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2 - 금권천하 화폐전쟁 2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부터 2024년까지 대공황 못지않은 긴 경제빙하기가 올 것이다!

 

  “아시아인 다섯 명과 미국인 한 명이 조난을 당해 무인도에 갇히게 되었다. 아시아인들은 열심히 사냥을 하고 물고기를 잡아 생활을 하고 식사 준비도 도맡아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미국인은 가만히 앉아 그들이 해주는 음식을 먹었다. 미국인은 다 먹은 후에는 달러라는 '휴지조각'으로 음식 값을 지급하고 부른 배를 쥐고 사라졌고, 아시아인은 미국인이 먹고 남은 음식을 먹어야 했다.”  

  이 불편한 농담은 투자전략회사 유로퍼시픽캐피털의 대표인 피터 시프Peter D. Schiff가 <미래경제의 몰락에서 이익을 올리는 방법>에서 현 세계경제를 비유해 한 글이다. 시프는 책에서 이렇게 물었다 "그 미국인이 없었다면, 과연 아시아인 다섯 명의 생활이 더 어려웠을까?"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화폐전쟁>은 화폐의 역사를 재조명하면서 현재 미국이 만들어내는 달러의 유통구조를 파헤쳐 '불안한 달러'를 역설한 바 있다.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화폐의 메커니즘을 통해 화폐를 지배하려는 상업은행의 권모와 술수가 곧 중세 이후의 역사라는 것을 밝히고 그 배후에는 로스차일드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세계 제일의 갑부는 빌 게이츠가 아닌 로스차일드 일가이고, 달러를 만들어내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사실 민간 중앙은행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대통령의 피살 비율은 미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일선부대의 사망률보다 높은데 대통령들이 피살된 이유는 달러의 발행권을 되찾으려는 이들의 시도가 세계 금융세력에게 들통나 축출되었다고 말했다.

  그 밖에 부동산 대출이 빠르게 증가할수록 당신 손에 든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무의 화폐화와 부분준비금 제도가 왜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가? 누가 황금을 ‘요괴시‘하는가? 왜 황금이 진정한 ‘화폐의 제왕’인가? 등의 의문에 대해서 답을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누가 금융 파생상품 시장에서 매점매석을 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답을 하면서 곧 현실로 들어날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다는 점이다.

 

  <화폐전쟁>의 전체적인 내용은 그것을 수용하는 독자 대상마다 의견을 달리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G2라 불릴 만큼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서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기능은 한없이 무력하고, 화폐로서 순기능을 발휘하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 정부’에 의해 철저하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기축통화로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중국내의 주장에 힘을 보태주는 붐업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마디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안될 이유는 없자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당시 국내에서도 순식간에 경제경영부문에서 베스트셀러 부문에 오르며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관심의 초점은 중국과는 약간 달랐다. 바로 지난 해 하반기에 전 세계에 불어 닥친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을 미리 경고했었다는 점이었다. 이 내용은 당시 금융위기의 원인과 파장에 대해 촉각을 기울였던 독자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책 속에서 ‘금융위기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끝날 것인가’하는 이야기를 책에서 찾으려 노력했다.

 

  또한 쑹홍빙이 <화폐전쟁>에 주장한 내용, 즉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오갔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기축통화로서의 위안화는 단지 중국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왜냐 하면 중국의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달러'보다 불안하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보이지 않는 그림자 정부’로 표현되는 세계 금융세력의 영향력에 대해 우리는 중국인 저자로서 꺼낼 법한 이야기지만 음모론적 성격이 짙다고 판단했다.

 

 



 

 

  이렇듯 뉴욕발 금융위기 이후 최근의 출판계 경향을 단편적으로 놓고 볼 때 확실한 점은 미국의 경제서들은 "우리 달러가 정신차리지 않으면 위안화에 먹힐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면, 중국의 경제서들은 "위안화가 달러와 한 번 맞장 뜰 만 하잖아?"하면서 자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이 달러냐, 위안화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이들을 지켜보는 우리가 확실하게 인식해야 하는 점은 한없이 체면이 구겨진 달러의 현실, 그리고 과연 앞으로도 달러가 기축통화로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다면 포스트달러는 무엇일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베스트셀러 '화폐전쟁'의 저자이자 글로벌재정연구원장인 쑹훙빙(宋鸿兵·41)은 최근에 펴낸 책 <화폐전쟁2>에서 포스트달러로 2024년경 세계단일화폐가 탄생할 것이고 그 대상은 <금+탄소배출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부제가 금권천하金權天下인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날이 갈수록 글로벌 영향력을 보유한 대국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신세대 전략 사상가들은 넓은 글로벌 차원의 시각과 깊고 원대한 이해력을 구비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이고도 실질적인 국가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모든 전략의 전제 조건은 누구를 가장 중요한 전략적 상대로 확정짓느냐 하는 것이다. 상대가 없는 전략은 절대로 제대로 된 전략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중국 국가 전략의 주춧돌을 정확하게 놓기 위해서는 국제 금융 세력의 역사적 연원과 인맥관계를 전면적으로 철저하게 이해해야 한다.” 서문 15쪽

 

  저자 쑹홍빙은 <화폐전쟁2>에서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경제적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먼저 서방의 (경제)세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작이 화폐의 메커니즘을 통해 화폐를 지배하려는 상업은행의 권모와 술수가 곧 중세 이후의 역사라는 것을 밝히고 그 배후에는 로스차일드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면, 이번에는 전작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들을 소개했다. 바로 중국경제학계가 발견하지 못한 맹점 즉, 세계 17개국의 주요 금융 패밀리간의 인맥관계와 그들이 일으킨 각국의 전쟁, 혁명, 정변, 위기간의 연동관계를 밝혀냈다.

 

 



 

 

  이 책을 두고 저자는 ‘한마디로 세계를 지배하는 ’국제 은행 가문 클럽‘의 신비한 베일을 최초로 벗긴 책’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저자가 국제 금융 인맥 네트워크를 상세하게 밝히는 데 집착한 이유는 그들이 세계에 빈번하게 출현하는 금융 위기, 전쟁과 무력 충돌, 혁명이나 쿠데타, 종교 이슈, 글로벌 의제, 지역 정치, 대국들의 관계 등과 밀접하고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한편 루스벨트는 “어떤 중대한 역사적 사건이든 우연은 없다. 모두 세심하게 계획된 것일 뿐”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저자는 이 같은 사건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바로 ‘이익’이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며, 지난 2008년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 위기는 역사상의 다른 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의 본성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비극이다. 금융위기는 욕망과 두려움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또 이번 금융 위기에서도 인성의 약점을 불 보듯 뻔하게 꿰뚫고, 이를 이용해 큰 성과를 수확한 초특급 승자들이 어김없이 존재했다.” 본문 507쪽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제 9장(금융 쓰나미 이후)과 제 10장(미래로 돌아가다)이다. 제 9장에서 쑹홍빙은 경제 엔지니어이자 ‘그린스펀 모델’을 만들어낼 만큼 경제학 분석에 있어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앨런 그린스펀에 주목한다. 저자는 그가 FRB 의장으로 있으면서 왜 자신이 평소에 일관되게 주장하던 정책과는 전혀 반대된 화폐정책으로 달러화의 남발을 불러 결국 오늘날의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한 주범으로 몰렸는가에 의문을 던졌다. 다시 말해 그린스펀은 왜 자신의 가치관과 완전히 반대되는 화폐정책을 실행을 옮겼으며, 그의 주장처럼 정말 경제 위기를 예감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저자는 그린스펀의 인생과 경제이념의 정신적 토대를 마련해 준 에인 랜드의 책<아틀라스>에 깊이 심취했고, <경제 자유를 논함>을 쓴 내용 등을 들어 그가 의도적으로 달러화의 약세와 신용 하락을 조작하고 달러화의 생존 토대를 무너뜨렸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 이유는 이 시기의 ‘달러화의 붕괴’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붕괴가 아닌 세계에 대한 미국의 달러화 채무의 짐을 덜어내는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도 저자는 권말에 예의 자신만의 주장을 펼쳤다. 미국의 소비시장은 2009년을 끝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 전성기가 막을 내리고 급격한 침체 주기로 접어들고, 이 소비 침체는 2024년까지 이어져서 앞으로의 14년은 1930년대의 대공황 못지않은 긴 ‘빙하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빙하기가 끝나는 2024년은 ‘금+이산화탄소 배출권’의 세계 단일 화폐가 출범하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의 최대 수혜자는 서구 선진국인 반면 개도국을 비롯한 중국은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주장하고자 한 바는 ‘현재의 중국은 세계적인 파워 그룹과의 이익 다툼에서 결코 우위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세계 단일 화폐를 향한 서구 선진국들의 은밀하고 전진적인 행보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각성을 촉구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휴지조각이 된 달러만 한가득 품고 있는 중국의 미래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쑹홍빙은 엄중히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글로벌 정책입안자들은 그리스의 재정위기와 위험에 처한 유로화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1조 달러에 육박하는 긴급 구제금융 패키지를 내놓았다. 뉴욕발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발(發) 금융위기로 전 세계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는 지금, <화폐전쟁2>를 대하는 기분은 남다르다. 정작 달러의 위기로 시작된 유럽의 위기를 잠재우는 역할 역시 달러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에 언론을 통해 ‘진실한 정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진실’을 표방한 왜곡된 정보가 아니라고 과연 단언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봐야 세계의 참 모습을 볼 것인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얻고 이익을 보는 세력은 누구일까? 이번 위기는 어떤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언론의 뉴스 보다 더 가까운 진실을 알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위치 - 손쉽게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동설계의 힘
칩 히스 & 댄 히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녕하세요, 리치보이Richboy 입니다. 제가 오늘부터 3주 마다 경향신문의 북섹션 [책으로 읽는 경제]의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블로거blogger인 제가 오프라인인 일간지에 칼럼을 쓰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원고지 8매 가량으로 쓰는 칼럼이라 기존의 블로그 글과는 약간 다릅니다. 그래서 새롭게 글을 배우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만나겠다 싶었는데, 온라인 기사로 먼저 만나는군요. 반가운 마음에 포스팅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바로가기 : 클릭!



 


[책으로 읽는 경제]놀라운 ‘변화’를 만드는 간단한 법칙

김은섭 <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 저자경향신문


  

개강 파티에 가려고 옷을 고르던 효리양은 지난해 구입한 드레스가 몸에 맞지 않음을 발견하고 낙심한다. 그리고 그날로 6개월 안에 5㎏을 빼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굶기와 운동하기를 반복하며 3개월을 보냈지만, 큰 변화가 없자 조급해진 그녀는 문제를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 환경에서 찾았다. 바로 집안에 있는 모든 밥그릇과 쟁반, 심지어 물컵까지 작은 사이즈로 바꿔버린 것이다. 그리고 3개월 후, 효리양은 그 드레스를 아주 편안하고 폼나게 입고 종강 파티를 할 수 있었다. 

베스트셀러 <스틱!>을 썼던 히스 형제는 <스위치>(웅진지식하우스)를 통해 대상이 그 무엇이든 손쉽고 극적인 성공을 이끄는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세 가지 패턴만 알면 된다고 말했다. 즉 효리양의 다이어트로 설명한다면 우선 감정이 계기가 되어야 하고(굵어진 허리에 대한 낙심), 매력적인 목적지가 있어야 하고(예전 드레스를 스타일리시하게 입는 것), 구체적인 행동 방식의 변화를 수반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릇을 모두 작은 것으로 교체한 것).

우리는 늘 발전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변화’라는 말은 때로는 거창하고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저자들은 변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변화를 일으키는 단서가 되는 동기나 시발점은 아주 사소하고 간단해서 마치 스위치를 ‘딸깍’하고 켜는 것처럼 쉬운 것들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더 건강한 미국인의 식생활’을 위해 벌인 캠페인의 제목은 ‘일반우유 대신 1% 저지방 우유를 집어라’였다. 일반 우유 한 잔에는 베이컨 다섯 줄에 든 것과 같은 양의 포화지방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청소직원들은 ‘청소가 곧 운동이 된다’는 설명만 듣고도 한 달 후 거의 1㎏이 줄었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병원 단체에서는 약간의 진료 단계를 개선해 18개월 동안 약 12만명 이상의 환자 생명을 구하는가 하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엄마들의 요리법을 전수한 것만으로 영양실조에 빠진 220만명의 베트남 어린이들을 건강한 상태로 만들었다.

<스위치>는 극적인 변화의 다양한 성공 사례와 성공으로 이끈 수많은 실행 방법들이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어서 실용면에서 꽤 유익하다. 저자들이 제시한 변화를 이끄는 공통의 세 가지 패턴은 상대로부터 손쉽게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뿐 아니라 금연을 하거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갖는 등 스스로에게도 변화를 이끌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스틱!>의 강력한 메시지와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이 쓴 <넛지>에 담긴 부드러운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아침에 눈뜨자마자 운동을 하고 싶거든 자기 전에 운동복과 조깅화를 머리맡에 챙겨두자. ‘지름신’ 강령이 무섭거든 신용카드를 얼음 속에 얼려 두자. 카드가 쓰고 싶어졌을 때 머리를 식힐 냉각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꿈꾸거든 먼저 기수에게 방향을 지시하고, 코끼리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지도를 구체화하라. 나를 변화시키는 스위치를 켜고 싶거든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손석희 스타일 - 우리 시대 모든 프로페셔널의 롤모델
진희정 지음 / 토네이도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두려움을 모르는 국민 대변자, 손석희가 좋은 방송인인 이유

 

  1950년 상원의원 조 매카시는 미국 국무성 내에 공산주의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1954년까지 하원 반미활동조사위원회를 이끌며 숱한 정치가와 예술가, 시민들을 공산주의자로 고발했고 ‘매카시즘’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공산주의자로 몰릴까 두려웠던 사람들은 침묵했고 매카시즘으로부터 달아나려 애썼다. 그 무렵 침묵을 그치고 진실을 보도했던 언론인 에드워드 R. 머로는 “역사를 부정할 수는 있겠지만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면서 공포의 시대에 제동을 걸기로 결심한다. 


<굿 나잇 앤 굿 럭>은 에드워드 R. 머로를 통해 공포를 무기삼아 권력을 유지하는 이들이 지배했던 시대에 언론은 무엇을 했어야만 하는지를 물은 영화다. 무엇보다 불편한 진실을 피하려고만 하는 인간들에게 던져주는 사회적 의미가 컸다. 에드워드 R. 머로는 언론의 진정한 힘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매일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마주할 때면 이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가 생각난다. 주간 가장 이슈가 되는 화제의 인물들과 벌이는 인터뷰의 팽팽한 긴장감은 이른 아침의 잠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촌철살인의 질문들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의 코멘트는 개운한 하루에 청량감을 더한다. 손석희에게 인터뷰이들은 사건과 이슈의 당사자일 뿐이다. ‘국민이 듣고 싶은 답을 얻기 위해 질문을 한다’는 그에게 두려움이 있을 리 없다. 그는 거침없이 묻는 사람이다. 그리고 국민을 대신해 질문에 답을 얻어내는 사람이다. 매력적인 대변자인 손석희를 말하는 <손석희 스타일>을 읽었다.


 <손석희 스타일>은 방송작가와 기자 출신의 작가가 유명하면서도 정작 잘 알려지지 않은 아나운서 손석희의 이모저모를 끌어모았다. <100분 토론>과 <시선집중>의 방송내용과 언론매체들과의 인터뷰 등을 참고로 손석희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스타일(저자는 ‘아우라’라고 표현했다)을 설명했다. 나아가 지금의 손석희를 있게 한 여러 가지 스타일을 동서공금의 세계적인 리더들의 스타일과 비교해 그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을 찾아내고자 했다. 

  세상 사람들이 관심이 있어 하는 인물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매력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시작부터 손석희에 대해 ‘찬사’를 마음껏 던질 준비를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객관적으로 있는 사실을 충분히 끌어모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 마치 세 계단 위에 있는 손석희를 올려다 보며 읽는 듯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정작 자신은 있는 사실에 대해서만 인터뷰를 하는 인물인데, 자신의 스토리가 사실보다 과장되거나 ‘미화’되었다면 어떨까? 지나친 묘사와 분석은 그를 이해하는데 오히려 불편함을 더했다.

  책의 주인공인 손석희 본인 역시 이 책이 써진 것에 대해 그리 반가워하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낱 가십거리로 남을 법한 그에 대한 에피소드 조각들을 한데 모아 ‘인간 손석희’를 잘 묘사하고 분석했다. 그에 대한 궁금증과 의문들을 이 책을 통해 많이 해소했다. 객관적 관점을 놓치지 않고 읽는다면 그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 독자가 일독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법의 5년 - 성공한 사람들이 발견한 도약의 키워드
문준호 지음 / 아라크네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일 세상에서 배우고 준비하라. 기회는 5년 마다 찾아온다!

 

  책을 읽을 때마다 종종 ‘사람이 책이다’란 생각이 든다.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당신을 말해 준다 The book what you read is what you are'와 같은 책에 대한 좋은 표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본질로써의 책, 다시 말해 사람이 만들어 내는 책이라는 소산물 자체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자신의 책 ‘국부론’에서 인간의 이기심은 삶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나아가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을 만들어낸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저녁 식탁에서 빵 한 조각을 먹기 위해서는 밀을 추수하는 농부, 빵 제조업자, 유통업자, 상점주인 등 수 많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식탁에 빵이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이타심과 배려 때문이 아니며 또한 누구도 이와 같은 일을 억지로 시킨 적이 없다. 단지 자기 이익에 대한 관심 하나가 농부의 손에서 식탁 위로 빵을 움직인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 정의한다. ”

 

  또한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인 리처드 도킨스는 1976년 출간된 그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의 이타적 행동조차 이기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충격적 주장을 펼쳤다. 즉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무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같은 동물들의 이타적 행동 등 개체의 모든 행동은 자신을 복제하려는 유전자의 이기적 목적의 결과이며, 인간은 유전자의 지시를 수행하는 '생존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이 그 존재부터가 ‘이기적 유전자’로 비롯된 동물이라고 하지만 ‘책을 쓰는 일’에서 만큼은 예외가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되어 저자에게 어마어마한 부와 명성을 안겨주는 책들도 있고, 책 출간을 자신의 행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저자가 자신이 경험한 바를 글로 써서 타인에게 알리고자 하는 욕구(욕망) 자체를 ‘이기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책은 근본적으로 타인 그리고 후세를 위해 태어난 물질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책에 대한 이런 느낌을 자주 느끼는 때가 바로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다. 그 이유는 자기계발서의 존재와 저자에 있다. 성공과 처세, 자기능력, 비즈니스능력, 인간관계, 화술과 협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저자가 되어 ‘자신의 성공’을 글로 밝혀 후세들이 겪을 시행착오를 줄여주고자 하는 만들어진 것이 ‘자기계발서’이다. 또한 이 분야의 저자들 대부분은 자신이 계발한 능력으로 나름의 부와 명예를 얻어 성공을 이룩했기 때문에 굳이 ‘책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과연 빌 게이츠, 리처드 브랜슨, 이나모리 가즈오가 명성과 인세(물론 그가 쓴 책이라면 어마어마한 인세겠지만)를 얻기 위해 <생각의 속도>,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카르마 경영>등을 썼겠는가?

 

 



 

 

  일류대학을 나오지 못한 청년이 LG같은 대기업에 들어갔다면, 이는 나름의 성공일 것이다. 하지만 청년은 대기업 사원이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도약시키기 위해 새로운 계기를 만들기 위해 부서를 옮기고, 회사를 옮겼다. 이러한 몇 번의 큰 변화는 청년에게 인생을 바꾸는 삶의 도약이 되었고, 현재 그는 직원 수 190명의 벤처기업 CEO가 되었다.

  아이파트너즈의 CEO인 문준호는 그의 책 <마법의 5년>에서 자신이 성공하게 된 사연을 진솔하게 밝히면서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고 싶다면 5년을 단위로 재도약하라고 말한다. 또한 도약에 앞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할 때 그것이 이루어지고, 비로소 진정한 성공을 이루게 된다고 말했다.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고 발견하는 시간은 바로 ‘자기 인생의 전략 회의’를 여는 시간이라고 했다.

 

 ““운영회의와 전략 회의를 구분하여 사용하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CEO들에게 권하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회의할 때 일상적인 운영의 틀과 관점에서 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전략적인 부분을 소홀하게 넘기기 쉽다. 그래서 별도로 전략만을 생각하는 회의 시간을 따로 확보하라는 것이다.

나는 주기적으로 A4 용지에 이런 나르시스적인 마음으로 자신의 강점들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갖고 자기 인생의 ‘전략 회의’라고 여기고 있다. 가급적 현재의 자신과 일상의 한계를 떠나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전략은 깊은 통찰과 새로운 인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 재점검하고 현재의 목표나 방향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은 나르시스가 선물한 최고의 셀프 서비스이다.“ 본문 80 쪽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법의 5년>에서 5년은 무엇인가? 도대체 무슨 근거에서 나온 말일까? 운명을 바꿀만한 혁명과도 같은 변화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또한 마음만 먹는다고 해서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현재의 평범한 직장인을 전문가나 스페셜리스트로 변신하게 하는 의미 있는 기간을 5년 정도로 두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목숨을 걸고 죽을힘을 다해 도전해야 진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꼭 애쓰는 순으로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힘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재 때 발휘해야 눈앞에 허들로 서 있는 자신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무조건 죽을 힘을 다하려 하지 말고 먼저 5년 단위로 도약하는 법칙을 몸에 익히는 연습이 필요하다.” 본문 5쪽  

 

  저자가 제시하는 도약을 위한 5년의 준비에 필요한 네 개의 법칙은 꿈의 시각화 법칙(목표 설정), 이겨놓고 승부하는 법칙(전략적 사고), 절실함의 법칙(실행), 퍼스트 펭귄의 법칙(셀프 리더십&자기관리)이다. 즉, 구체적인 꿈과 계획을 수립하고,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 시킴과 동시에 매 순간 고도의 몰입과 열린 마음으로 도전하다 보면 재도약의 기회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문준호의 ‘마법의 5년’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의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보여준다. 또한 직장인이 진정한 프로페셔널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구본형의 필살기>의 전형적인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구본형이 말하는 필살기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죽여주는 기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평생 즐겁게 하면서 그 분야 최고 전문가로의 성공까지 거머쥘 비법을 말한다)

  이 책이 말하는 5년 동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법칙은 다소 거창할 것도 같지만,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특별한 비기秘技를 따로 배운 것도 아니고, 새로이 개발해 낸 것도 아니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술술 쉽게 읽히고 저자의 생각에 자주 공감하게 되는데, 이는 저자의 일상과 생각이 독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의 성공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성공을 위한 ‘배움의 타이밍’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매 순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책의 내용에 서술되어 있는 뉴스와 사건, 그리고 CEO에서 영화배우, 개그맨에 이르는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에게서 찾아낸 ‘배울 점’들을 밝혔다. ‘세 사람이 걸어가면 그 중 내 스승이 있다’는 공자의 말씀이 생각났다.

 

  독자로서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함은 직장인으로서 자기능력을 계발하는 구체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작지만 연속적인 하루하루의 배움과 깨달음은 성공의 순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제공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CEO가 된 그의 ‘마법의 5년’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는 회사에 따로 북카페를 두어 매월 추천도서를 선정해 직원들과 함께 책을 읽는 다독가이면서, 시간이 허락하면 저자의 강연회 등을 찾아다니는 그는 아직 배움이 고픈 학생(?)이다.

 

PS: 그를 직접 보고 싶다면 트위터(http://twtkr.com/MoonJoonHo)에서 만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은 무지無知에서 미지未知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판도라 상자다!

 

  내게 리뷰, 즉 ‘읽은 책에 대해 말하기’는 책 읽은 자랑이 아니라 일종의 소의 되새김질과 같다. 스스로에게는 무엇을 읽었던가 재확인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요, 대외적으로는 읽은 책에 대해 5분가량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준다(하지만 한 달 후엔 이 역시 가물가물해진다. 유효기간이 꽤 짧아 걱정이다). 리뷰쓰기를 작정한 처음에는 쓰고 싶은 말은 머릿속에만 맴돌고 글로는 나오질 않아, 책 속의 ‘인상적인 구절’만 죄다 옮겨 적기도 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을 하며 책을 읽었건만 그 소감은 단 한 줄을 쓰기가 왜 그렇게 어려웠던지...그러던 것이 신기하게도 나중에는 뭔가 긁적이고 싶어 책을 읽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리뷰쓰기가 재미있었다. 바로 독서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대화하는 것’이란 물리物理를 조금씩 알아가는 때였던 것 같다.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추수밭)의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松岡正剛는 이를 두고 저자와 독자가 만나 작용하는 일종의 ‘협업’이라 불렀다. 60,000 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천일 동안 천권의 책을 읽고 리뷰쓰기 프로젝트(센야센사쓰千夜千冊)를 완성한 ‘괴물’같은 사내의 말이 내 생각과 같아 반갑고 기뻤다. 그가 보는 독서의 정의는 다양했다. 



 

  독서는 누군가가 쓴 문장을 읽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이나 의식을

‘제로’에 두고 책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독서란 누구나가 체험하고 있는 것처럼 읽고 있는 도중에도

여러 가지 것들을 느끼거나 생각하게 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초조해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기도 합니다.

  이 말에 담긴 속뜻은, 독서는 저저가 쓴 것을 이해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저자와 독자가 만나 작용하는 일종의 협업이라는 것입니다.

편집 공학 용어로 말하자면

독서는 ‘자기편집’인 동시에 ‘상호편집’입니다. p112  



   마쓰오카 세이고는 다독가 혹은 ‘독서의 신’이라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와는 차이가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저작著作 즉 아웃풋out-put을 위해 책을 읽는다(in-put)면, 저자는 말 그대로 책읽기를 즐기는 오리지널 다독가였다.

  사람들은 내가 책을 즐겨 읽는다고 하면 거의 똑같이 묻는 질문은 ‘지금까지 몇 권을 읽었는가? 한 권을 몇 시간에 읽는가? 집에 책을 얼마나 많이 소장하고 있는가?’ 등이다. 다시 말해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독서행위’를 대단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독서행위는 대단한 일이 결코 아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궁금한 것이 있는 사람’일 뿐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궁금한 것이 없을 만큼 이미 많이 아는 사람’이거나 ‘많이 아는 체 하는 사람’이란 말도 된다. ‘궁금증을 풀 것인가 말 것인가?’ 책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다르다면 바로 이 작은 차이 하나 뿐일 것이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알고 싶기 때문이고, 궁금한 것이 조금 많아서다. 결론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부족함은 커진다. 그래서 ‘배울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한 것 같다. 마쓰오카 세이고 역시 독서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단지 책은 무지無知에서 미지未知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도구(저자는 이를 두고 미지의 판도라 상자라 말했다)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세상’을 ‘아직은 모르는 세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책이라면, 책을 한 권 읽을 때 마다 ‘새로운 세상’을 하나씩 열어가는 것이 아니던가? 책과 독서를 이처럼 잘 표현한 것이 또 무엇일까? 그는 다독술 또한 옷을 자주 갈아입는 정도일 뿐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형식의 구성과 풀어서 대답한 내용은 가독성을 돕는다. 저자는 진정한 독서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즐기는 것이라는 점을 전반에 걸쳐 말하고 있다. 저자의 독서법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차례 독서3분’ 즉, 독서에 앞서 꼭 차례를 읽으라는 것이다.

  “차례독서는 방금 사 온 책을 읽기 시작할 때나 방치해 두었던 책을 읽을 때나 반드시 필요한 ‘전희’입니다. 제가 절대로 권하는 전희입니다. 즉, 이 3분 동안의 ‘차례 독서’가 자신과 책 사이에 부드러운 ‘감촉 구조물’ 같은 것을 쌓아 올립니다. 혹은, 부드러운 ‘지식의 지도’라고 부를 만한 것이, 비록 약간이긴 하지만, 생겨나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먼저 떠올려 놓고 비로소 읽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것만으로도 독서가 즐거워집니다.” 본문 102 쪽

  저자의 생각 중에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책은 텍스트가 들어 있는 노트’라고 본 점이다. 더불어 마쓰오카 세이고는 독서의 방법론으로 표시 독서법을 역설했다. 쉽게 말해 이해하는 만큼 줄을 긋고, 표시하고, 낙서를 하며 노트를 필기하듯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그럼 왜 표시하면서 읽는 게 좋을까요? 여기에는 대단히 유효한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책 읽는 데에 철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집중하기 쉽습니다. 또 하나는 다시 읽을 때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는 점입니다...왜냐하면 이 방법은 ‘책을 일종의 노트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이때의 노트나 파워포인트는 새하얀 상태가 아니라 이미 저자가 글을 써 놓은 노트나 화면입니다. 그것을 읽으면서 재편집하거나 리디자인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표시하면서 읽는 법’의 유쾌한 점입니다. 즉, 책을 노트로 보는 겁니다. 책은, 이미 텍스트가 들어 있는 노트입니다.“ 본문 117-119 정리

  책을 깨끗이 읽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만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모시듯’ 읽고 있다면 마쓰오카 세이고의 말에 귀를 기울여봐야 할 것이다. 책은 교과서도 아니고 참고서도 아니다. 나중에 시험을 보기 위해 통째로 외워야 할 대상도 아니며, 책의 맨 뒷장에 값 000원까지 읽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책은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퀴즈의 답을 알 듯, 스도쿠를 풀 듯, 드라마와 영화를 글로 읽는 듯 즐겨야 할 대상이다. 독서의 신이라 불리는 저자는 책을 예찬하지도 경외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대하며 읽어야 하고, 이를 어떻게 소화하는가 하고 비중을 책이 아닌 독자讀者에 두고 있었다. 약 1400여 일 동안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책벌레’ 아니 ‘책괴물’에게서 내가 배워야 할 점은 다독술도 그만의 편집공학이 아닌 ‘책을 대하는 자세’였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0-04-2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제목 붙이기의 귀재십니다.ㅋㅋ. 리뷰쓰기의 자세를 짚어주셔서...느끼는 바가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