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클릭할수록 퇴화되는 뇌와 진화하는 인터넷의 불편한 관계

 

  책이나 긴 기사에 쉽게 집중했었던 한 사람이 어느 날, 한두 쪽만 읽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안절부절 못하고 문맥을 놓쳐버리기 시작했다. 그가 쉽게 몰입했던 독서는 이제 힘들어하는 뇌를 억지로 붙들고 다시 글에 집중시켜야 하는 ‘투쟁’이 되어버렸다.

세계적인 IT 미래학자이자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인터넷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애틀랜틱Atlantic’지에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라는 글을 기고해 엄청난 파장과 함께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인터넷이 양산해내는 얕고 가벼운 지식에 대해 경고하는 그의 글들은 급기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청림출판)라는 책을 낳았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는 다소 진부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에 대한 찬반양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IT 전도사라 불리는 ‘니콜라스 카’가 최신의 미디어인 인터넷이 가져온 부작용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인터넷의 부작용이 단순히 중독 수준을 넘어 인간의 집중력과 사색의 시간을 빼앗아버린다는 그의 주장은 당장 책을 들게 했다.

  또한 지금은 손 안의 작은 컴퓨터, 스마트 폰이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오늘이 아니던가. ‘인터넷은 우리의 뇌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당찬 저자의 문제제기는 우리가 한 번쯤 깊이 논의해야 할 시의적절한 논제이기도 했다. 

 

  일찍이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전화, 라디오, 영화, 텔레비전과 같은 20세기의 ‘전자 미디어’에 의해 종이 인쇄물 등의 선형적 사고linear mind는 소멸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저자는 선형적 사고는 ‘전자미디어가 아닌 인터넷적 사고방식 에 밀려나 구식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와 지식을 활용하면서 ’똑똑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만, 이것은 착각일 뿐,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지적(知的) 기량은 독서와 같이 대부분 오래 걸려 획득된 스키마에서 나오는데, 짧은 정보만을 섭취하게 하는 컴퓨터는 스키마 형성을 위한 뇌 능력을 감퇴시킨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읽기’에 관련해서 한때 언어의 바다를 헤엄치는 스쿠버 다이버였지만 인터넷 때문에 지금은 제트 스키를 탄 사내처럼 겉만 핥고 있다고 자평했다. 온라인에 넘치듯 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핵심만 재빨리 훑는 방식의 스타카토staccato식 읽기’에 익숙해지고, 생각하는 방식 또한 얕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게는 ‘광서방’(http://kwang.info/988)이라는 닉네임의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는 오래전부터 e-book으로 책을 읽고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는 e-book 유저다. 광서방은 만날 때마다 도서관을 넣어도 될 만큼 장서를 보유할 수 있고, 가볍고, 휴대가 간편하고, 중요한 부분은 잘라서 저장했다가 요약본도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컨텐츠 가격이 종이책보다 저렴하다는 등의 탁월한 장점을 내게 늘어놓으며 e-book을 권했다.

  업무상 잦은 외출과 출장하는 그에게 e-book은 더 없이 소중한 플랫폼인 것만은 틀림없을 터, 하지만 기계치인 내게는 그렇지 못했다.

 

  그의 말에 혹해 고액을 주고 단말기를 구입했지만, 채 한 권을 읽지 못하고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e-book 단말기를 볼 때마다 ‘나는 구식(舊式) 인간이라 종이라는 재질이 주는 물성(物性)을 놓지 못하나보다’며 애써 자위하며 지냈다.

  하지만 니콜라스 카의 주장에 내 생각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e-book을 즐겨 읽는 광서방은 내가 종이책을 읽을 때처럼 몰입을 할까?‘ 그가 과연 전자책을 얼마나 만끽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이 책의 리뷰에서 애먼 e-book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오늘날 인터넷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e-book 시장이고, 저자 또한 최고의 지적(知的) 활동은 종이책과 같은 선형적 사고라고 말하고 있어 책의 전개 양상이 전자책과 종이책의 대결구도를 띠고 있어서였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러다이트Luddite나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어마다 달려 있는 링크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첨단의 e-book이 과연 ‘온라인 시대의 읽기’를 책임질 수 있는 ‘미래의 책’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회의적이다. 그는 킨들과 아이패드와 같은 기기의 최신 기능은 우리가 전자책을 선택할 가능성을 높여주겠지만 고요함 속에서 오래 집중하고 깊이 사색하게 하는 능력은 키워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에 대한 저자의 반기는 구글Google에까지 이른다. 한마디로 구글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만나는 것 역시 점점 편리할수록 인간의 두뇌는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첫 글자만 넣어도 알아서 단어를 선택해주고, 읽기를 위한 사색이나 잠시의 침묵도 들어설 여지를 주지 않는 구글의 ‘편리한 검색’은 결국 클릭할수록 인간의 집중력과 주의력은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책의 디지털화를 꿈꾸는 구글의 북서치에 대해서는 ‘구글에 있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정보 더미이며, 짧은 발췌문만 가득한 도서관’일 뿐 이라고 말했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정보와 지식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우리가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은 누구나 공유가 가능한 정보와 지식이 아니라, 시행착오라는 경험치가 더해져서 생긴 지혜일 것이다. ‘오랜 시간의 몰입과 사색’도 경험이 될 터, 선형적 사고의 독서는 통찰력이라는 지혜를 무수히 낳았다. 하지만 무수한 링크와 하어퍼텍스트로 이어지는 정보를 서치search하고, 스킵skip하고, 스캐닝scanning하며 얻어내는 결과 속에서 인간성의 정수인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까? 이 문제점을 극복할 수 없다면 인터넷 정보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 없을 것이다. 



 

  18절 종이를 반으로 접은 후 앞뒤에 쓴 72페이지 분량의 메모로 엮어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친필 작업노트(코덱스 레스터Codex Leicester로 불린다)는 지난 1994년 경매에서 약 3천만 불(약 36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낙찰되었다. 이 노트의 구입자는 공교롭게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이었던 빌 게이츠였다. 사람들은 이 엄청난 낙찰가를 두고 ‘오늘날의 천재가 과거의 천재에게 보낸 멋진 찬사’라고 평했다. 하지만 니콜라스 카가 그 소식을 들었다면 낭만적인 대답 대신 ‘낙찰가가 터무니없이 싸다’고 말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노트는 ‘인터넷 정보사회’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진귀한 보물이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출판전문잡지 

 [기획회의](292호)에 실린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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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 - 경제는 감정으로 움직인다
댄 애리얼리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경영의 모든 판단과 결정에도 실험이 필요하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 해안을 덮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에 일본열도는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 게다가 대지진과 쓰나미가 원인이 된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시설의 폭발 사고가 겹치면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등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 총리인 간 나오토(菅直人)는 어제 밤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지진은 "전후 65년에 걸쳐 가장 어려운 위기"라며 위기극복을 위한 전국민적인 단결을 호소할 정도 상황은 극심하다.

  피해는 일본 전역에 걸쳐 이어지고 있었다. 13일 현재 도호쿠(東北) 간토(關東) 지역 260만 세대와 지진의 직접 피해지역인 도호쿠가 대부분으로 약 216만 세대가 정전 중이고, 도쿄 역시 4월말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9개 도ㆍ현을 5개 시간 그룹으로 나누어 3시간씩 차례로 전기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하루 2번 6시간 정전되는 곳도 생겨 전철이나 고층빌딩의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일본이 거의 올스톱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진의 공포도 계속되고 있다. 도호쿠 지역을 중심으로 12, 13일까지 최대 규모 6의 여진이 60여 시간 동안 150여 차례의 강도 높은 여진이 이어졌다. 특히 일본 기상청은 이날 "사흘 내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70%"라고 밝혔다. 재난으로 초토화한 일본의 절반을 또 한 번 강진이 덮칠 가능성이 거의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9일 내가 일본의 아비규환 같은 처참한 상황을 처음 본 것은 공교롭게도 저녁을 먹을 때였다. 오후에 업무를 보던 중 일본에 지진이 났다는 이야기는 귓가에 들렸지만, ‘일본에 늘 있던 일’로 여기고 지나쳐 버렸다. 저녁을 먹다가 TV를 통해 일본열도를 뒤흔든 대지진과 쓰나미를 처음 목격했을 때는 마치 영화를 보는 걸로 착각했다. 그 느낌은 예전 9/11 사태를 처음 접했을 때와 다름없었다. 그 때는 친구들과 술을 먹고 있던 10시 무렵이어서 오히려 재미있게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본 대재난의 영상 역시 재난 영화 ‘해운대’와 비교하며 경악하기 보다는 감탄을, 충격보다는 스릴과 함께 흥미를 느꼈다. 수십 분간의 뉴스가 흐른 뒤 정신은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그 끔찍한 장면을 ‘짜릿한 쾌감’과 함께 즐기고 있었던 사실에 스스로에게 불쾌해졌다. 내 속에 숨은 사악한 본성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구소련의 스탈린도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일 뿐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비극의 크기가 너무 크면 그것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인간의 특성을 지적한 말인데, 난 이 말을 듣고 ‘반체제 인사들의 숙청을 계획할 때마다 망치로 구두를 했다더니 냉혈한다운 발언이다’라고 평가했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스탈린과 같은 냉혈한이란 말인가?

 



 

   듀크대 경제학 교수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경제 심리학>(청림출판)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커다란 비극에 대한 무관심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는 테레사 수녀가 자신의 돕는 행위에 대해 “내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봤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 있는 한 사람을 보았고, 그래서 행동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고 한 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인간이 어느 한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반면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그리고 불합리하게)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351쪽

  어떻게 사람이 이처럼 어리석을 수 있을까? 바로 ‘우리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인간이 비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불합리하게 행동하는 존재임을 밝혀내는 행동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cs정통경제학이 전제로 하는 완전하고 이성적인 인간을 부정하고, 인간 행동의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러한 심리가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해서 최종적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보다 현실에 가까운 학문이다. 댄 애리얼리 교수가 말하는 행동경제학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완벽하게 이성적이거나 계산기처럼 정확하다는 가정을 하지 않는다. 인간이 실제로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 행동경제학자들은 그래서 인간이 비이성적적인 존재라는 결론을 내린다.

  완벽한 합리성rationality을 전제로 정립된 경제학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학의 몇몇 전제들, 이를테면 사람들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한다, 많은 액수의 돈이 걸려 있는 경우 실수를 범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시장은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다 등의 전제들은 엄청난 판단착오로 이어질 수 있다. (중간생략)

  이와 같은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실망할 일밖에 없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의 결점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혹을 이겨내고, 더 큰 절제력을 발휘하고, 궁극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장기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적이고, 현실적이고, 그러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사람들이 어떤 때에 실패하는지를 파악하고, 그러한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 발명․ 창조한다면, 그것은 사회 전체에 커다란 이익이 될 것이다.“ 11~15쪽 정리

  <경제 심리학The Upside Of Irrationality>은 전작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이 던졌던 문제의식, 즉 경제 주체인 인간이라는 존재가 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라는 기존 경제학의 대전제에 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작과는 약간 다르다.

  <상식 밖의 경제학>이 인간이 지닌 비이성의 부정적인 면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긍정적인 면을 다루었다. 즉 만약 인간이 이성적이라면 남을 믿지 못하거나, 자신의 일을 즐기지 못해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 것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비이성과 불합리가 때로는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때로는 위대한 일을 이루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원제목도 ‘불합리성의 이면‘이다).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은 독자로서 판단하건대 전작은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인간의 존재를 밝힘으로서 기존의 주루 경제학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는데 주력했다면, 이번 책은 기정사실이 된 ‘비이성적 인간’이 가장 중요한 사회집단인 회사와 가정에서 발생하는 인간행동들에 대해 적응하며 살아가는 슬기로운 방법들을 제시한다. 이제부터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거액의 보너스가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프로 골퍼에게 1미터짜리 퍼팅은 ‘누워서 떡 먹기’다. 하지만 만약 이 1미터짜리 퍼팅이 100억 원이 걸린 대회의 18번 홀에서 승부를 가르는 마지막 퍼팅이라면 이 골퍼에게 1미터는 과연 ‘누워서 떡 먹기’일까?

  저자는 다양한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인센티브는 ‘양날의 칼’이라고 말했다. 인지능력이 요구되는 임무의 경우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는 성과를 높이지만, 매우 높은 인센티브는 오히려 사람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집중력을 교란시켜 스트레스를 낳아 성과를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단순한 기계적인 임무 수행자에게 높은 수준의 보너스가 높은 성과를 내는 반면, 두뇌를 사용하는 임무 수행자에게는 반대의 결과를 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중요한 것은 과대한 보너스는 늘 성과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압박감을 불러 오히려 성과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줄까?

  안 그런 것 같지만 사실 사람들은 공짜밥보다 노동해서 먹는 밥에 더 맛을 느낀다. 이처럼 사람들은 급여 이외에 다른 의미를 얻을 때 일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업무에 몰입함으로써 얻는 만족감, 도전함으로써 얻게 되는 성취감, 뭔가 큰 결과를 이루어냈을 때, 소중한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등 대체적으로 자신의 일이 커다란 가치를 창출한다는 인식이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준다.

  오늘날 업무용 관리시스템으로 인해 업무가 잘게 분할되어, 자신의 작은 업무만 보일 뿐 큰 그림을 보지 못해 목적의식을 상실하고 성취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기업의 직원들의 생산성을 더욱 높이고자 한다면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순히 경영진의 입장에서 비전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에서 성취감을 얻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요소들이 직원들의 만족도와 기업의 생산성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사람들은 왜 자기가 만든 것을 과대평가할까?

  세계적인 조립식 가구 기업 이케아IKEA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 주부들이 요리제품을 고를 때 완제품보다 반제품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직접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 ‘창조했다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할수록 더 큰 애착을 갖는다. 저자는 이를 두고 이케아효과라고 불렀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 어떤 대상에 투입되는 우리의 노력은 그 대상에 대한 애착뿐만 아니라 그 대상을 평가하는 방식까지도 바꾼다.

- 어떤 대상에 대한 더 많은 노동을 투입할수록 그 대상에 대해 더 큰 애착을 갖는다.

- 우리는 자신이 직접 만든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역시 높게 평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 아무리 많은 노력을 투입했다 하더라도 완성하지 못한 물건에 대해서는 그리 큰 애착을 갖지 않는다. 

  저자는 이케아효과를 들어 노동을 하지 않는 휴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다시 말해 편리함에 대한 대가로 진정한 즐거움을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 휴식이라는 즐거움을 위해 거실에 서라운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돈을 주고 스피커 배선을 해줄 사람을 구하고, 예쁜 정원을 위해 돈을 들여 정원사를 고용하고, 요리하기 귀찮아서 외식을 하거나 시켜 먹고 있는데, 사실은 '뭔가를 직접 행함으로써 얻는 진정한 만족감과 즐거움‘은 못느낀다는 것이다.  

내 아이디어가 네 아이디어보다 낫다?

  에디슨의 회사에서 일했던 세르비아 출신 발명가 니콜라스 테슬라는 똑같은 전력망을 사용해도 자신이 개발한 교류전기가 에디슨의 직류전기보다 더 낫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에디슨은 “언뜻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완전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다”며 가차없이 폄하했다. 그 뿐 아니라 교류전기는 위험하다고 소문까지 냈다. 에디슨은 자사 직원의 발명이기에 충분히 활용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에 비이성적으로 집착한 나머지 어마어마한 손실을 내게 되었다.

  저자는 디지털 카메라를 인정하지 못한 아날로그 필름 시장, MD기술을 고집하다가 MP3 시장에서 몰락한 소니 등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그다지 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들어 NIH(Not Invented Here)신드롬이라고 불렀다. 만약 우리에게 NIH 성향이 발견된다면 유익한 면으로 전환시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생산자의 이름을 제품에 달게 하거나, 자녀들에게 직접 채소를 심도록 하면 먹지 않던 채소도 먹게 된다. 

복수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를 알면 알수록 부조리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 그리고 복수를 한다. 인간은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복수를 한다. 또한 복수에 대한 위협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실험 결과를 통해 사람들은 작은 무례에도 복수심은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오늘날 발견할 수 있는 부조리와 복수 기업과 소비자에서 주로 발생한다.

  기업의 제품의 제구실을 하지 못할 때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복수(?)를 한다. 이러한 불쾌감을 주는 고객서비스를 소비자들이 겪게 되면 소비자의 복수는 어떤 방법이든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되고 증폭된다. 그리고 소비자가 뭔가에 분노를 일으켜 보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면 대상이 누군지 신경을 안 쓴다. 자신의 분노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복수심에 대한 기업의 유일한 대응책은 무엇일까? 바로 빠른 사과apology이다. 그렇다고 모든 복수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시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소비자의 분노를 산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최선의 대응책은 ‘진심어린 사과’라고 저자도 말하고 있다.  

용기있는 추남은 미녀를 얻을 수 있을까?

  우선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이성의 외모에 관심을 덜 갖는다. 그리고 저자는 실험을 통해 우리의 외모 수준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판단기준이 바뀌지는 않지만, 잠재적인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특성의 우선순위는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덜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연인이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외모 이외의 다른 특성들을 더욱 중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상황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지닌 적응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연인이나 배우자의 화상, 뚱뚱한 몸매, 뻐드렁니, 북슬북슬한 체모에 단순히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연인이나 배우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외모 이면에 숨겨진 매력을 찾아내고 이내 사랑하게 빠지게 된다.”  

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까?

  저자는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일시적인 감정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일시적인 감동은 그 당시의 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경과한 후 비슷한 상황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실험결과를 통해 밝혀냈다. 이러한 결과를 알기에 앞으로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맞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내가 내린 결정이 미칠 미래의 파급력도 고려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인생의 결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는 바로 ‘배우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부정적인 행동 패턴을 반복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배우자로 맞으라고 권한다.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카누타기’를 권했다.

  저자는 결혼을 앞둔 커플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많은 갈등을 겪고 결혼을 취소하기에 이르는 것 역시 카누타기와 같은 이치라고 보았다.    



 
  “나는 결혼상대자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과 카누와 두 개의 노를 이용하라고 조언을 하고 싶다. 카누를 타러 갈 때마다 잘못된 방향으로 카누를 몬다며 다툼을 벌이는 커플들을 본다. 카누를 움직이는 것은 보기보다 어려운데 쉽게 생각한 커플들이 조종에 애를 먹으면서 다투게 되는 것이다....만약 당신이 데이트 상대와 함께 카누를 타러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카누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마다 서로를 비난하게 될까(저 바위 안보여?)? 말다툼이 심해져 결국은 카누 타기를 포기하고 한 시간 정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씩씩거리게 될까?

  아니면 바위가 나타났을 때 서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한 다음 상대방의 움직임에 맞춰 노를 저어 순조롭게 바위를 피해가게 될까?“

409-411쪽 정리 

  댄 애리얼리의 <경제 심리학>은 명쾌하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인간의 심리가 한꺼풀씩 벗겨진다. 특히 저자는 18세 때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과정에서 ‘의외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본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치료과정을 겪게 된 경험 속에 어떤 행동경제학적 요소를 갖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FDA가 의약품이나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실험하듯 기업경영이나 공공정책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들에도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경계한 것은 아무런 근거 없는 육감이나 직관에 의한 결정이었다. 이 같은 주장은 장영재 교수가 <경영학 콘서트>에서 ‘경영은 최고경영자의 카리스마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결정이 있게 한 과학, 즉 수학적 근거에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던지는 문제제기는 아래와 같다. 

“솔직히 나는 기업 경영자들이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직관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대담함을 보일 때마다 크게 놀라곤 한다. 정치인들이나 기업 경영자들도 사람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어떤 심리적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판단도 의료계의 판단만큼이나 오류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기업 경영이나 공공정책도 체계적인 실험을 통한 검증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430쪽 

   다시 처음에 말했던 일본 대지진으로 돌아가 보자.

 뉴스에 보도된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지진과 쓰나미의 놀라운 파괴력은 보여주지만, 유난히 피해를 입은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화면을 보다가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 있는 거야?’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그랬던 이유가 있다.

  특수한 자연조건으로 인해 천재지변을 거의 매년 겪다시피 하는 일본은 ‘적나라하고 처참한 사고 현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은 생존자를 괴롭히고, 나아가 사고를 수습하는 데 이로울 것이 없다’는 보도방침을 세우고 있다. 특수한 일본의 특별한 보도방침이라 여길만하다. 하지만 댄 애리얼리는 이 같은 일본의 보도방침은 사람들이 희생자를 직접 돕기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근접성, 생생함, 의미인식 등의 요소들이 우리의 행동 판단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소녀 혹은 할머니의 스토리를 들려주며 가까운 나라 일본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댄 애리얼리 교수가 내가 가진 며칠간의 죄책감을 덜어주었다. 내가 비극을 겪고 있는 일본에 대한 뉴스들을 다소 ‘관조적’으로 바라본 것은 일본의 방송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의 이런 보도방침 때문에 세계의 도움을 못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필요 역시 없다. 일본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대국이 아니던가? 폭발하고 있는 원전 때문에 복구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일본에 지금 전세계는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종군위안부로 있던 대한민국 할머니들이 '그 눔들 한 짓을 생각하지만 괘씸하지만서도..' 하며 도울 정도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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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정도 - 윤석철 교수 제4의 10년 주기 작作
윤석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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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相生의 삶, 경영에도 통通한다

 

  정치인들이 입만 벌리면 꼭 나오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상생이다.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을 중심으로 ‘북극성을 도는 뭇별처럼 상생하면서 순환하자’는 뜻이지만, 경영학에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정치 쪽보다 더 오래전부터 사용했다. 


  윤석철 서울대 명예교수는 밀림의 생태계에서나 통하는 약육강식은 인간사회에서는 결코 선이 될 수 없는 생존방식이라고 보고 그 대안으로 상생 생존 모형을 제시했다. 올 1월 나온 <삶의 정도>(위즈덤하우스)는 ‘너 살고 나 살기’의 생존부등식 이론을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는 이미 1991년 <프린시피아 메네지멘타>, 2001년 <경영학의 진리체계> 등의 책을 통해 경영에서 ‘상생의 길’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방법론으로 ‘생존부등식’ 이론을 소개한 바 있다. ‘제품의 가치(V)>제품의 가격(P)>제품의 원가(C)’가 생존부등식이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으로부터 느끼는 가치는 그 제품 가격보다 커야 하고, 가격은 공급자에게 소요된 원가(코스트)보다 커야 한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이런 생존부등식을 충족시키는 기업은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기에 ‘모든 기업은 언젠가는 망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고, 정당한 주고받음을 실천할 수 있기에 부당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아 기업이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는가’라는 짐 콜린스의 책 제목처럼 기업들은 몰락하거나 소비자로부터 늘 비난을 받는다. 이유는 뭘까? 

  기업과 고객의 주고받음의 관계에서 ‘주는 일(생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20세기에는 ‘주는 일’이 쉬웠다. 하지만 모두 갖춘 오늘날의 소비자는 아무 것이나 ‘받으려(구매)’ 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것,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을 기업이 제공한다면 기업과 소비자의 ‘생존부등식’은 깨져버리고 만다.

  윤 교수는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이 갖춰야 할 세 가지로 감수성과 상상력, 그리고 탐색시행을 든다. 우선 기업은 글 모르는 백성의 아픔을 안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것처럼 고객의 마음 속에 흐르고 있는 ‘필요 아픔 정서(감수성)’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감수성이 묻어난 제품에 고객은 ‘가치’를 느끼게 된다.

  고객의 필요를 알았다면 그 필요를 충족시킬 제품 혹은 서비스를 생각(상상력)해내야 한다. 상상력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데이터의 축적, 그리고 실패할 수 있는 여유의 조직 분위기에서 생겨난다. 폐유조선을 활용해 서산만 방조제 공사를 완성시킨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의 상상력은 순간의 번뜩이는 재치가 아니었다. 폐유조선의 재고와 크기의 데이터, 방조제 공사 구간의 길이 등을 이미 알고 있었다. 또한 공사에 대한 몰입과 열정이 이를 가능케 했다. 이런 결정은 상상력에만 의존하는 의사결정이 아닌 현실 적합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많은 노력(탐색시행)을 거쳐야 한다. 끝으로 저자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지혜와 더불어 간결함을 추구하라고 권한다.

이 리뷰는 3월 12일자, 경향신문 [책으로 읽는 경제]에 소개된 리뷰 입니다.

바로가기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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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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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 내 인생, 그 속에 내가 있는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인간은 스스로 믿는 대로 된다.” 소설가 안톤 체홉은 말했다. 하지만 인간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지극히 불안하다. 김춘수의 대표적인 시, ‘꽃’을 읽을 때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느낌과 함께 ‘불안한 인간의 존재감’을 생각한다. 인간은 항상 불안하기에 스스로를 믿기보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더 믿는 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열등감을 낳는다.    

  열등감은 타인의 평가가 더해진 자신에 대한 평가에서 비롯한다. ‘나는 못생겼어’, ‘나는 무능해’, ‘나는 가난해’...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음, 열등감. 이러한 열등감은 매우 주관적이고, 독선적이다. 그리고 이 감정에 휘둘리게 되면 자신의 인생을 수치심과 패배감으로 채우고 결국 스스로를 무력하게 만든다. 나아가 자기비하로 번져 심지어 정신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책 <바보 빅터>는 무력감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그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열등감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의 중요한 열쇠는 Be Yourself 즉, 나 자신이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는 밀리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를 쓴 작가 호아킴 데 포사다Joachim de Posada.  책<마시멜로 이야기>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셸 박사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마시멜로 실험’을 소재로 ‘유혹에 빠지는 사람들은 성공에 눈이 먼 사람들이다. 성공에 눈 뜬 사람들만이 유혹을 즐겁게 극복할 수 있다.’는 깊은 깨달음을 주며 국내에서만 300만 부 넘게 팔렸다. 

 




  태어나면서 부모와 집안을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타고난 외모나 능력, 가난, 학벌 등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사항들이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조건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예외는 아니다. 선생님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17년 동안 IQ 73으로 살아온 빅터, 그리고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알지 못한 채 ‘못난이’로 살아온 로라. 이들이 갖는 콤플렉스는 우리가 한 번 쯤은 겪어봤음직한 경험들이다. 

    나만 하더라도 예닐곱 살 때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으니 그렇게 말을 듣지 않으려면 너희 집으로 가’라는 아버지의 농담에 ‘내 진짜 부모는 누구일까?’하는 정체성 문제로 무척 괴로워했던 적이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얼굴에 그득한 여드름 때문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문 밖에도 나가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진실을 몰랐거나, 혹은 잘못 알고 있었던 그 고민들 때문에 나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기로에 섰던 햄릿의 심정이었다. 모두가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저자는 "너 자신이 되어라!”고 말한다. 자기믿음을 지녀라, 다시 말해 자존감을 가지라는 말이다. 자존감은 자신감과 다른 개념이다. 자신감은 키가 크고, 예쁘거나 잘 생긴 외모 등 자신이 가진 특정 능력에 대한 신뢰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에게서 갖는 감정이다. 고학력이거나, 능력이 있는 집안, 잘 사는 집안 등 후천적인 조건 자신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자신감의 단점은 남들과의 비교우위를 점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점이다. 자신보다 더 나은 비교우위를 만나게 되면 바로 ‘열등감’으로 뒤집혀진다. 그래서 자신감은 지극히 상대적이고 불안정한 감정이다. 

  반면 자존감은 외부의 조건과 전혀 상관없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감정이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수용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신뢰를 꾸준히 유지한다. 그렇다면 자존감은 어떻게 갖는 것일까? 답은 빅터가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얻어낸 목소리에 있다.  


“나는 세상의 눈으로 살았던 내 인생을 돌려받겠다. 

나는 그 어떤 세상의 말보다 내 생각을 가장 존중하겠다.

나는 나를 사랑하겠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나는 나의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겠다.“ 193쪽 

  'Winner takes it all'의 승자독식사회의 오늘날 우리는 앞만 보고, 위만 쳐다보며 매일을 살 뿐, 좀처럼 스스로를 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롤 모델과 멘토가 없으면 불안하다고 여긴다. 

  “빅터는 이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잠재력을 펼치지 못하게 만든 장본인은 자신이었다는 것을, 자기 스스로 자신을 바보라 여겼음을. 남이 아닌 내 인생인데 정작 그 삶에 ‘나’는 없었다. 그저 세상이 붙여준 이름인 ‘바보’로만 살아갔던 것이다. ... 나 정말 바보였어. 스스로를 믿지 못한 나야말로 진짜 바보였어....” 193쪽
  믿기 힘든 빅터와 로라의 사연들이 실화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두 개의 스토리를 절묘하게 엮어낸 호아킴 데 포사다의 스토리텔링은 단편 소설 못지 않다. 책을 덮거든 스스로를 돌아보라. Be Yourself! 오늘의 자신을 바로 보고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자존감’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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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이펙트 - 전 세계 5억 명을 연결한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의 인사이드 스토리 에이콘 소셜미디어 시리즈 6
데이비드 커크패트릭 지음, 임정민.임정진 옮김 / 에이콘출판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마크 주커버그가 꿈꾸는 쿨Cool한 미래는 올 것인가? 

 

  지난 1월 16일에 열린 68회 골든글로브시상식(2011)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각본상을 휩쓸었고, 세계적인 영화제마다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화제의 영화가 있다. 바로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다. 이 영화는 현재 전 세계 6억 명이 넘게 사용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facebook’에 얽힌 하버드 천재들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실존하는 세계적인 온라인 기업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주커버그’를 모델로 페이스북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와 이에 얽힌 하버드 생들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린 이 영화는 벤 메즈리치의 실화 소설 〈Accidental Billionaires>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마크 주커버그를 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로 만든 혁신적 아이디어와 그에 얽힌 인간관계 그리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하버드 천재들이 모여 아이디어의 소유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진실들을 조명해 스토리를 전개했다면, 책 <페이스북 이펙트>(에이콘)은 페이스북이 가입자 6억 명을 넘을 만큼 널리 퍼지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를 고민한 책이다.  



 

   전 ‘포춘’지 테크놀로지 전문기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은 페이스북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물론 페이스북 핵심 경영진들의 인터뷰와 생생한 밀착취재를 담았다. 마크 주커버그의 전기(傳記)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기업과 인물에 대해 잘 정리했다. 

  2004년 12월 스물 두 살의 청년이 하버드 기숙사에서 장난삼아 만들어 낸 페이스북은 지난 해 말 비공식적으로 가입자 6억 명을 돌파했고,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2010년 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미디어에서는 벌써 ‘페이스북이 이제 유행을 넘어 수도, 전기와 같은 필수불가결의 온라인 공공재가 되어간다’고 평할 만큼 영향력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기업 역시 ‘마케팅의 기본은 소셜이고, 소셜의 기본은 페이스북’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화제의 기업, ‘페이스북을 알고 싶어서’였다. 이미 국내에서도 대세가 된 페이스북을 자의든 타의든 활용해야 한다면 ‘페이스북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찾아낸 답은 ‘당장 페이스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이 책을 통해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페이스북의 엄청난 규모나 파급효과가 아닌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때문이었다. 그는 회사를 키워 거액을 받고 사라지는 ‘실리콘 밸리식 사업가’가 아닌 ‘멋지고 쿨Cool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청년’이었다. 이런 생각의 청년이라면 그가 만들어갈 세상을 함께 지켜보고 싶었다. 

  또 다른 매력은 페이스북의 파급효과는 비단 네트워크 뿐 아니라 비즈니스에 있어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페이스북 이펙트’는 사람들 사이의 경험과 관심, 문제, 이슈 등이 페이스북을 통해 연결되어 새로운 인간관계와 사회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온라인결제 서비스 회사인 페이팔PayPal의 공동창업자이자 앤젤 투자자인 피터 티엘은 페이스북의 잠재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1세기 초반 가장 중요한 투자 테마는 세계화의 방향이다. 세계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미래도 없다. 갈등과 분쟁, 전쟁이 증가할 것이고, 현재 기술수준이라면 전 세계를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 세계화가 실패한다면 투자도 없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세계화를 이끌어내는 최선의 투자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내가 아는 한 ‘페이스북’은 바람직한 세계화의 가장 순수한 모습이다.” 본문 26쪽 



 마크 주커버그를 만났던 모든 사람들의 증언은 너무나 젊은 그의 외모와 늘 한결 같은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나 슬리퍼 차림 그리고 듣는 둥 마는 둥 농담하듯 내뱉는 그의 말투를 들어 ‘괴짜 경영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의 CEO의 역량은 외형이 아닌 생각에 들어 있었다. 그의 목적은 회사의 폭발적인 성장이나 돈방석이 아닌 쿨함Cool, 즉 이제껏 없었던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의 회사의 비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세계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사람들이 우리 사이트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그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27쪽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 마크 주커버그의 생각, 다시 말해 기업이념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페이스북이라는 회사 자체를 경영하고자 하는 대상이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좋은 수단일 뿐’이라는 주커버그의 생각에 매료되어 있었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은 2007년 후반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가 페이스북을 150억 달러에 사들이겠다는 제안을 거절한 사례다(만약 매각했다면 23 세의 주커버그는 4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마크 주커버그는 ‘실리콘 밸리식 머니게임’을 혐오했다. 그래서 벤처투자사의 돈을 받고, 상장을 하거나 빨리 회사를 팔아버리거나, 성장 속도를 가속시키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데려다 앉히는 일련의 관행을 거부했다. 그에게 페이스북이라는 소셜서비스는 다음 목표로 가는 전술적 도구가 아니라 ‘소셜서비스’ 그 자체였다. 그는 스탠포드대학교에서 했던 연설에서 ‘더페이스북을 자산화하거나 사이트를 통해 이익을 거두는 가장 최선의 출구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는 이 사이트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생각하는 데에만 시간을 보내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이들이 하는 일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고 생각하며, 제가 하는 일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203쪽

  청년 사업자답게 쿨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주커버그가 7년 동안 페이스북에 닥친 크고 작은 위기를 용케 넘기거나, 주위의 도움으로 오히려 기회로 삼은 과정은 소설처럼 드라마틱하다. 과연 초심자의 행운으로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프로 같지 않은 그의 순수함 즉, 사용자를 보호하고 나아가 점점 더 많은 정보로 둘러싸이는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선한 기업정신이 지금까지의 놀라운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나 역시 앞으로 마크 주커버그의 선한 기업가 정신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는지 주목할 것이다. 주커버그가 앞으로도 선한 기업가로 남을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 브라더’로 변해 세상을 조종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지는 모습이라면 당장은 커다란 흐름에 동참하고 응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소설보다 재미있고, SNS 관련 IT책 몇 권을 읽는 것보다 유익하다. 무엇보다 온라인의 대세로 떠오른 페이스북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일독해야 할 책이다.

 

이 리뷰는 여산통신에서 발행하는 출판전문잡지

<라이브러리 앤 리브로>(2011년 3월호)에 실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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