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 꼭 이루고 싶은 자신과의 약속
강창균.유영만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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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 1월이 가기 전에 꼭 읽어봐야 할 완소아이템!


  모든 사람이 공평해지는 순간이 딱 두 번이 있다. 바로 태어날 때와 죽을 때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 걸치고 돌아가면 많이 얻어가는 것 아닌가 묻는 노래도 있더라마는 죽음이 임박함을 아는 사람에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나 소중하고 안타까울까 하고 생각 안 해본 사람 없을 것이다. 

  한 병실에서 죽음을 앞둔 두 환자가 누워있다. 한 명은 14개 병원을 소유한 백인 부자, 다른 한 명은 평생 동안 자동차수리공으로 살았던 흑인이다. 서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그들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은 함께 하게 된다. 바로 영화 <버킷 리스트>의 대강 줄거리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 가장 하고 싶은 소망을 적은 리스트를 말한다. 이승을 마감하면서 여한이 없이 살다가 가보자는 그들의 작은 소망은 유치하지만 순수하다. 아니, 사내답다.



 

   영화 속에 이런 대사가 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무엇인지 아나?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일세.” 행복한 사람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아닐까?  많이 성숙한(?) 사내 둘에게 ‘이집트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 차마시기‘도 버킷리스트에 있었는가 보다. 그곳에서 나눈 두 사람의 대화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버킷 리스트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인이 믿은 것이 있는데, 그들은 죽어서 하늘에 가면 하늘에 계신 분이 두 가지를 묻는다고 한다네. 그래서 그들의 대답을 듣고 천당과 지옥을 보낸다고 하지.

그래 뭐라고 하던가? 

첫 번째 질문은 살아가면서 '참다운 인생의 기쁨'을 느낀 적이 있느냐?'라고 한다네. 

음...그래? 두 번째는 무언가?  

자네 인생이 다른 이들에게 그런 '참다운 인생의 기쁨'을 안겨준 적이 있느냐?"라고 묻는다네. 자네는 어떤가? 대답해 보게."

 영화를 보고 나니 '만약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버킷 리스트에 뭐라고 쓸 것인가?' 하고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그리고 고민 끝에 거창한 인류애는 우선 접고 제일먼저 가족부터 사랑한다고 말하고 당장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이 든 건 아마도 영화 속에서 세계를 돌며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 같은 그들의 연기와 목소리에 한참을 매료된 때문일 것이다. 
  

배우는 관객의 시그널이다. 어려서 본 그들이 청년이었으면, 청년이 되고 중년이 된 관객이 그들을 다시 볼 때는 그만큼 더 성숙해야 함은 자연의 이치이다. 나이에 미추가 어디 있던가? 그들의 주름에서 내 나이를 세는 것이 아니던가? 앞으로 몇 편의 영화에서 그들의 모습을 볼까 초조해진다. 그만큼 나도 늙어감을 아는 것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이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 중인 사람이라면 두 번 보기를 권하고 싶은 영화였다. 



 
  영화를 본 후 여운이 남는다면 책 <버킷리스트>(한국경제신문)을 읽어보면 어떨까? 영화가 버킷리스트가 무언지 알려준다면 이 책은 당신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자신과의 약속‘을 쓰는데 딱히 배울 것이 무엇이 있겠냐고 묻는다면 ’직접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실제로 해 보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성해야 할 리스트의 범위가 너무나 모호하고 넓어서 막상 시도했다가도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공저자인 강창균과 유영만은 버킷리스트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도전과 꿈의 목록들‘이라고 정의한다. 

  “버킷리스트는 행복으로 가는 꿈의 목록이자 꿈을 나누고 실천하면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나누는 프로젝트다. 버킷리스트는 꿈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실천하겠다고 자신과 다짐한 약속 목록이다. 나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실천하겠다고 다짐한 약속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도전할 때 비로소 현실로 구현된다. 꿈은 도전을 통해 달성되기 때문에 버킷리스트는 꿈의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 추진해야 될 도전 목록이다.” 214쪽

  그렇다면 버킷리스트를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인가? 대표적인 인물은 전 미국대통령을 역임했던 빌 클린턴이다. 그의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들’은 아래와 같다. 전직 대통령의 버킷리스트라고 하기엔 정말 소박한 내용들이다.

[빌 클린턴의 버킷리스트]

1. 만년설이 모두 녹기 전에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 오르기

2.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같이 놀기

3.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지금도 수백만이 넘는 아이들이 매일 더러운 물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4. 제3세계의 에이즈 환자 없애기

5. 깊은 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찾아가 깜짝 놀라 일어나도록 베트남어로 고함을 질러 보기(존 매케인은 베트남에서 5년 넘게 포로 생활을 한 경력이 있다)

6. 술에 만취한 상태로 폭스뉴스파티에 나가 그곳에 온 정치인들에게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기

7. 아직 다리에 힘이 있을 때 마라톤하기

8. 옛 친구 모니카 르윈스키와 페이스북에서 만나기. 실현 가능성 거의 없음

9. 아내를 인도 대사로 추대하기

10. 부시(41대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 부시)를 만나 "당신 아들은 똥이요"하고 말해주기.

  이 책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아무 생각도 없이 평범하게 살던 호텔 요리부에서 보조를 맡고 있는 정태양 군이 데이비드씨로부터 ‘버킷리스트’를 알게 되면서 변화를 맞는다. 결정적인 계기는 데이비드씨가 정태양군에게 스프링 노트 한 권을 주면서부터다. 데이비드는 노트는 동반자라며 노트를 채우면서 생각을 정리하라고 말한다. 요리수업을 위해 프랑스 유학을 꿈꾸던 태양 군은 단순히 ‘꿈’에 불과 했던 이 소원을 ‘버킷리스트’에 담게 되면서 그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를 계획하게 된다. 즉, 프랑스 요리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프랑스 말로 소통하기 위해 프랑스어 공부를 준비한다. 그리고 프랑스란 나라에 대한 지식도 채워나가야 함을 계획하게 된다. 

 

  2011년 새해가 된 지 벌써 한 달. 금주, 금연, 다이어트, 독서 등 많은 계획들을 세웠을 것이다. 과연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 만약 지키지 못했다면 왜 그럴까? 열에 아홉은 계획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작은 실천들은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천이 없는 목표는 허망한 꿈과 같다. 버킷 리스트 작성의 전제는 ‘내가 만약 ~ 밖에 살지 못한다면...’이다. 새해의 소망보다 더욱 절실하고 간절한 ‘나만의 작은 소원’인 것이다.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과속 카메라 앞에서 가속 페달 밟기, 장기기증 서약 동의하기, 100대 명산 등반하기’ 등 책 속에서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를 만날 수 있다. 이 내용들을 만나면서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구상하게 된다. 책의 말미에서 ‘버킷리스트, 어떻게 찾을 것인가?’하는 구체적인 질문에 저자들은 도움이 되는 네 가지 질문을 제시해 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나만의 버킷리스트가 아닐까?

첫째,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가? 무엇을 하면 진짜 행복할 것 같은가?

둘째, 어떤 공간에 있을 때 살아있다고 느껴지는가? 왠지 가보고 싶고 끌리는 장소는 어디인가?

셋째, 나는 어떤 것을 가졌을 때 기쁨을 느끼는가?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 왜 거기에 마음을 빼앗겼는가?

넷째, 직접 만났거나 책이나 영화, TV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된 사람 중 끌렸던 사람은 누구인가? 왜 그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겼는가? 219쪽

  저자들은 이 네 가지에 대해 온몸을 던져 빠져보고 싶은 일, 가보고 싶은 곳, 갖고 싶은 것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적어보라고 권한다. 네 가지 질문을 두세 가지 섞어서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만들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엊그제 방송된 뉴스 중에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작년 한 해 동안 로또1등에 당첨된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뉴스의 마지막 내용은 ‘왜 매주 로또를 사는가?’하는 질문이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많은 생각을 던져줬다. 바로 ‘일주일 내내 로또에 당첨되는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어서’였기 때문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되기는 동전을 23번 던져서 23번 모두 같은 쪽이 나올 확률과 같다고 한다.

  차라리 뜬 물에 애가 생기고 소 뒷발로 쥐를 잡기를 바라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루 종일 피땀 흘려 번 돈을 로또복권과 맞바꾸는 것은 이 형편없는 확률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동안 ‘나도 1등에 당첨될지도 모른다’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기 위해서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들에게 로또를 한 주 쉬고 이 책을 손에 들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들이 이루고 싶은 꿈은 꼭 ‘돈이 많아야’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의 책이 있다. 하나는 가르쳐주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그 중 후자에 속한다. <버킷리스트>로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꿈, 내 소원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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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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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는 답이 아니라 과정에 존재한다!

  지난 해 내가 흥미롭게 읽은 책 중에 결정의 기술과 실행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고 포인트』(한경BP)라는 책이 있다. 와튼 스쿨의 마이클 유심 교수가 쓴 이 책은 ‘고 포인트Go Point'를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 예스 아니면 노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 특히 다른 사람의 운명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어느 방향으로 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불렀다. 아울러 저자는 ‘결정을 내리는 일’은 성격이 아니라 오랜 기간 부단한 노력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어서 그 결정의 기술과 실행방법을 배우면 능숙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난 가장 인상적인 ‘고 포인트’ 사례는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비행기 속에서 45명 중 29명이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이야기였다. 1993년 ‘얼라이브Alive'라는 영화로도 제작되기도 했던 로베르토 카네사의 생존기는 거의 생존불능의 악조건 속에서 많은 사람이 살아남아 결과적으로는 무척 감동적이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겪은 과정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해발 3,500미터의 안데스산 눈밭에 고립된 생존자들은 음식도 없이 힘겹게 버텼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모두가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로 악화되었다. 열흘째 되던 날, 주인공 카네사는 첫 번째 고 포인트가 왔음을 알았다. 의대생인 그는 생존자들이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죽은 사람의 시신을 먹는 것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최대한 객관적인 주장을 펼치며 설득했다. 그리고 식인행위를 할 것인가 여부의 ‘고 포인트’는 생존자 전체의 목숨을 연장시켰다.  

  책의 내용에서는 ‘고 포인트’의 순간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남에게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릴 때는 사적인 이익은 완벽히 배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포인트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이 사리추구를 뛰어넘는 의사결정자가 경영할 때 최선의 결과를 낸다는 증거가 많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아울러 ‘더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자기이익은 최소화하는 결정을 내려라‘고 권했다.   

 

   하지만 나는 ‘만약 내가 카네사라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하는 생각에 고정되었다. 과연 나는 카네사와 같은 용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식인행위를 해서 살아남은 것이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을까? 반대로 나만은 절대로 ‘식인행위’를 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행동을 했다면 그 결정은 과연 현명한 결정이었을까?

  저자의 주장에 충분히 수긍은 했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드는 의문은 ‘카네사와 일행의 판단이 과연 옳은 판단이었나’ 하는 것이었다. 살아남았으므로 잘된 일은 확실하다. 하지만 난 다른 한 편 즉, 생존자들의 식량으로 죽임을 당한 이들이 신경에 거슬렸다. 내가 만약 그들 중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감동적이고, 영웅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할까? 혼란함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 한 명의 테러범이 있다. '스티븐 아더 영거' 라는 이 청년은 미국 맨해튼에 핵폭탄을 몰래 설치했지만 곧 체포된다. 미국 정보기관이 투입되어 핵폭탄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테러범은 핵폭탄을 숨긴 곳을 밝히지 않는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이대로 계속된다면 맨해튼에 곧 핵폭발이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선다. 미 정보기관은 고문 전문가 H 와 테러전담반인 여형사를 투입한다. 두 전문가의 노력에도 테러범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러범이 언젠가는 맨해튼을 폭파시킬 핵무기 정보를 갖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이미 폭탄을 설치했다고 의심할 근거도 있다.

  시계는 째깍거리는데, 용의자는 자신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며 폭탄의 위치를 실토하지 않는다. 그러자 고문전문가 H는 고문을 시작한다. 고문 전문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문의 강도를 점점 높아지더니 급기야 테러범의 부인과 딸을 데려와 이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하기에 이른다. 과연 테러범은 사실을 고백할까?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명배우 사뮤엘 잭슨이 출연한 영화 <언씽커블Unthinkabe>의 줄거리다. 사각의 작은 방 안에서 펼치는 테러범과 고문전문가의 갈등만으로 충당되는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테러범과 고문전문가의 절박한 심정이 되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긴박감에 손에 땀이 쥐어졌지만 이와 함께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질문은 ‘테러범이 폭탄이 설치된 장소를 말하고 그것을 제거할 방법을 자벽할 때까지 고문을 하는 것은 옳은가?’ 였다.

  왜냐하면 테러범(테러범이 아닐 수도 있다)의 말대로 실제로 핵폭탄 같은 것은 없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선택해야 할 길은 하나인데, 둘 중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 딜레마. 인육을 먹어야 하거나, 남을 죽여야 나와 내 가족이 살아남는 절체절명의 상황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와 같은 딜레마의 상황을 매일 만난다.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그리고 내가 결정한 판단은 과연 옳은 것인가?  

   ‘인문서는 1만 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다’는 말이 있는 국내 출판시장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치철학 책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What's the Right Thing to Do>(김영사)는 지난 해 이례적으로 6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정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게다가 지난 연말부터 방송되고 있는 샌델 교수의 TV 강좌인 EBS '하버드 특강 - 정의'는 자정시간대임에도 시청률 1%를 넘기며 화제를 모으는 등 새해에도 인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연말 거의 모든 언론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 그 이유는 경이로운 판매고도 작용했지만 그와 함께 한국 사회 전체에 ‘옳다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던졌기 때문일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과 천안함, 4대강 개발, 최근에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까지 우리 사회에는 논란들이 끊일 날이 없다. 민주사회와 다원화 시대를 살고 있기에 이러한 논란의 대두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담론들에 대해 옳고 그름,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 정의와 부정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토론되어 하나의 대안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반대의견을 배척하는데 있다. 또한 한편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견을 펼치는 듯해서 해답을 도출하기는커녕 논란 자체가 부정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 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답답한 현실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독자들은 다양한 정치철학자들의 주장들을 통해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의를 도출하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이 책에서 찾았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칸트, 제레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 롤스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정치철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권리를 규정하는 개인의 자유, 좋은 삶, 정의의 원칙은 미덕과 최선의 삶에 관한 주관적 견해에 좌우되지 말아야 하고 정의로운 사회라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 각자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소개했다.  



 
  아쉽게도 필자가 원했던 정의에 대한 명쾌한 해답과 설명은 샌델 교수에게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딜레마에 빠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행복의 극대화, 자유 존중, 미덕 추구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데 있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요약되는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공리주의가 정의인가, 아니면 개인들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자유주의가 정의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공동체의 미덕을 장려하고 ‘좋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정의인가 되묻는다. 정의란 무엇인지 대답해야 할 사람은 결국 독자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전개 방식은 마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실제 강의를 지면으로 옮겨놓은 듯하다(궁금하다면 TV 강좌인 EBS '하버드 특강 - 정의'를 보시길). 1000여 석의 하버드대 극장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에게 샌델교수는 논란이 될 만한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학생들이 손을 들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면 샌델 교수는 학생의 이름을 묻고 그 의견을 정리 요약하고 어느 정치철학자의 의견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질문으로 되묻는다. 답변했던 학생이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이다. 구체적인 대답을 구하지 못하면 다른 학생들에게 이에 대한 답을 구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아마도 우리로 하여금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저자의 다양한 질문들일 것이다. 정신적인 피해를 보상받고자 하는 이라크전 상의군인의 소송,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 때 구제금융으로 인센티브를 받은 고위임원들에 대한 분노, 철로를 달리는 전차를 막기 위해 치러야 하는 타자의 희생 등을 비롯해 제시하는 독자들이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해야 할 질문들은 다양하다. 이 사례들을 통해 독자들은 오늘날의 시장 중심 사회에서 생기게 마련인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가? 공동체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국가는 어디까지 개입하는 것이 정의인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는 과연 공정하고 자유로운가? 고민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다분히 상식적이고 친숙한 질문들 같지만 ‘이것이다’라고 단언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격폭리, 소수집단우대정책, 병역, 동성혼 등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변들은 정치철학과 자신의 도덕적 정치적 신념을 피력하는 중대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답변은 개인을 넘어 정부와 국민, 야당과 여당, 미디어와 언론들이 펼치는 갑론을박이 된다. 어떤 답을 채택하고 의견을 더하느냐에 따라 편을 가르게 되고, 정치적 행보를 달리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덕적 이견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상호 존중의 토대를 약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동료 시민이 공적 삶에서 드러내는 도덕적 종교적 신념을 피하기보다는 때로는 그것에 도전하고 경쟁하면서, 때로는 그것을 경청하고 학습하면서, 더욱 직접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어려운 도덕 질문을 공개적으로 고민한다고 해서 어느 상황에서든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거나, 심지어 타인의 도덕적 종교적 견해를 평가할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도덕적, 종교적 교리를 더 많이 알수록 그것이 더 싫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해보기 전까지는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도덕에 개입하는 정치는 회피하는 정치보다 시민의 사기 진작에 더 도움이 된다. 더불어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더 희망찬 기반을 제공한다.“ 370-371쪽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더 중요함을 알려준다. 아울러 모든 논란에 있어 다양한 의견이 도출될 수 있고, 또한 상대방의 의견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일리가 있는 의견임을 수긍하고 경청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정의正義, 곧 옳은 것은 스스로가 옳은 것이지, 내가 옳다고 해서 옳은 것도 아니고, 그것을 말한 내가 옳은 것도 결코 아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 점을 말하고 있다. 

이 리뷰는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스마트 월드](2011년 1.2월호)에 소개될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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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경영 시대가 온다 - 손 안에 펼쳐진 새로운 미래
김종승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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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마트 혁명의 현주소와 미래를 엿보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신문이나 방송에서 ‘우리는 지금 사용자가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에 살고 있다’고 말할 때 마다 난 ‘아직도 그 소리인가?’ 라며 비아냥댔었다. 게다가 유비쿼터스 환경은 사무실도 없이 전 세계를 돌며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신개념이 유목민인 ‘디지털 노마드족’이 생겨나게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코웃음을 쳤었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손엔 2킬로그램의 노트북을 들고, 주머니엔 휴대전화를 넣고, MP3를 귀에 꽂고, 가슴팍에는 T-money 카드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디지털 노마드족’이라면 기꺼이 사양하고 차라리 20세기 아날로그 원시인이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 노마드족이라 불러도 무관한 세상, 말 그대로 유비쿼터스 환경이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3년 전 디지털 노마드족이 되기 위해서 ‘로보캅’처럼 무장해야 했다면, 이제는 요술지팡이를 든 ‘해리포터’처럼 가벼워졌다고 할까?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이 가져온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서 경험하며 놀라고 있다. 바야흐로 스마트혁명 시대가 온 것이다.

  “스마트폰은 휴대폰의 점진적 진화가 아닌 비약처럼 솟아오른 혁명적 계기가 되어 일상적인 삶과 비즈니스 세계의 곳곳에서 거대한 파도처럼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화의 중심에 서 있고 그 변화의 진앙지는 바로 스마트폰의 활용성을 무한대로 끌어올린 앱(애플리케이션)에 있다.”


  <앱경영 시대가 온다Appconomics>(한국경제신문)은 바로 이 ‘앱’에 대하여 말한 책이다. 공저자인 KT경제경영연구소와 소셜 미디어 트렌드를 연구하는 전문가 집단인 소셜어번포럼은 ‘앱’의 등장에 따라 예상되는 기업 경영의 큰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이제부터 ‘앱경영’을 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앱을 통해 기업의 업무 환경부터 상품과 서비스, 나아가 고객과의 소통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를 꼬집어 말하자면 ‘아직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않는 직장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아이폰, 갤럭시 S와 같은 스마트 폰을 단지 ‘다른 버전의 휴대전화’로 볼 리야 없겠지만 ‘큰 돈 들여 굳이 스마트폰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독해 본다면 자동차가 ‘굉장히 빠른 말’이 아닌 것처럼, 스마트 폰은 단순히 ‘더 좋은 휴대전화’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 폰의 등장은 자동차의 등장이 세상을 바꾼 것보다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도 짐작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스마트혁명을 일으키는 동력은 바로 앱스토어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기업과 고객의 관계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스마트 혁명의 핵심은 아이패드와 아이폰(갤럭시 S와 갤럭시 탭)과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애플리케이션을 사고 파는 ‘앱스토어’라는 소프트웨어적 플랫폼에 있다. 앱스토어는 어느 누구나 원한다면 언제든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앱스토어에 올릴 수 있고, 또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게 가능하게 되었다. 기업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개발자도 될 수 있는 환경, 바로 이 점이 모바일의 가치는 물론 기업 생태계에도 큰 변화를 부른 것이다. 또 다른 큰 변화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있다. 스마트폰과 앱의 확산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람들이 시공간적 제한을 받지 않고 사회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급성장시켰다. 또한 개인은 물론 기업까지도 SNS 유저로 참여함으로써 소비자와 기업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졌고 SNS는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리뷰와 후기가 가득한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앱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영 환경에 적용된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스마트폰과 앱의 세계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이해가 부족한 독자에게 모바일과 소셜 서비스의 트렌드를 알려주는 계기가 되고, 기업의 경영진과 실무자들에게는 경영혁신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TGIF로 대변되는 트위터Twitter와 구글Google, 아이폰Iphone과 페이스북Facebook의 국내 현주소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이야말로 ‘웹2.0 세상’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웹2.0은 사람(소비자)들의 참여와 상호작용의 확대, 협업의 심화와 정보의 폭넓은 공유, 열린 생태계 등을 아우르는 의미의 용어인데, 정확히 지금의 앱시장을 설명하는 듯했다. 소비자가 생산과 더불어 리뷰와 입소문으로 생산에도 관여하는 프로슈머가 존재하는 지금, 기업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앱경영의 도입은 고객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분석하는 작업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고객 피드백에 따라 고객 니즈를 반영, 고객과 함께 새로운 융합형 가치를 개발하는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새로운 융합형 상품과 서비스는 기업과 고객이 함께 창조하는 가치의 축적이다. 이를 위해 개방형 혁신 체계로 나아가는 한편, 앱경영을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산의 박용만 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이찬진 대표 등 요즘 트위터에서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기업 오너나 CEO들이 ‘트위터 경영’을 하는 것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인 생활은 물론 기업 소식이나 제품에 대한 불만 접수 등 다양한 언급들은 기업의 홍보실을 거치지 않은 생생한 목소리여서 소비자와 기업의 거리감이 전보다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따로 소셜 미디어 담당자를 배치하여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기업이 명심해야 할 점은 소셜 미디어를 ‘기업 홍보의 장’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경청의 장’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의 목소리가 실제로 기업에 반영되고 있음을 직접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처럼 지난 2008년 사상 최대의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급속도로 성장한 제품과 서비스는 모바일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2004년 포춘지Fortune는 ‘South Korea 브로드밴드 원더랜드‘라는 제목으로 당시 대한민국 전역에 깔린 초고속 인터넷 광케이블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전 세계에서 브로드밴드 속도가 가장 빨라서 가장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였다. 지금 대한민국 IT 산업은 스마트폰을 통해 제2의 IT 붐을 계획하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체적인 흐름의 추세로 봐서 이루지 못할 허황된 꿈도 아닐뿐더러, 결코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흐름을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디지털 쇼룸에서 방송한 공저자의 책 소개 - 출처: YouTube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전문도서저널  

[기획회의](288호)에 실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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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사용설명서 - 돈 잘 쓰고 잘 사는 법
비키 로빈 외 지음, 김지현 옮김 / 도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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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돈 사용설명서 - 지출만 통제하면 큰돈 없이도 행복한 인생 

 

  새해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계획하고 다짐하는 항목이 있다. 건강과 부자되기다. 건강하려면 병에 걸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살아야 하고, 부자가 되려면 돈을 잘 쓰고 잘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익히 알면서도 왜 매년 새로 계획만 하는 것일까? 계획대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돈 사용설명서>(비키 로빈 외·도솔)인간과 돈의 관계를 정리한 책이다. 우리 인생에 돈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살폈다. 저자들은 ‘9단계의 재정자립 프로그램’을 통해 부자가 되는 기술을 전하기보다 자신의 현재를 우선 명확하게 살핌으로써 경제적 자유와 풍요로운 삶을 되찾는 해법을 찾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기만 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부는 버는 것보다 덜 써야 늘어나는 법이다. 즉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필요한 지출이 무엇인지 알고, 나도 모르게 새는 지출이 무엇인지 파악하면 더 많이 모을 수 있다. 저자들은 특히 ‘시간’을 강조한다. 지출을 통제하면 돈을 더 벌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돈은 곧 생명력(시간)을 의미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매우 흥미롭다. 여기서 생명력이란 우리에게 허락된 수명으로, 우리가 일을 하러 직장에 가는 것은 자신의 생명력을 돈과 바꾸는 셈이다. 생명력은 단순히 급여를 근무시간으로 나눈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근무시간 외에 출퇴근 시간을 비롯해 복장, 식사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시간 등 직업과 관련된 시간들을 감안할 때 진정한 ‘시간당 실제 임금’이 나온다고 본다. 
  “나는 생명력을 얼마에 팔고 있을까?” 실제로 나의 생명력을 계산해 보니 꽤 충격적이었다. 급여를 근무시간으로 나누는 단순계산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이 간단한 계산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내가 돈(업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바치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저자들은 독자에게 ‘내가 생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과연 그 생명력을 어디에 쓸 것인가?’라고 물었다. 소중한 시간(생명력)을 행복하게 만들 일이 과연 내게 있는가 물은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살 수 있도록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라고 권한다. 그 방법이 큰돈 없이도 행복한 인생을 사는 법이기 때문이다.

  ‘돈인가, 인생인가’라는 원제가 말하듯 돈을 추구하는 인생은 답이 없지만, 행복한 인생을 위한다면 돈은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순히 생계를 꾸리는 것과 내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또한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고, 먹고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사는 사람이 부자가 될 리 만무하다. <돈 사용설명서>는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부자를 꿈꾸기에 앞서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을 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 빅키 로빈의 책소개>(출처: YouTube)


 

이 리뷰는 2011년 1월 22일자 경향신문  

[책으로 읽는 경제] 칼럼에 실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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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매원 서명선의 귀농 경영 - 평범한 직장인은 어떻게 30억 매출의 농부가 되었나 CEO 농부 시리즈
서명선 지음 / 지식공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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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경영 - 연매출 30억대 농장 일궈낸 귀농 성공기 
 

  ‘은퇴 후 농촌으로 이주’는 중년들의 로망이다. 얼마 전 예능프로에서 ‘남자, 그리고 귀농일기’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될 정도로 복잡한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 은퇴 후 자연과 함께 여생을 보내려는 중·장년들의 귀농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한편 사람들은 귀농을 하면 자연과 교감하며 느린 삶, 여유로운 생활을 즐겨 건강을 지킬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귀농을 결코 그렇지 못하다. 시골에 살면서 느끼게 되는 도시와의 물리적인 괴리감은 스스로 낙오자가 아닐까 종종 자괴감이 들고, 낯선 환경과 불편한 생활에 고립감과 두려움은 날로 더해 간다. 무엇보다 ‘무슨 농사를 어떻게 짓고 살아야 할까’ 하는 현실적인 질문은 ‘귀농’을 막는 결정적인 질문이 된다. 혹 이 같은 이유로 귀농을 주저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귀농경영>(지식공간)을 권한다.  



 

   <귀농경영>은 신문사와 일식당을 경영하던 저자 서명선이 ‘매실농사’ 하나로 현재 연 매출 30억의 농기업 송광매원을 일궈낸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우선 ‘혼자 가는 농부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농사만 짓는 농업에는 희망이 없고, 흩어져 있는 자금, 기술, 인력의 농촌자원들을 한데 모아 농업을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킬 때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6차 산업이란 ‘곱하기 개념’으로 1차 농산물, 2차 가공, 3차 유통 및 농촌관광을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6차 사업은 혼자 힘으로는 결코 불가능하다. 성공적인 농업이 되기 위해 협업Co-Work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저자는 ‘귀농은 경영’이라고 말한다. 농부에게도 경영이 필요하다는 뜻. 경영을 아는 농부는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수요와 공급의 변화, 고객 니즈의 변화로부터 수익 구조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농부야말로 옛날부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하늘, 날씨와 싸우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게다가 오늘날의 농부는 날씨와 더불어 예측 불가능한 경제 환경의 변화와도 싸워야 한다니 귀농은 아무나 함부로 덤빌 일은 아닌 것 같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즉흥적이고 무조건적인 귀농은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읽으면서 귀농을 결심하게 되면 적어도 몇 년 전 부터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고, 남의 성공을 쫓을 것이 아니라 자신에 맞는 유형의 농업을 선택해야 하고 규모를 정해야 한다고 새삼 깨닫는다. 

  끝으로 저자는 귀농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하나에서 열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여느 사업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한다. 아울러 정부가 준비한 농촌정착에 관한 많은 지원제도와 교육프로그램을 충분히 활용해 성공 귀농인에게 경험을 전수 받아 시행착오를 줄이라고 당부했다. 기자였던 그만의 언론 홍보법, 정부 지원 사업 활용법, 귀농인의 인터넷 활용 조언, 사업계획서 작성법 등 책 속에 숨겨놓은 그만의 노하우는 독자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사업가였던 저자가 귀농해 성공 귀농인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는 늘 그렇듯 한 편의 감동 드라마다.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토종 매실에 도전해 우여곡절 끝에 상품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과정을 함께 살피면 귀농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성공의 단맛을 맛보는 대목에서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설래는 길임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다.

  성공한 기업인에 대한 책은 차고 넘칠 만큼 많지만 귀농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성공한 귀농인이 적어서라기보다는 ‘말이 아닌 몸으로 말하는’ 그들이 자신의 성공을 밝히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귀농경영>은 반가운 책이다. 이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귀농의 현실을 밝힌 책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리뷰는 2011년 1월 8일자 경향신문 [책으로 읽는 경제]에 실린 칼럼입니다.

바로 가기: 책으로 읽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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