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지>를 리뷰해주세요.
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지
이성호 지음 / 말글빛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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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가족과의 대화 시간 1시간 15분, 내 가족은 평균보다 짧다고?

 

  “누군가 119에 전화를 걸어 내 가슴에 타고 있는 불도 꺼줄 수 있냐물었다더니 바로 내가 그렇다. 그냥 타들어간다. 소리라도 한 번 크게 지르고 싶다. 주먹으로 벽을 쳐본다. 친구들도 요즘엔 서로 연락이 없다. 그들이 내게 정말 친구일까? 도대체 내게 가족은 나와 무슨 ‘관계’인가? 친구는 나와 어떤 ‘관계’인가? 이 세상에 그 누가 내 이야기를 진정 밤새도록 들어줄 수 있겠는가? 왜 지금에 와서 이토록 세상과 집에서 버림받은 기분, 왕따 당하는 기분인가?“ (5 쪽)

 

  우리는 보다 행복한 내일의 삶을 살기 위해 시간을 잊고 일하고, 밤을 잊고 공부하며, 투쟁하듯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보낸 하루를 ‘잘 보낸 하루’라 여기며 살고 있다. 한편으로 지당한 말이다. 우리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보다 행복한 내일’를 살기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 뭔가 완벽한 말은 아닌 듯 하지 않은가? 내가 희생한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었고 어제는 ‘그제의 내일’이었다. 그렇다면 우린 지금까지 ‘내일을 위해 희생한 셈’이 아니던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내일’만을 위해 살고 있다. 삶이란 게 날마다 맞이하는 ‘오늘의 총합’이거늘, 혹 없을지도 모르는 내일(오늘 사고로 이세상에 없고 난다면 내일이 있을까? 하루에도 수백 명이 내일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간다)을 위해 산다니...‘보다 행복한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는 말은’ 모순투성이다. 물론 내일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당장 닥친 오늘의 행복은 더 중요하다. 어제의 내일이었던 오늘,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과연 ‘행복’이 무엇일까? 대통령이 되는 것(아서라.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대통령은 몇 년동안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살다가 그 덕에 쫓겨났거나, 저격을 당했거나, 옥살이를 하는 3D업종이다)인가? 변호사가 되고 의사가 되는 것일까? 죽는 날까지 얼마가 있는지 모를 정도의 돈을 들고 사는 것인가? 아니면 꽃미남, 꽃미녀와 결혼하는 것인가? 행복이 무엇일까?

 

  내게 있어 행복은 ‘아무런 근심없이 목젖내놓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상태’가 그것인 것 같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자식, 잘 살고 있구나’ 칭찬할 수 있는 상태가 그것인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나와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남들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에 뭐라 말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다. 바로 내 행복이란 말이다. 행복은 스스로 느끼고 체감하는 것이다. 남이 평가하는 행복의 기준은 나와는 상관없는 허망한 행복인 것이다.

 

 



 

 

  이 책은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말한 책이다. ‘교육학’에 있어서는 손꼽히는 이성호 교수가 가족간, 친구간 그리고 이웃간의 관계에 대해 강연회를 하듯 편안한 대화체로 이야기한 책이었다. 어른께 좋은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좀처럼 많지 않은 요즘 사업과 일이야기가 아닌 가족과 생활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저저는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관계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본능적 행위이자, 우리가 기쁨, 행복, 성공, 만족, 희열을 느끼는 곳이며, 좌절, 고통, 불만, 실패, 갈등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도 관계를 통해서 라고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원활하지 못한 관계 속에서 하루를 산다면 행복하지 않은 하루가 되고, 행복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보았다.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행복감’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활한 관계란 서로 만들어지는 것, 나 혼자의 노력으로는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원활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자못 진지한 문제에 대한 해답은 오히려 쉬워 보인다. 먼저 관계의 상대에 대한 인정을 통한 대화를 통해서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상사와 부하가 자신을 앞세우기 전에 상대의 형편과 애로사항을 먼저 이해하고, 세대차이를 먼저 인정하고 대화할 때 비로서 대화는 원활하게 이뤄진다. 변화무쌍한 오늘날의 세상은 사람들을 더욱 바쁘게 움직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만큼 개개인은 점점 고독해진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관계적 사고(그것이 의식적으로 유념해둬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울해지지만)는 우리가 행복해지는데 있어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할 내용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윗사람과의 대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젊은이들을 위해 마치 할아버지가 풋풋한 청년이 된 손주에게 가르침을 주는 듯한 저자의 필력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그래, 그런 적도 있었다’ 싶고, ‘옳거니,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관계를 말한 책이라 그랬을까 저자가 독자에게 대화란, 관계란 이렇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읽기 쉽고 재미있는 책, 그만큼 많은 배움도 얻은 책이었다.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고독해져가는 현대인에 있어서 '관계'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원만하지 않은 가족, 직장생활을 하는 독자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삶은 누구에게나 관계로 가득 차 있다. 삶의 성공은 너와나, 우리들 사이에서의 성공을 의미한다. 가정이 행복하다 함은 부부, 부모-자식 사이가 좋다는 뜻이고 사랑에 성공했다 함은 남녀의 관계가 조화롭다는 뜻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함은 일과의 관계를 훌륭하게 맺었다는 뜻이다. 우리는 사람, 일, 자연과 원만하고 즐거운 사이가 되어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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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도전의 증거>를 리뷰해주세요.
26살, 도전의 증거
야마구치 에리코 지음, 노은주 옮김 / 글담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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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청년도전기! 

 

  오늘날 약간의 절차를 거치면 아무나 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아무나 사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위 잘 나가는 회사를 운영하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제품, 즉 값어치를 하고 남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또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볼 수 있도록 잘 알려야 한다. 회사라는 게 어디 한철 장사인가? 꾸준히 제품을 생산해 내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품관리도 철저해야 하고 직원들도 다른 회사로 떠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변덕스러운 소비자의 입맛을 짐작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출렁거리는 경기를 예측해 적당한 값에 제품을 팔아야 한다. 사장이 되어 사업하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한 여성이 있다. 초등학생 때는 왕따를 당해 가까스로 학교를 졸업하고, 우연히 배우게 된 유도를 통해 ‘도전’을 배우더니, 늦은 공부를 해서 게이오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새롭게 영어를 배워 개발도상국을 돕는 워싱턴 국제기관에서 인턴을 하더니, 몸소 그들을 돕고자 최빈국 방글라데시에서 수공예 가방회사를 차려 글로벌 기업의 사장으로 막 시작에 접어들었다. 단 네 줄의 이력이지만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녀의 변신에는 ‘도전’이 숨어 있다. 당차고 야무진 여성 야마구치 에리코<26살, 도전의 증거>를 읽었다. 원제목은 裸でも生きる――25歳女性起業家の号泣戦記 다.

 



 

  저자가 그려낸 스물 여섯의 이야기는 마치 눈물로 쓴 것 같다. 무시당해서 서러워 울고, 죽을만큼 힘들어 울었다. 말 그대로 ‘고생을 사서 하듯’하는 그녀의 성장은 안타깝기까지 했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해?’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살아가는 그녀를 지켜보기는 쉽지 않았다. 넘어지고, 깨지고, 다쳐서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자니 짜증도 났다. 특히 유도를 위해 남학생만 받는 유도부에 홀로 들어가는가 하면, 공부라곤 하지 않던 머리로 게이오를 들어가고, ABC부터 시작하는 영어를 갖고 워싱턴의 국제기관에 인턴으로 채용되는 과정을 보면 ‘눈물’, ‘젊음’과 ‘도전’을 빼면 이룰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만약 그녀가 단지 ‘많은 돈을 벌고자 했다면’ 최빈국 방글라데시에서 가방공장을 만들고 회사를 세우지 않았을 게다. 개발도상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즉 후진국의 발전을 위해 ‘죽지 않을 만큼’ 원조를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생산해서 만든 결과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녀의 큰 생각과 꿈은 UN본부나 여느 자선단체의 장과 비교해도 될 만한 훌륭한 그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직접 몸으로 실천하며 뛰고 있지 않던가?

  악당경제학을 이야기한 로레타 나폴리오니의 책 <적과의 동침 Rogue Economics>를 보면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벌이는 자선사업은 엉터리라고 말했다. 록그룹과 연예인, 세계적인 정치인들이 모델이 되어 세계를 통해 돈을 모으면, 그 돈으로 기업들의 물건을 사서 무상으로 ‘원조’를 해주는 시스템, 즉 손발을 묶고 먹여 살리는 시스템은 빈곤의 악순환만 가중시켰다. 대량으로 원조된 구호품들은 권력을 가진 정치세력이나 독재가들이 차지해서 그들의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북한에 식량제공을 했더니 미사일을 쐈더라는 작금의 예도 해당되지 않을까?). 에리카의 작은 행보는 '거지에게 동냥하는' 수준의 독약같은 지원이 아니었다. 

  선진국이나 대기업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아웃소싱은 그들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국민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값싼 노동력과 자국에는 없는 가공되지 않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코코아가 그렇고, 커피가 그렇다. 다이아몬드가 그렇고, 금이 그렇다. 약간의 상품화 기술과 유통망으로 엄청난 이익을 독식하는 세계적인 기업에 반해, 헐값에 자원과 노동력을 파는 후진국 사이의 균형있는 무역을 위해 ‘공정무역제품표시Fair trade'가 시작된 것처럼 야마구치 에리코는 세상에는 없고 방글라데시에만 있는 ’예쁜 주트 가방‘을 만들어 ’Made In 방글라데시’를 넣고자 했다. ‘난 가난한 나라를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가 넘어진 그녀를 일으키고 결국 뜻하던 바를 이루게 만든 것이다. 

“지금 뛰지 않으면 나의 세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다.“

  그녀의 회사 '마더 하우스Mother house'는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그녀가 꾸는 꿈도 막 시작된 셈이다. 스물 여섯의 여성이지만, 굽힐 줄 모르는 ‘도전정신’과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이타심은 계속 그녀를 꿈꿀 수 있도록 해줄 것 같다. 아무런 지식도 실력도 없이 필요하다면 그 때부터 시작해서 현장에서 배웠던 그녀는 이렇게 꿈꾸고 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이력서용 스펙을 위해 수백만 월의 등록금을 내고 도서관 한켠에서 토익과 씨름하고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을 생각나게 한 책이다. 그들의 꿈이 ‘대기업 취직’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는 꿈이 있고, 젊음이 있고, 누구보다 도전정신이 있을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들은 그런 사회적 통념을 떨치지 못하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그들도 가능할텐데... 

  일전에 명강연과 저술로 유명한 분을 만나 이야기하던 중 청년실업에 대해 언급한 말 중에 이런 말을 하셨다. “젊은 세대들이 88만원 세대라며 저주받은 세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주를 받았다고 느끼면 그걸로 끝이 난다. 영원히 ‘피해자’로 남는 것이다. 그 어떤 놈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만들었던 제도와 정부만 탓하기에는 젊음이 너무 아깝다. 시스템이 그렇다면 떨쳐버려야 한다. 지금 나라가 그런 실정이라면 그것을 탓하거나 원망할 시간에 내 꿈을 찾아서 살아야 한다. 대기업은 늙도록 밥은 먹여주지만 꿈은 이뤄주지 못한다. 나는 88만원 세대들이 급여를 적게 받아서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꿈을 잃어버린 세대라는 것이 더 안타깝다.”

  사장이 되거나, 벼락부자가 되거나, 유명인이 되거나,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하거나, 구멍가게 아저씨가 되거나, 자신만의 꿈이 있고, 아직 그 꿈을 져버리지 않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젊은이의 창업기와 꿈을 잃지 않는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그러니까 당신도 살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20,30대 청년. 구직자. 예비창업자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지금 뛰지 않으면 나의 세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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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의 마음가짐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양원곤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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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에게 일과 성공은 무엇인가? 그 답을 이 책에서 찾아라!

 

  대학을 입학한 지 두어 달이 지나서 였을게다. 학과에서 제일 고학번이자 조교를 맡고 있는 선배님이 만든 술자리에 불려갔는데, 공교롭게도 선배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서너 잔을 연거푸 마셔 홍시같이 빨갛게 된 내게 학창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이 없냐고 선배가 물었다.“최근에 인상적으로 읽은 책좀 알려주세요.” 딱히 묻고 싶은 말도 없었지만, 고등학교를 통털어 달랑 세 권을 책을 읽었고, 대학에 와서는 지성인입네 하고 펼쳐든 막스 베버의 자본론 보론을 열 페이지 보다가(‘읽다가’가 절대 아니다) 지레 포기해 버린 독서 무지랭이가 내뱉을 말은 아니었다. 선배는 옳다구나 하고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단행본이 아니라 복사해서 제본한 책, ‘신국토창성론’이라는 한자만 달랑 있었다.

  내가 경영의 신 마츠시타 고노스케를 처음 만난 때가 그때였다. 나쇼날과 파나소닉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전업체의 기업가가 국가의 미래를 염려해 1976년에 냈다는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사실은 그룹내에 있는 PHP연구소와 함께 썼다고 하지만 책의 시작은 오롯이 그의 생각이라고 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섬나라 일본이라는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일본 열도에 있는 산지를 깎아내어 평지로 만들고 깍아낸 흙은 간척지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일본 열도를 더욱 넓게 개조해보자는 것. 선배는 그 책에서 소비자가 살고 있는 사회 나아가 국가를 걱정하는 기업가 정신을 배웠다고 했다. 그 후로는 훌륭한 기업인하면 마츠시타 고노스케를 떠올린다. 뇌리에 제대로 각인된 셈이다. 

  선배의 말씀대로 그는 훌륭한 기업인이다. 소비자들에게 좀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뿐 아니라 후배 경영인과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많은 책을 남겼다. 그 노력은 마츠시타 정경숙에서 잘 나타난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일본 정제계 최고 인재를 길러내는 일종의 엘리트 아카데미인 '마쓰시타 정경숙'을 자비로 설립하여 인재양성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여 수많은 학술단체와 사회복지재단에 재산을 기부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다.

  선배가 빌려준 ‘신국토창성론’ 제본판은 지금도 가지고 있는 소중한 책이다(돌려주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일독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후론 거듭 읽고 있는 책이다. ‘미약한 내가 만든 제품을 기꺼이 구입하는 소비자께 늘 감사할 따름‘이라고 죽는 날까지 자신을 낮췄던 마츠시타 고노스케. 오늘은 그에게서 훌륭한 사원 지혜를 배웠다. 소개하는 책은 <사원의 마음가짐>으로 <경영의 마음가짐>, <사업의 마음가짐>과 더불어 <마츠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시리즈>중 첫 번째 책이다. 원 제목은 社員心得帖 이다.

 



  

  이 책은 크게 [사원의 마음가짐]과 [인생의 지혜]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사원의 마음가짐]은 신입사원, 중견사원, 간부사원으로 다시 세분화 되어 그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인생의 지혜]는 삶을 대하는 마음과 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여느 경영자의 책들과 딱히 특별한 내용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마치 윤리책이 출판사를 막론하고 같은 내용을 지닌 것과 다름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중요한지도 모른다. ‘마땅히 당연한 것’은 변할 수 없는 법, 기업에 속한 사원이라면 마땅히 알아야 할 내용이 전부 들어 있기에 오히려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인 셈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기를 권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책에는 직장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과 내가 살면서 느낀 인생의 지혜가 정리되어 있다. 물론 대부분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껴 왔고 늘 사원들에게 이야기해 왔던,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극히 기본적인 내용들이다. 하지만 현대사회가 워낙 격심한 변화의 시대인지라 오히려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착실히 실천해 나가기가 어렵기에 이 내용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6 쪽)

  회사의 형편이 나빠지면 ‘인원감축’으로 비용을 줄일 것을 먼저 생각하고, 정규직 신규채용은 줄고 비정규직과 인턴들이 빈자리를 채우는 오늘날의 기업현실에서 경영진이나 임원들에게 존경심을 갖고, 기업에 ‘애사심’을 갖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에 전력을 다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과 내 회사에 열정을 가지고 임해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이 책에서 ‘기업인’으로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낮춰 ‘독자와 같은 사원’으로서(먼저 경험한 직장선배) 전체적으로 내용을 끌어내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을 위한 사원을 마음가짐이 아니라, 내 행복을 위한 ‘직장에서의 마음가짐’을 언급했다. 그는 신입사원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설명하면서 직장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가늠하는 열쇠는 자신의 첫 입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 즉 입사를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중견사원은 마치 어학공부에 몰두하면 꿈속에서도 외국어로 말할 정도가 되듯이 꿈속에서조차 회사 일을 할 만큼 자신의 업무를 사랑한다면 그 사원의 미래는 밝고, 입사후 2-3년에 찾아오는 슬럼프나 무기력감에 대해서는 ‘감격의 첫 출근 때의 마음’은 다시 일어설 힘이 된다고 말했다. 간부사원에 대해서는 ‘책임감과 리더십’을 강조했다. 진정한 리더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런 책임의식이 있을 때 부하 직원이나 상사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는다고 확인해 주었다.

어디서 읽은 듯 익히 들은 듯한 이야기들이지만 마츠시타 고노스케라는 인물의 포스 때문인지 새삼 그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소리없는 전쟁터’같은 너무나 현실적인 일상에 엮여 있던 터라 ‘도덕책’같은 그의 말은 ‘아, 그래. 원래 그런거 였지’ 재확인하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의 ‘운명론’이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인력으로 어쩔 수 없이 운명지어진다는 것을 부정했다. 인간의 힘과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약간의 여지‘를 운명의 신비, 인생의 묘미라며 이 10~20%의 여지 부분에 최선을 다하느냐 못하느냐가 남은 운명 80~90%를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이 범위내에서 자신의 신념을 다한다면 성공할 수 있고, 성공했다고 우쭐하지도, 실패했다고 낙담하지도 않는 것이다. 

“성공이란 성공할 때까지 끝없이 매진하는 일이다. 내 사업을 하는 사람, 나아가 좀 더 나은 인생을 살려는 사람은 누구든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일과 삶에 몰두해야 한다.”

  그는 옛날보다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불평불만과 불안감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을 들면서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의 잘못된 성공관’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나 단체, 학교에서 지위나 명예, 재산같은 기준을 지나치게 강조해 사람들이 자신의 고유한 재능을 살리고 사명에 따르며 사는 일의 중요성을 간과해 버리는 경향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한경쟁시대로 일컫는 오늘날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를 위한 ‘무한경쟁’인가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학교가 만들어낸 이 말에 사람들은 ‘전사’가 되고 ‘선수’가 된다. 저마다 느끼는 인생의 목표와 성공의 가치는 다른데, 오로지 부와 명예를 위해 모두가 같은 목표를 설정한다면, 오히려 그것을 거부하고 돌아서는 사람이 더 쉽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기업의 왕회장에게서 성공하는 직원의 길을 물었더니 오히려 행복한 인생을 사는 사람의 길을 들은 기분이다. 의도와는 달랐지만, 소득은 더 크다. 마저 시리즈를 모두 읽어야겠다. 난 몇 시간 동안 이젠 이 세상에 없는 경영의 신과 대화를 나눴다.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어야 할 책, 직장인에게 권하고 싶은 든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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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가 온다 2 - 보랏빛 소를 만드는 방법
세스 고딘 지음, 안진환 옮김 / 재인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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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를 알리는 지름길, 블로그. 그리고 한국 블로그의 우울한 미래 
 

  두 번째 책의 이야기에 앞서 우선 세스 고딘의 퍼플 카우Purple Cow 이야기를 다시 요약해 보자. 외국 여행 중에 도로 한가운데를 무단횡단하는 소 떼를 지켜본다면 참으로 목가적인 풍경일텐데, 만약 20분 동안 그 광경을 계속본다면 어떨까? 지루해지고, 시간이 아까워질 것이다. 이때, 그 소 떼 가운데 보랏빛 소가(Purple Cow)가 들어있는 것을 보았다면 어떨까? 눈이 휘둥그레지고 몸을 벌떡 일으키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뭐지, 저건?"
 

이것도 저것같고, 저것도 이것같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에게 제품과 광고란 20분 동안을 점거하고 있는 소떼와 같다. 소비자의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보랏빛 소는 특별한 신제품, 즉 리마커블remarkable한 신제품이다. 여기서 리마커블이란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worth talking about)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하다는 뜻이다.  제품이 없어서 팔고, 널리 알리지 못해서 못파는 구시대적 마케팅 기법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다고 세스 고딘은 말했다. 이제는 리마커블한 제품을 창조하고 그런 제품을 열망하는 소수를 공략하라는 내용이 세스 고딘의 주문이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은 이유는 우리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퍼플 카우는 별로 없는데, 왜 리마커블한 마케팅은 이미 마케팅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걸까? 오늘날은 무어의 곡선상에 있는 얼리 어답터와 전,후기 다수 수용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블로거Blogger 들이 있기 때문이다. 블로거들(여기서는 개인미디어측면이 강하다) 연예인과 TV 혹은 매체들과 함께 이노베이터의 제품과 아이디어를 관찰한다. 그리고 무어의 곡선상의 얼리 어답터들이 스니저가 되어 알리는 때와 시간을 같이 해서 블로깅blogging을 한다.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 후 엔터키Enter key를 누르는 순간 그 아이디어는 삽시간에 온 세상에 퍼지게 된다. 무어의 아이디어 곡선은 더 이상 필요없는 이론이 된 것이다(이는 헨릭 베일가드의 책,<트렌드를 읽는 기술>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은 블로거들이 얼리 어답터인 동시에 스니저가 되어 세상의 온갖 리마커블한 것들(아이디어나 제품 뿐만 아니라 사람과 장소 그리고 사건과 관념을 포함한다)을 찾아내어 알리고 있다. 게다가 서로의 정보에 링크하고 트랙백을 걸어 거미줄같이 엮어 놓아 새로운 생산자(프로슈머)가 되는데 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웹Web 2.0세상인 것이다. 웹 기반의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았는지 모르지만, 퍼플 카우와 블로거와의 상관관계를 알게 된 것은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으면서이다. 
 

리마커블한 제품이나 서비스인 보랏빛 소. 전편에서는 리마커블해진다는 것이 무엇이고 왜 성장의 지름길이 되는 지 알려주었다면, 두번 째 책에서는 리마커블한 마케팅의 영역은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준다. TV등의 대중매체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마케팅을 해야 하는 대안代案이 아니라 어떤 상품, 어떤 서비스라도 리마커블해질 수 있고, 회사차원에서 뿐 아니라 기업내에 있는 사원들도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레오 버넷과 데이비드 오길비, 빌 번버크, 그리고 마크 트웨인의 머리를 하나로 합한 다음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리면 남는 사람이자 전편의 저자(당연한 말이겠지만), 세스 고딘Seth Godin이 썼다. <보랏빛 소가 온다 2>. 원제는 FreePrize Inside 다. 원서는 재미있게도 시리얼 모양의 포장(사진참조)시리얼 상자에 넣어 책을 출간했고, 전편에서는 사각 우유팩에 넣어 책을 출간했다. 이 책 자체가 리마커블한 모델이 아닐 수 없다.
 

  :: 힘들고 위험한 기술 혁신에는 매달리지 말라. 그걸 보상해 줄 만한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 대중매체 광고나 홍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지 말라. 그걸 되돌려줄 만한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오늘날 리마커블한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승자가 되고, 그 아이디어는 작은 혁신, 즐거울 뿐 더러 공짜인 것들이고 뛰어난 기술이나 놀라운 재능이 필요없다. 즉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리마커블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바로 '고객'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단, 불만족스러워하는 고객, 혹은 덜 만족스러워하는 고객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세스 고딘은 '경계해야 할 고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만족스러워하는 고객은 우리의 적이다."   

  이 책에서 주목된 부분은 리마커블한 마케팅에 성공한 [챔피언들에게는 통할 열 여섯가지 전략]과 제품과 서비스에 예상 밖의 장점이나 새로운 가장자리, 즉 정말로 리마커블한 무엇들의 예를 밝힌 [가장자리Edge 목록]이다. 특히[가장자리Edge 목록]은 리마커블한 상품이란 무엇이고,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세스 고딘은 오늘날은 상품이 곧 마케팅이라고 한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제 마케팅의 법칙은 달라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모든 것이 마케팅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게임의 규칙이 빠르게 변하고, 잘 하면 한 방에 성공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며,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데 좀 더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248쪽)
 

  이 말은 곧 소비자의 말에 귀기울이고, 그에 대답할 수 있는 '대화형 마케팅'을 말하는 듯 했다. '대화형 마케팅'의 보다 공격적인 내용이 요즘의 '블로그 마케팅'이 아니던가?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는 TV - 복합체 산업, 즉 대중매체에 광고의 양적 증대만을 마케팅으로 알았던 기존의 마케팅 기법에 대한 대안으로 내놓은 마케팅 방법이다. 즉 소비자는 광고를 인식할 뿐 더 이상 현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이제는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제품에 빠질 수 있도록 소비자의 불만과 푸념에 주목해야 한다고 알렸다. 그들이 바라고 상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제품은 금방 팔릴 것이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스니저Sneezer(재채기하는 사람)가 되어 입소문을 낸다고 말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책 자체도 리마커블한 책이었겠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한 번 내용을 잘 훑어 본다면 Web 2.0 세대의 소비자 특징을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이 책은 2004년에 출간된 것이어서 세스 고딘은 앞으로 스니저들이 입소문을 내는 방식이 블로그Blog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하지만 웹상의 블로그 마케팅 역사는 10년에 접어들고 있다. 그래서 그는 블로그를 몰랐거나, 과소평가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는 소비자가 가진 입소문의 힘이 점점 막강해지고 있음을 확실하게 이해했다. 그리고 몇몇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불만에 적극적으로 귀기울이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캐치했다(현재 그들은 틀림없이 성공했으리라). 소비자를 위한 공짜상품을 만드는 법, 그리고 그들에게 귀기울이는 방법을 배우는 데는 이 책이 처음이라고 봐야겠다. 놀라운 책이다.
 

  이쯤에서 오늘날의 스니저의 위치와 그에 대응하는 기업들을 생각해 보자. 스니저들은 블로거로 변신해 또 다른 생산자(엘빈 토플러의 말대로라면 프로슈머)가 되어 제품의 사양을 기업을 대신해 설명하고, 그것을 사용한 후 느낌을 후기Review 형식으로 세상에 알리고 있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라면 '정말 좋다, 이렇게 하더니 좋더라'라고 적극 칭찬하며 사용을 권장하고, 그 반대일 경우는 '적극적 불매운동'을 펼칠 정도로 악평을 한다. 스니저(블로거, 프로슈머)들은 자신의 시간을 허비해가면서 도대체 왜 남들에게 그런 내용을 알리려고 할까? 블로그 마케팅을 설명한 책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Naked Conversations>의 저자 로버트 스코블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의 본성, 즉 이타심(他心 :  사랑을 주의로 하고 질서를 기초로 하여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타인의 행복과 복리의 증가를 행위의 목적으로 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렇다. 블로그의 시작은 온전히 이기주의에서 시작했다. 남의 글을 퍼오고, 나의 하루나 생각을 알리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에게 관심을 두거나, 혹은 나가 사용한 물건이나 장소, 서비스에 관심을 두는 다른 블로거들이 생기자 그에 대해 알리게 되었다. 순수한 이타심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순수한 마음을 믿고, 블로거의 포스팅을 신뢰하게 되면서 원래 이기적인 블로그는 점차 객관성을 가진 개인 미디어Social media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제 블로그는 저마다 하나의 미디어가 되었고, 방문자수와 댓글, 그리고 트랙백은 해당 미디어의 신뢰성과 위력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척도가 되었다. 
 

  여기까지 본다면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마케팅의 방법이 정착된 듯 하다. 하지만 기업은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기업이 블로그에 끼어든 것이다. 그들의 시작도 처음은 건전했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모니터링을 위해 관련 분야에 능한 블로거들을 찾아 그들에게 신제품을 증정하고 대신 사용후기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기업의 속내도 숨어 있다. 바로 블로거에게 인지상정(情: 사람이면 가지는 보통의 마음)을 노린 것이다. 유일한 진리가 있다면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는 명제다. 비록 공짜지만 제품을 사용하고, 그에 대해 평을 하기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블로거가 자신이 필요했던 제품이고, 고가일수록 공짜제품을 바라보고 그것을 평하는 시선은 부드러워진다. 그래서 약간의 포장과 과장이 더해져 제품을 평하게 된다. 뭐라 할 건 없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라지 않은가?
 

  하지만 기업이 노리는 바는 그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문적으로 기업에 우호적으로 블로깅을 하는 블로거를 양성하거나, 나아가 경쟁사의 제품에 악평을 다는 블로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처음에는 블로거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소비자들이 '알바 블로그'인지 아닌지 의심해야 할 만큼 혼탁해졌다. 전문적으로 블로그 마케팅을 대행하는 회사들이 생겨나 기업과 블로거의 중간에서 일정금액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개인미디어로서의 블로그를 운영하던 블로거들이 나름의 '윤리적 기준'이 부족한 탓일 수도, 약아빠진 기업들의 블로그 마케팅 탓일수도 있겠다. 문제는 더 이상 블로그의 리뷰를 온전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블로그 마케팅에 빠진 블로거들이여, 아직도 블로그에 '이타심'이 배어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블로그란 원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그래서 자신의 24시간에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것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하루 24 시간에 주목하자. 개인의 정체성을 밝히는 데 있어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고, 자신이 근무하는 곳도 소개할 수 있다. 사업자의 경우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업종의 일과 업무등도 알릴 수 있다. 왜? 나의 직업과 나의 일이 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홈페이지와 같은 설치형 블로그보다는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통합형 블로그가 주를 이루고 있어 포털사이트의 제약을 받는다. 약간의 '광고적 냄새'가 나면 포스트가 비공개로 설치되거나, 때로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삭제되기도 한다. 
 

  다 좋다. 이런 것이 설치형 블로그를 운영하지 못하는 블로거의 불익이고 설움이라면 달게 받겠다. 문제는 포털에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제공한다면 그 블로그는 허용이 된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돈을 더 내면 낼수록 '스폰서 링크'의 위에 올라서게 된다면 그래서 방문자수를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한다면 그곳을 방문하는 블로거는 꼭두각시인가? 이런 시스템이라면 돈을 내는 블로그는 일종의 광고배너인 셈인데, 해당 블로그에 가서 클릭하는 수만큼 돈을 줘야 올바른 게 아닐까?
 

  필자가 안타까워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블로그가 제대로 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Web 2.0에 가장 걸맞는 소통수단이 블로그인 만큼 블로거들은 나름의 윤리관으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바라보고, 그것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기업은 예전에는 없던소비자들의 소통수단을 끔찍하게 무섭게 여겨서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불만이나 불평을 적극 수용하고 그것을 개선함으로써 소비자들을 충족시키는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할텐데, 우리나라의 블로그는 단지 새로운 형태의 '광고'로 전락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것도 TV, 케이블의 광고나 다른 마케팅비보다 훨씬 싼 껌값에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기업은 즐거운 비명을 부를 지경이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은 블로그의 힘이라는 '칼자루'를 소비자들이 기업에게 내주는 셈이 된다. 개인의 상업적 블로그를 금지하는 포털 사이트가 자사에 수수료를 내는 기업 블로그는 양산하고, 그와 더불어 기업의 블로그 마케팅이 블로거들의 이름을 빌어 자세를 광고하려 한다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소비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 또 다른 창구가 필요해질지 모른다. '당장 먹기에 곶감이 달다'고 했다. 맛이 달다고 곶감을 계속 먹게 되면 변비에 걸린다. 심한 변비는 약도 없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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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섬뜩하지만 매혹적인 글맛이 있는 판타지 소설  

 

  지난 월요일 집안에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소동의 발단은 동생녀석이 아끼는 아이팟을 잃어버린 일. 두 달여를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결별을 선언한 후 아픈 마음을 달래서 '소주'를 마신 게 화근이 되었다. 한 잔이 두 잔되고, 한 병이 두 병 되면서 정신을 잃을 지경까지 마셨단다. 취할 정도로 마셨으면 배도 부르련만 '허기'를 느낀 녀석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었단다. 바늘에 실 가듯 라면엔 김치가 필요하다며 일 이분 자리 비워 볶음김치를 사러 간 사이 녀석의 가방이 털린 것이다. 신분증과 몇 만원의 돈이 든 지갑과 함께 녀석의 애장품이 도난당한 것이다. 
 

  취해서 집에 왔을 때는 몰랐단다(알았다면 취했겠는가?). 콩나물 국에 해장하고, 외출을 준비하던 중에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이 없어지자 '어딨냐?'며 소란을 피웠고, 날짜 지나 찢어진 신문같은 어제의 기억을 더듬고는 심증을 굳힌 것이다. 그 후엔 소란은 잠잠해 졌다. 대신 한 숨 섞인 녀석의 푸념만 있을 뿐. "술만 안마셨어도...라면만 안먹었어도, 김치만 안샀어도...가방만 들고 있었어도..."  
 

  후회는 선택한 것에 대한 미련이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개울의 물이 흐르듯 시간의 선상에 놓인 인생에 후회는 참 부질없다. 후회했던 과거의 시간마저 후회할지도 모르기에 '그 단어'를 잊으려 애쓴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의 선택의 상황이 있는 만큼 잦아드는 후회심은 어쩔 수가 없다. 난 사람이니까. 사람이니까 후회하고, 그럴 수 밖에 없다면 시간을 줄이고, 얼른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상책일 터, 그게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고민이다. 특히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만난 후 드는 그것은 내가 싫어질 만큼 날 괴롭힌다. 이럴 땐 후회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머리를 콩콩 쥐어 박으면서 이렇게 말할 뿐이다., "딱 오분 전으로만 돌아간다면, 고칠 수 있을텐데..."
 

  흘러버린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그때부터 '시간'이란 이미 무의미한 단어가 될른지 모른다. 후회의 연민에 빠져 있는 인간을 한심스럽다 하는 것은 지금 보내고 있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도 과거의 그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기에 '당장'에 충실하는 법이 최고일진대 '과거의 늪'에 빠져버린 그것을 끄집어 내려 애쓰니 그보다 한심한 일이 또 어디 있겠나? 소설 < 위저드 베이커리>는 후회로 얼룩진 인간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그리고 되돌리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한 걸음 다가서서 '만약 되돌렸다면? 그 다음은 어쩔건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해리포터>의 판타지를 닮은 묘한 느낌의 소설, 시큰퉁해 몇 장을 넘기다가 마지막을 읽기를 거부할 수 없었다. 신선하고 독특한 소설이다. 

 


  제가 스스로 원해서 태어난 인간은 없다. 그리고 부모를 닮고, 부모의 환경에서 태어난 '작은 인간'에게는 일정기간 선택권이란 많지 않고, 또 있다고 해도 별로 중요한 것도 없다. 주인공 소년 또한 무형의 의지라는 것이 자신의 삶의 자리를 결정할 수 있다면, 많은 선택을 했을 법한 환경에 있다. 하지만 어리고 학생이다. 그리고 애써 고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아버지와 죽은 엄마를 대신하는 새 엄마 '배선생', 그리고 배선생의 딸과 가족입네 하고 살아가는데 큰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다만 소년이 원했던 바는 '각자가 들이마실 공기의 부피를 침범하지 않기' 어짜피 독립할 수 있는 그 때는 떠나려고 했으니까.
 

  소년은 '단지 거기에 있었을 뿐'이었다. 여섯 살에 엄마가 소년을 버렸을 때도, 새 엄마 '배선생'이 엄마이기를 자처하며 들어왔을 때도, 배선생의 딸 '무희'가 몸씁 일을 당해 '배선생'의 입에 게거품이 일어날 때도 단지 '그곳에 존재'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존재만으로 억울함을 당하고, 피해를 입는다. 진실이 아니기에 대답할 필요도, '항변'할 이유도 찾지 않았을 뿐인데, 그것을 알아줘야 할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졸지에 쫓기는 신세의 소년은 단골 빵집 'Wizard Bakery'에 머물게 되고, 마법사 제빵사와 파랑새, 그리고 마법에 걸린 빵과 그 빵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소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고 해리포터가 되어 현신을 잠시 잊는다. 
 

  시선이 주목되는 인물은 '마법사 제빵사'였다. 마치 신인듯 슈퍼맨과 같은 '시대의 영웅'들처럼 그의 정체성은 '나약한 인간'을 전제로 하는 것 같다. 그는 인간에게 친절하지 않다. 한심하고 답답한 인간들, 저 혼자 처리하지 못해 마법의 빵으로 해결지으려 하는 그들이 영 마득찮다(주의사항도 읽지 못한 인간들인데도...). 하지만 그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인간을 꾸짖고 투덜대면서도 꾸준히 돕고 있다. 그를 보노라면 여엿쁜 인간들을 위해 '하지 않아도 될'일을 자처하는 영화 <와치맨>의 영웅들이 엿보였다. 또한 실수투성이의 인간을 부러워하는 듯한 모습은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을 부러워하는 영화 <벰파이어와의 인터뷰>의 톰 크루즈를 닮은 것도 같다. 
 

  이 소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시간에 대한 생각'에 태클을 건다. 그리고 표현하지 않는 의지는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는 무의미한 생각에 지나지 않음을 말해준다. 살아오면서 되돌리고 싶은 시간이야 왜 많지 않겠는가? 하지만 되돌릴 수 없고, 되돌린다 하더라도 또 다시 반복할 개연성이 충분한 것이 인간이다. 후회와 탄식으로 첨철된 것이 인간이라면 이 또한 인간의 운명이 아닐까? 하지만 차라리 행동한 후에 후회하기는 아무것도 하지 안고 '그냥 거기에 있어서' 후회하기 보다는 낫겠다 싶다. 기기묘묘한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온타 리쿠'를 생각나게 하지만, 스토리와 메시지는 여느 판타지 소설보다 낫다. 기대하지 안았던 소설, 하지만 소설가 구병모의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위저드 베이커리... 집 부근에 있다면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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