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소가 온다 - 광고는 죽었다
세스 고딘 지음, 이주형 외 옮김 / 재인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퍼플 카우Purple Cow 는 블로그BLOG 의 위력을 읽었던 것일까?

 

 

 외국 여행 중에 도로 한가운데를 무단횡단하는 소 떼를 지켜본다면 참으로 목가적인 풍경일텐데, 만약 20분 동안 그 광경을 계속본다면 어떨까? 지루해지고, 시간이 아까워질 것이다. 이때, 그 소 떼 가운데 보랏빛 소가(Purple Cow)가 들어있는 것을 보았다면 어떨까? 눈이 휘둥그레지고 몸을 벌떡 일으키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뭐지, 저건?"

 

  세스 고딘의 퍼플 카우Purple Cow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것도 저것같고, 저것도 이것같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에게 제품과 광고란 20분 동안을 점거하고 있는 소떼와 같다. 소비자의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보랏빛 소는 특별한 신제품, 즉 리마커블remarkable한 신제품이다. 여기서 리마커블이란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worth talking about)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는 무엇일까? 따분하고 식상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누런 소다. <퍼미션 마케팅>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의 저술가이자 변화의 전도사인 세스 고딘Seth Godin이 21세기 초에 '퍼플 카우'라는 신조어를 세상에 내놓아 이제껏 마케팅 법칙들을 새로 바꿔야 함을 역설해서 세상을 들었다 놓은 적이 있었다. 그의 책을 다시 읽었다. 원제목 또한 퍼플 카우Purple Cow.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를 다시 읽은 이유는 단 하나. 리마커블한 마케팅을 주목하고 싶어서였다. 세스 고딘은 TV -산업 복합체(TV-industrial complex)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마케팅기법으로는 더 이상 기업과 제품이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TV - 산업복합체의 원리란 이런 것이다.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선점되지 않은 틈새 시장을 찾아라. 공장을 짓고, TV광고를 많이 하라. 이렇게 광고만 뒷받침 되면 판로는 저절로 확보되고 매출로 이어질 것이다. 매출이 늘어나면 공장을 바삐 돌려야 하고, 결국에는 이윤이 창출된다. 

 

  이렇듯 제품이 없어서 팔고, 널리 알리지 못해서 못파는 구시대적 마케팅 기법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다고 세스 고딘은 말했다. 이제는 리마커블한 제품을 창조하고 그런 제품을 열망하는 소수를 공략하라는 내용이 세스 고딘의 주문이다. 당시만 해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책 속에 소개된 미국의 리마커블한 사례들은 중요한 벤치마킹의 소재들로 회자되곤 했다. 하지만 5년여의 세월이 흘렀다고 하지만 지금의 우리 시장을 살펴보면 세스 고딘의 미래지향적 마케팅은 더이상 리마커블한 퍼플 카우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왜 그럴까?

 

  우리에게는 후터스같은 리마커블한 패밀리 레스토랑도 없고(라이센스를 취득해 들어온 매장은 있지만), 허먼 밀러의 비싸지만 아트적인 의자도 만들지 않았으며, 뉴비틀이나 아이팟같은 획기적인 제품을 생산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리마커블한 마케팅은 이미 우리 마케팅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를 찾으려면 우선 마케팅의 경로를 살펴봐야 한다. 아이디어(제품)의 확산 곡선을 무어의 곡선으로 설명해 보면 제품을 처음 만들었거나 그 작업에 참여한 이노베이터가 가장 먼저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고 그 다음 얼리어답터(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내서 다른 사람들보다 첨단을 걷기를 갈망하는 사람들), 전기 다수 수용자, 후기 다수 수용자, 지각 수용자의 순으로 제품을 사용한다. 세스 고딘은 얼리 어답터를 충분히 유혹할 만한 리마커블한 제품을 개발해야 퍼플 카우가 된다고 보았다. 동시에 얼리 어답터가 곡선상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쉽게 퍼뜨릴 수 있도록 만만하면서도 흥미를 돋우는 그런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얼리 어답터에 주목해 보자. 세스 고딘은 이들을 파리에서 열리는 패션쇼에 가서 맨 앞줄에 앉거나(잡지 에디터, 연예인, 관계자), 인터넷 월드(전시회)에 참가하거나, 또는 첨단의 전문잡지를 읽는 사람들, 혹은 TV 프로그램등으로 보았다. 그들이 이노베이터의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사용할 때 세상은 그들을 주목한다. 진정한 퍼플 카우의 승리는 '퍼져나가는 아이디어'에 있다고 말했다. 얼리 어답터들이 아이디어 바이러스의 핵심 유포자인 스니저(sneezers;재채기하는 사람 이란 뜻)가 되어 적극적으로 세상에 퍼뜨린다면 빙고! 퍼플 카우가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스 고딘이 말하는 퍼플 카우 마케팅이란 얼리 어답터(동시에 스니저이기도 한)를 찾아내고, 이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나 제품을 안긴다면 그들은 시키지 않아도 제품에 대해 얘기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은 이유는 우리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퍼플 카우는 별로 없는데, 왜 리마커블한 마케팅은 이미 마케팅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유레카!" 그리고 찾아냈다. 그 답은 인터넷 인프라 있었다. 이미 시장은 퍼플카우를 만들기에 앞서 퍼플카우를 인지하는 경로를 먼저 터득한 것이다. 바로 블로그Blog를 통해서였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우리 시장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 적용되는 것이란 걸 알았다. 오늘날은 무어의 곡선상에 있는 얼리 어답터와 전,후기 다수 수용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블로거Blogger 들이 있기 때문이다. 블로거들(여기서는 개인미디어측면이 강하다) 연예인과 TV 혹은 매체들과 함께 이노베이터의 제품과 아이디어를 관찰한다. 그리고 무어의 곡선상의 얼리 어답터들이 스니저가 되어 알리는 때와 시간을 같이 해서 블로깅blogging을 한다.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 후 엔터키Enter key를 누르는 순간 그 아이디어는 삽시간에 온 세상에 퍼지게 된다. 무어의 아이디어 곡선은 더 이상 필요없는 이론이 된 것이다(이는 헨릭 베일가드의 책,<트렌드를 읽는 기술>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은 블로거들이 얼리 어답터인 동시에 스니저가 되어 세상의 온갖 리마커블한 것들(아이디어나 제품 뿐만 아니라 사람과 장소 그리고 사건과 관념을 포함한다)을 찾아내어 알리고 있다. 게다가 서로의 정보에 링크하고 트랙백을 걸어 거미줄같이 엮어 놓아 새로운 생산자(프로슈머)가 되는데 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웹Web 2.0세상인 것이다. 웹 기반의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았는지 모르지만, 퍼플 카우와 블로거와의 상관관계를 알게 된 것은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으면서이다. 

 

  좀 더생각을 해보자니 퍼플 카우를 만들어내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차이점과 퍼플 카우를 승리하게 만드는 '스니저'를 역이용하는 기업들의 실태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이 점은 지난 2007년에 나온 책 <보랏빛 소가 온다 2>를 마저 읽어야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하나의 정보 제공자로만 여겼었는데, 읽은 책들이 모여 새로운 깨달음을 제공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남들은 이미 알았던 간에). 이미 읽은 책을 묵혀 두었다가 다시 읽기의 힘이 여기서 나오는 것일까? 아무튼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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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 자본주의와 세계화가 잉태한 악당 경제학, 그 실체를 파헤치다
로레타 나폴레오니 지음, 황숙혜 옮김 / 웅진윙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아직도 노예제도가 존재한다고? 

  '악한 사람들의 무리, 혹은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일러 우리는 '악당惡黨'이라 한다. 스스로 악당이라 부르는 이는 많지 않다. 이 명사는 주로 남에게 불리는 이름으로 다시 말해 악당이 존재한다는 말은 곧 상대가 존재한다는 말이다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악당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최소한 나의 뜻에 반反하는 사람은 때로 악당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이 불명예스러운 이름은 자신의 뜻은 상관없이 남에게 불리기 때문에 되도록 선하게 살려고 하는 나 역시도 혹시 누군가에게는 악당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이 세상 사람 모두 누군가의 악당일지 모른다. 

  아주 특별한 경제학 책을 만났다. 세계 경제의 어두운 페르소나, 이른바 악당경제학을 이야기 한 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쩌면 눈에 보이는데도 우리가 애써 모른 채 하고 있는 어두운 세상에 대해 시선을 고정한 여성은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언론인이다. 30여 년 동안 세상에 숨겨진 어두운 세력들을 파헤친 용감한 저널리스트 로레타 나폴레오니Loretta Napoleoni의 촌철살인적 시선이 돋보이는 책, 제목은 <적과의 동침> 원제는 Rogue Economics 이다.   



   저자는 악당 경제학에서의 '악당''경제활동을 긍정적으로 이끌어온 이면에 숨어 있는 부정적인 그림자이며, 진보의 기저에 늘 도사리고 있는 그릇된 세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아직도 세계에 존재하고 날로 늘어가는 현대판 노예들, 세계인들의 늘어가는 빚, 광고나 정책에 교란되어 휘둘리는 소비자, 수많은 착취 노동자들의 피가 스며든 신제품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악당들과 묵인하에 살고 있는 셈인데,이런 현실을 '적과의 동침'이라고 불렀다. 즉, 현재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악당들이 일으킨 경제 시스템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값싼 임금으로 착취당하는 제3세계 아동, 성 매춘, 짝퉁 산업 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이를 감시해야 할 정치세력들은 오히려 이들과 이익을 나누고 다.  

  이 책은 관념적인 경제학적 이론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 미국발 금융위기로 재부상한 케인즈 학파와 하이에크 학파간의 대립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는다. 저자는 경제학자라기 보다는 저널리스트의 입장에서 세계경제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악당경제학'에 주목하고 있다. 전통경제학파의 편에 서느냐 신자유주의경제학파의 편에 서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 더 나아가 미래 자본주의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저자는 '악당 경제학'이 존재하는 한 자본주의의 안정성은 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처음에 저자는 공산주의 체제가 세계화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부조리한 경제 세력이 어떻게 확산되는가를 조사하려 했지만, 악당 경제학은 비단 공산주의 체제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양지와 음지를 이루는 하나의 축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즉 악당경제학은 승자와 패자, 부유층과 빈곤층의 구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천박한 생활양식으로 확산시켜 우리의 삶와 사상을 천박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저자가 찾아낸 사례들은 무척이나 방대하다. 그리고 그녀가 지적한 악당들은 러시아 마피아를 비롯해 미국의 금융기관, 유럽과 중국, 제약업체와 인기 그룹U2, 이슬람에 이르기까지 개인과 단체, 국가를 막론하고 하나하나 거명되고 있었다. 그곳에는 엄청난 액수의 돈과 정치 그리고 권력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었다. 

 



   저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노예제도'. 우리는 미국의 남북전쟁과 함께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노예제도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냉전시대의 종말과 함께 일자리를 잃은 서유럽의 여성들은 '거리의 여인'이 되어 신종 매춘노예의 희생양이 되었고, 서부 아프리카의 코코아 농장에서 캘리포니아의 과수원까지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당하는 노예무역의 재물들이 존재하고 있고, 불법어획에서 '짝퉁산업'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한 축을 형성할 만큼 현대판 '노예'들은 확산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시대에 민주주의와 노예제도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며 공존한다는 것은 경제학자들도 인정하는 사실이고, 실제로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의 한 종류일 뿐이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끔찍한 것은 책 속에 수록된 읽기에도 악당들의 사례가 '남의 집 불보듯 할 만한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위의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었다. 밤거리 유흥가에 출현하는 '러시아 미녀'들은 러시아 마피아를 총책으로 하고 우리나라의 '어깨'들이 판매책으로한 '매춘노예'의 현실이었고, 손님이 없는 오후 시간에는 유니폼을 벗고 거리를 배회하게 해 '알바비'를 줄이는 '88만원 세대'를 노예로 삼는 허가받은 악덕업주들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피땀 흘려 한 두푼 모은 국민들의 소중한 돈을 늘려주지는 못할 망정 수수료를 따먹기 위해 펀드가입을 권유하는 최소한의 윤리적 직업의식도 없는 '은행'들, 최고의 법률가 집단인 로펌을 등에 업고 온갖 로비로 저희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률을 바꾸는 대기업들, 향응과 비자금에 놀아나는 국회의원들이 우리에게 펼쳐진 악당 경제학의 사례들이었다.   

  이렇듯 버젓이 악당들이 세상을 활개치는 동안 선량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일까?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지금 '환각의 매트릭스'에 갇혀 다. 쏟아지는 신제품과 점점 나아지는 생활로 우리는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제 스스로 악당 경제학에 엮여 점점 깊이 빠져들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그저 세상은 좀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어쩌면 제 스스로가 어떤 정체일 지 모르는 악당 경제학에 발을 담구고 있어 애써 함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사실일까?'하고 의문을 던지기 보다는 '어이쿠, 정말 이런 세상에 살고 있었구나'하고 탄식하는 나를 만나게 되었다.   

  의식주는 풍족해졌는데 왜 살림살이는 점점 힘들어질까? 세계인의 행복지수왜 점점 낮아지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저하되는 이유도 자식을 키울 경제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내 아이가 팍팍한 세상에서 고생하는게 두렵기 때문이라 하는데 과연 우리는 행복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미래는 점점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이 모든 미래의 해답은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 미래를 점칠 수 있는 도구인 현재를 조망하는데 이 책은 큰 도움을 주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경제학 책이었다. 지금 세상을 주무르고 있는 지하경제의 실체를 알고 싶다면 특히 오늘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당들이 누군지 알고 싶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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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군 2009-04-03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급여생활자는 다 노예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변호사든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든요...

해외여행 다니면서도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 사람만이 노예가 아닌게죠..

잡설이 길었는데,
좋은 책 소개 잘 보고 갑니다^^

리치보이 2009-04-04 02:32   좋아요 0 | URL
확장을 해보면 그렇겠네요. 하지만 여기서 노예는 악당들에게 농락당하는 현대판 노예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고용을 통한 노사관계로 확대되면 오히려 더 우울해지지 않을까요? 좋은 말씀과 방문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이미도의 영단어 타이틀매치
이미도 지음 / NEWRUN(뉴런)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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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기 영화번역가 이미도가 제안하는 쉬운 영어단어 공부법!

 

  저는 고등학교를 열심히 페달을 밟아 삼십 분이면 푸른 바다가 나타나는 강릉에서 다녔습니다. 강원도 내에서 꽤나 공부를 한다는 친구들이 모인 학교라서(전 항상 꼴찌에서 맴돌았지만) 성적에 연연하느라 풍경 좋은 바다를 지척에 두고도 자주 찾지는 못했지만, 시내 한복판에서도 갈매기를 보거나, 바다내음을 맡을 수 있는 풍광좋은 강릉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본가인 서울에 집을 두고도 강릉에서 학교를 다닌 데에는 이런저런 사연이 있지만, 자취와 하숙을 하며 가족을 떠나 일찍 독립생활을 했던 것은 개인적으로는 참 좋은 경험이었죠.
 

  일가친척없는 타향에서 학교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큰 이유중 하나는 근방 오분 거리에 극장이 세 군네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집안형편도 어려웠지만, 행여나 나쁜 길에 빠지지나 않을까 딱 굶어죽지 않을 만큼 생활비를 집에서 보내왔는데 차비를 아끼고, 군것질을 참아서 주말마다 극장을 찾았습니다. 주로 미리 몇 개월 전에 했던 영화 두 편를 동시에, 그것도 싼 값에 보여주는 극장을 찾았는데, 스펙터클하거나, 훌륭한 감독과 배우가 만든 영화가 나오거나 하면 큰 맘먹고 개봉관을 찾기도 했었죠. 주말에 극장에 간다는 기대에 한 주를 버티고, 영화를 본 후엔 그 흥에 젖어 한 주를 참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가장 행복한 때 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좋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저 였지만 저보다 더한 친구 녀석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개봉영화를 보기 위해 주말마다 서울을 찾는 녀석이었죠. 토요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터미널로 달려가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종로3가로 가 대학생인 사촌누나와 함께 찜해 둔 영화를 만끽하고 큰 집에서 하루 잔 뒤에 오후에 다시 강릉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주말을 마무리 하는 게 녀석의 주말 일정이었습니다. 녀석은 영화에 대한 열정 만큼이나 성적도 대단했습니다. 반에서 항상 일등을 놓치지 않았으니까요. 언젠가 녀석에게 '넌 영화가 그렇게 좋냐?'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이세상을 사는 세가지 이유 중에 세 번째는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야." 영화에 대한 사랑이 이정도 인데 앞에 두 가지는 뭘까요? 아무튼 녀석은 영화를, 영화속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남의 이야기 듣기 좋아하면 평생 빌어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낮에 옛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는 우리나라의 민속 금기담이 와전된 말인데, '말하고 듣기'를 삼가했던 우리 선조들의 생활경향을 엿보는 대목입니다. 소란보다는 침묵을 높이 샀던 우리가 세상이 변하면서 함께 변해 갑니다. 21세기에 들어 '이야기'가 돈이 되는 세상을 만난 겁니다. 우리가 쓰는 물건이나 제품도 기능과 품질도 좋아야 하지만, '사연'이 있으면 더 잘 팔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auce-Multi use 라고 하는 이야기산업은 지금 가장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책과 영화 그리고 게임등으로 모습을 바꾸어 세상에 나타납니다. 단순한 '이야기'가 하나의 컨텐츠가 되고, 확장되어 이야기산업으로 발전하는 세상이 오늘날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책과 영화가 되어 이 세상에 알려지고 보여져서 수만 대의 자동차를 파는 것과 맞먹는 이익을 만들어 낸다고 하니 가히 '이야기가 주도하는 세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같은 '이야기 산업'을 이끌어가는 중심에는 '영화'가 있습니다. 제가 책을 좋아하는 만큼 좋아하는 것이 '영화'인데요, 오늘 이야기 할 책은 세상에 나와 있는 영화 뒤에서 '완성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쓴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영화의 엔딩이 사라지면서 극장이 밝아질 때면 항상 나타나는 이름의 주인공입니다. 이.미.도. 네, 바로 영화를 번역하시는 분이 쓴 책입니다.  

 

  그 분은 주로 월트디즈니,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20세기 폭스,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픽쳐스의 작품들을 번역하셨는데, [쿵푸팬더],[눈먼 자들의 도시],[반지의 제왕 3부작],[슈렉 시리즈],[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글래디에이터],[제리 맥과이어] 등 460여 편의 명작들을 번역하셨습니다. 저처럼 영어에 둔한 영화광에게는 정말 가장 고마운 사람이죠. 이미 영화와 영어에 관련해 7 권의 책을 쓴 바 있는 이미도씨가 이번에 또 책을 냈습니다. 영화랑 영어랑 맞장 뜨는 공부법이라는 부제를 가진 책, <이미도의 영단아 타이틀 매치> 입니다. 그는 네이버에 블로그 이웃 베스트 5에 꼽히는 이미도의 메이드 인 할리우드 라는 블로그를 운영중인 파워블로거이기도 합니다.

 

  지난 해 초,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란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미도씨가 번역을 하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와 영화가 맺어준 인연,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다양한 지식에 관하여 가감없이 풀어낸 책이었는데, 독특한 형식의 영화이야기, 영어이야기란 생각이 들게 한 멋진 수필집이었습니다. 오병곤, 홍승완씨가 쓴 책, <내 인생의 첫 책쓰기>에 의하면 일하면서 글을 쓰는 이른바 '샐러라이터salawriter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최근 일본에서 한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한 직장인들이 책을 출간하는 경향이 있어 그것을 표현한 말이라는데, 프리랜서인 이미도씨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일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고, 독자들의 알고자 하는 욕구를 원론적인 지식보다는 경험에서 나온 지식을 통해 충족시켜주는 데에는 같은 맥락일 겁니다.  

 

  이번 책은 조금은 원론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원작영화의 타이틀에 있는 단어들을 서로 매치시켜 동의어와 다의어, 그리고 반의어를 설명하는 일종의 단어공부책입니다. 전체적인 기반을 '영화'에 두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일 겁니다. 제가 관심을 둔 것도 영화의 타이틀입니다. 다시 말해 이미도씨가 소개하는 영화들에 더 깊은 관심이 갔습니다. 하나의 컬럼에 두 개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컬럼이 모두 50개이니 모두 100편의 영화가 소개됩니다. 영화제목에 사용된 단어의 뜻을 설명하자니 자연히 영화를 소개하게 되는데, 영화인이 소개하는 영화이야기는 웬만한 영화광도 따라할 수 없는 만큼 멋진 스토리를 갖습니다. 영화의 전부를 알려주면 혹시나 '스포일러'가 될까 요리조리 잘 피해서 영화를 설명했는데, 한결같이 보고 싶은 영화 투성이였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봤던 영화들도 꽤 많이 있더군요. 하지만 영화 속에 그렇게 훌륭한 장면과 대사들이 숨어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읽다 보니 본 것은 같은데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 영화들도 있어 다시 보고 싶어지더군요. 소개하는 영화들의 뒷이야기들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입니다. 최고의 로맨틱 영화로 손꼽히는 <잉글리쉬 페이션트English Patient>의 여배우가 처음에는 '데미 무어'로 낙점되었던 사실을 아시나요?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이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어톤먼트Atonement>에 출현했었다는 사실도 아시나요? 이건 어떤가요? 명배우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출연한 명작 <레인맨Rain Man>에서 Rain Man의 뜻이 '어린 시절의 든든한 상상속 친구'라고 한다네요. 

 

  이 책에서 저자인 이미도씨는 그가 사랑하는 영화와 영어, 그리고 문학에 대해 장르를 넘나들며 실력을 유감없이 자랑합니다. 영어를 읽다 보면 영화이야기를 만나고, 그러다 보면 또 명대사를 외우게 됩니다. 재미있냐고요? 오히려 정신을 놓을까 걱정일 정도입니다. 챕터의 마지막에 소개된 단어들을 한데 모아 수록한 '통째로 끝내기 펀치' 코너는 재미있는 영화책 같지만, 결국은 이 책은 영어단어를 위한 공부책'임을 자리매김합니다. 교육과 오락을 겸비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책의 첫부분에서 "원어민용 초등학생 영영사전을 외울 수 있다면 영어 실력은 급성장할 것이다" 는 독특한 영어학습법을 소개합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사전이라 단어마다 '한평생용 필수어휘'이고, 단어의 뜻을 쉽게 잘 풀어서 설명해 뒀기 때문에 그것으로 공부한다면 외운다면 사전 속 단어와 뜻풀이를 활용하여 영작하고, 에세이를 쓰고, 의사소통까지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단어의 뜻풀이는 초등학교 영영사전식 눈높이에서 풀이를 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마치 나만을 위한 영영사전을 만든다는 기분'으로 공책에 따로 적어 자신만의 '영영사전 공책'을 만들어 보라고 권했습니다. 펄떡펄떡 살아있는 영어를 손질하는 어부 이미도씨의 조언을 따라 활어영어活語英語를 공부해봐야 겠습니다. 영화이야기를 들으면서 영어를 공부하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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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승부 - 너도 나도 이기는 최고의 협상기술
박승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에 실패했거든, 이 책을 읽어라!
 

"협상은 당신에게 무엇인가를 원하는 상대로부터 당신에 대한 호의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얻어내는 일이다." 라고 허브 코헨은 말했다. 내가 협상이란 단어의 정의를 제대로 안 것은 허브 코헨의 책 '협상의 법칙'을 통해서였다. 그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약속을 정하고, 토론을 하고, 좀 더 싸게 물건을 사려고 할 때 하는 '대화'들이 '협상'이라는 것을 알았고, 협의, 토론, 대화 등 비슷한 말들이 많이 쓰이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원하는 무엇을 상대로 얻어내기 위해서 시도하는 일, 나아가 상대가 원하는 무엇도 충족시켜주기 위해 마음을 먹는 일 모두가 협상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의 승자는 단순히 재능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뿐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협상을 해나갈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허브 코헨의 말처럼 자신이 요구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그것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능력의 근저에는 중요한 무엇이 절실히 요구된다. 바로 '진정성'이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아는 것' 그리고 '원하는 바를 진심을 담아 어필하는 것', 이것이 상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 또한 협상에 앞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능력은 '용기'다. '나의 바람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능력'인 용기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지만, 대화 특히 협상에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될 품성이다.

 

  마지막으로 협상에 있어 필요한 품성은 '역시사지之를 바탕으로한 관용'이다. 협상에는 상대가 있는 법이고, 내가 원하는 바가 있다면 상대가 원하는 바도 있다. 내가 원하는 바와 함께 상대가 원하는 바도 충족시켜야 협상은 성립된다. 나의 목적만을 달성하려 한다면 '어거지'를 쓴다 소리를 들을테고, 그 협상은 깨어진다. 혹자는 Win-Win이라 하지만 이것은 세상의 이치다. 한쪽을 위한 협상은 상대를 기만하는 것이고, 결국 '사기를 당했다'는 말을 듣게 되거나, 다시는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훌륭한 협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용기' 그리고 '관용'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것만 가지고 있다면 협상 뿐 아니라 후회없는 인생을 사는 데도 무리가 없겠다. 허브 코헨이 말한 '오늘날의 승자'로서 말이다.

 

  우리가 협상이란 단어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결정적인 이유는 외국과의 무역에서 번번히 참패를 당한다는 데에 있었다. 관료들이라 하면 제 나라 국민들에게는 '두 눈만 크게 부릅뜨면 만사형통'이었지만, 외국과의 협상은 통할 리가 없었다. 육척장신의 벽안을 가진 외국인만 보면 기가 죽어서는 그들이 제시하는 바 대로 'OK' 서명을 했던 것이다. 협상 수단인 대화 또한 '영어'에 있다는 핸디캡도 있었지만, 아무리 이해하려 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해서 말이 참 많았던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외교협상, 무역협상이었다. 그 무렵에 나온 책이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이었다. 출판에 즈음해서 무역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필독서'가 되었고, fair 하지 못한 무역협상을 할라치면 언론은 '협상의 법칙'이나 읽고 테이블에 앉았나 모르겠다고 푸념할 정도였다.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은 이해가 쉽고, 잘 정리되어 아직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미 10년 여의 시간이 지났고, 사례들은 외국의 것이어서 이를 실제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요구된 점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실정에 맞게 <한국형 협상의 법칙>이란 책도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국제 변호사 김병국의 <비즈니스 협상론>이 더 좋았었다. 특히 "나에게는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들을 권리가 있다"를 1조로 시작하는 '협상가의 권리 장전' 여덟 조항은 스스로에게 '넌 충분히 실수할 수 있다'는 여유감을 주어 좀 더 느긋하게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 <유쾌한 승부> 는 '협상의 법칙'을 우리 실정에 맞게 이해하기 쉽게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만든 책이다. '협상'이라는 단어는 그 이름을 입밖으로 내는 순간부터 자칫 '긴장할 수 있는 무게감이 있는 단어'인데, 협상이란 소수만이 할 수 있는 거대한 전유물도 아니고, 또한 어렵지 않으며, '무조건 상대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소설형식을 통해 전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로의 역할에는 '학습과 실행'을 원칙으로 한다면 딱딱한 이론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야기로 풀었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사례들 또한 우리 실정에 맞고, 충분히 실행가능하며, 일반인이 만나게 되는 협상 중에서 대체로 비중이 큰 것들이었다. 무엇보다 스토리 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학창시절 친구 였던 세 주인공은 오랜만에 선배인 지혜 누나의 카페에서 만나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비즈니스맨들의 코치가 되어주기를 자청한 지혜 누나는 이들에게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인공 한 명마다의 고민을 들어주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협상의 기술을 가르쳐준다. 저자는 협상에 대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둘 이상의 사람이나 조직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협상協商(화합할 협, 헤아릴 상) 이라는 한자에서 볼 수 있듯, 서로 협력하고 헤아림으로써 이익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존재하며 누구나 할 수 있는 대화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책이 인상적인 부분은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사례와 협상의 기술을 적어놓은 Coaching 부분이다. 주인공들이 벌이는 협상은 전월세 계약, 부모로부터의 투자지원, 고가의 가전제품 구입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꽤 비중있는(높은 가격대의 거래) 협상들을 포함해 직장업무중에 만날 수 있는 병원 운영시스템의 발주, 사내 워크숍을 위한 콘도 예약, 페밀리 레스토랑의 입점을 위한 거대점포 계약 등이 사례로 소개되었다. 비슷한 케이스라면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매우 흥미로운 마음으로 주인공들의 협상전에 빠져들 수 있었다. 사례의 끝에는 그 내용으로 얻을 수 있는 협상의 기술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고 있어 다시 한 번 환기할 기회를 제공했다.

 

  갑甲으로서의 압력과 을乙로서의 통사정으로 밀어붙이는 대화는 결코 '협상'이라 할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정보를 수집해 상대가 최대한 수용할 부분까지 공부한 후 진정성과 용기 그리고 관용심을 가지고 테이블에 앉아 벌이는 것이 진정한 협상이다. 상대로 하여금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해 준 협상'이었다는 마음이 들 수 있을 때, 그 협상은 성과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또 다른 비즈니스의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바로 협상이야말로 '상생相生의 대화'가 아닐까?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이 익히 좋은 책이란 걸 알고 있지만, 하드커버의 양장본의 딱딱한 포스에 기가 죽어서 혹은 너무 어려워서 채 모두 읽지 못했거나 읽기는 했지만 딱히 큰 배움을 얻지 못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자기계발서의 참맛이 '실행의 용이성'에 있다면 이 책을두고 한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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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양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쌈마니 재석이가 불량서클을 탈퇴한 이유는 데미안에 있다?
 

  학교에서 불량써클의 일원으로 '문제아'로 찍힌 재석이. 그 날도 재석이가 일으킨 소란으로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 노인복지센터에서 사회봉사(스스로 원해서 하는 자원봉사가 절대 아니다)를 부라퀴를 닮은 할아버지를 만나고, 부라퀴 할아버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어 '개가천선'하는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전형적인 성장통 소설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의 대강 줄거리다. 140여 편의 동화로 300만 부 이상 어린이의 손에 들린 최고의 동화작가 고정욱씨가 청소년을 위해 처음 쓴 소설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큰 가르침이 들어 있다. 지난 해 읽은 <완득이>가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

 



'새는 알을 뚫고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알을 뚫고 나온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소설 <데미안>에서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자신의 환경와 사회에 불만이 가득하고, 원하지 않게 불량서클에 가입되어 있는 재석이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변화'를 추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수반되는 고통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때 겪게 되는 고통이 '성장통'일까? 훌쩍 커서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성장통'을 겪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하지만 재석이와 비슷한 사건과 경험들을 겪으면서 많은 후회와 미래에 대한 다짐들로 번민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청소년 때의 남학생에게는 엄마의 100일 된 잔소리보다 여자친구의 한마디의 힘이 더 강한 법. 부라퀴의 손녀이자 여고얼짱인 보담이와의 교제에서 많은 변화를 겪은 재석이. 어제까지 까칠하고 불량한 재석이였다면, 보담이를 만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제목에서 재석이가 사라진 건 '행방불명'이 아니라 '개가천선'한 셈이다. 재석이와 친구 민성이의 나이만큼 입버릇 그대로 옮겨온 대화들, 그리고 부라퀴 할아버지의 가르침, 그 속에 숨은 크고 작은 사건들. 재석이가 깨뜨려야 했던 알껍질이 지금 나에게도 씌여져 있는 것은 아닌가 살펴보게 된다. 지금도 아픔이 두려워 변화를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것도 같다. 담배를 끊고, 불량서클에서 탈퇴하기 위해 재석이가 스스로 선택한 아픔들 속에서 '진짜 용기'를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이 청소년만을 위한 소설이라면, 난 아직 청소년일지(정신만은) 모른다. 충분한 재미와 배움을 느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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