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쁜 기억은 자꾸 생각나는가 - 뇌가 당신에게 보내는 메시지
김재현 지음 / 컨텐츠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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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멍청한 뇌는 없다. 해마를 깨워라!   

 

   왜 나쁜 기억은 자꾸 생각나는 걸까? 그리고 나쁜 기억이 나면 그것에서부터 헤어나오질 못하는데 이유가 뭘까 책의 저자는 뇌가 ‘나’에게 나쁜 기억을 생각나게 하는 이유는 ‘내’가 ‘뇌’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뇌는 본래 탁월한 학습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을 데이비드 챔버린 박사는 임상 실험을 통해 태아가 지닌 학습 능력을 증명한 바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자꾸 생각나는 ‘나쁜 기억’은 뇌가 당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당신이 문제를 회피하거나 상처로부터 도망치려고 할 때 뇌는 되풀이해서 나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나쁜 기억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나쁜 기억이 왜 자꾸 찾아오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이다. 왜냐하면 그럴 때 비로소 우리 뇌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자신을 계발하고 싶다면 ‘나’로부터 ‘뇌’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나로부터 뇌를 해방시켜라 결국 나를 의식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하지만 왜 이런 현상은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고 일부 사람들에 한해서만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일까? 그를 위해서는 ‘내’가 ‘뇌’를 방해하는 사례를 먼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2000년 PGA투어에 데뷔한 탱크 최경주는 성적 저조로 퀄리파잉 스쿨을 치러야 했다. 퀄리파잉스쿨이란 PGA 진출권이 걸려 있는 대회로 일명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릴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신실한 기독교도인 최경주는 이 날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실력이 아니라 자꾸만 성적에 집착하는 자기 모습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교회를 찾아가서 “주여, 제가 타수를 생각하며 치지 않게 하시고, 제 마음을 비우고 치게 해주십시오.” 라고 기도했다. 마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달라고 말한 점에 유념하자. 

   한편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타자 추신수도 성적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할 때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아는데 그게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나 때문에 팀이 졌다, 나 때문에 아내가 고생한다, 내가 그들을 실망시켰다’

   그런 생각들이 마음을 괴롭히기 시작하면 야구공이 골프공처럼 작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스타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일어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를 의식하는 순간 다음과 같이 위축되고 소심해지는 것이다. 

‘잘해야 해, 사람들이 보고 있어,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두려워, 나는 패배자야, 나는 끝났어, 도망치고 싶어’ 

하는 생각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뇌는 ‘나’에게 ‘나쁜 기억’이라는 신호를 보내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꾸 ‘나쁜 기억’이 떠오르면 뇌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는 의미이고, 그럴 때가 바로 내가 문제를 회피하거나 상처로부터 도망치려고 할 때 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럼 이 나쁜 기억을 털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일이 뜻대로 안 풀린 날, 어떻게 해도 방법을 찾지 못한 날, 그날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도 맛있는 줄 모르고, 예능프로를 보면서도 웃지 못한다.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뇌리에서 떠날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떨쳐낼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서 나쁜 기억을 바라보고, 지금이 아니라 훗날의 입장에서 나쁜 기억을 바라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보다 큰 나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 이를테면 이렇다. 조자룡은 스스로를 소개할 때 “나는 조자룡이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조자룡이다.”고 말했다. 나는”이 아니라 “내가”라는 뜻은 의미가 깊다. 바로 ‘너는 듣지도 못했느냐, 상산 조자룡이 누구인지?’ 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바로 대단한 자신감을 뜻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감히 내게 덤비지 말라’는 숨은 뜻이 숨어 있다. 
   다시 말해 조자룡은 시련이 닥칠 때마다 ‘내가 누구다’라고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은 것처럼 우리도 힘들고 지칠 때, 혹은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위축될 때마다 그처럼 자신감을 피력하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또 다른 방법은 바로 미래의 시점에서 오늘의 나를 바라보기 이다. 미래의 나는 분명히 지금보다 확장되고 커질 텐데 현재의 고통에 얽매여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 당대 최고의 미술가인 살바도르 달리에게 꿈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의 꿈은 살바도르 달리가 되는 것이다.” 

   바로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향해 나가고 싶다는 뜻이다. 이렇게 미래의 나를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면 오늘의 고통이나 장애물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편 이 책에서는 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마를 일깨워야 한다’고 말한다. 해마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꿔주는 뇌 기관. 망각되는 기억은 ‘단기기억’인데 해마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장기기억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똑같은 책을 읽어도 누구는 저자와 대화를 나눌 만큼 깊이 이해하고 누구는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모르게 수박 겉핥기를 한다. 그 차이는 어디에 비롯될까? 바로 이 ‘해마’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저자는 해마를 일깨우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위기의식, 낯선 경험, 그리고 질문이다.  첫 번째는 위기의식이다. 내일 중요한 시험이 있어 책을 보게 되면 해마는 비상모드가 되어 해마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찰스 다윈은 그의 저서 <종의 기원>에서 진화의 원동력은 ‘생존의 위협’에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류가 지구 위에서 번영에 성공한 이유 역시 바로 ‘위기감’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낯선 경험. 여행을 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해마가 깨어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질문이다. “나는 회의한다, 고로 존재한다.” 르네 데카르트는 자신의 철학을 펼치기 위해 모든 대상을 의심하는 방법을 취했다. 그리고 의심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임을 설파했다. 위기의식, 낯선 경험, 그리고 질문. 이 세 가지 마음가짐은 해마를 일깨우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결론을 말하자. 사람들은 머리 회전이 둔해지는 이유로 나이와 스트레스, 피로를 꼽는다. 하지만 이 이유들은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한다. 뇌는 잠을 잘 때도 활동을 멈추지 않고, 나이가 들어도 활력을 잃지 않는다. 마치 지구가 365일 자전 운동을 하듯이 뇌는 한시도 쉬지 않고 운동을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뇌 활동이 둔해진다고 느낄까? 혹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뇌'가 아니라 '나' 이다. '뇌'는 끊임없이 활동을 하지만 정작 '내'가 뇌의 활동을 방해한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뒷부분에 있는 ‘책 먹는 뇌’. 정보의 흡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독서임을 설명하고, 독서란 세상을 다각적으로 조망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며, 배경지식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 준다. 이 책을 통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뇌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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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고릴라 -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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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고릴라 - 불완전한 인간의 인식 오류


  “우리가 사용한 ‘착각’이란 단어의 개념은 모리츠 에셔의 유명한 그림 속에 등장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에 비유해 생각할 수 있다.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계단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잘못된 점을 찾지 못한다. 일상 속의 착각도 이처럼 끊임없이 반복된다. 우리의 신념과 직관에 결함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좀처럼 생각을 고쳐먹지 못한다. 그야말로 매일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일상의 착각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우리는 운전 중에 후대전화로 통화할 때마다 여전히 도로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잘못 기억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착각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을 팀의 리더로 뽑으면서 그 프로젝트가 언제 완료될지 확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착각이다. 사실상 인간의 행동 중에 일상의 착각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는 하나도 없다.“ 8쪽 

   이 책은 한마디로 “눈에 보이는 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 책이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The Invisible Gorilla>(김영사)는 인간의 주의력과 인지능력에 대한 고정관념과 상식을 뒤집는다.(책 제목은 인간의 인지능력에 대한 독특하고 유명한 실험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테스트는 1분 정도가 소요되는 아주 간단한 실험으로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의 왕성한 호기심과 독창적인 통찰력으로 만들어냈다. 인간의 주의력과 인지능력에 대한 고정관념과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기념비적인 실험이자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하고 흥미로운 연구로 손꼽힌다고 한다.   

이 실험의 주목적은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가 아니다. "혹시 화면 가운데서 가슴을 치고 사라진 고릴라를 봤는가?" 신기하게도 이 실험에 참가한 국내외 참가자중 50%는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을까? 고릴라가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인식의 오류에 대해 이야기 한 책이다. 인식의 오류는 기대하지 못한 사물에 대한 주의력이 부족한 때문에 생긴 결과인데, 이것을 과학적으로는 '무주의 맹시'라고 부른다. '무주의 맹시'는 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것에 집중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사물이 나타나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향을 말한다. 

   실험에서는 '고릴라'가 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교통사고가 한 예가 된다. 오토바이 교통사고자들의 대답이 “전혀 시야에 존재하지 않던 오토바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충돌했다”는 한결같은 대답에서 무주의 맹시를 유추할 수 있다.
저자들은 당신이 눈으로 직접 보며 경험했지만, 당신이 보았다고 해서 모두 본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운전 중에는 핸즈프리이건 아니건 통화를 절대 금해야한다고 심리학자들이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의 특정 부분을 아주 선명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당장 관심을 쏟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생생한 시각적 경험 때문에 독특한 심리적 맹시 현상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대상이나 특이한 대상이 나타나면 관심을 갖게 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이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일상의 착각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경험하는 착각에는 6가지 착각 즉, 주의력 착각, 기억력 착각, 자신감 착각, 지식 착각, 원인 착각, 잠재력 착각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6가지 ‘일상의 착각’은 대부분 우리의 사소한 실수로 이어지지만, 재물이나 건강 심지어는 생명까지 위협하는 치명적인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에서 사례로 든 내용 중에는 ‘주의력 착각’의 부족해 바로 앞의 오토바이를 못 보고 교통사고를 일으킨다거나, ‘기억력 착각’으로 무고한 사람을 강간범으로 몰아 무기징역을 언도하기도 한다. 

  6가지 착각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지식 착각’. 왜 사람들이 산 주식은 사자마자 떨어지고, 내가 팔면 신기하게 상한가를 치는 걸까? 이 책에서는 금융버블이 언제, 어떤 규모로 발생할지 알 수 있다는 생각도 지식 착각이라고 말한다. 

   흔히들 <화폐전쟁>의 쑹홍빙, <블랙 스완>의 나심 탈레브나 <위기의 경제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 같은 사람들이 지난 2008년 있었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췄다고 이야기한다. 하짐나 그들이 언급한 수많은 예측 중 하나가 우연히 걸릴 것일 뿐, 정확하게 맞춘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만약 그들의 주장을 모두 종합해 본다면 ‘틀린 예측’이 열 배는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의 선구자 리처드 탈러가 한 실험을 했다. 두 사람이 A와 B 두 가지 종목으로 구성된 시장에서 100주를 가지고 25년 동안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모의실험 이었다. 이 실험자들은 A와 B 중 한 펀드에 주식을 모두 넣거나 A에 일부, 그리고 B에 나머지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각 펀드의 실적을 통지받고 주가 변동에 따라 주식 배분 비율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단서 조항이 하나 있는데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한 달마다, 1년마다, 5년마다’ 중에서 얼마나 자주 피드백을 받아 주식 배분을 바꿀 것인가 선택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매 달 한 번씩 피드백을 받는 실험자와 5년마다 피드백을 받는 사람을 실험했는데, 실험이 끝날 무렵 매달 피드백을 받는 사람보다 2배 이상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결과는 현실의 투자 결정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거래를 자주 하는 투자자는 자신이 주식에 대해 잘 알고 좋은 아이디어도 많으며, 시장의 움직임도 예측할 수 있어 거래마다 수익을 내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얻은 수익에서 거래할 때마다 드는 비용과 세금을 제하고 나니, 가장 활발하게 많이 거래한 사람의 수익은 가끔 거래한 사람의 수익보다 매년 1/3이나 적었다는 것이다. 전망 있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것이 최고라는 금언을 실험으로 증명한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뻔한 진리를 정작 우리가 따르지 않는다는 것. 

   금융관련 용어나 개념의 표면적 의미에만 익숙할 뿐인데도 시장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펀드매니저 같은 태도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지식 착각’으로 자신과 회사를 파산에 이르게 하고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불러오기도 했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일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서브프라임 주택 담보대출이 일자리나 자산, 수입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도 돈을 빌려주는 ‘닌자론’까지 나왔다. 이러한 담보대출들을 한데 섞어 CDO라는 부채담보부 증권으로 포장되어 전세계의 투자자들에게 팔려나갔다. 하지만 나중에 CDO 판매자를 만나 상품 설명을 요구하니 하나도 모르더라는 것. 무시무시한 ‘지식 착각’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사람들은 자신감 있는 의사가 능력 있는 의사이며, 자신 없는 의사는 의료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의사로 여긴다. 이것 또한 ‘자신감 착각’이다. 자신감이야말로 업무 능력, 직업적인 기량, 기억의 정확성 또는 전문 지식을 보여주는 정확한 신호라고 생각하지만 환자를 진단하면서, 외교 정책에 관한 결정을 내리면서,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자신감은 착각일 때가 너무나 많다. 

   승용차 사이드 미러에 적혀있는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한 말이 아닐까 싶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이드 미러’를 보듯 해야 한다. 옆이나 뒤에 차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수단일 뿐, 보이는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일상의 6가지 착각’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예전처럼 자기 자신을 확고히 믿지는 못하겠지만, 자신의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것, 그것이 더 나은 지혜를 위한 첫 걸음이 된다. 특히 투자자들이라면 자신의 판단과 투자결정에 있어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실수와 사고를 줄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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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미래를 말하다 - 소프트뱅크 신 30년 비전
소프트뱅크 신 30년 비전제작위원회 엮음, 정문주 옮김 / 소프트뱅크커머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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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미래를 말하다 - 소프트뱅크, 마켓3.0을 준비하다  

  

   1981년 늦은 여름, 일본의 한 젊은 사업가 회사를 설립하고 달랑 아르바이트생 2명인 직원들 앞에 두고 귤 상자 위에 올라서서 30년 후 회사의 미래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이제부터는 정보혁명이다! 컴퓨터를 사용해서 컴퓨터의 능력으로 마이크로 컴퓨터에 디지털사회, 디지털의 정보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정보혁명을 제공하기 위해 사업을 일으켰다. 우리 회사는 정보혁명의 핵심인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것이다!"

   그 연설이 있고 난 후 직원들은 회사를 그만둬 버렸다. ‘사장이 미친놈이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장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귤 상자 위에 올라서서 한 1시간 동안 연설한 내용도 잊지 않고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지켜왔다.

   무모한 청년 기업가의 이름은 손정의(마사요시 손), 회사의 이름은 소프트뱅크로 현재 전 세계 800여개 인터넷 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늘날 일본에서 NTT와 NTT도코모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는 127개 사의 인터넷 기업과 제휴를 맺어가며 2억 3천만 달러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다.

   손정의는 대표적인 전략가이자 실천가이다. 그는 20대 초 회사를 설립하면서 ‘인생 50년 계획‘ 이라는 이름으로 20 대, 30 대, 40 대, 50 대, 60 대, 5 가지 단계의 라이프 플랜을 만들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그것을 지켜오고 있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 대, 이름을 알린다. -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다.

30 대, 자금을 모은다. - 자금은 1000 억 2000 억으로 셀 수 있는 규모라야 한다.

40 대, 큰 승부를 건다. - 1조 엔, 2조 엔으로 셀 수 있는 규모의 승부를 한다.

50 대, 어느 정도 사업을 키워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시킨다. - 여생을 위한 인생모델 포함

60 대, 다음 경영진에게 바톤터치를 한다. 

 

 

   <손정의 미래를 말하다>는 손정의 인생 50년 계획 중 네 번째인 50대에 해야 할 일, 즉 자신의 사업체인 소프트뱅크의 비즈니스 모델의 완성을 담은 책이다. 지난 2010년 6월 25일 손정의 회장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30년 비전’을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담은 것으로 손정의는 이 연설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연설”로 평가했다. 

   ‘신 30년 비전’은 창업자만의 생각을 오롯이 담은 것이 아니라 소프트뱅크그룹의 2만 명 직원이 1년 동안 각각의 의견을 제시하고, 진지하게 논의한 결과물이어서 그 자체로 인상적이다. 또한 소비자이자 팬인 수많은 트위터러들의 지혜와, 사내외에서 나온 의견들을 모아 정리했다. 

신 30년 비전의 핵심은 첫째는 이념, 즉 무엇을 위해 사업을 하는가,

둘째는 비전, 즉 30년 후 사람들의 생활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어디에 주력할 것인가,

셋째는 전략, 소프트뱅크는 어떤 식으로 비전을 실현시킬 것인가로 나뉜다.

   소프트뱅크의 이념은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손정의는 “인터넷 혁명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추구하는 철학은 사람들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상장회사이기에 신제품도 만들고, 비용 경쟁도 해야 하고, 수익도 올려야겠지만, 그렇게 숫자를 늘리는 일에 열정을 바친다면 인생은 무의미해진다고 보았다.

   그리고 회사를 통해 단 한 번 뿐인 자신의 인생이 목숨을 바쳐서 할 일이란 정보혁명을 통해 사람들의 최대 슬픔인 고독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반면 인생의 기쁨은 더욱 크게 하는 것, 그것이 자신과 소프트뱅크가 나아갈 바라고 강조했다. 

   현편 30년 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엄청나게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의 무한대의 저장공간이 생기고 무한대의 클라우드와 초고속 네트워크가 생기고, 오늘날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극적인 변화로서 사람들의 생활양식 자체를 바꿀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스스로 학습하는 두뇌형 컴퓨터의 출현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컴퓨터가 지식과 지혜마저도 얻게 되는, 그리고 멈출 수 없을 정도까지 진화한다는 상상은 틀림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성을 가진 컴퓨터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기에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프트뱅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비전은 감정을 지닌 컴퓨터 즉 초지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에 맞춰 기업이 존속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략에 있어 기업의 체질부터 달라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소프트뱅크를 중앙집권화가 아닌 자율적으로 서로 협조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내부의 많은 회사가 각각 연계하면서도 별도의 회사이름을 쓰고 별도의 리더를 가지는 체계로 구성했다. 그렇게 되면 의사결정과정이 신속해지면서도 서로간에 시너지 효과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800개 산하 기업들을 30년 후에는 5,000 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정의가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를 세워 직접 미래의 후계자들을 위해 리더가 되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 것 역시 앞으로 300년 동안 소프트뱅크 그룹을 존속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 준비라고 강조했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책<마켓 3.0>에서 미래의 시장은 ‘빈곤과 빈익빈 부익부, 환경 파괴와 같은 현실적 문제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살아남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3.0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마케팅을 넘어서 소비자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마케팅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보혁명으로 인간을 더욱 행복하게 하겠다는 소프트뱅크의 ’신 30년 비전‘이야말로 마켓 3.0을 대비한 비전이 아닐까 싶다.

   손정의는 지난 6월 20일 한국을 방문해 같은 내용으로 강연을 했고, 그 동영상은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 화려한 라스베가스 쇼라고 한다면, 손정의의 그것은 어느 기업가의 솔직한 ‘고해성사’일 것이다. 손정의는 넋을 놓게 하는 화려한 수사적 표현보다는 스토리 안에 개인사는 물론 기업을 이끌면서 굉장히 힘들었던 역경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청중으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냈다. 특히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려준 할머니를 이야기한 대목인 ‘할머니, 할머니’는 압권이다.(실제 강연에서 손정의는 이 대목을 울면서 이야기했다. 유투브에서 볼 수 있다)

   CEO로서 자신의 고민과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드러내면서 꿈과 비전을 공유하려한 손정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창조 산업이 각광받는 지금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런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준다. 

   이 책이 출간될 즈음 손정의는 지난 6월 20일 한국을 찾았을 때 그는 기자간담회를 대신해 소프트뱅크의 '신 30년 비전‘에 대해 강연한 자리에서 3개월 전, 동북아 대지진이 있고 난 후 손정의는 인생관에 변화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기업의 비전이 아닌 기업인으로서 사람과 회사가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창업 이후 최대 이익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런, 대립되는 상황에서 내가 내 기업만 잘 꾸려 나가면 될 것인가? 아니라고 손정의는 판단했다.

   그래서 “정보혁명으로 사람을 행복하게”는 소프트뱅크의 이념에 부합하는 분야를 찾았으니 바로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다. 그는 자연에너지협의회(Renewable Energy Governor’s Alliance)를 설립하기로 결심, 일본에 있는 47개 광역자치단체 있는데, 그 중 34개 현 지사들을 설득해서 자연에너지 협의회에 참석 동의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손정의는 소프트뱅크가 대지진 이후의 일본인(소비자)를 당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 것이다. 기업의 이윤보다 인류의 행복을 위한 그의 행보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이 리뷰는 출판전문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으로 발행하는  

<기획회의>(302호)에 실린 원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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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Click - 신속하게 끌리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의 비밀
오리 브래프먼.롬 브래프먼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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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클릭Click' 하라! 

 

   이 책은 클릭Click을 이야기한 책이다. 컴퓨터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그런 ‘클릭’말고, 영어 사전의 세 번째 해석에 있는 ‘즉각 좋아하게 되다, 매력을 느끼다’에 대해 말한 책이다.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 시쳇말로 하자면 ‘첫 눈에 반하다’, ‘훅~갔다’, ‘뿅가다’ 정도 될텐데 매우 충동적인 감정으로 여겨지는 이 단어를 굳이 책으로까지 설명할 가치가 있을까 혹자는 되묻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챙겨둔 미국에서의 조사 결과가 있다. 

   ‘아주 친한 친구가 몇 명이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대답은 평균적으로 ‘세 명’이라고 대답했다(당신은 몇 명인가?). 이 숫자는 꽤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는데, 소셜네트워크의 붐이 일어나던 그 시기 이 숫자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요즘의 사람들은 과연 몇 명의 사람들을 아주 친한 친구로 꼽고 있을까? 1명? 10명? 7명? 정답은 0이다. 선팔, 맞팔(follow) 해서 팔로워는 수만 명이면서 절친한 친구 한 명 없는 사람이 대부분인 세상이 요즘이다. 

   말이 나온 김에 독자 여러분께 물어보자. 마지막으로 ‘첫 눈에 반한 사람을 만난 때’가 언제인가? 아니, 아니... 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 보고 반하는 그런 ‘모니터릭 러브‘(?) 말고, 실제로 말이다. 1~2년 정도? 5년? 그런 적이 있기는 했나?

   경험해 봤다면 알겠지만, 첫 눈에 반해 ‘훅~ 가는’ 순간은 정말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유감스럽지만 나는 경험해 봤다). 이런 경험은 같은 반 친구들과 몇 개월 동안 서서히 친해지는 것과는 다르다. 번개처럼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남녀가 서로 한눈에 반하는 경우, ‘큐피트의 화살을 맞았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한눈에 반하는 경우가 이성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동성일지라도 몇 번의 대화로 ‘코드가 맞는 사람’이란 걸 느낀다면 이때도 한눈에 반한 것, 즉 클릭Click한 것이다. 운이 좋게도 이렇게 코드가 맞는 사람과 한 팀이 되면 무서울 것이 없다. 컴퓨터 게임을 해도, 농구 경기를 해도 백전백승이다. 나와 ‘죽이 맞는’ 이런 사람 열 명과 함께 회사를 차린다면 상장회사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만 같은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못해 그런 늠 한 놈만 있어도 해피 하겠다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좋은 관계의 비밀은 사람이나 만남의 횟수가 아니라 클릭Click의 경험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에게 신속하게 끌리고 오래 지속되는 클릭Click의 관계는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에이 설마“라고? 

   저자들이 다름 아닌 인간의 흔들리는 마음을 파헤쳐서 판단에 대한 스스로의 통찰력을 업그레이드해 현명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 베스트셀러 <스웨이Sway>를 쓴 오리 브래드먼, 톰 브래프먼 형제인데? ‘첫눈에 훅~‘가고 싶다면 마저 읽고 볼 일이다. 유익함은 둘째치고 재미가 만빵이니까.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의 저자는 <스웨이Sway>를 쓴 저자들, 그래서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회심리학과 경영학을 동원해 ‘클릭Click‘ 이라는 인간관계의 메커니즘을 들여다봤다. ‘마법과 같은 특별한 순간’ 클릭은 행복한, 힘이 나는, 짜릿한, 특별한 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저자들은 클릭의 순간은 마치 남녀 간의 사랑에서 느끼는 감정 때와 마찬가지로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져서 우리가 사랑을 느낄 때와 같은 강렬한 행복감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클릭의 경험은 관계의 지속성을 보장한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바렐츠 부부의 연구에 의하면 천 쌍의 부부에 대한 전화조사 결과, 첫눈에 반해 결혼한 커플, 즉 클릭으로 끌린 커플일수록 결혼 후 25년이 지나도 짜릿함을 유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세월이 흐른 후에도 클릭의 순간을 떠올리면 그때의 감정의 그대로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클릭의 경험은 동성 간에도 존재한다고 앞서 말했다. 그리고 동료들 사이에서 클릭이 존재한다면 업무적인 성과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폴 앨런과 같이 공동으로 창업한 이들의 관계라면 일반 동료들보다 클릭이 존재했을 확률은 더욱 높았을 것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서로에게서 최고의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서로를 다정하고 친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더욱 개방적이고 창조적으로 변하고, 또한 자아의 범위를 더욱 넓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클릭의 진정한 매력이다. 클릭의 순간, 우리는 상대방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 우리 자신과 상대방이 최고의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54쪽

   하지만 가만히 우리 직장을 살펴보면 클릭의 순간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사내커플은 허용되지 않고, 각별히 친한 사람들은 절대 같은 부서에 배치하지 않는다. 또한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 역시 마찬가지다. 전화 대신에 이메일을 쓰고, 출장 대신에 화상회의를 활용한다.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는 시간을 줄이고,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할 것을 강요받는다. 즉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들고, 동시에 ‘클릭’의 가능성 역시 낮아진다. 저자는 정서적으로 부딪히기를 장려하는 것이 오히려 더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감성적인 유대관계가 먼저 형성되지 않으면 긴밀한 조직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머니건과 콘론은 잘나간느 4중주단과 인기없는 4중주단을 만드는 차이는 클릭의 경험에 있다고 말했다. 클릭의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는 4중주단일수록 많은 음반을 발매하고 콘서트의 티켓 가격도 높았다. 팀원끼리 신뢰를 공유하고 있기에 연주 방식을 토론할 때 서로의 의견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의견충돌을 감수하고서라도 합의점을 끝까지 찾아내기에 항상 최고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팀원끼리 클릭하지 못한 현악4중주단은 연주 방식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때 예의바르게 토론하지만, 결론에는 이르지 못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마법과 같은 상태 그리고 신속한 친밀감을 주는 ‘클릭의 순간’은 그런 사람을 ‘운 좋게‘ 만나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누구와도 클릭의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하기는 클릭!이 우리의 팔자에 달렸다면 누가 이 책을 읽겠는가?). 그렇다면, 클릭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요인들, 즉 클릭촉진제click accelerator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취약성(vulnerability)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약점을 그대로 노출할 때, 상대방에게 더 많은 신뢰감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도 더 개방적인 태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클릭촉진제 중 취약성의 법칙을 가장 잘 활용해 유권자의 마음에 클릭하여, 대통령에 연거푸 당선될 수 있었다. 

근접성(proximity)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앉을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질 수 이쓴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기하급수적 매력 증가의 법칙). 의식적인 대화는 물론 무의식적인 수동적 접촉 역시 클릭의 확률을 높인다. 업무적인 결정을 내릴 때에도 근접성은 큰 영향을 미친다. 전화대신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이메일 대신 출장을 간느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이끄러앤다. 또한 업무적인 모임에 참석했을 때, 멀찍이서 목례를 나누는 것보다는 먼저 다가가 악수를 하고 말을 건네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공감대(resonance)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존재와 연결되는 것 같은 이러한 순간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몰입해야 하고, 상대에게 진정한 ‘존재감’의 느낌을 주어야 한다. 오디션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관객들과 하나가 되고, 환자에게 편안함과 믿음을 주는 일, 이 모두가 ‘클릭’으로 인해 공감대가 형성된 순간이다. 

유사성(similarity)

  두 사람이 단지 이름 하나가 똑같다는 사실만으로 급속하게 가까워질 수 있다. 이름 이외에도 생일이나 아니면 들고 있는 책이 똑같은 것만으로도 매력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스턴미시건대학의 사회학과 시걸 교수는 경찰학교의 신입생들은 성이 같은 알파벳으로 시작할수록 더 친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공통점으로 인한 친밀함은 변하지 않는다. 

단절된 공간(safe place)에서의 소속감

  사회적 환경이 구성원들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사회적인 환경은 클릭 촉진제의 핵심이 된다. 훈련소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기에 대한 연대감, 회식을 통해 상사나 조직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결속감을 공유한 회사동료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클릭의 빈도는 자신의 한계와 장점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높아진다. 자신의 태도와 표현이 그 상황에서 적절한지에 대해 대단히 민감한 사람, 그래서 자신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한 사람을 셀프모니터링 지수가 높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상대방의 기분에 맞추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방의 느낌과 태도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클릭 경험을 자주 한다. 감정과 태도를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상대에게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캠브리지대학의 킬더프 교수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데이 교수가 MBA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장기연구에서는 셀프모니터링 지수가 높을수록 조직의 중심에서 움직이고 스카우트 제의를 많이 받으며 연봉 수준도 높다고 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첫눈에 반하는(혹은 반하게 하는) 클릭의 순간은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야 경험하는 우연이 아니라 나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한편 대인관계가 뛰어나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 한마디로 사람 좋은 사람은 가식적이거나, 아부하는 것이 아니라 셀프모니터링 지수가 높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기계발서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평범함을 갖추지 못한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특히 인연을 팔자나 운명에 내맡기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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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더 퓨처리스트
레베카 키건 지음, 오정아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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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의 키워드는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2009년 하반기 대한민국은 두 가지 커다란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았다. 하나는 휴대폰의 진화를 선도한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출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영화의 진화를 선도한 3D 영화 아바타의 출현이었다. 쉽게 말해 2009년 당신이 아이폰으로 통화하며 입체 안경을 쓰고 ‘아바타’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하고 있던 셈이다. 

   아이폰과 아바타라는 창조적인 작품이 있기까지는 두 사람의 창조적인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스티브 잡스와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천재들이다. 이 두 사람은 공통된 부분이 많다. 우선 괴짜에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제멋대로처럼 보여서 주위 사람들과 잘 소통하지 못한다. 하지만 일반인이 보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기꺼이 도전해 엄청난 에너지와 집중력으로 놀라운 성공을 일궈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잠재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 세계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들의 성공은 이미 언론을 통해 귀가 따갑도록 들은 바, 특히 스티브 잡스의 경우는 두 말하면 입 아프다. 해서 ‘영화계의 스티브 잡스’라 할 수 있는 제임스 카메론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영화를 제작하며 그가 일으킨 성공의 결과보다는 인물에 집중해 그가 성공한 원인에 주목하려 한다. 오늘 <제임스 카메론 더 퓨처리스트The Futurist>(21세기북스)를 읽었다.

 



 주류 영화의 판도를 바꾼 영화, 아바타

   먼저 아바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흥행의 귀재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3D 영화 ‘아바타’는 전 세계 흥행수입이 약 27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감독 중 한명이 되었다. ‘아바타’는 국내에서도 외국영화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석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총 1,330만 명을 동원하며 국내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했다.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를 비롯 타이타닉,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2 등 7편의 영화를 제작했는데, 이 영화들로 세계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무려 57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영화 아바타는 3D로 제작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신선한 사용자 경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관객(소비자)이 갖고 있던 잠재적인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욕구의 발현은 거대한 변화를 일으켰다.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에 변화를 일으킨 것처럼 단 한 편의 영화는 영화나 TV를 2D로 보느냐 3D로 보느냐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되게 한 것이다. 

    이렇듯 놀라운 영화 아바타는 어느 날 세상에 툭 던져진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제임스 카메론이 평생에 걸쳐 갈고 닦은 기술적, 예술적 성취가 합쳐진 결과다. 그가 가진 능력과 기술력에 대한 증명은 ‘아바타’로 충분하다. 그밖에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독자로서 나는 다른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는 제임스 카메론에게서 배운 점들이 꽤 있었다. 

 

 

상상하라, 그러면 현실이 된다!

   카메론은 말 그대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다. 그 역시 자신의 성공 비결로 가장 먼저 손을 꼽은 것도 멈추지 않는 호기심으로 비롯된 상상력이었다. 세계적인 인물들의 온라인 강연장인 TED에서 그는 어릴 적부터 SF소설을 읽으며 우주와 심해에 대해 호기심을 키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호기심은 상상을 낳고 상상은 현실을 낳는다.” 영화 <타이타닉>을 찍기 위해 심해에서 원격 촬영 로봇을 조종하던 카메론은 몸은 떨어져 있지만, 영혼은 인간의 조종을 받는 로봇의 입장을 생각하고는 ‘아바타’를 생각해 냈다. 그렇게 시작된 상상력이 우주에 대한 상상력과 결합하여 영화 <아바타>를 만들게 했다.  

실패를 두려워말고 도전하라!

   제임스 카메론에게 영화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었다. “불가능해 보이거나 도저히 해쳐 나갈 수 없이 보이는 어려운 일일수록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던 제임스 카메론, 그의 이러한 도전정신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는 열정과 정성으로 완성된다.

   그는 관객들이 인터넷과 가상현실, 롤플레잉 게임과 증강현실 등에 익숙한 디지털 시대의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도 디지털적인 판타지를 꿈꿀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아바타>에서 관객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가상의 세계, 디지털 세대의 ‘꿈’ 그 자체를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도전했다. 그 결과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아바타>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렀던 영화를 디지털 시대로 나아가게 했고, 2D의 벽을 깨고 3D의 신천지로 관객을 안내할 수 있었다. 

군림하지 말고, 소통하라!

   제임스 카메론이 30년 가까이 최고의 흥행감독인 이유에는 스스로 SF 액션이나 어드벤처 장르영화 감독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그는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집착하는 이유 역시 “8달러가 넘는 돈을 내고 어두운 공간에 들어와 앉아 있는 관객에 대한 의무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그는 매 번 영화를 제작할 때마다 첨단 기술과 기법을 동원해 영화를 만들지만 스토리는 거창한 이야기를 무리하게 만드는 것보다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택한다. <아바타> 역시 첨단의 테크놀로지와 고전적인 서사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처럼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한 제임스 카메론이지만, 스태프들과는 그렇지 못했다. 자신의 열정과 노력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스태프들을 닦달하고 쥐어짜내는 폭군에 지나지 않았다(그런 점에서는 스티브 잡스와 매우 흡사하다). 카메론은 배우의 연기나 카메라의 훔직임 혹은 조명이나 사운드 가운데 한 가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무 번도 넘게 같은 장면을 찍으며 스태프들을 지지게 하는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는 <타이타닉>을 제작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심해 탐사작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스태프들에게 폭군으로 군림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후 바라본 스태프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행성과 생명체를 만들겠다고 모인 사람들, 아무도 써보지 않은 기술로 전례가 없는 실험을 같이하는 실험자의 모임이었던 것이다.

 

 




“호기심은 여러분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상상력은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입니다.

그리고 팀원들의 존경은 이 세상의 그 어떤 칭송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 제임스 카메론, 2010년 TED 강연 중에서 

   1998년 영화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상 시상식 때 1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감독상, 편집상, 작품상을 비롯해 11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던 제임스 카메론은 결국 그날 밤 수상 소감을 말하기 위해 세 번이나 연단에 올라야 했다. “나는 세상의 왕이다!I am king of the world”라고 말해 우리의 뇌리에 각인시켰던 수상소감은 두 번째. 환희에 넘쳐 했던 행동 치고는 자못 거만했다. 하지만 그가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작품상을 받았던 세 번째 소감이었다. 그는 ‘오늘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타이타닉>의 메시지는 물론, 그토록 거대한 배가 가라앉았듯이, 그처럼 생각할 수 없던 일이 일어났듯이,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유한 것은 오로지 오늘뿐입니다. 삶은 소중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심장 박동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니까요.”

   2000년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버라에서 열린 지구의 날 행사에 제임스 카메론이 등장했다. ‘종말의 시나리오’를 즐겨 쓰는 그의 등장은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선 저는 우리 모두가 죽을 운명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임박한 파멸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우리의 머리와 기술로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분명 이것을 되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지금껏 다룬 영화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다보기보다 현재 우리가 지니고 있는 열망과 두려움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로 하여금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상상하게 한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의 손에 달려있다’는 카메론의 메시지는 그가 만든 모든 영화의 키워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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