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리딩으로 리드하라 - 잘 정리된 인문고전 독서 입문서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 이유를 물어보면 크게 두 개의 대답으로 나뉜다. 바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혹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다. 둘 모두 훌륭한 대답이다. 책 한 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으니 무료한 시간을 즐겁고 유익하게 보내는데 책읽기보다 나은 것은 없다.

  또한 깨달음을 얻는 방법 중에도 책읽기만한 것이 없다. 여기서 깨달음이란 성인聖人들이 경험했던 대오각성大悟覺醒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뭔가를 보고, 듣고, 경험해서 ‘느낌’이 있었다면, 그것이 깨달음이 된다. 한마디로 어제와는 다른 나를 만들어주는 ‘느낌의 경험치’가 바로 깨달음인 것이다. 깨달음은 ‘알게 되었다’는 기쁨을 준다. 그 기쁨은 처음으로 사탕맛을 알게 된 어린 아이의 커진 눈동자처럼 나를 놀라게 하고, 스스로 배움으로 알았다는 뿌듯함은 묘한 재미도 준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조건이 여의치 못했던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활자책이 없던 옛날에는 책이 많지 않아 책 한 권을 읽고 또 읽어서 외울 정도가 되니 깨달음이 컸고, 책이 차고도 넘칠 만큼 많아진 오늘날은 안목만 갖춘다면 깊이가 백 권 정도 되는 책을 쉽게 만날 수도 있다.

  한편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책읽기를 꽤 즐긴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책들이 있으니 바로 고전古典이다. 짧게는 100~200년,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살아남은 이 책들은 책 중의 책, 인류가 걸어온 역사의 정수이다. 고전古典이 좋은 책인 줄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어려워서, 혹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짐작해서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혹자들은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고전古典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고전古典은 과연 훌륭한 책일까? 만약 훌륭하다면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리딩으로 리드하라>(문학동네)는 이런 질문을 위해 태어난 책이다. 이 책은 고전의 위대함을 알리고, 일반인들이 쉽게 고전 읽기에 접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꿈꾸는 다락방>의 작가이자 다독가多讀家인 이지성이 썼기에 이론을 통한 학문적 접근이 아닌 위대한 인물들의 사례들을 담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어 읽기가 좋다.

  이지성은 고전읽기를 하다보면 그 누구라도 천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부제 역시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분명 이 시대의 천재들이다. 그러나 불멸의 인문고전을 남긴 진정한 천재들과 비교하면 그들은 기껏해야 머리가 조금 좋은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매일 두 시간 이상 위대한 인문고전을 남긴 진짜 천재들에게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인문고전은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진정한 천재들이 자신의 모든 정수를 담아놓은 책이다.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존 스튜어트 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정수를 완벽하게 소화하면 누구나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경험할 수 있다. 

1. 바보 또는 바보에 준하는 두뇌가 서서히 천재의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2. 그동안 억눌려 있던 천재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3.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천재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인문고전 독서의 힘

  인류역사를 보면 항상 두 개의 계급이 존재했다. 지배하는 계급과 지배받는 계급. 전자는 후자에게 많은 것들을 금지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문고전 독서였다. 왜냐하면 인문고전 독서는 나라를 이끄는 힘이자 지배층이 되게 하는 권력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양반은 독서가 곧 그들의 업業이었고, 노비들이 책을 들으면 양반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엄벌에 처했다. 중국의 지배계급도 인문고전 독서를 지나칠 정도로 중시했고, 일본의 쇼군 계급들은 중국 고전을 마치 비밀문서처럼 귀중하게 여겼다. 유럽의 왕가와 명문 귀족은 평민 이하 계급들에게, 미국의 백인 지배 계급은 흑인들에게 독서는 물론 문자 교육 자체를 금지했다. 

  두뇌의 수준은 그가 읽은 책의 수준과 같다고 할 수 있다고 역사는 증명한다. 두뇌가 우수하지 못한 인간은 두뇌가 우수한 인간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류 역사의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지배계급은 그 사실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다. 
 

  21세기 지구의 지배계금이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들은 여전히 인문고전 독서에 열심이다. 미국에는 ‘그레이트 북스 재단’이라는 인문고전 독서 프로그램 및 독서토론 모임이 있어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인문고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명문 사립 중고교와 대학의 인문고전 독서교육 전통은 전부 영국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의 엘리트 교육 코스는 아래와 같다.  

1. 가정교사에게 기초적인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는다.

2. 명문 사립학교에 진학해서 체계적인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는다.

3.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 들어가서 그리어서 및 라틴어로 진행되는 인문고전 수업을 듣고,

그리스어 및 라틴어로 에세이를 쓰고 토론한다. 

  한편 일본은 메이지 시대부터 국가 주도의 인문고전 독서 열풍이 불기 시작해 20세기까지 계속되었다. 1930년대 일본의 명문 고교와 대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독서일기를 쓰는 습관을 갖고 있었고, 고교와 대학 시절 동안 4,00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사례가 평범한 경우에 속할 정도로 치열하게 독서했다고 한다. 덕분에 일본의 정계. 관계, 재계는 이미 학창 시절에 그리스, 로마, 유럽, 중국, 인도, 일본의 인문고전을 읽은 인재들을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었고, 국력을 혁명적으로 신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인문고전 독서는 나라와 가문과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니 나라와 가문과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뭔가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지거든 낙담하거나 한탄할 시간에 인문고전을 펴길 권한다. 1,000~2,000년 된 지혜의 산삼을 두뇌에게 실컷 먹이기를 권한다. 그러면 언젠가 반드시 당신 자신이 혁명적으로 변하고, 당신 가문에 인문고전 독서의 전통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가문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우리나라와 세계와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위대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리더를 만드는 교육법, 인문고전 독서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독일의 한 시골마을에서 목회를 하던 카를 비테는 장차 태어난 아이를 성공적으로 교육하고자 플라톤, 에라스뮈스, 존 로크, 루소, 페스탈로치 같은 위인들이 집필한 교육 서적과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와 로마의 교유에 관한 문헌들을 연구해, 저능아인 카를 비테 주니어를 가르쳤다.

  카를 비테 주니어의 두뇌는 위대한 천재들이 집필한 인문고전을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기적처럼 변했다. 그는 고작 아홉 살에 라이프치히 대학 입학 자격을 취득했고 열세 살엔 기센 대학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열여섯 살에 하이델베르크 대학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베를린 대학 법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여든 세 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천재로 칭송받았다.

  카를 비테는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을 천재로 키운 비결로 책을 썼고, 하버드 대학 교수 레오 위너 교수와 보리스 사이디스 교수, 태프트 대학교수 벌 등은 카를 비테의 교육법을 따라 해서 자신의 자녀들을 하버드 대학에 입학시켰다. 인문고전을 통한 교육은 서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치원 황상은 나이 열다섯이 되도록 한문은커녕 한글도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이었다. 하지만 유배지로 내려온 정약용을 스승삼아 인문고전을 배운 몇 년 뒤, 황상은 조선의 천재들을 매혹하는 지식인으로 성장했다.

  연암 박지원 역시 열다섯 살이 되도록 문맹이었지만, 처숙 이군문으로부터 인문고전 읽는 법을 배우고 3년 동안 두문불출한 후 천재가 되었다. 

  전교 꼴찌를 하다가 학습 부진아 반에 들어간 적이 있는 아이작 뉴튼은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인문고전 독서를 배워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가 되었고, 학교를 다닌 기간 내내 전교 꼴찌였던 윈스턴 처칠도 어머니의 권유로 스물세 살에 인문고전 독서를 처음 시작해 죽을 때까지 하루 평균 네다섯 시간씩 책을 읽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3개월 만에 퇴학을 당했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역시 교사 출신 어머니의 극진한 인문고전 독서교육 덕분에 이십대에는 도서관을 통째로 읽어버리겠다며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제대로’ 받으면 누구라도 천재가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제대로’에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독서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문고전을 읽고서 변화하기를 바란다면 에디슨의 어머니가 치른 것 같은 자신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과거의 자신을 죽이는 철저한 자기투쟁이 따르지 않는 인문고전 독서는 지식의 축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식은 인간을 변호시키지 못한다. 삶의 근본적인 변화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있을 때 생겨난다. 그 ‘지혜’를 갖는 것이 바로 인문고전 독서를 통한 ‘변화’인 것이다.

인문고전을 통한 교육을 펼쳤던 카를 비테의 교육방식이 리더의 교육이라면, 우리나라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는 독일에서 시작된,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교육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이 초중고교를 합쳐 12년이나 교육을 받고도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는커녕 제 앞길 하나도 헤쳐나가지 못하는 무능력한 존재로 전락하기 일쑤인 이유다. 새로운 두뇌를 갖고 싶다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하루 또는 일주일에 몇 시간씩 카를 비테식 ‘다른 교육’을 실천하자. 위대한 고전을 집필한 카를 비테식 ‘다른 교육’을 실천하자.  

평범한 이들을 세계최고 부자로 만든 인문고전 독서 

  세계 금융계의 황제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처음 철학자가 되고 싶어 했다. 그는 소년시절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에라스뮈스, 마키아벨리, 홉스, 베르그송 같은 천재 철학자들의 철학고전 도서를 통해 사고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조지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 성공 비결을 ‘철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철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철학 논문을 쓰고, 세계적인 철학자들을 자택에 초대해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세계 최초의 금융분석가로 현대적인 의미의 증권분석 및 가치투자 이론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도 인문고전 독서가로 유명하다. 컬럼비아 대학 재학 시절 졸업하기도 전에 총장으로부터 철학교수로 임명해 줄테니 모교에 남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펀드 운용 능력을 인정받아 20세기 최고의 주식투자자, 영혼의 투자자로 불리는 존 템플턴. 그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기 자신을 살아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라”라고 대답할 정도로 유명한 독서광이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펀드 매니’저라고 불리는 피터 린치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에서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인문고전 도서로 쌓은 사고의 힘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 과학, 수학, 회계학 같은 일반 경영학 과목은 필수과목을 제외하고는 피해다녔다. 대신 인문 과목을 주로 수강했다. 역사, 심리학, 정치학을 배웠고 형이상학, 인식론, 논리학, 종교학, 고대 그리스 철학을 공부했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비롯한 진정한 투자의 구루들이 최고의 실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눈앞의 이익이나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학하는 세포는 오직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들은 말한다. “월 스트리트식의 금융시장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탐욕으로 가득 찬 소위 금융 전문가들과 그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는 구름 같은 군중의 행렬을 과감히 무시하고 오히려 그들이 죽는 길이다, 라고 한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만일 누구라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그들이 애독한 책을 읽어서 그들 같은 사고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서점에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피터 린치, 짐 로저스 등등 자본주의 세계의 최고 승자들의 투자 비법을 담은 책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의 책을 죽어라고 읽고 그들의 비법을 열심히 따라 한 사람 중에 놀라운 이익을 실현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치열한 인문고전 독서로 두뇌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뒤에 터득한 투자의 비결을 담은 그들의 글을, 인문고전을 전혀 하지 않은 두뇌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투자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오토바이 운전면허도 없는 사람이 세계 최고의 오토바이 곡예사가 쓴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이 어떤 결과를 얻겠는가? 최소한 중상, 최악의 경우 사망이다. 자본주의 세계의 최고 승자들이 가르쳐주는 비법을 따라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무시무시한 자본 생성 능력을 낳은 근본적인 요소를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채 그들의 기법만 따라 하는 것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을 걷는 행위일 수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

 

1. 온 마음으로 사랑하라

  세종대왕의 인문고전 독서법은 백독백습百讀百習 즉 100번 읽고 100번 필사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치열함이 엿보인다. 그는 왜 그토록 힘들게 독서를 했을까? 나는 그가 백성을 애타게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이 최고가 되지 못하면 신하들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종은 먼저 자신을 뜨거운 독서의 장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한편 세종은 사람을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인문고전 독서는 독서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은 천재들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2. 맹수처럼 덤벼들어라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는 태도부터 남달랐다. 그들의 독서태도는 열정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서애 류성룡은 ‘맹자’를 읽을 때 물 긷고 밥 짓는 시동 하나만 데리고 빈 암자로 들어가 전투적으로 독서했다. 남명 조식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의관을 단정히 갖추고 자리에 앉아서 독서했는데 온종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서 사람들이 조각상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은 중국의 천재 시인 도연명은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먹고 자는 일까지 까맣게 잊은 채 책 속에 빠져나올 줄 몰랐다. 유배지에 도착한 다산 정약용은 말 걸어줄 사람 하나 없는 외톨이가 되었지만 ‘ 이제야 독서할 여유를 얻었구나’하며 기뻐했다. 성호 이익은 아예 책을 가족을 대하듯 했으니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어머님과 오랫동안 이별했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독서하라. 아픈 자식의 치료법을 묻는 사람처럼 질문하고 토론하라.”  

3.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식하라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 태도를 보면 그들이 결코 태어날 때부터 천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세종대왕은 ‘성리대전’을 읽고 책의 의미를 알 수 없다며 집현전 응교 김돈에게 독서과외를 부탁했고, 퇴계 이황은 젊은 시절 인문고전 독서를 하다 그 방법을 알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병까지 얻어 몇 년 동안 책을 읽지 못했던 적이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도 유클리드의 ‘기하학’과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읽다가 어려워 수시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었다고 하고, 마하트마 간디는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처음 듣고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천재들은 인문고전을 대할 때마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즉 인문고전을 독서할수록 천재에 다가간 것이다. 이 같은 천재들의 노력을 담헌 홍대용의 말이 잘 대변해 준다. “처음 인문고전을 접할 때 누구인들 힘들고 괴롭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구차하게 편안한 독서만 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내던지는 결과밖에 얻지 못할 것이다.”  

4. 위편삼절 책이 닳도록 읽고 또 읽어라

  독서백편 의자현讀書百編 義自見이란 말이 있다. 뜻이 어려운 글도 자꾸 되풀이하여 읽으면 그 뜻을 스스로 깨우쳐 알게 된다는 뜻이다. 후한 말기에 동우董遇가 한 말로 그의 학덕을 흠모하여 글공부를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나에게 배우려 하기보다 집에서 그대 혼자 책을 몇 번이고 자꾸 읽어보게. 그러면 스스로 그 뜻을 알게 될 걸세."라고 말했다. 반복독서는 천재들의 독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자 천재들이 가장 강조한 독서법이기도 하다. 

  공자는 ‘주역’의 이치를 깨치기 위한 방법으로 반복독서를 택했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반복해서 읽었던지 죽간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떨어졌다(위편삼절韋編三絶)고 한다. 또한 주자는 “다른 사람이 한 번 읽어서 알면 나는 백 번을 읽고, 다른 사람이 열 번 읽어서 알면 나는 천 번을 읽는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은 ‘구소수간’이라는 책을 1,100번 반복해서 읽었다 하고, 영조는 ‘소학’을 백 번 넘게 읽어 눈을 감으면 언제나 암송할 수 있다고 했다. 정조 역시 주자의 “맹자가 내 안에 들어앉게 하려면 수백 수천 번 읽으면 된다. 그러면 저절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독서 좌우명으로 삼고서 ‘맹자’를 읽었다 한다. 

5. 연애편지를 쓰듯 필사하라

  천자들의 필사를 살펴보면 그들의 인문고전의 저자와 어떤 정신적 교감 같은 것을 나누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필요나 의무감 또는 욕심 때문이 아닌 벅찬 감격과 떨림 그리고 기쁨과 설렘 속에서 필사를 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재들은 자신이 읽은 부분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필사하는 방식도 선호했다. 키케로, 아이작 뉴턴, 존 스튜어트 밀, 니체, 마리 퀴리, 자와할랄 네루, 윈스턴 처질 등이 이 필사법을 따랐다. 필사법 가운데 초서抄書가 있는데, 초서란 인문고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뽑아서 옮겨 적은 뒤 이를 주제별로 분류, 편집해서 책으로 만드는 것인데, 조선의 천재들이 취한 기본적인 독서법이었다. 정조는 ‘일득록’에서 “내가 어릴 적부터 즐겨한 독서법은 초서였다. 내가 직접 필사해서 책을 이룬 것만 해도 수십 권에 달한다. 그 과정에서 얻은 효과가 매우 크다. 그냥 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정한 필사는 종이 위에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영혼 속에 새겨 넣는 것이다. 인문고전과 내가 하나가 되는 상태, 이 상태를 르네상스의 천재 페트라르카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다가 자네의 영혼을 뒤흔들거나 유쾌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문장을 마주칠 때마다 자네의 지적 능력만을 믿지 말고 그 것을 외우도록 노력해보게나. 그리고 그것에 대해 깊이 명상하여 친숙한 것으로 만들어보게. 그러면 어쩌다 고통스러운 일이 닥치더라도 자네는 고통을 치유할 문장이 마음속에 새겨진 것처럼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걸세.” 

6. 통할 때까지 사색하라

  ‘반복독서’와 ‘필사’까지는 낮은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라 할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사색’이다. 독서의 완성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사색을 억압하고 소멸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관중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그러면 귀신도 통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귀신의 힘이 아니라 정신의 극치다.”라고 말했다. 사색이 빠진 인문고전 독서는 헛것이요, 가짜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기만 하고 생가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했다. 한편 맹자는 “마음의 기능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얻는 것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고 말했고, 주자 역시 “책을 읽는 방법은 다를 게 없다. 글을 숙독하면서 정밀하게 생각하라. 그렇게 오래도록 하다보면 깨닫는 게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색이 없는 독서에 대해 성호 이익은 이렇게 말했다.

  “단지 과거를 치르기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은 입술이 썩고 이가 문드러지도록 책을 읊어도 희고 검은 것에 대해 말은 할 줄 알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장님처럼 되고 만다.” 독서했다면 사색하라. 독서는 오로지 사색하고 연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7.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라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인 ‘반복독서-필사-사색’은 ‘깨달음’을 향해 있다. 이는 곧 ‘깨달음’이 있는 독서를 해야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깨달음이 있는 독서란 책을 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요, 그의 정신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인문고전의 저자와 동일한 수준의 사고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인문고전 저자의 마음을 아는 경지, 그것은 황홀한 기쁨과 함께 온다. 에라스뮈스, 니체, 헤르만 헤세는 는 경지에 도달한 순간을 “끝없는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괴테에게 있어 그 순간은 ”밝은 방 안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었고, 마하트마 간디에게는 ”나를 사로잡고 뒤흔드는 대사건“이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에게는 ”감각과 감성을 단번에 사로잡는 영원한 아름다움“이었다. 

  이처럼 진정한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즉 환희와 함께 찾아오는 깨달음이 한때 평범하거나 심지어는 둔재이기까지 했던 그들을 천재로 만든 결정적인 요인일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문심혜두文心慧竇를 여는 것, 즉 아이로 하여금 글쓴이의 마음을 깨닫게 해서 두뇌 속에 숨어 있는 지혜의 문을 활짝 열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한 만일 문심혜두를 열지 못한다면, 만 권을 책을 읽게 되더라도 헛된 것이라고 했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인문고전을 읽고, 필사하고, 사색하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문장 뒤에 숨은, 천재들의 인류를 향한 숭고한 ‘사랑’이. 그 사랑과 만나는 순간 당신의 심장은 위대한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인문고전 독서의 필요성과 함께 독서법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록으로 첨부된 <부모와 아이를 위한 인문고전 독서교육 가이드>와 <성인을 위한 인문고전 독서 가이드>, 그리고 <대표적인 인문고전 독서가들>들은 인문고전을 고르는데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이 리뷰는 기업의 요청에 의해 작성한 '써머리 형식의 리뷰' 임을 밝힙니다. -Richbo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지식인의 서재 - 열정적인 삶과 순수한 영혼이 담긴 곳, 서재

 

  ‘내가 읽는 것이 곧 나.What I read What I am.’란 말이 있다. ‘많지 않은 시간, 가려 읽으라‘는 선독選讀을 권하는 문장일진대 참으로 옳고도 옳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책상 위에 ’읽다 만 내‘가 켜켜이 쌓여있다. 왜 읽었든가 살펴보니 정말 ’지금의 내‘가 아닐 수 없다. 얼마나 많은 나를 만날지,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많이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책을 읽으며 변해가는 나,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나를 느낌이 그지없이 즐겁기에 오늘도 책을 읽는다. 

   사람들은 남의 책에 참 관심이 많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처럼 남이 읽고 있는 책은 더 재밌어 보이나 보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책을 읽다 보면 예의 책을 살피는 시선들을 느끼게 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닌데 스마트폰 때문에 더욱 보기 힘들어졌지만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면 주로 그 사람 앞으로 가는 편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어떻게 생긴 이가 무슨 책을 읽는지 살핀다. 독서하는 모습을 살피는 이유는 몰입해 읽는 그의 표정으로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가늠할 수 있어서다.

   만약 심취해서 읽는 모습을 본다면 최대한 앞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는 자세를 만들어 -당연히 눈치를 채겠지만- 제목과 표지 이미지를 살피고 어떤 내용을 담았을지 상상해 본다. 그때 마다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꼭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서점에 가면 자세히 살펴보리라. 그래서 나 또한 저 표정을 경험하리라’ 다짐하지만 십 수 분 후 지하철 환승장에서 사람들과 한차례 씨름을 하고 나면 마치 그들에게 생각을 빨려버린 듯 조금 전 무엇을 생각했든가 조차 잊어버린다. 아, 그러고 보니 그렇게 잊어버린 읽고 싶은 책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남의 집에 처음 가면 꼭 들리고 싶어지는 곳화장실과 서재일 것이다. 낯선 곳이 익숙해지려면 내가 그곳을 ‘읽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상대를 가늠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 중 많은 것이 화장실과 서재에 노출되어 있다. 화장실에 가는 이유는 그냥 저절로 마려워서다. 낯선 곳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하는 동물적 배설본능에서 비롯한 때문이다. 화장실을 보면 그 집주인의 위생관을 알 수 있다.

   서재를 살피는 상대(집주인)의 내면을 훔쳐보고 싶은 관음증적 심리가 발동한 때문이다. 역시 서재를 보면 그 집주인의 지식수준과 인생관을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집주인의 서재를 볼 때의 마음가짐이다. 서재를 단순히 살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놀라기 위해’ 좀 더 확실하게 말하면 ‘부러워지고 싶어서’라는 점이다. 

   남의 서재는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은 내가 읽지 않아서 부럽고, 내가 읽었던 책은 ‘아, 그는 이것도 읽었던가. 나보다 더 깊이 있게 읽었으리라’ 싶어 부러워진다. 어쩌면 그(혹은 그녀)에게 책의 공간, 서재가 있다는 자체가 부러운지도 모른다. 그곳은 집주인이 지금껏 쌓아올린 지식의 장場이며, 생각의 누적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것과 그들의 ‘그곳‘은 전혀 다른 세계, 그래서 마냥 부럽다.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아니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보이는 족족 그들의 책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눈에 담고 가슴에 새기고 싶다’는 욕심은 남의 서재를 볼 때 마다 드는 물욕物慾이다. 추잡하다 해도 할 수 없는 내가 갖는 도둑놈 심뽀다. 

   그런 내가 우리 시대 지식인 15명의 서재를 담은 <지식인의 서재>(행성:B 잎새)를 읽었다. 책을 덮을 때까지 내 맘 속에 품었던 책 욕심을 바늘로 찌르기로 벌한다면 아마도 재봉틀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도 전기 재봉틀이... 


  책 속에 있는 인물들 중에 이미 알던 사람은 알아서 반갑고, 채 알지 못했던 사람은 알게 되어 반가웠다.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의 서재 앞에서 책 이야기를 한다니 이보다 더 반가운 장면은 더 없을 것이다. 그 중 유독 관심을 둔 인물은 조국 교수와 최재천 교수, 김용택 시인, 이주헌, 그리고 장진 감독. 평소 흠모하던 사람들, 이들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이 책은 샀을 것이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책은 제 정수리에 죽비를 내리치며 자의 한계와 편향을 알려줍니다. 책은 나의 스승이자 동지이고, 친구이자 연인이며, 훌륭한 적이 되기도 하죠.” 따라 읽노라니 조국 교수가 말하는 책에는 맑고 청량한 중저음이 들리는 듯했다. 진화심리학의 늙은 수컷 침팬지 이야기와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각한다면, 어떤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If everybody is thinking alike, then somebody isn't thinking."는 벽그림만으로 그가 진보를 택한 이유를 스누핑snooping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르게 생각하기, 도전하기, 그리고 멈추지 않기. 이 모든 것이 그가 책을 읽는 이유, 오늘을 사는 이유였다.  

   <통섭, 지식의 대통합>이란 책을 번역하면서 국내에 최초로 통섭의 개념을 알린 최재천 교수는 서재 역시 ‘통섭원’이라 불렀다. 모든 학문이 소통하는 서재, 그는 차라리 인문학자 같았다.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는 철학자 베이컨의 말은 그가 책을 읽는 방식을 대신하고, 돈 대신 책이 많아 재벌이 아니라 책벌이라는 그의 말은 책사랑을 가늠케 한다.   

선박 없이 해전海戰에서 이길 수 없는 것 이상으로

책 없이 세상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 프랭클린 루즈벨트 

  난 장진 감독이 좋다. 그가 많은 영화보다 그가 더 좋다. 개구쟁이 같은 얄궂은 그의 미소가 좋고, 청량한 목소리가 좋고, 건방진 말투가 좋다. 무엇보다 그의 말 속에 숨어 있는 뼈와 칼이 좋다. 그가 생각하는 독서 역시 마음에 들었다. 
 

   “독서는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몸 어딘가에 취향으로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말하는 언어들은 언젠가 내가 읽었던 책들의 영향으로부터 빚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정확히 누구의 어떤 책이다’라고 꼽는 건 우습죠. ‘어떤 책의 어떤 구절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다.’라고 어느 누가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책이란 읽히지 않으면 죽은 나무의 시체일 뿐, 그 물성物性으로는 이루는 것이 없다. 서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서재의 크기와 책의 수량에 관심두기보다 그것들의 주인장이 갖는 서재와 책, 그리고 독서에 대한 의미에 관심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변한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중국 현대미술의 대가로 알려진 동양화가 이가염은 자신의 서재를 식결재識缺齋라 불렀다. 부족함을 아는 서재, 이보다 더한 서재의 이름은 없다 생각했다. 그렇다. 책을 읽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 아닌,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다. 부족함을 알기에 그 부족함을 채우고자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재 역시 부족함의 크기를 아는 공간이 아닐까. 그리고 내가 남의 서재를 보고 부러워해야 하는 것은 서재의 책들을 통해 담았을 지식의 규모가 아니라, 그들이 부족함을 인정한 겸손함의 크기가 아닐까.  

책은 청년에게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는 위안이 된다.

- 로마시대의 철학자, 키케로

   나루케 마코토는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에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사람은 책을 통해 쌓은 지식이 없고, 상상력이 빈곤한 데다, 자기만의 철학이나 주장도 있을 리 없으므로 그저 남의 생각을 마치 자기 생각인양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남의 행동을 따라 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면 테러리스트가 되어도 좋다‘고 말했다.

   “책을 열심히 읽고 자기 인생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아이가 꼭 정치가나 의사와 같은 화려한 직업을 갖지 않아도 괜찮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 테러리스트가 되면 어떠랴. 체 게바라처럼 낭만과 사상을 가진 테러리스트라면 그것도 근사한 일 아닌가.”

   <지식인의 서재>를 통해 각각의 인물에 두 걸음 만큼 가까워졌다. 안 그럴 것이라 다짐했건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읽어야 할 늠’으로 따로 적은 것이 또 태산 같아졌다. 나이, 직업, 성격, 취향 모두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 책으로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서재라는 공간에서 뭉쳤다. 난 한 켠 곁에서 눈으로, 머리로, 마음으로 그들을 마음껏 훔쳤다. 그들의 서재는 여전히 부러웠지만, 한편 난 책을 좋아하는 열다섯 명의 새로운 동지를 얻었다. 책읽는 사람들이 점점 귀해지는 세상, 제대로 책을 즐기는 이들을 15명이나 만났으니 이보다 더한 행운이 어디 있을까(행성B여, 복 많이 받으시라)?어디선가 그들의 글을 만난다면 난 ‘동지여, 잘 있었는가’하고 인사할 것만 같다. 이 책이 날 그렇게 뻔뻔하게 만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월스트리트 - KBS 특선 다큐멘터리, 세계 금융의 중심
CCTV 다큐멘터리 <월스트리트> 제작진 지음, 홍순도 옮김 / 미르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월 스트리트WallStreet - 미국 자본시장의 역사와 중국의 미래
   돈만 많던 왕서방이 드디어 경제공부를 시작했다. 경제 개혁, 개방 30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한 중국은 어느덧 달러 외환 보유고 세계 1위, 금 보유 세계 1위, 세계 최고의 채권국이 되면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의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인줄 알았는데, 제대로 굴리지 않으면 저절로 스노볼snow-ball(산꼭대기에서 굴린 주먹만 한 눈이 바닥에 내려올 때는 집채만 한 눈덩이가 된다는 뜻, 복리의 힘을 대표하는 말이다)이 되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사실 중국의 일반인들에게 금융은 다소 낯선 개념이다. 신 중국의 자본 시장이 겨우 20년 남짓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중국의 지식인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중국 국민을 계몽하기 시작했다. 쑹홍빙의 <화폐전쟁>은 달러 대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자고 부추겼고, 예일대 경제학 교수인 천즈우는 “무엇 때문에 중국인은 부지런한데 부유하지 못한가?“라는 질문으로 <자본의 전략>을 통해 본격적으로 금융의 논리를 역설해 중국의 독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다. <월스트리트WALL STREET>도 그들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중국 CCTV에 의해 제작된 동명의 다큐멘터리 10부작(국내에서는 지난 3월 29일부터 KBS에서 주2회에 걸쳐 5주 동안 방영되었다)을 그대로 지면 위로 옮긴 것이다. 성장을 향한 중요한 시기에 들어선 중국 자본 시장이 보다 건전한 발전을 위한 모델로 200년 역사를 지닌 월스트리트 자본시장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책을 만든 취지를 알게 되니 흥미로웠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이 바라본 월 스트리트’라는 점은 회가 동했다. 놀랍게도 저자들의 시선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고, 월 스트리트를 둘러싸고 생긴 굵직한 금융사적 사건과 인물은 방대한 사료와 기록물을 동원해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잘 정리했다. 읽기 쉬운 만큼 재미도 있었다.  

  책의 구성은 크게 월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 맨들과의 맨투맨 대화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앞의 절반은 다큐멘터리 10부작을 말 그대로 녹취하듯 옮겨놓았다(다큐멘터리를 모두 본 후에 책을 읽었다). 후반부에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짐 로저스를 비롯해 로스차일드가의 첫 비혈족 CEO인 나이젤 히긴스, JP모건의 증손자 로버트 펜노이어, 천즈우 예일대학 경영대학원 금융학 종신교수, 금융역사학자 존 스틸 고든, 닐 퍼거슨 등 다큐멘터리에 등장해 코멘트를 했던 월스트리트맨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옮겼다. 이 부분은 다큐멘터리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부분인데, 이 내용만으로도 책 한 권의 역할을 한다. 또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공통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중국 자본 시장의 미래’인 듯 그들이 말하는 중국의 미래도 엿볼 수 있었다. 


  “아주 오래전 그곳은 인디언의 땅이었고, 400여 년 전 그곳은 네덜란드인들의 벽이었다. 200년 전 그곳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금융의 씨앗이었고, 100년 전 그곳은 미국의 번영을 이루어냈다. 오늘날 그곳은 세계를 향해 금융망을 펼치고 있다. 그 금융망은 강하지만 나약하고, 빛나지만 어둡다. 그 망은 경제발전을 가속화하기도 하지만, 경제를 멈춰 서게도 한다. 그곳은 바로 월스트리트다.” 

   뉴욕 맨해튼 남단의 월스트리트는 실제 길이가 600미터가 채 되지 않는 금융 구역이다. 하지만 이곳은 세계에서 취업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고, 1제곱킬로미터 안에 무려 2,000여 개의 금융 기관과 40여만 명의 금융 종사자들이 운집해 있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다.  

   월스트리트는 그 이름이 가진 역사만으로 금융 시장의 대명사가 될 운명이다. 뉴욕의 옛이름은 뉴 암스테르담. 미국 초기의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고향을 그리면서 지은 이름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중상주의 사상뿐 아니라 네덜란드 고유의 금융 혁신 이념을 전파했다. 그리고 영국인들이 해상의 맹주가 되어 뉴욕에 위협을 가하자, 영국인의 상륙을 막기 위해 벽을 쌓았는데, 이 장벽은 영국인들의 상륙을 막지 못했다. 영국인들은 장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대로大路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월스트리트Wall Street이다. 

  

   동인도 회사설립과 세계최초로 주식을 발행하고, 최초의 선물거래소를 설립한 네덜란드와 뉴턴의 금 본위제 연구를 통해 최초의 국제화인 파운드화가 실험된 월스트리트, 이처럼 이곳에는 시공을 가로지르는 금융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경제지와 언론을 통해 지금껏 수천 수만 번 들었으면서도 정작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월스트리트의 모든 것을 들여다 본 것만 같다. 뉴욕 맨하튼의 작은 도시구역이 얼마나 위대하고 놀라운 곳이었는지 새로 깨닫게 된다. 한편 월스트리트에 대해 전 세계의 시선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쯤으로 여기며 그곳을 외면하는 이때 저자들이 중국 국민들에게 월스트리트를 새삼 주목하게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중국에도 ‘월스트리트’와 자본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리라. 

   천즈우 교수 역시 이번 경제위기는 자본 시장의 단점의 대표적인 모습인데, 자본시장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어서 단점을 두려워한다면 이제껏 네덜란드와 영국 그리고 최근 미국이 누리고 있는 자본시장의 영광을 누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자본시장에서는 형태가 없고 냄새도 없을뿐더러 검사도 할 수 없는 금융 계약을 거래한다.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것을 거래하는 것이 금융 시장과 자본 시장의 기본 특징이다. 자본 시장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이들이 자산이나 증권 시세를 조작하면 자본 시장에 위기가 도래하고 자산이나 증권 시세를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또는 지나치게 낮출 경우 시장에 버블을 형성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산 거품이나 금융 위기가 두렵다고 해서 금융 시장과 자본 시장의 발전을 지나치게 억제해서는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 시장의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376쪽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가 대신한 것 같다. 그는 세계의 자본은 아시아에 집중되고 있다며 단언컨대 향후 20년 사이에 세계에 큰 변화, 즉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확신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이 책을 완독한다면 당신도 공감하게 될 내용이기도 하다. 

   “투자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물론 과거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도 있다. 그러나 과거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반드시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는 언제나 변한다. 시대 별로 항상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1920년대의 세계와 지금 21세기의 세계가 같은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이 같은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역사를 배우면 이 같은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하는 데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항상 ”향후 20년 사이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3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피캣 copycats - 오리진을 뛰어넘는 창조적 모방의 기술
오데드 센카 지음, 이진원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하늘 아래 혁신이란 없다. 혁신적으로 모방하라!

   지난 3월 2일 와병설이 한창이던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패드2 공개행사에 참석했다. 언제나처럼 검은 터틀넥 상의 차림에 청바지를 입고 자신감 넘치게 나타난 그는 ‘오늘 행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며 아이패드 2의 장점을 뽐 내면서 “2011년은 아이패드 2의 해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삼성과 휼렛패커드, 모토롤라 등의 로고를 화면에 띄운 뒤 청중들에게 “2011년이 모방꾼Copycat의 한해가 될 것이라고 보느냐.” 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에 대한 견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애플은 지난 4월 15일 현지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그 내용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 4G', '갤럭시 탭' 등이 애플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특히 애플은 소장에서 "삼성은 자신만의 기술과 스타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개발하기 보다는 애플의 기술과 사용자환경(UI), 스타일을 베끼는 것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애플의 공격에 당하고만 있을 삼성이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일본 동경법원, 독일 맨하임법원에 애플 코리아를 상대로 총 10건의 특허에 대해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25일 인트라넷을 통해 "애플이 일방적으로 무리한 주장으로 먼저 소송을 제기해 왔다"며 "삼성전자를 `카피캣` 업체로 폄하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휴대폰 선도업체로서 위상과 자존심을 지켜 나가기 위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던 애플과 삼성전자은 카피캣(모방꾼)이란 단어 하나로 원수지간이 되었다. 이 때 한 사람이 뛰어들어 이들의 싸움을 말리며 ‘삼성전자가 카피캣이면, 애플은 더한 왕 카피캣‘이라고 말한다. 

   <카피캣copycat>(청림출판)의 저자 오데드 센카(Oded Shenkar)는 ’카피캣‘을 절대로 곁에 둘 수 없는 수치스러운 단어가 아니고, 또한 모방imitation은 기업의 생존과 번영에 혁신만큼이나 중요하며 또한 효과적으로 혁신을 실행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 우선 궁금한 내용은 ‘애플도 카피캣’이라는 저자의 주장이었다. 그는 과거 애플의 CEO를 지냈던 존 스컬리는 매킨토시 기술 중 상당 부분이 애플 건물 내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며 이에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애플은 ‘조립 모방’의 대가다. 예전의 많은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애플은 기존 기술과 재료를 조합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냈다. (중략) 애플은 혁신 기업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애플이 가진 진짜 기술은 자체 아이디어와 외부에서 얻은 기술을 함께 묶어서 우아한 소프트웨어와 멋진 디자인으로 조합해내는 데 있다. 간단하게 말해 애플은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들여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항상 그것을 자사에 맞게 수정하며 결과를 내는 기술의 오케스트라이자 완성자이다.” 139쪽


  이 싸움에 대한 저자의 핵심은 ‘모방이 뭐 어때서?’ 였다. 지적재산권만 침해하지 않는다면 모방은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방이 기업들이 피해야 할 부정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모방을 전략적, 경영적 차원에서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모방과 혁신은 서로 보완해주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각종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법정 소송을 통해 서로 ‘혁신기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둘 모두 ‘모방기업’인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에게 혁신기업으로 알려진 IBM, 컴펙, 델 컴퓨터, 닌텐도, MS 익스플로러, 포드와 GM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도 알고 보니 모방기업이더라는 점이다. 저자는 책에서 이들 기업의 탄생 역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냈다.



   그렇다면 모방이 과소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시어도어 레빗이 말한 ‘혁신이란 이름의 신’을 배신한 이단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도 만유인력의 법칙과 뉴턴의 운동법칙을 발견한 후 “만약 내가 다른 이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저자는 오늘날 혁신이란 ‘창조적 모방’ 뿐이고, 세계화가 가속될수록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모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에 있어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있어 그만한 전략이 또 없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할인점 업계의 선도기업 월마트, 그리고 혁신적인 컴퓨터업체로 알려진 애플의 성공과 이들을 추종한 모방 기업들의 실패와 성공을 통해 저자는 모방을 할 때 ‘모델의 성공 비밀이 담겨 있는 블랙박스를 풀고 해독했는가’의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달린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대체로 실패한 모방 기업들은 진정한 모방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들은 모델 기업의 성과 뒤에 놓인 섬세한 인과관계를 파헤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델 기업을 지탱해주는 핵심 기둥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모방을 후원하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실패하고, 일반적 모방 대상을 넘어설 수 있는 모델 기업을 참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혹은 모방 능력의 부족으로 모델 기업과 그 기초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221쪽

   저자는 오늘날 기업환경은 혁신과 모방의 융합, 즉 ‘혁신적 모방’만이 복잡하고 빠른 비즈니스 환경을 이겨낼 생존법이라고 강조했다. 모방이 기업들에게 혁신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혁신만이 살 길이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철저하게 부셔놓았다. 아울러 모방이 모델의 외형적 ‘단순 카피copy'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된다면, 결국엔 효과적이면서도 집중적인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배웠다.  

  반도체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도시바를 타깃으로 삼아 성공한 스토리, 2002년 머천다이저와 바이어집단을 이끌고 전 세계 마트를 누비며 모방함으로써 이마트를 가장 한국적으로 합리적인 할인점으로 만들어 월마트를 물리친 정용진 부회장 등 외서에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 국내 기업들의 혁신적 모방 사례들에 대해 자세히 언급해 놓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저자가 기술해 놓은 기업이 모방 게임에서 성공하기 위해 개발하고 섭렵해야 할 ‘6가지 능력과 프로세스’, 그리고 ‘혁신적 모방 법칙 10가지’는 ‘혁신적 모방가imovators'를 꿈꾸는 자라면 숙지해야 할 사항들이었다. 일독한다면 혁신과 모방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찰스 고예트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당장 달러를 팔아 실물자산에 투자하라! 


"위안화는 앞으로 3~5년 안에 3대 글로벌 무역 결제 통화로 등극하고, 10년 안에 기축통화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5월 12일 HSBC 아태지역 리서치센터 공동대표 취훙빈(屈宏斌)이 한 말이다. 그는 "중국은 독일과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과 제조국이 됐지만, 글로벌 무역 결제의 95%가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년간 국제 무역과 금융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세계 최대 수출국이 다른 국가의 통화로 결제하는 전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기축통화가 달러대신 위안화가 될 것이라는 중국의 주장은 이전에도 많았다. 쑹홍빙은 베스트셀러 <화폐전쟁>를 통해 흔들리는 달러를 비판하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대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예일대 경제학 교수인 천즈우는 <자본의 전략>에서 금융의 논리를 통해 위안화의 위상을 역설하며 독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에 비해 세계외환시장에서의 위안화 비중이 매우 작은 건 사실이다. 따라서 실물경제 측면에서 볼 때 국제 무역에 있어 앞으로 위안화가 더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은 점점 가시화 되고 있다.  1970년대 조지 소로스와 퀀텀 펀드를 설립했던 최고의 투자자 짐 로저스도 지난 2006년부터 “앞으로 10년 후 중국의 위안화가 미국의 달러화를 제치고 세계기축통화로 부상할 것”이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그는 현재 달러로 된 전 재산을 처분하고 중화권인 싱가포르에 살고 있고, 어린 딸은 현재 유치원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짐 로저스가 예견했던 2006년만 해도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였던 주장들은 이듬 해 발생한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재 점점 현실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의 달러를 만들어 냈다. 수급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시중에 풀린 돈이 많으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 법, 2010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의 국가 부채는 14조 달러에 육박하고 이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이자만 연간 5,053억 달러에 이른다. 달러의 우울한 미래는 더 있다. 

 - 오바마 대통령이 선출된 후 수개월간 미국에서는 매일 2만 2,000개씩 일자리가 사라졌다. 2007년 1월부터 2009년 1분기까지는 총 5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미국인 1,37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3,220만 명이 슈퍼마켓에서 식품과 교환할 수 있는 정부의 식품구매권을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다.

- 부시 전 대통령이 집권한 8년간, 미국 제조업부문의 일자리는 전체의 4분의 1이상, 총 440만 개가 사라졌다.

- 미국의 퇴직연금제도는 붕괴되기 직전이다. 연금기금은 재정이 불안하고 이를 운용하는 연금보험회사도 흔들리고 있다. 연금기금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프로그램은 위험에 처한 연금제도를 구할 길이 없다. 

- 2008년 한 해 동안 주식과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에서 총 50조 달러가 증발했다. 금융회사에 구제금융이 지원된 후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총 11조 달러의 소실을 봤다. 

- 공화당과 민주당은 가짜 문서를 포함한 그릇된 정보에 근거해 이라크전에 뛰어들어 미국인들에게 3조 달러에서 5조 달러가 넘는 비용을 부담시켰다. 

- 공화당과 민주당은 국가 부채가 2009년 말 현재 12조 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하는데 공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수년간 수조 달러의 재정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인정했다.

  투자분석가이자 경제평론가로 자신의 이름으로 라디오 쇼를 진행하고 있는 찰스 고예트는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청림출판)에서 달러 폭락이 확실시되는 여러 근거들을 설명하고 머지않아 휴지조각이 될지 모르는 돈(달러)에 대비해 다른 투자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한창 수습하던 2009년에 출간된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아마존 비즈니스 분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부채를 갚을 수 없는 미국

  50년 전까지만 해도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채권국이었던 미국, 지금은 무역수지 적자가 30여 년간 계속되는 채무국이 되었다. 50년 전 미국 국민들은 열심히 저축을 했지만 지금은 쓰기만 한다. 그들은 필요하면 언제든 얼마든지 달러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8년간 부채는 7배가 늘었고,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수립한 7,87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으로 인해 부채는 12조 1,000억 달러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노후를 위해 사회보장기금을 적립하고 개인이 향후 받기로 약정한 연금을 정부의 부채라고 본다면 정부의 부채는 14조 달러를 훨씬 웃돌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채무에 대해 정부는 값을 돈이 없다는 점이다.

  저자는 정부의 부채에 대해 그 규모에 상관없이 재정지출 감축은 불가능하고, 세금을 올리면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세수가 줄어들고 빚을 한꺼번에 갚을 만한 돈은 없기에 이 빚은 여원히 갚을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기 위해 비자카드에 현금서비스를 받았다가 비자카드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다시 마스터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는 식”으로 비유했다. 카드대란을 겪은 우리는 ‘카드 돌려막기’의 종말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파산신청이라는 것을 잘 안다. 미국 정부도 잘 알고 있지만, 문제는 해결 방법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은 앞으로도 채무를 계속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부채가 산처럼 늘어가는 것이 달러의 가치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이 과연 합리적인 생각인가? 이젠 거의 모든 사람들, 특히 대출을 못 갚아 집이 압류 처분되는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돈을 빌릴 때는 갚을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자제력이 없다. 정부는 돈을 계속 빌려 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리 수준이 어떻든 간에, 돈을 빌려 쓰는 데 들어가는 운영비가 얼마든 간에 계속 돈을 쓸 것이다.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진다 해도 정부가 돈을 빌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새로운 세계 질서, 중국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것은 브레턴우즈체제 덕분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턴우즈체제에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를 발행하면서 외국에 돈을 지급해야 할 때에 대비해 달러를 준비통화로 보유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전 이후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줄 수 없음을 미국이 공식화한 후에도 달러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했다. 

  현재 국제시장에서 달러의 유통을 단순화 해보면 실제 비용이 드는 원자재와 노동력을 투입해 만들어낸 세계 각국의 제품을 인쇄기에서 찍어낸 종이돈(달러)를 받고 수출하고 있다. 또한 이 달러는 쓰지 않고 저축했다가 미국 정부에 다시 빌려주고 있다. 덕분에 미국이 지금까지 방탕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달러를 지닌 채권국들이 바보가 아니다. 채권국들은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미국이 벼랑 끝에 서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채권국들에게는 달러를 언제까지 신용할 것인가, 그리고 이제껏 보유하고 있던 미국 채권(국채)을 언제 내다 팔 것인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다. 

“중국은 2009년 3월 현재, 7.67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중국은 미국 국채와 미국 공공기관 및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모두 합해 1조 달러어치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는 중국 외환보유액의 60퍼센트에 달하는 규모로 추정된다.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이 파산 위기에 빠져 정부에 인수됐을 때 중국이 이 두 기관의 채권을 4,000억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이 미국의 부채인 채권을 기꺼이 매입하고 미국의 재정 적자를 메워주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부채와 소비에 일종의 보조금을 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미국 국민 한 사람당 중국에 3,3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1인당 국민 소득이 중국보다 8.5배나 많은데 미국 국민들이 중국 국민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사실 미국의 국민소득은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반면 중국은 100위에 불과하다.“

  정리해 보자. 지구촌이라는 동네에서 미국이라는 청년이 30년이 넘도록 여러 사람들에게 기한이 없는 약속어음을 남발하고 물건을 사들였다. 사람들은 아직 제대로 돈을 갚지 않았지만 힘도 세서 싸움도 잘하는 그에게 ‘돈을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골목대장격인 그에게 자칫 잘못했다가는 왕따를 당할지 몰라서다. 사람들은 미국 청년이 발행한 약속어음을 가지고 ‘이것이 내 재산이다’고 믿고 그저 지금껏 열심히 살아 왔다. 하지만 몇 년 전 믿음직한 그 청년이 사실 빚투성이인데다 갚을 능력까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속어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중국 청년은 ‘옳커니’, 약속어음을 무기삼아 골목대장의 자리를 빼앗아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미국 청년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계속 약속어음을 남발하고 있다. 아직 들통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약속어음을 계속 발행하지 않으면 먹고 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달러라는 약속어음을 가진 다른 청년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가능한 한 네 가지 종류의 투자 대상에 자산을 분산투자하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 추천하는 네 가지 종류의 투자 대상은 우선 역사상 변함없이 통용되어온 화폐수단이다.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형태의 에너지인 원유, 농산물을 비롯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상품, 시간이 흐르면서 전개될 금융 여건에 따른 투자 상품 등이다. 추천 대상에 유행을 선도하는 유통업체는 없다. (중략) 내가 추천하는 투자의 기회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것들이다. ①진짜 돈(금과 은) ②진짜 에너지 ③진짜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진짜 상품(농산물과 원자재) ④경제 여건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달러화의 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

  정말 달러가 붕괴할 것인가? 의 여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지금 전 세계는 그에 준하는 ‘금융시장의 격동기’에 이미 들어섰기 때문이다. 저자가 갖는 ‘달러 붕괴’에 대한 위기의식 또한 충분히 공감한다. 현재 미국이 처해 있는 현실과 원인을 조금만 살펴봐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점점 더 깊은 빚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미국의 금융 불안이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보호 신청을 계기로 극에 달했고, 이러한 금융 불안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소비 위축 등 실물부문으로 빠르게 전이되어 결국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즉, 세계적 투자은행들의 파산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과 자산 가격 급락 등 금융 불안으로 선진국의 투자 및 소비가 급랭했고, 이는 무역신용의 급격한 위축과 함께 곧바로 신흥시장국의 수출급감으로 이어져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허약한 달러의 펀더멘털과 달러의 통화 시스템을 알게 된 사람들.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는 금값의 상승을 지적하며 금을 추천한다. 

“금값은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다. 금값은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의 질과 양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금값은 달러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도 일반적인 투자 대상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식시장은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상승세를 지속했다. 부동산시장은 닷컴버블이 붕괴된 직후 정부가 후유증을 최소화하고자 금리를 인하한 덕에 호황을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의 금값 상승은 우리가 중요한 기로에 서 있음을 시사한다.

전 세계의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태생적으로 불안정했으며 현재는 붕괴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 버블이나 부동산버블이 한번 꺼진 후에는 이전처럼 다시 부풀어 오르지 못한 것처럼 달러버블도 마침내 터져버리면 세계의 그 어떤 통화도 달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은도 추천했다. 은은 금과 마찬가지로 통화로 통용될 수 있는 덕목을 지녔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은은 이미 오래 전부터 화폐로서의 기능을 수행했고(사실 은은 금보다 더 오래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되었다), 산업적인 수요 측면에서도 투자가치가 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전망한다면 앞으로 은 가격의 상승세는 엄청날 것으로 저자는 내다봤다. 

금 상품은 지금형 금화(교환수단으로 유통되지 않고 투자용으로 만들어진 금화. 동전형으로 만들어진 금괴)로는 미국-골드이글Gold Eagle, 남아공-크루거란드Krugerrand, 캐나다-메이플 리프Maple Leaf, 오스트리아-필하모닉Phillharmonic, 호주-캥거루Kangaroo, 가 있고, 금을 소유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SPDR 골드 트러스트, 아이세어 코멕스 골드 트러스트 등의 상장시주펀드ETF를 소유하거나, 금관련 주식등을 소유하면 된다. 은은 골드바와 마찬가지로 엥겔하트와 존슨 매티 등의 인증이 찍힌 은괴의 거래가 활발하다. 은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한편 저자는 달러 가치가 붕괴할 때 가장 먼저 수혜를 입는 투자대상 중 하나는 원유라고 강조했다. 반드시 자산 가운데 원유를 큰 비중으로 보유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실제 가치보다 너무 높게 평가되고 있는 달러에서 거품이 빠져나가면 유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검은색 금Black Gold'이라 불리는 원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강세장 첫 단계에서 달러 가치가 최저치를 경신하고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금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이 뛰어올랐다. 유가가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급락하긴 했지만 낮은 가격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금세 반등했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원유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원유에 대한 투자로는 원유에 투자하는 US 원유펀드(거래명 - USO)가 있고, 고려해볼 만한 투자 대상으로 캐나다의 로열티 신탁이 있는데,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자산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정기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소득펀드Income Fund이다. 그 밖에 농산물과 원자재, 그리고 달러화의 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에 따른 보다 효율적인 투자 방법에 대해서도 저자는 책에 자세히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 금거래소에서 은값이 올해 들어 약 28배에 달하는 2837% 상승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에서 은값은 지난해 8월부터 2주전까지 175% 올랐다. 이때 은값은 28.35g(트로이온스)당 약 50달러로 고점에 달했다.

이후 은값은 35% 떨어져 11일 32.33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은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 2년간 지속된 상품 호황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에 대해 <화폐전쟁>의 저자 쑹홍빙(宋鴻兵) 박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은값 폭락의 원인은 미국정부의 속임수에 불과하며 이는 미국이 6월 말 2차 양적완화(QE2)를 종료하고 2조 달러의 국채를 발행하기 위한 트릭이다.”

  쑹훙빙은 “경제회복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결국 은값은 올라갈 것이고 만약에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달러의 펀더멘털(내재가치)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70년대처럼 경기 침체상황에 빠져들어 갈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역시 은값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해 금융위기 후 미 연방 준비은행은 잇따라 1차와 2차 양적완화정책을 내놓고 지폐 발행을 가속하여 은의 매입자들인 글로벌 투자자들에 더 이상 달러가 안전한 화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새 화폐전쟁을 예고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면서 금과 은을 구매하는 것은 달러 리스크 헤징을 위한 선택‘이라고 고 말했다. IMF 전후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원화를 달러로 바꿨다. 하지만 세상이 변해 이제 하루라도 빨리 달러를 털어내야 하는 시절이 온 것이다. ‘달러의 환상’에서 깬 것이다.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를 읽으면 유가가 급등하고, 원자재가격이 높아지고, 금과 은값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 ‘돈밖에 없는 중국인들이 겁 없이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책에서 읽은 모든 내용을 모두 잊어도 좋다. 단 한 가지를 알아야 기억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인플레이션의 진실’이다. 인플레이션(통화와 신용공급의 증가)은 물가를 끌어올린다. 물가상승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의 결과다. 경제 전반의 물가상승은 통화 공급의 결과 때문이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을 물가상승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하는 것이며 이는 우리의 경제적 건전성을 훼손하는 공공정책의 혼란과 기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당연히 ‘절도’라고 덧붙였다. 

  돈 벌기도 힘든 세상, 돈을 지키기는 더욱 힘든 세상이 되었다. 피땀 흘려 번 돈을 은행에 넣자니 은행이자로는 인플레이션을 이기지 못해 마이너스 저축이 되고, 저축은행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내맡기는 격이라 엄두도 못 내겠다.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는 책 제목처럼 버는 족족 한 닢도 남김없이 써야 덜 억울할까? 현실은 KT 3G 아이폰처럼 '깝깝‘하기만 하다. 결국 한 곳으로 귀결되는 결론은 바로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답이다. 정부의 금융당국이든, 저축은행이든 그 누구에게라도 당하지 않고, 속지 않으려면 예금을 하나 들더라도 하나에서 열까지 철저하게 공부해야 한다. “돈 맡길 때도 돈 벌 때처럼 신중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