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칭 Watching - 신이 부리는 요술 왓칭 시리즈
김상운 지음 / 정신세계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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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는 남을 의식하고 살고, 왓칭맨은 나를 의식하고 산다!

 

  MBC 보도국의 김상운 기자(해외시사 프로 지구촌 리포트의 진행자로 잘 알려졌다)는 어느 날 뭔지 모를 고통으로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발견했다. ‘신이 고통을 만들어놓았다면 그걸 꺼버리는 장치는 안 만들어놓았을까?’ 그는 기자가 아니던가. 고통을 없애기 위한 취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3년 후, <왓칭watching>(정신세계사)이 태어났다. 

  책 설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왓칭watching(관찰)’만으로 인간의 모든 고통이 해결 된다‘ 정도 되겠다. 주어진 현상을 제 3자의 시각으로 살피는 것으로 고통은 반감되고 효과는 배가가 된다는 ’관찰자 효과‘를 과학적 근거로 삼았다. 전작 <아버지도 천재는 아니었다>를 읽어 ’천재는 아니지만, 천재 보는 눈을 가진 작가‘라는 강한 인상을 받은 터라 이 책을 펴게 되었다. 취재가 생명력인 기자의 글은 역시 달랐다. 잉어의 비늘처럼 조각난 자료, 흩어진 정보들이 모여 큰 원리가 되었다.  


   

   
  “실험자가 미립자(만물의 근원, 물체를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때 나타나는 최종의 것. 뇌파의 근원도 미립자다)를 입자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입자의 모습이 나타나고 물결로 생각하고 바라보면 물결의 모습이 나타나는 현상을, 양자 물리학자들은 ‘관찰자 효과observer effect라고 부른다. 이것이 만물을 창조하는 우주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다. 다시 말해 미립자는 눈에 안보이는 물결로 우주에 존재하다가 내가 어떤 의도를 품고 바라보는 바로 그 순간, 돌연 눈에 보이는 현실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양자 물리학자 울프 박사는 관찰자 효과를 ’신이 부리는 요술God's trick‘이라고 부르고, 미립자들이 가득한 우주공간을 ’신의 마음Mind of God'이라 일컫는다.” 39쪽  
   

 

독일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플랑크Max Planck박사 “이 요술의 배후에는 의식적이며 고도의 지능적인 마음이 존재한다. 이 마음이 모든 걸 창조한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도 “우주에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밀리언셀러 ‘시크릿secret’의 핵심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양자물리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아이즈만 과학원이 실험한 이중슬릿 실험나를 포함한 만물이 미립자로 만들어졌기에 나를 읽어 내가 바라볼 때마다 미립자가 변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파인만 박사도 ‘그 실험을 보면 우리의 마음이 어떤 원리로 변화시키고 새 운명을 창조해내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기도가 반복될수록 그 효과는 점점 더 강해진다”는 양자 물리학자 틸러박사의 말을 빌려 정말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신의 도움이 아닌 나를 이루고 있는 ’미립자의 변화‘ 때문이다.  

  기도라고해서 다 같은 기도가 아니고, 소원도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일까? 다른 사람들은 다 이루는데 나한테는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저자는 생각이 깊어질수록 마음속의 잔 목소리들은 잦아지고 마음은 맑아진다고 말한다. 생각이 깊고 선명해야 형성되는 이미지도 선명하다는 것. 반면 얕은 생각은 티끌밖에 움직이지 못한다. 

   
    “기도의 효과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한 삽 두 삽의 흙을 파냈다고 금방 우물물이 솟아오르지는 않는다. 수천 번, 수만 번 삽질을 해내려가다 보면 갈수록 깊어지다 어느 순간 갑자기 물이 콸콸 솟아오른다. 기도에 담긴 뜻은 일일이 우주에 기억되고 저장된다. 어디로 가는 게 아니다. 내가 남에게 입히는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내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한 가차없이 언젠가 내게 돌아온다. 만일 내 생전에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세에, 혹은 후손들에게 나타날 수도 있다. 이것이 인과응보의 법칙이다.“ 49쪽
 
   

 

  저자는 관찰자 효과를 적용한 왓칭을 통해 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원하는 몸을 만들고, 금연을 하며, 지능을 높이고, 심지어 성인이 된 후에도 키를 크게 할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그렇다면 왓칭을 실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아무것도 필요없다. 나 자신을 ‘내’가 아닌 ‘그’로 볼 수 있는 제 3자적 관점, 즉 관찰자가 되어 보는 것 밖에 없다.  

  2003년 미국 유타주 블루 존 캐년, 홀로 등반에 나선 아론(제임스 프랭코)은 떨어진 암벽에 팔이 짓눌려 고립된다. 그가 가진 것은 산악용 로프와 칼 그리고 500ml의 물 한 병이 전부. 그는 127시간 동안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그는 친구, 연인, 가족 그리고 그가 사고 전에 만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침내 살아남기 위한 결심을 굳히고, 탈출을 위해서는 자신의 팔을 잘라야만 하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127 시간>의 실제 주인공 애런 롤스턴은 결국 자신의 손목을 스스로 끊어버림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팔다리가 ‘진정한 나’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바위에 짓눌린 손을 절단한 뒤 자유의 몸이 된 그는 ‘팔은 나’라고 생각해 감히 자르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나는 팔 이상의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해 ‘육신 속에 든 것이 바로 나’로 생각했던 그는 ‘나는 육신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제 육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 그게 바로 제 영혼이었어요.”  

  저자는 관찰자 효과의 핵심은 바로 ‘영혼으로 나를 보기’라고 말한다. 마치 유체이탈을 한 듯 한 발 물러선 뒤에서 나를 객관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왓칭이다. 어느 명배우는 신인시절부터 스타처럼 살았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촬영을 하고 있다고 여기고 행동, 말투 하나하나를 연기하듯 하면서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꿈의 궁전 디즈니월드에서는 직원들에게 ‘이곳은 직장이 아니다. 바로 연극무대이고, 여러분은 연극배우다.’라고 말해 고객을 관객화했다. 고객들이 디즈니랜드에 있는 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아무도 몰래 휴지통이 버려지고, 인형가면을 쓴 청소부가 연기를 하듯 청소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생각을 확장해 보자. 아인슈타인은 일찍이 “우리는 시각적 착각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앙자 물리학자인 틸러 박사도 “인간의 99.9999퍼센트는 빈 공간”이라고 말했다. 색즉시공(色卽是空), 저자는 우주가 곧 영혼이며, 육신 속에는 육신의 부피에 해당하는 만큼의 영혼만 들어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영혼은 미립자 에너지 형태로 여전히 존재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주장은 이를 뒷받침한다.  

  저자가 왓칭을 통해 하고픈 말은 ‘나를 타인처럼 바라보며 살라’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지켜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면 그 순간 나 자신을 남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행동을 함부로 하지 않게 된다. 하물며 우주라는 무한한 거울에 비춰가며 산다면 우리 영혼은 얼마나 맑아질 것인가. 우주가 늘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바로 맑은 영혼을 지키는 길이자 최고의 인생을 사는 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영혼에 눈뜨기 가장 쉬운 방법은 나를 남의 눈으로 깊이 바라보는 것이다. 육신의 눈은 나를 남처럼 바라보지 못한다. 하지만 텅 빈 무한한 공간, 우주에 퍼진 영혼은 나를 남처럼 바라볼 수 있다. 나를 남처럼 바라보는 순간 영혼은 저절로 눈뜨기 시작한다. 영혼을 거대한 우주거울로 삼아 나를 남처럼 비춰가며 살면 영혼이 지닌 양심, 사랑, 평화, 연민, 지능, 에너지가 저절로 흘러들어온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흔한 유리 거울로 자신을 비춰도 영혼이 삐쭉 고개를 든다. 나를 남으로 객관화시켜 바라보도록 하기 때문이다.“ 274쪽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를 그릴 때의 일이다. 벽화는 크기가 183 평방미터나 되는 대작이었다. 하루는 그가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천장 구석에 인물 하나하나를 꼼꼼히 그려 넣고 있었다. 한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이보게,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잘 보이지도 않는 걸 그려 넣으려고 그 고생을 한단 말인가? 그래봤자 누가 알겠는가?" 미켈란젤로가 대답했다. "내가 알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다. 나를 다독일 유일한 사람도 나이다. 저자는 내가 흔들리거나, 괴롭거나, 유혹에 흔들릴 때 나를 바라보면 그것들이 멀어진다고 말한다. 특별한 기술이나 방법 없이 시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나를 계발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나은 자기계발법이 또 있을까? 더구나 그것이 왜 그런지를 세계적인 석학과 과학자들이 풀어주니 의문이 배움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 놀라운 책, 유익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기억하라. 된장녀는 남을 의식하고 살고, 왓칭맨은 나를 의식하고 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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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11-06-03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서평 잘 봤습니다. 이런 글에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니 아쉬워서 댓글 답니다. 사실 저도 반신반의하다가 리치보이 님 리뷰를 보고 구매를 했습니다. 이 글을 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소셜북스에 링크했더니 단박에 책을 사신 분도 있네요. 아래 링크에 소개했습니다. 페이스북 계정이 있으시면 친구를 맺고 싶네요. 저는 dajak97을 씁니다^^
http://www.facebook.com/socialbooks/posts/153841814683974

리치보이 2011-06-03 14:54   좋아요 0 | URL
승주나무님, 우선 댓글 감사합니다.
리뷰가 좋았다면, 아마도 책이 좋은 덕일 겁니다.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쓴 저자 덕분에 저도 즐겁고 유익하게 읽었죠.


페이스북은 계정은 있는데, 게을러서 업뎃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블로그 글과 연동할 수 있는 트위터가 있는데...@RichboyBook입니다.

자주 뵙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탈옥수 2011-06-0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이 와 닿습니다. 꼭 읽어볼랍니다. 감사해요ㅠㅠㅠㅠ
 
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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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벗, 고독마저 침범당한 한 사내의 이야기  



  취재차 일본을 자주 들리던 파란 눈의 한 사내는 어느 날 사건사고 기사를 보려고 신문을 읽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한다. “한 오십대 독신 남성이 부엌에서 음식물이 사라지는 걸 보고 놀랐다.” 평범한 듯 기괴한 기사의 헤드라인은 사내를 깊은 생각의 늪에 빠져들게 했다. 에릭 파이Eric Faye의 <나가사키>는, 그래서 태어났다.

  놀라운 건 작가가 ‘혼자된 자의 고독’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벽안(碧眼)의 서양인이 중년의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은 뜨악할 만 했다. 오죽하면 책의 맨 앞장으로 돌아가기를 몇 번 저자가 프랑스인임을 확인할 정도였다.(고독을 아는 작가라면 그 역시 혼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 알 수는 없지만 몰라도 딱히 상관은 없다). 



  인간은 고독마저 친구가 되기에 결코 혼자일 수 없다. 충분히 고독을 만끽하며 생生을 흘리던 사내, 시무라 고보는 어느 날 냉장고에 변화가 생김을 감지한다. 처음엔 자신의 기억을 의식했고, 나중엔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15 센티 높이의 주스가 8 센티 정도로 줄었다는 것을 확인 했을 때(이 정도를 의식할 정도였다면 미치기 일보직전이었을 듯, 짠했다. 주인공이) 그는 두려움에 앞서 겁탈을 당한 듯 불쾌감을 느꼈다.   

 

   
 

“냉장고 속은 말하자면 끊임없이 다시 시작되는 내 미래의 동력이었다. 이어지는 나날에 힘을 줄 분자들이 그곳에서 나를 기다렸다. 가지나 망고 주스, 혹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서, 나의 내일의 세균들과 독소들, 그리고 나의 단백질들이 그 차가운 대기실에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데, 낮선 손이 임의로 선취해 나의 미래에 테러를 가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 밑바닥까지 뒤흔들렸다. 그뿐 아니라 화까지 났다. 이건 더도 덜도 아닌 강간이었다.” 

 
   

    무당을 부르고 고스트버스터를 찾을 만큼 바보는 아니었던 주인공, 제 3의 눈으로 과학에 의지했다. 출근 이후의 빈 집을 여섯 개의 웹캠으로 감시했고, 며칠 후 침입자를 찾아낸다.  
한편 거의 일 년 동안 외딴 방 벽장에서 숨어 지냈던 중년의 여인의 고독은 집주인 사내의 그것과 닮았다. 거울에 비친 지금의 나 이외에는 나를 아는 이가 없는 과거는 망각의 감옥에 던져진 절대고독에 있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 이것 말고 우리를 근접시키는 건 없다’고 느끼며 같은 공간에서 고독했다.  

  벽장 속 여인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몇 년 전 찜질방에서 만난 중년의 사내가 생각났다. 잘 꾸려나가던 사업체가 부도를 맞자 공황상태가 되어버린 사내. 시쳇말로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려면 깊은 산 속 절을 찾는다지만, 사내는 시내 중심에 있는 입장권을 끊어 찜질방으로 들어갔다. ‘정신은 노숙자와 다름없다‘고 말한 그였지만, 몸뚱이마저 길거리에 내맡기기는 죽기보다 싫더란다. 밖을 나갔다 들어오면 또 다시 입장권을 끊어야하기에 이런 저런 방법으로 직원들의 눈을 속여 거의 사흘에 한 번 정도 밖을 나오는데 그 때만 햇빛을 볼 수 있다고 했다.(추운 겨울엔 거의 한 달 동안 두문불출한 적도 있다고 했다) 찜질방은 역전 광장처럼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만인의 공간이지만, 그에게 만큼은 자신만의 공간이고, 철옹성 같은 성이었다.   

  그 사내와 내가 알게 된 것도 내가 그의 자리(영역)를 ‘침범하면서' 였다. “찜질방에 니 자리, 내 자리가 어딨냐?”고 언성을 높이다가 끝내 그의 공간임을 ‘인정’하고 말았다. 그 날 사내에게 나는 ‘벽장속 여인’을 만난 기분이었으리라.

 적지 않은, 아니 꽤 많은 사람들이 찜질방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소줏잔을 기울이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 가운데 외로움을 느껴본 적 있어?“ 웃어버린 그. 씁쓸한 웃음 뒤에 던지는 농담 같은 고백이 잊혀지지 않는다. 

  고독에 익숙해지면 타인은 시끄러운 잡음이자 방해꾼이 된다. 계속 ‘혼자’ 살고 있었다고 느꼈던 사내 시무라는 ‘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분노하게 된다. 스스로의 판단과 믿음조차 의심하게 되어버린 그. 제 3의 눈인 웹캠으로 그녀를 발견했듯이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되었다. 그는 재판장에서 이렇게 말하며 화를 냈다. “이젠 도무지 내 집에 있는 것 같지가 않아요.” 

  그의 분노를 이해할 법했다. 소설 뒤에 남겨진 벽장 속 그녀의 사연과 편지는 군더더기일 뿐.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구차한 변명이나 나와는 상관없는 그녀만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끝내 집을 팔기 위해 내놓고 살 곳을 이동해 버린 쉰여섯의 사내의 근황이 계속 궁금해지는 건 그 속에서 찜질방의 사내가 보였고, 그 나이 즈음이 된 미래의 내가 같은 고독감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슬픔 때문이다. 나만의 내 집에 누군가가 있었음을 알고 난 후 사내는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나에겐 고독한 사내를 만난 오늘밤이 불면의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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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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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관음증이 만든 핫hot한 소설!


 

  TV 프로그램 중에 ‘몰래카메라’라는 게 있었다. 스타를 데려다 황당한 사건과 에피소드로 장난을 치고는 그들이 놀라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담은 쇼 프로그램. 일요일이면 ‘누가 어떻게 당할까’ 기대하며 나는 TV 앞에 앉았고, 예의 한 두 시간 스타를 골려먹는 짓에 가담한 듯 희희낙락하던 때가 있었다.

 같은 맥락으로 영화 중에는 ‘트루먼 쇼’가 있다. 시청자들이 아예 한 사람의 생활을 ‘몰래 카메라’로 들이댄 설정이다. 1998년 당시만 해도 ‘트루먼 쇼’의 각본은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하지만 대단히 놀라운 설정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는 시청자들의 모습에서 미디어와 대중이 지닌 관음적 폭력성에 대해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오늘날은 변해 나 자신의 사생활도 언제 표적이 되어 인터넷에 공개될지 모르는 세상이 도래했다. 몇 걸음 가지 않아서 어딘지 모를 곳에 설치된 CCTV에 내 모습이 담기고(누가 보고 있을까?), 유희거리를 찾는 방송국 카메라를 대신해 시청자들이 직접 휴대전화에 부착된 카메라로 수많은 눈이 되어 주변에 번뜩이며 무료로 사람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그들은 왜 담고 있을까?). 그리고 인터넷은 스타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사생활까지 모조리 쓸어 담아 세상에 뿌리고 있다.  

  나아가 이제는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평범한 일반인들이 ‘스타되기’라는 명목으로 보여주기를 스스로 자처하며 카메라 앞에 서는 세상이 되고 있다. <헝거 게임Hunger Game>(북폴리오)같은 소설이 나온 것도, 그리고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이유도 관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 때문일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라고 해 두자. 북미라는 대륙이 잿더미가 된 뒤 들어선 판엠은 캐피톨이라는 빅 브라더 같은 존재 아래 열세 개 구역이 주위를 둘러싼 나라다. 어느 날 열세 개의 구역이 판엠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켰고, 모두 패했다. 심지어 열세 번 째 구역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헝거 게임Hunger Game은 그런 암흑기를 기억하기 위한 일종의 계몽 이벤트다. 


  각 구역마다 남녀 청소년 각각 두 명이 ‘조공인’으로 선발되어 한 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를 죽이는 게임. 그리고 최종 생존자가 남을 때까지의 전 과정은 TV로 방송되는 리얼 서바이벌 게임이다. 우승자는 스타가 되어 평생 굶주림 없이 편히 살게(소설의 제목에 유념하자) 되고, 우승자가 탄생한 구역은 다른 구역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동안, 고급 식량을 선물 받는다.  

  “각 구역에서 아이들을 데러가 서로 죽고 죽이게 하고,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그들에 비해 얼마나 무력한지, 다시 한 번 반란을 일으켰을 때 우리가 살아남을 확률이 그 얼마나 희박한지 일깨워주는 캐피톨의 방식이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간에 진짜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똑똑히 봐둬. 우리가 너희 아이들을 데려다 희생시켜도.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면 너희들을 마지막 한 명까지 박살내버릴 거야. 13번 구역에서 했던 것처럼 말이야.”“ 

  관음을 즐기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지극히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설정에 읽기를 거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본성 때문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TV 앞에서 선 열 두 구역의 누군가가 되어 캣니스의 승리에 열광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나와 같은 권력에 복종하는 평민이고 일반인이었고, 마침내 현대인의 영웅, 스타가 된다.

  또 하나 매력인지 마력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관객이 되어 참여하게 한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돈을 지출하며 스폰서가 되어 헝거 게임의 참여자들을 후원하는 시스템은 팬들의 스타 만들기와 다름없다. 독자로 하여금 가능하다면 후원하고 싶도록 만든다. 또한 그것을 은근히 의식하며 때로는 연출하는 주인공의 심리도 엿보게 된다. 발칙한 소설이 아닐 수 없다. 

  늘 그렇듯 결말이 뻔한 스토리지만 그 속에는 늘 같은 무게의 묵직한 카타르시스가 들어있다. 소설의 흥행요소를 모두 갖춘 전형적인 소설, 컨텐츠는 원소스 멀티 유즈로 활용되고 있다. 소설의 흥행은 영화로도 이어져 현재 한창 제작중. 그 때를 참지 못한 독자들은 자체적으로 팬메이드 무비fan-made movie를 제작해 유투브에 올리고 있다. 헝거 게임에 몰입하고 열광하는 독자들을 짐작케 한다.  

  이 소설은 단편이 아닌 3부작. 스타가 된 우승자 캣니스의 앞날은 그녀를 마득찮게 여기는 대통령의 시기에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또한 함께 참여한 12구역의 남자 조공인 피타와의 로맨스는 그림자 같은 오랜 친구 게일과의 삼각관계를 예고하고, 캣니스는 구역인들에 의해 우승자에서 영웅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스티븐 킹은 이 책의 ‘강한 중독성’을 추천했고, 트와일라잇의 스테프니 메이어는 ‘헝거 게임’만이 가진 ’매력’을 칭찬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현대인의 관음증을 한탄하면서도 온라인 서점에서 2권 주문을 서둘렀다. 이런 아이러니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다.'고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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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생각을 훔치다 - 박경철 김창완 최범석 용이… 생각의 멘토 18인
동아일보 파워인터뷰팀 지음 / 글담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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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가 있는 수필 같은 인터뷰집


 

  “동시대 사람의 얘기를 듣고 글로 남기는 것만큼 인문학적인 게 어디 있습니까?”  인터뷰어 지승호의 한마디 짜리 '인터뷰 예찬'이다. 생각해 보면 인터뷰처럼 애매모호한 장르가 또 없는 것 같다. 대화상대의 말을 온전히 받아적은 대필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자가 제 생각을 오롯이 담았다고 하기에도 뭐한...말 그대로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산해진미에 쌀밥이 없으면 안되는 것처럼 모든 장르의 글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글이 바로 인터뷰다.

  특히 사실을 담은 글에 있어 인터뷰의 중요성은 더욱 빛을 발한다. 정확하고 알찬 뉴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터뷰 과정은 필수. 취재원인 당사자에게 가장 자세하고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글'은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으로부터 좀처럼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그건 왜 일까?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몇 마디 질문으로 캐내 글로 옮겨야 하는 이 일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 이라 글쓰기가 결코 쉽지 않다. 설령 어렵사리 글을 썼다고 하더라도 글(기사)이 나간 후 인터뷰를 한 사람, 즉 인터뷰이들이 '진의가 왜곡되었다'며 항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어디 그 뿐인가. 비슷한 이유(인터뷰 함부로 하면 안된다)로 인터뷰이의 섭외도 어렵다. 

  최근 인터뷰 책이 쏟아지고 있다. TV의 어느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핫 이슈가 되는 '인물人物'들이 출연해 인터뷰를 해서 인기를 얻더니 신문 매체 할 것 없이 당사자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대담 형식의 글'이 늘었다. 급기야 단행본도 늘고 있다. <그들의 생각을 훔치다>도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좀 특별했다. 


  이 책은 세 명의 동아일보 파워인터뷰팀이 인터뷰를 한 열 여덟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체들의 형사의 취조 같고 녹취록같은 인터뷰 기사에 정나미가 떨어져 이런 글을 읽는 것을 일부러 피했었는데, 평소 좋아하는 '시골의사 박경철'의 인터뷰가 책의 가장 먼저 들어 있어 처음 몇 장을 펴다가 마지막장까지 읽어 버렸다. 세 명의 인터뷰어 중에서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PART 1' 강렬한 자극으로 자신을 바꾸고 싶을 때'를 쓴 인터뷰어가 가장 인상적이다(그 중에서 박경철과 김창완은 정말 최고 였다).

  인터뷰어의 질문은 전혀 보이지 않고 내러티브, 즉 인터뷰이와 함께 한 현장과 순간에 치중한 이야기가 대신했다. 대략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내게 닿지 않는 것에 갖는 선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를 달리 표현하면 학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습'이다. "아기 새가 어미 새가 나는 것을 보는 것을 배움學이라 하고, 아기 새가 날 수 있을 때까지 수 백 번 반복하는 것을 익힘習이라고 한다."는 시 구절처럼 배움은 익힘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다. 그는 '습'에 매우 충실한 삶을 살아왔다. 그의 관심사는 미추美醜와 호오好惡를 가리지 않는다. 대신 단순히 소비할 것이 아니라면 철저히 연구해 반드시 정복한다. 그가 낚시에 입문한 과정은 '습'에 대한 그의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30대 초반 대전에서 고용의사를 하던 무렵이에요. 금강에서 누군가 대낚시로 잉어를 잡아 올리더군요. 저도 꼭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곧장 '찌맞춤의 원리' 등 10여 권을 사고 낚시 전문지 구독을 신청했어요. 빨간 줄 그어가며 이론서들을 독파한 거죠. 낚시의 원리를 깨우치고 나서야 낚시대를 구입했어요."
  얼마 동안의 인터뷰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얼마나 흥겨운 인터뷰 였을까 짐작하고 남는다. 책에서 인터뷰어는 귀를 열고 말동무가 되고, 또한 그(인터뷰이)가 되었다. 그리고 귀로 들은 이야기를 녹이고 내 생각을 담아 종이에 내려앉혔다. 함께 했더라면 좋았겠다 싶었다(인터뷰 글에서 이보다 더 나은 칭찬은 없으리라).  

  가수 김창완, 패션 디자이너 최범석, 수학자 김정한, 배우 안성기, 공무원 김가성 등 이어지는 인터뷰를 통해 배우고 얻는 것은 습習이란 무엇인가, 죽을 힘을 다해 배반할 것, 자학, 사랑, 한결같이! 와 같은 한 가지 화두들이었다. 화두를 받아들임은 둘째였다, 글맛에 취해 part 1 거듭 거듭 읽어야 했다. 글 속에서 리드하는 인터뷰어의 이야기는 옆에서 듣는 듯 했고, 인터뷰이들의 명쾌한 답변들은 빛을 발했다. 

  일본에서 지의 거장으로 알려진 논픽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의 인터뷰 에피소드 중에 '한 번의 인터뷰를 위해 60만 엔어치 책을 구입해 읽어가며 준비를 해서 인터뷰했더니 원고료가 60만 엔이더라'는 말은 꽤 유명하다.

  인터뷰에 임하는 인터뷰어의 자세를 잘 말해 주고 있는데, 인터뷰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열린 귀'와 '열린 질문'일 것이다. 익히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독자보다 못한 멍청이'가 되어 “그 이야기부터 해주시죠.” “제가 그 부분을 잘 몰라서요.” “그게 어떤 모양이었나요?”와 같은 질문으로 상대방이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내도록 유도해야 편하게 대답을 할 것이고,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인터뷰들을 보면 '아는 체'를 하는 인터뷰어들이 많다. 그래서 질문을 하는 것인지, 인터뷰이에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것인지 헛갈릴 정도이다. 인터뷰 <그들의 생각을 훔치다>는 수필 같은 인터뷰 글의 진수를 보여준다. 최근 읽은 몇 권의 인터뷰 책중에서 으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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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비즈니스 혁명 - 제조, 유통, 서비스의 미래 미래 비즈니스 키워드 4
정지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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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스마트 혁명이 가져올 전통산업의 미래

  SF소설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은 "미래는 이미 우리가 사는 이곳에 존재한다. 다만 널리 확산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현재를 살면서 미래도 살고 있다. 다시 말해 개인의 관점에서 볼 때 내가 아는 세상은 현재가 되고,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세상은 미래가 되는 셈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세계를 알게 되는 순간 미래는 현실이 되는 세상,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소셜 웹의 급속한 보급은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실시간 생활을 가능케 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공존감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제 미래는 노스트라다무스와 같은 예지력이 아니라 검색 능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산업이 IT를 만나면서 펼칠 미래를 전망한 책 <오프라인 비즈니스 혁명>(21세기북스)도 그 결과물이다. 



  저자 정지훈은 현재 미래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이다. ‘하이컨셉’이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파워블로거이기도 한 그는 지난 해 <제 4의 불>과 <거의 모든 IT의 역사> <아이패드 혁명>등을 내면서 IT업계와 미래 비즈니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그동안의 10년이 IT가 만든 디지털 혁명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전통산업과 IT가 만나 비용 절감과 시공간 단축이 실현되는 제2의 산업혁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과거 에너지와 내연기관에 의한 생산성의 혁신은 철도 등의 교통인프라를 만들었고, 이것이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이끌어내는 인프라 역할을 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최근의 인터넷, 모바일, 소셜 웹, 스마트폰, 클라우드 등도 그러한 인프라로 작용해 파생혁신을 일으킬 거라고 보았다. 

  지난 해 필자는 저자와 함께 공동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는 강연에서 매일 새벽에 기상해서 즐겨찾기를 해 두었던 세계 주요 신문과 기관의 뉴스들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두 시간에 걸쳐 관련글을 쓴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사실은 트위터에 매일 올리는 그의 트윗을 살펴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가 매일 아침마다 살핀 미래의 총합인 셈이다.  

  우선 저자는 미래의 경제학을 나노nano(10억분의 1)의 개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수많은 개개인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재화, 노하우 등을 진보한 인터넷 환경과 기술 플랫폼들을 통해 프로슈밍prosuming함으로써 개개인의 역량이 모여 엄청난 결과를 만드는 매시업Mashup 등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량생산, 대량판매의 매스경제에서 아주 사소한 특정 소비자들이 주역으로 부상되는 나노경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해서 나노경제학이라고 불렀다.     소비자 경험이 참여로 이어지는 프로슈밍과 오프라인에서는 결코 불가능한 롱테일, 그리고 웹상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일으키는 일련의 입소문은 기업의 마케팅과 영업활동을 대체하는 바이럴 현상은 나노 경제학을 가능케 하는 세 가지 주요원칙이다. 프로슈밍이 전통적인 소비자와 공급자의 시각과 역할의 새로운 원칙이 된다면, 롱테일과 바이럴은 각각 유통, 시장과 광고, 마케팅의 새로운 원칙이 된다.  

   
  “나노경제학을 굳이 표현하자면 아마도 ‘롱테일 경제학+바이럴 경제학+링크(네트워크)의 경제학+매시업 경제학+알파’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중략) 소비자 중심의 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이러한 나노경제학의 중요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27쪽  
   

   이 책은 나노경제학을 기반으로 소셜 커머스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유통산업의 부상과 나아가 전통 서비스 산업과 경영방식의 변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폈다. 그 중 저자가 주목한 것은 ‘비용 절감’과 ‘시공간의 단축’, 바로 전통산업이 핵심가치로 여기는 부분이다. 저자는 세계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우리에겐 다가올 미래가 된다)를 통해 제조, 유통, 광고, 마케팅, 그리고 기업 경영 전반에 IT기술이 적용될 때 ‘비용 절감’과 ‘시공간의 단축’이 이뤄지는지를 보여준다.  

중국 소규모 공장들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알리바바, 버스를 개조해 점포로 만드는 햄버거 업체 4food.com, 위치기반 서비스인 포스퀘어를 활용한 뉴욕 패션위크의 특별한 이벤트, 최근 새로운 광고툴로 자리매김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등 주제별로 소개되는 다양한 사례들은 그 자체로 재미있고 유익했다. 

 미래학자답게 저자는 각각의 사례마다 QR 코드로 볼꺼리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더욱 생생한 현장감을 부여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변화하는 미래에 대해 기업경영은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해야 할까? 저자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눴다.   

 

   
 

1. 총체적 품질관리에서 총체적 경험관리의 시대로 전환하라.

2. 브랜드 관리, 제품이 아니라 사용자 혁신 플랫폼이다.

3. 기업의 내 외부 모두 소통이 적극적인 형태로 변화시켜라.

4. 작은 기업을 만들어 변화에 빠르게 즉응하고 협업이 가능하게 하라.

5. 보호와 관리하기보다는 혁신하고 외부와 협업하라.

 
   

책 전반을 통해 실감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신뢰와 경험경제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다양한 IT 기술을 통해 사실과 정보를 보다 빠르고 생생하게 전하려고 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보고 만지듯 경험하게 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충분히 인지한 소비자가 구매욕을 일으키는데 목적이 있다.   

  여기까지의 과정이 ‘소비자를 어떻게 유혹하는가?’였다면 이제부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소비자를 끝까지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저자 역시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얄팍한 속임수로 돈을 거두려 한다면 통하지 않을뿐더러, 진정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과 기업은 일반 대중에게 외면 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산업의 미래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QR 코드에 숨은 사례 속에서 당신이 찾던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아이디어를 만날지도 모른다.  

 

이 리뷰는 여산통신에서 발행하는 출판전문잡지 [라이브러리 앤 리브로](2011년 5월호)  

<파워블로거 '리치보이' 김은섭의 경제경영서 읽기>에 실린 칼럼 원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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