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필살기
구본형 지음 / 다산라이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구본형식 대한민국 직장인, 아웃라이어 되는 법을 제시한 책!

 

  내 친구 중에는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한 명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유명한 의약품 회사에서 영업부 과장을 했었던 그는 돌연 회사를 관두고 고향인 충주호 근처로 귀향을 하더니 어부가 되었다. 낚시를 워낙 좋아해 주말이면 물때를 찾아 전국 저수지를 헤매던 친구인지라 그가 어부가 되었다는 말에 이제야 제 일을 찾았구나 싶어 내심 반가웠다. 친구는 제약회사에 있는 동안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비위를 맞추며 의약품을 소개하고 파는 일이 제 체질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푸념을 놓곤 했었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않고 평생 낚시만 하고 살면 소원이 없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친구가 어부가 되었으니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해 충주를 내려가 어부 일을 하는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일에 대해 불만이었다. 아니 아예 진절머리를 내고 있었다. 너무 예상 밖이라 그가 왜 그렇게 불만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하루 동안 자세히 그의 일상을 유심히 관찰했고, 저녁이 채 되기도 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물고기 잡는 소질이 좋은 친구는 다른 사람보다 두 배 정도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 하지만 그의 즐거움은 여기까지였다. 그는 여전히 잡은 고기들을 팔러 다녀야했다. 생물인 물고기를 파는 일이라 의약품을 팔 때 보다 두 세배는 더 뛰어다니며 영업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일본 소프트방크의 부회장이자 한학자인 기타오 요시타카는 일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것이 바로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일을 갖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은 일이 없는 사람이다.” 고 말했다. 일은 생존의 수단, 즉 밥이다. 사는 동안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기왕 일할 바에는 ‘내가 정말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 즉 나만의 천직을 찾아 일한다면 정말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나의 천직’이라고 느끼며 일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 있을까 말까다.

  나의 천직이 아닌 것 같아 혼신을 다해 일하지 않게 되고, 덩달아 일하는 재미도 생겨나질 않는다. 그렇다고 나의 천직을 찾는다고 하던 일을 갑자기 멈추고 새로이 찾을 수는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지금의 일을 어쩔 수 없이 ‘지겨운 밥벌이’로 남겨둔 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구본형의 필살기>(다산라이프)는 이러한 직장인의 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해 나온 책이다.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헤드헌터조차 찾아주지 못하는 ‘나만의 천직’을 스스로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만들어졌다.  

 


  평범한 직장인들, 그들은 인생의 1/4은 교육받는 데 이미 썼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인생의 1/4은 조직인간으로 낙타의 삶을 사는 데 쓰고 있다. 그리고 인생의 중반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조만간 회사를 나와 인생의 또 다른 1/4을 불러주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보내기 십상이다. 겨우 남아 있는 마지막 인생의 1/4은 체념하고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어두운 노년으로 보내게 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본문 12 쪽

 

  십여 년 전 IMF사태를 맞아 좌절한 직장인들에게 구본형의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었는가 등 ‘변화’에 대한 답을 독자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도와주며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 당시 구본형이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생존을 위해 제시한 화두가 “변해야 산다” 였다면, 이번에는 후반부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탁월한 프로로 진화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를 위한 방법은 바로 ‘나만의 필살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필살기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죽여주는 기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평생 즐겁게 하면서 그 분야 최고 전문가로의 성공까지 거머쥘 비법이다.

 

 



 

 

  이번 책은 필체나 성격 면에서 구본형의 전작들과는 약간 다르다. 지금까지 나온 그의 전형적인 작품성격은 “변해야 산다”는 이 시대의 극단적 강요를 ‘변화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바꾸어놓는 특유의 인문학적 화법일 것이다. 다시 말해 신화를 비롯한 동서고금의 인문학적 사례들이 버무려진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권유하듯 종용하는 특유의 필력에 변화를 위해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벅차오름을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이번 책은 알아서 새겨들어야 할 인문학적 사례들을 걷어내고 독자의 곁에 한발 더 다가와 ‘변화’를 위해 내가 행동해야 할 바를 구체적으로 한 대목씩 짚어주고 있다. 한마디로 전작까지 구본형의 책이 ‘학교 선생님’이었다면, 이 책은 ‘유명학원 강사’로부터 족집게 과외를 받는 기분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독자는 아래 질문에 대해 ‘아니오’로 답을 한 사람으로 보았다. 바로 필살기를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다. /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는가?

지금 하는 일에 자신의 능력 전부를 쓰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지도 전력을 다하지도 못하기에 일에서 만족도 탁월함도 얻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이 대부분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이 바로 책임과 의무만을 짊어진 ‘낙타의 삶’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필살기를 통해 만일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조금 더 많이 만족하고, 더 많은 열정을 투입할 수 있다면, 그 때는 ‘잘할 수 있는 일에서 전력을 다하는’ 훌륭한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바로 ‘사자의 삶’을 사는 것이다.

  구본형은 우리를 사자의 삶으로 거듭나게 하는 필살기는 ‘소설 속 강호의 고수들만이 가진 비기秘技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탁월한 한 가지는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책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이 세상에 천재는 없다. 노력파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필살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특기가 없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평번하다는 것은 결핍과 같다. 평범을 벗어나는 길은 여러 일에서 월등해지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한 가지에서 탁월해지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한 가지 분야에는 통달할 수 있다. 그 한 가지가 그 사람을 특별하게 한다. 물러설 수 없는 그 한 가지, 그것이 필살기다.” 본문 206 쪽

 

 

 



 동영상 출처: 혜민아빠의 인터뷰 TV



 

  이 책이 반가운 점은 저자가 독자로 하여금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직업’을 구해보라거나, 필살기를 익히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한다 등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내용을 강요하지 않았다. 지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직업의 일, 혹은 지금의 나에서 ‘탁월한 무엇’을 찾아내도록 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필살기는 어떻게 구해야 할까? 저자는 재능, 집중, 숙성 이 세 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계발된다고 보았다.

 

1. 재능 - 동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스스로 아껴줘야 한다. 무엇이든 좋다. 발굴하라.

2. 집중 - 못하는 것을 보완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에 모든 투자 가능한 것을 결집시킨다.

관심과 돈과 시간을 여기에 모두 집중하라.

3. 숙성 - 무슨 일이든 오랫동안 멀리가려면 습관의 힘을 빌려야 한다. 매일 수련을 거듭해서 숙성시켜라.

 

  ‘정말 내게 필살기로 세울 만한 것이 있을까?’ 혹은 ‘에이, 난 뭐 딱히 특별한 게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 속에는 나도 모르는 ‘탁월한 무엇‘이 내 속에 숨어 있다. ’너, 그것 하나 만은 참 잘 하더라‘고 말을 듣지 않았던가?

미국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는 “성공한 사람은 천재가 아니다. 평범한 자질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을 비범하게 발전시킨 사람이다.”라고 말했다면서 저자는 평범하다는 말은 아직 안에 있는 것이 진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나만의 필살기’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구체적이면서도 쉽다. 우선 자신의 직무를 20개로 문장으로 세분화하고, 각각의 태스크(일)들에는 어떤 적성을 필요로 하는지 분석한다. 그 다음 이 태스크들이 나와 얼마나 어울리는 일인지를 진간하고 내 적성에 잘 맞는 순서대로 순위를 정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내게 주어진 태스크들이 내 적성에 잘 맞는 일인지, 그리고 이 태스크들을 잘 해낼 수 있는 내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된다. 여기에 현재 하고 있는 태스크들에 대한 ‘중요도’를 평가해 본다. 이것은 바로 ‘고객의 요구에 상응하는 경중에 따라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우선순위와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고, 내 일을 스스로 ‘경영’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제는 스티븐 코비식의 ‘중요하고 급한 일은 먼저 해라’가 아니라 ‘적성에 맞는 일을 회사에서 제일 잘해라’로 업무 수행의 초점이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필살기는 현재의 업무에서 찾아내지만, 완성은 미래의 블루오션을 겨냥해야 한다. 그러므로 필살기는 범위는 기존 직무에서 찾아낸 전략적 태스크(나의 강점)에 핵심 태스크가 추가된다. 이를 돕기 위한 도구가 바로 EREC(Elimination, Reduction, Enthusiam, Creation)이라는 도구다. 저자는 이를 통해 재미없는 일은 감소시키거나 제거하고, 재미있는 일은 강화하거나 창조하여 집중투자를 할 때 몇 년 안에 회사 내에서 현재의 직무를 통해 필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든 점은 저자가 필살기를 하나의 경쟁력이 아닌 ‘공헌력’으로 봤다는 점이다. 즉 필살기는 경쟁자에 대한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서비스의 수혜자인 고객의 새로운 수요에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이다. 또한 경쟁력이 레드오션이 가정한 단어라면 공헌력은 블루오션을 가정한 단어였다. 비즈니스를 남을 밟고 일어서는 피 흘리는 전쟁이 아닌 인문학적 관점으로 사람살이의 결과물로 보는 저자만의 탁월한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공헌력’이라는 개념의 도출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돕는 사업’이라는 것이 올바른 명제라면, 나의 경쟁력은 고객을 돕는 힘에서 나와야 한다. 그 힘은 근본적으로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아니라, 고객울 위하는 힘이어야 한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목표는 경쟁자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 서비스의 수혜자가 나에게 환호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모든 언어는 그 속에 사용하는 사람의 의식이 담겨 있다. 경쟁력이라는 말이 레드오션에서 피 흘리며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 쓰는 각박한 언어라면, 다른 사람이 제공할 수 없는 것, 나만의 차별성, 바라고 있었지만, 그동안 충족되지 않았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힘, 그것은 경쟁력이 아니라 푸른 바다에서의 고객에 대한 공헌력이라는 것을 문득 알게 된 것이다.“ 본문 98 쪽 편집

 

  그렇다. 직장인이 개발해야 할 저마다의 필살기는 상대방을 제압하고 누르기 위한 비교우위 경쟁적 무기가 아니라, 수혜자인 소비자를 위한 절대 우위의 선물인 것이다. 필살기는 무기가 아니라 선물이라는 작은 마음가짐의 변화만으로 필살기를 찾아내고 개발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나만의 필살기를 찾았다면 그 완성은 바로 실천이다. 저자는 실천을 일러 ‘매일 똑같은 시간대에 똑같은 시간의 양을 확보하여 똑같은 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탁월한 프로를 만드는 ‘6+2시간 실천법’을 제시했다. 이는 책 <아웃라이어>에서 말하는 탁월한 천재 즉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 필요한 1만 시간을 채우기 위한 실천법칙이다. 즉, 전략적 태스크에 투입되는 업무시간인 6시간 이외에 필살기로 완성하기 위한 핵심 태스크를 수련하기 위한 2시간을 더해 매일 여덟 시간을 투입한다면 3~4년이면 1만 시간을 채우게 되어 전문가로 평생 자립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10여 년 전 직장인이었던 시절 ‘글을 잘 쓰고, 설득력이 있는 말을 잘 한다’는 자질을 필살기로 만들어 오늘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명강사로 거듭나게 된 과정을 필살기 수련의 사례로 들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 새벽 눈을 뜨자마다 두 시간 동안 오로지 글쓰기만을 했던 자신의 습관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과가 된 과정과 시행착오들을 만나게 된다. 아울러 객관성을 더하기 위해 참여한 15명의 직장인의 사례들도 부록에 수록되어 있었다. 이들의 체험을 살피면서 ‘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라고 말했던 어느 여성 기업가의 도전문구가 생각났다. 나라고 못할 건 없다고 느껴졌다.

 

  주간 TV 프로그램 중에 <생활生活의 달인達人>이 있다. 만두피를 잘 만드는 달인, 병을 잘 따는 달인, 타이어 운반의 달인 등 자신이 하고 있는 한 사람 몫의 일을 한 치의 빈틈이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수십 명 몫의 양을 그들을 지켜보자면 혀가 자연스레 내둘러진다. 달인達人이 없는 업종이 없고, 그들의 실력은 말 그대로 일당백一當百이다.

  생활의 달인達人들은 꽤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일에만 열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늘었고, 어느 경지에 이르러서는 이른바 도道가 트인 것이다. 그들은 비록 ‘우연히’ ‘당장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었을망정,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이젠 몸에 익은 일’이 된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는 법’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남들이 말하는 달인達人의 경지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직업마다 다른 달인들의 공통점이 하다 있다면, 이들 모두 쌩초보에 제일 낮은 급여로 시작했지만, 달인達人이 된 지금은 큰 업체의 사장 자리에 오르거나, 최소한 업체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달인達人들은 자신의 일에서 ‘성공’한 것이다.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어부가 되서 행복해야 할 내 친구는 천직을 만났을망정 전혀 행복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해답은 자신이 어려워하는 영업은 소위 영업맨에게 맡기고 보다 더 많은 고기를 잡는 기술을 개발하여 필살기를 만드는데 전념하는 것이었다.

  <구본형의 필살기>는 평범한 내가 전문가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남과 다른 나만의 강점, 내가 가진 재능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나의 업무 패턴도 재구성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일과 중에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고, 사실은 내가 하기 싫어했던 일들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살피게 만들었다. 군더더기를 없애니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잘하는 일은 허전한 느낌이 들 만큼 단출해졌다. 이것이 바로 내 평생을 전문가로 만들어줄 필살기인 것이다.

 

  구본형은 놀랍다. 그는 지금껏 세상이 직장인들에게 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시의적절하게 알려줬었다. 이번에도 어김없다. 그는 평생직장이 없다면 탁월한 프로가 되어 평생 직업을 만들라고 한다. 그를 위한 결정적인 힘은 외부가 아닌 바로 내가 가진, 어쩌면 나도 모르는 ‘숨은 재능’, 필살기라고 말했다. 전과는 다른 콕콕 짚어주는 듯한 필체는 구본형식 자기계발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역시 그는 대한민국 비즈니스맨의 영원한 선생이었다.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는가? 아니면 지금 하는 일에 자신의 능력 전부를 쓰고 있는가? 만약 아니라도 대답했다면, 이 책을 권한다. 직장인들에게 구본형식 아웃라이어 되는 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나만의 필살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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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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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인천공항에서 일주일을 머물러 볼까나? 

  한 사내가 공항에 꼼짝없이 갇혔다. 입국이 허락되지 않아 공항 밖을 나갈 수 없게 되었고, 되돌아가는 것 마저 조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귀국도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내는 어쩔 수 없이 9개월여를 공항에서 지내게 된다. 이 이야기는 톰 행크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세 번째로 손을 잡았던 영화 <터미널The Terminal>의 줄거리다.

  동유럽의 가상국가인 크라코치아의 국민, 빅터 나보르스키(톰 행크스)는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조국 크라코치아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공식적으로 국가로서 인정받지 못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자신의 여권과 입국 비자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미국으로 입국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국경이 봉쇄된 조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신세가 된 빅터는 공항 터미널에서 생활하게 된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카리미 나세리Karimi Nasseri 라는 이란 남자의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라고 한다. 유학을 마치고 1976년에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왕정 반대 시위 경력 때문에 추방된다. 그는 필사적으로 망명지를 찾아 헤맸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88년 샤를 드골 공항에 주저앉고 만다. 1999년 프랑스 정부는 보다 못해 그에게 망명자 신분을 주기로 결정했지만 이번엔 그가 거부했고, 스필버그가 [터미널]을 만들면서 준 저작권료 30만 달러를 받은 뒤에도 여전히 공항에서 살기를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9년 한 사내가 터미널로 걸어 들어가 일주일 동안 살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항공사의 달콤한(?) 제안에 의해 ‘자발적 구속’을 한 것이다. 얼핏 들으면 블로그 마케팅을 위해 파워블로거에게 제안을 한 것일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좀 더 파격적이고 거국적이다. 세계적인 히드로 공항Heathrow Airport은 다름 아닌 세계적인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에게 제안한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가 세계적인 공항에서 일주일을 머물렀고, 그 결과물로 한 권의 책이 탄생했으니, <공항에서 일주일A WEEK AT THE AIRPORT>(청미래)이다.



 

    공항은 드나듦이다. 공항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 그래서 알고 싶은 세상으로 나가는 플랫폼이고, 더 이상 알 필요 없이 이미 익숙한 것으로 돌아오는 귀착지다. 드나듦은 중요한 말이다. 공항에 떠남만이 있다면 무의미해지고 슬퍼지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오기에, 돌아올 곳이 있기에 떠남은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여행이 행복한 이유는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공항은 왠지 어색하고 공허하다. 크기가 너무 큰 때문일 것이다. 드넓고 천정 높은 그곳을 들어가면 빨리 떠나야 될 것 같고, 배웅을 하러 갔다면 얼른 보내고 되돌아가고 싶어진다. 낯설고 불편한 그곳에 알랭 드 보통은 일주일을 있었단다. 그리고 책을 폈단다. 내게는 그것만으로도 신기하고 놀라운 하나의 사건이었다. 알랭 드 보통이 어느 날 항공사로부터 받은 제안은 이랬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의 회사가 최근에 문학을 관심을 가지게 되어, 런던에서 가장 큰 공항의 두 활주로 사이에 자리 잡은 최신 탑승객 허브인 터미널 5에 작가 한 명을 일주일 동안 초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름도 멋지게 히드로의 첫 상주작가로 불릴 이 작가는 공항 시설의 전제적 느낌을 살핀 뒤, 출발 대합실의 D 구역과 E 구역 사이에 특별히 배치한 책상에서 탑승객과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책을 쓰기 위한 자료를 모으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본문 11쪽

  이 글을 읽으며 상상되는 모습은 대합실 통로의 한 가운데 컴퓨터, 그리고 필기도구가 놓인 책상에 의자를 끌어당기고 앉아 공항 천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다시 글을 쓰는 알랭 드 보통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그의 목에는 공항의 모든 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허가증’ 패찰이 걸려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에게 이러한 제안을 한 항공사도 멋졌지만, 성큼 받아들인 작가도 멋지다. 우리 같았으면 작가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행동이고, 항공사의 얄팍한 상술이라며 또 한동안 난리가 났을 법할만한 사건을 이들은 쿨하게 제안하고 쿨하게 받아들였다. 저자가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 이유가 책에 들어 있었다. 

  “이 정신없는 시대에 보통의 경우라면 항공기 착륙 요금이나 유실물 관리에 노력을 집중해야 할 다국적 기업이 이런 드높은 예술적 야망에 기초한 기획을 승인할 만큼 문학이 높은 지위를 누릴 수 있나 싶어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그 사람이 전화로 나에게 매혹적인 만큼이나 막연히 서정적 태도로 말했듯이, 어쩌면 세상에는 오직 작가만이 적당한 언어를 찾아 표현할 수 있는 면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본문 11-12쪽



 

   여행이라는 한 단어만으로 <여행의 기술>(이레)이라는 책 한 권을 쓸 만큼의 능력을 지닌 작가가 알랭 드 보통이 아니던가? 그런 그에게 이런 멋들어진 제안이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 역시 여행차 공항에 있을 때면 자신의 비행기가 온갖 이유로 비행기가 늦어지기를 갈망한 적도 많았던 터라 더할 나위 없었다(차라리 불가항력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공항에서 뭉그적거릴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 진실은 본임 말고는 모른다. 그가 실제로 항공사의 예술적 야망에 감동했는지, 아니면 그 기획에 대한 보수에 감동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박학다식한 그가 자신의 소양을 유감없이 토해낼 만한 대상으로 공항이 적합했던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가 성큼 수락을 했고 말 그대로 유감없이 자신을 공항 속으로 녹여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해 엄밀하게 말하자면 ‘알랭 드 보통이 만들어낸 한 권짜리 팜플렛’이다. 히드로 공항에서 일주일간 머물면서 공항의 이모저모와 공항에서 상주하며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오가는 여행객들을 살피며 생각나는 바를 적은 두꺼운 책자다. 원래 영화나 소설이 대박을 내서 유명해지면 배경이 되는 곳도 유명해지는 법, 그런데 알랭 드 보통이 히드로 공항에서 자그마치 일주일을 머물며 그곳을 적었으니, 책이 출간된 후 얼마나 유명해졌을까 미루어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책을 그런 상업적 기획력의 소산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팜플렛 치고는 읽는 글맛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의 문학작품에도 룸서비스 메뉴만큼 시적인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을 돌풍이

아사마 산 위

돌들을 따라 불어간다.

일본 에도 시대에 하이쿠 형식을 완숙 단계로 끌어올린 마쓰오 바쇼의 이런 시구조차 소피텔의 케이터링 사업부 어딘가에서 일하는 익명의 장인이 지은 시구에 비하면 단조롭고 환기하는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햇볕에 말린 크렌베리를 곁들인 연한 채소,

삶은 배, 고르곤촐라 치즈

진판델 비네그레트 소스로 무친 설탕 절임 호두“ 본문 27 쪽

 

  식당의 메뉴에서 천정까지, 검색대의 청원 경찰에서 매점의 아가씨까지, 그리고 숱하게 드나드는 생면부지의 여행객들까지 알랭 드 보통의 눈에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그가 바라보는 대상은 글이 되고, 그만의 표현으로 된 글은 내 눈에서 다시 눈에 선한 그림이 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난 한 발 한 발 히드로 공항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책을 읽다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가 된 부분을 발견했다. 지인인 영화번역가 이미도가 부산에서 집필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책의 한 부분을 예를 들었는데, 그곳을 발견한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가끔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로 딱 적합한 구절이다.

  “나의 고용주는 제대로 된 책상을 하나 놓아주겠다고 약속을 지켰다. 사실 이곳은 일을 하기에 이상적인 장소였다. 이런 곳에서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오히려 그런 ‘어려운 작업 환경’이 글을 쓰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일하기 좋은 곳이 실제로도 좋은 곳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조용하고 시설이 잘 갖추어진 서재는 그 흠 하나 없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실패에 대한 공포를 압도적인 수준으로 높이곤 한다. 독창적인 사고는 수줍은 동물과 비슷하다. 그런 동물이 굴에서 달려 나오게 하려면 때로는 다른 방향, 혼잡한 거리나 터미널 같은 곳을 보고 있어야 한다.“ 본문 77쪽



 

   여행은 여행객에게 있어 환기이고 각성이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오감이 살아있는 시간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순간은 글쓰기에 좋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기 때문이다. 대합실 통로에 책상을 놓고 철저하게 제 3자가 되어 공항이라는 작은 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에게는 일주일의 온전한 그 순간이 여행이었던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공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대목은 그의 공항 예찬론이자,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 이유기도 하다.

  “혼돈과 불규칙이 가득한 세계에서 터미널은 우아함과 논리가 지배하는 훌륭하고 흥미로운 피난처로 보인다. 공항 터미널은 현대 문화의 상상력이 넘쳐나는 중심이다. 만약 화성인을 데리고 우리 문명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 -테크놀로지에 대한 우리의 신앙에서부터 자연 파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상호 관계성에서부터 여행을 로맨틱하게 대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을 깔끔하게 포착한 단 하나의 장소에 데려가야 한다면, 우리가 당연히 가야할 곳은 공항의 출발과 도착 라운지밖에 없을 것이다.” 본문 16쪽 

  이 책을 읽었다 해서 그가 본 공항을 눈에 보듯 내가 그릴 수는 없었다. 앞서 말했듯 내게 오래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았던 곳이 그곳이라 상상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정반대인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떨까? 영화 <인 디 에어> 속 주인공인 해고대행업자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처럼 미국 전역을 돌아다녀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들이 느끼는 공항은 어떨까? 내가 아침저녁으로 드나드는 논현역 3번 출구처럼 들어서면 설레고 나오면 집에 도착했다는 마음에 푸근한 마음이 드는 그런 정류장 같은 그런 곳이 아닐까? 

  책장을 덮으면서 시간을 내어 하루 동안 인천국제공항에 머물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가 머물렀던 히드로 공항 아니더라도 책 속의 구구절절을 대신 찾아 느껴보고 싶어졌다(이 정도면 공항을 두려워하는 내게 있어서는 큰 발전이다). 여행을 앞두고 있어 곧 공항에 가야 한다면, <여행의 기술>과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렇다면 알랭 드 보통과 함께 동반여행을 하는 기분을 제공할 것이다. 

PS: 남을 따라하는 기분은 들지만 김영하, 박민규, 김연수 같은 소설가가 똑같은 기획으로 인천국제공항에 일주일간 머물면서 책을 써보는 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더 멋진 글이 나오지 않을까? 과연 인천국제공항이 그만한 예술적 감각이 있을 것이며, 그 작가들은 쾌히 승낙을 할까? 생각만으로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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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4-07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치님 안뇽?...ㅋㅋ저 여기에 별장 하나 있어요. 리치님이 여기에도 계신 줄은 몰랐네요. 즐겨찾기서재로 꾹 눌렀으니 가끔 올께요~.

리치보이 2010-04-14 14:11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마기님. 온라인 서점에는 모두 있답니다.ㅎㅎㅎ 온라인서점의 요청으로 만든 곳도 있고요, 다른 곳은 없어 허전해서...ㅋㅋㅋㅋ 암튼 반갑습니다. 여기 저기 보시면 아는 체 해주세요~ ^^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 마피아의 젊은 천재 보스가 들려주는 비즈니스 룰
마이클 프란지스 지음, 최정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성공하고 싶거든, 옳지 않은 거래를 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라!

  영화 ‘대부The God Father’가 40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팬들로부터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영화의 소재가 다름 아닌 마피아의 세계를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제작 당시 마피아의 반대와 협박으로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고, 영화가 개봉한 그 해에는 미국의 범죄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이면서도 베일에 가려졌던 마피아의 세계를 다룬 영화 대부는 다음과 같은 주옥같은 명대사를 낳기도 했다.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두어야 한다.”

“우정과 돈은 물과 기름이다.”

“정치와 범죄의 본질은 같아.”

“적들을 미워하지 마라. 그러면 판단력이 흐려져.”

“형제끼리는 사과할 필요 없어.”

“결백하다고 말하지 마, 그건 내 지성을 모독하는 거야.” 

  그 중에서 최고의 명대사는 바로 “그가 절대 거절 못할 제안을 하겠다. I'll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일 것이다. 



 

    돈 비토 꼴레오네(말론 브란도)는 자기의 패밀리에게 존경을 표하는 자들에게는 자비로 대하지만, 적이 되려는 자들에게는 무자비하게 응징했다. 그는 패밀리family의 가치를 중시했다. 그에게 있어 패밀리는 조직family이기도 하지만, 가족family만큼이나 소중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최소한 비즈니스맨이라면 절대적으로 통감痛感하는 말일 것이다. 특히 ‘내 사람을 통제할 때‘는 ’내가 제 머리털을 뽑아 원하는 만큼 분신을 뽑아낼 수 있는 손오공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을 정도다. 내가 손오공이 된다는 만화같은 바람은 둘째치고라도 ’원래 사람 일이란 것이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더냐?‘고 푸념을 놓고 포기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100년 넘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으로 군림하고 있는 마피아와 같은 조직들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피아는 세상에서 가장 탄탄한 조직이자 합법성을 떠나 조직의 존재 자체로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제국을 형성하고 있는 조직이다. 

  책<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쌤앤파커스)는 강력하고 탄탄한 조직, 마피아의 조직 운영원칙을 이야기한 책이다.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5대 마피아 조직인 콜롬보 패밀리의 일원이자, <포춘>이 선정한 ‘부와 권력 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피아 보스 50인’ 명단에 최연소로 오른 바 있고,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으로 마피아계를 주름잡았던 젊은 보스 마이클 프란지스Michael Franzese가 직접 쓴 책이다.



 

    이미 서가에는 V라는 익명의 저자가 쓴 <마피아 경영학>도 있고, 비슷한 류로는 논픽션 저널리스트인 미조구치 아츠시가 쓴 <야쿠자 경영학>도 있다. 또한 지난 해에는 영화 ‘대부’의 주인공인 돈 콜레오네의 리더십을 이야기한 <돈 꼴레오네의 문제해결 방식>를 읽고 리뷰를 쓴 바 있다. 이 책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실명의 마피아 보스가 마피아의 세계를 이야기했다는 점이 우선 달랐다. 마피아 조직의 세계를 비즈니스 집단과 직접 비교분석해 가면서 그 어떤 책보다 생생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속했던 마피아가 아무리 조직력을 과시한다고 하더라도 비즈니스 집단이 추구해야 할 롤 모델이 될 수 없음을 역설하기도 한다. 저자는 비즈니스 현장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겸비하고 있어 책 속의 각 장 말미 마다 따로 기록해 놓은 핵심 글만 읽어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할 정도로 유익했다.  

     

 

    저자는 우선 세상에는 성공을 보장해줄 ‘신비의 비법’도 없고, 지름길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그는 전직 마피아 보스로서 해줄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귀띔’이 있다고 했다. 사실은 ‘귀띔’ 정도가 아니라 비즈니스에서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해 줄 조언들이었다. 

-일거에, 단도직입적으로 정곡을 찌르는 것이 왜 중요한지

-든든한 행동대원과 현명한 콘실리어리, 이 두 개의 검이 왜 반드시 필요한지

-마키아벨리나 솔로몬 같은 현자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수다쟁이가 비즈니스에서 위험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담판을 짓는 자리에서 어떻게 자신을 통제할 것인지

-도박이 언제 어떻게 비즈니스를 그르칠 수 있는지

-한 번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면 어떤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는지

-규칙을 어기는 일이 자신과 비즈니스에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지

  저자는 가장 먼저 ‘단순한 비즈니스’를 선호하는 마피아의 습성을 예를 들면서 일을 한다면 정곡을 찌르라고 이렇게 말했다. 

  "여러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쫓아다니거나 모든 업무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 당장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는 행위 등은 사업상 재앙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일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인생까지 어지럽히는 이 재앙의 파편들은 결국 우리의 성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 걸림돌을 단호하게 치워내고 정곡을 찌르는, 즉 핵심에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본문 46 쪽

  ‘핵심에 집중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경제불안과 고용불안정 등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이른바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주의가 판치는 요즘 특히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마음만 바빠 허둥지둥 대다보면 정작 하는 일은 하나도 없이 몸만 피곤해지고 소득은 없는 게 요즘이 아니던가? 이쯤에서 단순한 일상을 유지하고 ‘핵심에 집중할 줄 아는’ 워런 버핏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경영방식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워런 버핏은 좀처럼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고, 이메일도 확인하지 않는다. 심지어 전화 통화도 거의 하지 않는다. 버핏은 단순한 업무방식을 고수하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즉 주식을 사고 파는 일에만 집중한다. 저자는 워런 버핏이야말로 조증 환자처럼 감정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비즈니스를 냉정하게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성공한 리더라면서 ‘현명한 리더'가 되려 한다면 워런 버핏처럼 ’핵심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가 마키아벨리와 솔로몬의 철학을 소개하면서 성공하는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이들이 제시하는 사상을 서로 양립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다. <군주론>을 통해 말하는 마키아벨리의 철학은 한마디로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명제로 정리할 수 있다. 권력의 통치를 주장한 마키아벨리의 철학은 마피아 연맹인 ‘라 코사 노스트라’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이 되었다. 군주론 속에서 발견하는 마피아 조직의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정중하게 대하거나, 아니면 완벽하게 파멸시키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어설프게 당한 사람은 복수를 꿈꾸지만, 회복할 수 없는 정도로 당한 사람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상을 입힐 때는 복수의 의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을 정도로 지독해야 한다.”

“피해는 한 번에 입혀야 한다. 한 번에 입는 피해는 비교적 체감 정도가 낮기 때문에, 감정을 다치는 정도로 낮아진다. 반면 혜택은 조금씩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본문 65-66 쪽

  하지만 이러한 마키아벨리의 철학이 현실적이긴 하지만, 조직원 개인의 입장에서는 위험천만한 ‘양날의 검’이 아닐 수 없다. 마키아벨리의 철학은 조직을 속임수와 불신, 배신을 조장하는 곳으로 만들고, 구성원들 사이에 충성심의 가면을 쓴 두려움만이 존재하게 만든다. 



 

 

  이것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다. 마키아벨리의 철학대로라면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또한 어떻게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집착해야 한다. 저자는 비즈니스에 이러한 마키아벨리적 사고가 결합된 탓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라고 보았다. 바로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의 탐욕이 초래한 결과이고, 타당한 대가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그것을 유지하겠다는 마키아벨리의 철학을 잘못 받아들인 비극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자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탐욕’은 스스로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골칫덩어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솔로몬은 이렇게 말했다.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득을 추구하고, 그로부터 수익을 얻는 자는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다.” 저자는 솔로몬의 철학을 소개하며 신뢰에 의거에 기업윤리를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윤리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기업은, 반드시 고객의 눈에 띄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윤리가 기업의 수익성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셈이다. 비윤리적이거나 수상쩍은 사건에 연루된 기업은 언젠가 발각되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예전에 나와 함께 일하던 마피아들, 마키아벨리의 탐욕을 따른 자들, 그들의 말로가 이를 웅변한다. 모두 죽었거나, 감옥에 있거나.” 본문 223쪽



 

  저자가 독자들에게 강조하는 성공하는 삶이란 마키아벨리적 철학이 아닌솔로몬의 철학을 따르며 사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적 철학은 마피아들이 선택할만하다. 하지만 그들의 말로는 위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모두 죽었거나, 감옥에 수감되지 않던가.

  성공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순조롭게 이루는 것’이다. 저자는 마피아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로는 입지적인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원했던 성공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면 나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많은 재산과 마피아 보스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내 삶의 질은 너무나 형편없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는 분명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나는 엉뚱한 재료로 햄을 채워 넣었던 것이다. 정작 그 햄이 먹기 좋게 숙성되었을 때, 내 위는 것을 소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성공한 인생이란 결국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달려 있다.” 본문 252 쪽



 

  우리는 비즈니스를 할 때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이르게 된다.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타협을 하거나, 계약을 성사시키거나, 경영전략을 바꾸거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마케팅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양 옆에는 마키아벨리와 솔로몬이 앉아 있다. 지금의 이익을 위해 마키아벨리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의 이익은 보이지 않지만 아니면 앞으로도 보이지 않을지 모르는 먼 미래를 위해 윤리경영을 권장하는 솔로몬을 선택할 것인가?

 

  이러한 선택의 순간에 딱 어울릴만한 지인의 조언이 생각난다. 지인은 내가 모든 비즈니스의 선택상황에 이르게 되면 “오늘의 내 결정은 내일 조간신문에 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다시 한 번 판단해 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제시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란 무엇일까? 그 대답은 바로 이 책의 핵심이기도 했다.

 


  “내가 내놓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바로 옳지 않은 거래를 거절할 수 있는 ‘당신의 능력’이다. 만일 성공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생각을 바꿔라. 당신에게는 그럴 힘이 있다. 물론 많은 돈을 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담 없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며,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사람보다 더 편히 잠들 수 있을 것이다.” 본문 257 쪽



 

  저자는 책을 통해 마피아라는 강력한 조직의 운영 원칙을 소개하며 백 년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 등을 이야기했지만, 패밀리family의 구성원으로 봤을 때에는 의롭지도 행복감을 주는 조직도 아님을 보여주었다. 특히 비즈니스맨에게는 마피아적 철학과 행동원칙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역설했다.

리뷰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영화 ‘대부’의 주인공들은 멋들어진 명대사는 남겼을지언정 그 누구도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은 탐욕과 허영, 배신과 보복으로 얼룩진 마피아의 세계는 보다 달콤하고 풍요로운 것을 취하는 것이 반드시 성공이 아님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 책을 읽고 배워야 할 기업가들이 이 세상에는 그득하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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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말콤 글래드웰식 세상을 다르게 보고 생각하는 19가지 방법!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이 책의 저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가 지닌 최대의 장점은 ‘휴머니즘’이다. 그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하나를 밀도 있게 관찰하고, 그 안에 소중하게 숨어있는 놀라운 이야깃거리와 새로운 소재를 마치 핀셋으로 짚어내듯 포착해낸다. 인간심리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마침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장대한 논픽션을 엮어내는 그에게서 ‘좋은 작가란 무엇인가’를 배운다.”

 

  그 주인공은 바로 <티핑 포인트>,<블링크>,<아웃라이어>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소재를 통해 사람에 대해 심도있게 조명하고, 그러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능력을 지닌 글래드웰은 뉴요커The New Yorker의 저널리스트이자, 21세기 현존하는 ‘독보적인 경영저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블로그에 밝혀지지 않았던 세상의 다양한 패턴과 행동양식, 심리적 아이디어로 가득 찬 칼럼들을 수백 편 올리고 있는데 그 중에 인상적인 칼럼 19개를 엄선, 세 가지의 주제로 분류해 책을 폈다. 글은 자신이 썼는데, 시점은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란다. 그래서 제목도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What the Dog Saw>(김영사)이다.

 

 



 

 

  책의 제목은 책내용 중에 있는 개 심리학자 시저 밀란Cesar Millan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흥분한 개도 밀란이 손을 갖다 대면 신기하게도 개들이 쉽게 안정을 취하는 것을 보고 글래드웰은 ‘밀란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시선을 바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그 개가 본 것은 (밀란의) 무엇일까?’ 

  이 책에서 글래드웰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마음Other's Minds에 주목했다. 타인의 기분이나 생각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의 근본적인 충동에서 비롯된다. 그래드웰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혹은 다른 사람의 머리를 빌려 그 사건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잊혀져가는 마이너 천재들, 사회적 문제와 재난, 그리고 타인을 판단하는 근거 등을 살펴보았다.

 

  책을 펴서 가장 먼저 살핀 칼럼은 책 제목과도 같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개를 사로잡는 달인의 몸짓’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는 반려동물의 수준을 넘어 이젠 유일한 여동생으로 불리는 여덟 살짜리 시츄종 ‘찌비’가 있는데, 녀석이 갈수록 통제불능의 상태에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해 까지 얌전하던 찌비가 올해 들어 용변을 함부로 본다거나, 제 잠자리를 마다하고 가족들의 품에서 자려고 하는 등 ‘말썽’을 부리고 있어 뒤늦게 ‘애완견 훈련소’를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단 5분 만에 괴물같은 개를 천사로 만들어내는 ‘시저’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시저 밀러는 문제가 있는 개 슈거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은 ‘주인’들에게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슈거는 지금까지 아무런 규칙이나 경계 없이 살아왔어요. 가족들은 슈거를 운동시키고 애정을 베풀었지만 버릇을 가르치진 않았어요. 어떤 대상을 사랑하려면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어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죠. 슈거는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겁니다.” 본문 66쪽

 

  예전에 유능하다는 어느 수의사도 “반려동물이든, 가족이든 궁극적으로 ‘개는 개답게 키워야 서로에게 이롭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키우는 동물을 가족 대하듯 하는 마음은 알지만, 가족처럼 대한다면 동물은 주인인 사람을 무시하거나 지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는 사람이 주는 마음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에게 보이는 행동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개는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의 행동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는 “개는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지요. 개에게 사람은 걸어 다니는 거대한 테니스공이나 마찬가지입니다.“라고까지 말했다. 위스콘신 대학의 동물행동학자인 패트리샤 맥코넬Patricia McConnell 역시 개의 습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개는 우리의 눈을 들여다보고 어디를 보는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 같습니다. 동공이 확대된 둥근 눈은 공격적인 상태를 의미하지요. 개는 우리의 얼굴이 이완되었는지, 팔은 어디를 향하는지 주의 깊게 살핍니다. 개에게는 턱이나 입의 상태, 팔의 움직임이 중요한 신호이기 때문이지요.“

 

  자세와 동작의 조화를 프레이징Phrasing 즉 ‘흐름’이라고 부르는데, 시저와 같은 개 조련사의 경우는 전달하려는 의도에 맞게 몸짓의 흐름을 잘 조화시킨다. 또한 그들은 강조를 할 때 절도 있는 동작을 취한다. 이러한 몸짓의 흐름은 비단 개 조련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직업 중에는 동작분석가라는 사람들이 있다. 강연이나 인터뷰 등에서 인사들의 대화 등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이들의 몸짓과 눈동자의 위치 그리고 대화의 흐름 등에 따라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리고 그들의 대화와 동작이 한 덩어리가 되어 전체적으로 보기 좋은 모습의 큰 흐름으로 가는지를 살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부시의 연두교서는 미성숙한 수준이라면, 빌 클린턴의 그것은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듣는 이들이 끌리게 되고 그에게서 권위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 개는 (시저에게서) 무엇을 보았나? 글래드웰의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권위’였다. 반려동물은 주인의 권위 있는 목소리와 움직임에 따라 위엄을 느껴 말을 듣는 것이다. 이것을 반복적으로 행할 때 비로소 버릇이 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는 사람처럼 주인의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움직임(말과 행동)을 보고 읽는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책 전반에 걸쳐 이처럼 관점을 다르게 하는 것만으로 좀처럼 풀리지 않던 질문에 답을 찾아낼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투자자들에게 유익한 좋은 예로 니더호퍼와 나심 탈레브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철저한 경험주의자로서 큰 돈을 벌고 날리기를 반복하는 니더호퍼가 있었다. 한편 나심 탈레브는 모든 백조는 흰색으로 알고 있던 통념이 18세기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순식간에 깨진 것과 같이 세계 경제나 증시에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이론으로 매일 손실을 견뎌야 하는 고통스런 과정을 묵묵히 감내한 끝에 지난 10월 세계 증시가 폭락하자 이를 귀담아들었던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줬다. 탈레브가 설립을 도운 유니버사 인베스트먼츠의 '검은 백조' 펀드들은 그의 이론에 따라 시장이 폭락할 때 이익을 거두는 전략을 쓴 덕에 10월에 65~115%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테크’에 관심을 둔다. 하지만 올바른 재테크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요즘 거대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금의 일부를 낮아진 금리와 높아진 인플레이션 때문에 은행에 돈을 맡기는 예적금을 멀리하고 직접투자 혹은 간접투자를 통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바라는 투자는 다소 적지만 장기간의 꾸준하고 안전한 투자가 아니라 대부분은 큰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 이른바 ‘대박투자’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투자에 대한 투자자 즉, 우리의 시선(관점)에 대해 니더호퍼와 나심 탈레브의 경우를 들어 우리가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나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이 아니라 ‘읽었다면 참고 기다리는 투자를 하라’는 그의 투자방법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는 니더호퍼처럼 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에게 끌린다. 우리는 대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거나 파국을 맞고도 다시 돌아오는 것을 용기라고 부른다. 그러나 탈레브와 니더호퍼의 사례, 그리고 불안정한 우리 시대의 교훈은 그것을 잘못된 시각임을 말해준다. 오히려 본능적인 충동을 억누르고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고통스런 과정을 감내하는 것이 더 용기 있고 영웅적인 행동이다.” 본문 110쪽

 

  이 밖에도 글래드웰은 murray barr 라는 노숙자의 삶을 통해 노숙자들을 그냥 길에 방치하며 음식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아예 조그만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 비용면에서 오히려 싸게 먹히고 효율적임을 말하고, 1993년 윔블던 결승에서 막판에 어이없이 무너진 야나 노보트나와 1996년 마스터스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시 어이없이 무너진 그렉 노먼의 일화를 통해 위축choking과 당황panic 이란 두 개념을 비교한다. 글래드웰은 이 개념을 직접 실험하기 위해 1999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존 F 케네디 2세의 사고현장을 답사하는 무모함도 보였다. 참고로 위축choking은 지나친 긴장으로 인하여 실수하는 것, 즉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실수하게 되는 것이라면, 당황panic은 당황하여 아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실수하게 되는 차이를 보인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에서 ‘나는 독자를 끌어들이고 생각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게 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책을 실린 글을 읽는 것은 어쩌면 ‘모험’일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러분은 과연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뉴스와 사회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내린 결론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게 된다. 또한 우리는 권위에 밀려 혹은 게을러서 남들이 내린 결론과 해답을 믿고 따르는 경향이 있는데, 올바른 결론과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결론에 의문을 갖고, 관점을 달리 해야 함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가 제안하는 모험을 쫓다 보면 그 만의 투시접, 즉 ’말콤 글래드웰식 다르게 보고 생각하기Think Different'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저널리스트의 칼럼다운 짧은 단편들은 이전의 책들과는 또 다른 글맛을 경험하게 했다. 역시 그는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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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영어 선물
이미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가슴 벅찬 봄을 만끽하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명강연 같은 책!

    “영어에 ‘Family isn’t a word. It’s a sentenc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가족은 단어가 아니고 문장’이라는 뜻이지요. ‘가족’을 뜻하는 family는 분명 단어인데도 문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여러 개의 단어가 모여 하나의 완전한 문장이 되는 것처럼 가족도 모든 이의 사랑이 모여야 비로소 완전한 가정이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지요.”

  일간지(문화일보)에 실린 이미도의 칼럼을 읽기 위해 꼬박 한 주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윗글과 같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좋은 글과 표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꽤 많은 책과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미도 선생의 글 속에 나타나는 글들을 읽다보면 마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나온 듯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것들’만 신기하게 쏟아내는 것 같습니다. 또한 바로 옆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듯한 그의 글맛에 취하다보면 툭툭 던져지는 명문장과 명대사에 놀라고, 그의 칼럼의 끝을 대할 때 즈음이면 무거운 머리가 한결 맑아짐을 경험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세상은 충분히 살아갈 만한 곳임을 그의 글을 통해 알게 됩니다. 책 <이미도의 영어선물>(웅진지식하우스)은 그런 놀랍고 유익한 글이 자그마치 서른일곱 편이나 담겨 있습니다. 신문과 블로그에서 그의 글을 찾아다니며 즐기던 저와 같은 독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뜻밖의 봄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도라는 이름은 원래 글보다는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름일겁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보다보면 엔딩 이후 제일 먼저 뜨는 글이 ‘번역 이미도’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여러분이 영화 <나인> <쿵푸 팬더> <눈먼 자들의 도시> <반지의 제왕> 3부작 <슈렉> 시리즈 <시카고> <노트북> <식스센스> <아메리칸 뷰티> <글래디에이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뷰티풀 마인드> <제리 맥과이어> <인생은 아름다워>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페이스 오프> <더 록> 등을 보셨다면, 이미도라는 이름을 들어본 셈입니다. 그래서 그의 얼굴은 모르지만 ‘이미도’라는 이름 만큼은 남녀노소에게 잘 알려진 익숙한 이름이죠.

  우리는 이제 그의 이름을 책에서도 만나고 있습니다. 은막 뒤에서 자막을 제공하면서 세상과 교류하던 그가 일종의 커밍아웃을 한 셈입니다. 몇 년 전부터 책을 한 권씩 써오더니 2년 전 출간되어 약 3만 부가 팔린 산문집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웅진지식하우스)를 필두로 본격적으로 집필에도 몰두하고 있으니까요. <이미도의 영어선물>은 그의 두 번째 산문집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오십 년 인생을 둘러싼 영화, 영어, 그리고 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형보다 나은 아우도 있나 봅니다. 산문집<이미도의 영어선물>은 영화와 영어를 이야기했던 첫 번째 책<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보다 한층 더 깊이 있고 품격 있는 스토리로 전개됩니다. 다시 말해 주제와 메시지가 일치하는 책과 영화를 함께 묶어서 먼저 소개하고, 이어 그 작품들에 담긴 영어 명문장과 명대사를 덧붙여 소개했습니다. 결론에 다다르면 저자인 이미도 선생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주제를 만나게 됩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독자가 저마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면, 우리 세상도 그렇게 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크게 생각과 인생, 그리고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생각, ‘창조적 상상력을 디자인 하자‘는 최근 이미도 선생이 활발한 강연을 펼치고 있는 주제입니다. 그가 말하는 ’창조적 상상력‘이란 바로 ’다르게 생각하기‘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일체유상조一切唯想造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바로 ‘생각하는 방법’에 달려 있으니까요. 스티브 잡스가 만든 회사 애플의 모토 역시 ‘Think Different'입니다. 이미도 선생은 이 장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이야기 합니다. 키워드들 역시 생각의 변화를 부르는 단어들, 호기심curiosity, 재미fun, 아이디어idea, 상상imagination, 창조성creativity,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 로 구성됩니다. 

  ‘다르게 생각하기‘는 아이보다는 ‘어른들에게 필요한 생각’입니다. 마치 생각이 없는 듯 행동일관의 아이에 비하면 어른들은 조용하고 진중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게을러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고,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어 두려워하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게 되겠어?’하는 결과에 대해 비관적으로 예측해버리는 자기검열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가 제시한 ‘나이가 들어갈수록 왜 창의성이 떨어지는가? 하는 의문의 답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자는 긍정적인 생각, 창의적인 생각과 상상만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오늘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창조적 인재‘는 바로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임을 증명해 줍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인생입니다. 저자는 ‘아프기 때문에 인생’이라며 忍生이라는 말까지 합니다. 원래 인생이란 것이 아픈 거라면 그 아픔을 이겨내는 도구는 바로 용기, 아픔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살고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어떤 어려움과 역경, 시련과 위기에서도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사랑하게끔 용기를 북돋아주는 키워드로 존경respect, 존엄dignity, 꿈dream, 행운luck, 모험risk, 사랑love, 가족family, 성공success을 꼽아 이에 얽힌 책과 영화 그리고 영화의 금언들을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야기는 세상입니다. 문학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이고, 인문학의 존재이유는 ’보다 인간다운 인간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미도 선생 역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인 이 세상은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지켜내야 할 만큼 아름다운 세상임을 많은 책과 영화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된 키워드는 희망hope, 희생sacrifice, 순수innocence, 아름다움beauty, 진리truth, 7대 죄악the Seven Deadly Sins, 위대한 정신beautiful mind 등입니다. 



 

   이 책은 읽기 쉽고 편한 산문집이 결코 아닙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하나 하나가 보다 다르고 나은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주제로 세밀하고 밀도 있게 풀어나간 책입니다. 그래서 혹여 편한 자세로 책을 들어 읽다보면 어느덧 자세를 바로 하고 집중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또한 머리에 담고 싶은 멋들어진 영어표현과 가슴속에 새기고 싶은 인생의 명문名文들에 반해 책의 진도가 더뎌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정말이지 따로 적어둬야 할 글들이 그득그득 했습니다. 이 멋진 문장들 대부분은 영어로도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혹여 ‘영어학습서’가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저자가 따로 언급을 했을 정도로 깊은 뜻이 숨어 있습니다.   

 “이렇게 영어 원문을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첫째 인용문의 맛을 원문으로 감상하고 싶어 할 독자들이 원문을 직접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둘째 국제적으로 영어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영어를 더 좋아하고 싶고, 영어를 더 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보너스 선물을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셋째,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에게는 물론 누군가에게도’ 이들 영어 명문장과 명대사는 일평생 선물하고 싶을 만큼 값진 것들이라고 감히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미도의 영어선물>을 읽다 보면 아름다운 글과 표현을 토해낸 책과 영화를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차마 덮어버리기가 아쉬워집니다. 담고 기억하고 싶은 글들이 내 머리와 마음속에서 사라질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또 다시 펼쳐서는 천천히 다시 보게 됩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는 나의 작은 변화는 인생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겁니다.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힘은 다르게 하지만 바르게 생각할 줄 아는 당신에게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미도 선생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가슴 벅찬 봄을 경험하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강력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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