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들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박태현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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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착각은 부하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나는 부서간 회식이 정말 싫었다. 한 주 시작에 앞서 “이번 주에는 회식을 할테니 한 주 동안 더욱 열심히 일해 주기 바란다”는 상사의 선심성 멘트도 싫고, 원하지 않는 시간에, 결코 원하지도 않는 메뉴의 음식을 잔뜩 차리고서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많이들 먹고 내일부터 열심히 일해’라고 말하는 상사를 마주 대하기는 죽어도 싫다. feed하는 느낌? 그렇다. 이럴 땐 회식이 아니라, 사육당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정말 더럽다.

  하지만 상사들은 회식을 하면 침체된 분위기가 좋아지고, 사기가 진작된다고 생각한다. 흥, 착각하지 말아라! 직원들의 70%가 싫어한다. 요즘 굶는 사람이 있던가? 없어서 못먹고, 안줘서 못먹던 시대는 갔다. 굳이 회식을 하려거든 상사들은 식사가 끝날 무렵에 잠시 등장해 계산이나 해줘라. “난, 네 비위를 맞추며 산해진미를 먹느니 집에서 컵라면을 먹겠다.”고 부하직원 열에 일곱명꼴로 말하고 있단다. 직장상사들이여, 착각좀 작작 하시라!

 



 

 

  책 <부하직원들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부하직원들의 진심을 고발하는 책이었다. 내가 신입시절부터 내가부하직원(우리말로는 아랫것들이라고 하지만)을 두기 전까지 직장상사들에게 품었던 생각과 항변들이 모여있었다. 이 책은 직장상사들에게 ‘착각’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부하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런 내용이 처음은 아니다.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설문조사결과’로 만난 적이 있었지만, 한 권의 책으로 이렇게 구체적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직장상사들이 착각하고 있는 생각들은 한없이 멍청했고, 그에 대한 진실과 해결책은 통쾌하기까지 했다. 상사들의 착각을 구체적으로 꼽으라면 수를 셀 수 없이 많겠지만, 대표적인 착각 22가지가 들어 있다. 제 나이를 잊고 한없이 눌려살던 부하직원의 기분이 들어 예전의 상사였던 사람들을 찾아가 한 권씩 품에 안겨주며 ‘이렇게 좀 하시지, 왜 그랬어요?’ 묻고 싶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하루에도 열 두 번씩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주된 원인은 ‘곱지 않은 상사’ 때문이다. 저희들도 신입시절이 있었고, 부하직원이었던 시절이 있을텐데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사람을 쥐잡듯 하는 상사들을 보면 목구멍에서 욕이 나올 지경이고 주먹이 불끈거린다. 내가 겪은 상사만 그런 줄 알았다. 내 친구들만 재수없이 그런 상사들에게 걸린 줄 알았다. 이 책을 읽어보니 ‘상사들의 착각병’은 전형적인 고질병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당신의 어설픈 칭찬은 사람을 잡는다!

물질적인 보상만이 직원을 열심히 일하게 한다고? 당신은 그런지 모르지만 난 아니다!

자기계발은 직원들이나 필요한 거라고? 우리는 당신이 오히려 걱정된다!

곁에 데리고 쓸 만한 직원이 없다고? 당신 눈이 혹시 삔 건 아닌지 걱정먼저 하셔!

 

  직장상사들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부하직원을 대할 때 상사라는 권위로서 근엄하게 봐야할지 선배로서 자애롭게 후배를 봐야할지 자신들조차 대처하기 어렵다는 걸 안다. 우리에게 내리는 지시는 당신들의 상사들(우리들 말로는 윗대가리라고 하지만)이 지시한 내용인 것도 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과 생각이 다름을 충분히 앎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옛날 ‘당신의 상사’를 흉내 내는 선배들의 이중적인 면을 보고 있자면 ‘인간도 아닌 것 같고, 꼴도 보기 싫어질 정도’다.

 

  이 책의 내용은 후배직원들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 앞서 자신의 뜻과 생각을 이해해주지 않는 직장상사에 대해 서운한 내용들을 오롯이 담았다. ‘착각’이라는 말의 뜻이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사고함’이라면, 이 책은 직장상사들에게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들을 지적하고, 그 착각의 진실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인지 고민한 책이다.

 

  최근 자기계발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하는 00가지 진실, ~~비밀’류의 책들이 직장초년생들이 미처 알지 못한 내용들을 가르쳐주는 내용이었다면, 이 책은 거꾸로 ‘흥, 당신들도 잘못 알고 있거든요?’라며 상사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이어서 색다르다. 책에서 말하는 상사들의 착각은 모두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들이었고, 제시하는 해결책은 내가 상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었다.

 

  부하직원들은 단체회식보다는 일대일로 만나 관심어린 대화를 원하고, 어설픈 칭찬이 아니라 정이 담긴 칭찬, 차라리 약이되는 질책을 원한다. 상사가 실수했을 때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높이 사며, 중대한 사안은 부하를 믿고 맡기고, 오히려 직원들이 꺼리는 일을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리더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은 비단 ‘직장상사와 부하직원’만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인간관계에 있어 유난히 나이차, 세대차에 대해 엄격한 구분을 두는 우리사회에서 상하간의 ‘소통의 부재’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서로의 입장차가 대립될수록 관계의 괴리는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해 당사자 서로가 소통해야 하고, 더 쉽게 하기 위해서는 윗사람이 먼저 문제의식을 느끼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착각한 것, 즉 생각만 바꾸면 큰 시간과 비용없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는데, 이에 노력하지 않을 윗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아직 몰라서 못할 뿐이고, 혹 안다고 해도 익숙하지 못해 주저할 뿐이다. 실천의 전제에는 항상 깨달음과 용기가 필요한 법, 이 책을 읽고 깨달은 바가 있다면 용기내어 바꿔야 한다. 직장상사로 고민하고 있거나, 잘 따라주지 않는 후배들로 고민중인 직장인일면 편하게 읽어볼 만 하다. 곳곳에 ‘어? 이거 내이야기 아냐?’라고 생각되는 케이스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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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남태현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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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를 하려면 우선 대중매체와 창업박람회에 속지 마라!

  패스트푸드점의 굽은 빨대(스토로우)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현재의 지름상태인 이유가 뭘까? 바로 ‘밀크쉐이크’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다. 적당히 녹은 밀크쉐이크를 빨대로 빨았을 때 입이나 혀를 을 거치지 않고 적당한 속도와 양으로 바로 ‘목젖’을 때리고 넘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목넘김의 쾌감을 충분하게 하기 위해서 이상적인 지름을 찾은 결과물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입을 거치지 않고 목젖에 닿도록 하려고 했을까? 

  그 이유는 적당한 지름의 빨대로 쉐이크를 빨았을 때 우리가 유아기 때 엄마의 젖을 빨아먹었던 기억을 느끼게해 주고, 쉐이크의 시원함과 차가운 밀크쉐이크가 목젖을 때리고 넘어가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즐거움’을 주게 되고 결국엔 ‘맛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믿기 어려운가? 이 내용은 어느 세계적인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의 매뉴얼에 있는 내용이다. 그 업체는 이와 같이 실험을 통해 얻어낸 결과를 토대로 자사의 쉐이크에 ‘지정업체가 제공하는 일정 규격의 빨대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처럼 성공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점포관리를 위해 무려 10,000여 페이지의 매뉴얼을 가지고 있고, 1년 여의 시간을 두고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사람들에게만 점포개설을 허락하고(점장이 되었던, 점주가 되었던) 있다. A라는 점포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B라는 점포가 똑같은 서비스와 품질을 제공하고 함께 번성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이같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매뉴얼이 제공되고, 성공이 보장된다면 그에 따르지 않는 업주(가맹주)들이 있을까? 

프랜차이즈는 직영운영방식이 최고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유의 맛과 서비스(identity)’를 제공하고, 전 세계 어디를 가던 같은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규격화된 제품 물류 시스템(system)’을 갖출 수 있는 힘은 바로 ‘프랜차이즈 방식’에 있다. ‘프랜차이즈’란 사업분야는 피라미드 사업부문과 더불어 20세기의 서비스구조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게 한 장본인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 마을에만 제공되던 좋은 제품을 지역 사회 나아가 전국, 전세계가 동시에 제공되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창안된 사업방식이 ‘프랜차이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점과 외식업체들이 모두 이 방식을 채용하고 있고, 이젠 나아가 서비스, 교육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프랜차이즈 모델은 ‘직영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업체가 모든 체인점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맥도널드, 버거킹, 롯데리아등 세계적인 햄버거 체인과 스타벅스, 커피빈 등 유명한 일부 커피체인들은 모두 직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모든 책임을 하나의 업체가 지고 있어서 제품의 품질이 균등하고, 동일한 서비스와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반면, 늘어나는 체인 수 만큼 규모가 커져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거의 ‘직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는 외국의 유명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단독사업권을 획득해 ‘한국지사’를 두면서 ‘프랜차이즈’가 소개되었다. 초기의 가장 유명한 업체로는 피자헛과 롯데리아를 들 수 있는데, 롯데리아는 일본 롯데리아를 들여왔고, 피자헛은 ‘성신제 피자’로 잘 알려졌고, 자신의 창업기를 써서 ‘창업자금 7만2천원’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어 ‘프랜차이즈 업계의 신화’를 낳기도 한 ‘성신제’씨가 들여온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준비되지 않은 ‘가맹점사업방식’은 위험

  이렇게 세계적인 사업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는 ‘프랜차이즈’가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사업자들에게도, 소비자들에게도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 이유는 ‘직영운영방식’이 아닌 ‘가맹점운영방식’으로 운영되는 체인점들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이유에는 프랜차이즈가 국내에 소개되기 전만 해도 ‘대박나는 식당’이 이미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점포를 내어주는 방법으로 ‘분점’을 만들고 있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일정의 수수료와 로열티를 받고 점포를 내어줄 수 있는 방식이 있다고 하니, 관리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너 나 할 것 없이 그 방법을 채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를 채택해 오히려 손해를 본 유명한 식당들도 많았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듯 오늘날 ‘퇴직자를 두 번 울리는 사업’으로 오명을 받으며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시장’은 ‘직영사업방식’이 아닌 ‘가맹사업방식’에서 비롯되었다. 사업의 시작이 ‘이미 잘되고 있는 사업’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에서도 사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으로 전개되어야 할 ‘가맹사업’이 로열티와 인테리어와 집기등을 통해 가맹수수료를 받는 것을 ‘사업’으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 누가 어떤 물건을 팔던 상관없다. 소비자가 잘 선택해서 물건을 사면 그만인데,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수많은 편법과 거짓이 동원되어 악덕업체들에게 당하는데 이것이 ‘프랜차이즈 사기’이다. 직장생활만 했던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고 손쉽게 자영업을 시작하고자 선택한 ‘프랜차이즈’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되고 있는데, 평생을 모은 수천만 원 에서 수억 원의 자금을 모아 사업으로 제 2의 인생을 살아보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대중매체와 창업박람회가 그릇된 정보 제공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사업체’들 모두가 자영업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악덕업체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옥석만 잘 가리면 ‘성공한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사업체들이 많이 있다. 게다가 같은 업체 인데도 사업자와 지리적 특성에 따라 이른 바 대박이 나거나, 쪽박을 차는 점포들이 항상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려는 예비 자영업자에게는 ‘사업적 역량’과 ‘프랜차이즈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눈’이 우선 필요하다. 

  프랜차이즈가 대중화된 계기는 공교롭게도 IMF 외환위기 때였다. 명예퇴직이나 실직을 한 샐러리맨들이 퇴직금과 저축등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프랜차이즈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그 후 10여 년동안 예비 프랜차이즈 창업자들이 이제까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된 경로는 신뢰할 수 있는 신문, TV등의 대중매체나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등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하루동안 늘어나는 창업자 수 만큼 폐업자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어서 창업했을 법한데 왜 그렇게 많은 점포들이 문을 닫는 것일까? 

  그 해답은 창업자들이 ‘대중매체와 창업박람회’를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발로 뛰어 ‘알찬 기업’만을 소개했을 거라는 기대와 ‘알짜배기 기업’을 엄선해서 박람회에 참여시켰다는 공신력있는 주최기관들의 말을 너무 믿은 탓이다. 그들은 광고나 협찬을 빌미로 기획성 광고를 해 주고 있고, 박람회의 참여업체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선별’하지 않고 유령업체도 끌어들이고 있다. 그들도 ‘진짜 정보 제공’이라는 명분보다는 광고사업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배우고 성공에 앞서 실패를 피하라

  책 <프랜차이즈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은 이런 프랜차이즈의 의문과 비밀을 제대로 파헤치고 있다. 최근 2-3 년간 ‘고발성 짙은 책’들이 출판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데, 이 책도 그에 편승한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자영업자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게다가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피해가 급증하는 요즘 시기적으로 적절한 기획력도 갖췄다. 무엇보다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그 어느도 믿지 말고, 발로 뛰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곳곳에 갖추고 있어, 예비창업자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목적을 주고 있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크게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의 진실을 파헤치고, 좋은 프랜차이즈 업체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업설명회와 창업 박람회의 감춰진 진실과 갖가지 프랜차이즈 피해 사례와 대처법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끝으로 예비창업자들이 꼭 알아야 할 창업자금을 지원받는 법과 공정거래법의 프랜차이즈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제껏 프랜차이즈 시장의 병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자료들도 없거니와 천편일률적으로 광고성이 짙은 신문기사만 남발되는 한국 프랜차이즈 현실에 비춘다면 예비창업자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창업 잘 하는 법을 설명하기 보다 ‘악덕 프랜차이즈 업체’를 가려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실패’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사회다. 실패한 사람에 대해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도 대단하지만, 구조적으로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회 속에서 ‘사업’을 하기란 어쩌면 ‘망하기 위해 뛰어드는 것’과 다름 없다. 소규모 자영업자 나아가 중소기업이 부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기술적 지원책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이런 책들도 많이 나와 예비 사업자들에게 ‘계몽’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제도와 사회적 뒷받침이 제공된다고 해도 결국 모든 판단과 결정은 결국 사업자가 하는 법. 사업자가 사업에 앞서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부단히 공부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이 책이 프랜차이즈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현명한 눈은 마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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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일은 재미있나? - 하룻밤 만에 인생을 180도 바꾸는 변화의 메시지
데일 도튼 지음, 손원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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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재미있게 하려거든, 실수를 통해 매일매일 1%씩 변화하라!

 

  '도무지 일이 재미없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무한경쟁시대’를 뚫고 ‘취직’을 했지만, ‘이 산이 아닌가벼’라는 기분이 든다. 나는 조금 더 많은 연봉에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아서 이 회사에 들어왔다지만, 회사는 나를 뭘 보고 뽑은 지 모르겠다. 시키는 일이란 한심한 것들 투성이고, 앞에서는 웃으면서 호응하고 뒤돌아서면 눈흘기며 뒷담화하는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기는 정말이지 짜증난다. 내가 원했던 회사는 이게 아니었다. 내가 이까짓 회사를 들어오려고 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나 한심스럽고, 이마저도 들어오지 못해 내게 부러움의 시선을 던지는 친구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그게 아니더라’ 다 털어놓고 싶은 심정이다.'  


  최근에 취직한 후배들의 직장생활을 들어보면 거의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같은 말을 한다. 취직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자들의 푸념’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비단 최근 뿐 아니라 내가 신입때도 마찬가지였고, 삼촌뻘 되는 선배들의 첫 직장생활도 그랬다. 그렇다고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라고 ‘원래’ 그런 거라고 덮고 넘어가기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모든 사람이 처음 취직을 할 때는 그저 그랬다가 점점 좋아져서 미친 듯이 일해 임원이 되고 사장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회사생활을 하면서 일이 힘들어질까? 남 밑에서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라서 일까? 어디를 가든 세대차이가 느껴지는 상사들이 있어서 일까? 이유가 뭘까?

  그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책을 오늘 만났다. 답이 뭐냐고? 그것은 바로 ‘권태’와 ‘두려움’ 때문이다.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도(권태), 그 일자리라도 잃어버리면 어쩌나 싶어 잔뜩 겁에 질려 있기 때문에(두려움) 일이 싫어지는 것이다. 어떤가? 일리가 있나? 이제 그 답을 던져준 책을 살펴봐야 할 때다.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비즈니스 칼럼니스트 데일 도튼Dale Dauten 의 책 <자네 일은 재미있나?>이다. 원제는 The Max Strategy 다. 저자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싫증을 느끼고 불만에 가득찬 사람들, 그래서 늘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한 경영우화다. 일에 지친 30대 중반의 샐러리맨과 성공한 사업가 맥스 엘모어가 주인공인데, 지독한 날씨 때문에 공항에서 발이 묶인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하룻밤 동안 나눈 대화를 소설 형식으로 쓴 책이다. 경영우화는 읽기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판에 박힌 스토리 진행방식과 어숩잖은 소설형식, 그리고 자기계발서로서의 명확한 결론이 잘 드러나지 않아 최근 들어서는 ‘식상하다’는 평을 받는 장르다. 하지만 이 책의 원작은 1996년에 쓰였고, 우리나라엔 2003년에 출간된 꽤나 오래된 책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정신이 번쩍들게 하는 정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제목처럼 “자네, 일은 재미있나?”라고 묻는 노인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이 말했던 성공하려는 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요소인 ‘분명한 목표의식과 성공전략’같은 건 필요없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엄한 ‘방법론’을 배우고 써먹다가 이루지 못하면 ‘패배의식’만 강해지고, 실천하는데 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방법론이 없다고? 그럼 그게 무슨 자기계발서야?” 고 나는 생각했다. 성공한 노인사업가는 대신 이런 말을 한다. “실험에 실패란 없다. Experiments Never fail."

  성공에는 코스가 있고, 과정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실험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일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업무 중에는 ‘성공할 요소’들이 뭍혀 있는 지 모른다. 그것을 살피지 못했고, 실험하지 못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업무가 서툴러 야단을 들은 두 사람의 직원이 있는데, 한 사람이 ‘재수없게 아침부터 혼났다’며 하루종일 투덜대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은 그에 정통한 상사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잘 되는가?’물어서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 실행에 옮겨 보았다. 이런 경우 투덜댄 직원에게는 재수없는 하루였지만, 실수로 인해 배운 직원은 지혜를 얻는 하루가 된다. 이 같은 하루 하루가 반복된다면(신입사원의 경우는 매일매일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겠지만), 어느 시점에 가서는 지혜가 쌓인 직원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의 수는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오히려 성장하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 ‘권태와 두려움’ 때문에 일이 싫어지는 이유를 두고 저자는 커리어 스테그플레이션Career Stagflation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요즘은 근로자에 대한 요구는 인플레이션인 상태인 반면, 그의 근로에 대한 보상은 불황 상태를 면치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일까? 

 이는 우리가 능력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생산능력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업체가 너무 많아졌고, 많은 제품이 쏟아진다. 심지어 사람도 그에 포함된다. 거의 만점에 가까운 대학 졸업성적, 950점 이상의 토익성적, 외국 어학연수 경험, 공모전, 자원봉사 경험등 이른 바 ‘빵빵한 스펙’을 가진 구직자가 거의 대부분인데, 이들을 받아줄 회사는 한정적이다. 좋은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소비자의 손에 들리기 위해 ‘가격인하’를 하듯, 실력있는 구직자들은 10개월의 계약직인 ‘인턴사원’이 돼서라도 회사에 들어가려 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막강한 소비자가 한정적인 제품에 ‘충성도’를 가질 필요가 없듯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깊은 신뢰에 애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 직원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일을 던져주고 일을 시킨다. 그리고 말한다. “싫어? 싫으면 나가. 네 자리를 채워줄 사람은 차고도 넘치니까.” 문제는 ‘무한경쟁시대’를 표방하는 이 시대에 능력과잉의 인력이 많아질수록 커리어 스테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 이렇게 각박한 시대에는 직장에 들어간 회사원들도 안심할 수 없는 시대다. 남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야 하고, 더 튀어서 살아남아야 한다. 성공을 향해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수립하지만, 세상의 일이란게 어디 마음 먹은대로 되는가? 절대로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실패의 여지를 남겨둔 계획이란 있을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예 목표도 전략도 세우지 말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것들을 수립했다가 잘 실행하지 못하면 오히려 적극적 사고의 부족, 열정의 결핍, 희미한 목적의식 때문이라고 ‘좌절’하거나 ‘모두가 그러한 너의 책임이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에 상처받아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의 일과 중에서 내가 만나는 문제점을 피하지 말고, 그 문제점에 ‘뭐가 잘못되었을까?’ ‘이러저러한 것이 잘못되었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을 해서 그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방법이 제일이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실험’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노인은 우리가 만나는 실수를 바라봐야 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실수를 돌아보는 목적은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네. 이걸 명심해야 실수를 꼼꼼하게 제대로 살펴볼 수 있어. 실수했다고 부끄러워하거나 골을 내서는 안돼.”(195 쪽)

  실수를 돌아보고 개선하는 과정이 실험이고, 그 실험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 다른 실수가 있을 뿐, 또 다른 실험으로 좋은 결과를 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혜를 만드는 방법이고, 그 속에서 성공의 기회도 얻게 된다.

  지금까지의 생활에서 작은 변화만을 요구할 뿐, 특별한 행동강령도 없어 책장을 덮으면서 어딘가 모르게 싱겁다. 하지만 ‘매일 매일 실험하라. 그리고 변하라’는 변화의 요구는 회사의 일이 수동적인 업무방식에서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업무방식으로 바꿔 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용중에 설명된 수많은 사례들 역시 그런 능동적인 업무방식이 안겨준 기회들이 성공의 발판이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난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아. 처음에 취직해서는 좀 더 나아지겠다고 기회가 될 때 마다 읽었는데,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거나 현실상 실행하기 불가능한 것들 투성이더군. 내게 맞는 책을 찾아 읽느라 시간낭비하느니 그냥 맞고,터지지면서 배워서 시행착오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지. 자기계발서는 내게 쓸모없는 책이더라구.”

  며칠 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무역업을 하는 친구가 한 말이다. 아직까지 틈만 나면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내게 그 친구의 이야기는 암묵적으로 던진 ‘제대로운 태클’ 같았다. 발끈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나 또한 그의 말에 인정하는 부분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화가 난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자기계발서는 ‘실천’을 동반하여 생활에 적용하지 않으면 전혀 무의미한 내용이 되는데, 독자로 하여금 ‘실천의 힘’을 불러오는 책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친구에 이 책을 전해줘 ‘자기계발서의 존재 이유’를 재확인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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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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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이 된 소설가 김영하의 좌충우돌 시칠리아 생활기!

  

  죽음을 예감한 어느 노인이 그동안 자신의 소원을 찾아 모험을 감행한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다. 같은 병실에 있었던 또 다른 노인은 함께 대화한 죄(?)로 그 모험에 매료되어 둘은 함께 병원 문을 나선다. 지난 해 진한 감동을 남겨준 영화 <버킷 리스트>의 대강 내용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겨지지 않은 사람에게 ‘시간’은 녹아드는 얼음 같은 보물이다. 죽기 전에 무엇을 할까나 적어놓은 리스트, 버킷 리스트는 마지막 소원의 목록들이다. 노인의 소원은 ‘여행’이었다. 이 나라에서 이걸 하고 싶고, 저 나라에서 저걸 하고 싶었다. ‘놀이같은 돈벌이’를 하던 노인과 ‘지겨운 밥벌이’를 하던 노인의 소원은 같았다. 비록 늙어 병든 몸을 이끌고 찾아갔지만 그곳에선 청년이 되고 소년이 된다. 여행은 그런거다. 지금까지의 나를 확실하게 잊으려면 여행을 떠나야 한다.

 

  설렘과 두려움, 경탄과 피로가 함께 하는 그곳에선 누구나 같은 조건의 사람이 된다. 내가 있는 이곳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알지 못하는 저곳이 궁금해서다. 여행은 어쩌면 ‘각성’을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인간 사는 세상을 깨닫고, 내 정체성을 깨닫고, 인생을 깨닫는다. 책을 살 때, 부모님께 용돈드릴 때, 내 사람을 즐겁게 해줄 때 등 돈 쓰임이 참으로 유용할 때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또 하나는 여행이 아닐까?

 

  젊어서는 다리는 튼튼한데 돈과 시간이 없어 여행을 못떠나고, 나이 들어서는 돈과 시간은 충분한데 다리가 부실해서 여행을 못떠난단다. 어중간한 시간과 돈을 가진 지금, 나는 왜 떠나지 못할까? 아직 필요를 모르는 걸까? 막연히 두려운 걸까? 큰 맘 먹고 떠나면 좋을 것을 가지 못하고 엄하게 ‘남의 다녀온 이야기’에만 침을 흘리고 듣는다. 그리고 그들을 부러워한다. 다른 것 아닌 그들의 여유와 용기를 부러워한다. 바보처럼...

 

  오늘도 부러운 한사람의 여행이야기를 주워 들었다. 어느 날 어느 소설가가 ‘진정한 유목민’이 되기 위해 떠난다는 내용의 신문에서 읽었는데, 그가 바로 ‘김영하’다. 제 버릇 남 못준다 했던가? 그가 떠난 곳의 이야기를 글로 적어 하늘로 날려 책을 지었다. 제목도 멋지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이다. 부러운 사람의 더 부러운 이야기, 그 책을 읽고 만거다. 읽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만 손이 가 어쩔 수 없었다. 빌어먹을...

 

 



 

 

  미치도록 글이 좋아 소설을 쓰던 남자가 학생들에게 글쓰는 법을 가르치고, 남의 작품을 소개하고 인터뷰하는 라디오 디제이를 하고 있으니 왜 안답답했을까? 어느날 보장된 모든 생활을 접었다. 하던 일들도 때려치우고, 집도 팔아버린 후 그는 아내와 길을 떠난다. 이 책은 그가 이태리의 시칠리아에서 보낸 생활을 이야기한 책이다. 일종의 생활기. 이는 여행기와 엄연히 다르다. 여행기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둘러본 이야기 일테지만, 생활기는 긴 시간동안 짧은 무엇들과 함께 겪어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떠나려면 그처럼 생활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생활을 쓰고 싶다. 김영하는 내가 하고픈 모든 것을 이룬 셈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얄밉도록 그가 부러웠다.

 

  타고 난 글쟁이의 솜씨는 예서도 돋보인다. 그가 그려내는 모든 풍경은 눈에 보이는 듯하고, 시칠리아의 바다냄새가 풍겼다. 시장을 이야기하면 왁짜지껄 소리가 났고, 와인을 이야기할 땐 시큼한 향도 났다. ‘안절부절’ 읽는 내내 떠나고픈 충동을 나타낸 한 단어다. 꼭 떠나보리라 마음속 깊이 다짐하게 했다. 내눈으로 보고 말리라.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서울을 떠날 때까지의 과정과 EBS 방송팀과 함께 촬영한 이야기, 그리고 아내와 단 둘이 처음으로 정착한 리파리에서의 이야기였다. 소설가인 그가 집을 팔면서 책을 정리한다. 작가의 방에 쌓인 책이야 쌀뒤주의 쌀알만큼 많지 않았을까? 책을 정리하면서 그것들을 떠나보내는 대목은 외우고 싶을 만큼 소중했다.

 

“나를 감동시켰거나 즐겁게 해주었거나 아니면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책들을 살아남았다. 그 세 가지 중에 단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책들은 다른 운명을 찾아 내 집을 떠났다(책을 헌책방으로 보낸 것은 그래야 책이 가장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어느 정도는 시장의 효율성을 믿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에서 듣기로, 도서관에 기증한 책은 어딘가에서 분류조차 되지 않은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헌책방으로 간 책은 대부분 적당한 가치로 평가되 주인을 찾아간다고 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책을 버리기는 정말 싫은 일이고, 헌책방에 팔아버림은 죽을 만큼 싫고 나쁜 일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사고의 전환’을 시켜준 대목이다. 지금껏 내게 필요없는 책은 적당한 이를 찾아 ‘거져’ 주었지만, 이 또한 그에게 혹 원하지 않던 것들이 넘겨져 부담을 준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했다. 헌책방은 진짜로 책을 원하고 책이 읽고픈 사람들이 찾아가는 공간이 아니던가?

 

  얼마전 세계를 금융공포에 빠지게 한 모기지를 예를 들면 새책을 사는 책방이 프라임Prime 책방이라면, 헌책방은 서브프라임Sub-prime 책방인 셈이다. 난 책들을 헌책방에 보내며 찰진 모래에 손을 넣어 집을 지으면서 부르는 노래처럼 ‘헌책 줄게 새책 다오’하면 될 것이다. 내게 필요없는 열 권의 책 대신 잔돈이 모여 한 권의 책값을 받는다면 열 한 권의 책에 생명을 넣어주는 일이 되는 셈이다. 언젠가 시간이 날 때 더 이상 내 손을 타지 않는 책을 추려보리라 마음먹었다.

 

 



 

 

  좌충우돌의 EBS 시칠리아 기행 촬영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일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 여흥을 마저 즐기려고 일부러 홈페이지를 들어가 프로그램을 찾아서 볼 정도였다. 그 후에 읽는 시칠리아는 10미터는 더 가까이 내 눈앞에 다가왔다(이 책을 읽는다면 <세계테마기행.080225.김영하가 만난 시칠리아 - 1,2,3부>를 꼭 찾아서 보기를 권한다). 이 책의 백미는 리파리에서의 생활이야기. 내가 꿈에 그리는 외국생활이 아니던가?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집밖을 나오면 여행지요, 눈을 두는 모든 것들이 낯선 풍경들이다. 말 그대로 외국에서 ‘놈팽이’가 되는 것. 이 생을 다하기 전 꼭 하고 싶은 일이다.

 

  책 속에 들어 있는 몇 장의 멋들어진 사진들은 그가 찍었을 것이다. 소설가의 눈에 비친 그림은 이야기들이 곁들여져 한층 보는 맛을 더했다. <깜삐돌리오의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의 저자 오기사는 펜과 도화지를 가지고 세계를 돌며 건축물을 그려 자신의 세계여행을 이야기했고, 이야기꾼 김영하는 온전히 펜대로(아닌가? 키보든가?) 시칠리아를 써내려갔다. 나는 뭘로 세상을 볼까? 세상을 나가면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느껴질까? 그리고 내게 뭘 남겨올까? 까만 밤이 하얗게 새도록 온갖 상념을 남겨준 책이다.

 

  내게 떠날 이유와 동기를 그득 안겨주었다. 작정하고 떠날 구실을 안겨주었다. 그가 본 시칠리아를 나도 핥아보리라. 소설가 김영하도 좋아졌다. 그를 만나야 겠다. 우선 소설들로 만나고, 다음은 직접 사람으로 만나야겠다. 중저음의 듣기 좋은 목소리(방송을 보면 나레이션을 직접했다. 목소리? 한석규를 찜쪄먹는다)로 그가 본 세상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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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과학사 7대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환상 여행 에듀 픽션 시리즈 1
다케우치 가오루.후지이 가오리 지음, 도현정 옮김 / 살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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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클라이튼 풍의 소설을 즐기는 이과적 사고를 지닌 독자를 위한 과학연애소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스무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무엇을 다시 할까?’ 모두가 한번 쯤 생각하는 공상이지만, 내게는 거의 습관적으로 한가할 때 마다 궁싯거리는 생각중 하나다. 과거로 돌아갈 수야 없겠지만,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가장 바꾸고 싶은 세 가지를 궁리해 보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현재 내가 절실하게 부족하거나 결핍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온 세상을 누빌 수 있다면 비행기 바퀴에라도 걸터 앉아서라도 떠나고 싶고, 고3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백발머리에 원형탈모를 무릅쓰고라도 입시에 매달리고 싶다. 무엇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젠 없고 만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술자리를 자주 만들어 좀 더 살가운 관계로 만들고 싶다. 불가능하기에 더욱 절실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헛한 상상으로 그림만 그려도 즐거우니 이 습관을 좀처럼 떨치기는 힘들다.

 

  얼마전 읽은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타임 리와인더’란 이름의 쿠키가 있다. 어느 제과점에서든지 흔히 볼 수 있는 머랭쿠키 모양의 과자인데, 그 신비의 과자는 ‘시간을 되돌려주는’ 마법이 있다. 단 이 놀라운 과자는 판매 전에 언제로 시간을 되돌리느냐에 따라, 즉더 오랜 과거로 되돌릴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부작용이라면 ‘시간은 되돌려주되’ 기억을 안고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것. 다시 말해 시간을 되돌리던 순간의 기억을 깡그리 잊는다면, 지금 내가 이루고 싶은 꿈들도 잊게 되어 막상 그 때로 돌아갔을 때 ‘꿈’들은 다른 것들이 되어있지도 모른단다. 돌아보고 싶은 시간대로 돌아가 바꿀 확률, 50%의 과자가 매우 고가라면...난 사서 먹을까? 과자를 살 만큼 큰 돈을 벌까? 그토록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과연 있기는 할까?

 

  오늘의 뉴스를 가지고 어제로 돌아간다면 빌 게이츠에 버금가는 부자가 될 수 있고, 지금의 무기들을 옛날로 가져간다면 칭기스칸을 무찌를 지도 모른다. 인간이 오늘을 기억하며 과거로 돌아간다는 소리는 과거의 역사를 변화시킬 것이 틀림없고, 좁쌀만한 작은 변화는 세상을 뒤바꾸는 큰 변화를 부를지도 모른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타임 리와인더’란 과자를 만든 마법사는 그것을 경계했다. 가격도 엄청나게 고가인데다가, 구입 전에 꼭 상담을 해야 했다. 그래서 꼭 바꾸지 않으면 안될 상황을 먼저 들은 후 과자를 팔았다. 역시나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과거로 가려면 기억도 잊어야 한다는 설득력은 작은 충격이었다.

 

  일주일을 차이로 또 다시 ‘시간을 거슬르는 이야기’에 관한 소설을 읽었다. 이번엔 제과점도, 마법사도, 과자들도 나오질 않는다. 한 마리의 고양이. 오드아이 캣, 즉 양쪽이 서로 다른 색깔의 눈빛을 가진 녀석이 과학사의 7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떠나는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 과학을 쉽게 소개하는 유명한 과학 저술가인 다케우치 가오루가 쓴 소설,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이다. 이 기기묘묘한 고양이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오스트리아의 이론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에 의해 양자법칙이 거시세계까지 확장된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사고실험에 등장하는 고양이다.

 

 



 

 

  타고난 문과(文科)적 사고, 문과적 체질(문과적 성향이 강하기보다는 이과적 성향보다 더 약해서 선택했지만)인 내가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이해하고 또 다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냥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고양이’라고 이해했다. 도오루와 묘하게 동거하게 된 중국 아가씨 샨린은 에오윈이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저자는 이 소설에 ‘연애 과학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설 속 연애부분은 ‘연애소설’ 장르보다 약하다. 과학부분도 특별할 것이 없다. 둘이 절묘하게 엮여 있다는 특징은 다분히 일본적인 ‘그들만의 영화’를 닮았다.

 

  재미있는 부분은 에오윈과 떠난 과거로의 과학여행에서 주인공들은 전리품을 얻어온다는 것. 선물을 받거나, 우연히 뭍어서 오거나, 훔쳐온 것일 지언정 그들의 여행 끝에는 손에 뭔가가 들려 있었다. 토오루의 방은 작은 과학역사 박물관이 되는데, 그들이 얻어온 물품들을 상상하자니 부럽기보다 작가의 수집욕과 그로 인해 변해 버린 역사의 끝이 현재일 때 어떻게 변하게 될 지는 소설 못지 않는 여운을 남겼다. 외국인 과학자들이 일어를 알아듣고,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주인공들, 주인공들이 청해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에오윈에게 이끌려 빨려들어가는 여행 등 다소 어설픈 설정은 눈에 거슬리지만, 재미는 쏠쏠했다.

 

  제 아무리 설명을 해도 문과적 사고로는 이 소설을 온전히 평가하기 힘들다. 단지 나 혼자만이 과거로의 여행을 상상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그런 책들이 눈에 띄는 것은 나처럼 작금의 현실이 그닥 재미가 없었나 보다 하는 추측 뿐. 마이클 클라이튼 풍의 소설을 즐기는 이과적 사고를 지닌 독자라면 재미있다 할 법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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