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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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기억하는 것,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액션과 스릴러 영화를 보면서 언제부턴가 모르게 ‘해서는 안 될 못된 버릇’이 생겼다. 그건 적잖은 비용과 시간을 부으며 영화를 보면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정말 김빠지는 못된 버릇’이다.다름 아닌 주인공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죽던지, 살던지, 이기던지, 지던지, 복수를 하던지, 결국 영웅이 되던지 온 신경을 쏟으며 주인공에 주목해야 온당할진대 어느 때부터 엑스트라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독자들이 이 글을 읽는다고 해서 절대로 따라하지 말기를...그러면 영화는 정말 혼란스러워지고, 재미없어진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말 알 수가 없다. 주인공이 함부로 쏘아댄 총질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총알을 받고 최대한 절규하며 스러져가는 이름 모를 악당들을 보면서 ‘저 이도 남의 집의 귀한 자식이고, 아버지일텐데...’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허구의 이야기를 배우들이 영상으로 찍은 것’이라는 본질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비교적 영화에 동화되어 주인공의 그림자를 쫓고 있었지만, 다만 악당들을 쓰러뜨려야 할 상대가 아니라 ‘그들도 사람’이라는 곁눈질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100 분이라는 상영시간을 채울려면 주인공은 당연히 살아야겠지만, 그 사이에 죽어가는 악당들, 아니 사람들에게 연민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웅은 이름 모를 수많은 희생을 밟고 일어선 자‘라는 말도 있듯이 일반적이라면(평범하다면) 살아남은 영웅에 주목해야 하거늘, 영웅의 발 알래 밟혀있는 사람들에 포커스가 가더란거다. 이 일반적이지 못한 관점은 액션 스릴러 영화의 재미를 급격하게 떨어뜨렸다. 나아가 총알에 스치거나 악당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주인공에게는 혀를 차면서도, 되도록 처참한 모습으로 박살이 나며 죽어가는 악당에게는 박수를 치며 시원해하는 내 감정이 과연 옳은건가 의심하게 되었다. 이 정도쯤 되면서부터 그런 류의 영화는 볼 짱 다 봤고, 오랫동안 누리던 작은 즐거움이 사라져버렸다.

  오래 전 무슨 사건을 접했다. 아마도 식사를 하면서 뉴스를 보던 중 그 일로 몇 명이 희생되었다는 보도를 들었던 것 같다. ‘단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 순식간에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듯 들어왔다. 아래는 그날 밤 블로그에 적은 몇 글자다.

죽음을 지켜보는 마지막 증인인 가족이 함께 함은

저승의 문턱에 있는 '곧 죽을 자'에게는 큰 위안이 될 듯 하다.

반면에 지켜보지 못한 가족에게는 죄스러움과 아픔이 되어

자신의 주검까지 남겨지겠지.



곧 다가올 죽음에 무언가 꼭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에는

충분히 다 주지 못한 자신의 사랑이 아쉬워서 일 것이다.



언제나처럼 평온하게 살던 중에 갑자기 닥친 자신의 죽음을

깨닫기도 전에, 알리기도 전에 차마 눈감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수많은 영정들에게 유감스럽다.



나와 내 가족을 그 자리에 앉혀놓자니

끔찍하기가 그지없다.

..........



배고픔을 알고, 시장기를 속이는 자리에

비극의 소식들이 계속된다.



속이 상해 '밥알이 곤두설까' 전원을 끄자니

죄송함과 간사함이 교차한다.



살아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는 어제와 오늘이다.



'죽임을 당한 사람만 불쌍하다.'

  탄생과 죽음은 동일선상에 있다. 지금 이 시간 어느 어머니의 뱃속에서 아이가 태어나듯 누군가는 죽는다. 이 두 가지는 인간의 삶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그래서 나와 내 주위의 사람 역시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삶도 채 인식하지 못했던 철부지 시절에는 결코 없었던 생각, 요즘 들어 들기 시작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느낀 것일까. 텐도 아라타天童荒太의 <애도하는 사람 悼む人>(문학동네)이 눈에 든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지 모른다. 제목을 읽는 순간, ‘지금의 나’를 위한 책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애도하고 있습니다....당신이라는 특별한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다는 걸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한 사내가 일본 전역을 돌며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애도하고 있다. 죽음에는 이유도 필요 없고, 경중도 없다. 사내가 펼쳐 본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누군가의 부고(訃告)가 눈에 들어오면 그들은 그 사내의 애도를 받는다. 사내는 그 어떤 꾸밈도 없이 마치 성지를 순례하듯 일본을 돌며 그들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려고 애쓴다. 왜 일까? 무엇 때문일까? 그것보다 이 소설을 쓴 작가 텐도 아라타는 무슨 생각에서 이런 소설을 쓰게 된 것일까?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경중을 따지는 행위는, 나아가서는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의 묵숨에 대해서도 경중을 묻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죽음도 차별이나 구별 없이 그저 애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했고, 거기서 희망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 작가 인터뷰 중에서

  젊은 사내 시즈토는 성직자도, 어느 종교단체의 회원도 아니다. 그냥 직장을 다니던 평범한 사람이다. 단지 여섯 살 때의 기억, 태풍으로 땅에 떨어져 죽은 새끼 직박구리 새의 주검을 대한 기억이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죽어서 둥지로 돌아갈 수 없는 새의 주검을 엄마(준코)와 함께 땅에 뭍고난 후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그리고 말했다. 

  “나, 이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일, 알아. 베란다에서 내내 지켜 봤었거든....이 아이, 아빠랑 엄마 쪽으로 목을 길게 뽑고 울었어....하지마 지금은 여기 잠들어 있어...그걸 아는 건 나하고 엄마하고 이 아이 엄마하고 아빠뿐이네...우리가 잊으면, 이 아이의 엄마하고 아빠밖에 기억하지 못하겠네....(중략)... 어떻게 해야 좋을까...어떻게 하면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까?....(중략)...(두 손을 가슴 앞에 가져와 심장으로 밀어넣듯이 포개며) 여기에 넣어둘꺼야...잊지 않도록. 이 아이, 여기에, 넣어 둘 거야. 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살았다는 걸...내 안에 넣어둘 거야.” 본문 123-124 쪽 

  탄생이 듦이면 죽음은 낢이다. 없고 난 이후의 사람을 애도함은 기억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망각을 위한 동물인지라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자칫 무모하리만치 엉뚱한 시즈토의 행보가 바보스러우면서도 보기 좋은 우리네 명절을 쇠기 위한 고향 방문을 닮았다. 바로 굳이 함께 기억하고 싶어서다. 남겨진 이들에게 죽은 조상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제상을 놓고 절을 한 후 조상이 음식을 드시는 동안 편히 드시라고 뒤를 돌아 등을 지는 순간은 바로 조상을 기억하는 순간이다. ‘내 기억 속에 남겨진 조상’을 서로 추억하는 순간, 삶과 죽음이 가장 가까운 시간이다.

  시즈토가 인상적인 것은 ‘나와 상관없는 사람’을 애도하는 것이다. 죽은 이들에게 경중을 두지 않고, 제가 아는 한 모든 이들을 기억하려 했다. 애도하는 것은 결코 즐겁지 않은 일, 오히려 고통스러울 법 한데 오래도록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만의 애도하는 법 때문이다.

  “고인을 기억할 때 죽음의 비참함과 비애가 아니라 그 사람의 긍정적인 면만 기억하기로 했다고 한다. 긍정적인 면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르겠지만, 몇십 명, 몇백 명이나 되는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떤 인물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 가지 요건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누구를 사랑했는가?

누구에게 사랑받았는가?

누군가가 어떤 일로 그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는가?“본문 265 쪽

  이름을 불러 꽃이 되듯, 없는 이는 기억하매 가슴 속에서 되살아난다. 내가 그(녀)를 기억함은 사랑을 하는 것이고, 사랑을 받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잇는 매개는 결국 사랑이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소설이 일본에서 큰 상을 받고 많은 반향을 일으킨 것은 유독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일본사회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물질만능주의에 밀려 인본주의가 점차 자리를 잃고 있는 경향은 그 어느 곳이든 매한가지다. 자연재해로 수많은 목숨이 잃어가는 현장 앞에서, 가난과 기근으로 숨을 헐떡이는 모습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밥상을 놓고 숟가락으로 밥을 가져가는 내 모습이 어찌 일본사회를 폄하할 수 있을까.

  비록 허구지만 시즈토가 반가운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극히 이기적인 내가 저자의 말대로 ‘한 명쯤은 있으면 하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의 행보를 쫓으며 동감하고 위로받았다. 문학의 목표가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했다. 하지만 끝끝내 나는 시즈토처럼은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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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젠테이션 젠 - 생각을 바꾸는 프리젠테이션 디자인 에이콘 프리젠테이션 시리즈 1
가르 레이놀즈 지음, 정순욱 옮김 / 에이콘출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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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프리젠테이션 방법은 벤또 안에 들어있다!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 은 과시가 아닌 설득이다. 프리젠테이션을 봐야 할 궁극적인 대상은 직장상사가 아닌 클라이언트다. 유념해야 할 당연한 이 두 가지를 우리는 종종 잊는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시청각설명회視聽覺說明會(국립국어원은 프리젠테이션 대신 이 단어를 쓰기를 권장한다)은 정보 전달 수단의 일종으로, 듣는 이에게 정보, 기획, 안건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행위인데, 우리는 이것을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음을 과시하고, 꽤 많은 자료를 준비했음을 과시하며, 클라이언트가 아닌 나의 상사의 입맛에 맞도록 만들고 있다. 그래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나도, 조악한 과시덩어리를 어두운 방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힘들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프리젠테이션은 프로젝트의 결과의 핵심을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하는 최종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프리젠테이션의 성공은 클라이언트가 손가락을 튕기며 ‘OK!'라고 외치는 순간이다. 





 

    정확히 보름 전 나는 2주일 후에 있을 첫 책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교보문고)저자 강연회 때문에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청중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자료를 준비해 책에 대한 설명과 강연내용을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꾸미는 것이 어떻겠나 하는 출판사의 요청 때문이었다.  

  프리젠테이션을 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내게 그것을 준비하는 것은 강연을 해야 하는 부담보다 더 큰 부담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담고 표현해야 할까? 고민 끝에 클라이언트에게 프리젠테이션으로 계약을 따내는 일로 업(業)으로 삼고 있는 지인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몇 초의 여유도 없이 권해준 책이 있으니 바로 소개하는 가르 레이놀즈<프리젠테이션 젠Zen>(에이콘출판)이다. 가장 쉬우면서도 강력한 프리젠테이션 방법이란 그의 설명은 틀리지 않았다. 어제의 강연은 대단한 호응을 얻으면서 끝냈기 때문이다. 



 

   저자인 가르 레이놀즈는 포춘 500대 기업 중 다수를 고객으로 둔 프리젠테이션 디자인 전문가다. 현재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그는 오사카에서 디자인 매터즈 재팬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젠 사상에 심취해 온 그가 어느 날 달리는 신칸센 열차 안에서 벤또(べんとう;일식 도시락)을 먹다가 젠Zen 스타일의 프리젠테이션을 고안해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대조였다. 내 앞에 놓은 일식 도시락은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디자인된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인 데 비해 건너편에 있는 파워포인트 자료는 알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볼품없는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나 기술 자료를 파워포인트로 만들 때 하물며 역에서 파는 도시락 같은 작은 물건에조차 스며있는 정신을 조금이라도 흉내 낼 수 는 없을까? 대부분 일식 도시락은 적당한 양의 내용물이 효율적이면서 우아하게 배치되어 있다. 보기에도 단순하고 아름다우며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장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아주 멋지게 디자인됐다. 보기 좋을 뿐 아니라 맛도 일품이다. 대략 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만족스럽고 신나는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일식 도시락이다. 프리젠테이션에서 이와 비슷하기라도 한 경험을 해 본 때가 과연 언제였던가?” (본문 20 쪽) 



 

   저자가 말하는 젠Zen스타일의 프리젠테이션은 선(禪)사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 단순민, 자연스러움을 뜻한다. 그는 프리젠테이션이 준비 과정의 절제, 디자인의 단순미, 발표 과정의 자연스러움을 갖췄을 때 발표자와 청중 모두에게 명확하한 프리젠테이션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가 바라본 프리젠테이션은 기교 이상의 무엇,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장벽을 없애고 청중과 접점을 만들어 내어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거나 동기를 부여해 서로에게 의미 있고 기억될 만한 시간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예술이라고 본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세계적인 경영구루가 ‘기적’이라고 칭찬한 다니엘 핑크의 베스트셀러인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를 프리젠테이션 젠의 토대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가 큰 맥으로 잡은 것은 책 속에 있는 다음의 문장이었다. “ 이 시대는 색다른 사고와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통해 발전한다, 하이컨셉, 하이터치와 같은 재능이 각광을 받는다. 하이컨셉에는 다양한 패턴과 기회를 발견해내는 역량과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하며 만족스러운 대화를 이끌어내는 기술 등이 포함된다.”

  저자는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가 제시하는 6가지 우뇌형 특성에 주목했다.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 이 6가지 특성을 프리젠테이션에 접목하고자 했다.그는 이 6가지 특성은 더 나아가 게임 디자인, 프로그래밍, 제품 디자인, 프로젝트 관리, 의료 서비스, 교육, 소매업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책 내용에 있는 미래형 인재의 조건 6가지 특성을 자신만의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해석한 부분은 저자의 탁월한 해석능력을 잘 보여준다. 이 내용은 필시 의도하지 않은 독서 중에 발견했을진데, 자신이 찾고자 하는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했다. 아래의 그림은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주제인 6가지 우뇌형 특성이자, 프리젠테이션 젠이 추구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가르 레이놀즈가 추구하는 프리젠테이션의 이상적인 상황은 이렇다. 아래의 글은 그가 제시하는 프리젠테이션 젠을 시도했을 때의 상황이기도 하다.

“슬라이드가 화면에 비추는 순간 단숨에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청중은 등을 곧추세우고 화면에 비춰진 이미지를 보면 당신이 도대체 어떤 말을 할지 귀를 쫑긋 기울이다. 제대로만 한다면 여러분이 한 말을 청중이 기억할 때마다 발표 자료 이미지도 함께 상기될 것이다. 또 이미지를 볼 때마다 여러분의 말이 기억날 것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다른 이들이 구태의연한(쉬운) 방법을 고수하는 동안 여러분은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앞서 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프리젠테이션에서 당장에라도 실천할 수 있는 개선방법 4가지를 제시했다.   

  1. 강연을 보완하는 슬라이드를 만들어야지 내뱉은 말을 문자 그대로 반복하는 슬라이드는 필요 없다. 절대로 한 슬라이드에 여섯 단어 이상 올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 규칙을 어겨야 할 만큼 복잡한 프리젠테이션은 없다.  

  2. 수준 낮은 삽화는 집어치워라. 돈을 주고 구입해서라도 전문가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고습스런 이미지를 사용하라. 

  3. 빙글 돌아가고 번쩍거리는 등의 조잡한 화면 전환 효과는 사용하지 말라. 단순함이 최고다.  

  4. 꼭 유인물을 만들어 놓자. 유인물에는 각주를 비롯해 각종 상세한 내용을 적어놓아야 한다. 프리젠테이션이란 감정적인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다. 자세한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준비해 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성적인 발표를 좋아하는 청중은 안도감을 느기고 감정적으로 수긍한 내용을 더욱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인물은 스티브 잡스였다. 저자가 생각하는 프리젠테이션 젠의 롤모델 역시 스티브 잡스 였다(물론 자신도 포함된다). 우리가 그를 세계적인 프리젠테이션의 달인이라고 평가를 받는 이유는 PPT, 즉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만든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강사의 스피치와 PPT가 어느 것 하나 두드러짐이 없이 유기적으로 잘 매치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 강력한 메시지와 재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말 한마디 실수하지 않을 만큼 자신의 강연록을 외웠으며 화면을 살피지 않고도 백스크린에 떠올랐을 이미지를 기억할 만큼 많은 연습을 했다. 그가 지나는 걸음 걸음마다 조명이 그를 비출 수 있도록 수많은 리허설도 거쳤다. 제품상에서 최고의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바디 안으로 소프트웨어를 구겨서 넣게 하는 그의 ‘철저함’이 프리젠테이션에도 녹아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이와 같이 인상적인 강연을 펼치는 사람으로는 <창조적 상상력 디자인>을 강연하고 있는 영화변역가 이미도를 들 수 있겠다. 그는 영화와 영어로 구성된 수 백장의 슬라이드를 동원해 청중들을 사로잡고 있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PPT, 즉 슬라이드에는 절제, 단순함, 강력하면서도 미묘한 여백 활용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놀라운 그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잘 나타내기 위해 빌 게이츠의 프리젠테이션과 비교했다. 빌 게이츠의 슬라이드는 미적으로 볼품도 없고, 이야기에도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 슬라이드를 대표하는 듯 했다.

“빌 게이츠의 프리젠테이션이 영 엉망인 건 아니지만 그저 평범하고 특별할 게 없는 수준임은 분명하다. 그가 파워포인트를 활용하는 스타일은 ‘일반적’이고 ‘전형적’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 빌 게이츠의 대단한 명성만큼 그의 프리젠테이션도 좀 대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사의 전략과 통합 소프트웨어 제품에 있어 디자인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수많은 청중 앞에 공언할 요량이라면 적어도 발표에 사용하는 시각 자료도 사려 깊은 디자인의 결과물이어야지 급하게 갖다 붙인 장식품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본문 120 쪽)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스킬skill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젠테이션의 기획에서 발표까지, 처음부터 끝까지를 언급한다는 것 때문이다. 저자는 프리젠테이션의 첫 단계인 기획에서는 컴퓨터를 멀리하고 종이(포스트 잇)와 펜으로 그림을 그리듯 구상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이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발표하고자 하는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발표할 때에는 유인물을 만들어 슬라이드상에서 모든 내용을 다뤄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칩 히스와 댄 히스 형제의 책<스틱Make to Stick>이 말하는 착 달라붙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여섯 가지 기본 원칙에 준해서 만들라고 말했다. 단순성Simplicity, 의외성Un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스토리Story(앞글자를 모으면 SUCCESs가 된다)이다.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에 있어 복잡한 아이디어를 가장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사례를 만들거나 요점을 담은 일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저자는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의 4가지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1. 자신의 발표 자료를 철두철미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2. 무대 한가운데 서서 열정적이면서 진솔한 분위기로, 일상적인 어휘를 사용해 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3. 운영상의 실수 때문에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 한 박자도 놓치지 않고 진행했으며 청중과의 접촉을 놓치지 않았다.

4. 때로는 유머러스한 일화를 사용해 요점을 설명했다. 모든 이야기느 마음에 깊이 사무치듯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고 핵심 메시지를 적절히 받쳐줬다.

    책의 후반부에는 자신이 지금껏 활용했던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예를 들어 일반적인 슬라이드와의 차이점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유의할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래에 있는 동영상은 저자가 직접 이 책<프리젠테이션 젠>에 대해 설명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장면을 담은 것이다. 말이 필요 있을까? 알아들을 수 있다면 지켜만 봐도 책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나처럼 영어를 못알아듣는다 해도 그가 제시하는 슬라이드만 봐도 이 책의 절반은 이해할 수 있다(책이 배달되는 동안 나 역시 이 책의 절반을 이해했다. 진짜다!바로가기: 클릭!  



 

   어느 부유한 아랍의 왕이 신하 전부를 불러 이 세상 최고의 진리를 알아오라 했더니 100 권의 책을 가져오더란다. 그래서 10권으로 줄이고, 1권으로 줄이고 한 문장으로 줄이라 했단다. 얄궃은 왕, 게으른 왕임에 틀림없다. 이하 이 세상 최고의 진리 한 문장은 여러분이 익히 아는 문장 “세상에 공짜는 없다”이다. 기획 관련서로 가장 잘 알려진 스테디셀러의 제목은 한 페이지 짜리 기획서를 뜻하는 <One Page proposal>이다. 또 <죽이는 한마디>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도 있다. 가장 고단수의 스피치라 불리는 ‘엘리베이터 테스트’는 상사가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30-45초 사이에 메시지를 말하는 발표를 말한다. 

  프리젠테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클라이언트가 프리젠테이션을 보면서 원하는 것은 ‘Do or Do Not' 즉,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가장 굵고 짧은 메시지로 이어나가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중요한 순간을 발표하는 자는 고역의 순간이고, 듣는 자에게는 고통의 순간이 되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스티브 잡스만 제품을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하나의 재미있는 ’쇼Show‘로 만들어 모든 청중들이 기립박수를 치게 만들라는 법은 없다. 이 책을 덮을 때면 ’Why not me?' 즉, ‘나라고 못해?’하는 도전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책<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리치보이의 강연 모습 

(2월9일 19시 - 교보문고 본사)



  내 책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교보문고)의 첫 저자 강연회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출판사가 자리를 저자 강연회를 마련한 이래 가장 많은 청중들이 왔으며(결코 많지 않다. 100 명 남짓이다) 두 시간동안 청중들은 즐거워 했다. 모두 답할 수 없을 만큼의 쏟아지는 질문을 받았으며, ‘강연회가 좋았다’는 메일과 블로그 댓글을 많이 받았다.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덕분이었다. 호응을 얻었던 간단하면서도 유쾌한 슬라이드는 저자가 제시한 슬라이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흡하고 어리숙한 진행과 불편한 나의 시선처리를 청중들이 너그러이 받아주며 들어줄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프리젠테이션 젠 스타일의 슬라이드와 진심이 담긴 스토리텔링 덕분이었다. 어떤 형식의 것이든 발표를 앞둔 모든 이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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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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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글을 쓰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읽어봐야 할 걸작 ! 

  내 오른쪽 손의 중지는 기형이다. 손톱 옆살이 누구에게 얻어맞아 혹이 난 듯 두툼하게 살이 솟아나 있고, 돋아난 살 가운데는 점이 들어있다. 그리 보기 좋은 손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또 사내의 손가락이 딱히 보기 좋아야 할 이유 역시 없다고 생각하지만, 혹 손가락을 유심히 지켜볼 때가 생기면 사이즈가 20이라서 반지 값이 꽤 들었던 유난히 굵은 약지의 굵기보다 항상 오른쪽 손의 중지에 신경이 쓰인다. 어린 시절엔 왼쪽 중지와 엇비슷하게 평범했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들면서 중지 손가락은 거의 3 년 동안 항상 벌겋게 달아올라 손만 대도 아팠고, 모양도 차츰 흉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다. 결국 가운데 손가락은 심하게 기형이 되어버렸고, 난 대학을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흉한 가운데 손가락은 비단 나만의 소유물이 아닐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손가락을 살펴보라(왼손잡이는 왼손 중지를 보시길). 거의 대부분 반대쪽에 비해 살이 돋아있거나, 약간 비틀어져 있다. 이 모든 것은 대부분 육각의 모서리를 가진 한 자루에 70원 짜리 모나미153 볼펜 덕분이며, ‘죽도록 외워는 자가 이길 수 있도록’만든 제도권 교육 정책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의 학창시절을 되돌아 보면 하루 종일 펜을 쥐고 뭔가를 적는 모습이다. 영어단어든, 수학공식이든, 하다 못해 교과서 모서리에 낙서를 하든 뭔가를 끼적댔다. 그리고 나처럼 머리가 많이 둔해서 쓰는 만큼 외워진다고 생각한 학생은 유난히 많이 그 짓(?)을 했을 것이고, 머리가 아주 좋은 학생이거나, 아예 머리 굴리기를 포기한 학생이라면 비교적 덜 끼적댔을 것이다. 그 시절 우리는 뭔가를 하루 종일 썼다. 하지만 그 글 속에는 내가 없었다. 만약 그 시절 노트에 나의 이야기와 내 생활을 적으라 했다면, 그래서 그것을 누가 봤더라면 담임은 심각한 부모님을 불렀을지 모른다. ‘공부 없는 세상이 아니면, 차라리 죽음을...’이라고 썼을 테니까. 

  열 두 해 동안 손에 펜을 쥐고 항상 뭔가를 긁적거렸으면서도 난 ‘글쓰기’를 못한다. 방학숙제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숙제가 ‘일기’였고, 반성문을 쓰기 싫어서 한 번쯤 할 법한 일탈도 꿈꾸지 않았다. 그랬던 요즘 들어 내가 느즈막히 글쓰기에 관한 책을 구해 읽는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에 남아나는 빈대가 없다’고 했던가? 뭔가를 끄적이고 끼적거리는 짓에 재미가 들었기 때문이다. 재미야 둘도 없이 친한 친구와 질펀하게 술마시며 밤을 지새우는 재미만 하겠는가? 하지만 글쓰기에는 그도 따를 수 없는 묘한 재미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내가 나와 노는 재미’가 있다는거다. 그 재미를 더하고자 또 한 권을 집어들었다. 어제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한문화)를 읽었다.



 

   글쓰기는 이태백의 술잔이다. 그가 사랑한 술 속에 꿈에라도 가고 싶은 달 그림이 담겨 있듯, 내가 쓴 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글이란 것이 묘해서 쓸 때는 내가 되더니 쓰고 난 뒤에는 남이 되어 나를 보게 한다. 원래 글의 목적이란 ‘남기기’ 위함일진대 쓰다가 보면 그 목적보다는 ‘나를 살피게’ 되더란거다. 그래서 글쓰기는 맹랑한 궁싯거리기가 아니라 ‘나와 내 속의 나의 대화’란 것을 알았다. 기왕에 대화를 나눌 바에는 보다 잘 하고 싶었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온라인에서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명저’로 소문난 책이다. 1986년에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인 나탈리 골드버그에 쓰여진 이 책은 출간되고 백만 부가 넘게 팔리고, 세계 각국으로 번역되면서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킨 책이다. 그녀의 글에 주목해야 할 것은 글쓰기와 저자가 체험한 선禪이 접목되었다는 사실이다. ‘덜어내고 덜어내고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을 때 완벽한 글이 나온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이 있듯이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최고의 글이 되는 것과 간결하고 고요한, 그리고 심플하고 따뜻함을 추구하는 젠(Zen, 禪)은 묘하게 닮았다. 

그렇다면 다소 음산한 제목이 말하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의미는 뭘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이 책의 한 부분, 가령 모든 사물에 개별적인 정체성을 주어 접근하라는 글을 읽었다고 치자. 이 말은 추상적이거나 아주 일반적인 문체를 가진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이번에는 자신을 누르지 말고 감정의 파도에 실린 그 상태로 글을 몰고 가야 한다고 써 있다. ‘진실을 글로 나타내려면 쓰는 이가 자신의 내면 아주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만 한다는 내용이다’.” (본문 17 쪽)

  글쓰기에 있어 가장 무서운 적은 ‘자기검열’이다. 글을 써서 한 문장이 채 완성도 되기 전에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소름이 돋는다’고 스스로 평한다던지, 도대체 맞춤법이 맞는 것인지 의심스러워 사전을 찾고 싶어진다면 내가 쓴 두 번째 문장은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사람들이 저마다 울음소리가 다른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사연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실컷 울고 나면 내 마음이 편한 것도 울면서 ‘모두’ 토하듯 말을 했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주제가 무엇이든, 소재야 어떻든 우선 머릿속 생각을 비우듯 아무 제약 없이 남김없이 글로써 쏟아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글쓰기 경험과 선체험을 더해 이야기해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깊숙한 내면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글로 나타낼 수 있도록, 그리고 글을 쓸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저자가 제안하는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 손을 계속 움직이라. 방금 쓴 글을 읽기 위해 손을 멈추지 말라. 그렇게 되면 지금 쓰는 글을 조절하려고 머뭇거리게 된다.

● 편집하려 들지 말라. 설사 쓸 의도가 없는 글을 쓰고 있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가라.

● 철자법이나 구두점 등 문법에 얽매이지 말라. 여백을 남기고 종이에 그려진 줄에 맞출려고 애쓸 필요 없다.

● 마음을 통제하지 말라. 마음 가는 대로 내버려 두어라.

● 생각하려 들지 말라. 논리적 사고는 버려라.

● 더 깊은 핏줄로 자꾸 파고들라. 두려움이나 벌거벗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도 무조건 더 깊이 뛰어들라. 거기에 바로 에너지가 있다. (본문 26 쪽)

  저자는 목표에 닿기 위해서는 이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목표란 ‘진짜 마음이 보고 느끼는 것을 쓰는 것‘이고, 이럴 때 바로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글쓰기 훈련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글쓰는 연습‘이다. 연습의 결과는 ’습관화‘다. 이는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지 않으면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할 수 없는 것과 같고, 마치 흡연가가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과 점심을 먹는 자리를 가서도 식사 후엔 담배가 피우고 싶은 것과 같다. 하루에 단 한 단락이라도 글을 쓰지 못하면 허전해져서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가 될 때 글쓰기 훈련은 완성된다. 저자는 글쓰기 훈련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 훈련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을 지속적으로 열어 나가게 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스스로에 대해 믿음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옳았을 때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글쓰기 훈련은 진정으로 쓰고 싶어하는 어떤 것을 쓰기에 앞서 몸을 데우는 워밍업 단계다. 훈련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 전에 거쳐야 하는 가장 기초적이며 본질적인 바탕 그림에 해당한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믿는 법을 배운 다음 글을 쓰게 되면, 그것이 사업상의 서류이든 장편 소설이든 박사 논문이든 또는 여행기이든, 그 글에는 힘이 실리게 된다.“ (본문 30 쪽)

  세상에 천재는 없고 1만 시간의 열정과 노력을 다한 아웃라이어만 있다는 말콤 글래드웰의 말처럼, 타고난 글쓰기 천재는 없다. 독자가 읽기 쉬운 글은 필자가 각고의 고통을 감수하며 어렵게 쓴 글이다. 기상해서 양치질을 하듯, 흡연가가 식후에 담배 생각이 나듯 내 생활 속에 ‘글쓰기’가 배어 있다면 좋은 글을 쓸 준비는 마친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저자 만의 글쓰기 훈련법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한 달에 노트 하나를 채우는 것으로 내 임무를 다 한다(나는 작품을 쓸 때마다 나 자신만을 위한 글쓰기 안내서를 항상 새롭게 만든다). 그저 이 노트를 채우면 그만이다. 그것이 내가 정한 나의 글쓰기 훈련법이다. 이것이 나한테만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이것을 지키지 못할 때도 스스로를 심판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튼 자신의 이상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에 몇 안 되지 않는가.” (본문 32쪽) 


   저자가 제시한 문장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조언은 바로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라는 것이다. 글을 쓰는 순간 우선 내가 바라봐야 할 사람은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니고, 신경숙도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내 속에 담기 내 마음과 생각을 온전히 글로 옮길 수 있다면, 그것은 나를 비우는 작업이 된다. 기쁨과 슬픔 그리고 고민과 열정을 토해낼 때 나는 ‘후련함’을 경험할 수 있다. 글쓰기는 머릿속을 비우는 작업이요, 다시 채울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로 글쓰기는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가 된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이 책의 독자는 ‘작가’를 꿈꾸는 이에 국한된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쩌면 우리는 이미 글을 쓰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냐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댓글을 달며, 이메일을 답을 하고 있지 않은가? 나아가 미니 홈피와 블로그라는 나만의 공간에서 맛집과 영화, 그리고 상품에 대해 평을 하고, 나의 일상에 대해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자 글쓰기 선배의 선험적인 고백이다. 그래서 자못 딱딱한 이론 수업이 될 법한 글쓰기론이 한 편의 수필이고 자전적 소설처럼 읽힌다.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읽는 이로 하여금 금방이라고 책을 덮고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게 하는 충동을 일으키게도 한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글쓰기의 바이블’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저력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저자는 글쓰기는 ‘매번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라고 했다. 두 달 전에 괜찮은 글을 썼다고 해서 앞으로도 좋은 글을 쓴다는 보장은 없기에 언제나 새롭게 글을 써야 하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 없는 여행일지라도 절대로 부러질 리 없는 지팡이와 튼튼하고 편한 신발, 그리고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모자가 있다면 다소 막연한 여행이라도 떠나봄직 하지 않을까? 글쓰기의 여행을 떠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지팡이가 되고, 신발이 되며, 모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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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가와시마 고타로 지음, 양영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불황을 딛고 일어선 유니클로의 성장 비밀 

  세계적인 의류기업중에 베네통BENETTON이라는 그룹이 있다. 이탈리아 베네토주 트레비소에서 태어난 루치아노 베네통(Luciano Benetton)가  막내 동생의 자전거와 자신의 아코디언을 판 돈으로 구입한 낡은 편물기계로 여동생 줄리아나가 짠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의 스웨터를 도매상에 팔면서부터 시작된 이 기업은 1980년대부터는 의류 뿐 아니라 선글라스, 시계, 보석, 향수, 화장품, 스키용품 등 다양한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의류기업으로 성장했다.

  베네통의 성장에는 세계패션계를 뒤바꿀 중요한 사건이 숨어있다. 1960년대 초반까지 모든 의류 회사는 선염가공한 실로 직물을 짰으나, 베네통은 획기적인 후염가공공정 기술을 개발해낸 것이다. 이 기술은 원하는 색이면 무엇이든 뽑아낼 수 있게 되었고,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의 스웨터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마치 흑백사진과도 같던 세계 패션계를 컬러사진으로 바꿔놓는 신기원을 이뤄냈다. 게다가 기계설비에 의한 스웨터 제작기술로 제조비용을 낮춰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따뜻하고 질 좋은 스웨터를 입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베네통이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의류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1984년부터 패션 사진 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Oliviero Toscani)를 광고 책임자로 발탁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하는 파격적인 광고 때문이었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환자, 가라앉는 배 속에서 공포에 질린 사람들, 흑인 엄마의 젖을 먹는 백인 신생아 등 사회적 이슈를 파격적으로 다룬 광고로 전 세계에 베네통의 독특한 기업 이미지를 인식시켰다. 일부 국가로부터 광고가 금지되고 판매를 불허하겠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베네통은 이러한 광고를 그치지 않았다.

  그 이유 중에는 의류홍보에 버금가는 주제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고급의류로 평가되는 스웨터를 전 세계인이 입을 수 있게 변화된 것처럼 모든 사람은 사상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근원적 휴머니즘’을 담고 있었다. 이러한 기업정신은 글로벌 기업으로써 성장할 자질이 충분한 기업이라는 세계의 평가를 얻어내며 성장할 수 있었다.  



 



 



 

   오늘날 베네통의 성장에 비견되는 의류기업이 있다. 바로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장기불황 기간 동안 일본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국민기업’이다. 왜냐하면 얇아진 지갑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은 일본 국민을 따뜻하게 지켜준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 비밀에는 바로 ‘플리스’가 있었다. 방한복의 내피로 주로 사용되던 ‘플리스’를 유통구조혁신으로 비용으로 낮추고 내피가 아닌 활동복으로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몇 년 전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수입되어 같은 이유로 이제 한국 국민들을 따뜻하게 해주며 점차 사랑을 얻으며 성장하고 있다.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비즈니스북스)는 '유니클로’의 성장비밀과 이를 가능케 한 창업주 야냐이 다다시를 파헤친 책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유니클로와 야나이 다다시에 관련된 책이 100여 권이 출간되어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책이라 유난히 반가웠다. 원제목은 ‘ユニクロ・柳井正 ― 仕掛けて売り切るヒット力 유니클로 야나이 다다시 - 걸기만 하면 매진되는 히트력‘이다. 



 

   독자로서 ‘기업의 성공스토리’를 읽는 이유 중에는 ‘알면 백 배 더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집에 돌아와 잠을 청할 때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소비하는 제품들에는 제 나름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 스토리를 알고 나면 단지 필요에 의해 구입할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마치 우리가 세계적인 피켜 스케이팅 선수로 유명한 김연아 선수의 성장과정을 지켜봐 왔기에 경기중 조금의 실수에 안타까워하고 분발할 것을 응원하는 것처럼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 역시 탄생에 숨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면 소비자는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더욱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세계적인 치킨 프랜차이즈인 KFC의 원래 이름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었다. 그리고 매장 앞에 사람 크기 모양으로 크게 진열된 인형은 바로 창업자인 ‘커넬 샌더슨’이다. KFC는 미국에서 ‘창업은 나이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진리를 잘 보여주는 케이스로 통한다. 왜냐하면 KFC는 창업자인 커넬 샌더슨이 64세에 창업을 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이라면 벌써 은퇴를 하고 손자들의 재롱을 살펴야 할 나이에 흰 양복의 할아버지는 특별한 양념과 닭튀김 기계를 차에 싣고, 차 속에서 생활하며 미국의 전역을 돌면서 ‘로열티계약’을 따내며 체인점을 늘려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시켰다. 그럼 왜 KFC로 이름을 바꿨을까?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름이 바뀐 즈음은 튀겨내는 음식은 비만을 부른다는 의학발표가 있고 난 다음이다.

  이 밖에도 ‘마시는 소화제’로 통하는 활명수가 독립자금을 대는 기업이었고, 배탈, 설사에 먹는 특효약으로 알려진 ‘특이한 냄새’의 정로환(征露丸)의 이름은 러일전쟁때 일본병사의 물갈이에 의한 설사를 막아준다 해서 러시아(露: 일본식 표기)를 정벌(征)한 환약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를 두고 ‘아는 만큼 보이고, 알면 백 배 더 즐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를 읽으면 '내가 입은 유니클로의 의류가 왜 그렇게 싼 지’를 알게 된다. 또한 입을수록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유니클로의 의류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 있는지도 알게 된다. 또한 ‘10년 불황’에 허덕이며 맥을 맥추던 일본의 기업들 속에서 ‘독야청청’할 수 있었던 ‘유니클로의 성장 비밀’도 알게 된다. 우선 기업의 창업주인 야나이 다다시 기업가 정신부터  주목해 보자.

  야나이 다다시는 합리적인 사고로 ‘벤처경영’을 실현함으로써 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는 ‘혁신’를 이끌었다. 유니클로의 원래 이름은 UNIQUE독자적인 CLOTHING의류 WAREHOUSE창고다. 그는 이름의 뜻 그대로 유니클로를 ‘소비자가 가까운 곳에서 조금씩 자주 사는 옷’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야나이 다다시가 유니클로에서 중점을 둔 것은 바로 패션, 사이즈, 색상, 그리고 TPO(Time, Place, Occasion)였다.

  아버지의 소매 의류점을 넘겨받은 야나이 다다시는 제일 먼저 기존의 의류매장이 추구하던 직원들의 접객태도를 바꿨다. 와세다 정경학부를 졸업한 ‘경제통’인 그에게 의류제품은 마땅이 ‘고객이 돌아다니면서 살펴보고 구입하는 물건’이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사라는 게 온통 ‘파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비즈니스는 고객이 ‘사주어야’ 이뤄지는 것인데, 파는 것에만 집중하는 상업주의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업가의 입장에서 ‘매장 안에 들어온 손님이 옷을 사지 않으면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태도로 접객해야 한다는 기존의 판매방법을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마음껏 고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매장을 만들어냈다. 

  두 번 째는 바로 시간이다. 그는 개장시간을 오전 6시로 바꿨다. 모두가 출근하거나 등교한 이후인 10시에 문을 여는 업계의 관행은 ‘낭비’라고 생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니클로의 고객을 특정 연령대로 지정하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가 애용할 수 있는 제품이 될 수 있는 의류기업으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색상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어느 옷에나 어울릴 수 있는 베이직한 디자인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도입된 방식이 바로 SPA 방식이다.

  SPA 방식은 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srel의 약자로 제조직매전문업체를 뜻한다. 즉 자사상표 의류 전문점으로 종전의 납품을 받아 판매하는 일종의 소매방식에서 직접 디자인과 제조 그리고 판매를 동시에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이것은 생산단가와 유통비용을 줄여 제품의 생산가를 낮출 수 있었다. 게다가 노동임금이 싼 중국업체에 하청을 두되 ‘완전구매 방식’을 택해 더욱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얻어냈다. 이런 그의 파격적인 경영을 두고 이 책의 저자는 ‘벤처 경영’이라 부르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생각은 자주 ‘상식’이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외부에서 야나이 다다시 사장의 결론만 보면 매우 놀라워한다. 하지만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그의 사고 과정을 살펴보면 충분히 납득하게 된다. 유니클로가 지속적으로 성장한 원동력에는 그의 합리적인 발상과 상식을 뛰어넘는 아이디어가 큰 몫을 했다. 이는 유니클로와 야나이 사장이 고속성장할 수 있었던 최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본문 28쪽



 

  이처럼 다양한 혁신으로 저렴한 가격과 공급력을 확보한 유니클로가 비약적인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플리스라는 의류소재였다. 가볍고 얇으면서 보온성이 좋은 플리스는 비교적 두꺼운 옷 보다는 얇은 옷을 겹쳐입는 레이어드룩을 즐기는 일본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플리스는 상품력을 가능케 해서 1999년 2600만 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를 이룩하며 일본내 최고의 의류기업으로 급성장하게 했다.  

  이후 폴란드제 다운 솜털을 사용한 다운재킷, 고급 캐시미어 스웨터, GIZA 45라는 이집트면을 사용한 셔츠 등 다양한 섬유소재들을 시도하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고 마침내 2008년에는 신체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를 소재가 흡수하고 제체적으로 발열과 보온을 하는 상품인 히트텍Heattech을 개발해 또 한 번의 중흥기를 맞이했다. 2008년 가을과 겨울 시즌 상품으로 2,800만 장을 준비했지만, 가을이 끝나기 전에 모두 동이 나버린 것이다.

  야나이 다다시는 지난 2008년도 경영 능력이 가장 뛰어난 ‘올해의 경영자’에서 2위인 소프트방크의 손정의와 3위인 파나소닉의 오쓰보 후미오를 물리치고 1위를 차지했다. 또한 그는 2008년 말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일본 자산가 랭킹 1위에도 올랐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야나이 다다시의 ‘벤처 정신’ 때문이었다. 

  그가 쓴 책 <1승 9패>라는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성공스토리가 그렇듯 실패는 어느 곳이나 찾아온다. 하지만 대기업이 되어버린 유니클로에게 실패는 상상을 초월하는 큰 손실을 의미한다. 그는 실패를 감지하면 아무리 큰 손실을 입는다 해도 사업을 접었다. 작게는 재고관리등 시스템 상의 실패에서부터 크게는 외국진출에서부터 중소기업을 능가하는 브랜드까지 판단이 서기만 하면 바로 실행에 옮겼다. 저자는 실패에 굴하지 않는 그의 ‘벤처정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보통의 경영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쉽게 궤도를 수정하지 못한다. 하물며 자신의 지시로 시작한 비즈니스가 실패할 때는 그 사업에 더 집착하게 된다. 그럴수록 실패에 대한 대응이 늦어져 결국은 큰 치명상을 입게 마련이다.

그러나 야나이 회장은 실패할 경우에는 그것을 단칼에 도려낸다. 실패라는 판단이 서면 단번에 손을 빼고 방향을 전환한다. 이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경쟁이 심한 의류소매업계에서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본문 103쪽

  ‘실패는 곧 수치’라는 정서가 짙게 깔린 일본, 그래서 실패할 것 같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일본 사회풍토에서 이러한 야나이 회장의 행동은 거의 미친짓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불황의 일본’에는 가장 주효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야나이 다다시는 그의 책 <1승 9패>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실패하더라도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됩니다. 실패할거라면 빨리 실패를 경험하는 편이 낫습니다. 비즈니스는 이론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빨리 실패하고, 빨리 깨닫고, 빨리 수습하는 것이 제 성공 비결입니다.” 본문 105 쪽 


   머리에서 발끝까지 철저하게 ‘벤처정신’으로 무장된 야나이 회장이지만 그에게도 문제는 있다. 이제 나이 60에 다가선 그에게 유니클로를 맡길 ‘최적의 후임자’가 없는 것이다. 능력있는 CEO를 고용해 봤지만, 야나이 다다시처럼 뼛속까지 ‘벤처정신’으로 무장된 적임자는 아니었다. 나이 50을 넘기면 경영자는 떠나야 한다고 늘 말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평생을 경영해야할 판’이라고 말하는 슬픈 경영자다. 또한 유니클로는 규모의 경제가 불러오는 어쩌면 당연한 ‘대기업병’에 들어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대기업병 일소, 본업 강화, 업종의 다각화를 추진해 ‘매출 1조 엔 달성’을 이룩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경영을 이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오늘도 유니클로를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유니클로의 이야기가 물고기의 비늘이었다면, 이 책은 내게 유니클로라는 물고기를 온전하게 보여주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성공스토리란 것이 미화되고, 기업친화적인 성격이 있어 책을 읽는 독자는 어느 정도 접어주고 읽어야 하는데,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비교적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기업과 경영인을 대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이 책의 내용 전부가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유통업계에 몸담고 있는 경영컨설턴트이자 저널리스트인 가와시마 고타로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나름대로 경영분석을 기록했다. 원래 유니클로에 대한 책으로는 자서전으로 통하는 <1승9패>가 먼저 출간되었고, 훨씬 더 유명한 책이다.  유니클로에 대한 책이 국내에 출간된다면 <1승 9패>가 출간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텐데, 마치 영화의 속편을 보는 듯해 아쉬웠다. 수소문을 해보니 국내의 어느 출판사가 판권을 소유하고 있을 뿐 아직 출간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루빨리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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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 본죽 대표 김철호의 기본이 만들어낸 성공 레시피
김철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음식은 상품이 아니라, 손님이 서운함을 느끼지 않을 만큼 가치있는 정성이다!    



  기업가의 성공스토리를 읽는 것은 소설보다 재미있다. 왜냐하면 허구인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은 진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했던 한 사람이 ‘해내겠다’는 신념 하나로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서점을 뒤져보면 이러한 ‘성공스토리’는 거의 외서가 차지한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는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나 CEO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야말로 소설 같은 사연을 가진, 그래서 자국(외국)의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성공스토리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국내 기업의 성공스토리는 어떨까?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아니, 희귀할 정도로 적다. 왜 그럴까?

  추측컨대 우선 우리의 기업가들은 성공스토리를 쓸 시간을 낼 수 없을 만큼 바쁜 때문 것이다. 아니면 경제적으로 따져볼 때 ‘비경제적’이라는 판단도 있을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업가가 책을 쓰기 위해 공을 들이는 시간만큼 일을 한다면 ‘인세’의 몇 곱절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책을 쓸 이유가 뭔가? 생각해 보면 기업가의 성공스토리는 소비자나 독자에 대한 ‘이타심’이 없다면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분야의 책다.

  억측일 수 있겠지만 책을 쓸 만큼 대단한 일을 했다고도 생각하지 않거나, 책을 쓸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특히 중소기업의 CEO나 성공한 영세 상인들이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기업가들을 실제로 만나 ‘책으로 내도 될 만한 좋은 꺼리’라고 이야기하면 ‘에이~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손사레를 치거나, 기업의 노하우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서 거부하곤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혹시라도 무슨 떼돈이나 번 것처럼 여겨져 세무당국의 주목을 받아 ‘세무조사’라도 나올까 두려운 때문은 아닐까?

  내 추측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국내 기업가들의 책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가물에 콩나듯 국내 기업가의 성공스토리가 나오면 많은 주목을 받곤 한다. 일례로 지난 해 건강식품을 만드는 기업인 ‘천호식품’의 창업자인 김영식 회장이 쓴 책 <10미터만 더 뛰어봐!>많은 주목을 받아 베스트셀러로 오른 바 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맺은 천호식품의 성공스토리도 감동적이지만, 창업자 스스로가 세일즈맨이 되어 발로 뛰며 소비자를 찾은 김회장의 생생한 에피소드들이 세일즈맨으로서 가져야할 행동수칙으로 오래도록 기억되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지난 IMF 구제금융 시절 길거리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을 때 정장을 입고 호떡을 파는 사내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맛도 맛이지만 손님을 대하는 마음과 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365일 내내 정장차림으로 호떡을 구워 말 그대로 ‘호떡집에 불이 난 듯’ 인기가 높다는 소식을 언론이나 TV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사내의 이름은 김철호, 지금은 유명한 음식기업의 사장님이 되었다. 바로 죽 전문업체인 ‘본죽’이다. 김철호 사장이 가맹점 1,200개의 본죽을 일궈낸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책 <정성>을 읽었다. 




 

   성공스토리의 구성은 거의 비슷하다. 직장을 나왔거나, 사업에 실패해 맨주먹으로 고생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좋은 ‘창업 아이템’을 잡는다. 전 재산을 털고, 주위에서 돈을 빌려 창업을 하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더니 대박이 났다. ‘이제 부자가 되는가보다’하고 잠깐 안심을 하고 잠시 한 눈을 팔았더니, 갑자기 쪽박일로를 치닫게 돼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사업에 매진해 결국은 성공하더라는 구성이 아니던가? 앞서 말한 대로 ‘그렇고 그런 늘 뻔한 이야기’라고 치부한다면 결코 ‘성공스토리’를 온전히 읽을 수 없다. 

  성공을 수집해서 종합한 ‘성공학’이 있듯 실패의 여러 사례를 정리한 ‘실패학’이란 게 있다. 성공이 되었든, 실패가 되었든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뻔한 이야기라도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다. 특히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음식점의 성공스토리는 독자들에게 의미가 크다. 최소한 한 번 이상 방문해서 식사를 한 적이 있어 ‘내가 먹어봤던 음식점’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익한 정보라는 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직장인의 꽃은 창업, 즉 점포의 사장님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창업자들 중 대부분이 업종은 ‘먹는장사’ 판매방식은 프랜차이즈를 선택하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의 성공스토리를 책으로 낸 사례는 많지 않기에 이 책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은 창업에 있어 많은 여지의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저자가 성공하기까지의 수많은 역경을 따로 말하지 않으려한다. 그것은 독자가 직접 책을 통해 들어야 할 몫이다. 여기서는 본죽이 지금에 이르게 된 성공포인트를 살펴볼까 한다.

  우선 아무나 할 수 없는 ‘음식종목’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죽은 밥이다. 이 말은 곧 흔하다는 뜻도 될 수 있고, 내 어머니가 해주시는 게 아니면 어디든 딱히 다를 바가 없다는 뜻도 된다. 쉽게 말해 ‘내 엄마가 해주시는 밥과 죽이 제일 맛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죽은 어쩌면 ‘상품성’이 없는 제품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죽은 맛있는 밥을 짓는 이상의 실력과 노력이 필요한 음식이다. 특히 ‘죽’은 아이나 노인, 그리고 병약한 환자들이 주로 먹는 음식이 아니던가? 그래서 칼국수에서 심지어 묵은지까지 수많은 음식이 상품화 되었지만, 죽은 ‘사이드 메뉴’일 뿐 굳이 돈을 주고 사먹을 메뉴가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점에 주목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음식, 게다가 아무리 잘 만든다 하더라도 ‘그래봤자’ 죽이라 여기고 모두 외면한 음식에 집중한 것이다. 

“사실, 왜 하필 죽이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솔직한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남들이 하지 않은 거니까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모든 음식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었고, 그런 생각들이 모여 본죽의 차별화된 장점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본문 55쪽

  미용실은 이미 있었지만, 남자들을 위한 미용실은 없었다. 그래서 ‘블루클럽’이 짧은 시간에 국내를 장악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었다. MP3 플레이어가 처음 나왔을 때 세계시장 점유율은 우리나라가 최고였다. 하지만 국내업체들이 ‘저작권’을 이유로 아예 무시했던 소프트웨어, 즉 음원시장을 아이팟은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으로 통합시켜 단 몇 년 사이에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점령해 버렸다. 블루오션은 이전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새로이 발견하는 것’이다. 본죽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성공 창업 아이템’은 기발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무시하는 아이템, 버려진 아이템, 한물간 아이템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창업할 때의 원칙을 지켜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죽’이라는 사업아이템을 결정하고 ‘전통을 중시하는 메뉴와 젊은 층이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개발했다. 그리고 ‘그냥 죽’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밥 대용으로 즐길 수 있도록 고민했다. 저자는 장사에서 처음 정한 원칙을 벗어나는 순간 실패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주위의 의견을 듣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의 올바른 선택이 아닌, 그저 남의 의견에 줏대 없이 이끌리게 되면 일을 그르치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 때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음식장사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고객에게 향해 있었으며 이것은 결코 나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맛있고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맞춤 죽’을 만들겠다는 나의 원칙. 이런 차원에서 볼 때, 나의 원칙과 첫 마음은 힘들지만 지켜내야 했던 중요한 부분이었다.

(중략) 어렵지만 지키기 힘든 수많은 원칙, 그것이 훗날 본죽을 본죽답게 만드는 바탕이 되었다. 지금 어려운 상황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면, 가고자 했던 길에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음을 느낀다면, 자신을 가장 자신답게 만드는 첫 원칙과 첫 마음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본문 107~109 쪽

  본죽 제품의 양은 대체로 꽤 많다. 그래서 양을 적게 하고 가격을 내리자고 주위에서 조언했다. 누군가는 다다익선인가, 박리다매인가를 언급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죽’이라는 처음의 원칙을 지켰다. 그래서 여성의 경우 양을 줄이고 대신 포장을 해줬다. 노인의 경우는 세 번에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영업시간이 다 되서 찾아주는 손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 그릇이라도 더 팔자’는 심리적인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다음날 찾아주는 손님을 위해 영업시간을 지켰다.

  저자를 통해 ‘원칙의 힘’을 배울 수 있었다. 원칙의 반대말은 ‘변칙’이다. 임기응변과 융통성을 발휘한다고 말하지만 변칙은 원칙을 어긋난 것이다. 이 말은 곧 ‘시스템화’되지 못함을 뜻한다. 사업은 하루 이틀하는 것이 아니다. 내일의 손님을 위해 직원들을 위해 순간의 이익을 떨쳐내는 힘은 ‘원칙 고수’에서 나온다. 원칙을 지키는가의 여부에 따라 장사꾼과 사업가로 나뉘는 것이다.

  “음식은 상품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돈 벌자고 하는 장사인데 어떻게 상품이 아닐 수 있나. 무슨 자선사업 합니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음식이 상품이라는 생각, 원가를 재고 따지며 음식 자체에서 수고와 비용을 덜어내려는 생각에 철저히 반대한다. 이는 음식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음식이란 ‘넉넉하고 푸근한 것, 절대 먹고 나서 서운한 감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략)

  사업을 자선사업처럼 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들고 나는 수 개념을 명확히 따지되 음식 자체에 드는 원가만큼은 손대지 않고 철저히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유혹이 많은 현장에서 지켜내려면 기본적으로 주인에게는 음식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나가는 음식이 아깝지 않고 사업 또한 즐거워진다. “고객이 계산하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절대로 들지 않도록 하라.” 본문 115~117 쪽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제품과 서비스의 공통점은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가치價値는 다시 말해 ‘값어치’를 뜻한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도 ‘기꺼이 돈을 꺼낼 때’가 값어치 있는 제품이다. 소비자가 이렇게 행동할 때는 ‘상품=가격’이 아니라 ‘상품>가격’일 때다. 다시 말해 가격보다 가치가 있는 제품을 구입할 때 소비자는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행복해 한다. 소비자가 제품 사용하고 행복해 할 때 재구매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소비자 주권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가장 기본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기업가는 먼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제품을 우선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여기서 여건이란 ‘공간’도 될 수 있고, ‘디자인’도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 제품이 최대한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본죽의 성공요인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죽 시장’을 개척했고, ‘원칙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성공의 정도를 계량화하여 보여주지 않은 점, 그리고 직원들의 서비스와 청결, 그리고 어느 가맹점을 가더라도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표준화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어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라면 읽어 둘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본죽의 성공비결과 창업에서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에피소드등 주위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알찬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성공스토리를 읽으면서 독자로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성공의 크기와 정도가 아니라 성공까지의 과정이라는 점다. 책을 읽은 후 본죽을 찾아 음식을 먹는다면 이전과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 기업을 아는 자 만이 느낄 수 있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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