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ck 스틱!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개정증보판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안진환.박슬라 옮김 / 엘도라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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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상대에게 내 메시지를 가장 쉽고,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는 비결!

 

  지난 1월에 책(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 교보문고)을 낸 사건(?)은 내게 많은 첫경험을 안겨주었다(물론 내 이름 석 자가 박힌 책을 낸 것도 첫경험 일테지만). 그 중에서도 손을 꼽으라면 바로 ‘저자 강연회‘였다. 독자로서 저자 강연회는 몇 번 참석해 본 적이 있지만, 연단 위에 서서 독자들을 향해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라니...처음 출판사로부터 제안(실의 거의 명령조였지만)을 받았을 때 오금이 저리고 정신이 아득했다.

  얼떨결에 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열흘 뒤에 있을 그 ’거사‘는 출간의 기쁨을 모두 앗아가 버렸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던 차에 영화 번역가 이미도 씨(독자로 만나 형님아우사이가 되어버린)로부터 출간축하전화를 받은 자리에서 내 고민을 털어놨다. ’어떤 종류의 첫경험이든 살면서 많을수록 행복한 것‘이라며 강연을 하려면 꼭 읽어야 할 책으로<스틱>(웅진윙스)을 추천했다. 



 

   지난 해 초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난 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스스로 한심스러워 하면서 전화를 끊고 다시 집어 들어 순식간에 읽어버렸다(원래 인생이 그렇잖은가? 그래서 선배라는 훈수쟁이는 삶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지금도 살아있다. 강연은 성황리에 무사히 잘 끝났고, 출판사로부터 전국 교보문고 매장을 돌며 강연하지 않겠냐는 농담같은 제의를 받았다(추진되지 않은 것을 보면 농담이 맞는가보다). 프리젠테이션을 <프리젠테이션 젠>(에이콘출판)이 도왔다면, 스토리텔링은 <스틱>이 나를 살렸다. 내가 손에서 책을 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달변가는 ‘워런 버핏’이다. 그 이유는 수백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억 달러를 맡긴 투자자들에게 1년에 딱 한 번씩 ‘투자보고’를 하고도 수십 년 동안 투자자들을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 헤서웨이’ 펀드가 매년 주식시장의 평균수익률을 훨씬 뛰어넘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투자자들이 겸재 정선이 그린 금강산을 보듯 출렁거리는 시장을 지켜보면서도 참을 수 있는 건 워런 버핏의 시장을 꿰뚫어보는 듯한 메시지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두 가지 투자 원칙(첫째, 투자에 있어 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다. 둘째, 첫 번째 원칙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를 믿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보고를 할 때 결코 복잡한 시장 상황을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가 겪은 에피소드나 우화 등을 섞어 에둘러 설명한다. 보고의 핵심은 ‘자신의 지식자랑’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해’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버크셔 헤서웨이’의 운용이 시장을 이길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워런 버핏은 어떤 상황이 와도 주식투자를 해야 함을 이야기할 때 장황하게 숫자와 그래프를 동원하지 않고 “나는 11살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11년 동안을 헛산 셈이다.”는 딱 한마디로 끝을 맺는다.

  아무리 심지가 곧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피땀흘려 번 돈을 투자하는 데 있어서는 ‘바람만 불어도 귓바퀴가 귓구멍을 덮을 정도’로 귀가 얇아지는 법이다. 하지만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자들은 워런 버핏을 믿는다. 아니 그의 말을 믿기에 꿋꿋하게 버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말의 힘, 메시지의 힘이다.

  로빈슨 크로소우나 헨리 데이잇 소로우(월든Walden의 저자), 그리고 척 놀랜드(영화 캐스트어웨이의 주인공)처럼 죽을 때 까지 혼자 살지 않을 거라면,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야기 즉 말은 잘 듣고, 잘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에게 내 말을 잘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나와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나눌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박힐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은 직업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내가 하는 말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생각을 남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스틱Made to Stick>(웅진윙스)에 있다. 



 

    스틱stick이란 스티커처럼 뇌리에 착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만들라는 뜻이다. 저자인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침 히스Chip Heath와 그의 동생이자 컨설턴트인 댄 히스Dan Heath는 어느 날 ‘스티커같은 메시지’가 있음을 발견하고 다음과 같은 의문을 발견했다.

  “흥미로운 메시지는 원래부터 그렇게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10년 동안 두 사람은 스티커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어떤 메시지들은 성공하고, 다른 것들은 실패하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스티커 메시지로 성공하는 것들은 바이러스처럼 번져 나가게 하는 요소가 숨어있다는 것도 찾아냈다.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에서 말한 고착성Stickness가 사회적인 전염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밝혔다면, 그들은 이를 모티브로 효과적인 메시지는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밝힌 것이다.

  효과적인 스티커 메시지의 구성요소는 바로 단순성Simplicity, 의외성U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스토리Story 여섯 가지로 구성(묘하게도 이들을 합하면 SUCCESs가 된다)되어 있다.

 단순성Simplicity

  모든 내용이 중요하다는 말은 아무 내용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과 다를 바 업다. 모든 내용에 우선순위 1번을 매기면 우선순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메시지의 핵심을 발굴하려면 무자비할 정도로 곁가지를 쳐내고 중요한 것만을 남겨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속담이다. 메시지는 반드시 단순하고, 동시에 심오해야 한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단순함의 궁극적 이상향이다. 저자들은 속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장 오래된 선천성 스티커 메시지의 대명사는 바로 속담일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문화권을 넘나들며 현재까지 살아남은 지혜의 보고寶庫 말이다. 이를 테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은 55개 이상의 언어권에서 거의 비슷한 형태로 나타난다.” 본문 11쪽

 의외성Uexpectedness

  내가 던지는 메시지에 사람들이 관심을 끌고, 그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예상을 깨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 세 끼 꼬박 콜레스테롤이 푸짐한 식사를 하는 것보다 팝콘 한 보지를 먹는 편이 더 건강에 해롭다!’는 메시지는 사람들의 허를 찔러 긴장감을 높이고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왜 그런지 알고 싶어진다. 바로 사람들의 지식에 구조적인 ‘공백’을 열어 호기심을 집중시킨 것이다. 그런 다음 그 공백을 이야기로 매워줘야다.

  의외성을 가장 잘 구사한 인물은 바로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다. 어느 날 그는 애플의 신제품 설명회에 등장했을 때 서류봉투가 배달되었다. 잡스가 서류봉투를 뜯었을 때 나온 것은 바로 노트북이었다. 이 작은 퍼포먼스는 그가 하고 싶은 모두를 보여준 셈이었다.

 구체성Concreteness

  추상적인 단어는 버려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한 단어를 동원하라. 선천성 스티커 메시지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두뇌는 구체적인 정보를 기억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속담이다. 단 한 번의 행위로 두 가지 결과물을 얻는다고 말하지 말고, ‘도랑 치고 가재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딴다’고 말하라. 존 F 케네디의 ‘10년 안에 인류를 달에 착륙시킨다’는 구체적인 한마디가 있었기에 미국 국민을 열광시켜 실현할 수 있었다.

 신뢰성Credibility

  상대가 듣고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도록 표현해서 신뢰도를 높여라. 통계는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내면 더 효과적이다. ‘배터리 지속시간이 6시간’이라는 말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KTX내내 아이팟으로 좋아하는 영화 세 편을 보고도 남을 정도의 배터리 파워’라고 말하라. ‘선수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제공하는 스케이트‘라고 설명하지 말고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딸 때 신은 스케이트‘라고 말하는 것이 더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감성Emotion

  인간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에 대해 감성적인 유대감을 느낀다. 가능하다면 인간적인 표현으로 아이디어를 전달하라. 상대방이 무언가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당신의 메시지가 그들이 각별히 여기는 무언가와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줘라. 10대 흡연 청소년들에게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기보다 담배회사의 표리부동한 행동을 알려줘서 반발심으로 금연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 모금함을 들고 ‘불우이웃을 도웁시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유명인이 어려운 형편에 있는 아이를 따라다니며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성금을 모금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스토리Story

  사람들은 규칙이 열거된 목록보다 스토리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메시지를 보다 일상적이고 생활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어 보여줘라. ‘비겁한 변명으로 실패를 합리화하지 말라’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솝 우화 중에 있는 ‘신 포도와 여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낫다. 모든 상황이 이야기로 풀어낼 수 없다면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효과적이다. 공사현장에서 안전모에 대한 교육을 하기보다 안전모를 쓰지 않은 인부가 당한 끔찍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 책이 말하는 ‘효과적인 스티커 메시지의 6가지 구성요소’의 공통점은 바로 ‘메시지를 듣는 사람들에게 맞추라’는 것이다. 소통의 기본은 자신이 아닌 상대에 있다는 말이다.

  또한 저자들은 사람들이 효과적이고도 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지식의 저주’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지식의 저주’란 자신이 말하려는 주제에 대해 듣는 사람들이 배경 지식이 없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말하는 사람이 ‘설마 이 정도의 지식 정도는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사실 듣는 사람들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제 아무리 열변을 토해도 고개만 끄덕거릴 뿐 머리에는 ‘쏙쏙’ 들어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경영진은 회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므로 직원들도 자신과 똑같을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그와는 달리 직원들은 회사 전체를 보기보다는 자기가 맡은 일에 파묻혀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비전이나 핵심가치 같은 거대한 생각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티커 메시지의 적適인 '지식의 저주'를 풀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 답에 대해 잭 웰치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떤 아이디어나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전달하고자 할 때 한 번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중요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여러 해에 걸쳐 온갖 종류의 회의 때마다 수없이 반복해서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나중에는 아예 신물이 날 정도였다. 내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과도하거나 강박관념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열 번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혼창통, 이지훈, 쌤앤파커스> 본문 227 쪽

  다시 말해 회사의 비전이나 핵심가치처럼 중요한 것은 강조하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란 것이다. 잭 웰치는 ‘기업의 핵심가치는 700번 이상 반복해서 부하직원들에게 말하라’고 조언했다. 사장이 직원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다. 사람이란 원래 그렇게 ‘남의 말을 잘 안 듣게’ 생겨 먹었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유용하고 오래 남는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고 싶다면 청중들을 다음과 같이 만들라고 말했다.

1. 관심을 끈다. (의외성)

2. 메시지를 이해하고 기억하게 한다. (구체성)

3. 동의, 신뢰하도록 부추긴다. (신뢰성)

4. 각별히 여기도록 자극한다. (감성)

5. 행동을 유발한다. (스토리)

    위의 목록에 단순성이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메시지의 핵심을 다듬고 가능한 한 단순하게 압축하는 답변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본문 335 쪽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책의 도움을 받은 내가 성공한 강연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강연의 첫 시작을 내가 책을 처음 구매한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에피소드로 열었다. 강연 처음의 5분을 글로 그대로 풀어보겠다  



 

   “내 의지대로 처음 책을 구입한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였습니다. 하교길에 월부 책장수를 만나서 사은품으로 걸린 철제 마징가 제트에 혹해서 할부 계약서마징가제트를 받았습니다. 저의 관심사는 온통 철제 마징가 제트 장난감으로 쏠릴 뿐, 할부 계약서는 주소가 적힌 종이에 불과했죠.  

  이틀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린 것은 내 방에 산더미처럼 쌓인 책과 아버지의 몽둥이 뜸질이었습니다. 그 후 일 년 동안 매월 25일 이면 4000원 짜리 할부 영수증 앞에서 내가 읽은 책을 검사받아야 했죠. 



  그 때 읽은 50권 짜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에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고양이’였습니다. 그 책으로 제가 처음으로 책이 ‘전설의 고향’보다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어린 제게 그 소설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책을 읽을 때면 엄마를 내가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에 두고 읽었을 정도였습니다.

  사람을 죽여서 벽에 매장을 했다는 점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벽을 헐었을 때 검은고양이가 살아서 ‘야옹’거렸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너무나 무서워서 오줌을 지릴 뻔 했죠. 그 때 종이 위에 글로 쓰여진 것을 읽으면 마치 내 눈 앞에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바로 제가 처음으로 책의 위력을 실감했던 사례인거죠.“

  강연에 쓰인 슬라이드에는 숫자도 명언도 그래프도 없었다. 내가 하고픈 말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미지가 전부였다. 하지만 청중들은 5분에 한 번씩 웃음을 터뜨렸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강연의 마지막에 이르러 청중들에게 ‘놓치면 후회할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스무 권 가량을 소개했다. 그리고 마지막 멘트는 이랬다. “훌륭한 책들을 더 만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정말 훌륭한 책 71 권을 소개한 저의 책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을 펴십시오. 그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청중들은 마지막까지 웃어주었다. 다시는 없을 내 강연 첫경험을 다행히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프리젠테이션 젠>과 이 책 <스틱> 덕분이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내 말을 ‘쏙쏙’ 전달하고 싶다면, 그리고 내 메시지를 접착테이프처럼 ‘딱’ 하고 붙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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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 고노스케, 위기를 기회로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남상진.김상규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오늘의 불황을 이기기 위한 CEO 들의 필독서!

 

 



  며칠 전 일본 자동차 제조사 토요타의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53) 사장이 24일(현지시간) 미 하원 감시·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차량 결함과 관련한 대량 리콜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도요타 자동차는 생산방식에 있어 ‘무無 결점’에 도전하고, 판매방식에 있어서는 ‘목숨을 걸고 판다’는 이른바 사무라이 세일즈 정신이 결합되어 최근까지 소비자로부터 ‘꿈의 차dream car’로 불리면서 난공불락의 세계 1위를 지키던 업체여서 이번 ‘토요타 리콜 사태’는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 원인은 아키오 사장이 말한 것처럼 지난 10년 간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차량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때문이다. 자동차에 있어 ‘안전성’은 ‘편리함’보다 우선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다. 지금껏 소비자가 토요타의 엠블럼만 봐도 안전하고 편리할거라 믿도록 만든 ‘명성’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린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자연의 진리는 사람의 세상에서는 그 변화의 원인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이번 ‘토요타 리콜 사태’의 파장은 이제 막 ‘10년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온 일본 경제에 있어서는 ’카타리나급 허리케인‘이라 할 것이다. 일본수출의 효자종목인 자동차 업계는 물론이고 전 업종에 걸쳐 수출이 제동에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일본제품에 높은 신뢰를 보였던 세계 소비자들의 실망은 앞으로도 한동안 ’의심스러운 눈치‘로 이어질 전망이라 일본경제에 또 한 번의 거대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며칠 전 우리나라 기업으로 현대자동차와 LG전자의 드럼세탁기가 ’시기적인 위험요소‘를 무릅쓰고 자발적인 리콜을 실시한 것만 봐도 이번 사태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바로 기업이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지금까지 받은 소비자의 사랑이 감사한 마음을 넘어 ‘당연한 사랑’으로 인지하고 긴장을 풀었기 때문이다. ‘떠난 단골 한 사람을 다시 오게 하기는 새로운 손님 열 명을 잡기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있다. 불만을 갖는 단골의 마음은 곧 ‘배신감’으로 이어지므로 되돌이키기가 훨씬 어렵다. 이번 사태는 기업들에게 많은 화두와 숙제를 던진다. 기업은 소비자의 사랑을 먹고 사는 유기체라는 점, 그리고 시대는 바뀌어 더 이상 기업이 소비자를 ‘은근슬쩍’ 달래며 함부로 조종할 수 없는 ‘소비자 주권시대’임을 재확인 시켰다. 

  앞으로 토요타 자동차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아키오 사장이 묻는다면 나는 얼마 전 나온 책 <마쓰시타 고노스케 위기를 기회로>(청림출판)을 건네주고 싶다. 이 책은 그들이 놓쳤던 경영의 오류들을 미리 본 듯 모두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일러 ‘경영의 신神’이라 부른다. 이렇게 신격화神格化되는 데에는 그의 경영방식이 경영의 모든 것을 터득하고 있다는 완벽성과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불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 스스로는 절대로 신神 운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소비자의 가신家臣’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부족한 그가 경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소비자의 덕분이고,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 역시 사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기업의 경영자면서 ‘소비자를 모시고, 사원을 모셨던 가신家臣’이었다. 이 책은 그가 ‘불황不況’을 이야기한 책이다. 그는 호황 끝에는 불황이 찾아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불황 다음 호황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기회의 시기라고 말했다.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늘 느끼는 바 이지만 그는 참 대단한 경영자다. 기업을 훌륭히 이끄는 것이 경영자의 책임이라면, 그는 이에 더해 소비자와 나라 나아가 인류를 걱정할 줄 아는 박애주의자다. 자국(일본)의 발전된 미래를 위해 일본열도의 산지를 평지를 만들고 남은 흙을 복토해서 국토를 넓히자는 ‘신국토창성론新國土創成論’을 1972년에 내놨고, 보다 나은 일본의 미래를 만들고자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마쓰시타 정경숙政經宿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미래의 CEO가 될 후학들을 위해 자신의 경영체험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그가 신이라 불리는 이유는 내셔널National과 파나소닉Panasonic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삶 때문인 것이다. 우리가 이 책을 만날 수 있는 점도 바로 그 덕분이다. 이 책은 불황을 극복하는 12가지 지혜不況に克つ12の知恵 ,상업번성의 12가지 마음가짐商売繁盛12の心得 , 사람을 살리는 경영人を活かす経営 세 권을 모아 묶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던지는 화두도 불황, 사람 그리고 CEO 이다.

 



 

  불황 - 멈추지 말라. 불황이라는 폭우를 뚫고 전진하라!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불황에 대한 생각은 지극히 단순하다. 불황은 계절의 변화처럼 개인이나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것, 그러므로 불황이라고 해서 소극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그동안 쌓았던 지혜는 점점 쓸모가 없어진다고 보았다. 그는 불황을 폭우에 빗대어 이렇게 말했다. 

  “비를 맞으면 반드시 몸이 젖기 때문에 우산을 쓴다. 그러나 우산을 써도 빗방울은 튀게 마련이다. 더구나 초대형 태풍이 몰려 올 때는 우산을 쓴다고 해서도 젖을 수 밖에 없다. 어느 정도는 물에 젖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렇게 각오하면 몸이 조금 젖어도, 혹은 조금 손해를 보아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이렇게 먹으면 한 끼 식사를 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먹었다고 해도 결의를 다지지 않으면 불안감 때문에 항상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보는 것, 듣는 것 모두 걱정 뿐이어서 좀처럼 지혜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어려울 때일수록 결의를 다지고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나 역시 이렇게 항상 스스로를 타이르고 있다.“ 본문 14 쪽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의연한 대처법이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데 폭풍이 온다고 피한다면, 이는 한순간의 방법일 뿐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힘든 한 발이라고 나아가는 것이 폭풍을 이기는 법이고 불황을 헤쳐 가는 법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는 또한 침착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비와 바람의 세기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고, 마음가짐도 새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시련들을 이기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기업이념’이라고 보았다. 즉 ‘우리 회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경영의 목적은 무엇인가?’ 또한 ‘어떻게 경영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영이념이 경영의 근본에 바로 서 있어야만 다른 경영요소(기술, 판매, 자본, 인재 등)가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토요타에도 경영이념이 있었고, 경영핵심이 있었다. 98년 4월 개정된 토요타의 기본이념은 “국내외의 법률 및 그 정신을 준수하고, 국제화의 진전에 따라 현지 문화나 관습을 존중하며, 모든 기업활동에 있어서 안전, 환경에 적극 대처하며, 사회와의 조화있는 성장을 지향할 것” 이었다. 또한 토요타의 자세는 ‘고객 제일’이고, 도요타가 지향하는 경영의 중심 가치(도요타Way)는 바로 ‘지속적 개선’과 ‘인간 존중’이었다.

  하지만 창업자의 손자인 도요타 아키오는 이러한 경영이념을 경영의 근본에 바로 세우지 못했다. 다시 말해 한창 잘나가는 토요타를 물려받으면서 토요타를 일으켜 세운 정신은 물려받지 못했기에 오늘과 같은 위기를 맞이 한 것이다. ‘창업보다 수성(지키기)이 더 어렵다’는 말도 바로 이런 일을 두고 한 말인지도 모른다. 

사람 - 사원에게는 사명감과 보람을, 소비자에게는 가치를 느끼는 만족감을 심어라!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영이념’에 대한 생각은 사람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는 평소 “마쓰시타전기는 무엇을 만드는 곳인가?”라는 질문에 항상 “마쓰시타 전기는 사람을 만드는 곳입니다. 그리고 전기제품도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경영자 자신의 사회관, 사업관, 인생관이 확고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야만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우리는 이러이러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 사명을 달성하는 것이 바로 회사의 존재이유다. 그러니 여러분이 사명을 충분히 이해하고 회사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직원들을 키운다. 직원들이 단순히 ‘봉급’을 받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인류에 공헌한다’는 마음을 갖게 해 회사에 대해 만족감을 가질 수 있고, 나아가 생산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직원들에게 사명감과 일하는 보람을 갖게 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임금이 보통 수준이더라도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명확한 경영이념을 가지고 경영자가 항상 사원들을 독려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경영이념을 갖춘 리더가 그 취지를 직원들에게 호소하면 직원들은 저마다 사명감을 가지고 항상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한다.

반면 임금이 많아도 회사의 경영이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직원들이 사명감을 느끼지 못할 분 아니라 일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진다. 사명감을 느낄 수 없으면 직원들은 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본문 78 쪽

  한편 사람은 직원 뿐 아니라 소비자도 포함된다. 그는 어느 정도 이익을 남겨 팔고, 또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는 일은 삶의 보람이 될 것인데, 이런 생각으로 거래처 등과 일하고 교류하면 고객은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 팬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팬의 힘이라는 것은 무서운 정도다. 팬을 만들 수 있는지 없는지가 성공을 가늠할 정도이니 말이다. 때문에 그런 절대적인 팬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은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팬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주장할 바는 정당하게 주장하면서 바른 자세를 상대방이 인식할 수 있게 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팬이 된다. ‘상당히 말이 통하는 사람, 말이 통하는 회사군. 나는 당신 회사의 물건을 살거야’라고 마음을 먹은 고객은 절대로 쉽게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 본문 171 쪽

  ‘토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로 인해 토요타는 수백만 대에 이르는 자동차 수리비의 비용과 토요타 자동차를 신뢰하고 구입한 팬을 잃었다. 더욱 막대한 비용은 정당한 방법에 의한 조속한 리콜이 아니라 늑장 대처를 통해 문제를 더욱 확산시켜 결국 아직 토요타를 구입하지 않은 수많은 잠재적 팬을 잃었다는 것이다. 바로 ’고객 제일‘이라는 그들의 경영이념을 기망한 결과인 셈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단순히 할인정책이나 서비스를 통한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와 만족감을 심어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해야만 소비자를 팬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팬을 지키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기업의 과제라고 말했다.

CEO - 직원들의 행동을 끌어내고 싶다면, CEO가 먼저 행동하라!

  일본 속담에 ‘머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꼬리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장 이른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할 만큼 열심히 일하라는 말이 아니다. 경영자가 스스로 경영이념과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체득화해 먼저 몸소 실천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변화에 앞서 가장 먼저 ‘직원들을 부린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10명이나 100명의 소규모 조직이었을 때는 리더가 솔선수범하면서 상세하게 지시만 내리면 된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이 몇 천 명이 되면 마음속에 ‘부탁한다’라는 말을 새겨야 한다. 그러면 마음자세 엇이 이전처럼 지시만 내려서는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조직이 커지면 지시를 내리는 외적인 방법 등은 통일하더라도 마음속에 항상 감사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 없이 자시의 권위만 내세우면 조직 구성원들은 리더를 따르지 않는다.“ 본문 137 쪽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사람들에게 “우리 회사 직원들은 모두 저보다 뛰어난 인재들이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는 직원들을 존중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는 일방적인 명령보다는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 ‘이렇게 해야 한다’ 며 항상 진심어린 바람을 가지고 직원에게 정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직원들이 충분히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엄격함 보다는 관용심을 가지고 관대함으로 직원을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불황기의 사업에 대해 CEO가 가져야 하는 마음은 비상시에는 목숨조차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자에게 번민이 많다는 것은 어려움에 직면해서도 목숨을 거고 일하지 않았으며 쉽고 편안하게 일하려고만 했기 때문에 번민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업은 세상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진지하게 해야 하고 전장에 선 무장의 자세로 임하여 늘 승리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을 한다는 것은 결국 전쟁에 나서는 것과 같으니 반드시 어느 한쪽은 상처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이익을 볼 수 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용납되지 않는다. 전투에서 진다는 것은 결국 목숨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있을 수 없다.

  사업을 하면서 손해를 본다는 건 결국 전투에서 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진지함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다. 사업을 하면 할수록 이익이 생기는 것이며 손해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손해를 본다면 그 사람의 사업관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업의 기본이다.“ 본문 20 쪽

  이론가나 책상물림이 아닌 경영자의 목소리이기에 글에 담긴 전달력은 더욱 크다. 40여 편에 달하는 다양한 저술 덕분에 경영의 상황에 맞게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점 또한 그의 책이 갖는 이로움이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경영이념이 필요하다면 경영자에게도 ‘나를 세우는 념念’은 꼭 필요하다. 경영과 삶을 일치시킨 마쓰시타 고노스케에게서 삶의 방법을 다시 배웠다. 불황과 함께 변화무쌍한 오늘에 대응해야 할 경영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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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의 미래 - 디지털 기억 혁명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고든 벨.짐 겜멜 지음, 홍성준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2020년, 기억을 통제하는 ‘기억혁명’의 시대를 대비하라!



  한 사내가 2006년 9월 어느 날, 런던 도심의 한 광장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제품을 모두 불태우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촬영되어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그 사내의 이름은 닐 부어맨으로 이른바 브랜드홀릭Brand-holic, 명품중독자다. 기업이 그를 알아보고 브랜드 론칭 행사를 의뢰할 만큼 브랜드에 빠져있던 그는 어느 날 ‘나를 가져봐, 그럼 행복해 질꺼야’라고 말하는 듯한 브랜드들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져서 결코 행복해지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 때부터 그는 브랜드와 ‘안녕’을 고했다. 런던의 광장에서 ‘브랜드 화형식’이라는 퍼포먼스를 펼칠 정도고 보면 상당히 극단적인 성격인가보다. 그 후 그는 ‘브랜드 없이 살아가기’라는 행동에 감행한다. 그 과정을 수기처럼 쓴 책이 바로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미래의 창)이다.

 

  몇 해 전 TV에서 방송된 ‘Made in Chana 없이 살아보기’비슷한 이름의 다큐멘터리를 본 독자들이라면 익히 짐작하겠지만, 브랜드 없이 살기는 그리 녹녹하지 많은 않다. 브랜드 없이 살기는 쉽게 말해 ‘네떼루(라벨)가 붙은 제품’은 안 보이는 듯 살기다. 그래서 샴푸와 비누는 아예 쓰지를 못하고, 치약도 직접 만들어서 써야 했다(나한테 말했다면 왕소금 한주먹을 줬을 게다).

  심지어 팬티와 양말마저도 브랜드가 있으니...알몸 족이겠다 싶겠지만 다행히 군수품과 재활용센터를 이용해 근근이 거지처럼 버티고 살았다. 단 예외는 있었다. 부어맨은 자신의 생활상을 매일처럼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는데, 컴퓨터는 써야겠기에 애플 컴퓨터의 로고를 칼로 없애고 쓰는 타협을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를 읽으면서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고 말하며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최소한의 간소한 생활을 하면서 이른바 '자발적 가난'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을 추구하며 살다 간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 의 소극적 저항이 생각났다. 

  살기 위해 먹느냐, 먹기 위해 사느냐 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앞서 ‘뭔가를 사기買 위해’ 사는 듯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물욕物慾’에 대한 경종을 울린 책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 욕심을 버리면 더 풍요롭고 넉넉한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어 매일을 내가 뜻하는 생활을 온전히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됐다. 부어맨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명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 누그러졌음을 느꼈다. 

  원인이야 어쨓든 부어맨의 브랜드 탈출에 대한 노력은 거의 광적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정이 떨어져도 그렇지 난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편집광적 맥락에서 보면 <디지털 혁명의 미래Total Recall- How the e-memory revolution will change everything>(청림출판)저자 고든 벨Gordon Bell과 짐 게멜Jim Gemmel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다. 70세가 넘어서 기억력이 감퇴하고 있는 것을 익히 느끼고 있는 벨은 특별한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사라질 수 있는 인간의 기억들을 컴퓨터에 있는 상세한 e-memory 로써 보충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름하여 ‘마이라이프비츠MyLifeBits‘ 프로젝트다. 



 

   그는 자신의 집과 사무실에 있는 약 13피트 높이의 모든 문서를 하나하나씩 스캔해서 컴퓨터에 저장 시켰다. 사진, 상패, 기념품등의 유형물은 사진을 찍거나 스캔하여 컴퓨터에 보관하는 것으로 프로젝트의 일부가 되었다. 그 뿐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서 보는 모든 것을, 일상생활 속에 잘 배치하고 설치 시켜 놓은 카메라를 이용하여 사진을 찍고, 그 아이의 모든 주변환경을 녹음, 녹화해서 저장하는 작업까지도 포함시켰다.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사람의 기억을 이른바 전자기억으로 만들어 ‘완전한 기억Tatal Recall'화 한다는 이 생각은 결코 뚱딴지같은 생각은 아니다. 저자들(고든 벨과 짐 겜멜)은 이러한 전자기억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무궁무진해서 새로운 디지털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았다. 그 구체적인 혜택에 대해 저자들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직장에서 얻는 혜택, 건강상의 혜택, 학습 능력 향상 등이 그것이다. 높은 효과와 활동성, 기어진 수명, 세상에 대한 폭넓은 지식들은 기술혁신으로 인해 얻게 된 놀랍고도 실용적인 산물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아통찰 능력과 자신의 일상생활을 다시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고, 기억을 하기 위해 애쓰는 수고로움 대신 더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 사이버 상태로 짧게나마 영원불멸의 사애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잠재적인 혜택이다.” 본문 24-25쪽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한 근거는 바로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있다. 즉 실리콘 웨이퍼의를 마이크로칩으로 변환하는 비율인 트랜지스터 밀도가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고 하여 가격은 점점 저렴해지고, 컴퓨터 메모리 기술은 이미 충분히 실현가능한 상태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2020년이 되면 100달러만 있으면 250테라바이트의 저장고를 구입해서 수만 시간의 영상과 수천만 장의 사진을 저장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통해 적어도 100년 이상의 자료를 저장할 수 있게 되어 대부분의 라이프로거(개인적 일상을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사람들)가 가진 녹화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였다. 저자들의 근원적인 생각은 ‘전자기억이 활성화되면 완전한 기억을 가질 수 있게 되어 나의 모든 것을 발견 혹은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내 기억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완전한 기억을 원한다. 그러나 완전한 기억은 쉽게 이룰 수 있는 꿈은 아니다. 나는 기록, 저장, 정교한 회상기술의 발전 등으로 미루어 현재 우리가 이미 완전한 기억의 시대 초기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고 있다. 2020년까지는 분명 이러한 기술들이 완전한 기억의 시대를 완성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본문 47쪽

 

  저자들은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을 발달로 빅브라더의 탄생을 우려한다면 라이프로그를 통한 전자기억은 나만이 통제할 수 있는 ‘리틀브라더’를 탄생시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제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노쇠로 인한 ‘기억력 저하’는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피할 수가 없는데, 마이라이프비츠 프로젝트를 통해 전자기억을 실행시킬 수 있다면 잊은 기억쯤은 10 초 안에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의 24시간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저장해놓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불이익이나 위협으로부터도 지킬 수 있다고 보았다. 그들이 생각한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바는 바로 ‘기억혁명’인 것이다. 

  책 전반에 걸친 마이라이프비츠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인상적이다. 그들이 그린 세상에서 기억이란 잃어버릴 수는 있어도 잊어버릴 수는 없다. 또한 학습에 있어서도 가히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난다. 모든 정보와 지식이 휴대폰만한 단말기 안에 저장되어 있기에 따로 공부하고 외울 필요가 없다. 교육 분야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바로 ‘전자교과서’였다. 이는 얼마 전 애플이 ‘아이패드i-pad'이 출시된 바 있어 책을 읽는 동안 아이패드가 전자교과서의 전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지금의 종이로 된 교과서는 완전한 기억Total Recall 시대엔 전자교과서로 전환될 것이라며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첫째, 그것은 학생들이 녹화하는 기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전자교과서 기기는 필기를 하고, 강조를 하고, 사진을 찍고, 오디오 및 비디오 녹화가 가능해야 한다. 태블릿PC처럼 많은 기기들이 필기, 스케치, 도표 그리기를 보조할 것이다. 기기는 학생들이 과제하는 모습을 녹화할 수 있고, 어떻게 작업하는지를 자세히 기록할 수 있다. 기기를 이용해서 학생이 교과서의 어떤 부분을 얼마나 보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있다.

  둘째, 전자교과서를 탑재한 기기는 전자기억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의견을 줄 수 있다. 전자교과서는 수업시간의 토론 장면을 재생할 수 있고, 필기를 회상하고, 마지막으로 읽었던 부분에 되돌아갈 수도 있다.“ 본문 174 쪽

  심지어 저자들은 비록 초기단계이지만 지금이라도 전자기억을 만들 수 있다며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제 9장. 전자기억 만들기, 이렇게 시작하라). 이 부분을 살펴보면서 나는 전자기억을 만드는데 관심을 두기 보다는 ‘정보저장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이 아무리 컴퓨터와는 상관없는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알게 모르게 개인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정보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오늘날, 내가 만들고 내가 관여된 자료는 잘 관리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보다 쉽게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 점에서 저자들은 일종의 ‘디지털 사서’가 되어 자료와 파일을 검색하기 쉽게 만드는 요령, 안전하게 백업하고 복제하는 요령, 사생활을 보호하는 방법, 그리고 마음껏 즐기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점점 디지털화로 진화되는 요즘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는 저자들이 이 프로젝트를 실시한 곳이 다름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이고, 빌 게이츠가 서문에 저자들이 프로젝트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는 점을 차지도 두고라도, 쏟아지는 정보들이 모두 디지털화된 환경에서 이를 적절하고 수용하고, 나로 비롯된 정보를 스스로 지켜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이 시간에도 중요한 숙제로 남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 특히 무선통신 사업자, 검색 소프트웨어, 광학기기 사업자, 정보보호 업체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는 이들에게 유익한 책이다.

 

  한편 나같이 시대에 흐름에 발맞추기도 가랑이가 찢어질 만큼 숨 가픈 ‘어설픈 네티즌’에게는 ‘내가 꿈꾸던 유토피아적인 미래’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어두운 전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10년 후에는 개개인이 자신을 보호하는 카메라를 장착하고 온갖 첨단의 단말기와 장비를 몸에 지니고 살아야 하는 ‘로보캅’같은 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겼다. 하지만 지금이라고 별 다르겠는가? 한 손엔 2킬로그램의 노트북을 들고, 주머니엔 휴대전화를 넣고, MP3를 귀에 꽂고, 가슴팍에는 T-money 카드를 달고 다니지 않던가? 

  이러한 변화가 필연적이라면 독자인 내가 고민해야 할 바는 이러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고, 이런 시대에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하느냐 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고민해야 할 바도 그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득찮은 것은 인간의 망각에 대한 저자들의 부정이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망각을 두려워 말라면서 ‘인간은 세세한 것에 대한 기억력이 감퇴할수록 추상화와 통찰의 능력은 늘어나게 되어 있다. 직관과 지혜는 논리적 판단과 합리적 설명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워준다’고 그의 책에서 말한 바 있다.   저자들은 망각을 두려워한 나머지 인간의 합리성과 판단력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저자들은 마치 ‘기억하기 위해 사는 사람들’같다는 느낌이었다. 인간에게는 직관과 느낌이란 것이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람답게 살려면 망각이란 게 필요하단 걸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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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하고 싶다면, 하루 몇 번이라도 감탄하면서 살아라!   



누군가 내게 ‘왜 책을 읽느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헛헛함을 덜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헛헛함은 심심함도 될 수 있고, 무료함도 대체될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설명할 수 없는 더 깊은 무엇이 담겨 있다. 헛헛함이란 단어는 얼마 살지 않은 내 평생을 쫓아다니며 나를 괴롭히는 단어이고 내게 변화를 추구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헛헛함이란 뭘까? 이를테면 바쁘게 보낸 하루의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노라면 헛헛함을 느낀다. ‘나름 바쁘게 오늘을 보냈는데, 내게 돌아온 건 조금 더 늘어난 내일 할 일과 통장잔고란 말인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바로 헛헛함이다. 뭔가 어제와는 다른 하루여야 할텐데 다르지 않을 때 마치 오늘을 헛산 것 같을 때 ‘헛헛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그녀와 헤어진 다음 날 아침과 같고, 대입시험을 치룬 날 저녁을 닮았다. 이런 기분이 들면 괜히 ‘울컥’해지고, 지금의 기분을 당장 떨쳐내려고 당장 뭔가 변화를 시도해지고 싶어진다. 젊은 시절엔 이런 기분이 들면 술을 찾았다. 친구를 부르고 한데 어울려 ‘으쌰 으쌰’하다 보면 ‘헛헛함’은 어느 샌가 모르게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로 떨쳐내려는 시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술로 잊은 헛헛함은 텅 빈 지갑 쓰라린 위를 부여잡고 더 헛헛한 아침이 만나게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그런 날이면 책을 읽었다. 뭔가 궁싯거린다는 기분을 갖기에 독서보다 더 손쉽고 경제적인 방법이 또 없다. 부러 절대고독의 순간을 만들어 글을 읽고 나면 ‘느끼고 배웠다’는 소득의 느낌은 포만감으로 다가온다. 안단테 콘 모토 Adante con moto, 즉 느리게 그러나 활기차게 책장을 넘겼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으면 등이 뜨듯해진 것 같고, 5밀리미터 정도는 키가 커진 듯한 느낌을 얻게 된다. 그리고 분명히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만든 기분이 든다. 헛헛함을 덤과 동시에 매일 조금씩 크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하지만 난 여전히 점프해야 2미터 남짓이다) 내가 지금까지 눈꺼풀이 잠기는 순간까지 책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심리를 다룬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와 같은 책을 만나면 그런 기분은 최고조로 달한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한 친구를 만나 밤을 새워 술을 마신 기분, 이 책을 읽은 지금이 딱 그런 기분이다. 



 

    처음엔 황당하고 무모한 제목(아니 위험천만하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때문에 어떤 도발적인 내용이 있을까 무척 궁금했지만 애써 읽지 않았다. 누군가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본다면 ‘아내에게 불만이 가득한 유부남’으로 보이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급기야 TV에서도 책제목을 언급하며 ‘요즘 남자의 심리’를 이야기하는가 하면 저자인 김정운 교수가 ‘잘 나가는 스타강사’로 불리는 것을 보고는 집어들 때임을 짐작했다. 책을 집어든 후 이름마저도 김정일의 후계자와 같아 엄청 위험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내 선입견은 채 몇 장을 넘기지 않고 처참하게 무너졌다. 저자 양반이 한마디로 골 때리게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이 책을 심리학책으로 평가한다면 잘못 본거다. 엄밀히 말하자면 저자가 자신과 함께 주위를 둘러싼 가족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자서전이기도 한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야기하면서 이에 빗대어 오늘날 중년 남성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병리현상을 조목조목 잘 짚어내고 있다. 구불구불한 곱슬머리에 슈베르트가 낀 듯 한 안경을 뒤집어 쓴 두툼하고 둥근 저자의 외모는 결코 한국형 남성의 표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내뱉는 자신의 이야기와 심리는 정도만 다를 뿐 딱 나였고 주위에 있는 선후배들 이었다. 소제목의 앞 뒤 마다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멍청한 듯한 말들은 어쩌면 그리 내 마음과 닮았던지...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책의 재미는 처음부터였다. 책의 프롤로그부터 저자의 다소 위험한 고백은 앞으로 펼쳐질 대단한 고백들을 짐작하게 한다. 책의 제목을 재미있게 설명한 부분은 나로 하여금 책을 읽게 한 결정적인 이유기도 하다.  

  “책의 제목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했다고 하자, 이내가 묻는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나는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응, 가끔...

아내는 잠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로 몸을 내 쪽으로 항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만족하는데...

내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는데, 아낸의 나지막한 한 마디가 내 가슴을 깔끔하고도 깊숙하게 찌른다.

아주 가끔...

이렇게 ‘가끔’ 후회하는 남편과 ‘아주 가끔’ 만족하는 아내가 함께 사는 집이 우리만은 아닐 것이다.“ 프롤로그 8~9 쪽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남성들이 갖는 고민들을 잘 대변했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버금가는 맛깔 나는 글맛도 좋지만, 그들(한국남성)이 갖는 고민이 결코 그 만의 것이 아니며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의 문제점임을 밝히며 위로하고 있다. 나아가 심리학적 근거와 해결책을 제시하며 ‘별 것 아냐’라고 등을 토닥였다.

 



 

   이를테면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정말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저자가 호텔의 침대에서 잠을 잘 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을 알기에 집에 있는 침실에서도 ‘백열등 부분조명’과 ‘하얀 침대시트’를 ‘조작적’으로 설치한다면 굳이 호텔에 가지 않더라도 매일 잠자리에서 만큼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위적인 행위’를 아무도 비난할 수 없다. 내가 내 집, 내 침대에서 행복하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오히려 나 역시 호텔 침대에서 자면 ‘편안하다는 기분’이 듦을 새삼 깨달았다. ‘백열등 부분조명’과 ‘하얀 침대시트’가 다음 쇼핑의 ‘must buy list'에 있는 건 두 말할 여지가 없다.  

  저자는 매일 아침의 갖 볶은 커피를 갈아마시는 행위를 통해 아주 사소하지만 즐거운 리추얼이 우리의 삶을 구원해준다고 말한다. 내가 그 날 기분에 따라 향수를 바르고 문 밖을 나서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그런 즐거움임을 배웠다.

  또한 그는 인간이라면 반드시 후회를 한다면서 어차피 해야 할 후회라면 짧게 하는 편이 낫다고, 그래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말까를 망설인다면 일단 저지르고 후회하는 편(그것이 저지르지 않고 후회하는 기간보다 짧단다)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조언한다. 이 조언은 피끓는 젊은 시절 내가 품었던 연애관과 일치했다. 마음에 드는 여성에 말을 건네지 못해 밤새워 애태우기 보다는 차라리 망신을 당하더라도 일단 말은 건네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을 무던히 지켰던 터라 뺨도 많이 맞았고, 남의 집 앞에서 서성거린다고 파출소에 잡혀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다만 불리고 싶었던 변강쇠라는 닉네임 대신 껄떡쇠라는 오명을 대학기간동안 안고 살았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적재적소에 박혀 있었던 심리학적 근거 때문만은 아니다. 망사스타킹을 신은 여자가 좋아 물고기를 잡는 그물만 봐도 심장이 벌렁대고, 나이가 들자 가슴이 풍만한 김혜수가 좋아지고, <엄마가 뿔났다>를 <엄마가 미쳤다>로 기억하고 불렀다가 망신을 당하고, 처칠처럼 자신만의 트레이드를 갖고 싶어 ‘나만의 양복’을 맞춰 입었지만 사람들이 ‘교복’으로 본다는 저자의 고백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구술은 독자들을 자신의 스토리텔링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저자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고, 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것은 마치 후덕하게 잘 생긴 구봉서보다 배삼룡이 더 웃기고, 이상해보다 이주일을 더 좋아하는 것과도 같다.

  촌철살인은 독자들을 스토리텔링에 빠지게 한 그 다음에 있다. 내(남자들)가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지를 심리학 이론들을 근거로 나 혼자만의 심리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떨쳐낼 수 있는 해결책도 함께 제시한다. 

  그가 말하고 싶은 궁극적인 말은 단 한가지다. 바로 매일 매일 ‘재미있게 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많은 책과 강연을 통해 남들에게는 ‘재미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면서도 스스로는 재미없는 하루를 살았던 자신을 돌아보며 결국 그도 쉽게 화내고, 자주 좌절하고, 사소한 자극에도 짜증부터 내는, 아주 전형적인 한국의 중년 남자였음을 절절하게 고백했다. 그리고 <노는 만큼 성공한다>의 그의 전작의 제목처럼 매일을 놀 듯 살아간다면 재미있는 하루가 되고 행복한 하루가 된다고 보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좋은 일을 해야 하며 쉬는 것과 노는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공부하는 것과 더불어, 내 안의 심리적 상태를 끊임없이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행복하기 위해서는 ‘쉬는 것’과 ‘노는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쉰다는 것은 ‘내면의 나’와 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휴식(休息)이 라는 한자는 그 의미를 아주 정확하게 보여준다. 휴식의 한자를 풀어보면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어 스스로自의 마음心을 돌이켜보는 것’을 의미한다. 쉬는 것이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보는 것이다. (중략)

  논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나 스스로를 망각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러야 정말 놀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대상에 푹 빠져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정말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잘 논다는 것은 이렇게 나를 망각하고, 말 그대로 정신없이 대상에 몰입하는 것이다. 쉬는 것과 노는 것은 이렇게 정반대의 과정이다. 쉬는 것과 노는 것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내면의 항상성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다.” 본문 270~271 쪽 정리

  책의 제목으로 돌아가 보자. 저자는 가끔 아내와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 때는 과연 언제 일까? 모두 읽고 책장을 덮을 때 알게 된다. 바로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자신이 죽어라 골프장에 가는 이유를 들어 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산꼭대기까지 죽어라 오르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건강하려고 산을 오른다면 중간까지 왔다 갔다 하면 되지, 왜 그렇게 죽어라 하고 정상에까지 올라가는가? 산에 오르는 이유는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 아니고, 건강을 위해서도 아니다. 감탄하기 위해서다.  

산 꼭대기에 올라 막혔던 숨을 토해내며 “우와~!”하며 감탄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 엄마가 날 보고 끝없이 반복해서 해준 그 감탄이 그리워서다. 나이가 들수록 아무도 나를 보고 감탄해주지 않는다. 감탄한 일도 없다. 그래서 한국 남자들이 죽어라 골프장에 가는 것이다. (중략)

  감탄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는 아무도 나보고 감탄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골프장에서는 감탄이 된다. 그것도 네 시간 다섯 시간 동안 계속된다. 그래서 골프에 그토록 미치는 것이다. 허나 그 다양한 삶과 문화의 영역을 제쳐두고 오직 산비탈 한구석에 모여서 자기들끼리만 감탄을 주고받는 것처럼 소외된 삶은 없다. 그래서 시간 나는 대로 음악회도 열심히 가야 하고, 미술관도 아내와 팔짱 끼고 가야 하고, 축구장과 야구장에 아이들 손잡고 가야 하는 것이다. (중략) 감탄은 이 숭고함과 장엄함의 구체적 반응이다. 말로 형언할 수 없고 개념화할 수 없으나, 삶의 가장 궁극적 경험이 우리에게 와 닿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감탄이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감탄으로 양육한다. 감탄이 사라지는 순간, 더 이상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문 285-288 쪽 정리



 

   저자는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의 기준은 하루에 몇 번 감탄하는가에 있다고 말했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하루에도 몇 번의 감탄이 쏟아진다면 그곳은 행복한 가정이고 행복한 직장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계속 함께 사는 이유는 감탄하고 감탄 받고 싶어서, 우리가 사는 이유 역시 감탄하려 산다는 것이다.

  정말 명쾌한 삶의 이유였다. 하루가 재미있고, 즐겁고 나아가 행복해지려면 감탄해야 한다. 내가 나름 치열하게 책을 읽는 이유 역시 저자의 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세상과 공감하고, 동감하며 감탄하려 책을 읽고 있다. 저자의 말과 글에 감탄했기에 리뷰도 쓴다. 읽고 쓰는 시간을 모두 더한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리는 이 짓(?)을 만약 누가 돈을 주고 시킨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감탄하며 즐거워한 피드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자잘한 읽는 재미와 심리학적 유익함이 잘 배어있는 책이다. 사십 끝줄의 저자가 자신을 말한다지만 그가 갖는 고민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이미 하고 있거나, 곧 하게 될 고민들이었다. 자신을 낮춰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은 웃음 뒤에 페이소스를 느끼게 했다. 책을 읽는 동안이 마치 노는 듯 즐거웠다. 게다가 감탄을 자아내는 가르침도 있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런 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나라는 독자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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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불 - 휴먼에너지, 미래를 이끌어갈 원동력
정지훈 지음 / 열음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진화하는 웹 2.0에 대비하고 싶다면 꼭 읽어야 둬야 할 트렌드보고서!


  1990년대 한국에 일본대중문화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규형이다. 고등학교 시절 MBC 장학퀴즈 기장원을 할 만큼 뛰어나고 명석한 이 사내는 내재된 끼를 주체할 수 없어 꽤 많은 소설과 영화 심지어 만화책까지 펴내면서 한동안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를 탔었다. 그러던 어느 날 훌쩍 일본을 떠났다. 막 해외여행이 자율화된 때이고,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이라 그가 현해탄을 넘어 전하는 '신문명'과 같은 일본소식은 국내에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언론은 이를 두고 친일이냐, 지일이냐 갑논을박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매국노라는 평가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탁월한 경제 감각과 뛰어난 트렌드 캐치능력 게다가 맛깔 나는 글 솜씨를 자랑하며 그가 펴내는 ‘일본을 읽으면~’을 제목으 로한 일련의 책들은 서점에 나오는 족족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일본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광고시장 심지어 일본에서 뜨는 아르바이트 100선 까지 그가 다루는 소재들은 다양했는데, 그 중에서 소위 대박을 친 책은 IMF 직후에 펴낸 책 ‘일본을 읽으면 불황이 보인다’였다. 한국에서 전해지면 돈이 될 만한 꺼리들을 소개하는 책이었는데,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다양한 업종의 노점상들이 존재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책이 흥행을 하면서 소자본 창업을 위한 ‘일본 창업 여행’이 생겨나기도 했고, 일본 대중문화의 수입도 본격화되었다. 그가 만든 일본전문 포털 ‘tomatolee.com‘은 한 때 수백만 방문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규형의 이러한 행보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늘 새로운 것,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것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또한 마냥 새롭고 신기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정과 미래에 어울리는 것, 실현가능한 것들을 엄선해서 ‘이런 것도 있더라’라고 소개한다는 것이다. 저 혼자 알고 지내면 개인적으로는 더 이득이 있을텐데, 이를 굳이 책으로까지 내면서(물론 인세라는 피드백이 있겠지만)까지 알리려고 하는 것은 깊은 저변에 ‘이타심’이 없어서는 못할 일이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점에서는 개척자요, 먼저 신 세상을 보며 깨친다는 점에서는 선각자요, 선지자가 된다. 그리고 되도록 모두에게 알리려고 한 점에서는 훌륭한 전달자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 당시에 그의 존재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였다.


  최근에 그런 사람을 한 명 더 발견했다. 바로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하이컨셉hiconcep으로 잘 알려진 정지훈이다. 의대를 나와 의공학 박사이면서 컴퓨터공학과 IT분야에 관심이 많아 의료와 IT 융합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블로그에서는 IT를 비롯해 경제, 경영, 마케팅, 의학, 미디어, 출판에 이르는 최신 트렌드를 제공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래 전망에 대한 정보 전파자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파워블로거(http://hightouch.kr)다. 그가 인터넷과 웹 2.0 환경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것인가? 하는 화두에 대한 답으로 ‘휴먼에너지’ 즉 소셜 파워를 내세워 책을 펴냈다. 제목은 <제4의 불>(열음사)이다. 



 

   책을 펼치면서 우선 제목이 궁금해졌다. ‘제4의 불’이 도대체 뭘까? 

인류의 역사를 살펴볼 때 문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것은 ‘불’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다. 그래서 말 그대로 순수한 불(화산의 불똥이 되었든, 낙뇌가 되었든,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속 불이든)이 제1의 불이고, 전기가 제2의 불, 그리고 제3의 불은 원자력으로 보았다. 그리고 저자는 오늘날 새로운 문명을 이끌어 갈 제4의 불로 인간의 ‘휴먼 에너지’로 보았다. 저자는 웹 2.0 등의 도래로 데이터 중심의 네트워크였던 인터넷이 인간 중심의 네트워크로 진화하면서 예전과는 전혀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관찰했다. 

  특히 이미 2-3년 전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소셜 웹Social Web 인프라가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데, 저자는 이것을 제4의 불이 시작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저자는 소셜 웹을 통한 정보수집으로 국내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생생한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오늘날 시대적 요구가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급변하는 오늘날 트렌드를 파악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두 가지로 큰 의미를 지닌다. 우선 외국번역서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 실정에 가장 적합한 IT관련 트렌드 관련서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 책 자체가 ‘휴먼 에너지의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존에 나온 대부분의 책(번역서)들이 수십 명이 달라붙어 신문, 잡지, TV, 인터넷 등 온오프라인의 수많은 정보원을 통해 정보를 취합해 트렌드를 살펴봤다면, 이 책은 대부분 저자가 가지고 있는 소셜 파워Social Power로부터 정보들을 수집했다는 점이다(더군다나 공저가 아닌 혼자다).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올리는 수십 개의 트렌드 관련 포스트를 올리는 그가 혼자서 책을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더욱이 그가 말하는 이미 지구 반대편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일들이 아직 우리에겐 없기에 ‘미래의 트렌드’로 불릴만 하고, 곧 당면할 현실들이어서 독자들에게는 ‘곧 다가올 미래의 지도’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단언컨데 그의 블로그는 좀처럼 얻기 힘든 트렌드 소스 덩어리다.

저자는 미래시대를 열어갈 키워드로 롱테일, 오픈소스, 참여와 공유, 실시간 웹, 소셜 웹 이렇게 다섯 가지를 꼽았다.  
- 아마존과 구글 같은 웹 2.0 플랫폼 기업들이 무수히 작고 많은 전문화 회사들에게 오픈소스를 통해 자양분을 공급하면서 이들과 같이 커나가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으며, 작은 시장들로 하여금 롱테일 경제와 소비자가 곧 생산자의 역할을 하는 프로슈머 경제를 일으켜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되고 있다.

  

롱테일

  오픈소스- 리눅스와 위키피디아로 대표되는 오픈소스는 IT업계의 커다란 트렌드가 되었다. 기업 기밀을 오픈시켜 모두가 접근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면 훨씬 더 큰 에너지와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증거적 사례들이 많다. 회사의 지적재산이 공유 문화를 만난다면 이를 통한 집단 지성의 힘은 엄청난게 강력해진다.

  참여와 공유-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인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을 극복하게 한 것은 미국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또한 생존자들의 정보를 하나로 결집시킨 카트리나리스트 와 피플파인더 역시 데이비드 게일후프를 필두로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공유로 단 이틀만에 100만 건 이상의 검색을 수행하면서 통신이 끊긴 실종자들의 소식을 해결할 수 있었다. 도노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는 바로 휴먼 파워들의 참여와 공유에 있다.

  실시간 웹 - 검색으로 정보를 찾는 시대는 지났다. 실시간으로 검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색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실시간 웹이다. 이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트위터(혹은 미투데이)다. 트위터의 실시간 정보성을 바탕으로 한 검색은 쌍방향의 특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관심 많은 정보가 어떤 것들인지 쉽게 찾아주고 있다. 이러한 실시간 변화에 잘 대응하는 광고와 비즈니스 마케팅, 영업등이 인기를 끌 것이다. 

  소셜 웹 - 웹 2.0의 핵심은 사람이다. 웹 2.0시대가 되면서 가장 중요한 사회 문화의 변화 코드는 바로 ‘지식에 대한 필요성’에서 ‘공유에 대한 필요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올린 블로그의 포스트나 위키나 플리커, 유튜브 등에 올린 파일로 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피드백한다. 새로운 것으로 재생산하는가 하면, 대화하고, 공유하며 지식은 진화와 발전을 거듭한다. 소셜 미디어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의 발전 방향은 결국 사람이 곧 플랫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소셜 웹은 인터넷 공간의 또 다른 자아로 발전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소셜 웹이 힘을 합쳐 클라우드소싱 등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응용 플랫폼을 양산해내고 있고, 이는 더욱 발전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우리가 기존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패러다임들이 가까운 미래에 바뀔 것이고, 지금도 서서히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대량화를 벗어나 다품종 소량생산과 롱테일이라는다양한 수요에 입각한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이러한 탈대량화는 프로페셔널리즘의 붕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은 시공간적 제약의 약화를 불러와 어느 한 곳으로만 집중되었던 힘을 분산시킨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덩치만 크고 조직의 변화 적응력 부족으로 무너지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중요해지고 상호관계를 이루는 네트워크형 인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아이폰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스마트 폰 열풍이 한낱 ‘첨단제품의 등장’ 때문이 아님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은 기발하고 재미있는 장난감이 가득한 앱스토어의 플랫폼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와 소셜 파워의 발원지이며, 다가올 미래의 차세대 인터넷임을 이야기해 준다. 이 책이 인상적인 부분은 ‘IT 업계의 트렌드 현황’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업계와 업종에서 ‘블루오션의 사업꺼리’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IT 트렌드를 바라봤다는 점이다. 

  <제4의 불>을 읽으면 기업의 비즈니스 마케팅이 어설픈 블로그 마케팅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미용실, 음식점 심지어 노점상등 전통적인 업계의 미래는 어떤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그들만의 리그’만으로도 충분한 인맥으로 통하던 세계가 앞으로는 업종과 학력을 막론하고 ‘다다익선‘의 ’소셜 네트워킹‘이 되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스마트 폰을 사야할지 고민하고 있는가? 140 글자를 구겨 넣는 트위터가 뭐가 그리 대수냐 비웃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생각을 바꾸자. IT 혁명 이후 10년의 변화보다 훨씬 큰 변화가 향후 1-2년 사이에 찾아올 것이다. 나이와 직종을 막론하고 변화되는 시대와 어깨를 함께 하고 싶다면 꼭 읽어둬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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