것은 1956년 6월 25일, 프랑스의 피에로 프랑탈에 의해서였다. 그는 시온수도회의 후계자라고 주장하였으나, 훗날 ‘비밀 문서’ 등 모든 자료는 그가 꾸며낸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인류가 낳은 최고의 예술가 레오나르드 다 빈치에 대한 의혹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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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의 선택 - 세상의 모든 성공학자가 말하는 15개의 성공씨앗
카라니 N. 라오 지음, 황옥순 옮김 / 생각의날개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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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는 성공과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이 책에서 찾아라.
 

  자기계발서는 위로입니다.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된 지 이미 오래,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윗사람으로부터 충고를 듣거나 좋은 조언을 얻기는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외로운 인간이 더욱 외로운 세상이 된거죠. 종교를 갖은 사람은 절대자에게 자신의 고민과 걱정을 맡김으로써 무거운 짐을 덜어낸다고 하지만,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에는 그 가르침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기계발서는 그런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개인들에게 위로를 해주는 책입니다. 

  이런 책을 읽어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은 '어디선가 한 번 쯤은 들어봤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조언이 필요할 때는 구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자기계발서는 이럴 때 필요합니다. 내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주지는 않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나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는 위로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위인들의 선험적 사례들을 통해 '나도 저렇게 마음 먹고 행동하면 될 것 같다'는 작은 용기를 얻게 되죠. 책 <위너의 선택>도 그런 자기계발서 중 하나 입니다. 

  세상에 나온 수많은 성공학서를 탐독하고 숙지한 한 인도의 학자가 자기계발서들을 통해 성공에 도달하기 위한 15가지 핵심 요소를 발췌해 한 권의 책에 모았습니다. 이런 류의 책을 즐겨읽은 저로서는 거의 모두가 들어본 이야기와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이런 종류의 책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적잖은 감동과 교훈을 얻을만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야기의 형식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같기도 하고, 인도의 철학자인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과도 같습니다. 성공에 도달하는 핵심 요소 15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능성 Possibility 삶의 목적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아지는데 있다. 늘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분발하고 최선을 다해 당신의 장점을 더욱 향상시켜라.
-목표Goal 우리는 출발하기 전에 어디로 갈지 그 방향부터 정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기차나 버스를 무작정 타는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행선지나 목적지도 없이 인생을 사는가? 그러므로 당신은 떠나기 전에 목적지부터 정하라.
-긍정성Affirmation 삶의 어느 분야에서건 긍정적 자세야말로 성공과 행복의 필수 요소다. 어떤 상황에서건 좋은 점을 보는 습관을 들여라. 이러한 자세가 몸에 배면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긍정적 자세란 삶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을 말한다. 마음 자세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열망Passion 목표가 숭고한 집념이 된다면 정상까지 오르는 데 필요한 그 밖의 자질들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다. 연료가 자동차를 나아가게 하듯이, 우리의 열렬한 갈망과 전념이 목적지에 이르도록 나아가게 만든다.
-준비Preparation 계획은 효과적인 자원 활용에 도움이 된다. 확신은 준비에서 나오며, 준비는 다른 게 아니라 계획하고 연습하는 과정이다. 준비와 연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준비와 연습을 통해 경쟁력이 생긴다.
-시간Rural the time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마라. 시간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며 인생을 만드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효율성Efficiency 효과와 효율성에 대해 생각하라. 꼭 할 일을 하고 거둘 수 있는 목표나 결과에 집중할 때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건강Health 에너지는 건강의 산물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속담을 명심하자. 정신과 직결되는 몸을 소홀하게 생각하지 마라. 몸은 우리의 성전이다.
-과감성Resolution 강하게 행동하면 강해진다. 용기 있게 당신의 행동으로 사람들을 고무시키되,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라. 행운과 사랑은 대담한 사람을 돕는다. 용기가 없으면 승리도 없다.
-학습 Learn 성공은 획득이나 성취, 출세에서 오지 않는다. 성장의 결과로 오는 것이다.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기보다는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자기단련Self-training 의지력은 우리가 노력을 쏟을 수 있는 최고의 훈련 프로그램으로 꼽을 수 있다. 그 목표가 무엇이든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당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맹렬한 추진력과 불가항력의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실행력 Practice 행동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행동 역시 용기를 키워준다. 꼭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전념하면 성공은 보장된다.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하게 만들려면 그 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마쳐야 할 일을 해야 할 때 꼭 해야 한다.
-끈기Patience 끈기는 인내를 낳는다. 모든 실패는 성공에 대비한 총연습이다. 성공 기회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따라 다니기 마련이다.
-기도 Prayer 내적 자아를 강하게 하는 힘을 끌어내려면 기도와 명상을 통해 당신을 우주의 근원과 연결시켜라.
- 올바른 가치관 Right values세월만 보내는 게 아니라 인생다운 인생을 사는 법을 배워야한다. 우리는 우리가 얻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우리가 베푼 것으로 진정한 인생을 살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15 개의 핵심요소를 모두 충족시켜야 진정한 성공을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살펴보면 이 모든 것을 다 이룬다면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을 만큼 종류도 많고,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공에 이르려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인가요? 거의 대부분이 부자가 되고, 임원이나 CEO가 되는 것, 등 눈에 보이는 성공만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이루어 성공했다고 해서 행복해 질까요? 그에 대한 좋은 예가 이 책에 소개되더군요. 소개 하겠습니다.


  1923년, 부호 여덟 명이 시카고에서 만났다. 이들은 철강 대기업 회장, 최대 전력회사 사장, 최고의 증권 투자가, 뉴욕 주식 거래소 이사장, 국제 결재 은행장, 미국 내무부 장관, 뉴욕 월스트리트의 최고 투기꾼, 최대 전매회사 사장이었다.  

그런데 20년 후에 철강회사 회장, 찰스 슈왑은 파산으로 생을 마감했다. 전력회사 사장, 사무엘 인설은 지명 수배자로 그리스에서 망명 중에 사망했다. 최고의 증권 투자가, 아서 커틴은 파산자로서 해외에서 사망했다. 뉴욕 주식 거래소 이사장, 리처드 휘트니는 싱싱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국제 결제 은행장, 레온 프레이저는 자살했다. 미국 내무부 장관이었던 앨버트 폴은 수뢰죄로 복역하다 집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사면 받았다. 뉴욕 월 스트리트의 최고 투기꾼, 제시 리버모어는 자살했다. 최대 전매회사의 사장인 매치의 왕 이반 크루거도 자살했다.   본문 169-170 쪽

  어떻습니까, 여러분? 약 90년 전에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이 이야기가 최근 우리가 뉴스에서 만나는 어느 국내 대기업이나, 부자, 그리고 정치인의 몰락을 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이들의 공통점은 부귀영화를 얻은 사람들이라는 점과 말로가 보통사람 보다 못했다는 겁니다. 이들이 바라는 성공이, 행복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요? 자신의 깜량보다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얻었기 때문에 그들은 끝내 불행해졌습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성공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추구하는 행복은 어떤 건가요? 알듯 모를 때, 그럴 때 자기계발서가 필요하고, 성공학서가 필요합니다. 그런 책들을 읽어보면서 자신의 깜량을 생각해 보고, 더 넓히고 싶다면 무엇을 좀 더 계발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니까요. 지금까지 성공학서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우선 두껍지 않고, 15 권 정도의 성공학서의 엑기스가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명심해야 할 건요, 이 책에는 해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해답은 이 책을 읽는 독자, 바로 당신이 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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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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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데미안'이 이 소설 속에 숨어 있었다!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웃기지만 정말이야. 하지만 언제였냐는 기억이 또렷하지. 왜냐하면 하늘에 뜬 별이 모두 땅에 내려앉은 것처럼 거리엔 반딧불이같은 불빛들이 그득하고, 귀에는 캐럴이 끊임없어 들렸거든. 난 명동성당으로 들어서는 을지로 사거리 오른편 가로등에 서 있었어. 한 손에는 ‘사랑과 영혼’을 볼 수 있는 중앙극장 영화표 두 장, 다른 한 손에는 반쯤 타서는 재를 게워내고 있는 담배가 들려 있었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그녀를 난 30-40분 정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 추웠던지, 똥줄이 탔던지 담배를 꽤 피웠던 기억...생생해. 그녀가 오면 보라고 주위에 있는 몇 개의 꽁초까지 모아서 일부러 수북하게 보이게하려고 오른발로 쓸어 모았던 기억도 나. 많이, 그리고 간절하기 기다렸던 것 같아. 

  끝내 그녀는 오지 않았어. 아무래도 내가 일방적인 데이트 제안을 하고 기다렸던 것 같아. 그리고 그녀는 나쯤은 괘념에도 없었던 것도 같아. 애타게 기다린 나도 나지만, 끝끝내 나타나지 않은 그녀였던 걸 보면 말야. 영화가 시작한 후 10분 정도를 그 자리에서 더 기다렸던 것 같아. 담배갑에 든 마지막 담배에 불을 붙이고, 영화표를 아주 잘게 찢었지. 그리고 내 머리 위로 뿌렸던 기억이 생생해. 나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내가 그런 이상한 짓을 하는 줄 몰랐을거야. 그 날은 찢어진 영화표보다 훨씬 더 크고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거든.“

  며칠 전 지금의 ‘그녀‘에게 말했던 내 스무 살의 크리스마스 이브 이야기다. 바보같은 사내의 꽁트같은 이야기에 그녀는 숨이 넘어갈 듯 까무러치는 웃음에 더욱 신명나게 떠들었지만 고이 숨겨 두었던 아픈 기억에 가슴이 아팠다. 그랬구나, 내가.

  누구였을까 그녀는. 알 듯 모르겠다. 이럴 땐 ’잊어야지‘ 마음먹으면 정말 까맣게 잊고 마는 신기한 기억력이 미워진다. 이 이야기를 꺼낼 때 내 손에 든 것은 반쯤 타고 남은 담배가 아니라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였다. 이 소설의 시작은 내 이야기와 비슷한 즈음인 어느 겨울의 크리스마스였다. 



 

  묵은 사랑은 애절하다. 기억이 흐릿할 만큼 세월이 지날수록 애절한 향내는 더욱 진해진다. 어려서 사랑을 아직 몰라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자위를 하지만 사실은 가장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을 감당하지 못해서 내쳤는지도 모른다. 그냥 좋았을 뿐 아무런 조건이 없던 그때, 느껴지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하나’ 뿐이었다.

  소설의 나는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불쌍한 아내의 아들이다. 젊디젊은 톱 탤런트에게 새장가를 간 중년의 배우 아버지, 나에게 그는 미美를 쫓는 나방이었다. 백화점에서 같이 근무하는 ‘끔찍하게 못생긴’ 그녀가 눈에 들어온 건 새장가간 아버지가 반면선생反面先生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버려진 어머니에 대한 연정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녀를 ‘나’는 좋아하기 시작한다.

  나와 못생긴 그녀와의 사랑 이야기는 자못 싱거울 수 있다. 미추노소美醜老少를 불문하고 당신들의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던가? 맞불이 붙은 사랑에는 타인의 시선일랑 아랑곳없다. 원래 사랑하는 연인에게 세상은 ‘우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의 그 채도와 명도 역시 두 단계쯤 낮아진 배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떠나 ‘못난이’인 나 역시 흘러온 시간만큼 사랑을 경험했고, 그 때만큼은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이들을 지켜봄은 심드렁할 만하다. 자칫 건조할 뻔 했던 이 소설을 읽은 동안 구름을 걷듯 즐겁게 하고, 내 눈에 뿌려진 안개를 걷어주는 역할을 맡은 세 번째 주인공은 바로 ‘요한’이다.

  요한은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을 닮았다. 적에게 총칼을 겨눴던 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 피아彼我 구분할 것 없이 젊은 병사들의 가슴 속에 들어 있던 그 책의 주인공, 데미안을 닮았다. 데미안은 ‘형’ 그리고 ‘친구’의 다른 이름이다.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면서 내가 모르는 세계를 보여주고, 내가 알아야 할 진리를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 그는 그런 인물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독설쟁이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데미안의 말들이 신비했다면, 재벌가의 첩자식인 요한의 독설은 ‘지화자’을 연발할 만큼 명쾌하고 시원하다.

  소설의 ‘내’가 입을 떡 벌리고 들을 법한 세상에 대한 그의 삐딱한 시선은 늘 왕눈이 안경을 뒤집어 쓴 박민규의 시선이고 생각이 아닐까. 내가 호불호好不好의 이분법적 수렁에서 벗어나 세상을 다시 대하고, 그녀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요한’이 있어서였다. -데미안과 요한, 비슷한 캐릭터의 두 사람의 이름은 묘한 아이러니다. 데미안이 Demon 즉, 악마적 이름이라면, 독설쟁이 요한은 그리스도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던 ‘그리스도의 선구자다 - 

  내가 요한에게서 들은 첫마디는 백화점 주차 알바에서 살아남는 법이었다. 난(글을 쓰는 나) 그의 첫 번째 대화에 그만 홀랑 반해 버렸다. 그 시절의 나였다면 잠시라도 요한과 떨어지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괜한 친절을 베풀지 마. 주차할 때 뒤를 봐주거나 오라이~ 이런 거 해주지 말란 말이야. 그러다 쿵 하면 너한테 변상하라고 덤비는 게 인간이야. 정 주차가 서툰 운전자면 나나 면허를 가진 근처 직원에게 부탁해. 어이~ 뒤 좀 안 봐주고 뭐해, 따지는 놈도 있지? 대개 그런 놈들은 큰 차 모는 놈들이야. 상황 봐서 최대한 조심하고...혹시나 말이야, 그러다 쿵 해쓴데 고급세단이나 외제차였다! 그럼 니가 행 할 행동을 일러줄 테니 반드시 입력해 둬. 우선 말없이 완장과 모자를 던져버려.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말고 사무실로 뛰는 거야. 주임이 있으면 기절이라도 시키고 책상 오른 쪽 두 번째 서랍을 열어 신상명세서를 찾는 거야. 그걸 찢어 삼키든지 태우든지 하고 곧장 집으로 도망쳐. 그리고 다른 일자리 알아보는 거야. 알았지?” 본문 88 쪽

  요한은 아니, 아니에요를 연발하는 그녀에게 아니에너스라 이름짓고, 그녀를 닮아가는 나에게 아니우스라 부르며 바보 같은 두 사람을 맺어준다. 남의 고민을 발벗고 해결해주는 사람, 남을 즐겁게 해주어 함께 웃으려 하는 사람. 요한은 실은 절대고독의 개미지옥에 빠져 있는 외로운 사람이다. 선구자 요한처럼 세상의 헛헛함을 알았던 것일까, 진절머리 칠 만큼 버려진 사랑을 너무 일찍 안 탓일까, 하나였던 세 사람이 둘이 되자 결국 손을 그어 제 명命을 재촉하는 바보가 된다.

이들이 모이는 아지트는 몰락해 가는 재래시장의 초입에 있는 맥주집 '켄터키 치킨'이다. 간판에 BEER 대신 BEAR가 붙어있고, HOF 대신 HOPE가 떠억 자리잡고 있는 곳, 단골이라고 닭다리가 일곱 개가 나오는 이곳은 뒤죽박죽 섞여버린 세상의 축소판이다. 배를 잡고 웃으며 말하는 그곳 풍경은 사뭇 대학시절 즐겨찾던 ‘딸깍발이’가 생각났다.

“왜 그렇게 우스웠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 우리는 지겹도록 웃고 또 웃었다. 켄터키 옛집인 듯한 풍경은 알고 보니 네덜란드였고, 스와니겠지 싶었던 강은 아마존이었다. 게다가 버젓이 네바다 사막이며 나이아가라의 사진도 걸려 있었다. 좋아, 다 좋은데 저 돼지는 뭐냐구? 닭이면 또 모를까...닭을 튀기는 주방 근처엔 새끼 돼지들이 줄줄이 엄마 돼지의 젖을 문 이발소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이 닭도 한국에서 잡은 걸 텐데...또 메뉴판을 뒤지며 켄터키에 마른 오징어라니...이래도 되는 거냐구, 거품을 물었었다. 컨터키의 어떤 것도 찾을 수 없는 가게의 출입구 위엔 알고 보니 무난하게 갓이 걸려 있었다. 급기야 화장실에 간 요한은 이소룡을 발견했었다.” 본문 95 쪽

  여자로서 못생긴 그녀가 본 한국은 화장을 하지 않고선 외출하기가 두려운 사회, 남자와 여자가 철저하게 구분되는 야만적 사회다. 또 추함은 죄가 되고, 못생겨서 받는 차별은 추함의 댓가로 달게 받아야 하는 당연한 벌罰로 인정하는 사회다. 그래서 못생기고 추한 사람은 그 반대의 부류를 위해 존재하는 배경이 되고, 그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엑스트라다. 바로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평생동안 눈을 떼지 못했던 왕녀를 시중드는 시녀와 다름아닌 것이다. 박민규를 이 소설에 대한 변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늘 스펙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경쟁력 없이 살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자들을 위한 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여자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쩌면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못생긴 사람들이다. 비교우위를 점하는 자신감에 사로잡힌 불쌍한 사람들이다. 남보다 더 많이 갖고, 더 예쁘고 잘생겨야 행복해진다고 여기는 불쌍한 추물醜物들이다. 행복은 자존감에 있다. 잘나고 못난 것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라는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비롯된다. 박민규는 그녀가 독일에서 ‘못생긴 여자’가 아닌 ‘한 명의 독신 동양인’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지금도 수술대에서 의사의 칼침을 기다리는 수많은 못생긴 사람들이 가져야 할 것 역시 자존감自存感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기존의 소설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구성과 파격적인 문단 구성은 박민규답다는 찬사를 안할 수 없다. 시종일관 독자로 하여금 이십 년 전의 차가운 겨울을 느끼게 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만약 내가 첫사랑과 스무 살을 추억하고 싶어진다면 다시 읽어야 할 책은 이 소설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권말에 붙어 있는 CD와 엽서다. 잘 된 작품에 굳이 없어도 됨직한 사족이었다(난 아직도 그 부록을 개봉하지 않았다). 독자를 위한 배려였다면 지나쳤고, 완성도를 높이려 했다면 착각이다. 앞으로도 쇄를 거듭해 널리 읽힐 것이 자명한 이 소설, 온전히 제 한 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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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크리스 앤더슨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마구 퍼 주고, 그 속에서 금맥을 찾아라. 이것이 미래 기업이 살 길이다!

 

  “공짜 술 한 잔 보고 십리 간다.“는 우리 옛말이 있다. 그리고 ”공것이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말도 있다. 모두 공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거두어들이려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비꼬아 이르는 말이다. 나 역시 ”공짜“라는 팻말을 보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도대체 뭐길래..?’ 하며 기웃거리는 공짜에 약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공짜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손해 볼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도 사람들은 얻는 즐거움보다 잃는 괴로움을 두 배가량 더 크게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것을 보면 사람들이 ‘손해 볼 염려 없는 공짜’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장사꾼들은 이러한 사람들(소비자)의 ‘공짜심리‘를 모를 리가 없다. 공짜를 이용한 이른바 공짜 마케팅은 예전부터 있던 장사술중 하나였다. 당장 재래시장을 살펴보자. 어물전에 들려 젓갈을 사기 전에 손님은 이쑤시게로 집어서 한 입 먹어본다. 과일가게를 들려도 수박, 사과, 배 등을 깎고 숭덩숭덩 썰어놔 상품의 가치를 짐작하게 진열해 놓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무엇이든 한 무더기를 사면 한웅큼 집어서 보따리에 더 담아주는 ’덤‘도 공짜요, 행여 무거울까 집까지 배달해주는 운송료도 공짜마케팅에 속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공짜‘없이 무슨 물건을 살까 싶을 만큼 ’공짜‘는 물건을 사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들어 시장은 더욱 뜨겁게 공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판매방법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말 그대로 ‘공짜’를 마구 퍼주고 있는 것이다. 손님이야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과연 ‘이렇게 막 퍼줘도 괜찮은겨?’ 기업을 걱정을 정도다. 정말 그렇게 공짜를 남발해도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다면 그들은 무엇으로 돈을 버는 것일까?



 

    책<프리;free>는 21세기 마케팅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공짜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저자는 롱테일 이론의 창시자이자, 베스트셀러 <롱테일 경제학>을 쓴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다. 전작 <롱테일 경제학>이 저장과 유통 비용이 제로zero인 온라인의 잇점이 롱테일이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한계비용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제품과 서비스로 어떻게 수익을 일으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저자는 앞으로의 비즈니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 시장은 공짜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시장에서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21세기의 공짜는 전 세기까지 추구해 왔던 ‘말뿐인 공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웹은 인간의 지식과 경험과 표현이 집적된 세계 최고의 집적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통비용 제로의 디지털 배급 시스템으로부터 오늘날의 웹의 기적이 일어났다. 공짜 진열공간이 바로 그런 기적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짜는 아무런 조건도 붙어 있지 않다. 그것은 향후 매출을 올리기 위한 미끼가 아니라 진정한 공짜다...21세기의 공짜는 20세기의 공짜와 다르다. 원자 시대에서 비트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현상이 변화를 일으켰다. 공짜가 진정한 공짜가 된 것이다.” 본문 22 쪽

  저자는 비트 시대(21세기)의 공짜는 원자 시대(20세기)의 공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 차이는 이렇다. 20세기의 공짜는 ‘말 뿐인 공짜’다. 공짜를 대신한 사은품, 증정품, 할인 등의 혜택이 공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최초에는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물건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공짜로 받는 만큼 깎는 ‘에누리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대가를 치르는 마케팅 술책 중 하나일 뿐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인 비트 시대의 공짜는 다르다. 말 그대로 공짜다. 돈 한 푼 내지 않고 가입만 하면 메일, 블로그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싸이월드 홈페이도 공짜다. 온라인 공간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공짜 혜택은 ‘그것이 정말 공짜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짜투성이다. 게다가 기업들은 ‘공짜로 더 퍼주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해서 가능할까? 저자는 인터넷 세계는 프로세서, 대역폭, 그리고 저장장치라는 세 가지 기술에 힘입어 가격 하락을 배가시켜 종국엔 한계비용이 제로Zero, '0'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짜경제 속에서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구글과 같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공짜경제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

  그 설명에 앞서 살펴야 하는 것은 우리 일상 속에서 만나는 공짜는 어떤 것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크리스 앤더슨은 네 가지의 공짜모델을 제시했다.    



 

   공짜모델1 - 직접 교차보조금(기업이든 스폰서든 누군가 돈을 대신 내주는 형태)

공짜 상품: 다른 무엇인가를 유료 구입하도록 당신을 유인하는 모든 상품

공짜 수령자: 궁극적으로 이런저런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될 모든 사람

예: 1+1 증정행사, 이동전화 상품, 패키지 상품

 

  공짜모델2 - 3자간 시장

공짜 상품: 콘텐츠,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

공짜 수령자: 모든 사람

예: 라디오, TV, 신문, 잡지 등 - 광고주가 대신 비용을 대는 형태

 

  공짜모델3 - 프리미엄Freemium Model

공짜상품: 고급 유료 버전과 겨루는 모든 상품

공짜수령자:기존 버전 이용자

예: 어도비의 포토샵의 고급 버전을 구매하는 유료 이용자 1명이 체험판을 내는 이용자 19명의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

 

  공짜모델4 - 비금전적인 시장

공짜상품: 사람들이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공짜로 제공하는 모든 것

공짜수령자: 모든 사람

예: 위키피디아, 블로거 등 - 일종의 기부 경제로 이들은 명성과 관심, 표현 등의 비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얻는다.

 
  저자는 앞선 두 가지의 공짜모델 즉, 교차보조금과 3자간 시장은 원자 시대인 20세기의 공짜모델이고, 21세기를 대표할 공짜 모델은 세 번째인 ‘프리미엄 모델’(= free+premium의 합성어로, 모료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인 후 고급 기능을 유료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제품을 널리 알리는 데에는 공짜버전(체험판 등)을 제공하고, 고급형은 유료화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말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이라 불렀다.

  덧붙여 비트 시대에 있어 또 하나의 공짜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바로 비화폐 시장, 즉 비금전적 시장이다. 위키피디아나 블로그 등과 같은 공짜모델들은 관심 경제와 명성 경제가 돈을 대신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노동은 공짜다. 그래서 이들이 제공하는 경제는 순수한 ‘기부경제’이고, 기부경제에 쏟은 노동의 보상은 다른 블로거나 유저들로부터 얻는 존경과 관심, 표현 그리고 청중(팬)이다. 이러한 보상은 트래픽(방문)으로 이어지고 광고 클릭수를 높여 금전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금전을 추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본연의 ‘이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공짜 노동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요컨대 좋아서 무료로 하는 일이 월급을 받기 위해 하는 일보다 종종 더 즐겁다. 살려면 어쩔 수 없이 무엇인가를 먹어야 하지만, 매슬로우가 보여준 것처럼 먹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창의력도 발휘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으면서 사회에 공헌할 기회는 매슬로우가 다른 욕망들보다 중요하게 평가한 자아실현 욕구와 일맥상통한다. 웹에서 자발적 참여가 넘쳐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웹 덕분에 사람들은 창의력을 발휘하고, 무엇인가에 기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무엇인가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어 행복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몇백 년 동안 그러한 비화폐를 생산할 경제적 잠재력을 지닌 채 그것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 및 도구들의 출현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웹이 바로 그러한 도구들을 제공했고, 그 때문에 갑자기 무료 교환 시장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본문 298 쪽

  더불어 저자는 기존의 공짜 비즈니스 개념에 대한 오해와 반론들 중에서 중요한 14가지를 나열하고 그에 대해 각각의 사례를 들어 답변을 제시했다. 원자 시대와 비트 시대의 과도기에 있는 지금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아가 책의 말미에 미래의 공짜 비즈니스의 방향(공짜의 규칙)을 예측하고, 저자가 공짜 경제 시대의 유일한 생존방법으로 제시한 효과적인 프리미엄Freemium을 독자들이 효과적인 활용하는 방법(프리미엄 전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수없이 만나는 공짜 비즈니스 모델들을 유형별로 정리(50가지 공짜 비즈니스 모델)해 제시했다.

  크리스 앤더슨이 제시하는 비트 시대의 공짜경제를 살펴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사례로 제시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하나같이 세계적인 온라인 기업으로 거듭난 기업만을 소개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고, 이들이 펼치는 비즈니스 모델들이 표본이라면 무어의 법칙만큼이나 빠른 속도의 지금의 경제환경에서 신생업체들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나아가야 할 바는 무엇일까 의문을 두었는데 끝내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온라인 시장의 대표적인 마케팅이라 할 수 있는 ‘공짜경제’에 주목하여 공짜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해 공짜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 그리고 공짜 마케팅 유형과 성공적인 공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크리스 앤더슨이 제시한 공짜경제Freeconomics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롱테일 경제학>의 후속타로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국내 독자로서 숙제가 있다면 이 책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작금의 온라인 시장을 살펴보면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룩한 거대 온라인 사업자들은 막대한 자금과 네트워크를 통해 신생기업들의 아이디어를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 책에서 언급된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미국업체가 아니던가? 이들이 만들어낸 컨텐츠는 충분한 마켓쉐어가 있기 때문에 95%의 공짜 유저와 5%의 유료 유저로 운용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신생업체가 이들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다면 과연 그들처럼 시장을 키울 수 있을까?(국내에서 먼저 개발된 싸이월드가 미국에서 철수한 점과 뒤늦게 개발된 페이스북이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현실만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생각을 확장해 보면 이러한 공짜 경제의 도래는 신생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것이고, 이는 가상공간에서의 승자독식사회가 자리매김을 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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