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파괴의 저주
고든 레어드 지음, 박병수 옮김 / 민음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싼 값에 산 당신, 퇴직금이 대신 내줬다!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은 5000원, 홈플러스 착한 생닭은 1000원, 지름 45㎝짜리 이마트 피자는 1만1500원, 두께 8㎝짜리 GS수퍼 위대한 버거는 7990원.... 이렇게 피자와 통닭을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대형 마트들의 가격 경쟁에서부터 파격 반값으로 급성장한 소셜커머스에 이르기까지 요즘은 말 그대로 ’가격 파괴’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런 마당에 <가격 파괴의 저주>(민음사)라니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 같은 제목이다.  

   현실에서 보면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책제목이지만 직접 들여다보면 가격파괴에 대한 숨은 진실을 그 무엇보다 잘 이야기한 책이다. 캐나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고든 레어드가 쓴 책, 원제목은 The price of a bargain, 풀어보면 가격할인(바겐세일)의 (진짜)가격 정도 되겠다.    

   요즘은 IMF 시절 못지않게 가격 할인이 범람해서 제 값을 주고 물건을 사는 소비자는 오히려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게 살수록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과연 값싼 제품이 정말 소비자에게도 좋기만 할까?

   저자 고든 레어드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값싼 물건에 대한 소비자의 탐닉은 21세기에 발생하는 모든 위기의 근원이다”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싼 것 좋아하다가는 결국 큰 코 다친다.”고 소비자들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국내 대형마트들의 가격할인경쟁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다. 요즘은 할인했다 하면 거의 대부분이 ‘반값’, 그래서 ‘과연 이 가격으로 팔고도 남을까?’ 사면서도 걱정될 정도다. 소비자들은 이들 덕분에 정말 싼 가격에 살 수 있어 횡재한 기분이다.

   이같은 국내 대형마트들의 가격할인경쟁은 올초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지나칠 만큼 과열 양상을 보이지만 그 시작은 '가격 거품빼기' 였다. 대형마트가 보기에 피자나 치킨 등을 판매해온 기존의 업체들이 판매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보고 그 거품을 제거해서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경제위기 이후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뉴스였다. 이들의 마케팅에 대해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고, 뒤늦게 뛰어든 다른 업체에서도 치킨이나 햄버거 심지어는 자전거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할인제품의 수량이 한정적이어서 그것을 사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줄을 선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샀고, 심지어 자전거 같은 경우는 급하게 제품을 찾다보니 조립불량과 상표권 침해 논란이 있는 제품을 수입해 전량 리콜 하는 일도 생겼다. 무엇보다도 주변 상권에서 치킨과 피자를 팔았던 영세업체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 원성을 샀다. 



  이와 같은 사정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만 하더라도 집값이 올라 서류상으로 재산이 크게 불어나자 카드를 마구 그으며 소비해 개인저축을 야금야금 갉아먹던 미국 소비자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값싼 제품을 사려다가 난리가 났다. 

   2008년 블랙 프라이데이(본격적인 추수감사절 명절 쇼핑 시즌이 시작되는 첫 번째 금요일), 북미 지역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7200만명이 쇼핑에 나섰는데, 그 중 뉴욕 롱아일랜드의 월마트에서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던 엄청난 인구의 소비자들이 몰려들어 경비원 1명이 문자 그대로 고객들에게 밟혀 죽었다. 캘리포니아주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는 새벽부터 줄 서다 열 받은 소비자들이 총격전을 벌여 2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것이 ‘가격 파괴의 저주’가 아니고 무엇인가? 

    

 

   저자는 이러한 원인으로 세계화를 들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책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평평한 세계’를 주장하며 세계화는 대세이고, 세계화 과정을 통해 값싼 제품을 손쉽게 택할 수 있다는 논리를 주장했다. 소비자 역시 예전보다 싼 가격에 제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세계화가 주는 혜택’으로 여기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왔다. 

   하지만 제품 가격을 싸게 하기 위해 비용을 줄이다 보니 제조업체들은 중국과 같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겨야 했고, 돈을 버는 노동자는 중국 노동자들과 같이 값싼 노동력 국민들이었다.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과 노동자의 숫자만큼 국내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 

   이는 제조업을 살펴도 마찬가지다. Everyday low price (매일 낮은 가격)을 모토로 싼 제품만 찾아 전 세계를 뒤지는 월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 재래시장이나 영세상인들은 폐점을 해버려 결국 지역 상권이 붕괴되어 버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소비자인 동시에 노동자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소비자가 되어 값싼 제품을 탐닉할 때, 일자리는 잠식을 당하는 셈이고, 결국 실업자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가격이 싼 제품만 찾는 행위가 결국 나와 내 이웃의 일자리를 빼앗아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당장 먹기는 곳감이 달다’고 우리는 오늘 저녁에도 마트에 가면 싼 제품을 찾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 파괴는 언제까지 계속 될 수 있을까? 

   할인점과 대형 마트의 가격 파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중국이나 동남아의 값싼 노동력, 값싼 에너지, 값싼 운송 시스템 덕분이었다. 저자는 세계화의 상징인 월마트의 가격파괴 시스템은 결국 유가와 중국으로 인해 브레이크에 걸릴 거라고 말했다.

   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에너지 고갈이다. 장기적으로 세계가 에너지 부족에 직면할 것은 불가피한데, 글로벌 경제는 운송에 의지하므로 유가 상승으로 운송비도 상승해서 월마트와 같은 대형마트의 저가 정책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또한 만년 생산자일 줄 알았던 중국인들이 소비자로 전환되었다. 1980년대 덩샤오핑의 선부론을 계기로 부분적으로 자본주의를 채택하며 세계 가장 싼 제품을 만들어낸 중국인들은 수십 년 동안 세계에서 유일하게 10% 대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달러를 긁어 모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21세기에 접어들어 소비자가 되어 돈을 쓰는 세력도 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국 근로자들의 생산임금이 올라가고, 원자재가와 유가가 급등하면서 중국산 제품의 평균 가격은 2007년 상승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세계 초저가 생산품 제조국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놀라운 현실은 많은 서구 경제에서 보호할 만한 생산 역량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안보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무역 관계가 흔들리고 국가의제가 달라지며, 또 팍스 아메리카나가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아마도 우리가 아는 ‘세계화의 종말’일 것이다.” 

   ‘저가만을 쫓는 소비자’가 대세인 시장에 대해 이 책의 저자가 내다보는 미래는 우울하다. 머지않아 대공황을 겪었던 1930년대 조상들처럼 절약이 미덕이고, 빚을 경계하는 태도가 주류(主流)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 해결책으로 우리 속담인싼 게 비지떡”에서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비지떡은 두부가 될 물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에다 쌀가루나 밀가루를 넣고 빈대떡처럼 부친 떡으로 값이 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치처럼 꼭 있어야 할 음식도 아니고, 별 맛도 없는 이 비지떡을 값이 싸다는 이유 만으로 한꺼번에 왕창 사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양도 많고, 맛도 없어 다 먹지 못해서 남겼다가 결국 하루 지나 금방 쉬어서 못 먹게 될 것이다. 이처럼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은 필요한 물건을 자기의 소득 안에서 여러 가지를 따져 합리적으로 소비하라는 뜻을 의미한다. 

   ‘언제나 최저가’를 지향하고, 싼 것만 찾는 소비생활을 하다보면 정체불명의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게 되거나, 혹은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제 3국의 노동자가 만든 옷을 입거나, 사랑하는 자녀에게 재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짝퉁 장난감을 선물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디서 더 싸게 살까?’를 걱정하는 ‘저가의 노예’가 되지 말고, 과연 내게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살 것인지 말 것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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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미래 - 세계 경제의 운명을 바꿀 12가지 트렌드
다니엘 앨트먼 지음, 고영태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중국의 몰락과 미국의 부활, 이유는 딥 팩터deep factor에 있다!


 

   내가 미래학에 관심을 둔 때는 1999 년이었다.  그 때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 종말론에 의하면 지구가 종말을 맞게 된다는 끔찍한 일 년이고, Y2K 문제 즉, 컴퓨터가 연도표시의 마지막 2자리만을 인식하여 1900년 1월 1일과 2000년 1월 1일을 같은 날로 인식하게 되므로 예상되는 컴퓨터 장애로 인한 대혼란이 일어날 거라며 세계가 밀레니엄 버그 퇴치를 위해 어수선을 피우던 혼란스러운 때 였다.  

  누구나 그렇듯 그 때는 나 역시 ‘이러다 정말 지구가 멸망하는 거 아냐?’라는 의심이 들 만큼 불안했다. 그래서 그 의문을 풀고자 우연히 골라든 책은 페이스 팝콘Faith Popcorn의 <클릭, 미래 속으로>였다. 이 책은 종말론과는 관계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 찬 트렌드 관련서였다. 

   <클릭, 미래 속으로>는 <포춘 紙>가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언급한 바 있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앞으로 만들 제품을 구상하기 위해 찾는다는 ‘페이스 팝콘’이라는 컨설팅 회사가 만든 책이다. 

   당시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용어,  코쿠닝, 행복 찾기, 마음의 안식처, 유유상종, 환상모험, 개성 찾기, 여성적 사고, 남성해방, 99 가지 생활, 반항적 쾌락, 작은 사치, 건강 장수, 젊어지기, 소비자 감시, 우상파괴, S.O.S., 공포의 기류 등 21세기 소비자의 생활 트렌드를 17가지(당시만 해도 앞으로 10년을 지배할 트렌드라고 말했는데, 이 키워드들은 우리의 오늘을 정확히 반영한다)와 그에 관련된 사례, 비즈니스 아이디어 등을 정리한 책이다. 그들의 판단에는 과학적인 분석보다는 직관적인 통찰력을 중시하고 있어서 책의 내용 역시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흥미와 놀람을 반복하며 읽었다.  

   책 내용도 좋았지만, 이 책에 대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겨준 부분은 이 책의 맨 뒷면이었다. 책의 마지막에 페이스 팝콘이 트렌드를 감지하는 중요한 소스들을 수록했다. 다양한 책과 잡지, TV 프로그램, 웹사이트 등을 공개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이 내놓는 트렌드는 주먹구구식으로 뽑아낸 것이 아니라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연구한 끝에 찾아낸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일종의 참고문헌인 셈이었다. 

   나는 그때 그들이 ‘천리안’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단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잘 취합해 그 속에서 패러다임의 흐름을 간파하는 능력(그것도 대단한 능력이지만)을 지닌 것이란 걸 알았다. 나는 이 대목에서 비즈니스맨이라면 ‘미래학 관련서’를 꼭 찾아 읽어야 할 이유를 발견했다. 그리고 외쳤다, 유레카! 

   비즈니스맨이라면 ‘트렌드 관련서’, ‘미래 관련 도서’를 꼭 읽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차세대를 이끌 신제품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혜안’을 얻고자 찾는 사람들이 ‘페이스 팝콘’이나 ‘리처드 왓슨’과 같은 ‘미래학 연구자들’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수백만 달러를 내면서까지 ‘미래학 연구자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필요로 한다면, 그들이 쓴 ‘미래학 관련서’는 비즈니스를 하는 내가 놓쳐서는 안 될 독서카테고리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책 한 권 값으로 ‘미래학 관련서’를 읽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며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미래학 저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의견들의 공약수를 찾아낸다면 나만의 트렌드 예상도를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확실히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를 짚어내는 미래학 관련서는 매우 흥미롭다. 특히 점쟁이의 신통함을 살피듯 그들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할까를 가늠하기 보다는 저자와 함께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배경과 근거 등을 함께 추적하는 것이 ‘트렌드를 읽는 눈’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빠지지 않는 것이 ‘우리는 내일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항상 미래를 언급할 때는 ‘두려움과 설렘’을 항상 동반한다. 미래학 관련서는 이러한 두려움을 경감시키는 데 유익하다. 특히 마케터라면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한 도움을 받기에는 이것만 한 것이 없다.  

 

   책 <10년 후 미래Outrageous fortunes>(청림출판)를 펼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운명을 바꿀 12가지 트렌드’라는 부제도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이 일반적인 미래서와 다른 점은 경제학자가 내다본 경제예측서라는 것이다. 경제학자 역시 미래학자들 못지 않게 현상을 진단하는 것 외에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하지만 아울러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기상학자와 더불어 번번이 예측에 실패한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 책은 어떨까? 

   이 책의 저자이자 뉴욕타임스와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 등에서 경제 칼럼을 썼던 대니얼 앨트먼 뉴욕대 교수는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세계 경제학자들의 상당수가 짧은 시간 동안 상황이 급변하는 금융시장 연구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단기 변수인 금융시장보다는 경제 자체에 깊숙이 내재돼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를 실질적으로 움직여온 '딥 팩터deep factor'들에 주목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딥 팩터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내재돼 있어 단기간에 변하기 힘든,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총칭하는 개념을 말한다. 그러한 딥 팩터에 의해 그가 내다 본 10년후 세계는 발칙하리만큼 놀랍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중국은 세계 최고 부자나라가 됐다가 이내 미국 다음으로 처지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EU)과 WTO(세계무역기구)는 붕괴될 것이다'

'금융허브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허브가 뜰 것이다'

'거대한 금융 암시장이 탄생할 것이다‘ 

중국의 몰락과 미국의 부활 

   가장 흥미로운 저자의 예측은 중국의 몰락과 미국의 부활이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라 불리며 여전히 두 번째 세계 경제 대국에 있으면서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을 넘보고 있는 상황, 세계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머지 않아 중국이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자의 예측은 의외다.

   저자의 이같은 예측에는 중국만이 가지고 있는 딥 팩터deep facto가 작용한다. 중국 고유의 정신 즉,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유교적 뿌리와 예절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봤다. 다시 말해 서열 위주의 사고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 권력을 중시하는 역사적 전통이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는 것을 방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마인드가 중국인의 정신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기업이 생겨나기도 어렵고, 설령 나타난다 하더라도 미국에서처럼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인구다. 국제노동기구의 2007년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역사상 노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라고 판단했다. 저자는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과 노령화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2050년이면 중국 취업연령 인구는 약 54%로 떨어지지만, 미국은 이민정책으로 약 56%의 취업연령 인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인구 증가율과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더 높은 미국이 중국을 다시 따라잡을 것이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타이틀은 2~3년 만에 다시 미국의 차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EU와 WTO의 붕괴

 

   지금 유럽은 EU라는 한 나라가 되어 있지만,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너무나 복잡해서 결국은 분열될 거라는 것이 저자의 전망이다. 부유한 북서지역과 가난한 남동지역의 격차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북서유럽의 국가들은 앞으로 20~30년 안에 다른 회원국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EU는 자연스럽게 붕괴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게다가 러시아가 과거 동유럽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확대할 것이란 점도 이런 예측에 한몫을 할 것이라 덧붙였다.

WTO 역시 사정이 모두 제각각인 회원국들을 '만장일치 합의제'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지속 가능하지 못한 시스템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금융 허브는 지고 라이프 스타일 허브가 뜬다. 

   머지 않아 사람들이 몰려드는 허브hub 구축의 핵심 변수로 상품도 금융도 아닌, 사람이 될 거라고 저자는 예측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직장의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미래에는 사무실의 개념을 초월한 이동성이 높은 전문직업인들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기업의 명령과 필요보다 자신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새로운 경제 허브에 모여 살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터넷과 온라인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에서 모든 거래가 가능해진 세상에서 굳이 홍콩, 뉴욕, 런던처럼 생활비도 비싼 곳에서 고소득층들이 몰려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허브에 몰려드는 직업군은 기업가, 투자자, 전문직업인, 은퇴자들이 될 것이고, 범죄가 적고 기후는 좋으며, 어느 정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곳인 베트남, 체코, 불가리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슬로베니아, 코스타리카 등이 라이프 스타일 허브의 유력한 후보지가 될 것이라 저자는 내다 봤다.   

   한편 저자는 과거 모든 종류의 국제 교역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미들맨’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보 기술의 발달에 의한 경제적 세계화로 국가 간, 기업 간, 개인 간의 국제 교역을 촉진시켜주는 미들맨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대신 미래를 이끌어갈 미들맨은 상사직원이 아니라 변호사, 컨설팅회사, 통역사, 디자이너 등이 미들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10년 후 미래는?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첫 번째 문장에서부터 `지금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라고 말했다. 오늘날의 한국은 도시화는 거의 정체 상태에 이르렀고, 임금은 세계시장을 기준으로 한계점에 도달했다. 또한 사회간접자본, 교육, 기초과학 연구 등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기본적인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점, 그리고 근무와 투자 환경의 역동성이 아르메니아나 오만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저자는 판단, 현재의 한국은 한마디로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저자는 한국의 선택에 따라 일본과 같이 정체의 늪에 빠질 수 있고, 아니면 계속 뻗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는 앞서 말한 것처럼 경제 발전 방향은 뿌리 깊은 경제적 요인 즉, 딥 팩터deep factors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과 유사한 딥 팩터를 가진 나라이므로 주변의 선진국을 따라가서 결국 비슷한 한계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역시 뒤쳐져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즉 경제 발전 단계를 순탄하게 거치면 곧 한국과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한국의 미래가 중국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예고편이 된다며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엘트먼 한국의 미래에 하는 충고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중국처럼 새로운 기업들이 기존 기업의 기득권과 정부 규제로 좌절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서, 경제전망서는 왜 읽어야 할까? 

   위와 같은 질문에 저자는 “경제전망은 틀리더라도 전망하지 않는 편보다는 훨씬 낫다”고 이 책을 통해 말했다. 세계 경제에는 매순간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일단 우리가 실제로 무슨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가능성의 폭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 경제의 미래가 불안하다면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예측에 대한 대응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대응은 불확실한 수많은 변화의 경로보다 하나의 발전 경로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인간’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는 바로 ‘우리는 내일을 모른다’는 점이다. 학자들의 이러한 경제전망과 예측서는 틀릴지언정 두려움을 경감시키는 데 유익하다. 또한 “단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미래는 현재에도 있다”는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말은 미래예측 도서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해준다. 우리는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미래’는 막연했다. 하지만 21세기에서 내다보는 미래는 정확하게 콕 집어서 말할 수 없을 뿐 ‘곧 다가올 예정된 현재’와 같이 예측이 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 우리가 미래예측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래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면,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둔다면 우리는 신사업을 위한 아이디어는 물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블루오션도 찾아낼 수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래 예측서 혹은 트렌드 관련도서들은 예지자의 능력으로 써진 책이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깊은 관심과 정보 수집을 통해 얻어진 산물인 것이다. 이 책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요인을 걷어내고 당신에게 미래를 보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오늘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도 알려줄 것이다. 21세기에는 트렌드를 읽는 자가 리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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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 -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가 말하는 거의 모든 것의 투자 거장들의 투자법 6
피터 린치 & 존 로스차일드 지음, 고영태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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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축과 투자는 하루라도 빨리 하라. 그리고 장기투자 하라!

   “투자는 매우 흥미로운 분야다. 투자에 대해 배우는 것 자체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경험이다. 또한 투자는 남은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이 침침해지고 배가 나오기 시작하는 중년에 이르러서야 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때가 돼서야 주식 투자의 이점을 발견하고 더 일찍 주식을 샀더라면 좋았을 걸이라고 후회하곤 한다.

   투자에 관련해서 여자나 남자나 능력의 차이가 거의 없다. 투자 감각이나 기술이 염색체를 통해 전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 “저 사람은 타고난 투자자야”라고 말한다면 그 말은 거짓말이다. 이 세상에 ‘타고난 투자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흐름출판) 원제목은 런 투 언Learn to Earn, 해석하면 ‘돈벌기를 배우다’ 정도될 것이다.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이 책은 구체적인 투자법보다는 자신만의 투자 전략과 노하우를 갖추기까지 이런 기초 지식들을 갖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초보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설명하는 총체적 입문서로,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터 린치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가장 밑줄을 많이 그으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우선 이보다 더 나은 전문가를 만날 수 없고, 학교에서는 결코 가르쳐주지 않는 투자의 기초 상식과 지식들을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자본주의의 탄생의 역사와 함께 기업과 주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났고 진화해왔는지, 그리고 투자는 무엇이고 왜 해야 하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하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지 등을 자세하게 풀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스스로 이 책을 “주식 투자를 혼란스러워하고 투자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모든 연령층을 위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아무리 잘 나가는 투자자라 할지라도 ‘투자를 정의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투자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타나는 단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투자의 역사는 물론 ‘거의 모든 투자의 기본’에 대해 이야기한다니 믿어야 할지 의문스러울 것이다. 그 의문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자를 살펴보는 일이 아닐까. 피터 린치Peter Lynch에 대해 알아보자. 

   피터 린치는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이자 그가 운영했던 마젤란 펀드를 세계 최대의 뮤추얼펀드로 키워낸 한마디로 ‘월가의 영웅’이다. 11세 때부터 학비를 벌기 위해 골프장의 캐디 일을 했던 그는 경기를 벌이던 골프장 손님들의 주식 이야기를 귀동냥하면서 주식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되었고, 이후 당시 피델리티의 사장이었던 ‘조지 설리반’의 캐디를 한 게 인연이 되어 피델리티에서 여름방학 중 인턴사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1969년에는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전격 피델리트에 입사하게 된다.

   그가 전설이 되기 시작한 건 1977년 마젤란 펀드를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1977년부터 1990년까지 피델리티 마젤란 펀드를 운영하면서 펀드규모를 2천만 달러에서 140억 달러 규모에 달하게 되고, 특히 그가 운영한 13년 가운데 S&P 500지수를 무려 11년 동안 이겼고,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29%에 달했다. 만일 초반 그에게 1억을 맡겼다면 마지막 해에는 27억 원으로 늘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장수익률을 능가한 경우는 월가에 린치와 워런 버핏을 제외하면 없다고 전해진다. 

   한창 전성기였던 47세에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겠다.’며 돌연 은퇴한 피터 린치는 그 후 책을 세 권 냈는데, 펀드매니저로서의 자서전인 <월가의 영웅>,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주식, 펀드 투자전략인 <이기는 투자>그리고, 이 책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이다.

   투자를 처음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투자란 무엇인가’하는 화두를 놓고 쉽게 이야기한 ‘거의 모든 것의 투자’에 대한 책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는 <월가의 영웅>을 함께 썼던 존 로스차일드 John Rothchild과 또 다시 공저했다. 

   “돈을 버는 원칙은 단순하다. 첫 번째 원칙은 투자와 저축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돼지저금통에 모아둔 돈은 투자가 아니다. 하지만 돈을 은행에 저금하거나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사는 순간 그 돈은 투자가 된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돈으로 새로운 상가나 공장을 짓는 데 활용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은 더 많은 근로자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월급을 받은 근로자들이 임금의 일부를 저축하고 투자하면 저축과 투자, 생산, 고용이라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순환구조는 가정이나 회사, 국가에 똑같이 적용된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사람은 수중에 있는 돈을 모두 써 버리는 사라보다 훨씬 더 잘살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몇 개의 키워드로 나누면 자본주의투자 그리고 기업보이지 않는 손 이렇게 네 단어를 들 수 있다. 책의 말미에 있는 ‘피터 린치처럼 재무제표를 분석하기’는 이 책에서 나오는 피터 린치식 투자법의 유일한 방법론이다. 그 중 투자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저축과 투자,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라

   피터 린치는 올바른 투자를 위해 우선 “하루라도 빨리 투자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워런 버핏은 11살에 처음 주식투자를 했는데, 그랬던 그가 덧붙인 말은 “나는 11년 동안 인생 헛살았다.”였다. “하루라도 빨리 투자를 시작하라”는 피터 린치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 이유는 젊은 시절에 투자를 했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나면 그때는 이미 주식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다 흘러가버린 시점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가 가장 좋을까? 그 중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동안에 가능한 한 일찍 저축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비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부모님 슬하에 있을 때 열심히 절약해서 저축하고 투자하면 분가해서 생활비가 더 많이 필요할 때 그만큼 더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익히 알았던 말, 왜 실천하지 못했나 싶다. 늦었다 생각되면 내가 아닌 자녀들에게 권할 말이다. 워런 버핏도 11살에 주식투자를 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피터 린치는 ‘하루라도 빨리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월마트에서 매장 직원으로 일하는 빅벨리와 샐리의 사례로 잘 설명했다. 빅 벨리는 부모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 모든 월급을 저축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계약금 2,000 달러를 내고 2만 달러짜리 ‘카마로’라는 자동차를 샀다. 나머지 1만 8,000 달러는 자동차 할부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연이율 11.67%로 매월 400불을 5년 동안 갚기로 했다.

   한편 부모님과 함께 사는 샐리도 월마트에서 계산대 직원으로 있지만, 그녀는 좋은 차를 사지 않고, 2,000달러짜리 중고차를 일시불로 주고 샀다. 그리고 자동차 할부금융회사에 한 달에 400달러를 지불하는 대신 그녀는 주식형 뮤추얼펀드에 가입해 한 달에 400달러씩 투자를 했다. 

   5년 후 이 두 사람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생긴다. 빅 벨리는 마지막 할부금을 다 갚아서 빚을 청산하고 낡은 자동차 하나 남았지만(그래서 다시 새로운 차를 할부로 구입하려 하지만), 샐리는 투자한 뮤추얼펀드의 가치가 2배로 증가해 재산이 3만 달러로 늘어나 독립할 수 있는 주택을 구입하거나 새로운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종자돈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흔하고 평범한 이야기, 하지만 그 속에는 큰 교훈이 숨어 있다. 

   복리의 개념으로 살펴보면 젊은이의 백만 원은 노인의 일억 원과 같다. 많은 직장인들이 결혼 전에는 ‘원래 돈이 모이지 않는 것’이라며 소비를 권장한다. ‘보다 원활한 인간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인맥을 쌓기 위해’라는 허울 좋은 명목아래 나중에 수십 수백 배로 키워줄 종자돈들을 낭비하는 것이다.

좋은 인간관계, 그리고 인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모두 써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엄밀하게 말해서 돈을 써야 형성되는 인간관계와 인맥이라면 차라리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은지도 모른다).

만약 빅 벨리와 샐리가 부모로부터 독립해 사회생활을 한다면 아마도 이 두 사람의 미래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피터 린치가 재테크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라”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투자 중 제일은 주식투자다  



   한편 피터린치는 모든 투자법을 5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투자수단 중에는 저축예금, 골동품 등 수집품, 부동산, 채권, 주식 이렇게 다섯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주식이 가장 좋은 투자대상이라고 설명한다. 주식투자에 있어 가장 큰 장점은 인플레이션만큼 주식시장은 우상향한다는 점을 들었다. 즉 물가상승분 만큼 주식시장은 오른다는 것이다. 

   또한 피터 린치는 주식도 일반적인 투자론처럼 ‘일찍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장기투자를 하라고 권하며 이렇게 말했다. “시간과 돈은 투자성공을 위한 조합이다. 주식투자를 했거든 시간과 돈이 일을 하도록 내버려두라.” 결국 “좋은 주식을 사서 장기투자 하라.”는 주식투자 진리로 돌아온 셈이다. 그렇다면 피터 린치에게 좋은 주식 종목은 무엇이고, 그가 말하는 장기투자는 무엇일까?

   이 책은 ‘투자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일종의 개론적 입문서이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좋은 주식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쓴 책 <월가의 영웅>에는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우선 확실한 정보, 증권사의 추천종목, 뉴스레터에서 제시하는 놓칠 수 없는 최신정보 등을 무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피터 린치’ 자신과 같은 권위자들이 사고 있다는 종목도 무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세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피터 린치가 틀렸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둘째, 피터 린치가 언제 마음을 바꿔 매도할지 모르기 때문이다(팔아놓고서 내게 결코 말해주지 않는다).

셋째, 잘 찾아보면 당신(투자자) 주위에는 더 좋은 정보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문가를 무시하고 투자자가 스스로 조사를 해서 좋은 종목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을 찾아야 할까? 피터 린치는 한마디로 “내가 잘 아는 회사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종목을 찾을 때도 집근처, 직장주변, 쇼핑몰에서 찾아보라고 말했다. 그가 좋아하는 회사종목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무척이나 단순하다. 피터 린치는 ‘사업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우면서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회사’를 좋아한다. 경쟁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회사이름이 따분한 회사. 우스꽝스러운 이름의 회사라면 더 좋다.

2. 병뚜껑 제조 업체와 같은 따분한 일을 하는 회사

3. 가축의 내장 부산물 가공과 같은 혐오스러운 일을 하는 회사

4. 기관투자자들이 보유물량이 없고, 분석가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회사

5. 카지노와 유독폐기물와 같이 마피아와 관련되어 있다고 소문난 회사

6. 장례업 같이 결코 변하지 않는 우물 안 사업

7. 사양산업, 즉 성장이 정체된 사업. 

장기투자하라

   피터 린치가 말하는 ‘장기투자’는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기로 결심하고 있는 장기투자를 말한다. 그래서 주식에 투자하는 자금 역시 1년, 2년, 또는 5년 안에 자금을 회수할 필요가 있는 자금이 아니라 기간이 보통 20년이나 그 이상이 적절한 투자할 수 있는 자금으로 장기투자하라고 권했다. 왜냐하면 20년 정도가 역사적으로 볼 때 가장 심각했던 조정을 겪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한편 그는 진짜 장기투자자는 상승장이 아닌 주식가격이 크게 떨어질 때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투자자들은 스스로를 항상 장기 투자자라고 주장하지만 하락시점에서 모두 단기 투자자로 돌변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결국 이렇게 주가의 등락에 따라 거래를 하는 추세 거래자가 되고 만다. 

   피터 린치는 시장을 지속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만약 있다면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보다 더 큰 부자가 될 것이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은 한편으로는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팔아서도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가 말하는 주식투자에서 큰 수익을 거두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윳돈을 따로 떼어내 주시에 투자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냥 묻어두는 것”이다. 특히 투자자가 아직 젊다면 시간은 ‘여러분의 편’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그는 강조한다.

   이처럼 그가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손들에게 더 큰 돈을 남겨주기 위해서? 아니다. 우리가 예전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이 세상을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금전적으로 충분히 준비되지 않는 장수는 인간에게 ‘죄악’이 될 수 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길어졌다. 이는 과거 세대보다 더 오랜 기간 소비 생활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부의 평균 수명을 65세라고 가정하면 85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85세까지 생존하게 되면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95세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수명이 연장되면 노후생활에 필요한 돈이 더 많아지게 될 수밖에 없다.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투자밖에 없다.

요즘같이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는 65세에 투자를 시작해도 너무 늦은 게 아니다. 현재 65세인 사람들은 앞으로 25년 동안 성공적인 투자로 투자자금이 계속 늘어나 그 돈으로 25년 동안 필요한 추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피터 린치가 하루라도 더 빨리 저축과 투자를 생활화하라는 이유는 65세가 되었을 때 지난 40-50년 동안의 투자가 노후에 엄청나게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50년 동안 투자한다면 ‘복리의 마술’ 덕분에 큰돈이 된다. 특히 피터 린치가 이처럼 개개인의 저축과 투자를 권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개개인의 자산이 많아짐은 물론 투자한 돈이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를 하기 때문에 부국(富國)에도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종합해 보자. 저축이나 투자는 빠를수록 좋고, 투자 방법 중에는 주식투자가 제일 낫다는 것이 지금까지 말한 피터 린치의 주장이다. 그런데, 주식투자란 것도 충분히 공부하고 준비를 해야 되지 않은가? 주식투자를 하고 싶은데, 직접 주식을 선택할 안목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뮤추얼펀드를 사면된다. 뮤추얼펀드는 주식을 사고 싶지만 세부적인 일에 신경을 쓰기 싫은 투자자를 위한 것이다. 피터 린치는 좋은 펀드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조언했다.  



1. 투자자들은 펀드를 직접 운영하는 회사에서 직접 뮤추얼펀드를 살 수 있다.

2. 증권사 직원이 상품을 권할 때는 항상 그 직원이 무엇을 얻게 되는지 알아보라. 증권사 직원에게 가능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하라.

3. 만일 장기투자를 생각하고 있다면(명심하라. 최소 20년 이상이다) 채권 펀드와 혼합 펀드(채권과 주식을 섞어 투자하는 펀드)를 무시하고 순수한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라.

4. 좋은 펀드는 펀드에 적용되는 평가 등급을 알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펀드의 등급은 연간 수익률이 말해준다. 그러나 과거 실적이 훌륭한 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그 실적을 달성한 펀드매니저가 현재도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5. 역사적으로 볼 때 중소기업에 투자한 펀드가 대기업에 투자한 펀드보다 수익률이 더 높았다.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시장에서 변동성을 견뎌낼 수 있다면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6. 수년 동안 수익률 상위를 기록한 펀드 리스트로 여러 해 동안 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검증 받은 스타 펀드에 투자하라.

7. 펀드를 자주 갈아타는 것은 금물이다. 승자를 따라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헛수고일 뿐이고 결국 패자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 장기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낸 펀드를 선택한 다음 끝까지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더 좋다.

8. 노 로드 펀드(no load fund)도 판매 수수료가 있는 펀드 못지않게 실적이 좋다. 펀드 가입 기간이 오래될수록 펀드 판매보수의 중요성은 점점 줄어든다. 수수료를 최소로 유지하는(일반적으로 1% 이하) 펀드는 수수료가 높은 펀드(일반적으로 2% 이상)보다 기본적으로 이점이 있다.

9. 시장 평균을 그대로 따라가는 수준을 원한다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 이 펀드에 투자하면 항상 시장 평균 수익 정도는 거둘 수 있다. 최근의 펀드 실적을 보면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대다수의 펀드 수익률보다 시장 평균 수익률이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니면 중소형주 펀드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든지, 일부는 S&P 500 지수 펀드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중소기업 지수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내라. 

   피터 린치는 이런 방법을 통해 시장을 주의 깊게 연구하고도 평균 수익률보다 낮은 펀드에 투자한 일부 투자자보다 더 좋은 투자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의 의미는 “투자에 대해 배우는 것 자체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경험이 된다.”는 피터 린치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배우게 되는 깨달음은 ‘세상에 타고난 투자자는 없다’는 것, 다시 말해 투자란 배우고 익혀야 할 대상, 특히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할 대상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주식투자 입문서 같은 이 책을 새롭게 읽어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주위에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투자철학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부할 것은 이 책조차 읽기가 어려워서, 혹은 귀찮다고 느끼는 투자자라면 아예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개미 투자자들의 멘토이자 전망을 팔아먹지 않는 주식전문가로 잘 알려진 시골의사 박경철은 그의 책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 또는 <주식투자란 무엇인가?>에서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말라.”고 조언한 바 있다.

   충분한 공부가 되지 못한다면 소위 전문가와 선수들에게 100전 100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직접투자’가 아닌 뮤추얼펀드에 ‘간접투자’를 하라고 시골의사도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간접투자 상품을 찾아야 할까?’하는 문제에 봉착하겠지만 말이다.

   주식투자에서 성공하고 싶거든, 충분히 공부하자. 아니면 마젤란 펀드 같은 펀드, 피터 린치와 같은 펀드 매니저를 찾아 돈을 맡기고 20년 이상 장기투자하자.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피땀 흘려 모은 소중한 내 돈을 지키고, 내가 잠을 자는 시간에도 돈이 돈을 벌게 하는 방법은 이것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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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스토리 - 창의와 혁신의 브랜드
레인 캐러더스 지음, 박수찬 옮김 / 미래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애플보다 더 창의적인 기업, 다이슨Dyson

 

   “나는 여왕께서 내 목에 큰 메달(대영제국훈장)을 걸어주실 수 있도록 허리를 굽혔다. 그때 여왕이 물으셨다. ‘그런데 다이슨 씨는 무슨 일을 하죠?’ 나는 여왕께 진공청소기를 만든다고 했다. 여왕이 말씀하셨다. ‘오 그래요? 그거라면 여기 궁전에도 수십 대가 있어요!”  

   <다이슨 스토리>(미래사)는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이 창업자로 있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회사 다이슨Dyson을 이야기한 책이다. 흥미로운 기업, 더 흥미로운 경영자의 이야기이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되게 된 스토리가 가장 흥미롭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즐겨 읽는 조선일보의 주말 섹션 위클리비즈Weekly Biz에서 산업부 기자로 있는 박수찬 기자가 이 책을 번역했다. 박 기자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제임스 다이슨’을 만나 인터뷰 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책의 번역까지 하게 되죠. 따로 청탁이 있었을 리는 만무하고, 아마도 박기자 역시 제임스 다이슨이라는 인물에 대해 더욱 알고 싶었던 때문은 아닐까 싶다.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예술대학RCA에서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한 뒤 공학쪽으로 관심을 돌린 기술자. 볼배로라는 정원용 수레를 발명해 제작과 판매를 위해 회사를 차렸고, 1979년 먼지 봉투가 필요 없는 청소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지만 계속된 시제품제작으로 동업자들과 의견차이로 만들지 못하고 회사에서 쫓겨난다.

  이후 5년간 아내의 수입에 의존하며 시제품제작에만 몰두, 모두 5,126개의 시제품 제작에 실패한다. 5127개째 시제품에서 성공해 마침내 그가 원하던 진공청소기 발명에 성공한다. 꼬박 5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평균 3개꼴로 시제품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그 후에도 시련은 계속된다. 가전 업체마다 문을 두드리며 제품화를 의뢰했지만 대답은 모두 ‘거절’해서 어쩔 수 없이 제임스 다이슨은 직접 회사를 설립하게 되고 결국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다. 다이슨의 이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는 기존 청소기에 비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두고, ‘비틀즈 이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영국 제품’이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특히 2009년에 개발한 날개 없는 선풍기(에어 멀티 플라이어)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 10’에 선정되었고 공급이 수요를 대지 못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제임스 다이슨은 이러한 공로로 2006년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에어 멀티 플라이어는 백화점이나 극장의 화장실에 가면 ‘에어 블레이드’라고해서 손에 묻은 물기를 없애주는 에어커튼의 원리와 비슷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모터를 선풍기 몸체에 해당하는 부분에 설치하고, 이 모터가 작은 바람을 흘려보내면 주변의 바람이 합쳐지면서 큰 바람이 일어나 마치 우물물을 길어 올릴 때 약간의 마중물을 넣어서 큰물을 뽑아 올리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에어 멀티플라이어에는 제트기류를 응용했다. 원통형 기둥의 받침대 속 모터가 회전하면서 공기를 1초에 20ℓ씩 빨아들이고 그 공기가 고리 중간 틈으로 빠져나오면서 기압차를 이용,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며 원래 흡입된 공기보다 15배나 많은 바람이 시속 89㎞로 고리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이 제품은 공기의 흐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 선풍기보다 더욱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낸다는 장점 외에도 날개가 없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없다고 한다. 또한 에어컨처럼 오존 파괴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소비전력은 에어컨의 50분의 1수준이다. 다이슨의 이 제품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전기를 이용한 최초의 선풍기는 1882년 발명됐다. 날개를 이용한 그 방식은 127년간 변하지 않았다.”  

   127년 동안 변함없던 선풍기가 새롭게 변신한 것이다. 진공청소기 역시 먼지봉투를 떨어낸 것은 100년 만이다. 이 제품들이야말로 제임스 다이슨의 면모를 잘 드러낸다. ‘세상 사람들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그러려니 생각하는 제품들을 발견하면 그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고 마음먹는 사나이, 그리고 그 작업을 직접 시행하는 사나이가 제임스 다이슨이다.  

   그는 우선 마케팅 전문가나 소비자에게 직접 묻지 않는 경영자중 한 명이다. 스티브 잡스도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했고, 헨리 포드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살 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는 질문에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더라면, 사람들은 더 빨리 달리는 말을 원한다고 답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제임스 다이슨 역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지 마라. 그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마라. 오직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라. 그들의 습관을 읽고 그들이 깜짝 놀랄 만한 걸 내놓으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실패를 권하는 사람아다. 숱한 실패 끝에 성공을 이룬 그의 지론은 "성공은 99%의 실패로 이뤄진다“이다. 스스로 40여 년간 실패하면서 살아왔기에 실패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실수하게 하면 일을 빨리 배운다"며 실패를 오히려 장려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다이슨이 내놓는 제품들은 개발 기간이 긴 편이다.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가 5년, 날개 없는 선풍기는 4년이 걸렸다. 1999년 첫 시제품을 공개했던 로봇청소기의 경우는 지금까지도 개발 중이다.'완벽한 제품'을 위해 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제임스 다이슨이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기보다는 토마스 에디슨 같은 엔지니어다. 스티브 잡스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에 대한 식견이 높아서 창의적인 제품을 보는 안목이 훌륭한 것이지 실제로 만드는 기술력은 없다. 하지만 다이슨은 직접 제품제작에 참여하는 기술자다. 게다가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에 맞춰 기술을 구겨 넣었다고 하면, 제임스 다이스는 “제품이 중요하다. 정답은 언제나 제품에 있다.”고 말한다. 디자인이 아니라 기술을 중심에 놓고 제품을 판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제임스 다이슨은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점은 많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애플에서 자신이 뽑은 CEO로부터 쫓겨난 것처럼 제임스 다이슨 역시 매부 와 함께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 그리고 창의적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스티브 잡스와 비슷하다. 제임스 다이슨의 제품들을 보면서 혁신을 하는 데 있어 열정은 창의적인 생각보다 더 중요한 요소임을 잘 알고 있다.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레인 캐러더스가 이 책은 ‘위대한 브랜드 시리즈‘ 중 하나로, 전체적인 내용은 저자가 바라본 다이슨이라는 회사와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에 대해 다뤘다.  다이슨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손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창의적인 제품이라는 점이다. 먼지봉투가 부착된 진공청소기를 100년 만에 바꾸었고, 날개달린 선풍기는 127년 만에 바꿨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보일거라 생각한다. 그런 점이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의미를 제공했고, 가격이 두 세배 비싸도 여전히 사랑을 받는 것이다.

둘째, 제품이 탁월한 성능을 갖췄다는 점이다. 진공청소기는 싸이클론 방식을 채용해 놀라운 흡인력으로 기존의 먼지봉투가 부착된 진공청소기를 무능한 제품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또한 에어멀티플라이어 역시 일반 선풍기보다 훨씬 시원하고 덜 위험한 제품이다. 영국에서는 다섯 집에 한 집은 다이슨 진공청소기를 가지고 있다. 

 

   셋째, 독특한 디자인이다.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애플처럼 디자인 중심이 아닌 기술 중심의 제품을 구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이슨의 제품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디자인과 색상을 만들어냈다. 그 투박하고 모호한 특별함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넷째, 다이슨이라는 기업이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제품의 이력에는 수많은 실패 끝에 만들어진 성공작이라는 교훈적인 스토리가 있다.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에게서 한편의 신화 같은 성공스토리가 발견된다. 특히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쓴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스토리 방식과 매우 닮았다.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직원들이나 투자자들은 창업자의 이러한 신화적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다이슨 제품을 사면 그들의 세계관을 함께 구매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물건은 더 개선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는 세계관 말이다. 다이슨이라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는 소비자들에게 있어 진보에 대한 아주 멋진 이야기이다. 

   윈스턴 처칠은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첫 번째 실패에서 다음 실패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창의적인 기업의 창의적인 제품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어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배운다. 무엇보다 실패를 오히려 반기는 제임스 다이슨의 철학은 내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소비자의 필요가 아닌 욕구를 자극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오랜만에 만난 멋진 기업가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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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집짓기 -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3억으로 좋은집 시리즈
구본준.이현욱 지음 / 마티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전세살이와 하우스푸어의 대안, 땅콩집의 모든 것!

  2011년 상반기 부동산 핫이슈는 ‘수익형 부동산‘과 ’내 집짓기 프로젝트‘다. 수십 년을 이어온 부동산 불패론의 주인공이자, 대한민국의 주된 주거환경하면 단연 아파트가 아니었는가? 하지만 더 신기한 것은 이러한 주택 트렌드의 변화는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는 ’유행‘일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의 흐름이 ’부동산 불패‘가 아닌 ’부동산 불신‘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된 이유는 편한 변명 같지만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있다. 미국 대공황 이후 최악의 사태를 불러일으킨 이번 금융위기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금융권과 제도 심지어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만 하더라도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구입하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그 빚을 상쇄하고도 남는 장사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집을 사기 위해 입을 것, 먹을 것 줄여가며 죽어라고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 세계 금융 시스템의 조화(?)로 아파트값은 떨어지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율은 매월 높아지고 있다. 하우스푸어가 생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 아파트가 재산목록 1호 였다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순수한 의미의 ‘내가 사는 집’이 되고 말았다(엄밀히 말하자면 매월 집세를 은행에 줘야 하는 전세만도 못한 집이겠지만). 

   수익형 부동산이 그래서 나왔다. 재산으로서의 부동산, 미래가치로서의 부동산은 더 이상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에 매월 월세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부자들의 주요 투자수단중 하나였다.    이전만 하더라도 수익형 부동산은 그리 인기가 많지 않았다. 매달 임대료를 거둬야 하는 번거로움, 수익형 부동산을 꾸준히 유지 관리 보수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기에 세금도 많이 내기 때문이었다. 인기 있는 아파트를 매입하기만 하면 몇 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벌 수 있는데 굳이 ‘고생을 사서’ 할 이유가 없었다. 

   또한 이번 경제위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게 되면서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건강, 우정, 여행,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는 것 등 정신적인 것에 더 높은 비중을 두게 되었다.

   집도 그렇다. 지금껏 집이 재테크 수단으로 ‘사는 것’이었다면, 내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곳’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귀농이 아닌 수도권에서 내 아이가 마음껏 소리치고 뛸 수 있는 마당 너른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어느 가수의 ‘저 푸른 초원 위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은퇴 후에 갖는 트로피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최근 땅콩집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두 남자의 집짓기>(마티)한 건축가와 기자가 의기투합하여 실험적으로 지은 땅콩집을 이야기한 책이다. 수도권에서 간신히 30평대 전셋집을 얻을 수 있는 돈 3억 원씩 두 가구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한 개의 필지에 두 개의 단독주택을 짓는 방법을 고안한 후 이들의 내 집 짓기 프로젝트는 땅콩집이 되었다. 

   땅콩집의 공사기간은 단 한 달이다. 일반 콘크리트 단독주택은 4-5개월이 걸리지만, 캐나다 등 서양에서 ‘듀플렉스공법’이라 부르는 조립식 목조주택을 짓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간이 짧아 공사기간 동안 원룸으로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없다. 또한 인적물적비용이 확실히 절감될 수 있었다.

   이러한 주택이 왜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일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주택이 더 이상 재산증식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각성, 그리고 내 집을 갖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만들어 냈을 것이다. 5월 현재 전국에서 64호가 건설되고 있으며, 땅콩집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일종의 타운 하우스인 ‘땅콩밭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라는 후문이 있는 것을 보면 땅콩집에 대한 인기와 관심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수도권의 아파트 비중이 80%를 넘어섰지만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하는 대신 전세금이 급등하여 전세대란이 일어난 지금 전세금으로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땅콩집이 사회적 이슈가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특별한 건축법적 규제나 입주 자격이 없어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좀 더 신속하게 이주할 수 있기에 용인 동백지구에서 시작해 판교를 비롯해 울산, 창원 등 전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결혼 생활 9년 동안 이사를 9번 했어야 했다는 사내와 아이들에게 매일 ‘사랑한다’는 말보다 ‘뛰지 마’를 더 많이 해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사내가 계획한 내집 짓기 프로젝트.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땅 매입부터 설계, 시공, 인테리어, 조경까지 4주 만에 내 집을 갖게 된 스토리는 한 편의 다큐물이다. 건축 잡지에서 특집기사로나 볼 것 같은 이야기가 글 잘 쓰는 건축전문 기자 구본준과 실험정신 강한 설계사무소 대표 이현욱에 의해 훌륭한 책이 되었다. 

   집은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마치 ‘더 이상 미래의 큰 행복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을 저버리지 말라’는 충고로 들렸다.

   아파트의 대안으로 처음 태어난 땅콩집 그리고 연이은 화제와 인기는 이후 새로운 유형의 주택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면 그럴수록 시들해질 아파트 가격과 힘겨워하는 하우스푸어들의 한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콩집’과 이후 시도 될 아파트의 대안들은 더욱 뜨거운 환영을 받아야 한다. 동화의 마지막처럼 ‘가족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그래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아이디어’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시행착오의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려는 자세 역시 칭찬하고 싶다. 또한 자신들이 먼저 경험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 땅콩밭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새로운 수익으로 창출해내는 그들의 기획력 또한 기발하다. 성공적인 실용서의 교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집을 갖고 싶은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수박 겉핥기식 미디어의 보도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묘한 매력과 비밀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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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1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치보이 2011-07-09 08:05   좋아요 0 | URL
최우수블로거..라뇨? 그런게 있나요?
여튼...감사드려요. 잘 지내시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