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잡스를 말하다 -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적 통찰력과 예술적 감수성
이남훈 지음 / 팬덤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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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걸겠다!
  

 

   스티브 잡스가 지난 10월 6일,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잡스는 지난 2003년 췌장암 수술과 2009년 간 이식 치료를 받았고 올해 초 3번째로 병가를 낸 바 있고, 지난 8월 24일에는 “나는 평소 애플 CEO로서의 책임과 기대를 더는 충족하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사임의사를 이사회에 처음 밝힐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시점이 온 것 같다”며 애플 CEO직의 사임하고 일상적 경영업무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나서 운명을 달리했다. 

   그의 죽음을 두고 구글의 두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잡스가 이룩한 업적과 그의 비전과 리더십이 자신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한 그의 사망소식은 웬만한 나라의 대통령의 서거보다 더 크게 다뤄졌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가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을 정도다. 한편 지난 10월 5일 아이폰 4S가 출시되었는데, 팀 쿡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만 해도 특별한 기능이 없어 소비자들이 시큰둥했었는데요, 다음 날인 6일, 잡스의 사망 이후 ‘그가 남긴 마지막 유작’이라면서 예약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껏 스티브 잡스라는 거인이 있어 그의 어깨를 통해 IT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21세기 첫 10년은 ‘스티브 잡스의 10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애플은 아이팟을 시작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내놓으며 전세계를 상대로 말 그대로 잭팟을 터뜨렸다. 애플의 성공에 세상이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해당 제품군의 표준이 된다는 점이다.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시장이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아이패드라는 하드웨어는 기존 소프트웨어 시장은 물론 영상, 음악, 게임 등의 유통 구조에 변화를 일으켰다.  

   이러한 애플의 성공에 힘입어 스티브 잡스는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뽑은 ‘이 시대의 CEO’에 선정되었고,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던 1996년만 하더라도 몰락의 위기에 있던 애플은 현재 시가총액은 약 3840억 달러로 세계 최대 시가총액을 보유한 기업으로 일궈냈다. 쉽게 말해 최근 10년은 잡스가 쥐락펴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바, 그래서 그의 부재가 더욱 안타깝고, 소개하는 책 <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를 말하다>(팬덤북스)가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원래 잡스의 첫 자서전 <스티브 잡스>(민음사)는 오는 11월에 출간 계획중이었다. 하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이후 자서전이 한 달 먼저 당겨졌고, 지난 주 확인된 바 예약주문만 해도 65,000부에 달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먼저 살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금 시중에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관한 책이 수십 권 나와 있지만 그 책들은 잡스의 외형이나 업적 등에 집중하는 경향이 거의 대부분, 잡스의 내부 즉 인사이트를 들여다 본 책은 그리 많이 않다. 그 점에서 이 책 <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를 말하다>는 CEO 뿐 아니라 인문학광 스티브 잡스를 들여다 본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이유는 또 있다. 지난 9월 국내에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해 깊은 관심이 쏠렸었는데, 다름 아닌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는 삼성경영연구소의 보고서 때문이었다. 

   이 보고서는 “소비자가 아이폰과 페이스북에 열광하는 이유는 첨단기술과 새로운 기능 때문이 아니라, ‘단순하고 편하고 재밌는 것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며 “기업 간 기술 및 가격 차별화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문학이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성공이 인문학이 학문으로서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쓸모 있음을 국내 경영계에 일깨워 준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스티브 잡스는 실제로 아이패드2의 출시를 위한 설명회 연설에서 “우리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은 우리는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고자 했다. 기술과 인문학, 이 두 가지의 결합이 애플이 일련의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잡스는 평소에도 “애플의 DNA에는 기술뿐 아니라 인문학이 녹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애플과 잡스에 대해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바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드러난 외형적 사실에 주목할 뿐 그들이 있게 한 '무엇WHAT'과 ‘어떻게HOW?'는 살펴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잡스의 애플 제품에는 어떤 인문학적 DNA가 들었을까?

이 책은 제목처럼 경영자 잡스가 아니라 인문학자 잡스를 살폈다. 저자는 저널리스트 출신의 경제경영 전문작가인 이남훈인데, 저널리스트답게 잡스의 육성이 담긴 다양한 인터뷰 자료를 통해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적 통찰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잘 찾아냈다. 

   우선 잡스는 대단한 인문학광이다. 그는 “나에게 리드 대학교의 고전 100권 읽기 프로그램은 굉장한 도움이 됐다.”고 말할 만큼 그는 학창시절부터 인문고전을 즐겨 읽었다. 또한 “소크라테스와의 점심에 우리 기술 모두를 내 놓겠다.”며 인문고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인문학으로 유명한 리드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양부모님이 모은 재산을 자신의 대학등록금으로 다 썼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대학을 중퇴했다. 하지만 그는 교정을 떠나지 않고 머물며 그가 듣고 싶은 강의와 서예에 심취했다. 무일푼인 잡스는 친구들의 방바닥에서 잠을 잤고, 음식을 사기위해 되돌려주면 5센트를 주는 콜라병을 모으는 일도 해야 했다. 심지어 그는 한 사원에서 일주일에 한번 주는 식사를 얻어먹기 위해 일요일 밤마다 7마일을 걸어다니기도 했다.

자칫 슬픈 이야기 같지만 잡스는 이 시절을 두고 “그 시절 내가 만일 대학의 그 과목을 듣지 않았다면 맥 컴퓨터는 결코 다양한 서체를 가진 컴퓨터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고 고백했다.  

   책 본문을 살펴보면 잡스의 인터뷰 내용들 곳곳에 그의 인문학적 통찰력이 숨어 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제품을 만들기에 앞서 ‘포커스 그룹’ 다시 말해 소비자에게 어떤 제품이 좋을지 묻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비자에게 묻지 않고 그런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애플의 모토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다. 이 말의 의미는 기존 가전회사처럼 혁신을 기술에만 둘 것이 아니라 사용자인 사람을 감동시키는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는 뜻이라고 잡스는 말이다.

   그렇다. 그는 평소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고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발칙하기 짝이 없는 이 말은 잘 새겨들어야 한다. 잡스는 소비자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니즈를 찾고자 하는 포커스 그룹으로는 미래를 창조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다시 말해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지금까지 이러한 제품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제품을 만들어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르게 생각하기'는 애플 제품들의 비전과 안목에도 적용되었다.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인 매킨토시를 내 놓을 때 잡스는 “들어 올릴 수 없는 컴퓨터는 더는 컴퓨터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무실 크기만 한 IBM 컴퓨터의 종말을 예고했다. 또한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아이튠즈는 음원을 불법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파일을 전송할 뿐.”이라며 소송에서 승리해 음반사를 누르고 MP3시장을 잠식했다. 

   특히 잡스가 만들어낸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은 인간의 소유심리에 맞선 케이스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튠즈가 나오기 전만 하더라도 음반업자와 가수들은 ‘불법복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문제는 인간의 소유욕망에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해 인간의 ‘소유욕망이 불법복제라는 인터넷 사생아를 낳는다‘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불법복제자들에게 헛된 양심에 의거해 구걸하지도 않았고, 그들을 적발해서 처벌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잡스는 처벌과 양심이라는 단선적인 틀에서 벗어나 더 나은 환경의 제공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공해 ‘합법적인 다운로드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불법복제 음악파일을 받다 보면 음이 끊기거나 깨지고, 심지어 악성 바이러스까지 종종 감염된다. 공짜는 공짜인데 불필요한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단점이 있다. 잡스는 이를 잘 간파하고, 아이튠즈는 단돈 1달러에 채 10초도 되지 않아서 다운을 받는 환경을 만들어 놨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공짜받자고 시간을 들여 불법을 저지를래, 아니면 단돈 1달러내고 합법적으로 깨끗한 파일 받을래?“라고 물었다. 당신이라면 뭘 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잡스가 애플의 제품에 대해 인문학으로 바라본 시각이다. 그는 인문학이라는 렌즈를 끼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면 사안을 바라보는 틀이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었다. 

  한편 애플빠들 다시 말해 애플 매니아들은 스티브 잡스를 두고 “그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아티스트 였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스티브 잡스가 가진 심미안審美眼 때문이다. 그는 평소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이다.”라고 말을 하곤 했다. 그는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작동 방식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천 마디 말보다 직접 보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위대한 제품은 ‘아무런 말이 필요 없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집착을 잘 말해주는 에피소드가 하나.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내부의 부품배치를 보면서 깨끗하게 잘 나열되어야 한다고 잔소리와 더불어 이런 저런 평가를 내렸다. 그러자 이에 화가 난 개발자가 “누가 PC 보드의 모양까지 신경 씁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 하는 것이지 아무도 PC보드를 꺼내보지 않는다고요.” 라고 말했다. 이에 스티브 잡스는 “내가본다고. 비록 그것이 케이스 안에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것이 가능한 한 아름다워야 한다.” 고 대답했다. 그리고 “위대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장롱 뒷면에 형편없는 나무를 쓰지 않아.”고 덧붙였다. 마치 로마 시스티나 성당 천장 벽화의 구석진 부분을 정성스럽게 그릴 때 “누가 안다고 그렇게 고생해가면 그리는가?”는 친구 말에 “내가 알지.”라고 대답한 미켈란젤로를 연상케 하게 한다. 바로 이런 점이 잡스를 엔지니어가 아닌 아티스트로 불리는 이유이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04년 초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앓았다가 극복한 후 깨달음은 얻는데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은 머지않아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한 후에 내릴 수 있었다.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며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해도 지금 이 일을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질문에 ‘노’라고 대답하는 날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때야말로 새로운 변화에 도전해야 할 순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그는 자신이 영입한 후임으로부터 애플에서 해고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좌절하거나 외도 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자신만의 길을 고수했다. 스티브 잡스는 마지막까지 미래를 지 않고, 오늘을 살았던 것이다. 오늘의 애플이 있게 한 원동력도 바로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21세기를 두고 감성의 시대다,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이 매출을 주도하는 시대다.. 등 다양한 말을 내 놓는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애플과 같은 생각을 하면 살아남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의 가운데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행한 축사에서 “여러분, 인생의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남의 인생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마음과 직감은 여러분이 정말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죽음의 문턱에서 줄타기를 하는 그가 보내는 오늘 하루는 하늘이 허락해 준 마지막 휴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끊임없이 갈망하라. 늘 바보가 되어서 끊임없이 배워라)” 라는 말을 잡스가 두 번이나 강조한 했다. 이 말은 당장 죽어도 후회 없는 오늘을 살라는 뜻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신다면 인문학자 잡스로부터 ‘나답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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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를 위한 경제학은 따로 있다 - 마음에 속고 확률에 속는 당신을 위한 행동경제학
마카베 아키오 지음, 김정환 옮김 / 부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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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결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다!

 

   검은색과 빨간색이 번갈아 칠해진 카지노의 룰렛에서 매 번 특정 색깔이 나올 확률은? 50% 다. 몇 번을 하느냐에 관계없이 확률은 똑같다. 그런데 실제로 이 도박에 참여한 실험자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검은색이 다섯 번 연속 나왔다면, 여섯 번째는 무슨 색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까? 묻는 나 역시 “이제는 슬슬 빨간색이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빨간색에 베팅을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여전히 확률은 50%는 변함이 없다. 뻔한 대답에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고 실망하실 필요는 없다. 정선카지노에 있는 많은 도박 참여자들이 아직도 이런 오류에 빠지며 베팅을 하고 있으니까.

   이러한 오류는 금융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우리는 툭하면 "시장이 이렇게 저평가돼 있으니 상승하는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며 확률을 주관적으로 왜곡하곤 한다. 그리고 결국 투자금을 날리곤 한다. 

   이 책은<투자자를 위한 경제학은 따로 있다>는 이처럼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자신의 마음에 속아 실패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하는 기존의 경제학 이론이 현실 경제의 모든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행동경제학을 금융시장의 각종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투자자들이 가진 마음 속 편견과 자기합리화, 자존심, 통제의 환상, 인지 부조화 등은 우리를 번번이 실패로 이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부제가 ‘마음에 속고 확률에 속는 당신을 위한 행동경제학‘. 행동경제학은 한마디로 ‘호모 이코노미쿠스’ 즉, 경제적 인간을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태클을 걸은 새로운 학문이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인간을 끝없는 욕망과 완벽한 합리성을 갖춘 인간으로 보고 있는데 현실에서의 인간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기에 전제부터 엉망이라고 항변한다. 

   왜 아니겠는가? 백해무익한 담배를 끊는다고 다짐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사람들, 야식과 함께 다이어트 약을 먹는 여성들, 단지 싸다는 이유로 별 필요도 없는 상품을 충동구매를 하는 소비자들 ... 이처럼 현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경제행위는 결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되지 못한다. 행동경제학의 근간이 되고 있는 행태경제이론은 이러한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새로운 경제학의 대안이다. 행태경제이론의 시작은 바로 우리들은 주류경제학이 말하는 것처럼 결코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고 간디처럼 인내심이 많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 준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왜 우리는 합리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건가?

   우리가 의사를 결정할 때 “그것을 선택하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여기에서부터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은 행동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는 ‘전망이론‘이다. 이 전망이론을 제창한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얻은 결론 중 하나는 “사람들은 특정한 상태에서의 변화에서 이익과 손실에 크게 의존해 가치를 느끼게 되며 이것이 의사를 결정하는 바탕이 된다.” 라고 보았다. 이 전망이론은 전통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현상들을 설명했는데, 하나는 손실 회피이고 다른 하나는 반사 효과이다. 

   일반적으로 이익과 손실에 대한 사람의 태도를 비교하면, 이익과 손실이 같은 수준이더라도 이익보다는 손실을 상대적으로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익을 볼 때는 당연하게 여기고, 손실을 보면 나만 피해를 본 것처럼 마음이 아픈 데 바로 이러한 경향이 손실회피이다. 또 하나는 반사효과인데, 투자자가 이익이 나는 국면에서는 현재의 이익에 만족하는 리스크 회피적이 되는 반면, 손실이 날 때는 리스크 허용도가 확대되어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사태가 개선되기를 기다리는 리스크 추구적인 경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익이 나면 앞으로 이익이 더 날 수 있는데도 그나마 얻은 이익을 놓치게 될까 불안해서 얼른 팔아버리려고 하고, 손실이 날 때에는 본전을 찾으려는 마음으로 최대한 버티려는 경향을 말한다. 이 경향을 그대로 따른다면 ‘이익은 적게 보고, 손실은 크게 볼 수밖에 없는 투자’가 된다. 우리가 번번이 투자에서 손해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있다. 마치 ‘나의 투자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소름이 돋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전망이론은 대체 어떤 이론 이길래 행동재무이론은 물론 행동경제학 연구의 출발점으로 작용하게 된 것일까?

전망이론은 우선 이익과 손실에 대한 인간 반응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발견'에서 출발한다. 우리 인간의 행동을 보면, 칭찬보다는 지적에 민감하며, 이익보다는 손실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즉 조금만 이익이 나면 차익을 실현하는 반면, 엄청 물리고 나면 아예 손절매를 치기보다는 장기투자자로 남는 모습을 너무나 자주 본다. 이런 현상을 정리한 것이 전망 이론인데, 여기에 인지부조화 문제와 휴리스틱 등의 이론이 붙으면서 본격적인 이론의 체계를 갖추게 되고 이에 결국 최근에는 행동경제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련의 거품과 그에 따른 금융 위기를 겪으며 막심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라면 현재 시세가 거품인지 아닌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지 망설여질 것이다.

   투자자들은 자칫 잘못 판단하면 손실이 나는 상태인데도 본전 생각으로 투자 포지션을 유지한다든지, 판단을 못 내리고 있다가 다들 ‘손을 터는’ 분위기라 덩달아 빠져나온다든지,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정적인 순간에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자기 나름으로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결정한 것들도 돌아보면 직감이나 인상으로 판단한 것이거나 자기중심적인 선입견과 확률에 속아 결정한 것들일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물론 부에 대한 욕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투자판단에 있어 자신이 내린 결정이 수익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기대는 어쩌면 당연하다.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은 좋은 기업을 발굴해내기보다 뜻하지 않은 행운을 꿈꾸며 투기적인 희망으로 주식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저자는 주식투자는 단기적인 시각보다 장기적인 투자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확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그러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 바로 직전 판단에 있어 마지막으로 의미를 두게 하는 책이다. 바로 “지금 내 판단이 과연 합리적인가?”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책은 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나 오류, 확률을 계산하거나 가치를 평가할 때 적용하기 쉬운 주관적인 잣대들을 검토하게 해 준다. 투자자들로서는 시장의 주기와 행태를 더 풍부히 이해하고 투자 활동 및 재테크 전반에 걸쳐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리는 투자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한 번 신중하게 할 것이다. 독자가 이 책을 내려놓으며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단 하나의 당부는 ‘아무리 신중하게 판단한다 하더라도 나의 투자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의심하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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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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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면 허리를 곧추세우고 읽어야 할 책! 


  이 책은 박경철이 우리나라의 청춘들에게 제안하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말한 책이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 박경철은 강연에 참여한 한 학생이 질의응답 시간에 "나름대로 공부하고 있지만 좋은 대학과 직장을 얻을 수 없는 걸 안다"고 자조적으로 말을 했는데, 그는 이 때 큰 충격을 받는다.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상황에 휘둘려 살아가는 청춘이 많다는 사실에 눈을 뜬 그는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출간되기 전부터 예약판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현재 대형 온라인서점 종합 1위를 달리고 있다. ‘박경철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가장 큰 이유는 서울시장 출마설로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최측근`인 때문일 것이다. 안 교수의 불출마 선언 당시 박경철은 안 교수의 바로 옆에서 자리를 지켰던 사람. 이 두 사람은 2년 전부터 ‘지방대학생 기 살리기 프로젝트 - 청춘 콘서트’ 순회강연을 함께 해왔다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이후 박경철은 시골의사라는 닉네임으로 주식투자자의 멘토를 했던 것을 넘어서 안철수와 함께 대학생들의 스승이 되었다.

   <박경철의 자기혁명>은 20대 청춘만을 위한 책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대어 중에 ‘멘토’가 있는데, 이 단어가 시대어가 된 데에는 핵가족화와 경제 불황을 들 수 있다. 맞벌이 부모가 많아지면서 자녀들이 고독해졌다. 누군가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마땅히 주위에 없는 것이 현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의 청춘 뿐 아니라 조언을 해줄 멘토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의 독자가 된다. 

 

   “청년의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이것이다. 때로는 소소한 것을 뛰어넘어 큰 이상을 품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나를 돌아보고 목표를 다지고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는 대상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차분히 응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결국 침묵의 시간, 사색의 시간을 통해서만 초대할 수 있다. 그래서 청년의 시기에 중요한 것은 술잔을 비우며 뜨거운 열정을 노래하는 것만이 아니다.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 최소한의 침묵을 통해 나 자신을 관찰하고 바로잡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42페이지
 

   박경철은 ‘젊음이라는 것은 철학자의 심장으로 고뇌하고, 시인의 눈으로 비판하며, 혁명가의 열정으로 실천할 특권이다‘라고 말한다. 그런 젊음이 되기 위한 노력이 자기혁명이고, 이것은 결국 내가 주인 되는 삶이다.

   저자는 나를 찾아가는 방법으로 방황하고, 낯선 것을 만나고, 극도로 몰입하고, 응축하라고 말한다. 침묵이야 말로 가장 능동적인 대화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은 ‘소음의 시대’라고 봐야 한다. 일상에서 고독, 침묵이란 있을 수 없는 세상이다. 조용하면 오히려 불안하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잠시라도 혼자 있게 되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그냥 혼자 두질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청춘들에게 ‘침묵과 사색을 즐기라’고 말한다. 침묵을 통해 나를 관찰하면 ‘자아’ 혹은 ‘내면’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침묵은 단순히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사색을 전제로 한 침묵인 것이다.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만 증가하면 그만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시장 만능주의를 견제하지 못하면 우리 청년들의 미래는 앞으로 더욱 어두워질 것이다. 그나마 남아 있던 전문분야, 첨단분야의 일자리마저 중국이 흡수해버릴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모두가 나만 살아남겠다고 사회문제를 등한시하고 패배주의에 젖어 나의 생존을 위한 스펙경쟁에만 몰두한다면 남은 길은 공멸뿐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이 시점에서 다음 세대의 주인인 청년들은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시장과 사회는 동행할 수 없는가? 이렇게 부단히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하면서 시스템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당장의 스펙쌓기 보다 백 배는 더 중요하다.“ 122-123쪽
 

   저자는 오늘날 청년의 위기, 넓게는 고용의 위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현재 시스템에 순응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시장만능주의가 청년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국가가 시장에 대해 균형 있는 견제와 조정을 하도록 요구하고, 또 우리가 스스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대로 시장의 시스템에 순응했다가는 나머지 일자리마저 값싼 노동력을 자랑하는 중국에 모두 빼앗길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지금 청춘들은 문제를 알았으니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결의와 공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만 증가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시장 만능주의, 사실 기업의 전제는 그렇게 천박한 것이 아니다. 기업의 전제는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에 고용과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며 함께 이익을 추구한다. 그 점에서 ‘잘못된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지금 청춘이 해야 할 일이고, 바로 정의를 실현하는 길‘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독서는 우연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다.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폰을 만들 기회가 주어진 것은 이전에 그가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결과다. 찰리 멍거가 위대한 투자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 동안 쌓아온 인문•사회•철학에 대한 방대한 관심이 시대의 패러다임을 읽는 통찰적인 안목으로 발산된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일생을 통해 독서를 해 나간다는 것은 언젠가 새로운 기회를 만날 씨앗을 뿌리는 행위이며 나를 준비된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독서는 가능성이다.” 291페이지

  박경철은 잘 알려진 다독가. 이 책에서 저자는 자기혁명의 일환으로 책과 독서, 그리고 독서법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언급하고 있다. 그 중에서 ‘독서는 새로운 기회를 만날 가능성을 부여한다’ 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로또에 당첨되어 하루아침에 준재벌이 되는 사람들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이들을 자세히 잘 살펴보면 3년이 채 되지 않아 예전보다 더 못한 상황이 된다고 한다. 그 이유가 뭘까? 바로 거금이 들어올 때를 대비한 재테크 공부를 미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나 헐리우드 명배우인 해리슨 포드와 같은 사람이 영화에 뛰어들게 된 행운을 살펴보면 그들은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도 거의 매일 영화사를 찾아가 남들이 영화를 만드는 것들을 훔쳐보거나 도왔다고 한다. 행운, 즉 기회는 바로 이렇게 준비된 사람들에게 온다.

그런 점에서 독서는 기회를 만나는 가능성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박경철은 여기서 “독서는 새로운 기회를 만날 씨앗을 뿌리는 행위이며, 나를 준비된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그만의 독서원칙과 책을 고르는 요령, 그리고 고전이라고 부를만한 조건들을 이야기 합니다. 아울러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이 책에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오늘날은 "방법만 많고 도대체 생각은 없는 세상“이다. 쉽게 말해 사람이 걷는다는 것을 예를 들어 보자. 인간이 걷는 것은 엄청난 노력의 결과이다. 아이가 태어나 누워 있다가 뒤집을 줄 알고, 엎드려 기다가 수천 번의 넘어짐을 거듭하면서 드디어 첫발을 딛고 걷게 된다. 하지만 아직 엎드려 있는 이웃집 아기는 서서 걷거나 뛰는 아기를 보고 배우기보다 화를 내며 먼저 운다. 그러면 엄마가 달려와 안아주거나 유모차에 태우고 달랠 것이다. 스스로 일어서려고 하기에 앞서 먼저 우는 방법을 터득한 아이는 결코 빨리 일어서서 걸을 수 없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자기계발서임에도 불구하고 인문서를 닮아 방법이 아닌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다. 바둑으로 보자면 다음 수를 알 수 없는 꼼수 부리기가 아니라 바둑판 전체를 볼 수 있도록 넓은 눈을 갖게 한다. 다른 자기계발서에 비해 읽기가 약간 어려운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그러므로 설렁설렁 읽기보다는 곱씹으면서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책 중에는 화장실에서 읽는 책이 있는가 하면, 책상에 앉아 허리를 곧추세우고 읽어야 할 책이 있다 ‘는 말이 있다. 아마도 이 책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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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iad 2011-10-09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상이 자동재생 안되도록 수정하시면 좋겠어요. 페이지 뜨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리치보이 2011-10-10 11:19   좋아요 0 | URL
자동재생 하는 법을 몰라 삭제 했습니다. ㅎㅎㅎㅎ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월급쟁이 재테크 상식사전 - 최신개정판 길벗 상식 사전 8
우용표 지음 / 길벗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재테크 입문서 읽지 않고 투자할 생각 아예 말라!  

   우리가 겪는 아이러니 중에 가장 치명적인 아이러니가 뭔지 아는가?먹을 것 안 먹고, 사고 싶은 것 못하고, 꼬불쳐뒀다가 간신히 만든 종잣돈을 투자랍시고 ‘듣보잡’에게 갖다가 바치고는 소위 ‘닭 쫓던 개’ 되는거다. 전문가랍시고 설쳐대는 ‘늠’들을 확실하게 살펴보지 않고 ‘고수익’이라는 딱지만 붙으면 덜컥 돈을 지르는 사람들을 보면 용감하다 못해 아예 무서울 지경이다. 

   휴대폰을 하나 보더라도 다양한 기능을 100%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통화와 문자만 하는 사람이 있다. 전자의 달인들은 휴대폰을 산 당일 날 사용설명서를 완독, 모든 기능을 익히는 사람이다. 그것도 부족해서 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카페에 가입해서 또 다른 TIP 등을 배우고 익힌다. 그래서 사흘도 안되 전문가 못지않은 내공을 자랑한다. 하지만 간신히 통화와 문자만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뭘까? 컴맹이라고? 차라리 불쌍하기나 하다. 바로 귀차니스트들 되시겠다. 

   피땀 흘려 모은 ‘피같은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 있어 ‘결혼’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맞선을 봐도 몇 번을 만나고 결혼한다. 그런데, 왜 투자할 때는 신문 한 줄 읽고, 남의 말에 솔깃하는 건가? 그렇게 주위 사람들의 소개나 평판만 믿고 돈을 ‘거져 줄’ 바에는 차라리 ‘다 쓰고 죽어라’는 어느 책 제목처럼 버는 족족 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소한 써보기는 할 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다간 죽는 그 날까지 일을 해야 한다.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월급쟁이 재테크 상식사전>(길벗)은 그래서 있는 책이다. 한마디로 ‘회사 일이 바빠 재테크는 뒷전인 샐러리맨을 위한 재테크 입문서다. 재테크의 ABC는 물론 주식, 펀드, 부동산, 보험, 연말정산에 이르는 다양한 용어들을 쉽게 정리하고, 투자 상품에 대해서도 읽기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 10년 동안 4,000원 하는 별다방 스몰사이즈 카페라떼를 매일 한 잔씩 마신다면 한 달이면 12만원, 1년이면 144만원, 10년이면, 1,440망원을 커피값으로 지불하는 셈이 되다. 그런데 만약 이 돈을 매달 12만원씩 연 15%의 수익이 나는 펀드에 넣었다면, 10년 후에는 3,344만원이라는 금액을 손에 쥘 수 있다.” 77쪽

   재테크라는 것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숨어있다. 즉 재테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조금씩 새어나가는 자금들을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렇다고 커피를 마시지 말자! 는 건 아니다.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이른 아침 커피향 가득한 따끈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만한 것이 또 있겠는가? 하지만 ‘습관’을 경계해야 한다. 소비 역시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꼭 필요할 때 한 잔은 약이 되지만,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는 오늘은 낭비요, 먼 미래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위의 사례 역시 현재 무의미하게 써버리는 돈을 절약해서 투자자금으로 사용하라는 뜻으로 여기시면 될 것이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새겨듣자. 종잣돈으로 성공적으로 모은 사람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은 바로 ‘절약 밖에 길이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담배를 끊으면 10년 후 2,100만원이 생긴다!고 말한다. 매일 2,500원짜리 담배 1갑을 피우면 결과적으로 10년간 912만원을 연기로 날려버리는 셈인데, 이 역시 15% 수익으로 10년 투자하면 2,100만원을 모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년 수익 15% 짜리 투자상품이 어디 있냐?”고 묻는 청춘이 있을지 모르겠다. 할 말 없다. 하지만 원금이라도 남을 게 아닌가. 

   “‘100-자기 나이=공격적 자산투자비율’, 일명 ‘100의 법칙’이라고 한다. 지금 30세라면 100에서 자기 나이(30)을 뺀 70%가 공격적 자산투자비율이므로 전체 투자금액 중에서 70%는 고수익이 예상되지만 위험성 높은 주식과 같은 상품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자기 나이인 30%만큼은 채권이나 예금과 같은 안전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나이가 젊을 때에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익성 위주로 자산을 운용해서 돈을 벌고 노후에는 안전하게 돈을 굴리며 생활하라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용해서 다소 손실을 보더라도 만회할 시간이 충분하지만, 노후에는 그런 위험을 감당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187쪽

   한마디로 주식투자는 왕도는 없다.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나이를 떠나 투자자의 성격이나 보유자금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방식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을 몰라 남 따라하다 망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는 펀드도 마찬가지. 저자는 이 세상의 모든 금융 상품과 펀드는 다 좋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다만 어떤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투자자에게 맞느냐 안 맞느냐의 구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펀드 중에서 아무 펀드나 적립식으로 오랫동안 투자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좋은 펀드를 선택해서 적립식으로 오랫동안 투자해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펀드란 뭘까? 저자는 좋은 펀드를 고르는 세 가지 방법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첫째, 대표 펀드를 골라라.

자산운용사마다 각각 대표적인 펀드가 있다. 이 펀드들의 수익성으로 전체 회사를 평가받기 때문에 신경을 쓴다. 대표펀드가 허술하다면 누가 그 자산운용사에 투자하겠는가? 이를 역이용한다면 대표펀드를 사야 한다

   둘째, 과거 운용수익만 믿으면 위험하다.

 과거 운용수익은 자동차의 백미러와 같다. 한마디로 이미 지나간 과거라는 뜻이다. 그동안 수익률이 좋았던 펀드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갑자기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므로 과거 운용수익을 믿고 투자해서는 곤란하다.

   끝으로 세 번째는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하는 모범생 펀드를 골라라. 3년 이상 수익률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면 가입할 만하다. 하지만 어느 달엔 수익률 1위 였다가 다음 달에 300 위정도 하는 펀드라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심장기능과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어서다. 

 



   “재테크에서 그리고 개인의 재무설계에서 주식은 마지막 단계이다. 펀드도 해보고 ETF도 해보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내 집도 마련해서 말 그대로 여유자금 성격의 돈이 있으면 시작해 보는 것이다.

   세상에서 막 태어나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뛰어다니는 것을 기대할 수 없듯이, 재산을 형성하는 초반에 주식투자라는 위험한 방법으로 종잣돈을 불리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거듭 당부하지만 주식은 위험한 것이다. 잃어도 되는 돈을 마련해서 주식에 뛰어들자. 그런데 이게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원칙이지만 가장 지키기 힘든 원칙이기도 하다.“ 459 쪽

   시골의사 박경철도 자신의 책 <주식투자란 무엇인가>에서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주식투자에 뛰어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무협소설로 비유하자면 강호 고수들의 각축장이 주식시장인데, 잘못하면 평생 모은 종잣돈을 날리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주식투자를 해야겠다면 펀드투자를 하고, 그 중에서도 인덱스펀드나 ETF 등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량주를 고르는 3가지 원칙을 한다. 특별난 원칙도 아닌 익히 들어봤던 말이다. 하지만 정말 웃긴 건 아무도 이러한 기본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째, 당신이 이름을 알고 있는 회사여야 한다. 즉 어느 업종이든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면 그 회사는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둘째, 독과점으로 비판 받는 회사여야 한다. 정유업체나 라면업체 등 업계를 이끌어 가고 독과점으로 비판 받는 회사의 주식은 우량주라는 거다.

셋째, 재무상태가 건전한 상태여야 한다. 다시 말해, 부채비율이 낮고 자기자본이 큰 기업,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 상대적으로 이익이 많이 내는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는 거다. 

  이 책은 재테크 입문서중 최고는 아니다. 그리고 그런 책은 이 세상에 없다. 그 답은 독자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입문서이든 독자가 잘 읽고 배워서 투자체질을 갖출 수 있도록 익힐 때 그 책은 최고가 될 것이다. 이 글을 다 읽고 “에이~ 별 것 없다면서 뭐 하러 이 책을 돈 주고 사나?‘ 생각이 든다면 아예 재테크 하지 말고 그날 벌어 다 쓰고 살아라. 재테크를 제대로 하려는 사람이라면 커피 끊고 담배 끊어 종잣돈 마련에 보태고(10년 후면 5천만 원이 넘는다), 이 책을 최소한 세 번을 읽고, 비슷한 또 다른 책들을 몇 권 읽는다. 이 정도는 되어야 재테크를 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투자 종목에 따른 다양한 용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용을 얻을 거다. 그래도 의심스러운가?

   장난삼아 산 로또에 당첨되어 하루아침에 준재벌이 되는 일반인들이 왜 3년이 채 되지 않아 알거지가 될까? 재테크를 위한 준비를 미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손에 쥐고 있는 듯한 당신의 돈의 가치가 환율과 금리, 그리고 높아지는 물가로 모래알을 쥔 것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최소한 내 돈이라도 지키고 싶다면 일독하시라. 

본 이미지는  팍스 TV(10월 4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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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게릴라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15
게리 해멀 지음, 이동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혁신하려거든 꿀벌의 성실함을 버리고 게릴라의 열정을 지녀라!

   “우리는 이제 20세기형 진보에 냉소적이다. 우리는 단조로운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약속받았지만, 결국은 사무직 노동자가 되었다. 우리는 상당한 자율권을 약속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많은 회사 정책의 속박을 받고 있다. 우리는 순수한 목적의식을 약속받았지만, 분기마다 수익을 점검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우리는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약속받았지만, 본질과는 상관없는 끝없는 회의에 파묻혔다. 우리는 창조성을 위한 공간을 약속받았지만, 결국은 리엔지니어링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종종 동료라고 불리었지만 낡은 소모품 취급을 당했다. 그렇다. 휘었던 우리의 등이 펴진 것은 사실이다. 진보의 시대는 육체적 부담을 줄여주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무디어졌고, 정신은 고갈되었다.“

  세계적인 경영구루 게리 하멜은 <꿀벌과 게릴라>의 첫머리에서 "진보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대신 "우리는 지금 혁명의 시대의 출발선에 있다"고 진단한다. 게리 하멜Gary Hamel은 2008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경영 구루Guru’에서 현대 경영의 창시자로 통하는 톰 피터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포춘과 이코노미스트 또한 그를 ‘세계를 선도하는 경영전략 전문가’로 선정했다.

 세계 언론이 그에게 붙인 닉네임은 ‘창조경영학의 창시자’. 관리와 효율을 강조하는 기존 경영학에 반기를 들고, 창조와 혁신의 중요성을 설파해 왔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는 경쟁의 룰을 바꾸는 혁명과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창의력만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 기업경영에서 잘 알려진 개념인 ‘전략적 의도’ ‘핵심역량’ 같은 용어를 창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뉴욕 타임스로부터 “비즈니스 개념의 혁명적 전환과 자기 혁신을 촉구한 최고의 경영 철학서”로 평가받았다. 원제는 Leading the Revolution이다. 


   “1997년까지 이동전화 사업의 세계적인 선도 기업이었던 모토롤라는 디지털무선기술로 넘어가는 1~2년 정도의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그때까지 무명이던 북유럽기업 노키아가 세계 1위 업체로 부상했다.

   한편 영국의 대표적인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딕슨의 자회사인 프리서브는 지난 98년9월부터 인터넷 무료접속 서비스를 실시, 15개월 만에 1백5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AOL을 제치고 영국최대의 인터넷 접속업체로 떠올랐다" 

   위의 사례들은 게리 해멀이 <꿀벌과 게릴라>에서 21세기 기업에겐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제시한 사례들이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 20세기까지를 "진보의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혁명의 시대"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기업과 개인이 혁명적인 자기변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해멀의 지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단순하게 주어진 일만을 성실히 해나가는 직원을 꿀벌로, 이와 대비해 과거 일 처리 방식과 단절, 새로운 혁신방안을 고민하는 직원을 게릴라로 표현했다. 비즈니스 전쟁에서는 점진적인 개선 만으로 부족하고 변화의 흐름에 혁명적으로 대처하라고 요구한다. 성실의 모범으로 여겨지던 꿀벌의 위상이 게리 하멜에 의해 굴욕을 당했다. 꿀벌이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렇게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어제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오늘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젠 더욱 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조언들이 실제 사업에서는 큰 효용을 주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거 기업에서는 리더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한 조직상이었다. 사회에서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튀지 말고 지켜보다가 앞에 사람 따라가라’ 가 우리가 배운 삶의 모범처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난 돌에 대해서도 관대하게 지켜봐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모난 돌들이 개미와 꿀벌을 대신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놀라운 부(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진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21세기의 기업환경은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경쟁사를 이기는 것보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적 탁월함보다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기업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반역자"가 되고 "혁명가"가 될 것을 주문한다. 그는 우선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과 비즈니스 개념을 바꾸고 혁신의 열정을 가진 행동주의자가 돼 새로운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로 경영진을 설득하는 게릴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IBM의 데이비드 그로스만과 존 패트릭, 소니의 켄 쿠타라기 등이 게릴라 즉, 대표적인 "혁명가"의 사례다.

   IBM의 하급 기술자 데이비드 그로스만은 인터넷을 매개로 직원들을 규합하여 IBM이 인터넷과 e비즈니스로 나아가자는 운동을 일으켰다. 거대한 관료주의의 벽에 답답해하던 젊은 CEO 루 거스너는 즉시 그들의 운동에 동참하여 혁명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하여, 누적적자 150억 달러의 죽은 공룡은 세계 최고의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로 찬란하게 부활했다.

   SONY 플레이스테이션의 창조주 쿠타라기 켄은 거의 반역에 가까운 음모로 디지털 소니의 신화를 창조했다. 그는 경쟁사 닌텐도에 핵심 부품을 만들어주면서 소니가 닌텐도를 능가하는 진짜 혁명적인 게임기를 만들 역량이 있음을 증명했다. 소니의 CEO 오가는 켄을 비난하던 낡은 간부들을 해고하고 그에게 디지털 소니의 미래를 맡겼다. 



   오늘날은 창의적이고 주변적인 게릴라의 시대라고 전망하는 해멀은 오늘날의 비즈니스는 경쟁사를 대상으로 기업을 포지셔닝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혁신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이 책이 다른 경영전략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멀은 조직과 기업의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의 혁명을 설득한다. 혁신에 열정을 가진 개인들은 행동주의자가 되어야 하며 새로운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여 경영진을 설득하는 게릴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멀의 주장은 경영진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기업에 몸담고 있는 '나'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미래는 잊어라' '다르게 보고, 다르게 돼라', '새로운 자체에 중독돼라', '이단자가 돼라' 등 혁신을 위한 행동원칙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은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비즈니스맨의 강령처럼 여겨진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은 불연속적이고 돌발적이며 선동적이다. 그래서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기업은 이미 멸종의 길로 들어섰다. 경쟁은 혁신기업 대 기존기업, 혁명가 대 기득권자의 구도가 되었다. 게리 해멀은 이렇게 말한다. “혁신적 기업은 우선 당신 기업의 시장과 고객을 빼앗아 갈 것이다. 다음으로 당신의 기업의 가장 우수한 인재를 빼앗아 갈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당신 기업의 모든 자산을 빼앗아 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추종으로는 세계적 리더십을 얻을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한다. “왜 나는 저 뒤를 쫒고 있는가?” 그리고 이렇게 선언하고 실천해야한다. “이제 나의 길을 갈 것이다. 나의 강점에 기초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이길 것이다.”

 


   이 책은 또한 경영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모든 직장인에게 또 이렇게 묻는다. “만일 노동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조직의 운명에 영향력을 끼칠 책임을 스스로 포기한다면 피고용인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라고.

   그는 직장인에게 ‘충성스러운 반대자’가 될 것을 권고한다. 조직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의존’이 ‘충성’으로 착각되어서는 안 된다. 직장인은 더 이상 의존적이어서는 안된다. 당신에게 선택권이 있다. 또한 당신은 동료에 대한 의무가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성취해 내도록 서로 돕는 것이다. ‘그들의 승리’이기도 하고 ‘나의 승리’이기도 하다.

   미래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임을 믿는 사람들의 것이다. 열정을 믿는 사람들의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꿈을 희생하지 않는 사람들의 것이다. 만들어 주는 대로 살지 않는 사람들, 과거의 유산에 매몰되지 않는 사람들, 그리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난해 4월부터 KT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게리 하멜은 대한민국의 기업에 대해 전체 사업의 스위치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21세기 인터넷 시대의 혁신 아이디어는 변두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개방과 투명성, 협업이 가능한 유연한 조직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아직도 많은 기업이 규율·집중·효율성에 역점을 두는, 쉽게 말해 직원을 로봇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명하달 식으로는 혁신은 불가능하다며 인간 능력을 단계화한다면 ‘복종’은 최하위인 반면 인간만의 고유한, 최고의 역량이란 바로 열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우리에게 지금은 꿀벌의 성실함을 버리고 게릴라의 열정을 취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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