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 본죽 대표 김철호의 기본이 만들어낸 성공 레시피
김철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음식은 상품이 아니라, 손님이 서운함을 느끼지 않을 만큼 가치있는 정성이다!    



  기업가의 성공스토리를 읽는 것은 소설보다 재미있다. 왜냐하면 허구인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은 진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했던 한 사람이 ‘해내겠다’는 신념 하나로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서점을 뒤져보면 이러한 ‘성공스토리’는 거의 외서가 차지한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는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나 CEO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야말로 소설 같은 사연을 가진, 그래서 자국(외국)의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성공스토리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국내 기업의 성공스토리는 어떨까?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아니, 희귀할 정도로 적다. 왜 그럴까?

  추측컨대 우선 우리의 기업가들은 성공스토리를 쓸 시간을 낼 수 없을 만큼 바쁜 때문 것이다. 아니면 경제적으로 따져볼 때 ‘비경제적’이라는 판단도 있을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업가가 책을 쓰기 위해 공을 들이는 시간만큼 일을 한다면 ‘인세’의 몇 곱절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책을 쓸 이유가 뭔가? 생각해 보면 기업가의 성공스토리는 소비자나 독자에 대한 ‘이타심’이 없다면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분야의 책다.

  억측일 수 있겠지만 책을 쓸 만큼 대단한 일을 했다고도 생각하지 않거나, 책을 쓸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특히 중소기업의 CEO나 성공한 영세 상인들이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기업가들을 실제로 만나 ‘책으로 내도 될 만한 좋은 꺼리’라고 이야기하면 ‘에이~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손사레를 치거나, 기업의 노하우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서 거부하곤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혹시라도 무슨 떼돈이나 번 것처럼 여겨져 세무당국의 주목을 받아 ‘세무조사’라도 나올까 두려운 때문은 아닐까?

  내 추측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국내 기업가들의 책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가물에 콩나듯 국내 기업가의 성공스토리가 나오면 많은 주목을 받곤 한다. 일례로 지난 해 건강식품을 만드는 기업인 ‘천호식품’의 창업자인 김영식 회장이 쓴 책 <10미터만 더 뛰어봐!>많은 주목을 받아 베스트셀러로 오른 바 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맺은 천호식품의 성공스토리도 감동적이지만, 창업자 스스로가 세일즈맨이 되어 발로 뛰며 소비자를 찾은 김회장의 생생한 에피소드들이 세일즈맨으로서 가져야할 행동수칙으로 오래도록 기억되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지난 IMF 구제금융 시절 길거리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을 때 정장을 입고 호떡을 파는 사내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맛도 맛이지만 손님을 대하는 마음과 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365일 내내 정장차림으로 호떡을 구워 말 그대로 ‘호떡집에 불이 난 듯’ 인기가 높다는 소식을 언론이나 TV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사내의 이름은 김철호, 지금은 유명한 음식기업의 사장님이 되었다. 바로 죽 전문업체인 ‘본죽’이다. 김철호 사장이 가맹점 1,200개의 본죽을 일궈낸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책 <정성>을 읽었다. 




 

   성공스토리의 구성은 거의 비슷하다. 직장을 나왔거나, 사업에 실패해 맨주먹으로 고생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좋은 ‘창업 아이템’을 잡는다. 전 재산을 털고, 주위에서 돈을 빌려 창업을 하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더니 대박이 났다. ‘이제 부자가 되는가보다’하고 잠깐 안심을 하고 잠시 한 눈을 팔았더니, 갑자기 쪽박일로를 치닫게 돼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사업에 매진해 결국은 성공하더라는 구성이 아니던가? 앞서 말한 대로 ‘그렇고 그런 늘 뻔한 이야기’라고 치부한다면 결코 ‘성공스토리’를 온전히 읽을 수 없다. 

  성공을 수집해서 종합한 ‘성공학’이 있듯 실패의 여러 사례를 정리한 ‘실패학’이란 게 있다. 성공이 되었든, 실패가 되었든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뻔한 이야기라도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다. 특히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음식점의 성공스토리는 독자들에게 의미가 크다. 최소한 한 번 이상 방문해서 식사를 한 적이 있어 ‘내가 먹어봤던 음식점’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익한 정보라는 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직장인의 꽃은 창업, 즉 점포의 사장님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창업자들 중 대부분이 업종은 ‘먹는장사’ 판매방식은 프랜차이즈를 선택하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의 성공스토리를 책으로 낸 사례는 많지 않기에 이 책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은 창업에 있어 많은 여지의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저자가 성공하기까지의 수많은 역경을 따로 말하지 않으려한다. 그것은 독자가 직접 책을 통해 들어야 할 몫이다. 여기서는 본죽이 지금에 이르게 된 성공포인트를 살펴볼까 한다.

  우선 아무나 할 수 없는 ‘음식종목’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죽은 밥이다. 이 말은 곧 흔하다는 뜻도 될 수 있고, 내 어머니가 해주시는 게 아니면 어디든 딱히 다를 바가 없다는 뜻도 된다. 쉽게 말해 ‘내 엄마가 해주시는 밥과 죽이 제일 맛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죽은 어쩌면 ‘상품성’이 없는 제품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죽은 맛있는 밥을 짓는 이상의 실력과 노력이 필요한 음식이다. 특히 ‘죽’은 아이나 노인, 그리고 병약한 환자들이 주로 먹는 음식이 아니던가? 그래서 칼국수에서 심지어 묵은지까지 수많은 음식이 상품화 되었지만, 죽은 ‘사이드 메뉴’일 뿐 굳이 돈을 주고 사먹을 메뉴가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점에 주목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음식, 게다가 아무리 잘 만든다 하더라도 ‘그래봤자’ 죽이라 여기고 모두 외면한 음식에 집중한 것이다. 

“사실, 왜 하필 죽이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솔직한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남들이 하지 않은 거니까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모든 음식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었고, 그런 생각들이 모여 본죽의 차별화된 장점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본문 55쪽

  미용실은 이미 있었지만, 남자들을 위한 미용실은 없었다. 그래서 ‘블루클럽’이 짧은 시간에 국내를 장악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었다. MP3 플레이어가 처음 나왔을 때 세계시장 점유율은 우리나라가 최고였다. 하지만 국내업체들이 ‘저작권’을 이유로 아예 무시했던 소프트웨어, 즉 음원시장을 아이팟은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으로 통합시켜 단 몇 년 사이에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점령해 버렸다. 블루오션은 이전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새로이 발견하는 것’이다. 본죽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성공 창업 아이템’은 기발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무시하는 아이템, 버려진 아이템, 한물간 아이템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창업할 때의 원칙을 지켜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죽’이라는 사업아이템을 결정하고 ‘전통을 중시하는 메뉴와 젊은 층이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개발했다. 그리고 ‘그냥 죽’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밥 대용으로 즐길 수 있도록 고민했다. 저자는 장사에서 처음 정한 원칙을 벗어나는 순간 실패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주위의 의견을 듣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의 올바른 선택이 아닌, 그저 남의 의견에 줏대 없이 이끌리게 되면 일을 그르치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 때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음식장사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고객에게 향해 있었으며 이것은 결코 나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맛있고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맞춤 죽’을 만들겠다는 나의 원칙. 이런 차원에서 볼 때, 나의 원칙과 첫 마음은 힘들지만 지켜내야 했던 중요한 부분이었다.

(중략) 어렵지만 지키기 힘든 수많은 원칙, 그것이 훗날 본죽을 본죽답게 만드는 바탕이 되었다. 지금 어려운 상황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면, 가고자 했던 길에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음을 느낀다면, 자신을 가장 자신답게 만드는 첫 원칙과 첫 마음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본문 107~109 쪽

  본죽 제품의 양은 대체로 꽤 많다. 그래서 양을 적게 하고 가격을 내리자고 주위에서 조언했다. 누군가는 다다익선인가, 박리다매인가를 언급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죽’이라는 처음의 원칙을 지켰다. 그래서 여성의 경우 양을 줄이고 대신 포장을 해줬다. 노인의 경우는 세 번에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영업시간이 다 되서 찾아주는 손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 그릇이라도 더 팔자’는 심리적인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다음날 찾아주는 손님을 위해 영업시간을 지켰다.

  저자를 통해 ‘원칙의 힘’을 배울 수 있었다. 원칙의 반대말은 ‘변칙’이다. 임기응변과 융통성을 발휘한다고 말하지만 변칙은 원칙을 어긋난 것이다. 이 말은 곧 ‘시스템화’되지 못함을 뜻한다. 사업은 하루 이틀하는 것이 아니다. 내일의 손님을 위해 직원들을 위해 순간의 이익을 떨쳐내는 힘은 ‘원칙 고수’에서 나온다. 원칙을 지키는가의 여부에 따라 장사꾼과 사업가로 나뉘는 것이다.

  “음식은 상품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돈 벌자고 하는 장사인데 어떻게 상품이 아닐 수 있나. 무슨 자선사업 합니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음식이 상품이라는 생각, 원가를 재고 따지며 음식 자체에서 수고와 비용을 덜어내려는 생각에 철저히 반대한다. 이는 음식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음식이란 ‘넉넉하고 푸근한 것, 절대 먹고 나서 서운한 감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략)

  사업을 자선사업처럼 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들고 나는 수 개념을 명확히 따지되 음식 자체에 드는 원가만큼은 손대지 않고 철저히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유혹이 많은 현장에서 지켜내려면 기본적으로 주인에게는 음식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나가는 음식이 아깝지 않고 사업 또한 즐거워진다. “고객이 계산하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절대로 들지 않도록 하라.” 본문 115~117 쪽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제품과 서비스의 공통점은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가치價値는 다시 말해 ‘값어치’를 뜻한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도 ‘기꺼이 돈을 꺼낼 때’가 값어치 있는 제품이다. 소비자가 이렇게 행동할 때는 ‘상품=가격’이 아니라 ‘상품>가격’일 때다. 다시 말해 가격보다 가치가 있는 제품을 구입할 때 소비자는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행복해 한다. 소비자가 제품 사용하고 행복해 할 때 재구매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소비자 주권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가장 기본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기업가는 먼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제품을 우선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여기서 여건이란 ‘공간’도 될 수 있고, ‘디자인’도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 제품이 최대한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본죽의 성공요인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죽 시장’을 개척했고, ‘원칙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성공의 정도를 계량화하여 보여주지 않은 점, 그리고 직원들의 서비스와 청결, 그리고 어느 가맹점을 가더라도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표준화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어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라면 읽어 둘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본죽의 성공비결과 창업에서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에피소드등 주위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알찬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성공스토리를 읽으면서 독자로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성공의 크기와 정도가 아니라 성공까지의 과정이라는 점다. 책을 읽은 후 본죽을 찾아 음식을 먹는다면 이전과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 기업을 아는 자 만이 느낄 수 있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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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위해 사는 법 - 삶과 죽음의 은밀한 연대기
기타노 다케시 지음, 양수현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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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 뭐 있어? 너 답게 살다 가란 말이야, 바보야 !

  남의 장례식葬禮式을 가는 것은 책 열 권 읽는 것보다 낫다. 단 한 가지, ‘오래동안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이 새삼 솟구치기 때문이다. 고인故人의 영전에서 ‘잘 사는 삶’을 추구한다니 이기적이고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보다 더 생생하게 얻을 기회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잘 사는 삶’이 호의호식好衣好食하고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누렸다가 가는 삶을 말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아직 장례식장을 가보지 못한 자가 던진 질문일 것이다. 무엇인가 얻고자 두 주먹 불끈 쥐고 태어난 것이 인간의 탄생이라면, 운 좋다면 두 손 곱게 펴서 염하고 삼베 수의壽衣 하나 걸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죽음임을 알게 되는 것이 장례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잘 사는 삶’의 욕망을 느끼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죽다가 살아나는 것’이다. 병에 걸려 생사를 넘나들다 완쾌되거나, 사고를 당해 저승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라면 ‘잘 살고 싶다’고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어떤 이유이든 ‘죽다가 살아난’ 경우는 더욱 절실해진다. 제 과실로 위험에 이르렀으면서 마치 ‘새로 태어난 듯’ 감사하고 또 감사해진다. 문제는 이렇게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가는가 하는 것이다. 1년? 6 개월? 한 달? 잘 나가는 일본의 코메디언이 어느 날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자신이 ‘상처투성이에 얼굴도 찌그러진 인형 옷’처럼 느껴질 만큼 크게 다친 그는 사고 후 삶에 대해, 그리고 다가올 죽음에 대해 고민하며 병상일기를 썼다. 그 코메디언은 우리에게는 영화 <하나비><기쿠지로의 여름>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기타노 다케시’다. 그의 책이 심심찮게 나왔는데, 이젠 거슬러 1995년에 쓴 책까지 나왔다. 의미심장한 제목, <죽기 위해 사는 법>을 읽었다.    




 

   기타노 다케시는 일본에서는 독설가로 유명하다. 차이는 크지만 이해를 돕자면 우리나라의 김구라의 큰형 정도라 해야 할까? 마치 야쿠자나 된 듯 고압적으로 상대를 나무라고, 심지어 주먹질까지 해서 보기에 심란할 지경인데,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인지 내재된 가학적 폭력성의 발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국의 시청자(일본인)들은 눈물을 빼고 웃는다. 독특한 캐릭터는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까칠하다 못해 전투적이고 혁명적인(책에서는 레디컬radical하다고 표현했다) 문장들은 좀처럼 글로 만나지 못한 것들이라 통쾌하기까지 했다(대상이 일본이 아니던가?). 하지만 남는 건 없다.

  책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건질 만한 부분은 전반부인 ‘1부 죽기 위해 사는 법’이다. 큰 사고나 병으로 말 그대로 ‘죽다가 살아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병원의 입원생활이란 것이 먹고, 싸고, 자는 것이 아니던가? (원래는 흰색이지만) 누렇게 탈색된 플라스틱 그릇에 고기반찬이 들어 있으면 ‘횡재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단순한 병원생활에 굳이 고무적인 것이 있다면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잘 나가던 연예인이 병원에 누워 ‘단순한 생활’을 하면서 삶을 돌아보고, 죽음을 내다보면서 내일을 다짐하는 생각들에 공감이 많이 갔다. 

  "그 전까지 나는 삶이라는 것에 크게 집착하지 않았고,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는 소리까지 하고 다녔다. 하지만 이는 자살욕구와는 다르다. 딱히 제 발로 기꺼이 죽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나에게 주어진 무거운 짐에서 언제 해방되든 상관없다는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구사일생이라 할 만한 상태에서 살아 돌아오고 보니 '간단히 자기 짐을 내려놓고 죽을 수는 없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냐'라고 누군가가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하나.

그래서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기쁘지도 않아도 가치는 있다. 살아 있다는 가치 말이다. 그렇게 다행이라거나 행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쨌든 살아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거기서 실패하면 다시 살아난 의미가 없어진다. 끊임없이 그런 생각만 맴돌았다." 본문 17 쪽 

 

  덤덤하게 말하는 재생再生의 변辯에는 죽을 때 까지 ‘잘 살겠다’는 다짐이 뭍어 있다. 어차피 죽어지면 아무것도 없는 무無가 되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살고 있기에 차라리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은 살지 않겠다는 생각은 안면이 함몰되고, 사지가 찢어지는 고통을 통해 얻은 대오大悟였다. 

  다케시는 사고 전 자신은 한마디로 ‘망나니’였다고 말했다. 성의 없이 방송을 하고 많은 돈을 받아서는 ‘언니’들의 품을 찾아다니며 밤을 새워 술을 마셨고, 그런 자신을 비난하는 팬이나 언론에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독설을 퍼붓는 바보 같은 망나니였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면서 강한 척 했지만, 걸레 같은 몸뚱이가 되어 남의 손을 빌어 밥을 얻어먹고, 용변을 해결하는 ‘단순한 동물’이 되어버린 자신을 바라봤을 때 ‘나 역시 사람 위에 사람이 아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국내에서 소개된 기타노 다케시의 모습은 교통사고 이후의 모습이다. 가끔 안면이 씰룩거리고 약간은 밸런스를 잃은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사고 이후의 후유증이다. 지인들과 의사는 그에게 안면신경 수술을 권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온전히 의사가 하자고 한 대로 ‘마음대로 다 알아서 해주십시오“라고 의지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는 듯 해 싫었다고 했는데,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사건을 평생 기억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나름대로 이 교통사고를 재산으로 삼고 살아갈 의지가 있었다. 안면신경이 낫지 않아도 딱히 관계없다. 어느 정도라면. 수술하면 흉터도 남지 않는다. 예전처럼 고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정신도 옛날대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은가. 그건 싫다고 말했다. 기껏 이런 사고를 당해서 생각도 바뀌었고 인생에 대해 여러 가지로 고민하게 되었는데,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가면 정신도 원래대로 돌아갈지 모른다. 그건 싫었다. 일그러진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면서 생각이 다시 바뀔 수도 있으니까, 이대로 흔적으로 남기고 싶다. 그런 의지가 있었기에 신경수술은 고사하기로 했다.” 본문 29 쪽

  이 대목은 내게 ‘발상의 전환’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이었다. 인생을 살면 반드시 찾아오는 ‘아픔과 슬픔, 사고와 괴로움’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굳이 기억하지 않으려 애쓰며 산다. 그런 경험이 있기 전의 모습이 ‘원래의 모습’인 듯 안 그런 척하고 살려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내 생에 찾아온 것들이라면 그 역시 ‘내가 감싸 안고 살아가야 할 몫’인거다. 그렇게 살아갈 때 비로소 온전히 나다운 삶을 사는 것이다. 애써 감추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안고 살기. 그게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삶에 있던 일이었으니까. 생각해보면 어쩌면 가장 단순하고 명쾌한 삶의 방식일 수 있다. 그런 일이 있다 손치더라도 그게 나인 것을 누가 어쩔거냔 말이다. 멋들어진 이 한 마디가 이 책에서 건진 ‘나를 흔든 한마디’였다.

  나머지 부분은 ‘살아남은 자가 바라본 우스운 세상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원래 독설가인 그인지라 표현은 무식하고 살벌하다. 말도 콩도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고, 모순덩어리였다. 하지만 그의 말을 따라 읽다 보면 통쾌한 무엇을 발견한다. 내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면서 늘 속으로 하던 말들, 정말 허물없는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다면 술의 힘으로 거침없이 배설하고 싶은 ‘독설들’이었다. ‘네 나라도 별 수 없구나’ 싶어 위로가 되고, ‘네 말이 내 말이다’ 싶어 공감을 했다. 하지만 읽고 난 후엔 뱉어낸 담배연기마냥 흩어져버렸다. 원제목도 ‘다케시의 죽기 위해 사는 법’이다. 하지만 설명이 부족하다. '다케시의 나답게 죽기 위해 나답게 사는 법'이 더 어울린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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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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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일어시라라! 

  최인호가 집필을 중단했다. 최소한 ‘샘터사’에 매월 402회를 연재하며 36년 하고도 반년을 이어온 장수연재소설 <가족>만은 그랬다. 원인은 ‘암’이었다. 2008년 연재를 잠시 중단했다가 지난 해 3월 재개했었지만 10월호를 끝으로 연재를 끝냈다. 소설<가족>은 소설판 <전원일기>요, 한국판 ‘월튼네 사람들’(30여 년 전 매주 방송하던 미국 드라마)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한 질의 대하소설’이라면, 가족의 이야기는 어떻겠는가? 바람잘 날 없는 사건과 에피소드 속에서도 항상 끝은 훈훈하고 정겨운 가족애家族愛를 느끼게 하는 국민소설이다. 이 소설이 공감을 얻는 이유는 ‘우리집에서도 일어났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최인호의 글을 읽으며 지난 날 ‘우리의 그 날’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마치 옆집 최씨 아저씨네 이야기를 담장 너머로 엿들으며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그 날 이렇게 하고 싶다’고 배우게 한다.  

  하지만 소설<가족>의 백미는 최인호의 입담이다. 그는 타고 난 글쟁이다. 글이라기보다는 ‘말’을 읽는 기분, 그래서 아이에서 노인까지, 무식쟁이에서 긴 가방끈에 이르기까지 정겨이 읽힌다. 정좌할 필요도 펜을 들고 읽을 필요도 없다. ‘말’을 듣는데 그런 것이 대체 왜 필요하단 말인가? 그냥 고개를 들어 책에 박힌 글에 눈을 대면 된다. 그러면 술술 읽힌다. 좀 더 읽다보면 중저음의 개구쟁이 같은 최인호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뿔싸, 그런 그가 글쓰기를 중단했다. 타고난 재담꾼이 입을 다문 것이다. 대신 조용히 책 한 권으로 그 변辨을 대신했다. <인연因緣>을 읽었다.  



 

   인연은 만남이다. 그리고 만남을 인식하고 괘념掛念하면서 인연은 시작된다. 그래서 인연은 앎이고, 기억이고, 추억이다. 그리고 사랑이다. "우리는... 추하고 멍청하고 따분한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아름답고 똑똑하고 재치있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서 '사랑'을 한다."는 알랭드 보통의 말처럼 우리가 인연이라 인식하고 기억하며 추억하는 것은 내가 갖지 못한 무엇을 가진, 그래서 똑똑하고 멋진 그를, 그녀를, 그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인연>은 최인호가 사랑한 사람과 물건, 공간 그리고 일들을 기록해 놓은 수필집이다. 지난 해 펴냈던 <산중일기>가 나, 최인호를 돌아보는 글이었다면, 이번 글은 스스로 ‘나는 아름다운 팔불출’이라고 말했듯 거의 평생 ‘가족’의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이야기 했던 그가 ‘또’ 사랑하는 인연들을 이야기 했다.

  지금의 최인호에게 ‘인연’은 그리움이다. 스치고 지나갔던 순간의 기억이 시간이 흐르고서야 인연인줄 새삼 깨닫고 그리워진다. 몸에 병을 달고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기 시작한 그에게 세상은 모두가 인연이고 담고 싶은 그림이었다. 그가 돌아본 인연들은 모두가 아름답고 소중했다.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는 역시 ‘가족’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연인의 그것보다 더 지극하고 간절했다. 세상 어느 자식 안 그럴쏘냐마는 기억이 정말 날까 싶은 ‘당신(어머니)과의 소중한 순간’들을 묘하게도 기억하고는 서술하는 것만으로도 둔해서, 뚱해서, 혹은 창피해서 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네와는 사뭇 달랐다. 아버지와 형제들, 그리고 아내에 대한 마음은 단 몇 줄에도 사랑이 뚝뚝 뭍어난다. 

  “그래도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인사와 동시에 다리를 주무르는 일은 언제나 되풀이되었는데, 그때마다 내가슴이 아팠던 것은 어머니의 다리가 점점 더 말라간다는 사실이었다. 다리를 못쓰시게 되고부터는 말라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져서 돌아가실 무렵에는 뼈만 남아 있었다. 다리를 주무르다가 나는 몇 번이고 울곤 했다. 어머니의 다리에서 생명이 희박해져가고 있는 걸 나는 손바닥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두 사람은 내 곁을 떠났다. 내가 사십여 년 동안 줄곧 안마로 모시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제 내 곁에 없다. 아직도 내 손에 남아 있는 그 촉감, 그 살의 느낌, 살아 숨 쉬던 그 생명력, 어머니의 부드러운 살결, 매듭을 꺾을 때마다 뼈마디가 분질어리는 그 경쾌한 소리, 유난히 따뜻하던 어머니의 체온, 그 모든 감촉들이 내 손안에 분명히 남아 있는데도 두 분은 내 곁을 떠나고 안 계신다.

“인호야, 어디 있니? 다리를 좀 주물러다오.”

  가끔 한밤중 잠에서 깨어 멀건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아버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본문 275 쪽

  내가 초등학교 일학년이나 되었을까... 독감에 학교를 조퇴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끄응’ 소리가 절로 날 만큼 앓는 나에게 내 엄마는 누런 양은 대야에 찬 물을 담아 유난히 희고 흰 타올을 적셔 열로 인해 강바닥같이 터버린 입술을 적시고, 정갈하게 접어 머리에 얹어주셨다. 차가운 각성 뒤에 오는 은근한 서늘함에 위로받아 잠이 들었나보다. 깨고 보니 안방 풍경은 그대로인데 있어야 할 내 엄마가 보이질 않았다. 두 세평 남짓의 방안이 학교 운동장만큼 커 보였고 휑 하는 바람소리마저 들리는 했다.

  난 울었다. 혼자 남은 무서움 때문이 아니라 혼자 남겨진 그 느낌에 울음이 터졌다. 서러움, 난생 처음 든 그 기분은 서러움이었다. ‘우왕’하고 울던 것이 곡을 하듯 늘어지고 잦아들만 하면 끊어질까 또 목청을 높여 울었다. 내 엄마가 얼마나 먼 곳에 있을까 가늠하며 ‘나 여기 있다’고 외치는 울음에 내 귀가 아팠다. 깨어나면 떠먹일 찬거리를 사러 나갔다 온 내 엄마는 “내 새끼, 언제 깬거야. 어휴 그래. 혼자 있어서 운거야?” 하며 잰걸음으로 달려와 나를 안아 등을 두드려줬다. 톡.톡.톡. 그 두드림은 ‘그래 내가 네 마음을 안다’였다.

  더 이상 누릴 수 없음은 그리움이 된다. 단 한 번이라도 더 느끼고 싶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와 숨결, 그리고 따뜻한 기운은 최인호에게 사무치는 그리움이 된다. 그의 손바닥이 기억하는 부모의 느낌들은 ‘그래 내가 네 마음을 안다’는 교감의 잔상이리라. 읽다 보면 그 간절함에 나마저도 울컥 울컥 속이 상해진다.

  인연의 시작이 만남이면 끝은 헤어짐이다. 최인호는 이 책으로 소중한 인연들에게 ‘내가 너희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을 걸고 있다. 사람 좋은 배우 안성기, 넉살 좋은 영화쟁이 배창호, 애틋한 사랑 이해인 수녀님, 그리고 삼라만상의 풍경을 만드는 자연까지. 심지어 적막마저도 ‘내가 너희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를 사랑하고 있었다.

 글을 읽다가 문득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생각났다. 파킨슨 병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모리선생은 어느 날 지인들을 모두 불렀다. 자신이 떠난 후 듣지 못할 ‘애도의 글’을 미리 듣고 싶어서였다. 지인들의 낭독에 때로는 웃음으로, 한 줄기 울음으로 말없이 답하는 모리선생은 슬프도록 행복해했다.

  이 글은 어쩌면 최인호의 미리 써둔 연서戀書인지 모른다. 사랑은 먼저 주는 것이고 표현해서 드러낼 때 완성되는 것이라면, 그는 자신의 사랑들에게 글로써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글을 지으며 많은 미소와 눈물을 흘렸으리라. 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행복했으리라. 

  “아아, 나는 돌아가고 싶다.

  갈 수만 있다면 가난이 릴케의 시처럼 위대한 장미꽃이 되는 불쌍한 가난뱅이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 막다른 골목으로 돌아가서 김유정의 팔에 의지하며 광명을 찾고 싶다. 그리고 참말로 다시 일.어.나.고.싶.다.“ 본문 266 쪽

  ‘병중인 그‘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 나는 지난 해에 이어 ’또‘ 수필집이 나왔다는 소식에 불뚝 화가 났다. <잃어버린 왕국>과 <해신>을 통해 나라를 걱정하고, <별들의 고향>, <도시의 사냥꾼>등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지닌 청춘들을 이야기하던 그가 짧은 숨의 ’수필집‘이냐 싶었다. 한국 현대문학의 한 기둥인 그에게는 우리의 오늘을 대신 고민하고 위로를 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코맥 매카시나 필립 로스처럼 이순耳順의 최인호만이 뱉어내야 할 글들이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남겨야 할 대단원의 ’완성작‘을 은근히 기대했던 터라 부아가 나서 하마터면 이 책을 읽지 않을 뻔 했다.

  최인호에게 요구한다. 일어나시라. 천막 안에 청중이 그득한데 연사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혼이 나야 한다. 단 한 명의 청중이라고 천막 안에 있다면 연사는 아플 자격도 없다. 당신은 아직 토하고 쏟아내야 할 말들이 많다. 툭툭 털고 일어나 당신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로 천막안으로 들어오시라 요구한다. 어서 빨리 돌아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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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노믹스 - 세계를 강타한 인터넷 문화혁명, 트위터와 소셜미디어 에이콘 소셜미디어 시리즈 1
에릭 퀄먼 지음, inmD 옮김 / 에이콘출판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소셜네트워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강력한 추천시스템이다!

  2008년 TIME 지紙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버락 오바마 Barack Hussein Obama 대통령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의 탄생은 게티즈버그에서의 링컨이 연설을 한 이래, 워싱턴에서 킹 목사의 대행군 이래 이런 날이 올 거라 상상하지 못했던 일대 거대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예상했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한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할 ‘2008 올해의 인물’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미국 유권자의 한 목소리가 있었고, 이들 유권자의 목소리를 한 데 모으는데 큰 힘을 발휘한 것은 트위터twitter와 페이스북을 대표로 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은 소셜미디어Social Media로 가능해진 ‘대중이 주도권을 쥔 혁명’people-driven-revolution을 보여주는 가장 전형적인 사례였다. 



당시 페이스북facebook에 올라온 오바마 지지자들의 모임 

   오늘날은 제품은 있지만 기업은 없는 시대다. 다시 말해 기업의 의지대로 제품을 만들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요즘 성공하는 기업의 제품들을 보면 거의 100% 소비자의 니즈needs를 반영한 제품들이다. ‘왜 이러이러한 제품은 없는 거야?’, ‘이 제품은 이런 이런 점이 부족하잖아!’라고 불평을 내놓기가 무섭게 기업은 이를 보완하고, 개선한 후 ‘자, 이렇게 바꿨습니다. 어떠세요?’라고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내놓는 기업만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다. 겨우 ‘소비자의 사랑’이라고 낮춰볼 것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비자란 한 지역이나 국가 정도가 아닌 지구촌, 즉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까칠한 소비자에게는 살buy 맛 나는 세상’이 오늘날인 셈이다. 

  소비자가 소비와 동시에 생산이 가능해진 시대, 다시 말해 소비자가 프로슈머prosumer가 되는 시대를 웹web 2.0 시대라고 하면, 지금은 그보다 한 단계 발전된 시대다. 블로그나 홈피에 신문기사를 방불케 하는 내용을 자주 써야 하고, 항상 컴퓨터(노트북을 포함) 앞에서 써야하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성을 탈피해 ‘스마트폰’을 통해 나의 일상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언제든지 단문으로 포스팅이 가능한 ‘단문 메시지’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시공간적 제약의 탈피는 실로 어마어마한 혁명에 가까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순간’들이 의욕과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실시간으로 ‘글과 그림, 그리고 영상’으로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셜노믹스Socialnomics>(에이콘)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SNS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이 책은 소설미디어로 인해 거시적 트렌드, 행동양식, 사회현상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원 제목, Socialnomics: How social media transforms the way we live and do business 이다.

 



 

    “소설노믹스는 거대한 사회경제적 변화다. 지난 몇 세기를 지배하온 주요 마케팅/비즈니스 이론 중 일부는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원하지 않는 대중에게 상품을 계속 강요하는 기업은 구시대적 유물과 함께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본문 21 쪽

  이 책은 소셜미디어 경제 즉, 기업 중심의 경제를 뛰어넘은 ‘대중 중심의 경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책을 통해 다양한 관점, 즉 웹web의 발전사적 관점과, 기업/마케터의 관점, 그리고 네티즌들의 커뮤니케이션과 라이프스타일의 관점에서 소셜미디어가 현재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나아가 소셜미디어의 미래를 예측하고,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얻는다. 

  소셜미디어Social-media라는 말은 ‘블로그’를 통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단어다. 이 단어의 뜻은 방송과 신문을 대표로 하는 제도권 미디어 매체의 일방적인 송출을 벗어나 소규모 단체를 비롯해 작게는 개인도 ‘하나의 미디어’가 되어 송출이 가능해졌음을 말한다. 2000년 초 블로그가 출현한 후 이제 네티즌이라면 거의 대부분 개인 홈피나 블로그를 한 두 개 정도를 소유하고 있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터넷 논객, 파워 블로거들은 제도권 미디어가 정보를 취득하는 대상으로까지 발전했다. 소셜 미디어의 국내 출현은 새로운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면서 ‘온라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고, 이에 따라 기업환경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 책은 소셜 미디어의 대상을 블로그를 넘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두었다. ‘싸이월드 홈피’를 통해 소셜미디어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 한국이었지만, 이보다 더 보강된 ‘페이스북’과 140글자의 단문블로그로 대표되는 ‘트위터’는 최근 2-3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현재 말하는 소셜미디어가 ‘블로그’라면, 세계는 지금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더해져 더욱 확대되고 강해진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연말, ‘아이폰i-phone'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아이포너i-phoner가 되는 것은 ’보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점유할 수 있는 새로운 부류에 속하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곧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에 의한 소셜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이 예상되는데, 이런 점만 살펴봐도 비즈니스맨이라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 국내에서도 펼쳐질 미래의 모습을 미리 내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으로 트위터를 불러 트위팅을 하고 있는 모습

 

    블로그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포스팅이었다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내 주위에 있는 나를 아는 사람들(팔로우어follower 라고 부른다)’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한다. 소셜미디어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해묵은 질문에 답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더 많은 사람이 생산적인 활동이나 자선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회적 이득을 가져온다. 블로그에서 트위터(페이스북)으로 인기가 옮겨지는 이유는 ‘넘쳐나는 정보’에 기인한다. 소셜미디어는 정보의 과다한 생산으로 인한 병목현상을 해소해준다.

  소셜미디어는 나와 비슷한 성향과 행동반경을 가진 사람들 다시 말해, ‘내 친구’로 삼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수다’를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보들을 가능하게 해준다. 실시간 업데이트, 마이크로블로그(140자 내외의 단문), 참여형 북마크, 비디오 공유, 사진, 댓글 달기 등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만들어오던 컨텐츠들을 웹상에서 공유하며 소규모 이익 집단의 수요를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추천 상품, 맛집도 이젠 기업이 스폰서가 되어준 검색을 통해 보지 않고 나를 아는 친구들이 추천하는 믿을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소셜미디어는 네티즌 모두가 기자가 된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 그리고 업계의 뉴스를 글과 사진 그리고 동영상로 실시간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Y세대와 Z세대에게 제일가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이메일이 아니라 소셜미디어 메시징이다. 그 이유는 이메일과 비교할 때 친구들 간의 진짜 대화와 닮아서다. 소셜미디어의 발전을 짐작하게 하는 사례다.



페이스북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인의 모습

 

   내가 중점적으로 관심을 두고 읽은 측면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대한 기업의 마케팅적인 측면이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 환경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고, 기존의 제도권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소셜미디어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불만창구라고 인식해 두려워하며 아예 귀를 닫아버린 기업들도 아직 적잖기 때문이다. 과거에 익숙한 기업들의 이러한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당시의 마케팅 매체로는 좋은 점이 많을수록 고객 구매가 늘어날 거라는 생각에서 짧은 광고 안에 많은 혜택을 집어넣는데 열중했고, 고객은 ‘말을 듣는’ 쪽에 더 익숙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지금은 그럴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과거 마케팅 담당자의 철학과 오늘날 마케팅 담당자의 철학을 비교하면서 현재는 고객과 대화하고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얼마나 빠르게 식별하고 대응하는가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과거 마케팅 담당자 철학 

- 중요한 건 메시지와 브랜드 이미지의 화끈한 성적요소다.

- 핵심은 메시지다. 좋은 마케팅 담당자라면 뭐든지 팔 수 있다.

- 고객에게 무엇이 맞는지 우리는 잘 안다.

고객은 정말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기에 우리는 고객을 도와주는 셈이다.

- 우리는 내부에서 개발한 제품과 메시지를 밖으로 대중에게 전파한다.

오늘날 마케팅 담당자 철학

- 고객 요구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핵심은 제품이다. 전 부서와 항상 소통해야 한다.

- 우리는 고객에게 무엇이 가장 잘 맞는지 절대 알 수 없기에 항상 물어보고 수정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한 번에 맞출 확률은 거의 없다.

- 우리보다 고객이 제품을 더 잘 마케팅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아이디어를 잘 활용한다면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다.    본문 178-179 쪽

 

  과거의 기업 성공이 규모의 경제와 엄청난 광고 물량을 동원해서 가격과 이미지로 승부했다면, 이제부터는 말 그대로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소셜노믹스의 세계에서 승리할 수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소셜네트워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강력한 추천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리치보이의 트위터 ID - @RichboyBook

 

  아직도 국내에는 ‘네티즌을 추천여부를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어리석고 위험한 착각이다. 우리는 소셜미디어의 탄생에 주목해야 한다. 아무런 보수도 약속하지 않은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글, 그림, 동영상으로 포스팅을 하고, 댓글을 올리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하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이러한 행동의 근원에는 ‘무조건적 이타주의’에서 비롯된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좋은 평판을 작위적으로 만들려는 기업의 노력은 돈을 주고 표를 사려고 했던 정신 빠진 국회의원후보와 다름없는 쓸데없는 짓이다. 저자는 기업이 소셜미디어 시대에 나아갈 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가 이 새로운 소셜노믹스의 세계에서 승자가 될 것인가? 당연히 소비자와 최고의 상품이 승자가 된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사회 전체적으로 달성하려 애써왔던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이렇듯 유토피아 같은 사회를 가능하게 한다. 좋은 기업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더라도 이를 행동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개선한다. 나쁜 회사는 고객의 피드백을 귀찮은 일 또는 숨겨야 할 일로 간주한다.” 본문 309 쪽

  트위터를 아직도 한낱 채팅서비스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스마트폰의 출현이 휴대폰의 새로운 모델이 나온 것으로 생각했다 해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난, IT하고는 별로 상관없어’라고 쉰 소리 하지 말라. 지금 세상은 인터넷 혁명에 버금가는 새로운 변화의 문 앞에 서 있다. 그 누구라도 ‘오늘’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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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기의 생존경제 - 대한민국을 위한 희망의 경제학
최진기 지음 / 북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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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장바구니 경제를 알려주는 살아있는 경제학, 이 책으로 잡아라!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경제’일지 모른다. 2008년 하반기부터 국내에 불어닥친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IMF의 끔찍한 악몽을 경험했던 국민들에게는 일 년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나날을 보내게 했다. ‘지금의 위기를 겪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경제’라는 코드에 걸쳐져서 영향을 받았던 만큼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중은 곧 모든 두려움은 무지無知에서 비롯됨을 깨닫고 해답을 제시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최진기의 생존경제>도 많은 사람들이 경청했던 목소리중 하나다.



 

   이 책은 지난 KBS가 국민경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6개월간 28부작으로 꾸민 방송 프로그램 ‘최진기의 생존경제’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방송보기 

  입시학원인 메가스터디에서 사회탐구 영역을 강의하면서 전국 점유율 1위를 기록할 만큼 명강사로 통하는 최진기는 한때 동부증권에서 근무를 했던 증권맨 출신이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지난 2008년 7월 <환율 방어, 무엇이 문제인가>이라는 제목의 강의내용이 온라인상에 급속하게 퍼지면서부터였다. 내용은 현 정부의 잘못된 환율정책을 사례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환율의 개념과 그 움직임을 쉽고 명쾌하며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 후 경제학이 현상에 얼만큼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지를 설명하고, 일반인들이 경제학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피력한 <지금 당장 경제공부 시작하라>(한빛비즈)를 출간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관찰과 우리 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라며 ‘생존경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허황된 종말론에 휩싸여 공포심에 짓눌리지도 말아야 할 것이고, 과장된 희망으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공포와 희망, 그것은 험난한 경제현실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이다. 또한 그것은 언제나 경제를 극단으로 치닫게 만드는 한 요소겠지만, 그 안에서 균형을 찾아 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의무일 것이다.” 본문 6쪽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생존경제’의 독자는 전 국민이다. 특히 ‘경제학’을 접해보지 못한 중고교생이나 주부들을 포함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래서 ‘경제용어’ 하나 하나 마다 쉬운 예로 잘 설명해주며 이해를 돕고 있다. 강의를 들어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강의를 그대로 필사하듯 옮겨와 책으로 접한다면 KBS의 강의를 따로 기록하거나 모두 들어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바꿔 말하면 강의를 들었던 독자라면 이 책으로 배움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이제 막 경제에 대해 관심이 생겼거나, 경제학을 공부해보려는 독자에게는 더한 나위 없는 입문서가 된다.  

  이 책은 우선 재미있다. 현장감이 생생한 사례들로 구성된 최진기만의 독특한 강의법으로 구성되어 술술 읽힌다. 어려운 그래프와 경제학 이론은 뒤로 하고 뉴스나 신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현실적인 지표와 그래프를 소재로 미시, 거시경제학에 접근하고 있다. 재미있는 그림과 사진 그리고 속풀이 토크, 경제상식 따라잡기 등 따로 마련된 코너들은 경제학 상식들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도 준다.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정리된 ‘생존노트’는 꼭 기억해야 할 점과 생존하기 위해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부분들을 짚어준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소제목마다 ‘국내경제상황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주고 그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한다는 점이다. 문제점에 대한 지적의 강도는 ‘미네르바‘등의 온라인 논객이나 ’위험한 경제학‘ 류의 학자들의 그것보다는 약하지만, 저자의 주장보다는 ’동의‘를 구하는 논조로 구술되는 문제점 제기와 해결책은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다시 말해 ’내가 말하고 싶었던 국내경제의 문제점‘을 시원하게 대변하는 기분을 얻을 수 있다.

  책의 크기가 일반 단행본에 비해 약간 큰 듯도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쉬이 읽히는 만큼 틈틈이 한 챕터씩 읽어나간다면 어렵지 않게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완독후 강의를 듣는 것도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평소 ’경제공부‘에 유념을 두었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완독 후 연이어 읽으면 좋을 책으로 2008년 파란을 일으켰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쓴 <미네르바의 생존경제학>(미르북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박사의 <경제독법>(원앤원북스) 등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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